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Mighty No.9 (마이티 넘버 나인)

장르 : 액션, 플랫포머

제작사 : Comcept, Inti Creates

플랫폼 : Playstation 4, Playstation 3, X-Box One, PS Vita, PC

발매년도 : 2016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록맨의 아버지 이나후네 케이지의 신작. 많은 게이머가 갈망해온 록맨 시리즈의 정신적 후속작. 킥스타터를 통해 400만 달러라는 거금을 모은 기대작. 그리고 예상과 다른 모습으로 세상 밖에 나와 논란이 된 문제작…이라는 것은 일단 기억의 저편에 접어두도록 하자. 기대가 높았던 만큼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킥스타터 시절에 공개된 컨셉아트와 실제 게임 간의 괴리가 엄청나 배신감을 느낀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감정을 절제해야 한다. 감정이 격해지면 선입견이 생기며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것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된다. 사람에게 선입견이 생기면 이유 없이 미워지듯이 게임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잠시나마 [Mighty No.9]에 붙어있는 부정적인 수식어들을 때놓고 본작의 알맹이를 있는 그대로 살펴보자.

‘록맨의 아버지’ 이나후네 케이지는 자기 아들을 다시금 태어나도록 한다

[Mighty No.9]의 제작의도는 매우 명확하다. [Rockman] 시리즈의 계승. 록맨의 제작사인 Capcom과 록맨의 아버지 ‘이나후네 케이지'의 결별 이후 록맨 시리즈의 후속작 발매가 불투명해지자 결국 록맨의 아버지 본인이 다시금 시리즈를 부활시키고자 한 것이다. 다만 [Rockman]의 저작권은 Capcom이 가지고 있으므로 예전 그대로 만들 수 없었고 새로운 컨셉과 디자인으로 게임을 제작한 것이 바로 [Mighty No.9]이다. 물론 [푸른뇌정 건볼트]라는 또 다른 계승작이 있으나 흔히 록맨하면 떠오르는 파란 헤드기어와 몸체를 가진 로봇 록(Rock)과는 거리가 조금 멀다. (단, 이쪽은 여러 록맨 시리즈 중에서 [Rockman Zero]와 [Rockman ZX]를 차용했기에 계승작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둥글둥글한 디자인, 오른손에 달린 버스터, 그리고 파란색으로 포인로를 준 [Mighty No.9]의 주인공 벡(Beck)은 흔히 ‘록맨'이라고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에 부합하여 제대로 [Rockman]을 이어가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살펴봐야할 점은 ‘얼마나 [Rockman]을 잘 계승했느냐?’일 것이다.

[Rockman] 시리즈의 계승작을 자처하는 만큼 거의 모든 부분이 유사하다

다행스럽게도 [Mighty No.9]은 [Rockman]을 계승했다고 말할 자격이 충분하다. ‘계승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방식과 게임 내 요소들의 유사성에 있다. 버스터를 이용한 1) 런&건 슈팅 장르를 바탕으로 2) 여덟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여 3) 일직선 구조의 스테이지을 거친 뒤 4) 보스와 싸움에서 이기고 5) 새로운 무기를 습득하는 게임 방식은 [Rockman]과 완전히 같다. 게다가 상하좌우를 모두 이동하는 스테이지 구조 및 분기점/비밀공간을 배치하여 6) 최소한의 메트로배니아(Metrobania) 특성이 반영된 점과 습득한 7) 속성무기와 보스들 사이에 상성 관계, 게임의 난이도와 플레이 타임을 높이는 8) 즉사구간 및 함정 등도 어김없이 적용되어 있다. 물론 각 스테이지에는 a) 반드시 중간보스가 존재했던 것과 b) 최종보스 직전에 다시 한번 여덟명의 스테이지 보스들을 상대해야 했던 특징처럼 반영되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Mighty No.9]에서 볼 수 있는 게임의 모습은 [Rockman]을 계승했다고 말하기 충분하다.

[Mighty No.9]의 다양한 대쉬는 기존작들보다 발전적인 형태를 갖추도록 만든다

[Rockman]을 계승했지만 이를 더 발전시키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발전적인 요소란 다양한 형태의 대쉬(Dash), 이로부터 파생된 게임 시스템을 말한다. 우선 대쉬에 대해 살펴보자면 이전보다 자유롭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바뀌었다. 좌우로만 가능하던 대쉬는 상하좌우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숏대쉬(short dash)부터 슬라이딩대쉬(sliding dash)까지 종류의 다양화와 더불어 점프 중에는 한 번만 사용 가능하던 것에 횟수 제한이 사라졌다. 이에 따라 간단한 형태이지만 추가적인 조작과 대쉬의 응용이 가능해졌고, 다양한 형태의 대쉬를 충분히 활용하도록 (또는 다양한 대쉬가 추가된 덕분에) 스테이지를 다채롭게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Rockman X] 시리즈에서 가능했던 삼각차기(벽점프)를 삭제함으로써 플랫폼/구조물을 건너는 방식에 변화를 주어 상대적으로 대쉬의 비중을 높이기도 했다.

‘대쉬-흡수 시스템’을 통해 대쉬를 완전히 다른 용도의 것으로 바꾸어 놓았다

대쉬를 활용하는 시스템도 매우 인상적이다. 대쉬의 다양화보다는 시스템의 추가가 중요한 부분인데 이는 [Mighty No.9]이 기존의 [Rockman] 시리즈와는 차별화된 고유한 특징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대쉬를 완전히 다른 특성을 가진 것으로 바꿔버렸다. 기존의 대쉬는 단거리를 빠르게 이동하거나 적의 공격을 피하는 용도로 활용하는 방어적 특성이 강했다. 그러나 대쉬를 활용한 새로운 시스템을 추가함에 따라 대쉬를 공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변화를 주었다. 벡(Beck)이 적 로봇에게 일정 수준 이상 피해를 줄 경우 로봇은 분해(=기절) 상태에 빠지는 데, 이때 대쉬로 접촉을 하게 되면 로봇을 흡수하게 된다. 마치 대쉬로 최후의 일격을 날리는듯한 느낌을 주는데, 이는 대쉬가 결정타의 역할을 하는 공격적 성향을 가진 요소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대쉬-흡수 시스템이 단순히 결정타의 역할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흡수하는 로봇의 종류에 따라 공격력/방어력/이동속도가 증가하는 버프(Buff)를 얻을 수 있는데 단순한 형태이긴 해도 게임 진행에 매우 큰 도움을 준다. 또한, 연속적인 대쉬-흡수가 이루어지면 콤보(Combo)가 쌓이며 콤보 수준에 따라 보너스 점수를 획득할 수 있다. 콤보 및 점수는 게임 진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고득점 기록을 위한 도전의식을 자극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보상(버프, 콤보, 점수)들은 다시금 대쉬의 활용도를 높이는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결국, 시스템과 보상 간에 시너지를 통해 대쉬의 활용도를 높여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만들고 있다.

시각효과/속도감/ 조작감/난이도 등 많은 부분에서 다양한 부가효과까지 낸다

보상을 통해 유도한 대쉬의 적극적 활용이 또 다른 부가 효과를 낸다는 점도 매우 흥미롭다. 적극적인 대쉬 활용은 늘어난 대쉬의 종류만큼 다양해진 동작(motion), 대쉬-흡수를 활용해야 하는 적/플랫폼 배치, 제한이 사라진 공중 대쉬와 시너지를 일으켜 게임을 역동적이게 보이도록 만든다. 특히 대쉬의 사용에 제한이 사라짐에 따라 매 상황을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그만큼 빠른 판단력을 요구함과 동시에 공수전환도 빠르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전 [Rockman]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려한 게임플레이가 가능해진다. 게다가 짧은 거리를 빠르게 이동하는 대쉬의 특성상 사용빈도가 높을수록 게임의 속도감을 높이게 되며, 향상된 속도감만큼 빠른 반응 속도와 정교한 조작을 요구하게 되므로 조작하는 재미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게 된다. 이 외에도 대쉬를 통해 적을 제거하면서 게임을 진행하는 형태를 통해 게임의 연속성을 강화하는 효과, 스테이지 보스의 체력 회복을 막기 위해 대쉬를 통한 흡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게임의 난이도를 올리는 등 여러 부분에서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좋은 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면에서 충분한 완성도를 갖출 필요가 있다

그러나 [Rockman]을 계승하고 이를 발전시킨 게임성을 갖춘 [Mighty No.9]이지만 부족함이 없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놀이(game)이기에 게임 내에서 제시하는 목표에 따라 플레이어가 조작하고 그에 따라 목표를 달성하는 것,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재미를 느낄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게임이 단순히 놀이로 접근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으며, 게임은 놀이 그 이상의 통합 개체로써 좋은 음악, 멋진 이미지, 탄탄한 이야기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받아들이게 되는 (이미지, 영상, 음악, 이야기 등을 모두 포괄하는) 시각적/청각적 요소들은 더 큰 재미를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놀이요소 이외의 것들도 그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Mighty No.9]은 놀이로써 충분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을지라도 시각적/청각적 즐거움을 주는 요소나 감탄할만한 스토리, 또는 이와 관련된 작은 요소들에 대해서는 많은 아쉬움이 존재한다.

꼼꼼하게 작업해야 하는 작은 요소들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은듯한 그래픽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3D 그래픽은 얼핏 보기에는 굉장히 잘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나 결코 그렇지 못하다. 3D 그래픽으로 만들진 [Rockman]의 계승작이라는 점은 과거 3D로 개발된 [Rockman X8]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데 [Mighty No.9]의 그래픽 수준은 이와 비교해 미미하게 발전된 정도일 뿐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이는 그래픽이 좋다 나쁘다의 의미가 아니며 그래픽이 게임의 완성도를 결정짓는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비교 대상이 되는 [Rockman X8]이 십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래픽의 세부적인 요소를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마감처리가 덜 된 조각상이나 선을 따라 말끔하게 잘라내지 못한 인쇄물처럼 캐릭터 주변에 하얀 선이 자주 보여 그래픽이 굉장히 지저분해 보인다. 그리고 사전에 공개된 트레일러에서 볼 수 있었던 어색한 폭발 효과와 이로 인한 텍스쳐(texture) 붕괴현상 외에도 불꽃과 관련된 효과는 눈쌀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수준이 낮다. 불꽃이 휘날리는 것은 마치 붉은 종이조각을 흩뿌리는 듯한 느낌을 주고, 불의 색감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이 외에도 서로 다른 곳에서 발생하는 불꽃 또는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똑같은 움직임을 보여주는데 이는 게임을 대충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들게까지 한다.

사소한 요소들의 부적절한 활용으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몰입이 끊기게 된다

사소하지만, 게임의 분위기 형성과 몰입에 필요한 요소들에 대해서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우선 일러스트의 부적절하고 충분하지 못한 활용을 들 수 있다. 스테이지 보스들과 대화를 하는 상황에서는 일러스트(또는 모델링)가 화면에 띄워지는 경우가 있는데, 보스의 어투에서 드러나는 감정과 화면에서 보이는 일러스트 사이에 심각한 괴리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가령 Mighty No.1 파이로(Pyrogen)는 모든 것을 불태우겠다며 광기에 빠진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와 동시에 볼 수 있는 파이로의 표정은 침착하다 못해 근엄해 보이기까지 한다. 거꾸로 Mighty No.3 다이나트론(Dynatron)의 일러스트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탐욕스럽게 전기를 흡수하는 모습과 잘 어울리지만 제정신으로 돌아왔을 때의 침착한 말투와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상황별로 다른 캐릭터의 어조와 고정된 일러스트 간에 발생하는 부조화는 플레이어가 민망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게임에 몰입을 순간적으로 끊게 만든다. 이외에도 일러스트를 활용하면 등장인물의 감정을 더욱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을 것에도 불구하고 텍스트만 덩그러니 띄우는 부분이 대다수를 차지해 밋밋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일러스트에 표정변화를 주어 다양한 요소에 활용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며, 매력적으로 디자인된 마이티 넘버즈의 캐릭터 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기회가 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컷신(좌)와 삽입 일러스트(우) - 차라리 일러스트를 활용하는 게 더 나을 뻔 했다

컷신(Cutscene)과 배경음(BGM, background music)도 매우 실망스럽다. 게임 내 모든 컷신은 캐릭터의 모델링을 그대로 활용한 것만 존재하는데 이조차도 있으나 마나 한 수준이다. 컷신에서 캐릭터의 움직임과 표정변화는 거의 없으며 캐릭터의 대사에 맞는 최소한의 제스처(gesture, 몸짓)만 보여줄 뿐이다. 컷신을 바라보고 있다 보면 대체 어떤 의도로 이런 컷신을 넣었는지 이해할 수 없으며, 간혹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아동용 3D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든다. 차라리 엔딩에 삽입 된 일러스트 형식을 활용해 스토리를 진행했으면 분위기 연출에 훨씬 효과적이었다고 본다. 또한, 영상 형태의 컷신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으며, 평범한 인디 게임에서 등장하는 오프닝(Opening) 영상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 실망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Rockman X] 시리즈의 스토리 진행 과정에서 일러스트를 통한 효과적인 분위기 연출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인상적인 오프닝이 있었기 때문에 [Mighty No.9]에서도 이를 적용할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를 활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적절한 대안을 고민한 흔적조차 보이지 않기에 게임의 질적 완성도를 높일 의욕이 전혀 없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배경음은 길게 설명할 것도 없다. 장시간 게임을 했지만, 머리 속에 남아있는 멜로디가 있는가? 대답은 No.

캐릭터 비중, 이야기의 완결성, 분위기의 형성 중 성공적인 것이 하나도 없다

작중 이야기의 질적 수준도 심히 아쉽다. 우선 작중 이야기의 초점과 분위기가 불분명하다. 이는 기존의 [Rockman]과 [Rockman X] 사이의 분위기 차이로 이야기해볼 수 있다. [Rockman]는 세계정복을 꿈꾸는 와일리 박사(Dr.wily)의 야망을 막는 전형적인 인과응보 형식의 가벼운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Rockman X]는 로봇 3원칙, 로봇의 권리 등 무거운 이야기가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다시 말해 기존의 [Rockman] 시리즈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초점이 분명했으며 그에 따른 분위기 형성도 알맞게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Mighty No.9]의 경우 게임 초반에는 단순히 바이러스에 감염된 로봇을 무찌르는 가벼운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후반에 들어서는 벡(Beck)의 탄생의 비밀, 사건의 배후, 화이트 박사의 과거 등 이야기의 초점이 바뀌면서 분위기가 무거워 진다. 가벼운 이야기에서 무거운 이야기로 분위기를 바꿔나가는 시도는 분명히 칭찬할 만하지만 이 과정에서 어느 이야기 하나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게임이 끝나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소재는 많지만 초점이 없으며 더 나아가 이야기의 완결성이 떨어지고 게임의 분위기 형성도 어중간하게 되어버린 결과를 낳게 된다.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주인공의 비중이 약한 것도 문제다. 주인공인 벡(Beck)은 작중 중요한 역할을 가진 로봇이지만 이야기 전개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순진무구하게 시키는 일만 하는 역할에 그친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열쇠가 벡(Beck)임에도 불구하고 먼저 나서는 일은 거의 없으며 대부분 화이트 박사(Dr. white)의 지휘 아래에서 움직일 뿐이다. 이러한 주인공의 수동적인 태도는 이야기 진행 과정에서 주인공의 비중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조력자 역할을 하는 화이트 박사 (Dr. white) 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비중의 불균형과 더불어 ‘주인공'과 '조력자'의 위치가 뒤바뀐 듯한 주객전도의 상황까지 나타나게 된다. 이는 록(Rock) 또는 엑스(X)와 라이트 박사(Dr.Light)의 관계가 주인공-조력자임이 분명한 기존의 [Rockman] 시리즈와 더욱 비교가 되면서 더 큰 문제점으로 다가온다.

모든 것을 갖춰놓았음에도 그에 상응하지 못하니 팬들이 분노하게 된 것이다

지저분한 그래픽, 세부 요소의 부실함, 수준 낮은 컷신, 초점이 불분명한 이야기, 주객전도가 된 캐릭터의 비중 등의 분명히 문제점이 맞지만 ‘아쉽다’라고만 해도 상관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게임이 인디 게임이었다면 ‘그래픽이나 스토리는 아쉽지만 록맨의 게임성을 훌륭하게 계승한 게임’이라고 평가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Mighty No.9]은 '4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가지고, '유명한 게임 디렉터’의 지휘 아래에, '명작 시리즈를 만든 제작자'들이 만든 작품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오랜 기간 발매를 늦춰가며’ 충분한 개발 기간을 확보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돈과 시간, 인력이 완벽하게 갖춰진 회사의 작품이다. 그러나 작품의 수준은 회사가 가진 조건에 부합하지 못한다. 물론 자금이 많다고 해서, 많은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서, 우수한 인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게임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과거 자신들이 만든 작품보다는 더 나은 형태를 갖춰야 했으며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점들은 놓치지 말고 해결했어야 했다. 다만 그러지 못했으니, 아니, 정확히는 그러지 않은 채 적당히 구색만 갖추어 놨으니 팬들의 분노는 화살이 되어 그들에게 날아갈 수밖에 없다.

[Mighty No.9]의 모습은 그가 록맨의 아버지로써 쏟은 애정의 크기다

록맨의 아버지는 본작에 더 애정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새로운 아들의 부족함을 찾으려고 애를 써야 했고, 더 멋진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했다. 많은 돈, 넉넉한 시간, 충분한 인력을 가진 그가 아들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세상 밖에 나온 아들의 모습이 그동안 이나후네 케이지가 [Mighty No.9]에 쏟은 애정의 크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만약 록맨의 아버지가 우리에게 보여준 [Mighty No.9]이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모습이며 모든 애정을 쏟은 결과물이라면 우리가 고대하던 [Rockman] 시리즈는 정말 끝장났다고 말할 수 밖에…

못다 한 이야기

- 이야기 내 인물 간 비중 문제는 다른 곳에서도 나타난다. 사건을 일으킨 악당인 '미스터 그레이엄'은 사실상 이야기 내에 비중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건을 일으키고 혼자 불안에 떨다가 사건이 해결된 뒤 체포된다. 과연 이게 악당이 보여주는 모습인지 의심스럽다.

- 게임의 난이도는 전체적으로 낮아졌다. 속성무기와 보스 간의 상성을 스테이지 입장 전에 파악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보스전보다 스테이지 진행 과정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물론 기존 [Rockman] 시리즈에 비하면 전반적인 스테이지의 난이도도 낮아졌다.

- 크라우드 펀딩 당시 컨셉 아트와 실제 게임 간의 괴리 때문에 문제가 된 부분도 있다고 한다. 다만 게임의 완성도가 충분했으면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났을 터인데, 완성도조차 부족하니 컨셉 아트와 실제 게임의 괴리가 더 큰 문제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 게임 자체는 정말 재미있다. 대쉬 시스템은 분명히 호평을 받을만한 요소이며 [Rockman] 시리즈와 [Mighty No.9]의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다. 완성도가 분명히 아쉽긴 하나 이 때문에 게임이 재미없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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