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ReCore (리코어)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Comcept, Armature Studio

플랫폼 : X-Box One, Windows 10

발매년도 : 2016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록맨의 아버지 ‘이나후네 케이지'는 게임 감독으로서 큰 위기를 맞이했다. 지난 6월 [Rockman]의 진정한 계승작을 자처하며 발매한 [Mighty No.9]은 경력(career, 커리어) 사상 전례 없는 실패를 맛보게 된다. 심각할 정도로 낮은 수준의 완성도는 전 세계 게이머들이 배신감을 느끼게 했으며 이나후네의 능력과 자신감이 허풍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게 하였다. 또한 혹자는 더는 이나후네가 만든 작품에는 눈길도 주지 않겠다고 말하거나 이나후네의 감각은 이미 죽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기대할 것이 없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반응은 Capcom 퇴사 이후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이나후네의 커리어가 끝을 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제는 과거의 명성만을 남긴 한물간 게임 감독이 되기까지 머지않았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Mighty No.9]의 실패를 [ReCore]로 만회할 수 있을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한 번의 기회는 남아있다. [Mighty No.9]과 함께 만들어지고 있는 또 다른 작품이 있었으니 그 작품이 바로 [ReCore]. 특정 작품의 계승작이 아닌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시리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나후네에 대한 실망감이 채 가시지도 않은, [Mighty No.9]의 발매 시점으로부터 3개월 뒤에 발매하게 되니, 게임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증명할 중요한 작품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ReCore]에 대한 게이머들의 생각은 뻔하다. 이나후네의 커리어를 연장할 것인가? 아니면 커리어가 끝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ReCore]를 파헤쳐 보자.

오픈 월드 구성을 가진 3인칭 슈팅형 액션 어드벤처 [ReCore]

[ReCore]의 장르적 기본 틀은 액션 어드벤처(Action Adventure). 여기에 TPS(Third-Person Shooter, 3인칭 슈팅)와 오픈 월드 구성이 더해진 형태다. 3인칭 시점의 오픈 월드 액션 어드벤처는 [ReCore] 이전에도 아주 많이 만들어졌으며 좋은 평가를 받은 수작/명작들이 포진해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또한, 가장 인기가 많은 장르이기도 하기에 액션 어드벤처 장르의 작품에 대해서는 게이머들이 어느 정도 기대하는 바가 정해져 있다. 그 중에서도 ‘전투'는 기대치가 가장 높은 요소이며 적절한 조작감,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연출, 도전의식을 고양하는 적절한 난이도 등 많은 특징을 담아낼 수 있는 장치다. 이런 점에서 [ReCore]를 시작하는 게이머는 일차적으로 전투에 주목하게 되며, 튜토리얼(tutorial)에 해당하는 게임 초반부의 상당 부분을 전투가 차지하고 있기에 본작 또한 전투가 중점이 되는 작품으로 인지하게 된다.

게임 안내문에서도 탐험이라는 요소를 강조하고 있을 정도로 초점이 명확하다

그러나 [ReCore]는 일반적인 액션 어드벤처와는 방향이 다르다. 전투에 기반을 둔 액션성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넓은 공간을 돌아다니며 탐험(adventure)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튜토리얼은 전투의 비중이 큰 편이나 튜토리얼을 마친 뒤 본격적으로 게임을 마주하게 되면 이 같은 특징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전투는 가볍고 단순한 방식으로 진행이 되고, 전투를 통한 캐릭터 육성의 비중이 작으며, 전투를 마친 뒤 보상이 미미하다. 반면 숨겨진 보급품 상자를 찾으면 캐릭터의 능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고, 게임 진행을 위해 해야 하는 일들의 대다수가 전투가 아닌 탐험을 통한 아이템 습득일 뿐만 아니라 반복적으로 스테이지 전체를 구석구석 탐색해야 한다. 이는 [ReCore]가 일반적인 액션 어드벤처처럼 전투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닌 탐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ReCore]의 공동 제작사인 아마추어 스튜디오의 대표작 [Metroid Prime]

그렇다면 [ReCore]는 어드벤처 장르로써 짜임새가 잘 갖춰져 있을까? 전반적인 짜임새는 [ReCore]의 공동제작사 아마추어(Armature) 스튜디오의 대표작 [Metroid Prime]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Metroid Prime]은 메트로바니아(Metroidvania; 넓고 복잡한 공간을 탐험하는 플랫폼 장르의 한 구성)라는 2D 플랫포머 구성을 형성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친 [Metroid] 시리즈의 후속작이며 시리즈 최초 그리고 성공적으로 3D(+1인칭)화 해낸 작품이다. 이 말인 즉슨 [ReCore] 역시 탐험이라는 목적에 잘 맞는 메트로바니아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어드벤처 장르로써의 짜임새에 대해 어느 정도 기대할 만하다는 의미다.

기존의 오픈 월드를 떠올려 볼때 이동하는 데 제약이 발생하는 경우는 적을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자. 대게 오픈 월드 게임들은 이동에 제약이 없거나 이동이 가능한 곳과 불가능한 곳의 구분이 분명하다. 또한, 지도를 여는 것만으로도 목적지에 도달하는 길을 찾을 수 있으며, 길을 찾는 것보다는 넓은 공간을 돌아다니며 무작위로 발생하는 전투가 중요하기 때문에 목적지로 이동하는 과정 자체에는 크게 애쓸 필요가 없다. 이에 따라 오픈 월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든 공간이 열려있어(open) 원하는 목적지에 쉽고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고, 이동의 가능 유무에 대한 판단이 빠르게 이루어지므로 터무니없는 위치에 올라갈 생각을 가지거나 목적지에 도달하는 경로를 찾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할 필요가 없다.

오픈 월드지만 플랫포머의 색깔이 매우 강해 이동에 많은 제약이 발생한다

그러나 [ReCore]는 이와 완전히 반대되는 특성을 가진다. 우선, 높낮이와 위치가 서로 다른 구조물이 플랫폼(platform, 발판)과 장애물의 역할을 하여 기본적으로 이동에 많은 제약이 발생한다. 목적지(또는 목표물)에 가까워지더라도 평면도의 형태로 한정적인 정보만을 제공하는 지로를 통해서는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위치를 파악한 후에도 주변 구조물에 대한 관찰/이해를 바탕으로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경로를 추가로 탐색해야 한다. 다음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곳과 이동할 수 없는 곳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다. 지형에 따라 갈 수 있는 장소인지 갈 수 없는 장소인지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특히 지형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언덕/바위/산의 경우 경사도, 굴곡, 형태에 따라 오르내릴 수 있는 위치가 천차만별이다. 물론 아이템을 배치하여 ‘이곳은 올라올 수 있음'을 어느 정도 힌트로써 주긴 하나 모든 장소가 그런 것이 아니다. 결국, 이동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직접 시도를 해야만 판단할 수 있으며,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저기도 올라갈 수 있을까?‘, ‘저쪽으로 가려면 이쪽으로 가면 될 것 같은데?’라는 호기심이 끊임없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호기심은 자신이 가고자 하는 위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경로를 스스로 탐색하도록 동기를 부여하여 하게 되므로 말 그대로 탐험(adventure) 그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즉, 오픈 월드지만 플랫폼과 장애물의 역할을 하는 복잡한 지형을 구축해 이동에 제약을 두었으며 그 안에서 환경과 지형을 이해하고 경로를 탐색하여 탐험하는 것이 주가 되는 전형적인 메트로배니아(Metrovania) 구성으로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컨텐츠의 수는 적을지언정 여러 형태로 재구성하여 탐험에 충실할 수 있게 했다

컨텐츠의 수는 적지만 매우 효과적으로 배치했는데 역시 짜임새를 갖추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ReCore]의 컨텐츠는 전투와 코어봇 육성을 제외하면 ‘프리즈마 코어 수집’, ‘보급품 상자 찾기'가 끝이다. (‘음성 기록'이라는 부가 컨텐츠가 존재하긴 하나 작중 세계관 및 이야기 이해를 위한 특전에 가까우니 일단 제외) 다양한 컨텐츠를 포함하여 플레이어의 선택적 소비를 가능케 하는 기존의 오픈 월드를 생각하면 조금 의아한 부분일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컨텐츠를 배치하더라도 목적지 또는 대상에 자유롭게 접근이 가능한 기존의 오픈 월드와는 달리 [ReCore]는 접근 자체가 자유롭지 못하다. 컨텐츠 소비를 위해 목적지/대상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애를 쓰는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컨텐츠의 수를 늘리는 것은 ‘지나친 플레이 타임 늘리기'나 ‘컨텐츠의 무성의하고 중구 난방한 배치’ 등의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탐험이 게임의 핵심인 [ReCore]의 특성상 ‘목적지 또는 대상에 도달하기까지 환경을 이해하고 길을 찾는 과정 자체'가 컨텐츠가 될 수 있어 굳이 많은 수의 컨텐츠를 구상하고 담을 필요가 없다.

결국, 컨텐츠의 수는 줄이되 목적지 또는 대상에 접근하기 까다롭거나 발견하기 어려운 곳에 배치하는 것에 주력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ReCore]는 과도하게 많은 양의 컨텐츠를 담기보다 두어 가지의 컨텐츠를 핵심 컨텐츠로 설정하고 이를 다양한 형태로 재구성, 복잡한 환경/지형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배치함으로써 모험 그 자체가 컨텐츠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 물론 탐험하는 컨텐츠 외에도 폐쇄된 원형 공간에서 다수의 코어봇과 싸우는 전투 중심의 ‘투기장'과 전투는 전혀 일어나지 않지만 매우 긴 일직선 구조의 고난도 플랫폼 구성을 갖춘 ‘동굴'이라는 두 종류의 던전(dungeon)을 곳곳에 배치하여 [ReCore]의 두 가지 게임방식을 나눠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분위기를 환기하고 지나치게 탐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루함을 방지하는 것도 있지 않았다. (재미있는 점은 던전 클리어의 보상이 ‘프리즈마 코어'라는 점에서 이 또한 핵심 컨텐츠가 재구성된 형태라고 볼 수 있으며, 던전 개방을 위해 열쇠 역할을 하는 파워셀봇을 찾아야 하는 특징은 던전 역시 탐험과 어느 정도 연결된 요소인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모든 컨텐츠가 탐험에서 시작해 탐험으로 끝나는 매우 일관된 구성이라는 것!)

탐험 과정에서도 꽤 멋진 연출을 볼 수 있어 액션성이 절대 부족하지 않다

탐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해서 액션 요소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플레이어는 점차 많은 수의 동료 코어봇을 얻게 되는데, 새로운 코어봇을 동료로 맞이하게 되면 이전에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이동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굉장히 멋진 액션을 보여주게 된다. 기류를 타고 하늘을 날거나 특정 구조물을 이용해 빠르게 이동을 하는 등 전투를 하지 않아도 매우 멋지고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앞서 언급한 잘 짜여진 플랫폼 구성도 액션성 강화에 한몫한다. [ReCore]의 플랫폼 구성은 복잡하기도 하지만 유동적이다. 고정된 형태의 발판(플랫폼, platform)만 있는 게 아닌 일정 거리를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발판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 그리고 플레이어의 기동력을 일시적으로 보완해주는 구조물이나 플레이어를 공격하는 장애물도 존재한다. 발판을 포함한 구조물이 매우 다채로운 특징을 가진 만큼 플레이어도 더 신속하고 정교한 조작을 수행하게 되며 이는 자연스럽게 캐릭터의 움직임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매우 빠르고 멋진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앞서 언급한 코어봇과의 협동 액션까지 활용하는 구간에서는 전투가 전혀 일어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멋진 연출을 볼 수 있어 탐험하는 과정에서도 액션성의 부족함은 전혀 없다. 게다가 새로운 동료를 얻으면서 추가되는 새로운 이동 기술, 이를 충분히 활용해야 하는 복잡하지만 잘 짜인 플랫폼 구성은 ‘새로운 기술을 얻어 기존에 진입하지 못했던 곳에 들어가 새로운 탐험을 하게 되는 구성'을 만들며 이 역시 메트로바니아가 가진 특성 중 하나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전투는 [Rockman]에서 이어받은 간편한 조작법과 자동조준으로 매우 가볍다

그렇다면 전투는 어떨까? 어드벤처 게임으로써 구색과 짜임새는 매우 훌륭한 [ReCore]지만 액션 어드벤처인만큼 전투 요소의 완성도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다행스럽게 본작의 전투는 충분히 인상적인 형태를 구축하고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볍고 빠르지만’, ‘까다롭고 정신없다’. 조작방식은 이나후네 케이지의 생각이 많이 반영되었는지 사격(+차지샷), 점프(+2단 점프), 대쉬(+공중대쉬)라는 [Rockman]의 조작체계를 그대로 담아내어 매우 쉽고 단순하다. 또한, 액션 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상호 작용(특정 상황/조건이 성립할 때만 발생하는 조작. 예를 들면 시야에 들지 않은 상태에서 적에게 근접해있을 경우 ‘암살'이 활성화되는 것이 있다)이 거의 없고, 조건이 단순하므로 조작을 익히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여기에 자동조준(auto-aim)을 도입하여 TPS임에도 조준이 어렵지 않아 적을 공격하는 데 애를 먹을 일도 없다. 그러다 보니 전투가 매우 가볍게 느껴진다. 여기에 간편한 조작체계, 점프와 대쉬를 조합한 빠른 움직임, 자동조준 시스템을 활용한 신속한 조준과 공격 대상의 변경 등이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전투의 전개 속도를 매우 빠르게 만들어 단순하지만 속도감 있는 전투를 맛볼 수 있다.

다양한 전투 상황 - 충분히 조작하도록 만드는 장치로써 조작하는 재미를 부여

그렇다고 해서 전투가 단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조작 체계는 단순할지 몰라도 전투 상황을 이해하고 그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조작하는 것은 꽤 정신없게 느껴진다. 이는 여러 가지 요소들에 의해 발생하는 데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우선, 적과 아군을 포함한 모든 코어봇은 속성, 그리고 코어봇의 기종 간에 강하고 약한 상성 관계를 가지고 있다. 속성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피해량이 급격히 줄어들거나 아예 피해를 주지 못하기도 하며, 코어봇 사이의 상성을 이해하지 않고 전투에 임할 경우 아군 코어봇이 무력하게 파괴되는 상황이 빈번하다. 이에 따라 플레이어는 코어봇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재 전투 상황에 맞는 적절한 속성 변화와 코어봇 교체를 위해 끊임없이 조작하게 된다.

또 다른 요소로는 '조준 회피'가 있다. 자동 조준 시스템에 있어 적을 조준하고 공격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지만 적군 코어봇이 결코 가만히 맞아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조준 회피를 통해 순간적으로 공격을 피하고 가끔은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다시 조준하기 위해 추가적인 조작을 해야 한다. 이외에도 묘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코어봇의 공격, 일시적으로 변화하는 속성, 서로 다른 속성을 가진 다수의 코어봇 등장, 아군 코어봇의 무력화, 함정에 의한 플레이어의 행동 불능, 코어봇을 단번에 파괴할 수 있는 즉시 추출 활성화 등 다양한 상황이 급격하게 나타나고 변화하므로 효과적인 전투를 위해서 끊임없이 조작할 수밖에 없다. 즉, 간편한 조작 체계를 통해 전투는 가볍고 빠르지만 다양하고 급격하게 변화하는 까다로운 상황들이 자주 발생하기에 정신없이 조작하는 재미가 있다.

성장을 위한 여러 가지 요소를 담고 있는 것 같으나 유의미한 것은 하나 밖에 없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ReCore]는 전투보다는 탐험에 초점이 맞춰진 게임이다 보니 전투에 따른 보상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캐릭터 육성의 비중이 적은데, 바로 이 '캐릭터 육성'의 비중이 적은 것을 넘어 구성 자체가 부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투를 통해 얻는 보상은 세 가지(경험치, 재료, 코어)로 이 모든 것은 코어봇의 육성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 경험치는 코어봇의 레벨을 올려주고, 재료는 코어봇의 부품을 제작/교체할 수 있으며, 수집한 코어는 합성을 통해 코어봇의 능력치를 선택적으로 강화하는 데 사용된다. 보상의 세분화와 서로 다른 활용 방법은 얼핏 다양하고 체계적인 육성이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경험치 습득을 통한 레벨의 증가는 새로운 기술의 습득이 전혀 없이 능력치만을 높여주고, 재료를 모아 만든 코어봇 부품 역시 능력치를 올려주며, 코어 합성은 애초에 능력치를 강화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눈치챘는가? 서로 다른 형태의 보상이지만 결과적으로 같은 용도로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능력치의 세분화, 코어봇 부품에 따른 보조 특성(부활 시간 감소, 치명타 확률, 속성공격 충전시간 감소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능력치 분배 및 보조 특성에 따른 차이는 플레이어가 체감하기 힘들 정도로 미미해 의도에 따라 육성 방향을 설정하기 모호하다. 주인공의 성장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은 전투를 통해 경험치를 얻고 레벨을 올릴 수 있지만 정작 레벨 상승에 대한 보상은 공격력/체력 향상 뿐이다. 이마저도 게임의 진행에 따라 적군 코어봇 또한 점차 강해지기에 주인공의 성장이 이루어졌을지언정 강해졌음을 느끼기 쉽지 않다. 전투보다 탐험에 초점을 맞췄다고 하지만, 전투를 반 필수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게임의 특성상 보상과 성장요소가 부실한 것은 꽤 아쉽다고 생각한다. 만약 주인공의 성장에 따른 기술의 습득이 가능했다면 좀 더 복잡한 구성의 스테이지 구성을 구축해 탐험 요소를 한 단계 강화할 수 있었을 것이며, 코어봇의 육성을 위한 요소를 다양화했다면 코어봇의 선택적/전략적 육성이 가능해 새로운 재미를 주는 것은 물론 모험에 대한 동기가 더욱 강해지는 등 탐험 중심의 게임성을 더 탄탄하게 만드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흥미로운 내용을 풀어낼 여지가 많았지만 짧고 간결하게 끝을 맺은 스토리

작중 이야기가 굉장히 간결하고 짧게 진행되는 것도 매우 아쉽다. 발매 이전 정보들은 [ReCore]의 이야기가 '인류가 멸망한 머나먼 에덴에서 펼쳐지는 유일한 생존자 줄과 코어봇의 모험'임을 강하게 드러냈다. 그리고 게임을 직접 하면서 볼 수 있는 작중 세계에는 인간이 살 수 없게 된 행성 머나먼 에덴, 행성 정화 시스템을 가동하고 영원한 잠이 든 인류, 인류를 대신해 머나먼 에덴을 바꿔나가는 코어봇, 코어봇의 반란 등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어나갈 멋진 요소들이 정말 많다. 이에 따라 플레이어는 주인공 일행이 어떤 고난과 역경을 만나 어떻게 이를 헤치고 얼마나 방대한 이야기를 그려나갈지 기대를 걸게 된다. 그러나 막상 볼 수 있는 이야기는 정말 짧고 단순하다. 이야기의 흐름은 모험의 시작 - 동료와 만남 - 적의 등장 - 동료를 잃음 - 적과 싸워 이김 - 모험의 끝으로 매우 단순하며, 별다른 부가적인 내용이 거의 없이 앞의 흐름 요약에 작중 등장인물의 이름만 넣으면 완벽하게 설명이 될 정도다. 또한, 이야기 전개를 위한 컷신이나 이벤트의 비중이 게임 전체 진행 시간과 비교하면 너무 적어 이야기의 전개가 너무 급작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나마 모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임이기에 플레이어가 직접 수행하게 되는 탐험 자체가 주인공의 여정이라고 변호할 수도 있지만, 매력적인 세계관 안에서 더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낼 여지가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은 것은 분명히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하물며 트레일러에서 보았던 '파괴된 코어봇의 부활'은 보조 이야기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했는데 말이다.

여러 가지 버그와 끔찍할 정도로 긴 시간의 로딩은 게임의 완성도를 깎아 먹는다

부수적인 요소와 스토리 측면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음에도 탐험에 초점을 맞춘 액션 어드벤처로써 짜임새는 굉장히 훌륭해 충분한 완성도를 갖춘 것으로 보이는 [ReCore]지만 사실 치명적인 문제점이 존재한다. 바로 지나치게 긴 로딩(Loading, 불러오기) 시간과 많은 수의 버그, 즉, 기술적 문제다. 긴 로딩 시간은 게임의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게임의 지속성을 저해하는 아주 심각한 문제인데, 특히 오픈 월드에서는 이러한 로딩 시간을 잡아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오픈 월드는 넓은 공간에서 활동하는 게임의 특성상 이동시간을 줄여주는 '빠른 이동’ 기능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다. 빠른 이동을 사용하면 (게임마다 시간의 차이가 있지만) 로딩이 진행되는데 약간의 로딩 시간을 감수하면 직접 이동하는 것보다 더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으므로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어 사용빈도가 높은 기능 중 하나다. 특히 [ReCore]처럼 탐험이 중심이 되어 같은 장소를 여러 번 방문해야 하는 경우에는 빠른 이동 기능이 더 중요해지고 사용 빈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ReCore]의 로딩은 1~2분 사이의 굉장히 긴 시간을 차지하며, 가끔은 빠른 이동을 사용하는 것보다 직접 이동하는 게 더 빠른 경우도 있을 만큼 로딩이 길다. 더욱이 오픈 월드이지만 지역이 나누어져 있어 지역 간 이동에도 로딩이 발생하며, 코어봇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자주 방문해야 하는 근거지(크롤러)의 입장과 퇴장 역시 긴 시간의 로딩이 발생한다. 즉, 로딩 시간 자체도 굉장히 길지만, 로딩이 굉장히 자주 발생하는 게임 구성 때문에 게임에 대한 몰입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이 외에도 게임 중에 발생하는 자잘한 버그들은 게임을 진행하는 데 불편함을 야기하고 게임의 완성도/게임에 대한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플레이어의 불만을 초래하게 된다. (필자가 직접 발견한 버그의 종류는 네 가지. 이외에도 더 많은 버그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1.던전에서 리스폰 위치에 오류가 발생해 리스폰과 낙사가 무한 반복 2.적군 코어봇이 등장해야 하는 트랩이 발동했음에도 코어봇이 등장하지 않아 일정 지역을 벗어날 수 없게 됨 3.코어 추출 상호작용이 활성화되었음에도 코어 추출이 불가능한 버그 4.플랫폼이 사라지는 버그)

아슬아슬하게 살려내는 데 성공했으니 다음에는 실력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ReCore]는 장르 특유의 구성과 짜임새, 충분한 재미를 갖춘 꽤 탄탄한 작품이다. 캐릭터 육성과 스토리가 조금 아쉽다는 것을 제외하면 잘 짜인 3D 메트로바니아 구성의 오픈 월드에서 만끽할 수 있는 모험과 액션, 그리고 쉽고 간편하지만 조작하는 재미가 충분한 전투까지 매우 흥미롭게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이나후네 케이지의 대표작 [Rockman] 시리즈와 아마추어 스튜디오의 대표작 [Metroid Prime]의 특성을 잘 융합해 [ReCore]라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게임 감독으로서 이나후네의 역량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다만 지나치게 긴 로딩 시간과 적지 않은 수의 버그들은 결코 게이머들에게 환영받을 수 없는 부분이기에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마지막 마무리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ReCore]가 이나후네 케이지의 커리어를 연장할 것인가? 아니면 끝을 낼 것인가? 아슬아슬하지만 일단은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본작에 대한 아쉬움, 치명적인 문제들로 인해 여전히 게이머들의 의심은 가슴 한켠에 남아있을 테니 차기작에서 더 멋진 모습을 반드시 보여줄 필요가 있다!

못다 한 이야기

- 정말 짧게 요약한다면 [Rockman]과 [Metroid Prime]을 섞어서 새롭게 만든 게 [ReCore]라고 할 수 있다. [Rockman]의 아버지가 설립한 Comcept와 [Metroid Prime]을 만든 Armature Studio가 서로의 색깔을 해치지 않으면서 조화롭게 구성한 결과물이라는 의미!

- 게임 과정에서 찾아야 하는 요소(프리즈마 코어, 파워셀봇 등)는 정말 기상천외한 장소에 숨겨진 경우가 많다. 너무 높아서 보이지 않는 곳에 있거나 지하에 숨겨져 있는 경우도 있고 갈 수 없다고 생각한 곳에 교묘한 틈이 있어 그곳에 놓인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지도상에서는 목표물이 있는 위치에 도착했음에도 추가적인 탐험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이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강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기에 탐험 자체에 흥미를 느끼기 충분했다.

- 버그인지 알 수는 없으나 기존에 탐험한 장소를 다시 방문할 경우 존재하지 않던 상호작용 대상(파괴 가능한 바위, 보급품 상자 등)이 배치되어 있다. 스토리 진행이 일정 수준 끝나는 경우 나타나도록 구성해놓은 것으로 생각되지만 조금 찝찝한 건 어쩔 수 없다.

-오픈 월드임에도 적의 등장위치가 고정되어 있다는 것은 조금 아쉽다. 그러다 보니 일정 시간 이상 게임을 하다보면 어디서 어떤 적이 등장하는지 외우게 되어 대처하기가 굉장히 쉬워진다. 이 부분을 개선해 무작위 등장으로 바꿔놓았다면 전투의 난이도가 좀 더 올라갔을지도 모르겠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X-Box One )

- 본문에 언급한 버그와 지나치게 긴 로딩 외에는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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