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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Hollow Knight (할로우 나이트)

장르 : 액션, 플랫포머, 메트로배니아

제작사 : Team Cherry

플랫폼 : PC, Nintendo Switch

발매년도 : 2017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게임을 고르는 데 있어 취향에 딱 맞는 작품을 만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재미있는 게임은 많지만, 게이머가 진정으로 선호하는 게임을 찾기란 절대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취향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요소가 너무나 다양해서다. 게임의 장르와 재미, 캐릭터의 디자인, 작중 세계관과 이야기 등 수없이 많고 이를 하나씩 따져보면 100% 취향에 맞는 게임을 찾기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단적인 예로 선호하는 장르 안에서 마음에 드는 게임을 찾고자 하더라도 쉽게 고르기 힘들며, 오랫동안 애정을 쏟아온 특정 게임 시리즈조차 그 안에서 작품별로 선호도가 달라진다. 게다가 게임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인상과 시간이 흐른 뒤의 인상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도 있으니, 게임을 끝마칠 때까지 ‘취향에 맞는 게임'이라고 단언하기도 쉽지 않다.

일부 게이머는 주인공 ‘할로우 나이트’의 귀여움만 봐도 마음이 끌릴 것이다

그렇다면 [Hollow Knight]는 어떨까? 적어도 첫인상만큼은 취향에 완벽히 맞아 떨어졌다. 2등신도 채 되지 않은 비율. 사슴벌레 모양의 하얀색 가면. 조악한 검을 휘두르며 싸우는 모습의 주인공. 굉장히 귀엽게 보였다. 그리고 벌레의 모습을 한 캐릭터는 기이했지만 어두운 배경이 풍기는 신비로운 분위기로부터 묘한 매력을 느꼈다. 결정적으로 게임 장르가 메트로배니아였기에 더할 나위 없이 마음에 들었다. 호기심이 생기는 것을 넘어 구매 욕구가 넘쳐 흐를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게임을 끝마칠 때까지 취향에 맞는 게임임을 단언하기 어렵다고 했다. 첫인상이 아무리 마음에 들었을지라도 알맹이가 부실하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이제 [Hollow Knight]가 진짜 취향에 딱 맞는 게임인지 확인해볼 차례다. 게임을 끝내고도 만족스러웠을까?

비선형적 구조의 스테이지를 보면 알 수 있듯 전형적인 메트로배니아다

[Hollow Knight]는 메트로배니아의 기본 특성을 아주 잘 따르고 있다. (1) 낮은 강제성을 가진 게임 진행 순서 (2) 비선형적 구조의 미로 같은 스테이지 (3) 스킬 습득 또는 보스 처치에 뒤따르는 새로운 지역 해금 (4) 넓은 범위에서 풀어야 하는 퍼즐 등 메트로배니아하면 떠올릴 수 있는 특성을 빠짐없이 보여 준다. 여기에 오픈 월드라고 여겨도 무방할만큼 넓은 활동 공간을 구축하고 있기까지 하다. 덕분에 메트로배니아 특유의 ‘길 찾는 재미'가 제대로 살아있으며, 선형적 구성에 약간의 미로를 추가한 근래 플랫포머의 경향과는 확실히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지도가 꼭 필요할 정도로 복잡한 스테이지 구조를 갖췄지만 지도는 불친절하다

기본을 잘 따르면서 고유한 특징도 있다. 메트로배니아로써 [Hollow Knight]만의 특징적인 요소는 단연 지도(map)와 관련한 ‘불친절함'이다. 길 찾기가 중요한 장르 특성상 지도가 제공하는 정보는 매우 중요하며 지도의 습득과 기록은 필수불가결한 과제다. 다만 지도를 얻는 과정이 길 찾기보다 어려워서는 안 되기에, 대부분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지도를 습득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편의를 제공한다. (대게 자동으로 지도가 갱신되거나 새로운 지역에 진입하기 전에 지도를 습득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런데 본작은 지도를 얻는 과정 자체가 어렵고 지도를 통해 정보를 얻기 위한 방법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불친절함'이라는 차별점이 존재한다.

지도는 절대 공짜로 주지 않는다? 게다가 그 지도마저도 미완성 상태라고?!

지도는 각 지역에 숨어있는 NPC로부터 얻을 수 있다. 문제는 말 그대로 NPC가 '숨어있기 때문에’ 지도를 얻기가 길 찾기보다 더 어렵다. 지도를 가지지 못한 상황에서 길을 찾는 것도 힘든데 숨어있는 NPC를 찾아야 하니 그 어려움 정도는 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지도는 돈을 주고 사야 하며 그마저도 미완성 상태인지라 지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제한된다. 물론 특정 아이템을 활용해 지도를 갱신하고 정보를 기록하는 게 가능하긴 하나, 이러한 아이템의 존재를 직접 알려주지 않는다. 지도의 습득부터 활용까지 어느 하나 쉽게 해결되는 점이 없어 상당히 불친절한 구성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기존 메트로배니아에 비해 길 찾기가 몇 배는 더 까다롭다. 덕분에 길 찾는 재미를 강화한다는 긍정적인 결과를 내기도 하지만, 메트로배니아에 익숙치 않은 게이머에게는 불친절함을 넘어선 불편함을 느끼게 만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지도와 관련된 부분은 메트로배니아를 선호하는 정도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이라 본다)

플레이어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170여 종의 몬스터와 수시로 전투를 벌일 수 있다

장르 특성상 길 찾기에 초점이 맞춰진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길 찾기 외의 컨텐츠도 양질의 것으로 채워져 있다. 우선, 전투는 매우 다양한 종류의 몬스터와 치르게 된다. [Hollow Knight]에는 일반 몬스터 140여 종, 보스 몬스터 30여 종으로 전체 170종류가 넘는 몬스터가 등장한다. 이들은 각자 고유한 움직임과 공격 패턴으로 플레이어를 끊임없이 괴롭히며, 위협의 정도도 천차만별이다. 무엇보다 170종이 넘는 몬스터와 전투를 수행한다는 것은 플레이어가 학습해야 할 내용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기도 하며, 전투만으로도 높은 난이도를 형성한다. (몬스터 한 종류당 하나의 패턴이 있다 해도 학습해야 할 패턴이 170개나 된다) 그중 보스 몬스터는 보스라는 위치에 걸맞게 여러 가지 공격 패턴을 가지고 있으며, 각 패턴이 파훼하기 까다로워 일반 전투보다 한층 더 높은 난이도를 보여 준다.

즉사 판정이 포함된 까다로운 구조의 플랫폼은 조작하는 재미를 끌어올린다

스테이지 전체의 구성도 복잡하지만, 지역별 플랫폼 구조도 독특하고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메트로배니아가 2D 플랫포머의 파생작인 만큼 다양한 구성의 플랫폼을 담아낼 수 있는데, 이를 응용한 고난도 플랫폼 구간이 스테이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2단 점프, 벽 타기, 공중 대쉬 등 다양한 이동기를 적절히 활용해야 지나갈 수 있는 구간은 물론이거니와 특정 사물을 이용(예-칼로 때리면 멀리 밀려나는 버섯)해야만 하는 구간 등 다양한 유형의 플랫폼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일부 구간은 즉사 판정이 존재해 매우 신중하고 정교한 조작을 요구한다.

이러한 이유로 길을 찾는 과정에서 몬스터와 싸우고 복잡한 지형을 지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등 지루할 틈이 전혀 없다. 특히 전투와 플랫폼 양쪽 모두 손을 바쁘게 한다는 점에서 높은 수준의 조작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더군다나 이러한 전투와 플랫폼이 별도로 분리된 게 아니라, 대부분 공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의 난이도를 더 끌어올리기까지 한다.

길 찾기도 어렵지만 세이브 포인트도 찾기 어려워 게임의 난이도는 배가 된다

세이브 포인트도 무작정 집어넣지 않았다. 세이브 포인트의 배치와 역할이 게임의 난이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Hollow Knight]는 플레이어가 활동하는 여역의 넓이에 비해 세이브 포인트의 수가 매우 적다. 지역별로 1~2개에 불과하며 세이브 포인트 사이에 거리도 매우 멀다. 그리고 세이브 포인트 사이에는 (앞서 언급한) 까다로운 몬스터와 플랫폼이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어 필요할 때 진행 상황을 저장하는 것도 고역이다. 또한, 지도를 기록/갱신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세이브 포인트이기 때문에 지도의 불친절함과 게임 전반의 체감 난이도는 배가 된다.

다양하게 담긴 양질의 컨텐츠와 높은 자유도는 오픈 월드를 연상케 할 정도!

이 외에도 다양한 컨텐츠가 담겨 있다. 독특한 효과를 부여하는 특수 아이템이자 수집요소의 역할을 맡은 36종의 참(Charm, 부적), 많은 보상을 제공하며 모두 구출할 경우 이벤트가 발생하는 애벌레 구출, 세 종류의 난이도로 구분되어 있으며 플레이어의 전투 능력을 시험할 수 있는 투기장, 먼 지역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사슴벌레 정거장 등이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컨텐츠가 3D 오픈 월드에서 접하던 유형과 비슷한 것이다. 충분한 플레이 타임과 보상을 보장하는 수집요소, 전투를 집중적으로 즐길 수 있게 별도로 구성한 공간, 플레이어에게 편의성을 제공하고 이동 시간을 줄여주는 빠른 이동 기능 등 3D 오픈 월드의 컨텐츠 유형과 잘 맞아떨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어느 하나 강제성을 띄지 않고 선택적으로 소비할 수 있어 오픈 월드 못지않은 (또는 진행 순서가 정해지지 않은 메트로배니아의 비선형적 구성에 의해 더 높은) 자유도를 가지고 있다.

몬스터와 등장인물 모두 벌레지만 징그럽다기보다 대게 귀엽고 호감 가는 외모다

효과적으로 분위기를 형성하는, 상반된 느낌의 디자인과 다양한 배경음은 [Hollow Knight]의 또 다른 강점이다. 본작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귀엽다. 몬스터를 포함해 모든 캐릭터가 벌레를 모티브로 디자인되었음에도, 둥글둥글하고 알아보기 쉬운 단순한 외형을 가지고 있어 징그럽다는 생각이나 거부감은 전혀 들지 않는다. 여기에 인간형 모습을 한 몬스터는 벌레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며, 일부 보스 몬스터는 일회성 캐릭터로 등장하기 아까울 정도로 개성 있는 외형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앞서 170여종이 넘는 몬스터가 등장한다고 했는데 변형/파생 몬스터를 제외하고는 모두 디자인이 다르다)

귀여운 캐릭터와 대비되는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의 배경은 게임을 한층 더 무겁하게 한다

하지만 캐릭터가 활보하는 스테이지, 즉, 배경은 절대 귀엽지 않다. 온갖 위험한 함정이 놓인 정글, 몰락한 귀족만이 남은 어두운 도시,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폐쇄된 정거장, 포자가 뒤덮여 버린 동굴 등 전체적으로 어둡고 음침하다. 게다가 배경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는 벌레의 사체나 각종 구조물 또한 평범하지 않다. 창에 꿰 뚫린 채 무더기로 쌓여 있는 벌레 전사들, 무언가에 뜯어 먹힌 듯 머리가 없는 사체, 사체에 엉겨 붙어 자라고 있는 기생식물 등 징그럽고 소름 돋는 것투성이다. 구조물은 오랜 세월에 걸쳐 침식되고 부서진 모습이며 이는 과거에 화려했던 벌레 왕국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 음울한 기분을 들게 한다. 이렇듯 캐릭터와 배경의 상반된 디자인 방향은 귀여움을 느낌과 동시에 어둡고 우울한 느낌을 받게 해 작품 전반의 분위기를 더 무겁고 음침하게 만들고 있다.

효과적인 배경음 - 가장 인상적인 배경음으로는 단연 쇠똥구리 수호기사 테마곡

배경음은 다양하게 담겨 있어 시각적 요소가 보여주는 분위기를 보조하는 동시에 주도적으로 분위기를 형성하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지역별 서로 다른 배경음은 해당 지역의 시각적 느낌과 잘 어울리며, 지역이 바뀔 때 플레이어가 느끼는 감정도 재빨리 바뀌도록 유도한다. 특히 보스의 경우 전용 배경음을 가진 경우도 많은데, 분위기 전환과 더불어 캐릭터가 가진 개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어 대단히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예를 들어, 쇠똥구리 수호기사(Dung Defender)는 똥을 굴려 가며 싸우고 호쾌한 웃음 소리를 내는 우스꽝스러운 보스라는 점에 맞춰 빠른 박자의 밝고 활기찬 배경음이 깔린 반면, 눈 없는 자(No Eyes)는 아이를 잃고 눈을 뽑힌 전사의 영혼이라는 특징을 살려 귀신이 아이를 찾는 소리처럼 들리는 소름 돋는 배경음을 깔아두었다.

수준 높은 연출의 이벤트 신과 매력적인 애니메이션 컷 신은 예상치 못한 강점!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된 컷 신(Cut Scene)도 다양한 연출을 보여주는 이벤트 신도 결코 놓칠 수 없는 요소다. 장르적 특성과 인디 게임이라는 점에서 컷 신이나 이벤트 신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으나, 수준급의 이미지를 보여주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컷 신의 경우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수가 적고 낮은 프레임으로 인해 움직임이 부드럽지 않다는 아쉬움은 있으나, [Hollow Knight] 특유의 음습한 분위기를 잘 담아내고 있으며 이야기를 진행 과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벤트 신도 다양한 그래픽 표현과 다채로운 효과음을 이용해 2D를 뛰어넘는 화려한 연출을 보여주고 있어 플레이어의 이목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NPC의 대사와 상호작용 요소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본작의 이야기를 만든다

직접 설명하지 않고 상호작용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의 이야기 전개 방식도 매우 독특하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해되는 일반적인 전개 방식과 달리 [Hollow Knight]는 이야기의 상당 부분을 플레이어가 '찾아내서 정리하고 이해해야’ 한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주인공이 어떤 존재인지, 왜 모험을 떠나는지, 작중 세계는 어떤 곳인지 등에 대해서 그 어느 것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대신 게임을 진행하면서 발견하게 되는 사물이나 NPC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이렇게 모은 정보가 작중 세계와 이야기를 이해하는 밑바탕이 된다.

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없는 것투성이지만 그만큼 해석하는 재미가 있다

다만 그 정보마저도 결코 쉽게 읽어낼 수 없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글귀, 작중 이야기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NPC의 존재, 작중 세계에 대해 의문을 증폭시키는 사물 등 알쏭달쏭한 것투성이다. 게다가 상호작용만으로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 외에도 아이템을 사용하거나 일정 조건을 만족해야만 알 수 있는 내용이나 스테이지 배경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실마리 등 숨겨진 정보도 무수히 많다. 그러므로 플레이어는 이야기를 읽어 내기 위해 많은 곳을 탐색하고 정보를 모으고 이를 해석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특징은 작중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키며 게임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유도하는 장점이 있으며, 단순히 중심 이야기만을 즐기는 게 아닌 세계관의 이해까지 영역을 넓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Hollow Knight]의 이야기를 더 무겁고 깊이 있게 느끼게 한다.

‘세계의 상태를 알리라’는 멀티 엔딩의 존재에 대해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문구다

게임 진행 상황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멀티 엔딩도 존재한다. 여느 게임처럼 트루 엔딩(True Ending)이라고 불리는 결말이 존재하며 이를 위해 달성해야 하는 조건이 매우 많고 복잡하다. 흥미로운 점은 [Hollow Knight]의 멀티 엔딩이 단순히 결말이 달라지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데, 바로 플레이어가 작중 이야기를 얼마나 읽어냈느냐의 척도이기도 하다. 특별한 조건 없이 최종 보스만 쓰러뜨리면 볼 수 있는 노멀 엔딩은 작중 세계와 이야기에 대한 많은 의문만을 남긴 채 끝을 맺으며 이야기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플레이어에게 다시금 게임을 해보라는 의미이기도 하며 많은 이야기가 아직 남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단, 친절하게도 최종 보스 돌입 직전에 있는 세이브 포인트를 사용하면 완료도를 표기해주므로 이야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도 ‘무언가 더 남아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트루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노멀 엔딩까지 즐긴 것보다 더 많은 걸 해내야 한다

반면 트루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일정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다만 그 조건이 무엇인지 게임 내에서 전혀 알려주지 않기에, 말 그대로 모든 지역을 탐색하고 빠짐없이 퍼즐을 풀어 가며 숨겨진 요소를 찾아야만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정보를 얻게 되면서 작중 이야기와 세계관을 깊게 읽어 낼 수 있다. 무엇보다 트루 엔딩을 보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것들이 노멀 엔딩에 비해 월등히 많아, 트루 엔딩에 도달하는 것 자체가 몹시 어렵고 그만큼 즐길 거리도 많기에 작중 이야기와 세계관 전달 이외에도 도전의식을 자극하고 충분한 플레이 타임을 보장하기도 한다.

하나씩 모두 확인해봐야 하는 주먹구구식 게임플레이로 바뀌는 건 조금 아쉽다

기존 메트로배니아보다 조금 더 까다로운 구성을 취하면서, 어두운 분위기를 형성하는 시청각 요소와 독특한 이야기 전달 방식은 대단히 만족스럽지만, 구조적으로 조금 아쉬운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첫째, 일정 수준 이상 게임을 진행한 뒤에는 주먹구구식 게임 플레이로 변질된다. 메트로배니아는 길 찾기가 핵심인 장르이긴 하나 간접적으로 힌트나 가이드를 제공한다. 이를테면, 너무 높아서 닿을 수 없는 장소에 아이템이나 길이 배치되어 있다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와 ‘기술을 배운 후 다시 오라’는 힌트가 된다. 또는 NPC가 제공하는 정보나 퀘스트가 힌트가 작용할 수도 있고, 스테이지 곳곳에 배치된 퍼즐도 일종의 가이드가 될 수 있다.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이는 요소가 트루 엔딩의 조건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Hollow Knight]는 힌트나 가이드에 해당하는 요소가 매우 적다. 이동 관련 기술을 모두 습득하는 시기가 빠른 편이며, 퍼즐보다는 전투와 플랫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사실상 대부분 길 찾기(또는 게임 진행)에 대한 힌트가 없는 상태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이동에 제약이 빨리 사라짐에 따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게임 내용의 상당 부분이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하여 해결’하는 형태가 되어 버리는 단점을 가지기도 한다. 특히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트루 엔딩을 보기 위한 과정에서는 이러한 주먹구구식 게임 플레이가 더 심해진다. 자신이 조건을 얼마나 만족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엄청나게 넓은 스테이지 전체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돌아다녀야 하며, 이로 인해 게임 진행 중 지루함과 짜증을 느낄 가능성이 작지 않다.

돈이 없으면 게임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힘들 정도여서 불편함을 느낄만도 하다

둘째, 각종 상호작용을 사용하기 위해 돈이 필됴하다는 점이 의도치 않은 불편함을 낳는다. [Hollow Knight]는 돈이 매우 중요하다. 지도를 비롯한 각종 아이템을 사는 것 외에 스킬 습득과 아이템 강화, 그리고 심지어 상호작용 요소를 사용하는 데도 돈을 필요하다. 새로운 지역에 진입하기 위한 비밀통로, 빠른 이동을 위한 사슴벌레 정거장, 그리고 몇몇 세이브 포인트 등은 최초 사용 시 돈을 지급해야 한다. 이는 게임의 난이도를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으나, 돈벌이(본작에서는 전투가 해당한다)를 강요한다는 점과 길 찾기를 다소 억지스럽게 방해한다는 점에서 불편함을 야기한다. 게다가 대부분 돈을 전투를 통해 벌어들여야 하므로 전투가 길 찾기를 어렵게 하는 보조적 요소를 넘어 길 찾기보다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주객전도의 상황도 발생한다. 게임의 난이도를 높이려는 의도는 충분히 알 수 있지만, 메트로배니아의 특성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듯 싶다.

취향에 맞는 것을 넘어 손에 꼽을 만큼 완성도 높은 메트로배니아라 말하고 싶다

자! 그러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Hollow Knight]는 취향에 맞는 게임이었는가? 대답은 'Yes'다. 일정 수준 진행한 이후에 드러나는 주먹구구식 게임 진행과 돈을 요구하는 상호작용 요소로 인한 불편함은 아쉽지만, 게임의 짜임새는 길 찾기의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탄탄하다. 또한 음습하고 우울한 분위기, 귀엽고 매력적인 캐릭터, 고난도 전투와 플랫폼, 인상적인 애니메이션 컷 신과 수준 높은 연출의 이벤트 신, 자유롭게 소비할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 오픈 월드를 연상케 하는 넓은 활동 공간과 자유도, 그리고 멀티 엔딩까지 멋진 요소들이 가득하다. 오히려 첫인상보다 게임을 마친 지금이 더 만족스럽다. 그러면 이번에는 당신에게 물어보겠다. 메트로배니아를 좋아하는가? 고난이도 2D 플랫포머를 즐기는가? 어둡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게임에 흥미가 있는가? 아주 멋진 인디 게임을 접해보고 싶은가? 여기에 어느 하나라도 'Yes'라 대답할 수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Hollow Knight]를 선택하길 바란다.

못다 한 이야기

- 그래픽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각 캐릭터의 움직임이 매우 부드럽고 역동적이며 섬세하게 그려진 배경에서 느껴지는 원근감과 무게감, 그리고 광원 효과와 흐림 효과 등 연출을 위한 적절한 효과 활용도 아주 인상적이다. 인디 게임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수준!

- 게임 진행 중 사망하면 그 자리에 영혼(Soul)이 생성되며, 영혼을 회수하지 못하면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잃어버리는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사용한 세이브 포인트에서 다시 시작해서 죽은 위치까지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까다로운 전투와 플랫폼 구조에 더해 [Hollow Knight]의 난이도를 높이는 주된 요소기도 하다. 누누이 말했지만 본작은 돈이 정말 중요하다!

- 가격 대비 플레이 타임이 아주 길다. 16,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노멀 엔딩까지 진행할 경우 평균 18시간 이상은 즐길 수 있으며, 트루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30시간 이상 즐길 수 있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아주 넓은 스테이지 안에서 주먹구구식 플레이를 해야 하기 때문에 플레이 타임이 길어지기도 하지만, 새로운 길을 찾고 이야기와 비밀을 풀어나가는 재미와 이를 위한 컨텐츠는 확실히 보장된다.

- 지도를 판매하는 NPC인 코니퍼(Cornifer)의 흥얼거림이 아주 중독적이다. 배경음도 효과적이지만 코니퍼의 흥얼거리는 소리도 게임의 매력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하다. 궁금하면 직접 들어보시라!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C )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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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Horizon Zero Dawn (호라이즌 제로 던)

장르 : 액션

제작사 : Guerrilla Games

플랫폼 : Playstation 4

발매년도 : 2017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어떤 대상에 대하여 이미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고정적 관념이나 관점'을 의미하는 선입견은 대단히 무섭다. 대상을 직접 마주하지도 접하지도 않았으면서 그 특징을 규정해버리니 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있다면 선입견이 형성되는 데는 분명한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헤일로 킬러’라는 과감한 수식어를 내걸었지만 기대 이하의 성과만 거뒀다

[Horizon : Zero Dawn]의 제작사 Guerrilla Games도 이런 선입견이 존재한다. Guerrilla Games의 대표작은 FPS 게임 시리즈인 [Killzone]. 2004년 첫 작품을 발표할 때 ‘헤일로 킬러'라는 수식어를 내걸며 당시 최고의 찬사를 받은 FPS인 [Halo]와의 경쟁을 선포했다. 더 나아가 단순히 작품 간의 경쟁이 아니라 X-Box와 Playstation의 경쟁이라는 플랫폼 간 경쟁 구도까지 형성하는 대단히 과감한 전략을 내세우기까지 했다. 하지만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 [Halo]를 위협하기는커녕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다. 그리고 연이어 나온 후속작은 평가가 좋았던 적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헤일로 킬러'라는 수식어가 무색한 그저 그런 반응을 이어갔다. 여기에 '그래픽만 좋은 FPS'로 요약할 수 있는 다소 부끄러운 평가까지 받았다. 이는 게이머로 하여금 Guerrilla Games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것은 물론 게임성은 별 볼 일 없는 회사라는 선입견을 품게 하기에 충분한 결과였다.

발매 이전에 약간의 우려가 있었지만, 기대 이상의 대단히 멋진 모습을 보여 줬다

[Killzone]의 사례 때문에 [Horizon : Zero Dawn] 역시 선입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게임발매 이전에 볼 수 있었던 각종 영상을 통해 본작의 그래픽이 뛰어남을 확인했음에도 [Killzone] 시리즈의 선례로 인해 무작정 기대만 하기는 어려웠다. 더군다나 오랜 기간 FPS에 집중해오던 회사가 완전히 다른 장르의 게임을 제작한다는 점은 분명히 도전적인 것이기에 우려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발매 이전의 우려는 기우(한자)였으며 선입견은 그저 선입견일 뿐이었다. 직접 마주한 [Horizon : Zero Dawn]은 너무나 거대했고 믿기지 않을 만큼 빛나는 모습이었다. 같은 회사에서 만든 게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선입견은 완전히 깨졌으며 Guerrilla Games의 가치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있길래? 지금부터 살펴보자.

어디를 바라봐도 그림이 나올 정도로 본작의 그래픽은 흠잡을 데가 전혀 없다

'그래픽만 좋은 FPS'라는 오명을 얻긴 했지만, 어쨌든 [Killzone]은 그래픽만큼은 흠잡을 데 없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러한 게임을 내놓은 경험이 있는 Guerrilla Games이기에 [Horizon : Zero Dawn]에서도 대단히 뛰어난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다. 오픈월드 구성의 개방된 공간을 채워주는 원거리 배경과 캐릭터가 움직이는 필드에 배치된 각종 사물은 매우 실감 나며 플레이어가 바라보는 화면을 가득 채워 시선을 압도한다. 그리고 작품 전반의 그래픽은 한눈에 봐도 동시대의 그 어떤 게임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느낄 만큼 정교하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자면 지금까지 Playstation으로 발매된 그 어떤 게임보다 뛰어난 그래픽이라고 해도 무방할 수준이다. (과장을 보탰다곤 했지,만 본작보다 뛰어난 그래픽의 게임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치밀함이 느껴질 만큼 섬세한 환경/생태 묘사는 끊임없이 시선을 압도한다

그 중 '환경/생태 묘사'는 사실적인 수준을 넘어 치밀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눈덮힌 설원, 건조한 사막지대, 울창한 밀림, 광활한 평원 등 다양한 유형의 환경/생태를 마주하게 된다. 각 필드를 구성하는 사물이나 멀리 보이는 배경만으로 각 환경의 고유한 느낌을 구현할 수 있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수시로 변화하는 기후 요소까지 반영하여 강렬함을 전하고 있다. 예를 들면 같은 사막 지대라도, 한 번은 매우 건조하고 고요하다면 다른 한 번은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강한 모래 폭풍이 불어 매우 거칠다. 그저 분위기 형성을 위해 그려 넣은 배경이 아닌 마치 살아 움직이는 공간처럼 변화무쌍한 모습을 담아냈다. 이 외에도 시간의 흐름에 따른 낮과 밤, 서로 다른 환경의 경계를 지날 때 볼 수 있는 기후의 변화 과정,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야생동물 분포와 출몰 빈도 등 환경/생태 묘사가 세밀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플레이어에게는 사냥감일 뿐이지만 겉모습만큼은 대단히 세련되고 정교하다

뛰어난 그래픽을 보여주는 만큼 캐릭터 표현도 훌륭하나, 사실 사람보다는 로봇에 더 많은 시선이 간다. [Horizon : Zero Dawn]의 세계관은 먼 미래에 로봇이 지구를 지배한 세상으로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20여 종의 로봇을 만나게 된다. 상당수의 로봇은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촌스럽거나 진부하다기보다는 아주 세련되고 멋지다. 모티브가 된 동물의 특성을 반영한듯한 움직임이나 관절 형태, 행동 패턴 등이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설득력이 있기까지 하다. 또한, 로봇이라는 특성도 충분히 살려 로봇만이 할 수 있는 공격 방식이나 움직임도 보여주고 있으며, 어색하지 않은 수준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어찌 보면 로봇은 그저 플레이어가 사냥하고 이용하는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외형이 대단히 정교하고 세련되며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설득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중 세계관을 탄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물론 작품의 매력을 한껏 올려주는 중요한 역할로써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사냥에 필요한 무기를 제작하기 위해 다양한 자원과 재료를 수집하는 게 우선!

로봇과의 전투는 본작의 핵심이다. 단, 전투(Battle)보다는 사냥(Hunting)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사냥에 관련된 다양한 요소들이 촘촘히 들어가 있는데 이로 인해 플레이어는 사냥하지 않을 때(준비), 사냥에 돌입하기 전에(전략), 사냥할 때(전투) 굉장히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먼저 사냥을 하지 않을 때는 사냥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냥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무기와 회복수단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플레이어가 직접 자원과 재료를 모아 제작해야 한다. 근접무기를 제외한 모든 무기는 자원을 필요로 하며 특수한 기능과 효과를 가진 무기일수록 더 많은 재료를 소비한다. 이 때문에 원활한 사냥을 위해서는 언제나 자원 채취와 재료 수집에 신경 써야 한다.

중요한 과정이긴 하나 자연스럽게 자원과 재료가 모이므로 큰 불편함은 없다

다만 이러한 준비 과정은 별도의 시간을 낸다기보다 '사냥 외 시간'에 자연스럽게 수행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여러 장소를 돌아다녀야 하는 오픈월드 특성에 맞게 이동하는 중에 자원을 모을 수 있게 구성해두었고, 사냥 이후에 습득하는 전리품이 무기 제작을 위한 재료로 사용되는 순환적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필수적인 수행이며 자칫 귀찮아질 수 있는 활동임에도 적절한 편의성을 갖추고 있어 지나치게 의식적으로 수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자원/재료 수집을 소홀히 한다면 언제든 무기 부족으로 사냥에 실패할 수 있으며, 상급 로봇을 잡기 위해서는 더 강력하고 많은 무기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자원/재료 수집은 적당히 구색을 갖추기 위해 집어넣은 요소가 아닌, 가장 많이 신경을 써야 하는 요소임은 변함이 없다.

사냥을 시작하기 전에 포커스를 사용하여 사냥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냥감을 발견하고 사냥을 시작하기 전에도 할 일이 있다. 플레이어가 사냥할 대상은 로봇. 무작정 달려들어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한자)이라 로봇의 특성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성공적인 사냥이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플레이어는 포커스(focus)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사냥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과정을 또 한번 거쳐야 한다. 로봇의 강점과 약점, 내성, 부품, 이동 경로 등 사냥감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로봇의 위치, 분포, 종류, 거리 등 필드에 대한 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함정 설치, 무기 선택, 암살, 저격 등 어떻게 사냥 전략을 수립한 후 사냥에 돌입하게 된다.

포커스를 통해 습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사냥감을 사냥할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포커스를 사용한 정보 습득은 [Horizon : Zero Dawn]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앞서 나열한 정보의 종류를 생각해볼 때, 포커스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다양한 정보의 제공은 그만큼 플레이어가 세울 수 있는 전략의 폭을 넓혀주며, 사냥을 주먹구구식이 아닌 전략적인 형태로 접근하게 유도한다. 특히 사냥 준비 과정에서 모아둔 자원과 재료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할 여지를 주며, 이는 향후 플레이어가 자원과 재료를 수집함에 있어 어떤 것에 더 중점을 둘지 결정하게 한다. 다시 말해 어떤 식으로 게임을 풀어나갈지 고민할 수 있게 해주고, 그에 따른 운용 방향을 수립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게다가 포커스를 사용한 정보 습득은 실제 사냥꾼이 동물의 습성을 학습하고 행동을 관찰하는 과정과 매우 유사하므로, 플레이어에게 실제로 사냥하는 느낌을 주면서 강한 몰입을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무리 전략을 잘 세웠다 하더라도 언제든지 예상 밖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사냥이 진행되는 순간이 가장 바쁘다. 충분한 무기를 갖추고 적절한 전략을 수립했다 한들 사냥이 시작되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포커스를 통해 정보를 얻었다 할지라도 플레이어가 미처 알 수 없는 요소가 남아 있으며 이는 사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고립된 사냥감을 공격했을 때 멀리 떨어진 무리를 불러들임으로써 일대일에서 일대다의 상황으로 급변하거나, 거대한 몸집으로 느리게 공격할 것 같은 겉모습과 달리 원거리 공격이 가능해 화살만으로 사냥하기가 힘들어 사전에 설계한 전략이 전혀 먹여 들지 않는다.

정교하고 신속한 조작과 즉흥적인 전략 설계가 사냥의 진정한 재미라 할 수 있다

이때부터는 순전히 플레이어의 임기응변으로 상황을 헤쳐나가야 하는데 손이 굉장히 바빠진다. 로봇의 공격은 매우 위력적이어서 가능한 모든 공격을 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구르고 뛰어야 한다. 그러면서 빈틈을 노려 창을 휘두르고 화살을 쏴야 하는데 이 또한 무작적 공격할 게 아니다. 화살의 공격이 유효한 부위가 로봇마다 다르고 창을 휘두를 때 지연 시간이 존재하기에 신속하고 정교한 조작을 요구한다. 이로 인해 조작하는 재미가 상당하여 사냥이 시작되기 이전까지의 정적인 느낌과는 상반된 동적인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전략적인 요소의 활용도 여전히 유효해 미처 사용하지 못한 덫으로 로봇을 유인하면서 싸우거나 지형과 사각지대를 이용하고 전투 도중에 새로운 전략을 세우는 등 지능적인 게임 플레이도 가능하다. 단순히 전략만 잘 세우거나 조작만 잘해서만 되는 게 아니다. 정보를 기반으로 한 적절한 전략 수립과 상황에 맞는 임기응변과 조작능력을 모두 필요로 하기에 복합적인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약점이 뻔히 보이지만 공략하기는 어려운 상대를 마주하듯이 말이다.

로봇 분포와 모닥불이 대부분일 정도로 컨텐츠의 수가 절제되어 있다

퀘스트/컨텐츠 배치는 한 마디로 요약 가능하다. '양보다 질’. 게임 내 공간은 아주 넓지만, 그 안에 담긴 컨텐츠의 수는 의외로 많지 않다. 퀘스트를 수행하고 소비하기 위해 이동해야 할 거리가 아주 길고 기타 컨텐츠의 배치도 듬성듬성하기에, 양적인 면에서는 다소 부족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의 컨텐츠를 소비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즐길만한 요소가 충분히 담겨 있어 즐길 거리가 적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게다가 기존 오픈월드가 반복적인 내용을 산발적으로 배치하는 방향과 반대된다. 같은 종류의 퀘스트는 5개 내외, 자잘한 퀘스트는 많아 봐야 10개 전후다. 이에 따라 [Horizon : Zero Dawn]의 컨텐츠는 부족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절제되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어 각 컨텐츠별로 고유한 재미를 느끼기 충분하다

또한, 각 퀘스트와 컨텐츠는 특성이 서로 겹치지 않아 고유한 재미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사냥터'는 순수하게 플레이어의 조작 능력에 초점을, '오염지대'는 일반 사냥보다 높은 난이도의 전투에 초점을, '도적단 야영지'는 로봇이 아닌 사람과의 싸움을 초점을, '톨넥'은 지형을 관찰하고 오르내리는 플랫포머에 초점을 둔다. 그뿐만 아니라 근거지 제공, 특수 기술 습득, 지역 내 정보 제공, 무기 획득 등 컨텐츠에 따라 보상의 종류도 다르다. 그러므로 양은 많지 않더라도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며 유의미한 컨텐츠로써 선택적인 소비가 가능하다.

게임 전체의 비선형적 구조와 대조되는 선형적 구조를 가진 가마솥이 눈에 띈다

가장 인상적인 컨텐츠를 꼽자면 가마솥(Cauldron)를 들고 싶다. 가마솥은 일종의 던전과 유사한 형태로 미로처럼 얽혀있지만, 입구와 출구 그리고 이동 경로가 정해진 일직선 구성의 스테이지다. 진행 과정은 단순하다. 정해진 길을 따라가 가마솥의 가장 안쪽에 있는 보스 로봇을 쓰러뜨리고 보상을 습득한 뒤 가마솥을 빠져나가면 된다. 어찌 보면 그리 특별하지 않은 컨텐츠라 볼 수 있을 게다. 하지만 가마솥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Horizon : Zero Dawn]이 오픈월드 구성(비선형적)임에도 오픈월드와 완전히 반대되는 일직선 구성(선형적)임에도 아주 흥미로웠다는 것이다. 자유도가 부족했지만 플랫폼 요소가 부각되어 있었고, 전투의 전략성이 낮은 대신 조작 자체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했다. 스테이지 짜임새도 탄탄했고, 상반된 특성으로 인해 색다른 재미를 준다. 무엇보다 여러 종류의 보조적인 컨텐츠 중 하나임에도 작품 전체 구성과 비교해서 생각해보게 될 정도여서 가장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원시 사회와 로봇이라는 이질적 소재를 결합했음에도 이를 설득력 있게 만든다

원시 사회와 로봇이라는 이질적인 소재를 결합한 세계관을 효과적인 방법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 하다. [Horizon : Zero Dawn]의 세계는 '문명이 사라지고 로봇이 지배한 지구'다. 그리고 작중 중심이야기는 문명이 사라지고 로봇이 지구를 지배하게 된 '원인'을 다루고 있다. 다시 말해, 중심 이야기 자체가 세계관을 설명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로봇이 지구를 지배하게 된 경위, 인간이 원시 사회로 되돌아간 이유 등을 작중 이야기를 통해 다루고 있으며, 이에 따라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세계관을 이해하게 된다. 여기에 로봇을 숭배하는 부족 문화, 로봇의 부품을 활용해 만든 전통의상 등 세부 묘사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세계관이 대단히 치밀해 보인다. 그러다 보니 이질적인 소재의 결합이 억지스럽다기보다는 오히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이를 중후반까지 끌고 가기에 강한 몰입이 가능하다

동시에 작중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끌어내고 이를 이야기 후반까지 이어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중심이야기가 세계관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보니 처음부터 너무 많은 내용을 보여주면 금세 흥미가 식어 버린다. 그래서 이야기 중반까지 작중 세계에 대해 궁금증이 생길만한 내용을 조금씩 보여주면서 호기심을 크게 증폭시킨다. 주인공의 출생 비밀, 갑작스러운 로봇의 폭주, 정체를 알 수 없는 집단, 한 번도 본적이 없는 형태의 로봇 등 의문투성이의 연속이다. 물론 어느 정도 세계관을 유추하기 위한 몇 가지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서들이 오히려 궁금증을 증폭시키기에 작중 이야기에 대한 강한 몰입을 가능케 한다.

이야기 후반에 들어서야 모든 게 이해되기 시작하며 이는 강한 쾌감을 선사한다

그러다가 이야기 후반에 들어 작중 세계와 모든 사건을 이해하기 위한 단어를 보여 주는데, 그 순간 퍼즐이 맞아 떨어지듯 모든 내용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작중 사건과 세계관이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가 완성되고 계속해서 이어져 온 궁금증이 말끔히 해소된다. 이는 플레이어에게 강렬한 쾌감을 선사하며 [Horizon : Zero Dawn]의 세계관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한다. 이 정도면 잘 만들어진 SF영화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만한 수준이다.

보조 퀘스트 진행 中 - 최상의 그래픽 수준에 비해 컷 신은 전체적으로 아쉽다

그래픽, 게임성, 스토리 등 여러 요소에서 대단하다고 할만한 [Horizon : Zero Dawn]이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먼저 그래픽 수준에 비해 컷 신이 부실하다. 현시점에서 최상급이라 할만한 수준의 그래픽을 가졌음에도 컷 신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하다. 프롤로그에서 보여준 영상인 좋은 첫인상을 심어줬으나 그 이후에 볼 수 있는 컷신은 전체적으로 심심한 편이다. 스토리 전개나 정보 전달 역할 정도에 그칠 뿐, 멋진 연출이나 화려한 영상미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보조 퀘스트를 진행할 때 NPC와 대화하는 과정에서의 컷 신이 모두 같은 구도와 시점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경우 지루함을 유발할 정도로 단조롭기까지 하다.

로봇 특성이 고정되어 있어 전투의 신선함이 약해지는 시기가 빨리 찾아온다

전투의 신선함이 약해지는 시기가 의외로 빨리 오는 것도 큰 아쉬움 중 하나다. 그리고 그 원인은 로봇의 고정된 특성에 있다. 본작에 등장하는 로봇 중 플레이어가 사냥을 하는 대상은 약 20여종으로 그 수가 결코 적은 건 아니다. 하지만 각 로봇의 특성이 정해져 있다 보니 한 번이라도 사냥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있다면 그 이후에는 별다른 고민 없이 수월하게 사냥이 가능하다. 게다가 최고레벨이 50임에도 불구하고 30레벨 중후반 즈음에 다다르면 웬만한 로봇은 성공적으로 사냥할 수 있어 레벨이 높아질수록 사냥에 대한 흥미는 큰 폭으로 떨어지게 된다.(단, 처음 사냥할 때는 엄청나게 어렵고 그만큼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차라리 로봇별로 기본 특성을 정해두되 종종 무작위로 특성을 가진 로봇이 등장하도록 했다면, 사냥의 신선함을 더 오랫동안 끌고 갈 수 있는 것은 물론 전략의 다양성과 난이도도 증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본다.

이 외에도 아이템을 사기 위한 재료가 단순해서 장비를 갖추는 게 쉽다는 점, 유적지에서 만날 수 있는 퍼즐 요소가 대부분 비슷하고 참신하지 않았다는 점, 퀘스트 진행을 위해 이동 경로가 지나치게 길고 복잡하다는 점, 상호작용이 가능한 지형의 직관성이 떨어지고 간혹 상호작용이 되지 않는 점 등 자잘한 아쉬움이 남아 있다. 이런 요소들은 조금만 손을 봤다면 문제를 해결하고 게임의 전체적인 짜임새가 더 좋아졌을만한 요소여서 더욱 아쉽다.

오랫동안 어두웠던 Guerrilla Games에 희망찬 새벽이 찾아오게 한 멋진 작품

본작이 가진 재미와 완성도는 대단하다. 몇가지 아쉬움이 있지만, 멋진 세계관, 최고의 그래픽, 흥미로운 사냥, 인상적인 이야기 등 어느 부분을 바라봐도 멋지다는 말이 나온다. 이 정도면 이제는 Guerrilla Games를 다르게 바라봐도 좋다고 생각한다. 더는 ‘킬존 시리즈를 만든 그저 그런 회사’가 아니라 ‘호라이즌 제로 던을 만들어낸 실력 있는 회사’라고 불릴 것이다. 선입견은 깨졌다. 아니. 새로운 선입견이 생겼다. 그리고 그 선입견의 원인은 [Horizon : Zero Dawn]. 오랫동안 어두웠던 Guerrilla Games에 이름 그대로 새벽이 밝아오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멋진 작품으로 우리를 비춰줄지 기대해 보자.

못다 한 이야기

- 컨텐츠 수가 절제되어 있다고 했으나 예외도 있다. '금속 꽃' 수집요소는 엄청나게 많으며 여러 장소를 탐색하면서 모으면 보상을 주는 것에서 끝난다. 다만 컨텐츠의 성격 자체가 '아이템을 모으는' 것이기에 양적으로 많이 담을 수밖에 없으며, 여러 장소를 돌아다닐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 포커스의 사용을 사냥에 한해서만 이야기했지만 다양한 곳에 사용할 수 있다. 퀘스트 수행 과정에서 흔적 찾기, 음성 기록 열람, 퍼즐 풀이 등 활용도가 높다. 다만 사냥 이외의 상황에서 포커스를 사용하는 것은 대부분 퀘스트에 한정된 사용이기 때문에, 능동적인 포커스 사용을 사냥이 유일하다고 봐도 좋다.

- 작중 이야기는 크게 두 개의 흐름으로 진행된다. '세상의 비밀'과 '부족 대립'. 처음에는 별개의 내용으로 진행이 되어 중심 이야기가 무엇인지 감을 잡기 어려우나 후반에 하나로 합쳐지면서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로 끝맺어진다. 게다가 게임을 끝낸 뒤에 생각해보면 서로 다른 흐름의 이야기임에도 어느 정도 연결성이 있어 전체적인 짜임새가 좋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 사실 특이한 로봇이 존재하긴 하는데 '붉은 아가리'라는 이름의 썬더죠다. 특정 퀘스트 수행 시 만날 수 있으며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 이런 요소를 좀 더 다양하게 집어넣었다면 사냥의 신선함이 빨리 떨어지는 아쉬움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 본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아주 낮은 빈도로 텍스처 팝인이 발생한다. 다만 Pro가 아닌 일반 Playstation 4로 진행했음에도 그래픽 품질 저하나 프레임 드랍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에 사실상 문제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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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Halo Wars 2 (헤일로 워즈 2)

장르 : RTS

제작사 : 343 Industries, Creative Assembly

플랫폼 : X-Box One, Windows 10

발매년도 : 2017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RTS(Real-Time Strategy), 실시간 전략이라고 불리는 장르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주류 장르 중 하나였다. [Starcraft], [Age of Empires], [Command & Conquer], [Company of Heroes] 등 다양한 RTS 게임이 존재했으며 많은 게이머에게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RTS의 인기는 식어갔고 대부분의 작품이 시리즈를 이어가지 못했다. 시대와 트랜드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X-Box 360으로 발매된 [Halo Wars]는 열악한 위치에서도 대단한 성과를 거둔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훌륭한 성과를 거둔 몇몇 작품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2009년에 발매된 [Halo Wars]. [Halo] 시리즈의 외전으로 기획되긴 했으나 콘솔 컨트롤러에 적합한 조작 체계와 시스템 덕에 콘솔 RTS로써 대단한 완성도를 갖췄고 전세계 300만장을 판매하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RTS가 생소한 콘솔에서, 그리고 RTS 자체가 비주류인 시대에 이러한 성과를 냈다는 점은 [Halo Wars]가 얼마나 뛰어난 작품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다만 [Halo Wars]의 성공에도 RTS는 여전히 비주류 장르다. 2010년 [Starcraft 2 : Wings of Liberty]를 출발점으로한 3부작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둔 작품은 없다시피 했다. 그리고 ‘헤일로가 FPS의 중심을 콘솔로 옮겨왔듯 헤일로 워즈도 RTS의 중심을 콘솔로 옮겨오도록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제작 되었지만, 여전히 RTS의 중심은 PC게임에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8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후속작 [Halo Wars 2]는 얼마나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을까? 지금부터 살펴보자.

‘역시 헤일로구나!’라는 감탄은 [Halo Wars 2]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게임의 포문을 여는 건 플레이어의 시선을 압도하는 시네마틱 컷 신. 기존 [Halo] 시리즈가 그래픽 발전을 거듭하며 [Halo 5 : Guardians]에 이르러서는 실사에 가까운 그래픽을 보여준 적이 있는데, [Halo Wars 2]도 예외가 아니었다. 피부의 주름과 점 하나하나가 세밀하게 그려져 진짜 사람이라고 믿어질만한 수준이었고, 우주전함 스피릿 오브 파이어(Spirit of Fire)의 모습과 작중 주요 배경인 제00시설 아크(ARK) 등은 게임 영상이 아니라 SF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한다. 외전이긴하나 ‘역시 헤일로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없다.

세밀한 모델링과 다양한 연출을 통해 실감나고 박진감 있는 전투를 보여준다

수준 높은 그래픽은 컷 신에서 그치지 않는다. 게임 플레이 중에 볼 수 있는 필드와 유닛도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카메라의 시점을 돌려가며 어느 방향으로 바라보든 멋지며, 유닛을 확대해서 살펴보더라도 대단히 정교해 어색함이 전혀 없다. 게다가 유닛의 움직임에 따른 각종 시각효과를 가미하기까지 했다. 차량이 지나간 자리에 바퀴자국이 선명하게 남고, 포격이 떨어진 자리에 땅이 움푹 패이며, 건물이나 유닛이 폭발하면서 그을음을 남긴다. 그 뿐만 아니라 언덕을 지나갈 때 경사와 관성으로 인해 차량이 공중에 뜨거나, 스파르탄이 적군 차량을 탈취할 때 차량에 뛰어들어 장갑을 파괴하고 탑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격추된 비행체가 지면에 떨어져 잔해를 남기는 등 많은 연출이 담겨 있다.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만큼 최소한의 연출을 사용하여 고정된 움직임을 보여주는 기존 RTS 게임과는 사뭇 대조되는 부분이다. 이 덕분에 전장에 직접 들어가 있지 않은 전지적 시점임에도 실감나고 박진감있는 전투를 맛 볼 수 있다.

잘 짜여진 조작 체계는 전작의 것을 계승했지만 일부 추가/개선된 부분도 있다

콘솔 컨트롤러에 최적화된 조작 체계는 여전하다. 조작기기가 두 개(키보드+마우스)인 PC와 달리 콘솔은 조작기기가 한 개(컨트롤러/패드)다. 그래서 시점과 포인터를 결합해 ‘마우스 이동 = 시점 이동'을 기본으로 한다. 그리고 부대 선택과 전황 파악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단축키가 설정되어 있어 의외로 빠른 조작이 가능하다. 여기에 컨트롤러 스틱의 회전하는 움직임을 반영해 휠(Wheel, 바퀴) 형태의 인터페이스를 구축했고, 과도한 버튼 혼용을 막기 위해 각 유닛의 스킬 사용 단축키를 하나로 통일하는 등 콘솔 컨트롤러의 특성을 고려해 편의성을 갖추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물론 이러한 특징은 [Halo Wars]에서 이미 완성이 된 부분이며, [Halo Wars 2]에서는 몇 가지 명령어의 변화와 추가를 통해 약간의 개선이 이루어진 정도다.

콘솔 조작 체계는 분명히 훌륭하지만 키보드+마우스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다

다만 PC의 키보드+마우스에 비해 조작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이는 X-Box Play Anywhere 정책으로 PC와 X-Box 양쪽에 모두 발매된 [Halo Wars 2]에서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여러가지 차이가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드래그의 가능 여부. PC와 달리 콘솔은 드래그가 불가능해 단축키를 사용한 선택 외에 능동적인 부대선택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신속한 산개, 각 유닛의 개별적 스킬 사용, 소규모 유닛의 일점사를 활용한 각개격파 등 정교한 조작이 매우 어렵다.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이 너무 까다롭고 신속하지 못해, 적의 공격에 대응하는 용도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에 따라 PC와 콘솔을 비교했을 때 조작 수준에서 큰 격차가 발생하여 RTS가 여전히 PC에 적합한 장르라는 인살을 지울 수 없게 되었다. 아마 [Halo Wars 2]가 PC-콘솔 간의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지 않은 것은 키보드+마우스과 콘솔 컨트롤러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일 게다. 향후 [Halo Wars 3]가 나온다면 PC와 콘솔 사이의 컨트롤러 격차를 줄이는 것이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라 본다.(이는 크로스 플레이를 지향하은 엑스박스 진영 전체의 과제이기도 하다.)

정교한 조작보다는 유닛의 조합과 배치, 지형의 이용 등 전략 활용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Halo Wars 2]가 RTS로써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신속하고 정교한 조작을 대신해 전략적인 요소를 강화하는 것으로 독자적인 재미를 구축했다. 모든 유닛은 기본적으로 무빙샷이 가능하도록 설정되어 있어 기존 RTS처럼 소규모 부대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복잡하게 조작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유닛 간 상성이 아주 뚜렷하여 전투가 벌어지기까지 어떤 조합으로 부대를 구성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시야 확보는 물론 위치 선점이 전황에 많은 영향을 미치며, 각 유닛의 스킬 활용과 필드의 구조물 이용은 승패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즉, 유닛 컨트롤보다는 부대 조합, 시야, 위치, 스킬, 구조물 등이 전투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각자 고유한 특성을 지니기에 어떤 지휘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략이 달라진다

여러 전략적 요소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단연 ‘지휘관 능력'이다. 게임에 돌입하기에 앞서 플레이어는 자신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지휘관을 선택하게 된다. 각 지휘관은 전용 유닛, 고유 업그레이드, 버프, 패시브/액티브 스킬 등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지휘관의 특성에 따라 빌드 오더(유닛 및 건물의 생산 순서)나 주력 유닛 운용 등 게임 전반에 걸친 전략이 달라지기 때문에 지휘관의 존재는 전략적 선택폭을 크게 넓혀 준다. 게다가 일부 지휘관 능력은 일반 유닛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성능을 보유하고 있어 전황을 뒤집거나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자원을 소비하는 지휘관 능력은 기회비용을 증가시켜 더 많은 고민을 하게 한다

그리고 지휘관 능력에는 재미있는 특징이 하나 있는데, 자원을 소모한다는 점이다. 이는 게임 내 모든 생산 활동에 자원이 필요하다는 점과 맞물리면서 기회비용을 발생시킨다. 같은 양의 자원을 소모하여 유닛을 생산하는지 지휘관 스킬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전투의 유불리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앞서 언급했듯 지휘관 스킬 하나가 전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 항상 고민해야한다. 더욱이 더 강력한 지휘관 스킬일수록 더 많은 자원이 소모되기에 적절한 자원 관리는 필수다. 그렇기 때문에 유닛생산-지휘관스킬-자원관리를 동시에 고려해야하며 이는 자연스래 전략을 수립을 위한 고민과 선택으로 이어지게 된다.

카드를 사용해 유닛을 소환하고 지휘관 능력을 사용하는 독특한 멀티플레이 ‘전격전’

[Halo Wars 2]에서는 ‘전격전'이라는 독특한 멀티플레이 모드가 추가되었다. 전격전은 건물을 지어 자원을 모으고 유닛을 생산하는 일반적인 게임 방식이 아니다. 유닛 및 지휘관 스킬 카드를 골라 덱(Deck)을 구성하고 현재 보유한 카드를 사용해 유닛을 소환하여 전투를 진행하는, RTS와 CCG(Collectible Card Game)가 결합한 형태다. 카드를 사용해 유닛을 소환하기 때문에 건물 건축과 업그레이드를 비롯한 모든 생산활동이 존재하지 않는다. 자원 관리, 확장, 빌드 오더, 전투 등 여러 방면에서 많은 신경을 써야하는 기존 게임에 비해 전투 자체에만 신경을 쓰면 되므로 초심자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여느 카드 게임처럼 ‘덱을 어떻게 구성하느냐’는 승패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전략적인 측면은 일반 게임보다 더 강조된다. 그리고 이는 게임 시전 전의 덱 구성 단계부터 드러난다. 하나의 덱에는 20장의 카드만 담을 수 있는데, 전투에서 사용가능한 유닛과 지휘관 스킬이 20종류로 제한됨을 의미한다. 각 카드는 같은 종류의 유닛을 세분화되어 특성이 다양하고 사용하기 위한 비용(cost)도 모두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카드 게임처럼 ‘덱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아주 중요해지며 승패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유닛간 상성, 지휘관 스킬의 활용, 지형에 따른 전투 유불리 등 기존 게임의 전략적 요소도 변함없이 적용되므로 고려할 사항은 더 많아질 수 밖에 없다.

게임 진행이 빨라 전투가 수시로 발생하며 전황의 유불리도 짧은 주기로 바뀐다

그리고 생산 과정이 생략되었기 때문에 게임 진행 속도도 일반 게임보다 훨씬 빠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카드를 선택하면 즉시 유닛이 소환되어 전장에 투입할 수 있으며, 지휘관 스킬도 카드만 가지고 있다면 특별한 조건없이 원하는 시기에 사용할 수 있다. 카드 사용을 위한 자원은 필드 곳곳에 무작위로 떨어지는 보급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데, 자원 확보를 위한 소규모 전투가 자주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전황을 수시로 파악해야 하며 병력 배치와 스킬 사용 등 더 짧은 주기로 다양한 전략을 활용해야 한다. 또한 빠른 자원 축적을 통한 대규모 병력 투입으로 일반 게임 못지 않는 물량전을 단시간이 치룰 수 있으며, 전황의 유불리가 자주 바뀌고, 승패가 순식간에 뒤집어지는 특징 등 일반 게임과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싱글플레이의 중요한 축인 ‘캠페인’이 기대와는 달리 양과 질 모두 부족하다

전격전이 추가되면서 멀티플레이의 재미를 한층 높아졌지만 싱글플레이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많이 부실하다. 양적인 문제는 캠페인의 분량이다. 전작 [Halo Wars]가 UNSC(인류) 시점에서만 캠페인이 진행되었듯 [Halo Wars 2]도 UNSC의 캠페인만 존재한다. [Halo] 시리즈가 외계 세력에 대항하는 인류의 싸움을 다루고 있기에, 외전인 [Halo Wars] 시리즈도 UNSC 중심의 캠페인 구성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Halo Wars] 시리즈는 엄연히 RTS다.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캐릭터에 초점이 맞춰지는 FPS와 달리, RTS는 세력의 다툼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하지만 여전히 그러지 않고 있으며, 전작보다 미션의 수도 크게 줄어들었기에 반쪽짜리 캠페인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충격을 주며 등장했으나 캐릭터성이 무의미할 만큼 활약이 없는 ‘에이트리옥스’

질적인 문제는 작중 이야기에 있다. 가장 큰 문제는 [Halo Wars 2]에 새로이 등장한 추방자들의 리더 ‘에이트리옥스'의 캐릭터성을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 게임 초반에서 확인할 수 있듯 에이트리옥스는 굉장히 강력한 인물로 표현된다. 단신으로 스파르탄 삼인방을 제압했고, 코버넌트에게 반기를 들어 자신만의 세력을 구축한 전무후무한 존재로 나타나니 말이다. 더군다나 게임 트레일러에서 커터 함장과 대등한 위치로 묘사되고 게임 표지 한 가운데 자리를 잡는 등 게임 외적으로도 존재감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캠페인을 진행해 보면 에이트리옥스가 하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게임 초반에 보여주는 위엄과 위압감은 온데간데 없고 거듭해서 패배하는 세력의 리더일 뿐이다. 더욱이 전면에 나서서 활약하는 모습은 표현되지도 않으며, 자신의 세력이 불리해지자 꼬리를 내리며 의미없는 협상을 제안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결국 캠페인의 후반에 다다르게 되면 에이트리옥스의 캐릭터성은 완전히 무너지며 게임 내외로 강조해온 이 캐릭터의 의미가 대체 무엇인지 의아함이 생기기까지 한다.

추방자들에 비해 열세한 UNSC를 이끌면서 무난하게 전쟁을 승리한 ‘커터 함장’

그리고 세력간 전황의 유불리가 엎치락뒤치락하지 않고 UNSC의 무난한 승리로 흘러간다는 점에서 이야기가 단조롭고 매력적이지 못하다. 특히 UNSC가 추방자들에 비해 전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사실이 자주 묘사되지만 불리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 아무리 작전이 성공적이었다고는 하지만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작전을 수행하는 모습은 설득력이 떨어지며 동시에 추방자들이 무력해보이게 만든다. (이 부분 역시 에이트리옥스의 캐릭터성을 희미하게 만든다) 이 외에도 캠페인 미션의 수가 줄어든 만큼 이야기의 길이도 짧아져 전개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 추방자들에게 큰 타격을 주었으나 전쟁 자체를 종결짓지 못했다는 뉘앙스의 결말을 보여주어 완결성이 떨어지는 점 등 자잘한 문제들이 많다.

이런 문제들의 상당수는 추방자들 세력의 캠페인을 추가하는 방법으로 어렵지 않게 보완할 수 있었다고 생각되어 더 아쉽다. 추방자들 세력의 이야기를 따로 담았다면 에이트리옥스의 캐릭터성을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며, UNSC와 추방자들의 전황이 어떤 흐름으로 변화했는지 자세히 다룰 수 있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부족하게만 느껴졌던 캠페인 미션의 수와 이야기의 분량이 늘어나 양적으로도 보완하면서, 세력간 싸움이라는 RTS형 이야기의 매력도 잘 살렸을지도 모른다.

시리즈를 기획한 초기 목적과 더 나은 성과를 위해서라면 정말로 ‘할 일이 많다’

콘솔 컨트롤러에 적합한 조작체계와 그에 알맞는 전략성을 멋진 그래픽으로 담아낸 [Halo Wars 2]는 분명히 흥미로운 작품이다. 하지만 FPS의 중심을 콘솔로 끌어온 [Halo] 시리즈와 달리, [Halo Wars] 시리즈는 RTS의 중심을 콘솔로 끌어오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Halo Wars 2]에 들어서면서 RTS는 PC에 더 적합함을 스스로 보여준 셈이 되었다. 그리고 하나의 세력만을 다루는 단조로운 전개와 캐릭터성을 활용하지 못하고 급하게 끝을 맺은 작중 이야기는 [Halo Wars 2]의 매력을 크게 깎아내린 셈이다.

[Halo Wars] 시리즈의 과제는 명확해졌다. 하나는 콘솔 컨트롤러와 키보드+마우스의 격차 해소. 다른 하나는 RTS의 특성을 살린 이야기 구성. 이 두가지를 해결해야 하지 못한다면 [Halo Wars] 시리즈는 언제까지나 [Halo]의 외전일 뿐이며 PC의 그늘 아래에 있는 콘솔 RTS일 뿐이다. 처음 개발을 시작한 ‘RTS의 중심을 콘솔로 가져오겠다'는 목표가 여전히 남아있다면 언젠가 만들어질 [Halo Wars 3]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못다 한 이야기

- 자막의 가독성이 떨어진다. 어두운 배경에는 글자가 잘 보이나, 배경이 밝은 경우는 읽기가 힘들다. 다행히 컷 신의 경우 대부분 배경이 어두워서 자막을 읽는 데 문제가 없지만, 인게임 화면은 밝은 경우가 많아 매우 불편하다. 그리고 가끔 흰색 배경과 겹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는 아예 안 보인다. 이 때문에 읽지 못한 자막이 두 줄 가량 된다.

- 전 시리즈가 한국어 더빙이 된 [Halo] 시리즈와 달리 [Halo Wars] 시리즈는 더빙이 되어 있지 않다. 영문권 성우들의 목소리도 매력적이지만 [Halo]와 비교가 되는지라 아주 아쉽다.

- [Halo Wars 2]의 엔딩에서 수호자가 등장한다. 본편인 [Halo] 시리즈도 수호자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인만큼 [Halo Wars] 시리즈도 수호자들이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만약 등장하게 된다면 [Halo Wars] 시리즈의 약점이었던 '세력 종류의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캠페인도 추가해주면 더 좋고...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X-Box One )

- 없음



게임 방송은 하나의 큰 트랜드입니다. 너도나도 게임 방송을 하고 누구나 게임 방송으로 성공할 수 있는 시대기도 하죠. 하지만 대부분 게임 플레이에 한정된 방송만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게임 방송으로 웃음과 즐거움을 느끼는 게 주류이긴 하지만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점은 분명히 아쉽죠. 하지만 그 안에서도 완전히 다른 방향을 가고 있는 방송인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게임을 ‘하는’ 방송이 아니라 게임으로 ‘떠드는’ 방송을 합니다. 게임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남편과 게임을 늦게 알았지만 누구보다 게임을 사랑하는 아내가 함께 방송을 합니다. ‘부부 더 비디오 게이머즈’의 림바님과 양양님을 만나보았습니다.

‘부부 더 비디오 게이머즈’를 방송하는 게이머 부부 림바(좌)님과 양양(우)님

종미니멈 : 림바님. 양양님. 소개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느 분 먼저 해주시면 좋을까요?

림바 : 저는 림바고요. 나이는 81년생입니다. 항상 느끼는 건데, ‘너를 소개해봐라'라고 하면 한마디로 말하기가 힘들더라고요. 다른 사람처럼 직업이 정해진 게 없는 것 같아서 그냥 하고 싶은 거 하고 싶은 남자 정도로 할 수 있겠네요.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고 있는데, 지금은 게임방송이랑 팟캐스트를 하고 있지만, 내일 갑자기 여행 칼럼이 쓰고 싶어지면 내일 당장 여행을 떠날 사람이죠.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어하는 거 하는 사람.

종미니멈 : 요약하면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는 남자. 림바’. 좋게 이야기하면 하고 싶어 하는 걸 다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남자?

양양 : 오호! 그렇게 되나?

림바 : (웃음) 나쁘게 이야기하면 특출나게 잘하는 건 하나도 없는 사람. 그리고 게으르고.

종미니멈 : 그렇군요. (웃음) 그 다음은 양양님 소개해주실까요?

양양 : 저는 양양이고요. 85년생입니다. 림바랑 4살 차이 나고요. 저도 이것저것 많이 하는 타입이어서 직업을 소개하기가 애매한데 전에는 미술관에서 일했어요. 그리고 림바랑 결혼하면서 3년 정도 방송을 하고 있고, 지금도 팟캐스트를 함께하고 있고요. 꿈이 있다면 성우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종미니멈 : 두 분 다 비슷하시네요? 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하고 계신다고 하면 되겠네요.

림바 : 저는 조금 다르다고 보는데, 양양은 저한테 물든 경우죠. 직장 잘 다니던 애가 물들어서 따라오더라고요. 가만히 보면 이게 재미있어 보이거든. (웃음) 일도 안 하는 것 같고. 양양은 흉내 내는 거 같고, 저는 원래 이렇게 살아온 차이가 있지 않아 싶네요.

양양 : 순수성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림바 : 왜냐하면 양양은 저랑 결혼하기 전까지 계속 직장 생활을 했어요. 그리고 저한테 이런 이야기도 했어요. 자기는 두 달만 일을 안 해도 불안하다. 자기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이러더니 지금은 일 년 넘게 일을 안 하는데도 불안해하지 않아요.

양양 : 이런 걸 조금 미리 알았더라면(웃음)

림바 : 양양은 따라쟁이고, 저는 태생부터 이런 거죠.

종미니멈 : 이걸 또 좋게 이야기하면 부부가 서로를 닮아가고 있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양양 : 생긴 것도 닮아간대요. (웃음)

종미니멈 :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웃음)

림바 : (웃음)

림바님의 친구 Moon-land님이 연재하셨던 ‘부부 더 비디오 게이머즈’ 웹툰 中

종미니멈 : 방금 하고 싶은 걸 하기 때문에 일 년 넘게 일을 안 하셨다고 하셨어요. 예전에 루리웹에 림바님 친구분께서 문랜드(Moon-Land)라는 필명으로 웹툰을 연재하죠. 그 내용을 보면 '나 림바는 백수다'라는 내용이 있어요. 실제로 그런 기간이 있으셨나요?

양양 : 지금도 백수죠. (웃음)

림바 : 그렇죠. 지금도 백수죠. 한국에서는 고전적인 백수의 기준이 뚜렷한 직장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직업이 분명하지 않은 사람이잖아요. 제가 진행하는 팟캐스트도 어떻게 보면 사업이지만 전혀 수입이 들어오고 있지 않고 게임 방송도 재미있게 몇 년 했지만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돈이 들어오지 않아서 직업이라고 보기 힘들죠. 물론 저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바라보기에는 돈도 안 버는데 무슨 직업이냐라고 할 수 있죠. 그런 점에서는 지금도 백수라고 보는 게 맞겠죠.

종미니멈 : 백수라는 의미가 사회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에 맞춘 거고 정기적인 수입이 없어서 그런 거군요?

림바 : 그렇죠. 저는 지금 제 직업을 정말 사랑하지만,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정도로 말할 수 있겠네요.

종미니멈 : 하루 종일 게임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어떠신지?

림바 : 생각보다 많이 안 해요.

양양 : 맞아요. 저보다도 적게 해요.

림바 : 저는 좋아하는 게임이 나오면 집중해서 하다가, 잊고 살다가, 책 읽고 영화 보면서 살다가, 관심이 가는 게임이 나오면 냉큼 사서 집중해서 플레이하다가 한동안 안 하고요. 그런데 그 당시에는 부부 더 비디오 게이머즈를 진행하고 있을 때라서 게임을 안 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일처럼. 내가 게임 방송을 진행하는 데 할 말이 없으면 안 되니까. 게다가 리뷰도 만들어야 했고요. 리뷰 때문에라도 이틀 만에 밤새워 엔딩보고 하다 보니 웹툰이 그렇게 그려진 것 같네요.

종미니멈 : 실제로 게임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고 방송 준비과정에서 그렇게 그려졌다는 거군요.

림바 : 그렇죠.

종미니멈 : 이번에는 양양님에 대한 질문! 아까도 말씀하셨다시피 림바님보다 게임을 많이 한다고 하셨어요. 방송에서도 '양양님 매일 엑스박스 접속해계신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죠. 

양양 : 맞아요. (웃음)

종미니멈 : 얼마나 게임을 많이 하시는지 이야기를 해주신다면요?

양양 : 저도 최근 한 달 사이에는 게임을 많이 못 했어요. 예전에는 보통 퇴근하고 와서 피곤해도 4~5시간씩 새벽까지 게임하다가 자고 그랬거든요. 특히 한 게임에 미쳐있을 때, [폴아웃]이나 [포르자 호라이즌], [기어스 오브 워] 같은 걸 열심히 했어요. 제가 육성하고 레벨 올리는 거에 집착하는 편이라서 부말 같은 경우에는 10시간씩 하고도 그랬어요. 이러면 림바가 '니가 더 덕후같다'라는 말도 했어요. 그런데 저는 게임을 늦게 알았어요. 게임 시작한 지 3년 정도 밖에 안 됬거든요. 인생에서 게임을 하는 시기는 정해져 있는 것 같은데 30년이 되도록 게임을 안 했으니까 압축적으로 많이 하고 있는 거라고 봐야 겠죠. 실제로 재미도 있고요.

종미니멈 : 그러면 아까 양양님이 림바님한테 물들었다고 했듯 게임도 물든 거라고 봐야겠네요?

양양 : 그렇죠.

종미니멈 : 결혼하기 이전에는 게임을 안 하신 건가요?

양양 : 그때는 게임기 자체가 없었어요. 어릴 때 친척 집에 가서 손대본 정도?

2016년까지 진행되었던 시사-정치라디오 ‘新넘버4′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쩐당’

종미니멈 : 정해진 수입이 없다고 하셨지만, 직업은 두분 다 가지고 계세요. 현재 진행하고 계시는 시사라디오 '쩐당’, 이전에는 '신넘버4'에서 진행하셨고요. 이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신다면요?

림바 : 팟캐스트를 하게 된 계기, 그러니까 방송을 시작한 근본적인 이유는 스탠딩 코미디를 하고 싶어서였어요. 제가 애니메이션 프로듀서로 일하다가 그만두고 집에서 놀고 있다가 미국의 루이스.C.K.를 보고 놀랐어요.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니까. 그야말로 여기는 성역이 없구나. 정치, 종교, 사회 모든 걸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걸 보고 '난 저런 걸 하면 성격에 잘 맞겠다.’ 싶었죠. 그래서 스탠딩 코미디 글도 써보고 친구들 불러서 해보고 했는데,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게 연습 없이는 안 되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연습으로 뭘 해볼까 하다가 아프리카 방송을 해보자 결정했고. 그리고 주제는 뭐로 할까 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게 게임이니까 방송 주제는 게임으로 결정했죠. 그런데 혼자 하면 인기 없을 것 같아서 양양한테 같이하자고 해서 하게 되었죠. 그러다가 신넘버4에서 오디션을 본다는 공고를 보고 재미있겠다 싶었죠. 어찌 보면 일종의 스탠딩 코미디와 비슷하고 내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다양한 시사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지원했고, 어쩌다 보니 1등으로 선발됐죠.

종미니멈 : 1등. 역시 타고난 아가리 파이터.

림바양양 : (웃음)

종미니멈 : 그 포스터 봤거든요.

림바 : 그거 양양이 만들었어요.

종미니멈 : 놀랐어요.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겠다 싶더라고요.

림바 : (웃음) 그래서 하게 됐죠. 물론 여전히 많이 부족하지만 저는 그 일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가장 내 적성에 잘 맞는 일이 아닌가. 지금도 '쩐당'을 하고 있고, 순위가 엄청 많이 떨어졌지만, 전혀 불만이 없어요. 내가 재미있으면 하는 거니까요.

종미니멈 : 양양님은 예술 분야에서 많이 일하셨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지금 하는 일과는 분야가 달라요. 지금 하시는 일과 이전에 하시는 일의 차이라던가 그에 따른 느낌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양양 : 재미있는 질문이네요. 저는 미술을 전공했고 관련 직종에서 일을 계속 해왔어요. 그런데 제가 해왔던 게 사무직이 아니었어요. 사람들 앞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말하는 일이었어요.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성인들 앞에서 소개하기도 하고 항상 앞에 나서는 직업이었어요. 그런데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원래 약간의 관종끼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웃음)

림바 : 약간이라니…

양양 : 남들 앞에서 떠는 것도 별로 없어요. 지금 하는 일과 잘 맞고 림바랑 같이 하면서 잘 맞아떨어지는 게 느껴져요. 좋은 파트너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항상 흥분되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종미니멈 : 분야는 다르지만,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측면에서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에 크게 힘들지 않고 오히려 만족스럽다고 볼 수 있겠네요.

평생 게임을 등지고 살다가 남편 덕분에 뒤늦게 게임을 빠지게 되었다는 양양님

종미니멈 : 이번에는 게임 경험 전반에 관해 이야기를 해볼게요. 양양님께 먼저 질문을 드릴게요. 원래 게임을 잘 안 하다가 결혼을 하면서 시작하게 되신 거잖아요. 게임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으시다면요?

양양 : 결혼을 한 지 얼마 안 돼서 림바가 3DS랑 게임을 몇 개 사줬어요. 그리고 그 게임을 들고 프랑스로 신혼여행을 가서 3개월 동안 3DS만 잡고 있었어요. 그때 림바랑 같이 했던 게임이…뭐였냐? 마리오?

림바 : 이렇게 기억력이… 그때 줬던 게임이 [포켓몬 XY]였어요. 양양한테 Y를 주고 저는 X를 했죠. 둘이 시작은 같이했고 저는 천천히 하고 있었죠. 그런데 프랑스에서 놀고 있는데 갑자기 양양이 소리를 지르면서 오는 거예요. 그런데 하는 말이 엔딩을 봤데요. 3DS에서는 스탭롤이 올라가고 있고. 그런데 양양이 막 울먹거리는 거예요. 너무 감동을 받아서 그런지. 첫 게임의 엔딩을 봤을 때 누구나 느끼는 그 감동 있잖아요. 성취감 같은 것. 그러더니 갑자기 금단증상이 온 거예요. 그래서 제가 뭘 줄까하고 고민을 하다가 [진여신전생]을 줬는데 너무 어려워하더라고요.

양양 : 길 찾기가 너무 어려워요.

림바 : 처음에는 흥미를 보이더니 나중에는 못하겠다고 하면서 포기했죠. 그런데 그때 제가 [바이오하자드 레벌레이션]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건 취향에 안 맞겠다 싶어서 줄 생각도 안 했는데 갑자기 그걸 가지고 가서 잠깜 해보더니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양양 : 제가 화냈어요. 왜 이런걸 진작 안 줬냐고. 왜 포켓몬 같은 것만 주냐고.

림바 : 그러더니 딱 3일 만에 엔딩을 보더라고요. 완전히 집중해서 끝냈죠. 그리고 갑자기 바하빠가 되서 한동안 [바이오하자드]가 세계 최고의 게임이라고 떠들고 다녔죠.

양양 : 하지만 실제로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중에서 좋아하는 건 그 게임 하나고요. 다른 건 싫어합니다. (웃음)

종미니멈 : 장르는 다르지만 [바이오하자드 레벌레이션]도 3DS로 나왔잖아요. 생각해보면 3DS 게임이 마음에 들어서 게임에 빠지게 된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양양 : 맞아요.

종미니멈 : 헤일로도 좋아하세요. 그런데 림바님도 헤일로는 엄청 좋아하신단 말이죠. 이것도 림바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양양 : 그렇죠. 사실 제가 혼자서 그런 장르를 좋아하기는 쉽지 않아요. 그래도 방송에서 같이하면서 실력도 많이 늘었고, 처음에는 조작도 힘들었는데 하다 보니까 실력이 붙고 재미도 느끼게 된거죠.

종미니멈 : 그러면 방송 외에도 같이 게임을 하시는 경우도 있나요?

양양 : 네. [기어스 오브 워]나 [포르자 호라이즌] 같은 건 멀티플레이를 엄청 많이 해요. 우리 둘 말고도 친구들 불러서 같이하기도 하고요. 오히려 방송보다는 실제 생활에서 게임을 더 같이 자주 하는 편이에요.

림바 : 그런데 저는 생각보다 멀티플레이를 안 좋아해요. 저는 조금 고전적인 게이머라서 혼자 게임하는 걸 좋아해요. 그러다 보니까 가끔은 기이한 모습이 나와요. 저는 혼자서 컴퓨터 앞에서 게임하고 있는데 양양은 제 친구들이랑 멀티플레이 게임을 하고 있죠. 양양이 같이 하자고 해도 나는 혼자 하고 싶다고 그러고 혼자 게임하는 거죠. 나중에는 저는 신경도 안 쓰고 자기들끼리 게임하더라고요.(웃음)

종미니멈 : 제가 예상했던 모습과는 많이 다르네요. 원래는 항상 두분이 같이 게임을 하시는 줄 알았어요. 한명이 게임을 하면 다른 한명을 옆에서 조언을 해주는 그런 모습을 생각했거든요.

양양 : 절대 안 그래요. 그리고 방송하면서 게임하다가 림바한테 욕먹는 것도 스트레스인데 방송 안 할 때도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어요? (웃음)

종미니멈 : 방송에서 림바님이 양양님한테 게임 못한다고 뭐라 하시는 게 컨셉이 아니군요?

림바 : 성격이에요.

양양 : 저 말고도 친구들한테도 그래요.

림바 : 엄청 나쁜 놈 된 거 같다. (웃음)

양양 : 그래서 림바가 혼자 게임하다가 제대로 못 하면 옆에서 다 같이 공격해요. 너도 잘 못 하잖아! 이런 식으로. (웃음)

‘SEGA가 나를 만들었고 Nintendo가 나를 키웠다’ 주옥같은 명언을 남긴 림바님

종미니멈 : 그러면 방금 림바님께서는 스스로를 고전적인 게이머라고 하셨어요. 그러면 지금까지 엄청 많은 게임을 접하셨을 텐데, 게임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림바 : 저는 SEGA 게임들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원래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좋아했고요. 그런데 SEGA 라는 집단이 다면체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멋지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별로기도 하다가 하는 그런 느낌. 이런 SEGA스러움에 홀딱 반하게 된 거예요. 메가드라이브 할 때도 슈퍼패미콤을 봐도 '니네 게임 잘 만든 거 알겠어'라고 말하면서 시큰둥했고, 오히려 SEGA 게임들이 더 멋져 보였어요. 플레이스테이션1 시절에도 세가 새턴. 세가 새턴이 아니면 게임이 아니다 싶을 정도로 고집이 있었죠. 플레이스테이션2가 전 세계적으로 1억대 넘게 팔리던 시절에도 드림캐스트를 좋아했죠. 그러다가 드림캐스트가 망하면서 방황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SEGA의 DNA가 두 갈래로 나뉘기 시작했죠. 절반은 닌텐도 쪽으로, 나머지 절반은 엑스박스 쪽으로. 그중에서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게임이 엑스박스 쪽으로 많이 가서 엑스박스를 좋아하게 되었죠. 주류를 싫어하는 것 같아요. '나 1등이야. 내가 제일 잘 나가!’ 싶으면 '병신. 어쩌라고?’ 하는 식으로. 체질적으로 저는 2등을 좋아하는 게 있나 봐요. 그래서 아마 SEGA가 없었으면 제 게이머 인생도 없었을 것 같아요.

종미니멈 : 그런데 조금 의아한 점이 생기는 게 지금까지 방송을 들어보면 '나 림바는 닌빠다'라고 하셨거든요.

림바 : 질문을 잘해주셨어요. 두 질문이 조금 포인트가 다른 게, 첫 번째 질문은 어떻게 하다가 게이머가 되었냐에 대한 질문이었죠. 그건 SEGA 가 맞아요. 그런데 지금 나한테 최고의 게임회사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무조건 닌텐도가 되죠. 저는 드림캐스트가 망하고 나서 게임큐브를 산 이후로 닌텐도 게임을 본격적으로 접하기 시작했어요. 물론 어릴 때 조금씩 해보긴 했지만요. 처음으로 [젤다의 전설 : 바람의 지휘봉]을 하고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왜 닌텐도를 지금까지 무시했지?’ 충격을 받았어요. 말이 안 될 수준의 퀄리티의 게임이라서 그 이후로 젤다의 모든 시리즈를 다 해봤어요. 마리오 시리즈도 그렇고요. 그때부터 괜히 제왕이 제왕이 아니구나 싶었죠. 닌텐도가 잘 나갈 때는 미웠는데 지금은 또 일인자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마음 편히 즐기고 있죠.

종미니멈 : 정리하면 이렇게 할 수 있겠네요. 1등은 아니야. 그런데 닌텐도가 1등에서 물러나니까 이제는 좋아. 이 정도일까요? 시대는 다르지만 기준은 똑같네요.

림바 : (웃음) 그렇죠. 어찌 보면 반골 기질이 있어서 그런가봐요. 요약하면 SEGA 가 나를 만들었고 닌텐도가 나를 키웠다. 이 정도?

종미니멈 : 그 사이에 엑스박스가 있었고요.

림바 : 엑스박스는 꾸준히 재미있게 즐기는 친구 같은 존재죠.

직접 돈을 모아 산 게임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본격적인 컬렉팅을 시작하셨다고

종미니멈 : 게임 컬렉팅을 많이 하세요. 제 생각에는 모든 컬렉팅은 림바님이 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언제부터 시작하신 건가요?

림바 : 컬렉팅의 시작이라고 하면 대학생 때부터인 것 같아요. 고등학생 때까지는 돈이 없고 복사 CD 쓰던 시기였죠. 저작권에 대한 개념도 전혀 없었고요. 반성을 조금 하자면 발매일 다음 날에 게임샵가면 5천 원주고 복사 CD사서 게임하던 거라서 컬렉팅이라 할 순 없죠. 대학생 때 드림캐스트를 한창 할 때부터였어요. 드림캐스트 CD랑 본체의 로고가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더군다나 왠지 드림캐스트 게임은 복사 CD를 쓰면 마음이 찝찝하더라고요. 그래서 정품을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서 전투적으로 컬렉팅을 시작했죠. 워낙 돈이 없으니까 한 달 겨우 돈 모아서 CD 한 장 사고, 그게 엄청 소중하게 느끼게 되었죠. 그래서 게임 CD가 방에 굴러다니던 게 그 이후로는 책장에 깔끔하게 꽂아두기 시작했고 엄청 뿌듯함을 느꼈죠. 그래서 지금도 그 당시에 샀던 걸 가지고 있어요. 한번도 팔아보겠다는 생각도 안 했고 정품을 가지고 있었고 군대 제대 이후에 경제적 능력이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사 모으기 시작했죠. 그런데 제가 다른 컬렉터들에 비해서 훌륭하거나 대단하다는 생각은 안 해요. 특별히 더 좋은 물건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요. 다만 어릴 때 추억이 있는 물건들을 지금 와서 만지면 엄청 기분이 좋으니까요. 최근에도 메가드라이브1을 샀거든요. 16-bit라고 금색으로 쓰여 있는 거 말이에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요. 그래서 컬렉팅을 시작한 건 대학생 때고, 본격적인 건 군대 제대 이후죠.

종미니멈 : 그렇군요. 이번 질문을 조금 조심스럽게 드려볼게요. 실례될 수도 있어서 원치 않다면 답을 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림바님은 결혼 이전부터 컬렉팅을 하셨고, 양양님은 결혼하면서 게임을 시작하신 거잖아요. 어찌 보면 양양님은 결혼하는 시기까지만 해도 게임이나 컬렉팅에 대해 꽤 생소하셨을 것 같아요. 그런데 한집에 사시게 됐을 때 게임이 집안에 가득 있는 걸 보면서 불편함 같은 건 느끼신적은 없나요?

양양 : 전혀 없어요. 저희는 신혼집이 원래 림바가 살던 집이었어요. 당연히 림바의 공간에 있던 게임과 만화책이었으니까 제가 불편할 이유는 없죠. 당연한 거고 한 번도 의문을 가진 적도 없어요. 싫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요.

종미니멈 : 이 질문을 드린 이유가 있어요. 콘솔 커뮤니티를 보면 결혼하신 게이머들이 아내가 게임을 못하게 해서 힘들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림바 : 게임 사서 숨기고…(웃음)

양양 : 와이프 결제라고도 하더라고요.

종미니멈 : 이런 점에서 두분은 참 보기 좋다고 생각을 해요.

게임에 좀 더 진지한 접근을 하고 게임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방송을 지향한다

종미니멈 : 아까 계기는 말씀해주셨어요. 스탠딩 코미디 연습의 일환으로 시작을 하셨다고 했어요. 그런데 연습치고는 일전에 5년짜리 프로젝트라고 말씀하신 적 있어요. 이게 스탠딩 코미디의 5년 프로젝트인 것인지, 아니면 부부 더 비디오 게이머즈의 5년 프로젝트인 것인지 말씀해주신다면요?

림바 : 부더비(부부 더 비디오 게이머즈)가 5년짜리라는 말이었어요. 그것도 최소한. 내가 게임 방송을 시작했는데 5년도 안 할 거면 뭐하러 하나 싶었던 거죠. 그래서 시청자와의 공약 같은 걸 한 거고요. 물론 잘 지켜지고 있지 않지만. (웃음)

양양 : (웃음)

종미니멈 : 휴식기!

림바 : 맞아요. 휴식기가 너무 잦아서 문제지만. 시청자들한테 약속하는 의미에서 던진 말이었고 그 정도는 해야 나중에 어디 가서 방송이라는 걸 해봤자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던진 말이었어요.

종미니멈 : 그러면 따로 방송이나 유튜브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으신가요?

림바 : 당연히 세계 정복이요.

양양 : (웃음)

종미니멈 : 세계 정복. 맥도날드도 햄버거로 세계정복했으니까 불가능한 일은 아니죠. 어떤 거로 세계정복을 하시려는 건가요? (웃음)

림바 : 게임 방송이라고 하는 게 게임 플레이 위주가 많아요. 물론 게임 플레이하면서 재미있는 장면이 나오는 건 알죠. 하지만 저는 리뷰라는 장르가 일종의 저널리즘이라고 생각해요. 글로 쓰면 문학이고 영상으로 찍으면 하나의 작품이 되고요. 그런데 게임에 진지하게 접근하는 사람이 너무 없는 거에요. 그게 조금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물론 게임 플레이하면서 웃고 떠드는 게 트랜드인걸 알아요. 하지만 그런 건 관음과 비슷하다고 봐요. 영화를 같이 볼 순 있지만, 영화를 보면서 반응하고 떠드는 걸 같이 볼 이유는 없어요. 아마 재미는 있겠죠. 유튜브에 리액션 영상들도 많으니까요. 다만 그건 제 취향이 아니에요. 게임에 대해서 공부를 해서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게임에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바라보는 게 저에게는 더 재미있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그래서 ‘게임 리뷰 중에서는 림바라는 녀석이 괜찮았지. 사람들이 게임을 진지하게 다루지 않을 때 이 사람은 진지하게 다뤘지.’ 라는 소리를 듣는 게 제 목표죠.

종미니멈 : 아까 게임 방송을 영화에 비유를 드셨어요. 이런 말이 있어요.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처음부터 끝까지 틀어주면 저작권를 걸고넘어지면서 게임은 처음버투 끝까지 플레이를 올리면 왜 아무도 저작권을 걸고넘어지지 않느냐. 그리고 이런 걸로 돈을 버는 게임 실황 방송은 근절되어야 한다 라는 말이 있어요. 반면에 오히려 게임 방송을 해주면 게임 판매량에 도움이 된다는 말도 있어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양양 : 게임회사나 개발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해지네요.

림바 : 회사마다 다르지. 닌텐도 쪽은 심하게 걸지.

양양 : 회사에서 걸고넘어지지 않는다면 게임 실황을 그만둬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인 것 같아요. 스포일러 당하기 싫으면 안 보면 된다고 봐요.

림바 :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도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 영상을 올리는 걸 적절치 않다고 봐요. 가령 [라스트 오브 어스] 같이 스토리가 엄청 중요한 게임은 영상을 보고 나면 게임을 할 이유가 없어져요. 스트리밍을 한다고 해서 게임 회사에 금전적 이익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 점에서는 앞으로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저도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준 적이 있긴 해요. 그때 시청자가 천 명이 넘어가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트랜드인가 싶었는데 죄책감이 들더라고요. 별로 의미 없는 데, 사람들이 직접 사서 해보는 게 맞는데 싶었죠.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스트리밍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봐요. 이 게임의 매력을 소개해주는 정도로 스트리밍을 해준다면 그게 최선이고, 그 선에서 멈추는 게 좋다고 봐요. 저작권 문제에 관해서는 게임 회사와 게임 스트리머 사이에서 조율이 있어야겠죠. 어쨌든 방금 이야기했다시피 게임의 매력을 보여주는 정도라면 게임 회사에게 도움이 될 것 같고, 게임을 이해하는 데 있어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해주는 거라면 훨씬 좋을 거라고 봐요.

종미니멈 : 짧게 이야기하면 풀버전 영상은 아니지만, 사람들에 흥미를 느낄 정도로 맛보기로 보여준다면 적절할 것 같다는 말씀이시군요.

방송을 위한 자료 준비와 게임 방송에 대한 인식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한다

종미니멈 : 방송을 보면 소재가 굉장히 많아요. 유튜브만 봐도 200화가 넘는데 한 화마다 주제가 모두 달라요. 주제 선정은 어떻게 하시나요?

양양 : 림바가 하죠.

림바 : 제가 합니다. 제가 하고요. 처음에는 ‘게망나니’라고 해서, '게임의 역사를 망라하여 나도 알고 니도 알자'라는 코너가 있었죠. 역사 쪽을 파고 싶었어요. 남들이 안 하는 것도 있지만, 저도 재미있더라고요. 그런데 다른 장르에 비해서 비디오 게임은 역사가 너무 짧아요. 영화는 최소 100년, 미술은 몇천 년까지 가는데, 비디오 게임은 길어봐야 30년 남짓이죠. 그리고 자료가 너무 없어요. 특히 한국에는. 한국어로 된 자료는 잘 안 보이고 제대로 된 자료를 찾으려면 영어권이나 일어권으로 가야죠. 번역기 막 돌려가면서 찾아보고 그랬어요. 저는 역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치 팟캐스트 할 때처럼 현재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할 때 과거 대통령과 비교하듯이. 소닉의 최근 게임을 한다고 했을 때, 처음 하는 사람은 재미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과거 작품을 알고 배경과 음악, 역사 같은 걸 알고 하면 더 재미있어지거든요. 그런데 자료가 너무 부족해지다 보니 다른 쪽으로 찾아본 게 광고나 디자인, 캐릭터 같은 거였고, 쥐어짜 내다시피 했죠. 중요한 건 다양한 측면을 보고 싶었어요. 게임을 하면 리뷰 점수와 재미 여부, 얼마나 팔렸냐 이런 거 말고. 음악은 어떠냐. 미술은 어떠냐. 아니면 기종 비교 같은 것들요. 가령 플레이스테이션3로 나온 게임이 당연히 드림캐스트보다 그래픽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1차원적이라고 봐요. 이건 크래파스로 그렸고 이건 유화로 그렸으니까 유화가 더 멋진 그림이야라고 말하는 거랑 똑같거든요. 드림캐스트 게임 중에서도 플레이스테이션3 게임보다 그래픽이 좋은 게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레즈] 같은 게임. 아트워크는 폴리곤 잘라서 만든 게임이지만 그래픽 성능과 상관없이 새로운 그래픽을 보여준 게임이라고 보거든요. 이런 것처럼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는 게 저희 방송의 취지였다고 봐요. 

종미니멈 : 방송을 하면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주제 선정뿐만 아니라 리뷰나 인터뷰 등 여러 방면에서요.

림바 : 어려운 건 게임에 대한 인식 자체의 고민이죠. 열심히 인터뷰하거나 방송을 하다 보면 이런 사람이 있어요. ‘이런 거 하지 말고 게임 플레이나 해주세요.’ 정말 많아요. 답답하죠. 열심히 준비했는데 이전보다 시청률도 낮아지고 사람들이 좋아하지도 않고. 이러면 내가 뭐하러 준비하나 싶을 때도 있었어요. 그 외에는 아까 말했던 자료가 너무 없다는 것 말고는 없었어요. 지금도 당장 하려면 신나서 떠들 것 같아요.

종미니멈 : 결국 자료 외네 어려운 점은 없었네요.

림바 : 자료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재능있는 분들이 많이 번역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자료가 쌓이거나 책이 나오면 좋겠어요. 해외에 나가서 서점에 게임 코너를 살펴보면 책이 엄청 많아요. 이론이나 역사부터 시작해서 게임사 이야기까지. 그런데 그런 책이 번역이 안돼요. 들어오지도 않고.

종미니멈 : 솔직히 잘 안 팔리니까요.

림바 : 난 살건데! (웃음) 그런다고 제가 직접 번역을 하자니 쉽지가 않죠. 그래서 외국어 잘하는 게이머들이 번역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블로그 글도 참고를 많이 해요. 그때마다 항상 조금 더 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종미니멈 : 자료 수집과 방송에 대한 인식과 반응이 아쉬운 거군요.

림바 : 어찌 보면 푸념에 가깝죠. 반응이야 대중의 취향이니 어쩔 수 없죠. 만약 그런 거로 고민했으면 오래 못했죠. 내가 재미있는 거 하고 있으니까 좋은 거죠. 저는 40~50명이 제 방송을 보고 있으면 정말 행복해요. 왜 이 사람들이 내 방송을 보고 있지? 무시하는 건 아니에요. (웃음) 정말 고맙다는 거죠. 40명이면 고등학교 한 반의 인원이잖아요. 그 인원이 제게 집중하고 있다는 게 기쁜 일이죠.

‘남편 사주세요’ 진행 中 - 역대 방송 코너 중 가장 반응이 좋고 재미있었다고

종미니멈 : 이번에는 양야님께 질문을 드릴게요. 방송 대부분이 토크쇼인데 즉흥적으로 진행되는 느낌이 강해요. 림바님은 게임에 대한 경험치가 어느 정도 쌓이셨고 자료를 직접 찾으시니까 큰 문제가 없을 텐데, 양양님은 게임에 대한 경험치가 조금 부족해서 림바님만 알고 양양님은 모르는 내용이 나올 수 있어요. 토크쇼를 진행하다가 어려운 경험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

양양 : 방송 시작한 지 1년 동안은 엄청 어려웠어요. 그때는 직장을 다닐 때고 퇴근하고 돌아오면 밥 먹고 바로 화장하고 방송을 할 때였으니까요. 실제로 그때는 아는 것도 없었고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으면서 방송을 하면서 짜증은 났고요. 이런 상태로 1년 가까이 하다가 더 이상은 안 되겠다. 모르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농담이나 반응도 있지만 나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제가 준비할 수 있는 코너를 생각했죠. 처음에는 '남편 사주세요'라고 해서 가지고 싶은 게임을 사달라고 조르는 코너였어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림바를 설득하는 내용으로요. 그 코너는 제가 했던 것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고 인기도 많았어요. 그 이후에는 '개발사가 궁금해요’ 같은 것들도 있었어요. 양양이 준비한 개발사의 뒷이야기. 그리고 중간중간에 Top 5 같은 것들도 했고요. 그러면서 하면 할수록 개선이 된다는 걸 느꼈죠.

림바 : 제가 '남편 사주세요'를 하기로 하고 어떤 생각을 했냐면, 뭘 사달라고 하려면 알아야 해요. 사고 싶은 게임에 대한걸. 그 이전에 양양이 맨날 방송하고 나서 하는 말이 있었어요. ‘오빠는 다 알고 나는 모르고 맨날 혼나서 짜증 난다.’라고 했거든요. 그러면 '공부를 좀 해.’라고 말을 하는데 막상 공부를 안 해요. (웃음) 그래서 어떻게 게임에 대해 공부를 하게 만들까 생각을 하다가 나온 게 그 코너였죠. 사달라고 조르려면 공부를 해야 하고, 그렇게 해서 산 게임은 적어도 열심히 하고, 다음 방송에서 할 이야기도 많아지고요. 그래서 그 코너는 정말 잘 됐어요. 조르는 과정도 좋아했고, 제가 게임을 사주면 시청자들한테 칭찬받고요. 그리고 그 게임을 플레이하면 시청자들도 더 재미있게 봐줬고요.

양양 : 그런데 그 이후로 돈이 없어서 코너가 폐지됐어요. (웃음)

종미니멈 : 나중에 방송하실 때 화면 상단에 써두셔야겠어요. 후원이 일정액수 이상 들어오면 '남편 사주세요’ 코너가 부활한다고. (웃음)

양양 : 그 생각도 하고 있어요.

지스타2016 中 - 시청자가 많지도 않은데도 찾아주는 분들이 있어 감사하다고 

종미니멈 : 부부 더 비디오 게이머즈가 시작된 지 2년 정도 되었어요. 지금까지 성과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림바 : 구독자가 많지도 않고 시청자가 많지도 않은 데 저희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G-Star 2016에 초청돼서 방송도 했고, 각종 게임 관련 프로그램에 불러주기도 했고요. 사실 보시는 분들은 '얘네가 다른 애들이란 차별화되어 보인다'라고 이야기해주는 분들이 있다는 게 제일 큰 성과죠. 그리고 아마도 부부 더 비디오 게이머즈를 안 했으면 팟캐스트도 못했을 거예요. 정말 많은 연습이 됐거든요. 사람들 앞에서 말하고 반응하고 방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공부한 셈이 된 거죠.

양양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종미니멈 : 앞으로는 더 성과가 많아지겠네요. 작년에는 휴식기가 많았음에도 여러 행사에 참석하셨으니까요. 스튜디오도 개설하셨고요.

림바 : 열심히 해서 사람들이 잘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구독자도 늘었으면 좋겠네요. 정말 많은 사람이 보는 방송을 만들겠다기보다는 보는 사람들이 인정하는 방송을 만들고 싶어요.

양양 : 저도 지금보다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림바 : 시청자가 적다는 건, 맥이 빠지면 방송하다가 지치게 되니까요. 시청자가 너무 없으면 왜 하나 싶을 때도 있죠. 그리고 어느 정도 돈은 들어와야 해요. 이 일을 하려면 유지비 정도는 최소한 들어와 줘야 하거든요. 어떨 때는 4시간 떠들었는데 1,000원 들어오고 끝날 때가 있어요. 이럴 때면 ‘대체 왜 하고 있는 걸까?’ 싶을 때가 있어요.

양양 : 특히 준비를 더 열심히 했을 때 그러면 더 허무해요.

림바 : 으쌰으쌰해서 준비했는데 반응이 별로면 그렇게 되죠.

양양 : 눈에 보이는 칭찬이잖아요? 좋아요나 추천 한번씩 눌러주는 것도 감사하지만, 수입이 너무 안들어오면 힘들죠. 일종의 선물 같은 거니까요. 그래서 가끔 성과가 별로인 날은 방송을 끝나고 나면 대체 뭐 하는 건가 싶은 적도 있었죠. 잘하고 있는 건가 의구심이 들 때도 있고요.

종미니멈 : 그렇죠. 수입이라는 게 무시할 순 없으니까.

림바 : 그렇다고 많은 돈을 벌자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유지할 수 있는 정도만 들어왔으면 하는데 그게 힘들다는 거죠.

종미니멈 : 스튜디오 개설하고 글을 쓰신 걸 보면 앞으로 트위치에서도 방송할 예정이라고 하셨어요. 앞으로 방송 계획은 어떻게 될까요?

림바 : 요즘은 유튜브의 매력을 알아가는 중이에요. 유튜브가 라이브를 진행하면 바로 저장이 되니까 시청도 편리하고요. 그래서 일단은 유튜브를 먼저 진행할 생각이에요. 트위치 동시 송출도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컴퓨터 사양이 따라줘야 하는 문제니까요. 아프리카는 요즘 들어서는 좋아지긴 했는데 화질이나 폐쇄성 문제가 조금 있어서 앞으로는 조금씩 줄이면서 닫을 생각이에요. 그런데 아프리카가 우리는 키워준 플랫폼이고, 아프리카 시청자분들도 남아있으니까 바로 끝내버릴 순 없어요. 시간을 두고 아프리카-유튜브 병행을 하다가 방향을 잡아나가야겠죠.

Studio 1-23의 내부 - 스튜디오와 카페가 공존하는 림바님과 양양님의 꿈의 공간

종미니멈 : 스튜디오1-23. 뭐라고 읽어야 하나요?

림바 : ‘스튜디오 일이삼’이라고 읽으면 되요.

종미니멈 : 스튜디오에 대해 소개를 해주신다면요?

양양 : 지금 이 스튜디오는 저희의 꿈의 공간이죠. 여러 가지 이유가 합쳐져서 만들어졌어요. 놀고 있던 공간이었고, 지원도 있었고, 팟캐스트도 하고 있고, BDC를 위해서 활용할 수 있고, 성우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용 가능하고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죠, 그리고 놀러 오시는 분들이 음료라고 한잔할 수 있게 카페도 차려뒀고요. 그걸로 적은 돈이라고 벌 수 있고. 노후를 위한?

종미니멈 : 아직 젊으시잖아요. (웃음) 어찌 보면 '목소리'를 위한 공간이 되겠네요. 방송도 목소리, 라디오도 목소리, 성우도 목소리니까요. 이런 점에서는 스튜디오를 오픈하신 게 정말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림바 : 여담이지만 한마디 하자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모두 차고에서 시작했어요. 보시다시피 여기도 차고 옆 공간을 개조해서 만들었거든요. 한국에 자수성가한 재벌이 없는 이유는 차고가 없어서다. 그런데 우리는 차고가 있다. 그래서 나중에 성공하면 차고 옆 스튜디오여서 성공을 했다고 말하려고요. (웃음)

종미니멈 : 이거 이상하게 와전되면 '너희는 차고 없어서 성공을 못했다'가 되는거 아닌가요? (웃음)

림바 : '꼬우면 니네도 만들어!’ (웃음)

종미니멈 : 지금은 웃으면서 농담처럼 이야기를 하지만 나중에는 꼭 잘되었으면 좋겠네요.

림바 :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저도 그렇고 양양도 그렇고 금전적 욕심은 별로 없어요. 밥 먹을 수 있고, 두 다리 뻗을 수 있고, 가끔 여행 갈 돈 있으면 돼요.

양양 : 게임기 살 돈도.

림바 : 그렇지. 그게 다 부자가 되어야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 정도만 있으면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방금 차고 이야기는 농담에 가깝고 (웃음) 금전적 성공보다는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어서 방송도 하고 팟캐스트를 하면서 시청자들이 잘한다고 평가를 해주면 좋겠어요.

양양 : 돈보다는 명예다?

림바 : 명예까지는 아니고. (웃음)

종미니멈 : 그래도 기왕이면 더 비싼밥 먹고, 더 편한 곳에서 자고, 더 오래 여행다니고, 더 많은 게임을 사면 좋잖아요?

림바 : 너무 부자는 안되려고요. 돈을 너무 많이 벌면 피곤해요.

양양 : 내가 못살아. 어떻게 살어. (웃음) 이렇게 림바처럼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 돈까지 많으면 피곤해지죠. 그래서 지금은 자발적 거지!

종미니멈 : 아까 말씀하셨던 백수랑 비슷하네요. 자발적 백수.

두 분 모두 자타공인 닌빠인만큼 정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는 닌텐도 스위치

종미니멈 : 콘솔에 대해 이야기를 조금 해볼게요. 다음 주에 닌텐도 스위치가 발매돼요. 소문에 따르면 스위치를 4대나 예약하셨다고 들었는데 진짜인가요?

림바 : 저희가 한 게 아니고요. 지인이 4대를 예약해뒀어요. 그중 한대를 우리에게 넘기라고 이야기를 했고 승낙을 받았는데 돈이 없어서 못 받을 수도 있어요. (웃음) 그래도 조금 늦춰지더라도 오픈케이스를 할 생각이에요.

종미니멈 : 아이고. (웃음) 그런데 닌텐도 스위치가 정식 발매 소식도 없는데 이상하리만큼 국내에 관심이 높아요. 동시에 우려도 아주 크고요. 일단 하드웨어가 부실하다는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림바 : 닌텐도의 딜레마죠. Wii도 그랬고, Wii U도 그랬고, 3DS도 그랬고요. 새로운 게임을 지향하다 보니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이에요. 서드파티 게임들은 PC-XB-PS라는 멀티플랫폼을 지향하다 보니 Wii U로는 게임을 내놓지 못했죠. 성능 차이가 나다 보니까. 그런데 이건 해결하기가 참 난감하죠. 더 좋은 콘솔을 내놓으면 닌텐도스러움이 사라지고, 지금처럼 밀고 가면 서드파티 게임이 뒷전이 될 거고요. 다만 저는 닌텐도의 방향을 존중해요. 왜냐하면, 비슷한 성능의 콘솔이 세 종류나 있을 필요가 없어요. 닌텐도한테 엑스박스나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걸 바라는 건 말이 안 돼요. 혁신은 좋으나 혁신하지 말라는 거랑 같아요.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죠. 닌텐도를 즐기실 분은 즐기고, 좀 더 고사양을 원하면 엑스박스나 플레이스테이션을 사는 게 맞아요. 그리고 스위치는 두 가지 차원에서 접근을 해야 해요. 거치용 게임기로는 성능이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휴대용 게임기로는 역사상 최고의 성능이거든요. 이런 점에서 보면 닌텐도의 선택은 훌륭하다고 봐요. 3DS나 PSP 유저들이 흡수가 될거고 기존 닌텐도 팬들이 합해지면 Wii U만큼 망하지는 않을 거라고 봐요. 정말 기대중이에요.

종미니멈 : 방금 림바님이 닌텐도스러움이라 하셨는데 이에 대해서 양양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게임에 빠지게 된 계기가 3DS 게임들이기도 하니까요.

양양 : 제 머릿속에 닌텐도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대중성이에요. 멀티기종을 가지고 있는 하드 게이머들을 제외하고, Wii나 Wii U만 가지고 있는 분 중에서는 스스로 게이머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봐요. 3DS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요. 그래서 림바가 말했던 것처럼 닌텐도에게 고사양 차세대 게임기를 논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더 가벼운 플랫폼, 더 가벼운 콘솔로 가는 게 닌텐도스러운거고 그게 대중의 관심을 많이 끌 거라고 봐요. 이번에도 사양이니 어쩌니하며 말이 많지만, 휴대용과 거치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점에서도 대단한 콘솔이 되지 않을까 싶죠.

종미니멈 : 대중성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이번 닌텐도 스위치는 훌륭하다는 거군요. 생각해보면 엑스박스나 플레이스테이션, 그러니까 거치용 게임기가 대중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죠. 오히려 대중성은 PC가 더 크고요.

양양 : 한마디 더 하자면, 닌텐도의 역사를 따져보면 이번 스위치는 엄청난 발전이라고 봐요. Wii U도 따로 가지고 놀 수 있었지만, 집안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잖아요. 하지만 이번 스위치는 집 안이라는 공간을 벗어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발전을 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얼마 전에 [포켓몬Go]를 하다가 느낀 거였는데, 지금 포켓몬에 대한 전국민적인 관심이 일어나고 있어요. 길 가다 모르는 사람인데도 [포켓몬Go]를 하는 걸 보면 반응을 하기도 하고, 고속도로를 가다가 '운전 중 포켓몬Go는 위험합니다'라는 판넬도 있고요. 이 정도 관심과 사회적 반응이면 진짜 우스갯소리로 하던 닌텐도가 세상을 지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싶네요.

포켓몬이라는 컨텐츠의 파급력은 닌텐도 스위치의 성공에도 큰 영향을 미칠거라는 

종미니멈 : 그러고 보니 [포켓몬Go]가 성공이 닌텐도 스위치의 성공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그에 대한 반론으로 모바일로 나왔기 때문에 성공한 거지 그 관심이 닌텐도 스위치로 이어지지는 않을 거다고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림바 : 컨텐츠에 대해 먼저 이해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예를 들어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극장을 사지는 않죠. 7~8,000원 주고 영화를 보는데, 여기서 더 좋아하게 되면서 블루레이나 DVD를 사고 신발도 사고 티셔츠도 사고 하는 거죠. 이게 컨텐츠가 가지는 힘이에요. 포켓몬이라는 컨텐츠가 가지는 힘은 모바일에서 한정되어 있지 않아요. 포켓몬을 많이 좋아하면 포켓몬을 하기 위해 스위치를 살 수 있어요. [포켓몬Go]는 포켓몬이 얼마나 킬러 타이틀인지 증명을 한 셈이고요. 그리고 현재 3DS로는 포켓몬 후속작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에는 후속작이 스위치로 나올 것이 거의 확실하니까 파급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게 맞아요. 보통 많은 사람이 플레이스테이션4의 성공에 대해 이야기할 때 성능으로 이야기해요. 하지만 그건 코어 게이머들끼리 이야기하는 거고 사실상 플레이스테이션4의 성공은 발매 시기와 가격기 가장 중요해요. 가격이 엑스박스보다 저렴하고, 발매 시기가 빨랐어요. 초반부 콘솔 경쟁은 빠른 발매와 가격이지 성능으로는 쉽지 않아요. 일반인에게 엑스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4의 성능을 비교해보라고 하면 차이를 느낄 수 없어요. 정말 코어 게이머들에게나 성능이 중요하지 보통 게이머들이 성능에 환장하지는 않아요. 그런 점에서 생각을 해보면 어떤 컨텐츠, 어떤 게임이 나오느냐가 중요한 거고, 스위치는 가격도 저렴하고 [젤다의 전설]이라는 런칭 타이틀이 있어서 충분하다고 봐요. 물론 지금은 타이틀이 부족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하나의 트랜드가 될 거라고 봐요. 예전에 NDS가 성공을 거둔 이유 중 하나가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것 때문이거든요. 밖에서 스위치를 들고 다니면 정말 매력적으로 보일 것 같아요. 누군가 지하철에서 스위치를 들고 게임을 한다? 궁금증이 생길 거에요. 그리고 카페에서 게임을 하고 있으면 누군가는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할 거예요. 그래서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트랜드가 될 거 같아요. 20~30만 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카페에서 애인이랑 게임할 수 있고 가지고 다닐 수 있고 하니까요. 다만 국내는 잘 모르겠고, 유럽에서 판매가 잘 될 것 같아요. 생활환경이나 경제적 수준 같은 걸 고려해보면 말이죠. 그리고 유럽 쪽에서 흥한 콘솔이 결과적으로 이긴다는 말이 있거든요. 예전에 엑스박스 360이 북미에서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 플레이스테이션 3가 치고 올라와서 비슷하게 마무리 지은 걸 생각하면 스위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종미니멈 : 포켓몬의 컨텐츠가 파급효과가 있다는 걸 [포켓몬Go]로 증명을 했고 그게 스위치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군요.

림바 : [GTA]나 [어쌔신 크리드] 같은 게임들 유명하잖아요. 하지만 일반인들은 그거 몰라요. 게이머들 사이에서 파급력이 큰 거죠. 그런데 포켓몬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파급력이 있으니까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죠.

종미니멈 : 런칭 소프트가 부족하다는 문제도 있어요. 런칭과 동시에 아홉 개의 타이틀이 나오는데, 신작이 2~3개밖에 안되요. 선점 효과를 생각해보면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닐 텐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림바 : 저도 정말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준비했는데 런칭 타이틀이 확실히 부족하죠. 그런데 과거 콘솔의 역사를 살펴보면 런칭 소프트의 부족은 기기가 얼마나 팔리느냐에 따라 소프트의 개수가 금방 해결돼요. 가령 Wii 같은 경우도 발매 초기에는 할 게임이 없어서 문제였는데, 나중에는 게임이 너무 많아지는 상황에 다다랐죠. 그런 선례를 볼 수 있듯이, 지금은 문제지만 스위치의 성공과 실패를 이야기하기에는 무리라고 봐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스위치로 게임 개발이 쉽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타이틀이 금방 늘어날 거라고 봐요. 이런 점은 닌텐도가 머리를 잘 쓴 거고요. 그리고 예전에 방송에서 예측으로 이야기했던 건데, 스위치가 잘 팔리면 많은 수의 모바일 게임이 스위치로 이식이 될 거라고 봐요. 코어 게이머는 대작을 위주로 즐기겠지만, 그 이외에는 그때그때 모바일 게임을 받아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어쩌면 닌텐도는 이미 선점효과를 놓쳤다는 것과 성능 면에서 엑스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아예 다른 방향으로 전략을 세운 걸 수도 있죠. 물론 예측이니까 장담은 못 해요. 정치 팟캐스트 할때도 예측이 제일 어렵거든요. (웃음) 그래도 감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스위치는 큰 성공을 할 거라고 봐요.

신규 IP [암즈]에 대해서는 예상 밖으로 두분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종미니멈 : 신규 IP도 공개가 되었어요. [암즈]라는 게임이죠. 어떻게 생각하세요?

양양 : 오! 완전 재미있어 보였어요. 조이콘을 잡고 권투하는 게임이잖아요. 딱 제 스타일에요. 사실 제가 키넥트 게임을 좋아해요. 몸으로 하는 형태요. 그리고 스위치의 특성을 잘 활용한 것 같아요. 시원시원하게 게임을 할 수도 있고요. 새롭기도 하고요.

종미니멈 : 어찌 보면 Wii의 위모콘과 비슷한 형태에요. Wii Pit이나 Wii Sport를 그대로 가져온 거라고 볼 수 있단 말이죠. 충분히 성공한 내용을 이어가는 모습. 그런 점에서 신규 IP로써 얼마나 성공할 거라 보시나요?

양양 : 저는 좋지만, 기존 게이머들에게 먹힐지는 모르겠어요. 키넥트 게임이나 위모콘을 이용한 게임들은 적절히 잘 살린 경우라면 좋지만, 대부분 몸을 활용한 게임들은 장기적으로 먹히긴 힘들었잖아요. 그래서 썩 잘 될 것 같지는 않아요.

종미니멈 : 그러면 대중의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양양 : 닌텐도의 국내에서의 성공을 예측해보면, 아예 게임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스위치를 살 확률은 적다고 봐요. 오히려 기존 게이머들이 닌텐도의 새로운 동향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관건일 것 같아요. 왜냐하면, Wii U의 실패도 있었고, Wii는 조금 특이한 경우였고요. 그런 점에서느 스위치 자체는 기존 코어 게이머들의 관심이 더 큰 거라고 봐서, [암즈] 같은 게임은 코어 게이머들에게 먹히기는 힘들지 않나 싶네요.

림바 : 저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요. 처음 DS가 나왔을 때 제가 일본판 DS를 샀어요. 국내 정식발매되기 전에. 그때 정말 많은 친구가 관심을 보였어요. 그리고 몇 년 뒤에 DS가 나오면서 큰 성공을 거뒀잖아요? 정말 많은 대학생들이나 중고등학생들이 들고 다니면서 게임하고 그랬거든요. 그런 면에서 한 번쯤 DS를 구입해본 사람이 스위치를 안 살 것 같지는 않아요. 새롭기도 하고요. 그리고 누군가가 들고 다니면 게임을 안 하던 사람도 관심이 생길 거고요. 물론 어느 정도의 광고와 프로모션이 진행되어야겠지만요. 그래서 DS가 성공했던 것처럼 프로모션을 제대로 한다면 다른 콘솔보다 국내에서 더 많은 판매가 이뤄지지 않을까 싶어요.

종미니멈 : 생각해보면 DS나 3DS는 어린아이들을 타겟으로 삼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를 애들에게 사주기는 부담스럽죠.

림바 : 그리고 엑스박스나 플레이스테이션이 거실을 장악하잖아요. 사실 거실이 아이들에 노는 공간은 아니거든요. 어른들의 공간이지. 그런 점에서 스위치는 가지고 다니면서 놀 수 있으니까 타겟이 훨씬 넓죠.

X-Box의 현 상황과 [스케일 바운드]의 취소는 분명 아쉽지만 앞으로가 중요하다

종미니멈 : 프로모션 이야기하니까 엑스박스 이야기도 해야겠네요. 엑스박스가 국내에서 상황이 여러모로 안 좋아요. 프로모션도 거의 안 하고 사건사고도 많았고요. 국내 엑스박스 상황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림바 : 사람들이 엑스박스 코리아를 엄청 욕하는데, 사실 욕해봤자 바뀔 건 없어요. (웃음) 단순하게 보면 마이크로소프트 코리아는 아시아의 지부 중 하나에요. 그래서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어찌 보면 마이크로소프트가 한국 시장에 관심이 없다고 봐야겠죠. 워낙 작은 시장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게임기가 많이 팔리면 마이크로소프트도 관심을 가질 거에요. 물론 거꾸로 말할 수도 있죠. 광고를 해야 팔린다는 식으로. 어쨌든 욕한다고 해결될 건 아니고, 요즘은 많이 아쉽다는 거죠. 엑스박스 원이 사람들의 인식보다 매력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너무 플레이스테이션 쪽으로 편중되어 있으니 어쩔 수 없죠. 그래서 스콜피오가 나올 때쯤에는 아시아 시장에 투자를 좀 더 많이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스콜피오는 업그레이드라기보다는 신기종에 가깝다고 봐요. 그때는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해서 한국시장에도 투자하면 좋겠다 싶어요.

종미니멈 : 엑스박스가 매력적인 콘솔이라고 하셨는데, 양양님께서는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양양 : 제가 미술을 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플레이스테이션의 인터페이스를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패드 버튼이며 디자인이며 그런 것들이 얼마나 직관적으로 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보는데 그런 점에서 엑스박스 원이 훨씬 뛰어나다고 봐요. 사실 독점작 타이틀 비교나 사양 비교는 무의미하다고 봐요. 하지만 인터페이스 디자인이나 패드의 디자인은 엑스박스가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패드도 새로운 것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요. 닌텐도의 아미보랑 비슷한 것 같아요.

종미니멈 : 독점 타이틀 이야기를 하셨는데, 작년에 [스케일 바운드]가 제작취소 되었어요. 이게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림바 : 필 스펜서라는 사람의 게임 철학이 이해가 돼요. 간단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게이머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고 싶은 거에요. 그래서 X-Box play Anywhere 정책을 시작하고 하위호환에 많은 신경을 쓰는거죠. 이렇게 전체적인 플랫폼을 잘 구축해두면 평생 간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이에 대해서는 저도 동의해요. iOS를 떠올려보면, 앱스토어가 만들어질 때는 킬러타이틀이 문제가 아니었어요. 환경이 문제였지. 맥, PC, 타블렛 등 어떤 기종에서든 앱스토어에서 산 것들은 호환이 된다. 그래서 언제든지 열어서 즐길 수 있고 그 이익이 개발사와 플랫폼 사이에 얼마나 돌아가게 되고, 일종의 시장이 된 거죠. 그런 면에서 필 스팬서가 개발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시장을 만들어 둘 테니 게임을 만들어'라는 거죠. 지금 엑스박스 원으로 게임을 내놓으면 다음 세대 그다음 세대까지 팔린다는 의미죠. 만약 지금 닌텐도 스위치로 게임을 낸다면 3년 정도 팔리다가 끝나겠지만, 우리에게 오면 10년이고 20년이고 계속 팔린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듯해요. 그래서 시장 구축에 많은 신경을 쓰다 보니 각각의 개발사들에게는 많은 신경을 못 쓴것 같아요. 그런 점이 필 스펜서의 성공과 실패라고 보고요. 그래서 [스케일 바운드]는 정말 아쉬워요. 엑스박스 쪽에서 제일 부족한 게 일본식 RPG에요. [스케일 바운드] 하나 있었는데 없어진 거죠. 그리고 필 스펜서가 많이 신경 쓰는 게 멀티플레이라고 봐요. 아마 [스케일 바운드]가 취소된 가장 큰 원인일 거에요. 처음 [스케일 바운드]를 봤을 때 [데빌 메이 크라이]나 [몬스터 헌터] 같은 게임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난 2016년 E3에서 갑자기 멀티플레이가 발매되었어요. 엄청 뜬금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그것 때문에 취소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봐요. 카미야 히데키는 지금까지 게임을 만든 걸 보면 싱글플레이 게임을 많이 만들었거든요. 그런 점에서 핀트가 어긋나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정말 아쉬워요. 차기 엑스박스는 일본 제작사를 잘 구워삶아야 한다고 봐요. 게임업계의 양대축이잖아요. 북미 시장이 지금은 크지만 여전히 일본 게임은 무시할 수 없거든요.

종미니멈 : 타이틀 수가 정말 중요하다는 거군요. 엑스박스 스콜피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림바 : 사실 저는 크게 신경 안 써요. 좋아하는 게임도 할 시간이 부족한데 그 많은 게임을 언제 다해요. (웃음) 다만 다양한 유저를 끌어들이려면 다양한 게임이 필요한 게 자명하죠. 항상 이야기하지만, 유저끼리 기종 싸움하는 게 바보 같다고 생각해요. 회사들끼리 경쟁하는 건 좋아요. 서로 경쟁하면서 더 잘 만들겠다고 노력하게 되니까. 매번 말하는 게 비율이 4 대 3 대 3 이 제일 좋다고 봐요. 소니가 4, 마이크로소프트가 3, 닌텐도가 3 이런 식으로. 이렇게 시장이 분할되면 가격은 내려가면서 게임은 더 잘 만들어질 거에요. 하지만 지금은 소니가 6이고 나머지 둘이 2씩 먹은 상황이죠. 그래서 4 대 3 대 3 정도로 균형을 가지고 싸우는 게 게이머들에게는 가장 행복한 상황이 되죠.

종미니멈 : 하긴 엑스박스 360, 플레이스테이션3, Wii 시절이 딱 그런 시기였네요.

림바 : 그렇죠. 판매량도 모두 잘 나왔고, 독점작도 다들 훌륭했고요. 세일도 많이 했었죠. 전체적으로는 그런 시장이 형성되는 게 좋지 않나 싶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겁게 사는 두 분. 오래도록 행복하게 활동하시기를!

종미니멈 :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양양 : 일단은 2017년이 벌써 두 달이 지나갔어요. 제가 일은 쉰 지 14개월이 지났다는 의에요. 그래서 올해 가장 바라는 건 풀타임 근무를 하지 않으면서 방송과 성우일 같은 거로 돈벌이가 되면 좋겠다 싶어요. 그러면 저희도 힘이 생기고 더 큰 일을 도모해볼 수 있으니까요. 물론 그러려면 저희가 결방 없이 열심히 하는 게 맞지만요.

림바 : 아직도 많은 고민 중이에요. 지금 말하는 게 앞으로 꼭 할거라는 장담은 못 하겠어요. 이제 스튜디오를 막 오픈했으니까 열정은 가득해요. 가장 큰 계획은 팟캐스트 '쩐당'을 어느 정도 위치까지 올려놓는 게 목표고, 다음 목표는 부부 더 비디오 게이머즈를 재개해서 시청자들이 믿을만한 방송으로 복귀시키는 거예요. 일주일에 한 번이든 두 번이든 정기적으로 같은 시간이 시청자를 만나 뵙는 게 목표에요. 이 두 가지만 잘한다면 그다음 목표는 또 생겨날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방송이든 뭐든. 그래서 시사-정치든 게임이든 림바라고 하면 '걔가 참 잘했지. 매력 있지’ 같은 말을 듣는 게 목표라고 봐야겠죠.

종미니멈 : 마지막 질문입니다. 팬분들께 한마디씩만 해주세요.

양양 : 준비하고 있었어요!

종미니멈 : 정말요? (웃음)

양양 : 저는 이런 프리토크 좋아하거든요. 게임에 관심이 없는 제가 이렇게 된 건 림바 덕분이에요. 저는 림바를 '게임 큐레이터'라고 부르고 싶어요. 림바가 게임에 대해 가이드를 해주고 제 반응을 보면서 또다시 가이드를 해주는 능력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BDC에서 저와 림바를 두 축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림바의 기여도가 더 높다는 걸 인정해요. 그리고 우리가 하고 싶은 게 게임을 하나의 예술 장르이자 대중문화로 바라보고 사람들에게 재미있게 전달하는 거예요. 이런 것들이 우리 방송에서 충분히 잘 보였으면 좋겠어요. 올해는 여러 가지 코너를 하면서 더 발랄하고 똘끼있기 해보고 싶어요. 그만큼 더 많은 사람이 사랑해줬으면 좋겠고요.

종미니멈 : 그다음 림바님께서도 한말씀!

림바 : 저는 부더비 방송 보시는 분들이 정말 인내심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방송을 잠깐 하다가 결방하고를 반복하는데도 저희를 기다려주시니까. 그래서 정말 고마운데…(침묵) 더 인내심을 키우면서 저희 방송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종미니멈 : 2시간 20분 정도 인터뷰 진행을 했는데, 정말 지금까지 인터뷰 중 가장 길어요. 긴 시간 동안 인터뷰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앞으로 부더비든 쩐당이든 모두 잘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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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Puyo Puyo Tetris (뿌요뿌요 테트리스)

장르 : 퍼즐

제작사 : SEGA

플랫폼 : Playstation 3, Playstation 4, PS Vita, 3DS, Wii U, Nintendo Switch

발매년도 : 2014년 / 2017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 게임과 저 게임이 만나면 어떨까?” 게이머가 흔히 하는 망상 중 하나다. 서로 만날 수 없는 세계관, 완전히 분리된 작품에 있는 캐릭터를 머릿속에 불러들여 싸움을 붙이고 이야기를 만들어 가며 온갖 그림을 그려낸다. 물론 이들은 서로 만날 일은 전혀 없기에 망상(이치에 맞지 아니한 생각)이라고 표현했지만, 게이머에게는 게임을 하는 것 못지않게 즐거운 활동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을 단순히 망상으로 치부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현실이 되어버린 망상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Diablo] 시리즈의 악마들과 [Starcraft] 시리즈의 영웅 중 누가 더 강한지에 대한 망상은 오랫동안 결론이 나지 않는 토론의 장을 열었으나 몇 년 전 Blizzard의 모든 캐릭터를 동원한 [Heroes of the Storm]이 나오면서 망상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SEGA와 Nintendo를 상징하는 마스코트로써 결코 공존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소닉(Sonic)과 마리오(Mario)도 언제부턴가 [Mario and Sonic Olympic] 시리즈로 뭉쳐 정기적으로 함께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올스타(All-Stars)의 컨셉으로 여러 작품의 캐릭터가 한 데 모여 이야기를 만드는 게임도 적지 않다. 이쯤 되면 망상이 아닌 충분히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상상이라고 해야 할 게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 누군가의 상상이 현실로 구현된 작품이 하나 있다. 타일매칭 퍼즐(Tile-matching Puzzle)이라고 불리는 장르를 대표하는 두 작품, [Puyo Puyo]와 [Tetris]가 하나로 뭉친 [Puyo Puyo Tetris]다.

규칙에 맞춰 블럭을 연결하는 타일매칭 퍼즐, 그리고 하위 장르인 낙하물 퍼즐

타일매칭 퍼즐(Tile-matching Puzzle)은 이름 그대로 타일(tile, 블럭)을 맞추는(matching)을 퍼즐을 말한다. 작품마다 규칙은 다르지만 블럭을 움직여 퍼즐을 풀이하는 형태이며, 단순한 방법과 이해하기 쉬운 규칙으로 한번 빠지면 쉽게 놓을 수 없는 중독성을 갖춘 오랜 기간 꾸준히 사랑받아온 장르이기도 하다. 가까운 예로는 [애니팡]이나 [Candy Crush Soda]가 이에 해당하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Tetris]나 [Puzznic]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Tetris]의 경우 작품이 가진 가치와 영향력, 그리고 이후에 나온 작품들로 인해 타일매칭 퍼즐에서 한 단계 더 낮은 세부 장르로 분류되기도 한다. 바로 낙하물 퍼즐(落ち物パズル)이다. 소위 ‘테트리스류 퍼즐'이라고도 칭해지는 낙하물 퍼즐은 블럭을 맞추는 게임방식은 똑같으나 블럭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동안 퍼즐을 풀이해야 한다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Alexey Pajitnov가 개발한 [Tetris], SEGA의 [Columns]와 [PuyoPuyo], Nintendo의 [Dr.Mario], Q Entertainment의 [Lumines] 등이 낙하물 퍼즐의 예다.

1984년 Alexey Pajitnov에 의해 최초로 만들어진 일렉트로니카 60 전용 [Tetris]

그렇다면 [Tetris]와 [Puyo Puyo]에 대해 잠깐 알아보자. [Tetris]는 Soviet Academy of Science 소속의 프로그래머 Alexey Pajitnov에 의해 1984년에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연구실에서 일하는 동료들을 위해 간단한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개발 됐으며 상용화할 생각이 없었기에 연구실 내에서 사용하던 PC인 일렉트로니카 60(Electronika 60)에서 사용할 수 있게 개발되었다. 텍스트(text)로 블럭의 모양을 만든 단순한 그래픽이었지만, 이 최초의 [Tetris]는 동료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고 같은 연구소에서 일하던 Dmitry Pavlovsky, Vadim Gerasimov에 의해 IBM PC로 옮겨지면서 모스크바 전체에서 폭발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Tetris]의 인기는 모스크바를 넘어 유럽 전역으로 전파되었고, 이후 각 지역에서 다양한 플랫폼의 [Tetris]가 개발되면서 전 세계로 퍼지게 된 것이다. 결국, 최초의 [Tetris]의 뒤를 이어 수많은 모방작, 아류작, 파생작이 개발되었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으로 기록되면서 게임 자체가 하나의 장르(테트리스류 게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1991년 Compile에 의해 개발된 [Puyo Puyo]는 SEGA에 의해 대박을 터뜨린다

[Puyo Puyo]는 1991년 Compile(컴파일)에서 만든 가정용 게임이 그 시초다. [Tetris]와 비슷해 보이지만 뿌요(Puyo)라는 슬라임 몬스터를 4개 이상 연결해 분해하는 방식, 뿌요가 분해되어 생겨난 공간에 위에 있던 뿌요가 떨어져 공간을 채워지는 규칙, 그리고 앞서 언급한 방식과 규칙이 조합을 이뤄 연속적으로 뿌요가 분해되는 연쇄 시스템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점수를 기록하는 싱글플레이에 중점이 맞춰진 [Tetris]와 달리 처음부터 대전 요소에 초점을 맞췄고, 자사의 RPG인 [마도물어]의 캐릭터를 활용해 [Puyo Puyo]만의 개성을 갖추기까지 했다. 처음에는 큰 인기를 얻지 못했으나, 1992년에 SEGA의 제안으로 아케이드 버전으로 내놓으면서 인기를 끌었고 십 년 가까이 Compile을 대표작으로 명성을 이어 갔다. 물론 Compile의 경영난으로 인해 회사가 문을 닫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지만, [Puyo Puyo]의 판권은 SEGA가 이어받아 시리지를 지속해 25년 이상 시리즈를 이어오며 [Tetris] 못지않게 대표적인 Tile-matching Puzzle(또는 낙하물 퍼즐)로 인정받고 있다.

낙하물 퍼즐이라는 점은 같지만 특성이 전혀 다른 테트리스(좌)와 뿌요뿌요(우)

[Puyo Puyo]와 [Tetris]는 형태가 비슷하지만, 그 안에 짜인 규칙과 특성에는 큰 차이가 있다. [Tetris]는 일곱 종류의 블럭을 좌우로 돌려가며 쌓아 빈칸이 없는 가로줄을 채워 블럭을 제거하는 게 게임의 규칙이자 목표다. 그리고 바닥에 놓여 한번 자리를 잡은 블럭은 (가로로 채워진 줄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제자리를 유지하기에 직관성이 뛰어나며 게임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전혀 없다. 그래서 복잡한 사고력보다는 순간적 판단력을 많이 요구하며 이에 상응하는 순발력과 정확하고 빠른 조작을 해야 하기에 퍼즐 게임임에도 상당한 수준의 조작하는 재미를 가지고 있다. 반면 [Puyo Puyo]는 방향과 형태에 상관없이 같은 색깔의 뿌요를 네 개 이상 연결하면 블럭(뿌요)이 제거된다. 방향에 상관없이 연결만 하면 된다는 점에서 [Tetris]보다 쉽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막상 게임을 해보면 그렇지 않다. 항상 제자리를 유지하는 [Tetris]의 블럭과 달리 뿌요는 공간이 생기면 위에 있는 뿌요가 떨어져 빈공간을 채워지고 뿌요의 배치가 바뀌게 된다. 뿌요 배치의 변화는 추가적인 뿌요의 분해, 즉, ‘연쇄'를 일으키며 이러한 연쇄가 여러 번 일어나는 것을 ‘대연쇄'라고 한다. 대전 요소가 강조된 [Puyo Puyo]의 특성상 여러번의 연쇄를 일으키는 게 중요한데, 연쇄는 플레이어가 뿌요를 ‘어떻게 쌓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므로 정확도나 순발력보다는 뿌요가 분해되었을 때 배치가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고 계산하는, 그리고 최대한 연속적인 연쇄가 일어날 수 있도록 뿌요를 쌓는 사고력을 필요로 한다.

기본적인 게임 방식부터 둘을 조합한 새로운 형태까지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

이렇듯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특성을 가닌 두 퍼즐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여러 가지 재미를 선사한다. 하나의 작품 안에서 서로 다른 성격의 두 가지 퍼즐을 취향에 따라 선택해서 할 수 있는 기본적인 형태는 물론이거니와 테트리스와 뿌요뿌요를 조합한 독특한 형태도 다양하게 담아냈다. 하나의 타일 내에서 테트리스와 뿌요가 동시에 떨어지는 Puyo-Tet Mix, 일정 주기에 따라 테트리스와 뿌요뿌요를 바꿔가며 진행하는 Puyo-Tet Swap, 뿌요뿌요를 테트리스의 규칙에 맞춰 변형한 10 Lines Puyo 등이 바로 그것이다. 테트리스와 뿌요뿌요를 조합은 각 작품의 규칙과 형태를 하나로 묶어놓았기에 그 자체로 독특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각 작품에서 요구하는 능력(순발력, 사고력 등)을 동시에 요구하게 된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며 기존 게임과는 다른 전략과 응용을 해야 하기에 기존의 [Puyo Puyo] 및 [Tetris]와는 분명히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정해진 시간 안에 점수를 모아 점수의 차이만큼 체력을 깎아나가는 빅뱅 모드, 게임오버 없이 각종 아이템을 활용해 상대를 방해하면서 최대한 많은 점수를 쌓는 게 목적인 파티 모드 같이 변칙적인 규칙도 존재해 즐길 거리가 상당히 많다.

기초부터! 잘 갖춰진 튜토리얼 덕분에 초보자들도 접근하기가 매우 편리해졌다

튜토리얼(Tutorial)이 잘 짜여있다는 점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이해하기 쉽고 간단한 규칙을 가진 [Tetris]와 [Puyo Puyo]지만 두 작품 모두 25년 이상 이어져온 퍼즐 게임이다 보니 초심자와 상급자의 실력 차이가 크다. 각 게임에서 상급자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익혀야 할 기술과 요령이 몇가지 있는데 사실 초심자의 입장에서 아무런 도움 없이 익히기 쉽지 않다. 가령 [Tetris]의 고급기술 중 하나인 T-Spin(블럭을 회전과 낙하 타이밍을 계산해 일반적으로는 넣을 수 없는 곳에 블럭을 끼워 넣는 기술)은 초심자를 벗어나 숙련자로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익혀야 하는 기술인데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는 이상 기술 자체가 있다는 것조차 알기 어렵다. [Puyo Puyo]도 연쇄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효과적으로 뿌요를 쌓는 방법을 알기 위해서는 수백번, 수천번 게임을 하면서 경험을 쌓는 방법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어 시간 소모가 상당한 편이다. 이러한 이유로 [Puyo Puyo Tetris]는 단계별로 튜토리얼이 준비되어 있어 [Tetris]와 [Puyo Puyo]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으로 시작해, T-Spin의 사용법까지 체계적으로 가르쳐줄 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연쇄를 위해 쌓아야 할 뿌요의 형태를 여러 가지로 제시해주고 있어 학습이 매우 용이함은 물론 숙련자로 진입하기 위한 시간을 크게 단축해준다.

싱글 플레이와 멀티 플레이 양쪽 모두 풍부해 혼자 해도 즐겁고 같이 해도 즐겁다

싱글 플레이와 멀티 플레이의 비중도 매우 균형 있게 구성되어 있다. [Puyo Puyo]와 [Tetris] 모두 퍼즐이지만 대전 요소가 강조되다 보니 사람 사이에 대결이 이루어지는 멀티 플레이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다시피 실력 차이가 존재해 초심자는 멀티 플레이로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튜토리얼도 잘 구성되어 있지만, 게임에 대한 숙련도를 점진적으로 늘리기 위해 싱글 플레이의 구성도 중요한데 이를 성공적으로 갖춰두었다. 세세하게 나눠진 난이도와 다양한 도전과제는 실력을 단계적으로 증진하기에 충분하며, 컴퓨터와의 대전은 초보자에게는 어렵다고 느껴질 정도로 설정되어 있어 멀티 플레이에 도전하기 전까지 훈련 대상으로 아주 적절하다. 이 외에도 무한뿌요, 무한테트, 토너먼트 등 다양한 게임 모드를 제공하고 있어 싱글 플레이용 퍼즐 게임으로써 많은 시간을 즐겨도 전혀 지루함이 없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게이머라면 곧바로 멀티 플레이를, 처음 게임을 접하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싱글 플레이를 취향에 따라 선택해서 즐기면 된다.

모든 기존 캐릭터에 더해 신규 캐릭터가 나왔음에도 여전히 개성이 넘쳐 난다

콜라보레이션의 주축이 SEGA이다 보니 기존 [Puyo Puyo] 시리즈의 강점이었던 캐릭터성도 여전히 잘 드러난다. Tile-matching Puzzle의 콜라보레이션을 기념이라도 하듯 기존 [Puyo Puyo] 시리즈의 모든 캐릭터가 모두 등장할 뿐만 아니라 [Tetris] 쪽에도 신규 캐릭터가 추가되어 상당히 많은 수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테트리스 블럭 이름을 딴 캐릭터의 이름은 전혀 어색하지 않으며, 많은 수의 캐릭터가 새로이 추가되었음에도 기존 캐릭터와 겹치는 특성이 없어 모두 개성 있게 느껴진다. 게다가 대칭되는 블럭의 이름을 가진 캐릭터의 설정(에스와 제트는 부녀, 제이와 엘은 쌍둥이)을 재미있게 구축했고, ‘차원의 붕괴로 인한 두 세계의 만남’이라는 중심이야기를 통해 게임 내 이야기도 어느 정도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 있다. 다만 테트리스 진영의 캐릭터는 콜라보레이션에 의해 일회성으로 등장한 것이기에 SEGA 측에서 테트리스를 발매하지 않는 이상 다른 작품에서는 볼 수 없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기념비적인 작품임과 동시에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퍼즐 게임!

[Puyo Puyo Tetris]는 [Puyo Puyo]와 [Tetris]가 가진 고유한 재미를 뛰어넘는 것을 가지고 있다. 두 게임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낸 것은 물론 각각의 특징을 적절히 조합해 익숙하면서 새로운 게임을 여럿 만들었다. 그리고 [Puyo Puyo]의 강점이었던 캐릭터성을 [Tetris]에도 잘 적용해 일회성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와 이야기를 담고 있기까지 하여 다양한 재미와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Puyo Puyo]와 [Tetris]를 전혀 해보지 못한 사람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충실한 구성이 담겨 있기에 친구와 함께, 가족과 함께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는 게임이다.  [Puyo Puyo Tetris]는 기존 팬들에게는 물론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도 아주 멋진 선물이 될 것이며, 동시에 Tile-matching Puzzle의 두 대표작이 하나로 뭉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 뿌요와 테트. 당신은 어느 쪽을 고르겠는가?

못다 한 이야기

- 당연한 이야기지만 테트리스와 뿌요뿌요 사이의 승부도 가능하다. 다만, 서로 다른 게임인지라 밸런스 측면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숙련자들 사이에서는 테트리스가 뿌요뿌요에 비해 유리하다고 한다. 물론 이는 비슷한 실력의 상급자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이며, 가볍게 즐기는 수준의 일반 게이머에게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 성우들의 캐릭터 연기는 나쁘지 않았으나 전체적으로 말이 느리고 발음을 또박또박하게 내는 편이다. 전연령을 대상으로 즐길 수 있어야 하는 게임이다 보니 저연령층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신경 쓴듯하다. 대사가 전반적으로 짧은 것도 비슷한 이유인 듯?

- 여느 테트리스류 게임이 다 그렇듯이 중독성이 대단하다. 싱글 플레이만 2시간을 넘게 해도 전혀 질리지 않으며 퍼즐 게임의 특성상 언제나 강한 몰입을 할 수밖에 없다. 저렴한 가격에 여러 사람이 오래도록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찾는다면 [Puyo Puyo Tetris]만한 작품은 없다고 본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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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Gravity Rush 2 (그라비티 러쉬 2)

장르 : 액션

제작사 : Sony Interactive Entertainment Japan Studio

플랫폼 : Playstation 4

발매년도 : 2017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게임의 공간/진행 구성 중 하나인 오픈 월드(open-world)는 플레이어에게 높은 자유도를 제공한다. 그러나 단순히 방임주의적 자유를 제공하는 게 아니다. 작품 속 중심 이야기를 통해 큰 흐름을 만들어두고, 그 안에서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선택사항이란 보조 임무(sub-quest)를 비롯한 여러 형태의 컨텐츠를 말하는 데 중심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한 주 임무(main-quest)를 제외하면 특별히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오픈 월드는 중심이야기를 큰 흐름으로 두고 다양한 선택 사항을 제공하여 플레이어의 취향에 따라 컨텐츠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게 하는 게임 구성이라 볼 수 있다. 다만 아무리 높은 자유도를 가진 오픈 월드라 할지라도 제약이 있기는 마련이다. 그 제약이란 바로 ‘공간과 이동'의 제약. 자유도가 높다 한들 게임(game) 안에는 고유한 규칙(rule)이 존재한다. 칼과 방패를 들고 싸우는 게임에서 총과 대포를 쓸 수 없으며, 말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 게임에서 비행기를 탈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이렇듯 이동과 공간에 있어서도 플레이어가 접근 가능한 공간과 이동 가능한 범위가 정해져 있기에 오픈 월드라 할지라도 모든 것이 자유롭지는 않다.

중력을 독특한 게임성으로 호평을 받은 [Gravity Rush :소녀는 하늘로 떨어졌다]

그렇다면 이동의 제약이 사라진 오픈 월드가 있다면 어떨까? 플레이어가 기대하는 모든 장소에 오르내릴 수 있고, 접근 가능한 공간에 제약이 없으며, 이동이 완전히 자유로운 게임이 있다면? 그런 게임이 어디 있냐며 코웃음을 칠지도 모르겠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2012년 Playstation Vita로 발매된 [Gravity Rush : 소녀는 하늘로 떨어졌다]가 바로 이동과 공간에 제약이 없는 오픈 월드 게임이다. 이쯤 되면 호기심이 생길만하다. 이동에 제약이 없는 오픈 월드라니 얼마나 재미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Gravity Rush : 소녀는 하늘로 떨어졌다]는 일본 게임 대상을 받음과 더불어 게이머와 평론가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은 뒤, 2015년에는 Playstation 4로 리마스터(remaster)까지 이루어진 작품이다. 그리고 이러한 흥행에 힘입어 Playstation Vita에서 Playstation 4로 기종이 변경된 후속작 [Gravity Rush 2 : 하늘로 떨어진 소녀의 선택]까지 발매되었다.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마침 후속작이 손에 들어왔으니 파헤쳐보도록 하자.

몸을 가볍고 무겁게 만드는 것을 넘어서 다양한 형태의 중력 활용법이 존재한다

[Gravity Rush] 시리즈의 핵심은 작품의 이름 그대로 중력(gravity)이다. 중력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중력술사 캣(Kat)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중력을 활용하는 독특한 게임 방식을 선보이고 있는데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무중력 공간에서 부유하듯 공중을 날아다니는 것부터 시작해, 몸을 가볍게 만들어 아주 높이 뛰어오를 수 있고, 거꾸로 몸을 무겁게 하여 적에게 가하는 충격량을 향상하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주변 사물에 작용하는 중력을 조절하여 염동력을 사용하듯 사물을 들어 올릴 수도 있으며, 중력의 작용 방향을 바꿔 벽이나 밑바닥에 붙어 걸어 다니기까지 할 수 있다. 무중력 공간이나 중력의 방향이 바뀌는 장소가 나타나는 작품은 이전에도 등장한 바가 있지만 [Gravity Rush] 시리즈처럼 주인공(=플레이어)이 중력을 자유롭게 조절하여 다양한 움직임을 선보인 적은 없었기에 아주 신선하게 다가온다.

조작 방향이 2차원에서 3차원으로 확장되기에 조작이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중력을 사용하는 게임 방식만큼 인상적인 요소가 있다면 조작 체계(control system)다. 본작은 게임의 특성상 공중에 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조작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공중에서의 조작은 땅 위에 서 있을 때보다 조작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땅에 서 있는 상태에서의 움직임은 캐릭터가 두 발을 붙이고 있는 바닥, 즉, 면(面)을 따라가기 때문에 이동방향이 캐릭터를 중심축으로 하여 360’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2차원) 그러나 공중에 떠 있는 상태라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동 가능한 방향이 위아래로 추가되기 때문에 면을 따라가는 360'의 범위를 넘어서게 된다.(3차원) 게다가 시점이 1인칭이 아닌 3인칭이라면 조작은 더 복잡해진다. 1인칭은 시점이 고정되어 있기에 이동 방향에만 신경을 쓰면 되지만, 3인칭은 대게 카메라의 각도가 변하면서 시점도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같은 조작이라 할지라도 시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지므로 한층 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에서 비행 시뮬레이터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비행기가 항상 직진한다'는 상황을 만들어두거나 3인칭이지만 시점을 고정하는 방법을 활용하여 방향만 전환하는 형태로 조작을 편리하게 구성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중력 상태'는 비행하는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공중에 떠 있는 채로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있을 수도,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력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주인공이기에 원한다면 어떠한 방향으로든 움직이다가도 멈출 수 있어야 한다.

시점과 이동방향의 결합을 통해 스틱과 버튼 하나로 구성한 간단한 조작체계

이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은 바로 ‘시점과 이동 방향의 결합’. 무중력 상태에서의 이동방향은 캐릭터를 화면 한가운데에 두고 플레이어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정해진다. 화면 중앙에 표시(마커, marker)를 기준으로 플레이어의 시점을 조절할 수 있으며, 접근하고자 하는 위치로 시점/표시를 맞춘 뒤 움직이면 된다. 게다가 움직이기 위해 사용되는 것은 단 하나의 버튼뿐이다. 제자리에 멈춘 상태에서 버튼을 누르면 버튼을 누르는 순간에 바라보던 시점을 따라 이동하고, 움직이는 중에 버튼을 누르면 이동을 멈춘다. (단, 이동하는 중에는 시점을 바꿔도 방향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즉, 시점을 조절하는 스틱 하나와 이동/정지 기능을 가진 버튼 하나만을 활용하는 아주 간단한 조작 체계로 무중력 상태의 움직임을 구현해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조작법을 학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고 [Gravity Rush] 시리즈의 핵심인 중력을 이용한 자유로운 이동을 빠르게 숙달할 수 있다. 또한, 비행 상태를 조작하는 기존 작품들보다 조작의 어려움을 느끼는 시기가 거의 없으므로 게임의 재미를 빠르게 느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 외에도 중력을 이용한 공격(중력 킥, 중력 던지기 등)은 조준 보정/추적 기능이 존재해 정교하게 조작하지 않더라도 공격이 적중할 수 있게 했고, 하나의 버튼에는 하나의 기능만을 넣어(one button = one action) 의도와 달리 조작이 꼬이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단순하게 구성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조작의 편의성을 갖추고 있다.

불편함이라는 약점도 있지만, 역동성을 강화하는 강점도 가진 ‘양날의 검’ 시점

다만, 시점은 ‘양날의 검'이 되어버렸는데, 시점으로 인한 약점과 강점이 매우 명확하게 드러난다. 먼저 약점으로는 이동 방향과 시점의 결합을 통한 조작의 편의성 증대가 시점 자체를 불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무중력 상태에서 이동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시점을 바꿔야 하는데, 2차원에서 3차원으로 넓어진 이동 방향만큼 시점의 변화도 더 복잡해진다. 특히 이동 방향을 자주 바꿔야 하는 상황(전투, 추적 등)은 시점을 평소보다 더 자주 조정해야 해서 시각적으로 많은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연출을 위해 자동으로 발생하는 카메라 기법(줌 인, 줌 아웃 등)이 발생하는 경우는 시점이 급격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멀미를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이동 방향에 따라 시점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기존 게임에 비해, 조정이 거의 되지 않아 시점이 완전히 뒤집히거나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틀어지는 등 예상치 못한 시점 변화가 자주 발생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오히려 복잡한 시점 변화가 연출력을 강화하고 주인공의 행동을 더 역동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강점으로도 작용한다. 연출을 위해 활용한 카메라 기법들은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정해진 상황과 계산된 시점에서 보이는 게 일반적인데 본작은 시점이 수시로 바뀌다 보니 같은 상황에 같은 연출이라 할지라도 매번 달라 보이게 된다. 가령 중력킥을 사용할 때 기본적으로 줌 인(Zoom In)되지만 매번 시점의 변화가 달라서 그 느낌이 천차만별이다. 공격이 적중했을 때 시점이 살짝 회전하는 경우는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시점이 움직이지 않지만 한 번 더 줌인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공격이 더 강력하게 느껴지게 한다. 반대로 공격이 빗나갔을 때도, 시점이 바뀌지 않는 경우는 적에게 뒤를 잡힌듯한 기분을 들게 하면서도, 가끔은 공격이 빗나가는 순간 시점이 회전하면서 공격을 회피한 적의 모습을 함께 비춰 매우 멋진 그림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외에도 이런 불규칙하고 잦은 시점변화는 무중력 상태를 표현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 무중력 상태는 땅 위에 두 발을 붙이고 있는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시선 아래쪽에는 땅, 시선 위쪽에는 하늘)과 달리 위아래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회전하고 뒤집어지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점은 무중력 상태를 더 실감 나게 느끼도록 만든다. 즉, 복잡한 시점 변화는 시각적 불편함을 일으키지만 게임을 역동적으로 보이게 하고 무중력 상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품 전반에 깔린 만화/애니메이션을 보는 느낌의 디자인은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점은 조금 불편하지만, 이 안에 담긴 디자인과 컷씬, 그래픽 등의 시각적 요소는 매우 훌륭하여 플레이어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작품 전반에 깔린 일본 애니메이션 풍의 등장인물 디자인과 독특한 색채, 그리고 그 안에 그려진 작중 세계관은 대단히 멋진 그림을 그려낸다. 또한, 일본 애니메이션 풍의 디자인이 깔렸음에도 불구하고, 작중 각 지역은 일본이 아닌 다양한 국가가 연상되도록 만들어져 있으며 이들이 서로 상충하지 않고 조화를 잘 이루고 있어 독특한 느낌을 자아내기까지 한다. 컷씬(cutscene) 역시 매우 색다른 방법으로 구성하고 있는데, 종이 위에 칸을 나누고 그림과 말풍성을 활용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만화책 구성을 활용하고 있어 작품 전반의 애니메이션 느낌과 잘 이어지기까지 한다. 물론 만화책 구성의 컷씬이 아닌 영상 컷씬도 존재한다. 다만 시네마틱(cinematic) 컷씬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존 게임들과는 차이가 있다. 시네마틱 컷씬을 별도로 제작하여 화려한 연출이나 뛰어난 영상미를 보여주려고 하기보다는 게임 내 모델을 그대로 활용하여 영상과 게임 진행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괴리감을 없애는 데 집중했고 영상-게임 사이의 연결성을 갖춤으로써 작품 전반에 깔린 애니메이션다운 특징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기종 변경에 따라 한 단계 더 깔끔하고 선명한 그래픽을 갖춘 [Gravity Rush 2]

그래픽은 Playstation Vita에서 Playstation 4로 기종이 변경될 만큼 상당한 발전을 일궈냈다. 일부 지저분해 보이는 텍스처가 말끔하게 정리되었고, 원거리 그래픽 표현이 향상됨과 동시에, 색채가 한층 더 선명해졌으며, 인물 및 건축물을 비롯한 각종 모델로부터 느껴지던 뻣뻣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단, 전작 [Gravity Rush]의 그래픽도 발매 시기가 2012년인 것과 휴대용 기기로 개발이 되었음을 고려해보면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여러 긍정적인 변화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단연 광원 효과와 명암이다. 화면 속에 나타나는 빛과 그림자의 변화는 게임을 하는 내내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깨끗하고 선명해진 그래픽만큼이나 빛과 그림자가 분명하게 느껴지며, 같은 위치에 서 있더라도 캐릭터가 바라보는 방향이나 행동에 따라 바닥의 그림자가 수시로 변하는 것은 물론 빛의 각도에 따라 얼굴과 몸에 지는 그림자도 구체적으로 표현된다. 그뿐만 아니라 플레이어의 시점이 빛이 비치는 곳을 바라보느냐 빛을 등지고 있느냐에 따라 느껴지는 빛의 세기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 태양이나 야간 조명 같은 빛을 비추는 쪽으로 시점을 돌리면 게임 중에도 눈이 부실 정도이며, 그 반대로 시점을 돌리면 실제로 플레이어가 빛을 등지고 있는듯한 기분이 든다.

작중에서 사용하는 짧은 음절의 가상 언어는 실제 언어보다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시각적 요소가 워낙 인상적이다 보니 다소 가려지는 느낌도 없지 않지만, 청각적 요소도 아주 훌륭하다. 전투 중에 들을 수 있는 각종 효과음은 소위 타격감이라고 불리는 시청각 연출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고, 지역마다 정해져있는 배경음은 해당 지역의 분위기를 잘 살려낸다. 그리고 효과음과 배경음에 비하면 정말 작은 부분이지만 작중 등장인물들로부터 들을 수 있는 목소리(음성, 音聲)도 굉장히 매력적이다. [Gravity Rush]에서 들을 수 있는 언어는 가상의 언어인데 등장인물들의 말은 전부 알아들을 수 없으며 감탄사라고 해도 믿을 만큼 짧은 음절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적절한 성우를 찾지 못했거나 음성에 대해 소홀히 했다는 느낌을 받지만, 게임을 진행할수록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넘어 매력적으로 느끼게 된다. 게다가 짧은 음절을 가진 가상의 언어임에도 말을 하는 인물의 감정이 충분히 느껴지며 작중 세계를 더 신비롭게 느껴지도록 만들기까지 한다. (사실 짧음 음절을 가진 가상언어의 사용은 특정 국가의 색채를 드러내지 않기 위한 제작사의 전략이었는데, 이는 개발자들의 의도가 어느 정도 적중했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컨텐츠를 담아냈지만, 구성과 내용이 서로 달라 중복되는 형태가 거의 없다

중력을 조작하는 능력을 활용해 오픈 월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각종 컨텐츠는 매우 흥미롭다. 사람들이 옮기지 못하는 물건을 대신 옮겨주고, 접근할 수 없는 장소를 관찰하기 위해 하늘을 날며, 늦어진 신문 배달을 수습하기 위해 마을을 쏘다니거나, 결근한 스턴트맨을 대신에 액션 연기를 하고, 주민을 습격한 괴물을 무찌르는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컨텐츠 구성의 짜임새가 상당히 좋은데 여러 방면에서 그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중복되는 형태/내용의 컨텐츠가 거의 없어 반복수행으로 인한 지루함이 거의 없다. 오픈 월드 구성이 다양한 선택사항을 포함하는 건 사실이나 적지 않은 수의 작품이 비슷하고 반복적인 내용의 컨텐츠를 산발적으로 배치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선택사항을 제시한다 한들 다소 지루해질 가능성이 있는데, [Gravity Rush 2]는 중복되는 컨텐츠가 거의 없으며 비슷한 내용이라 할지라도 많은 차이점이 존재한다. 일례로, 중력 조작이 게임의 핵심이기에 대부분의 컨텐츠가 중력을 활용하고 있으나 일부 컨텐츠는 완전히 중력을 사용하지 않도록 제한을 두고 있어 색다른 느낌을 부여한다.

컨텐츠 자체가 독립된 이야기이자 중심 이야기의 이해를 돕는 기능을 하고 있다

다음으로, 게임 내 컨텐츠들이 단순한 미니게임/보조임무의 역할을 넘어선다. 각 컨텐츠는 마을 안의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담고 있다. 이는 플레이어의 기분을 환기하고 소소한 즐거움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독립된 이야기이다. 그뿐만 아니라 일부 컨텐츠는 세계관과 중심 이야기의 이해를 돕는 연결고리의 역할을 하고 있어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기까지 한다. 이러한 특징은 기존 오픈 월드의 컨텐츠 중 상당수가 작품 내 이야기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적거나(또는 관련이 아예 없고)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내용인 것과 매우 대조적이며, 개발자들이 플레이어가 즐길 컨텐츠를 효과적으로 구성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넓은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컨텐츠를 구성하여 욕구를 충족시킨다

마지막으로, 게임 속 세계를 돌아다니는 행위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인상적인 시각적 요소’와 ‘중력을 이용한 자유로운 이동’는 서로 시너지를 일으켜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킬 만 하다. 하지만 아무리 오픈 월드라 할지라도 아무런 목적 없이 돌아다니기는 곤란한 부분이 있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임무 수행과 이야기 진행과 관련 없는 곳으로 가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작중 컨텐츠의 상당수를 아주 넓은 범위에서 움직이도록 구성하여 세계를 돌아다니고픈 욕구를 자연스레 충족시켜주고 있다. 여기에 컨텐츠이자 보조 기능 중 하나인 ‘사진촬영’은 단순히 작중 세계를 눈으로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기록을 남길 수 있게’하여 더 특별한 느낌을 들게 한다. 물론 이야기 진행과 임무 수행과 전혀 관련이 없지만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저곳 돌아다니게 유도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순수하게 중력 조작 능력의 숙련도를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챌린지(Challenge, 도전)도 존재하며, 코스츔(costume, 의상) 변경, 방 꾸미기, 보물찾기 등 가볍고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컨텐츠도 포진해있어 더 많은 즐거움을 제공한다.

전작에서 풀리지 않은 의문은 해결했지만, 문제점을 해결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작중 중심 이야기, 즉, 스토리는 훌륭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전작 [Gravity Rush]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스토리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형성하며 이야기를 끌어간 것은 좋지만, 너무 많은 부분에서 답을 내리지 않은 채(too many mysteries unanswered) 이야기가 끝나버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Gravity Rush 2]에서는 캣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았고, 작중 세계가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 자세히 밝혀졌으며, 몇몇 인물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전작에서 답을 내리지 못한 내용을 충분히 해결했다. 그러나 이야기 전체를 살펴보면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상당수 존재한다. 전작에서 레이븐(Raven)의 출생과 정체에 대해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 캣과의 관련성을 강조하면서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이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의문만 증폭시킨 채 이야기를 끝마치게 된다. 그리고 새로이 등장한 인물인 세시(Ceci) 역시 전작의 사건과 연결성을 가지고 있지만, 세시의 각성이나 능력은 다소 급작스럽다고 느껴질 만큼 이야기 진행과 연결성이 떨어진다. 여기에 최종장 이전에 주적이었던 브라흐만 박사의 시간 억제 기술이 작품 전체의 이야기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세시의 동생 칼리(Kali)가 왜 갑자기 괴물로 변해버렸는지 등 설명이 부족한 내용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시리즈 전체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내용은 이야기 후반부에 몰려있다. 그러다 보니 초중반의 이야기에는 누가 나와도 상관없었을만큼 동떨어진 느낌이 날 뿐만 아니라 후반부에 들어서 이야기의 전개가 급격히  빨라져 짜임새도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설명하기 힘든 이야기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어 작중 세계관과 잘 맞아떨어지며, 각 등장인물의 인물상을 잘 드러나 모든 캐릭터가 상당히 개성 있게 다가오고, 주인공 캣이 헤쳐나가는 여러 사건사고들은 충분히 흥미로워 가볍게 즐기기에는 무리 없다는 점, 그리고 [Gravity Rush : 소녀는 하늘로 떨어졌다]의 후속작으로써는 이야기를 적절히 끝마쳤다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약점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게임이었기에 큰 아쉬움이 남는다

[Gravity Rush 2 : 하늘로 떨어진 소녀의 선택]은 매력적인 작품이다. 중력을 활용한 독특한 게임방식, 학습에 어려움이 없는 간편한 조직체계, 애니메이션을 보는듯한 인상적인 시청각적 요소, 다채로운 내용과 훌륭한 짜임새를 갖춘 컨텐츠,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시너지를 일으키는 오픈 월드 공간은 플레이어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한다. 물론 이야기 측면에서 약점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작에서 해결하지 못한 이야기의 상당 부분을 해결했고, 매력적인 등장인물과 작지만 흥미로운 사건/사고들은 그 자체로 즐겁다. 그러나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Gravity Rush] 시리즈는 [Gravity Rush 2 : 하늘로 떨어진 소녀의 선택]을 끝으로 더는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는 이야기가 남아 있으며, 게임 자체는 아주 흥미로웠기에 아쉽지 않을 수 없다.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언젠가 [Gravity Rush]의 이름으로 새로운 작품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못다 한 이야기

- 시점의 경우 불편함을 해소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카메라를 최대한 멀리 배치하며 시야 범위를 넓히면 시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이렇게 되면 역동성이 감소하여 등장인물의 액션이 밋밋해지게 된다. 또한, 플레이어도 무중력 상태에 있는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는 주인공이 바라보는 것과 비슷한 시점을 가져야 하는데, 카메라를 멀리하면 주인공이 바라보는 것과 차이가 발생하므로 무중력 상태를 거의 느낄 수 없게 된다. 아마 제작사도 이를 알고 있기에 다소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시점을 자주 바뀌도록 설정한 것이리라 생각한다. 게다가 이동 중에는 시점이 안정적이며, 시점을 제자리로 돌리는 버튼이 따로 있기에 매번 시점이 불편한 것은 아니다. 나름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라 본다.

- '사진촬영'이 정말 흥미롭다. 게임 내 디자인과 그래픽이 인상적이다 보니 게임을 진행하는 중에 수시로 사진을 찍게 된다. 여기에 의상을 변경할 수 있고, 분위기가 모두 다른 다양한 지역이 존재하기에 조금만 노력한다면 대단히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다. 게다가 사진과 관련된 컨텐츠도 상당수 존재한다. 사진을 보고 사람을 찾는다거나 특정 상황을 포착한 사진을 촬용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응용하고 있으며, 다른 게이머들이 촬영한 사진을 실시간으로 공유하여 보물찾기를 위한 힌트로 제공하거나 멋진 장소에 대한 정보를 보여주기도 한다.

- 엔딩 크레딧이 굉장히 멋지다. 게임 진행 중에 촬영한 사진을 하나씩 보여주는 데 추억을 되새기는듯한 기분이 들어 끝까지 보게 된다. 신비로운 분위기로 여운을 남기는 결말을 더 진하게 만드는 것은 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아주 드물게 프레임 드랍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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