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Half-minute Hero; super mega neo climax ultimate boy 

장르 : RPG

제작사 :  Marvelous Entertainment

플랫폼 : PC, X-Box 360, PSP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게임을 만드는 데 있어서 ‘컨셉(Concept)‘은 매우 중요하다. 컨셉을 그저 겉으로 보이는 디자인 요소로만 생각할 수 있지만 컨셉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게임 전반에 걸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크고 작은 부분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게임 내 이야기나 세계관, 인물의 외형과 설정 등 작품의 바탕이 되는 요소를 만드는 일반적인 역할부터 게임의 진행 방법을 정하거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등 게임성을 구축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컨셉을 잘 잡는 것으로써 아주 뻔하거나 단조로운 게임을 굉장히 매력적인 게임으로 탈바꿈할 수 있으며, 일부는 특정 작품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특징으로 자리매김하는 경우도 있다. 선례로 Valve의 [Portal]이 '포탈'을 컨셉으로 하여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고, Shiro Games의 [Evoland]는 '그래픽 변화'를 컨셉으로 시리즈 고유의 특징을 구축해냈으며, Rovio Entertainment의 [Angry Bird]는 '화가 난 새'를 디자인의 핵심 컨셉으로 삼음으로써 그저그런 투석기 게임을 전세계적인 모바일 게임으로 만들어냈다. 이러한 이유로 컨셉은 게임의 구상과 개발, 완성, 그리고 흥행까지 모든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일 수 밖에 없다.

30초 후 세상이 멸망한다?! - 30초 동안 용사의 활약이 펼쳐진다

[Half-minute Hero; super mega neo climax ultimate boy](이하 ‘용사30′)의 컨셉은 ‘30초 안에 세상을 구하는 용사’다. 게임을 시작하면 파멸의 주문을 외운 마왕에 의해 30초 후 세상이 멸망하게 되어 30초가 지나기 전에 마왕을 무찌르고 파멸의 주문을 멈춰야 한다는 내용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30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세상을 구해야 한다는 컨셉은 다른 작품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인데, 컨셉을 중심으로 진행방식, 세부설정, 장르 등이 구축되어 [용사 30]만의 신선함을 가지고 있다.

[용사 30]의 용사는 우리가 기대하는 강인하고 멋진 모습의 용사와 조금 다르다

‘30초 안에 세상을 구하는 용사’라는 컨셉은 작중 주인공의 능력을 설정하는 단계부터 영향을 미친다. 30초 안에 세상을 구해야할 때 용사가 가져야하는 것은 무엇일까? 강한무기? 강한마법? 강한동료? 아니다. 30초 안에 마왕 앞으로 달려갈 ‘빠른 발’이다. 30초 안에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야하며 그에 가장 적합한 용사의 능력은 빨리 움직이는 능력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용사 30]의 용사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용사와 달리 그저 빨리 달릴줄 아는 평범한 인간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는 ‘30초 안에 세상을 구하는 용사’라는 작품의 컨셉에 아주 잘 들어 맞으며 다소 황당하게 느껴질법한 용사의 능력이 설득력있게 다가오고 있다.

30초는 너무나 짧아! - 짧은 시간 안에 시작하고 마칠 수 있는 돌진형 전투방식

하지만 아무리 발이 빨라도 마왕과 견줄 전투력을 갖추지 않는다면 용사로서는 불합격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왕과 싸워 이길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기르는 ‘성장과정’을 담아낼 필요가 있으며 이 또한 빠뜨리지 않고 담아내고 있다. 다만 그 과정이 조금 특이하다. [용사 30]의 전투 방식은 용사와 몬스터가 서로를 향해 돌진해 부딪히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특별한 조작을 요구하지 않고 그저 앞으로 전진하는 것만 반복하면 된다. 그리고 몬스터와의 전투를 일정 수준이상 반복하면 마왕보다 더 강해지는 단계에 도달하며 이 때는 마왕과 싸워서 이길 수 있게 된다. 어찌보면 정말 성의 없는 전투 시스템일 수 있지만 30초 안에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는(=컨셉에 알맞는 형태를 갖추기 위해서는) 이처럼 단순한 전투 방식이 가장 적합할 수 밖에 없다. 세상이 멸망하기까지 30초 밖에 남지 않았는데 마법을 배우고 무기를 제련할 시간이 있겠는가?

RPG처럼 보이지만 30초 안에 세상을 구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퍼즐에 가깝다

마왕을 무찌르기 위해 힘을 기르고 마왕과 싸워 승리를 맛보는 일련의 과정은 RPG 장르가 가진 특징이다. 이런 특징에 따르면 [용사 30]도 RPG에 속하며 실제 작품이 내걸고 있는 장르도 ‘초속 RPG’이다. 하지만 RPG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크기, 캐릭터 성장의 재미, 역할 분담 등의 특징이 [용사 30]에서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기에 본작을 RPG라고 단정짓기는 힘들다. 30초라는 시간은 힘을 기르고 마왕을 무찌르기에 충분한 시간이지만 30초 동안 무엇을/어떻게/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세상을 구하거나 세상이 멸망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을/어떻게/얼마나 해야하는지는 [용사 30]이 게이머에게 제공하는 문제이며 동시에 플레이어가 해결해야할 ‘퍼즐’처럼 다가오고 있다.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용사의 레벨을 일정 수준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마왕에게 가기 위한 지름길을 찾거나 동료를 구하고, 아이템을 얻어야 하는 등 해야할 일이 많다. 이 모든 일을 30초 안에 수행하기 위해서는 움직이는 동선을 정하고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힌트를 얻으며 게임을 진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작중 수십개의 에피소드마다 서로 다른 마왕이 존재하며 새로운 에피소드가 시작될때마다 레벨이 초기화되는데, 이는 에피소드별, 즉, 매 새로운 30초마다 마왕을 쓰러뜨릴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결국 레벨보다는 마왕을 쓰러뜨릴 방법을 30초안에 찾는 것이 본작의 핵심이며, 이를 생각해볼 때 [용사 30]이 표면적으로는 RPG를 내세우고 있지만 퍼즐 게임의 성향이 강하게 띄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수십명의 양산형 마왕, 그리고 돈을 밝히는 여신은 [용사 30]의 성향을 알 수 있다

스토리가 가볍거나 무거운 정도 역시 게임 컨셉에 맞춰 만들어 졌다. ‘30초 안에 세상을 구하는 용사’라는 컨셉은 신기하지만 황당하게 느껴질 수 있고, ‘발 빠른 용사’라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상 [용사 30]이 진지한 이야기를 전개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30초가 지나기 전에 마왕을 쓰려뜨려야 하는 상황에서 용사의 과거, 출생의 비밀, 능력의 기원 등을 다루기에는 분명히 무리가 있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어 (게임 진행이 아닌) 이야기 진행이 길어졌다면 30초라는 긴박한 시간이 주는 긴장감을 해치는 요소로 작용했을지도 모르며 ‘30초 안에 세상을 구하는 용사’라는 컨셉을 강조하는 데 실패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작중 이야기는 진지하게 진행하기보다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내용을 담아내어 짧은 시간 내에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이야기 전개 방식으로 에피소드(Episode; 일반적으로 주된 줄거리에 부수적인 작은 줄거리를 의미하거나, 또는 주된 줄거리와 크게 관계없이 삽입되어 있는 이야기를 의미) 형식을 선택하여 아주 짤막한 단편들이 반복되도록 구성, 충분한 분량을 확보하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물론 에피소드 형식의 짧은 이야기가 반복되지만 이를 모두 연결하면 ‘용사의 여정’이라는 하나의 큰 이야기가 완성되기 때문에 작품 전체의 이야기 흐름도 어느 정도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0초 안에 세상을 구하라?! - 엉뚱하지만 신선한 발상이 [용사 30]을 만들었다

‘30초 안에 세상을 구하는 용사’라는 컨셉을 시작으로 주인공의 능력, 게임 진행 방식, 작중 이야기 구성 등 많은 부분이 만들어졌고 [용사 30]이 탄생했다. 30초 안에 세상을 구하기에 가장 걸맞는 능력과 전투 방식, 그리고 제목만큼 짧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으니 모든 부분에서 통일성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물론 본작의 컨셉이 대단한 창의성을 가지거나 위대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재료는 아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하지 못한, 그러면서도 엉뚱하기까지한 생각이 매우 참신한 게임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훌륭한 그래픽? 아름다운 음악? 훌륭한 이야기? 다 좋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부족해도 독특한 컨셉 하나만으로도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용사 30]같은 참신함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며 게이머들은 이에 열광할 준비가 되어 있다.

못다한 이야기

- 원래 PSP 버전에서는 도트그래픽으로 구성되었으나 PC버전으로 넘어오면서 약간의 그래픽 변화가 생겼다. 개인적으로는 도트 그래픽이 더 마음에 든다.

30초 안에 세상을 구해야한다고 했지만 '시간의 여신'의 도움을 받아 시간은 되돌릴 수 있다. 시간을 돌리기 위해서는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하는데, 대다수의 에피소드가 레벨을 올리다보면 자연스럽게 돈이 모이기에 몇번이고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 이로 인해 30초라는 제한된 시간이 주는 긴장감은 조금 줄어드는 편이다. 물론 시간을 되돌려도 정말 빡빡하게 시간을 사용해야하는 에피소드도 존재한다.

- 초반에는 참신하지만 어느 정도 진행을 하다보면 '힌트 습득 - 서브 퀘스트 수행 - 레벨링 - 시간 돌리기 - 반복'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조금 식상해지는 구간도 있다. 퍼즐 요소를 좀 더 강화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 [용사 30]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마왕 30], [공주 30], [기사 30] 도 수록되어 있으며, 300초 동안 게임이 진행되는 [용사 300]과 번외편인 [용사 3]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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