제목 : Owlboy (아울보이, 부엉이소년)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D-Pad Studio

플랫폼 : PC

발매연도 : 2016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Owlboy]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알고 가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8년’. [Owlboy]의 제작 기간이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한 편의 게임을 완성하는 데 걸리는 평균 기간은 2~3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8년은 굉장히 긴 시간인데, 1년마다 후속작을 내놓는 게임 시리즈가 있다는 사실까지 고려하면 [Owlboy]는 게임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긴 제작 기간을 가진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 이처럼 긴 제작 기간을 가진 작품은 언제나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지게 한다. 우선 ‘어떤 게임이길래 저리도 완성하는 데 오래 걸린 것일까?’라는 호기심과 긴 제작 기간에 비례하는 기대감을 형성한다. 제작 기간이 길어진 이유는 분명히 존재하기에 그에 대한 호기심이 형성될 수밖에 없고, 제작 기간이 길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다고 해석되기에 기대감이 커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제작 기간이 길어진다고 해서 그 시간만큼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커져 버린 호기심과 기대감만큼 큰 우려도 동반한다. 8년은 꽤 많은 것이 달라지는 시간이다. 게임 그래픽은 상상도 못할 만큼 큰 발전을 일궈내고, 콘솔의 세대가 몇 번이나 교체되며, 유행하는 장르가 바뀌면서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질 뿐만 아니라, 게임에 대한 인식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등 정말 많은 것들이 달라지는 시간이니 말이다. 그래서 ‘8년 동안 일어난 게임계의 변화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같은 우려를 하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긴 제작기간을 거쳐 세상에 나왔지만 큰 실패를 맛본 선례들도 있기에 [Owlboy] 역시 기대감이 커진만큼 작품의 완성도와 발매 이후의 성공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발매 전부터 주목을 받은 것은 물론 수상실적도 존재할 만큼 검증이 된 [Owlboy]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앞선 우려들은 모두 기우(杞憂)에 불과하다. [Owlboy]는 개발 기간 동안 여러 번에 걸쳐 개발상황을 공개해왔고 이를 통해 게임 매체들로부터 꾸준한 기대와 주목을 받아 왔다.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 ‘보다 깔끔하고 정돈된 도트 그래픽’, ‘아름답고 매력적인 디자인’ 등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은 물론 ‘아직 발매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너무나 애통하다'라는 감정이 잔뜩 담긴 찬사까지 들어왔다. 그뿐만 아니라 Game Developers Conference 2015, Norwegian Game Award 2010 에서 수상하고, Indipendent Game Festival 2010 에서 후보에 선정, Penny Arcade eXpo 2013 에서 주목을 받는 등 발매 이전의 미완성 단계에서부터 상당한 성과를 일궈 냈다. 대단하지 않은가? 발매 전부터 호평을 받으며 상을 받았다면 완성된 모습은 얼마나 멋질까? 그리고 11월 2일, 드디어 세상 밖으로 [Owlboy]가 나왔으니 우리가 할 일은 단 하나다.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살펴보자!

대단히 치밀하고 아름다운 도트그래픽은 8년이라는 제작 기간이 납득될 만 하다

본작의 제작 기간이 8년이나 걸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자 가장 뛰어난 장점은 단연 작품 전체를 색칠하고 있는 도트 그래픽이다. [Owlboy]의 감독인 Simon Andersen은 처음 작품을 구상할 때 다음과 같은 고민을 했다. “3D를 뛰어넘는 2D 그래픽의 장점을 보여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이러한 고민으로 시작해 완성에 이른 것이 바로 현재의 [Owlboy]다. 3D를 넘어서는 2D 게임을 만들고자 했던 감독의 바람대로 [Owlboy]는 이제껏 그 어떤 게임에서도 볼 수 없었던 뛰어난 도트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는데, 게임을 하는 내내 감탄사가 나오는 것은 물론 도트 게임의 패러다임(Paradigm)을 바꿔버릴 만한 수준이다. 높은 해상도를 통해 깨끗하고 깔끔한 도트 그래픽을 그리고 있지만, 해상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점(dot)으로 그려진 특유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냈다. 그리고 플랫폼과 배경의 표현방법에 차이를 두어 두 공간의 구분이 뚜렷할 뿐만 아니라 여러 층(layer)이 존재하는 게 분명히 보여 2D 그래픽임에도 상당히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또한, 게임 전반에 걸친 디자인이 미적으로 매우 뛰어나며, 등장인물을 포함한 모든 요소들에 대한 묘사가 세밀해 게임 화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여기에 마치 3D 게임에서나 나올법한 살아 움직이는 듯 수시로 변화하는 배경(Background)과 환경요소(예를 들어 쉴 새 없이 변화하는 구름, 흔들리는 나뭇잎, 흐르는 물, 타오르는 불길, 서서히 바뀌는 빛과 그림자 등)는 언제나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그리고 상당히 많은 작업 시간을 필요했을 캐릭터의 부드러운 움직임까지! 이 모든 것을 한 화면에 담아내었기에 ‘3D를 뛰어넘는 2D의 장점'을 보여주었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으며, 8년이라는 긴 제작 기간이 충분히 납득이 될 만큼 플레이어에게 큰 감동을 준다.

세심한 작업이 눈에 띄는 도트 그래픽만큼 배경음에도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발매 이전에는 그래픽 측면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예상외로 대단히 뛰어난 요소가 더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배경음(BGM, Background Music). 성우가 따로 존재하지 않아 캐릭터의 목소리가 거의 없고(과일 먹을 때 ‘냠'하는 소리는 있다) 각종 효과음은 꼼꼼하게 만들었지만 그리 인상적이지 않아 소리(Sound) 관련 요소들은 주목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게임 진행 중에 지속해서 듣게 되는 배경음은 작중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굉장히 탁월하다. 계곡의 평화로움을 시작으로, 고대 부엉이 사원의 음울함, 해적선에 잠입할 때의 긴장감 등 상황에 맞는 분위기와 감정을 아주 잘 끌어낸다. 무엇보다 불과 게임 중 20초 남짓 진행되는 짧은 구간이라 할지라도 해당 구간만을 위한 음악을 깔아두어 분위기를 아주 확실하게 잡아내기에 배경음을 활용한 연출에 많이 신경썼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참고로 본작의 사운드트랙은 68개나 된다)

음악 하나로 캐릭터 특성을 만들어버릴 만큼 배경음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장 인상적인 배경음을 꼽으라면 해적 대장 몰스트롬(Molstrom)과 만났을 때 들을 수 있는 위압감 있는 음악. 몰스트롬은 최종 보스라 생각될 만큼 거대한 몸집과 독특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해적 대장이다. 다만 작품 전체가 아기자기한 디자인이어서 첫인상은 위엄을 느끼긴커녕 오히려 귀엽게 보인다. 그런데 주인공 일행과 조우하는 이벤트씬에서 주인공 일행을 단번에 쓰러뜨리고 마을을 파괴하는 몰스트롬의 모습은 해당 구간에 흘러나오는 배경음과 시너지를 일으키며 단번에 위엄있고 두려운 캐릭터로 탈바꿈하게 된다. 게다가 스토리 진행을 위한 이벤트씬이나 컷씬에서만 모습을 보이고 직접 싸우는 일이 없어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는 해적 대장의 존재감을 단 한 곡의 음악만으로 완벽하게 살려내는 데 성공한다. 이 외에도 게임 초중반에는 꽤 가벼운 캐릭터로 느껴지는 해적 간부 더크(Dirk) 역시 후반부 배경음을 통해 꽤 무게 있는 캐릭터로 탈바꿈되며, 굉장히 폭력적인 성격으로 묘사되는 상점 주인(Buccanary)도 귀여운 배경음 때문인지 그저 귀여운 인물로 보인다. 이처럼 [Owlboy]에 담긴 수많은 배경음은 작중 분위기 형성은 물론 캐릭터의 인물상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일반적인 주인공과 달리 오투스는 모든 면에서 나약한 조금은 독특한 인물이다

아름다운 그래픽과 효과적인 배경음도 뛰어나지만, 작품 안에 담긴 이야기도 그에 못지않게 인상적이다. 동료를 모아 사건을 해결한다는 큰 흐름은 여느 게임 속 이야기와 다를 바 없으나 세부적인 요소들은 다른 작품들과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그리고 다름을 느끼게 하는 것은 작중 등장하는 ‘캐릭터'이며, 그 시발점은 바로 주인공 오투스(Otus, 본작의 제목이 의미하는 부엉이 소년)다. 일반적인 게임 속 주인공과 달리 오투스는 시종일관 나약하다. 대게 게임 속 주인공은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성장하기 마련. 그러나 오투스는 그러지 못한다. 부엉이면서 제대로 날지 못하고 겁이 많고 소심해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며 육체적으로도 약해서 쉽게 쓰러지고 기절해버린다. 이러한 오투스의 ‘나약함'은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변함없어 스승에게 벌을 받고, 해적의 침략을 막지 못하고, 가장 친한 친구로부터 실망감을 얻는 등 가슴 아픈 사건들을 계속해서 겪어 나간다.

누가 주인공인지 헷갈릴 만큼 대단히 많은 활약을 하는 게디, 알퐁스, 그리고 트윅

하지만 오투스의 나약함은 오히려 동료들의 활약을 부각해준다. 오투스의 가장 친한 친구인 마을 경비병 게디(Geddy), 해적임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선택을 위해 오투스를 돕는 해적 간부 알퐁스(Alphonse), 시도때도 없이 오투스 일행을 방해하지만 해적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고 동료가 되길 원하는 말썽장이 트윅(Twig)이 바로 그 동료다. 이들은 오투스와 함께 온갖 역경을 헤쳐나가며 오투스가 쓰러질 때마다 오투스를 일으켜 세우는 존재다. 분명 ‘조력자'에 위치하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데 매번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오투스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에 이들의 중요성은 매우 크게 느껴진다. 동시에 오투스를 포함한 네 인물이 하나의 팀이 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관계의 중심이 된다. 말이 없는 오투스 대신 세 인물의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며, 동료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이를 해소하는 과정이 작중 이야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 세 인물의 존재감이 잘 드러난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소심하고 나약한, 아주 전형적인 인물에 해당하는 오투스와 달리 게디와 알퐁스, 그리고 트윅은 꽤 독특한 행보를 보여주는 입체적인 인물로서 세 인물은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의 변화는 항상 흥미롭게 느껴진다. 다시 말해, 주인공의 곁에서 끊임없이 도움을 주는 조력자, 예측할 수 없는 행보를 보여주는 입체적인 인물, 갈등 관계를 형성하는 이야기의 중심, 그리고 오투스와 다소 상반된 특징들로 인해 대단히 큰 존재감을 가지게 되면서 캐릭터의 개성이 한층 더 잘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주인공 오투스는 물론 모든 캐릭터의 특성을 잘 살려내어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

그렇다고 해서 오투스가 주인공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존재감 없는 캐릭터인 것은 아니다. 나약하고 소심한 성격이 지속되는 전형적인 인물이긴 하나 동료들과 함께한 기나긴 여정에서 보여준 모습들, 그리고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이야기의 결말을 통해 게임을 끝마친 뒤에는 오투스가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특히 본작의 결말은 제목이 왜 ‘부엉이 소년’인지 분명히 알 수 있게 하며 굉장히 강한 여운을 남기기까지 한다. 또한 동료들에 비해 큰 인상을 주지 못하는 오투스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강조함과 동시에 이야기 진행 과정에서 균형이 맞지 않았던 등장인물 간의 균형을 적절히 맞춰 준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한 결말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기존의 틀을 완벽하게 깨뜨리는 인물, 등장 횟수는 손에 꼽을 만큼 적지만 대단한 매력을 발산하는 다수의 조연 역시 캐릭터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있으며, 이는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만든다.

‘여느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뻔한 게임성이면 어쩌나?’하는 걱정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게임 구성과 게임으로써의 재미는 어떨까? 사실 그래픽이나 음악, 이야기보다 가장 많은 걱정이 되는 부분은 바로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control)하고 놀게(play) 되는 요소들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8년이라는 기간은 유행하는 장르가 바뀌고 새로운 장르가 나타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었다 할지라도 해당 작품의 장르 유행이 식어버리고, 점차 발전되는 게임 구성이 등장한다면 세월이 지난 후에는 같은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 (대표적으로 RPG가 그러하며 리메이크가 이루어질 경우 게임 구성을 반드시 개선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런 점에서 8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Owl Boy]는 다소 시대에 뒤떨어지는 게임 구성을 갖추게 될 여지가 있으며,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나쁘지 않지만 인상적이지도 못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다소 고전적인 장르들을 한곳에 모아 조화롭게 구성하여 색다른 것을 보여준다

[Owl Boy]의 게임 구성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조합'이라고 할 수 있으며, 조금 더 풀어서 말하자면 ‘여러 장르의 특징을 조화롭게 담아냈다'고 할 수 있다. 장르적 구성은 플랫포머(Platform)와 비행-슈팅(Flying Shooting)을 조합한 형태를 기본으로 하여, 메트로배니아(Metroidvania)와 퍼즐(Puzzle), 액션(Action)을 적절하게 녹여내었다. 앞서 언급한 장르는 어느 정도 고전적인 장르이며 현재는 그 인기가 많이 사그라든 장르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Owl Boy]는 해당 장르들을 하나로 모아 특색을 살리고 적절한 조화를 통해 각 요소가 따로 떨어져 있을 때보다 더 많고 색다른 재미를 주는 데 성공했다.

다양한 장르를 한 작품에 아우를 수 있는 것은 많은 고민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비행-슈팅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스테이지의 구성이 기존의 플랫포머와 비교해 한층 더 다채롭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다양한 몬스터와 싸우며(액션) 막혀 있는 길을 열고(퍼즐) 구석구석 탐험하는(메트로배니아) 등 여러 요소가 담겨 있는데, 앞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요소들이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조화롭게 잘 섞여 있어 어떤 장르로 봐도 무방할 만큼 자연스럽다. 또한, 오투스와 동료들의 능력을 잘 활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스테이지 및 몬스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진행하는 퍼즐들이 다수 담겨있어 매우 참신하게 느껴진다. 여기에 과하지 않은 분량의 수집요소까지 더해 스테이지를 구석구석 탐사할 기회를 제공하고, 복잡한 패턴으로 충분한 난이도를 갖춘 보스전, 정확한 타이밍과 빠른 반응 속도를 요구하는 비행/플랫폼 구간 등은 조작하는 재미까지 담아내고 있었다. 물론 특정 장르만을 독립적으로 다룬 구간도 존재해 장르의 변화까지주므로 언제나 신선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소 고전적인 성질을 많이 가지고 있는 [Owlboy]임에도 여러 장르의 특색을 잃어버리지 않는 선에서 군더더기 없이 잘 버무려 놓았기에 굉장히 매력적인 게임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더욱이 이러한 게임 구성은 언제 내놓아도 게임으로써의 재미는 충분히 보장하는 내용이기에 8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래픽 못지않게 게임 구성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단점을 꼽고 싶지 않다. 이 작품은 도트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것이므로…

그렇다면 단점은 없는가? 없다. 더도 덜도 말고 단호하게 ‘단점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 8년이라는 세월이 그려낸 아름다운 도트 그래픽, 훌륭한 배경음, 캐릭터를 잘 살린 인상적인 이야기, 여러 장르를 잘 조합해 만들어낸 게임 구성까지 모든 부분이 훌륭하다. 물론 플레이 타임이 짧고 회차연동(또는 반복 플레이) 요소가 없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아쉬움이지 결코 단점이 아니다. 오히려 반복이 아닌 단 한번의 게임 진행만으로 본작에 담긴 모든 것을 느낄 수 있기에 [Owlboy]는 깔끔하게 완결을 낸 하나의 작품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한 사람의 고민으로부터 출발해 8년이라는 긴 세월을 거쳐 세상 밖으로 나온 [Owlboy]. 본작은 거대한 시각적 감동으로 우리에게 다가왔지만 결국에는 더 많은 것을 우리에게 전해줬다. 게임을 끝낸 지금도 여전히 게임 속 이미지가 눈 앞에 어른거리고 멜로디가 머릿속을 맴도는 필자는 제작사에게 말하고 싶다. “[Owlboy]를 완성해준 D-Pad Studio에게 진심으로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 당신들의 시간은 헛되지 않았고 당신들은 우리에게 놀라운 경험을 선사했으며 당신들의 작품은 도트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거라 확신한다.”

못다 한 이야기

- 배경 묘사 중 '빛' 표현은 정말 도트 그래픽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뛰어나다. 단순히 명암을 나타내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빛의 변화 패턴을 세세하게 나누어 표현했기에 시간에 따라 빛의 세기가 강해지고 약해짐이 매우 자연스럽고 분명하게 느껴진다. 게임 진행 중 '부엉이 사원'에 진입하여 거대 부엉이 석상이 있는 곳의 배경을 살펴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 도트 그래픽이어서 그런지 움직이는 배경은 당연히 일정 주기로 반복되는 움직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요소별로 주기를 미묘하게 달리 설정해두어서인지 전체 배경이 매우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각 요소를 따로 나눠서 작업하고 시행착오도 많이 거쳤어야 했을 텐데, 그래픽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하는 부분이다.

- 작중 세계관도 독특하여 이야기가 더욱 매력적이다. 부엉이 인간, 부엉이 사원, 로봇의 반란 등 응용 여지가 있는 내용이 다수 담겨 있다. 다만 본작은 오투스와 동료들을 중점으로 이야기를 다루기에 더 많은 내용을 풀어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오투스의 스승 아시오(Asio)와 해적 대장 몰스트롬(Molstrom) 같은 세계관 내 강자들이 자주 등장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C )

- 플랫폼/벽을 뚫고 지나가 정상적인 게임 진행 범위를 벗어나는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 당연히 게임 진행도 불가능해져 체크포인트부터 다시 시작했다. 게임 진행 중 딱 한 번 발생한 버그인데, 같은 상황에서 동일한 버그가 발생하지 않은 것을 보니 일시적인 오류인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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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는 많습니다. 게이머도 많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는 별로 없죠. 유튜브를 둘러보다가 전문가에 가장 근접한, 사실 전문가라고 불러도 무방한 유튜버를 한 명 찾았습니다. 고퀄리티의 리뷰, 상세한 정보를 전달하는 언박싱, 그리고 게임 및 IT 업계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함께하는 토크쇼까지 다른 채널에서는 볼 수 없는 영상들이 가득합니다. 실력이죠! 여기에 전직 연기자, IT 미디어 ‘더 기어’ 소속 프로듀서, 마이크로소프트 인플루언서, 디몽크TV 운영 등 독특한 스펙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력이죠! 그리고 연기자 출신이어서 그런지 말투와 외모 모두 멋집니다. 매력이죠! 독특한 이력, 뛰어난 실력, 상당한 매력을 갖춘, 디몽크TV의 운영자이자 몽크루의 수장, 디몽크(Dmonk)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종미니멈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디몽크 : 이름은 노승균이고요. 나이는 서른입니다. 직업은 IT 미디어 더 기어(theGEAR)에서 영상 프로듀서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닉네임은 디몽크(Dmonk)입니다. 처음에는 ‘도기몽크'라고 지었어요. 제가 개를 너무 좋아해서 도기라는 닉네임을 쓰다가 원숭이랑 닮았다는 말을 들어서 도기몽크, 그러니까 견원(犬猿), 견원지간? 같은 의미처럼 썼어요. 그런데 도기몽크라고 하니까 닉네임이 너무 길어서 디몽크로 줄여서 썼죠. 그게 2004년 3월부터입니다. 그리고…뭐 이 정도?

종미니멈 : 방금 원숭이를 닮았다고 하셨잖아요. 영상에서 자주 보기는 힘든데 안경 벗으신 모습을 봤을 때 모 연예인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디몽크 : 엠씨몽?

종미니멈 : 네. 엠씨몽 씨를 닮아서 거기서 따온 줄 알았어요.

디몽크 : 전혀 아니에요. 전 엠씨몽 씨 좋아하지 않습니다. (웃음)

종미니멈 : 그러면 원숭이를 닮은 외형과 개를 좋아하는 개인의 취향을 반영해서 도기몽크라고 닉네임을 지었고, 그걸 어감을 좋게 만들기 위해 디몽크로 결정하게 되었다고 보면 되겠네요?

디몽크 : 그렇죠.

IT 미디어 ‘더 기어’의 모든 영상은 디몽크 님이 직접 담당하신다고 한다 (출처 - theGEAR)

종미니멈 : 아까 더 기어에서 프로듀서로 일하신다고 하셨잖아요? 더 기어에 관해 소개를 조금 해주신다면요?

디몽크 : 더 기어는 사람들이 다들 아시다시피 IT 매체에요. 흔히 알려져있는 인벤, 디스이즈게임, 게임메카 같은 건 게임 미디어고, 저희 더 기어는 씨넷이나 지디넷, 테크홀릭 같은 IT 미디어에요. 하루하루 IT와 관련된 발 빠른 뉴스와 심도 있는 제품 칼럼과 리뷰 등을 다루는 매체입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미디어들이 인제야 시작하는 동영상 컨텐츠를 만들고 있고, 그 동영상 컨텐츠를 만드는 걸 제 혼자서 하는 거고요.

종미니멈 : 그래서 더 기어에서 위치가 프로듀서이신 거군요?

디몽크 : 그렇죠. 저는 기자가 아니고 프로듀서에요. 영상 관련해서는 제가 모든 걸 총괄해서 하고 있죠.

종미니멈 : 영상을 보면 장비를 굉장히 전문적인 느낌이 나는데, 이게 더 기어에서 일하는 것과 연결성이 있는 건가요?

디몽크 : 글쎄요. 장비는 제가 욕심이 있었던 거라 월급 받아서 제가 산거에요. 더 기어에 사용하는 장비 중에서 3/4은 다 제거에요. 제가 회사를 그만두면 거기 있는 장비의 대부분을 제가 가져 나올 수 있어요. (웃음)

종미니멈 : 장비까지 총괄을 하고 계시는거네요?

디몽크 : 그런다고 아무런 지원을 안 받는 건 아니에요. 카메라와 스튜디오는 회사에서 제공하지만, 그 외적인 것들은 제가 다 담당하고 있죠. 그만큼 회사에서 배려를 해주고 있는 거고요.

유튜브 채널 ‘Dmonk TV’ - 게임리뷰, 언박싱, 토크쇼 등 양질의 영상이 가득하다

종미니멈 : 이제 본격적으로 디몽크TV와 몽크루에 대해서 질문을 드릴게요. 자료를 찾아보니까 시작은 2013년. 블로그더라고요? 비슷한 시기에 유튜브도 시작하셨고요. 처음에는 게임 실황을 올리시거나 개인적인 견해를 담은 편집 영상을 올리셨어요.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시나요?

디몽크 : 사실 처음에는 '디몽크 필름'으로 시작하려고 했었어요. 그러니까…기본적으로 저는 연기를 했었어요. 연기자가 되고 싶었고 배우지망생으로, 단역으로 활동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너무 힘든 거에요. 그 삶이. 아르바이트하면서 그런 생활을 하기가 힘들었고 그 분야가 제 생각과는 다르더라고요.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훨씬 많이 달랐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영상을 만들어야겠다! 내가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이렇게 마음을 잡고 영상 공부를 독학으로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영상으로써 타겟이 필요했어요. 그런데 제가 잘하는 건 게임이었어요. 그래서 이걸로 일단 시작하게 되었고, 최종목표는 아니지만, 시작은 해보자 했고 게임 관련 영상을 만들게 되었죠. 처음에 [배틀필드3] 실황을 테스트로 몇 개 올렸을거에요. 그런데 그때 앵그리조(Angry Joe)가 눈에 들어왔어요. 저런 친구들! 앵그리조나 프레디웡(Freddie Wong)같은 사람들. 프레디웡이라고 VFX 전문으로 다루는 유튜버가 있는데 특수영화를 이용해서 단편영화를 만들고 그래요. 저 사람들처럼 돼야겠다! 한국에는 저런 사람이 없다! 그렇게 해서 게임리뷰도 영상으로 시작하게 되었죠. 한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영상들을 만들어보자로 시작한 거죠.

종미니멈 : 처음에는 연기자 생활을 하셨는데, 직접 영상을 만들어보고 싶으셨고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게임이었기 때문에 디몽크TV를 게임으로 시작을 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군요.

디몽크 : 네. 그렇죠.

유명 유튜버이자 리뷰어 ‘앵그리 조’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종미니멈 : 방금 앵그리조를 언급하셨잖아요. 저도 디몽크님 영상을 보면서 앵그리조 영상에서 영감을 받지 않았나 생각을 했었는데, 어떤 부분에서 영감을 받으셨나요?

디몽크 : 사실 지금은 아니에요. 솔직히 말하면 지금은 앵그리조를 신경을 안 써요. (웃음) 

종미니멈 : 왜죠? (웃음)

디몽크 : 더 이상 그 친구는 제 롤모델이 아니에요. 그런데 처음에 롤모델로 정한 이유는 게임을 즐겁게 한다, 즐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게임을 의무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게임리뷰든 언박싱이든 게이머로서 즐거움이 영상에 너무 잘 표현되어 있었어요. 그리고 영상의 퀄리티도 다른 게임리뷰에 비해서 훨씬 성의가 있고 멋졌고요. 리뷰하는 데 코스프레를 하고 설정을 하고 그런 것들에 제 눈에는 너무 멋져 보였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앵그리조를 롤모델로 삼았던 거에요. 아! 저런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어! 아메리칸이니까 가능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나도 한국에서 저 친구처럼 해야겠다! 라고 생각해서 롤모델로 삼았던 거죠.  

종미니멈 : 아까 말씀하셨듯이 한국에는 이런 게 없었고 앵그리조의 영상이 대단했다라는 거군요?

디몽크 : 센세이션이었어요.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쇼크 그 자체였어요. 정말로!

종미니멈 :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디몽크 : 지금은 저만의 색깔을 찾고 있는 거죠. (웃음) 그리고 저만의 색깔을 찾았고요. 제 스타일대로 가야죠. 언제까지 앵그리조라는 컨셉을 똑같이 유지할 이유는 없다고 봐요. 한국에는 한국에 맞는 정서가 있고, 앵그리조만큼 투자할 수 있는 시간과 돈이 없어요. 앵그리조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게이머가 시청을 해요. 구독자가 200만 명이 넘어가니까요. 그 사람은 영상 하나를 만들어도 충분한 수익이 보장되지만 한국의 작은 게임 시장에서 그만한 노력을 한다면, 그리고 영어를 안 한다면 앵그리조가 와도 성공하기 힘들거에요.

웹사이트 몽크루(Monkru) - 영상뿐만 아니라 다른 컨텐츠들도 함께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하셨다

종미니멈 : 그렇군요. 디몽크TV 유튜브에 8개월 전 즈음에 올라왔던 영상인데…새집 언박싱 영상. 거기서 몇 가지 질문에 대해서 답해주 실때 디몽크TV와 몽크루가 인생목표라고 하셨어요. 이 두 가지 활동을 통해서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 싶으신 건가요?

디몽크 : 디몽크TV 같은 경우에는 종합엔터테인먼트 채널이 될 거에요. 게임뿐만 아니라. 게이머를 위한 컨텐츠는 지속해서 이어나가되 더 많은 팬층을 보유할 수 있는 종합엔터테인먼트로 갈 확률이 높아요. 사실 몽크루 같은 경우는 제가 주인공이 아니라 제가 포함된 크루, 동호회일 뿐이에요. 그리고 몽크루의 목적은 사실 더 큰 시장을 노리는 기업을 만들고 싶어서 만든 거예요. 그래서 몽크루는 다른 리뷰어들, 앞으로 저와 함께할 멤버들이 함께 즐기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을 담는 채널이 될 거에요. 콜라보레이션을 이뤄내면서 말이죠. 그런 점에서 몽크루의 이름을 바꿀 생각이에요. 왜냐하면, 너무 제가 메인인 것 같아서요. 결국, 디몽크TV는 엔터테인먼트를 담은 채널, 몽크루는 그 자체로 엔터테인먼트가 되는 게 목표에요. 거기까지 닿기에는 고충이 많지만요. 쇼핑몰을 갖추고 영상을 올리고 같은 것들 말이죠. 그리고 궁극적인 형태는 게임 개발이 가능한 수준까지 갖추는 거예요. 다시 말하면 멤버들이 즐기면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어요. 기존 멤버들의 공통적인 의견이 이거였고요. 보통 예술을 하시는 분들은 직장생활이 굉장히 어려워요. 성격적인 부분도 있고 조직생활이 잘 안 맞는 부분이 있어요. 저도 그렇고요. 그래서 이분들은 유튜브를 전업으로 하고 싶어 하는 욕심이 굉장히 많아요. 그러려면 수익이 창출되어야 하고요. 그런 점에서 이런 것들을 코치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고, 저는 이런 것들을 도와줄 수 있는 거죠. 뭔가 정리가 잘 안 되는데…(웃음) 부담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가 되기를 원해요. 대한민국에서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보자. 닌텐도 같은 기업이 되어보자. 이런 거에요. 그런데 이건 너무 추상적인 계획에요. 닌텐도 같은 걸 어떻게 만들어. 그래서 고민이 많아요. 어떻게 보면 꿈이잖아요? 꿈이라는 걸 인터뷰에서 함부로 말해도 되는지는 모르겠네요. 아무튼, 우리의 목표는 게이머들에게 사랑받는 게임기업을 만들자, 여기에 종합적인 엔터테인을 담은, 미디어와 게임스토어, 게임개발까지 모든 게 갖춰진 그런 곳을 만들고 싶어요. 생태계를 만들고 싶은 거죠. 영상제작자가 되었든, 편집이 되었든, 텍스트 리뷰어가 되었든 소속감을 갖추고 즐길 수 있는, 동시에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그런 곳을 원해요. 

종미니멈 : 요약하면 게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소를 다루는 엔터테인먼트를 만들고, 즐겁게 활동하더라도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기업체로 성장시키고 싶다는 것이군요?

디몽크 : 그렇죠.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에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 수익을 버는 그런 형태죠.

종미니멈 : 그러면 인터뷰를 하기 이전에는 디몽크TV와 몽크루가 약간 다른 방향을 가진 것으로 생각했는데, 같은 방향을 가진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디몽크 : 그렇죠. 아무래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제 가치관이 녹아들어 있는 게 디몽크TV와 몽크루니까 두 개가 다른 방향일 수 없죠. 제 가치관과 성격이 포함된 것이니까요. 그리고 제가 혼자 진행하는 게 아니에요. 동업하는 분이 계시는데 아마 대표는 그분이 될 거에요. 저는 그냥 얼굴마담일 뿐이지.

종미니멈 : 그래서 지난번에 방송에서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같이 하는 분이 계신다고 했던 게 방금 말씀하신 동업하는 분이군요?

디몽크 : 네. 그런데 도와준다고 하니까 조금 웃기네요. (웃음) 내가 다 하고 있는데! 그래도 도움은 많이 주셨어요. 삶에 영향을 준다기보다는 어려울 때 후원을 해주신 거죠. 모든 컨텐츠 제작에 관여하는 건 아니에요.

디몽크 님의 영상을 보고 먼저 연락이 와서 인연을 맺었다는 ‘라스트 판타지’(좌)

종미니멈 : 그러면 같이하시는 분들에 대해 좀 여쭤 볼게요. 몽크루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라스트 판타지'님과 '겜클'님이 등록이 되어 계세요. 라스트 판타지 님은 겟잇기어(Get It Gear)에 출현하셨죠. 콘솔 쪽으로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거의 신처럼 느껴질 정도로 대단한 분인데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신 건가요?

디몽크 : 라스트 판타지 형님은 루리웹에서 완전 스타예요. (웃음)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제가 위유(Wii U) 언박싱 영상에서였어요. 그 영상을 보시고 블로그 쪽으로 연락이 왔어요. 제가 에어컨 없이 선풍기만 틀고 언박싱을 하는 영상을 촬영하는 걸 보고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셨어요. 한국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걸 몰랐는데, 거기에 너무 열악한 상황에 컨텐츠를 제작하는 것을 보고 너무 안타까웠다. 그래서 도움을 주고 싶은데 어떻게 도움을 줄지 고민하다가 후원을 하고 싶다고 접근을 하셨고, 실제로 만나면서 형, 동생 하면서 지내게 되었어요. 후원도 받았고. 그러면서 같이 하게 되었어요.

종미니멈 : 영상에서도 몇 번 출연하셨잖아요. 그 위유 도구인데 피규어 같이 생긴 거 있잖아요?

디몽크 : 아미보(amiibo)요?

종미니멈 : 네. 아미보. 그 영상도 되게 재미있게 봤거든요. 그런 인연으로 만나게 되셨군요.

디몽크 : 그리고 이분도 게임 방송에 대해 욕심이 굉장히 많으세요. 사실 제가 몽크루를 만드는 것보다 라스트 판타지 님이 만드는 게 더 빠를 수도 있어요. 자본이 있으시니까. (웃음) 그래도 앞으로도 꾸준히 함께하실 분이고, 요즘은 바쁘셔서 영상을 많이 못 올리시는데 앞으로 저와 함께 재미있는 영상이랑 이벤트 많이 진행하실 거라고 예상합니다.

유튜버 ‘겜클’ - 게임 리뷰 영상에 대한 욕심이 대단하셔서 함께 하게 되었다

종미니멈 : 그러면 이번에는 겜클 님에 대해 여쭤볼게요. 유튜브 채널을 보면 게임 리뷰를 하시는데, 대본을 잘 짜셔서 영상도 깔끔하게 잘 만드시던데 겜클님과는 어떻게 알게 되신 건가요?

디몽크 : 겜클님은 제가 유튜브 활동을 하는데 오셨어요. 접근을 하셨는데…접근을 했다고 하니까 표현이 좀 웃기다. (웃음) 다가오셨는데, 처음에는 댓글로 꾸준히 관심을 주셨어요. 그러면서 겜클 님이랑 페이스북 친구가 되면서 많은 교류가 있었고, 영상에 욕심이 굉장히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퀄리티에 대한 욕심도 많고,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리뷰를 하고 싶다는 욕심도 많았고, 그러면서 저한테 조언을 구하고 싶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그 부분에서 소통을 많이 했고, 실제로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고요. 사실 영상을 시작한 지는 조금 오래되셨어요. 단지 게임 리뷰를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건 얼마 안 되셔서 저와 함께 방향을 잡으면서 만들고 계시는 거죠. 지금은 제가 '같이 하지 않겠냐? 물질적으로 도움은 못되더라도 영상에 욕심이 많으니까 내가 도움을 줄 수 있겠다. 영상에 욕심이 많은 것도 서로 똑같고, 언제든 그만둬도 좋으니까 나와 같이하지 않겠냐?'라고 제안을 한 거죠. 그렇게 해서 함께 하게 된 거예요.

종미니멈 : 그러면 라스트 판타지 님과 겜클 님 외에도 같이 하게 될 분들이 점차 늘어날 수 있겠네요?

디몽크 : 한 분이 더 계시긴 해요. 그 분은 제가 홈페이지에 등록을 안 했는데, '김감독'님이라고 계세요. 그분은 자동차 파워블로거인데 게임을 정말 좋아해서 게임 쪽으로 가려고 하고 있어요. 그런데 아직은 개인 생활이 너무 바빠서 지금은 컨텐츠가 없기 때문에 아직 등록은 안 했어요.

종미니멈 : 아직 준비중이신 분이군요.

디몽크 : 네. 맞습니다.

게임 스트리밍에 대한 솔직한 답변 - ‘시연’을 해줬으니까 궁금하면 게임 좀 사라!

종미니멈 : 유튜브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해서도 여쭤볼게요. 가끔 스트리밍이나 유튜브 댓글에 이런 질문이 올라와요. 디몽크TV는 게임 전체 영상을 왜 올리지 않느냐? 왜 채팅창을 보지 않느냐? 이럴 거면 왜 스트리밍하냐? 이런 말들이 나오는데, 이에 대해서 답을 해주신다면요?

디몽크 : 맞아요. (웃음)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왜 풀버전 안 올리냐, 채팅창 안보냐라고요. 사실 이건 가치관의 차이라고 보는데, 저는 원래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모여주는 걸 좋아해요. 어릴 때는 여동생 앉혀놓고 [코만도스] 보여주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보여주고 그랬거든요. 일반적인 BJ나 유튜버들은 누군가를 웃겨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시청자들은 그걸로 즐거움을 얻고요. 하지만 제 채널에서 나오는 영상들은 그거랑은 달라요. 스트리밍하는 이유도 다르고요. 제가 스트리밍을 하는 이유는 일종의 '시연'이라고 봐요. 내가 이 게임을 설명해 줄게. 마음에 들어? 그럼 사! 제 의도는 이거에요. 제가 채팅을 잘 안 보는 게 시연해주기 바쁘니까요. 이렇게 하면 이렇게 움직이고, 캐릭터의 모션은 이렇고, 이것 봐라! 끝내주지 않느냐? 그럼 여기까지 방송할 테니 궁금하면 사서 해봐! 이런 거죠. 하지만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은 제 영상을 보다가 다른 채널로 가서 엔딩까지 보죠. 저는 솔직히 말하면 그리 좋다고는 생각 안 해요. 물론 대부분의 유튜브 시청자는 그걸 원하지만요. 그래도 이런 면들이 제 채널의 장점이 된다고 봐요. 사람들이 봤을 때 얘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게 해주는 거니까요. 게임 업체에서 컨택이 오는 것도 다른 BJ나 유튜버들보다 구독자 수나 조회 수가 적어도 제 채널의 정체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종미니멈 : 그렇군요. 지금 활동하시는 영역에 대해서 굉장히 자세하게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목표도 구체적이시고, 방향성도 명확하신 데다, 단순히 돈을 벌겠다가 아니라 대한민국 안에서 게임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하신 게 굉장히 인상적이네요.

디몽크 : 엔터테인먼트를 강화하는 건 돈이 필 요해서기도 해요. 안정적인 수익이 있어야 월급을 줄 수 있고 경영을 할 수 있죠. 원론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돈을 좇지 않을 순 없어요. 물론 저 혼자 먹고살려고 한다면 돈이 뭐가 필요하겠어요? 한 달에 100만 원이면 먹고 살 수 있죠. 하지만 같이하는 사람에게 비전을 제시하거나, 그러지 못한다면 돈이라도 많이 줘야 될 거 아니에요? 같이 사업체를 하는 건데 말이에요. 그래서 저희는 안정적인 수익원을 창출하고 그것을 토대로 해서 새로운 환경을 만들고 싶은거에요.

통칭 ‘양키 센스’가 취향에 맞아서 엑스박스에 빠지게 되었다는 디몽크 님의 답변

종미니멈 : 그럼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게임에 관해 이야기를 해볼게요. 게임을 굉장히 좋아하세요. 영상에서도 그렇고 더 기어에서의 자기소개도 '적당한 게임은 보약이다'라고 하실 정도로 게임에 관심이 많으세요. 영상에서는 콘솔, PC 가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현재 유튜브에서 콘솔을 중심으로 다루고 계시기 때문에 콘솔에 대해 질문을 드릴게요. 일단 가벼운 질문부터 시작하면, 엑스박스를 굉장히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왜 좋아하시게 된 거죠?

디몽크 : 사실 엑스박스 이전부터 게임을 하긴 했어요. 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 게임들 다 했어요. 엑스박스 같은 경우에는 플레이스테이션2가 나올 시기에 엑스박스가 나왔고 그때부터 엑스박스로 넘어가서 꾸준히 엑스박스 게임을 많이 해왔어요. 이유가 뭐냐면 성향이 저랑 많이 맞았어요.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웃음) 그때 당시에 저는 '양키 센스'를 좋아했어요. 약간 아메리칸 게임을 좋아했던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엑스박스 게임을 선호했던 거고요. 다른 분들이 일본 정통 RPG를 선호하는 시기에 저는 [페이블] 같은 걸 즐기고 그랬죠. 지금이야 플랫폼 구별 없이 멀티로 발매가 되니까 콘솔 간에 벽이 허물어졌는데 그 당시만 해도 양키 센스 게임은 엑스박스가 압도적으로 많았어요. 그리고 컨트롤러 역시 제 손에 잘 맞아서 그런 거죠. 하지만 지금은 어디 하나를 극성으로 좋아하고 그런 건 아니에요. 근데 마이크로소프트 인플루언서로 등록이 되어 있기 때문에 엑스박스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마이크로소프트 쪽에서 좋아하는 건 사실이죠. (웃음)

종미니멈 : (웃음) 그래도 실제로 엑스박스를 좋아하시니까 크게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네요.

디몽크 : 디몽크 색깔이 왜 녹색이겠습니까?

종미니멈 : 그것도 마이크로소프트 녹색인가요?

디몽크 : 그건 아니고요. (웃음) 저는 녹색을 좋아했어요. 그래픽카드도 엔비디아 써요.

종미니멈 : 급작스럽게 질문 하나 드릴게요. 가장 좋아하는 게임 딱 세 개만 골라주세요. 지금 떠오르는 것으로!

디몽크 : [배틀필드1]. [라스트 오브 어스]. 그리고 하나는 고민이 되는데…음…(침묵) [슈퍼마리오] 정도?

종미니멈 : 비교적 최근 게임을 언급하시네요?

디몽크 : 아무래도 최근에 재미있게 즐긴 게임이니까요. 좋아하는 게임은 너무 많아요. 솔직히 말하면 전 24시간 떠들 수 있어요. 게임을 워낙 좋아해 왔고 훌륭한 게임들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좋아하는 게임을 손꼽으라고 하면 이건 엄마가 좋아요? 아빠가 좋아요? 수준이에요. (웃음) 힘들어요.

PC가 성능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콘솔의 ‘편의성’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출처 - Dmonk TV)

종미니멈 : 그러면 콘솔에 대해서 다시 질문을 드릴게요. 다소 자극적인 질문일 수도 있어요. PC 게이머 입장에서 나오는 말인데요. 콘솔 왜 사냐? PC 사양이 더 좋지 않냐? 이런 말이 있어요. 이런 점에서 콘솔의 장점이라고 하면 뭐가 있을까요?

디몽크 : 일단 전제를 하나 깔면 제가 PC게임을 싫어하진 않아요. 여러분 못지않게 스팀게임 많이하고 있고, [배틀필트1] 같은 게임들 전부 PC 버전으로 즐기고 있어요. 콘솔이 가지는 장점은 간편함이에요. 회사 퇴근하고 집에 와서 소파에 앉아서 컨트롤러로 모든 걸 제어할 수 있는 그런 것. 물론 PC도 비슷하긴 하지만 콘솔은 크고 넓은 TV 앞에 앉아서 맥주 한 잔씩 하면서 게임을 즐기는, 그러니까 굉장히 간편한 것이죠. 버튼 하나로 언제든지 꺼버리고요. 마우스로 클릭하고 하는 그런 과정이 모두 생략되는 간편함이죠.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사양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솔직히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항상 말하는데 그게 맞아요. 저도 최근에 PC 업그레이드하면서 느낀 건데, PC가 가지는 강점은 돈 있는 사람이라면 PC로 즐기면 된다. 고해상도의 화면과 안정적으로 높은 프레임이 유지되는 정말 멋진 게이밍 환경이 만들어지니까요. 하지만 반대로 콘솔 게임은 조금 낮은 사양에 열악한 그래픽 품질을 보유하지만…누구나 마니아가 아니에요. 그래픽카드 1070으로 바꾸고 이러진 않아요. 콘솔은 간단해요. TV 하나 사서! 딱 연결해서! 즐기면 되요. 그리고 친구들 불러서 같이 게임을 할 수도 있고요. 이런 간편함이에요. 어찌 보면 가치관이나 성격의 차이라고 봐요. PC를 하냐 콘솔을 하냐. 그리고 인터넷 환경도 한국은 잘 갖춰져 있으니까. PC게임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높은 프레임과 고해상도 때문에 하는거거든요. 또한 엑스박스나 플레이스테이션처럼 따로 멀티를 위해 추가 결제를 할 필요도 없고요. 그런 점은 PC의 장점이지만 콘솔은 편안함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봐요.

종미니멈 : 콘솔 게임의 장점이라고 하면 간편함, 그리고 성능에 대한 걱정 없이 콘솔 사고, 연결해서, CD 넣고, 버튼만 누르면 되니까.

디몽크 : 요즘은 CD도 안 넣죠. 다운로드로 받을 수도 있죠. 간편함이죠. 게다가 엑스박스 같은 경우는 플레이 애니웨어라고 해서 엑스박스 게임을 PC로도 즐길 수 있어요. 플랫폼에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든 마이크로소프트 계정만 있으면 게임을 즐길 수 있거든요. 물론 기존 엑스박스 팬들에게는 안 좋게 보이긴 하죠. 나는 독점작을 즐기기 위해 엑스박스를 샀는데 PC유저도 할 수 있으니 기분 나쁘다! 할 수도 있지만, 단편적인 부분만 보지 말고 앞으로의 변화를 더 봤으면 좋겠어요. 콘솔과 PC 유저가 함께 멀티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건 어찌보면 또 다른 혁신이라고 생각을 해요. 이제 세상이 변하고 있다. 게임에 대한 법칙이나 룰이 깨지고 있는 게 지금의 시점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종미니멈 : 방금 말씀해주셨던 엑스박스원과 윈도우 10의 공동발매에 대해 질문을 드릴 예정이었는데 이야기를 해주셨네요. 그러면 지금은 변화하는 시기이고 콘솔과 PC의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건가요?

디몽크 : 그렇죠.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당장은 기분 나쁜 점도 있어요. 내가 엑스박스를 독점작 즐기려고 샀는데, 엑스박스를 사지도 않은 PC 유저들이 내가 지금까지 즐겼던 독점작들을 하니까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어요. 이런 사람들도 있을 수 있죠. 예를 들면 이런 것과 똑같죠. 플레이스테이션4를 사서 [라스트 오브 어스]를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PC유저들도 [라스트 오브 어스]를 즐길 수 있게 된다면 누가 플레이스테이션을 사겠어요? 그런 거죠. 하지만 저는 이러한 통합 플랫폼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뭔가 성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신규 게이머 유입에서는 오히려 이게 더 유리하다고 봐요.

‘한국에서 팔 거면 현지화가 답이다!’라는 한글화에 대한 예상치 못한 답변을 주셨다

종미니멈 : 한글화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요. '안 한글 안 사요’ 모 커뮤니티에서 굉장히 자주 나오는 말이에요. 지난번에 영상에서도 언급해주셨는데, '한글판으로 나온 게임을 사줘야 한글이 나온다'라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는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느낌 같아요. 가령 [토귀전 극]을 예로 들면, [토귀전]이 한글로 안나왔지만 VITA판이 판매량이 좋아서 [토귀전 극]은 한글로 발매가 되었거든요. 이렇게 보면 또 한글판을 많이 사는 거랑은 별개인 거 같고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디몽크 : 사실 비지니스 측면에서 봤을 때는 무조건 현지화가 답이에요. 만약에 페이스북이나 애플이 한글을 싫어하는 게 아니잖아요? 시장이 작은데도 하고 있어요. 저는 그게 맞다고 봐요. 한국에서 장사하려면 한국에 맞게 해주는 게 옳아요. 물론 내부 사정을 보면 복잡하겠죠. 시장성도 생각을 해야 하고, 개발사 입장에서 배급 측면도 생각해야 하고요. 정말 많은 작업이 들어갈 거에요. 게이머 입장에서는 왜 한글로 안 내주냐고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분들 입장에서는 가벼운 일이 아닌 거죠. 그래서 쉽게 생각할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출시하려면 현지화가 맞다고 생각하고 현지화된 게임을 우리가 구입하는 게 맞다고 봐요.

종미니멈 : 그러면 한국에서 팔리기를 원한다면 회사 차원에서는 한글화를 해주는 게 맞고, 한글판 제품을 충분히 사줘서 다음에도 한글화가 이루어지도록 맞춰야 한다고 봐야겠네요?

디몽크 : 사실 그것도 애매해요. 조금 단순해 보이는데, 한국 게임 시장은 너무 작아요. 아시다시피 너무 작아서 한글화돼서 많이 팔린다고 해도 [GTA5] 이외에는 그렇게 많이 안 팔린 걸로 알고 있거든요. 지금 한글화가 엄청 많이 나오지만, 우리 생각만큼 한국에서 엄청나게 팔리진 않아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고민) 정리하자면 관심을 많이 갖는 게 맞다고 봐요. 신규 게이머의 유입이 중요한 거죠.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한글화 게임을 사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좋겠어요.

일종의 ‘투 트랙 전략’이자 VR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Playstation 4 Pro와 Slim 두 기종

종미니멈 : 콘솔에 대해 질문을 더 드리자면, PS4 슬림과 PS4 프로에 대해 질문을 드릴게요. 대대적으로 나온 반응은 아닌데 처음에 PS4 '네오'라는 이름으로 신기종 루머가 돌았을 때 일부 게이머들의 반응은 이랬어요. PS4가 지금 잘 나가고 있는데 왜 굳이 자멸하려고 하느냐? 이런 반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디몽크 : 자멸이라고 생각은 안 해요. 먼저 마이크로소프트 쪽에서 '스콜피오'에 대한 정보를 공개했고, 그 이후로 소니가 발 빠르게 대응을 한 것으로 보면 돼요. 어찌 보면 소니 쪽의 견제작전이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진짜 이유는 플레이스테이션4 VR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겠죠. 아무리 봐도 플레이스테이션4의 하드웨어가 그리 스펙이 높지 않아요. VR을 즐기기 위해서는 고사양의 하드웨어를 요구해요. 그리고 고사양 하드웨어가 있어야만 더 멋진 비주얼의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고, 그 멋진 비주얼의 가상현실이 몰입감과 연결되는 걸 뜻하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스펙으로는 사람들에게 더 완벽하고 멋진 가상현실을 체감시켜주기에는 부족함이 있어요. 그래서 플레이스테이션 4 프로가 필요한 거예요. 좀 더 높은 사양의 여유로운 하드웨어가 필요하니까요. 게다가 자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일종의 선택권을 주는 거죠. 투 트랙 전략이라고 해야 할까요? 애플을 생각하면 아이폰7과 아이폰7+. 두 가지 선택권을 주는 거예요. 플레이스테이션 4 프로가 나온다고 해서 플레이스테이션 4, 프로 발매 이후로는 플레이스테이션 4 슬림이 되겠지만 어쨌거나 플레이스테이션 4 가 안나오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선택이에요. 어차피 소니는 손해 보면서 장사해왔어요. 항상. 게네가 지금은 모바일 철수설도 나돌고 있는데 마찬가지예요. 시장성이 없는데도 하고 있어요. 수익 창출은 다른 데서 하고 있겠지만요. 그런 것 같아요. 앞으로 얘네들은 자기들만의 독점을 하려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그래왔고요. PSP 메모리도 그래왔고요. 따지고 보면 소니는 자기들 것에 대한 욕심이 굉장히 많았고 잘 안됐죠. 소니 텔레비전도 그렇고요. 그래도 자멸까지는 아니고 새로운 전략이라고 생각해요. 얼마나 먹힐지는 모르겠지만요.

종미니멈 : 그러면 VR에 초점을 맞춰서 발매한 것이고, 엑스박스 스콜피오라는 경쟁 기기에 대한 대응임과 동시에, 최종적으로는 플레이스테이션4와 플레이스테이션4 프로라는 나뉜 선택지를 주는 거군요.

디몽크 : 그렇죠. 얼마나 먹힐지는 모르겠어요. 멍청한 짓으로 보이기도 해요. 10만 원 아끼려고 누가 슬림을 사겠어요. 프로를 사고 말지.

종미니멈 : 하긴 플스4를 살 돈이면 10만 원을 더 얹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니죠. (웃음)

시기가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가능성이 엄청나서 기대된다는 닌텐도 스위치

종미니멈 : 이제 플레이스테이션 4, 엑스박스에 대한 질문이 끝났으니까 마지막 하나가 남았네요. 예상하고 계시겠지만, 닌텐도 스위치에 대해 질문을 드릴게요. 거치형과 휴대형이 통합된 형태로 나왔잖아요. 이 형태가 의견이 많이 갈려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디몽크 : 의견을 갈리지만 반응은 뜨거웠죠. 사실 닌텐도가 거치형과 휴대형을 스위칭할 수 있는 것은 Wii U부터 도전이 된, 그리고 닌텐도가 추구하는 목표인 걸로 알고 있어요. 얘네들은 일반적인 게임 회사와 생각하는 방향이 다르죠. 아시다시피. 정말로 게이머들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원하니까 이런 점에서는 높게 평가를 해요. 도전정신까지. 하지만 이번 스위치에 대해 말을 하자면 시기적으로 조금 늦지 않았나 싶어요. 사람들은 자기의 주머니와 지갑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그에 따라서 삼성페이와 애플페이가 나오고 있어요. 지금을 더 이상 들고 다니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결제를 해서 편하게 생활을 누릴 수 있죠. 가방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 노트북은 계속 얇아지고 있어요.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을 온 거고요. 그런데 닌텐도가 굳이 스위칭해서 만드는 건 조금 늦지 않았나 싶어요. 물론 선택이긴 하지만, 거추장스럽게 하나를 더 들고 다녀야 하는 거거든요. 그게 부피가 작든 크든, 쇼핑백에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어쨌든 추가로 그걸 들고 다녀야 해요. 사람들은 이제 그런 걸 안 좋아해요. 21세기 인류는 원하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닌텐도 스위치의 기능이 시류를 거스르는 행동은 아닌가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보고요. 근데 그 도전만큼은 좋게 생각하는 게, 어찌 보면 닌텐도는 항상 퍼스트파티에 중점을 두는 회사였어요. 항상 서드파티는 뒷전이었죠. 아시다시피 기업 간에 좋지 않은 불화도 많았고요. 서드파티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을 하느냐. 이번에 스위치에 대해 유비소프트를 포함한 일부 회사는 좋게 평가했어요. 하지만 과연 이게 얼마나 응용이 될지? 물론 잘 응용이 된다면 저도 스위치는 사겠지만요. 사실 호기심은 생겨요. 궁금은 하죠.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니면서 스위치를 즐길 수 있다는 점들 말이죠. 물론 친구들이 스위치를 살지도 의문이고, 한국에 정발이 될지도, 국가코드도 어떻게 바뀔지 총체적인 난국이거든요. 정확한 스펙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말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죠. 그나마 루머가 돌고 있는 것은 테그라 칩셋이 탑제가 되었다는 점. 이러면 게이머들이 원하는 고사양 스펙은 당연히 포기했다는 것이고요. 이러면 하드웨어의 한계에 언젠가 도달을 해요. 배터리 부분도 문제가 있을 거고요. 그런데 닌텐도는 스위치를 달랑 내놓고 끝내지 않을 거예요. 모듈 방식의 악세서리를 많이 내놓을 것이고 이걸로 추가적인 창출을 해낼 거에요. 여기에 모바일 대응까지 된다면? 이번에 애플로 슈퍼마리오를 내놓았잖아요. 모바일 게임과 연동이 된다면 또 다른 혁신이 일어날지도 몰라요. 물론 지금의 인류, 아까 말한 몸을 가볍게 하려는 지금의 인류와 얼마나 시너지를 발휘할지는 모르겠지만요. 솔직히 [포켓몬 Go] 같은 경우에는 스마트폰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지 3DS였다면 이만큼 흥하지 않았을 거예요. 휴대용게임기를 따로 사야 하는 상황이었다면요. 그 문제에요. 과연 사람들이 스위치를 사서 즐길까? [포켓몬 Go]만큼만 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요. 그래서 닌텐도는 모바일 연동을 분명히 고려하고 있을 거란 말이죠. (고민) 아! 여기서 정말 끔찍한 생각인데, [동물의 숲]과 [포켓몬 Go] 같은 컨텐츠가 스위치와 모바일 연동으로 나온다면? 솔직히 [동물의 숲]만 나와도 게임을 끝난다고 봐요. 이건 제4의 닌텐도 전성기가 시작되겠죠. 그리고 캡콤하고 닌텐도의 관계를 보면 요즘에는 닌텐도로만 [몬스터 헌터]를 발매하고 있어요. [몬스터 헌터]를 스위치로 내놓고, 모바일로 연동한다면? 모바일로 아이템 장비와 도감을 활용할 수 있다면? 포켓몬 도감처럼 모바일을 활용하는 거죠. 그러니까 화면이 두 개가 되는 거죠. 3DS처럼. 3DS는 한 기에 투 디스플레이를 유지하고 있어요. 그리고 스위치에서 모바일 연동이 되면 똑같이 투 디스플레이에요. 더블 디스플레이죠. 스위치 디스플레이가 있고, 모바일가 또 다른 디스플레이가 되는거예요. 이렇게 응용이 된다면 터치까지 함께 적용이 될 거고요. 그러면 엄청난 재미를 볼 수 있겠죠.

종미니멈 : 그러면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로는 판단하기 힘들지만, 가능성이 엄청나게 열려있다는 거군요?

디몽크 : 그렇죠. 분명히 닌텐도는 스위치만으로 끝을 보지 않을 거예요. 외적인 것들. 보조배터리. 스위치잖아요. 지금 스위치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 중 하나는 배터리란 말이에요. 밖에 나가서 얼마 못한다는 생각. 그런데 배터리를 따로 줄거란 말이죠. 그러면 옆에서 끼우면 돼요. 모듈 아이템. 모바일연동. 모바일 연동이라는 게 오해하면 안 되는 게 게임을 내놓게 아니라, 모바일로 게임을 즐기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이 닌텐도 스위치에서 이용하는 한 가지 아이템이 되는 거죠. 디스플레이가 될 수도 있고, 컨트롤러가 될 수도 있는 거예요. 4인용 게임을 즐긴다 치면, 스위치는 기본적으로 2인용까지 컨트롤러를 제공하거든요. 야! 너 닌텐도 스위치 없어? 그러면 너 스위치 컨트롤러 앱 받아! 그러면 아이폰이 스위치 컨트롤러가 되는 거죠. 이건 제 추측일 뿐이지만 만약 이렇게 된다면 닌텐도 스위치는 충분히 가능성있는 콘솔이 되겠죠. 친구 4명 중에 한 명만 사면된다. 이건 새로운 혁신이 되겠죠. 물론 사람들이 원하는 고사양의 게임, 미친 그래픽의 게임은 즐길 수 없어요. 그렇지만 다른 의미에서 생각을 해보는 거죠. 우리나라 상황만 봐도 알잖아요. [서든어택] 재미있게 즐기잖아요. 모든 사람이 엄청나게 화려한 그래픽의 게임을 원하지 않아요. 재미있고 즐거우면 되요. 심지어 카이로 소프트 게임들도 재미있고 중독성 있는 게임들 많잖아요. 이런 점을 응용하는 거죠. 그러면 닌텐도는 또 다른 전성기를 맞이할 거라고 봐요. 물론 서드파티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있을 것이고, 닌텐도가 바보 같지 않다면 똑같은 전철을 밟지는 않겠죠. Wii U도 망했는데.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얘네들이 이미 모바일로 게임을 내놓고 있다는 거예요. 정신을 차린 거에요. 그런데도 바보 같은 짓을 또 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봐요. 국가코드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도 모바일이 들어가게 되면 국가코드는 의미가 없어요. 그래서 국가코드는 말이 안 나왔지만 없어지지 않을까 싶은데, 문제는 이번에도 '칩'을 사용하잖아요. 카트리지. 이게 또 의외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겠죠.

종미니멈 : 다운로드 방식이 아니라?

디몽크 : 다운로드도 가능은 하겠죠. 3DS만 해도 다운로드가 가능하니까요. 

종미니멈 : 그렇죠.

디몽크 : 근데 제가 봤을 때는 국가코드는 의미가 없어졌다고 생각을 해요.

종미니멈 : 어떻게 될지 모르는 폭탄 같은 존재네요. 실제 발매가 되었을 때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말이죠. (웃음) 역시 전문가는 생각이 다르네요.

한동안 게임 리뷰를 올리지 못했지만, 조만간 본격적으로 재개하실 거라는 예고

종미니멈 : 질문은 거의 다 끝났고요. 이제 인터뷰 마무리 질문인데, 제가 항상 인터뷰해주시는 분들에게 요청하는 낯간지러운 질문이에요. (웃음) 디몽크 팬분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디몽크 : 제 구독자분들이 리뷰 속도에 대해 많이 아쉬워 하세요. 늦게 나오니까. 제가 핑계처럼 말하는 게 일이 워낙 많으니까 여기에만 몰두할 수 없어요. 만약 누군가가 게임리뷰 하면 돈을 준다고 하면 먼저 하겠죠. (웃음) 사회생활을 병행하면서 빠른 속도로 고품질의 컨텐츠를 제작하는 건 쉽지 않아요. 그래도 팬분들에게 이것만 말씀드리고 싶은 게,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양질의 게임 컨텐츠를 보여드릴 테니까 조금만 지금의 열악한 환경을 이해해줬으면 좋겠어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러분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런 채널 운영을 하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다 같이 함께 어울려 즐길 수 있는 진짜 게이머를 위한 게임 채널, 게임 매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네요.

종미니멈 : 알겠습니다. 인터뷰는 이쯤 마무리를 하겠고요. 정말 좋은 방향성을 가지고 계신다는 걸 알 수 있었고, 사회 생활을 하시면서 하고 싶은 걸 하고 계시는 모습에서 배울 점도 많았습니다. 진심으로 앞으로 채널이 더 커져서 목표로 하는 걸 달성하시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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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Ratchet and Clank (라쳇과 클랭크)

장르 : 액션, TPS

제작사 : Insomniac Games

플랫폼 : Playstation 4

발매년도 : 2016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어떤 대상을 이야기하면서 ’~같은'이라는 표현은 매우 간편하게 대상을 설명하는 방법이다. 2013년 Playstation 3로 발매되어 수많은 게임상을 수상한 [Last of Us]를 예로 들어보자. 일반적인 방법으로 해당 작품을 설명하려면 꽤 많은 이야기를 풀어야 한다. 세밀하고 정교한 그래픽, 다양한 기법을 응용한 연출, 모션 캡쳐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진 캐릭터의 열연, 강한 몰입이 되는 잘 짜인 이야기 등 말이다. 하지만 ’~같은'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아주 간단해진다. 영화 같은 게임. 설명하려는 게임의 특징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가? 작품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영화라는 예술 작품에 비견될 만큼 대단히 뛰어나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물론 세부적인 요소에 관해서는 부연설명이 필요하겠지만, 작품의 형태와 강점을 명확히 알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영화 같은 게임 [Last of Us]. 드라마 같은 게임 [Quantum Break]. 동화 같은 게임 [Child of Light]. 종이인형극 같은 게임 [Don’t Starve]. 해당 작품들을 직접 즐겨본 게이머들이라면 이 표현에 큰 이견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이야기할 [Ratchet and Clank]를 ’~같은'으로 표현한다면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더도 덜도 말고 딱 맞는 표현이 있다. 만화 같은 게임!

그래픽 수준의 차이는 있지만 만화다움이 묻어나는 [Ratchet and Clank] 시리즈

[Ratchet and Clank]의 만화다움은 시리즈 전반에서 진하게 묻어난다. 픽사(Pixar)나 디즈니(Disney)를 연상케 하는 귀여운 디자인, 뚜렷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 등장인물,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 심각한 상황도 웃기게 만들어버리는 익살스럽고 과장된 발언과 행동까지 만화적 특징이 매우 많다. 이는 2002년 Playstation 2로 발매된 시리즈 첫 번째 작품 [Ratchet and Clank]부터 2013년 Playstation 3로 발매되어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한 [Ratchet and Clank : into the Nexus]까지 변함없었다. 여기에 1~2년이라는 짧은 주기로 작품을 내놓으면서 서서히 발전해온 그래픽은 3D 애니메이션이 연상될 만큼 만화답게 변해갔다. 이러한 이유로 [Ratchet and Clank]는 ‘만화 같은 게임'이라는 표현이 아주 잘 어울린다. 그리고 2016년, 3년이라는 전례 없는 공백기를 거친 뒤 리부트(Reboot)되어 세상에 나온 [Ratchet and Clank](2016)도 여전히 만화다움이 남아있는데…아니나 다를까 진짜 만화라고 해도 믿을만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한층 더 강화되고 세밀해진 그래픽은 본작이 만화인지 게임인지 헷갈릴 정도?!

만화다움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은 단연코 시각으로 받아들이는 이미지, 바로 그래픽이다. 애초에 만화다운 특징이 많은 작품이었지만 공백기를 거친 뒤 리부트된 [Ratchet and Clank]의 그래픽은 아주 인상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작품 간 그래픽 변화를 살펴보면 콘솔의 세대가 바뀌는 시기에 그래픽의 큰 발전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Playstation 2 시절의 마지막 작품인 [Ratchet and Clank : Deadlocked]와 Playstation 3 시절의 첫 작품인 [Ratchet and Clank : Tools of Destruction]을 비교해보면 명확해진다. 특히 [Ratchet and Clank : Tools of Destruction]부터는 그래픽이 발전되었다는 것을 넘어 만화다운 느낌이 매우 강해졌고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리부트 이전의 마지막 작품인 [Ratchet and Clank : into the Nexus]에 다다라서는 거의 3D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반영하듯 Playstation 4 로 넘어오면서 한 단계 더 높은 그래픽 향상을 일궈내어 더 깔끔한 모델링과 부드러운 움직임, 매우 선명한 색감, 공간을 가득 채워놓은 세밀한 배경묘사, 뛰어난 공간감과 원근감, 시시각각 변화하는 캐릭터들의 표정 등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만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위의 사진은 영화 속 장면일까? 아니면 게임 속 장면일까? 사실 구분 할 수 없다

그중에서 시네마틱 컷씬(Cinematic Cut Scene)은 따로 때놓고 보면 만화라도 불러도 무색할 만큼 만화와 똑같다. 어느 정도냐 하면 게임 발매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동명의 영화 <Ratchet and Clank>와 똑같은 수준. 만화 영화로 만들어진 영상과 완전히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으니 만화처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면 영화 트레일러의 일부와 게임 컷씬이 완전히 겹치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제작 순서가 게임 속 컷신이 먼저인지 영화가 먼저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만화로 만들어진 영상을 사용했다고 해서 게임이 만화 같다고 말하기는 힘들지 않냐'는 반론이 제기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 먼저 만들어졌든 간에 시네마틱 컷씬과 캐릭터의 모델링을 그대로 활용한 일반 컷씬 사이에 괴리감이 거의 없으며, 더 나아가 게임 플레이와도 큰 차이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에 [Ratchet and Clank](2016)의 만화다움을 부정하긴 힘들다. 오히려 만화디움이 극대화된 작품이기 때문에 만화로 만들어진 영상을 그대로 활용하더라도 위화감이 전혀 없는 것이며, 인게임 그래픽과 컷신 그래픽의 지나친 괴리감으로 비판을 받은 작품이 적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Ratchet and Clank]의 만화다움을 단순한 한 가지 특징으로만 치부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시네마틱 컷씬을 제외하더라고 게임 전반에 느껴지는 만화다운 그래픽과 등장인물의 익살스럽고 과장된 행동 및 농담, 단순하지만 재미있는 내용, 작중 인물의 독백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독특한 전개 방식 등 만화적인 요소가 촘촘히 박혀있기에 만화가 아닌 다른 것에 비유하기는 힘들다.

저연령층을 노린 것처럼 보이지만 남녀노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액션 TPS

그렇다면 게임성은 어떨까? 아무리 만화처럼 느껴진다 할지라도 본질은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으로써 갖춰야 할 요소들이 얼마나 짜임새를 이루고 있는지가 정말 중요하다. 작품 제목이 ‘라쳇과 클랭크'이듯 게임 진행도 라쳇으로 진행하는 구간과 클랭크로 진행하는 구간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 두 구간은 서로 다른 재미를 준다. 먼저 라쳇으로 진행하는 구간은 액션 TPS(Third-Person Shooter)로 구성되어 있다. 귀여운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액션 게임인지라 겉보기에는 저연령층을 표적으로 삼은 듯하지만, 꽤 넓은 연령대를 두루두루 만족하게 할 만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먼저,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는 간편한 조작법을 가지고 있으면서(예-자동 조준) 도전의식을 자극할만한 충분한 난이도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만화 같은 가벼운 이미지와 달리 둔탁하고 거친 연출 및 효과음으로 시원한 타격감까지 느낄 수 있고, 플레이어의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다양한 무기를 제공하되 적을 춤추게 만드는 폭탄이나 픽셀(pixel)로 바꿔버리는 광선총 등 우스꽝스러운 기능(물론 전투에서의 위력은 어마어마하게 좋다!)을 보유하여 묘한 매력을 풍기고 있다. 여기에, 상황에 따라 적절히 이용할 수 있는 지형지물의 배치로 전략성을 담아냄과 동시에 게임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다양한 수집요소와 해금요소까지 더해 남녀노소 모두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성을 구축하고 있다.

조용한 분위기의 퍼즐 플랫포머가 중심이되는 클랭크는 사뭇 다른 재미가 있다

반면에 클랭크로 진행하는 구간은 플랫포머와 퍼즐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라쳇보다 더욱 간소화된 조작법과 시스템으로 한두 개 정도의 버튼만을 이용한 간단한 형태다. 스패너(spanner)를 휘두르고 정신없이 총을 쏘는 라쳇과 달리 클랭크는 조용한 공간에서 주변 사물과 환경을 파악하여 길을 찾기 위해 머리를 써야 하는 다소 상반된 분위기를 보인다. (마치 잠입 액션을 연상케 하는데, 실제로 클랭크 구간은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잠입 임무를 하는 구간에 해당한다.) 퍼즐이 주력이 되는 만큼 난이도 분배도 중요한데 이 또한 성공적이다. 아주 단순한 형태부터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형태까지 점진적으로 난이도가 올라가고 있어 지루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게다가 적의 공격에 손쉽게 부서져 버리는 클랭크의 특성상 아기자기한 디자인에 상반되는 묘한 위기감과 긴장감까지 느껴져 은근한 몰입이 발생한다.

게임 플레이의 비중은 차이나지만 두 인물의 존재감은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라쳇으로 진행하는 구간에 비해 클랭크로 진행하는 구간이 상대적으로 분량이 매우 적다는 것이다. 제목이 ‘라쳇과 클랭크'임에 불구하고 게임 전반에 걸쳐 라쳇의 비중이 크다는 점은 꽤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다만 [Ratchet and Clank]의 핵심은 액션 TPS지 퍼즐 플랫포머가 아니므로 라쳇의 비중이 큰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동시에 장르의 비중과 별개로 클랭크의 중요성과 존재감은 결코 라쳇에 뒤지지 않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클랭크로 진행하는 퍼즐 플랫포머는 그 자체로 흥미롭지만 라쳇의 정신없는 전투가 끝난 뒤 잠시 플레이어의 머리를 식히고 분위기를 환기하는 일종의 미니게임 역할을 한다. 더욱이 퍼즐 구간을 적당히 끼워넣기식으로 담아낸 것이 아니라 작중 이야기 진행에 맞는 적절한 시기에 장르의 전환이 이루어지기에 장르의 전환도 매우 설득력 있어 어색함이 전혀 없다. (제목이 ‘라쳇과 클랭크'인데 클랭크의 활동이 생략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클랭크가 라쳇처럼 총을 들고 다수의 적과 싸우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더욱이 클랭크가 해내는 일은 임무에 있어 매우 결정적이면서 라쳇이 할 수 없기에 클랭크의 역할이 한 층 더 빛을 발한다. 이러한 이유로 게임/장르적 분량은 적을지언정 클랭크의 중요성은 절대 작지 않아 작품 전반에 두 인물의 존재감이 아주 적절히 균형을 이루고 있다.

특정 구간에서 즐길 수 있는 변칙적인 액션은 매번 신선하고 새로운 재미를 준다

다양한 형태의 액션으로 매번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플레이어는 악당을 무찌르고 우주를 구하기 위한 라쳇의 여정에 따라 여러 행성을 오가며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각 행성은 독특한 환경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새로운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을 획득해 서로 다른 게임 방식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그라인딩 슈즈를 신고 레일을 타며 속도감 있는 액션을 보여주거나, 자석이 달린 신발을 신고 벽과 천장을 오르내리며 세상을 뒤집어서 보기도 하며, 제트팩을 입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거대 외계 생물체와 싸울 뿐만 아니라, 산소호흡기를 물고 물속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며 수중탐사를 하기까지 한다. 행성을 옮길 때마다 새로운 환경을 만나는 것도 놀라운 경험이지만 그 환경에 걸맞은 아이템의 습득과 새로운 게임 방식으로의 게임 진행은 플레이어를 즐겁게 만들고 기대를 하게 한다. 또한, 아이템을 습득했다고 해서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환경과 일정 구간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설정(이 부분은 작중 이야기 전개와 일정 부분 연결이 된다)되어 있는데 이는 ‘땅 위에 두 발로 서서 싸우는’ 게임 방식이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게 해주며, 동시에 게임 진행 중에 경험하게 되는 독특한 액션이 더욱 재미있게 느껴지도록 한다. 

기본적으로 작중 이야기를 따라가는 구성이지만 다양하게 제공되는 선택사항들

장르적 특징을 제외한 다른 요소들도 짜임새가 좋다. 눈에 띄는 특징을 하나 꼽자면 일직선 구성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에게 몇 가지 선택권을 준다는 점이다. [Ratchet and Clank]는 기본적으로 작중 이야기를 따라가며 주임무를 수행하는 일직선 구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스테이지 구성은 일반적인 일직선 구성의 게임과는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모든 스테이지는 메트로배니아(또는 반/ 半 오픈월드)를 연상케 하는 형태로 다양한 갈림길과 몇 가지 보조임무를 포함하고 있으며, 수집/해금요소에 해당하는 것들을 곳곳에 숨겨놓음으로써 충분히 탐험해볼 수 있도록 구성해두었다. 이로 인해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주임무를 따라가며 중심 이야기만 즐길 수도 있고, 보조임무를 꼼꼼히 수행하면서 작중 이야기와 세계관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수집요소를 모으고 해금요소를 풀어내기 위해 스테이지를 구석구석 살피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아이템 습득을 통해 기존에는 진입할 수 없었던 곳으로 진입하는 등 탐험 요소도 잘 갖춰져 있어 즐길거리가 충분하다. 여기에 3인칭 슈팅 게임(TPS)이라는 특징을 살려 플레이어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십여 가지의 무기도 존재해 무기/전략의 선택폭도 꽤 넓다. (여담으로 앞서 언급한 적을 춤추게 하는 폭탄과 픽셀로 바꿔버리는 광선총 역시 무기 목록에서 포함되어 있는데 이렇게 개성 강한 무기 중에서 몇 가지만 선택해서 업그레이드하려면 꽤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캡틴 쿼크 - 등장인물이면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한다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게임성과 다양한 요소들에서 선택지를 제시하는 게임구성은 정말 훌륭하지만, 본작에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약점을 꼽자면 스토리. 그런데 앞서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맞는 말이다. ‘우주를 구하기 위한 라쳇과 클랭크의 모험'이라는 핵심 소재 안에서 개성강한 캐릭터, 유쾌한 대화, 익살스러운 상황,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 흐름 등 작중 이야기 자체는 흥미롭고 재미있다. 등장인물들의 어처구니없는 농담은 매번 실소하게 만들고, 결말이 너무 뻔하지만 어떤 형태로 끝을 맺을지 기대감이 생기며, 라쳇과 클랭크의 어떤 여정을 떠날지 기다려지게 된다. 게다가 이야기 전달은 일반적인 ‘보여주기’(화자가 따로 존재하지 않고 영상으로 이야기를 전개) 방식이 아닌 작중 등장인물인 캡틴 쿼크(Captain Qwark)가 ‘들려주기’(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가 따로 존재) 방식은 매우 인상적이다. 마치 플레이어에게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지. 내 이야기 좀 들어봐.'라고 하듯 이야기를 풀어가기 시작하기에 초반에는 굉장히 흥미롭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끝도 캡틴 쿼크의 과거 회상이 끝나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져 끝맺음이 매우 깔끔하다.

전달방식이 변화하는 것은 물론 산만한 형태가 되어 전달력이 떨어지는 문제점

그러나 이러한 흥미로운 전달방식이 지속되는 게 아니다. 가장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중반부에서 상당 부분이 '보여주기'로 전달 방식으로 바뀌기에 전달방식의 일관성이 부족해 몰입도가 약간 떨어진다. 캡틴 쿼크의 목소리에 한껏 몰입했다가 갑자기 평범한 컷씬이 반복되어버리니 흥미가 조금 식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캡틴 쿼크의 화자로서 역할이 점차 줄어들고 부연설명을 해주는 해설자의 역할로 바뀌게 되어 캡틴 쿼크의 목소리에 대한 몰입 자체도 떨어지게 된다. 더욱이 이야기가 아닌 정보전달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느껴지는 형태(임무 수행 후에 종종 볼 수 있는 ‘정보봇’에 해당)의 컷씬으로 인해 흐름이 산만해지며,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자유롭게 진행하는 게임의 특성상 이야기 흐름이 쉽게 끊길 수 있다는 문제점이 한층 더 크게 작용한다. 이 때문에 게임을 끝내더라도 어떤 여정을 거쳐 우주를 구하게 되었는지 기억에 잘 남지 않으며, 그저 이곳 저것 떠돌면서 시키는 대로 하다 보니 우주를 구하게 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다시 말해, 이야기의 흐름이 불분명하고 전달력이 조금 떨어진다는 의미다.

이왕 리부트한 김에 좀 더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만들었으면 더 좋지 않았나 싶다

물론 '만화다운’ 게임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가볍고 단순하게 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Ratchet and Clank] 시리즈의 이야기가 가지는 특성을 생각해볼 때 깊이 있고 짜임새가 뛰어난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은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Ratchet and Clank](2016)가 긴 공백기를 거치면서 처음으로 리부트(Reboot)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야기 측면에서 좀 더 신경 쓰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으며, 앞서 언급한 픽사(Pixar)나 디즈니(Disney)도 만화이지만 예술적이면서 메시지를 담고 있듯이 만화답지만 충분히 뛰어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으리라 본다. 반드시 만화라고 해서 재미만 추구하고 단편적인 형태로 내용을 풀어낼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라쳇과 클랭크, 그리고 캡틴 쿼크가 보여줄 앞으로의 여정이 크게 기대된다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훌륭한 게임성과 멋진 그래픽, 만화다움이 물씬 풍기는 개성 있는 특징은 정말 대단하다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번 [Ratchet and Clank]가 리부트(Reboot)된 작품임을 생각해볼 때 충분히 성공적인 출발이며, 이전 시리즈가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아왔듯 이후 작품들도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단,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수의 작품을 내놓은 시리즈인 만큼 매너리즘(mannerism)은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며, 리부트를 진행한 김에 조금 더 깊이 있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담아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을듯하다. 라쳇과 클랭크의 모험은 이제 다시, 막 시작했고 첫 여정은 멋지게 마쳤으니까 말이다.

못다 한 이야기

- 게임 구성에 대한 다른 특징을 이야기하자면 '플레이어에게 아주 친절한' 특징을 들 수 있다. 다양한 무기를 제공하는 TPS임에도 불구하고 탄약 공급이 매우 많아 무기 부족으로 인해 게임의 난이도가 올라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체크포인트가 자잘하게 설정되어 있어 게임 진행 중 사망하게 되더라도 큰 부담이 없으며, 사망에 의한 경험치 삭감이 없어서 어려운 구간은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레 끝낼 수 있게 된다. 어린아이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춘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

- 작중 캡틴 쿼크의 인물상은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부실한 무능한 리더'다. 초반에는 대단히 뛰어난 인물처럼 표현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허영심이 가득하고 무모한 인물로 묘사되는데, 이게 캡틴 쿼크의 화자로 역할의 비중 변화와 묘하게 연결이 된다. 캐릭터의 위엄이 점차 떨어지다가 마지막에 클랭크가 손을 내밀면서 다시금 주요 인물로 복귀하는 것을 암시하는 흐름이, 화자로서 영향력을 거의 상실했다가 마지막에 캡틴 쿼크의 대사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것과 유사하다. 만약 의도한 것이라면 정말 대단한 짜임새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 라쳇과 클랭크의 작중 비중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사실 라쳇으로 진행하는 구간에서 클랭크도 항상 등장한다. 라쳇은 클랭크를 백팩처럼 메고 다니며 전투에 임하고, 클랭크는 각종 기능을 활용해 전투를 보조해 준다. 애초에 클랭크는 항상 라쳇과 함께 했기 때문에 비중은 결코 라쳇에게 뒤지지 않는다. 다만 상대적으로 라쳇에세 시선이 집중되는 게임이다 보니 클랭크의 활약 및 다른 게임성으로 존재감을 강화한 것이라고 본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클랭크는 라쳇과 동등한 위치의 파트너가 아니라 조연이자 조력자로 전락했을지도 모른다.

- 레이싱이나 비행 슈팅 등 장르가 크게 바뀌는 구간도 존재하는 데, 액션 TPS라는 작품 전체의 장르적 색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도에 그치기에 큰 문제가 안 된다. 게다가 '만화다운' 게임이기 때문에 어떤 장르는 넣어도 위화감 없이 잘 어울린다는 강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액션-호러 게임의 색깔이 지나치게 강한 [Bio Hazard 6]가 지나치게 다양한 장르를 담아내 비판을 받은 것을 생각하면 꽤 신기하기도 하다. 아마 만화적인 특징이 여러 장르를 혼합할 수 있는 매개가 된 것일지도?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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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게임을 즐기는 사람’과 ‘게임을 만드는 사람’만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사이에는 게임이라는 물건을 제작자로부터 소비자에게 전달해주는 ‘게임을 파는 사람’이 있죠. 우리에게 가장 가까우면서도 인지하기 어려운, 그리고 게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기 쉽지 않은 그런 분들입니다. 그래서 종미니멈이 직접 게임매장 사장님을 만나러 가보았습니다. 답하기 곤란할지도 모르는 부분도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셨고, 생각지도 못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볼 수 있었죠. 2003년부터 ‘현대게임마트 포항점’을 운영해오신 14년 차 게임매장 사장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종미니멈 : 사장님 소개 먼저 해주시겠어요?

황사장님 : 뭐 어떻게 해야 되나요? (웃음) 어디 사는 몇 살 누구 이렇게 하기는 애매하고…

종미니멈 : 자유롭게 해주시면 되요. (웃음)

황사장님 : 포항에서 게임마트하는 ‘황'이라고만 해주세요. (웃음)

종미니멈 : 황? 황사장님? 알겠습니다. (웃음) 가게를 처음 여신 때는 언제이신가요?

황사장님 : 2003년인가? 2004년부터 했을거에요. 13년차 될거에요.

종미니멈 : 2003년이 맞다고 생각하는 게 카페 개설일이 2003년, 2003년부터 회원제로 운영했다고 되어있더라고요.

황사장님 : 아! 맞네요. (웃음)

종미니멈 : 가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시나요?

황사장님 : 그냥 게임이 좋아서 시작했죠. 그저 좋아서.

종미니멈 : 게임을 좋아하신다면 이 부분을 여쭤보지 않을 수 없는데, 게임에 빠지게 된 작품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사장님 세대라면 소닉이나 마리오까지 올라가야 할 것 같은데?

황사장님 : 아이 그거보다 더 올라가야죠 (웃음) 특별히 빠졌던 게임은 없어요. 게임 자체를 워낙 좋아하다보니까 이것저것 많이 했었어요. 어디에 편중되서 한 것도 없고 여기에 들어오게 된 계기가 된 것은 없고요. 워낙 어릴 때부터 여러가지를 좋아했어요.

종미니멈 : 그러면 사장님이 유년시절이셨을 때부터 게임 콘솔을 사고 하셨던 건가요?

황사장님 : 게임을 처음 샀을때는 초등학생때였죠.

종미니멈 : 어떤 거였죠? 기종이?

황사장님 : 패밀리

종미니멈 : 패밀리? 정말 옛날 게임기네요

황사장님 : 제일 처음 샀던 게 패밀리죠. 패밀리가 현역이던 시절부터 시작했으니까요. 그 이후로는 슈퍼패미콤, 메가드라이브, 세가 새턴 순서로 쭉 올라왔죠.

종미니멈 : 뭔가 실감이 잘 안 나네요. 저는 처음 게임을 했던 게 우리나라에 메가드라이브가 알라딘 보이라는 이름으로 수입이 되었잖아요. 그게 첫 게임기거든요.

황사장님 : 별로 차이 안 나네요. (웃음) 몇 년 차이 안 나요.

종미니멈 : 저는 차이가 많이 난다고 생각했는데… (웃음) 

게임 매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게임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아야 한다는 사장님

종미니멈 : 제가 얼마 전에 국제전자센터에 다녀왔어요. 서울에 살았지만, 매번 못 가다가 인제야 가게 되었는데 그쪽은 규모를 크게 하잖아요. 대표적으로 한우리. 아예 대형서점처럼 타이틀을 대량으로 갖춰놓고 오는 사람들한테 팔고 중고를 매입하고 하는 형태죠. 사장님은 어떤 방식으로 물건을 준비하고 판매를 하시나요? 예를 들면 비주류 타이틀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지금 뒤쪽에 보이는 [칼라디우스 블레이즈] 같은 경우는 플레이스테이션4로 나왔지만 찾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거라고 보는데…

황사장님 : 그렇죠. 주류는 아니죠.

종미니멈 : 저런 타이틀 같은 경우는 대량으로 들여놓기가 애매할 것 같아요. [언챠티드] 같은 경우는 누구나 찾으니까 많이 들여놔도 상관없을 것 같고요. 이런 측면에서 주로 다루는 품목과 적게 다루는 품목의 선정 기준이 어떻게 될까요?

황사장님 : 일단은 신작들 위주로 들여놓는데, 신작 중에서도 인지도를 살펴보고 수량을 조절해서 받는 거죠. 손님들이 예약하거나 문의를 하시는 빈도로 판단하거나, 해외리뷰도 참고할 수도 있고요. 그리고 여러 온라인 사이트나 웹진, 커뮤니티들이 많이 있잖아요? 거길 보면 어떤 게임이 인지도가 있고 인기가 있겠다는 게 보이니까 그걸 참고삼아서 수량을 조정하죠.

종미니멈 : 인터넷에서 접하는 정보로 바탕으로 판단하시는 거군요?

황사장님 : 인터넷 정보가 반. 매장에 오시는 손님들 문의나 예약이 반. 이걸 합해서 판단하죠. 입고를 시킬 때.

종미니멈 : 그러면 요즘은 인터넷 발달이 잘 되어있으까 정보를 많이 접하실 수 있는데, 2003년 플레이스테이션2 시절만 해도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하셨나요?

황사장님 : 그때는 거의 손님들 문의하는 게 지대하게 영향을 미치죠. 문의가 많거나 예약이 많거나 하는 걸 위주로. 예약받는 수량에서 플러스 알파 해서 받고, 거의 없는 건 스스로 판단을 하거나 해외자료를 많이 봤죠. 그 당시에는 잡지가 많았고 발매전에 리뷰가 뜨니까. 그런 것을 참고해서 리뷰점수가 꽝인 경우는 피하고, 그게 아닌 경우에는 발매 전에 정보가 계속 나오니까 참고삼아서 보는 거죠. 정보량이 많다는 것은 아무래도 인기가 많다는 것이기도 할 테니까요.

종미니멈 : 그런 점에서 최근에 주목받았던 것에 비해 판매성과가 안 좋았던 것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노 맨즈 스카이]라던가…

황사장님 : [노 맨즈 스카이]는 처음부터 기대 안 했어요. (웃음) 크게 많이 팔릴 물건은 아니라고 판단을 했어요.

종미니멈 : 그러면 생각이랑 다르게 팔린 작품이 뭐가 있었을까요?

황사장님 : 가장 최근에 나온 것 중에서는 [엑스컴2]. 기본적으로 하실 줄 알았는데 평이 별로였었고, 또 뭐가 있었더라? (고민 중) 나머지는 그냥저냥 했던 것 같고 기대를 안 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찾았던 것은 [다크사이더스2]. 쟤는 크게 기대를 안 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찾으셨어요. [데드라이징 리마스터]도 그랬고요. [바이오쇼크 리마스터]는 조금이라도 찾으실 줄 알았는데 언어가 영어로 된 것 때문인지 안 찾으시더라고요.

종미니멈 : 언어적인 부분이 판매량에 영향이 큰가요?

황사장님 : 엄청 커요. 특히나 최근에는. 한글화가 많이 나오니까 사람이 한번 편해지면 불편한 쪽으로는 안 가려고 하거든요. 한번 한글화 게임을 접하니까 영어로 된 게임은 번거롭고 귀찮아서 잘 안 하시게 되죠.

종미니멈 : 그런 이야기가 있어요. 한글 게임이 많이 나오기를 원한다면 게이머들이 한글이 아닌 게임이라도 많이 사야 된다는 의견이 있는 쪽이 있고, 한글판이 나왔을 때 잘 사줘야 한글이 더 잘나온다라는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황사장님 : (웃음) 그건 그렇게 반반으로 나올 수밖에 없어요. 자기가 어느 쪽으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자기가 선호하는 대로 하면 된다고 봐요. 한글이 아니더라도 괜찮다면 영문을 사주는 게 맞고, 조금 기다리더라도 한글로 해야겠다 싶으면 한글판을 기다리면 되고요. 다만 문제는 국내 시장에서 전체적인 판매량이 올라가는 게 중요해요. 영문이든 한글이든. [드래곤 퀘스트 히어로즈] 같은 경우는 일어판이 먼저 나오고 한글판이 나왔는데, 한글판이 나오고나서 일어판의 가격이 덤핑이 되면서 가격이 많이 내려갔거든요. 그런데 일어판이 워낙 싼 가격 때문에 판매량이 상당히 많이 나왔고, 이게 판매량 파이가 커지게 된 거니까 다른 작품에 한글화가 되는 것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고요. 한글이든 아니든 전체적인 판매량이 중요하지 않냐고 봐요. 제작사 입장에서도 한글이든 아니든 '이 정도로 팔리는 시장이구나?'라는 게 가늠이 서면 한글화를 타당하게 검토를 해볼 테니까요

종미니멈 : 그러면 중요한 건 시장 안에서 얼마나 팔리느냐가 결정적이라는 말씀이시네요.

황사장님 : 그렇죠. 영문판은 1만 장 팔리고, 한글판이 3만 장 팔린다고 무조건 한글화를 하는 게 아니고, 한글판이 1만 장 팔리더라도 영문판이 4~5만 장 팔리면 다시 한글화를 생각해볼 수 있는 거죠.

종미니멈 : 전체적인 판매량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매장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매력! 하지만 가격을 우선시한다면 인터넷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종미니멈 : 요즘은 게임뿐만 아니라 도서도 그렇고, 음반도 그렇고 인터넷으로 상품을 사는 사람이 많아졌잖아요. 예전에는 인터넷 쇼핑이 활성화가 안 되어 있어서 매장을 찾으시는 분이 많았죠. 그런데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면 이런 의견이 있어요. ‘굳이 매장 가서 살 필요가 있느냐?’ 하지만 저는 매장만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은 하는데 뭐라고 규정은 못 하겠어요.

황사장님 : (웃음)

종미니멈 : 그래서 서울에 국전 갈 때 엄청 기대를 많이 하고 갔었고, 기대했던 모습 그대로고, 정말 분위기가 좋아서 이런 매장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포항에 남은 매장이 여기밖에 없잖아요. 정말 아쉬웠거든요. 사장님이 생각하시기에 게임매장만의 매력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황사장님 : 온라인 이야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순 없겠네요. 온라인의 장점은 가격이에요. 요즘 분들은 천원, 이천 원에도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그런 분들은 온라인으로 가시는 거죠. 그게 아니고 매장에 오시는 분들은… 장사하면서 여러 사람을 겪어보고 느낀 점인데 사람마다 추구하는 게 달라요. 편리함을 추구하시는 분들도 있고, 가격 면에서 추구하시는 분들이 있고, 물건을 사고팔고를 떠나서 단순히 찾아와서 이야기를 나누는 걸 즐거움을 찾으시는 분들도 있어요. 가장 전자의 분들은 온라인으로 가는 거죠. 하루 이틀 더 기다리더라도 더 저렴한 가격이 좋다면 온라인으로 가시는거고, 기다리는 거 싫고 몇 천원 차이나더라도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르는 걸 원하시는 분들은 매장으로 오죠. 그리고 게임사는 건 뒷전이고 (웃음) 이것저것 이야기 나누고 싶어서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 분들이 매장을 자주 찾아오시죠. 그리고 이 외에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여러 사람이 말하는 부분이 '편리하게 부탁하기 쉽다'라고 하시죠. 예를 들면 한정판이 나오거나 예약을 해야 되는데, 몇 시부터 땡하는데, 나는 도저히 일하는 시간이라서 할 수가 없다. 사장님 이것 좀 대신 주문 좀 해달라고 하죠. 아무래도 단골분들이라면 더 신경을 써드릴 수밖에 없죠. 그런 것을 하거나 나중에 부탁을 해야 할 것들이 있다면 부탁하기 쉽죠. 특정 중고품이 들어오면 챙겨달라고 하던가 라는 게 있죠.

종미니멈 : 맞네요. 인터넷을 통해 구입을 하는 건 어찌 보면 직접 해야 되는 거네요.

황사장님 : 그리고 중고 같은 경우에도 금액적인 측면에서 장점을 느끼는 분들은 직접 글을 올리고, 포장하고, 택배를 보내는 편이지만 이런 걸 굉장히 귀찮아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내가 몇천 원 덜 받더라도 편리하게 하는 게 좋지.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은 들고 오셔서 매장 마진만큼 손해를 보겠지만, 매장에 중고를 처리하죠.

종미니멈 : 오히려 매장을 이용하는 게 편리한 점이 더 많네요.

황사장님 : 편리냐 금전적 이익이냐. 여기서 갈리는 거죠.

종미니멈 : 아하!

황사장님 : 매장 마진이라는 게 들어갈 수밖에 없으니까 금액적으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죠.

종미니멈 : 그래서 국전 갔을 때 느꼈던 게, 게임은 안 사고 직원분이랑 이야기만 하는 사람도 많았거든요. (웃음)

황사장님 : 맞아요. 이야기하는 게 좋아서 오시는 분도 있어요. (웃음)

종미니멈 : 그런 부분도 있군요. 새로운 사실이네요.

황사장님 : 사람들 취향이 워낙 다양하고 독특해요. 이런 분도 있고 저런 분도 있고 그래요.

양기종 경쟁이 상품 판매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엑스박스가 패배한 이유.

종미니멈 : 이번에는 최근 콘솔 현황에 대해 궁금한 건데요. 요즘은 플레이스테이션4가 나오면서 거의 다 플스로 기울어졌고, 엑스박스는 안보이고요.

황사장님 : 저희는 엑스박스 취급을 안 해요.

종미니멈 : 맞아요. 국전에 한우리도 그렇더라고요.

황사장님 : 대부분 매장이, 어림잡아서 전국 80% 정도가 엑스박스는 취급을 안 할 거에요.

종미니멈 : 그만큼 플레이스테이션4가 이례적일 만큼 많이 팔리고 있고 한글화도 많이 되고 있잖아요. 그런데 콘솔 간에 경쟁이 상품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나요? 

황사장님 : 대형매장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희 매장 기준으로 보면 양 기종 경쟁이 부담이 됐으면 부담이 되었지 득은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세계적으로 보면 경쟁을 하는 게 유저들에게는 이득이지만 저희처럼 판매만 하는 입장에서는 한쪽이 독식해서 횡포를 부리지 않는 이상 한쪽만 해서 꾸준히 팔리는 게 이득이에요. 소규모 업체들은 양 기종을 다 다루려면 준비할 수 있는 물량이 정해져 있는데 그걸 반으로 잘라야 해요. 한 기종에서 열가지 종류를 취급할 수 있는 것을 양 기종을 다루게 되면 다섯 가지씩만 취급할 수밖에 없어요. 이런 문제 때문에 전부 다루기는 힘들어요. 그래서 차라리 플레이스테이션4 같은 경우도 횡포를 부리는 경우는 거의 없고 독점작들이 잘 나오고 있으니까 양 기종을 다룰 때보다 지금이 더 판매하기는 좋은 것 같아요.

종미니멈 : 그래서 지금은 플레이스테이션4만 집중하고 있으신 거군요?

황사장님 : 엑스박스는 자연적으로 도태된 거라고 보는 게 맞아요

종미니멈 : 엑스박스가 졌잖아요. 엑스박스 360까지는 괜찮았는데…

황사장님 : 해외에서는 비등비등하다는 소문도 있지만, 국내에서는 너무 밀렸어요. 따라잡기 어려울 만큼 밀렸죠.

종미니멈 : 왜 엑스박스가 졌다고 생각하시나요?

황사장님 : 일단은 처음 소문이 참 무서운 건데… 처음에 플레이스테이션4와 엑스박스1 이 나올 때 소문이 엑박은 가격이 비싸고 게임은 별거 없고 성능도 떨어진다고 소문이 깔려버리니까 구매자들 수가 플스4 쪽으로 몰리기 시작하죠. 그러다 보니 엑박쪽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계속 격차가 벌어진 거죠. 게다가 유통 자체도 탄력적으로 해야 됐는데, 이미 시기가 너무 늦었어요. 밀리는 기미가 보였을 때 밀어붙여서 기반을 잡아야 하는데, 한글화 예정 타이틀이 무산되고, 가격도 플스4보다 비싸고, 성능도 처지는 편이고요. 같은 게임이 나오더라도 퀄리티가 조금씩 떨어지게 나오니 장점도 없고, 기대작들 한글화도 전부 무산돼버리고 하니까 점점 플스 쪽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죠. 그래서 기계판매량도 떨어지면 소프트도 안 팔리고, 소프트는 기본 생산량이 있으니까 팔려면 덤핑을 해야 되고, 악순환의 연속이죠. 발매된 지 일주일 만에 덤핑되는 경우도 있고요. 지금 초유의 사태죠. 기계도 덤핑처리가 되고 있잖아요. 30만 원대 기계가 20만 원대로 덤핑처리되기도 하니까. 밀릴 수밖에 없죠. 사실 키넥트가 유일한 희망이었는데 키넥트는 컨텐츠가 한정적이라.. .찾으시는 분들이 있어도 그것 때문에 매장에서 갖추기는 부담이 되죠.

종미니멈 : 어찌보면 키넥트는 엑스박스의 회심의 일격이었는데 막상 아무것도 없고…

황사장님 : 막말로 지금 VR보다 컨텐츠가 부족할 거에요. VR은 컨텐츠를 어마어마하게 쏟아내고 있거든요. 질을 떠나서 초반에는 양으로 밀어붙어야 하거든요. (웃음)

종미니멈 : 선점효과라는 거죠?

황사장님 : 맞아요. 양이 확보되어야 그중에서 선별하고 질을 다져나갈 수 있죠.

1세대는 너무 이르니 2세대, 3세대를 기다리는 게 좋다는 사장님의 견해

종미니멈 : 그러면 플레이스테이션 VR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VR 찾으시는 분들 많나요?

황사장님 : 정말 많죠! 물량이 없어서 못 팔죠.

종미니멈 : 국전 갔을 때 소니 직원이 하는 말씀이 올해는 생산 예정이 없어서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사장님이 보시기에는 VR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황사장님 : 저도 직접 해봤는데 매장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말을 하면 안 되지만 (웃음) 대부분 손님들한테 '조금 더 기다려보고 결정해라'라고 하는 편이에요. 이건 매장하는 사장입장이 아니라 게이머 입장인데, 아직은 1세대기 때문에 이르지 않나 싶네요. 가격 측면에서 가격도 내려가야 할거고 대중성도 부족하지 않나 싶어요. 컨텐츠는 많이 나왔지만 가격이 너무 부담돼요. 본체가 있는 사람도 최소 5~60만 원은 준비해야 하고 본체가 없는 사람은 100만 원 이상 돈이 드는데 그건 많이 부담되지 않나 싶어요. 

종미니멈 : 그렇네요. 가격이 가장 부담이 클 테니까.

황사장님 : 물론 금액적인 부담이 안 느끼는 분들은 상관없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체험공간에서 30~40분 체험하면 손 터실 분들이 절반 이상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적지 않은 분들이 멀미 때문에 못하시는 경우도 있고, '아 이런 거구나!’ 정도에서 만족만 하고 흥미가 식어버릴 수도 있죠. 그래서 아직은 조금 힘들지 않나 싶네요. 가격이 지금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겠죠. 2세대나 3세대가 나올 때쯤? 그때 되면 지금과는 또 분위기가 달라지겠죠.

종미니멈 : 금액 측면, 그리고 아직은 1세대이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

황사장님 : 주변기기가 본체보다 비싸다는 게 말이 안 돼요. (웃음)

종미니멈 : 저도 그게 좀 의아했어요. 그리고 구성품을 봤는데 본체보다 더 많더라고요. 연결해야 되는 것도 많고…

황사장님 : 나름 VR 기기 중에서는 가장 저가모델이기는 한데, 오늘 아침에 뉴스 보니까 중국 쪽에서 300달러 정도의 VR기기가 발매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점차 가격은 내려갈 거에요. 아마 10~20만 원대로 가격이 내려간다면 훨씬 더 대중들에게 가깝게 다가가지 않을까 싶네요. 성능이나 재미를 떠나서 아직은 가격이 너무 부담이 돼요. 

종미니멈 : 가격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요

황사장님 : 소니에서는 양날의 검으로 생각해야 하는 게, 이게 체험관을 열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잘 생각해야 할거에요. 한번 체험해보고 나서 아예 VR에 흥미가 식어버리는 분들도 적지 않아서 지금 달아오르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어요. 아마 VR을 경험해본 담당자라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웃음)

'재미'라는 본질을 극도로 추구하는 측면에서 닌텐도 스위치는 아주 기대되는 녀석!

종미니멈 : 신기종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이렇게 된 거 이 주제도 이야기해보죠. 얼마 전에 기사를 보셨을 거예요. 닌텐도 스위치. 

황사장님 : 아! 스위치!

종미니멈 : 어떻게 생각하세요?

황사장님 : 나름 기대를 하고 있어요.

종미니멈 : 어떤 부분에서요?

황사장님 : 닌텐도라는 회사의 특성상 뭔가를 만들어낼 때, 만들어낸 결과를 보면 가지고 노는 재미를 추구하는 게 보여요. 큐브 때도 그랬고, DS 때도 그랬고, Wii 때도 그랬고. 가지고 놀 때 재미있다는 걸 느껴지게끔! 플레이스테이션 얘네들은 좀 더 다양하고 가치가 높다고 표현해야 하려나요?

종미니멈 : 고사양?

황사장님 : 네. 고사양. 플스나 엑박이 고사양을 이용한 화려한 경험을 추구한다면 닌텐도는 화려함보다는 가지고 놀았을 때 순수한 재미, 소소한 재미를 추구하는 것 같아요. 이번에 스위치도 그런 요소를 잘 녹여낸 것 같고요. 거치와 휴대를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고, 기계 하나로 휴대하면서 혼자 즐길 수도 있고, 예전부터, 게임보이어드밴스 때부터 원하던, 여러 사람이 즐기려면 사람마다 기계가 다 있어야 하는 게 정말 불편했는데 기계 하나로 최소 두 명, 많게는 네 명까지 즐길 수 있으니까 함께 노는 재미를 굉장히 잘 구현해냈다고 생각해요. 엄청 기대 중이에요.

종미니멈 : 그러면 스위치에 관해서 물어보는 손님도 있나요?

황사장님 : 아직은 없어요. 정식으로 소개된 것도 아니고 해외에서 소개 비디오 정도만 나왔으니까 아는 분만 알고 모르는 분들은 나왔는지도 모르죠. 그런데 만약 나온다면 국내에서 빨리 출시되었으면 좋겠어요. Wii에서 너무 오랫동안 버티고 있어서 Wii에서 털고 빨리 스위치에서 넘어오게 해야죠. Wii는 컨텐츠도 없는데 계속 붙들고 있는 꼴이니까 다른 쪽으로 이탈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닌텐도는 빨리 잡아야 하지 않겠나 생각해요

종미니멈 : 국내 시장에서는?

황사장님 : 국내 시장 기준으로. 해외야 똑똑한 분들이 알아서 하실 거고 저는 국내시장만 생각해야죠. (웃음)

종미니멈 : (웃음) 그러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계신다?

황사장님 : 네. 개인적으로는 엄청 기대하고 있어요.

종미니멈 : 닌텐도 스위치도 사장님께서도 글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갑론을박이 참 많거든요.

황사장님 : (웃음)

종미니멈 : 스마트폰도 들고 다니기 힘든 시대에 무슨 닌텐도 스위치냐 등 여러 의견이 많거든요. 어찌 보면 게임기니까 재미있으려고 사는 거니까 편의성보다는 재미가 중요할 것이고 그런 점에서는 굉장히 긍정적이다 보신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황사장님 : 닌텐도 게임 해보신 분들은 알아요. 아주 소소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본질적인 재미가 있어요. 특히 혼자 놀 때보다 몇 명이 모였을 때 본질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들이 정말 많아요. 그런 점에서 닌텐도 스위치를 궁합이 잘 맞을 거라고 봐요.

종미니멈 : 마리오도 처음에는 혼자 하는 게임이지만 최신작들은 세 명 네 명 같이 하는 형태니까… 

황사장님 : 그렇죠. 지금 나오는 마리오는 4인까지 되고, 방금 얘기하셨던 [마리오 브라더스]나 [대난투], [마리오 카드] 이런 걸 가볍게 들고 다니다가 어디 피크닉가서 놔두고 조그만 거 하나씩 들고 게임을 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재미있을 거에요.

종미니멈 : 어찌 보면 닌텐도가 추구하는 가족 단위의 타깃도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황사장님 : 그렇죠. 그리고 아까 이야기했던 거치형과 휴대형을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 될거에요. 플스4 게임 하는 사람들도 야외 나들이 가면 비타를 이용한 리모트 플레이 정도에, 그마저도 혼자 논다는 말이죠. 하지만 스위치는 프로젝터 같은 게 따로 없어도 캠핑가서 '마리오 카드 한판 하자!’ 이런 식으로. 야외에 나가서 즐길 거리가 생기는 거니까 닌텐도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기기를 더 오랫동안 가지고 놀게 되는 것이고 그게 닌텐도가 노리는 바일 거라고 봐요.

가게를 운영하시면서 마음이 편치 않은 일이 생기신 적도 있다고 한다

종미니멈 : 드림캣치 홈페이지 보니까 게임만 파시는 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황사장님 : 예전에 피규어도 조금 팔았어요. 지금은 그만두고 피규어 하던 사이트를 버리기는 아까워서 중고를 조금 올려놓는 형태에요. 주력으로 사용하는 건 아니고 보조적인 역할이죠.

종미니멈 : 메인은 여기?

황사장님 : 메인은 오프 매장이죠. 그리고 사실 중고를 대량으로 올려서 제대로 키워보려고 했는데 안 되겠더라고요.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개인 유저들을 대상으로 팔려고 내놨더니 업자들이 와서 많이 빼가요. 그 사람들 입장에서 내가 올려놓은 가격이 자기들 판매가격보다 천 원이라도 더 싸다? 그러면 자기들 물량으로 땡겨가서 팔면 마진이 남거든요. 그래서 업자들이 와서 대량으로 열 개든, 스무 개든 땡겨가더라고요. 그래서 이건 주력으로 밀고 가서는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런다고 해서 더 비싸게 올릴 수는 없고 매장에서 정해진 가격으로 팔아야 하는데… 그래서 보조적인 역할로만 활용하고 있어요.

종미니멈 : 어찌 보면 순수하게 사업하는 입장에서는 대량으로 팔리는 게 좋은 일이 아닐까요?

황사장님 : 장사를 하다 보면 그런 일이 있어요. 속상할 수도 있고 그렇다고 넘길 수도 있는데… 업자는 아까 방금 말했던 부분이고요. 개인의 경우는 저희 매장에 와서 나름 단골이라고 말하면서 할인을 많이 받아서 가져가는데 그날 저녁에 '평화로운 나라’(중고 거래 사이트를 칭하는 듯)에 올려버려요. 거기서 몇천 원을 더 붙여서! 이런 일을 몇 번 경험하니까 기분이 좋진 않더라고요. 물론 주위에서는 장사하는 사람인데 마진 챙겼으면 손해 본 거 아니니까 잊어버리라고 그게 속 편하다고 하시는 분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는 신경 써서 기분 좋게 줬는데 가격을 더 붙여서 팔면 손님을 뺏긴다는 생각도 들고 호의를 베푼 게 영 기분이 좋지는 않더라고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런 부분이 좀 있어요.

종미니멈 : 썩 유쾌하지는 않네요.

황사장님 : 그리고 이거는 제 일은 아니고 지인이 장사할 때 겪은 일이에요. 흔하지 않은 기계가 들어와서 단골 손님한테 싸게 팔았데요. 그런데 그 손님이 몇 달 뒤에 그 손님이 와서 '서울에 전자상가서 몇만 원 더 붙여서 팔았다'라고 자랑을 했다고 하는데 정말 기분이 안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어찌 보면 기본적인 매너 문제고 서로 모르면 기분이 나빠질 일이 없는데 그런걸 자랑처럼 말하면 속상할 수밖에 없겠죠.

종미니멈 : 그 손님이 나쁜 의도로 말한 건 아니겠지만,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불법 다운로드와 복제 CD가 게임 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사장님의 솔직한 경험담

종미니멈 : 이쪽은 다 콘솔 게임이지만 이쪽은 PC게임이잖아요.

황사장님 : PC는 많이 죽었죠.

종미니멈 : 언제쯤 죽었다고 생각하시나요?

황사장님 : 오래됐죠. (침묵) [스타크래프트 1] 합본 나오고, [워크래프트 3] 합본 나오고 그 이후로? 제가 매장을 시작할 때가 [워크래프트 3 프로즌쓰론]이 나올 때거든요. 2004년? 그 뒤로 조금 지나서 [워크래프트 배틀체스트] 합본이 나왔을 때까지도 괜찮았는데, 그 뒤로는 죽어버렸죠.

종미니멈 : 이 부분에 관해서는 이야기가 참 많아요. 온라인 게임 때문에 죽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불법 다운로드 때문에 죽었다는 의견도 있는데 사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황사장님 : (웃음) 제가 보기에는 불법다운로드가 70%, 스팀이 30%? 

종미니멈 : 역시 불법다운로드가 엄청 크네요. 그런데 스팀은 그 당시에 국내에서 유명하지는 않았을 텐데요?

황사장님 : 초창기에는 아니었는데 스팀에서 [카운터 스트라이크]랑 [하프라이프]가 나오면서 점차 입지를 키워오다가 수년 전부터 스팀이 연쇄할인마로 모두 잡아먹었죠. 그때부터는 30% 이상이 넘죠. 그리고 EA, 오리진이 뒤를 따라가는 형태고요. 사실상 불법다운로드가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보는 게 맞을 거에요. PC 쪽은 돈 주고 게임을 하면 바보라는 분위기가 많았으니까. 그리고 워낙 PC게임 복제가 잘 뚫렸고. 지금이야 스팀으로 하는 것들은 잘 안 뚫리니까 괜찮긴 한데 패키지로 나오던 것들은 잘 뚫렸으니까요. 그게 한국 시장에서는 제일 크죠. 불법다운로드.

종미니멈 : 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우리나라에 좋은 게임들이 정말 많이 나왔는데 말이죠.

황사장님 : 플스2 시절에도 정품사면 바보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웃음)

종미니멈 : 플스2 시절에도요?

황사장님 : 네.

종미니멈 : 사실 제가 이 질문을 드리려다가 목록에서 지운 질문인데. 굉장히 실례가 될 것 같아서요.

황사장님 : 괜찮아요. 뭐든 물어보셔도 돼요. 이상한거면 제가 말씀드릴게요. (웃음)

종미니멈 : 여기 매장은 아니고 다른 매장인데. 제가 중학교 시절에요. 매장이 송도 쪽에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황사장님 : 알아요. 그 당시에는 포항에 매장이 몇 개 있었고 송도라고 하면 어딘지 기억나요.

종미니멈 : 친구가 ‘더 파이팅’ 게임. [시작의 일보] 플스2 게임 CD를 샀는데… 이미지가 딱 기억이 나요. 뭘 샀느냐면 CD인데 그림은 없고 하얀색에 매직으로 게임 제목을 써놓은 CD였거든요.

황사장님 : 프레스 CD. 중국에서 대량으로 복사해서 들여놓은 거죠.

종미니멈 : 그때 그 CD가 많이 성행했나요? 

황사장님 : 나도 가게 처음 시작했을 때는 이전에 사장님이 그걸 취급을 했었기 때문에 저도 취급을 했었어요. 그런데 결혼하고 1년 뒤에 애가 생겼거든요. 프레스 CD 취급한 지 얼마 안되서… 문득 이걸 내가 하면 안되겠다 싶었고 시작하고 불과 1~2년 안에 접었어요. 그때는 당연히 다 그렇게 하는 거로 했죠. 근데 이걸 자랑이라고 하기도 웃긴 이야기지만 그 당시에는 모든 매장이 복사를 취급할 때였기 때문에, 서울의 도매상가들도 복사를 취급할 때였기 때문에 나도 안 하고는 장사가 안됬으니까 하긴 했는데, 나는 양심상 한글판은 절대로 복사를 안 했어요.

종미니멈 : 한글판은 안 했다?

황사장님 : 네. 예전에 한번 재미있는 일이 있었던 게, 복사를 단속하는 사람이 스파이, 프락치 개념으로 다른 손님을 시켜요. 자기가 직접 안 오고. 일부러 자기는 밖에 있고 다른 사람을 시킨 거에요. 복사를 사오라고. 그런데 나는 한글판은 복제를 안 했단 말이죠. 한글로 나온 제품들은. 만약 이 게임이 한글판이 나왔으면 한글판은 복사를 안 하고 일어판이나 영문판만 복사했었죠. 최소한의 양심이었죠. 한글판만은 복사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단속반이 와서 '사장님이 이거 파셨죠?’ 그러는 거예요. '아. 예. 제가 팔았습니다.'라고 할 수밖에 없었죠. '사장님. 앞으로 이런 거 파시면 안 된다.'라고 하면서 단속반이 '사장님 파신 게 한글판이 아니라서 단속은 안 된다.'라고 하더라고요. 어차피 한글판이라야 자기들도 단속 권한이 있잖아요. 국내에 법적으로 거친 거라야 제재할 수 있는데 해외 제품을 국내에서 제재하려면 법적으로 복잡해지잖아요. 그래서 '사장님 이런 건 안되니까 앞으로 하지 마세요.'라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 그 이후로는 복제를 판매를 안 했어요. 자기가 입으로 뱉은 건 지켜야 하니까. (웃음) 그나마 다행인 게 한글판이 복제품이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겠죠. 

종미니멈 : 재미있는 사실이네요.

황사장님 : 단속이 두 번 정도 왔어요. 그런데 한번은 방금 이야기고, 나머지 한번은 사기꾼 같았는데, 신분증을 보여주면서 하는데도 의심이 되더라고요. 그 사람들은 복사물 단속은 아니고 국내에 미심의 받은 제품들 있잖아요. 해외 직구나 구매대행 상품들. 그 당시 말로는 '보따리상품’. 심의필 안 되어 있는 것들 단속하러 왔다가 몇 푼 쥐여주면 넘어가는 방식. 지금 생각하면 사기꾼 같은 사람들 같아요. 실제 단속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요. (웃음)

종미니멈 : 단속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네요. 지금도 그런 사람들이 있나요? 

황사장님 : 지금은 모르겠어요. 암행 단속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걸릴 것도 하나도 없어서요. (웃음) 그리고 요즘은 해외 직구가 워낙 활발해서 해외제품을 단속하는 것은 어렵죠.

종미니멈 : 정말 중요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단속반이 있었다는 것과 예전에는 정말 어쩔 수 없이 복제품을 팔아야 했던 것…

황사장님 :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어찌 보면 변명이죠. 안 하려면 안 할 수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안 하고는 장사를 하기 힘들었죠. 그게 대부분이라. 그래도 한글판은 차마 양심상 복제품을 못 팔겠더라고요. 제가 게임을 좋아하니까 이건 내가 팔아선 안 되겠다고 해서 안 했던 거고요.

종미니멈 : 그래서 아직까지 사업을 하고 계시는게 아닐까요? (웃음)

황사장님 : 그랬을 수도 있죠. (웃음) 만약 그때 한글판 복제를 팔다가 걸렸다면 장사를 접었을 수도 있죠.

게임잡지의 부록CD는 의외로 게임업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종미니멈 : 그럼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PC게임 세대인데 2000년대 초반까지 덤핑 CD가 엄청 많이 나왔잖아요. 예를 들면 [화이트데이] 같은 경우에는 잡지에 부록으로 딸려오기도 했는데 말이죠. 이런 건 얼마나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세요?

황사장님 : 잡지 부록이 PC 게임 시장을 말아먹게 한 영향이 조금은 있다고 봐요. 하지만 대대적인 영향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어요. 그건 게임잡지사가 망하는 데 일조를 했지 게임 업계에 미친 영향은 적다고 봐요. 왜냐하면, 그거 때문에 정품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고, 그것 때문에 잡지를 팔아먹은 거지만 그게 오히려 잡지사들끼리 경쟁을 하다가 서로 무너진 거죠. 조금이라도 더 멋진 번들을 준비하려고 무리하다가 잡지 판매량이 나오지 않아서 무너진 거죠. 

종미니멈 : 그러면 오히려 잡지사에 피해가 간 거지 게임업계에 피해를 준 건 아니네요?

황사장님 : 게임업계 자체에는 큰 피해가 없다고 봐요. 그 번들 CD가 복사물도 아니고 정품인 데다 유저의 부담을 잡지사가 떠안게 되는 거니까요.

종미니멈 : 그러면 그 CD에 대한 대가는 잡지사가 모두 지급을 하는 거네요?

황사장님 : 그렇죠. 잡지사가 대량으로 가져오면서 얼마로 단가를 잡자고 해서 지급을 하는 거고 유저 입장에서는 잡지사면 정품이 따라오는 형태니까 게임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게 크지는 않죠.

종미니멈 : 이걸 여쭤본 이유가 아까 이야기했던 PC게임이 무너진 원인 중 하나가 게임잡지라는 의견도 있거든요. 이 이야기도 되게 많이 나와요. 잡지사에서 덤핑 CD를 너무 많이 풀어서 사람들이 CD를 사지 않게 된거다라고 하더라고요.

황사장님 : 그것도 가능성이 있긴 해요. '잡지에서 정품 주는데 내가 뭐하러 CD를 사?'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죠. 그런데 내가 봤을 때는 영향이 적지 않았나 싶어요. 그 당시에 잡지 살 돈은 6천 원 정도였고, 게임살 돈은 패키지로 나오는 경우라야 2~3만 원 정도였으니까요. 게다가 잡지에서 주는 건 주얼 CD라고 해서 패키지 없이 CD만 들어있는 거잖아요. 그 당시에도 주얼 CD가 있었고 1만 원 이하로 살 수 있었던 거니까 어차피 주얼로도 곧 나올 게임이었을 가능성이 커서 큰 차이가 없었을 거라고 봐요.

종미니멈 : 그 당시에 PC게임을 잘 개발했으면 더 게임업계가 발전했을텐데 좀 아쉽네요.

황사장님 : 그때는 위에 계시는 분들이나 국민이나 잘 몰랐죠. 문화컨텐츠가 돈이 된다는 걸 알고 잘 키웠으면 더 빠르게 컸겠죠. 그래도 지금은 많이 좋아진 편이에요. 일단 지금 국내에서 게임타이틀이 10만 장 넘게 팔린 작품이 나오고 있다는 것만 봐도 엄청나게 커졌다는 소리죠. 플스4에서는 [GTA5]나 [라스트 오브 어스] 정도가 있어요. [GTA5] 같은 경우는 PC판 영향 때문에 콘솔 판이 더 많이 팔린 영향도 있어요. PC판은 그래픽카드를 너무 고사양을 요구해서 비용이 비싸지니까 그래픽카드 값이면 플스사고 CD를 사고 되팔아도 돈이 남으니까 플스4로 많이 들어왔죠.

PC는 절대로 가질 수 없는 콘솔만의 장점 두 가지! 가격과 편리함!

종미니멈 : 방금 PC 고사양 말씀하셨잖아요. 지금 가게를 플스4를 주력으로 운영하고 계시는데, 콘솔만의 장점이라고 하면 뭐가 있을까요?

황사장님 : 콘솔만의 장점?

종미니멈 : 이런 이야기가 있어요. PC게임을 주력으로 하는 사람들의 근거 없는 비난 같은 건데…'그거 콘솔 뭐하러 사냐? PC보다 성능도 떨어지는데!’

황사장님 : (웃음)

종미니멈 : '그래픽 카드 바꿔서 60프레임 맞추고, 다른 게임도 같이하는 게 좋지 않냐?’ 이런 의견들 말이죠.

황사장님 : (웃음) 정확한 팩트에요. PC 쪽이 사양이 좋고 그래픽이 좋고. 게다가 요즘은 콘솔 컨트롤러를 PC에 사용할 수 있어서 조작감도 충분히 즐길 수 있죠. 거기다 비공식 한글 패치도 있어서 모든 면에서 PC가 장점이 있는 건 맞아요. 하지만 단 하나 때문에 콘솔로 가시는 분이 많죠. 가격.

종미니멈 : 가격?

황사장님 : 플스4랑 똑같은 성능으로 돌아가는 PC를 맞추려면 돈이 몇 배가 들어가겠어요? 아까 말했던 [GTA5]만 생각해봐도 PC로 돌리려면 그래픽카드만 60만 원짜리를 사야 했단 말이죠. 발매 당시에! 그 당시에 플스4랑 [GTA5]만 사도 50만 원이면 샀단 말이에요. 그 돈이면 PC랑 비슷하거나 살짝 낮은 수준이었으니까요. 그 정도 장점이 있는데 60만 원짜리 그래픽카드가 들어가는 PC라면 적어도 100만 원은 넘을 거란 말이죠. 그러면 답이 나오죠. 조금 더 저렴하게! 그리고 손님들 접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콘솔을 좋아하는 이유가 굉장히 편해서래요. PC 쪽은 매번 스펙을 신경 써야 하잖아요. 사양을 신경 써야 하고 새로운 게임이 나올 때마다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부담도 있고요. 그런데 얘는 그냥 CD만 넣으면 돼요. 약간의 설치시간이 있긴 하지만 PC에 비하면 엄청나게 편하죠.

종미니멈 : 가격이랑 편리함이 PC에는 없는 장점이다?

황사장님 : 그렇죠. 그 외에는 독점작이겠죠. 독점작이 정말 큰 장점이죠. 예를 들면 [블러드본] 같은 거. PC에서는 절대 못 하잖아요.

쉬고 싶다고 하시지만 오래오래 사업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종미니멈의 바람

종미니멈 : 그럼 이제 인터뷰 마무리를 하도록 할게요.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황사장님 : 별일 없으면 계속 운영을 하겠지만 조금 쉬고 싶네요. 애들 때문에 쉬고 싶어요. 내가 쉬고 싶다기보다는 자영업자들은 주말이 없어요. 애들이 커가면서 더 크기 전에 주말에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장사하면서 그러기는 힘들죠. 이 사업이 별로인 건 아니고 그냥 애들 때문에… 누구라도 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면 넘기고 쉬고 싶어요.

종미니멈 : 그래도 계속 게임은 하 실거죠?

황사장님 : 의외로 제가 게임을 다양하게 하지는 않아요. (웃음) 하나 잡으면 1년씩 노는 스타일이라, 내가 구매하는 입장이라면 사장님은 좋아하진 않을 거에요.

종미니멈 : (웃음) 그래도 게임은 계속 하시는 거네요. 오늘 인터뷰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앞으로 사업이 더 번창하시면 좋겠습니다.

현대게임마트 포항점 (지도)

온라인 매장 - 드림캣치 (링크)


제목 : Gears of War 4 (기어스 오브 워 4)

장르 : TPS, 액션

제작사 : The Coalition

플랫폼 : X-Box One, Windows 10

발매년도 : 2016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Epic Games(에픽 게임즈)에서 제작한 [Gears of War]는 [Halo] 시리즈와 함께 X-Box 360으로 발매된 액션 게임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아온 게임 시리즈다. Unreal Engine 3(언리얼 엔진3)로 만들어낸 수준 높은 그래픽과 멋진 액션을 보여주는 게임성을 통해 많은 게임상을 수상한 2006년 [Gears of War]을 시작으로, 약점을 보완하고 인상적인 멀티플레이를 추가한 2008년 [Gears of War 2]에 이어, 이야기를 깔끔하게 마무리한 2011년 [Gears of War 3]까지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Epic Games의 자회사 People Can Fly(피플 캔 플라이)가 만든 외전이자 후속작 [Gears of War : Judgement]는 조금 상황이 달랐다. 제작사가 바뀌고 외전이라는 이유에서인지 전작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변화를 시도했으나 게이머들은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고 전작에 비해 낮은 평가는 물론 흥행에도 실패하게 된다. 게다가 [Gears of War : Judgment]가 발매된 2013년이 X-Box 360에서 X-Box One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였다는 점과 흥행 실패 이후 후속작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Gears of War] 시리즈가 이대로 막을 내리는 것이 아닌지 우려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Microsoft는 [Gears of War] 부활을 위해 단단히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런데 2014년 1월, Microsoft(마이크로소프트)가 Epic Games로부터 [Gears of War]의 저작권(IP, 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을 사들였음을 발표한다. 시리즈의 지속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다. 그리고 단순히 저작권을 산 것만이 아니었다. Epic Games 소속이자 [Gears of War] 시리즈의 감독이었던 로드 퍼거슨(Rod Fergusson)을 영입해 Microsoft의 자회사 Black Tusk Studios(전 Microsoft Game Studios Vancouver)의 대표로 앉혔고, 회사의 이름을 작중 소재와 관련이 있는 The Coalition으로 바꾸기까지 했다. 전작의 실패를 만회하고 [Gears of War]를 다시 살려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시간이 흐른 뒤 2016년 10월, [Gears of War 4]가 발매되었다. 과연 그들의 의지대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Gears of War 4]는 Unreal Engine 4로 만들어졌고 여전히 대단한 그래픽을 선보인다

[Gears of War] 시리즈는 자사의 게임엔진 Unreal Engine 3 로 만들어졌으며 해당 엔진을 세상에 알리게 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Unreal Engine 3 로 만들어낸 그래픽은 [Gears of War] 시리즈의 연출력에 많은 보탬이 되었고 훌륭한 게임성과 융합하여 좋은 평가를 받는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또한, 평가와 흥행 모두 실패했던 [Gears of War : Judgement]조차 그래픽만큼은 최상의 수준을 보여주었기에 게임성이 비판받았을지라도 그래픽은 호평을 받았다. 이러한 이유에서 [Gears of War 4]도 그래픽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작품에서 사용된 게임엔진은 Unreal Engine 4. 더 발전된 그래픽으로 게이머의 시선을 완전히 압도하는 데 성공했다.

세밀한 묘사는 물론 특정 환경에서 느껴질 법한 감각이 간접적으로 느껴질 정도

[Gears of War 4]의 그래픽은 그 자체로 멋지다. 게임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보아도 화려하고 사실적이며 세밀한 그래픽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게다가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다양한 형태와 성질을 가진 공간을 마주하게 되는데 어느 한쪽도 부자연스럽지 않으며 묘사가 뛰어나다. 그래픽이 얼마나 세밀하게 만들어졌는지 번개 폭풍이 다가올 때 위압감, 밀폐된 지하실의 높은 습도로 인한 찝찝함, 로봇에 의해 관리되는 통제 구역의 건조함 등 게임 캐릭터가 해당 환경에서 받았을 법한 느낌을 게이머도 그대로 받을 수 있을 정도다. 또한 먼 거리에 있는 대상이나 배경도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어 어떤 방향으로 바라보든 굉장히 멋진 장면을 볼 수 있으며 원근감과 공간감이 잘 느껴져 플레이어가 활약하는 공간을 더욱 실감 나게 느낄 수 있다. (모든 구간이 멋지지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으라면 게임 전체에서 두 번 존재하는 지하로 내려가는 구간을 들고 싶다. 한쪽은 좁은 공간에서 지하로 내려가고, 다른 한쪽은 넓은 공간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데 어느 쪽이든 원근감과 공간감이 대단하다. 지하로 내려가는 중에 시점을 위로 올리면 정말 멋진 장관을 볼 수 있다)

어디를 살펴보더라도 한치의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수준 높은 연출력

멋진 그래픽만큼 연출력도 대단하다. 게임 진행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컷씬(Cut Scene), 시청각적 효과, 다양한 탈것을 통해 보여주는 액션, 변화무쌍한 시점 등 연출을 위한 요소들은 부족함이 전혀 없다. 그중에서도 ‘컷씬'과 '시점'은 아주 적절하고 균형 있게 활용되고 있어 연출력을 갖추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과하지 않은 분량으로 시기적절하게 재생되는 ‘컷씬’은 마치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주어 충분한 흡인력이 있으며, 컷씬과 게임플레이에서 발생하는 괴리감이 매우 적어 이야기 진행과 게임 진행이 매우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세세하게 파고들면 분명히 차이가 있나 직관적인 느낌으로는 괴리감이 거의 없을 만큼 컷신과 인게임 그래픽이 비슷하게 보인다) ‘시점’은 아주 작은 변화만으로 큰 효과를 내고 있다. 3인칭 시점의 게임은 기본 시점이 게이머가 조작하는 캐릭터의 바로 뒤를 따라가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Gears of War 4] 역시 기본 형태는 같으나 캐릭터의 움직임에 따라 각도 조절, 줌 인(Zoom In), 줌 아웃(Zoom Out)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주 시점에 변화를 줌으로써 액션을 더욱 역동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더욱이 수시로 시점이 자주 변화하지만, 해당 상황에 가장 적합한 위치로 조정이 되기 때문에 게임 진행도 굉장히 쾌적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 외에 각종 무기의 시청각적 효과로부터 느낄 수 있는 타격감은 눈과 귀를 모두 만족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무슨 말인지 잘 와닿지 않는다고? 그러면 전기톱을 켜고 적을 한 번만 썰어보자. 모든 게 설명될 것이다.

[Gears of War : Judgment]의 실패 때문인지 기존의 형태로 완전히 회귀했다

게임 시스템은 [Gears of War : Judgment]의 실패 때문인지 기존 형태 및 내용으로 돌아왔다. 스코어링 삭제, 기존 인터페이스로 복귀, 호드 모드의 부활 등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기존의 것을 다시금 활용했다. 이러한 부분은 ‘기존과 너무 똑같은 방식이 아닌가?’라는 의문과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다. 그러나 기존 게임 시스템이 굉장히 잘 갖춰져 있었고, 오히려 변화를 준 [Gears of War : Judgment]가 실패를 했을 뿐만 아니라 [Gears of War 4]가 메인 시리즈로 만들어진 작품이기 때문에 기존의 형태를 재활용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매우 안정적인 전략이다. 무엇보다 [Gears of War]가 아닌 다른 게임 시리즈도 전작을 그대로 이어온 것에 대해서는 매번 호불호가 나뉘어 매너리즘, 계승, 재활용, 유지 등 여러 견해가 나타나기 때문에 무조건 비판만 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기존의 장점을 다시 활용한 것이며, [Gears of War 4]만을 생각해 보았을 때(+처음 시리즈를 접한 사람의 기준으로 볼 때)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게임 시스템이어서 기존 시스템을 이어가는 건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다만, 워낙 오랫동안 시리즈가 이어져 온 작품이며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는 만큼 후속작에서는 어느 정도 변화는 필요할 것이다.

구조물과 지형, 다양한 적의 등장, 예기치 못한 환경 등은 전략을 활용하게 한다

다양한 전략을 활용할 수 있는 게임 구성은 여전하다. [Gears of War]는 오픈 월드 구성이 아닌 일직선 구성이기 때문에 정해진 경로를 따라가면서 게임이 진행되므로 정면에서 적을 마주하고 직진만 하게 된다고 오해할 수 있으나 전혀 그렇지 않다. 일직선 진행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좁은 공간에서의 전투뿐만 아니라 오픈 월드를 연상케 하는 개방된 공간에서의 전투, 그리고 일정 시간 동안 특정 지역을 방어해야 하는 전투까지 여러 형태로 전장이 구성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엄폐물의 배치와 진행 경로도 다양하게 만들어 전장 구조가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러다 보니 정면에서 총격전을 벌이는 것만이 아니라 우회로를 탐색하여 유리한 위치를 점하거나 적진으로 몰래 잠입해 암살하는 등 여러 가지 전략을 시도해볼 수 있게 된다. 또한, 배경이라고 생각했던 날씨나 구조물들이 전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기에 상황 변화를 통한 새로운 전략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기까지 한다. (예시-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수류탄을 사용하면 둥지를 손쉽게 파괴할 수 있지만, 폭풍이 부는 전장에서는 바람 때문에 엉뚱한 곳으로 수류탄이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다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외에도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적과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 게임 진행 중 습득할 수 있는 특수한 무기, 특정 구간에서 발생하는 분기점 등도 전략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었음을 잘 드러냈지만…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그래픽과 연출, 기존 형태로 회귀한 게임 시스템, 충분한 전략성을 갖춘 게임 구성 등 여러 가지로 만족스러운 [Gears of War 4]지만 안타깝게도 스토리는 상당히 아쉽다. 마커스 피닉스(Marcus Fenix)의 아들 JD 피닉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새로운 적의 등장시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것을 전면에 드러냈으며, 게임 진행 과정에서 볼 수 있는 JD와 마커스의 동행, 이야기 후반부에 등장하여 큰 도움을 주는 전작의 주인공인 데이먼(Damon Baird)와 콜(Augustus Cole)은 세대교체가 일어났음을 잘 보여주었다. 그리고 새로운 동료인 케이트(Kait Diaz)와 델(Delmont Walker)은 전작의 주인공들 못지않은 독특한 성격으로 충분한 매력을 발산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직접 드러나지 않지만 작중 행적을 통해 각 캐릭터의 위치와 역할이 뚜렷하며 위급한 상황에도 서로 농담을 주고받는 세 사람을 보면 전작의 주인공들이 연상되기도 한다)

단조로움과 불균형, 그리고 ‘이제 시작이다’는 느낌을 주는 이야기는 조금 아쉽다

그러나 성공적인 세대교체와 새로운 캐릭터의 매력에도 불구하고 전체 이야기 흐름이 단조로워 그다지 인상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기억에 남을만한 인물 간의 대립이 없고, 굉장히 위급한 상황임에도 주인공 일행은 전반적으로 침착해 감정적으로 강하게 몰입되는 부분이 거의 없다. 게다가 목적이 분명히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부분에 더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어 이야기의 초점이 흔들리며, 게임 후반에 들어서면 이야기 전개가 급격히 빨라지기에 다소 당황스럽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끝나더라도 의문이 풀리지 않은 부분이 굉장히 많이 남아있고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준 요소는 [Gears of War 4]가 기존 [Gears of War] 삼부작의 연장이라는 것을 직접 드러내고 있기에, 하나의 큰 이야기라기보다 프롤로그(prologue)나 인터루드(interlude)에 가깝게 느껴진다. 이러한 이유로 후속작에서는 풀리지 않은 의문에 대해 충분히 풀어내야 할 것이며 좀 더 짜임새를 갖춘 멋진 이야기를 보여줄 필요있다.

아쉬움은 있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Gears of War 4]. 다시 시작이다

앞서 언급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은 ‘YES’다. 변함없이 수준 높은 그래픽, 전작의 장점들의 효과적인 활용, 그리고 연출과 전략성 등 TPS가 갖춰야 할 요소에 대해서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전반적인 완성도가 대단히 뛰어나기에 재기가 아닌 새로운 게임시리즈였어도 충분히 성공적이었을 것이다. 단, 전작의 실패로 인해 기존 형태로 돌아왔으나 변화가 전혀 없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는 게임시스템, 몇 가지 문제점이 있어 아쉬움이 따르는 작중 이야기는 분명히 [Gears of War 4]의 약점이므로 차기작에서는 이에 대해 분명히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제작사의 변경과 주인공의 세대교체,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점이라는 측면에서는 [Gears of War 4]는 충분히 좋은 출발점이다. 무엇보다 게임의 결말을 본 후에, 전작들을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과 후속작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감이 생겼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Gears of War 4]는 처음 시리즈를 접하는 게이머나 기존 시리즈를 접해본 적이 있는 게이머 모두를 충분히 만족하게 할만한 작품임이 분명하다. JD와 케이트, 델이 보여줄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마커스와 친구들이 함께 나온다면 더더욱 좋을 테고 말이다.

못다 한 이야기

- 전기톱의 손맛이 정말 대단하다. 사용이 꽤 까다롭긴 하지만 익숙해지면 사격하는 것보다 더 재미있고 중독성 있다. 필자의 경우 조준을 해야 하는 TPS와 FPS에 굉장히 약해서 산탄총을 주력으로 하는 근접전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전기톱의 존재가 게임의 재미를 크게 살려주었다. [Gears of War 4]에서 삭제가 될 뻔했다가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뒷얘기를 들으니 더 마음에 든다.

- 적군의 인공지능은 꽤 훌륭한 편인데, 가끔 당황스러울 정도로 낮은 인공지능을 가진 적들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전기톱을 켠 채로 정면에 서 있는 상황임에도 스스로 달려들어 죽거나 엄폐를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죽는 경우가 있었다. 다만 정말 드문 경우고 대부분의 적은 엄폐물 뒤로 수류탄을 던지면 산개를 하고, 뒤를 노리기 위해 우회로로 진입하면 다른 곳으로 도망갈 정도로 인공지능이 뛰어나다. 단, 빈사상태에 빠졌을 때 절대로 마무리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조금 의아한 부분.

- 게임 후반에 이야기 전개가 급격히 빨라진다고 본문에 언급했는데 이는 게임 진행과도 어느 정도 연결이 된다. 게임 후반에 로봇을 조종하여 스웜의 본거지를 공격하는 구간이 해당 부분으로, 인간의 외형을 가진 로봇이고 사람으로 게임을 진행할 때와 별반 다름없는 게임 진행 방식이지만 게임의 난이도가 급격히 낮아짐과 더불어 너무 손쉽게 적진을 쓸어버리는 모습 때문에 이야기 전개가 더 빠르게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게임 진행 내내 상당한 재미가 있었던 반면 게임 후반부는 다소 힘이 빠졌다.

-  전작의 주인공들과 본작의 주인공들, 즉, 모든 세대가 한자리에 모였을 때 JD를 필두로한 새로운 주인공들이 '애송이'처럼 느껴졌다. 마커스, 데이먼, 콜 등 전작의 주인공들이 지나치게 인상이 강해서인지 JD 일행의 매력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물론 게임 속 연령대를 생각하면 분명히 JD 일행들은 마커스 일행들에게는 애송이가 맞지만 말이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X-Box One )

- 없음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The King of Fighters XIV (더 킹 오브 파이터즈 14)

장르 : 대전, 격투

제작사 : SNK Playmore

플랫폼 : Playstation 4

발매년도 : 2016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징크스(Jinx). 불길한 일 또는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운명적인 일. 80~90년대 아케이드 시장에서 이름깨나 날리던 게임제작사 SNK(현 SNK Playmore)는 징크스가 하나 있다. ‘SNK는 3D 게임을 만들면 반드시 실패한다’ [Metal Slug], [Samurai Spirits], [The King of Fighters] 등 SNK를 대표하는 작품들은 모두 2D 게임이다. 각 시리즈는 충분한 흥행과 함께 아케이드 게임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추고 있었으며 아케이드 시장의 축소와 몰락 직전까지 많은 게이머와 함께했을 만큼 꾸준한 인기를 구가한 작품들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대단한 명성을 가진 작품들도 3D로 제작이 된 경우에는 어김없이 실패를 맛보게 되었는데, 단순히 상업적 실패만 한 것이 아니라 어색한 그래픽, 달라진 게임성, 밸런스 붕괴 등 여러 방면에서 혹평을 받게 되었다. 물론 처음에는 새로운 도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SNK는 여러 번에 걸쳐 제작/발표를 시도했음에도 개선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실패를 반복하게 되었다. 결국, 게이머들은 SNK가 3D 게임 제작에서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고, 우스갯소리로 시작했던 SNK의 3D 징크스를 정설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The King of Fighters XIII]의 걸출한 완성도 이후 다시금 3D 제작에 도전한다

불행 중 다행은 2D 게임 제작에 있어 SNK의 역량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오랜 기간을 걸쳐 [The King of Fighters XIII]를 완성해냈고 시리즈 사상 최고의 완성도를 보여주며 높은 평가와 함께 충분한 흥행을 일궈냈다. 이는 회사의 어려운 재정 상황과 2D 그래픽이 가지는 불리함에도 이루어낸 성과이기에 더욱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훌륭한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후속작 [The King of Fighters XIV]이 3D로 제작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팬들은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SNK의 3D 징크스가 다시 일어나는 게 아닐까?’ 그 불안감은 정확했고 트레일러에서 드러난 충격적인 그래픽과 캐릭터 모델링은 [The King of Fighters XIV]에 대한 게이머들의 기대감이 바닥을 치게 했다. 하지만 이런 불안감과 허탈함도 잠시, 짧은 주기로 공개되는 트레일러들을 통해 점차 그래픽이 개선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여전히 어색하고 부족해 보이는 그래픽이었지만 점차 발전되는 모습을 통해 [The King of Fighters XIV]에 긍정적인 반응을 표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만 그만큼 게이머 사이의 갑론을박이 있었고 부정적인 시선을 보이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많은 것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발매! [The King of Fighters XIV]를 산 사람들의 대부분은 팬심으로 구매했을 것이지만 불안감이 없을 순 없었다. 그리고 불안감을 가진 채 뚜껑을 열어보았다. 그런데 예상 밖의 반응이 터져 나왔다. “징크스는 깨졌다!”

볼만한 3D 그래픽을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현세대 그래픽치고는 많이 부족하다

먼저 말이 많았던 그래픽을 살펴보자. 첫인상을 그대로 말하자면 [The King of Fighters XIV]의 그래픽은 썩 훌륭하지는 않다. 트레일러만큼 충격적이진 않지만 같은 장르, 그리고 2D에서 3D로의 변화라는 같은 과정을 거친 [Street Fighter 4]나 [Guilty Gear Xrd]가 보여준 혁신적인 그래픽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2D의 느낌을 살리거나 새로운 표현 방식을 사용한 것이 아닌 그저 2D 캐릭터를 3D로 단순 재구성을 한 것처럼 보일 뿐이다. 더군다나 비교 대상이 되는 두 작품은 수년이나 먼저 발매되었음에도 더 뛰어난 그래픽을 가지고 있으니 [The King of Fighters XIV]의 그래픽이 더 나빠 보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캐릭터마다 모델링(modeling)과 모션(motion, 움직임)의 질적 차이가 꽤 크다. 일부 캐릭터는 2D 시절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모델링의 완성도가 높고 움직임이 자연스럽다면, 이외 다른 캐릭터는 모델링의 완성도가 떨어지며 움직임이 전반적으로 부자연스럽다. 그러다보니 게임을 하는 내내 어색한 움직임이 눈에 거슬리게 된다. 이는 화려한 움직임과 멋진 콤보 같은 시각적 요소로 게이머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는 격투 게임의 특성상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다만 과거 3D로 제작된 [Metal Slug 3D], [Samurai Spirits Sen], [The King of Fighters : Maximum Impact]에 비해 크나큰 발전을 이뤘다는 점과 동일 장르의 작품과 비교하지 않고 조금만 양보한다면 ‘나쁘지 않고 봐줄만한 그래픽'을 표현해냈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수 있다.

달라진 조작감 - 기존 게이머들의 불만이 있긴 하나 크게 문제 될 정도는 아니다

조작감도 조금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점프, 달리기, 백스텝, 구르기 등 이동 관련 조작에서 나타났다. 이동 시스템 자체는 전작과 동일하나 선/후 딜레이(delay)와 체공시간(지면에서 떨어져 있는 시간)이 미묘하게 달라졌고 전반적인 게임 진행 속도가 조금 느려졌다. 이는 이전 시리즈를 오랫동안 즐겨온 기존 게이머에게는 큰 불편함으로 다가오는데 전작에서 조작하는 감각으로 게임을 할 경우 의도했던 대로 움직이지 못하거나 타이밍을 놓치는 등 문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필자가 겪은 조작감 변화 사례 1.백스텝 체공시간이 길어져 백스템 직후 잦은 커맨드 미스  2.잔상 점프의 사용이 어려워짐  3.소점프 입력이 어려워짐) 그러나 이러한 조작감의 변화는 1시간 내외로 게임을 하게 되면 금방 적응이 되는 수준이기에 ‘기존 게이머에게 한정된 불만이자 아쉬움'일 뿐 게임 자체의 문제라고 보기는 힘들다. 적응만 된다면 전작과 큰 차이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오히려 미묘하게 느려진 게임 진행 속도로 인해 게임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얻게 되었다.

모든 대전 격투 게임은 초심자들이 넘을 수 없는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쯤 돼서 생각해보아야 할 게 있다면, ’[The King of Fighters XIV]가 어떤 점이 뛰어나길래 징크스를 깨뜨리는 데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다. 비교 대상이 되는 작품들에 비해 너무나 낮은 수준의 그래픽, 캐릭터별 모델링의 완성도 격차, 눈에 거슬리는 일부 어색한 모션, 조작감의 변화로 인한 기존 게이머의 불편함 등 부정적인 내용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덮을만한 성과를 본작에서 일궈냈는데 그것은 바로, 모든 대전 격투 게임의 공통과제인 ‘진입장벽'을 확실하게 낮추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모든 대전 격투 게임은 필연적으로 가볍게 즐길 수 없다. 태생부터 사람과 사람 간의 대결을 목적으로 하는 장르이며 그에 따라 게이머 간 실력 자체가 크게 나타나며, 1:1로 진행되는 게임의 특성상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또한, 게임의 깊이를 더 하기 위해 시스템을 복잡하게 만들 경우 학습해야 할 요소가 급격히 늘어나 게임을 숙달하기까지의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기 때문에 신규 게이머의 유입은 더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진입장벽을 낮추면 게임의 깊이가 떨어지고, 그런다고 게임의 깊이를 유지하자니 진입장벽을 낮추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The King of Fighters XIV]는 (후술할 몇 가지 요소들을 통해)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면서 기존 게이머들이 파고들 만한 깊이까지 갖추는 데 성공했고 초심자와 숙련자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격투 게임을 만들어냈기에 그래픽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지라도 징크스를 타파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전작 [The King of Fighters XIII]에서 진입장벽 완화를 시도했지만 사실상 실패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게임 내 시스템(System). [The King of Fighters XIV]는 시스템을 이해하기 쉽게 간소화하고 몇 가지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는 것으로 진입장벽을 많이 낮췄다. 먼저 간소화된 부분부터 살펴보자. [The King of Fighters] 시리즈는 99~01의 스트라이커, 02의 캔슬 모드, 03~XI의 쉬프트, XII의 몇 가지 신규 시스템 등 시리즈를 거듭할 때마다 시스템이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이러한 시스템들은 화려한 콤보와 더 깊이 있는 게임성을 갖추는 데 일조했지만, 오히려 초심자가 이해/학습 해야 할 요소가 늘어나게 했고 일정 수준 이상 도달하기 위한 조작 난이도도 높아져 진입장벽을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작 [The King of Fighters XIII]에서 복잡한 시스템은 최대한 없애고 기존 시스템을 회귀/조합/변형하는 것으로 시스템을 구축해 진입장벽을 낮추고자 했다. 그러나 두 가지로 나뉜 게이지(파워게이지/하이퍼 드라이브 게이지) 시스템, 그리고 여기서 파생되는 필살기 사용 조건들로 인해 게임 숙달을 위해 이해/학습해야 할 요소가 적지 않았다. 또한 콤보의 편의성을 높인 신규시스템은 오히려 콤보의 비중을 높이고 종류를 늘리게 되었다. 결국,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시도는 했음에도 여전히 초심자들에게 어려운 상태로 남게 되었다.

기존 시스템을 단순화하여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고 콤보의 비중을 크게 줄였다

이러한 이유로 본작 들어서 다시 게이지를 하나로 통합했고, 여기서 파생되는 필살기 사용 조건을 이해하기 쉽게 조정했다. 가령 EX필살기나 MAX초필살기 같은 ‘강화형’ 기술들은 MAX모드를 발동했을 때만 사용 가능하게 변경되었고(MAX모드 = 강화형 기술 사용 가능 이라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조건을 설정) 최종강화기술에 해당하는 CLIMAX초필살기는 게이지 세 개만 있으면 발동할 수 있게 하는 등 아주 이해하기 쉬운 조건으로 변경되었다. 여기에 XIII에서 콤보 편의성을 위해 도입했던 신규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하되 모드 발동 중에 가능했던 필살기-필살기 형태의 캔슬을 불가능하게 변경하여 콤보를 단순화하고 종류를 대폭 줄였다. 요약하면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어졌고, 콤보가 간단한 형태로 바뀌고 비중도 줄어들어 초보자들이 쉽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러시 콤보 - 단순하지만 여러 방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는 핵심 시스템

추가된 시스템도 살펴보자. [The King of Fighters XIV]에서 러시 콤보(Rush Combo)라는 ‘자동 콤보’ 시스템이 추가되었다. 해당 시스템은 본작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했는데, 콤보를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사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사용 방법은 근접해서 A버튼 연타. 러시 콤보를 사용하게 되면 캐릭터마다 정해진 모션으로 연속적인 타격을 한 뒤 게이지 유무에 따라 필살기/초필살기로 콤보를 마무리하게 된다. 즉, 여러 버튼과 커맨드를 조합해서 사용해야 하던 콤보를 버튼 하나를 연타하는 것만으로 사용 가능하게 되어 아무리 게임을 못하는 사람이라도 콤보 하나 정도는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격투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의 흥미를 끌어내는 ‘눈요기’ 요소로 작용하는 부가 효과까지 얻고 있다.

그런데 자동콤보 시스템이 조작하는 재미를 반감시키지 않느냐는 우려를 할 수도 있다. 진입장벽을 낮추는 게 중요하기는 하나 콤보를 습득하기 위한 학습 및 노력, 그리고 콤보를 사용하기 위한 조작이 격투 게임을 즐기는 핵심 중 하나이기 때문에 어떠한 노력 없이 콤보를 사용할 수 있는 자동 콤보 시스템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러시 콤보 시스템은 조작하는 재미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러시 콤보는 캐릭터마다 한 종류만 존재하며, A버튼 외에 다른 버튼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또한, 다른 격투 게임에 등장하는 자동 콤보 시스템처럼 기본기가 적중할 경우 상황에 가장 적합한 기술이 사용되어 자동으로 콤보가 이어지는 형태가 아니다. 반드시 근접해서 약펀치(A버튼)을 맞춰야만 러시 콤보로 이어지기 때문에 발동 조건이 은근히 까다롭다. (원거리 약펀치가 적중해도 러시 콤보로 이어지지 않으며 러시가 시작되었다 하더라도 거리가 애매하면 콤보가 끊긴다) 이 때문에 러시 콤보가 존재한다고 해서 시도 때도 없이 콤보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더 높은 수준의 콤보들은 플레이어가 직접 연구/연습/숙달해야 한다. 또한 연구에 의해 만들어진 콤보가 아닌 시스템으로 구축된 자동 콤보이므로 캐릭터마다 데미지에 차이가 거의 없어 러시 콤보로 인해 캐릭터 간 밸런스가 붕괴될 일도 없다.

공수 전환에 유용하며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어 숙련자도 애용하게 된다

재미있는 점은 초심자를 위해 시스템을 개선하여 진입장벽을 크게 낮췄음에도 숙련자들이 파고들만 한 게임의 깊이 또한 여전히 충분하다는 것이다. 러시 콤보는 단순히 A버튼 연타를 통한 자동 콤보로 초심자만을 위한 시스템으로 보일 수 있으나 절대 그렇지 않다. 상대가 압박을 가해올 경우 공격을 끊거나 견제를 하기 위해서는 공격 판정이 빠르게 발생하는 기본기/필살기을 사용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약펀치는 굉장히 효과적인 기본기인데 원거리에서 약펀치를 적중할 경우는 상대의 압박을 한번 끊어줄 수 있고 근거리에서 약펀치를 적중한다면 러시 콤보로 이어져 공격권을 가져올 수 있게 된다. 즉, 러시 콤보의 등장으로 인해 간단한 콤보 사용은 물론 반격도 용이해져 공수 전환이 쉽고 빠르게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더군다나 콤보의 비중이 줄어 기본기의 활용도와 심리전이 늘어난 [The King of Fighters XIV]이기에 기본기에서 연결되는 러시 콤보의 존재는 더 빛날 수밖에 없다.

하나의 게이지로 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난 만큼 소비량 및 관리의 중요성도 증가했다

하나로 통합된 게이지도 마찬가지다. 게이지 시스템을 기초로 한 다양한 종류의 필살기 사용 조건과 모드 발동 시 변경점에 대해서는 매우 이해하기 쉬워졌다. 하지만 하나로 통합된 덕분에 운용의 폭이 넓어짐과 동시에 관리의 필요성도 생겼다. 게이지 하나로 콤보에 활용할 수도 있고, 모드 발동 이후 압박을 가할 수도 있으며, 초필살기로 강한 데미지를 줄 수 있는 등 선택지가 많다. 그러나 하나의 게이지로 여러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게이지 소비량이 많아지고 상황에 따라 기회비용까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전작에서 모드, 초필살기, 콤보 등이 다른 시스템으로 어느 정도 분리되 있어 기회비용이 적었다. (간단한 예로 파워게이지가 없어도 모드 및 모드 콤보가 가능했다) 하지만 본작에서는 게이지 하나로 모드, 초필살기, 콤보를 모두 사용하게 되었으므로 기회비용이 발생하고 자연스레 관리의 중요성도 늘어났다. 이는 초심자에게는 크게 체감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게이지 하나가 아쉽고 게이지의 유무에 따라 승패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숙련자에게는 중요한 변화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는 99~00 시절에 파워게이지와 스트라이커 호출 게이지가 분리되어 있던 시스템이 01로 넘어오면서 하나로 통합된 시스템으로 적용되자 편의성은 늘어났지만, 게이지 관리가 중요해지고 스트라이커 인원 설정에 영향을 미쳐 더 깊이있는 게임성을 가지게 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01시절 초심자와 숙련자의 스트라이커 인원 설정 선호도만 봐도 시스템의 변화가 얼마나 깊이 있는 게임성을 구축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선입력 - 초저공 필살기 같은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표면상으로 드러난 변화는 아니지만 ‘선입력’ 판정이 굉장히 여유 있어진 것도 초심자의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게임의 깊이를 더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입력이란 커맨드 입력 직후 일정 시간 동안 명령어가 유효한 것을 이용하는 일종의 고급 조작법을 말한다. 선입력 이용하면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한 궤도로 기술을 사용하거나 콤보를 강제로 연결할 수 있는 등 활용 범위가 매우 넓다. 하지만 커맨드 입력 후 유효 시간이 아주 짧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하게 추가조작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실전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선입력은 숙달 여부에 따라 격투 게임 초심자와 숙련자를 가르는 척도로 작용했고 본의 아니게 진입장벽을 높이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The King of Fighters XIV]부터는 커맨드 입력 후 유효 시간이 길어져 선입력 사용이 굉장히 쉬워졌다. 정확한 입력을 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지만 조작을 여유있게 해도 선입력 활용이 가능해졌기에 초심자도 조금만 연습하면 선입력을 활용한 응용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넉넉해진 선입력 판정은 콤보의 연구를 수월하게 해주고, 더 다양한 선입력 응용기를 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

선택 가능한 캐릭터가 50명이나 된다. 대전 격투 게임 사상 전례없는 숫자!!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고, 동시에 게임의 깊이도 더한 [The King of Fighters XIV]라지만 이 정도로 징크스를 깼다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또 다른 특징은 없을까? 가장 인상적인 특징은 50명이나 되는 역대 가장 많은 수의 참전 캐릭터다. 단순히 등장하는 캐릭터가 50명인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직접 선택하고 조작할 수 있는 캐릭터가 50명이나 된다. 믿어지는가? 하나의 작품에서 50명 이상 등장한 대전 격투 게임은 없으며 아마 앞으로도 보기 쉽지 않을 듯 하다. 특히 대전 격투 뿐만 아니라 캐릭터를 골라 게임을 진행하는 장르의 게임들이 DLC(다운로드 컨텐츠)를 통해 캐릭터를 유료로 판매하는 전략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결제 없이 50명의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는 특징은 큰 강점으로 작용할만하다. (참고사항 - [Ultimate Marvel vs Capcom 3]는 최종 보스를 포함해 51명, 플레이어가 선택가능한 캐릭터가 50명으로 동일한 숫자를 기록하고 있으나 [Marvel vs Capcom 3]에서 버전업을 하면서 캐릭터 추가를 한 것이니 한 작품에서 50명을 등장시킨 것은 [The King of Fighters XIV]이 최초라고 볼 수 있다)

취향에 따른 캐릭터의 선택폭이 넓어진 것뿐만 아니라 연구할 내용도 많아졌다

플레이어가 선택 가능한 캐릭터가 많다는 것은 몇 가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먼저 50명의 캐릭터가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로 인해 플레이어의 취향에 따른 폭넓은 선택이 가능해진다. 초심자에게는 캐릭터의 외형에 따른 직관적 선택을, 숙련자에게는 선호하는 운용 방식 선택에 따른 전략적 선택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많은 수의 캐릭터는 ‘어떤 캐릭터가 있을까?’라는 호기심으로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 수도 있다. 다음으로 많은 수의 등장 캐릭터는 그만큼 연구할 내용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대전 격투 게임은 캐릭터마다 공격판정, 운용방법, 콤보 등 단순히 커맨드 리스트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요소들이 존재하며 이는 많은 횟수의 대전을 통해 게이머들 사이에 경험이 쌓여야만 정리/검증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대전 격투 게임을 생각해보면 10명 내외의 적은 수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들도 꽤 오랜 시간 동안 연구가 이루어져야 상성/운용방법/등급 등이 확실히 정리되는데, 50명이 등장하는 게임이라면 얼마나 오래 걸릴까? 정말 오랫동안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며, 그만큼 게이머들이 본작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인기몰이의 핵심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너무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50명의 캐릭터 등장이 가진 진짜 의미는 따로 있다. 1990년대 초창기 [The King of Fighters]가 인기몰이를 했던 이유 두 가지. ‘다른 격투 게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캐릭터’와 ‘플레이어가 동시에 세 명의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특징은 시간이 흐르면서 [The King of Fighters] 시리즈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면 어느 순간부터 게이머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인지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The King of Fighters 96]부터 세 명의 캐릭터를 순서대로 사용하는 시스템으로 고정되었고, [The King of Fighters 97]부터는 30~40명 정도의 캐릭터를 꾸준히 등장시키다 보니 게이머들은 별다른 감흥을 느끼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또한 다른 격투 게임과 차별성을 둔 요소가 당연한 것이 되어버려 캐릭터의 수를 줄이면 비판을 받게 되고(참고 - [The King of Fighters XI]) 그런다고 캐릭터를 많이 등장시켜도 눈에 띄는 장점이 되지는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부닥치게 되었다. 게다가 크로스오버(cross over)로 시작한 [The King of Fighters] 시리즈의 특성상 자사의 기존 캐릭터를 많이 활용하기에 ‘추억 보정’과 ‘캐릭터 재활용’이라는 언제 비판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약점을 가지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크로스오버 게임이라는 인식이 아직 유효해서 이 부분에 비판은 거의 없었다)

신규 캐릭터 - 정체성을 유지하되 크로스오버 색깔을 탈피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The King of Fighters XIV]는 새로운 전략을 찾기보다는 오히려 과거의 전략을 그대로 활용했는데 30~40명의 캐릭터는 더 이상 많은 수가 아니니 50명으로 수를 늘리는, 다시 말해 더 큰 충격을 주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는 [The King of Fighters] 시리즈가 인기몰이할 수 있었던 이유를 SNK가 잘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러한 전략이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는 자신감과 시리즈의 정체성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50명의 캐릭터 중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진 오리지널 캐릭터가 12명(보스까지 포함하면 14명)이나 되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추억 보정과 캐릭터 재활용에 대한 비판 여지’라는 약점을 해소하고 [The King of Fighters] 시리즈의 크로스오버 성향을 탈피하려는 시도로써 해석할 수 있다. 물론 50명이나 되는 캐릭터 및 다수의 신규 캐릭터 등장은 차기작에서도 비슷한 수의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또 다른 신규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을 주기에 언젠가 만들어질 [The King of Fighters XV]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The King of Fighters] 시리즈는 언제나 많은 수의 캐릭터와 적지 않은 신규 캐릭터를 보여줘 왔으니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며, 이번 [The King of Fighters XIV]에서 보여준 전략을 향후 시리즈에서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The King of Fighters XIV]는 변화의 시작이자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다

‘그래픽’을 제외하면 나무랄 곳이 없다. 게임을 가볍게 만들고 진입장벽을 낮추었지만, 숙련자와 기존 게이머들이 파고들만 한 깊이는 여전하다. 그리고 시리즈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여 50명이라는 전례 없는 캐릭터를 등장시키면서 많은 오리지널 캐릭터를 만들어 크로스오버 성향을 탈피하고자 했다. 또한, 그래픽의 변화뿐만 아니라 더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꾀했고 그 의도가 잘 나타났다. 이 정도면 충분히 성공적이다. 아케이드 시장이 축소되면서 대전 격투 게임의 시대가 끝났고 다섯 손가락도 되지 않는 작품들만이 이름을 날리고 있는 현시점에서 꿋꿋이 시리즈를 내놓는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지만, 많은 실패를 겪은 3D에 도전하여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는 것이 의미 깊다. 이제 징크스는 깨졌다! 성공적인 변화를 일궈냈으니 이를 바탕으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일만 남았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게임계에서 살아남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기억하자. 앞으로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못다 한 이야기

- 캐릭터 모델링과 모션의 완성도가 가장 뛰어난 캐릭터를 꼽으라면 신규캐릭터 미안(mian)을 들 수 있다. 중국 전통 연극 '천극'을 격투술로 사용하는 캐릭터인데 움직임이 매우 부드럽다. 게다가 천극에서 사용하는 가면술인 '변검'도 잘 구현되어 있어 기술을 사용할 때마다 가면이 바뀌는 것도 매우 인상적이다.

- 본문에서 스토리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 스토리 모드라고 표기된 부분이 있으니 실상 아케이드 모드와 같다. 애초에 아케이드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시리즈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스토리를 다루는 적을 수 밖에 없다. 다만 이번 [The King of Fighters XIV]는 소니 측의 재정지원으로 Playstation 4 독점 발매를 하게 되었고, 향후 콘솔 선행 발매 이후 아케이드로 넘어가는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될듯하니 후속작에서는 스토리 모드도 좀 더 신경을 쓰면 좋다고 본다.

- 캐릭터 간 밸런스는 시간이 충분히 흘러야만 판단할 수 있다. 최약캐라고 분류되던 캐릭터가 최강캐로 급부상하거나 최강캐였던 캐릭터가 중캐로 떨어지는 사례는 정말 많으니 이에 대해서는 차후 판단할 일이다. 조금 걱정되는 점은 캐릭터가 많을수록 밸런스를 맞추기 어려운데 50명이나 등장하니 밸런스가 완전히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시간이 흘러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며, [The King of Fighters XIV]에 대한 평가에 반영이 될 것이다.

- 신규 캐릭터 중 일부는 기존에 있는 캐릭터를 차용/조합/분리해놓은 것도 존재한다. 예들 들면 한국팀의 '강일'은 김갑환의 기존 기술과, 김동환([Mark of the Wolves]에 등장하는 김갑환의 장남)의 기술을 섞어놓은 형태이며, 같은 한국팀의 '루온'은 [The Rumble Fish]에 등장하는 '가넷'이라는 캐릭터와 기술 설계가 매우 유사하다. 참고로 [The Rumble Fish]는 [Mark of the Wolves]를 만든 전 SNK 직원들이 세운 회사이며, 이번 [The King of Fighters XIV]의 일부 캐릭터가 [Mark of the Wolves]의 후속작 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연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없음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ReCore (리코어)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Comcept, Armature Studio

플랫폼 : X-Box One, Windows 10

발매년도 : 2016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록맨의 아버지 ‘이나후네 케이지'는 게임 감독으로서 큰 위기를 맞이했다. 지난 6월 [Rockman]의 진정한 계승작을 자처하며 발매한 [Mighty No.9]은 경력(career, 커리어) 사상 전례 없는 실패를 맛보게 된다. 심각할 정도로 낮은 수준의 완성도는 전 세계 게이머들이 배신감을 느끼게 했으며 이나후네의 능력과 자신감이 허풍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게 하였다. 또한 혹자는 더는 이나후네가 만든 작품에는 눈길도 주지 않겠다고 말하거나 이나후네의 감각은 이미 죽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기대할 것이 없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반응은 Capcom 퇴사 이후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이나후네의 커리어가 끝을 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제는 과거의 명성만을 남긴 한물간 게임 감독이 되기까지 머지않았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Mighty No.9]의 실패를 [ReCore]로 만회할 수 있을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한 번의 기회는 남아있다. [Mighty No.9]과 함께 만들어지고 있는 또 다른 작품이 있었으니 그 작품이 바로 [ReCore]. 특정 작품의 계승작이 아닌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시리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나후네에 대한 실망감이 채 가시지도 않은, [Mighty No.9]의 발매 시점으로부터 3개월 뒤에 발매하게 되니, 게임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증명할 중요한 작품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ReCore]에 대한 게이머들의 생각은 뻔하다. 이나후네의 커리어를 연장할 것인가? 아니면 커리어가 끝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ReCore]를 파헤쳐 보자.

오픈 월드 구성을 가진 3인칭 슈팅형 액션 어드벤처 [ReCore]

[ReCore]의 장르적 기본 틀은 액션 어드벤처(Action Adventure). 여기에 TPS(Third-Person Shooter, 3인칭 슈팅)와 오픈 월드 구성이 더해진 형태다. 3인칭 시점의 오픈 월드 액션 어드벤처는 [ReCore] 이전에도 아주 많이 만들어졌으며 좋은 평가를 받은 수작/명작들이 포진해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또한, 가장 인기가 많은 장르이기도 하기에 액션 어드벤처 장르의 작품에 대해서는 게이머들이 어느 정도 기대하는 바가 정해져 있다. 그 중에서도 ‘전투'는 기대치가 가장 높은 요소이며 적절한 조작감,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연출, 도전의식을 고양하는 적절한 난이도 등 많은 특징을 담아낼 수 있는 장치다. 이런 점에서 [ReCore]를 시작하는 게이머는 일차적으로 전투에 주목하게 되며, 튜토리얼(tutorial)에 해당하는 게임 초반부의 상당 부분을 전투가 차지하고 있기에 본작 또한 전투가 중점이 되는 작품으로 인지하게 된다.

게임 안내문에서도 탐험이라는 요소를 강조하고 있을 정도로 초점이 명확하다

그러나 [ReCore]는 일반적인 액션 어드벤처와는 방향이 다르다. 전투에 기반을 둔 액션성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넓은 공간을 돌아다니며 탐험(adventure)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튜토리얼은 전투의 비중이 큰 편이나 튜토리얼을 마친 뒤 본격적으로 게임을 마주하게 되면 이 같은 특징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전투는 가볍고 단순한 방식으로 진행이 되고, 전투를 통한 캐릭터 육성의 비중이 작으며, 전투를 마친 뒤 보상이 미미하다. 반면 숨겨진 보급품 상자를 찾으면 캐릭터의 능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고, 게임 진행을 위해 해야 하는 일들의 대다수가 전투가 아닌 탐험을 통한 아이템 습득일 뿐만 아니라 반복적으로 스테이지 전체를 구석구석 탐색해야 한다. 이는 [ReCore]가 일반적인 액션 어드벤처처럼 전투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닌 탐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ReCore]의 공동 제작사인 아마추어 스튜디오의 대표작 [Metroid Prime]

그렇다면 [ReCore]는 어드벤처 장르로써 짜임새가 잘 갖춰져 있을까? 전반적인 짜임새는 [ReCore]의 공동제작사 아마추어(Armature) 스튜디오의 대표작 [Metroid Prime]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Metroid Prime]은 메트로바니아(Metroidvania; 넓고 복잡한 공간을 탐험하는 플랫폼 장르의 한 구성)라는 2D 플랫포머 구성을 형성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친 [Metroid] 시리즈의 후속작이며 시리즈 최초 그리고 성공적으로 3D(+1인칭)화 해낸 작품이다. 이 말인 즉슨 [ReCore] 역시 탐험이라는 목적에 잘 맞는 메트로바니아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어드벤처 장르로써의 짜임새에 대해 어느 정도 기대할 만하다는 의미다.

기존의 오픈 월드를 떠올려 볼때 이동하는 데 제약이 발생하는 경우는 적을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자. 대게 오픈 월드 게임들은 이동에 제약이 없거나 이동이 가능한 곳과 불가능한 곳의 구분이 분명하다. 또한, 지도를 여는 것만으로도 목적지에 도달하는 길을 찾을 수 있으며, 길을 찾는 것보다는 넓은 공간을 돌아다니며 무작위로 발생하는 전투가 중요하기 때문에 목적지로 이동하는 과정 자체에는 크게 애쓸 필요가 없다. 이에 따라 오픈 월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든 공간이 열려있어(open) 원하는 목적지에 쉽고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고, 이동의 가능 유무에 대한 판단이 빠르게 이루어지므로 터무니없는 위치에 올라갈 생각을 가지거나 목적지에 도달하는 경로를 찾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할 필요가 없다.

오픈 월드지만 플랫포머의 색깔이 매우 강해 이동에 많은 제약이 발생한다

그러나 [ReCore]는 이와 완전히 반대되는 특성을 가진다. 우선, 높낮이와 위치가 서로 다른 구조물이 플랫폼(platform, 발판)과 장애물의 역할을 하여 기본적으로 이동에 많은 제약이 발생한다. 목적지(또는 목표물)에 가까워지더라도 평면도의 형태로 한정적인 정보만을 제공하는 지로를 통해서는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위치를 파악한 후에도 주변 구조물에 대한 관찰/이해를 바탕으로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경로를 추가로 탐색해야 한다. 다음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곳과 이동할 수 없는 곳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다. 지형에 따라 갈 수 있는 장소인지 갈 수 없는 장소인지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특히 지형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언덕/바위/산의 경우 경사도, 굴곡, 형태에 따라 오르내릴 수 있는 위치가 천차만별이다. 물론 아이템을 배치하여 ‘이곳은 올라올 수 있음'을 어느 정도 힌트로써 주긴 하나 모든 장소가 그런 것이 아니다. 결국, 이동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직접 시도를 해야만 판단할 수 있으며,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저기도 올라갈 수 있을까?‘, ‘저쪽으로 가려면 이쪽으로 가면 될 것 같은데?’라는 호기심이 끊임없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호기심은 자신이 가고자 하는 위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경로를 스스로 탐색하도록 동기를 부여하여 하게 되므로 말 그대로 탐험(adventure) 그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즉, 오픈 월드지만 플랫폼과 장애물의 역할을 하는 복잡한 지형을 구축해 이동에 제약을 두었으며 그 안에서 환경과 지형을 이해하고 경로를 탐색하여 탐험하는 것이 주가 되는 전형적인 메트로배니아(Metrovania) 구성으로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컨텐츠의 수는 적을지언정 여러 형태로 재구성하여 탐험에 충실할 수 있게 했다

컨텐츠의 수는 적지만 매우 효과적으로 배치했는데 역시 짜임새를 갖추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ReCore]의 컨텐츠는 전투와 코어봇 육성을 제외하면 ‘프리즈마 코어 수집’, ‘보급품 상자 찾기'가 끝이다. (‘음성 기록'이라는 부가 컨텐츠가 존재하긴 하나 작중 세계관 및 이야기 이해를 위한 특전에 가까우니 일단 제외) 다양한 컨텐츠를 포함하여 플레이어의 선택적 소비를 가능케 하는 기존의 오픈 월드를 생각하면 조금 의아한 부분일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컨텐츠를 배치하더라도 목적지 또는 대상에 자유롭게 접근이 가능한 기존의 오픈 월드와는 달리 [ReCore]는 접근 자체가 자유롭지 못하다. 컨텐츠 소비를 위해 목적지/대상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애를 쓰는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컨텐츠의 수를 늘리는 것은 ‘지나친 플레이 타임 늘리기'나 ‘컨텐츠의 무성의하고 중구 난방한 배치’ 등의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탐험이 게임의 핵심인 [ReCore]의 특성상 ‘목적지 또는 대상에 도달하기까지 환경을 이해하고 길을 찾는 과정 자체'가 컨텐츠가 될 수 있어 굳이 많은 수의 컨텐츠를 구상하고 담을 필요가 없다.

결국, 컨텐츠의 수는 줄이되 목적지 또는 대상에 접근하기 까다롭거나 발견하기 어려운 곳에 배치하는 것에 주력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ReCore]는 과도하게 많은 양의 컨텐츠를 담기보다 두어 가지의 컨텐츠를 핵심 컨텐츠로 설정하고 이를 다양한 형태로 재구성, 복잡한 환경/지형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배치함으로써 모험 그 자체가 컨텐츠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 물론 탐험하는 컨텐츠 외에도 폐쇄된 원형 공간에서 다수의 코어봇과 싸우는 전투 중심의 ‘투기장'과 전투는 전혀 일어나지 않지만 매우 긴 일직선 구조의 고난도 플랫폼 구성을 갖춘 ‘동굴'이라는 두 종류의 던전(dungeon)을 곳곳에 배치하여 [ReCore]의 두 가지 게임방식을 나눠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분위기를 환기하고 지나치게 탐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루함을 방지하는 것도 있지 않았다. (재미있는 점은 던전 클리어의 보상이 ‘프리즈마 코어'라는 점에서 이 또한 핵심 컨텐츠가 재구성된 형태라고 볼 수 있으며, 던전 개방을 위해 열쇠 역할을 하는 파워셀봇을 찾아야 하는 특징은 던전 역시 탐험과 어느 정도 연결된 요소인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모든 컨텐츠가 탐험에서 시작해 탐험으로 끝나는 매우 일관된 구성이라는 것!)

탐험 과정에서도 꽤 멋진 연출을 볼 수 있어 액션성이 절대 부족하지 않다

탐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해서 액션 요소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플레이어는 점차 많은 수의 동료 코어봇을 얻게 되는데, 새로운 코어봇을 동료로 맞이하게 되면 이전에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이동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굉장히 멋진 액션을 보여주게 된다. 기류를 타고 하늘을 날거나 특정 구조물을 이용해 빠르게 이동을 하는 등 전투를 하지 않아도 매우 멋지고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앞서 언급한 잘 짜여진 플랫폼 구성도 액션성 강화에 한몫한다. [ReCore]의 플랫폼 구성은 복잡하기도 하지만 유동적이다. 고정된 형태의 발판(플랫폼, platform)만 있는 게 아닌 일정 거리를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발판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 그리고 플레이어의 기동력을 일시적으로 보완해주는 구조물이나 플레이어를 공격하는 장애물도 존재한다. 발판을 포함한 구조물이 매우 다채로운 특징을 가진 만큼 플레이어도 더 신속하고 정교한 조작을 수행하게 되며 이는 자연스럽게 캐릭터의 움직임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매우 빠르고 멋진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앞서 언급한 코어봇과의 협동 액션까지 활용하는 구간에서는 전투가 전혀 일어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멋진 연출을 볼 수 있어 탐험하는 과정에서도 액션성의 부족함은 전혀 없다. 게다가 새로운 동료를 얻으면서 추가되는 새로운 이동 기술, 이를 충분히 활용해야 하는 복잡하지만 잘 짜인 플랫폼 구성은 ‘새로운 기술을 얻어 기존에 진입하지 못했던 곳에 들어가 새로운 탐험을 하게 되는 구성'을 만들며 이 역시 메트로바니아가 가진 특성 중 하나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전투는 [Rockman]에서 이어받은 간편한 조작법과 자동조준으로 매우 가볍다

그렇다면 전투는 어떨까? 어드벤처 게임으로써 구색과 짜임새는 매우 훌륭한 [ReCore]지만 액션 어드벤처인만큼 전투 요소의 완성도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다행스럽게 본작의 전투는 충분히 인상적인 형태를 구축하고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볍고 빠르지만’, ‘까다롭고 정신없다’. 조작방식은 이나후네 케이지의 생각이 많이 반영되었는지 사격(+차지샷), 점프(+2단 점프), 대쉬(+공중대쉬)라는 [Rockman]의 조작체계를 그대로 담아내어 매우 쉽고 단순하다. 또한, 액션 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상호 작용(특정 상황/조건이 성립할 때만 발생하는 조작. 예를 들면 시야에 들지 않은 상태에서 적에게 근접해있을 경우 ‘암살'이 활성화되는 것이 있다)이 거의 없고, 조건이 단순하므로 조작을 익히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여기에 자동조준(auto-aim)을 도입하여 TPS임에도 조준이 어렵지 않아 적을 공격하는 데 애를 먹을 일도 없다. 그러다 보니 전투가 매우 가볍게 느껴진다. 여기에 간편한 조작체계, 점프와 대쉬를 조합한 빠른 움직임, 자동조준 시스템을 활용한 신속한 조준과 공격 대상의 변경 등이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전투의 전개 속도를 매우 빠르게 만들어 단순하지만 속도감 있는 전투를 맛볼 수 있다.

다양한 전투 상황 - 충분히 조작하도록 만드는 장치로써 조작하는 재미를 부여

그렇다고 해서 전투가 단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조작 체계는 단순할지 몰라도 전투 상황을 이해하고 그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조작하는 것은 꽤 정신없게 느껴진다. 이는 여러 가지 요소들에 의해 발생하는 데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우선, 적과 아군을 포함한 모든 코어봇은 속성, 그리고 코어봇의 기종 간에 강하고 약한 상성 관계를 가지고 있다. 속성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피해량이 급격히 줄어들거나 아예 피해를 주지 못하기도 하며, 코어봇 사이의 상성을 이해하지 않고 전투에 임할 경우 아군 코어봇이 무력하게 파괴되는 상황이 빈번하다. 이에 따라 플레이어는 코어봇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재 전투 상황에 맞는 적절한 속성 변화와 코어봇 교체를 위해 끊임없이 조작하게 된다.

또 다른 요소로는 '조준 회피'가 있다. 자동 조준 시스템에 있어 적을 조준하고 공격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지만 적군 코어봇이 결코 가만히 맞아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조준 회피를 통해 순간적으로 공격을 피하고 가끔은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다시 조준하기 위해 추가적인 조작을 해야 한다. 이외에도 묘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코어봇의 공격, 일시적으로 변화하는 속성, 서로 다른 속성을 가진 다수의 코어봇 등장, 아군 코어봇의 무력화, 함정에 의한 플레이어의 행동 불능, 코어봇을 단번에 파괴할 수 있는 즉시 추출 활성화 등 다양한 상황이 급격하게 나타나고 변화하므로 효과적인 전투를 위해서 끊임없이 조작할 수밖에 없다. 즉, 간편한 조작 체계를 통해 전투는 가볍고 빠르지만 다양하고 급격하게 변화하는 까다로운 상황들이 자주 발생하기에 정신없이 조작하는 재미가 있다.

성장을 위한 여러 가지 요소를 담고 있는 것 같으나 유의미한 것은 하나 밖에 없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ReCore]는 전투보다는 탐험에 초점이 맞춰진 게임이다 보니 전투에 따른 보상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캐릭터 육성의 비중이 적은데, 바로 이 '캐릭터 육성'의 비중이 적은 것을 넘어 구성 자체가 부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투를 통해 얻는 보상은 세 가지(경험치, 재료, 코어)로 이 모든 것은 코어봇의 육성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 경험치는 코어봇의 레벨을 올려주고, 재료는 코어봇의 부품을 제작/교체할 수 있으며, 수집한 코어는 합성을 통해 코어봇의 능력치를 선택적으로 강화하는 데 사용된다. 보상의 세분화와 서로 다른 활용 방법은 얼핏 다양하고 체계적인 육성이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경험치 습득을 통한 레벨의 증가는 새로운 기술의 습득이 전혀 없이 능력치만을 높여주고, 재료를 모아 만든 코어봇 부품 역시 능력치를 올려주며, 코어 합성은 애초에 능력치를 강화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눈치챘는가? 서로 다른 형태의 보상이지만 결과적으로 같은 용도로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능력치의 세분화, 코어봇 부품에 따른 보조 특성(부활 시간 감소, 치명타 확률, 속성공격 충전시간 감소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능력치 분배 및 보조 특성에 따른 차이는 플레이어가 체감하기 힘들 정도로 미미해 의도에 따라 육성 방향을 설정하기 모호하다. 주인공의 성장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은 전투를 통해 경험치를 얻고 레벨을 올릴 수 있지만 정작 레벨 상승에 대한 보상은 공격력/체력 향상 뿐이다. 이마저도 게임의 진행에 따라 적군 코어봇 또한 점차 강해지기에 주인공의 성장이 이루어졌을지언정 강해졌음을 느끼기 쉽지 않다. 전투보다 탐험에 초점을 맞췄다고 하지만, 전투를 반 필수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게임의 특성상 보상과 성장요소가 부실한 것은 꽤 아쉽다고 생각한다. 만약 주인공의 성장에 따른 기술의 습득이 가능했다면 좀 더 복잡한 구성의 스테이지 구성을 구축해 탐험 요소를 한 단계 강화할 수 있었을 것이며, 코어봇의 육성을 위한 요소를 다양화했다면 코어봇의 선택적/전략적 육성이 가능해 새로운 재미를 주는 것은 물론 모험에 대한 동기가 더욱 강해지는 등 탐험 중심의 게임성을 더 탄탄하게 만드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흥미로운 내용을 풀어낼 여지가 많았지만 짧고 간결하게 끝을 맺은 스토리

작중 이야기가 굉장히 간결하고 짧게 진행되는 것도 매우 아쉽다. 발매 이전 정보들은 [ReCore]의 이야기가 '인류가 멸망한 머나먼 에덴에서 펼쳐지는 유일한 생존자 줄과 코어봇의 모험'임을 강하게 드러냈다. 그리고 게임을 직접 하면서 볼 수 있는 작중 세계에는 인간이 살 수 없게 된 행성 머나먼 에덴, 행성 정화 시스템을 가동하고 영원한 잠이 든 인류, 인류를 대신해 머나먼 에덴을 바꿔나가는 코어봇, 코어봇의 반란 등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어나갈 멋진 요소들이 정말 많다. 이에 따라 플레이어는 주인공 일행이 어떤 고난과 역경을 만나 어떻게 이를 헤치고 얼마나 방대한 이야기를 그려나갈지 기대를 걸게 된다. 그러나 막상 볼 수 있는 이야기는 정말 짧고 단순하다. 이야기의 흐름은 모험의 시작 - 동료와 만남 - 적의 등장 - 동료를 잃음 - 적과 싸워 이김 - 모험의 끝으로 매우 단순하며, 별다른 부가적인 내용이 거의 없이 앞의 흐름 요약에 작중 등장인물의 이름만 넣으면 완벽하게 설명이 될 정도다. 또한, 이야기 전개를 위한 컷신이나 이벤트의 비중이 게임 전체 진행 시간과 비교하면 너무 적어 이야기의 전개가 너무 급작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나마 모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임이기에 플레이어가 직접 수행하게 되는 탐험 자체가 주인공의 여정이라고 변호할 수도 있지만, 매력적인 세계관 안에서 더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낼 여지가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은 것은 분명히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하물며 트레일러에서 보았던 '파괴된 코어봇의 부활'은 보조 이야기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했는데 말이다.

여러 가지 버그와 끔찍할 정도로 긴 시간의 로딩은 게임의 완성도를 깎아 먹는다

부수적인 요소와 스토리 측면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음에도 탐험에 초점을 맞춘 액션 어드벤처로써 짜임새는 굉장히 훌륭해 충분한 완성도를 갖춘 것으로 보이는 [ReCore]지만 사실 치명적인 문제점이 존재한다. 바로 지나치게 긴 로딩(Loading, 불러오기) 시간과 많은 수의 버그, 즉, 기술적 문제다. 긴 로딩 시간은 게임의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게임의 지속성을 저해하는 아주 심각한 문제인데, 특히 오픈 월드에서는 이러한 로딩 시간을 잡아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오픈 월드는 넓은 공간에서 활동하는 게임의 특성상 이동시간을 줄여주는 '빠른 이동’ 기능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다. 빠른 이동을 사용하면 (게임마다 시간의 차이가 있지만) 로딩이 진행되는데 약간의 로딩 시간을 감수하면 직접 이동하는 것보다 더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으므로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어 사용빈도가 높은 기능 중 하나다. 특히 [ReCore]처럼 탐험이 중심이 되어 같은 장소를 여러 번 방문해야 하는 경우에는 빠른 이동 기능이 더 중요해지고 사용 빈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ReCore]의 로딩은 1~2분 사이의 굉장히 긴 시간을 차지하며, 가끔은 빠른 이동을 사용하는 것보다 직접 이동하는 게 더 빠른 경우도 있을 만큼 로딩이 길다. 더욱이 오픈 월드이지만 지역이 나누어져 있어 지역 간 이동에도 로딩이 발생하며, 코어봇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자주 방문해야 하는 근거지(크롤러)의 입장과 퇴장 역시 긴 시간의 로딩이 발생한다. 즉, 로딩 시간 자체도 굉장히 길지만, 로딩이 굉장히 자주 발생하는 게임 구성 때문에 게임에 대한 몰입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이 외에도 게임 중에 발생하는 자잘한 버그들은 게임을 진행하는 데 불편함을 야기하고 게임의 완성도/게임에 대한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플레이어의 불만을 초래하게 된다. (필자가 직접 발견한 버그의 종류는 네 가지. 이외에도 더 많은 버그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1.던전에서 리스폰 위치에 오류가 발생해 리스폰과 낙사가 무한 반복 2.적군 코어봇이 등장해야 하는 트랩이 발동했음에도 코어봇이 등장하지 않아 일정 지역을 벗어날 수 없게 됨 3.코어 추출 상호작용이 활성화되었음에도 코어 추출이 불가능한 버그 4.플랫폼이 사라지는 버그)

아슬아슬하게 살려내는 데 성공했으니 다음에는 실력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ReCore]는 장르 특유의 구성과 짜임새, 충분한 재미를 갖춘 꽤 탄탄한 작품이다. 캐릭터 육성과 스토리가 조금 아쉽다는 것을 제외하면 잘 짜인 3D 메트로바니아 구성의 오픈 월드에서 만끽할 수 있는 모험과 액션, 그리고 쉽고 간편하지만 조작하는 재미가 충분한 전투까지 매우 흥미롭게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이나후네 케이지의 대표작 [Rockman] 시리즈와 아마추어 스튜디오의 대표작 [Metroid Prime]의 특성을 잘 융합해 [ReCore]라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게임 감독으로서 이나후네의 역량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다만 지나치게 긴 로딩 시간과 적지 않은 수의 버그들은 결코 게이머들에게 환영받을 수 없는 부분이기에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마지막 마무리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ReCore]가 이나후네 케이지의 커리어를 연장할 것인가? 아니면 끝을 낼 것인가? 아슬아슬하지만 일단은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본작에 대한 아쉬움, 치명적인 문제들로 인해 여전히 게이머들의 의심은 가슴 한켠에 남아있을 테니 차기작에서 더 멋진 모습을 반드시 보여줄 필요가 있다!

못다 한 이야기

- 정말 짧게 요약한다면 [Rockman]과 [Metroid Prime]을 섞어서 새롭게 만든 게 [ReCore]라고 할 수 있다. [Rockman]의 아버지가 설립한 Comcept와 [Metroid Prime]을 만든 Armature Studio가 서로의 색깔을 해치지 않으면서 조화롭게 구성한 결과물이라는 의미!

- 게임 과정에서 찾아야 하는 요소(프리즈마 코어, 파워셀봇 등)는 정말 기상천외한 장소에 숨겨진 경우가 많다. 너무 높아서 보이지 않는 곳에 있거나 지하에 숨겨져 있는 경우도 있고 갈 수 없다고 생각한 곳에 교묘한 틈이 있어 그곳에 놓인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지도상에서는 목표물이 있는 위치에 도착했음에도 추가적인 탐험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이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강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기에 탐험 자체에 흥미를 느끼기 충분했다.

- 버그인지 알 수는 없으나 기존에 탐험한 장소를 다시 방문할 경우 존재하지 않던 상호작용 대상(파괴 가능한 바위, 보급품 상자 등)이 배치되어 있다. 스토리 진행이 일정 수준 끝나는 경우 나타나도록 구성해놓은 것으로 생각되지만 조금 찝찝한 건 어쩔 수 없다.

-오픈 월드임에도 적의 등장위치가 고정되어 있다는 것은 조금 아쉽다. 그러다 보니 일정 시간 이상 게임을 하다보면 어디서 어떤 적이 등장하는지 외우게 되어 대처하기가 굉장히 쉬워진다. 이 부분을 개선해 무작위 등장으로 바꿔놓았다면 전투의 난이도가 좀 더 올라갔을지도 모르겠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X-Box One )

- 본문에 언급한 버그와 지나치게 긴 로딩 외에는 없음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인디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대한민국 유일한, 그리고 최고의 인디 게임 리뷰어 ‘쿠타르크’님을 만나보았습니다. 평소에 누구보다 빠르게 인디 게임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엄청난 빈도로 리뷰를 작성하시는 모습에 배우는 점도 많았고 한번쯤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다짜고짜 인터뷰를 요청드렸고 흔퀘히 승낙해주셨습니다. 인터뷰로 시작이 되었지만 오히려 종미니멈이 배운 점이 많았고, 인디 게임에 대한 쿠타르크님의 진지한 생각, 그리고 리뷰어로써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지기 위해 해야할 것들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본 인터뷰는 2016년 9월 5일에 진행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유일무이한 인디 게임리뷰어 쿠타르크(Kutark)

종미니멈 : 자기 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릴게요.

쿠타르크 : 현재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인디게임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쿠타르크라고 합니다. 그리고 스팀 큐레이터와 페이스북 페이지도 활동하고 있고요. 국내에서 인디 게임을 다루는 유일한 사람인 것 같고요. 그렇습니다.

종미니멈 : 방금 마지막에 말씀하셨던 것처럼 ‘인디 게임을 유일하게 다루는 사람’ 틀린 말이 아니죠. 인디 게임이 국내에서 뜨고 있다고는 하지만 인지도는 여전히 낮고, [Undertale]이나 [Mother]같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많이 탄 인디게임을 제외하면 AAA급의 대형 게임에게 가려졌죠. 사실 웹진에서도 잘 안다루는 분야가 인디게임이고요. 이런 점에서 쿠타르크님께서 인디 게임을 가장 많이 다루는 분이라는 건 확실하죠.

쿠타(Kutar) - 일본의 인디 게임 캐릭터. 개인지 곰인지 구분되지 않은 묘한 외모가 특징!

종미니멈 :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닉네임이 '쿠타르크'시잖아요. 보통 닉네임을 사용할 때는 유래가 있을 것 같은데, 어디서 나온 이름인가요?

쿠타르크 : 옛날 게임 중에 '쿠타 시리즈'에서 나오는 쿠타라는 캐릭터 아시죠?

종미니멈 : 저는 처음 들어보네요. (웃음)

쿠타르크 : 아는 사람은 알만한 일본에서 나온 게임 캐릭터인데요. 곰처럼 생긴것같기도 하고 개처럼 생긴것 같기도 한 되게 미묘한 동물 캐릭터가 있어요. 그 캐릭터가 엄청 귀여운 캐릭터인데, 그 게임이 마음에 들어서 처음에는 '쿠타'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었어요. 원래 쿠타였는데, 쿠타라는 이름이 쓰기 지겨워져서 이름에 k를 붙여봤어요. 쿠타가 kutar인데, k를 붙여서 읽어보니까 '쿠타르크'로 읽히는 것 같더라고요. 이게 재미있게 싶었다 싶어서 그때부터 쿠타르크라는 닉네임을 쓰게 되었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종미니멈 : 좋아하는 캐릭터의 이름을 따서 닉네임을 만들었다?

쿠타르크 : 그런 셈이죠.

종미니멈 : 그러면 쿠타라는 캐릭터가 곰과 개의 중간 정도로 생겼다고 하셨잖아요?

쿠타르크 : 네.

종미니멈 : 현재 오더캐릭터 디자인도 거기서 따오신건가요?

쿠타르크 : 네. 어느 정도 영향이 있죠.

종미니멈 : 지금 오더캐릭터는 곰이나 개모양 모자를 쓴 사람이지만 예전에는 주황색 개 캐릭터였잖아요.

쿠타르크 : 예전에는 그대로 썼어요.

종미니멈 : 그게 쿠타라는 캐릭터인가요?

쿠타르크 : 네 맞습니다. 근데 그대로 쓰기에는 저작권 문제도 있고해서 약간의 변형을 준 것이죠.

종미니멈 : 알겠습니다. 쿠타르크님에 대한 정보는 이정도로 충분한 것 같고요. 본격적으로 쿠타르크님의 활동 영역에 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쿠타르크의 인디 게임 천국' - 인디 게임 리뷰어 쿠타르크의 시작이자 근거지

종미니멈 : 활동 영역이 매우 넓으세요. 네이버 블로그도 자주하시고, 포스트에도 글을 올리시고, 유튜브에 영상도 올리시고, 개인 채널도 있고, 얼마 전에는 게임 코치에도 합류를 하셨잖아요? 그리고 트위치도 스트리밍을 하고 계시고요. 매일 오후 8시 였던가요?

쿠타르크 : 네.

종미니멈 : 스팀 큐레이터 쪽에서도 굉장히 많은 리뷰를 블로그와 연동을 해서 큐레이터 활동까지 하고 계시는데…활동 영역을 쭉 둘러보니까 첫 시작은 블로그인 것 같더라고요. 2014년 1월자가 첫번째 글인 것으로 보이던데, 처음 블로그를 시작한다고 하면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나 원하는 정보를 퍼다나르는 단순한 것부터 시작해서 주제를 정착해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쿠타르크님은 아예 처음부터 인디게임을 중심으로 잡고 하셨더라고요. 인디 게임을 주제로 해서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쿠타르크 : 제가 4년 전에 스팀을 처음 접했거든요. 스팀에 세일이 유명하잖아요? 75% 세일, 80% 세일 같은거요. 그런 식으로 해서 저렴한 게임 위주로 먼저 즐겼거든요. 저렴한 게임을 하다보니까 그 게임들이 재미있었고, 이게 무슨 게임인지 찾아보니까 인디 게임이었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스팀에 있는 인디게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인디 게임을 하나하나 즐겨나갔었죠. 그런데 게임을 열심히 하는 중에 문득 든 생각이 이렇게 게임을 플레이만 하고 넘기기에는 남는 것도 없고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뭐라도 내가 남기는 게 있어야 겠다 싶어서 게임을 플레이하고 난 뒤에 소감문 같은, 리뷰 형식의 글을 게임을 마칠 때마다 하나씩 작성을 하자! 이게 처음 시작이었습니다.

스팀 메인의 큐레이터 목록에 항상 올라와 있을 만큼 영향력이 있지만 본인은 정작 모르고 있었다고...

종미니멈 : 그렇군요. 처음에는 블로그였는데 지금은 영역이 매우 넓어졌잖아요. 아무래도 두번째로 활동하신 것은 스팀 큐레이터인 것 같은데, 스팀 큐레이터는 블로그의 연장선 정도로만 봐도 되는 건가요?

쿠타르크 : 큐레이션이나 페이스북 페이지 같은 경우는 블로그에 있는 정보를 끌어다 쓰는 것에 불과하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 큐레이션 같은 경우는 작년부터 시작한 거라 얼마 하지는 않았는데, 내가 한 게임들이 적지가 않으니까 이런 것들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간단히 하려고 했던 거에요. 뭔가 크게 바라고 한 것은 아니고요. 여태껏 했던 게임을 간단히 올리기만 하면되는거라 어렵지도 않았거든요. 그래서 제가 했던 게임 중에 남들한테 추천할만한 게임을 추려서 올리자로 시작했는데 하다보니까 벌써 게임이 200개를 넘어가더라고요. (웃음) 페이스북 페이지 같은 경우에는 블로그에 올린 글을 단순히 공유하는 용도로만 활용하고 있습니다.

종미니멈 : 그러면 페이스북 페이지랑 스팀 큐레이션은 블로그의 내용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보면 되겠군요.

쿠타르크 : 네 그렇습니다.

종미니멈 : 제가 블로그를 둘러보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었는데요. 아까는 단순히 게임을 하고 느낀 점을 글로 풀어보자로 시작을 하셨는데, 지금은 취미라고 보기에는 어느 정도 목적이 있으신 것 같아요. 블로그를 잘 하고 있는 건가라는 의문을 글에 남기는 경우를 종종 봤는데,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인디 게임 리뷰에 어떤 목적이 정해져있는 건가요?

쿠타르크 : 사실 처음에는 생각이 없었어요. 가볍게 내가 한 게임에 대한 감상문이나 쓰자라는 걸로 시작을 했는데, 블로그를 하다보니까 사람들이 방문하고 어쩌다가 네이버 메인에도 몇번 올라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제 글을 보게되니까 그때부터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내가 잠재력이 있구나하는 마음도 있었고요. (웃음)

종미니멈 : 많은 분들이 글을 좋게 봐주셔서 욕심이 생기게 되었다 정도로 볼 수 있겠군요.

쿠타르크 : 네

종미니멈 : 아까 리뷰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저 같은 경우는 리뷰 쓰는 게 굉장히 느리거든요. 최소 한달에 두편 정도 잡고 쓰는데, 쿠타르크님은 가끔 일주일에 네 다섯편씩 올리기도 하시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굉장히 놀라기도 했어요. 사실 인디게임은 플레이 타임이 짧아서 서너시간이면 엔딩을 보는 것도 있겠지만 말이 쉽지 그렇게 많이 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리뷰를 많이 쓸 수 있는 원동력을 무엇일까요?

쿠타르크 : 제가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인데 이게 제일 큰 것 같아요. 제가 가진 시간이 많다보니까 그만큼 게임을 많이하고, 그만큼 많이 글을 쓸 수 있는게 큰 것 같고요. 그리고 제가 리뷰를 쓸 때, 제가 하는 게임들이 대체적으로 플레이 타임이 짧다보니까 빠르게 플레이하고 느낀점을 금방 풀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봐요. 그 다음으로는 제가 리뷰 쓸때는 최대한 머리속에 있는 것을 풀어낸다는 느낌으로 쓰고 있어요. 복잡하게 전문적인 용어를 쓰거나 글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가벼운 느낌으로 내가 가진 생각을 풀어낸다는 마음으로 하는 거라 상대적으로 글 쓰는 시간이 짧은 게 아닌가 싶네요.

종미니멈 : 가볍게 머리 속에 풀어낸다는 것이군요. 그 부분은 저도 제일 배워가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이상하리만큼 글의 구성, 문장력에 목숨을 걸다보니까 쓸 내용을 정하는 데 얼마 안걸리는데 글로 완성하는 데 엄청 오래걸리거든요. 쿠타르트님은 생각을 있는 그대로 풀어 내시는 편이군요.

쿠타르크 : 저 같은 경우는 이런 건 미리 정해둬요. 예를 들면 [Undertale]을 플레이 했다. 그러면 어떤 이야기를 쓰고, 글을 어떻게 구성할지는 어느 정도 머리에 담아두고 있어요. 저는 문단을 위주로 생각을 해요. 이 문단에서는 최대한 그래픽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그리고 다른 문단에서는 과거를 회상한 레트로로써의 가치를 이야기하자, 다른 문단에서는 이 게임의 전반적 가치나 개략적인 줄거리, 게임 플레이를 이야기하자 구상은 하고 이걸 바탕으로 쓰는 편이죠.

종미니멈 : 구상을 하시되 최대한 가볍게 쓰시는 것이군요.

쿠타르크 : 네. 그렇습니다.

종미니멈 : 사실 읽으면서도 받아들이기 쉽고 저도 이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저는 가끔 제가 글을 쓰고도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 싶은 부분도 있거든요. (웃음)

쿠타르크 : 저도 그래요. (웃음) 저도 가끔은 쓰면서 '에이! 몰라!'하면서 대충 끄적이는 것도 있어요. 나중에 읽어보면 말이 안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특히 마음에 안 드는 게임들이 그래요. 비판은 해야겠는데 쓸건없으면 막 써서 올리기도 해요. (웃음)

종미니멈 : 글 쓰는 사람들의 공통점인 것 같군요. (웃음) 그러면 이제 영상 활동 쪽으로 질문을 넘어가도록 할게요.

게임 코치의 대장이라고 볼 수 있는 '겜프'님과의 인연으로 합류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종미니멈 : 얼마 전에 게임코치 쪽에 합류를 하셨잖아요. 어떻게 합류하셨나요?

쿠타르크 : 블로그 이웃 중에 '겜프'님이라고 계시거든요.

종미니멈 : 아! 그 게임코치에서 제일 유명한 분이죠?

쿠타르크 : 네. 그분이 일종의 게임코치의 탑이라고 불리는 분인데, 그분이 제 블로그 이웃분이었어요. 어쩌다가 그분 글을 보고 마음에 들어서 서로 이웃 신청을 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교류를 하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하면서 서로 알고 지내다가 갑자기 그분이 게임 코치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역시 재능있는 분이 들어갔구나 싶었죠. 그런데 갑자기 그분이 저한테 또 제안하시더라고요. 영상을 해볼 생각이 없냐고 하셔서요. 그래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종미니멈 : 게임 코치 합류하기 전에도 겜프님 영상에서 '인디게임은 왜 재미있을까?'라는 제목으로 쿠타르크님도 함께 하셨던 것으로 기억을 해서 어느 정도 연결이 있을거라 생각은 했는데, 겜프님의 권유로 들어가신 것이군요.

쿠타르크 : 네.

인디 게임 [Journey] - 오랫동안 다뤄왔지만 여전히 인디 게임을 정의하기 어렵다고 한다

종미니멈 : 사실 쿠타르크님하면 떠오는 것은 인디 게임. 인디 게임에 대해 질문을 드릴게요. 인디 게임에 대한 정의가 약간 불분명한 것 같아요. 회사의 규모로 판단하기도 하고, 플레이 타임으로 판단하기도 하고, 그래픽으로 판단하기도 하는 여러가지 기준이 있어요. 게다가 이 게임이 인디 게임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모호한 경우도 있는데, 쿠타르크님이 생각하시는 인디 게임의 정의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시겠어요?

쿠타르크 : 제가 인디 게임을 처음 봤을 때 첫 인상이 뭐였냐면 기존에 없던 '참신함'이었어요. 이건 아마 이제 막 인디 게임을 접한 분들이 흔히 가지는 생각일거라고 봐요. 최근에 이렇게 이야기를 많이 풀어나가는 것 같고요. 그런데 제가 인디 게임을 좀 더 많이 해보고,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느낀 건… 모르겠어요. 인디 게임이 뭔지... (웃음)

종미니멈 : 아? (웃음)

쿠타르크 : 조금 황당하고 우스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솔직히 저는 모르겠어요. 제가 나름 인디 게임을 접한지 3~4년 정도 되었고, 이정도라면 어디가서 인디 게임을 이야기하더라도 비웃음을 당하지 않을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정작 인디 게임에 대해 정의를 생각해보면 정말 모르겠어요. 인디 게임이란 게 과연 무엇일지? 제가 말한 게 '참신함'이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인디 게임 중에 참신하지 않은 것도 굉장히 많거든요. 가령 [Evoland]라는 게임이 있는데, 이 게임은 옛날에 유명했던 게임을 적당히 섞어서 만들었어요. 어찌보면 패러디나 오마주성 게임인데 이런 것들도 당당히 인디 게임으로 취급되고 있어요. 또 [Super Meat Boy] 같은 경우만 봐도 참신함은 없어요. 참신하다기보다는 하드코어하기만한 게임인데 그런 것들도 인디 게임에 들어가죠. 그리고 대규모 개발사의 게임 같지만 인디 게임이라고 불리는 경우도 많고요. 제가 그동안 생각해왔던 인디 게임의 정의에 잘 맞지 않는, 정의가 흔들리는 사례를 많이 보다보니까 인디 게임을 어떻게 정의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아마 저 뿐만 아니라 인디 게임에 관심이 있고, 이쪽에 종사하는 분이라면 지금도 고민하고 있을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그나마 제가 생각하는 정의에 가장 부합하는 말은 예전에 김성환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던 것인데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게 인디 게임'이라고 하셨거든요. 저는 그게 그나마 인디 게임을 정의하는 가장 좋은 문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종미니멈 : 그러면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어라'와 쿠타르크님께서 말씀하신 '참신함이 중요한 게임이다'를 생각해보면, 자기가 만들고 싶다는, 그리고 개인의 창의력이 들어간 참신한 게임이니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군요. 하지만 여러 가지 반례가 많기 때문에 딱 떨어지게 정의하기는 힘들다 볼 수 있겠군요.

쿠타르크 : 네

종미니멈 : 그렇다면 인디 게임의 매력이라고 하면 '참신함'이 가장 크다고 해야할텐데 이에 대해 조금만 더 자세히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쿠타르크 : 참신함이라고 하면 기존에 없던 것, 기존에 우리가 생각하기 힘들었던 것, 기존 게임에서 볼 수 없는 그런 것들이겠죠. 그게 가장 중요하고요. 그리고 단순히 참신함만 인디 게임으로 볼게 아니라 아까 말했던 [Evoland]가 이에 해당되는데, 인디 게임을 찾아보면 예전에 흥했던 장르인데 요즘에는 빛을 보지 못하는 장르가 많아요. 예를 들면 고전 느낌의 어드벤처 장르라던가 JRPG 같은 것들이죠. 이런 게임들은 요즘 대기업에서는 전혀 안 만들고 있잖아요? 이런 장르들이 인디 영역으로 넘어와서 여전히 개발하는 회사들이 남아있고 여기서 잘 만들어진 게임들은 대기업 게임 못지 않게 인기를 누리고 있죠. 이런점에서 인디 게임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그거 같아요. 복고. 레트로(retro). 이런 느낌도 인디 게임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나 싶어요.

종미니멈 : 레트로라고 하면 고전 게임을 상징하는 단어라고 볼 수 있는데, 대게 인디 게임이라고 하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도트 그래픽이라던가 단순한 조작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것들이죠. 그 부분도 맞는 것 같네요. 정말 좋은 답변 감사합니다.

쿠타르크 : 네. 맞아요.

종미니멈 : 하나 더 궁금한 게 있는데, 게임코치 합류 이후의 소개 영상에서 쿠타르크님은 AAA급 게임, 대형 제작사의 게임, 인기가 많은 게임들은 남들이 다 하는거라고 재미없다고 하셨어요. 정말 아예 안하시는건가요?

쿠타르크 : 약간 허세도 들어가 있긴한데 (웃음) 지금은 정말 안하고 있어요. 안하려고 의도하는 건 아니고 사람이 가진 시간이 24시간 밖에 없다보니까 인디 게임을 많이 하다보면 다른 게임을 손댈 여력이 없는 건 사실이죠. 그런데 그런 게임들을 안하는 건 아니에요. 최근에는 [Dragon Quest Heroes]가 스팀에 발매되서 하고 있고요. 격투 게임도 관심에 많아요. 이번에 발매된 [The King of Fighters 14]도 스팀에 나왔으면 아마 샀을거에요.

종미니멈 : 저는 샀어요. (웃음)

쿠타르크 : 좋겠네요. (웃음) 그리고 [Hearth Stone]은 직접 게임은 안하는데 유명 스트리머들 방송은 굉장히 자주 보는 편이에요.

종미니멈 : 시간 상의 문제로 인디 게임 위주로 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게임이 싫어서 안하는 것은 아니다?

쿠타르크 : 그렇죠.

인디 게임에 대한 스팀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지만 새로운 활로로써 모바일이 뜨고 있다는 사실

종미니멈 : 그리고 아까 스팀을 언급하셨는데요. 마침 스팀과 인디 게임의 관련성에 대해 질문을 드리려고 했어요. 사실 인디 게임이 수면위로 올라오게 된 게 스팀의 역할이 굉장히 크잖아요? 어찌보면 스팀 서비스에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는 대형 회사의 온라인 게임 밖에 몰랐는데, 스팀이 대중화가 되면서 인디 게임도 많이 알려지게 되었죠. 스팀이 인디 게임에 미친 영향력이 엄청난 데 이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나요?

쿠타르크 : 정확히 어떤 답변을 원하시는지 모르겠는데…

종미니멈 : 저도 이 질문이 너무 광범위해서 애매한 느낌을 받았는데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서요.

쿠타르크 : (고민) 절대적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스팀은 플랫폼이잖아요. 플랫폼은 그 안에서 어떤 게임을 내놓느냐가 중요한데 스팀은 개발자들에게 자신의 플랫폼을 오픈한 셈이죠. 그러다보니 수많은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게임을 올리는 것이고, 게이머들도 여과없이 자신들이 원하는 게임을 찾아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기는 거죠.

종미니멈 : 스팀은 개발자들에게 오픈된 공간이고 이로 인해 인디 게임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것이다. 그래서 스팀은 인디 게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로 결론을 내릴 수 있겠네요.

쿠타르크 : 그렇죠.

종미니멈 : 그러면 스팀이 아니라면 인디 게임을 접하는 경로가 없다고 봐도 되는 걸까요?

쿠타르크 : 그나마 요즘은 스팀이 아니더라도 접할 수 있죠. 인디 게임의 새로운 활로 중 하나인 모바일이 있잖아요. 모바일로 인디 게임이 많이 나오고 있고 특히 국내 개발자들은 모바일에 비중을 높이는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도 있다보니 국내 개발자들은 모바일로 많이 내는 것 같고요. 모바일 인디 게임도 관심있게 보고 있어요. 몇 개는 재미있게 하고 있고요. 대표적으로 최근에 나온 [Abyssrium]이라는 게임이 있는데, 단순한 클리커 게임으로 물고기 키우는 게임이에요. 풍경이 굉장히 아름다워서 감명깊게 했고요. 그리고 언제부턴가 소니도 그렇고 마이크로소프트도 그렇고 인디 개발사에 대한 지원정책이 활발해지고 있어요. 특히 소니 같은 경우는 인디에 대한 관심이나 지원이 매우 활발해요. 그래서 플레이스테이션 쪽에는 훌륭한 인디 게임이 많을거에요. 당장 [Journey]나 [Little Big Planet] 같은 경우는 인디 게임이거든요. 특히 [Journey]는 GOTY(Game of the Year)도 많이 받을 것으로 아는데, 플레이스테이션 쪽은 인디 게임도 괜찮은 편이죠.

종미니멈 : 스팀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나 소니, 그리고 국내에서는 모바일을 통해서도 인디 게임을 접할 경로가 많다는 거군요.

쿠타르크 : 확실히 몇 년전에 비해 인디 게임이 나아갈 길은 넓어진 것 같아요. 아직 부족한 점이 없잖아 있지만요.

[Smashing the Battle] - 국산 인디 게임의 성공 사례가 점점 늘어나는만큼 희망적이라는 생각

종미니멈 : 방금 한국 인디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하셨잖아요. 사실 적지 않은 분들이 국내 인디 게임 시장에 그리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은 않더라고요. 가령 클리커류 게임을 언급하셨는데, 클리커류 게임이 한 때 붐을 일으켰고 너무 그것만 따라가는 게 아니냐. 인디 게임이 가져야할 참신함이 부족한 게 아니냐. 단순히 당장 돈을 벌기 위해 인디 게임을 만드는 게 아니냐 라는 의견이 있었는데요. 쿠타르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쿠타르크 : 저도 그 부분은 공감해요. 그래서 솔직히 국산 클리커류는 가능하면 피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모바일 쪽은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모바일로는 나오는 게임이 많다보니까 선택폭도 넓고 명작들도 상당 수 있어요. [Cartoon 999]라던가 [용사는 진행 중] 등 찾아보면 굉장히 우리나라 모바일 인디 게임들을 명작이 많거든요. 그리고 최근 구글 인디 게임 페스티벌이 진행됬는데 모바일로 나온 국산 인디 게임들이 많이 나왔거든요. 행사에 대한 호응도 좋았고 행사에 나온 게임들도 재미있는 게 많았어요. 이런 걸 보면 그나마 모바일 쪽은 국산 인디 게임이 자리를 잡지 않았나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콘솔 쪽은 우리나라 게임 문화와는 거리가 있다보니까 콘솔 쪽은 언급할 거리가 별로 없어요. 그리고 PC 쪽은 아직 부족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나마 올해는 사정이 나아졌는데, 올해 나온 것중에 제가 호평한 것이 [Smashing the Battle]과 [Replica]인데…

종미니멈 : 아! 그 미소녀 나오는 게임?

쿠타르크 : 네 맞습니다. 안경미소녀…

종미니멈 : 저도 해보려고 했는데 기회를 놓쳐서… (웃음)

쿠타르크 : 나중에 꼭 해보세요. 재미있어요. 이 두 작품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가 뭐냐면 게임도 재미있지만 스팀에 발매를 해서 유의미한 성과, 유의미한 판매량을 거뒀다는 게 중요하죠. 판매량은 흥행에 대한 가시적인 지표가 되는거니까요. 이 두 작품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둘 다 게임성도 굉장히 좋아요. 한쪽은 단순하면서도 눈요기가 가능한 핵 앤 슬래시라는 특징이 좋았고요, 다른 한쪽은 그 자체로 독특하잖아요. [Replica]는 전화기를 사용한다는 것도 참신했고 게임의 설정도 좋았고요. 물론 정치적 색깔이 있어서 좋아하지 않은 분들도 있었지만 핸드폰이라는 설정과 정치적인 설정을 이용해 높은 게임성을 끌어냈다는 게 높은 평가를 줄 수 있는 요소라고 보고 있어요. 이런 게임들이 나오기 시작하게 되었으니까 앞으로도 더 좋은 게임이 나올테니까 어느 정도 희망적이죠. 사실상 작년까지만해도 스팀에서 국산 게임은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그에 비하면 올해는 훌륭한 작품들이 나와서 선방을 한 셈이죠. 미래도 조금 밝은 게, Rootless Studio의 [사망여각]과 채널좀비왕의 [Plutonium]이 이번 텀블벅의 인디 게임 중 가장 관심을 많이 받은 게임일거에요. 물론 한쪽은 좋은 쪽으로 관심을 받고 한쪽은 논란이 일기는 했지만 이런 식으로 인디 게임이 대중에 노출이 되고 좋은 인디 게임이 이런 식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게 긍정적으로 보여요. 이런 계기가 있어야 사람들의 인디 게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거고 실제로 좋은 게임이 나와서 흐름을 이어나갈 수 있다면 국산 인디 게임이 더 기세를 떨칠 수 있겠죠.

종미니멈 : 정리를 하면 [Smashing the Battle]과 [Replica]가 충분한 상업적 성과를 거뒀고, 동시에 게임성도 인정받고, 유저들의 관심도 받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사망여각]과 [Plutonium]이 상반된 반응이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생각이 된다는 것이군요.

쿠타르크 : 그렇죠.

종미니멈 : 사실 저는 인디 게임보다는 대형 회사들의 게임을 많이 하다보니까 인디 게임에 대해서 의문이 많았는데, 이렇게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전망이 나쁘지만은 않네요.

쿠타르크 : 적어도 제가 볼때는 그래요.

종미니멈 : 어찌보면 한국 인디 게임의 가장 부족한 점은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는 것인데… 게임성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제 성공한 사례가 나왔으니까 앞으로 더 잘되지 않을까 싶네요.

기존 국산 게임에 대한 실망감이 오히려 인디 게임을 키우는 원동력이 된다는 의견

종미니멈 : 며칠뒤면 BIC 부산 인디 게임 행사에 가시잖아요. 행사에 가시면 인디 게임 업계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으실 것 같아요. 게임을 만드는 분들과 게임을 하는 사람은 생각이 다를 거라고 보는데 인디 게임 제작자들이 어떤 생각으로 게임을 만드시는 지 들은 것이 있다면 하나 이야기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쿠타르크 : (웃음) 글쎄요. 아직까지 그정도로는 이야기를 해보지는 않아서요.

종미니멈 : 그러면 인디 게임 행사에 대해 글을 올리신 것을 보면 생각보다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쓰셨더라고요. 불과 1~2년 전만해도 인디 게임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는데 사람들이 갑자기 인디 게임이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쿠타르크 :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기존 게임계에 대한 실망감이 적지 않은 부분은 차지하는 것 같아요. 제가 인디 게임을 다루는 것이 이런 이유가 적지 않거든요.

종미니멈 : 기존 게임계에 대한 실망감이요?

쿠타르크 : 특히 올해는 국산 게임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줬잖아요. 당장 [Sudden Attack 2]만 보더라도요. 더 이상 말하면 안될 같네요. (웃음)

종미니멈 : 저도 구독자 몇분이 물어보시긴 해요. [Sudden Attack 2]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쿠타르크 : 생각하는 게 다 비슷하잖아요.

종미니멈 : 그렇죠. 게다가 우리나라가 게임 산업이 발달해 있다고 하지만 PC방 점유율만 보더라도 실상 우리나라에서 흥행하는 게임들은 외국 게임 뿐이잖아요? 이 때문에 국산 게임계에 대한 실망감이 생겼고 새로움을 찾기 위해 인디 게임으로 관심을 돌리게 되었다고 볼 수 있겠군요.

쿠타르크 : 맞습니다.

종미니멈 : 인터뷰 주제는 거의 다 끝났고요. 긴 시간 동안 인터뷰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인터뷰 마무리 질문인데요. 앞으로의 활동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쿠타르크 : 제가 블로그를 시작할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제가 뭐가 되어야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활동한 것은 아니었어요. 어찌보면 그냥 제가 하는 게임이 마음에 들고, 게임이 좋고, 게임이 재미있어서 한 것이었는데 그걸 계속 하다보니까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계획이라기 보다는 앞으로 인디 게임이 더 많은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인디 게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저를 찾는 사람, 블로그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겠죠. 그렇게 되면 코딘치도 그만큼 인기를 끌 수 있는 바탕이 될거고요. 그리고 당장 우리나라에서는 인디 게임이 해외만큼 대중적이지는 않잖아요? 그러다보니까 제가 뭔가를 할 수 있다기보다는 판 자체가 좀 더 커져야되지 않을까 싶네요. 제가 노력해서 직접 판을 키울 수도 있겠지만 할 수 있는 역할은 한정적일 것 같아요. 결국 재미있는 게임이 많이 나와주고 사람들이 인디 게임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면 제가 더 흥할 수 있을거라고 봐요. 제가 가장 바라는 건 그거에요. 더 많은 사람이 인디 게임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 그것 뿐입니다.

종미니멈 : 많은 사람들이 인디 게임이 관심을 가지고, 그와 동시에 쿠타르크님도 관심을 많이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쿠타르크 : 그렇죠. 그렇게 되다보면 자연스럽게 앞으로의 활동 방향이 정해지지 않을까 싶네요. 무엇이 되겠다 목표를 잡기보다는요.

종미니멈 : 인디 게임이 좋아서 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쿠타르크 : 네

종미니멈 : 저도 쿠타르크님 블로그를 보면서 몰랐던 인디 게임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어찌보면 쿠타르크님이 우리나라 게이머들에게 인디 게임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계시다고 생각해요.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웃음) 앞으로 좋은 활동 많이 하시고, 게임코치에서도 활발히 영상 올려주시면 좋겠네요.

쿠타르크 : 네. (웃음)

충분한 영향력이 있으시지만 여전히 겸손하고 초심을 따라가시려는 듯한 자세의 쿠타르크님

종미니멈 : 그러면 조금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마지막으로 팬분들에게 한마디. 아니면 인디 게임 업계 분들에게 한마디.

쿠타르크 : 팬이랄 건 없어서요. (웃음) 아마 종미니멈님 글을 보시는 분들은 저를 모르는 경우가 많을텐데요?

종미니멈 : 게임을 인디 게임만 구분지어서 하는 경우는 아니니까요. 그리고 사실 쿠타르크님을 모를수가 없는게 스팀 들어가면 메인에 쿠타르크님이 매일 떠있거든요. (웃음)

쿠타르크 : 맞아요. 어떤 스트리밍 방송을 보니까 스팀 메인 페이지에 쿠타르크 인디게임천국이 추천 큐레이터에 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저기에 나올만큼 되기는 한가보다 싶더라고요. (웃음)

종미니멈 : 그 정도만 봐도 인지도와 영향력도 충분히 있으신거죠.

쿠타르크 : 그래서 큐레이터 팔로워가 늘어나는게 그런 이유 때문인가 보네요. (웃음)

종미니멈 : 그리고 올해는 유독 인디 게임들이 BJ들에 의해서 소개도 많이 된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Stardew valley]를 들 수 있겠죠. 그러다보니 인디 게임에 관심이 늘어날거고 인디 게임을 이야기하는 사람 중에서 가장 유명한 분이 쿠타르크님이니까 인디 게임에 관심이 생기면 당연히 쿠타르크님을 알 수 밖에 없죠. (웃음) 갑자기 인터뷰가 아닌 것처럼 되어버리긴 했네요.

쿠타르크 : (웃음) 그러면 이제 마지막으로 할말을 하면 되는거죠?

종미니멈 : 네. (웃음)

쿠타르크 : 네이버에서 인디 게임 블로그 운영하고 있는 쿠타르크고요. 인디 게임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분들은 제 블로그 들르시면 인디 게임에 관한 뉴스를 꾸준히 보실 수 있어요. 제가 즐긴 게임들의 리뷰도 꾸준히 작성하고 있고 인디 게임에 대한 좋은 정보도 많으니까요 가볍게 한번 들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이버에 쿠타르크라고 치면 나오나?

종미니멈 : 되게 많이 나와요. (웃음)

쿠타르크 : 아! 나오네요. (웃음) 기껏 알려줬는데 안 나오면 어쩌나 했는데… 네이버에 쿠타르크 검색하면 나오니까 그쪽으로 가볍게 구경오시면 좋겠고 스팀 큐레이터 팔로우도 해주면 고마울 것 같고요.

종미니멈 :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인터뷰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인디게임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인디게임리뷰어로써도 더 큰 위치를 차지하시면 좋겠습니다. 다음주 추석이니 즐거운 한가위 되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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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Guilty Gear Xrd; Revelator (길티기어 이그저드 레벌레이터)

장르 : 대전, 격투

제작사 : ARC System Works

플랫폼 : Playstation 4, Arcade

발매년도 : 2016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Guilty Gear Xrd; Sign 과 Revelator 를 함께 다룹니다.>

ARC System Works(이하 ARC)의 대표작 [Guilty Gear] 시리즈는 매우 독특한 탄생 일화를 가지고 있다. “회사가 망하기 전에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게임을 만들게 해주세요!” ARC의 신입사원 ‘이시와타리 다이스케'의 패기 있는 발언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더는 잃은 것이 없는 ARC의 사장은 이를 승낙하여 게임 제작에 돌입, 이시와타리가 직접 세계관/디자인/캐릭터/음악/성우 등 게임 전반을 담당하였고 그 결과물이 바로 1998년 작 [Guilty Gear]다.

신입사원의 주도 아래 만들어진 게임이 회사의 대표작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러나 회사의 좋지 못한 경영 상태, 경력 없는 신입사원의 게임 개발과 별개로 다른 문제도 존재했다. [Guilty Gear]가 발매될 당시 2D 대전 격투 게임은 SNK의 [The King of Fighters]와 Capcom의 [Street Fighter]가 양분하고 있었다. 이미 수많은 시리즈를 내놓으며 팬덤을 구축하고 2D 격투 게임의 표준이 되어버린 두 작품이기에 새로운 게임이 그사이를 치고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 게다가 대전 격투 게임은 아케이드 시장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었으나 [Guilty Gear]는 아케이드가 아닌 가정용 게임기인 Playstation으로 발매하게 되었기에 성공 가능성이 그리 커 보이지 않았다. 문을 닫기 직전의 회사에서 신입사원이 도맡아 제작한 게임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Guilty Gear]는 준수한 평가와 함께 충분한 상업적 성공을 거뒀고 도산 직전의 ARC를 구원하게 된다. ‘신입사원의 지휘 아래 만들어진 도박성 작품이 회사를 위기에서 구원하다.’ 이것이 [Guilty Gear] 시리즈의 첫 번째 혁신이다.

전작의 성공을 바탕으로 나온 후속작이자 시리즈의 틀을 정립한 [Guilty Gear X]

[Guilty Gear]의 성공을 바탕으로 ARC와 이시와타리는 후속작을 만들기에 돌입한다. 전작의 시스템을 이어가는 것이 아닌 새로운 게임 시스템을 구축하고, 프레임을 낮추는 대신 해상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그래픽 또한 새롭게 만들었다. 그리고 SNK와 Capcom이 양분하고 있던 아케이드 시장에 정면으로 도전하기에 이른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새롭게 구축한 시스템은 혼을 빼놓을 정도로 화려한 콤보가 가능케 하여 다른 격투 게임과는 차별화된 게임 방식을 보여 주었고, 도트 그래픽으로 제작되어 오던 기존의 격투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고해상도 2D 그래픽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이시와타리의 취향이 가득한 락/메탈풍의 음악은 지금까지의 격투 게임에서는 들을 수 없는 쾌감을 가져다주었다. 이 작품이 바로 [Guilty Gear X]. 두 번째 혁신이다.

최고의 완성도를 갖춘 [Guilty Gear XX]부터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러나 너무 무난한 성공가도 때문이었을까? 이다음으로 만들어진 [Guilty Gear XX]부터 조금씩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캐릭터 추가, 시스템의 보완, 준수한 밸런스 등으로 최고의 완성도를 갖춘 [Guilty Gear XX]였으나 첫 번째 확장판인 [Guilty Gear XX # Reload]는 버그로 인한 리콜 사태를 겪었으며, 이후 발매된 확장판들은 발전되기는커녕 오히려 퇴보하였기에 혁신적이었던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실망스러운 결과를 연이어 내놓게 되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Guilty Gear Iska]는 4인 동시 대전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이를 구현한 시스템이 난잡하기 그지없었기에 완벽한 실패를 맛보게 된다. 더군다나 판권 문제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겹치면서 [Guilty Gear] 시리즈의 지속은 불투명해졌다. 결국, 판권 문제의 해결책으로 대전 격투 게임이 아닌 전략 액션 게임 [Guilty Gear 2; Overture]의 발매와 [Blaz Blue]라는 새로운 대전 격투 게임 시리즈를 시작했고 2D 대전 격투 게임 [Guilty Gear]는 그 막을 내리게 되었다.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갈 때 즈음 화려하게 복귀를 선언한 [Guilty Gear Xrd]

그러나 몇 년 후 ARC가 [Guilty Gear]의 판권을 되찾고 후속작을 제작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영원히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Guilty Gear] 시리즈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또한 대전 격투 게임으로써 [Guilty Gear XX]의 후속작임을 알리듯 제목은 [Guilty Gear Xrd]. 2014년 발매된 [Guilty Gear Xrd; Sign]은 이제껏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나타났고 대전 격투 게임 팬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게이머에게 충격을 주며 다시 한 번 혁신을 일으키는 데 성공, 화려한 복귀를 선언했다. 그리고 2016년 후속작 [Guilty Gear Xrd; Revelator]를 내놓으며 명실상부 최고의 격투 게임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Guilty Gear Xrd]가 어떤 모습이길래 게이머들이 열광했을까? 그리고 무엇이 혁신적이라 말할 수 있을까? 하나씩 뜯어보자

세 작품의 그래픽 - 모두 3D 그래픽으로 변화를 주었지만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Guilty Gear Xrd]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단연 그래픽이다. 전작들도 동시대 게임들과 비교해 월등히 우수한 고해상도의 2D 그래픽을 보여주어 상당한 호평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기대 이상의 그래픽을 보여주며 경쟁작보다 한발 앞서나가게 되었다. 전작은 프레임을 낮추고 해상도를 높이는 방법을 활용했다면, 이번에는 2D가 아닌 3D 그래픽을 도입하고 카툰 렌더링(Cartoon Rendering)을 이용해 ‘만화처럼 보이는 3D 그래픽'으로 만들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장르의 작품인 [Street Fighter]와 [The King of Fighters]도 3D 그래픽으로 변화를 주었는데 세 작품은 서로 다른 방향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Street Fighter 4]가 보여준 그래픽은 누가 봐도 3D임을 알아볼 수 있지만 최대한 2D의 느낌이 나도록 다양한 효과/기법을 활용했지만 [The King of Fighters 14]는 3D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두었으며 2D의 느낌을 내려는 시도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Guilty Gear Xrd]는 3D지만 카툰 렌더링을 통해 2D처럼 보이게 만들어 언뜻 봐서는 3D임을 인지하기 쉽지 않다. 즉, 2D 느낌이 가장 강한 것은 [Guilty Gear Xrd], 3D 느낌이 가장 강한 것은 [The King of Fighters 14], 그리고 그사이에 위치한 것이 [Street Fighter 4] 정도가 되겠다.

카툰 랜더링 기법을 이용해 2D처럼 표현함으로써 위화감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앞서 언급한 세 작품 중 [Street Fighter 4]와 [Guilty Gear Xrd]의 공통점은 ‘2D의 느낌이 나도록’ 표현을 했다는 것인데, 이는 그래픽 변화 때문에 발생하는 이질감을 줄이려는 방법이다. 그래픽 변화는 필연적으로 캐릭터의 움직임에서 받을 수 있는 시각적 느낌과 조작감에 차이를 만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는 전작을 즐겨온 게이머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질감이나 게임 자체에 거부감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를 해결하려는 방법으로 [Street Fighter 4]는 색채와 질감을 활용한 독특한 표현방식으로 낯설지만 멋지고 신선하게 느끼도록 만들었고, 달라진 조작감은 새로운 시스템으로 게임 방식에 변화를 주어 보완했다. 반면에 [Guilty Gear Xrd]는 새롭게 표현하기보다는 전작의 형태를 계승하고 발전시킴으로써 지극히 깔끔하고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집중하여 익숙한 형태로 만들어 냈다. 물론 2D에서 3D로의 변화 과정에서 작품별로 방향성이 다를 뿐 어느 쪽이 더 우수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며 [Guilty Gear Xrd]의 경우는 그래픽이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위화감이나 이질감을 전혀 느낄 수 없고 조작감까지 전작과 동일하게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칭찬할만하다.*[각주:1]

다양한 카메라 앵글을 통해 공간감과 연출력을 극대화하여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그러나 2D처럼 만들어 냈음에도 불구하고 3D의 장점을 활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2D와 3D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바로 ‘공간감’. (2D는 ‘평면'인 2차원, 3D는 ‘공간'인 3차원) 기존의 2D 대전 격투 게임의 그래픽은 평면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고정된 시점을 가질 수밖에 없었으며, 공간감을 연출하기도 어렵다. 물론 다양한 미술 기법(채색, 원근법, 음영법 등)을 활용해 평면에서도 공간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긴 했으나 이는 배경(Background)에 한정되어 있을 뿐이었고, 캐릭터 또는 캐릭터의 움직임은 공간감을 느끼게 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Guilty Gear Xrd]는 3D 그래픽의 특성상 충분한 공간감을 형성할 수 있었고 이를 살리기 위해 활용한 것이 변화하는 시점(또는 카메라 앵글)이다. 기본적으로 2D 격투 게임의 전형인 고정 시점이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일시적으로 시점이 바뀌는데, 초필살기를 사용할 때 캐릭터의 얼굴이 줌인(Zoom In) 되거나 KO가 되는 순간 타격 판정을 기준으로 카메라의 360’ 회전, 첫 라운드 시작 직전 하이 앵글(High Camera Angle)에서 노멀 앵글(Normal Camera Angle)로 각도가 천천히 바뀌거나 타격 위치에 따라 로우 앵글(Low Camera Angle)이 나타나는 등 굉장히 변화무쌍한 시점을 보여준다. 이런 시점의 변화는 3D가 가지고 있는 공간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임과 동시에 공간감을 살린 것이며, 이 자체로 캐릭터의 움직임을 더욱 화려하게 보여주는 연출효과까지 내고 있어 시각적 즐거움을 극대화하기까지 이른다.**[각주:2]

광원효과 - 자세히 살펴보면 빛에 의해 미묘하게 밝기와 색깔에 차이가 발생한다

새로운 그래픽 기술의 도입은 아주 작은 부분을 연출하는 데도 이용되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눈에 띄는 것은 1) 광원 효과, 대전 진행에 따른 2) 상처 표현 및 3) 파츠 크러시(parts crush; 복장 파손) 다. 먼저 광원 효과는 공간감을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빛의 위치에 따라 캐릭터의 몸에 지는 그림자의 위치와 크기가 달라지고, 특정 부위가 밝게 보이거나 반짝이는 등 빛과 대상과의 거리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연출력을 강화하는 공간감에 더욱 힘을 실어줌으로써 시각적 즐거움을 극대화한다. 그다음으로 상처 표현과 파츠 크러시는 ‘대전 격투’ 게임을 좀 더 실감 나게 즐길 수 있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기존 2D 격투 게임들은 (기술의 문제인지 아이디어의 부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수백, 수천 대를 맞더라도 캐릭터의 몸에 생채기 하나 생기지 않고 복장도 아주 깨끗한 상태를 유지한다. 이는 현실에서는 말이 안 되지만 게임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며 지금까지 대다수 게임들이 그래왔기 때문에 지금껏 적용해오지 않았다.***[각주:3] 그러나 [Guilty Gear Xrd]는 상처 표현과 파츠 크러시까지 표현하여 게임의 진행 상황이나 피격 정도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만들 뿐만 아니라 게임을 좀 더 실감 나게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이는 그래픽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제작자들이 세세한 요소까지 표현하고자 노력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양한 시스템의 존재는 [Guilty Gear] 시리즈 특유의 게임성을 만들어 냈다

이번에는 게임 방식과 시스템에 대해 살펴보자. [Guilty Gear] 시리즈의 게임 방식은 두 번째 작품인 [Guilty Gear X]에서 그 틀이 잡혔는데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시스템을 추가/개선하는 것으로 점차 특유의 게임성을 구축해왔다. 버튼을 순서대로 누르면 연결되는 간편한 기본기 연계인 게틀링 콤보(Gatling Combo), 특수한 판정과 타격 후 추격 기능을 가진 더스트 어택(Dust Attack), 일정량의 텐션(tension gauge, 파워 게이지와 동일)을 소모해 모션을 초기화해주는 로망 캔슬(roman cancel) 등 다양한 시스템이 존재한다. 이러한 다양한 시스템은 다른 격투 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쉴 틈 없는 움직임과 화려한 콤보, 빠른 공수 전환을 가능하게 하며 보기만해도 흥분되는 [Guilty Gear]만의 매력을 만드는 원천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Guilty Gear Xrd]의 시스템도 전작을 그대로 계승했으며 그래픽의 변화에도 조작감 또한 그대로 구현해냈기 때문에 시리즈만의 게임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로망 캔슬(roman cancle) - 콤보의 핵심이나 진입장벽을 높이는 주요 시스템

그러나 다양한 시스템이 존재하고 이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학습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는 것인데, 이는 자연스레 진입장벽을 높이는 결과를 만들게 되었다. 특히 시리즈 특유의 화려한 콤보는 상당한 숙련도를 갖춘 유저만의 전유물이었고 초심자들은 그저 구경만 할 뿐 정작 따라 할 수 없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콤보를 위해 이해하고 학습해야 하는 요소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콤보의 핵심인 로망 캔슬이 콤보의 난이도와 진입장벽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로망 캔슬의 사용 방법은 간단하나 캐릭터마다 사용하는 타이밍이 다를 뿐만 아니라 로망 캔슬을 사용한 후에 추가로 기술을 입력하는 데 주어지는 시간도 아주 짧아 난이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더욱이 로망 캔슬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캐릭터의 기본기/필살기마다 판정, 강제다운, 넉 백 등 특징이 너무 다양하므로 하나의 캐릭터를 높은 수준으로 학습하고 연구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콤보를 실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결국, 게임을 가볍게 즐기기에는 시스템이 너무 무겁고, 게임을 깊게 파고들지 않으면 시리즈 특유의 화려한 콤보를 맛볼 수 없어 초보자의 비중은 줄고 숙련자들만 남는 안타까운 상황에 도달하게 되었다.****[각주:4]

시스템을 개선을 통해 편의성을 증가시키면서 동시에 게임의 깊이를 더했다

[Guilty Gear Xrd]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 ‘로망 캔슬'을 개선(;Sign)했고, 2) ‘스타일리쉬(Stylish)‘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추가(;Revelator)했다. 기존의 로망 캔슬은 프레임 단위의 짧은 시간 동안 정확한 타이밍에 빠르게 입력해야 한다는 특징으로 높은 운용 난이도를 가진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Guilty Gear; Sign]부터는 프레임 단위가 아닌 캐릭터의 모션과 판정 여부 등 눈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으로 발동할 수 있게 바뀌어 기존의 로망 캔슬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로망 캔슬 발동 후 일정 시간 동안 슬로우 모션 처리가 됨으로써 플레이어가 추가적인 조작을 할 수 있는 여유 시간이 늘어나 기술의 연계도 좀 더 용이하게 되었다. 여기에 사용 난이도는 낮아졌을지언정 로망 캔슬의 종류를 세분화하여 더 다양한 운용이 가능하도록 만듦으로써 게임의 깊이를 더한 것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점프와 기본기만으로 구성한 12단 콤보조차 초심자에게는 절대 쉽지 않다

다만 로망 캔슬의 운용 난이도 하락과는 별개로 [Guilty Gear Xrd]에서 제대로 된 콤보를 사용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어느 정도냐 하면 다른 작품들은 대전 영상을 참고해 흉내를 내고 학습할 수 있지만 [Guilty Gear] 시리즈는 흉내 내기조차 쉽지 않다) 비단 [Guilty Gear] 시리즈뿐만 아니라 모든 대전 격투 게임에 해당하는 문제로 ‘초심자도 쉽고 간단하게 콤보를 사용하도록 만들 수 없을까?’라는 난제를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Guilty Gear; Revelator]에서는 ‘스타일리쉬(Stylish)’ 시스템을 추가했다. 스타일리쉬 시스템은 콤보 성립을 위해 타이밍을 맞추고 일일이 조작을 해줘야 하는 기존 시스템과 달리 버튼 하나만 누르면 콤보가 자동으로 이어지는 초심자를 위한 시스템이다. 독특한 점은 ARC의 또 다른 작품인 [Blaz Blue]에서도 해당 시스템이 사용된 적이 있는데 성격은 같지만 그 수준에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Blaz Blue]에서의 스타일리쉬 시스템은 캐릭터마다 대표적인 기본 콤보 한 두 가지만 사용 가능했으나 [Guilty Gear Xrd]에서는 적중한 기본기와 상대방과의 거리, 현재 플레이어의 위치 등을 종합하여 가장 효과적인 콤보가 자동으로 이어진다. 즉, 콤보의 종류가 다양해졌고 어떤 상황에서든 기술 연계가 가능해져 더 간편하면서 화려한 게임 진행이 가능해졌다.

신규 유저 유입에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이들이 제대로 게임을 파고들지는 의문

그런데 이 스타일리쉬 시스템이 좋게만 볼 수 없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버튼 연타를 통해 자동으로 콤보가 나간다는 특징은 게임이 가져야 할 '조작하는 재미'를 상당 부분 상실시킨다. 버튼 하나만 연타해도 자동으로 기본기와 필살기가 이어지니 별다른 조작을 요구하지 않는다. 게다가 스타일리쉬 시스템으로 수행할 수 있는 콤보의 범위가 매우 넓어 사람의 반응 속도로는 연계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콤보도 자연스레 이어질 정도이니 누가 기본기를 먼저 맞추느냐가 게임의 승부를 결정짓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정말 짧은 시간에 판단하고 그에 가장 알맞은 커맨드를 입력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초심자의 입장에서는 콤보가 쉽게 이어지기 때문에 재미를 느낄 수 있겠지만, 일시적인 것일 뿐 버튼만 연타하는 격투 게임의 재미가 오래 갈 수 있을 리가 없다. 또한, 견제/심리전/압박 등 격투 게임에서 활용해야 할 전략이 대부분 무의미해지므로 게임의 깊이도 다소 떨어지게 된다. 둘째, 신규 유저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더라도 유입된 유저가 게임을 지속하게 하기는 어렵다. 스타일리쉬 시스템의 편의성으로 게임을 쉽고 가볍게 즐기면서도 화려한 콤보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좋은 점이다. 하지만 스타일리쉬 시스템에서 테크니컬 시스템(직접 커맨드를 입력하는 기본 시스템)으로 바꿔서 게임을 진행할 경우 그 차이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 별도의 조작 없이 멋진 콤보를 쉽게 이어가다가 갑자기 직접 조작을 하려고 하면 게임의 난이도가 급격이 증가하는 현상을 초래하여 오히려 게임을 지속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되려 신규 유저가 스타일리쉬 시스템이라는 간편한 시스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을 만들 것으로 보이며, 신규 유저를 유입하는 것은 성공할지언정 [Guilty Gear Xrd]를 깊게 파고들어 게임을 즐기는 유저로 바꾸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대다수의 대전 격투 게임들이 텍스트 위주의 스토리 진행 방식을 활용해 왔다

그래픽과 시스템이 전작을 계승하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진행이 되었다면 [Guilty Gear Xrd]에서 완전히 새롭게 등장한 요소도 존재한다. 바로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상 컷 신(Cut Scene)이다. 어떤 장르의 게임이든 그 안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야기를 풀어내기 마련이다. 그런데 대전 격투 게임은 사람 간의 대결에 초점이 맞춰지므로 작중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적으며, 아케이드 게임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이야기를 길게 풀어낼 기회가 부족했다. 이야기를 풀어내더라도 기껏해야 캐릭터별로 결말에서 짧게 나오는 후일담 정도만 보여주기에 다른 장르에 비해 이야기의 분량이 적고 깊이가 얕은 편이다.*****[각주:5] 물론 콘솔로 이식이 되면서 이야기를 많이 다루는 경우도 있지만, 이미지나 영상보다는 텍스트 중심의 적당히 구색만 갖춘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 이러한 특징은 [Guilty Gear] 시리즈도 예외가 아니었으며, 전작 [Guilty Gear XX]까지만 해도 몇 장의 이미지와 수많은 텍스트로 이야기를 전개해 왔다.

아케이드 버전에 해당하는 ‘에피소드 모드’는 스토리에 흥미를 끌 만하다

그러나 [Guilty Gear Xrd]부터는 새롭게 도입한 3D 그래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영상 컷 신을 담아내었으며, 프롤로그(prologue)에 해당하는 '에피소드 모드'와 작중 중심 이야기인 '스토리 모드'가 함께 존재하여 매우 풍부한 이야기 분량을 지니게 되었다. 에피소드 모드는 아케이드 버전에 대응하여 캐릭터 선택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게임의 시작-중간-끝에 짧은 영상 컷 신을 담고 있어 플레이어가 작중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도록 만든다. 게다가 캐릭터 선택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용과 흐름이 정해져 있고 이를 캐릭터마다 나누어 전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각주:6] 이에 따라 에피소드 모드에서 모든 캐릭터를 한 번씩 플레이하게 되면 [Guilty Gear Xrd]의 본 이야기를 즐기기 위한 프롤로그를 끝마칠 수 있게 되고 자연스럽게 본 이야기에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덤으로 에피소드 모드를 통해 작중 이야기에 관심이 생기게 됨으로써 모든 캐릭터를 최소한 한 번씩 다뤄보는 계기를 만드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장편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스토리 모드’는 그 자체로 흥미롭다

그리고 스토리 모드는 에피소드 모드에서 전개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Guilty Gear Xrd]의 이야기를 다룬다. 독특한 점은 에피소드 모드와 달리 스토리 모드에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을 하는 일이 없다는 것인데, 이유인 즉슨 스토리 모드는 수 시간 분량의 영상으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에피소드 모드가 짧은 프롤로그와 게임 플레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스토리 모드는 온전히 작중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궤를 달리한다. 플레이어는 특별한 조작 없이 영상을 감상하면서 다른 대전 격투 게임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방대한 이야기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게다가 게임과 마찬가지로 모델링을 이용해 영상을 만들었기 때문에 게임과 영상의 괴리가 전혀 없고, 카툰 렌더링을 이용한 만화 같은 그래픽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어 아주 잘 만들어진 장편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 [Guilty Gear Xrd]가 보여준 이야기 전개 방식은 지금까지 작중 이야기에 소홀히 한 대전 격투 게임들에 좋은 선례가 될 것이며, 본작을 기점으로 향후 격투 게임들의 이야기 전개 방식이 다양해지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Guilty Gear]의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나 행복하다

3D를 2D처럼 표현한 참신한 발상과 이를 이용해 만들어낸 멋진 영상! 시리즈 고유의 게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시도! 그리고 대전 격투 게임에 부족했던 '이야기'를 충분히 풀어낸 것까지! [Guilty Gear Xrd]는 정말 멋진 작품임이 틀림없다. 과거에도 혁신적인 모습으로 성공 가도를 달렸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또 한 번 혁신을 일으키며 최고의 대전 격투 게임임을 증명해냈다. 물론 몇 가지 아쉬움이 존재하기는 하나 게임의 완성도와 창의적인 그래픽, 그리고 충분한 즐길 거리는 앞으로 만들어질 대전 격투 게임에 좋은 선례가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게이머로써 더욱 행복한 사실은 따로 있다. 아직 [Guilty Gear] 시리즈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 다음 후속작은 또 얼마나 새롭고 혁신적인 모습으로 다가올지 너무나 기대된다.

못다 한 이야기

- [Guilty Gear Xrd] 발매 인터뷰에 따르면 대전용 캐릭터 모델링과 컷신용 캐릭터 모델링을 따로 제작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차이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작 인터뷰를 보면 상당히 창의적인 방법과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고 한다.

- 스토리 모드는 애니메이션이 연상될만큼 잘 만들어졌으나 간혹 어색만 모션이 발견되기도 한다. 가령 솔(Sol)이 걸어가는 장면에서 걸음걸이가 아장아장/미끄러지듯하기 때문에 굉장히 어색해보인다. 다만 걷는 형태가 게임 속에서 걸어가는 모습과 동일한 것을 볼 때 기존에 만들어둔 모델링을 활용한 것에 의한 한계가 아닌가 싶다. 차기작에서는 조금 더 신경써줬으면하는 부분이다

- 로망 캔슬의 난이도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과거 [Guilty Gear XX] 공략집을 보면 로망 캔슬 적용타이밍을 '프레임 단위'로 적어두었다.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프레임을 인지하면서까지 게임을 하기는 불가능하니 결과적으로 '감각'에 의존하여 사용하는 수 밖에 없다. 즉, 잘 사용하려면 무수한 연습만이 답이라는 것! 물론 이번 [Guilty Gear Xrd]에서는 적당히 눌러만 주면 알아서 잘 발동된다.

- 파츠 크러시가 적용된 캐릭터는 사실 카이(Ky)와 디지(Dizzy) 뿐이다. 다른 캐릭터도 적용하면 좋을 법했지만 왜 하지 않았는지는 의문이다. 단, 저 두 캐릭터가 부부라는 점을 주목하자.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특정 연출 구간에 미세한 프레임 드랍이 발생했다. 게임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곳은 아니었기에 대전 상황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1. [Street Fighter 4]는 2008년, [Guilty Gear Xrd]는 2014년, [The King of Fighters 14]는 2016년에 3D로 변화를 주었다는 시기상의 차이가 있다. 또한 [The King of Fighters 14]는 아직 발매되지 않았으므로 정확한 비교 대상에서는 제외한다 [본문으로]
  2. 여담으로 시점 변화 때문에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특정 캐릭터의 민얼굴, 속옷, 뒷모습 등뿐만 아니라 악세서리나 옷에 새겨진 문구같이 평소에는 보기 힘들었던 작은 요소들도 세세하게 관찰할 수 있다 [본문으로]
  3. 파츠 크러시를 최초로 적용한 대전 격투 게임은 2004년 Dimps가 개발한 [The Rumble Fish] [본문으로]
  4. 시스템 외적인 요소이지만 한 판에 100원/엔을 사용해야 하는 오락실 환경의 특성상 개인이 학습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시간적 재정적 여지가 부족한 것도 한몫한다 [본문으로]
  5. 대전 격투 게임이 작중 스토리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특정 격투 게임을 오래 즐겼지만, 스토리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본문으로]
  6. 기존의 격투 게임들은 캐릭터마다 결말이 다른 멀티 엔딩이었고, 주인공의 엔딩을 정사(正史)로 취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본문으로]






제목 : Hyper Light Drifter (하이퍼 라이트 드리프터)

장르 : 어드벤처, 액션

제작사 : Heart Machine

플랫폼 : PC, Playstation 4, X-Box One, PS Vita

발매년도 : 2016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 질문을 하나 하겠다. 지금까지 즐긴 게임 중에 환상적인 그래픽을 가진 게임은 무엇인가? 극단적으로 현실적인 그래픽이든 미술작품처럼 아름다운 그래픽이든 상관없다. 오롯이 당신 스스로가 ‘환상적'이라고 느낀 그래픽을 가진 게임을 떠올려보자. 몇 개가 되든 상관없으니 글을 읽는 것을 잠시 중단하고 눈을 감은 채 당신의 손을 거친 모든 게임을 되돌아보며 골라보자. 골랐는가? 몇 개를 골랐는가? 세 개? 네 개? 아니면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랄 만큼 많이? 몇 개가 되든 상관없지만 당신이 고른 게임인 만큼 매우 멋진 게임일 것이라 생각한다. 자! 그러면 이제 손가락을 하나 더 펴보자. (손가락이 모자라면 발가락이라도 펴라!) 당신이 고른 환상적인 그래픽을 가진 게임에 하나를 더 추가할 시간이다. [Hyper Light Drifter]. 이작품은 하얀 천 위에 자수를 놓듯 당신의 기억 속에 한 땀 한 땀 자리 잡아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이미지를 그려낼 것이다.

네 작품 모두 점을 찍어 이미지를 표현했지만 그 느낌은 확연이 차이가 난다 

본 작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하나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면 도트 그래픽(Dot Graphic)의 정의와 분류다. 도트 그래픽은 이름 그대로 점(dot)을 찍어서 이미지를 표현하는 그래픽의 형태이다. 그런데 사전적으로 정의 내려진 것과 게이머가 인지하는 것에는 조금 차이가 있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자면 도트 그래픽은 범위가 굉장히 넓은데, 80년대의 [Supter Mario Bros 1]부터 2000년도의 [The King of Fighters 2000]까지 매우 다양한 시대의 게임을 포괄한다. 흥미로운 점은 예시로 든 두 작품 모두 점을 찍어 만든 그래픽이지만 눈에 보이는 모습은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이는 좀 더 부드러운 이미지와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점의 개수를 늘어났기 때문이며 시대가 흐름에 따라 이제는 도트 그래픽이라 할지라도 점을 인지하기 힘든 수준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도트 그래픽이라고 할지라도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에 따라 그 느낌이 천차만별이 될 수밖에 없다. 그뿐만 아니라 도트 그래픽임에도 초고해상도로 인해 도트임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도트 그래픽이라 생각했지만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진 그래픽인 경우도 있기에 눈으로 보이는 것으로 구분을 하는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도트 그래픽의 사전적 정의가 썩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2016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Eitr] - 누가 봐도 도트 그래픽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결국 최근에 들어서는 도트 그래픽이라 함을 작업 방식이 아니라 시각으로 인지되는 느낌에 따라 분류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게임을 바라보았을 따라 사각형의 점을 인지할 수 있거나 점 사이의 계단현상이 느껴지는 그래픽을 도트 그래픽(또는 픽셀 그래픽)으로 부르고 있는 추세다.(좀 더 자세히 들어가면 작업 과정의 차이까지 반영하거나 8비트 이하는 픽셀 그래픽이라 부르는 등 개념의 위계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는 게이머 입장에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이니 일단은 논외로 하도록 한다) 그러므로 여기서 말하는 도트 그래픽이란 사각형의 점을 인지할 수 있고 특유의 계단 현상이 보이는 그래픽을 말하며, [Hyper LightDrifter] 역시 이에 속한다.

독특한 게임성과 깔끔하고 아름다운 도트 그래픽으로 찬사를 받은 [Titan Souls]

그렇다면 [Hyper Light Drifter]의 그래픽은 어떤 수준이길래 환상적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도트 그래픽은 부드러운 움직임을 표현하기 쉽지 않다. 사각형의 점으로 이루어졌다는 특성 때문에 크고 작은 부분에서 계단 현상이 보이며 이에 따라 딱딱하고 경직된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고해상도, 즉, 사각형을 인지하기 힘들 정도로 점의 개수를 늘려 경직된 느낌을 희석해왔으며, FPS(frame per second / 초당 프레임 / 1초에 지나가는 그림의 장수)를 높여 동작의 연결성을 강화해 움직임을 더욱 부드럽게 만들어냈다. 그러나 그래픽 작업을 위해 점을 하나씩 찍어야 하는 도트 그래픽의 특성상 해상도와 FPS가 높아질수록 작업량이 기하급수로 늘어나 게임 제작에 걸리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질 뿐만 아니라 해상도가 일정 수준 이상 도달하게 되면 사각형의 점과 계단현상이라는 도트 그래픽 특유의 느낌이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부드러운 움직임을 위해서는 해상도와 FPS를 높여야 하지만 이로 인해 도트 그래픽 특유의 느낌을 상실과 과도한 작업량의 발생이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결국, 도트 그래픽 특유의 느낌을 살리면서 부드러운 움직임을 만드는 것은 많은 연구와 고민, 그리고 매우 정교하고 신중한 작업을 필요로 한다고 볼 수 있다.

[Hyper Light Drifter] 오프닝 - 마치 살아 움직이는듯한 느낌을 주는 점들의 향연

이런 점에서 [Hyper Light Drifter]는 도트의 느낌과 부드러운 움직임을 모두 잡아내어 지금껏 볼 수 없었던 환상적인 도트 그래픽을 보여준다. 본 작을 바라본 느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자면 ‘점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게임 전반에 걸쳐 크고 작은 점들이 끊임없이 움직이지만, 그 움직임은 매우 부드럽다. 각 점은 작은 생명체 같은 느낌이 들며 이들은 어떤 규칙에 맞춰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느낌을 가장 강하게 받을 수 있는 부분은 게임의 오프닝인데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색상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것은 물론 점의 움직임도 매우 복잡하고 부드러워 그 어떤 게이머들도 오프닝에 혼을 빼앗기게 된다. 더군다나 매우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점과 점 사이의 계단 현상이 뚜렷하게 보여 도트 특유의 느낌이 살아있으면서도 경직되거나 딱딱하다는 느낌을 전혀 느낄 수 없는 모순된 장면을 보여준다. 정말 환상적이라 부를만하지 않는가? 더욱이 이런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하나하나 점을 찍었을 제작자들의 인내와 고민을 생각하면 [Hyper Light Drifter]가 보여주는 이미지들이 경이롭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게임 전반에 깔린 파스텔컬러를 통해 부드러움을 더하고 분위기 연출까지 해냈다

살아있는 듯한 점의 부드러운 움직임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색채를 통해 작품 전반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연출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앞서 언급한 부드러운 도트 그래픽이 기술적 극대화라고 한다면 색채를 통한 분위기 형성 및 연출은 예술적 극대화에 해당한다. [Hyper Light Drifter]는 원색이 아닌 파스텔 컬러(Pastel Color; 파스텔로 그린 것처럼 부드럽고 옅은, 고명조의 색을 총칭)가 게임 전반에 깔렸다. 파스텔 컬러가 가진 부드러운 느낌으로 인해 전반적인 분위기가 차분하고 은은하다. 여기에 작중 이야기를 직접 알려주지 않는 본작의 특성(후술)과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작품 전반에 깔린 파스텔 컬러로부터 신비로움을 느끼기까지 한다. 게다가 각 지역에 따라 특성에 맞는 서로 다른 색깔을 중심적으로 활용하여 다양한 분위기를 더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을의 경우 다양하지만 따뜻한 계통의 색깔로 이루어져 평화로운 느낌을, 깊숙한 숲은 차가운 계통의 색깔을 활용해 신비로운 느낌을 주며 이 외에도 지역별로 색깔의 차이를 분명히 하여 해당 지역의 특색을 색깔을 통해 잘 살려내고 있다. 점을 하나씩 찍어내는 단순한 작업이지만 그 안에서 기술과 예술이 조화롭게 존재하니 환상적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아주 단순한 조작법으로 누구나 쉽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다

환상적인 도트 그래픽도 멋지지만, 게임 방식도 매우 인상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Hyper Light Drifter]는 ‘아주 단순한 조작 방식을 가진 매우 어려운 구성을 가진 게임'이다. 조작 방법은 ‘One Button One Action’(1 버튼 1 행동)으로 구성되어 있고 특별한 명령어(command, 커맨드)를 요구하지 않아 아주 쉽게 플레이어의 생각대로 조작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게임 극초반에 이루어지는 튜토리얼(tutorial) 과정만 거치더라도 조작에 완벽히 적응할 수 있는 수준이며, 의도와 달리 움직이거나 조작 실수로 죽는 경우는 많지 않다. 물론 공격 범위나 회피 이동 거리등에 대한 감각을 익히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정교한 조작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데다 버튼을 누른 이후 행동을 취하기까지 지연(delay)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든지 짧은 시간 내에 조작을 학습하고 감을 익힐 수 있다. 또한, 게임 진행에 따른 습득하게 되는 기술(skill)은 버튼을 눌렀다 때거나 버튼을 연타하는 추가 조작법을 활용하기는 하지만 이조차도 1 버튼 1 행동의 범위에서 벗어나지는 않기 때문에 어렵다고 말할 수는 없다. (본 작에서 가장 어렵다고 할만한 조작은 조준-사격인데, 조준 버튼을 누른 채 방향을 맞춘 뒤 공격 버튼으로 사격하는 형태로 유일하게 버튼 두 개를 요구하지만 이조차도 매우 단순한 조작체계다)

[Hyper Light Drifter]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빨간색 화면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러나 간단한 조작 체계와 달리 게임의 난이도는 상당히 높다. 관찰/체험/반복을 통한 학습을 요구하는 적들의 까다로운 공격 패턴, 예상할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함정, 미궁에 가까운 스테이지 구조, 상점에서 살 수 없는 제한된 수량의 회복제, 피격 후 무적판정의 부재 등 고난도 액션 어드벤처 게임에 녹아 있을법한 요소들은 빠짐없이 존재한다. 이러다 보니 조작은 쉬울지언정 결코 쉽게 게임 진행이 이루어지지 않는 소위, ‘죽어가면서 배우는’ 게임이 되어버린다.

여러 가지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활용하여 난이도를 높이고 있는 일반 스테이지

흥미로운 점은 일반 스테이지와 보스 스테이지의 난이도 구성 방식과 플레이어에게 요구되는 역량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우선 일반 스테이지의 경우 [다수의 적 + 복잡한 구조물 + 다양한 함정]이라는 다소 복합적인 요소들로 난이도를 높이고 있다. 기본적으로 적들의 패턴에 대한 학습을 요구하기는 하나 각각 하나의 공격 형태/패턴만을 가지고 있으므로 적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패턴을 학습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오히려 일대일( 一對一) 상황인 경우에는 플레이어가 일방적으로 공격해서 죽일 수 있을 만큼 무력한 수준이다. 그러나 대부분 여러 종류의 적이 함께 등장해 일대다(一對多) 상황에서 전투가 이루어지며, 전투가 이루어지는 공간은 지역마다 확연히 다른 구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여러 적의 패턴과 현재 플레이어가 처한 장소의 공간적 특성(구조물, 함정 등)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역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전략 수립이 이루어져야 한다. 즉, 일반 스테이지는 여러 복합적 상황에 대한 이해 능력과 임기응변이라는 빠른 판단력을 주로 요구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패턴에 대한 학습과 신속-정교한 조작만을 요구하는 보스 스테이지

그러나 보스 스테이지는 완전히 다른 성향을 가진다. 일반 스테이지가 복합적인 요소로 난이도를 높이고 있다면 보스 스테이지는 ‘다양한 공격 패턴’ 하나 만으로 난이도를 높이고 있다. 각각 하나의 공격 패턴만을 가지고 있는 일반 몬스터와는 달리 보스는 최소 3개 이상의 공격 패턴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공격 패턴은 형태, 유효 범위, 타이밍, 딜레이 등에 차이가 있어 그 움직임이 매우 복잡하다. 이러한 보스의 공격을 피하고 플레이어의 공격을 적중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패턴에 대한 학습이 필수적인데, 보스는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공격을 시도하기 때문에 느긋하게 움직이며 공격 패턴을 관찰할 겨를이 없어 패턴 학습이 굉장히 까다롭다. 더군다나 구조물이 존재해 잠시 몸을 숨겨 숨을 고르며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일반 스테이지와 달리 보스 스테이지는 완전히 개방된 공간이어서 공격에 항상 노출되게 된다. 그래서 플레이어는 보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쉴 틈 없이 움직여야 하며 그와 동시에 패턴 학습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끊임없이 움직이는 보스의 빈틈을 공략하기 위한 정교하고 신속한 조작까지 해내야 한다. 다시 말해, 보스 스테이지는 정교하고 신속한 조작과 높은 수준의 패턴 학습을 요구하여, 판단력과 전략 수립에 좀 더 힘을 싣고 있는 일반 스테이지와 분명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막혀있는 비밀공간 - 어드벤처 게임으로써도 탄탄하고 매력적인 구성을 갖췄다

다양한 해금 요소와 비밀공간, 복잡한 진행경로 등 어드벤처 게임으로써 구성도 매우 탄탄하다. 게임 진행을 위해서는 특정 장치를 활성화해야 하며, 이 장치를 찾으려면 매우 넓고 복잡한 공간을 탐험(adventure) 해야 한다. 탐험하면서 자연스럽게 몬스터와 조우하고 전투에 돌입하게 되며, 함정을 피하고, 길을 만들고, 비밀 공간을 발견하는 등 플레이어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요소들을 적절히 배치해두었다. 이에 따라 보스와 싸워 이야기의 결말을 보는 것과 상관없이 탐험하는 행위 자체도 굉장히 재미있다. 게다가 다양한 해금의 조건들은 게임 진행을 위해 충족해야 하는 조건들의 연상선 형태를 가지는데, 즉, 해금을 위한 조건은 게임의 결말(ending)을 보기 위한 조건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여 작중 이야기와 상관없이 탐험의 요소만으로 즐길만한 것들이 많다는 의미다. 물론 이과정에서 함정을 피하고, 몬스터와 싸우기도 하기에 액션 게임으로써의 모습도 잘 갖추고 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대사 없이 그림으로만 설명하는 스토리는 신비감을 주지만 약간의 아쉬움도 있다

[Hyper Light Drifter]의 독특한 특징이 또 하나 있다면 작중 이야기를 알 수 있는 음성/문자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중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은 게임 진행 중에 주인공의 몸에 나타나는 변화(피를 토하거나 환영이 보이는 등), 그리고 NPC(Non-Playable Character)와의 대화에서 볼 수 있는 그림들 뿐이다. 오로지 이미지만으로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식은 플레이어의 궁금증과 상상력을 자극해 주인공이 왜 여정을 떠나게 되었는지, 주인공이 걸린 병의 근원이 무엇인지 나름대로 추측을 해볼 여지를 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했듯 색채를 통해 만들어낸 신비감을 더욱 강화하는 효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추측할 수 있는 이야기의 깊이가 얕다는 것은 상당히 아쉽다.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기에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나 대부분 NPC로부터 볼 수 있는 그림만으로 전반적인 이야기의 정리가 가능하며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고 그로 인해 현재의 상황에 처했다'라는 단순한 형태로 끝난다. 무엇보다 이미지 외에 작중 이야기를 추측하기 위한 요소가 없으며, 보조 이야기(sub story)와 중심 이야기(main story)는 서로 관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 이야기의 분량이 많지 않아 플레이어가 추측을 하더라도 단편적인 내용만을 떠올릴 수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알 수 없는 병에 걸린 전사의 여정'이라는 흥미로운 소재, 기계와 마법이 공존하는 독특한 세계관을 통해 더 방대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은 더 큰 아쉬움을 자아낸다.

환상적인 도트그래픽과 훌륭한 게임성을 갖췄으니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Hyper Light Drifter]는 정말 대단한 작품이다. 도트 그래픽으로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아름다움과 특유의 느낌을 환상적으로 표현해냈고, 어드벤처 게임으로써의 구성, 액션 게임으로써의 게임 방식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다. 작중 이야기의 전개 방식과 분량에 대해서 약간의 아쉬움이 들지만 이마저도 독창적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작품은 훌륭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으며, 그저 본 작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쳤을 제작자에 대한 경외감이 들뿐이다. 결말을 보고 나면 게임 속에서 볼 수 있었던 수많은 이미지들이 머리 속에 그려질 것이며 ‘아름답고 환상적이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도트 그래픽의 한계가 어디까지일지, 앞으로 나올 도트 그래픽의 작품들은 어떤 모습일지 정말 기대가 된다. 왜냐고? [Hyper Light Drifter]가 도트의 예술적, 기술적 수준을 엄청나게 끌어올렸으니까 말이다.

못다 한 이야기

- 일반 스테이지와 보스 스테이지의 차이점에 대해 부연설명을 하자면 일반 스테이지는 전략만 잘 세워도 난이도가 급격하게 낮아진다. 공격과 회피만으로 각개격파를 하고자 한다면 엄청 어려워지지만 적을 구석으로 유인한 뒤 수류탄만 잘 던져줘도 쉽게 끝낼 수 있는 구간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만큼 일반 스테이지는 정교하고 빠른 조작/반응보다는 상황판단을 바탕으로 한 전략 수입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 난이도 어렵다는 점에서 [Dark Soul] 시리즈와 비교되기도 한다. 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면 모든 행동에 어느 정도 지연(delay)이 있어 조작 및 패턴 학습에 까다로움을 느끼는 [Dark Soul] 시리즈에 비해, 행동 지연이 거의 없는 [Hyper Light Drifter]이기에 학습이 훨씬 쉬운 편이다. 게다가 새로운 구간에 들어설 때마다 죽어가며 학습을 해야 하는 것과 달리 어느 정도 게임에 익숙해지면 죽지 않고 스테이지를 돌파하는 것도 가능하다. 단, 게임이 '쉽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두자. 

- 해금 요소에 대해 아쉬운 점이 하나 있는데, 진 엔딩/숨겨진 엔딩 요소가 없다는 것이다. [Hyper Light Drifter]에서 게임 진행을 위해 작동해야 하는 장치의 이름은 모듈(module). 이 모듈은 각 지역별로 8개씩, 총 32개의 모듈이 있는데 마지막 스테이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별로 4개 이상의 모듈을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16개를 작동하든, 32개를 모두 작동하든 엔딩은 동일하기 때문에 '다회차'를 유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도 든다. 만약, 작동한 모듈의 개수와 종류에 따라 최종 보스의 형태나 패턴이 달라지도록 구성했다면 다회차 진행을 끌어내기에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C )

- 없음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Mighty No.9 (마이티 넘버 나인)

장르 : 액션, 플랫포머

제작사 : Comcept, Inti Creates

플랫폼 : Playstation 4, Playstation 3, X-Box One, PS Vita, PC

발매년도 : 2016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록맨의 아버지 이나후네 케이지의 신작. 많은 게이머가 갈망해온 록맨 시리즈의 정신적 후속작. 킥스타터를 통해 400만 달러라는 거금을 모은 기대작. 그리고 예상과 다른 모습으로 세상 밖에 나와 논란이 된 문제작…이라는 것은 일단 기억의 저편에 접어두도록 하자. 기대가 높았던 만큼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킥스타터 시절에 공개된 컨셉아트와 실제 게임 간의 괴리가 엄청나 배신감을 느낀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감정을 절제해야 한다. 감정이 격해지면 선입견이 생기며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것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된다. 사람에게 선입견이 생기면 이유 없이 미워지듯이 게임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잠시나마 [Mighty No.9]에 붙어있는 부정적인 수식어들을 때놓고 본작의 알맹이를 있는 그대로 살펴보자.

‘록맨의 아버지’ 이나후네 케이지는 자기 아들을 다시금 태어나도록 한다

[Mighty No.9]의 제작의도는 매우 명확하다. [Rockman] 시리즈의 계승. 록맨의 제작사인 Capcom과 록맨의 아버지 ‘이나후네 케이지'의 결별 이후 록맨 시리즈의 후속작 발매가 불투명해지자 결국 록맨의 아버지 본인이 다시금 시리즈를 부활시키고자 한 것이다. 다만 [Rockman]의 저작권은 Capcom이 가지고 있으므로 예전 그대로 만들 수 없었고 새로운 컨셉과 디자인으로 게임을 제작한 것이 바로 [Mighty No.9]이다. 물론 [푸른뇌정 건볼트]라는 또 다른 계승작이 있으나 흔히 록맨하면 떠오르는 파란 헤드기어와 몸체를 가진 로봇 록(Rock)과는 거리가 조금 멀다. (단, 이쪽은 여러 록맨 시리즈 중에서 [Rockman Zero]와 [Rockman ZX]를 차용했기에 계승작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둥글둥글한 디자인, 오른손에 달린 버스터, 그리고 파란색으로 포인로를 준 [Mighty No.9]의 주인공 벡(Beck)은 흔히 ‘록맨'이라고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에 부합하여 제대로 [Rockman]을 이어가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살펴봐야할 점은 ‘얼마나 [Rockman]을 잘 계승했느냐?’일 것이다.

[Rockman] 시리즈의 계승작을 자처하는 만큼 거의 모든 부분이 유사하다

다행스럽게도 [Mighty No.9]은 [Rockman]을 계승했다고 말할 자격이 충분하다. ‘계승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방식과 게임 내 요소들의 유사성에 있다. 버스터를 이용한 1) 런&건 슈팅 장르를 바탕으로 2) 여덟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여 3) 일직선 구조의 스테이지을 거친 뒤 4) 보스와 싸움에서 이기고 5) 새로운 무기를 습득하는 게임 방식은 [Rockman]과 완전히 같다. 게다가 상하좌우를 모두 이동하는 스테이지 구조 및 분기점/비밀공간을 배치하여 6) 최소한의 메트로배니아(Metrobania) 특성이 반영된 점과 습득한 7) 속성무기와 보스들 사이에 상성 관계, 게임의 난이도와 플레이 타임을 높이는 8) 즉사구간 및 함정 등도 어김없이 적용되어 있다. 물론 각 스테이지에는 a) 반드시 중간보스가 존재했던 것과 b) 최종보스 직전에 다시 한번 여덟명의 스테이지 보스들을 상대해야 했던 특징처럼 반영되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Mighty No.9]에서 볼 수 있는 게임의 모습은 [Rockman]을 계승했다고 말하기 충분하다.

[Mighty No.9]의 다양한 대쉬는 기존작들보다 발전적인 형태를 갖추도록 만든다

[Rockman]을 계승했지만 이를 더 발전시키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발전적인 요소란 다양한 형태의 대쉬(Dash), 이로부터 파생된 게임 시스템을 말한다. 우선 대쉬에 대해 살펴보자면 이전보다 자유롭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바뀌었다. 좌우로만 가능하던 대쉬는 상하좌우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숏대쉬(short dash)부터 슬라이딩대쉬(sliding dash)까지 종류의 다양화와 더불어 점프 중에는 한 번만 사용 가능하던 것에 횟수 제한이 사라졌다. 이에 따라 간단한 형태이지만 추가적인 조작과 대쉬의 응용이 가능해졌고, 다양한 형태의 대쉬를 충분히 활용하도록 (또는 다양한 대쉬가 추가된 덕분에) 스테이지를 다채롭게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Rockman X] 시리즈에서 가능했던 삼각차기(벽점프)를 삭제함으로써 플랫폼/구조물을 건너는 방식에 변화를 주어 상대적으로 대쉬의 비중을 높이기도 했다.

‘대쉬-흡수 시스템’을 통해 대쉬를 완전히 다른 용도의 것으로 바꾸어 놓았다

대쉬를 활용하는 시스템도 매우 인상적이다. 대쉬의 다양화보다는 시스템의 추가가 중요한 부분인데 이는 [Mighty No.9]이 기존의 [Rockman] 시리즈와는 차별화된 고유한 특징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대쉬를 완전히 다른 특성을 가진 것으로 바꿔버렸다. 기존의 대쉬는 단거리를 빠르게 이동하거나 적의 공격을 피하는 용도로 활용하는 방어적 특성이 강했다. 그러나 대쉬를 활용한 새로운 시스템을 추가함에 따라 대쉬를 공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변화를 주었다. 벡(Beck)이 적 로봇에게 일정 수준 이상 피해를 줄 경우 로봇은 분해(=기절) 상태에 빠지는 데, 이때 대쉬로 접촉을 하게 되면 로봇을 흡수하게 된다. 마치 대쉬로 최후의 일격을 날리는듯한 느낌을 주는데, 이는 대쉬가 결정타의 역할을 하는 공격적 성향을 가진 요소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대쉬-흡수 시스템이 단순히 결정타의 역할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흡수하는 로봇의 종류에 따라 공격력/방어력/이동속도가 증가하는 버프(Buff)를 얻을 수 있는데 단순한 형태이긴 해도 게임 진행에 매우 큰 도움을 준다. 또한, 연속적인 대쉬-흡수가 이루어지면 콤보(Combo)가 쌓이며 콤보 수준에 따라 보너스 점수를 획득할 수 있다. 콤보 및 점수는 게임 진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고득점 기록을 위한 도전의식을 자극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보상(버프, 콤보, 점수)들은 다시금 대쉬의 활용도를 높이는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결국, 시스템과 보상 간에 시너지를 통해 대쉬의 활용도를 높여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만들고 있다.

시각효과/속도감/ 조작감/난이도 등 많은 부분에서 다양한 부가효과까지 낸다

보상을 통해 유도한 대쉬의 적극적 활용이 또 다른 부가 효과를 낸다는 점도 매우 흥미롭다. 적극적인 대쉬 활용은 늘어난 대쉬의 종류만큼 다양해진 동작(motion), 대쉬-흡수를 활용해야 하는 적/플랫폼 배치, 제한이 사라진 공중 대쉬와 시너지를 일으켜 게임을 역동적이게 보이도록 만든다. 특히 대쉬의 사용에 제한이 사라짐에 따라 매 상황을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그만큼 빠른 판단력을 요구함과 동시에 공수전환도 빠르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전 [Rockman]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려한 게임플레이가 가능해진다. 게다가 짧은 거리를 빠르게 이동하는 대쉬의 특성상 사용빈도가 높을수록 게임의 속도감을 높이게 되며, 향상된 속도감만큼 빠른 반응 속도와 정교한 조작을 요구하게 되므로 조작하는 재미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게 된다. 이 외에도 대쉬를 통해 적을 제거하면서 게임을 진행하는 형태를 통해 게임의 연속성을 강화하는 효과, 스테이지 보스의 체력 회복을 막기 위해 대쉬를 통한 흡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게임의 난이도를 올리는 등 여러 부분에서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좋은 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면에서 충분한 완성도를 갖출 필요가 있다

그러나 [Rockman]을 계승하고 이를 발전시킨 게임성을 갖춘 [Mighty No.9]이지만 부족함이 없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놀이(game)이기에 게임 내에서 제시하는 목표에 따라 플레이어가 조작하고 그에 따라 목표를 달성하는 것,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재미를 느낄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게임이 단순히 놀이로 접근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으며, 게임은 놀이 그 이상의 통합 개체로써 좋은 음악, 멋진 이미지, 탄탄한 이야기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받아들이게 되는 (이미지, 영상, 음악, 이야기 등을 모두 포괄하는) 시각적/청각적 요소들은 더 큰 재미를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놀이요소 이외의 것들도 그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Mighty No.9]은 놀이로써 충분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을지라도 시각적/청각적 즐거움을 주는 요소나 감탄할만한 스토리, 또는 이와 관련된 작은 요소들에 대해서는 많은 아쉬움이 존재한다.

꼼꼼하게 작업해야 하는 작은 요소들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은듯한 그래픽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3D 그래픽은 얼핏 보기에는 굉장히 잘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나 결코 그렇지 못하다. 3D 그래픽으로 만들진 [Rockman]의 계승작이라는 점은 과거 3D로 개발된 [Rockman X8]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데 [Mighty No.9]의 그래픽 수준은 이와 비교해 미미하게 발전된 정도일 뿐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이는 그래픽이 좋다 나쁘다의 의미가 아니며 그래픽이 게임의 완성도를 결정짓는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비교 대상이 되는 [Rockman X8]이 십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래픽의 세부적인 요소를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마감처리가 덜 된 조각상이나 선을 따라 말끔하게 잘라내지 못한 인쇄물처럼 캐릭터 주변에 하얀 선이 자주 보여 그래픽이 굉장히 지저분해 보인다. 그리고 사전에 공개된 트레일러에서 볼 수 있었던 어색한 폭발 효과와 이로 인한 텍스쳐(texture) 붕괴현상 외에도 불꽃과 관련된 효과는 눈쌀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수준이 낮다. 불꽃이 휘날리는 것은 마치 붉은 종이조각을 흩뿌리는 듯한 느낌을 주고, 불의 색감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이 외에도 서로 다른 곳에서 발생하는 불꽃 또는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똑같은 움직임을 보여주는데 이는 게임을 대충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들게까지 한다.

사소한 요소들의 부적절한 활용으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몰입이 끊기게 된다

사소하지만, 게임의 분위기 형성과 몰입에 필요한 요소들에 대해서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우선 일러스트의 부적절하고 충분하지 못한 활용을 들 수 있다. 스테이지 보스들과 대화를 하는 상황에서는 일러스트(또는 모델링)가 화면에 띄워지는 경우가 있는데, 보스의 어투에서 드러나는 감정과 화면에서 보이는 일러스트 사이에 심각한 괴리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가령 Mighty No.1 파이로(Pyrogen)는 모든 것을 불태우겠다며 광기에 빠진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와 동시에 볼 수 있는 파이로의 표정은 침착하다 못해 근엄해 보이기까지 한다. 거꾸로 Mighty No.3 다이나트론(Dynatron)의 일러스트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탐욕스럽게 전기를 흡수하는 모습과 잘 어울리지만 제정신으로 돌아왔을 때의 침착한 말투와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상황별로 다른 캐릭터의 어조와 고정된 일러스트 간에 발생하는 부조화는 플레이어가 민망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게임에 몰입을 순간적으로 끊게 만든다. 이외에도 일러스트를 활용하면 등장인물의 감정을 더욱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을 것에도 불구하고 텍스트만 덩그러니 띄우는 부분이 대다수를 차지해 밋밋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일러스트에 표정변화를 주어 다양한 요소에 활용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며, 매력적으로 디자인된 마이티 넘버즈의 캐릭터 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기회가 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컷신(좌)와 삽입 일러스트(우) - 차라리 일러스트를 활용하는 게 더 나을 뻔 했다

컷신(Cutscene)과 배경음(BGM, background music)도 매우 실망스럽다. 게임 내 모든 컷신은 캐릭터의 모델링을 그대로 활용한 것만 존재하는데 이조차도 있으나 마나 한 수준이다. 컷신에서 캐릭터의 움직임과 표정변화는 거의 없으며 캐릭터의 대사에 맞는 최소한의 제스처(gesture, 몸짓)만 보여줄 뿐이다. 컷신을 바라보고 있다 보면 대체 어떤 의도로 이런 컷신을 넣었는지 이해할 수 없으며, 간혹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아동용 3D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든다. 차라리 엔딩에 삽입 된 일러스트 형식을 활용해 스토리를 진행했으면 분위기 연출에 훨씬 효과적이었다고 본다. 또한, 영상 형태의 컷신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으며, 평범한 인디 게임에서 등장하는 오프닝(Opening) 영상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 실망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Rockman X] 시리즈의 스토리 진행 과정에서 일러스트를 통한 효과적인 분위기 연출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인상적인 오프닝이 있었기 때문에 [Mighty No.9]에서도 이를 적용할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를 활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적절한 대안을 고민한 흔적조차 보이지 않기에 게임의 질적 완성도를 높일 의욕이 전혀 없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배경음은 길게 설명할 것도 없다. 장시간 게임을 했지만, 머리 속에 남아있는 멜로디가 있는가? 대답은 No.

캐릭터 비중, 이야기의 완결성, 분위기의 형성 중 성공적인 것이 하나도 없다

작중 이야기의 질적 수준도 심히 아쉽다. 우선 작중 이야기의 초점과 분위기가 불분명하다. 이는 기존의 [Rockman]과 [Rockman X] 사이의 분위기 차이로 이야기해볼 수 있다. [Rockman]는 세계정복을 꿈꾸는 와일리 박사(Dr.wily)의 야망을 막는 전형적인 인과응보 형식의 가벼운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Rockman X]는 로봇 3원칙, 로봇의 권리 등 무거운 이야기가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다시 말해 기존의 [Rockman] 시리즈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초점이 분명했으며 그에 따른 분위기 형성도 알맞게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Mighty No.9]의 경우 게임 초반에는 단순히 바이러스에 감염된 로봇을 무찌르는 가벼운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후반에 들어서는 벡(Beck)의 탄생의 비밀, 사건의 배후, 화이트 박사의 과거 등 이야기의 초점이 바뀌면서 분위기가 무거워 진다. 가벼운 이야기에서 무거운 이야기로 분위기를 바꿔나가는 시도는 분명히 칭찬할 만하지만 이 과정에서 어느 이야기 하나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게임이 끝나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소재는 많지만 초점이 없으며 더 나아가 이야기의 완결성이 떨어지고 게임의 분위기 형성도 어중간하게 되어버린 결과를 낳게 된다.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주인공의 비중이 약한 것도 문제다. 주인공인 벡(Beck)은 작중 중요한 역할을 가진 로봇이지만 이야기 전개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순진무구하게 시키는 일만 하는 역할에 그친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열쇠가 벡(Beck)임에도 불구하고 먼저 나서는 일은 거의 없으며 대부분 화이트 박사(Dr. white)의 지휘 아래에서 움직일 뿐이다. 이러한 주인공의 수동적인 태도는 이야기 진행 과정에서 주인공의 비중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조력자 역할을 하는 화이트 박사 (Dr. white) 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비중의 불균형과 더불어 ‘주인공'과 '조력자'의 위치가 뒤바뀐 듯한 주객전도의 상황까지 나타나게 된다. 이는 록(Rock) 또는 엑스(X)와 라이트 박사(Dr.Light)의 관계가 주인공-조력자임이 분명한 기존의 [Rockman] 시리즈와 더욱 비교가 되면서 더 큰 문제점으로 다가온다.

모든 것을 갖춰놓았음에도 그에 상응하지 못하니 팬들이 분노하게 된 것이다

지저분한 그래픽, 세부 요소의 부실함, 수준 낮은 컷신, 초점이 불분명한 이야기, 주객전도가 된 캐릭터의 비중 등의 분명히 문제점이 맞지만 ‘아쉽다’라고만 해도 상관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게임이 인디 게임이었다면 ‘그래픽이나 스토리는 아쉽지만 록맨의 게임성을 훌륭하게 계승한 게임’이라고 평가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Mighty No.9]은 '4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가지고, '유명한 게임 디렉터’의 지휘 아래에, '명작 시리즈를 만든 제작자'들이 만든 작품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오랜 기간 발매를 늦춰가며’ 충분한 개발 기간을 확보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돈과 시간, 인력이 완벽하게 갖춰진 회사의 작품이다. 그러나 작품의 수준은 회사가 가진 조건에 부합하지 못한다. 물론 자금이 많다고 해서, 많은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서, 우수한 인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게임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과거 자신들이 만든 작품보다는 더 나은 형태를 갖춰야 했으며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점들은 놓치지 말고 해결했어야 했다. 다만 그러지 못했으니, 아니, 정확히는 그러지 않은 채 적당히 구색만 갖추어 놨으니 팬들의 분노는 화살이 되어 그들에게 날아갈 수밖에 없다.

[Mighty No.9]의 모습은 그가 록맨의 아버지로써 쏟은 애정의 크기다

록맨의 아버지는 본작에 더 애정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새로운 아들의 부족함을 찾으려고 애를 써야 했고, 더 멋진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했다. 많은 돈, 넉넉한 시간, 충분한 인력을 가진 그가 아들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세상 밖에 나온 아들의 모습이 그동안 이나후네 케이지가 [Mighty No.9]에 쏟은 애정의 크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만약 록맨의 아버지가 우리에게 보여준 [Mighty No.9]이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모습이며 모든 애정을 쏟은 결과물이라면 우리가 고대하던 [Rockman] 시리즈는 정말 끝장났다고 말할 수 밖에…

못다 한 이야기

- 이야기 내 인물 간 비중 문제는 다른 곳에서도 나타난다. 사건을 일으킨 악당인 '미스터 그레이엄'은 사실상 이야기 내에 비중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건을 일으키고 혼자 불안에 떨다가 사건이 해결된 뒤 체포된다. 과연 이게 악당이 보여주는 모습인지 의심스럽다.

- 게임의 난이도는 전체적으로 낮아졌다. 속성무기와 보스 간의 상성을 스테이지 입장 전에 파악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보스전보다 스테이지 진행 과정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물론 기존 [Rockman] 시리즈에 비하면 전반적인 스테이지의 난이도도 낮아졌다.

- 크라우드 펀딩 당시 컨셉 아트와 실제 게임 간의 괴리 때문에 문제가 된 부분도 있다고 한다. 다만 게임의 완성도가 충분했으면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났을 터인데, 완성도조차 부족하니 컨셉 아트와 실제 게임의 괴리가 더 큰 문제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 게임 자체는 정말 재미있다. 대쉬 시스템은 분명히 호평을 받을만한 요소이며 [Rockman] 시리즈와 [Mighty No.9]의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다. 완성도가 분명히 아쉽긴 하나 이 때문에 게임이 재미없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없음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매력적인 일러스트와 한국적인 요소로 개발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인디게임 [사망여각(After Death)] 입니다. 1차 트레일러를 접한 종미니멈은 첫눈에 반한 것처럼 [사망여각]에 빠져들었고 반드시 인터뷰를 해야겠다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SNS를 거쳐 [사망여각]의 디자이너 민병규 작가님과 연락이 닿았고, Rootless Studio 분들과 인터뷰를 성사하게 되었습니다. 본 인터뷰는 2016년 7월 23일 토요일 오후 16시 30분부터 17시 10분까지 스카이프를 통한 음성채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제작사 : Rootless Studio

설립일 : 2016년 2월 6일

구성원 : 박현재(대표/프로그래머), 김태영(기획), 민병규(디자이너)

인터뷰 일시 : 2016년 7월 23일 토요일

도움을 주신 분 : 김수현 (대충벌레와 김겨자)

[사망여각] artwork - 종미니멈은 설레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종미니멈 :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현재 : 안녕하세요. 저는 루트리스 스튜디오의 대표직을 맡고 있는 이름은 박현재라고 합니다. 컴퓨터 공학을 졸업하고 유니티를 통해 1년 정도 게임개발을 하다가 현재 기획자와 오랜 대화 끝에 마음에 맞아 [사망여각]의 모든 개발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김태영 : 저도 마찬가지로 본격적으로 기획을 한지는 1년 반 정도 되었고 알만툴 활용해서 게임을 제작한 것까지 포함하면 3년 정도 되었습니다. 사망여각에서 전체적인 스토리랑 기획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종미니멈 : 그러면 원래 박현재님이랑 김태영님은 알고 계시던 사이인가요?

김태영 : 서로 알게 된지는 좀 오래되었어요. 본격적으로 시작하자고 말을 했던 건 작년 중순이었고 제작은 이번년도 초반부터 시작하게 되었어요.

종미니멈 : 사실 어제 인벤(inven) 쪽에서 사망여각 인터뷰가 사전에 올라왔었잖아요. 어제 급하게 확인해서 읽어보고 왔는데, 인벤 쪽 인터뷰에서는 게임제작 관련해서는 경험이 없다고 하셨는데 방금은 1년 정도 하셨다고 말씀하셨어요. 어떤 차이가 있는건가요?

박현재 : 1년 정도 했다는 건 게임 제작을 배운걸로 말을 한거고, 직접 게임을 출시한 경험은 없다는 것입니다.

민투칸(min toucan)이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이신 [사망여각] 디자이너 민병규 작가님

종미니멈 : 그리고 이제 민병규…작가님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민병규 : 네. (웃음)

종미니멈 : 자기소개 한번 해주시겠어요?

민병규 : 저는 루트리스 스튜디오(Rootless Studio)에서 디자이너를 맡고 있는 민병규이고 인터넷 상에서는 ‘민투칸'이라는 필명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사망여각] 이전에도 다양한 게임을 작업하고 있었고, 이번 [사망여각]에서는 알만툴로 게임을 만들게 되었는데 저같은 경우에는 알만툴로 만드는 건 처음이라 공부하면서 최대한 어설프지 않게 만드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종미니멈 : 대표님이랑 기획자님은 원래 알고 계시던 사이이지만 작가님은 이번에 새로 합류하게 되신 건데 함께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박현재, 김태영, 민병규 : (웃음)

민병규 : 누가 먼저 말씀해주실래요? (웃음)

김태영 : 일단 엄청난 이야기가 있는 건 아니구요. (웃음) 원래 초기 기획안으로 저랑 대표님이 ‘인류 최초의 살인사건’을 컨셉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었어요. 전체적인 구상을 제작했었고 디자이너를 구하자고 마음 먹고 계속 찾고 있었는데 너무 마음에 드는 그림을 가지신 분이 있는거에요. 그래서 제가 연락을 드려야겠다는 마음에 무작정 메일과 인스타그램으로 연락을 드렸고 답장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작가님은 부산에 계시고 저희는 평택에서 개발을 하고 있는지라 주말에 바로 내려가서 저희가 구상한 게임에 대한 PT와 저희와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죠. 다행히 혼쾌히 동의를 해주셔서 3인 체재로 구성이 되었고 [사망여각]이라는 게임으로 방향을 바꿔 제작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종미니멈 : 원래 기획하고 있던 게임이 있었는데 정말 우연한 계기로 민병규 작가님과 만남이 성사가 되어 사망여각으로 발전이 되었다 이런 말씀이신거죠?

김태영 : 네, 그렇죠.

종미니멈 : 사실 민병규 작가님을 소개해주신 분도 저한테 하시는 말씀이 민병규 작가님이 그림을 엄청 잘 그린다고 칭찬을 많이 하시더라구요.

민병규 : (웃음)

종미니멈 : 아마 대표님이랑 기획자님도 그런 부분을 보고 작가님께 연락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면 대표님, 기획자님, 작가님에 대한 소개는 이정도로 마무리하고 이번에는 루트리스 스튜디오에 대해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종미니멈 : 제가 처음에 '루트리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이름이 한글로 해석하면 '뿌리가 없다'라는 뜻이잖아요?

박현재 : 네, 그렇죠. '근본없는'이죠.

종미니멈 : 근데 사실 ‘근본없다’라는 표현이 우리나라 말로는 썩 그리 좋은 표현은 아닐텐데 (웃음) 처음에 왜 이렇게 제작사 이름을 지었는지 궁금증이 많이 생겼거든요. 이름의 유래가 어떻게 되나요?

박현재 : 간단히 말씀드리면 '창의적인 생각으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자'라는 생각으로 모인 개발자들이 간단한 의미로 '근본없는 스튜디오'이라는 이름을 지었는데.. 조금 더 들어가면 저 같은 경우에는 게임을 개발해서 발매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그런 의미를 담은 것도 있고요.

종미니멈 : 그럼 이번에 처음 스튜디오를 설립한 것이고 경험이 없다는 것을 반영했다고 보면 되는건가요?

박현재 : 그렇죠. 게임을 직접 발매해본 적은 없기 때문에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기는 해요.

종미니멈 : 나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네요? 당연한 것이겠지만(웃음)

박현재 : 그렇죠.

민병규 : (웃음)

종미니멈 : 알겠습니다. 이름에 숨겨진 의미가 있지 않을까 궁금증이 생겨서 여쭤봤던 부분이구요. 어찌보면 대표님과 기획자님은 알고 계시던 사이라고는 하지만 루트리스 스튜디오(Rootless Studio)를 설립해서 게임 개발을 시작한 계기가 있을텐데?

김태영 : 저도 그렇고 옆에 계시는 프로그래머(박현재)도 마찬가지지만 게임을 굉장히 좋아하는 유저로써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느꼈어요. 말마따나 세간에서 말하듯 ‘아타리 쇼크를 연상시킨다’는 말이 와닿을 정도로 그래픽만 좋아진 똑같은 컨텐츠의 게임이 많이 있다고 느꼈고요. 완전 초심으로 돌아가서 개발자의 시점으로 어릴 적 재미있게 했던, 말그대로 [Pokemon]이나 [The War Of Genesis](창세기전), 그리고 맨 처음 게임을 홍보할 때 인용했던 [Undertale]과 [Mother] 등에서 느낀 것들을 모두 담아서 (우리가 모바일로 내지는 않지만) 한국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제작자의 입장에서 창조적인 것을 만들어보자. 그리고 기존의 재미있게 했던 요소들을 살리면서 설화라는 것을 도입하여 해외 출시를 통해 우리나라를 알리려는 계획도 있고요. 또한 어린 친구들이 저희 때와는 달리 휴대폰과 인터넷에 많이 익숙해져 있잖아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전래동화나 위인전을 읽고 컸는데 저희 게임을 전래동화 한편을 보듯이 즐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게임 내에 설화의 내용이 인용되어 있어요. 바리공주 설화만이 아니라 여러가지 설화를 합쳐놓은 듯한 말그대로 전래동화집을 읽는듯한 느낌으로 만들고자 한거고요. 어린 친구들이 게임을 즐긴 뒤에 혹시라도 관심을 가져서 ‘바리공주 설화가 뭐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한번쯤 찾아볼수 있게 하는 것이 어찌보면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기도 하고요. 그런 점에서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런 게임을 만들어보자 결심을 한거에요. 많은 대화가 오고 갔는데 6개월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컨셉은 [사망여각]이나 이전의 ‘인류최초의 사건’도 마찬가지지만 6개월 정도 대화를 하고 이번년도 초에 설립을 해서 이렇게 개발을 시작하게 된거고요. 사실 계기라고 하기에는 거창하긴 한데 저희로써는 많은 의미를 두고 이렇게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종미니멈 : 거창하다고 말씀해주셨는데, 모바일 시장 뿐만 아니죠. 한국 게임에 대해서는 개발자분들이나 게이머분들도 모두 염증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고 그부분에 대해 해소를 하고자 설립을 하셨다라는 의미로 들리네요. 제 입장에서는 게임이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져서 반갑기도 했고 이정도로 포부를 느낄 수 있는 말씀을 해주셔서 점점 더 게임에 기대가 되고 있습니다.

박현재, 김태영, 민병규 : (웃음) 감사합니다

[사망여각] artwork - [사망여각] 이전에 기획되어 있던 게임이 있었다고 합니다

종미니멈 : 사망여각에 대해 본격적으로 질문을 드릴건데 설립 계기에서 어느 정도 답변을 주셨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인류최초의 살인사건’을 컨셉으로 기획을 했다가 [사망여각]으로 방향이 바뀌게 된 것이잖아요? 한국적인 요소를 도입하자고 아이디어를 내신 분은 누구신가요?

김태영 : 사실 저에요. 제가 바리공주를 좋아하기도 했고 이런 것으로 게임을 만들어보면 ‘내가 전달하고 싶은 의미를 더 깊게 전달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인류최초의 살인사건’으로 첫번째 프로젝트를 세명이서 하자고 말을 했을 때는 서양판타지 느낌을 가미하고자 했어요. 시장도 해외 시장을 노리고 있었고 해외시장에 통하기 위해서는 서구적인 형태 혹은 기독교적인 요소인 인류 최초의 살인사건 '카인과 아벨'을 중심적으로 컨셉을 구상했었죠. 그런데 개발하다가 느낀 것은 제가 예전에 생각했던 바리공주 설화를 차용해서 우리나라 저승에 대한… 그러니까 각자 나라마다 저승에 대해 생각하는 게 많이 다르더라고요. 조사하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은 저승이 공통된 세계관이 아니고 많이 다르다. 그래서 우리나라 세계관에 한국적인 것으로 표현을 해서 해외 쪽으로 알려보자가 목표가 되었죠. 목표라기보다는 세 명이서 궁극적으로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이고 그래서 제가 아이디어를 내고 나머지 두분께서 아이디어를 추가해 주시면서 동화선택도 해주시고 지금의 게임트레일러도 나오고 개발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종미니멈 : 그러면 아이디어를 낸 분은 기획자 분이신거죠?

김태영 : 네

종미니멈 : (웃음)방금 목소리가 구분이 안되서 확인차 여쭤보았습니다.

김태영 : (웃음)

[사망여각] artwork - 바리공주 설화 외에도 다양한 설화를 게임 속에 녹여내고 있습니다

종미니멈 : 그런데 바리공주 설화는 기획자 분께서는 좋아한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고등학교 문학 시간에 잠깐 보고 끝난 수준이라서 바리공주에 대해 조금 찾아봤어요. [사망여각]이 가진 배경이 저승이잖아요? 바리공주 설화에서 저승과 연결이되는 부분이 ‘바리공주가 저승의 신이 되어서 고통받는 사람의 영혼을 구원을 하겠다’ 이런 내용으로 알고 있는데 게임과의 연결성에 대해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김태영 : 일단 그 내용에 대해서는 [사망여각]의 주요 캐릭터 세명에 관한 것인데 한명이 바리공주죠. 캐릭터 이름은 '아름'이에요. 어떤 모티브가 되었고 왜 이렇게 했는지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자면… 바리공주는 일곱번째 공주로 태어나서 부모에게 버려지고 이후에 부모들이 저주를 받게 되죠. 부모의 저주를 풀기 위해 나머지 여섯공주에게 저승에 내려가 약초를 구해와야한다고 하지만 여섯 공주는 가지않겠다고 하죠. 그러나 바리공주는 친부모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발적으로 저승으로 들어가게 되요. 그리고 친부모를 살렸다. 이런이야기인데 여기서 모티브가 된 것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과 사건을 해결하고자 ‘저승에 자발적으로 들어가는 것’이에요. 그리고 아름이와 함께 등장하는 인물이 '설'이에요. 설 같은 경우에는 '강림차사 설화'를 모티브로 삼았어요. 그리고 아직 트레일러에서 공개는 되지 않았는데 '동이'라는 캐릭터가 있어요. 동이는 '흥덕사령'이라고 강감찬 장군님의 설화에서 가져왔어요. 간략히 설명을 드리면 강감찬 장군님에게 죽은 네명의 노부부의 영혼들이 다가와 말을 걸어요. ‘우리 아들이 모두 죽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 해결해달’라고 해요. 그래서 강감찬 장군이 염라대왕을 이승으로 불러서 꾸짗으면서 '악한자 대신에 선한자를 대려가는 것이냐. 그것이 옳은 일이냐'라고 하는데 이 이야기를 소재로 '동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죠. '설'의 경우는 [신과 함께]라는 웹툰 때문에 강림차사를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을 해요. 강림차사도 이승의 사람을 저승으로 데려가는 역할이라서 차사라는 이름이 붙은건데, 아름이와 설, 동이 모두 자발적으로 저승으로 들어가는 인물이거든요. 이러한 연관성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저승으로 들어가는 인물 세명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저승에 대한 어드벤처 게임이다. 그래서 바리공주 또한 모티브로 삼았다고 요약할 수 있겠네요.

종미니멈 : 그럼 바리공주 설화만이 아니라 바리공주 설화를 바탕으로 다른 설화의 내용도 차용을 해서 스토리를 만들어 나간거군요?

김태영 : 네, 맞습니다.

[사망여각]의 그림에 가장 많은 영감을 준 작품은 Klei Entertainment의 [Don't Starve]

종미니멈 : 한국적인 요소를 도입한 스토리도 좋지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쪽에서는 민병규 작가님의 일러스트가 굉장히 호평인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저도 일러스트를 보고 어떻게 이런 느낌을 낼 수 있는지 호기심이 생긴 건데요. 추상적인 질문일 수 있는데 어디서 영감을 얻으셨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민병규 : 우선 '누구나 그릴 수 있는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 같아요. [Undertale]을 보면 누구나 팬아트를 손쉽게 그리잖아요? 저도 그걸보면서 낙서 같은 그림을 그려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중에서도 제일 영감을 많이 받은 것은 [Don’t Starve]라는 게임이 있어요.

종미니멈 : 네, ‘굶지마’라고 불리죠.

민병규 : 네, 우리나라에서는 ‘굶지마’라고 불리는데 그 게임의 특징이 뭐냐면 게임도 재미있지만 그림이 엄청 독특하거든요. 선 쓰는 것도 선 굵기를 조절하면서 엄청 디테일함을 잘 살렸어요. 그런데 웃긴 건 누구나 다 그릴 수 있는 엄청 쉬운 그림이라는 거죠. 그래서 저희 스튜디오의 태영님하고 현재님하고 처음 만났을 때 했던 말이 뭐냐면 '캐릭터성이 강한 캐릭터를 만들어보자'라는 이야기였거든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 해야 우리 게임을 잘 살리면서 분위기 있게, 그리고 그 그림을 누구나 쉽게 그릴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표현하면 될까라고 생각하다가 낙서라는 것에서 영감을 받게 되었습니다. (침묵) 조금 추상적이죠?

종미니멈 : 충분히 답변이 되었습니다. 돈스타브 같은 경우는 저도 그림이 특이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 부분에서 영감을 얻으셨다고 하니까 어떤 방향으로 그림을 그리셨는지 확실히 이해가 된 것 같습니다.

[사망여각] 3차 트레일러 中 - 지루하지 않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장르를 도입

종미니멈 : 다음으로는 사전에 공개된 세개의 트레일러에서 볼 수 있었던 [사망여각]의 게임성에 대해서 질문을 하겠습니다. 3차 트레일러가 엊그제 공개가 되었잖아요? 영상을 보니까 다양한 게임 장르가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데, 영상에서 본것에 따르면 턴제RPG가 있었고, 퍼즐 요소가 있었고, 어드벤처와 약간의 액션요소가 들어가 있었는데 다양한 장르를 도입한 요소가 따로 있으신가요?

박현재 : 일단은 기본적으로 나비효과처럼 유저의 선택에 따라 추후에 엔딩에 영향을 주게 되요. 그리고 아까 말씀하셨다시피 퍼즐과 공포요소를 넣어서 지루하지 않게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턴제 같은 경우에는 다소 지루할 수 있기 때문에 액션 느낌이나 닷지형식의 컨텐츠를 많이 추가하고 있어요. 그리고 하드코어한 난이도로 전투도 전략과 방어, 아이템 활용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사망여각] 2차 트레일러 中 - 설화와 공포이야기를 게임 내 이스터에그에 잔뜩 담아내었다

종미니멈 : 전반적으로 지루함을 해소하고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가지 장르를 섞었다 말씀하시는 것이죠?

박현재 : 네, 그리고 하나 더 추가를 하자면 이스터에그 요소가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저승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공포에 관한 내용이 곳곳에 숨겨져 있어요. 그래서 유저들과 장난치면서 게임을 즐기는 형식이죠. 예를 들면 12시가 넘으면 엘리베이터를 타면 안된다라든지 귀신은 반대로 한다 이런 점들을 참고하신다면 저희가 숨겨놓은 잔잔한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종미니멈 - 우리 일상에서 많이 알려진 공포 이야기를 많이 차용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박현재 : 네.

종미니멈 : 그리고 제가 제일 궁금했던 부분인데, [Mother]와 [Undertale]의 정신적 계승작이 되고 싶다고 1차 트레일러부터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특히 [Undertale]은 저도 리뷰를 쓰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지금까지 나온 게임들에 비해 독특한 요소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어떤 부분에서 계승작이 되고 싶은지 설명을 해주실 수 있나요?

박현재 : 일단 언더테일 같은 경우는 멀티엔딩 요소, 그리고 하면 할수록 재미있어지는 이스터에그 요소가 굉장히 많잖아요? 이런 요소에 매료가 되었고 저희 게임에서도 스토리 라인에 강점을 두어 대사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면서 이스터에그 요소를 많이 포함시키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종미니멈 : 그러면 이스터에그를 많이 포함시키고 사망여각 제작에 차용된 공포이야기나 설화들과 연결해서 만들 생각이었다는 건가요?

박현재 : 네, 그렇습니다

前 [Final Fantasy] 사운드 디렉터에게 직접 연락이 왔지만 아쉽게도 거절하게 된 Rootless Studio

종미니멈 : 그리고 이건 되게 조그만 부분이긴 한데요. OST는 누가 만드시나요?

김태영 : OST 같은 경우는 1차 티저 공개 이후에 많은 분들이 연락이 오셨어요. 해외쪽 분들도 연락이 오셨는데, 예를 들어 [Final Fantasy] 사운드 디렉터 하시던 분도 연락오셨는데 ‘나랑 같이 콜라보를 하자. 내가 메인OST를 만들어줄테니 사운드트랙을 발매하면 나한테 일정 금액을 주면 좋겠다’라고 자세한 조건을 제시하면서까지 컨택이 왔어요. 물론 저희도 유명한 분들과 하면 좋지만 기존에 작업을 하시던 미국 여성분이 한분 계세요. ‘미스터 리틀피쉬’라는 사운드 디렉터명을 쓰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작업을 주로 해주고 있고, 그 친구가 작업을 하지 못하는 효과음은 무료로 풀린 사운드 소스를 쓴다거나 유니티 에셋 같은 스토어가 있는데 그곳에서 저작권을 사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종미니멈 : 파이널 판타지 사운드 디렉터가 연락이 올 정도면…

김태영 : 저희도 깜짝 놀랐죠

종미니멈 : 정말 엄청난거죠. 저도 방금 듣고 잘못 들었나 싶을 정도였는데 확실히 기대되는 게임이 맞기는 맞습니다 (웃음)

김태영 : (웃음) 정말 감사하게도 해외에서도 반응이 괜찮더라고요

민병규 : (웃음) 진짜 놀랐어요. 이렇게 반응이 좋을줄은 몰랐어요

[사망여각] 3차 트레일러 中 - 국내 인디 게임 시장에 다소 아쉽다는 의견을 주신 김태영 기획자님

종미니멈 : 정말 잘 될거라 믿고 저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웃음) 준비된 질문은 거의 다 끝났고 인터뷰 마무리를 할텐데 어찌보면 세분이서 게임 제작을 하시는 작은 규모의 스튜디오다보니까 인디게임에 속한다고 볼 수있잖아요? 요즘 국내에서 인디게임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는 추세인데 인디게임 경향에 대해 생각하시는 부분 있으신가요?

김태영 : 저는 개인적으로는 유행을 많이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최근에 클리커류 모바일게임이 유행을 타서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또는 기획자나 프로그래머가 아니더라도 디자이너가 혼자 조금 공부를 해서 비슷한 게임을 보내는 게 많았죠. 결과가 좋은 것도 있었지만 나쁜것도 있었다고 생각을 하고요. 유행을 따라갈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전달하고자하는 의미나 내 게임에 대한 장점과 특색을 살리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저도 유저 입장에서 할말도 많았고, ‘저 회사가 왜 저렇게 밖에 못만들지?’라는 게임도 몇개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나오는 게임들은 특색이 있고 부류가 확실해야만 뜰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종미니멈 : 인디게임에 대해 조금 아쉽다는 말씀이신거군요.

김태영 : 네, 너무 유행을 따라가는 게 많이 보여서 그부분이 아쉽긴하지만 그래도 인디게임의 장점을 녹여내려고 한 것도 보이기도 하고요. 사실 저희도 평가할 입장은 아니라 배워가고 만드는 입장이고, 제가 말하는 건 유저의 입장에서 말씀드리는거니까요.

종미니멈 : 루트리스 스튜디오에서 [사망여각]을 잘 만들어서 좋은 선례를 보여주면 큰 변화가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박현재, 김태영, 민병규 : (웃음)

종미니멈 : 발매는 PC로 하신다고 하셨잖아요. 모바일로는 하지 않고. PC로 하면 스팀(Steam)으로 등록을 하실 계획인가요?

박현재 : 네, 스팀으로 한국어와 영어 버전으로 두개가 올라가게 될거에요. 최종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구요.

[사망여각] 2차 트레일러 中 - [사망여각]이라는 문을 통해 향후 계획을 밝혀주신 개발자님들

종미니멈 : 그러면 지금 게임 개발 중이시라 시기상조인 질문이 될 수도 있는데, 게임 개발이 완료가 되고 난 다음에 세분의 향후 계획을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박현재 : 저는 게임을 만들고나서 계속 재미있고 깊이있는 게임을 만들 계획인데, [사망여각] 시즌2 가 될수도 있고 아니면 저희가 처음 말씀드렸던 ‘인류최초의 살인사건’을 컨셉으로 다시 새로운 게임을 제작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김태영 : 꿈같은 이야기지만 성공을 하게 된다면 [To the Moon]을 만든 회사를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 부분에 있어서도 [사망여각]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후속작이 되든 비슷한 류의 재미잇는 게임을 만드는 데 치중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민병규 : 저 같은 경우에는 원래 [사망여각] 하기 전에 웹툰을 만들고 있었어요. 웹툰을 만들고 있었는데 지금 작업 때문에 뒤로 미룬 상태거든요. 지금 잘되면 웹툰을 편안하게 작업하면서 [사망여각] 후속작이나 다른 작품을 만들어보고자 생각하고 있어요. 저희가 원래 [사망여각] 말고 [오프 더 레코드]라고 아까 말씀드렸던 ‘인류 최초의 살인사건’이 있잖아요. 그것도 작업할 수 있고요. 저희가 그걸 작업하다가 사망여각으로 바뀐거잖아요. 혹시나 저희가 잘된다면 아마 뒤로 미뤄졌던 [오프 더 레코드]를 더 만들 수 있을것 같고 또 다른 작업을 할수도 있겠죠. 아무튼 잘되면 좋겠네요.

[사망여각] 1차 트레일러 中 -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한 Rootless Studio

종미니멈 : 그러면 인터뷰 마지막 질문입니다. 조금 간질간질한 질문이기도 한데요. 사망여각을 기대하고 있는 팬분들에게 한마디씩만 해주시길 바랍니다. (웃음)

박현재, 김태영, 민병규 : (웃음)

민병규 : 잘 말하세요 (웃음)

박현재 : 기다리시는 분들께 정말 관심을 가져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기대해주신 것만큼 재미있고 신선한 게임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웃음) 간질간질거리네요.

김태영 : 실망시키지 않는 것을 최선으로 하고 있고요. 저희가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를 유저분들께서 느끼셨으면 저희도 뿌듯할 것 같고, 유저분들도 재미있게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민병규 : 저희를 엄청 많이 기대해주시는데, 저희도 그만큼 진짜 감사해가면서 작업하고 있거든요.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갈아엎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기도 하고 엄청 노력하면서 준비를 하고 있어요. 여러분의 기대가 차오르는 만큼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리고 꼭 좋은 작품으로 출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종미니멈 : 네 감사합니다. 8월 15일에 텀블벅 후원시작되면 후원자금 잘 모으실 수 있게 기원하겠구요. 저도 작은 금액이나마 후원하도록 할테니 게임 잘 만들어서 대한민국 인디게임의 좋은 표본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급작스런 인터뷰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루트리스 스튜디오 좋은 성과를 내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6년 8월 15부터 텀블벅(tumblbug)에서 [사망여각] 크라우드 펀딩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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