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Final Fantasy XV (파이널 판타지 15)

장르 : 액션, RPG

제작사 : Square Enix

플랫폼 : Playstation 4, X-Box One

발매연도 : 2016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1987년부터 시작되었으며, JPRG(Japanese Role-Playing Game)의 거대한 줄기 중 하나이자, 수많은 걸작을 배출하고, 게임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게임시리즈. [Final Fantasy]. 그러나 앞선 수식어들이 무색하게도 이 시리즈는 어느덧 힘을 다해가고 있었다. 전통 있는 게임시리즈이기에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전의 명성에 맞지 않은 평가를 받으며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상업적 성과는 좋았을지언정 시리즈에 거대한 오점을 남겼다고 회자되는 [Final Fantasy XIII], 현재는 상황이 좋으나 첫 출발이 너무나도 나빠 큰 위기를 겪은 [Final Fantasy IV] 등 최근에 나온 작품들의 상태가 썩 좋지 않았기에 문제가 심각했다. 더군다나 시리즈 최고의 명작이라 불리는 [Final Fantasy VII]의 리메이크가 예정되어 있지만, 이는 과거의 명성을 재현할 뿐이며 발매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어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시리즈 사상 가장 거대한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는 [Final Fantasy XV]는 정말 중요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었다.

영화와 애니메이션까지 선행한 [Final Fantasy XV]였지만 뭔가 조금 이상하다

[Final Fantasy XV]는 출발부터 남다르다. 10년이 넘는 세월이 걸린 개발 기간은 물론이거니와 게임 발매 이전부터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 여러 매체를 활용(Media Mix, Media Franchise)하기에 이르렀다. 주인공 ‘녹티스'와 동료들의 과거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 [Brother Hood], 게임 내 프롤로그에서 보여준 루시스 왕국의 비극에 대해 다른 영화 [Kings Glaive], 녹티스 왕자의 아버지 레기스 113세의 과거를 다룬 외전 게임 [A King’s Tale]이 그것이다. 지금껏 게임 발매 이전에 이만한 대우를 받은 작품은 없었다.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예정되었던 발매일을 미뤄가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공헌한 제작사의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기대감을 하늘을 찌르는듯했다. 정말 ‘전무후무'한 대규모 프로젝트라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기대감을 해소해줄 열쇠이자, 침체된 시리즈의 분위기를 반전시켜줄 카드인 [Final Fantasy XV]가 드디어 발매되었다. 그런데 뭔가 조금 이상하다. 좋아 보이는 것 같지만, 썩 만족스럽지 않다. 기대감이 너무 컸기 때문일까? 대체 뭐가 문제일까?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나름 훌륭했지만 정작 ‘게임’으로써는 문제가 너무 많다

기뻐하면서 슬퍼하는 것이 가능한 사람이 있는가? 지금 이 말을 하는 이유는 [Final Fantasy XV]가 딱 이런 꼴이기 때문이다. 사실 기뻐하면서 슬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완전히 상반된 감정이며 공존할 수 없는 감정이다. 이는 작품 내 특정 요소가 ‘훌륭하면서 문제가 있다'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의미인데, 아이러니하게도 [Final Fantasy XV]는 장점이 많으면서 동시에 단점도 많다. 그것도 같은 요소 안에서 장단점이 무수히 많이 쏟아진다. 이게 [Final Fantasy XV]의 가장 심각한 문제이며, 좋아 보이는 것 같지만, 썩 만족스럽지 않은 이유다. 하나씩 뜯어보자.


스토리 - 거대하고 인상적인, 그러나 구멍이 많은

거대한 세계관 안에 방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Final Fantasy] 시리즈의 명성에 걸맞게 작중 세계관은 굉장히 거대하며 그 안에 방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충분한 매력이 있다. 세계를 정복한 니플하임 제국과 최후의 최후까지 맞서 싸운 루시스 왕국, 역대 왕의 힘이 서려 있는 무기, 여섯 신의 존재 등은 이 작품이 얼마나 거대한 세계관을 담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요소다. 그리고 그 안에서 루시스 왕국의 왕자 녹티스(Noctis Lucis Caelum)를 중심으로 수많은 인물이 얽힌 채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주인공 4인방(녹티스, 이그니스, 프롬프트, 글라디올러스)은 각자 독특한 매력으로 무장하고 있으며 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를 통해 네 사람의 우정을 멋지게 표현해냈고, 왕국의 함락으로 인해 오랜 세월 동안 만나지 못한 녹티스와 약혼녀 루나프레나(Lunafreya Nox Fleuret)의 애틋한 관계는 여느 작품 못지않게 가슴을 아리게 한다. 또한, 짧은 등장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다수의 조연, 작품 내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인물, 충격적인 반전까지 꽤 괜찮은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게임 발매 이전에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Brother Hood], 영화 [Kings Glaive], 외전 [A King’s Tale]까지 더하면 ‘왕과 왕자의 이야기'라는 이름의 장편 소설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대단히 많은 분량이 만들어지기까지 한다.

사건의 발단을 지나치게 단편적으로만 제공하여 향후 스토리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다른 미디어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쓴 탓인지 정작 [Final Fantasy XV]만의 이야기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초반부 이야기에서 제국의 침략과 왕국의 함락에 대해 다루는데, 이를 짧은 분량의 컷씬(Cutscene) 하나로 요약해버린다. [Final Fantasy XV]의 핵심소재 중 하나가 왕국을 되찾고 제국에 복수하는 녹티스의 여정임을 생각해볼 때 왕국의 함락 과정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며 행동에 당위성을 가지기 데 필요한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작품 안이 아닌 영화 [Kings Glaive]를 통해 다루고 있어, 영화를 보지 않은 게이머라면 당위성이 없다고 느끼는 것은 물론 작중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게 된다.

(좌) 글라우카, (우) 레이버스 - 이야기의 연결고리지만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다

인물의 비중도 같은 이유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사실상 영화 [Kings Glaive]의 주역들 대부분은 게임 내에서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는다. [Final Fantasy XV]의 중심 사건의 시발점이 영화 [Kings Glaive]라는 점에서 게임과 영화로 분리되어있다 할지라도 하나의 연결된 이야기로 봐야 한다. 그리고 연결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양쪽 모두 등장해 이야기를 이어줄 인물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핵심 인물이 [Final Fantasy XV]에서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는다. 그 중에서 ‘글라우카'와 ‘레이버스'는 그 정도가 심하다. 녹티스의 아버지를 죽이고 왕국을 무너지게 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글라우카'는 영화 [Kings Glaive]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지만 정작 게임 진행 중에는 영화의 내용을 요약한 컷씬 외에 등장하지 않는다. 내용상으로 왕국 침략을 완수함과 동시에 사망했다고 하는데, 영화를 보지 않고서는 사망했다는 정보를 알기 어렵다. 이로 인해 ‘대체 왕을 죽인 그 인물은 어디 간 거지?‘라는 의문에 싸인 채 게임에 임할 수밖에 없고, 게임을 마무리하더라도 찝찝함이 남게 된다. 그리고 루나프레나의 오빠이자 제국의 총사령관 ‘레이버스'도 마찬가지. 주인공 4인방을 일순간에 제압하는 인상적인 모습으로 등장해, 왕국을 향한 분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왕자의 약혼녀인 동생을 보호하는 중간자적 입장을 가진 독특한 인물로 나타난다. 핵심적인 대립 관계를 형성하는 두 집단에 모두 관계가 있는 인물인지라 이야기의 중요한 축을 담당할 거라 생각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고 어느순간 급작스럽게 사망해버린다. 더군다나 사망하는 과정도 보여주지 않고, 왜 사망을 했는지 그 어떤 정보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오빠와 여동생이 왜 서로 다른 국가에 소속되어 있는지도 알 방도가 없으며 해당 인물이 작품에 등장한 이유를 알 수 없게 되는 등 의문투성이로 남게 된다. 그러나 레이버스의 행동에 대한 것도 영화 [Kings Glaive]에서 다루고 있어 영화를 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며, 레이버스의 사망에 한해서는 영화를 봐도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으로 앞뒤가 맞지 않은 전개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이야기의 완결성이 심각하게 떨어지며 게임 발매 이전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다져놓은 이야기의 짜임새를 무너뜨리게 된다.

왕국을 잃은 왕자의 여정이라고 하기에는 매우 어울리지 않는 작품 내 분위기

또한 ‘제국을 향한 복수'라는 다소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작품 전반의 밝은 분위기, 등장인물의 활기찬 태도 등으로 인해 몰입과 감정이입이 힘들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나라를 잃고 친구의 아버지가 살해당한 상황에 라면의 재료를 찾으러 가자는 글라디올러스, 제국의 전초기지에 잠입하러 가는 와중에 사진을 찍자는 프롬프트, 신의 힘을 계승하러 가는 길에 새로운 요리법를 찾았다며 기뻐하는 이그니스, 나라를 잃었어도 힘을 내라면서 인형을 건네는 아이리스를 보면 한껏 고양된 감정이 단번에 곤두박질치게 된다. 그리고 녹티스와 동행하는 글라디올러스, 이그니스, 프롬프트의 과거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그러다 보니 네 사람이 어떻게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으며 어째서 여행에 동행하게 되었는지 알 방법이 없다. 사실 이들의 과거는 애니메이션 [Brother Hood]에서 다루고 있는데, 영화 [Kings Glaive]와 마찬가지로 게임을 접하기 전에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으면 네 사람의 관계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선행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 이야기 외에도 작중 인물의 이해하기 힘든 감정표현, 중후반에 들어서면서 지나치게 빨라지는 이야기 전개 등 자잘한 문제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그래픽 - 멀리서 보면 예술, 가까이서 보면 낙서

배경과 거대 몬스터, 영상미 넘치는 시네마틱 컷씬은 엄청난 수준을 자랑한다

그래픽은 더할 나위 없이 멋지다. 게임 진행 중 볼 수 있는 광활한 배경은 오픈월드(Open World) 구성의 게임답게 매우 인상적이다. 이동하는 데 일정 수준 이상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게임의 특성상 지루함을 해소해줄 요소가 필요한데 멋진 그래픽으로 그려내는 배경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다양한 지형과 환경은 감탄이 절로 나오며 이동하는 도중 자연스럽게 배경을 감상하게 된다. 특정 위치에서 사진을 찍을 경우 절경이라 부를 수 있을 만한 아주 멋진 사진이 나오기까지 하여 여러 지형과 환경을 감상하는 맛이 충분하다. 여기에 종종 만날 수 있는 거대 몬스터들은 독특한 디자인과 엄청난 크기로 플레이어의 시선을 압도해버리며 시각적 즐거움을 극대화한다. 특히 게임 내 가장 거대한 몬스터인 ‘움직이는 산-아다만타이'는 어마어마한 위용을 자랑하며 시각적으로 강렬한 충격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웃도는, 가장 멋진 요소는 바로 시네마틱 컷씬(Cinematic Cutscene). 작품 내 다양한 형태의 컷씬이 존재하지만, 그 중 시네마틱(Cinematic) 컷씬은 앞선 그래픽 요소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뛰어난 영상미를 갖추고 있다. 게임 발매 이전에 개봉된 영화 [Kings Glaive]에서 수준 높은 그래픽을 보여준 바가 있는데, 그에 못지않게 뛰어난 그래픽을 자랑하며 그 자체로 영화속 한 장면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게다가 (본작의 여러 문제로 인해 몰입과 감정이입이 약해진 상태에서도) 단번에 몰입이 가능할 만큼 강렬하기에 뇌리 깊숙이 컷씬 속 장면들이 자리 잡게 된다.

(좌) 손이 옷안으로 들어가거나 (우) 눈을 의심케하는 저질 텍스쳐 등 자잘한 문제

그러나 전반적으로 멋진 그래픽을 가졌음에도 눈에 거슬리는 부분도 많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이는 가까이에 보이는 요소들에서 아주 많이 나타나는데, 게임 진행 중 일시적으로 캐릭터의 얼굴이 뿌옇게 보이는 현상부터 시작해 캐릭터의 신체 일부가 사라져버리는 현상, 보이지 않던 것이 갑자기 보이는 현상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여기에 독특한 헤어스타일은 구현을 잘했지만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작은 구멍들이 굉장히 신경 쓰이며, 사물을 가까이에서 바라볼 경우 전반적으로 멋진 그래픽에 비해 텍스처의 수준이 매우 낮은 요소들을 상당수 발견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자잘한 그래픽 문제들은 다른 게임들에도 나타나기는 하나 [Final Fantasy XV]는 발생 빈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데 문제가 있다. 특히 임무 수행을 위해 NPC(Non-Player Character)와 대화하는 중 위의 현상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데, 임무의 수주-완료-보상의 과정이 필연적인 게임의 특성상 높은 확률로 문제 현상들을 발견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멋진 배경과 그 안에 담긴 거대 몬스터, 영화를 보는 듯한 시네마틱 컷씬이 분명히 눈을 즐겁게 해줌에도 불구하고, 자잘한 문제들이 자주 보여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져 보이기까지 한다.


전투 - 멋드러진 변화, 하지만 시시한 구성

턴제에서 액션으로 변화함에 따라 연출력 또한 향상되어 눈이 매우 즐거워진다

[Final Fantasy XV]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투가 턴제(Turn-base)에서 실시간 액션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기존 [Final Fantasy] 시리즈 대부분은 턴제 전투로 몬스터와 만나 별도의 전장으로 돌입해 정해진 규칙에 따라 공격을 주고받는 형태였다. 그러나 본작에서는 실시간 전투로 바뀜과 동시에 액션 게임이라고 불리는 형태를 지니게 되었다. 실시간 액션으로 전투 방식이 바뀌면서 조작의 다양성이 늘어나 조작하는 재미가 향상되었으며, 플레이어의 의도에 따른 자유로운 움직임과 다양한 기술은 화려한 전투 상황을 만들어 내므로 보는 즐거움도 상당하다. 특히 전투 도중에 볼 수 있는 다양한 연출은 앞서 언급한 그래픽만큼이나 대단한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한다. 자유자재로 무기를 소환하고 종횡무진 움직이며 싸우는 녹티스의 독특한 검술, 화면을 가득 메우는 마법, 녹티스와 동료들이 보여주는 합동 공격 등은 크고 작은 전투마다 수시로 볼 수 있는 멋진 장면이며, 스토리 한정으로 신과 싸우는 구간은 경이로움을 느낄 만큼 멋들어진 연출이 가득하다.

이래저래 다양한 시스템을 갖춰놓았지만 짜임새와 전투 밸런스가 그리 좋지 않다

그러나 전투에서 느낄 수 있는 장점은 이 정도가 끝이다. 연출 외에 전투 관련 요소들의 구성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많은 것을 담고 있어 보이지만 단조로운 패턴의 반복이며 게임을 일정수준 진행한 후에는 시시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다. 가장 큰 문제는 RPG의 핵심인 성장에 따른 능력의 향상, 캐릭터 특성에 맞는 역할 담당, 다양한 아이템의 전략적 활용 등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녹티스만을 조작해 게임을 진행하지만 대부분 경험치를 공유하기에 성장치(Level)는 네 캐릭터가 항상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치에 따른 능력의 향상은 녹티스 정도만 체감될 뿐 다른 캐릭터들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녹티스가 강해지는 것도 ‘선왕의 무기'라는 전용 아이템을 장착했을 때만 체감이 되며, 다른 캐릭터는 아이템을 바꿔도 큰 변화를 느끼기 힘들다. 더군다나 동료가 쓰러진 상태로 전투를 이어가도 동료가 있을 때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그저 특정 스킬을 활용할 수 없다는 아쉬움을 제외하면 동료의 효용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이템도 마찬가지다. 전투 상황에서의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은 정말 다양한데, 50길(GIL-작중 화폐단위)짜리 포션과 1000길짜리 엘릭서만 활용할 뿐 다른 아이템은 거의 쓸 일이 없다. 아니. 쓸 필요가 없다. 평균 레벨이 40인 상태에서 120레벨 몬스터를 사냥할 때 포션과 엘릭서만 충분히 있으면 충분히 레벨 격차를 극복할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이 외에도 QTE(Quick Time Event, 버튼 액션)이 존재함에도 사용하는 버튼의 수가 너무 적어 특유의 긴장감을 형성하지 못하거나, 낮은 직관성에 의해 즉각적인 대응이 불가능, 이야기 진행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전투임에도 패턴이 지나치게 단순해 긴장감이 떨어지는 등 부실한 요소들이 너무나 많다.


컨텐츠 - 차고 넘치되, 조화롭지 못한

하고 또 해도 마르지 않을 만큼 별의별 컨텐츠가 다양하게 담겨있다는 것은 장점

높은 자유도와 충분한 선택사항이 제공되어야 하는 오픈월드의 특성에 맞게 즐길 거리는 엄청나게 많다. 즐길 거리가 워낙 많다 보니 게임을 끝내고 난 뒤 이야기 진행과 무관하게 자유로운 게임 진행이 가능한 시기에도 임무가 끊이지 않을 정도다. 사냥과 수집을 포함하여 다양한 목표와 형태로 제공되는 각종 임무, 차량 커스터마이징, 무기 개조 및 해금, 근거지 점령 등 웬만큼 예상할 수 있는 컨텐츠는 모두 담겨있다. 여기에 주인공 4인방이 서로 다른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설정을 살려, 녹티스의 낚시, 프롬프트의 사진 촬영, 글라디올러스의 모의 전투 훈련, 이그니스의 요리까지 독특한 형태로 구성한 컨텐츠도 존재하며, 숙련도가 존재해 취향에 따른 선택적 육성도 가능하다. 게다가 게임 진행 중 임의로 발생하는 이벤트에 따라 새로운 임무가 형성되기도 하는데, 이는 NPC로부터 임무를 수주하는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있어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분위기를 깬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반된 성향을 가진 것은 단점

그러나 이러한 컨텐츠의 대부분이 작품 내 분위기를 다소 잘못된 방향으로 형성한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컨텐츠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컨텐츠의 내용이 작중 이야기가 형성하는 분위기와 잘 맞지 않을 뿐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Final Fantasy XV]의 이야기는 ‘왕국을 되찾기 위한 왕자의 여정'을 다루고 있다. 더군다나 제국에 의해 아버지가 살해당하기에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면 작품 분위기가 매우 무거워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왕국의 함락과 아버지의 사망으로 인한 무거운 분위기는 한순간일 뿐, 너무나도 밝아 보이는 등장인물들의 태도와 마치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컨텐츠들은 작품 분위기를 해치게 된다. 가령 녹티스의 낚시. 낚시가 취미라는 설정을 게임 내 컨텐츠로 구현한 것은 좋지만 왕국을 되찾기 위해 여행을 다니고 있는 사람이 할만한 행동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더욱이 액션 게임이라는 장르와 어울리기 힘들어 괴리감까지 느껴진다. 또한, 일부 컨텐츠들은 개연성이 떨어지거나 수행 이유에 대해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녹티스가 왕국의 왕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신문 기사는 이를 빌미로 자신의 부탁을 들어달라고 하는데, 한 왕국의 왕자라는 사람이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날 것이 두려워 온갖 잔심부름을 하는 모습은 설득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보조 임무라서 수행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수행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설득력은 더 떨어진다) 또한 왕자라면 얼굴이 어느 정도 알려졌을 법한데도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은 의아함을 형성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러 가는 중에 취미에 맞는 요소가 등장했을 때 길을 멈춰 서게 하는 동료들은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어 놓기까지 한다. ‘스토리-거대하고 인상적이지만 구멍이 많은'에서 언급한 라면 재료를 찾으러 가자는 글라디올러스, 사진을 찍자는 프롬프트, 새로운 요리법이 떠올랐다는 이그니스가 바로 그 예다. 결정적으로 이러한 컨텐츠들은 작중 이야기가 완전히 끝난 뒤에서야 비로소 더 흥미롭게 느껴지는데, 이는 작품 내 이야기가 형성하는 분위기와 컨텐츠가 서로 맞지 않음을 한 번 더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타 - 지나치게 많이 소비되는 무의미한 시간

이동하는 시간이 엄청나게 길며 이마저도 조작이 단순해 체감시간은 더 길다

게임 진행 과정에서 무의미하게 소비되는 시간이 지나치게 많다. 오픈월드 게임이기 때문에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긴 것은 어쩔 수 없지만 [Final Fantasy XV]는 이동에 제약이 많아 불필요하게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작중 가장 빠른 이동수단에 해당하는 레갈리아(녹티스 일행이 타고 다니는 차량)는 정해진 경로를 움직일 수밖에 없는데, 이는 자연스레 직선 경로가 아닌 우회하는 경로로 이동하게 되어 시간을 더 오래 걸리도록 만든다. 더욱이 직접 운전하는 것이 아닌 버튼 하나만 누르면 목적지까지 자동으로 운전이 되는 시스템이어서 지루함이 생기는 만큼 체감 시간도 늘어나게 된다. 중구난방으로 배치된 임무 수행지도 문제다. 적지 않은 수의 임무들이 수주하는 곳과 수행하는 곳의 거리가 지나칠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어 이동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빠른 이동 기능이 존재하긴 하나 이마저도 로딩 시간이 꽤 긴 편이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매한가지다)

대체 어떤 의도로 넣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도착할 때까지 열차를 산책한다’ 임무

아무런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야 하는 구간도 존재한다. 이야기 진행 과정에서 열차를 타는 구간이 여러 번 등장하는데, 이벤트가 발생하기 전까지 열차 안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 몇 가지 아이템, 작중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나 그 외의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게다가 해당 구간의 임무 내용도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열차 안을 자유롭게 산책하세요'다. 적당히 시간을 보내며 기다리라는 의미로밖에 해석되지 않으며, 지루함과 답답함, 그리고 플레이 타임을 늘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넣은 것이 아닌지 제작자들에 대한 의심마저 생긴다.


사운드 - 충분히 훌륭하지만 이마저도 묻혀버린

소리 관련 요소들은 분명히 훌륭하지만 다른 문제가 너무 많아 덩달아 묻힌다

소리(Sound)에 대해서는 전술한 요소들과 달리 크게 단점이 느껴지지 않는다. 경계 상황에서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효과음이나 전투 상황에서 들려오는 시원한 타격음, 그리고 각 마을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는 배경음은 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게다가 시네마틱 컷씬과 함께 깔리는 음악은 듣는 것만으로도 감정이입이 될만하다. 즉, 소리 요소들은 충분히 만족스럽다는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작품 전반의 분위기와 게임 구성에 따른 몰입과 집중이 어려우므로 훌륭한 소리요소들도 덩달아 좋게 느끼기 힘들다.


자잘한 단점이 너무 많아 장점조차 묻혀버린

그리고 많은 시도를 했으나 이를 소화해내지 못한 작품

‘친구와 떠나는 머나먼 여정’이었다면 오히려 어울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Final Fantasy XV]를 짧게 표현하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영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게임으로 이어지는 방대한 이야기를 꾸려내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가장 중요한 게임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애니메이션과 영화가 반응이 좋았다 할지라도 [Final Fantasy] 시리즈는 엄연히 ‘게임'이다. 게임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으니 했으니 루시스 사가(Lucis Saga)라고 칭한 이번 시리즈는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아마 팬들이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이제 [Final Fantasy VII]뿐이야'라는 말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까지 쌓아온 [Final Fantasy]의 이름값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기에 후속작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정말 이름 그대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다.

못다 한 이야기

- 게임 진행 중 주인공들의 대화를 굉장히 흥미롭다. 시기적절하게 알맞은 내용의 대화를 주고받기에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또한, 중복되는 대사가 거의 없어서 이들 사이의 대화는 지루함을 상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다만 작품 내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변함없는 문제다.

- 녹티스와 동료들의 모습이 아버지 레기스 113세의 젊은 시절과 완벽히 대칭된다는 점에서 '부자 관계'를 멋지게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게임이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에서 더 많이 나타나기에 다소 아쉽다.

- 왕국 함락 소식을 듣고 해머 헤드(지역 이름)로 돌아왔을 때 프롬프트가 하는 말이 있다. "왕국은 함락당했지만 여행은 계속할 수 있겠네?" 이 대사는 본작이 중심 이야기에 걸맞은 분위기를 형성하지 않았다는 것을 어느 정도 예견하는 듯 하다. 실제로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왕국을 되찾기 위한 여정이라기보다 친구들과 떠나는 자유 여행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 차라리 MMORPG나 영상물로 만들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문제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버리기에는 너무나 멋진 내용이 [Final Fantasy XV] 안에 많이 들어있다. 그저 조화롭지 못해서 엉망으로 보였을 뿐...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X-Box One )

- 본문에 서술한 그래픽 문제 외 / 약간의 프레임 드랍이 발생한다. Playstation 4에서는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X-Box One에서는 종종 나타나는 현상이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