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Undertale

장르 : RPG, 슈팅, 퍼즐

제작자 : Toby Fox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만약 당신이 [Undertale]을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리뷰 읽는 것을 그만두기를 바란다. 리뷰의 특성상 게임 속에 담긴 것을 언급할 수 밖에 없으며,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이 리뷰도 다르지 않다. 물론 스토리에 대한 언급 없이 이야기하는 것도 가능하기에 리뷰를 읽는 것 자체가 게임을 즐기는 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Undertale]은 다르다. 이 작품은 당신이 지금껏 보아왔던 게임과는 다른 것을 가지고 있다. 리뷰를 접하는 순간 당신은 이 작품을 온전히 즐길 수 없게 된다. 스토리를 언급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이 게임의 특징 하나하나가 당신의 감각을 자극하고 당신에게 충격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리뷰는 ‘어떤 특징’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당신이 ‘어떤 특징'에 대해 알게 되는 순간 [Undertale]이 전달하는 온전한 감동과 충격은 반감되어버릴 것이 분명하다. 물론 이 리뷰를 찾아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어떤 경로를 통해 본작에 대한 크고 작은 정보들을 얻었기 때문이리라. 그럼에도 나는 당신에게 권한다. 조금이라도 더 강렬한 감동과 전율을 느끼고 싶다면, 제작자 Toby Fox의 의도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싶다면 이 웹사이트를 종료하기 바란다.

선택의 가시성 - 선택의 갈림길에 다다르더라도 당신은 그것을 알 수 없다

당신은 본 리뷰를 계속 읽어 나가기를 ‘선택'했다. 그리고 본작에서 주목해야하는 것은 바로 당신의 ‘선택'에 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선택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지만 [Undertale]에서의 선택은 지금껏 게임에서 해왔던 선택과는 조금 다른 형태와 의미를 지닌다. 일반적으로 게임을 진행함에 있어서 당신에게 주어지는 ‘선택'이란 가시적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기존의 게임은 직접적으로 선택지를 제공하는 형태이며 당신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분명히 기억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향후 당신이 게임을 진행하는 전략이나 방법, 그리고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서 결정을 내리는 데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Undertale]에서 ‘선택'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게임은 당신에게 직접적으로 선택지를 보여주지 않는 대신 당신의 행동이 모두 선택으로 이어진다. 당신은 자신의 선택이 무엇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행동을 하게 되고 그것이 선택으로 직결된다. 그리고 그 선택이란 다음 두 가지 뿐이다.

싸우지 않고 친구가 될 것인가? 아니면 적으로 인식해 죽일 것인가?

선택의 과정 - 현재 상황에 대처하는 행동이 곧장 선택으로 이어진다

‘친구가 될 것이냐 죽일 것이냐'는 얼핏 단순해보일지 몰라도 그 선택의 과정은 당신을 매우 괴롭게 만든다. 여기서 말하는 과정이란 [Undertale]의 독특한 전투 방식을 말한다. 본작의 전투는 흔히 ‘탄막게임’이라고 불리는 슈팅게임과 ‘연애 시뮬레이션’이라고 불리는 시뮬레이션 게임의 형태가 결합되어 있다. 전투에 돌입하게 되면 괴물들은 당신에게 무수히 많은 탄을 쏘아대며 당신을 죽이려든다. 동시에 당신은 그 공격을 피하면서 괴물을 공격하거나 괴물에게 말을 걸고 특정 행동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탄막게임의 특성상 한번의 공격을 피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인간을 증오하는 괴물의 마음을 돌려 친구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당신이 괴물과 처음 마주쳤을 때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괴물의 공격을 여러 번에 걸쳐 받아내는 당신의 심리는 조금씩 변화하며 내면에 담긴 심정이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가장 솔직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나는 너와 친구가 되고 싶어! 너는 그저 한마리 괴물일 뿐이야!

선택의 책임 - 주인공의 행동과 선택은 온전히 당신의 것이다

결국 당신은 선택을 했다. 그러나 [Undertale]은 ‘게임'이기 때문에 그 선택은 당신의 것이 아니다. 선택을 한 것은 주인공이며, 그들과 친구가 된 것도 주인공, 그들을 죽인 것도 주인공이다. 그들과 친구가 된 행복은 주인공의 것이며, 그들을 죽인 죄책감 또한 주인공의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당신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행복해하거나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어째서일까?

본작의 등장인물들은 당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찰나에 당신에게 조금씩 말을 걸고 있었다. 이러한 증거는 게임 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어줍잖은 농담을 던질 때마다 주인공이 아닌 당신을 쳐다보거나 게임 시스템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등 말이다. 간혹 갑자기 게임을 꺼버리는 것까지… 무엇보다 주인공은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는다. 왜? 바로 작중 주인공이 당신이고 당신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당신과 작중 주인공은 서서히 하나가 되며, 당신이 느끼는 감정은 오롯이 주인공의 것이 된다. 더 나아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점차 당신의 감정이 이입되기 시작한다. 결국 주인공이 행하는 행동들은 당신의 행동이 된다.

그리고 주인공의 행동… 아니! 당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한다

선택의 결과 - 어떤 선택을 해왔느냐에 따라 앞으로 맞이할 이야기가 달라진다

당신의 선택에 따른 책임은 그에 걸맞는 결과로 나타난다. 당신은 모두와 친구가 될 수 있고, 모두를 죽일 수도 있다. 아니면 당신이 원하는 일부만 죽일 수도 있다. 그리고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Undertale]에서 맞이하게 될 당신의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지하세계의 괴물들도 당신을 바라보는 태도가 변한다. ‘자비'와 ‘친절'에 대해 노래하거나, '무자비'와 '잔혹함'에 대해 이야기 한다.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에 기뻐하거나 당신을 적으로 돌린 것에 대해 원망하고 후회할 수도 있다. 또는 당신을 지키고자 했던 마음을 포기하고 당신을 공격한다. 간혹 당신이 모르는 또 다른 당신을 언급하며 두려워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당신의 선택이 불러일으키는 결과이며 그에 따라 이야기도 조금씩 달라진다. 물론 끝맺음도 마찬가지다.

이 이야기는 당신의 선택이 모여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선택의 잔존 - 당신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지언정 그들은 당신을 기억하고 있다

이야기의 끝을 본 뒤 당신은 다시 게임을 진행하고자 게임을 리셋(reset)한다. 그런데 뭔가 다름을 발견한다. 원래 자리에 있어야할 괴물이 없다. 또 다른 괴물은 당신에게 '오랜 친구를 처음 본 듯한 느낌'이라고 말한다. 처음 게임을 진행했을 때와 달라진 점들이 게임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누군가는 당신이 이전에 선택했던 것들에 대해 기억을 한다는 듯 말을 한다. 그렇다. 당신의 선택은 사라지지 않고 [Undertale] 속에 남아 있다. 그들은 당신의 행동과 선택을 온전히 기억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당신에게 이를 표현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당신이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하길 바라기에…

[Undertale]은 선택에 따른 결과와 그 선택의 지속성이 게임성의 핵심이다

어렵게 이야기했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플레이어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 그리고 그 지속성이 게임의 핵심이라고 할 수있다. 선택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보니 선택지를 주어 고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또는 플레이어)이 처한 상황에 대처하는 행동 자체가 선택이 되도록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선택에 따른 다양한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다중결말(Multiple Ending)'을 제공하고 이전 결말에 따른 변화를 게임 곳곳에 배치해두어 단순히 다른 결말을 보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게임을 곱씹으며 진행하도록 만들고 있다. 여기에 플레이어에게 말을 거는 듯한 표현방식과 이를 통해 작중 주인공과 작외 플레이어의 일체화를 통해 강한 몰입을 유발한다는 것도 매우 인상적이다. (조금 어려운 말로 표현하자면 '제 4의 벽'을 허무는 과정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지면서 주인공의 선택은 플레이어의 것이, 플레이어의 감정은 주인공의 것이 되면서 더 깊은 감동과 충격을 받게 되어, 결국 [Undertale]에 담긴 더 많은 것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게임을 반복하게 된다.

게임을 끊임없이 파헤치게 만드는 수많은 '이스터에그'와 그 '의미’

선택에 따른 다양한 결말과 이전 결말에 따른 게임내 변화 외에도 수많은 이스터에그(Easter Egg)들이 존재한다. 이스터에그라 함은 프로그래머의 소소한 장난에 불과하지만, 게임내 요소들과 적절히 결합해 게임의 흥미를 돋우는 역할을 한다. 특히 [Undertale]은 다중결말로 인한 반복적 게임 진행이 필수인데 다양한 이스터에그의 존재는 다중결말 구성과 시너지를 일으켜 더욱 빛을 발한다. 회차를 반복할 때 마다 다른 선택을 해볼 수 있는 것과 그에 따라 달라지는 결말, 그리고 (이스터에그에 의해) 매번 새로운 요소를 발견하게 됨으로써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더라도 게임을 파헤치며 진행하는 재미를 부여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게임 내 요소들은 각자 어떤 '의미'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플레이어가 게임 내용을 스스로 해석해보게 만들어 게임 외적으로도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등장인물이나 테마곡의 이름이 가지는 의미와 유래, 각 등장인물들이 표현하고자 한 인물상 등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게임에 대해 생각해볼 요소가 많다. 이는 게임을 반복하여 곱씹고 파헤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이러한 의미를 담기 위해 제작자가 게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을 하여 세세한 설정을 구축해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게임이 제공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며 [Undertale]을 더욱 깊이 있게 즐기도록 만든다.

도트 그래픽 속에 담긴 정교한 짜임새는 우리에게 충격과 감동을 선사한다

[Undertale]이 겉보기에는 대단한 게임이 아닐지도 모른다. 시선을 끌만한 환상적인 그래픽이 있는 것도 아니며, 아주 방대한 이야기가 담긴 것도 아니다. 또한 많은 투자를 받아 제작되거나 거대한 유명 제작사에서 만든 것도 아니다. 그저 1인 제작자가 만든 '지하에 떨어진 아이가 바깥으로 나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나 왜 우리는 이 게임에 열광하는 것일까? 바로 게임 속에 일어난 일들이 모두 '당신이 야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친구가 된 것도 당신이 선택한 일이며, 모두를 죽인 것도 당신이 선택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단순한 이야기라 할지라도 우리는 울고 웃고 괴로워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감정들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되어 그들 역시 [Undertale]을 통해 또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고? 수많은 2차 창작물을 만들고 수십번에 걸쳐 반복적으로 게임을 즐겼다는 사례들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당신이 좋아하게 된 괴물이 하나라도 있지 않은가? 그 정도면 충분하다.

못다한 이야기

- [Undertale]의 파급효과는 멈추지 않고 쏟아지는 2차 창작물만 봐도 알 수 있다. 각 캐릭터별 팬아트 뿐만 아니라 게임OST Remix도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그 수준도 매우 높아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본작을 즐기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 다중결말을 제공하기는 하나 더 중요한 것은 엔딩에 따라 다른 엔딩에 대한 '힌트'를 준다는 것인데, 애초에 회차 반복이 필수인 게임임을 알 수 있다. 게임을 하면 할수록 더욱 빠져들게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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