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The Last Guardian (더 라스트 가디언 / 식인 거대 독수리 토리코)

장르 : 액션, 퍼즐, 어드벤처

제작사 : genDESIGN, Sony Interactive Entertatinment

플랫폼 : Playstation 4

발매연도 : 2016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Playstation 2 시기에 게임을 하던 사람이라면 [ICO]와 [Shadow of the Colossus](한국명 - 완다와 거상)에 대해 듣거나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안개의 성에 빠져나가기 위한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ICO], 소녀를 살리기 위해 거상과 싸우는 소년의 여정을 담은 [Shadow of the Colossus] 말이다. 이 두 작품은 게임 감독이자 디자이너인 ‘우에다 후미토'의 지휘 아래 만들어졌으며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명작이라고 회자될 만큼 대단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면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이유가 여럿 있음에도 불구하고 [ICO]와 [Shadow of the Colossus]의 시절을 경험한 이들이 말하는 ‘명작이라 불리는 이유'는 하나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이전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함. 현대 미술을 전공한 우에다 후미토의 예술적 성향을 반영된, 게임 전반에 걸친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 감성을 자극하는 색채와 디자인, 플레이어의 상상력과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 전달방법 등이 바로 그것이며 많은 이들이 두 작품을 회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ICO]와 [Shadow of the Colossus]의 뒤를 이을 후속작 [The Last Guardian]에 대해 기대하고 있는 내용도 두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소년과 독수리 토리코(Trico)의 교감을 강조한 [The Last Guardian]이다 보니 앞선 두 작품보다 한층 더 인상적인 이야기와 분위기를 보여주리라는 기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2001년 작 [ICO], 2005년 작 [Shadow of the Colossus] 이후로 10년이 걸렸다

하지만 [The Last Guardian]은 개발부터 완성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ICO]와 [Shadow of the Colossus]의 발매연도는 각각 2001년과 2005년. 두 작품 사이에 4년이라는 시간도 매우 길지만 [The Last Guardian]은 이보다 더 긴 세월이 걸렸다. 2007년에 개발이 시작되어 2016년에 발매, 다시 말해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10년이나 걸린 것이다. 이는 개발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불가피하게 개발을 지속하며 발매가 미뤄졌기 때문이다. Playstation 3에 맞춰 우에다 후미토가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했으나 쉽지 않았고, 결국 2011년에 발매 예정이었던 것을 무제한 연기하기에 이르렀다. 비슷한 시기에 우에다 후미토가 소니를 퇴사하여 외부직원으로서의 협력을 시작했으며, 2012년에 목표 플랫폼을 Playstation 3에서 Playstation 4를 목표로 변경해 다시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기술적 어려움과 사업상 갈등 등 복잡한 상황이 얽히게 되었다. 그리고 2016년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에서 10월 26일에 발매를 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많은 수의 버그가 뒤늦게 발견되어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다시 한번 발매가 연기되었다. 마지막까지 연기가 되었으니 정말 다사다난한 세월을 거쳤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개발이 중단되지 않았으니 언젠가 발매는 되는 법! 2016년 12월 6일, 많은 이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The Last Guardian]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ICO]와 [Shadow of the Colossus]를 경험한 게이머들이 기대하는 것을 그대로 간직한 채 말이다.

높은 빈도로 발생하는 프레임 드랍은 Playstation 4로 발매된 게임치고 아쉽다

그런데 [The Last Guardian]이 [ICO]와 [Shadow of the Colossus]에 버금가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나 문제점이 적지 않다. 아마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기술적 어려움이 [The Last Guardian]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의 원인이 아닐까 싶다. 먼저 가장 눈에 띄는 문제는 게임 전반에 걸쳐 굉장히 높은 빈도로 프레임(fps, frame per second)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현재 확인된 것에 따르면 Playstation 4 Pro는 평균 30fps, Playstation 4는 평균 24fps으로 구동이 된다고 하는데, Playstation 4는 확실히 눈이 불편해질 만큼 프레임이 큰 폭으로 떨어진다. 이는 2015년, SCEWW(Sony Computer Entertainment WorldWide) 대표 요시다 슈헤이가 “목표 플랫폼을 Playstation 3로 두고 개발하던 [The Last Guardian]의 2009년 트레일러는 아주 낮은 프레임으로 인해 재생 속도를 높인 것"이라고 밝힌 것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므로 Playstation 4와 Pro로 목표 플랫폼을 변경하여 Playstation 3보다 개선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 수 있으나 현세대 기준으로는 여전히 낮은 프레임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어 상당히 아쉽게 다가온다.

불편함 시점 -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시점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낄 때가 많다

낮은 프레임 외 다른 문제도 존재한다. 시점과 조작감. 이 두 가지 문제는 결코 웃어넘길 수 없는 수준이다. 시점 문제는 [The Last Guardian] 이전의 많은 게임에서 나타난, 흔하디흔한 문제지만 본작에서는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소년과 토리코의 움직임이 모두 중요한 게임의 특성상 시점의 변화는 매우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한다. 소년이 움직일 때, 토리코가 움직일 때, 소년이 토리코에게 명령을 내릴 때, 소년이 토리코에게 매달릴 때 등 시점이 변하는 상황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두 캐릭터가 쉴 새 없이 움직이다보니 시점의 변화가 지나치게 자주 일어나 시각적으로 많은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단순히 플레이어가 직접 번갈아가며 조작하는 것이라면 의도한 시점의 변화이기에 불편함의 정도가 덜하겠지만, 플레이어는 소년만 조작할 뿐 명령을 내리지 않는 한 토리코는 자동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의도치 않은 시점의 변화는 더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뿐만 아니라 시점 자체도 그리 적절하지 못하다. 주변 환경을 관찰해야 하는 퍼즐 게임임에도 시야가 넓지 못하며 시점을 조절할 때의 각도가 애매하여 효과적인 탐색이 어렵다. 더욱이 많은 게임에서 나타나는 ‘좁은 공간에서의 부적절한 시점'은 본작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나며 그 빈도가 낮지 않다. 토리코의 소년의 간격이 좁아질 때, 소년이 토리코에게 매달린 채 좁은 곳을 통과할 때 등 몇 가지 상황에서 화면이 검게 뒤덮이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게 그 예이다. 그러다 보니 퍼즐 풀이와 게임 진행을 위해 플레이어는 수시로 시점을 조절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며 이는 간접적으로 조작을 불편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게임 진행 중 토리코에 오르내릴 일이 많으나 그 상황에서 조작감이 영 좋지 않다

조작감은 소년만 움직이는 경우라면 문제가 거의 없다. 복잡한 조작법이 존재하는 게 아니며 소년만 움직일 때는 토리코와 함께 움직일 때만큼 시점 변화가 자주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시점으로 인한 조작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저 상호작용 판정이 여유롭지 않아 조작을 정확히 해야 한다는 것 외에는 불편함이 없다. 다만 토리코와의 함께 움직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소년이 토리코의 몸을 오르고 내려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데, 이때 조작이 굉장히 불편해진다. 소년이 토리코에게 매달리는 위치, 토리코가 취하고 있는 자세에 따라 같은 조작을 하더라도 움직이는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다. 또한, 조작에 따른 이동방향이 시점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게 아니므로 의도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기에 토리코에게 매달린 소년을 조작하는 중에 토리코가 움직이거나 소년이 머리를 아래로 향한 자세로 거꾸로 매달리는 상황이라도 발생한다면, (앞서 언급했듯이 시점이 달라짐과 동시에 조작 방향도 바뀌게 되어) 조작은 한층 더 까다로워진다. 결국 소년과 토리코를 적절히 조작하기 위해서는 수시로 시점을 조정해야 하는 것은 물론 필요에 따라 처음부터 다시 토리코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귀찮은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그뿐만 아니라 토리코에게 매달리지 않더라도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어떤 물체에 매달려 있을 때 조작이 상당히 불편하며, 토리코의 다리와 몸통이 붙어있음(앉아 있거나 엎드려있을 때)에도 소년이 다리-몸통으로 곧장 이동할 수 없어 다리-엉덩이-몸통의 순서로 돌아가야 하거나, 다리 앞쪽에서 매달리기를 시도했는데 뒤쪽에 매달려지면서 의도치 않게 조작이 까다로운 상황이 발생하는 등 여러모로 조작에 많은 불편함을 유발하는 요소들이 적지 않다.

토리코에게 명령을 내리는 게 본작의 핵심 조작법이지만 이조차 쉽지만은 않다

문제가 여기까지만 있으면 좋겠지만, 또 다른 문제도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토리코의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그리 뛰어나지 못하다는 점이다. 소년과 토리코의 교감이 [The Last Guardian]의 핵심이듯 플레이어는 소년을 조작함과 동시에 토리코에게 명령을 내리면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퍼즐을 풀이하기 위해서는 소년만이 아닌 토리코를 충분히 이용해야 하며, 적지 않은 수의 퍼즐이 토리코와 소년이 힘을 합쳐야만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토리코를 원하는 대로 통제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플레이어가 명령을 내리더라도 명령을 수행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제각각이며, 명령을 수행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결국, 움직이지 않거나 제대로 명령을 수행하지 않는 토리코로 인해 플레이어는 같은 명령을 반복적으로 내리게 되는데, 이때 여러 개의 명령이 겹치면서 토리코를 움직이는 게 더 어려워진다. (연구에 따르면 명령-대기-수행 과정을 거친다고 하며 한 번만 명령을 내린 뒤 기다리는 게 좋다고 한다. 그러나 처음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가 이를 알 수 있을 리 없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시점/조작 문제도 영향을 미쳐 플레이어의 의도와 다른 엉뚱한 명령이 입력되기까지 한다. 이에 따라 기껏 힘들게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가 버리거나, 추가적인 명령이 내려질 때까지 특정 행동을 무한정 반복하기도 하며, 같이 움직여야 하는 구간에서 명령을 무시하고 혼자 가버리는 등 웃지 못할 상황이 적지 않다. 이렇듯 플레이어의 명령에 정확히 움직이지 못하는 토리코는 상당한 짜증을 불러일으키며, 토리코의 행동도 그리 빠릿빠릿하지 못하기까지 하여 많은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불편함을 느낌과 동시에 예상치 못한 예스러움 느낌을 느끼고 감정이입이 된다

눈이 불편해질 정도의 낮은 프레임, 효과적이지 못한 시점, 여러 가지 난감한 상황을 만드는 조작감, 게임의 진행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토리코의 인공지능은 [The Last Guardian]을 굉장히 수준 낮은 게임으로 비치게 한다. 기술적 문제는 게임에 대한 몰입을 해칠 수 있으며, 몰입이 되지 않음은 게임의 매력을 반감시킬 뿐만 아니라 작품의 완성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순 없다. 다만 이렇게 많은 불편함이 존재함에도 [ICO]와 [Shadow of the Colossus], 그리고 [The Last Guardian]으로 이어지는 작품 특유의 분위기와 플레이어의 감정이입을 약화하지 않는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오히려 예스러운 느낌을 끌어내고 더 강한 감정이입이 이루어지게 한다.

어디를 바라봐도 한 장의 그림이 될 만큼 아름다운 그래픽은 예스럽기까지하다

[ICO]와 [Shadow of the Colossus]에서 보여주었던 신비로운 분위기는 [The Last Guardian]에도 여전히 잘 깔려있다. 최근 게임들이 추구하는 정교하고 현실적인 느낌은 물론이거니와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어 전작들과 궤를 같이한다. 또한 [ICO]와 [Shadow of the Colossus]처럼 안개가 있진 않아도 안개에 둘러싸인듯 뿌연 느낌이 은은하게 나며, 파스텔과 수채화로 색을 낸듯한 부드러운 색감 역시 전작의 모습을 변함없이 따라가고 있어 플레이어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기암괴석과 다양한 식물들이 즐비해 있는 환경, 독특한 디자인과 복잡한 구조를 지닌 거대한 건축물, 그리고 이 두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내는 작품 속 배경은 여느 작품들 못지않게 세밀하고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더군다나 탁 트인 장소에서 볼 수 있는 전망은 게임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이며 언제 어디서든 어느 곳을 바라봐도 그림이 나올 정도로 멋지다.

이렇듯 보기만 해도 가슴 한쪽이 뭉클해지는 그래픽은 프레임이 낮아지는 현상으로 인해 도리어 예스러운 느낌이 나게 한다. 프레임이 낮아지는 현상으로 인해 시각적으로 불편함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60프레임이 기본이 되어버린 시대에서 20~30프레임을 오가는 게임이 매력을 발산하기가 어려운 것도 당연하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적 문제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불편함 뿐만 아니라 [ICO]와 [Shadow of the Colossus] 시절이 함께 느껴지게 한다. 서로 다른 시대에 나왔으며 발매 시기도 멀리 떨어진 세 작품이지만 어쩐지 하나로 묶여있는 듯한 생각도 든다. 게다가 바람에 흔들리는 풀과 나무, 느릿한 토리코의 움직임 등은 의도적으로 프레임을 낮춰 감성을 자극하는 연출로써 집어넣는 듯해 보일 때도 있어 나쁘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전작 [Shadow of the Colossus]가 Playstation 2에서 낮은 프레임으로 인해 역동감이 살아났다고 평가받다가 Playstation 3로 이식되면서 프레임이 개선되자 역동감이 이식하기 전보다 못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The Last Guardian]의 낮은 프레임도 의도치 않게 긍정적인 효과를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불편함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은 토리코를 이해하고 감정을 이입하는 과정이 된다

낮은 인공지능, 불편한 조작감, 부적절한 시점도 마찬가지다. 작품의 핵심인 ‘소년과 토리코의 교감’은 ‘플레이어와 인공지능의 교감’과 동일한 위치에 놓을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감정이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높은 수준의 감정이입은 게임 속에 담긴 소년과 토리코의 여정뿐만 아니라 위의 세 가지 기술적 문제들로부터 느끼는 불편함과 이에 적응하고 해소하는 과정에 의해 이루어진다. 분명 토리코는 말을 잘 듣지 않는다(낮은 인공지능). 소년의 몸으로 거대한 짐승의 몸을 오르내리긴 절대 쉽지 않다(불편한 조작감). 좁은 공간에 거대한 짐승과 함께 있으면 주위가 잘 보일 리도 없다(부적절한 시점).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소년은 토리코를 어르고 달래서 문제 상황을 헤쳐나가야 하며, 그 소년은 바로 [The Last Guardian]을 플레이하는 게이머가 된다. 처음에는 말을 잘 듣지 않아 토리코에게 짜증과 분노를 느낄 수 있지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게임을 끝내기 위해) 토리코의 도움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토리코를 잘 움직일 수 있을지 토리코의 행동을 끊임없이 관찰하면서 여러 가지 명령과 다양한 움직임을 시도하게 된다. 그리고 잘 움직이지 않던 토리코가 조금씩 소년과 플레이어의 생각대로 움직이고 토리코의 도움으로 문제 상황을 해결한다. 이러한 시간이 쌓이고 쌓인 후 플레이어는 불편함에 적응하는 것과 더불어 토리코를 더 효과적으로 움직이는 요령을 익히고 토리코를 의도한 대로 움직였다는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이 의미는 무엇일까? 바로 소년과 토리코가 가까워짐을 의미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플레이어의 다양한 감정이 반영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반려동물을 처음 만났을 때 말을 잘 듣던가? 함께하는 시간을 조금씩 쌓아가면서 반려동물의 행동을 이해해야만 생각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지 않은가? (명령-대기-수행 단계가 존재함을 이해하는 과정과 같다) 이처럼 본작의 인공지능, 조작감, 시점은 분명히 불편함을 느끼게 하지만 이와 동시에 소년과 토리코의 교감을 플레이어와 인공지능의 교감으로 대입해주는, 다시 말해 플레이어가 소년이 되는 장치로 작용해 강한 감정이입을 가능케 해준다.

문제점들을 배제하더라도 본작은 그 자체로 강한 몰입과 강점이입이 가능하다

물론 기술적 문제에 의한 의도치 않은 감정 이입이 아니어도 [The Last Guardian]은 플레이어의 몰입을 끌어낼 요소를 포함한 강점이 아주 많다. 앞서 언급한 신비로운 분위기와 그림 같은 그래픽 외에 어른이 된 소년의 시점에서 회상하는 형태의 이야기 전달방식, 게임 진행과 구분이 되지 않은 형태의 컷신, 여러 기법을 활용한 역동적인 연출 등이 바로 그것이다. 어른이 된 소년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은 ‘소년은 결국 살아서 빠져나갔다’라는 결말을 사전에 제시해준다. 하지만 결말을 미리 알려주는 것은 어떤 과정을 통해 소년이 살아남은 것인지, 소년과 함께한 토리코는 어떻게 된 것인지 오히려 궁금증을 유발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이러한 궁금증은 자연스럽게 결말이 아닌 이야기의 전개과정과 함께 소년과 토리코의 여정 자체에 더 많은 집중을 하게 만드는데, ‘소년과 토리코의 교감’이 작품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이는 매우 효과적인 이야기 전달방식이라 볼 수 있다. 컷신의 대다수가 게임 진행과 구분 지어있지 않은 형태여서 연결성이 매우 좋다. 그런데 이러한 연결성으로 인해 간혹 데스신(Death Scene, 죽을 때 나오는 신)과 겹치는 형태로 구성한 컷신의 존재는 짧은 순간에 긴장감과 안도감을 교차하게 하여 플레이어의 극적인 감정변화를 일으킨다. 게임 구성상 플레이어가 실수하지 않는 이상 소년이 죽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기에 소년이 죽는 상황이라면 플레이어가 매우 놀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컷신과 게임 진행이 구분되지 않는 상태에서 소년이 죽어버리는 컷신이 나오게 되면 플레이어는 순간적으로 놀라게 되며, 잠시 후 컷신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에 비례하는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해 컷신으로 인해 플레이어의 감정이 큰 폭으로 변화하며 자연스레 몰입을 끌어냄과 동시에 높은 수준의 감정 이입이 이루어지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슬로우 모션, 다양한 카메라 앵글 등의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는 역동적인 연출은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퍼즐 장르의 약점을 상쇄시키고 게임을 지속할 수 있게 하며, 높은 곳에 걸친 구조물 위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소년과 토리코의 모습은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색다른 방법으로 눈을 즐겁게 하는 등 시각적인 요소들도 굉장히 훌륭하다.

불편함은 분명 존재하지만 [The Last Guardian]이 가진 감동은 부정할 수 없다

많은 기술적인 문제를 가진 작품을 칭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분명 [The Last Guardian]이 아닌 다른 작품에서 본작과 같은 문제가 나타났다면 그 작품은 실패작이라 말했을 것이다. 기술적인 문제는 불편함을 유발하는 것을 넘어 몰입을 해치고 게임의 완성도를 낮추니 말이다. 하지만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간에 [The Last Guardian]이 가진 불편함은 결코 몰입을 해치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강한 몰입을 유발하여 플레이어의 감정을 충분히 끌어내기까지 한다. 단순히 운이 좋아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ICO]와 [Shadow of the Colossus]로부터 이어지는 작품 특유의 분위기, 소년과 토리코의 교감이라는 독특한 소재,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아름다운 이미지, 게이머의 감정을 자극하는 이야기 등이 잘 녹아있기에 불편함이 존재함에도 몰입과 감정이입이 가능한 것이리라 본다. 무엇보다 앞서 언급한 낮은 프레임을 제외한 기술적 문제는 게임을 지속하면서 충분히 적응이 가능한 것들이기에 게임을 진행 자체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물론 솔직한 심정으로 ‘기술적인 문제가 없었다면 더 나았을까?’라는 생각도 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큰 의미는 없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난 [The Last Guardian]은 충분히 우리의 마음을 움직일 말한 작품이며 [ICO], [Shadow of the Colossus]로부터 느꼈던 감동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못다 한 이야기

- 몰입을 위한 요소에 대해 더 이야기하자면, 게임 진행 중에 등장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병정들은 긴장감을 형성해 몰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소년이 병정들에게 잡히면 어떤 공간으로 끌고 가려고 하는데 여기서 빠져나오려면 버튼을 마구잡이로 눌러 소년이 발버둥 치게 해야 한다. 특히 소년의 힘만으로는 병정들을 쓰러뜨릴 수 없으므로 토리코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될 때까지 버티면서 퍼즐을 풀이하기에, 이러한 구간은 상당한 긴장감 가지고 게임을 즐길 수 있다. 

- 소년과 토리코의 교감이라는 요소는 협동으로 진행되는 퍼즐은 물론 작중 이야기에도 잘 드러나 있다. 소년을 구하기 위해 몸을 내던지는 토리코라던가, 겁먹은 토리코를 위해 위험을 무릎쓰는 소년의 모습은 많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 동시에 작중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신비로움을 유지한다. 토리코를 포함한 거대 독수리들이 어디서 왔는지, 거대 독수리를 조종해 사람을 납치하는 존재들은 누구인지, 납치된 사람은 무엇에 사용되는지, 소년의 몸에 새겨진 문신은 어떤 것인지 밝혀지는 게 아무것도 없다. 다소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플레이어가 직접 상상을 해볼 여지가 있으며 많은 여운과 궁금증이 남게 된다.

- 토리코의 외형 변화가 매우 인상적이다. 감정 표현이 불가능한 짐승이라 생각되지만, 상황에 따른 감정이 토리코의 얼굴에 잘 드러난다. 단순히 눈동자의 색깔만이 아니라 슬픔, 분노, 기쁨 등의 감정이 느껴질 만한 표정 변화를 보인다. 또한, 처음에는 뿔이 부러져 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뿔이 자라나며, 털에 생기가 도는 등 세세한 변화도 모두 묘사되어 있다.

- 필자는 게임 진행 중 무의식적으로 토리코에게 말을 걸만큼 감정이입이 잘 되었다. 정말 반려동물을 키우는듯했고 토리코가 무언가를 해낼 때마다 뿌듯함을 느낄 정도였다. 물론 토리코가 말을 안 들을 때 짜증도 많이 냈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본문에 서술한 기술적 문제 외 / 소년의 모델링이 붕괴되는 현상이 딱 한번 나타났다. 사물에 매달릴 때 상호작용에 오류가 발생한 것인지 양손이 교차되면서 소년의 팔이 순간적으로 고무처럼 늘어났다가 줄어드는 상황이 있었다. 토리코에게 매달린 상태에서 토리코가 큰 움직임을 보이면 소년이 젤리처럼 흔들리는 데 이와 관련성이 있어 보인다.

- 시점 관련 기술적 문제 / 시점이 토리코의 몸안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두어번 발생했다. 토리코의 몸안은 텅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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