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Rise of the Tomb Raider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Crystal Dynamics

플랫폼 : X-box ONE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Tomb Raider 시리즈의 두번째 리부트작이자 2013년 발매되었던 [Tomb Raider]는 성공적인 리부트와 함께 훌륭한 성과를 거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라라 크로프트’의 모습은 여전사가 아닌 고고학자이자 생존자로서의 라라의 이미지를 굳히기에 충분했으며, 다양한 시각에서 보여주는 환상적인 연출 및 효과, 디테일 묘사까지 빠짐없이 보여주었던 대단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라라와 탄탄한 연출력에도 불구하고 게임자체는 다소 단조로운 느낌을 줄 수 밖에 없었다. 이유인 즉, 오픈월드형 공간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으로 즐길만한 컨텐츠가 부족했으며, 유물/채집/사냥 등의 보조 컨텐츠의 활용성 부재와 이야기 흐름만을 따라가게 되는 일자형 진행 방식으로 인해 다소 작품의 내용물이 부실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성공적인 리부트임에도 차기작에서 해결해야할 ‘과제’가 매우 명백했으며, 후속작 [Rise of the Tomb Raider]가 이 같은 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해냈을지는 작품을 바라보는 데 매우 중요한 척도가 될 수 밖에 없다.

[Rise of the Tomb Raider]의 시스템은 전작의 것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Rise of the Tomb Raider]는 전작을 계승하고, 단점을 보완하여, 작품을 완성시키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을 통해 후속작을 만들어 냈다. [Tomb Raider](2013)의 오픈월드형 공간, 게임 진행에 따라 무기와 스킬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베이스 캠프의 존재, 그리고 스토리 진행에 따라 이루어지는 전투는 큰 변화없이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시스템을 계승하는 이유는 리부트된 시리즈의 후속작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으며, 어느 정도 검증된 시스템을 가져옴으로써 안정적으로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시스템이 동일할지라도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담고 있는데, 단순히 시스템을 이어받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를 더 개선하려고 한 의도로 보인다. 특히 ‘스킬’과 ‘무기’는 굉장히 큰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유의미함을 찾기가 힘들었던 [Tomb Raider](2013) 의 스킬 구성에 비해 각각의 스킬이 적지 않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그 수가 다양해져서 스킬의 활용과 선택의 범위가 매우 넓어졌다. 또한 무기의 업그레드만 가능했던 전작과 달리 다양한 종류의 무기를 제공하고(한 종류만 주어지던 권총을 3~4종류로 다양하게 제공한다) 각각 장단점을 지내게 함으로써 개인의 성향에 맞게 무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스킬과 무기의 선택폭 확대는 전투에도 영향을 미쳐 좀 더 다양한 전략을 활용해 전투에 임할 수 있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게임 내 연출력도 여전히 유효하며 강점을 잃지 않고 그대로 살려냈다

전작의 강점이었던 연출도 [Rise of the Tomb Raider]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시점의 변화를 통해 극적인 연출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더 넓어진 공간과 시야 범위, 그리고 여러 환경의 공간을 오고가는 게임 진행 방식을 통해 연출에 더욱 힘을 보태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Tomb Raider](2013)는 라라를 중심으로 컷신(Cut Scene)을 진행했던 반면 [Rise of the Tomb Raider]에서는 라라 뿐만 아니라 조연들 간의 대화나 심리도 컷신을 통해 상당 수 보여줌으로써 스토리의 이해를 도움과 동시에 좀 더 영화같은 느낌을 풍기도록 구성해두었다. 더불어 연출에 의한 몰입감을 저해하기도 했던 QTE(Quick Time Event)를 대폭 줄이고 플레이어가 연출 상황에 즉각 반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두어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몰입감을 유지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사냥과 채집이 게임 진행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중요성이 높아졌다

기본 시스템을 계승하면서 그 효과를 더 끌어올리고 있다면,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를 했을까? [Tomb Raider](2013)에서는 사냥과 채집이 단순히 경험치를 획득하는 요소로 활용되었는데, 굳이 사냥과 채집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경험치를 얻으며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는 것이 치명적인 문제점으로 작용했다. 이로 인해 사냥과 채집에 대해 튜토리얼까지 할애하면서 설명을 해주었으나 게임 극초반이 지나면 거의 활용하지 않는 무의미한 컨텐츠로 전락하게 되었다. 

그러나 [Rise of the Tomb Raider]에서는 사냥과 채집이 약간의 변화를 통해 게임진행에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변화란 재료의 수집과 도구의 제작이다. 사냥과 채집은 경험치가 아닌 여러가지 재료를 습득할 수 있게 해주는데, 수집한 재료들은 전투에 필요한 도구를 만들거나 무기를 업그레이드 하는 데 사용하게 된다. 재료의 습득과 도구의 제작은 전투에서의 전략 설정을 위한 가장 중요한 활동으로써 게임 진행시 체감 난이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물론 각 재료에 따라 제작/업그레이드 가능한 도구의 종류가 달라지므로 플레이어가 주로 사용하는 전투 방식에 맞게 재료 수집을 요구하게 되어 능동적인 사냥/채집이 이루어진다.(예를 들면 독화살이 주력이라면 독버섯 채집이 필수가 되지만, 광물 채집은 크게 필요로 하지 않게 된다.) 결국 재료수집과 도구제작의 선행조건으로서 사냥과 채집은 게임진행과정에서 반드시 수행해야 하며, 그와 동시에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조절해가며 수행할 수 있는 합리적인 요소로 자리잡게 되었다.

비밀무덤/유물/수집품 등의 보조컨텐츠 보상강화를 통해 게임을 알차게 만들었다

사냥/채집 외에 비밀무덤/유물/수집품 역시 [Tomb Raider](2013) 에서는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려운 컨텐츠였다. 퍼즐을 즐길 수 있고 무기강화를 위한 도구를 습득하는데 그쳤던 비밀무덤, 아무런 보상이 없었던 유물과 수집품들은 보조컨텐츠로 자리매김하기에는 상당히 부실했다. 게다가 라라의 직업이 ‘고고학자’임에도 비밀무덤/유물/수집품의 의미가 없다보니 게임 진행 방식과 인물 설정 사이에 묘한 괴리감을 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본작으로 넘어오면서 비밀무덤/유물/수집품들에 대한 보상을 크게 강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보조컨텐츠를 즐기기 위한 동기유발과 함께 비밀무덤/유물/수집품들이 매우 유의미한 컨텐츠로 자리잡게 되었다. 수집품(+금화)을 모으면 고급아이템으로 교환할 수 있고, 유물은 게임 내 핵심소재가 되는 고대문명에 대해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비밀무덤은 넓은 공간을 활용한 참신한 퍼즐을 제공하여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과는 다른 재미를 부여한다. 무엇보다 비밀무덤의 퍼즐을 풀이할 경우 아주 독특한 효과를 지닌 스킬을 보상으로 습득할 수 있기 때문에, 차후 다른 비밀무덤의 보상에 대한 기대와 새로운 퍼즐에 대한 궁금증을 동시에 유발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비밀무덤/유물/수집품의 보상을 강화한 것만으로 보조컨텐츠를 수행할 이유가 충분하며,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는 일직선 구조 외에 오픈월드 공간을 채울 내용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게 되었다.

기존에 지닌 약점을 빠짐없이 해결하고 나니 완성도가 더욱 높아졌다

전작의 장점을 계승하여 보완하고, 문제점을 명확하게 해결하고 나니 매우 탄탄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이 탄생하게 되었다. 단순히 계승, 발전, 보완만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아니다. 충실한 메인컨텐츠와 이를 뒷받침하는 보조컨텐츠들이 매우 훌륭한 짜임새를 갖추고 있으며, 일직선 구성과 오픈월드 구성을 모두 충족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메인스토리를 따라가는 일직선 구조의 내용물도 매우 충실하며,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오픈월드형 공간에서의 즐길거리를 충분히 담고 있다. 다시 말해, 메인 스토리만을 따라가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으며, 반대로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보조컨텐츠를 즐기고 도전과제를 완수해 보상을 받는 자유로운 진행도 게임의 재미를 보장한다. 부수적인 효과로 리부트(2013) 이후로 달라진 라라의 생존자적 모습과 고고학자로서의 모습을 더 충실히 표현하게 된 계기가 되었으며, 새로운 시리즈가 앞으로도 지속가능함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라라의 모험은 이제 시작이며, 후속작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 밖에 없다

[Rise of the Tomb Raider]는 어찌보면 새로운 시리즈의 진정한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리부트 이후 달라진 라라의 모습이 본작에 들어서야 확고히 자리 잡았고, 게임의 시스템과 구성 역시 이곳에서 완성되었다. 이제는 이 시리즈를 언제까지 이어나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물론 매너리즘에 빠질 가능성도 있고, 새로운 시도로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극도로 높아진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은 [Rise of the Tomb Raider]에 대한 만족감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앞으로 어떤 모습의 라라가 돌아올지 기대하며 다시 한번 [Rise of the Tomb Raider]를 즐겨보자!

못다한 이야기

- 스킬이나 무기의 종류가 매우 적은 게임 초반에는 [Tomb Raider](2013)과 배경만 다를 뿐 완전히 똑같은 게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점차 게임을 진행함에 따라 세부 내용이 달라졌음을 알았고, 결국 전작을 상당부분 계승하되 개선하고 발전시킨 형태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 본문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적들의 종류와 패턴도 매우 다양해졌다. 활 하나로 거의 모든 게 해결가능하던 전작과 달리 다양한 무기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이는 사냥/채집/도구제작과 시너지를 발휘했기에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 사냥/채집/유물/수집품/비밀무덤 외에도 NPC가 부여하는 서브퀘스트도 존재한다. 또한 서브퀘스트를 만나게 되는 시기도 메인스토리 진행이 잠깐 멈추거나 이동거리가 먼 구간일 경우인데, 게임 진행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지루함을 막기위해 아주 적절히 배치했다고 생각된다.

- 스토리를 보면 알겠지만 본작이 '진정한 시리즈의 시작'임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게임을 직접 즐겨보기를 바란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Dead Rising 3 

장르 : 액션

제작사 :  Capcom

플랫폼 : X-box ONE,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Dead Rising 3]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좀비 학살’이라 할 수 있다. 좀비가 창궐한 고립된 도시 안에서 주인공 혼자 힘으로, 온갖 방법을 동원해, 수많은 좀비들을 쓰러뜨리는 모습은 마치 ‘무쌍류’ 게임을 연상케 한다. 이 같은 특징은 일 대 다수의 상황을 극복하는 재미를 줄 수 있지만 다수의 좀비를 사냥하고 레벨업을 하는 단순한 패턴의 반복으로 인해 지루함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Dead Rising 3]의 공간 구성이 오픈월드(Open World)이기에 ‘좀비 학살’ 이외의 즐길거리가 부족할 경우 작품 내 공간이 텅 비어있는 느낌을 줄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좀비와의 반복적 싸움의 지루함을 해소시켜줄(또는 시기를 늦춰줄) 요소들이 반드시 필요하며, 오픈월드에서 플레이어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컨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요소들과 선택지를 얼마나 효과적이고 적절하게 배치하느냐가 작품을 완성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된다.

‘좀비 학살’이 처음에는 재미있을지 언정 시간이 흐를수록 지루해질 수 밖에 없다

‘좀비 학살’이라는 핵심컨텐츠가 시간이 지날수록 지루해지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일반적으로 잘 죽지 않는 좀비의 이미지와 달리 [Dead Rising]의 좀비들은 쉽게 죽는다.(전작의 경우 좀비가 세발자전거에 치여도 죽는다) 게다가 움직임이 매우 굼뜨고 공격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수의 좀비가 아니라면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 이처럼 좀비의 존재 자체가 큰 위협이 되지 않은 상황에 좀비와의 싸움은 마치 마네킹과 싸우는 듯한 느낌을 주며, 이 과정을 거듭하여 경험치를 얻고 레벨을 올려야 한다면 자연스럽게 게임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앞선 상황과 반대로 좀비가 과도하게 밀집된 공간에서는 조금 이야기가 달라진다. 밀집된 좀비를 상대하는 것은 바늘로 바위를 깨뜨리는 것 마냥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며 시원하게 좀비를 때려잡던 상황과 달리 매우 답답한 상황을 만들게된다. 즉, 좀비 사냥이라는 반복적 행동 수행은 ‘지루함’을 유발하며, 간혹 지나치게 많은 좀비들을 조우할 경우 좀비 사냥이 어려워지는 ‘답답함'까지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지루함과 답답함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창의적’인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

지루함과 답답함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Dead Rising 3]는 다양한 도구들을 조합해 만든 기발한 무기들을 제공하고 있다. 도구 조합 이전에는 소수의 좀비만을 상대할 수 있지만 도구를 조합할 경우 매우 강력한 무기로 재탄생하게 되어 다수의 좀비들도 너끈히 상대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단순히 도구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무기가 강력한 무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성이 넘치다 못해 말도 안되는 형태와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특한 외형과 기능을 보유한 무기들은 플레이어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며, 백여 가지에 가까운 조합무기의 존재는 새로운 조합 무기에 대한 기대감을 유발해 게임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매우 적절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오픈월드(Open World)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충분한 양의 컨텐츠를 담고 있다

좀비를 사냥하고 다양한 무기를 조합하는 컨텐츠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임무들과 도시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사고를 알 수 있는 보조 임무들도 존재한다. 게임을 구성하는 공간이 오픈월드이기 때문에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선택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가 필요하다. 본작에서는 이를 충분히 담아내고 있는데 무엇보다 추가적인 컨텐츠들이 좀비사냥이 아닌 다양한 임무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게임을 조금 더 다채롭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창의적인 무기와 마찬가지로 ‘좀비 학살’에 대한 지루함을 덜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좀비를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좀비 사냥에 대한 동기부여 기능도 하고 있다.

도시 내에 남겨진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무시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면 게임 내 다양한 보조임무들이 게임을 지속시켜주는 장치가 될지 언정 보조임무를 수행해야할 동기를 주는 요소는 없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보조 임무가 존재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소량의 경험치와 조합설계도에 그친다. 경험치와 조합설계도는 굳이 보조임무를 수행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으며, 게임 특성상 일정 레벨 이상을 요구하는 구간이 있지 않으며 조합무기의 습득 정도가 게임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보조임무를 수행함으로써 도시 내에 남겨진 인물들의 정신나간 이야기를 즐길 수 있겠지만, 보조임무에 담긴 이야기를 ‘궁금해하지 않는 이상’ 보조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동기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지나치게 여유로운 시간 - 매우 긴박한 내용의 메인스토리와는 다소 상반된다

전작보다 배로 늘어난 제한 시간 역시 문제가 된다. 작중 메인스토리는 도시가 폭격 당하기 전까지 도시를 탈출하기 위한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도시를 탈출하기 위한 준비 과정은 시간에 쫒기는 듯이 매우 긴박하게 전개가 된다. 하지만 스토리의 긴박한 전개와는 달리 게임 내 제한시간은 상당히 여유가 있다. 더욱이 메인스토리만을 따라 게임을 진행할 경우 제한시간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아 게임을 완료할 수 있기에 긴박한 내용의 메인스토리와는 상반된 전개가 이어진다. 이 같은 상황은 게임 플레이에 대한 긴장감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스토리 전개에 대한 몰입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메인스토리 이외의 서브스토리(보조임무)를 즐겨보라는 의도에서 시간을 넉넉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라 볼 수 있지만 앞서 언급한 보조임무의 수행의 동기불충분 문제와 더불어 게임을 더욱 긴장감 없이 진행하도록 만들게 된다. 메인스토리를 진행하는 중에 ‘OO가 OO할 때까지 주위를 탐색하시오’라는 임무가 몇 번에 걸쳐 나타나는 것을 볼때 보조임무들은 남는 시간 동안 재미삼아 진행해보는 컨텐츠로서 배치되어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차라리 보조임무를 수행할 경우 경험치나 조합설계도가 아닌 독특한 보상을 제공하거나, 임무 수행 여부에 따라 도시 내부에 변화가 발생, 또는 스토리 전개에 작은 분기점이 발생하도록 만들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다양한 보조임무들이 ‘비필수’가 아닌 ‘반필수’가 될 수 있게 하여 빡빡한 제한 시간 동안 긴박감을 느끼며 게임을 진행하게 만들었다면 다양한 컨텐츠의 소비유도, 늘어난 제한 시간과 오픈월드 공간의 효과적인 활용, 충분한 긴장감 제공 등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정신이 나간듯이 익살스러운 컨텐츠들일지라도 소비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Dead Rising 3]에 담긴 컨텐츠들은 분명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맞다. 좀비들이 둘러 쌓인 긴박한 상황에서 말도 안되는 무기를 이용해 좀비들과 싸워나가는 사람들의 모습, 좀비가 창궐한 세상에 제정신이 아닌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등 많은 즐길거리가 있다. 하지만 모든 컨텐츠를 소비하기에는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보상과 장치가 미비하다. 그러다보니 메인스토리만 따라가면 되는 상황이 발생하며, 보조임무는 거의 활용하지 않는 극단적인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오픈월드라는 공간 특성에 맞게 플레이어에게 자유도를 높여 준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단순히 선택사항을 나열만 해놓아서는 안된다. 다양한 컨텐츠/선택사항을 제공하되 그것을 충분히 소비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게임이 놀이공간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고, 놀이에 따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테니 말이다.

못다한 이야기

- 게임 내에 재미있는 요소들은 상당히 많은데, 그 중 '성인코미디'에서 나올법한 요소들도 다수 등장한다. '수퍼 안마기'나 '욕정의 화염방사기'가 대표적인 예. 물론 성인용 게임이기 때문에 문제되는 부분은 없다.

- 스토리에서 아쉬운 부분이 더 있다면 주인공이 지나치게 '순둥이'라는 점. 온갖 심부름을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하거나 위협을 가해도 크게 감정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가끔은 굉장히 바보같아 보이기도?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The Evil Within Assignment/Consequence 

장르 : 호러, 액션

제작사 :  Tango Gameworks

플랫폼 : PC , PS3, PS4, X-bos 360, X-box ONE,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The Evil Within’ 리뷰의 연장선으로 작성된 글이며, 다운로드 컨텐츠를 독립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The Evil Within]은 ‘호러+액션’이라는 혼합장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두 장르의 합일점을 이어가지 못한채 호러로 시작해 액션으로 끝을 내버리는 다소 아쉬운 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두 장르의 게임팬들의 마음을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The Evil Within]의 DLC(DownLoad Contents) 발매는 자연스럽게 번외편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렸고, 번외편 역시 본편과 비슷한 게임성을 가진 작품으로 예상할 수 밖에 없는 수순이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The Assignment]와 [The Consequence]는 본편과 완전히 다른 게임성을 보여주었고, ‘호러와 액션의 합일점’을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The Evil Within]의 소재에 부합하는 ‘호러’ 장르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여형사 ‘줄리 키드먼’을 주인공으로 한 [The Evil Within]의 뒷이야기다

[The Assignment]와 [The Consequence]는 [The Evil Within]의 조연이었던 ‘줄리 키드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던 본편의 이야기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야기 진행 과정 중 본편의 이야기 흐름과 교차되는 지점을 제공함으로써 [The Evil Within] 전체 이야기를 다시금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일한 사건을 다른 인물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급작스럽다고 생각했던 인물들의 행동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번외편이긴 하나 본편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동시에 다른 주인공이 풀어나가는 독립적인 이야기로도 볼 수 있다.

본편과는 달리 주인공은 위험요소에 매우 취약하며,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

[The Evil Within] 본편과 번외편의 차이는 주인공이 게임 내 문제상황을 해결해가는 방법에 있다. 본편의 주인공은 게임을 진행할 수록 점차 많은 수의 무기를 획득하며, 무기를 다루는 능력까지 강화해 나간다. 초반에는 적을 피하거나 은신 살해는 하는 등 다소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중-후반부터는 온갖 무기를 쏟아부으며 매우 공격적인 방법으로 모든 위험요소를 제거해버린다. 그러다 보니 작중 등장하는 괴물들은 공포의 대상이 되기보다 제거해야할 대상으로만 보이게 된다. 또한 무기를 동원해 문제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은 호러가 아닌 액션 게임에 가까우며, 공포감보다는 액션게임의 긴장감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기게 된다.

하지만 [The Assignment]와 [The Consequence]에서는 그 어떤 무기도 주어지지 않으며, 본편과 달리 주인공의 전투능력이 매우 약하다. 그래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적을 피하거나 숨겨진 길을 찾아 도망다니는 방어적인 태도로 취할 수 밖에 없다. 무기를 사용해야 하는 구간이 있기는 하나 특정 조건이 성립할 경우에만 무기 사용이 가능하며, 조건을 만족시키이 위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위험에 노출될 수 밖 없다. 결국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강한 위축감을 느끼게 되며, 동시에 극도의 공포감을 동반하게 된다. 이로 인해 액션 게임의 색깔을 완전히 배제한 채 공포 게임의 색깔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효과를 얻게 되었으며 장르의 정체성을 분명히 할 수 있게 되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공간. 손전등 하나로 길을 비춰 나아가야 한다

공포 게임으로서 정체성을 확고히하게 된 또 다른 요소는 ‘손전등’이다. 무기가 주어지지 않는 대신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것은 손전등(또는 야광봉) 뿐이다. 그리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공간을 손전등으로 비추며 길을 찾아 나아가야 한다. 이처럼 어두운 공간과 좁은 시야를 통한 공포감 유발은 공포게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구성이며, [The Assignment]와 [The Consequence]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 또한 앞서 언급했던 ‘취약한 주인공’과 ‘무기가 주어지지 않음’으로 공포감을 더욱 극도로 끌어올리고 있다.

장르의 색깔을 확실히 잡고나니 오히려 더 나은 게임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액션과 호러의 합일점을 찾지 못한 [The Evil Within]이었지만 DLC에서는 장르의 색깔을 매우 분명하게 잡아내었다. 액션과 호러의 합일점이라는 기존의 과제를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작품의 컨셉과 일치는 ‘호러’ 장르의 색깔을 분명히 보여주었기에 오히려 더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The Assignment]와 [The Consequence]은 과거 [Biohazard] 초기작의 모습을 닮았다고도 할 수 있으며, 새로움을 찾기보다는 기본으로 돌아간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The Evil Within] 본편에 대한 실망감을 어느 정도 희석시켰으며, 향후 등장할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금 높이기에 충분하다.

못다한 이야기

- 본편에서 보여줬던 '시각을 이용한 퍼즐'은 DLC에서도 유효하다. 특히 손전등의 빛과 그에 따른 그림자를 이용한 퍼즐은 아주 참신하게 느껴졌다. 다만 퍼즐 자체가 공포감을 조성하지는 않았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 '즉사'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Light Woman' 구간이 DLC의 즉사 구간 중 하나인데 작중 가장 공포감이 극대화되는 구간이다. 본편의 공포 요소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Crysis

장르 : FPS, 액션

제작사 : Crytek

플랫폼 : PC, PS3, X-box 360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FPS(1인칭 슈팅게임)는 여러 장르 중 가장 개성있는 장르이면서 가상 현실에 가장 가까운 형태를 지닌 장르다. 1인칭 시점을 통해 느낄 수 있는 현실감과 게임 속에 직접 들어가 행동을 하는 듯한 간접체험 효과는 FPS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고유한 특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장르 고유의 특징은 ’시점’에서 오는 것이며, 이로 인해 FPS는 1인칭 시점이라는 틀 안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제한점을 가지게 된다. 이 때문인지 FPS는 등장한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없이 고착화된 장르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FPS가 가지는 장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적 요소들을 게임 내에 도입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독특한 무기의 등장, 작중 공간과의 복잡한 상호 작용 구성, 버튼 액션과 컷신을 이용한 연출 등이 FPS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다양한 요소가 새롭게 도입되었지만 ‘눈에 보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장르의 한계를 깨기 위해 도입한 요소들의 대부분은 플레이어가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되었기에 다소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시점이 매우 중요한 장르이기에 ‘눈에 보이는 것’으로 새로움을 부여하려고 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며 충분히 납득이 되는 시도이지만, 대개 독특한 무기를 부여하거나 버튼 액션이나 컷신을 이용한 연출에 그칠 뿐이었다. 물론 이 같은 시도는 과거에 비해 더 큰 즐거움을 부여하기에 충분하지만 ‘1인칭이기 때문에 보이는 것에서 변화를 시도해야한다’라는 닫힌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나노수트(Nanosuit) - 기존 FPS의 시도와 상반되는 ‘보이지 않는 요소’

이러한 관점에서 [Crysis]를 바라본다면 보이는 요소가 아닌 ‘보이지 않는 요소’를 통해 FPS의 한계를 극복하려 했음을 알 수 있는데, 그 ‘보이지 않는 요소’란 본작에 등장하는 나노수트(Nanosuit)를 말한다. 나노수트는 컷신(Cut Scene)이 아니라면 플레이어가 관찰할 수 없는 요소인데, 작중 주인공이 입고 있는 장비이기 때문에 1인칭 시점에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게임 진행 중에는 전방(또는 총기의 조준점)으로 고정된 시점으로 인해 해당 장비의 작동과정이나 연출을 플레이어가 파악할 수 없다. 이는 장르의 성격상 무기(보이는 요소)에 초점을 두고 있어 투사체의 효과와 게임 내 연출에 집중하는 기존의 FPS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하나 짚고 넘어 가야할 부분이 있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인 나노수트가 게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해서다. 기존 FPS가 집중하던 ‘눈에 보이는 요소’는 게임 진행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더라도, 분위기 전환을 위한 장치나 플레이어가 인지할 수 있는 연출들로 작용하기 때문에 해당 요소의 역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요소’는 연출이나 분위기에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기에, 게임 진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그저 하나의 소재에 불과한 이름뿐인 요소로 전락하게 된다.

게임 화면 - 나노수트는 보이지 않지만 게임 진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나노수트는 게임 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나노수트가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나노수트가 가진 ‘기능’에서 나온다. 나노수트의 기능이란 주인공의 신체 능력을 강화해주는 것으로 방어 / 은신 / 힘 / 속도 의 네 종류의 모드가 존재한다. 그리고 나노수트의 각 모드들은 단순히 신체능력 강화의 역할을 하는 것 이상의, 게임을 진행하는 데 있어 전략적인 측면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Crysis]의 스테이지 구성은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일자형 진행의 닫힌 공간이 아닌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열린 공간의 구성을 가진다. 열린 공간의 특성상 게임 진행 중 달성해야할 목표가 정해져 있더라도, 목표를 달성하기까지의 과정은 플레이어 스스로가 결정해야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활용해야 하는 것이 나노수트의 모드들이다. 어떤 모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이 많이 달라지는데, 보편적인 FPS의 전투처럼 적군과 전면전을 펼칠 수도 있고, 적군의 시야를 피해 잠입하거나, 빠른 기동성으로 전투를 피해 목적지에 도달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나노수트의 모드는 고정적이지 않고 실시간으로 변경이 가능하며, 각 모드들을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에 따라 임무의 성패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나노수트의 효과적인 활용을 위해 플레이어가 처한 상황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모드를 결정하는 판단 능력과 매순간 알맞은 모드로 변경하는 정확한 조작 능력을 요구하므로, 무기와 나노수트를 동시에 활용해야하는 독특한 게임성과 함께 긴장감 넘치고 속도감 있는 게임 전개가 가능하다.

주인공들의 비중은 다소 희미했지만 나노수트의 비중은 매우 확고하다

게임 내에서 활용하는 장비로서의 나노수트의 역할을 알았으니 이제 조금은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Crysis]라는 작품에서 나노수트는 ‘이야기의 소재’로서도 비중이 매우 크다. 이는 본작 [Crysis]와 확장팩 [Crysis Warhead]를 비교해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각 작품의 주인공은 서로 다른 인물이며, 두 작품에 모두 등장한다. 하지만 서로 다른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각 인물이 처한 사건은 매우 비슷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인물간의 사건과 갈등은 거의 다루지 않고 ‘나노수트를 입은 특수부대원들의 외계인을 물리친다’라는 인물 자체는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인물의 비중이 매우 떨어지게 된다.

반면 나노수트는 희미해진 주인공의 비중과 독특한 게임성에 힘입어 그 비중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나노수트의 비중이 올라간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야기의 깊이가 떨어지고, 비중이 약한 주인공과 단조로운 구성의 이야기로 인해 스토리를 즐기는 맛은 부족할지 언정, [Crysis]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 나노수트가 될 만큼 작품의 핵심소재이자 상징으로서 그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나노수트는 [Crysis]가 FPS의 한계를 넘어서게 해주면서 본작의 상징이 되었다.

결국 나노수트는 ‘보이는 요소’에 집중하던 기존의 사고에서 벗어난 요소로서 [Crysis]만의 독특한 게임 방식을 구축해냈을 뿐만 아니라, 하나의 작품을 상징하는 요소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는 기존 FPS가 가지고 있는 틀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한계를 극복해낸 것이며, ‘보이는 요소’가 아닌 ‘보이지 않은 요소’에 집중한 완전히 새로운 시도라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Crysis]의 나노수트는 FPS라는 장르의 고착화된 모습을 성공적으로 깨뜨린 장치라고 볼 수 있으며, 향후 개발된 FPS가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한 모범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

- 나노수트 모드 전환은 다소 익숙치 않은 조작법이라 게임 초반에는 매우 낮설다. 하지만 게임을 진행할수록 나노수트 조작법에 익숙해지는데, 플레이어의 역량만 요구된다면 오프닝 영상처럼 화려한 전투가 가능하다.

- 개인적인 문제겠지만 오류가 상당히 자주 걸렸다. 소리가 안들린다거나, 튕김 현상이 발생한다거나, 최종 보스에서 핵탄두 발사 지정이 안되서 엔딩을 못본다거나... [Crysis]만큼 오류가 잦은 게임은 처음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개인적인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 주인공의 비중이 적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Crysis]의 주인공 '노매드'의 얼굴이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Crysis Warhead]의 주인공 '사이코'와 특수부대의 대장인 '프로핏'이 더 자주 나오는 수준. 게다가 딱히 주인공이 누구든 상관없는 스토리였기에 비중이 더 줄어들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Dying Light

장르 : 액션

제작사 : Techland

플랫폼 : PC, PS4, X-box One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좀비가 등장하는 작품은 아주 오래 전부터 만들어졌으며, 영화, 소설, 만화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해왔다. 좀비의 등장은 게임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으며, (현재는 유행이 지나긴 했지만) 좀비가 등장하는 게임은 생각보다 많이 만들어졌다. 독특한 점이 있다면 영화, 소설, 만화에서는 인간에게 상당히 위협적인 괴물로 등장하던 좀비들이 유독 게임에서만큼은 인간에게 쉽게 쓰러지는 존재가 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RPG 장르에서 저레벨 구간의 사냥용 몬스터로 좀비가 등장해 온 것이 원인이라 추측이 되는데, 게임이 보편화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게이머들은 ‘좀비 = 위협적이지 않는 대상’이라는 인식을 가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좀비를 핵심소재로 한 게임들이 등장함과 동시에 적지 않은 수의 작품이 컨셉을 '많은 수의 좀비를 죽이고 탈출하기’, 즉, ‘좀비학살’로 잡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좀비 = 반드시 죽여야 하는 대상’으로 고착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좀비를 보면 싸워서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보편화되었다

그렇다면 좀비를 핵심소재로 만들어진 [Dying Light] 역시 ‘좀비 학살 게임’으로 보아야 할까? 만약 기존 좀비 게임들을 생각하고 본작을 시작한다면 꽤나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 생각만큼 잘 죽지 않는 좀비로부터의 당혹감, 식칼이나 몽키스패너 같은 변변찮은 무기로 싸워야하는 답답함, 그리고 좀비에게 죽게 되었을 때 느끼는 짜증은 게임 자체에 대해 불만과 의아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은 앞서 언급한 ‘좀비 = 반드시 죽여야 하는 대상’이라는 선입견에 의해 발생한 것이며, [Dying Light]라는 게임에 대해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게임을 시작한 결과이다.

좀비를 소재로 했지만 ‘좀비 학살’이 아닌 ‘파쿠르’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다

[Dying Light]는 좀비 학살 게임이 아닌 프리러닝(Freerunning)이라고 불리는 ‘주변 환경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극복하는 훈련이자 이동기술’인 파쿠르(Parkour)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내내 달음질을 하며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다니고, 좀비의 머리를 밟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등의 이동능력에 비중을 두고 있으며, 전투에 대해서는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또한 작중 임무의 극히 일부만이 좀비를 죽이라는 내용일 뿐, 그 이외의 임무는 특정 목적지까지 도달하거나 물건을 운반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이는 애초부터 게임의 설계 방향을 ‘좀비 학상’이 아닌 ‘파쿠르’로 정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다른 게임에 비해 [Dying Light]의 좀비를 죽이기 어렵다는 것도 파쿠르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장치이다. 기존 작품에서는 다수의 좀비들이 몰려오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이 소유하고 있는 무기로 좀비들을 죽이는 것이었다. 화염병 몇 개, 총이나 칼 한자루만 있으면 몇 마리의 좀비가 몰려와도 두려워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Dying Light]의 좀비들은 화염병을 던져도 잘 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총은 거의 주어지지 않고, 막대기나 판자, 낫, 망치 같은 전문무기가 아닌 일상도구들로 좀비와 싸워야 한다. 이러한 게임 내 조건들은 좀비들과의 교전을 피해 도망다닐 수 밖에 없게 만든다. 그리고 이를 위한 생존방법으로 파쿠르를 활용하고 있기에 본작이 좀비 학살이 아닌 파쿠르 게임임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줌과 동시에 게임 내에서 파쿠르의 활용이 더욱 빛을 발하도록 만들어준다.

‘파쿠르 + 1인칭 시점’은 마치 화면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하나 주목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게임의 ‘시점’이다. 작중 주인공이 파쿠르를 할 때 게임 내 시점이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플레이어가 받는 느낌은 크게 달라진다. 핵심소재가 파쿠르는 아니지만 파쿠르를 게임 내에 도입한 작품들은 적지 않으며, 기존 작품들을 비교해보면 어떤 차이가 발생하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3인칭 시점의 작품들은 주인공의 화려한 행동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3인칭 시점의 특성상 게임 밖에서 거리를 두고 작중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에 파쿠르 특유의 날렵하고 아슬아슬한 움직임을 플레이어가 체감하기 어렵다. 그에 반해 플레이어의 시점이 1인칭으로 설정되어 있는 작품들은 주인공과 플레이어의 시점이 동일하기에, 주인공의 행동을 볼 수 없지만 플레이어가 직접 건물 사이를 건너다니면서 파쿠르를 시도하는 듯한 느낌과 함께 강한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그 외에도 좀비에게 붙잡혔을 때 얼굴을 물어뜯길 것만 같은 공포감,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의 아찔함, 어둠 속에서 좀비들의 시선을 피해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긴장감 등 감정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Dying Light]의 시점에 1인칭으로 설정된 것은 매우 탁월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플레이어의 역량만 받쳐준다면 누구보다 더 빨리 어디든지 돌아다닐 수 있다

파쿠르의 의미가 ‘주변 환경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극복하는 훈련이자 이동기술’임을 생각해볼 때, 파쿠르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좀비’ 이외에도 파쿠르를 활용할만한 환경이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 단조롭고 반복적인 건물 및 사물의 배치, 또는 큰 위기감 없이 이동할 수 있는 환경구성이라면 파쿠르 게임으로서 의미를 찾기 힘들며,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매우 지루하고 단조롭게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Dying Light]는 사물과 건물 배치가 복잡하며 다양한 환경구성을 포함하고 있기에, ‘주변 환경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극복하는 훈련이자 이동기술’로서 파쿠르를 진가를 확인하기에 적합하다. 좀비와 싸우는 것이 아닌 목적지로 도달하기만 하면 되는 게임임에 불구하고 건물을 뛰어넘고, 난간을 오르고, 지붕 위로 떨어지며, 낮은 틈새 사이로 미끄려져 지나가는 등 지형지물을 이용한 다양한 액션이 가능하기에 지루할 틈이 없다.

재미있는 점은 1인칭 시점으로 인해 화려한 파쿠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의 역량을 상당 부분 요구하게 된다는 점이다. 1인칭 시점으로 인한 (3인칭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 시야는 주변 환경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데, 파쿠르를 능숙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플레어어가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알맞은 대처 방안을 순발력있게 생각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에 따라 플레이어의 역량(환경 파악 능력 + 대처능력 + 조작)만 받쳐준다면 매우 빠른 속도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복잡한 지형지물 사이를 재빠르게 이동하는 파쿠르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물론 천천히 걸어가면서 충분히 환경을 파악한뒤 하나씩 건물을 뛰어 넘어도 되지만 [Dying Light] 특유의 속도감이나 파쿠르의 재미를 느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의 발단은 신선하지만, 전개는 급작스럽고, 결말은 몰입감이 떨어진다

파쿠르 게임으로서 [Dying Light]는 완성도가 높다고 볼 수 있지만,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 측면에서는 매우 부실하다. 핵심 소재가 ‘좀비’인 작품들은 이전에도 많이 나타났고, 적지 않은 수의 작품들의 이야기가 좀비를 피해 탈출하거나 생존하려는 사람들의 사투가 대부분이다. [Dying Light]는 생존이나 탈출이라는 내용에서 벗어나 ‘격리 구역내 인물조사 및 치료제에 관한 기밀 탈취’라는 색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클리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다고 보면 된다) 이런 면에서 이야기의 발단은 매우 신선했고, 다른 좀비 게임들과는 차별화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발단이 신선함에도 불구하고 본작의 이야기는 충분한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인물조사 및 기밀 탈취’라는 주인공의 명확한 목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없는 동료의식의 형성, 주인공과 전혀 관련 없는 대상에 대한 가족애, 굉장히 애매한 수준의 러브라인 등 인과가 불투명하고 납득이 되지 않은 전개가 주를 이룬다. 게다가 여러 작품에서 보았을 법한 스토리들을 한 곳에 모아 억지로 짜집어 놓은듯한 느낌까지 주기 때문에 이야기가 진행될때마다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극비임무를 받은 주인공이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타인을 위해 너무 쉽게 목숨을 바친다는 점은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다.

애매한 러브라인의 희생자가 된 여성(좌), 그리고 신세한탄하는 파쿠르 선생(우)

전개 과정에서 힘이 떨어지다보니 결말에 대한 기대감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결말 역시 너무나 뻔하고 예상되는 내용이기에 결말에 대한 몰입감은 매우 떨어지게 된다. 이야기의 진행 과정도 문제지만 각 인물들이 가지는 의미가 점차 변질되어 가는 것도 이야기 전개의 힘을 떨어 뜨리는데 한 몫한다. 초반에는 가장 뛰어난 러너(runner)로 주인공에 버금가는 실력자로 묘사되는 제이드(사진 속 여성)는 주인공의 가장 가까운 동료로서 활약하나 싶었는데, 애매한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죽어버린다. 또한 좀비들로부터 생존을 위한 기술로서 사람들에게 파쿠르를 가르쳐준 파쿠르 선생 해리스(사진 속 남성)는 생존자 집단의 리더로 첫 등장을 하나 점차 신세한탄만 하다가 후반에 들어서는 등장조차하지 않는다. 이같은 인물의 의미와 비중의 변화는 이야기 전개를 위해 인물의 역할을 억지로 바꾼 듯한 느낌을 주며, 인물이 가지는 상징성조차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스토리는 아쉽지만 ‘파쿠르’와 ‘좀비’를 아주 완벽하게 결한한 작품임은 분명하다

스토리는 상당히 부실하지만 ‘좀비’를 소재로 한 게임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린 점과 ‘파쿠르’가 중심인 게임으로서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것은 분명하다. 잘죽지 않는 좀비로부터의 위협, 1인칭 시점이 선사하는 현실감있는 파쿠르 체험, 다양하고 복잡한 지형지물을 이용한 화려한 파쿠르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낮과 밤에 따른 좀비들의 활동변화는 플레이어에게 엄청난 공포감을 주기도 하며, 오픈월드의 자유로운 성격에 따라 좀비와 싸울 것인지 도망갈 것인지 선택하고 그에 따른 차별화된 성장이 가능하다. 물론 좀비가 창궐한 세상에서 생존을 위한 기술로 파쿠르를 사용한다는 것이 매우 설득력있게 다가온다는 점을 기억해야하며, [Dying Light]가 좀비와 파쿠르의 소재간 결합이 매우 적절하게 이루어진 작품임이 분명하다

못다한 이야기

- 레벨과 경험치는 생존/전투/민첩 세 가지 능력으로 나뉘어져 있다. 세 가지 능력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되지만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플레이어 성향에 맞게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 좀비와의 교전이 잦으면 전투 쪽으로 능력이 향상되고, 파쿠르를 중심으로한 이동을 위주로 한다면 민첩 쪽으로 능력이 향상된다.

- 게임을 상당 부분 진행한 뒤 레벨이 높아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좀비 학살' 게임으로 바뀌게 된다. 물론 좀비를 사냥하는 능력과 충분한 무기가 갖춰질 때의 이야기이며, 적어도 메인 스토리가 끝나기 전까지는 '좀비 학살'을 체험하기는 쉽지 않다.

- 본작의 무서운 점은 '밤' 시간대의 좀비들인데, 밤 시간에는 특수한 좀비들이 등장하여 플레이어를 위협한다. 이동속도도 빠르고 공격력도 강해서 게임 초반에는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다. 게임 후반부에도 상대하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이기에 극한의 상황 속에서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밤 시간에 활동해보기를 권한다.

- 기술적인 면에서 약간의 문제가 있어 보인다. 프레임이 떨어지거나, 싱크가 맞지 않는 현상이 종종 발견되었다. 게임하는 데 큰 지장은 없지만 예민한 게이머들에게는 상당한 감점요소가 될 수 있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Armello

장르 : 보드, 카드, RPG

제작사 : League of Geeks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게임의 발달사를 따라가보면 다양한 형태의 게임을 만날 수 있다. PC를 이용한 게임부터 시작하여, 양손에 쥘 수 있는 크기의 휴대용 게임, TV에 연결해 즐기는 콘솔 게임, 오락실에서만 즐길 수 있었던 아케이드 게임 등 매우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것들은 우리가 ‘게임’이라고 하면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형태이며, 소위 전자오락(Electronic Game Video Game)이라 불리는 게임의 한 종류다. ‘게임=전자오락’이라고 인식하게 된 것은 ‘게임’이라는 용어가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자오락의 대중화 이후로 ‘게임’라는 단어가 전자오락을 통칭하는 다소 축소된 의미로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자오락의 형태가 아닌 ‘게임’이라 불릴 만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바로 전자오락의 등장 시기에서 좀 더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만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게임인 보드게임(Board Game)이다.

보드게임 - 전자오락이 나오기 이전에는 물리적인 도구를 이용해 게임을 즐겼다

보드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물리적인 도구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장기, 바둑도 보드게임의 일종이라 볼 수 있으며, 국내에서 오랫 동안 사랑 받아왔던 [부루마불], 그리고 사람들 간의 대화를 통해 진행되는 TRPG(Table-talk Role Playing Game) 역시 보드게임에 해당된다. 이처럼 보드게임은 전자오락이 등장하기 전부터 존재했으며, 전자오락보다 더 긴 시간을 게임으로서 역할을 해왔을 뿐만 아니라, 전자오락의 개발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놀이’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할리갈리, 젠가 등도 보드게임에 속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의외로 우리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게임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전자오락의 발달로 물리적인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전자오락의 대중화와 함께 보드게임은 게임의 한가지 ‘형태’임과 동시에 전자오락의 ‘장르’로 편입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물리적인 도구가 존재하는 기존의 보드게임들 외에도 전자오락의 한 장르로서 보드게임도 만들어지게 되었다.

[Armello]는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영웅들의 여정을 그린 보드게임이다

[Armello] 역시 전자오락의 형태로 만들어진 보드게임 중 하나다. 물리적인 도구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보드게임의 대표적인 도구인 카드, 주사위, 보드(또는 말판), 그리고 말(고유명사 - 고누나 윷놀이 따위를 할 때 말판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옮기는 패)을 게임 내에 포함하고 있으며, 게임 진행에 중요한 도구로 활용하게 만듦으로써 본작이 보드게임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차례를 돌아가며 진행하는 게임 진행 방식과 카드 뽑기, 주사위 굴리기 같은 확률 요소를 이용한 게임의 진행도 보드게임의 형태와 일치 한다.  

보드게임에 RPG 특성을 집어 넣음으로써 [Armello]만의 개성을 만들어낸다

독특한 점이 있다면 보드게임에 RPG 요소가 첨가되면서 플레이어가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즉, ‘영웅들의 여정’이 정해진 이야기에 따라가는 것이 아닐 플레이어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는 플레이어들 간의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보드게임인 TRPG(Table-talk Role Playing Game)의 특성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보드게임의 특성상 전자오락이 보여주는 그림이나 영상을 통한 스토리 전개는 불가능하며, 선택지가 제공하는 짧은 문장의 사건/사고들 뿐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단편적인 이야기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이야기를 플레이어가 머릿속에 그려나갈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주고 있으며, 플레이어 스스로가 머리 속으로 그려나가는 방법이야말로 보드게임의 스토리를 풀어나가는(또는 즐기는) 진정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RPG 요소가 만들어내는 또 다른 특징은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영웅의 능력치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Armello]는 영웅들의 능력치를 전투력/신체/정신/지혜로 나뉘며, 각 능력치는 주사위 개수(전투력), 생명력(신체), 마력회복량(정신), 최대 카드 보유량(지혜)에 대응한다. 네 가지 능력치 이 외에도 왕의 신임을 얻는 정도인 ‘명성’과 영웅의 타락한 정도를 보여주는 ‘부패’도 존재한다. 이러한 능력치들 카드의 사용과 그에 따른 전략수입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입맛에 따라 성장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다양한 카드의 종류는 전략의 풍부함 외에도 시각적 매력도 이끌어 내고 있다

본작에서 주목 해야할 또 다른 하나는 바로 보드게임의 도구로 활용되는 ‘카드’다. [Armello]의 카드는 단발성 효과에 그치는 보너스 개념이 아니라 게임을 진행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열쇠가 된다. 카드의 종류가 다양한만큼 카드별로 지불해야하는 대가(통칭 코스트)도 여러 종류로 설정되어 있는데, 카드 사용의 대가를 지불하기 위한 자원보유량은 영웅의 능력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영웅의 성장수준에 따라 카드의 활용 방향이 결정된다. 쉽게 말하면 영웅의 능력치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카드의 범위가 정해진다는 것이며, 이에 따라 [Armello]의 카드는 영웅의 성장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게임의 전략 수립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보드게임이지만 전자오락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활용하여 카드를 좀 더 매력적 도구로 만들어내고 있다. 각 카드들은 어느 정도 통일된 디자인을 가지고 있지만 각 카드별로 일러스트를 그린 디자이너들이 모두 다르며, 카드마다 디자이너들의 이름과  사인(signature, 서명)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카드의 그림에 움직이는 효과를 줌으로써 카드의 효과를 좀 더 실감나고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게 만들어두었다.(카드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드갤러리’도 존재하며 카드 일러스트에 많은 공을 들였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승리를 위해서 어느정도 ‘운’이 필요하지만 승리조건 간에 불균형이 존재한다

[Armello]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법은 총 네가지가 있는데, 첫째, 왕과 직접 전투를 벌여 왕을 살해하는 방법, 둘째, 영혼석을 모아 타락한 왕을 정화하는 방법, 셋째, 왕을 도와 명성을 높여 왕위를 물려받는 방법, 넷째, 왕보다 더 깊은 타락 상태에 빠져 왕을 굴복시키는 방법이 있다. 이 네가지 방법들은 전략과 게임의 진행 방향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각 승리 조건을 만족시키기까지 난이도의 차이가 존재하기에 승리 조건 사이의 유불리를 발생시키기도 된다. 특히 부패 승리의 경우 ‘왕보다 더 높은 부패 레벨’인 상태에서 ‘왕을 직접 살해’해야한다는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해야하므로 난이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초반에 부패 레벨을 어느 정도 높히지 못하면 사실상 부패 승리는 실패했다고 봐야한다. 또한 정해진 턴 횟수 안에 게임이 끝나기 때문에 게임 중반에 전략을 바꾸기가 어렵다는 문제점도 있는데, 부패 승리 전략이 초반에 실패하여 중간에 방향을 바꿀 경우 게임에서 승리할 확률이 매우 희박해진다. 반대로 명성 승리의 경우 전투를 최대한 피하고 퀘스트와 카드의 효과로 명성을 쌓아가며 소극적으로 게임을 진행하더라도 ‘왕이 자연사하거나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사망할 경우’ 승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길 확률이 높다.

타락한 왕을 쓰러뜨리고 [Armello]의 왕좌를 차지할 자는 누구인가

승리 조건 간의 유불리가 발생하는 부분은 조금 아쉽지만 다양한 전략, 매력적인 디자인, RPG요소의 가미 등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진 보드게임인 것은 분명하다. 전자오락의 하위 장르로 만들어진 보드게임이지만, 보드게임의 느낌을 잘 살려놓으면서 전자오락에서만 구현 가능한 것들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어느 정도 ‘확률’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플레이어의 전략에 따라 게임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균형을 잡고 있다. 물론 ‘타락한 왕을 쓰러뜨리고 왕좌를 차지하는 영웅들의 여정’이라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게임의 시작-과정-전략-승리까지 통일성을 부여하여 게임의 색깔을 뚜렷히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못다한 이야기

- 전략적 다양성을 위한 요소로 '캐릭터의 고유 능력'도 있다. 캐릭터의 능력에 따라 유리하고 불리한 전략이 어느 정도 정해져있어서 캐릭터에 특성에 맞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땜장이 바나비'의 경우 아이템과 관련된 고유 능력이 있어서 장착 아이템에 대한 활용도는 매우 높지만 낮은 정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법 카드 활용도는 매우 떨어진다.

- 전자오락이라는 점을 활용한 또 다른 부분은 NPC의 존재다. '왕의 경비병'과 '베인'이라는 몬스터는 무작위로 플레이어를 공격하며 이에 따른 변수가 상당히 자주 발생한다. 물론 '왕의 경비병'과 '베인'을 이용하여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가능하다.

- 스토리 전개 측면에서는 '영웅 일지'라는 것이 존재한다. 플레이어가 스스로 스토리를 정리하지 않더라도 게임 내에서 자동으로 영웅의 발자취를 기록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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