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마녀와 백기병 Revival

장르 : 액션, RPG

제작사 : Nippon Ichi Software

플랫폼 : Playstation 4

발매년도 : 2015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게임이 존재한다. 각 게임은 고유한 특색을 가지고 있고 특정 기준으로 분류하기 힘들 정도로 그 다양성은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게임의 다양성만큼 게임을 만든 제작사의 특징도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으며 회사마다 ‘방향성'이 어느 정도 존재해 그것이 게임 속에 녹아들어 있기 마련이다. 슈팅게임을 집중적으로 만들어 독자적인 특징을 구축했던 ‘Psykyo’, 불친절한 스토리와 높은 난이도를 주축으로 하는 ‘FromSoftware’, 환상적인 그래픽과 연출을 통해 영화 같은 게임을 지향하는 ‘Naughty Dog’ 등 제작사의 특징을 규정짓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마녀와 백기병 Revival]의 제작사 Nippon Ichi Software는 어떨까?

[마계전기 디스아이아] - Nippon Ichi Software를 대표하는 게임 시리즈로써 일명 ‘폐인 양성 게임’

Nippon Ichi Software는 게임을 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쉽게 말해 ‘중독성이 있을 만큼 헤어나오기 어려운 게임'을 만드는 것을 지향한다. (중독성 있는 게임이라고 순화해서 표현했으나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폐인 양성 게임'이라는 용어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우선 본사의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반복적인 수행과정을 요구하며, 게임 진행을 위해서는 일정수준 이상의 캐릭터 성장이 필요한 것은 물론 이를 위해 상당히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구성한다는 특징이 있다. 다시 말해 같은 패턴을, 반복적으로, 일정 시간 이상 수행해야하는 다소 지루함을 유발하기 쉬운 게임 구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게임 구성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들인 만큼 크게 돌아오는 다양한 형태의 보상과 수많은 해금요소, 매력적인 도전과제들은 게임의 지루함을 상쇄시키는 것을 넘어 플레이어가 게임을 쉽게 놓지 못하는 오묘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결국, 게임의 매력에 빠져드는 순간 동일한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기에 이르는, 이른바 ‘중독’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들은 본사의 대표작인 [마계전기 디스가이아]에서 가장 잘 드러났고, [마계전기 디스가이아]의 성공 이후 제작사의 정체성처럼 자리 잡히면서 해당 특징들은 다른 작품에도 꾸준히 반영되고 있다. [마녀와 백기병 Revival]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꾸준한 사냥을 통한 성장과정을 거치게 되는 전형적인 핵 앤 슬래쉬 방식의 RPG

[마녀와 백기병 Revival]은 핵 앤 슬래쉬(Hack and Slash; 자르고 베는 것이 주가 되는 게임 방식)의 형식을 가진 RPG(Role Playing Game)다. 다시 말해 게임 진행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캐릭터를 육성(RPG)해야 하며, 캐릭터 육성을 위해 자르고 베는 것(Hack and Slash)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게임 방식은 굉장히 고전적인데 과거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열풍이 불었던 RPG이며, 현행 게임개발 추세에서는 전혀 매력적이지 못하고 지루한 게임 방식에 해당한다. 게다가 과거 핵 앤 슬래쉬 형식의 RPG가 보여주던 미궁형태의 스테이지 구조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데, 이는 스테이지를 구석구석 탐색해야하는 수고로움까지 빠짐없이 담아내 게임 진행 시간이 더 길어지도록 만들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있다면 이러한 특징이 Nippon Ichi Software 게임들의 특징에 아주 잘 부합한다는 것이며, 이를 선택한 것은 다분히 회사의 의도임을 알 수 있다.

6가지 종류의 패싯 - 육성방향을 선택할 수 있고 반복적인 육성을 가능케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반복적이고 지루한 게임 방식에도 불구하고 묘한 매력을 가진 게임을 만드는 Nippon Ichi Software 의 방향성에 따라 [마녀와 백기병 Revival]도 지루함을 상쇄할 요소와 독특한 매력을 충분히 담아냈다. 특히 RPG의 반복적인 사냥의 지루함을 해소하기 위해 캐릭터 성장과 관련된 다양한 요소를 활용하고 있으며, 지루함 해소를 넘어 게임을 지속할수록 ‘캐릭터 육성'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해두었다.

우선 성장치(Level)를 캐릭터에 부여하지 않고 다른 요소에 부여하여 일반적인 RPG와는 다른 형태를 구축해놓았다.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캐릭터는 백기병(the Hundred Knight) 한 명뿐이지만 성장치를 백기병이 아닌 패싯(facet, 형상; 선택한 패싯에 따라 능력치와 핵심 특성에 변화가 일어난다)에 부여하고 있다. 패싯을 성장시키는 게임 형태는 캐릭터 육성이 일회성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며, 패싯의 사용/조합을 통해 플레이어가 지향하는 방향에 따라 육성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부여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패싯의 선택은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른 전략적인 활용은 물론 성장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패싯의 육성도 시도해볼 수 있는 여지까지 제공하고 있다.

강화/연성 시스템 - 단순하지만 캐릭터 육성의 욕구를 강하게 자극하는 요소

패싯 뿐만 아니라 무기/방어구의 강화 및 연성, 다양한 해금요소의 존재 또한 캐릭터 육성의 재미를 살려주고 있다. 강화와 연성은 캐릭터를 쉽고 간단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요소인데 역설적이게도 캐릭터 육성의 욕구를 더 강하게 자극한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성장 수준에 맞는 아이템 미보유, 아이템 상성(相性: あいしょう / 서로 맞지 아니함)에 의한 전투에서의 불리함, 이로 인한 사냥 및 성장 속도 저하 등의 문제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더 강하게 키울 필요성을 느끼게 하여 자연스레 아이템의 강화/연성을 시도하게 한다. 그러나 강화와 연성을 통해 사냥 및 성장 속도를 정상 궤도로 올려놓는다 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 성장이 지속되면 또다시 같은 문제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성장하는 만큼 더 강한 몬스터를 만나고 그에 따라 더 좋은 아이템이 있어야 하는 상황의 반복) 그러면 또다시 강화/연성을 시도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결국 [캐릭터 육성 - 문제 상황 - 강화/연성 - 캐릭터 육성 - 문제 상황 - 강화/연성 - …]의 끊임없는 순환이 발생하여 캐릭터 성장의 욕구가 커짐과 동시에 플레이어가 캐릭터 육성에 완전히 빠져드는 결과를 낳게 된다.

위장 - 좋은 아이템을 얻을 확률을 높이려면 위장을 확장시키는 위석이 필요하다

해금요소의 존재는 캐릭터 육성을 더욱 깊이 파고들게 한다. 다양한 해금요소가 존재하나 대표적으로 위석(아이템 임시 저장 공간인 ‘위'의 크기를 늘려주는 아이템)과 전술 토치카(다양한 면에서 활용 가능한 마법 소환물)가 캐릭터 육성과 가장 연관성이 크다. [마녀와 백기병 Revival]에서 아이템 획득은 사냥터에서 바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백기병의 위(stomach)에 임시로 저장한 뒤 거점으로 돌아갈 때 획득하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더 많은, 그리고 더 좋은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위의 공간을 반드시 확장해야 하며 위석의 습득은 필수불가결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위장이 가득 차 추가로 아이템을 보관하지 못하게 되면 사냥을 지속하기도 힘들어진다. (전설급 아이템이 나왔는데 위장에 공간이 없어 아이템을 얻지 못한 채 거점으로 돌아가야 하는 눈물겨운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나 위석은 상점에서 사거나 이벤트로 얻는 것이 아닌 비밀 상자에서만 습득할 수 있으므로 스테이지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비밀 상자를 찾아다녀야 한다. 비밀 상자를 찾는 과정에서 전투가 이루어지므로 캐릭터의 성장이 지속되고, 위석의 습득은 더 좋은 아이템을 얻는 것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또 한 번 캐릭터 육성에 도움을 주게 된다. 즉, 해금요소를 얻는 과정 자체가 캐릭터 육성과 연결이 되며, 해금요소 또한 캐릭터 육성에 큰 도움을 주게 된다는 의미다.

전술 토치카 - 사냥에 큰 도움을 주는 소환물이지만 해금요소로써 존재한다

전술 토치카도 마찬가지다. 전술 토치카는 핵 앤 슬래시 방식의 전투를 좀 더 전략적인 형태로 바꿔주기 때문에 색다른 재미를 부여한다. 그뿐만 아니라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며 이에 따라 캐릭터 육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종류의 전술 토치카를 보유하는 것이 좋다. 다만 전술 토치카는 게임 진행에 따라 자연스럽게 얻는 것들과 비밀 상자를 열거나 특수한 조건을 만족해 획득할 수 있는 것들이 나뉘어 있어 모든 전술 토치카를 모으기 위해서는 위석 못지않게 탐색이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진행 과정에서 자동으로 습득하는 전술 토치카의 유용함을 느끼게 되면 나머지 전술 토치카를 얻고자 하는 욕심은 자연스레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굉장히 길게 이야기했지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핵 앤 슬래시 방식의 RPG는 자칫 지루함을 유발할 수 있는 게임 구성이지만 다양한 방향으로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는 패싯(facet)의 존재, 캐릭터 육성 욕구를 은근하게 자극하는 강화/연성 시스템, 그리고 캐릭터 육성에 큰 도움을 주는 해금요소(위석, 전술 토치카 등)들을 통해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캐릭터 육성에 빠져들어 깊이 파고들어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캐릭터의 향연이지만 그와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캐릭터 육성의 재미를 충분히 끌어 올린 것은 사실이나 그것만으로 본작이 매력적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조금 부족하다. [마녀와 백기병 Revival]의 진정한 매력은 다름 아닌 작중 ‘이야기(story)’에 담겨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본작의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매력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요소 사이에서 발생하는 ‘괴리감'에서 나타난다. 앞서 언급하진 않았으나 Nippon Ichi Software의 제작방향 중 하나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을 주로 활용한다는 것인데 본작도 해당 특징이 그대로 적용되어 있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으며, 회사의 이름(Nippon=日本=일본)을 따라가듯 일본풍 그림체로 명랑한 분위기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플레이어의 기대와는 달리 충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며 눈에 보이는 캐릭터들의 외형과는 어울리지 않은 외설적이고 잔인한 내용이 많다.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이 내뱉는 충격적인 발언들은 불쾌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인물 간 대화에서 인격모독과 욕설, 비속어는 기본이며, 특정 상황에 대한 묘사는 매우 직설적이고 혐오스럽다. 비록 욕설은 묵음처리가 되어 있어 정확한 대사를 알아낼 방법은 없지만,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한 수준이기에 플레이어를 매우 당황스럽게 만든다. 게다가 상황 묘사의 경우 직설적이고 혐오스러운 표현으로 점철되어 있으면서도 우회적 표현을 적절히 활용하여 플레이어가 ‘기분 나쁜 상상'을 하게 만든다. 가령 다수의 몬스터가 마녀 한 명을 납치하는 상황에서 몬스터는 ‘달콤한 냄새가 난다’, ‘금단의 맛이다’라 말하고 마녀는 약간의 신음을 내며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지른다. 머릿속에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가? 답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누구든 굉장히 불쾌하고 기분 나쁜 상황이 떠오를 것이다. 이처럼 불쾌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표현, 입에 담기 힘든 욕설과 비속어들은 눈으로 보이는 것과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이미지 사이에 묘한 괴리감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이 괴리감은 게임에 대한 거부감보다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고 새로 등장하는 캐릭터의 진짜 모습이 무엇일지 호기심을 가지게 하여 게임을 지속하게 한다.

각각의 사건들이 따로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기승전결이 불분명하다

이야기의 전개 방식도 매우 독특하다. 대게 게임 속 이야기는 주인공의 목적성에 따라 전개되기 마련이다. 주인공에게는 목적이 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행동을 취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순차적으로 다루게 된다. 또한, 기승전결이 명확하여 하나의 큰 사건 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사건들은 ‘과정'으로써 존재하게 된다. 그러나 [마녀와 백기병]은 조금 다르다. 이야기 속에 여러 사건이 담겨 있지만 큰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과정'이라기 보다는 서로 관련성이 없는 별개의 사건처럼 느껴진다. 이전의 사건은 다음 사건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순서가 뒤바뀌더라도 위화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사건 사이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다. (단, 작중 전개 과정에서 특정 사건이 끝나고 새로운 사건이 일어남을 표현해 사건의 발생순서를 정리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목적은 분명하지만, 그 목적과 상관없는 사건들이 상당수 발생한다. 대부분 사건은 주인공이 목적 달성을 위해 행동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마주한 제삼자의 일이며 최소한의 관련성만을 가질 뿐이다. 이런 특징들은 각 사건이 파편화되어 있고 이야기가 다소 뜬금없이 전개된다는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완결성 있는 하나의 큰 사건보다는 주인공이 겪은 여러 가지 작은 사건들을 나열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좋게 말하면 다양한 내용의 단편극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관련성 없는 이야기의 산발적 배치라고 할 수 있다.

각각 동떨어진 사건들은 큰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배치된 장치로써 존재한다

그러나 따로 떨어지고 관련성이 없다고 생각했던 사건들은 [마녀와 백기병 Revival] 전체를 관통하는 거대한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 사전에 배치된 장치들이다. 작중 마지막 사건은 지금까지 겪어온 사건들을 바탕으로 풀어나가게 되며 주인공의 목적과 그 뒤에 숨겨져 있는 진실, 캐릭터 간의 관계 등 모든 것이 설명된다. 게다가 각 사건에는 수많은 복선이 담겨 있는데 마지막 이야기로 접어들면서 복선을 깔끔하게 회수하여 이야기의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사건들을 하나의 완결성 있는 이야기로 묶어주게 된다. (예를 들면 주인공 메타리카가 병에 걸려 치료제를 찾아다니는 사건이 있는데, 이 사건은 차후 [마녀와 백기병 Revival] 세계관의 구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시 말해 따로 떨어져 있어 알아볼 수 없는 퍼즐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하나의 큰 그림이 되는 전개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는 오랜 시간 동안 [마녀와 백기병]의 이야기를 지켜본 플레이어에게 강한 충격을 주며 지금까지 거쳐온 사건을 다시 곱씹어보게 된다. 이야기의 막바지에 들어서면서 지금까지 전개된 사건들을 돌아보는 과정은 각 사건에 담겨 있는 여러 가지 메시지(우정, 사랑, 책임감 등)를 읽어내고 사건 간 연결성을 이해해 결국 흩어진 퍼즐을 맞추어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하는듯한 강한 희열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긴 시간 동안 일어났던 많은 사건이 짜임새를 이루면서 하나의 큰 이야기로 완결되는 구조는 아주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기까지 한다.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요소가 없어 게임 지속을 위한 몰입 유도는 힘든 편이다

그러나 [마녀와 백기병 Revival]은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한다. 본작의 매력은 충분한 시간에 걸쳐 조금씩 드러나며 게임의 후반부에 가서 만개하게 된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게임의 지속을 위해 초반에 흥미를 끌고 몰입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하나 이러한 장치가 없다. 핵 앤 슬래쉬 방식의 RPG라는 고전적이고 반복적인 사냥을 강제하는 게임방식, 주인공의 목적과 관련 없는 사건에 휘말려 옆길로 새는듯한 느낌의 초반 이야기는 게임 지속을 위한 몰입을 유발하기에 다소 무리가 있으며,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연출이나 그래픽이 없기에 현세대 게임에 익숙한 플레이어들에게는 상대적으로 흥미를 느끼기 힘들다. 더욱이 3D 그래픽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모델링이 굉장히 투박하며 이야기 진행 중에 보이는 캐릭터의 움직임은 어색하기까지 하다. 물론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는 3D 모델링보다 캐릭터의 일러스트 및 표정변화를 주로 활용하지만 일러스트가 활용되지 않는 구간에서는 화면이 텅 비어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콘솔 게임을 만드는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래픽 활용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은 Nippon Ichi Software 가 받는 가장 큰 비판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충분히 흥미로운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중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엇보다 Nippon Ichi Software의 약점이라 불리는 부분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아쉬운 점이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즐겨야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마녀와 백기병 Revival]

[마녀와 백기병 Revival]은 Nippon Ichi Software 의 방향성에 잘 맞는 작품이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하는 수고로움이 존재하지만, 캐릭터 육성의 재미를 잘 살려놓았고 가면 갈수록 흥미로운 이야기는 긴 시간 동안 게임을 즐긴 플레이어를 충분히 만족하게 해준다. 게임 몰입을 유도하기 위한 시각적으로 인상적인 요소는 없다는 점은 분명히 아쉽지만 조금씩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는 [마녀와 백기병 Revival]이기에 게임을 끝낸 뒤의 여운이 매우 길다. 이 작품을 반드시 해보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분명 적지 않은 이들이 마녀 메타리카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보지 못한 채 게임을 끝마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긴 시간을 들인 만큼 오래가는 여운을 느끼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선택하기를 바란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못다한 이야기

- 주인공은 늪의 마녀 '메타리카'지만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것은 '백기병'이라는 점도 독특하다. 이는 단순히 주인공과 조작하는 캐릭터의 차이가 발생하는 게 아니라 마녀 메타리카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로 옆에서 바라보는 입장이 되는 것으로써 향후 전개될 스토리를 더 충격적이게 느끼게 한다. 또한 백기병의 선택에 따른 다중결말도 존재하는데, 플레이어가 메타리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결말이 정해진다고 볼 수 있다.

- 게임 내에서는 한없이 귀여운 백기병이지만 등장인물들의 설명에 따르면 살육을 즐기는 잔인하고 무자비한 사역마로 묘사된다. 작중 이야기를 따라가면 등장인물들의 설명이 맞기는 하나 플레이어의 눈에 보이는 백기병의 모습과는 다르므로 이 부분 또한 괴리감을 유발한다.

- BGM이 굉장히 좋다. 게임의 소재가 '마녀'인 만큼 작중 묘사되는 마녀의 성향에 알맞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은은하지만 장난스럽고, 가볍지만 신비한 느낌을 아주 잘 전달하고 있다. 물론 전투나 긴박한 상황에서의 긴장되는 분위기 형성도 빠짐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 Dual shock 4 의 스피커에서 백기병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러 상황에 따라 들을 수 있는 백기병의 다양한 목소리도 게임을 즐겁게 만들어 준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게임적 연출인지는 모르겠으나 스킬 이펙트가 동시에 많이 발생할 경우 프레임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의도한 것인지 프레임 드랍인지는 알 수 없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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