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Gravity Rush 2 (그라비티 러쉬 2)

장르 : 액션

제작사 : Sony Interactive Entertainment Japan Studio

플랫폼 : Playstation 4

발매년도 : 2017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게임의 공간/진행 구성 중 하나인 오픈 월드(open-world)는 플레이어에게 높은 자유도를 제공한다. 그러나 단순히 방임주의적 자유를 제공하는 게 아니다. 작품 속 중심 이야기를 통해 큰 흐름을 만들어두고, 그 안에서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선택사항이란 보조 임무(sub-quest)를 비롯한 여러 형태의 컨텐츠를 말하는 데 중심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한 주 임무(main-quest)를 제외하면 특별히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오픈 월드는 중심이야기를 큰 흐름으로 두고 다양한 선택 사항을 제공하여 플레이어의 취향에 따라 컨텐츠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게 하는 게임 구성이라 볼 수 있다. 다만 아무리 높은 자유도를 가진 오픈 월드라 할지라도 제약이 있기는 마련이다. 그 제약이란 바로 ‘공간과 이동'의 제약. 자유도가 높다 한들 게임(game) 안에는 고유한 규칙(rule)이 존재한다. 칼과 방패를 들고 싸우는 게임에서 총과 대포를 쓸 수 없으며, 말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 게임에서 비행기를 탈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이렇듯 이동과 공간에 있어서도 플레이어가 접근 가능한 공간과 이동 가능한 범위가 정해져 있기에 오픈 월드라 할지라도 모든 것이 자유롭지는 않다.

중력을 독특한 게임성으로 호평을 받은 [Gravity Rush :소녀는 하늘로 떨어졌다]

그렇다면 이동의 제약이 사라진 오픈 월드가 있다면 어떨까? 플레이어가 기대하는 모든 장소에 오르내릴 수 있고, 접근 가능한 공간에 제약이 없으며, 이동이 완전히 자유로운 게임이 있다면? 그런 게임이 어디 있냐며 코웃음을 칠지도 모르겠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2012년 Playstation Vita로 발매된 [Gravity Rush : 소녀는 하늘로 떨어졌다]가 바로 이동과 공간에 제약이 없는 오픈 월드 게임이다. 이쯤 되면 호기심이 생길만하다. 이동에 제약이 없는 오픈 월드라니 얼마나 재미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Gravity Rush : 소녀는 하늘로 떨어졌다]는 일본 게임 대상을 받음과 더불어 게이머와 평론가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은 뒤, 2015년에는 Playstation 4로 리마스터(remaster)까지 이루어진 작품이다. 그리고 이러한 흥행에 힘입어 Playstation Vita에서 Playstation 4로 기종이 변경된 후속작 [Gravity Rush 2 : 하늘로 떨어진 소녀의 선택]까지 발매되었다.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마침 후속작이 손에 들어왔으니 파헤쳐보도록 하자.

몸을 가볍고 무겁게 만드는 것을 넘어서 다양한 형태의 중력 활용법이 존재한다

[Gravity Rush] 시리즈의 핵심은 작품의 이름 그대로 중력(gravity)이다. 중력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중력술사 캣(Kat)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중력을 활용하는 독특한 게임 방식을 선보이고 있는데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무중력 공간에서 부유하듯 공중을 날아다니는 것부터 시작해, 몸을 가볍게 만들어 아주 높이 뛰어오를 수 있고, 거꾸로 몸을 무겁게 하여 적에게 가하는 충격량을 향상하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주변 사물에 작용하는 중력을 조절하여 염동력을 사용하듯 사물을 들어 올릴 수도 있으며, 중력의 작용 방향을 바꿔 벽이나 밑바닥에 붙어 걸어 다니기까지 할 수 있다. 무중력 공간이나 중력의 방향이 바뀌는 장소가 나타나는 작품은 이전에도 등장한 바가 있지만 [Gravity Rush] 시리즈처럼 주인공(=플레이어)이 중력을 자유롭게 조절하여 다양한 움직임을 선보인 적은 없었기에 아주 신선하게 다가온다.

조작 방향이 2차원에서 3차원으로 확장되기에 조작이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중력을 사용하는 게임 방식만큼 인상적인 요소가 있다면 조작 체계(control system)다. 본작은 게임의 특성상 공중에 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조작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공중에서의 조작은 땅 위에 서 있을 때보다 조작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땅에 서 있는 상태에서의 움직임은 캐릭터가 두 발을 붙이고 있는 바닥, 즉, 면(面)을 따라가기 때문에 이동방향이 캐릭터를 중심축으로 하여 360’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2차원) 그러나 공중에 떠 있는 상태라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동 가능한 방향이 위아래로 추가되기 때문에 면을 따라가는 360'의 범위를 넘어서게 된다.(3차원) 게다가 시점이 1인칭이 아닌 3인칭이라면 조작은 더 복잡해진다. 1인칭은 시점이 고정되어 있기에 이동 방향에만 신경을 쓰면 되지만, 3인칭은 대게 카메라의 각도가 변하면서 시점도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같은 조작이라 할지라도 시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지므로 한층 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에서 비행 시뮬레이터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비행기가 항상 직진한다'는 상황을 만들어두거나 3인칭이지만 시점을 고정하는 방법을 활용하여 방향만 전환하는 형태로 조작을 편리하게 구성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중력 상태'는 비행하는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공중에 떠 있는 채로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있을 수도,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력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주인공이기에 원한다면 어떠한 방향으로든 움직이다가도 멈출 수 있어야 한다.

시점과 이동방향의 결합을 통해 스틱과 버튼 하나로 구성한 간단한 조작체계

이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은 바로 ‘시점과 이동 방향의 결합’. 무중력 상태에서의 이동방향은 캐릭터를 화면 한가운데에 두고 플레이어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정해진다. 화면 중앙에 표시(마커, marker)를 기준으로 플레이어의 시점을 조절할 수 있으며, 접근하고자 하는 위치로 시점/표시를 맞춘 뒤 움직이면 된다. 게다가 움직이기 위해 사용되는 것은 단 하나의 버튼뿐이다. 제자리에 멈춘 상태에서 버튼을 누르면 버튼을 누르는 순간에 바라보던 시점을 따라 이동하고, 움직이는 중에 버튼을 누르면 이동을 멈춘다. (단, 이동하는 중에는 시점을 바꿔도 방향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즉, 시점을 조절하는 스틱 하나와 이동/정지 기능을 가진 버튼 하나만을 활용하는 아주 간단한 조작 체계로 무중력 상태의 움직임을 구현해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조작법을 학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고 [Gravity Rush] 시리즈의 핵심인 중력을 이용한 자유로운 이동을 빠르게 숙달할 수 있다. 또한, 비행 상태를 조작하는 기존 작품들보다 조작의 어려움을 느끼는 시기가 거의 없으므로 게임의 재미를 빠르게 느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 외에도 중력을 이용한 공격(중력 킥, 중력 던지기 등)은 조준 보정/추적 기능이 존재해 정교하게 조작하지 않더라도 공격이 적중할 수 있게 했고, 하나의 버튼에는 하나의 기능만을 넣어(one button = one action) 의도와 달리 조작이 꼬이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단순하게 구성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조작의 편의성을 갖추고 있다.

불편함이라는 약점도 있지만, 역동성을 강화하는 강점도 가진 ‘양날의 검’ 시점

다만, 시점은 ‘양날의 검'이 되어버렸는데, 시점으로 인한 약점과 강점이 매우 명확하게 드러난다. 먼저 약점으로는 이동 방향과 시점의 결합을 통한 조작의 편의성 증대가 시점 자체를 불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무중력 상태에서 이동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시점을 바꿔야 하는데, 2차원에서 3차원으로 넓어진 이동 방향만큼 시점의 변화도 더 복잡해진다. 특히 이동 방향을 자주 바꿔야 하는 상황(전투, 추적 등)은 시점을 평소보다 더 자주 조정해야 해서 시각적으로 많은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연출을 위해 자동으로 발생하는 카메라 기법(줌 인, 줌 아웃 등)이 발생하는 경우는 시점이 급격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멀미를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이동 방향에 따라 시점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기존 게임에 비해, 조정이 거의 되지 않아 시점이 완전히 뒤집히거나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틀어지는 등 예상치 못한 시점 변화가 자주 발생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오히려 복잡한 시점 변화가 연출력을 강화하고 주인공의 행동을 더 역동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강점으로도 작용한다. 연출을 위해 활용한 카메라 기법들은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정해진 상황과 계산된 시점에서 보이는 게 일반적인데 본작은 시점이 수시로 바뀌다 보니 같은 상황에 같은 연출이라 할지라도 매번 달라 보이게 된다. 가령 중력킥을 사용할 때 기본적으로 줌 인(Zoom In)되지만 매번 시점의 변화가 달라서 그 느낌이 천차만별이다. 공격이 적중했을 때 시점이 살짝 회전하는 경우는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시점이 움직이지 않지만 한 번 더 줌인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공격이 더 강력하게 느껴지게 한다. 반대로 공격이 빗나갔을 때도, 시점이 바뀌지 않는 경우는 적에게 뒤를 잡힌듯한 기분을 들게 하면서도, 가끔은 공격이 빗나가는 순간 시점이 회전하면서 공격을 회피한 적의 모습을 함께 비춰 매우 멋진 그림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외에도 이런 불규칙하고 잦은 시점변화는 무중력 상태를 표현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 무중력 상태는 땅 위에 두 발을 붙이고 있는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시선 아래쪽에는 땅, 시선 위쪽에는 하늘)과 달리 위아래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회전하고 뒤집어지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점은 무중력 상태를 더 실감 나게 느끼도록 만든다. 즉, 복잡한 시점 변화는 시각적 불편함을 일으키지만 게임을 역동적으로 보이게 하고 무중력 상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품 전반에 깔린 만화/애니메이션을 보는 느낌의 디자인은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점은 조금 불편하지만, 이 안에 담긴 디자인과 컷씬, 그래픽 등의 시각적 요소는 매우 훌륭하여 플레이어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작품 전반에 깔린 일본 애니메이션 풍의 등장인물 디자인과 독특한 색채, 그리고 그 안에 그려진 작중 세계관은 대단히 멋진 그림을 그려낸다. 또한, 일본 애니메이션 풍의 디자인이 깔렸음에도 불구하고, 작중 각 지역은 일본이 아닌 다양한 국가가 연상되도록 만들어져 있으며 이들이 서로 상충하지 않고 조화를 잘 이루고 있어 독특한 느낌을 자아내기까지 한다. 컷씬(cutscene) 역시 매우 색다른 방법으로 구성하고 있는데, 종이 위에 칸을 나누고 그림과 말풍성을 활용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만화책 구성을 활용하고 있어 작품 전반의 애니메이션 느낌과 잘 이어지기까지 한다. 물론 만화책 구성의 컷씬이 아닌 영상 컷씬도 존재한다. 다만 시네마틱(cinematic) 컷씬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존 게임들과는 차이가 있다. 시네마틱 컷씬을 별도로 제작하여 화려한 연출이나 뛰어난 영상미를 보여주려고 하기보다는 게임 내 모델을 그대로 활용하여 영상과 게임 진행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괴리감을 없애는 데 집중했고 영상-게임 사이의 연결성을 갖춤으로써 작품 전반에 깔린 애니메이션다운 특징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기종 변경에 따라 한 단계 더 깔끔하고 선명한 그래픽을 갖춘 [Gravity Rush 2]

그래픽은 Playstation Vita에서 Playstation 4로 기종이 변경될 만큼 상당한 발전을 일궈냈다. 일부 지저분해 보이는 텍스처가 말끔하게 정리되었고, 원거리 그래픽 표현이 향상됨과 동시에, 색채가 한층 더 선명해졌으며, 인물 및 건축물을 비롯한 각종 모델로부터 느껴지던 뻣뻣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단, 전작 [Gravity Rush]의 그래픽도 발매 시기가 2012년인 것과 휴대용 기기로 개발이 되었음을 고려해보면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여러 긍정적인 변화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단연 광원 효과와 명암이다. 화면 속에 나타나는 빛과 그림자의 변화는 게임을 하는 내내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깨끗하고 선명해진 그래픽만큼이나 빛과 그림자가 분명하게 느껴지며, 같은 위치에 서 있더라도 캐릭터가 바라보는 방향이나 행동에 따라 바닥의 그림자가 수시로 변하는 것은 물론 빛의 각도에 따라 얼굴과 몸에 지는 그림자도 구체적으로 표현된다. 그뿐만 아니라 플레이어의 시점이 빛이 비치는 곳을 바라보느냐 빛을 등지고 있느냐에 따라 느껴지는 빛의 세기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 태양이나 야간 조명 같은 빛을 비추는 쪽으로 시점을 돌리면 게임 중에도 눈이 부실 정도이며, 그 반대로 시점을 돌리면 실제로 플레이어가 빛을 등지고 있는듯한 기분이 든다.

작중에서 사용하는 짧은 음절의 가상 언어는 실제 언어보다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시각적 요소가 워낙 인상적이다 보니 다소 가려지는 느낌도 없지 않지만, 청각적 요소도 아주 훌륭하다. 전투 중에 들을 수 있는 각종 효과음은 소위 타격감이라고 불리는 시청각 연출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고, 지역마다 정해져있는 배경음은 해당 지역의 분위기를 잘 살려낸다. 그리고 효과음과 배경음에 비하면 정말 작은 부분이지만 작중 등장인물들로부터 들을 수 있는 목소리(음성, 音聲)도 굉장히 매력적이다. [Gravity Rush]에서 들을 수 있는 언어는 가상의 언어인데 등장인물들의 말은 전부 알아들을 수 없으며 감탄사라고 해도 믿을 만큼 짧은 음절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적절한 성우를 찾지 못했거나 음성에 대해 소홀히 했다는 느낌을 받지만, 게임을 진행할수록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넘어 매력적으로 느끼게 된다. 게다가 짧은 음절을 가진 가상의 언어임에도 말을 하는 인물의 감정이 충분히 느껴지며 작중 세계를 더 신비롭게 느껴지도록 만들기까지 한다. (사실 짧음 음절을 가진 가상언어의 사용은 특정 국가의 색채를 드러내지 않기 위한 제작사의 전략이었는데, 이는 개발자들의 의도가 어느 정도 적중했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컨텐츠를 담아냈지만, 구성과 내용이 서로 달라 중복되는 형태가 거의 없다

중력을 조작하는 능력을 활용해 오픈 월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각종 컨텐츠는 매우 흥미롭다. 사람들이 옮기지 못하는 물건을 대신 옮겨주고, 접근할 수 없는 장소를 관찰하기 위해 하늘을 날며, 늦어진 신문 배달을 수습하기 위해 마을을 쏘다니거나, 결근한 스턴트맨을 대신에 액션 연기를 하고, 주민을 습격한 괴물을 무찌르는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컨텐츠 구성의 짜임새가 상당히 좋은데 여러 방면에서 그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중복되는 형태/내용의 컨텐츠가 거의 없어 반복수행으로 인한 지루함이 거의 없다. 오픈 월드 구성이 다양한 선택사항을 포함하는 건 사실이나 적지 않은 수의 작품이 비슷하고 반복적인 내용의 컨텐츠를 산발적으로 배치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선택사항을 제시한다 한들 다소 지루해질 가능성이 있는데, [Gravity Rush 2]는 중복되는 컨텐츠가 거의 없으며 비슷한 내용이라 할지라도 많은 차이점이 존재한다. 일례로, 중력 조작이 게임의 핵심이기에 대부분의 컨텐츠가 중력을 활용하고 있으나 일부 컨텐츠는 완전히 중력을 사용하지 않도록 제한을 두고 있어 색다른 느낌을 부여한다.

컨텐츠 자체가 독립된 이야기이자 중심 이야기의 이해를 돕는 기능을 하고 있다

다음으로, 게임 내 컨텐츠들이 단순한 미니게임/보조임무의 역할을 넘어선다. 각 컨텐츠는 마을 안의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담고 있다. 이는 플레이어의 기분을 환기하고 소소한 즐거움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독립된 이야기이다. 그뿐만 아니라 일부 컨텐츠는 세계관과 중심 이야기의 이해를 돕는 연결고리의 역할을 하고 있어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기까지 한다. 이러한 특징은 기존 오픈 월드의 컨텐츠 중 상당수가 작품 내 이야기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적거나(또는 관련이 아예 없고)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내용인 것과 매우 대조적이며, 개발자들이 플레이어가 즐길 컨텐츠를 효과적으로 구성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넓은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컨텐츠를 구성하여 욕구를 충족시킨다

마지막으로, 게임 속 세계를 돌아다니는 행위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인상적인 시각적 요소’와 ‘중력을 이용한 자유로운 이동’는 서로 시너지를 일으켜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킬 만 하다. 하지만 아무리 오픈 월드라 할지라도 아무런 목적 없이 돌아다니기는 곤란한 부분이 있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임무 수행과 이야기 진행과 관련 없는 곳으로 가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작중 컨텐츠의 상당수를 아주 넓은 범위에서 움직이도록 구성하여 세계를 돌아다니고픈 욕구를 자연스레 충족시켜주고 있다. 여기에 컨텐츠이자 보조 기능 중 하나인 ‘사진촬영’은 단순히 작중 세계를 눈으로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기록을 남길 수 있게’하여 더 특별한 느낌을 들게 한다. 물론 이야기 진행과 임무 수행과 전혀 관련이 없지만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저곳 돌아다니게 유도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순수하게 중력 조작 능력의 숙련도를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챌린지(Challenge, 도전)도 존재하며, 코스츔(costume, 의상) 변경, 방 꾸미기, 보물찾기 등 가볍고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컨텐츠도 포진해있어 더 많은 즐거움을 제공한다.

전작에서 풀리지 않은 의문은 해결했지만, 문제점을 해결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작중 중심 이야기, 즉, 스토리는 훌륭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전작 [Gravity Rush]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스토리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형성하며 이야기를 끌어간 것은 좋지만, 너무 많은 부분에서 답을 내리지 않은 채(too many mysteries unanswered) 이야기가 끝나버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Gravity Rush 2]에서는 캣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았고, 작중 세계가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 자세히 밝혀졌으며, 몇몇 인물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전작에서 답을 내리지 못한 내용을 충분히 해결했다. 그러나 이야기 전체를 살펴보면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상당수 존재한다. 전작에서 레이븐(Raven)의 출생과 정체에 대해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 캣과의 관련성을 강조하면서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이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의문만 증폭시킨 채 이야기를 끝마치게 된다. 그리고 새로이 등장한 인물인 세시(Ceci) 역시 전작의 사건과 연결성을 가지고 있지만, 세시의 각성이나 능력은 다소 급작스럽다고 느껴질 만큼 이야기 진행과 연결성이 떨어진다. 여기에 최종장 이전에 주적이었던 브라흐만 박사의 시간 억제 기술이 작품 전체의 이야기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세시의 동생 칼리(Kali)가 왜 갑자기 괴물로 변해버렸는지 등 설명이 부족한 내용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시리즈 전체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내용은 이야기 후반부에 몰려있다. 그러다 보니 초중반의 이야기에는 누가 나와도 상관없었을만큼 동떨어진 느낌이 날 뿐만 아니라 후반부에 들어서 이야기의 전개가 급격히  빨라져 짜임새도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설명하기 힘든 이야기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어 작중 세계관과 잘 맞아떨어지며, 각 등장인물의 인물상을 잘 드러나 모든 캐릭터가 상당히 개성 있게 다가오고, 주인공 캣이 헤쳐나가는 여러 사건사고들은 충분히 흥미로워 가볍게 즐기기에는 무리 없다는 점, 그리고 [Gravity Rush : 소녀는 하늘로 떨어졌다]의 후속작으로써는 이야기를 적절히 끝마쳤다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약점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게임이었기에 큰 아쉬움이 남는다

[Gravity Rush 2 : 하늘로 떨어진 소녀의 선택]은 매력적인 작품이다. 중력을 활용한 독특한 게임방식, 학습에 어려움이 없는 간편한 조직체계, 애니메이션을 보는듯한 인상적인 시청각적 요소, 다채로운 내용과 훌륭한 짜임새를 갖춘 컨텐츠,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시너지를 일으키는 오픈 월드 공간은 플레이어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한다. 물론 이야기 측면에서 약점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작에서 해결하지 못한 이야기의 상당 부분을 해결했고, 매력적인 등장인물과 작지만 흥미로운 사건/사고들은 그 자체로 즐겁다. 그러나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Gravity Rush] 시리즈는 [Gravity Rush 2 : 하늘로 떨어진 소녀의 선택]을 끝으로 더는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는 이야기가 남아 있으며, 게임 자체는 아주 흥미로웠기에 아쉽지 않을 수 없다.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언젠가 [Gravity Rush]의 이름으로 새로운 작품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못다 한 이야기

- 시점의 경우 불편함을 해소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카메라를 최대한 멀리 배치하며 시야 범위를 넓히면 시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이렇게 되면 역동성이 감소하여 등장인물의 액션이 밋밋해지게 된다. 또한, 플레이어도 무중력 상태에 있는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는 주인공이 바라보는 것과 비슷한 시점을 가져야 하는데, 카메라를 멀리하면 주인공이 바라보는 것과 차이가 발생하므로 무중력 상태를 거의 느낄 수 없게 된다. 아마 제작사도 이를 알고 있기에 다소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시점을 자주 바뀌도록 설정한 것이리라 생각한다. 게다가 이동 중에는 시점이 안정적이며, 시점을 제자리로 돌리는 버튼이 따로 있기에 매번 시점이 불편한 것은 아니다. 나름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라 본다.

- '사진촬영'이 정말 흥미롭다. 게임 내 디자인과 그래픽이 인상적이다 보니 게임을 진행하는 중에 수시로 사진을 찍게 된다. 여기에 의상을 변경할 수 있고, 분위기가 모두 다른 다양한 지역이 존재하기에 조금만 노력한다면 대단히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다. 게다가 사진과 관련된 컨텐츠도 상당수 존재한다. 사진을 보고 사람을 찾는다거나 특정 상황을 포착한 사진을 촬용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응용하고 있으며, 다른 게이머들이 촬영한 사진을 실시간으로 공유하여 보물찾기를 위한 힌트로 제공하거나 멋진 장소에 대한 정보를 보여주기도 한다.

- 엔딩 크레딧이 굉장히 멋지다. 게임 진행 중에 촬영한 사진을 하나씩 보여주는 데 추억을 되새기는듯한 기분이 들어 끝까지 보게 된다. 신비로운 분위기로 여운을 남기는 결말을 더 진하게 만드는 것은 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아주 드물게 프레임 드랍이 발생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