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Momodora; Reverie under the Moonlight 

장르 : 액션, 플랫포머

제작자 : Bombservice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21세기에 들어 게임 산업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매년 더 나아진 기술력으로 무장한 게임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으며, 새로운 엔진 개발, 새로운 운영체제의 등장 등 게임 산업의 발전 속도는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다. 또한 거대 기업들이 게임 산업에 뛰어들거나 투자를 하고 있으며 체감할 수 없을만큼 많은 금액과 인원이 투입되면서 게임 제작의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재미있는 점이 있다면 게임 산업의 규모가 커지는 만큼 게임 제작 과정에 대한 정보 공개, 게임 엔진 제공, 제작툴의 무료 공개 및 상품화 등 게임 개발과 관련된 정보들이 대중들 사이로 상당 부분 스며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현상들은 게임 개발에 대한 대중들의 ‘접근성'을 높여주는 계기로 작용하게 되었다.

[Undertale]의 Toby Fox / [東方 Project]의 ZUN - 모두 1인 게임 제작자들이다

게임 개발에 대한 접근성 증가는 ‘1인 게임 제작'이 좀 더 수월해진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에야 1인 제작자들이 상당수 보이기 시작하지만 몇 년전만 하더라도 개인이 만든 게임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았다. 1인 제작 게임이 있다 하더라도 충분한 완성도를 갖춘 작품은 찾기 힘들었으며, 홍보나 유통 측면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상업적인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게임 개발에 대한 접근성 증가와 새로운 유통 플랫폼의 등장으로 이전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게임을 홍보하고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같은 게임 개발/유통 환경의 변화로 1인 제작자가 만든 게임이 대호평을 받으며 충분한 상업적 성과를 얻어가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1인 제작은 기업 단위의 게임 개발이 비해 재정/기술/인력 측면에서 부족할 수 밖에 없기에 좋은 작품을 만들기 쉽지 않다. 단 한번의 개발로 대단한 성과를 내기란 더욱 어려우며 충분한 기간 동안 준비를 해야함과 더불어 제작 과정에서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작품을 완성하기 위한 인내와 오랜 기간 동안 게임을 만들어 나가는 꾸준함이 필요하며 자신이 어떤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과 색깔이 필요할 것이다.

왼쪽부터 [Momodora] 1, 2, 3편 - 2010년부터 꾸준히 1인 제작을 해오고 있다

이런 점에서 [Momodora] 시리즈는 명확한 색깔과 방향성을 가지고 오랜 기간 동안의 시리즈 지속을 통해 점진적으로 완성도를 높여나가는 1인 제작 게임의 좋은 표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본 시리즈는 1인 게임 제작자 ‘rdein’이 만든 것으로 2010년 [Momodora 1]을 무료로 배포하며 시리즈의 시작을 알렸다. 그 후 2011년 [Momodora 2]를 다시 한번 무료로 공개, 그리고 2014년에 [Momodora 3]를 공식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하며 준수한 평가를 받아 성공적으로 데뷔했다.(2016년 4월 2일 기준 스팀에서 [Momodora 3]의 평가는 ‘매우 긍정적’) 무엇보다 모든 시리즈가 ‘귀여운 디자인의 액션 플랫포머’라는 컨셉을 유지하면서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게임이 개선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향후 새롭게 만들어질 후속작에 대해 기대를 걸기 충분했다.

[Momodora]의 네 번째 시리즈 - 그래픽/신체비율의 변화가 가장 눈에 띈다

그리고 2016년 [Momodora]의 네 번째 시리즈 [Momodora; Reverie under the Moonlight]가 발매되었다. 게임의 디자인과 일러스트 등 기존 컨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나 이전과 달리 많은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그래픽 측면에서 상당한 발전이 이루어졌는데 동일한 도트 그래픽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신체 비율이 완전히 달라졌으며 배경 묘사의 세세함이 더해졌다. 그러다보니 [Momodora]의 이전 시리즈를 즐겨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게 과연 동일한 작품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이며 뒤늦게 전작을 발견한 사람이라면 [Momodora; Reverie under the Moonlight]가 보여주는 장족의 발전에 놀라움을 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신체 비율의 변화에 따라 주인공의 모든 동작들이 구체적으로 표현되었으며 전투에서 볼 수 있는 동작(motion)들도 다양해져 액션 게임다운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더욱이 그래픽/표현의 개선은 자연스럽게 연출력의 강화로도 이어져 꽤나 완성도 높은 2D 도트 게임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까다로워진 전투 - 타이밍/패턴을 학습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조작을 요구한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전투가 까다로워졌다는 것이다. 전작들은 점프/공격/이동의 간단한 조작만으로 적의 공격을 회피하고 공격을 연타하는 형태의 단조로운 전투만이 진행됐으며 보스의 난이도가 높지 않아 쉽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반면 본작에 들어서면서 공격 동작이 다양해지고 공격 후 경직이 발생해 마구잡이로 공격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특히 플레이어가 연타를 빨리 할수록 더 많은 데미지를 줄 수 있었던 전작에 비해 각 공격 동작마다 약간의 시간지연이 발생하여 아무리 연타를 빨리한들 단위 시간 내에 줄 수 있는 데미지가 한정되어졌다. 게다가 공격 후 발생하는 경직으로 인해 적의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기에 새롭게 추가된 ‘회피/구르기’ 기능을 적절하게 섞어가며 공격과 방어에 모두 신경을 써가며 전투를 진행해야한다.

전투 방식이 달라진 만큼 보스들의 공격 패턴도 까다롭고 위력적으로 바뀌었다. 처음보는 공격 패턴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여 공략하기가 쉬웠던 전작의 보스들과는 달리 대부분의 공격 패턴이 예측하기 어려운 형태로 바뀌었고 피해량도 매우 높아졌다. 그러다보니 보스의 공격을 몇번 허용하다보면 라이프 포인트가 바닥을 드러내며 자칫 눈깜짝할 새에 죽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러한 이유로 보스의 공격 패턴과 공격할 타이밍을 충분히 학습해야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조작능력을 요구하게 되었다. 물론 ‘학습’하는 과정에서 보스의 공격을 허용하고 몇번씩 죽게 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훨씬 넓고 복잡해진 스테이지, 짜임새를 갖춘 퍼즐, 그리고 더 많아진 즉사 구간

액션/플랫포머라는 핵심은 변하지 않았지만 더 넓고 복잡해진 스테이지는 메트로배니아(metroidvania)의 색깔을 더욱 명확히 가지게 되었다. 전작도 메트로배니아 형식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스테이지의 구성이 그리 복잡하지 않고 퍼즐의 형태도 단순했기 때문에 일직선 구성을 가진 단순 플랫포머 게임에 가까웠다. 그러나 [Momodora; Reverie under the Moonlight]로 넘어오면서 스테이지가 훨씬 넓고 복잡해졌으며, 그 안에 담긴 퍼즐도 더 어렵게 바뀌었다. 게임 진행을 위해 스테이지 곳곳을 탐색하고 장치(또는 오브젝트)를 작동시켜 길을 만들고 다양한 퍼즐을 풀어야 한다. 또한 정교한 조작을 요구하는 발판(platform) 구성과 진행을 방해하는 몬스터의 교묘한 배치, 더 많아진 함정과 즉사 구간은 스테이지 구성을 더욱 짜임새 있게 만들어 게임의 난이도와 조작하는 재미를 한층 높이고 있다.

1인 제작이지만 점차 발전되어 가는 것이 보이기에 후속작도 충분히 기대가 된다

처음부터 대단한 성과를 낸 [Momodora] 시리즈는 아니지만 명확한 색깔과 방향성을 정해 꾸준히 게임 제작을 해왔고 [Momodora; Reverie under the Moonlight]에 이르러서는 급격히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며 충분한 완성도를 갖춘 게임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개발자 ‘rdein’이 얼마나 많은 상업적 성과를 내고자 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어떤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지 본작을 통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으며 앞으로도 [Momodora] 시리즈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꾸준함과 발전적인 모습이라면 언젠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무엇보다 이미 본작을 즐겨본 사람들의 대부분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기에 [Momodora]와 제작자 ‘rdein’의 전망은 더욱 밝다.

못다한 이야기

- [Momodora; Reverie under the Moonlight]부터는 사실 1인 제작이 아니라 팀 단위로 게임이 만들어졌다. 팀이름은 'Bomberservice'이며, 제작자 rdein 외에 3명이 포함되어 있다. 다만 디자인부터 프로그래밍까지 모든 부분을 rdein이 담당했으며 나머지 2명은 프로그래밍과 음악을 담당했기에 rdein의 비중이 큰 것은 분명하다. 게임의 색깔이 기존과 동일한 것도 그러한 이유때문이라 생각된다.

- 본작을 [Dark Soul] 시리즈에 비유하여 '2D 다크소울'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Dark Soul]의 느낌이 어느 정도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패턴을 학습해야하는 보스전이나 곳곳에 산재된 함정과 즉사 구간 등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특히 포션을 먹을 때 제스처가 [Dark Soul]의 그것과 거의 똑같다.

- 이번 작품을 낼 때의 목표가 '그래픽과 게임성의 개선'이라고 하는 데 이정도라면 목표는 충분히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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