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Puyo Puyo Tetris (뿌요뿌요 테트리스)

장르 : 퍼즐

제작사 : SEGA

플랫폼 : Playstation 3, Playstation 4, PS Vita, 3DS, Wii U, Nintendo Switch

발매년도 : 2014년 / 2017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 게임과 저 게임이 만나면 어떨까?” 게이머가 흔히 하는 망상 중 하나다. 서로 만날 수 없는 세계관, 완전히 분리된 작품에 있는 캐릭터를 머릿속에 불러들여 싸움을 붙이고 이야기를 만들어 가며 온갖 그림을 그려낸다. 물론 이들은 서로 만날 일은 전혀 없기에 망상(이치에 맞지 아니한 생각)이라고 표현했지만, 게이머에게는 게임을 하는 것 못지않게 즐거운 활동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을 단순히 망상으로 치부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현실이 되어버린 망상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Diablo] 시리즈의 악마들과 [Starcraft] 시리즈의 영웅 중 누가 더 강한지에 대한 망상은 오랫동안 결론이 나지 않는 토론의 장을 열었으나 몇 년 전 Blizzard의 모든 캐릭터를 동원한 [Heroes of the Storm]이 나오면서 망상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SEGA와 Nintendo를 상징하는 마스코트로써 결코 공존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소닉(Sonic)과 마리오(Mario)도 언제부턴가 [Mario and Sonic Olympic] 시리즈로 뭉쳐 정기적으로 함께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올스타(All-Stars)의 컨셉으로 여러 작품의 캐릭터가 한 데 모여 이야기를 만드는 게임도 적지 않다. 이쯤 되면 망상이 아닌 충분히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상상이라고 해야 할 게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 누군가의 상상이 현실로 구현된 작품이 하나 있다. 타일매칭 퍼즐(Tile-matching Puzzle)이라고 불리는 장르를 대표하는 두 작품, [Puyo Puyo]와 [Tetris]가 하나로 뭉친 [Puyo Puyo Tetris]다.

규칙에 맞춰 블럭을 연결하는 타일매칭 퍼즐, 그리고 하위 장르인 낙하물 퍼즐

타일매칭 퍼즐(Tile-matching Puzzle)은 이름 그대로 타일(tile, 블럭)을 맞추는(matching)을 퍼즐을 말한다. 작품마다 규칙은 다르지만 블럭을 움직여 퍼즐을 풀이하는 형태이며, 단순한 방법과 이해하기 쉬운 규칙으로 한번 빠지면 쉽게 놓을 수 없는 중독성을 갖춘 오랜 기간 꾸준히 사랑받아온 장르이기도 하다. 가까운 예로는 [애니팡]이나 [Candy Crush Soda]가 이에 해당하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Tetris]나 [Puzznic]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Tetris]의 경우 작품이 가진 가치와 영향력, 그리고 이후에 나온 작품들로 인해 타일매칭 퍼즐에서 한 단계 더 낮은 세부 장르로 분류되기도 한다. 바로 낙하물 퍼즐(落ち物パズル)이다. 소위 ‘테트리스류 퍼즐'이라고도 칭해지는 낙하물 퍼즐은 블럭을 맞추는 게임방식은 똑같으나 블럭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동안 퍼즐을 풀이해야 한다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Alexey Pajitnov가 개발한 [Tetris], SEGA의 [Columns]와 [PuyoPuyo], Nintendo의 [Dr.Mario], Q Entertainment의 [Lumines] 등이 낙하물 퍼즐의 예다.

1984년 Alexey Pajitnov에 의해 최초로 만들어진 일렉트로니카 60 전용 [Tetris]

그렇다면 [Tetris]와 [Puyo Puyo]에 대해 잠깐 알아보자. [Tetris]는 Soviet Academy of Science 소속의 프로그래머 Alexey Pajitnov에 의해 1984년에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연구실에서 일하는 동료들을 위해 간단한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개발 됐으며 상용화할 생각이 없었기에 연구실 내에서 사용하던 PC인 일렉트로니카 60(Electronika 60)에서 사용할 수 있게 개발되었다. 텍스트(text)로 블럭의 모양을 만든 단순한 그래픽이었지만, 이 최초의 [Tetris]는 동료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고 같은 연구소에서 일하던 Dmitry Pavlovsky, Vadim Gerasimov에 의해 IBM PC로 옮겨지면서 모스크바 전체에서 폭발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Tetris]의 인기는 모스크바를 넘어 유럽 전역으로 전파되었고, 이후 각 지역에서 다양한 플랫폼의 [Tetris]가 개발되면서 전 세계로 퍼지게 된 것이다. 결국, 최초의 [Tetris]의 뒤를 이어 수많은 모방작, 아류작, 파생작이 개발되었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으로 기록되면서 게임 자체가 하나의 장르(테트리스류 게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1991년 Compile에 의해 개발된 [Puyo Puyo]는 SEGA에 의해 대박을 터뜨린다

[Puyo Puyo]는 1991년 Compile(컴파일)에서 만든 가정용 게임이 그 시초다. [Tetris]와 비슷해 보이지만 뿌요(Puyo)라는 슬라임 몬스터를 4개 이상 연결해 분해하는 방식, 뿌요가 분해되어 생겨난 공간에 위에 있던 뿌요가 떨어져 공간을 채워지는 규칙, 그리고 앞서 언급한 방식과 규칙이 조합을 이뤄 연속적으로 뿌요가 분해되는 연쇄 시스템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점수를 기록하는 싱글플레이에 중점이 맞춰진 [Tetris]와 달리 처음부터 대전 요소에 초점을 맞췄고, 자사의 RPG인 [마도물어]의 캐릭터를 활용해 [Puyo Puyo]만의 개성을 갖추기까지 했다. 처음에는 큰 인기를 얻지 못했으나, 1992년에 SEGA의 제안으로 아케이드 버전으로 내놓으면서 인기를 끌었고 십 년 가까이 Compile을 대표작으로 명성을 이어 갔다. 물론 Compile의 경영난으로 인해 회사가 문을 닫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지만, [Puyo Puyo]의 판권은 SEGA가 이어받아 시리지를 지속해 25년 이상 시리즈를 이어오며 [Tetris] 못지않게 대표적인 Tile-matching Puzzle(또는 낙하물 퍼즐)로 인정받고 있다.

낙하물 퍼즐이라는 점은 같지만 특성이 전혀 다른 테트리스(좌)와 뿌요뿌요(우)

[Puyo Puyo]와 [Tetris]는 형태가 비슷하지만, 그 안에 짜인 규칙과 특성에는 큰 차이가 있다. [Tetris]는 일곱 종류의 블럭을 좌우로 돌려가며 쌓아 빈칸이 없는 가로줄을 채워 블럭을 제거하는 게 게임의 규칙이자 목표다. 그리고 바닥에 놓여 한번 자리를 잡은 블럭은 (가로로 채워진 줄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제자리를 유지하기에 직관성이 뛰어나며 게임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전혀 없다. 그래서 복잡한 사고력보다는 순간적 판단력을 많이 요구하며 이에 상응하는 순발력과 정확하고 빠른 조작을 해야 하기에 퍼즐 게임임에도 상당한 수준의 조작하는 재미를 가지고 있다. 반면 [Puyo Puyo]는 방향과 형태에 상관없이 같은 색깔의 뿌요를 네 개 이상 연결하면 블럭(뿌요)이 제거된다. 방향에 상관없이 연결만 하면 된다는 점에서 [Tetris]보다 쉽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막상 게임을 해보면 그렇지 않다. 항상 제자리를 유지하는 [Tetris]의 블럭과 달리 뿌요는 공간이 생기면 위에 있는 뿌요가 떨어져 빈공간을 채워지고 뿌요의 배치가 바뀌게 된다. 뿌요 배치의 변화는 추가적인 뿌요의 분해, 즉, ‘연쇄'를 일으키며 이러한 연쇄가 여러 번 일어나는 것을 ‘대연쇄'라고 한다. 대전 요소가 강조된 [Puyo Puyo]의 특성상 여러번의 연쇄를 일으키는 게 중요한데, 연쇄는 플레이어가 뿌요를 ‘어떻게 쌓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므로 정확도나 순발력보다는 뿌요가 분해되었을 때 배치가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고 계산하는, 그리고 최대한 연속적인 연쇄가 일어날 수 있도록 뿌요를 쌓는 사고력을 필요로 한다.

기본적인 게임 방식부터 둘을 조합한 새로운 형태까지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

이렇듯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특성을 가닌 두 퍼즐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여러 가지 재미를 선사한다. 하나의 작품 안에서 서로 다른 성격의 두 가지 퍼즐을 취향에 따라 선택해서 할 수 있는 기본적인 형태는 물론이거니와 테트리스와 뿌요뿌요를 조합한 독특한 형태도 다양하게 담아냈다. 하나의 타일 내에서 테트리스와 뿌요가 동시에 떨어지는 Puyo-Tet Mix, 일정 주기에 따라 테트리스와 뿌요뿌요를 바꿔가며 진행하는 Puyo-Tet Swap, 뿌요뿌요를 테트리스의 규칙에 맞춰 변형한 10 Lines Puyo 등이 바로 그것이다. 테트리스와 뿌요뿌요를 조합은 각 작품의 규칙과 형태를 하나로 묶어놓았기에 그 자체로 독특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각 작품에서 요구하는 능력(순발력, 사고력 등)을 동시에 요구하게 된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며 기존 게임과는 다른 전략과 응용을 해야 하기에 기존의 [Puyo Puyo] 및 [Tetris]와는 분명히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정해진 시간 안에 점수를 모아 점수의 차이만큼 체력을 깎아나가는 빅뱅 모드, 게임오버 없이 각종 아이템을 활용해 상대를 방해하면서 최대한 많은 점수를 쌓는 게 목적인 파티 모드 같이 변칙적인 규칙도 존재해 즐길 거리가 상당히 많다.

기초부터! 잘 갖춰진 튜토리얼 덕분에 초보자들도 접근하기가 매우 편리해졌다

튜토리얼(Tutorial)이 잘 짜여있다는 점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이해하기 쉽고 간단한 규칙을 가진 [Tetris]와 [Puyo Puyo]지만 두 작품 모두 25년 이상 이어져온 퍼즐 게임이다 보니 초심자와 상급자의 실력 차이가 크다. 각 게임에서 상급자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익혀야 할 기술과 요령이 몇가지 있는데 사실 초심자의 입장에서 아무런 도움 없이 익히기 쉽지 않다. 가령 [Tetris]의 고급기술 중 하나인 T-Spin(블럭을 회전과 낙하 타이밍을 계산해 일반적으로는 넣을 수 없는 곳에 블럭을 끼워 넣는 기술)은 초심자를 벗어나 숙련자로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익혀야 하는 기술인데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는 이상 기술 자체가 있다는 것조차 알기 어렵다. [Puyo Puyo]도 연쇄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효과적으로 뿌요를 쌓는 방법을 알기 위해서는 수백번, 수천번 게임을 하면서 경험을 쌓는 방법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어 시간 소모가 상당한 편이다. 이러한 이유로 [Puyo Puyo Tetris]는 단계별로 튜토리얼이 준비되어 있어 [Tetris]와 [Puyo Puyo]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으로 시작해, T-Spin의 사용법까지 체계적으로 가르쳐줄 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연쇄를 위해 쌓아야 할 뿌요의 형태를 여러 가지로 제시해주고 있어 학습이 매우 용이함은 물론 숙련자로 진입하기 위한 시간을 크게 단축해준다.

싱글 플레이와 멀티 플레이 양쪽 모두 풍부해 혼자 해도 즐겁고 같이 해도 즐겁다

싱글 플레이와 멀티 플레이의 비중도 매우 균형 있게 구성되어 있다. [Puyo Puyo]와 [Tetris] 모두 퍼즐이지만 대전 요소가 강조되다 보니 사람 사이에 대결이 이루어지는 멀티 플레이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다시피 실력 차이가 존재해 초심자는 멀티 플레이로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튜토리얼도 잘 구성되어 있지만, 게임에 대한 숙련도를 점진적으로 늘리기 위해 싱글 플레이의 구성도 중요한데 이를 성공적으로 갖춰두었다. 세세하게 나눠진 난이도와 다양한 도전과제는 실력을 단계적으로 증진하기에 충분하며, 컴퓨터와의 대전은 초보자에게는 어렵다고 느껴질 정도로 설정되어 있어 멀티 플레이에 도전하기 전까지 훈련 대상으로 아주 적절하다. 이 외에도 무한뿌요, 무한테트, 토너먼트 등 다양한 게임 모드를 제공하고 있어 싱글 플레이용 퍼즐 게임으로써 많은 시간을 즐겨도 전혀 지루함이 없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게이머라면 곧바로 멀티 플레이를, 처음 게임을 접하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싱글 플레이를 취향에 따라 선택해서 즐기면 된다.

모든 기존 캐릭터에 더해 신규 캐릭터가 나왔음에도 여전히 개성이 넘쳐 난다

콜라보레이션의 주축이 SEGA이다 보니 기존 [Puyo Puyo] 시리즈의 강점이었던 캐릭터성도 여전히 잘 드러난다. Tile-matching Puzzle의 콜라보레이션을 기념이라도 하듯 기존 [Puyo Puyo] 시리즈의 모든 캐릭터가 모두 등장할 뿐만 아니라 [Tetris] 쪽에도 신규 캐릭터가 추가되어 상당히 많은 수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테트리스 블럭 이름을 딴 캐릭터의 이름은 전혀 어색하지 않으며, 많은 수의 캐릭터가 새로이 추가되었음에도 기존 캐릭터와 겹치는 특성이 없어 모두 개성 있게 느껴진다. 게다가 대칭되는 블럭의 이름을 가진 캐릭터의 설정(에스와 제트는 부녀, 제이와 엘은 쌍둥이)을 재미있게 구축했고, ‘차원의 붕괴로 인한 두 세계의 만남’이라는 중심이야기를 통해 게임 내 이야기도 어느 정도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 있다. 다만 테트리스 진영의 캐릭터는 콜라보레이션에 의해 일회성으로 등장한 것이기에 SEGA 측에서 테트리스를 발매하지 않는 이상 다른 작품에서는 볼 수 없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기념비적인 작품임과 동시에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퍼즐 게임!

[Puyo Puyo Tetris]는 [Puyo Puyo]와 [Tetris]가 가진 고유한 재미를 뛰어넘는 것을 가지고 있다. 두 게임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낸 것은 물론 각각의 특징을 적절히 조합해 익숙하면서 새로운 게임을 여럿 만들었다. 그리고 [Puyo Puyo]의 강점이었던 캐릭터성을 [Tetris]에도 잘 적용해 일회성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와 이야기를 담고 있기까지 하여 다양한 재미와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Puyo Puyo]와 [Tetris]를 전혀 해보지 못한 사람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충실한 구성이 담겨 있기에 친구와 함께, 가족과 함께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는 게임이다.  [Puyo Puyo Tetris]는 기존 팬들에게는 물론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도 아주 멋진 선물이 될 것이며, 동시에 Tile-matching Puzzle의 두 대표작이 하나로 뭉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 뿌요와 테트. 당신은 어느 쪽을 고르겠는가?

못다 한 이야기

- 당연한 이야기지만 테트리스와 뿌요뿌요 사이의 승부도 가능하다. 다만, 서로 다른 게임인지라 밸런스 측면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숙련자들 사이에서는 테트리스가 뿌요뿌요에 비해 유리하다고 한다. 물론 이는 비슷한 실력의 상급자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이며, 가볍게 즐기는 수준의 일반 게이머에게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 성우들의 캐릭터 연기는 나쁘지 않았으나 전체적으로 말이 느리고 발음을 또박또박하게 내는 편이다. 전연령을 대상으로 즐길 수 있어야 하는 게임이다 보니 저연령층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신경 쓴듯하다. 대사가 전반적으로 짧은 것도 비슷한 이유인 듯?

- 여느 테트리스류 게임이 다 그렇듯이 중독성이 대단하다. 싱글 플레이만 2시간을 넘게 해도 전혀 질리지 않으며 퍼즐 게임의 특성상 언제나 강한 몰입을 할 수밖에 없다. 저렴한 가격에 여러 사람이 오래도록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찾는다면 [Puyo Puyo Tetris]만한 작품은 없다고 본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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