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Quantum Break

장르 : 액션, TPS

제작사 : Remedy Games

플랫폼 : X-Box One, PC (Windows 10)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8세대 콘솔 간의 경쟁 구도에서 X-Box One은 Playstation 4에 비해 여러 측면에서 성과가 뒤떨어진 상태였다. X-Box를 이끌어오던 [Halo] 시리즈의 최신작 [Halo 5]의 흥행 실패와 [Rise of Tomb Raider]의 기간독점이 생각보다 짧게 끝나버린 것으로 인해 X-Box One의 2015년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X-Box One 독점발매가 예정되어 있었던 [Quantum Break]는 X-Box의 분위기를 되살릴 기대작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Microsoft는 돌연 [Quantum Break]의 X-Box One 독점발매를 철회, Windows 10 공동발매를 선언하였고, 이는 ‘Microsoft가 콘솔 시장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라는 이야기가 돌 정도의 묘한 분위기가 형성됨과 동시에 게이머들의 불만을 사게 되었다. 그 뿐만 아니라 사전에 공개된 PC버전의 사양이 지나치게 높게 표기되어 한 차례 수정을 거쳐야 했고 역시나 게이머들의 질타를 받음으로써 발매 전부터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독점작 철회 논란은 일단 접어두고 게임의 완성도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X-Box One 과 Windows 10 공동발매는 Microsoft의 경영 전략의 일부이기 때문에 무작정 비판만 할 수는 없다. 게임의 멀티플랫폼 발매는 판매량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으며, 무엇보다 X-Box One과 Windows 10이 모두 Microsoft의 제품임을 생각해보면 결코 손해보는 장사를 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X-Box One을 구입한 게이머들의 불만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이같은 멀티플랫폼 전략이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으며 산발적으로 분산된 게임 플랫폼을 하나로 묶기 위한 방안일 수도 있다. 그리고 기억해야할 점은 Microsoft의 행보들로 인해 [Quantum Break]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게임의 완성도가 기대 이하여서 독점발매를 철회한 것이다 등)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게임의 재미와 완성도가 어느 정도 갖춰졌느냐?’가 게이머의 입장에서 가장 우선시해야하는 부분이며, 게임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기업들의 행보는 후순위에 두어야 한다. 자! Microsoft의 행보는 잠시 잊자. 우리가 생각해야할 것은 [Quantum Break]가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다.

홀드 프레임 - 시간의 뒤틀림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연출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Quantum Break]의 핵심소재는 ‘시간'이다. 트레일러(trailer, 예고편)에서 볼 수 있었던 주인공의 시간조작능력은 화려하고 신선했으며 훌륭한 연출을 통해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발매 이후 게임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연출들은 게이머의 시선을 완전히 사로잡았고 기대감을 채우기 충분하다. 작중 이야기는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시간이 붕괴되기 시작하여 세계 곳곳에서 시간이 뒤틀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시간의 뒤틀림을 표현하기 위해 슬로 모션(slow motion), 패스트 모션(fast motion), 홀드 프레임(hold frame, 프리즈 프레임) 등 시간과 관련된 영화적 연출을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서는 여러가지를 동시에 활용하여 독특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다양한 연출 기법은 플레이어의 눈을 즐겁게 만들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이든 간에 플레이어의 상상을 뛰어넘는 장면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하다. 건물이 무너져 내리다가 다시 복원이 되는 것이 반복되거나 차량이 충돌하여 폭발이 일어나는 순간 시간이 멈춰버리는 등이 그 예다. 물론 주인공도 시간을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날아오는 총알을 느리게 만들거나 짧은 거리를 매우 빠르게 이동하는 등 크고 작은 요소에서 시간 뒤틀림을 다양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급격한 분위기 전환과 감정변화를 일으켜 게임에 대한 몰입을 강하게 유발한다

재미있는 점이 있다면 이러한 연출들이 플레이어의 감정변화를 일으키고 분위기를 바꾸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건물이 무너지면서 위기에 처한 순간 시간이 역행하여 목숨을 구한 주인공을 보고 느끼는 안도감, 시간이 정지된 채로 적진 한 가운데를 지나치다가 갑자기 시간이 흘러 적에게 둘러쌓인 상황에 의한 놀라움과 긴장감을 등 순간적으로 큰 감정변화를 일으킨다. 게다가 위기상황이라고 생각했던 순간 모든 시간이 멈추어 극도의 고요함을 형성하거나 거꾸로 급작스러운 위기상황이 전개되어 긴박함을 만드는 등 예상치 못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분위기와 감정의 급격한 변화는 플레이어가 다채로운 기분을 느끼도록 해주며 몰입도를 향상시키기에 게임을 더욱 집중해서 즐길 수 있게 된다.

시간 조작 능력은 전투의 전략적인 요소로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시간을 조작하는 주인공의 능력이 전투의 전략적인 부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전투 역시 인상적이다. [Quantum Break]의 전투는 기본적으로 TPS의 형태를 지니고 있는데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간 조작 능력을 활용해야한다. 시간 조작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제외하면 주인공은 적에 비해 모든 면에서 불리하며 총알을 맞아도 잘 죽지않는 적과 달리 총알 두어발이면 쉽게 죽게된다. (애초에 가죽자켓을 입은 사람이 방탄복과 특수장비로 무장한 사람을 이길 수 있을리가 없다) 이처럼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시간 조작 능력을 반드시 사용해야하며, 이를 얼마나 전략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투의 판도가 달라진다. 다만 주인공의 능력은 재사용 대기시간(cooldown)이 존재해 마구잡이로 사용할 수 없으며, 시간 조작이 통하지 않는 적의 존재와 시간 조작 능력을 일시적으로 상실하게 되는 상황 등 여러 가지 제약도 함께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어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끊임없이 생각해야하며 각 기술들을 유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시간 조작 능력의 유기적인 활용은 연출 측면에서도 큰 효과를 내어 시각적인 즐거움도 충분히 부여하기에 전략과 연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가 있다.

사건의 순서와 이야기의 흐름이 서서히 정리되는 전개방식은 매우 매력적이다

다양한 연출/기법과 전투의 전략적 요소 등 인상적인 부분이 많은 [Quantum break]지만 본작에서 가장 주목해야하는 부분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이다. 대개 게임 내 이야기들은 기승전결(또는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단계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Quantum Break]는 작중 중심 사건의 결말을 미리 알려준 뒤 이야기를 시작한다. 작중 중심 사건은 ‘시간의 붕괴'이며 주인공에 의해 이미 사건이 해결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이는 작중 사건에 있어 결말보다 과정이 중요함을 은연 중에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그에 걸맞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여러 인물 간의 관계, 다양한 복선,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분기점 등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다. 무엇보다 초반에는 이해되지 않는 요소들이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실마리가 풀리고 그에 따라 앞뒤 순서가 맞아떨어지게 되는데, 마치 붕괴되고 뒤섞인 시간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듯 사건의 순서와 이야기의 흐름이 정리가 되어 개연성이 매우 훌륭하다. 더 나아가 사건에 대한 정리가 끝난 뒤 예상치 못하게 등장하는 열린 결말은 아직 [Quantum Break]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으며 후에 나올 이야기(후속작 또는 DLC)에 대한 기대감까지 형성한다.

에피소드 사이의 실사 영상은 분명히 훌륭하지만 칭찬만 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보아야 할 점이 있다면 ‘이야기 전개를 위해 실사 영상인 라이브 액션 쇼(Live Action Show)를 이만큼이나 쓸 필요가 있었나?’라는 것이다. [Quantum Break]의 이야기 전개 방법 중 하나인 ‘라이브 액션 쇼’는 각 에피소드가 종료된 뒤 20~25분 가량의 보여주는 실사 영상을 말한다. 이 영상은 게임 내 인물들의 실제 모델이 등장하여 촬영한 것으로 연기자들의 멋진 연기와 더불어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수준 높은 영상미를 보여주며, 주인공 외에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본작의 이야기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짧은 분량의 컷신을 활용하던 기존의 게임과는 달리 20분이 넘는 실사 영상을 전개 방식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스토리텔링(storytelling) 기법을 만들어냈다는 칭찬을 받을만 하다.

그러나 이 ‘라이브 액션 쇼’의 존재가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다. 훌륭한 영상임은 분명하지만 그 길이가 너무 길다는 점에서 ‘게임으로써’ [Quantum Break]에게는 독으로 작용한다. 우선 과도하게 긴 영상은 게임의 흐름을 방해한다. 게임을 하면서 몰입상태에 빠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며, 몰입에 빠진 뒤 몰입 상태를 얼마나 유지하느냐에 따라 게임을 지속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실사영상은 게임에 대한 몰입을 해칠만큼 그 길이가 너무 길어 게임의 지속성을 떨어뜨리며 흐름을 끊게 만든다. 더군다나 실사 영상의 내용은 주인공(잭 조이스)이 아닌 다른 인물의 이야기를 중심적으로 풀어나가고 있기에 이야기 흐름이 정리가 되지 않는 초반에는 다소 뜬금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져 몰입을 해치기도 한다. 게다가 과도하게 많거나 잦은 컷신으로 게임의 흐름이 끊긴다는 비판을 받은 기존 작품들이 많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20분이 넘는 실사 영상이 게임의 흐름과 몰입에 미치는 영향은 말할 것도 없다. 다음으로는 과도하게 많은 영상 분량으로 인해 오히려 게임 진행 분량이 작게 느껴지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실사 영상의 존재는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켜 주인공이 겪지 않는 주변인물들의 사건까지 풀어내기에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어주지만 이야기 전개에 있어 영상의 비중(시간적 비중이 아닌 내용적 비중)이 너무나 커져버려 상대적으로 게임 진행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의 비중은 작게 느껴진다. 이로 인해 플레이어가 직접 진행하는 게임에서의 이야기 전개가 매우 사소한 것으로 느껴짐과 동시에 게임 진행의 분량도 매우 적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영상을 포함한 게임 전체 분량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영상을 제외한 게임의 분량이 더욱 적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전체 분량은 10시간 내외 / 라이브 액션 쇼는 총 2~3시간)

호불호의 문제? 그러나 ‘게임’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본다면 답은 나와있다

실사 영상을 좋아하는 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라이브 액션 쇼에서 볼 수 있는 영상들은 게임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며 연기자들의 멋진 연기와 훌륭한 영상미를 통해 새로운 재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또한 플레이어가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라이브 액션 쇼의 영상은 더할 나위없이 멋지고 만족스러운 내용물이다. 그러나 모든 이들에게 ‘이것이 게임인가?’라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답은 나와있다. 적과 싸우며 퍼즐을 풀기 위해  컨트롤러를 잡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손을 움직이는 것이 게임을 하는 우리의 모습임을 생각해볼 때 20분 이상 컨트롤러를 손에서 놓고 있는 상황은 결코 게임이라고 할 수 없다. 

영상보다 게임 자체에 더 많은 투자를 했다면 어땟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인상적인 요소가 매우 많고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는 어떤 작품보다도 신선하다고 말할 수 있는 [Quantum Break]지만 공을 들여 높은 완성도를 갖춘 실사 영상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영상을 활용했다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다. 영상 자체의 수준은 매우 높고 영화나 드라마라고 생각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기에 이야기 전개를 위한 새로운 기법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과하다는 것이 문제다. 다소 짧은 게임의 분량을 더 짧게 느끼고, 주인공이 아닌 다른 인물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에 의아함이 들며, 게임을 잘 하다가 20분이 넘게 컨트롤러를 손에 놓아야 하는 상황이 심히 당혹스럽다. 우리는 게임을 하고 싶은 것이지 드라마를 보고 싶은 것이 아니다. 영상보다 게임 자체에 더 많은 투자를 했다면 정말 대단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몰려온다.

못다한 이야기

- 시간 조작 능력을 상황에 맞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판단력과 반응속도도 어느 정도 요구된다. 그러다보니 게임을 조작하는 재미도 준수한 편이다. 일반적인 TPS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

- 작중 시간 뒤틀림에 의한 시간의 구간 반복, 뒤틀림 등의 현상을 '스터터'라고 하는데, 일부 스터터 현상들은 게임의 맥을 빠지게하는 경우도 있다. 가령 다수의 적과 싸워야하는 상황에 처해 전투를 하려고 마음을 먹는 순간 시간이 정지해버려 전투는 고사하고 단순한 길 찾기가 진행되는 상황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구간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스터터에 의한 급격한 분위기 반전이 긍정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여 상당히 아쉽게 느껴진다.

- '라이브 액션 쇼'에 대한 또 다른 아쉬움은 영상에 집중을 하다보면 주인공(잭 조이스)이 곁다리가 되는 느낌이 든다. 실사 영상에서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극히 일부에서만 나타나며 나머지는 주인공 외 인물들이 채우기 때문에 주인공이 누구인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다만 게임의 주인공은 '잭 조이스', 영상의 주인공은 다른 인물로 설정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석해 볼 여지도 있어 무작정 별로라고 하기는 애매한 부분이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X-Box One)

- 약간의 프레임 드랍 현상이 일어났다. 초반에 일시적으로 일어났으나 이후에는 동일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 특정 구간에서 게임 진행이 막히는 상황이 발생했다. 적을 모두 제거했음에도 문이 열리지 않았고, 재실행하여 해당 구간을 다시 진행하니 정상적으로 진행이 되었다.

-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프리징에 의한 강제종료' 현상이 두 번 일어났다. 게임 진행 중 한번, 컷신 후반부에서 한번.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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