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Ratchet and Clank (라쳇과 클랭크)

장르 : 액션, TPS

제작사 : Insomniac Games

플랫폼 : Playstation 4

발매년도 : 2016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어떤 대상을 이야기하면서 ’~같은'이라는 표현은 매우 간편하게 대상을 설명하는 방법이다. 2013년 Playstation 3로 발매되어 수많은 게임상을 수상한 [Last of Us]를 예로 들어보자. 일반적인 방법으로 해당 작품을 설명하려면 꽤 많은 이야기를 풀어야 한다. 세밀하고 정교한 그래픽, 다양한 기법을 응용한 연출, 모션 캡쳐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진 캐릭터의 열연, 강한 몰입이 되는 잘 짜인 이야기 등 말이다. 하지만 ’~같은'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아주 간단해진다. 영화 같은 게임. 설명하려는 게임의 특징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가? 작품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영화라는 예술 작품에 비견될 만큼 대단히 뛰어나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물론 세부적인 요소에 관해서는 부연설명이 필요하겠지만, 작품의 형태와 강점을 명확히 알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영화 같은 게임 [Last of Us]. 드라마 같은 게임 [Quantum Break]. 동화 같은 게임 [Child of Light]. 종이인형극 같은 게임 [Don’t Starve]. 해당 작품들을 직접 즐겨본 게이머들이라면 이 표현에 큰 이견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이야기할 [Ratchet and Clank]를 ’~같은'으로 표현한다면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더도 덜도 말고 딱 맞는 표현이 있다. 만화 같은 게임!

그래픽 수준의 차이는 있지만 만화다움이 묻어나는 [Ratchet and Clank] 시리즈

[Ratchet and Clank]의 만화다움은 시리즈 전반에서 진하게 묻어난다. 픽사(Pixar)나 디즈니(Disney)를 연상케 하는 귀여운 디자인, 뚜렷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 등장인물,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 심각한 상황도 웃기게 만들어버리는 익살스럽고 과장된 발언과 행동까지 만화적 특징이 매우 많다. 이는 2002년 Playstation 2로 발매된 시리즈 첫 번째 작품 [Ratchet and Clank]부터 2013년 Playstation 3로 발매되어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한 [Ratchet and Clank : into the Nexus]까지 변함없었다. 여기에 1~2년이라는 짧은 주기로 작품을 내놓으면서 서서히 발전해온 그래픽은 3D 애니메이션이 연상될 만큼 만화답게 변해갔다. 이러한 이유로 [Ratchet and Clank]는 ‘만화 같은 게임'이라는 표현이 아주 잘 어울린다. 그리고 2016년, 3년이라는 전례 없는 공백기를 거친 뒤 리부트(Reboot)되어 세상에 나온 [Ratchet and Clank](2016)도 여전히 만화다움이 남아있는데…아니나 다를까 진짜 만화라고 해도 믿을만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한층 더 강화되고 세밀해진 그래픽은 본작이 만화인지 게임인지 헷갈릴 정도?!

만화다움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은 단연코 시각으로 받아들이는 이미지, 바로 그래픽이다. 애초에 만화다운 특징이 많은 작품이었지만 공백기를 거친 뒤 리부트된 [Ratchet and Clank]의 그래픽은 아주 인상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작품 간 그래픽 변화를 살펴보면 콘솔의 세대가 바뀌는 시기에 그래픽의 큰 발전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Playstation 2 시절의 마지막 작품인 [Ratchet and Clank : Deadlocked]와 Playstation 3 시절의 첫 작품인 [Ratchet and Clank : Tools of Destruction]을 비교해보면 명확해진다. 특히 [Ratchet and Clank : Tools of Destruction]부터는 그래픽이 발전되었다는 것을 넘어 만화다운 느낌이 매우 강해졌고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리부트 이전의 마지막 작품인 [Ratchet and Clank : into the Nexus]에 다다라서는 거의 3D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반영하듯 Playstation 4 로 넘어오면서 한 단계 더 높은 그래픽 향상을 일궈내어 더 깔끔한 모델링과 부드러운 움직임, 매우 선명한 색감, 공간을 가득 채워놓은 세밀한 배경묘사, 뛰어난 공간감과 원근감, 시시각각 변화하는 캐릭터들의 표정 등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만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위의 사진은 영화 속 장면일까? 아니면 게임 속 장면일까? 사실 구분 할 수 없다

그중에서 시네마틱 컷씬(Cinematic Cut Scene)은 따로 때놓고 보면 만화라도 불러도 무색할 만큼 만화와 똑같다. 어느 정도냐 하면 게임 발매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동명의 영화 <Ratchet and Clank>와 똑같은 수준. 만화 영화로 만들어진 영상과 완전히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으니 만화처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면 영화 트레일러의 일부와 게임 컷씬이 완전히 겹치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제작 순서가 게임 속 컷신이 먼저인지 영화가 먼저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만화로 만들어진 영상을 사용했다고 해서 게임이 만화 같다고 말하기는 힘들지 않냐'는 반론이 제기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 먼저 만들어졌든 간에 시네마틱 컷씬과 캐릭터의 모델링을 그대로 활용한 일반 컷씬 사이에 괴리감이 거의 없으며, 더 나아가 게임 플레이와도 큰 차이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에 [Ratchet and Clank](2016)의 만화다움을 부정하긴 힘들다. 오히려 만화디움이 극대화된 작품이기 때문에 만화로 만들어진 영상을 그대로 활용하더라도 위화감이 전혀 없는 것이며, 인게임 그래픽과 컷신 그래픽의 지나친 괴리감으로 비판을 받은 작품이 적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Ratchet and Clank]의 만화다움을 단순한 한 가지 특징으로만 치부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시네마틱 컷씬을 제외하더라고 게임 전반에 느껴지는 만화다운 그래픽과 등장인물의 익살스럽고 과장된 행동 및 농담, 단순하지만 재미있는 내용, 작중 인물의 독백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독특한 전개 방식 등 만화적인 요소가 촘촘히 박혀있기에 만화가 아닌 다른 것에 비유하기는 힘들다.

저연령층을 노린 것처럼 보이지만 남녀노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액션 TPS

그렇다면 게임성은 어떨까? 아무리 만화처럼 느껴진다 할지라도 본질은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으로써 갖춰야 할 요소들이 얼마나 짜임새를 이루고 있는지가 정말 중요하다. 작품 제목이 ‘라쳇과 클랭크'이듯 게임 진행도 라쳇으로 진행하는 구간과 클랭크로 진행하는 구간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 두 구간은 서로 다른 재미를 준다. 먼저 라쳇으로 진행하는 구간은 액션 TPS(Third-Person Shooter)로 구성되어 있다. 귀여운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액션 게임인지라 겉보기에는 저연령층을 표적으로 삼은 듯하지만, 꽤 넓은 연령대를 두루두루 만족하게 할 만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먼저,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는 간편한 조작법을 가지고 있으면서(예-자동 조준) 도전의식을 자극할만한 충분한 난이도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만화 같은 가벼운 이미지와 달리 둔탁하고 거친 연출 및 효과음으로 시원한 타격감까지 느낄 수 있고, 플레이어의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다양한 무기를 제공하되 적을 춤추게 만드는 폭탄이나 픽셀(pixel)로 바꿔버리는 광선총 등 우스꽝스러운 기능(물론 전투에서의 위력은 어마어마하게 좋다!)을 보유하여 묘한 매력을 풍기고 있다. 여기에, 상황에 따라 적절히 이용할 수 있는 지형지물의 배치로 전략성을 담아냄과 동시에 게임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다양한 수집요소와 해금요소까지 더해 남녀노소 모두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성을 구축하고 있다.

조용한 분위기의 퍼즐 플랫포머가 중심이되는 클랭크는 사뭇 다른 재미가 있다

반면에 클랭크로 진행하는 구간은 플랫포머와 퍼즐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라쳇보다 더욱 간소화된 조작법과 시스템으로 한두 개 정도의 버튼만을 이용한 간단한 형태다. 스패너(spanner)를 휘두르고 정신없이 총을 쏘는 라쳇과 달리 클랭크는 조용한 공간에서 주변 사물과 환경을 파악하여 길을 찾기 위해 머리를 써야 하는 다소 상반된 분위기를 보인다. (마치 잠입 액션을 연상케 하는데, 실제로 클랭크 구간은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잠입 임무를 하는 구간에 해당한다.) 퍼즐이 주력이 되는 만큼 난이도 분배도 중요한데 이 또한 성공적이다. 아주 단순한 형태부터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형태까지 점진적으로 난이도가 올라가고 있어 지루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게다가 적의 공격에 손쉽게 부서져 버리는 클랭크의 특성상 아기자기한 디자인에 상반되는 묘한 위기감과 긴장감까지 느껴져 은근한 몰입이 발생한다.

게임 플레이의 비중은 차이나지만 두 인물의 존재감은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라쳇으로 진행하는 구간에 비해 클랭크로 진행하는 구간이 상대적으로 분량이 매우 적다는 것이다. 제목이 ‘라쳇과 클랭크'임에 불구하고 게임 전반에 걸쳐 라쳇의 비중이 크다는 점은 꽤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다만 [Ratchet and Clank]의 핵심은 액션 TPS지 퍼즐 플랫포머가 아니므로 라쳇의 비중이 큰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동시에 장르의 비중과 별개로 클랭크의 중요성과 존재감은 결코 라쳇에 뒤지지 않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클랭크로 진행하는 퍼즐 플랫포머는 그 자체로 흥미롭지만 라쳇의 정신없는 전투가 끝난 뒤 잠시 플레이어의 머리를 식히고 분위기를 환기하는 일종의 미니게임 역할을 한다. 더욱이 퍼즐 구간을 적당히 끼워넣기식으로 담아낸 것이 아니라 작중 이야기 진행에 맞는 적절한 시기에 장르의 전환이 이루어지기에 장르의 전환도 매우 설득력 있어 어색함이 전혀 없다. (제목이 ‘라쳇과 클랭크'인데 클랭크의 활동이 생략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클랭크가 라쳇처럼 총을 들고 다수의 적과 싸우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더욱이 클랭크가 해내는 일은 임무에 있어 매우 결정적이면서 라쳇이 할 수 없기에 클랭크의 역할이 한 층 더 빛을 발한다. 이러한 이유로 게임/장르적 분량은 적을지언정 클랭크의 중요성은 절대 작지 않아 작품 전반에 두 인물의 존재감이 아주 적절히 균형을 이루고 있다.

특정 구간에서 즐길 수 있는 변칙적인 액션은 매번 신선하고 새로운 재미를 준다

다양한 형태의 액션으로 매번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플레이어는 악당을 무찌르고 우주를 구하기 위한 라쳇의 여정에 따라 여러 행성을 오가며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각 행성은 독특한 환경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새로운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을 획득해 서로 다른 게임 방식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그라인딩 슈즈를 신고 레일을 타며 속도감 있는 액션을 보여주거나, 자석이 달린 신발을 신고 벽과 천장을 오르내리며 세상을 뒤집어서 보기도 하며, 제트팩을 입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거대 외계 생물체와 싸울 뿐만 아니라, 산소호흡기를 물고 물속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며 수중탐사를 하기까지 한다. 행성을 옮길 때마다 새로운 환경을 만나는 것도 놀라운 경험이지만 그 환경에 걸맞은 아이템의 습득과 새로운 게임 방식으로의 게임 진행은 플레이어를 즐겁게 만들고 기대를 하게 한다. 또한, 아이템을 습득했다고 해서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환경과 일정 구간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설정(이 부분은 작중 이야기 전개와 일정 부분 연결이 된다)되어 있는데 이는 ‘땅 위에 두 발로 서서 싸우는’ 게임 방식이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게 해주며, 동시에 게임 진행 중에 경험하게 되는 독특한 액션이 더욱 재미있게 느껴지도록 한다. 

기본적으로 작중 이야기를 따라가는 구성이지만 다양하게 제공되는 선택사항들

장르적 특징을 제외한 다른 요소들도 짜임새가 좋다. 눈에 띄는 특징을 하나 꼽자면 일직선 구성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에게 몇 가지 선택권을 준다는 점이다. [Ratchet and Clank]는 기본적으로 작중 이야기를 따라가며 주임무를 수행하는 일직선 구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스테이지 구성은 일반적인 일직선 구성의 게임과는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모든 스테이지는 메트로배니아(또는 반/ 半 오픈월드)를 연상케 하는 형태로 다양한 갈림길과 몇 가지 보조임무를 포함하고 있으며, 수집/해금요소에 해당하는 것들을 곳곳에 숨겨놓음으로써 충분히 탐험해볼 수 있도록 구성해두었다. 이로 인해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주임무를 따라가며 중심 이야기만 즐길 수도 있고, 보조임무를 꼼꼼히 수행하면서 작중 이야기와 세계관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수집요소를 모으고 해금요소를 풀어내기 위해 스테이지를 구석구석 살피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아이템 습득을 통해 기존에는 진입할 수 없었던 곳으로 진입하는 등 탐험 요소도 잘 갖춰져 있어 즐길거리가 충분하다. 여기에 3인칭 슈팅 게임(TPS)이라는 특징을 살려 플레이어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십여 가지의 무기도 존재해 무기/전략의 선택폭도 꽤 넓다. (여담으로 앞서 언급한 적을 춤추게 하는 폭탄과 픽셀로 바꿔버리는 광선총 역시 무기 목록에서 포함되어 있는데 이렇게 개성 강한 무기 중에서 몇 가지만 선택해서 업그레이드하려면 꽤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캡틴 쿼크 - 등장인물이면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한다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게임성과 다양한 요소들에서 선택지를 제시하는 게임구성은 정말 훌륭하지만, 본작에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약점을 꼽자면 스토리. 그런데 앞서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맞는 말이다. ‘우주를 구하기 위한 라쳇과 클랭크의 모험'이라는 핵심 소재 안에서 개성강한 캐릭터, 유쾌한 대화, 익살스러운 상황,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 흐름 등 작중 이야기 자체는 흥미롭고 재미있다. 등장인물들의 어처구니없는 농담은 매번 실소하게 만들고, 결말이 너무 뻔하지만 어떤 형태로 끝을 맺을지 기대감이 생기며, 라쳇과 클랭크의 어떤 여정을 떠날지 기다려지게 된다. 게다가 이야기 전달은 일반적인 ‘보여주기’(화자가 따로 존재하지 않고 영상으로 이야기를 전개) 방식이 아닌 작중 등장인물인 캡틴 쿼크(Captain Qwark)가 ‘들려주기’(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가 따로 존재) 방식은 매우 인상적이다. 마치 플레이어에게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지. 내 이야기 좀 들어봐.'라고 하듯 이야기를 풀어가기 시작하기에 초반에는 굉장히 흥미롭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끝도 캡틴 쿼크의 과거 회상이 끝나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져 끝맺음이 매우 깔끔하다.

전달방식이 변화하는 것은 물론 산만한 형태가 되어 전달력이 떨어지는 문제점

그러나 이러한 흥미로운 전달방식이 지속되는 게 아니다. 가장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중반부에서 상당 부분이 '보여주기'로 전달 방식으로 바뀌기에 전달방식의 일관성이 부족해 몰입도가 약간 떨어진다. 캡틴 쿼크의 목소리에 한껏 몰입했다가 갑자기 평범한 컷씬이 반복되어버리니 흥미가 조금 식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캡틴 쿼크의 화자로서 역할이 점차 줄어들고 부연설명을 해주는 해설자의 역할로 바뀌게 되어 캡틴 쿼크의 목소리에 대한 몰입 자체도 떨어지게 된다. 더욱이 이야기가 아닌 정보전달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느껴지는 형태(임무 수행 후에 종종 볼 수 있는 ‘정보봇’에 해당)의 컷씬으로 인해 흐름이 산만해지며,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자유롭게 진행하는 게임의 특성상 이야기 흐름이 쉽게 끊길 수 있다는 문제점이 한층 더 크게 작용한다. 이 때문에 게임을 끝내더라도 어떤 여정을 거쳐 우주를 구하게 되었는지 기억에 잘 남지 않으며, 그저 이곳 저것 떠돌면서 시키는 대로 하다 보니 우주를 구하게 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다시 말해, 이야기의 흐름이 불분명하고 전달력이 조금 떨어진다는 의미다.

이왕 리부트한 김에 좀 더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만들었으면 더 좋지 않았나 싶다

물론 '만화다운’ 게임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가볍고 단순하게 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Ratchet and Clank] 시리즈의 이야기가 가지는 특성을 생각해볼 때 깊이 있고 짜임새가 뛰어난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은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Ratchet and Clank](2016)가 긴 공백기를 거치면서 처음으로 리부트(Reboot)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야기 측면에서 좀 더 신경 쓰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으며, 앞서 언급한 픽사(Pixar)나 디즈니(Disney)도 만화이지만 예술적이면서 메시지를 담고 있듯이 만화답지만 충분히 뛰어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으리라 본다. 반드시 만화라고 해서 재미만 추구하고 단편적인 형태로 내용을 풀어낼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라쳇과 클랭크, 그리고 캡틴 쿼크가 보여줄 앞으로의 여정이 크게 기대된다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훌륭한 게임성과 멋진 그래픽, 만화다움이 물씬 풍기는 개성 있는 특징은 정말 대단하다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번 [Ratchet and Clank]가 리부트(Reboot)된 작품임을 생각해볼 때 충분히 성공적인 출발이며, 이전 시리즈가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아왔듯 이후 작품들도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단,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수의 작품을 내놓은 시리즈인 만큼 매너리즘(mannerism)은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며, 리부트를 진행한 김에 조금 더 깊이 있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담아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을듯하다. 라쳇과 클랭크의 모험은 이제 다시, 막 시작했고 첫 여정은 멋지게 마쳤으니까 말이다.

못다 한 이야기

- 게임 구성에 대한 다른 특징을 이야기하자면 '플레이어에게 아주 친절한' 특징을 들 수 있다. 다양한 무기를 제공하는 TPS임에도 불구하고 탄약 공급이 매우 많아 무기 부족으로 인해 게임의 난이도가 올라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체크포인트가 자잘하게 설정되어 있어 게임 진행 중 사망하게 되더라도 큰 부담이 없으며, 사망에 의한 경험치 삭감이 없어서 어려운 구간은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레 끝낼 수 있게 된다. 어린아이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춘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

- 작중 캡틴 쿼크의 인물상은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부실한 무능한 리더'다. 초반에는 대단히 뛰어난 인물처럼 표현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허영심이 가득하고 무모한 인물로 묘사되는데, 이게 캡틴 쿼크의 화자로 역할의 비중 변화와 묘하게 연결이 된다. 캐릭터의 위엄이 점차 떨어지다가 마지막에 클랭크가 손을 내밀면서 다시금 주요 인물로 복귀하는 것을 암시하는 흐름이, 화자로서 영향력을 거의 상실했다가 마지막에 캡틴 쿼크의 대사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것과 유사하다. 만약 의도한 것이라면 정말 대단한 짜임새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 라쳇과 클랭크의 작중 비중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사실 라쳇으로 진행하는 구간에서 클랭크도 항상 등장한다. 라쳇은 클랭크를 백팩처럼 메고 다니며 전투에 임하고, 클랭크는 각종 기능을 활용해 전투를 보조해 준다. 애초에 클랭크는 항상 라쳇과 함께 했기 때문에 비중은 결코 라쳇에게 뒤지지 않는다. 다만 상대적으로 라쳇에세 시선이 집중되는 게임이다 보니 클랭크의 활약 및 다른 게임성으로 존재감을 강화한 것이라고 본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클랭크는 라쳇과 동등한 위치의 파트너가 아니라 조연이자 조력자로 전락했을지도 모른다.

- 레이싱이나 비행 슈팅 등 장르가 크게 바뀌는 구간도 존재하는 데, 액션 TPS라는 작품 전체의 장르적 색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도에 그치기에 큰 문제가 안 된다. 게다가 '만화다운' 게임이기 때문에 어떤 장르는 넣어도 위화감 없이 잘 어울린다는 강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액션-호러 게임의 색깔이 지나치게 강한 [Bio Hazard 6]가 지나치게 다양한 장르를 담아내 비판을 받은 것을 생각하면 꽤 신기하기도 하다. 아마 만화적인 특징이 여러 장르를 혼합할 수 있는 매개가 된 것일지도?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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