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Titan Souls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Acid Nerve

플랫폼 : PC, PS4, PS Vita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인디게임 개발사 ‘Acid Nerve'가 만든 [Titan Souls]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액션 게임에 비해 게임 내에 담겨진 것이 많지 않다.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은 주인공과 거인들(Titans) 뿐이다. 게임 내 이야기가 전무하며, 조작법 이외에 게임 진행 방식을 알려주지 않고, 지도와 아이템 같은 보조도구조차 제공하지 않는다.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컷신도 없고, 눈을 즐겁게 해주는 화려한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니며,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할 구성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의 내용만으로 생각해볼 때 과연 이게 게임이 맞는지 의심이 들 수 있으며 과연 무슨 재미로 즐기는 게임인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요소들이 포함되지 않더라도, 게임을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아 [Titan Souls]가 충분히 매력적인 게임이며 독특한 게임성과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화살 하나로 거인을 쓰려뜨려라! - [Titan Souls]의 핵심이자 모든 것

[Titan Souls]는 주인공이 미지의 공간을 탐험하며 여러 거인들(Titans)을 만나고 그들을 쓰러뜨리면 되는 아주 단순한 구성을 지니고 있다. 플레이어는 한 자루의 활과 한 발의 화살을 들고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을 활보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대면하게 되는 거인들과 피할 수 없는 싸움을 하게 된다. 그런데 거인과 플레이어 모두 ‘단 한번'의 유효한 공격으로 죽게되는데 이 과정에서 본작이 가진 아주 독특한 게임방식을 보여 주게 된다.

싸움을 반복하고 패턴을 학습하여 회심의 일격으로 거인을 쓰러뜨려야 한다

거인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쓰러지지만 공격을 적중시키기까지의 과정은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 각 거인들마다 약점이 존재하는데 약점에 공격을 적중시켜야만 거인을 쓰러뜨릴 수 있으며 약점 외에는 모든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 또한 거인들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행동 패턴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며 플레이어를 공격한다. 그렇기 때문에 거인의 움직임을 잘 살피면서 약점을 파악한 뒤 패턴을 이해하고, 예측하여, 이용해야만 공격을 적중시킬 수 있게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수 많은 죽음을 경험할 것이며, 몇 번의 도전 끝에 패턴을 온전히 파악했다 하더라도 약점을 공격하기 위한 타이밍을 잡아낼 센스와 적절한 컨트롤을 요구하기에 더 많은 죽음과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거인을 쓰러뜨리기 위해 플레이어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게임에 몰입할 수 밖에 없으며, 수십번의 도전 끝에 거인을 쓰러뜨리게 되면 극도의 성취감과 함께 다음 거인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도전의식을 느낄 수 밖에 없게 된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미지의 공간들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형성한다

거인을 쓰러뜨리고 다음 거인을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미지의 공간을 지나게 된다. 게임 초반에는 아주 좁고 정형화된 신전에서 거인들을 만나게 되지만 게임을 조금만 진행하게 되면 매우 넓고 다양한 환경을 담은 공간에 도달하게 된다. 이때부터는 미지의 공간을 탐색하며 거인을 찾아나서야 하며, 얼음계곡, 바람절벽, 용암지대, 비밀숲 등 다양한 환경을 가진 공간을 만나 신비로운 분위기를 접하게 된다.

미지의 공간이 풍기는 신비로움은 작품 내 이야기를 완전히 배제하는 방법을 활용하여 그 분위기를 강화하고 있다. 게임의 진행을 위해 이야기가 필요한 작품이라면 스토리의 부재가 독이 될 수 있지만 [Titan Souls]는 ‘거인과의 싸움'만이 중요할 뿐이기에 스토리의 부재로 인해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다. 게다가 오히려 게임 내 스토리의 부재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작중 이야기를 상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게임 전반에 걸친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욱 강화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거인 이외의 모든 생물을 배제함으로써 거인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이야기의 부재와 함께 게임 내에 포함되지 않는 또 다른 요소는 게임 곳곳에 산재되어 있어야 할 크리쳐(또는 몬스터)다. 거인을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수 많은 공간을 지나치지만 그 어떤 크리쳐도 만날 수 없다. 간단한 조작 연습이나 게임 내 공간을 채우기 위한 보조요소로서 거인 이외의 크리쳐를 집어넣을 수 있었겠지만 [Titan Souls]에서는 거인을 제외한 요소는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이는 작품의 중심 소재인 거인(Titan)에 온전히 초점을 맞추고자 했음을 알 수 있으며, 플레이어가 거인과의 싸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스테이지를 구성 해놓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RPG같은 주인공의 성장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 그리고 거인과의 싸움이 고도의 집중력과 조작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거인 이외의 크리처가 포함되었다 하더라도 그 비중은 매우 적었을 것이다.

불필요한 요소는 온전히 배제하고 오로지 거인과 주인공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토리의 부재를 통한 신비로운 분위기의 강화, 거인 이외의 크리처를 배제하여 거인에 대한 집중도 향상, 그리고 ‘상호간 한 방 싸움’이라는 독특한 게임성. 이 모든 것은 ‘거인과의 싸움’에 집중하기 위해 불필요한 것들을 최소화하여 작품의 핵심 컨셉에 집중하고자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게임 내 어떤 이야기도 들려주지 않지만 작품 속에 담긴 요소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며, 거인을 만날수록 다음 거인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간다. 여기에 패턴의 학습과 정교한 조작이 요구되는 독특한 게임성으로 도전의식까지 자극하게 되면서 [Titan Souls]만의 고유한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게임은 정말 단순하다. 화살로 거인을 맞춰 쓰러뜨리면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당신의 감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을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

- 처음 엔딩을 보기까지 167번 죽었다. 게임을 진행하는 중에 워낙 많이 죽다보니 얼마나 죽었는지 감이 오지 않을 정도다. 일부 거인들은 운이 좋아서 공략을 하게 되었는데, 아마 운이 나빴다면 더 많이 죽었을지도 모른다.

- 엔딩을 보기까지 모든 거인과 싸우지는 않아도 되는데, '진엔딩'이 따로 포함되어 있어서 반복플레이를 가능하도록 구성해두었다. 물론 한번 싸워본 거인이라 할지라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2회차, 3회차 플레이를 해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본문에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도트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깔끔한 그래픽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게임 자체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연출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Evoland 2

장르 : RPG, 어드벤쳐

제작사 : Shiro Games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초기작 [Evoland]는 게임을 진행할 수록 2D에서 3D로 그래픽이 변하는 컨셉으로 만들어진 매우 독특한 게임이었다. 다만 짧은 제작기간 탓에 스토리, 인물 등 이야기 부분에서 매력이 부족했고, 게임성도 다소 아쉬운 상태로 발매되어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게임에서 다양한 그래픽을 보여준다는 점은 상당히 신선한 시도였으며, 후속작 [Evoland 2] 역시 ‘그래픽의 변화’라는 핵심 컨셉은 그대로 유지한채 발매가 되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많았던 전작이었기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했는데, [Evoland 2]는 ‘그래픽의 변화’를 좀 더 창의적으로 활용을 했고, 다양한 부분에서 적재적소에 사용함으로써 상당히 흥미로운 모습을 가진 작품으로 완성해냈다.

본작에서는 [그래픽 = 년도/시대]라는 독특한 표현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초기작 [Evoland]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2D에서 3D로 그래픽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2D → 3D’의 단방향 변화만을 보였기 때문에 다소 단조로운 느낌이 있었다. 물론 그래픽의 변화 자체가 매우 신선한 요소이며, 게임 후반부에 그래픽 변화를 활용한 퍼즐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그 비중이 매우 적어서 단조로움을 탈피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Evoland 2]에서는 ‘그래픽의 변화’에 ‘년도/시대’라는 요소를 더해 단조로움을 탈피하고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본작의 주요 스토리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역사를 바꾸는 모험담’으로 게임을 진행하면서 각기 다른 시대를 오고 가는 경우가 잦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다른 시대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그래픽의 변화’를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작이 보여준 ‘그래픽 변화를 통한 참신함’을 유지함과 동시에 ‘시간을 넘나든다’는 게임의 중심 소재를 아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또한 각기 다른 시대를 오고감에 따라 3D에서 2D로 넘어가기도 하고, 2D에서도 해상도의 크고 작은 변화를 줌으로써 변칙적인 그래픽 변화를 통해 단조로움을 탈피하고 있다. 게다가 [그래픽 변화 = 다른 시대/년도로의 이동]을 작중 인물들도 체감한다는 대사를 포함함으로써 그래픽의 변화가 단순히 플레이어에게 보여주는 것만이 아닌 스토리의 핵심소재로 작용하고 있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다양한 그래픽의 활용을 너머 다양한 장르를 게임 속에 담고 있다

그래픽 변화만큼 신기한 점이 또 하나가 있는데, 바로 ‘장르의 변화’다. [Evoland 2]의 기본 장르는 RPG/어드벤처이지만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다양한 장르로 게임 구성이 변화된다. 물론 전작에도 장르의 변화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몇 가지 게임을 흉내내는 정도에서 그쳤고 짜임새가 다소 부족해 아쉬움이 많았다. 반면 본작에서는 작품 내에 포함된 장르의 종류만 보더라도 전작에 비해 매우 다양하고, 단순히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컨셉에 맞게 각 장르의 색깔을 잘 녹여내고 있다.

다만 지나치게 많은 장르를 포함하고, 다소 중구난방한 장르 배치로 인해 게임의 짜임새가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예상이라도 한듯 장르의 변화는 스토리 진행, 환경 변화, 보스스테이지 진입 등에 맞춰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도록 시기를 잘 설정해두었다. 게다가 성격이 크게 다른 장르로 변화하는 경우가 잦음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진행 상황에 가장 알맞은 장르로 구성해두었기 때문에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 (가령 비행체를 이용하게되는 스토리가 전개되는 경우 슈팅게임으로 장르가 바뀐다) 이처럼 다양한 장르가 동시에 존재하면서도 짜임새를 제대로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에서 느낄 수 있는 여러가지 즐거움을 거부감 없이 만끽할 수 있다. 여기에 앞서 언급했던 [Evoland]의 핵심 컨셉인 ‘그래픽 변화’까지 곁들어지면서 특정 장르의 고전 게임의 재현하거나 유명 작품을 오마주하면서 다양한 장르 변화 그 이상의 신선한 경험을 선사해준다.

수 많은 까메오 - 어떤 작품에서 나오는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겠는가?

그래픽 변화와 다양한 장르만으로도 게이머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지만, [Evoland 2]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다른 작품의 캐릭터들을 출연(까메오)시키기까지 한다. 그리고 까메오들의 탄생년도는 1980년대부터 2014년까지 게임 역사를 훑어볼 정도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는데, 이는 올드게이머부터 비교적 어린 게이머들까지 모두 끌어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까메오들의 배치도 원작의 장르/그래픽을 고려하여 그에 맞게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몇 가지 예로, [Tomb Raider]의 ‘라라 크로프트’는 원작처럼 숨겨진 ‘유적지’에서 ‘3D’로 만날 수 있고, ‘마리오’, ‘류’, ‘봄버맨’ 등 어느정도 시대가 저문 게임의 주인공들은 ‘도트그래픽’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이같은 까메오의 배치는 기존 작품들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다소 많다고 느껴지는 까메오들의 등장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납득이 되며 까메오를 발견하는 매 순간은 소소한 즐거움으로 다가 온다.

시간을 초월해 만난 네 명의 주인공의 이야기는 충분히 풍성하다.

핵심 컨셉인 ‘그래픽 변화’를 충분히 활용하였고, 다양한 장르까지 더해지면서 볼거리와 즐길거리는 충분히 포함되었다. 그렇다면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는 어떨까? 초기작 [Evoland]의 문제점 중 하나는 ‘지나치게 짧고 어디서 본듯한 뻔한 이야기 흐름’인데, [Evoland 2]는 그것을 완전히 극복해냈다. 게임의 중심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역사를 바꾸는 모험담’이라는 주제에 맞게, 서로 다른 시간대의 인물들이 한 명씩 모이듯 차근차근 전개가 된다. 그리고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역사를 바꾼다는 메인 스토리 아래에 각 인물들과 관련된 서브 스토리를 충분히 풀어내고 있기에 이야기의 분량도 충분히 확보되어 있다. 무엇보다 시간을 거스르는 게임의 소재는 이야기 전개 과정 중에 도달하게 되는 다양한 시대/년도에 발생한 사건들을 플레이어가 직접 정리/이해/해석 할 수 있는 감상의 여지를 주기도 한다. 그 외에도 전작에 비해 개성있고 색깔이 뚜렷한 캐릭터의 등장으로 스토리의 재미를 더욱 살려주고 있기에 전작이 가진 한계를 분명하게 해결 해냈다고 볼 수 있다.

자! 당신은 이제 역사를 뒤바꿀 준비가 되었는가?

[Evoland 2]의 가장 큰 성취는 ‘전작이 가진 한계와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냈다는 점이다. 부실한 스토리, 개성없는 캐릭터, 부족한 게임성 등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그래픽 변화’라는 핵심 소재는 그대로 유지한 채 문제를 해결해냈기 때문에 완성도 높은 후속작을 만들어냈다는 성취와 더불어 ‘시리즈 고유의 색깔’을 확고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Evoland 2]는 그래픽 변화가 주는 신선한 경험, 다양한 장르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재미, 그리고 까메오들의 등장으로 인해 떠오르는 추억 등 여러 가지 즐길거리를 담은 게임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시간을 거스르는 것은 [Evoland]의 주인공들만이 아니다. 당신도 이 작품을 통해 시간을 거스를 수 있다. 과거와 현재의 그래픽/장르/인물을 모두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함께 시간을 거스르는 모험을 떠나보자!

못다한 이야기

-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는 것은 '여러 장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지만 불가피하게 '특정 장르에 대한 깊이가 부족한 게임'이 될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을 동반한다. 그래서 특정 장르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게이머들에게는 그리 만족스러운 작품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 다만 장르의 혼합, 다른 작품의 패러디와 오마주가 난무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가 혼재되어 있더라도 크게 어긋남이 없다. 다양한 장르의 '미니게임' 정도로 생각하면 무난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 이번 리뷰에서 사용된 사진 중 일부 파트는 필자가 직접 캡처한 사진이다. 특히 '까메오' 파트의 사진은 위의 6장 외에도 몇 장 더 있는데, 아마 게임에 대한 내공이 많은 사람이라면 필자보다 더 많은 까메오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Broforce

장르 : 액션, 슈팅

제작사 : Free Lives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게임은 Early Access 단계로 현재 개발 중인 게임입니다.>

‘익스펜더블(The Expendables)’이라는 영화를 본 적 있는가? 한 때 액션 영화의 한 획을 그었던 배우들이 총 출동하여, ‘용병 집단의 이야기’를 풀어낸 아주 전형적인 액션 영화다. ‘람보와 코만도가 만나면 어떨까?’하는 상상에 대한 답안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온갖 액션 배우들이 한 스크린에 등장한다는 것만으로 가슴이 두근거렸고 한 순간에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물론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흥행은 실패했지만 필자에게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Broforce] 역시 온갖 영웅들이 등장하며, 액션 영화에서 기대하는 모습을 게임에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다만 우리가 기대와는 달리 조금 독특한 모습으로 나타날 뿐이다.

[Broforce]의 Bro들 - 온갖 액션 영화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액션 영화의 주인공들이 다수 등장하는만큼 본작은 게임 곳곳에서 ‘남자다움’을 표현하려 하고 있다. 게임 전반에 걸쳐 ‘Bro’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데, 각 인물들의 이름의 경우 원작을 따라가지 않고 Bro와 적절히 섞어서 Brominator(터미네이터), Brocop(로보캅), Bronan(코난) 등으로 부르고 있다. 그 외에도 스테이지 클리어 실패시 격앙된 어조로 절규하거나 ‘rest in peace, bro’, ‘you can do it, bro’, ‘come on, bro’ 등의 표현을 하는 나레이션도 ‘남자다움’을 표현하는 부분에 해당된다. 하지만 게임이 도트 그래픽으로 표현되어 있기에 전반적으로 귀여운 느낌이 강하며, 이에 따라 귀여움과 남자다움이 조화를 이루면서 묘한 매력을 풍기고 있다.

[Broforce]는 도트를 활용하여 영화 같은 장면을 충분히 연출해내고 있다.

게임 내 그래픽은 저해상도 도트 그래픽에 그치고 있지만 게임 전반에 걸친 표현이 매우 훌륭하다. 우선 각 영화의 주인공들에 대한 표현이 매우 정확하다. 몇개의 점을 찍어서 표현했을 뿐인데 각 인물의 특징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게임 내에서 현재 조작하는 인물의 얼굴이 나타나기는 하나 이를 보지않더라도 어떤 인물을 조작하고 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람보의 붉은 머리끈, 터미네이터의 안광, 블레이드의 코트와 검 등이 그 예이다. 그 뿐만 아니라 폭발, 화염, 지반침식 등에 대한 표현도 잘 나타나있고, 적군이 죽을 때 피가 튀거나 머리만 잘리거나 시체가 조각나는 등 다양한 연출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피가 튀거나 시체가 잘리는 연출은 단순한 도트 그래픽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잔인하게 느껴진다.

단순한 목적을 가진 게임이지만 좀 더 다양한 구성과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게임의 목적은 매우 단순하다. 적을 모두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적진을 뚫고 목적지에 도달하여 탈출하거나 정해진 목표물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지형을 이용해 적을 피해갈 수도 있고, 구조물을 활용하여 적을 죽일 수도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총을 쏴서 적을 죽이고 모든 것을 때려부수는 단순한 게임으로 보이지만 게임을 즐기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전략적 요소가 산재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캐릭터별 성능이 모두 다르고, 스테이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구조물의 효과는 전략적인 플레이를 요구하는 개발자의 의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전략적인 게임을 요구하는 개발자의 의도와 달리 아무런 고민없이 총을 갈기면서 적진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모든 것을 파괴한 뒤 유유히 탈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캐릭터의 능력은 성능에 따른 전략보다는 난이도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대다수의 스테이지는 땅을 파거나 벽만 잘 타도 쉽게 클리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스테이지 구성과 전략 부분은 개선이 필요해보인다. 특히 최근에 추가된 ‘Alien Infestation’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트랩들과 적들이 등장하여 기존 스테이지와는 차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전략처럼 땅만 파고 가면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다는 것이 해당 문제점을 더욱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이래나 저래나 시원하게 때려부수면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인 것은 분명하다.

전략적인 부분은 아쉽지만 단순하고도 신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은 분명하다. 액션 영화의 주인공처럼 총알을 피하며 적진을 돌파할 수도 있고, 우연찮게 터진 폭발물이 모든 적을 쓸어버리는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게임을 진행할 수록 새로운 주인공들이 등장하기에 새로운 캐릭터를 얻는 재미도 쏠쏠하다. 스테이지 구성과 전략 요소에 대해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지만  아직까지 개발 단계의 게임이기에 발전될 여지는 충분히 있다. 게임이 완성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며. 그 동안 게임을 즐기는 것과 동시에 개발 과정에서 어떤 새로운 인물들이 [Broforce]에 합류할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

- 액션 영화 매니아라면 상당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포로를 구출하다보면 순차적으로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참고로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경우 3명이나 등장한다.(코만도/터미네이터/코난)  

- 앞서 언급한 캐릭터 능력에 따른 난이도는 매우 극명하다. 근접 캐릭터인 네오(매트릭스), 블레이드(블레이드), 코난(코난 더 바바리안)은 폭발물을 건드리면 죽기 때문에 소극적인 플레이를 요구한다. 반대로 터미네이터(터미네이터)의 경우 단위 시간당 데미지가 가장 강한 대신 공격의 선딜레이와 넉백이라는 패널티가 있지만 특수 능력을 사용할 경우 일정 시간 동안 무적상태임과 더불어 패널티가 사라지기 때문에 보스 전에서는 지나치게 좋은 성능을 보여준다.

- DLC로 [Expendabro]가 있다. 영화 '익스펜더블'을 차용한 무료 컨텐츠이므로 [Broforce]의 데모플레이를 해볼 수 있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Shovel Knight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Yacht Club Games

플랫폼 : PC, Wii U, 3DS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5년 1월 16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4월 17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메타크리틱(metacritic) 90점. 2014 GOTY(Game of the Year) 등재. 이 두가지만 본다 하더라도 본 작품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점수가 게임을 평가하기 위한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며, 점수가 높다고 해서 다른 게임보다 더 훌륭한 게임은 아니다.(참고로 2014 GOTY 1~3위 작품 모두 메타스코어 90점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상당히 많은 이들이 본 작품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며, 훌륭한 게임이 쏟아져나오는 시기에 ‘고전'이라는 명찰을 달고 나와 당당히 자리매김한 것은 실로 대단한 것이 분명하다.

90년대 초에 발매된 게임이라고 해도 믿겨질 정도로 완벽히 구현한 그래픽이다.

고전게임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발매일을 기준으로 고전게임을 판단할 수 있겠지만 이는 상대적인 것이며, 현재 최신게임 또한 몇년이 지나면 고전게임으로 분류될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고전게임이 아닌 '고전풍 게임'으로 판단한다면 어느정도 명확한 기준으로 분류가 가능할 것이며, 그 기준은 그래픽이 아닌가 생각한다. 대표적인 예를 든다면 80~90년대에 발매된 슈퍼마리오, 록맨 등의 작품들이 있겠다. 그리고 이러한 기준으로 바라볼 때 [Shovel Knight]는 과거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고전게임들의 그래픽의 느낌을 제대로 살려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의외로 고전게임 명찰을 달고 출시되는 게임은 많지만, 적지 않은 수의 게임들이 보여주는 그래픽은 고전게임의 느낌을 살려내지는 못했다. 도트그래픽을 사용했지만 너무 조잡하거나 과도하게 디테일했던 것이 그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Shovel Knight]는 이러한 실수를 범하지 않고 게임 전반에 걸쳐 고전게임이 보여주는 그래픽을 완벽하게 구현해 내며 많은 게이머들의 향수를 자극하게 만들었다.(이는 사운드에서도 동일한 효과를 보인다.)

월드맵 - 슈퍼마리오를 차용했음을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그래픽과 사운드를 통해 고전게임의 느낌을 전면에 내세 향수를 강하게 자극하고 있으나 [Shovel Knight]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고전게임들 중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또는 추억이 있을만한) 게임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차용하여 게임 내에 배치하였다. 월드맵은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에서 가져왔고, 스테이지 보스가 총 8명이 있는 것과 이름이 'OOO Knight'인 것, 그리고 최종스테이지에서는 8명의 보스와 연속적으로 싸우는 것은 '록맨'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 외에도 다른 게임들의 요소들을 상당히 많이 차용했음을 발견할 수 있으며, 이는 (20대 중후반 이상) 플레이어들에게 익숙함과 동시에 어린 시절 즐겨왔던 게임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해주고 있다.


만약 그가 삽을 들고 있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그런데 얼핏보면 [Shovel Knight]는 기존에 잘나갔던 게임들을 죄다 한 곳에 모아만든 게임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 게임들의 특징적인 요소들을 다양하게 차용하다보니 새롭다 할만한 부분들은 적으며, 한번쯤은 본듯한 느낌의 요소들이 게임 전반에 걸쳐 상당히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억지스럽지만) 혹평을 내리자면 기존의 게임들을 한대모아 만든 특별할 것이 없는 짬뽕게임, 올드 게이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데 집중한 추억팔이게임이라고 평가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본 작품이 혹평을 받지 않은 (또는 호평을 받은) 이유는 게임이 가진 독특한 컨셉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만약 주인공이 삽이 아닌 검을 들고 있었으면 어땠을까? 사실 검을 들고 있었다 하더라도 게임 전체에 있어서 어색한 부분은 없으며, 주인공의 연인인 shield knight와는 '검과 방패'라는 컨셉으로 하나의 쌍으로 인식하게 하여 더 익숙한 모양새를 만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삽이 아닌 검을 들고 있었다면 땅을 파서 보물을 찾거나, 벽을 파내어 새로운 길을 만드는 등의 진행은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며, 게임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생각하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검이 아닌 삽을 들고 싸우는 기사를 통해 흔히 알고 있는 기사와는 다른 이질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다소 우울하고 진지한 게임스토리와는 상반되는 익살스러운 행동으로 게임을 하는 내내 유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있다. (삽으로 스카이콩콩을 한다는 것이 그 예이다.) 결국 '삽을 든 기사'라는 분명한 컨셉을 통해 기존게임의 것을 그대로 가져와 섞어 놓은 게임이 아닌 분명한 컨셉 위에 적절한 재료들을 배치한 게임으로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게임 내 문제는 모두 해결해주는 아이템. 효과가 그것을 설명해준다.

잘 만든 게임이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여러가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데,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특정 아이템의 사용빈도가 매우 높아진다는 것이다. 각 아이템들의 기능은 매우 개성있으나 게임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아이템들이 적지 않다. 또한 일부 아이템은 보너스 스테이지만을 위해서 사용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보너스 스테이지의 구성처럼 아이템을 사용하여야만 지나갈 수 있는 구간을 만들어 놓거나, 특정 아이템을 사용해야만 없앨 수 있는 적을 배치하는 등의 게임구성을 통해 다양한 아이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Shovel Knight는 대박의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Shovel Knight]는 분명히 잘 만든 게임이다. 과거 고전게임의 느낌을 그래픽과 사운드에서 완벽하게 재현했고, 고전게임의 요소를 차용해 향수를 불러일으키도록 게임 내 적절히 배치하였을 뿐만 아니라 [Shovel Knight]만의 컨셉으로 중심을 잡아 게임을 완성해냈다. 수많은 아이디어와 화려한 그래픽으로 무장한 게임들이 무수히 쏟아져나오는 상황에서 고전게임이라는 히든카드를 내세우는 것은 인디게임회사가 아니라면 쉽게 결정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고전게임의 향수를 자극한 것이 게임을 흥행하게 한 결정적인 전략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렇게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기까지 제작자들의 고전게임에 대한 끊임없는 분석과 고민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제작자들은 이 게임을 완성하기 위해 꽤나 삽질(digging, 디깅)을 했을 것이다. 이 같은 삽질이라면 게이머들은 언제든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다.

못다한 이야기

- 난이도 분배가 매우 적절했고, 각 스테이지별 컨셉과 특징이 분명해서 게임 내내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게임을 구입하고 난 즉시 게임을 시작했고, 중간에 끊지 않고 엔딩까지 볼 정도로 몰입해서 즐겼는데, 4~5시간 정도면 클리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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