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Guilty Gear Xrd; Revelator (길티기어 이그저드 레벌레이터)

장르 : 대전, 격투

제작사 : ARC System Works

플랫폼 : Playstation 4, Arcade

발매년도 : 2016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Guilty Gear Xrd; Sign 과 Revelator 를 함께 다룹니다.>

ARC System Works(이하 ARC)의 대표작 [Guilty Gear] 시리즈는 매우 독특한 탄생 일화를 가지고 있다. “회사가 망하기 전에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게임을 만들게 해주세요!” ARC의 신입사원 ‘이시와타리 다이스케'의 패기 있는 발언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더는 잃은 것이 없는 ARC의 사장은 이를 승낙하여 게임 제작에 돌입, 이시와타리가 직접 세계관/디자인/캐릭터/음악/성우 등 게임 전반을 담당하였고 그 결과물이 바로 1998년 작 [Guilty Gear]다.

신입사원의 주도 아래 만들어진 게임이 회사의 대표작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러나 회사의 좋지 못한 경영 상태, 경력 없는 신입사원의 게임 개발과 별개로 다른 문제도 존재했다. [Guilty Gear]가 발매될 당시 2D 대전 격투 게임은 SNK의 [The King of Fighters]와 Capcom의 [Street Fighter]가 양분하고 있었다. 이미 수많은 시리즈를 내놓으며 팬덤을 구축하고 2D 격투 게임의 표준이 되어버린 두 작품이기에 새로운 게임이 그사이를 치고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 게다가 대전 격투 게임은 아케이드 시장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었으나 [Guilty Gear]는 아케이드가 아닌 가정용 게임기인 Playstation으로 발매하게 되었기에 성공 가능성이 그리 커 보이지 않았다. 문을 닫기 직전의 회사에서 신입사원이 도맡아 제작한 게임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Guilty Gear]는 준수한 평가와 함께 충분한 상업적 성공을 거뒀고 도산 직전의 ARC를 구원하게 된다. ‘신입사원의 지휘 아래 만들어진 도박성 작품이 회사를 위기에서 구원하다.’ 이것이 [Guilty Gear] 시리즈의 첫 번째 혁신이다.

전작의 성공을 바탕으로 나온 후속작이자 시리즈의 틀을 정립한 [Guilty Gear X]

[Guilty Gear]의 성공을 바탕으로 ARC와 이시와타리는 후속작을 만들기에 돌입한다. 전작의 시스템을 이어가는 것이 아닌 새로운 게임 시스템을 구축하고, 프레임을 낮추는 대신 해상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그래픽 또한 새롭게 만들었다. 그리고 SNK와 Capcom이 양분하고 있던 아케이드 시장에 정면으로 도전하기에 이른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새롭게 구축한 시스템은 혼을 빼놓을 정도로 화려한 콤보가 가능케 하여 다른 격투 게임과는 차별화된 게임 방식을 보여 주었고, 도트 그래픽으로 제작되어 오던 기존의 격투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고해상도 2D 그래픽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이시와타리의 취향이 가득한 락/메탈풍의 음악은 지금까지의 격투 게임에서는 들을 수 없는 쾌감을 가져다주었다. 이 작품이 바로 [Guilty Gear X]. 두 번째 혁신이다.

최고의 완성도를 갖춘 [Guilty Gear XX]부터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러나 너무 무난한 성공가도 때문이었을까? 이다음으로 만들어진 [Guilty Gear XX]부터 조금씩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캐릭터 추가, 시스템의 보완, 준수한 밸런스 등으로 최고의 완성도를 갖춘 [Guilty Gear XX]였으나 첫 번째 확장판인 [Guilty Gear XX # Reload]는 버그로 인한 리콜 사태를 겪었으며, 이후 발매된 확장판들은 발전되기는커녕 오히려 퇴보하였기에 혁신적이었던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실망스러운 결과를 연이어 내놓게 되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Guilty Gear Iska]는 4인 동시 대전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이를 구현한 시스템이 난잡하기 그지없었기에 완벽한 실패를 맛보게 된다. 더군다나 판권 문제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겹치면서 [Guilty Gear] 시리즈의 지속은 불투명해졌다. 결국, 판권 문제의 해결책으로 대전 격투 게임이 아닌 전략 액션 게임 [Guilty Gear 2; Overture]의 발매와 [Blaz Blue]라는 새로운 대전 격투 게임 시리즈를 시작했고 2D 대전 격투 게임 [Guilty Gear]는 그 막을 내리게 되었다.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갈 때 즈음 화려하게 복귀를 선언한 [Guilty Gear Xrd]

그러나 몇 년 후 ARC가 [Guilty Gear]의 판권을 되찾고 후속작을 제작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영원히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Guilty Gear] 시리즈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또한 대전 격투 게임으로써 [Guilty Gear XX]의 후속작임을 알리듯 제목은 [Guilty Gear Xrd]. 2014년 발매된 [Guilty Gear Xrd; Sign]은 이제껏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나타났고 대전 격투 게임 팬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게이머에게 충격을 주며 다시 한 번 혁신을 일으키는 데 성공, 화려한 복귀를 선언했다. 그리고 2016년 후속작 [Guilty Gear Xrd; Revelator]를 내놓으며 명실상부 최고의 격투 게임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Guilty Gear Xrd]가 어떤 모습이길래 게이머들이 열광했을까? 그리고 무엇이 혁신적이라 말할 수 있을까? 하나씩 뜯어보자

세 작품의 그래픽 - 모두 3D 그래픽으로 변화를 주었지만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Guilty Gear Xrd]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단연 그래픽이다. 전작들도 동시대 게임들과 비교해 월등히 우수한 고해상도의 2D 그래픽을 보여주어 상당한 호평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기대 이상의 그래픽을 보여주며 경쟁작보다 한발 앞서나가게 되었다. 전작은 프레임을 낮추고 해상도를 높이는 방법을 활용했다면, 이번에는 2D가 아닌 3D 그래픽을 도입하고 카툰 렌더링(Cartoon Rendering)을 이용해 ‘만화처럼 보이는 3D 그래픽'으로 만들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장르의 작품인 [Street Fighter]와 [The King of Fighters]도 3D 그래픽으로 변화를 주었는데 세 작품은 서로 다른 방향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Street Fighter 4]가 보여준 그래픽은 누가 봐도 3D임을 알아볼 수 있지만 최대한 2D의 느낌이 나도록 다양한 효과/기법을 활용했지만 [The King of Fighters 14]는 3D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두었으며 2D의 느낌을 내려는 시도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Guilty Gear Xrd]는 3D지만 카툰 렌더링을 통해 2D처럼 보이게 만들어 언뜻 봐서는 3D임을 인지하기 쉽지 않다. 즉, 2D 느낌이 가장 강한 것은 [Guilty Gear Xrd], 3D 느낌이 가장 강한 것은 [The King of Fighters 14], 그리고 그사이에 위치한 것이 [Street Fighter 4] 정도가 되겠다.

카툰 랜더링 기법을 이용해 2D처럼 표현함으로써 위화감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앞서 언급한 세 작품 중 [Street Fighter 4]와 [Guilty Gear Xrd]의 공통점은 ‘2D의 느낌이 나도록’ 표현을 했다는 것인데, 이는 그래픽 변화 때문에 발생하는 이질감을 줄이려는 방법이다. 그래픽 변화는 필연적으로 캐릭터의 움직임에서 받을 수 있는 시각적 느낌과 조작감에 차이를 만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는 전작을 즐겨온 게이머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질감이나 게임 자체에 거부감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를 해결하려는 방법으로 [Street Fighter 4]는 색채와 질감을 활용한 독특한 표현방식으로 낯설지만 멋지고 신선하게 느끼도록 만들었고, 달라진 조작감은 새로운 시스템으로 게임 방식에 변화를 주어 보완했다. 반면에 [Guilty Gear Xrd]는 새롭게 표현하기보다는 전작의 형태를 계승하고 발전시킴으로써 지극히 깔끔하고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집중하여 익숙한 형태로 만들어 냈다. 물론 2D에서 3D로의 변화 과정에서 작품별로 방향성이 다를 뿐 어느 쪽이 더 우수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며 [Guilty Gear Xrd]의 경우는 그래픽이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위화감이나 이질감을 전혀 느낄 수 없고 조작감까지 전작과 동일하게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칭찬할만하다.*[각주:1]

다양한 카메라 앵글을 통해 공간감과 연출력을 극대화하여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그러나 2D처럼 만들어 냈음에도 불구하고 3D의 장점을 활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2D와 3D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바로 ‘공간감’. (2D는 ‘평면'인 2차원, 3D는 ‘공간'인 3차원) 기존의 2D 대전 격투 게임의 그래픽은 평면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고정된 시점을 가질 수밖에 없었으며, 공간감을 연출하기도 어렵다. 물론 다양한 미술 기법(채색, 원근법, 음영법 등)을 활용해 평면에서도 공간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긴 했으나 이는 배경(Background)에 한정되어 있을 뿐이었고, 캐릭터 또는 캐릭터의 움직임은 공간감을 느끼게 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Guilty Gear Xrd]는 3D 그래픽의 특성상 충분한 공간감을 형성할 수 있었고 이를 살리기 위해 활용한 것이 변화하는 시점(또는 카메라 앵글)이다. 기본적으로 2D 격투 게임의 전형인 고정 시점이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일시적으로 시점이 바뀌는데, 초필살기를 사용할 때 캐릭터의 얼굴이 줌인(Zoom In) 되거나 KO가 되는 순간 타격 판정을 기준으로 카메라의 360’ 회전, 첫 라운드 시작 직전 하이 앵글(High Camera Angle)에서 노멀 앵글(Normal Camera Angle)로 각도가 천천히 바뀌거나 타격 위치에 따라 로우 앵글(Low Camera Angle)이 나타나는 등 굉장히 변화무쌍한 시점을 보여준다. 이런 시점의 변화는 3D가 가지고 있는 공간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임과 동시에 공간감을 살린 것이며, 이 자체로 캐릭터의 움직임을 더욱 화려하게 보여주는 연출효과까지 내고 있어 시각적 즐거움을 극대화하기까지 이른다.**[각주:2]

광원효과 - 자세히 살펴보면 빛에 의해 미묘하게 밝기와 색깔에 차이가 발생한다

새로운 그래픽 기술의 도입은 아주 작은 부분을 연출하는 데도 이용되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눈에 띄는 것은 1) 광원 효과, 대전 진행에 따른 2) 상처 표현 및 3) 파츠 크러시(parts crush; 복장 파손) 다. 먼저 광원 효과는 공간감을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빛의 위치에 따라 캐릭터의 몸에 지는 그림자의 위치와 크기가 달라지고, 특정 부위가 밝게 보이거나 반짝이는 등 빛과 대상과의 거리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연출력을 강화하는 공간감에 더욱 힘을 실어줌으로써 시각적 즐거움을 극대화한다. 그다음으로 상처 표현과 파츠 크러시는 ‘대전 격투’ 게임을 좀 더 실감 나게 즐길 수 있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기존 2D 격투 게임들은 (기술의 문제인지 아이디어의 부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수백, 수천 대를 맞더라도 캐릭터의 몸에 생채기 하나 생기지 않고 복장도 아주 깨끗한 상태를 유지한다. 이는 현실에서는 말이 안 되지만 게임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며 지금까지 대다수 게임들이 그래왔기 때문에 지금껏 적용해오지 않았다.***[각주:3] 그러나 [Guilty Gear Xrd]는 상처 표현과 파츠 크러시까지 표현하여 게임의 진행 상황이나 피격 정도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만들 뿐만 아니라 게임을 좀 더 실감 나게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이는 그래픽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제작자들이 세세한 요소까지 표현하고자 노력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양한 시스템의 존재는 [Guilty Gear] 시리즈 특유의 게임성을 만들어 냈다

이번에는 게임 방식과 시스템에 대해 살펴보자. [Guilty Gear] 시리즈의 게임 방식은 두 번째 작품인 [Guilty Gear X]에서 그 틀이 잡혔는데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시스템을 추가/개선하는 것으로 점차 특유의 게임성을 구축해왔다. 버튼을 순서대로 누르면 연결되는 간편한 기본기 연계인 게틀링 콤보(Gatling Combo), 특수한 판정과 타격 후 추격 기능을 가진 더스트 어택(Dust Attack), 일정량의 텐션(tension gauge, 파워 게이지와 동일)을 소모해 모션을 초기화해주는 로망 캔슬(roman cancel) 등 다양한 시스템이 존재한다. 이러한 다양한 시스템은 다른 격투 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쉴 틈 없는 움직임과 화려한 콤보, 빠른 공수 전환을 가능하게 하며 보기만해도 흥분되는 [Guilty Gear]만의 매력을 만드는 원천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Guilty Gear Xrd]의 시스템도 전작을 그대로 계승했으며 그래픽의 변화에도 조작감 또한 그대로 구현해냈기 때문에 시리즈만의 게임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로망 캔슬(roman cancle) - 콤보의 핵심이나 진입장벽을 높이는 주요 시스템

그러나 다양한 시스템이 존재하고 이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학습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는 것인데, 이는 자연스레 진입장벽을 높이는 결과를 만들게 되었다. 특히 시리즈 특유의 화려한 콤보는 상당한 숙련도를 갖춘 유저만의 전유물이었고 초심자들은 그저 구경만 할 뿐 정작 따라 할 수 없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콤보를 위해 이해하고 학습해야 하는 요소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콤보의 핵심인 로망 캔슬이 콤보의 난이도와 진입장벽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로망 캔슬의 사용 방법은 간단하나 캐릭터마다 사용하는 타이밍이 다를 뿐만 아니라 로망 캔슬을 사용한 후에 추가로 기술을 입력하는 데 주어지는 시간도 아주 짧아 난이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더욱이 로망 캔슬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캐릭터의 기본기/필살기마다 판정, 강제다운, 넉 백 등 특징이 너무 다양하므로 하나의 캐릭터를 높은 수준으로 학습하고 연구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콤보를 실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결국, 게임을 가볍게 즐기기에는 시스템이 너무 무겁고, 게임을 깊게 파고들지 않으면 시리즈 특유의 화려한 콤보를 맛볼 수 없어 초보자의 비중은 줄고 숙련자들만 남는 안타까운 상황에 도달하게 되었다.****[각주:4]

시스템을 개선을 통해 편의성을 증가시키면서 동시에 게임의 깊이를 더했다

[Guilty Gear Xrd]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 ‘로망 캔슬'을 개선(;Sign)했고, 2) ‘스타일리쉬(Stylish)‘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추가(;Revelator)했다. 기존의 로망 캔슬은 프레임 단위의 짧은 시간 동안 정확한 타이밍에 빠르게 입력해야 한다는 특징으로 높은 운용 난이도를 가진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Guilty Gear; Sign]부터는 프레임 단위가 아닌 캐릭터의 모션과 판정 여부 등 눈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으로 발동할 수 있게 바뀌어 기존의 로망 캔슬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로망 캔슬 발동 후 일정 시간 동안 슬로우 모션 처리가 됨으로써 플레이어가 추가적인 조작을 할 수 있는 여유 시간이 늘어나 기술의 연계도 좀 더 용이하게 되었다. 여기에 사용 난이도는 낮아졌을지언정 로망 캔슬의 종류를 세분화하여 더 다양한 운용이 가능하도록 만듦으로써 게임의 깊이를 더한 것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점프와 기본기만으로 구성한 12단 콤보조차 초심자에게는 절대 쉽지 않다

다만 로망 캔슬의 운용 난이도 하락과는 별개로 [Guilty Gear Xrd]에서 제대로 된 콤보를 사용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어느 정도냐 하면 다른 작품들은 대전 영상을 참고해 흉내를 내고 학습할 수 있지만 [Guilty Gear] 시리즈는 흉내 내기조차 쉽지 않다) 비단 [Guilty Gear] 시리즈뿐만 아니라 모든 대전 격투 게임에 해당하는 문제로 ‘초심자도 쉽고 간단하게 콤보를 사용하도록 만들 수 없을까?’라는 난제를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Guilty Gear; Revelator]에서는 ‘스타일리쉬(Stylish)’ 시스템을 추가했다. 스타일리쉬 시스템은 콤보 성립을 위해 타이밍을 맞추고 일일이 조작을 해줘야 하는 기존 시스템과 달리 버튼 하나만 누르면 콤보가 자동으로 이어지는 초심자를 위한 시스템이다. 독특한 점은 ARC의 또 다른 작품인 [Blaz Blue]에서도 해당 시스템이 사용된 적이 있는데 성격은 같지만 그 수준에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Blaz Blue]에서의 스타일리쉬 시스템은 캐릭터마다 대표적인 기본 콤보 한 두 가지만 사용 가능했으나 [Guilty Gear Xrd]에서는 적중한 기본기와 상대방과의 거리, 현재 플레이어의 위치 등을 종합하여 가장 효과적인 콤보가 자동으로 이어진다. 즉, 콤보의 종류가 다양해졌고 어떤 상황에서든 기술 연계가 가능해져 더 간편하면서 화려한 게임 진행이 가능해졌다.

신규 유저 유입에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이들이 제대로 게임을 파고들지는 의문

그런데 이 스타일리쉬 시스템이 좋게만 볼 수 없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버튼 연타를 통해 자동으로 콤보가 나간다는 특징은 게임이 가져야 할 '조작하는 재미'를 상당 부분 상실시킨다. 버튼 하나만 연타해도 자동으로 기본기와 필살기가 이어지니 별다른 조작을 요구하지 않는다. 게다가 스타일리쉬 시스템으로 수행할 수 있는 콤보의 범위가 매우 넓어 사람의 반응 속도로는 연계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콤보도 자연스레 이어질 정도이니 누가 기본기를 먼저 맞추느냐가 게임의 승부를 결정짓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정말 짧은 시간에 판단하고 그에 가장 알맞은 커맨드를 입력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초심자의 입장에서는 콤보가 쉽게 이어지기 때문에 재미를 느낄 수 있겠지만, 일시적인 것일 뿐 버튼만 연타하는 격투 게임의 재미가 오래 갈 수 있을 리가 없다. 또한, 견제/심리전/압박 등 격투 게임에서 활용해야 할 전략이 대부분 무의미해지므로 게임의 깊이도 다소 떨어지게 된다. 둘째, 신규 유저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더라도 유입된 유저가 게임을 지속하게 하기는 어렵다. 스타일리쉬 시스템의 편의성으로 게임을 쉽고 가볍게 즐기면서도 화려한 콤보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좋은 점이다. 하지만 스타일리쉬 시스템에서 테크니컬 시스템(직접 커맨드를 입력하는 기본 시스템)으로 바꿔서 게임을 진행할 경우 그 차이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 별도의 조작 없이 멋진 콤보를 쉽게 이어가다가 갑자기 직접 조작을 하려고 하면 게임의 난이도가 급격이 증가하는 현상을 초래하여 오히려 게임을 지속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되려 신규 유저가 스타일리쉬 시스템이라는 간편한 시스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을 만들 것으로 보이며, 신규 유저를 유입하는 것은 성공할지언정 [Guilty Gear Xrd]를 깊게 파고들어 게임을 즐기는 유저로 바꾸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대다수의 대전 격투 게임들이 텍스트 위주의 스토리 진행 방식을 활용해 왔다

그래픽과 시스템이 전작을 계승하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진행이 되었다면 [Guilty Gear Xrd]에서 완전히 새롭게 등장한 요소도 존재한다. 바로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상 컷 신(Cut Scene)이다. 어떤 장르의 게임이든 그 안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야기를 풀어내기 마련이다. 그런데 대전 격투 게임은 사람 간의 대결에 초점이 맞춰지므로 작중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적으며, 아케이드 게임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이야기를 길게 풀어낼 기회가 부족했다. 이야기를 풀어내더라도 기껏해야 캐릭터별로 결말에서 짧게 나오는 후일담 정도만 보여주기에 다른 장르에 비해 이야기의 분량이 적고 깊이가 얕은 편이다.*****[각주:5] 물론 콘솔로 이식이 되면서 이야기를 많이 다루는 경우도 있지만, 이미지나 영상보다는 텍스트 중심의 적당히 구색만 갖춘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 이러한 특징은 [Guilty Gear] 시리즈도 예외가 아니었으며, 전작 [Guilty Gear XX]까지만 해도 몇 장의 이미지와 수많은 텍스트로 이야기를 전개해 왔다.

아케이드 버전에 해당하는 ‘에피소드 모드’는 스토리에 흥미를 끌 만하다

그러나 [Guilty Gear Xrd]부터는 새롭게 도입한 3D 그래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영상 컷 신을 담아내었으며, 프롤로그(prologue)에 해당하는 '에피소드 모드'와 작중 중심 이야기인 '스토리 모드'가 함께 존재하여 매우 풍부한 이야기 분량을 지니게 되었다. 에피소드 모드는 아케이드 버전에 대응하여 캐릭터 선택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게임의 시작-중간-끝에 짧은 영상 컷 신을 담고 있어 플레이어가 작중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도록 만든다. 게다가 캐릭터 선택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용과 흐름이 정해져 있고 이를 캐릭터마다 나누어 전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각주:6] 이에 따라 에피소드 모드에서 모든 캐릭터를 한 번씩 플레이하게 되면 [Guilty Gear Xrd]의 본 이야기를 즐기기 위한 프롤로그를 끝마칠 수 있게 되고 자연스럽게 본 이야기에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덤으로 에피소드 모드를 통해 작중 이야기에 관심이 생기게 됨으로써 모든 캐릭터를 최소한 한 번씩 다뤄보는 계기를 만드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장편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스토리 모드’는 그 자체로 흥미롭다

그리고 스토리 모드는 에피소드 모드에서 전개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Guilty Gear Xrd]의 이야기를 다룬다. 독특한 점은 에피소드 모드와 달리 스토리 모드에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을 하는 일이 없다는 것인데, 이유인 즉슨 스토리 모드는 수 시간 분량의 영상으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에피소드 모드가 짧은 프롤로그와 게임 플레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스토리 모드는 온전히 작중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궤를 달리한다. 플레이어는 특별한 조작 없이 영상을 감상하면서 다른 대전 격투 게임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방대한 이야기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게다가 게임과 마찬가지로 모델링을 이용해 영상을 만들었기 때문에 게임과 영상의 괴리가 전혀 없고, 카툰 렌더링을 이용한 만화 같은 그래픽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어 아주 잘 만들어진 장편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 [Guilty Gear Xrd]가 보여준 이야기 전개 방식은 지금까지 작중 이야기에 소홀히 한 대전 격투 게임들에 좋은 선례가 될 것이며, 본작을 기점으로 향후 격투 게임들의 이야기 전개 방식이 다양해지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Guilty Gear]의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나 행복하다

3D를 2D처럼 표현한 참신한 발상과 이를 이용해 만들어낸 멋진 영상! 시리즈 고유의 게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시도! 그리고 대전 격투 게임에 부족했던 '이야기'를 충분히 풀어낸 것까지! [Guilty Gear Xrd]는 정말 멋진 작품임이 틀림없다. 과거에도 혁신적인 모습으로 성공 가도를 달렸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또 한 번 혁신을 일으키며 최고의 대전 격투 게임임을 증명해냈다. 물론 몇 가지 아쉬움이 존재하기는 하나 게임의 완성도와 창의적인 그래픽, 그리고 충분한 즐길 거리는 앞으로 만들어질 대전 격투 게임에 좋은 선례가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게이머로써 더욱 행복한 사실은 따로 있다. 아직 [Guilty Gear] 시리즈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 다음 후속작은 또 얼마나 새롭고 혁신적인 모습으로 다가올지 너무나 기대된다.

못다 한 이야기

- [Guilty Gear Xrd] 발매 인터뷰에 따르면 대전용 캐릭터 모델링과 컷신용 캐릭터 모델링을 따로 제작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차이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작 인터뷰를 보면 상당히 창의적인 방법과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고 한다.

- 스토리 모드는 애니메이션이 연상될만큼 잘 만들어졌으나 간혹 어색만 모션이 발견되기도 한다. 가령 솔(Sol)이 걸어가는 장면에서 걸음걸이가 아장아장/미끄러지듯하기 때문에 굉장히 어색해보인다. 다만 걷는 형태가 게임 속에서 걸어가는 모습과 동일한 것을 볼 때 기존에 만들어둔 모델링을 활용한 것에 의한 한계가 아닌가 싶다. 차기작에서는 조금 더 신경써줬으면하는 부분이다

- 로망 캔슬의 난이도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과거 [Guilty Gear XX] 공략집을 보면 로망 캔슬 적용타이밍을 '프레임 단위'로 적어두었다.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프레임을 인지하면서까지 게임을 하기는 불가능하니 결과적으로 '감각'에 의존하여 사용하는 수 밖에 없다. 즉, 잘 사용하려면 무수한 연습만이 답이라는 것! 물론 이번 [Guilty Gear Xrd]에서는 적당히 눌러만 주면 알아서 잘 발동된다.

- 파츠 크러시가 적용된 캐릭터는 사실 카이(Ky)와 디지(Dizzy) 뿐이다. 다른 캐릭터도 적용하면 좋을 법했지만 왜 하지 않았는지는 의문이다. 단, 저 두 캐릭터가 부부라는 점을 주목하자.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특정 연출 구간에 미세한 프레임 드랍이 발생했다. 게임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곳은 아니었기에 대전 상황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1. [Street Fighter 4]는 2008년, [Guilty Gear Xrd]는 2014년, [The King of Fighters 14]는 2016년에 3D로 변화를 주었다는 시기상의 차이가 있다. 또한 [The King of Fighters 14]는 아직 발매되지 않았으므로 정확한 비교 대상에서는 제외한다 [본문으로]
  2. 여담으로 시점 변화 때문에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특정 캐릭터의 민얼굴, 속옷, 뒷모습 등뿐만 아니라 악세서리나 옷에 새겨진 문구같이 평소에는 보기 힘들었던 작은 요소들도 세세하게 관찰할 수 있다 [본문으로]
  3. 파츠 크러시를 최초로 적용한 대전 격투 게임은 2004년 Dimps가 개발한 [The Rumble Fish] [본문으로]
  4. 시스템 외적인 요소이지만 한 판에 100원/엔을 사용해야 하는 오락실 환경의 특성상 개인이 학습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시간적 재정적 여지가 부족한 것도 한몫한다 [본문으로]
  5. 대전 격투 게임이 작중 스토리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특정 격투 게임을 오래 즐겼지만, 스토리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본문으로]
  6. 기존의 격투 게임들은 캐릭터마다 결말이 다른 멀티 엔딩이었고, 주인공의 엔딩을 정사(正史)로 취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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