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Cuphead (컵헤드)

장르 : 액션, 플랫포머

제작사 : Studio MDHR

플랫폼 : Xbox One, PC

발매년도 : 2017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형제가 있다. 이들은 게임을 너무나도 사랑했다. [Contra], [Gunstar Heroes], [the Thunderforce] 같은 게임을 즐기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 어른이 되면서 게임 제작까지 손을 뻗치게 된다. 그런데 형제는 조금 특별한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형제가 게임만큼 좋아했던 만화영화, 그중에서 1930년대 작품에 대한 기억이 너무나 강렬했기에 그 느낌을 고스란히 게임으로 옮겨보고자 생각했다. ‘뽀빠이’를 제작한 플레이셔 스튜디오(Fleischer Studios)와 ‘미키 마우스’로 대표되는 디즈니(Disney)의 작품이 바로 형제가 만들고자 한 게임의 이미지다.

형제는 어린 시절 보았던 1930년대 만화를 그대로 게임으로 옮기고자 했다

그러나 제작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00년, 처음 게임 제작을 시도했지만 개발을 지속할 여건이 부족해 금방 중단됐다. 마음만으로는 게임을 만들 수 없었던 게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어느 정도 여건을 마련한 형제는 다시 개발을 시작했으나 상황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형제가 추구하는 모습을 만들어내기 위한 작업 방식은 현시점에 있어 너무나도 비효율적이고 어려웠다. 하나의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에도 엄청나게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했다. 여기에 게임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재정문제로 은행에 집을 저당 잡히기까지 했다. 게임이 완성하기는커녕 지속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힘든 시기였다.

그런데도 형제는 포기하지 않았다. 형제가 만들고 있는 게임이 처음 세상에 알려졌을 때, 많은 이가 찬사와 응원을 보내기 시작했으니 포기하려야 할 수 없었다. 형제는 꿈꾸던 게임을 완성할 수 있다는 확신에 가득 찼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후 오랜 시간이 흘러 2017년 9월 29일, 형제가 꿈꾸던 작품이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채드-재러드 몰덴하우어 형제 - 사진에서 그들이 방향성이 느껴진다

이 이야기는 런&건 슈팅 게임 [Cuphead]와 제작자 채드-재러드 몰덴하우어 형제의 일화다. 도박으로 인해 악마에게 사로잡힌 컵헤드(Cuphead)와 머그맨(Mugman)이 빚을 갚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은 본작은 역설적이게도 제작 과정 자체가 도박이다. 게임의 흥행 여부를 그 어떤 작품도 보장되지 않는 마당에 경험이 부족한 아마추어 개발자가 직장을 그만두고 모든 재산을 쏟아 부어가며 제작을 이어갔으니 인생을 건 도박이라 할 만하다. 이러한 몰덴하우어 형제의 모습은 마치 그들의 작품 속 주인공인 컵헤드와 머그맨과 다를 바 없다. 목적은 다르지만, 인생을 건 도박을 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몰덴하우어 형제는 도박은 어떤 결과를 냈을까? 그 모든 건 [Cuphead]의 완성도에 달려 있을 게다. 지금부터 살펴보자.

고전 만화를 게임으로 옮기거나 핵심 컨셉으로 삼은 경우는 이전부터 있었다

[Cuphead]가 최초로 공개됐을 때 사람들이 열광한 이유는 1930년대 만화를 초점으로 삼은 독특한 컨셉에 있다. 다만, 이전에도 20세기 초중반 만화의 디자인을 핵심으로 삼은 게임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그저 컨셉만으로 주목받은 건 아니다. 본작이 주목받은 이유는 1930년대 만화를 컨셉으로 삼은 것을 넘어 게임에 담긴 모든 시청각 요소를 그 시절의 모습을 구현해냈다는 것이다. 비슷하게 흉내 낸 게 아닌 게임인지 만화인지 구분이 어려울 만큼 완벽한 구현이다.

완벽한 구현을 위해 대부분의 과정이 수작업인 셀 애니메이션 방식을 택했다

이러한 구현은 작업 방식에서부터 출발한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활용하는 일반적인 게임 제작 과정과 달리, [Cuphead]는 종이와 펜을 이용해 모든 프레임의 그림을 손으로 하나하나 그리는 셀 애니메이션(cel animation)을 택했다. 물론 해당 방식도 디지털 작업을 할 수 있으나 1930년대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직접 손으로 그리는 방식으로 진행한 것이다. 게임 내에는 작업 방식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지 않으나, 게임 발매 전후로 수차례 공개된 메이킹 필름(making flim)을 통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해당 영상을 보고 난 뒤 [Cuphead]를 접한다면 발매가 수차례 연기된 걸 납득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몰덴하우어 형제에 대한 경외감마저 들 거다.

사운드 노이즈부터 화면 필터까지 모든 면에서 1930년대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당시 만화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연출도 다방면으로 신경 썼다. 1930년대의 양식을 그대로 따르는 캐릭터 디자인과 화풍은 기본이며, 지독하게 과장된 연출은 시선을 압도한다. 드래곤의 입에서 튀어나온 불덩이들이 행진하거나 해바라기가 기관총처럼 변해 씨앗을 발사하는 모습 등이 그 예로 기괴하지만 그럴싸해 보이기까지 해 독특한 즐거움을 준다. (<톰과 제리>, <뽀빠이> 등의 만화에서 귀상어 머리가 망치로 변한다거나 꼬리를 프로펠러처럼 돌리는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브라운관의 투박한 느낌을 그대로 담기 위해 화면 필터를 사용했고, 예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재즈 음악과 성우 연기에 더해 의도적으로 미묘한 사운드 노이즈까지 입혔다. 무엇보다 구형 텔레비전에서 영상을 재생했을 때 정말 만화를 방영하는 듯 위화감이 없다는 점에서 [Cuphead]의 구현률이 얼마나 완벽한지 보여 준다.

특별한 퍼즐 요소 없이 차례대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단순한 게임 구성

그렇다면 게임으로써 재미는 어떨까? 만화와 헷갈릴 만큼 완벽하게 구현했더라도 재미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순하지만 어렵고 도전적이면서 재미있다’.

게임 구성은 단순하다. 런&건(Run and Gun)을 기본으로, 별도의 플랫포머 구간 없이 보스만 쓰러뜨리면 되는 보스 배틀(Boss Battle)과 기존 런&건 장르처럼 일직선으로 구성된 스테이지를 돌파하는 플랫포머(Platfomer)로 나뉜다. 각 스테이지는 평균 2~3분 내외, 길어봐야 5분이 넘지 않고 끝낼 수 있을 만큼 길이가 짧다. 복잡한 길 찾기나 퍼즐 요소는 없어 그저 눈앞에 보이는 적을 쓰러뜨리면서 최종 보스까지 도달하면 된다.

보기와는 달리 보스 배틀과 플랫포머는 훨씬 어렵고 까다롭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마주하는 보스와 플랫폼은 절대 쉽지 않다. 아니. 쉽지 않은 게 아니라 어렵다. 보스의 공격은 직관적이며 눈으로 보고 반응하기 어려울 만큼 난감한 공격은 없다. 그러나 공격 방식이 복잡하고 공격-회피 타이밍을 숙지하기 까다로워 대처하기 쉽지 않다. 또한, 보스가 받은 피해량에 따라 모습이 바뀌면서 공격 패턴과 피격 범위도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보스라도 전혀 다른 대처 방식을 요구하기까지 한다. 플랫포머 스테이지도 마찬가지. 플레이어의 앞을 가로막는 복잡한 플랫폼 구조, 다양한 함정, 교묘한 위치에서 공격하는 적은 끊임없이 손을 움직여야만 돌파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각 스테이지에 대한 충분한 학습은 필수이며 이를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시도해야만 한다. 얼마나 반복해야 하는지 감이 안 온다고? 죽지 않고 끝내면 2~3분 걸릴 스테이지를 1시간 넘게 붙잡고 있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을 수 있다.

고난이도 게임이지만 게임 전체의 난이도 상승은 점진적이며 조절 가능하다

단, 무작정 고난이도 스테이지만 담아낸 건 아니다. 게임 전체 흐름을 살펴보면 난이도 상승이 매우 점진적이다. 게임 초반 스테이지는 런&건 장르에 익숙한 사람에 한해서는 어려움을 못 느낄 수준의 난이도다. 반면 중후반부터는 숙련자도 여러 번 시도해야 할 만큼 높은 난이도로 구성되어 있어, 초-중-후반의 난이도 차이가 확실하게 느껴질 정도다. 여기에 각 스테이지 진입 시 난이도를 설정할 수 있어 플레이어가 자신의 수준에 맞도록 조절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쉬움/easy'과 '보통/regular’ 난이도가 제공된다)

체감 난이도에 의한 플레이어의 이탈을 막기 위해 몇 가지 장치를 마련했다

플레이어의 이탈을 막고 게임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전의식을 자극할만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1) 랭크 시스템 2) 스테이지 진척도 3) 전문가(expert) 난이도 가 바로 그것이다. 숙련자에게는 랭크 시스템을 통해 높은 랭크에 도전하고 클리어 이후에도 반복 진행을 하게끔 유도하고, 초심자에게는 스테이지 진척도를 보여주어 게임 숙련도를 체감할 수 있게 하며 중도 포기를 방지한다. 그리고 고난도 게임을 즐기는 매니아들에게는 추가 난이도를 제공해 극한의 난이도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덕분에 게임 숙련도에 상관없이 도전의식을 자극해 게임의 지속이 가능하고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솔직히 약점이라 할 만한 부분은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완벽한 게임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약점은 없을까? 솔직히 말하면, 약점이라 할 만한 부분은 찾기 어렵다. 1930년대 만화를 완벽하게 재현해낸 시청각적 요소에 도전적인 난이도와 구성을 갖췄고 적당히 흥미로운 배경 스토리까지 담고 있으니 완벽에 가깝다 해도 무방할 게다. 다만, 굳이 약점을 잡아내자면 런&건 장르라는 측면에서 호불호 내지 아쉬움이 생길만한 여지가 있다. 바로 보스 배틀에 비해 플랫포머 스테이지의 수가 적다는 점이다.

기존 런&건 장르는 하나의 스테이지가 플랫포머와 보스 배틀이 결합된 구성이 주를 이뤘다. 초중반은 플랫포머 구간이 진행되고 후반에 보스 배틀이 이루어지는 스테이지 구성은 정석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진행 시간을 기준으로 플랫포머 구간이 보스 배틀보다 더 많은 분량을 차지했고, 플랫포머 구간이 주(main)이며 보스 배틀은 보조(sub)하는 역할로 보여졌다.

굳이 꼽자면 기존 런&건 기준에 비해 플랫포머 스테이지가 부족하다는 아쉬움 정도?

그러나 [Cuphead]는 보스 배틀과 플랫포머가 별개의 스테이지로 분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플랫포머 스테이지의 수가 보스 배틀 스테이지의 수에 비해 매우 적다. (플랫포머 6개, 보스배틀 19~28개) 이같은 기존 런&건 스테이지 구성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게임 자체의 재미를 떠나) 보스 배틀의 비중이 높은 구성에 만족하기 어려울 수 있다. 더군다나 [Cuphead]가 최초로 시연됐던 E3 2015 당시 플랫포머 스테이지가 없다는 비판이 있었던 걸 생각하면, 플랫포머 스테이지의 수가 적은 데에 불만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행복하게 웃고 있는 몰덴하우어 형제(좌측 2인)의 다음 도전이 너무나 기대된다

이쯤 해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몰덴하우어 형제의 도박은 어떤 결과를 맞이했을까? 1930년대 만화를 완벽하게 구현한 시청각 요소에 어렵지만 재미있게 지속할 수 있는 게임 구성, 그리고 약간의 호불호만 있을 뿐 약점이 없는 완성도라면 대박 나지 않았을까? 아니나 다를까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 [Cuphead] 판매량이 100만장을 돌파했다. 작지 않은 규모의 중견 개발사도 100만 장을 파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처음 게임 개발을 시도한 형제가 100만 장을 팔아치웠다니 실로 엄청난 성과임이 틀림없다.

무엇보다 악마를 무찌르고 모든 빚을 갚는 데 성공한 컵헤드와 머그맨처럼 몰덴하우어 형제도 그동안 겪은 고생을 모두 털어버릴 만큼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 말 그대로 [Cuphead]는 형제의 인생 그 자체, 인생 게임이라 불러야 할 거다. 포기하지 않고 게임을 완성해준 몰덴하우어 형제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는 바이며 당신들의 다음 도전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못다 한 이야기

- 게임 발매 전후로 '극악의 난이도'라고 소문이 많이 돌았는데 그 정도는 아니다. 본문에서도 언급했지만 난이도 설정은 점진적이어서 레귤러 난이도 기준으로 '하다 보면 누구나 끝낼 수 있는' 수준이다. 2D 플랫포머에 강한 사람이라면 4시간 전후로도 끝낼 수 있다. 평균 클리어 타임은 6시간 전후.

- 게임 발매 전 공개된 자료를 찾아보면 지금은 볼 수 없는 보스와 스테이지가 몇 개 있다. E3 2015 이후 대폭 수정을 가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초기 구상과 지금의 모습은 크게 달랐던 듯하다. 삭제된 요소 중에 [Space Invaders]를 패러디한 스테이지나 익숙한 디자인의 박쥐 보스가 있는 것으로 보아 초기에는 오마주를 많이 했을 걸로 예상된다.

-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무기, 특수 기술 습득을 위한 이벤트 스테이지, 흑백 필터 해금 등 자잘한 부가 요소도 많다. 그중 흑백 필터 해금은 플랫포머 스테이지에서 적을 죽이지 않고 클리어하는 '평화주의자(P)' 랭크를 받으면 얻을 수 있는데, 평화주의자 랭크를 달성하기가 매우 어렵다. 재미있는 건 해금 보상인 흑백 필터조차 게임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라는 점. 사실상 [Cuphead]의 최고난이도 컨텐츠에 해당한다.

- 인터페이스가 매우 간소화되어 있다. 그 덕에 게임 화면이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 인터페이스가 아주 큰 개발 초기와 비교하면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만화적인 느낌을 완벽하게 주기 위해 많은 신경을 썼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부분.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C )

- 없음


제목 : Sonic Mania (소닉 매니아)

장르 : 액션, 플랫포머

제작사 : SEGA

플랫폼 : Playstation 4, Xbox One, Nintendo Switch, PC

발매년도 : 2017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고슴도치 ‘Sonic the Hedgehog'가 비디오 게임 역사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아주 크다. 아타리 쇼크 이후 게임 업계를 되살린 구원자임과 동시에 독재자로서 위세를 떨치던 있던 닌텐도(Nintendo)에 정면으로 도전한 세가(SEGA)의 상징이요 마리오(Mario)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존재다. 그리고 소닉의 등장과 성공은 영원히 흔들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닌텐도 독점 체제를 크게 흔들었으며 이후 비디오 게임 시장의 다양성이 증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소닉의 등장 당시 내걸었던 ‘Welcome to the Next Level'이라는 말에 걸맞게 게임 업계를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한 발판인 셈이다.

가장 최근에 나왔지만 혹평만 듣고 팬덤에게도 외면 받은 [Sonic Boom] 시리즈

하지만 이러한 역사적 의미가 무색하게 근래의 소닉은 과거의 명성만 하지 못했다. ‘언제나 혁신을 추구한다'는 세가의 방향에 맞게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소닉이었지만 그게 오히려 문제가 됐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핵심은 '소닉다움'이 사라졌다는 것. 시간이 흐를수록 팬들이 바람과는 사뭇 다른 결과만을 내어오며 팬덤의 크기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판매량과 평단의 반응도 예전만큼 못한 것도 마찬가지. 물론 소닉다움을 되찾아가는 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한순간이었을 뿐, 여전히 하락세를 찍으며 현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25주년은 기념만 하고 2017년 차기작 발매에 더 많은 힘을 쏟기로 한 세가

결국, 세가는 소닉 25주년인 2016년을 기점으로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매번 지켜오던 N 주년 기념작을 내지 않기로! 대신 2017년에 보다 완벽한 소닉을 내놓겠음을 약속했다. 어떻게? 소닉이 시작된 원점으로 돌아가 소닉팬을 위한 작품을 만들기로! 소닉팬과 함께 작품을 만들기로! 팬들은 열광했고 떠나갔던 팬도 하나둘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17년 8월 15일. [Sonic Mania]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팬들의 염원을 담은 이 작품은 과연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지금부터 살펴보자.

원점으로 돌아가 약 20년만에 2D 소닉 시리즈를 선보이게 된 [Sonic Mania]

소닉이 시작한 원점으로 돌아가겠다는 기조에 걸맞게 [Sonic Mania]는 도트 그래픽으로 개발됐다. 1998년 [Sonic Adventure]부터 3D로 바뀌었으니 대략 20년 만에 2D로 돌아온 것이다. 물론 2000년대에도 [Sonic Advance] 시리즈 같은 2D 그래픽으로 개발된 외전이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2004년이 마지막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아주 오랜만에 2D 소닉을 선보인다는 사실에는 변함없다.

단, 그저 그래픽을 3D에서 2D로 바꾼 게 원점으로 돌아간 게 아니다. 2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만큼 발전한 그래픽 기술을 충분히 보여주면서, 동시에 90년대 초 소닉 시리즈의 느낌을 고스란히 살려냈다. 2D로 돌아간 건 바로 여기에 그 의미가 있다.

그동안 그래픽이 얼마나 발달했는지 타이틀 화면만 봐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발전한 그래픽 기술을 느낄 수 있는 건 프레임(fps, frame per second). 프레임이 놀랄 만큼 향상됐다. 이는 게임을 켜는 순간부터 느낄 수 있는데 게임 타이틀에서 보이는 소닉의 움직임은 도트 그래픽임에도 매우 부드러워 감탄이 나온다. 게임 진행 시에도 마찬가지로 높아진 프레임 덕분에 화면 내 움직임은 역동적이면서 매끄럽게 보인다. 프레임이 늘어난 만큼 연속적인 움직임을 형성하는 각각 이미지(스프라이트, sprite)의 수도 늘어나 캐릭터의 행동이 한층 더 자연스러워졌다.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골드링은 입체감/공간감의 개선 정도를 확실히 보여준다 

입체감과 공간감도 크게 개선됐다. 사용할 수 있는 색이 제한된 16비트 시절과 달리, 원하는 색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어 명암이나 굴곡 표현 같은 입체감을 형성하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표현해냈다. 대표적인 예는 소닉과 너클즈의 머리가 정말로 둥글게 보이는 것. 명암 표현 방식은 비슷하나 더 다양한 색을 활용해 평면(2D)임에도 입체감을 충분히 살려냈다. 플레이어가 움직이는 플랫폼을 기준으로 원거리-근거리 배경을 여러 층에 걸쳐 표현함으로써 공간감 역시 더 실감 나게 느껴진다. 특히 적의 공격에 당했을 때 떨어뜨리는 골드링(gold ring)의 크기와 색상을 여러 종류로 나누어 표현하고 있는데, 마치 플레이어 앞으로 동전이 튀어오는 것처럼 보인다.

게임 진행 중에 볼 수 있는 각종 연출은 게임 내 이미지를 더 자연스럽고 멋지게 만든다

향상된 그래픽 덕에 연출이 강화된 점도 눈에 띈다. 그중 스테이지 전환 연출이 대표적이다.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 시 간단한 연출을 통해 연속성을 가지도록 하는 방식은 1994년 [Sonic the Hedgehog 3]에서 먼저 선보인 바 있다. [Sonic Mania]도 이러한 연출을 담아내고 있는데 전작보다 이동 과정이 더욱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어 스테이지와 스테이지 사이의 단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이벤트씬도 다양하게 추가됐다. 등장인물의 감정 표현, 개그 포인트 등 소소한 내용이 더해져 캐릭터가 생동감 있게 보인다. 그리고 이벤트씬의 양적 증가로 이야기를 이해하기가 한층 쉬워졌다. 이 외에도 고속으로 달리는 충격파로 유리창이 깨지는 모습이나 거대한 전광판에 현란한 영상이 재생되는 등 역동적인 배경 연출까지 더해져 게임 속 이미지를 더욱 멋지게 만든다.

1991년(좌) vs 2017년(우) - 얼핏 봐서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단, 그래픽 품질을 높이되 90년대 소닉 시리즈의 느낌을 유지하는 선에서 그 정도를 제한했다. 프레임이나 도트의 수를 과하게 늘리지 않았고, 캐릭터 모델/모션, 연출 방식도 90년대 소닉 시리즈의 것을 거의 그대로 따른다. 이는 소닉팬인 사람과 아닌 사람이 [Sonic Mania]를 바라보는 느낌에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팬이 아니라면 [Sonic Mania]가 90년대 소닉 시리즈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체감하기 어렵지만 소닉팬은 (앞서 언급한 내용을 포함해) 확실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즉, [Sonic Mania]라는 이름 그대로, 매니아만이 느낄 수 있는 변화와 매니아를 위한 원점으로의 회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냈다.

익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13개의 스테이지가 준비되어 있다

스테이지 디자인은 ‘과거의 재현’과 ‘새로움의 창출’로 요약할 수 있다. 스테이지 종류는 90년대 클래식 시리즈에 해당하는 다섯 작품의 스테이지를 일부 가져오고 [Sonic Mania]만의 새로운 스테이지를 추가해 총 13개로 구성했다. 리부트나 리메이크가 아닌 후속작의 개념으로 제작된 [Sonic Mania]이기에 기존 스테이지는 컨셉만 유지하는 수준에서 완전히 새로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기존 스테이지의 스타팅 포인트나 인상적이었던 플랫폼 구조/구간을 재현하는 것으로 전작에 구조를 일부 반영했다. 새로 등장한 스테이지도 방향성은 비슷하다. 컨셉에 맞는 독특한 플랫폼과 전작에서 볼 수 없는 구조물로 스테이지를 채웠다. 그러면서 그 안에는 전작에 등장한 요소(로봇, 구조물, 지형 등)를 조금씩 녹여냈다. 새로움과 익숙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그러니까 후속작으로써 신선함을 만끽하면서도 20여 년 전의 추억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이다.

캐릭터에 따라 달라지는 분기와 다양한 경로로 스테이지는 보다 넓고 복잡졌다

스테이지 구성은 어떨까? [Sonic the Hedgehog 3]의 틀을 기본으로 하되 이를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1) 넓은 스테이지 2) 상하좌우 다양한 진행 방향 3) 캐릭터에 따라 달라지는 분기/경로 4)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구간 이 그 특징이다.

스테이지는 확실히 넓어졌다. 이는 직관적으로 넓어졌다고 느끼는 이유도 있지만, 게임 진행 시 만나는 분기나 이동 경로의 수가 늘어난 것에서 알 수 있다. 캐릭터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분기의 차이는 기본이요 하나의 캐릭터라도 다양한 경로가 나뉜다. 여기서 빛을 발하는 것이 상하좌우 다양한 진행 방향. 전작들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2D 플랫포머의 전형을 벗어났듯 [Sonic Mania]도 다양한 이동 방향을 보여준다. 다만, 단순히 이동 중에 짧게 위-아래-왼쪽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경로 자체가 오른쪽이 아닌 방향으로 치우친 구간이 적지 않다. 일부 스테이지(특히 너클즈 전용 구간)는 진행 방향이 헷갈려 얼핏 메트로배니아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화면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속도감은 잘 짜여진 스테이지와 구조물의 결과다

플랫폼 및 구조물 배치의 짜임새도 더 촘촘해졌는데 이를 통해 '속도감'과 '조작'의 균형을 적절하게 맞추고 있다. 스프링-가속 패드-곡선 트랙의 연계를 이용해 자동으로 달릴 수 있는 구간은 길이도 길어졌을 뿐만 아니라 구성도 다채로워졌다. 여러 각도로 튀어 오르는 스프링의 연계는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적절히 배치된 가속패드는 멈추지 않고 빠르게 달릴 수 있게 보조한다. 그리고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의 곡선트랙은 소닉 일행의 빠른 움직임을 돋보이게 해 속도감을 배가한다. 여기에 달리는 속도를 화면이 쫓아가지 못하는 연출이 더해져 역대 소닉 시리즈 중 최고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한 속도감을 선보인다.

정신 놓고 달리다간 골드링을 모두 잃거나 자칫 죽을 수 있으니 추가 조작은 필수!

그러면서도 자동으로 달리는 구간 사이에 다른 경로로 갈 수 있는 분기점과 달리기를 방해하는 함정/ 플랫폼을 배치해 일정 수준 조작을 유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달리는 도중에 점프해야만 접근할 수 있거나 충분한 가속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도달할 수 없게 구성한 분기점이 적지 않다. 함정 및 플랫폼도 마찬가지. 별다른 조작을 하지 않으면 함정에 걸려 링을 모두 잃거나 플랫폼에 걸려 속도감이 순식간에 떨어진다. 드물게 움직이는 플랫폼 사이에 끼여 즉사하는 경우도 있다. 연속적인 속도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점프하거나 방향키를 이용해 속도를 조절하는 등의 조작이 필요하다. 즉, 일정 수준 속도감은 보장하지만 그 이상의 속도감을 즐기려면 플레이어의 조작 능력이 받쳐줘야 한다는 의미다.

클래식 소닉 시리즈 특유의 물리 엔진을 응용하는 등 보스 배틀이 까다로워졌다

어려워진 보스 배틀도 놓칠 수 없다. 스테이지는 기존의 것을 많이 가져왔지만, 보스는 대부분 새로운 유형으로 바뀌었다. 기존에 등장했던 보스도 공격 방식을 추가/변경함으로써 패턴을 다양하게 구성했다.

눈에 띄는 보스를 꼽자면 단연 하드 보일드 헤비즈(Hard Boiled Heavies). 이들은 [Sonic Mania]에 새로이 등장한 캐릭터로 개성 있는 외형에 걸맞게 다른 보스와는 차별화된 보스 배틀을 선보인다. 바닥 경사에 따라 점프 방향과 달리는 속도가 변하는 2D 소닉 시리즈 특유의 물리 법칙 응용하거나, 정해진 순서에 따라 공격을 하지 않고 상황에 맞춰 패턴을 수시로 바꾸기도 하며,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피해를 줄 수 없도록 반격/무적 판정을 넉넉하게 가지는 등 기존 보스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을 가진다. 게다가 다른 보스들과 달리 크기가 작고 움직임이 빨라 공격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크기가 커서 공격 허용 범위가 넓은 기존 보스와는 대조되는 특징이다.

퍼즐 요소까지 더해져 일반 공격으로는 피해를 입힐 수 없는 보스가 적지 않다

이 외 몇몇 보스 배틀에는 퍼즐 요소를 더했다. 일반적인 보스 배틀은 보스의 공격을 피하고 빈틈을 노려 점프 공격으로 직접 피해를 입히는 방식이다. 하지만 퍼즐 요소가 더해진 경우는 스테이지 내부에 있는 플랫폼과 장치를 이용하거나 특정 패턴에 맞춰 대응해야만 피해를 줄 수 있게 설계됐다.

덕분에 하드 보일즈 헤비즈와 더불어 대부분 보스가 상대하기 까다로워졌다. 골드링을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죽지 않는 소닉 시리즈 전통의 시스템은 유효하지만, 예전처럼 적당히 맞아가며 상대할 수 없다. 패턴을 학습하고 이해하여 정확한 조작을 구사해야만 공략할 수 있다. 무엇보다 피격 후 무적 판정과 골드링 회수를 이용한 연속 공격을 활용할 수 있는 보스의 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어 체감 난이도는 더 높게 느껴진다.

(참조 - 클래식 소닉 시리즈는 피격 후 발생하는 무적 판정과 골드링 회수 시스템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방법이 있었다. 쉽게 말하면 보스의 공격을 일부러 맞은 뒤 무적 시간 동안 '맞은 것보다 더 많이 때리는’ 방식이다. 그래서 보스의 패턴을 아무리 까다롭게 설계하더라도 해당 방법만 활용할 줄 안다면 보스의 난이도가 크게 떨어졌다. 특정 보스는 보스 배틀이 시작된 지 5초 안에 끝날 정도였니 체감 난이도가 어땠을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점프 중 가속할 수 있는 신기술! 드랍 대쉬로 속도감을 한층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

소닉에게 새로운 기술이 하나 추가됐다. 드랍 대쉬(drop dash). 드랍 대쉬는 점프 중에 가속하는 기술이다. 제자리에서 가속하는 기술인 스핀 대쉬와 기능은 같으나 속도가 느려 하위 호환의 느낌이 든다. 하지만 점프 중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핀 대쉬와 달리 응용 여지가 많다. 예를 들면, 방향 전환이 잦거나 높이가 다른 플랫폼이 복잡하게 배치된 구간은 점프를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점프 중에 가속하는’ 드랍 대쉬를 적절히 활용하면 속도를 보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게다가 점프 중에 버튼을 누르고 있는 것으로 사용할 수 있어 조작법까지 간단하다. 제자리에 멈춘 상태에서 방향키를 아래로 누르고 점프 버튼을 연타해야 하는 스핀 대쉬에 비해 언제든지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좌우로 정신없이 움직이는 소닉을 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게임의 전체적인 진행 속도를 높이는 데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정말 반가운 얼굴들 - 오랜 소닉팬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성 요소가 담겨 있다

이름부터 매니아를 위한 작품이듯 오랜 팬을 위한 이벤트성 요소를 촘촘하게 담아냈다. '촘촘하게 담아냈다'라고 표현한 데에는 이유가 있는데, 이벤트 요소가 양적으로도 많지만 유형도 정말 다양하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

팬들의 추억 속에 있던 캐릭터가 빠짐없이 등장했다. 최초의 라이벌 캐릭터로 등장했으나 존재감이 많이 약해진 ‘메탈 소닉’이 강력한 보스로 재탄생했고, 메탈 소닉과 구분이 어려워 혼란을 일으킨 적이 있는 ‘메카 소닉’도 함께 등장한다. 초창기 캐릭터임에도 게임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아 존재 자체가 불투명했던 ‘낵 더 위즐’, ‘빈 더 다이너마이트’, ‘바크 더 폴라베어’가 까메오로 잠시나마 출현한다. 에이미 로즈의 구버전인 ‘로지 더 라스칼’도 복제 로봇의 모습으로 등장해 소닉 일행을 방해한다. 만나볼 가능성이 거의 없었던 마당에 [Sonic Mania]에 그 모습을 드러냈으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어째서? 대체 뭐가?’ 싶은 것들도 진정한 매니아라면 속속들이 알아낼 수 있다

매니아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거나 눈치채기 힘든 요소도 들어있다. 세가의 또 다른 대표작인 [Puyo Puyo]가 보스 배틀에 사용된다. 이는 초대 [Puyo Puyo]가 [Dr.robotnik’s mean bean machine]이라는 이름으로 한때 소닉 시리즈에 편입되어 북미로 수출된 일을 게임에 반영한 것이다. 소닉팬 사이에서 오랫동안 사용된 말장난식 유행어인 ’—-&Knuckles'를 응용해, 너클즈를 보조 캐릭터로 데리고 다닐 수 있는 ’&너클즈 모드'를 해금 요소로 넣어뒀다. 그리고 과거 작품에 등장한 각종 요소(배경음 멜로디, 구조물, 배경 디자인 등)를 스테이지 곳곳에 교묘하게 섞어두거나, 소닉과 관련해 게임 외적으로 있었던 일을 게임 내 요소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런 이벤트성 요소는 팬을 위한 선물이다. 과거를 추억하고 향수에 젖을 만하며 게임을 이어갈수록 더 깊은 감상에 빠져들 수 있다. 하지만 팬이 아니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팬을 위해 담은 요소는 90년대 소닉의 발자취나 다름없으니까. [Sonic Mania]를 즐기는 건 소닉이 걸어온 길을 직접 밟으며 소닉의 시작을 이해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작품 안에 담긴 이벤트성 요소는 모두에게 유효하다.

특별한 설명없이 직관적이고 쉬운 이야기를 이미지로 다룬다는 특징은 변함없다

이야기 내용과 전개 방식은 달라진 점이 없다. 소닉 일행과 에그맨 군단의 대립이라는 단순한 내용이며, 간단한 컷 씬으로만 이야기를 전달해 하드 보일드 헤비즈의 배신과 새로운 보석의 등장 외에는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없다. (작중 등장하는 보석은 '팬텀 루비'이라 불리는데 이 또한 게임 내에서는 알 수 없는 정보다) 즉, 특별한 설명이 없는 직관적이고 쉬운 이야기로 이는 기존 클래식 소닉 시리즈와 똑같다.

시공간으로 빨려들어간 소닉이 [Sonic Forces]의 클래식 소닉일 수 있다는 추측

다만, [Sonic Mania]의 결말이 [Sonic Forces]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정황을 살펴봤을 때 팬텀 루비와 함께 다른 공간으로 사라진 소닉이 [Sonic Forces]에 등장하는 클래식 소닉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아직 [Sonic Forces]가 발매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같은 소닉 시리즈임에도 '클래식 소닉'과 '모던 소닉'으로 파편화된 이야기를 하나로 묶는 시발점이 [Sonic Mania]가 된다. 이야기가 하나로 연결되면 향후 소닉 시리즈의 이야기 흐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며, [Sonic Adventure] 같은 작중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야기가 나올 여지가 생긴다. 최근 10년 동안 만들어진 이야기는 깊이가 부족하고 단편적이었기에, 향후 시리즈의 이야기 전개 방향에 있어 [Sonic Mania]와 [Sonic Forces]의 이야기 연결성은 유심히 지켜봄 직하다.

역사적 가치는 이해하지만 ‘제발 그만 우려먹어라’는 반응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Sonic Mania]에 약점은 없을까? 소닉 팬덤에는 최고의 작품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약점이라 할만한 부분이 없지는 않다.

첫째, 이미 리메이크했던 스테이지를 또 리메이크했다. 여기에 해당하는 스테이지는 그린 힐(Green Hiil)과 케미컬 플랜트(Chemical Plant). 해당 스테이지는 [Sonic Genertations]에서 한차례 리메이크된 적이 있다. 클래식 소닉 시리즈의 스테이지가 40개 가까이 된다는 걸 생각하면 다른 스테이지를 리메이크 대상으로 선정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게다. 무엇보다 그린 힐은 [Sonic Forces]에서 다시 등장할 예정이기까지 하다. 그린 힐이 소닉 역사에서 최초의 스테이지라는 의미를 가진다는 건 소닉팬이라면 누구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잦은 스테이지 리메이크는 식상함을 유발하고 역사적 의미까지 퇴색시킬 수 있다.

실질적인 신규 스테이지는 4개 뿐인지라 독창성이 부족해 조금은 아쉽다

둘째, 신규 스테이지의 개수가 많지 않다. 총 13개의 스테이지 중 기존 스테이지는 8개, 신규 스테이지는 5개다. 이마저도 최종 보스 배틀을 하나의 스테이지로 취급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신규 스테이지는 4개뿐이다. 그러다 보니 후속작임에도 불구하고 리메이크나 리부트처럼 느껴져 독창성이 조금 부족하게 보인다. 기존 리메이크를 했다지만 이미 있는 것을 가져왔으니 독창성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또한 클래식 소닉 시리즈가 작품마다 최소 6개 이상 새로운 스테이지를 선보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신규 스테이지를 조금 더 만드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다.

셋째, 알 수 없는 이유로 즉사하는 버그가 있다. 소닉 시리즈에서 골드링이 있어도 즉사하는 경우는 1) 바닥이 없는 곳에 추락하거나 2) 움직이는 플랫폼 사이에 끼였을 때 뿐이다. 그런데 해당 상황이 아님에도 즉사하는 경우가 있다. 갑자기 죽어버리니 당황스러울 뿐만 아니라 게임에 대한 몰입이 순간적으로 끊긴다. 더군다나 특정 장소에서 발생하는 것도 아닌지라 원인조차 알 수 없다. 다행인 점은 극히 낮을 확률로 발생하는 버그여서 게임 진행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며, 대부분 게이머는 버그를 겪는 일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경우 해당 버그를 두 번 겪었으며 같은 장소에서 다시 즉사 버그가 발생하지 않았다)

최종 보스도 아니면서 유일하게 즉사 공격을 가진 보스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버그 같다

다만, 예외로 오일 오션(Oil Ocean) 액트2의 보스는 확실히 버그로 보인다. 보스 배틀에서 플랫폼을 무너뜨리는 패턴에 대응하지 못하고 추락하는 경우 반드시 즉사한다. 제작자가 의도한 즉사 패턴일 수 있으나 a) 다른 보스에게는 즉사 공격이 없고, 해당 보스 배틀은 바닥에 기름이 깔려있어 떨어지면 늪에 빠지듯 서서히 가라앉고 점프로 빠나올 수 있기에 b) 일반적으로 절대 추락사하지 않는 걸 생각하면 버그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해당 보스는 패턴이 그리 까다롭지 않음에도 유독 다른 보스에 비해 어렵게 느껴진다.

약점은 예상 밖의 작은 흠일 뿐 [Sonic Mania]의 완성도는 결코 부정할 수 없다

다만 [Sonic Mania]의 완성도를 생각하면 이러한 약점은 무시해도 좋다. 약점이라고 해봤자 ‘아쉬움’에 불과하며, 버그도 극히 드물게 발생하니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수준이니 말이다. 오히려 20년 만에 다시 선보인 멋진 도트 그래픽, 엄청난 속도감과 조작하는 재미를 보장하는 스테이지 구성, 다채롭고 어려워진 보스 배틀, 추억과 새로움을 모두 만끽할 수 있는 요소까지 멋진 것으로 가득하니 약점 따위는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약점은 예상 밖의 아주 작은 흠일 뿐 이것만으로 [Sonic Mania]의 완성도를 결코 부정할 수 없다.

[Sonic Mania] 제작진은 스스로 ‘매니아’라 자처할 만큼 오랫동안 소닉의 팬이다

무엇보다 [Sonic Mania]가 '소닉 매니아'들이 일궈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본작의 제작진 스스로가 오랜 소닉 팬덤이다. 레트로 엔진(retro engine)의 개발자이자 클래식 소닉 시리즈를 모바일 버전을 이식한 크리스천 화이트헤드(christian whitehead)를 비롯해 많은 개발자들이 개발팀에 합류하기 이전부터 소닉의 팬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 소닉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으며 누구보다 팬들이 원하는 소닉의 모습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던 게다. [Sonic Mania]는 진정으로 매니아의, 매니아를 위한, 매니아에 의한 작품인 셈이다. 

과거의 영광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증명한 지표이자 소닉의 새로운 출발점 

그렇다면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팬들의 염원을 담은 이 작품은 과연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다음과 같다. “과거의 영광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증명한 지표이자 소닉의 새로운 출발점” [Sonic Mania]를 기점으로 소닉 시리즈는 다시 달려나갈 준비가 됐다. 그러니 절대 놓치지 마라. 당신이 소닉의 팬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왜냐고? 방금 말했지 않나?. [Sonic Mania]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니까! Welcome to the Next Level!

못다 한 이야기

- 드랍 대쉬의 추가는 클래식 소닉과 모던 소닉의 차이를 분명히 하게 된 점에서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모던 소닉의 부스트나 호밍 어택 같은 역동적인 움직임이 아닌 단순히 구르는 움직임이 주가 되는 클래식 소닉의 특징을 드랍 대쉬로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별다른 공중기가 없던 클래식 소닉에게 드랍 대쉬라는 공중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주었으니 모던 소닉과의 기술 균형도 어느 정도 맞춘 셈이다.

- '---&Knuckles'라는 농담의 기원은 클래식 소닉 시리즈 중 하나인 [Sonic & Knuckles]에 있다. 확장팩 개념으로 나왔기 때문에 게임 카트리지를 다른 소닉 시리즈 카트리지에 부착할 수 있었다. 카트리지를 부착 [Sonic the Hedgehog 2 & Knuckles]나 [Sonic the Hedgehog 3 & Knuckles]로 게임이 실행됐고, 여기서 '너클즈는 어디에 붙여도 &Knuckles가 된다'는 농담이 나온 것이다. 구글에 '&Knuckles'라고 검색하면 관련 이미지가 엄청나게 쏟아져 나온다. 'Knuckles & Knuckles'도 여기서 파생된 농담.

- [Sonic Mania]도 '타임 리프' 컨셉을 가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다. 역대 소닉 시리즈를 살펴보면 타임 리프 컨셉의 작품이 의외로 많으며, 특히 N주년 작품에는 매번 타임 리프 컨셉이 사용됐다. 15주년 기념작 [Sonic the Hedgehog], 20주년 기념작 [Sonic Generations]가 타임 리프 컨셉이었고, 25주년 작품은 아니지만 그에 가까운 [Sonic Forces]도 타임 리프 컨셉이다. 작중 이야기에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핵심 컨셉이 겹치는 건 조금 아쉽다. 클래식 소닉과 모던 소닉의 통합을 위해서 타임 리프가 가장 쉬운 방법이겠지만...

- [Sonic Mania]도 OST가 굉장히 좋다. 지금까지 OST 만큼은 배신한적이 없는 소닉 시리즈 답게 스테이지 분위기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음악을 담고 있다. 추가된 스테이지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배경음을 가진 곳은 미라지 살롱(Mirage Saloon) Act.2.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Nintendo Switch )

- 게임 실행 중 홈(Home) 버튼 및 캡처 버튼이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버튼을 꾹 눌러야 반응을 하는데 이것도 잠깐의 딜레이 후에 홈화면으로 돌아간다. 다른 게임에서는 버튼이 정상 작동하는 걸 볼 때 기기 문제가 아닌 [Sonic Mania] 자체의 오류인 걸로 보인다.



제목 : 섬란카구라 Peach Beach Splash (섬란카구라 PBS)

장르 : TPS

제작사 : Honey Parade Games, Marvelous

플랫폼 : Playstation 4

발매년도 : 2017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노골적인 게임이 있었던가? 비현실적으로 큰 가슴을 가진 미소녀들이 온갖 기괴한 무기를 들고 싸운다. 소녀들이 움직일 때마다 가슴이 흔들리고 속옷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싸우는 과정에서 옷이 찢어지고 벗겨져 소녀들은 알몸이 되지만, 그럼에도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소녀들이 쓰러질 때는 예외 없이 가슴과 엉덩이가 강조되는 카메라 앵글을 활용해 자극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폭유 하이퍼 배틀'이라는 이름의 (장르라기에는 컨셉에 가까운) 장르를 내세우기까지! 일본 게임제작사 Marvelous에서 만든 [섬란 카구라] 시리즈다.

닌자 소녀들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처절하게(?) 싸우는 [섬란 카구라] 시리즈 

앞서 언급한 선정적인 컨셉으로 인해 [섬란 카구라]를 특정 소비층을 노린 저급 게임으로 바라볼 여지도 있다. 왜냐하면, 선정적인 컨셉을 내세우거나 교묘하게 끼워 넣어 게이머의 시선을 끌어당긴 작품이 수도 없이 많았지만, 성공적인 경우는 거의 없었으며 대게 이러한 작품은 게임 자체의 완성도와 재미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섬란 카구라]는 이러한 컨셉을 때어놓고 보더라도 액션 게임으로써의 구색이 충실하며 장르적 완성도도 나쁘지 않다. 못 믿겠다고? 이에 대해서는 [섬란 카구라] 시리즈가 거둬온 성과가 어느 정도 증명해주리라.

볼 때마다 놀랄 만큼 선정적이지만 액션 게임으로써 구색은 충실히 갖춰져 있다

시리즈 최초의 작품 [섬란 카구라 -소녀들의 선택-]은 3DS 단일 기종으로 발매되었음에도 ‘발매 1주차 5만장 판매, 2주차 초회 물량 소진'이라는 꽤 괜찮은 상업적 성과를 거뒀다. 컨셉으로 인해 발매 이전부터 주목을 받은 건 사실이나 그저 선정적인 컨셉만으로 이만한 판매량을 기록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이후 5년 동안 두 개의 후속작과 Versus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별개의 스토리를 가진 작품을 두 개를 내놓았으며 서로 다른 장르의 스핀오프(spin-off) 작품을 네 개나 발매했다. 또한, 3DS 단일 기종에 머물지 않고 Playstation Vita, Playstation 4, PC, 모바일 등 여러 기종으로 플랫폼을 확장하기까지 했다. 5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만한 성과를 내는 게 과연 선정적인 컨셉만으로 가능한 일일까? 결코 그럴 수 없다는 건 게이머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면 이쯤 해서 직접 체험해보자. 그저 선정적 컨셉만을 내세운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려면 직접 해보는 게 답이니까 말이다. 미소녀들이 물총을 쏘며 시원한 전투를 벌이는 폭유 하이퍼 워터 배틀! [섬란 카구라] 시리즈의 최신작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를 살펴보자!

이번에는 물총 싸움이다! 모두들 물총이랑 수영복 챙기시고~ Let’s splash~!!

'폭유 하이퍼 배틀'이라는 장르를 내세우듯 [섬란 카구라]는 액션 장르를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스핀오프 작품은 다른 장르로 만들어졌다고 했듯, 카드 게임이나 리듬 게임 같은 액션과 거리가 먼 장르를 선보여 왔다.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도 스핀오프이기에 액션이 아닌 새로운 장르를 들고 왔다. TPS(Third-Person Shooter). 바로 3인칭 슈팅이다.

기존 FPS/TPS와 조작 체계가 완전히 똑같아 위화감 없이 손맛을 느낄 수 있다

선정적 컨셉만을 내세운 게 아니라 장르적 완성도가 충분했던 기존 작처럼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도 TPS로써 완성도가 충실하다. 이는 조작 체계에서부터 느낄 수 있는데, 콘솔 FPS/TPS의 전통적인 체계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좌스틱 시점, 우스틱 이동, LT 조준, RT 사격 을 기본으로 재장전, 점프, 무기교체 등 해당 장르의 기본 조작법이 빠짐없이 담겨 있다. 덕분에 기존에 FPS/TPS를 즐기던 게이머도 콘솔 컨트롤러 특유의 손맛을 느끼면서 위화감 없이 즐길 수 있다.

물총 싸움이지만 웬만큼 기대할 수 있는 무기는 모두 제공하니 취향껏 사용하자

다양한 종류의 무기를 제공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기존 FPS/TPS에서 만나봄 직한 무기는 웬만큼 다 있다. 핸드건, 샷건, 머신건, 스나이퍼 라이플 뿐만 아니라 로켓 런쳐, 개틀링건, 화염방사기 등 10종의 무기를 제공한다. 무기마다 공격력, 사거리, 연사력, 탄창 용량, 재장전 시간 등 특징이 다르고 장단점도 명확하다. 그래서 플레이어의 취향과 팀 전략에 따라 자유롭게 무기를 선택-사용할 수 있다. 그저 물총 싸움이라는 본작의 컨셉에 따라 모든 무기가 물총의 형태(화염방사기=스프레이건)를 취하고 있을 뿐, 사실상 기본 틀은 일반적인 FPS/TPS와 거의 차이가 없다.

초심자와 숙련자를 모두 배려해 시스템을 구성했으니 이렇게까지 울 필요는 없다

초심자와 숙련자을 모두 배려한 시스템 구성도 매우 인상적이다. 유저 간의 대결이 이루어지는 게임, 그중에서도 서로를 직접 쓰려뜨려야만 하는 장르(대전격투, 전략 시뮬레이션, TPS/FPS 등)는 초심자와 숙련자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게임 내 균형이 중요하다. 초심자에 게임을 맞춰 시스템을 구성하면 숙련자가 파고들만 한 여지가 줄어들고, 숙련자에 맞추면 초심자의 진입장벽이 높아진다. 그래서 신규 게이머 유입과 기존 게이머 지속을 위해 초심자와 숙련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는 두 가지 '조준 모드'와 두 종류의 '특수 이동기'로 초심자와 숙련자의 균형을 맞추는 데 성공했다.

자동 조준과 수동 조준을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했다

먼저 조준 모드를 살펴보자. FPS/TPS에서 초심자가 가장 어려워하는 건 조준(aim) 자체다. 초심자는 게임에 익숙지 않으니 정확한 조준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겹고 어렵게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무리 쏴도 맞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격받게 되면 게임에 대한 흥미마저 잃을 가능성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는 조준 모드를 '자동 조준'과 '수동 조준’ 두 가지로 나누어 제공하고 있다.

자동 조준이라도 최소한의 조작은 요구하기 때문에 조작법을 익히기에 적합하다

대신 자동 조준이 플레이어가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적을 쫓아가는 방식은 아니다. 일종에 높은 수준의 조준 보정 기능에 가깝다. 일정 범위에 적이 들어왔을 때 조준 버튼을 눌러야만 자동으로 조준되며, 조준된 상태일지라도 적이 범위 밖으로 벗어나면 조준이 취소된다. 그래서 자동 조준 모듣 사용하더라도 시점을 바꾸고 버튼을 누르는 최소한의 기본 조작을 요구한다. 덕분에 초심자는 흥미를 잃지 않는 선에서 조작을 익히고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탄속 개념이 반영되어 있어 자동 조준과 수동 조준을 적절히 병용해야 한다

자동 조준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막고 수동 조준을 함께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역할은 '탄속'이 맡고 있다. 탄속이란 사격 후 탄환이 날아가는 속도를 말한다. FPS/TPS에 탄속이 반영되면 사격 직후 탄환이 대상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러므로 대상의 정중앙에 사격할 게 아니라 대상 이동 경로-속도를 고려해 예측 사격을 해야 한다. 그런데 자동 조준은 항상 대상의 정중앙에 맞춰지기에 대상과 거리가 멀수록(또는 대상이 빠르게 움직일수록) 명중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저격총 같은 장거리 무기나 탄속이 느린 로켓 런처는 명중률 저하가 두드러지며, 권총처럼 가까이서 사용하는 무기라도 상대의 움직임이 빠르면 빗나가는 경우가 발생한다. 결국, 명중률을 높이려면 상황에 따라 자동 조준과 수동 조준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 자연스레 조준 감각을 익히게 되고 게임에 대한 숙련도를 높일 수 있다. 

워터 점프 - 물을 소비해 더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특수 이동기

조준 모드가 초심자를 배려한 시스템이라면, 특수 이동기는 숙련자가 게임에 파고들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섬란카구라 Peach Beach Splash]의 특수 이동기는 두 가지, '워터 점프'와 '워터 대쉬'가 있다. 워터 점프는 아주 높이 점프하거나 일정 시간 동안 공중을 날아다니는 기능이며, 워터 대쉬는 공격을 못 하는 대신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기능이다. 일반 이동/점프보다 더 빠르고 먼 거리를 움직일 수 있는 대신 물(탄약+스테미너에 해당)을 소비하며 무기에 따라 점프 궤도, 이동 속도, 물 소비량 등이 차이가 있다.

워터 대쉬 - 워터 점프와 함께 기동력을 제공해 게임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두 가지 특수 이동기는 평균 이상의 '기동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게임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1) 게임 진행 속도를 크게 향상하고 2) 더 넓은 영역을 의식하고 활용하도록 유도하며 3) 조준을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4) 신속한 조작과 빠른 판단력을 요구한다. 또한 워터 점프로 높이 뛰어올라 공중에서 저격하는 방식의 5) 변칙적인 공격이나, 워터 대쉬로 빠르게 우회해 상대의 뒤를 잡거나 적진 한가운데로 파고드는 6) 유동적 위치 선정 같은 전략에도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특수 이동 이동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할수록 게임이 더 빠르고 전략적이며 박진감 있게 변한다. 이런 점에서 워터 점프와 워터 대쉬의 존재는 게임을 한층 더 멋지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게임에 깊이를 더해 숙련자들이 파고들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

덱을 만들자! - 전투 중에 사용하는 다양한 종류의 스펠 카드를 고를 수 있다

장르 기본 틀만 갖춘 게 아니라 본작만이 내세울 수 있는 개성 있는 시스템도 담아냈다. 먼저, 스펠 카드(Spell Card)가 존재한다. 무기 외에 각 캐릭터의 고유한 기술을 사용하는 몇몇 FPS/TPS처럼,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는 스펠 카드로 마법을 사용하며 싸우게 된다. 일시적으로 공격력을 높이는 효과, 상대의 공격을 막는 보호막, 전방의 적에게 강한 피해를 주는 번개, 주위의 적을 자동으로 공격하는 소환물 등 40여 종의 다양한 마법이 있다. 캐릭터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 정해져 있지 않고, 9장의 스펠 카드를 선택하는 형태로써 플레이어의 취향이나 전략에 맞춰 원하는 마법을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다.

(참고 - 스펠 카드의 개수는 800개가 넘는다. 하지만 사용 대기시간, 판정 범위, 발동 방향 같은 세부 옵션에 차이가 있을 뿐 기본 효과는 같은 카드가 많다. 그래서 실질적인 마법의 종류는 40여 종이다.)

사격 실력이 부족할지라도 스펠 카드를 적절히 잘 활용하면 대전에서 이길 수 있다

사격 실력 못지않게 스펠 카드의 활용이 중요한데 사실상 게임의 승패를 가르는 열쇠다. 40여 종의 마법 중 최대 9종까지 선택할 수 있다. 무기 종류에 따른 궁합과 마법 간 상성이 분명하며, 스테이지 구조에 따라 마법의 효율도 달라진다. 사용 여부를 체감하기 힘들 정도로 미미한 마법도 있지만, 다수의 적을 홀로 제압하거나 위기에 처한 아군을 살릴 수 있는 강력한 효과를 가진 마법도 있다. 그래서 어떤 스펠 카드를 골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크게 갈린다. 자신이 사용하는 무기와 궁합을 따지는 건 기본이요 팀 전체 스펠 카드 구성도 고려해 선택해야 하니 전략 설계에도 적잖게 영향을 미치기까지 한다.

흠뻑 파워 업! - 몸이 흠뻑 젖으면 탱크 속 물이 줄어들지 않고 무한정 쓸 수 있다!

또 하나 개성 있는 시스템은 '흠뻑 파워 업’. 해당 시스템은 아군 적군에 상관없이 다른 사람이 쏘는 물총을 맞을 때마다 조금씩 차오른다. 그리고 게이지가 가득 차면 일정 시간 동안 물(탄약+스테미너)이 줄어들지 않는 효과를 얻는다. 즉, 재장전 없이 공격할 수 있으며 워터 점프/대쉬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흠뻑 파워 업 시스템은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나는 '공수 균형’ 측면에서, 게임이 어느 한쪽에 유리하게 흘러가지 않게 막는 역할을 한다. 공격을 받은 쪽에 도움이 될만한 효과를 부여한다는 건 불리한 상황을 뒤집을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다. 특히, '재장전 없이 무한정 공격할 수 있다'는 실력 차이를 메꿀 수 있는 이점이기에 상황을 쉽게 반전시킬만하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없고 전황의 유불리가 자주 바뀌게 되며, 이를 통해 게임을 더 긴장감 있게 즐길 수 있다.

‘공수 균형’과 ‘컨셉’ 측면에서 본작과 아주 잘 어울리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컨셉’ 측면에서, 물총 싸움과 아주 잘 어울리는 형태로 시스템을 구현해냈다. 현실의 물총 싸움을 한번 떠올려보자. 적군과 아군을 구분하는 정교한 사격이 아닌, 보이는 사람마다 마구잡이로 쏘는 모습일 게다. 이는 적/아군 상관없이 물총을 맞으면 게이지가 차오르는 특징과 잘 연결된다. 게다가 우리가 현실에서 물총을 가지고 놀 때 물통에 담긴 물이 다 떨어질 걸 걱정하지 않듯, 흠뻑 파워 업으로 얻는 효과로 물이 떨어질 걱정 없이 물총을 쏠 수 있다. 더군다나 물을 많이 맞으면 옷이 '흠뻑’ 젖기까지 하니 시스템 이름도 이보다 적절할 수 없다.

다양한 부가 컨텐츠 - 사실 없어도 상관없지만 없으면 뭔가 아쉬울듯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전작에 있던 부가 컨텐츠도 빼먹지 않고 담아냈다. 교복, 체육복, 바니걸, 비키니 등 플레이어 취향대로 소녀들의 옷을 갈아 입힐 수 있는 코스춤 변경, 여고생 우정 사진부터 성인 잡지 표지까지 다양한 포즈와 구도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디오라마, 그리고 소녀들의 몸을 이곳저곳 만지고 관찰할 수 있는 스킨십까지 그대로 계승했다. 제작자의 의도된 연출로 정해진 모습만 볼 수 있는 메인 컨텐츠와 달리 플레이어의 의도대로 자유롭게 의상을 입히고, 포즈를 바꾸고, 이곳저곳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메인 컨텐츠보다 훨씬 노골적으로 선정적이다.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행동이 크게 제한되어 있을 뿐 성인용 에로 게임과 거의 비슷하다.

노출 요소는 여전하며 보다 능동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의 시스템으로 돌아왔다

시리즈의 핵심인 '전투 중 의상 파괴에 의한 노출'도 여전한데, 이는 한층 더 능동적인 형태로 바뀌었다. 바로 '꼬물꼬물 피니쉬’. 꼬물꼬물 피니쉬는 전투 불능의 상대가 팀원의 도움으로 부활할 수 없도록 결정타를 날리는 일종의 다운 공격이다. 대전 상황에서는 적의 수를 확실히 줄이는 요소로 작용하나, 꼬물꼬물 피니시 중에 보여지는 노출은 [섬란 카구라] 시리즈의 핵심이기도 하다. 전투 중 피해량(또는 공격 종류, 피격 횟수)에 따라 정해진 순서대로 의상이 파괴되고 노출이 일어나는 전작과 달리, 플레이어가 원하는 부위를 공격해 선택적으로 의상을 벗길 수 있다. 상대를 확실히 제압하는 점에서도, 플레이어가 원하는 부위를 골라서 벗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전작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능동적이다. 그래 공격을 하는 입장이든 공격을 당하는 입장이든 양쪽 모두 묘한 기분을 든다. 물론 전작처럼 체력이 일정 수치 이하로 떨어지면 (수영복 이외 일반 복장에 한해) 의상이 파괴되는 연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장르 기본 틀을 잘 따르고 본작의 개성을 충분히 구축했지만 문제도 적잖게 있다

장르의 변화가 있었음에도 시리즈 컨셉을 잘 살렸고, FPS/TPS로 기본 틀을 충실히 갖추면서 본작만의 개성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 하지만 문제점도 아주 많다. 기술적 문제부터 컨텐츠 부족까지 여러 방면에서 문제가 산재해있다. 무엇보다 해당 문제들이 플레이어가 게임을 지속하기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결코 넘어갈 수 없는 수준이다.

기술적 문제는 단 하나. 프레임(fps, frame per second) 드랍. 이 외에는 그 어떤 기술적 문제도 없다. 다른 작품이라면 '아쉽다’ 정도에서 끝날 문제지만, 안타깝게도 FPS/TPS 장르에 있어 프레임 드랍은 치명적인 문제다. 정확하고 빠른 조준-사격이 필요한 FPS/TPS에서 프레임 드랍은 실력과 상관없이 명중률을 크게 떨어뜨린다. 이는 지금까지 개발된 동일 장르의 작품에서 여러 번 증명되었다. 그래서 FPS/TPS 같은 장르에 한해서는 게이머들이 프레임 드랍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개발자도 프레임 유지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싱글 플레이는 종종 30fps을 보이는 경우도 있으나, 멀티 플레이는 대부분 60fps을 맞추는 편이다. 특히 사람 대 사람으로 진행되는 멀티 플레이라면 해상도를 낮추는 등 다른 측면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반드시 60fps을 유지하려고 한다.)

기본 프레임도 높지 않지만 화면 내 효과가 많아지면 프레임이 급격히 떨어진다

하지만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는 기본 프레임이 그리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화면 내 시각 효과가 많아지면 프레임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특히 여러 명이 한데 뭉쳐서 스펠 카드나 연사 무기를 사용하면 화면이 뚝뚝 끊길 정도다. 이에 따라 정확한 사격이 힘드니 불가피하게 자동 조준에 의존해야 하며 동시에 빠른 상황 판단과 신속한 대응이 불가능해지니, 게임의 깊이가 전체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부드럽지 못한 움직임에서 오는 시각적 불편함도 만만치 않아 게임을 지속하기란 더욱 어려워진다. (Playstation 4로 구동했기에 Playstation 4 Pro 는 어떤지 알 수 없으나, 프레임 드랍의 정도가 심각한 걸 고려하면 Pro에서도 프레임 드랍은 일어날 것이라 예상된다)

하나의 긴 이야기를 다룬 전작과 달리 세력별로 분리했기에 분량은 늘어났다

컨텐츠의 질적 수준도 많이 부족하다. 우선, 스토리 모드는 지나친 반복 구성을 취하고 있어 지루하다. 하나의 큰 흐름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던 전작과 달리, 본작은 작중 등장하는 세력(한조학원, 헤비조학원, 월섬학원, 호무라 홍련대)의 이야기를 분리해서 다루고 있다. 이야기 전개 방식의 변화에 따라 분량이 확실하게 늘어났으며 플레이어의 선호에 따라 세력별 이야기를 선택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된 점은 문제시할 이유가 없다.

똑같은 미션을 등장인물과 스테이지만 달리하여 최소 다섯 번은 반복해야 한다

그런데 정작 이야기 진행 과정에서 똑같은 컨텐츠를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는 세력별 미션 내용과 순서가 모두 똑같은데, '닌자 부대 제압 - 소규모 라이벌 대전 - 화재 진압 - 팀 단위 대전 - 최종 보스’ 과정을 따르고 있다. 또한, 이야기 최종장에 진입하려면 모든 세력의 스토리 모드를 끝마쳐야 하며 최종장 마저도 앞서 언급한 미션 순서를 거의 그대로 따른다. 다시 말해, 작중 이야기를 모두 끝마칠 때까지 똑같은 내용의 미션을 최소 다섯 번 이상 '반복 수행'해야 한다는 말이다. 미션의 짜임새/재미와는 상관없이 지나친 반복 수행은 지루함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적을 섬멸해라? - 조금 더 창의적인 미션을 만들 수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장르가 바뀌었음에도 전작의 미션 내용을 그대로 활용한 것도 문제다. 닌자 부대 제압, 소규모 라이벌 대전, 화재 진압은 사실 3인칭 액션(무쌍류 게임)이었던 전작의 미션 내용과 일치한다. 닌자 부대 제압은 다수의 졸개와 싸우는 형태로 무쌍류의 기본이며, 1:1 또는 1:N으로 진행되는 소규모 라이벌 대전 역시 전작에서 자주 사용된 미션 형태다. 그리고 화재 진압은 불이 붙은 사물을 찾아 불을 끄는 내용인데, 전작의 숨겨진 제단을 찾아 파괴하는 것과 컨셉만 다를 뿐 내용이 똑같다. 이러한 미션은 FPS/TPS와 썩 어울리지 않으며 흥미롭지도 못하다. 무엇보다 전체 미션 중의 절대다수를 해당 미션(닌자 부대 제압, 소규모 라이벌 대전, 화재 진압)이 차지하고 있기에, 스토리 모드의 반복 구성과 겹쳐져 게임이 더 지루해진다.

장르와 어울리지 않는 걸 넘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육성 시스템

육성 시스템을 담는 시도는 좋았으나 본작의 장르와 썩 어울리지 않는다.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는 FPS/TPS 임에도 캐릭터 육성이 가능하다. 캐릭터를 비롯한 무기, 스펠 카드의 레벨을 올릴 수 있으며, 레벨 상승에 따라 체력과 공격력 등의 각종 능력치가 향상된다. 이러한 육성 시스템은 처음에는 참신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캐릭터 육성에 의한 능력치 상승 정도가 게임 실력을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정도이며, 거꾸로 육성 수준이 상대보다 뒤처지면 실력으로 그 격차를 메꾸기가 쉽지 않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육성 시스템을 환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기만 해도 최저레벨과 최고레벨의 공격력 3~4배 정도 차이가 나며, 캐릭터(카드)의 레벨이 높은 만큼 체력도 높아지기에 전투에서 우위를 점하기 쉽다. 스펠카드도 육성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레어도가 높은 카드를 보유하면서 카드 레벨까지 높기에, 육성에 투자한 시간에 따라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육성을 하지 않고 실력만으로 상대를 이기기는 절대 쉽지 않으며, ‘실력 중심’의 장르임에도 불가피하게 육성을 해야만 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중복 카드의 레어도가 높을 수록 더 많은 경험치를 얻게 되는 ‘확률’적 육성 구조

더욱이 육성 방법조차 적절하지 못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레벨을 올리기 위한 경험치 획득은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게임 내 화폐를 사용해 카드 팩을 구입한다. 2) 10장의 카드를 무작위로 얻는다. 3) 기존에 가지고 있는 카드가 나올 경우 중복 카드에 등록된다. 4) 중복 카드를 경험치로 전환할 수 있다. 5) 경험치 획득양은 카드의 레어도에 따라 결정된다. 이는 경험치 획득이 상당 부분 확률(또는 운)에 달려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레벨에 따른 경험치 요구량’이나 ‘경험치=투자시간’을 고려하지 않은 방식이다. 운이 좋아서 레어도가 높은 카드가 많이 나오는 사람은 경험치를 더 많이 얻을 것이며, 상대적으로 카드 보유량이 많은 기존 유저일수록 중복 카드가 나올 확률이 높으니 더 많은 경험치를 얻기가 쉬워진다. (장르, 싱글플레이 컨텐츠 구성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멀티플레이에 초점을 맞춘 게임인 만큼 이런 육성 시스템은 신규 유저와 기존 유저의 격차를 보다 크게 벌리며, 이 격차를 실력이나 센스로는 따라갈 수 없게 하기에 그리 적절치 못하다.

전작의 ‘백화요란기’를 계승했지만 성의도 재미도 없는 ‘파라다이스 에피소드’

이 외에도 자잘한 아쉬움도 있다. 번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파라다이스 에피소드’는 안에 담긴 내용물은 단순하다 못해 성의가 없다. 이야기 도입부에서 몇 줄의 문장으로 짧은 이야기를 다룬 다음에는 별개의 스토리 전달 없이 그대로 게임만 이어진다. 물론 게임 진행 중 캐릭터 대사가 있긴 하나 몇 마디에 그칠 뿐이다. 분량은 매우 적고, 내용도 흥미롭지 못하여, 전달 방식조차 성의 없다. 메인 스토리와 연결성이 있고 캐릭터의 개성에 잘 맞는 이야기를 담은 전작의 ‘백화요란기’를 계승했다고 보이지만 그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3D 모델링은 조금 개선이 이루어졌지만 캐릭터 모션은 전작보다 더 단순해졌다

3D 모델링을 비롯한 그래픽 측면은 소폭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이야기 전개 중에 보여주는 캐릭터의 행동은 더 단조로워졌다. 전작과 발매 시기가 2년이나 차이 나는 만큼 그래픽은 분명히 발전했다. (장족의 발전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전작의 모델을 다듬는 수준에 그치긴 했지만) 소녀들의 몸매와 움직임이 더 매끄러워진 건 사실이다. 그런데 3D 모델과 대화창을 이용한 이야기 전개 부분에서 대사와 감정표현에 다른 캐릭터 모션의 종류가 다양하지 못하다. 오히려 전작보다 다양성이 줄어들었다. 캐릭터 모션의 상당 수를 전작에서 그대로 가져왔고 새롭다할 모션은 없다. 그러다 보니 짧은 대화 안에서 서로 다른 캐릭터가 똑같은 모션을 취하는 경우가 잦아, 보는 이로 하여금 어색함을 느끼게 한다. 캐릭터 모션을 몇 개 더 추가하기만 해도 이야기(또는 등장인물)가 더 활력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상당히 아쉽다.

전작보다 더 많아진 DLC - DLC 구상할 시간에 완성도를 높였다면 좋았을 텐데…

엄청나게 많은 DLC도 여전하다. DLC를 파는 것 자체를 문제시할 생각은 없다. 유료 캐릭터나 의상 등의 비주얼 요소만 있을 뿐 밸런스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강제성을 띠지 않으니 말이다. 단, 앞서 수많은 문제가 있는데 수십(또는 백여) 개의 DLC를 팔고 있는 상황은 제작사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전작도 DLC가 많았지만 게임 내에 문제는 많지는 않았다. 컨텐츠도 충분히 즐길만 했고 무쌍류 게임으로써 구색도 좋았다. 하지만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는 문제점이 산재해있다. 이런 상황에서 DLC 종류가 전작보다 더 많아졌다면? 게임은 적당히 만들어 두고 캐릭터에 대한 팬심을 이용해 게임을 팔아먹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장르 전환은 성공적이지만 시리즈가 한발 더 나아갔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장르 측면에서 보면 분명히 나쁜 게임은 아니다. FPS/TPS의 기본을 잘 따르고 있으며, 초심자와 숙련자를 모두 고려한 시스템 구성했고, 시리즈 핵심을 잘 살려낸 물총 싸움 컨셉까지 잘 만들었다. 여기에 본작이 내세울 수 있는 개성 있는 요소도 적절히 담아내 장르적 완성도는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치명적인 기술적 문제와 부실한 컨텐츠는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를 결코 좋은 게임이라 말하기 힘들게 한다. 시리즈 특색을 잘 살린 컨셉으로 새로운 장르로 전환은 성공이지만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는 실패했다. 선정적인 컨셉만을 내세운 저급 게임이 아님을 다시 한번 증명했지만, 여전히 ‘의외로 훌륭한 게임성을 가진 작품’의 수준에 머무르게 된 셈이다.

앞으로 많은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는 만큼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길…

5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다작을 하며 꾸준히 시리즈를 이어온 것은 분명 칭찬할 만하다. 그리고 2018년 발매를 목표로 무려 다섯 개의 후속작을 개발하고 있는 만큼 상업적으로나 대중적으로나 전망은 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의외로 훌륭한 게임성을 가진 작품’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순 없다. 이런 표현은 신생 시리즈에게나 어울리지 세상에 나온 지 5년이 넘은 시리즈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다양한 플랫폼과 다양한 장르를 내고 있는 이 시점에서 [섬란 카구라] 시리즈가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 해야 하는 건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언제까지 제자리에 멈춰있지 말고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못다 한 이야기

- 스펠 카드는, 물총 싸움이라는 다소 밋밋한 대전 방식에 화려한 연출로 시각적 즐거움을 부여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또한, 물총만으로 싸워야 해서 각 캐릭터의 개성 있는 기술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는데 스펠 카드가 이를 어느 정도 해소해주고 있기도 하다.

- 스킨십이나 디오라마 같은 부가 컨텐츠는 [섬란 카구라] 시리즈가 목표로 하는 소비층이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큰 가슴, 미소녀, 여고생, 노출 등의 키워드가 대중적이지는 않으니 소비층이 한정되어 있는 건 당연하지만...

- 멀티 플레이에서 즐길만한 게임 모드가 데스 매치밖에 없다는 것도 약점 중 하나다. 교과서적인 TPS가 아닌 데다 가벼운 게임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 더 다양한 게임 모드를 반영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싱글 플레이의 미션을 멀티 플레이로 즐길 수 있지만 그리 흥미롭지 않으니...

- 작중 이야기는 시리즈 전체 이야기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그럴싸하게' 만들어내서 큰 문제는 없다. 애초에 깊이 있는 이야기를 작품이 아니었고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가 외전이어서 이야기가 따로 놀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시리즈 전체의 이야기 흐름을 잘 이어가고 있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본문에 서술

제목 : Oxygen Not Included (옥시전 낫 인클루디드, 산소미포함, 숨쉬지마)

장르 : 생존, 경영, 건설, 시뮬레이션

제작사 : Klei Entertainment

플랫폼 : PC

발매년도 : 비말매 (얼리 억세스 진행 中)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얼리 억세스 기준이므로 정식 발매 버전과 차이가 있습니다>

얼리 억세스(Early Access). 우리 말로 ‘앞서 해보기'라는 표현으로도 알려진 이 제도는 미완성 상태의 게임을 정식 발매 이전에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미완성 게임을 돈을 받고 판다는 사실에 다소 의아함이 생길 수 있으나, 게임의 개발~투자~피드백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게임 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

‘앞서 해보기’라고도 불리며 개발-투자-피드백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얼리 억세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개발 단계에서 추가적인 개발비가 확보되어 안정적인 게임 개발이 가능하다. 완성되어야만 판매할 수 있는 일반적인 게임과 달리, 얼리 억세스 게임은 개발 과정에서도 게임을 팔 수 있다. 개발 단계에서의 판매 수익은 유저가 개발사에 전하는 일종의 투자이며 이는 개발비에 추가 확보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부족한 개발비를 보강하는 것은 물론 더욱 안정적으로 개발을 이어나갈 수 있는 재정적 바탕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둘째,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직접적인 피드백으로 효율적인 게임 개발이 가능해진다. 게임이 미완성 상태이기에 각종 문제가 있는 게 당연하다. ‘앞서 해보는’ 유저들은 게임을 하는 도중 다양한 기술적 문제와 게임 자체의 부족함을 발견할 수밖에 없으며 커뮤니티와 메일을 통해 자연스레 개발사에 해당 내용을 전달하게 된다. 개발사는 이러한 내용을 즉시 게임 개발에 적용할 수 있어 문제 해결과 동시에 게임 개발도 진행할 수 있으므로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음을 물론 게임의 완성도를 한층 더 높일 수 있다. 셋째, 앞선 두 가지 사실이 시너지를 일으켜 [유저의 증가 - 개발비 및 피드백 확보 - 안정적 개발 - 게임의 질적 향상 - 유저의 증가 - …]라는 긍정적 순환을 형성한다. 그러므로 개발사(특히 자본이 부족한 소규모 개발사)가 얼리 억세스를 잘 활용하기만 한다면 발매 이전부터 상업적 성과와 게임의 질적 완성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얼리 억세스를 통해 개발하는 도중 제작자가 잠적해버린 [The Stomping Land]

하지만 이 제도에는 큰 약점이 있는데 ‘게임의 완성'에 대한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얼리 억세스 진행 중 유저들의 투자와 피드백은 개발을 최대한 반영을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개발을 마무리 지어도 (또는 중단해도) 사실상 법적인 문제가 없다. 그러다 보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정식 발매하거나, 개발이 늦어지면서 정식 발매를 포기하고 얼리 억세스 단계를 지속하기도 하며, 심지어 개발을 포기한 채 제작자가 잠적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얼리 억세스가 좋은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의 불신이 발생하는 요인이며, 게임이 재미있어 보이더라도 얼리 억세스 단계에 있다면 구매를 망설이게 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Klei 10주년 기념 포스터 - 이 중 네 개의 게임이 얼리 억세스를 거쳐 완성되었다

단, 나쁜 사례가 있다면 좋은 사례도 있기 마련이다. 최초로 얼리 억세스를 시험 적용했으며 신속한 피드백 반영과 주기적으로 시행되는 양질의 업데이트, 그리고 이 모든 과정 끝에 보여준 독특한 게임성과 훌륭한 완성도로 얼리 억세스의 모범 작에 해당하는 [Don’t Starve], 그리고 이 작품을 만든 제작사 Klei Entertainment가 대표적인 사례다. Klei Entertainment는 [Don’t Starve]의 성공 이후로 [Don’t Starve Together], [Invisible, Inc.] 등 자사의 여러 작품을 얼리 억세스로 개발했으며 충분한 완성도로 꾸준히 호평을 받고 있다. ‘Klei의 얼리 억세스는 믿을만하다!'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이런 점에서 한 번 더 Klei Entertainment를 믿어볼 시기가 왔다. Klei Entertainment의 최신작 [Oxygen Not Included]의 얼리 억세스가 진행 중이니 말이다. 얼마나 많은 매력과 가능성을 담고 있을지 살펴보자.

아무것도 없는 우주 공간에서 생존을 위한 환경을 구축하며 살아남는 게 목표다

Klei Entertainment의 전작들은 독특한 게임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 독특한 게임성이란 두 가지 이상의 장르적 특징을 한 데 묶은 데서 나타난다. 생존(Survival)을 기본 컨셉으로 탐험(Adventure)과 샌드박스(Sand Box), 로그라이크(Roguelike) 특성을 더한 [Don’t Starve]. 잠입(Stealth)과 턴제 전략(Turn-based Strategy)을 조합한 [Invisible, Inc.]. 그리고 [Oxygen Not Included]는, 알 수 없는 우수공간에 불시착한 주인공을 조작해 광물을 채취하고 공간을 확장하며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생존(Survival) 게임의 컨셉에 제한된 자원으로 각종 장치-시설 및 활동 영역을 구축해가며 생존을 위한 환경을 관리해야 하는 건설&경영 시뮬레이션(Construction and management simulation)의 특징이 적절히 버무려져 있다.

온도나 기체 같은 거시적 요소부터 듀플리칸트 개별 상태 같은 미시적 요소까지

건설&경영 시뮬레이션답게 생존을 위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살펴봐야 할 요소가 대단히 많다. 기체-액체-온도 관리뿐만 아니라 자원 분포와 그에 따른 채굴 및 건설 방향 결정 같은 게임 내 전체를 살펴보는 것을 시작으로, 거주지 내 효율적 동선 확보 및 보유한 자원과 전력 공급 상태 관리 등을 지나, 개별 캐릭터의 상태를 확인하고 특성을 고려해 상황에 맞게 인력을 추가 투입하는 결정까지, 거시적 요소와 미시적 요소로 세밀하게 나누어져 있다. 게다가 이 모든 요소는 직-간접적으로 서로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어느 한쪽에만 치우친 관리가 아닌 모든 요소를 균형 있게 관리해야 한다. 만약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한다면 점차 생존에 불리한 환경으로 변해 도미노가 쓰러지듯 지금까지 구축해온 것들이 무너지게 될 것이다.

잠시 산소가 풍부하더라도 금방 산소가 바닥나고 이산화탄소가 쌓이기 시작한다

관리해야 할 요소가 많고 해당 요소들이 상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안정기'가 없다는 점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건설&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은 일정 수준에 다다르거나 특정 방법을 활용하면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유지가 되는 안정기에 다다르게 된다. (또는 영구적 안정은 아니나 큰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어렵지 않게 관리를 지속할 수 있다) 그런데 본작은 '생존에 필요한 A를 만들기 위해서는 B를 소비해야 하며, 생존하기 위해 A를 사용하게 되면 생존에 방해가 되는 C가 발생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안정기를 형성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보자. 산소를 만드는 기본 장치로는 녹조 탈산기가 있다. 녹조 탈산기는 녹조를 사용(B의 소비)하여 산소를 방출(A의 생산)한다. 그리고 방출된 산소는 거주민이 호흡을 통해 소비(A의 사용)하며 호흡의 부산물로써 이산화탄소를 뱉어(C의 발생)낸다. 이런 행위가 반복되면 녹조가 바닥나고 이산화탄소는 거주지 전체에 가득 채워지는 시기에 도달한다. 그래서 녹조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채굴을 하거나 녹조 탈산기를 대체할 새로운 산소 공급 방법을 찾아야 하며, 동시에 누적된 이산화탄소를 처리할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 게다가 새로운 산소 공급 방법은 역시 새로운 부산물을 만들며, 이산화탄소를 처리하기 위해 다른 자원을 소비해야 한다. 즉, 또 다른 [생산~소비~부산물] 구조가 나타난다. 결국, 생존을 위한 행위가 생존을 방해하는 요소(또는 상황)를 발생시키기에 플레이어는 안정기에 도달할 수 없고, 생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

시작점에서 멀어질수록, 게임을 오래 진행할수록 점차 어려워지는 합리적 난이도

플레이어가 해야 할 일이 끊임없이 생기다 보니 당연히 게임의 난이도는 대단히 높다. 대신 난이도를 형성하는 방법이 매우 합리적이다. 관리를 위한 행위가 또 하나의 관리 요소를 형성(생산-소비-부산물)하는 구조는 하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면 즉시 새로운 문제를 던져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플레이어의 문제 해결 능력에 맞춰 자연스럽게 단계적으로 게임이 어려워지도록 시스템이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월드 구성도 시작점(Starting Point)에서 멀어질수록 생존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음으로써,  플레이어의 활동 영역이 확장됨(=게임 진행 시간이 길어짐=게임에 익숙해짐)에 따라 점진적으로 난이도가 높아지게 하고 있다.

순탄하게 재배되던 농장이 환경 변화로 인해 망가지자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단, 난이도 상승에 한계치가 없다. 플레이어가 해결 가능한 문제 상황은 해결 방안을 찾는 즉시 사라지는 게 아니다. 계속해서 관리해야 하는 요소로 남는다. 여기에 새로운 문제가 발생함으로써 플레이어는 '해결 가능한 문제의 관리'와 '새로이 나타난 문제의 해결'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리해야 할 요소는 늘어나고 매번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게 복합적으로 작용해 난이도의 최대치가 정해져 있지 않은 채 끊임없이 상승하게 된다. 난이도 상승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아주 사소한 문제가 게임 전체에 영향을 미쳐 아차 하는 순간 복구할 수 없을 만큼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앞서 언급했듯 난이도 상승 자체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 덕분에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면서(또는 실패를 거듭하면서) 단계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또한, 끊임없이 도전의식을 자극하여 높은 수준으로 몰입하고 게임을 지속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차근차근 하나씩 학습해가고 끊임없이 어려움을 마주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애를 써야 하는 만큼 확실한 성취감과 재미를 보장한다.


물 분자(좌), 전해조(우) - 현실 속 과학을 그럴싸하게 게임 시스템으로 녹여냈다

재미있는 점이 있다면, 게임 안에 다양한 과학적 사실이 '그럴싸하게’ 적용되어 게임 시스템으로 녹아 있다는 것이다. 앞서 거주민이 산소를 소비하면 이산화탄소가 생성되는 상황은 인간이 호흡을 통해 산소를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뱉는 과학적 사실이 게임에 반영된 부분이다. 이 외에도 게임 내 등장하는 여러 요소가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산소가 중요한 게임이니 기체를 중심으로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1) 전해조를 통해 물을 분해하여 산소를 만들면 수소가 부산물로 발생한다. 이는 물 분자(H2O)가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가 결합한 사실을 적용한 것이며 실제로 물 분해를 통해 산소와 수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 (2) 기체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수소-산소-천연가스-염소-이산화탄소 순서로 쌓인다. 이는 기체무게에 따라 무거운 기체일수록 아래에 쌓이는 사실을 적용한 것이다. 단, 게임 밸런스와 게임적 허용에 따라 기체가 쌓이는 모습이 현실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3) 기압이 최대치에 도달하면 해당 지역에 기체를 생산/유입할 수 없다. 밀폐된 공간에 기체의 양이 늘어날수록 기압이 증가하는 사실이 적용되었다. (4) 이산화탄소를 냉각하면 드라이아이스가 형성된다. 실제 드라이아이스는 이산화탄소의 고체 형태이며 냉각을 통해 만들어진다.

석탄 발전기 - 현실처럼 열과 이산화탄소가 엄청나게 발생해 생존을 어렵게 한다

이처럼 과학적 사실이 다양하게 적용되어 있어 이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알고 있는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게임 방법을 시도해볼 여지를 제공하기까지 한다. 무엇보다 현재 개발 중인 게임만큼 더 다양한 과학적 사실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응용 방향이 무궁무진하다. 누가 알겠는가? 석탄을 고온-고압으로 가공해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거나, 산소 농도가 높은 곳에서 철제 구조물이 부식되는 시스템이 적용될지?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듀플리칸트(좌), 제이크와 핀(우) - 어쩐지 비슷한 느낌이 난다. 이빨 때문인가?

Klei Entertainment의 작품은 게임성도 훌륭하지만 독특한 디자인으로도 눈길을 끌어왔다. 종이 인형극 느낌의 [Don’t Starve], 폴리곤 아트를 연상케 하는 [Invisible, Inc.], 히어로 코믹스의 한 장면을 보는듯한 [Shank]와 [Mark of the Ninja] 등 각자 개성 있는 모습을 갖췄다. 무엇보다 같은 회사의 작품임에도 완전히 다른 디자인으로 색다른 분위기를 구축해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이는 [Oxygen Not Included]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에는 미국 만화방송국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복제인간 캐릭터, 듀플리칸트(Dupliacnt)를 주축으로 삼고 있다.

누구나 따라 그릴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만 표정이 뚜렷하고 익살스러워 귀엽다

듀플리칸트의 디자인은 친근하고 접근하기 쉽다. 점을 찍은 것처럼 보이는 단순한 눈, 적당히 그려 넣은듯한 이빨, 알기 쉬운 헤어스타일, 통일된 복장 등 정말 단순하다. 누구든지 쉽게 따라 그릴 수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러면서도 감정에 따른 표정이 매우 뚜렷하고, 특정 상황에서 보여주는 갖가지 행동들은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워서 정말 귀엽고 매력적이다. 이런 듀플리칸트의 모습을 보고, 혹자는 <Adventure Time with Finn and Jake>의 주인공과 닮았다고 하니 [Oxygen Not Included]의 디자인이 어떤 성격을 띄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앞서 해보기가 시작된 지 겨우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았기에 당연히 문제점이 많다

앞서 해보기(Early Access) 게임이기에 적잖은 기술적 문제와 아쉬움이 존재한다. 필자가 발견한 기술적 문제 중 현재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다음과 같다.

(1) 프레임 드랍 - 활동 영역이 넓어지거나 듀플리칸트의 수가 많아지면 프레임 드랍이 발생한다. 앞서 해보기 초기에는 배속(빨리 감기) 기능을 활용할 때도 프레임 드랍이 일어났으나 현재는 해결된 상태다.

(2) 시설물 작동 오류 - 듀플리칸트가 직접 작동해야 하는 기계 장치가 듀플리칸트 없이 자동으로 작동하는 현상이 있다. 단순 모션 버그인 경우도 있고 효과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 외에도 전력이 공급되어야 가동되는 시설물이 전력 공급이 없어도 정상작동하기도 한다.

(3) 우선순위 오류 - 작업 우선순위를 다르게 설정했음에도 더 낮은 우선순위의 작업을 선행하는 경우가 있다. 작업 우선순위를 재지정하면 쉽게 해결되기는 하지만, 작업 순서가 생존 여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에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할 필요가 있다.

(4) 한글 이름 입력 시 강제 종료 - 듀플리칸트와 월드의 이름을 한글로 입력할 경우 오류가 발생하며 강제로 종료된다. 현재 창작마당(Steam Workshop)을 통해 한글을 지원하고 있으나 '번역’ 기능만 지원하는지 입력은 되지 않는 듯 하다.

이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기술적 문제가 존재하며, 커뮤니티에는 천여 개의 오류 보고가 등록되어 있다. 하지만 개발 중인 게임이라는 걸 고려해야 하며 (필자가 게임을 즐기고 본 리뷰를 작성하는 중에도)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있기에 정식 출시에는 버그가 말끔하게 해결될 것이라 본다.

몇 가지 부가 기능이 없어 조금 아쉬움이 있지만 업데이트를 기다려 볼 만하다

다음은, 게임 플레이 도중 아쉬움을 느낀 부분이다. 앞서 해보기 단계여서 해당 기능을 구현하지 않았을 수 있기에 향후 개발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1) 개별 작업 명령 불가 - 게임 내 작업은 작업 명령 후 무작위 분배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로 인해 듀플리칸트는 서로 다른 특성이 있음에도 의도적/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없어 특성을 살리기 힘든 경우가 발생한다.

(2) 월드 생성 시 임의 설정 불가 - 월드 생성은 무작위로 진행되며, 플레이어 임의로 자원량을 조절하는 등의 설정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플레이어의 수준에 따른 난이도 조절을 할 수 없고 실험적인 게임 진행이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똑같이 고난도 생존게임인 [Don’t Starve]가 월드 생성 시 임의 설정이 가능한 기능이 있다는 점에서, [Oxygen Not Included]도 해당 기능이 있었으면 한다.

(3) 잉여 자원의 추가 활용처 부족 - 생존을 위해 다양한 자원을 골고루 활용해야 하는 게 사실이다. 다만 자원별 활용도가 다르다 보니 게임을 지속할수록 특정 자원이 지나치게 많이 남는다. 유기물/미가공금속/소모성자원은 언제나 부족해서 자원을 찾아야 하지만, 광물 원석 등은 넉넉한 걸 넘어 너무 많아 사용할 곳을 찾기가 마땅치 않은 수준에 다다르게 된다. 시설을 강화하거나 일시적으로 능력치를 올려주는 도구의 생산, 인테리어 재료 등을 추가해 (현시점에서) 중요도가 떨어지는 자원의 활용도를 늘렸으면 한다.

정식 발매를 기다려도 좋고 지금 당장 사서 즐겨도 좋은 [Oxygen Not Included]

생존과 건설&경영 시뮬레이션을 결합한 게임성.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높지만 도전적이고 합리적인 난이도. 익살스러운 캐릭터를 내세운 독특한 디자인. 과학적 사실을 적용한 흥미로운 게임 시스템.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게임 자체의 재미. 그리고 무궁무진한 컨텐츠 추가 가능성. 개발 중인 게임이지만 충분히 매력적이고 미래가 기대된다. 물론 이미 유저들에게는 평가가 좋기 때문에, 커뮤니티에 보고된 각종 기술적 문제만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정식 출시를 해도 훌륭한 게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단순히 기술적 문제를 고치는 데에만 집중할 Klei Entertainment가 아니다. 끊임없이 유저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지금보다 게임을 더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 컨텐츠를 계속해서 추가하리라. 이미 앞서 해보기를 거쳐 완성된 [Don’t Starve]와 [Invisible, Inc.]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Oxygen Not Included]도 지금보다 더 멋진 모습으로 바뀔 것이라 기대해 본다. 아? 물론 난이도도 더 높아지겠지만 말이다.

못다 한 이야기

- 별도의 튜토리얼은 없지만 게임 초반 가이드가 잘 나와 있다. 해당 가이드만 잘 따라가도 초보자가 쉽게 게임을 익힐 수 있다. 처음부터 몸으로 부딪혀가며 게임을 익혀야 했던 [Don't Starve]와 비교하면 굉장히 친절한 편! 물론 초반을 넘어서면 그 어떤 도움말도 주지 않기에 어려운 게임인 건 똑같다.

- [Don't Starve]와 난이도 비교를 하자면, 필자는 [Oxygen Not Included]가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두 게임 모두 무작위로 월드가 생성되어 매 게임 진행 과정이 달라지는 건 똑같다. 하지만 [Don't Starve]는 부족한 자원을 컨트롤과 공략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Oxygen Not Included]는 자원의 양에 따라 진행 방법과 그에 따른 전략 선택도 완전히 달라져 체감 난이도가 더 높다. 새로운 월드를 생성할 때마다 처음 게임하는 느낌이다.

- 건설 시뮬레이션답게 게임에 익숙해진다면 플레이어의 창의력을 적용해볼 수 있다. 단순하게 거주지의 모양을 특이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게임 내 환경 요소를 적용한 배수-환기 구조, 특수 물질 생산을 위한 공장 등 적용해볼 것들이 많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C )

- 본문에 서술


제목 : Nier Automata (니어 오토마타)

장르 : 액션, 슈팅

제작사 :  Platinum Games, Square Enix

플랫폼 : PC, Playstation 4

발매년도 : 2017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평가를 진행하면서 점수는 ‘얼마나 좋은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에 유용한 도구다. 숫자만 읽을 줄 안다면 점수가 높을수록 훌륭하며 점수가 낮을수록 훌륭하지 못하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좋고 나쁨을 여러 관점에서 길고 복잡하게 다룬 평가문을 읽지 않아도 되는 편의성을 제공하며, 둘 이상의 대상을 비교하기 위한 지표가 되는 건 물론 상품 소비를 위한 자료로 사용할 수 있기까지 하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점수에 주목하는 건 당연하며 대상이 몇 점을 받았는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양대 평점 사이트에서 88점과 89점을 받은 건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는 의미!

자! 그러면 오늘 이야기할 [Nier : Automata]의 점수부터 확인하자. 메타크리틱 스코어 88점. 오픈크리틱 스코어 89점. 아주 훌륭한 점수다. 전작들이 60점 전후의 점수를 받아온 걸 고려하면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고 봐야 할 거다. 그리고 점수가 훌쩍 뛰었으니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으며, 이는 많은 게이머의 관심과 구매로 이어지리라 예상되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그리고 필자도 예상외의 호평에, 관심과 기대가 생긴 수많은 유저 중 한 명이다.

기대가 너무 크기도 했지만 작품 자체에 약점도 절대 적지 않아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게임을 끝낸 지금, 필자는 차마 80점대 후반의 점수에 동의하지 못하겠다.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웹진과 평론가들이 내린 점수가 의심되기 시작했고, 게임을 완전히 끝낸 뒤에도 이 의심이 순간적인 착각이 아님을 확신했다. 왜냐하면, 훌륭한 점도 많이 있으나 그 훌륭함을 만끽하는 걸 방해하는 문제점이 더 많았기 때문에! 그래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본작은 ‘아주 훌륭한’ 게임이라고 말하기에는 분명히 무리가 있다. 행여 [Nier : Automata]를 만족스럽게 즐긴 뒤 이 글을 보러온 사람이 있다면, 정말 미안하지만 더는 글을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본작은 당신이 생각한 것만큼 필자에게는 만족스럽지 않았고 그 이유를 안다면 당신과 나는 분명히 싸울 것이리라. 어쩌면 9S와 A2의 관계처럼 될지도? 어쨌든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니 먼저 나와 함께 게임을 이끌어온 포드 128을 통해 메시지를 전한다.

경고 : 대상의 부정적 에너지 흐름이 감지됨
권장 : 대상과 접촉시 감정을 배제하기 바람




<시점과 연출과 불편함의 상관관계>

문제점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에 인정할 부분이 있다면, [Nier : Automata]의 연출은 참신한 것들로 가득하며 멋지고 인상적이라는 점이다. 여러 장르가 혼합된 작품인 만큼 탑뷰-사이드뷰-3인칭 을 자유롭게 오가며 보여주는 서로 다른 형태의 화면 구성을 시작으로, 보편적인 틀에서 벗어난 카메라 각도와 이를 통한 시점 변화, 인터페이스를 이용한 게임 내 상황 표현, 해킹 과정 묘사 등 다양한 연출을 보여 준다.

버그 아니다! - 인터페이스 및 화면 변화를 이용한 연출은 정말 참신하고 멋지다

그중에서도 게임 내 상황에 따른 인터페이스 및 화면 변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감탄을 불러일으키는데, 본작의 연출 중 독보적인 요소다. 주인공이 로봇(안드로이드)이라는 점에 착안해, 체력이 낮아질 경우 컴퓨터에 오류가 발생한 듯이 인터페이스의 글자가 뒤죽박죽 섞이며 알아보기 힘들게 바뀌며, 특정 상태 이상에 빠질 경우 화면이 도트그래픽으로 바뀌어 버리는 등 연출을 통해 주인공의 상태를 플레이어가 체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인터페이스는 작중 주인공이 아닌 게이머와 연결된 요소이기에 게임 내 상황에 따른 인터페이스의 변화는 어느 정도 불편함을 줄 수 있으나, 주인공과 게임 내 상황에 플레이어를 대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연출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보편적인 형태를 벗어난 카메라 각도와 시점을 활용하지만 적잖게 불편하다

하지만 인터페이스 관련 연출을 제외하고는 상당 부분 게임을 진행하는 데는 적잖은 불편함을 느끼게 하여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연출에 의한 불편함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비행 슈팅 구간. 앞서 ‘보편적인 틀에서 벗어난’ 카메라와 시점을 이야기했는데, 전형적인 탑뷰(수직으로 위-아래로 바라보는 시점)와 사이드뷰(수평으로 옆에서 바라보는 시점)에서 약간의 각도를 주고 있다. 이는 공간감을 형성해 게임 내 상황을 조금 더 사실적으로 보이게 한다는 장점은 있으나, 오로지 ‘카메라 각도’ 바뀌기 때문에 조작과 공격/이동 방향에 약간의 괴리감이 생기고 직관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플레이어의 의도와는 다르게 움직이기도 하고 분명히 공격을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피하지 못하는 등 자잘한 문제 상황이 연이어 나타난다. 이 외에도 플레이어가 이동할 수 있는 영역 밖에서 적군이 배치되어 일방적으로 공격을 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거나 배경에 위치한 함선이 공격하는 게 데미지 판정을 가진 진짜 공격인지 연출인지 구분하기 힘든 등 여러 문제가 혼재해 있다.

횡스크롤 장르 특유의 사이드뷰를 유지하기 위해 모서리에서 시점이 회전한다

사이드 스크롤 액션 구간에서도 카메라와 시점에서 같은 문제가 있다. 사이드 스크롤 구간은 기존에 사용되어 오던 시점과 똑같으나, 시점 회전이 너무 느리며 과도한 줌 아웃을 했다는 문제가 있다. 대게 사이드 스크롤 형태의 게임은 시점이 고정된 경우가 대다수이나 [Nier : Automata]는 2D가 아닌 3D 공간에서 ‘시점만’ 사이드 스크롤의 형태를 따른 것이기에 벽면을 따라가며 시점이 회전한다. (예를 들어, ㄷ자 형태의 공간을 움직이면 시점이 모서리 부분을 지날 때 그다음 벽을 바라보도록 회전한다) 이는 사이드 스크롤 구간에서도 공간감을 형성하려는 의도이며 실제로 입체적인 공간을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기에 시점 회전의 의도는 분명히 알 수 있다.

분명히 왼쪽으로 움직이도록 조작했는데 엉뚱한 곳에서 캐릭터가 아등바등한다

하지만 시점 회전이 생각보다 느려 조작과 게임 진행에 있어 불편함을 유발한다. 시점이 회전하는 중에도 게임을 계속 진행되는데, 이동 방향이 엉키면서 조작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거나(캐릭터가 모서리에서 아등바등하는 상황)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적의 공격을 받는 경우(시점이 완전히 바뀌기 전에 즉사 판정을 가진 함정에 걸려 죽는 상황)가 발생한다. 게다가 실제 게임 플레이는 사이드 스크롤 형식이 아닌 시점만 사이드뷰를 채택한 3인칭 액션 게임 형식이어서 일정 구간에서는 좌우가 아닌 앞뒤(바닥을 따라 360도 방향의 움직임)로도 움직여져 사뭇 어색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지나친 줌 아웃은 대상 구분을 힘들게 하고 액션 게임의 시각적 매력을 낮춘다

줌 아웃은 스테이지 전체를 조망하고 주인공이 처한 상황의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는 분명히 효과적이나, 과하게 줌 아웃을 하여 대상을 알아보기 어려워진다. 대상을 알아보기 어려우면 전투에서 판단력이 떨어지고 주먹구구식 게임 진행과 시각적 불편함으로 이어진다. 또한, 과도한 줌 아웃으로 대상의 식별이 어려워지는 만큼 주인공의 액션이 한눈에 보이지 않아 액션 게임이 가져야 할 시각적 매력이 크게 떨어지기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비행 슈팅 구간과 사이드 스크롤 구간의 각종 문제는, 게임 전체의 분량에서 초반부에서만 나타난다는 점과 게임을 진행하면서 ‘적응’만 한다면 크게 문제시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들어 어느 정도 변호할 수는 있다. (2B로 진행하는 1회차와 9S로 진행하는 2회차에서 같은 구간을 반복하면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가 확실히 다르다) 그러나 게임 초반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의 매력과 이를 통한 강한 몰입은 게임을 지속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다. 카메라와 시점에 의한 불편함이 게임 초반에 산재해 있다면 게임의 매력과 플레이어의 몰입을 해치고 지속성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

전환을 통해 사건의 동시성을 보여주는 멋진 연출이지만 문제점도 동반한다

연출이 과도한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후반부 9S 비행 슈팅과 A2 3인칭 액션을 번갈아 가며 진행하는 구간. 9S와 A2가 서로 다른 방법으로 ‘같은 시간’에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는 걸 나타내고 있으며, 캐릭터가 바뀌는 주기가 점차 짧아지면서 긴박감을 형성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주기가 짧아질수록 한 명의 캐릭터와 하나의 장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지며 짜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그리고 비행 슈팅-3인칭 액션을 번갈아가며 진행하는 구간이 끝나면 3인칭 액션 구간에서 9S와 A2를 또 한 번 교대로 진행하게 되는데, 여기서는 시점이 매끄럽지 않게 바뀌는 데서 오는 시각적 불편함을 동반하며 (수많은 탄막 사이에 캐릭터가 놓여있게 되는 게임 특성상) 캐릭터가 바뀌었는지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직관성이 떨어진다.

이야기 전개 측면에서는 대단히 효과적인 연출이지만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물론 작중 이야기의 최종장에 앞서 9S와 A2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플레이어가 중립적인 위치에 있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치로 해석할 여지도 있으며, 이러한 연출이 스토리 전개와 몰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무조건 나쁘다’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앞서 언급한 시점/카메라의 문제나 떨어지는 직관성, 몰입을 해치고 불편함을 유발한다는 점은 참신하고 멋진 연출을 다소 조잡하게 보이게 하기에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다면 아주 멋지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불편함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한다.




<오픈 월드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

[Nier : Automata]의 게임 내 구성의 어중간함도 또 다른 문제다. 본작은 오픈 월드 구성을 취하고 있다. 오픈 월드는 넓고 개방된 공간에서 플레이어에게 일정 수준의 자유도를 제공하고 다양한 컨텐츠를 담아내 선택적으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오픈 월드라 하기에는 몇 가지 측면에서 조금씩 부족한 느낌이 들어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어중간하게 다가온다.

기존 오픈 월드와 비교해 활동 범위가 작고 경로가 정해져 있어 자유롭지 못하다

우선 공간 구성을 살펴보자. 오픈 월드이긴 하나 플레이어가 활동하는 공간이 생각보다 넓지 않다. 이는 기존 오픈 월드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체감할 수 있으며 광범위한 지역을 기대한 게이머라면 실망할 만한 크기다. 물론 일정 수준 이상의 넓이를 갖춰야만 오픈 월드라 칭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Nier : Automata]의 공간은 오픈 월드라 하기에 좁은 게 사실이다. 게다가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듯하지만, 지역별로 이동하기 위한 경로가 좁은 길목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숨겨진 우회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플레이어의 판단력을 이용한 경로를 찾기보다는 지도에 의존하여 정해진 경로를 따르게 된다. 이로 인해 오픈 월드라고 부르기에는 공간 구성에 대해 의아함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게임 초반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힐 정도로 비어있다는 느낌을 준다

공간을 채워야 할 요소가 양적으로 부족해 전체적으로 비어있다는 느낌도 강하다. 즉, 이동하는 중에 할 일이 별로 없다는 말이다. 듬성듬성 배치된 기계생명체와의 전투, 고정된 위치에서 나타나는 아이템 습득, 물가 근처에서 할 수 있는 낚시뿐이다. 더욱이 전투는 기계생명체의 수가 너무 적어 충분한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고, 아이템 습득은 일정 수준 반복하다 보면 흥미가 떨어지는데다, 낚시는 게임 컨셉과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게임 초반에는 기계생명체의 수가 아주 적은데, 전투가 핵심인 장르에서 전투의 빈도를 낮추며 할 일이 별로 없다는 느낌을 받게 해 몰입과 지속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나마 이야기 진행에 따라 기계생명체의 수가 늘어나 어느 정도 공간을 채우기는 하지만 (전투와 관련해 다음 파트에서 서술할 이유로) 양적인 부분만 채워질 뿐 질적인 변화는 거의 없어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

일부 인상적인 서브 퀘스트도 있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생각하면 흥미롭지 못하다

서브 퀘스트도 썩 흥미롭지 못하다. 일반적인 게임 플레이와 같은 유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단조로운 내용을 취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도전적인 요소로써 서브 퀘스트를 파고들고자 하는 흥미는 잘 생기지 않는다. 더군다나 초반에 진행하는 서브 퀘스트가 단순하고 지루한 구성을 취할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공간이 비어있는 느낌으로 인해 서브 퀘스트가 더 단순하게 느껴진다. 물론 작중 이야기와 연결지어 생각해볼 만한 내용을 담고 있거나, 전작과의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상당히 많은 시간을 들여 수행해야 하는 몇몇 서브 퀘스트(에밀 퀘스트가 해당)는 분명히 훌륭하기에 이것까지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대부분의 서브 퀘스트가 흥미를 끌어내기에는 부족함이 있으며, 이에 따라 오픈 월드 구성 안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컨텐츠를 지속해서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는 힘은 분명히 떨어진다.




<알고 보면 단순한 게임성>

슈팅, 횡스크롤, 그리고 3인칭 액션을 비주기적으로 바꿔가며 진행하는 [Nier : Automata]의 전투 방식은 꽤 흥미롭다. (연출 측면에서 약간의 문제는 있었지만) 게임 방식은 장르의 기본을 충실히 따르고 있으며, 하나의 게임에서 다양한 장르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장점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장르의 전환이 작중 상황에 맞춰 적절히 이루어지고 있어, 이야기와의 연결 고리와는 물론 장르 전환에 설득력을 가질 수 있으며 단일 장르만을 활용하는 것보다 다채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슈팅 게임이라고 해도 깊이가 깊지 못하고 조금 어려운 미니게임 수준에 그친다

다만 장르가 가진 기본적인 내용만 담겨 있을 뿐 각 장르의 깊이는 얕은 편이다. 이는 앞서 ‘기본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특성의 단점에 해당하는데, 그 어떤 장르에서도 인상적이라 할만한 부분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슈팅 게임의 경우 다양한 연출과 함께 탄막 게임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기탄이 뿌려져 시선을 압도하기는 하나, 파해법이 아주 단순해 정교한 조작과 신속한 반응을 요구하는 슈팅 게임 특유의 조작하는 재미가 많이 떨어진다. 형태는 다르나 9S로 진행하는 해킹 구간도 슈팅 게임으로 진행하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비행 슈팅보다 더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어 미니 게임으로만 생각될 뿐이다. 더욱이 미니 게임으로 요소가 게임 진행 중에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보니 안 그래도 깊이가 떨어져 보이는 게임을 더 단조롭게 느끼게 한다.

3인칭 액션에 사이드뷰만 채택했지 횡스크롤의 장르적 특징은 없다고 봐도 무방

횡스크롤로 진행되는 구간은 약점이 명확하다. 3인칭 액션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와 시점을 고정한 형태일 뿐 장르 특성과 매력은 거의 없다. 슈팅 게임 구간은 깊이가 떨어질지언정 완전히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어 장르적 특성이 분명히 드러난다. 하지만 횡스크롤 구간은 3인칭 구간과 비교하여 시점 외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을 정도로 게임 방식이 같고 장르적 특성조차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횡스크롤에서 구성할 수 있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구성의 플랫폼은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횡스크롤 장르만이 내세울 수 있는 특징적인 게임 방식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횡스크롤 구간은 3인칭 구간의 다운그레이드(downgrade) 버전 이상도 이하의 것도 아니게 된다. 이외에도 슈팅 및 3인칭 액션보다 작품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적어 앞서 언급한 연출 측면 외에는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 횡스크롤 구간을 반영했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근거리 공격과 원거리 공격을 함께 활용하는 빠른 속도의 전투는 아주 화려하다

그렇다면 [Nier : Automata]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3인칭 액션 구간은 어떨까? 슈팅 게임과 액션 게임을 적절히 버무린 형태로써, 수많은 탄막을 피해가며 빠르고 화려한 공격으로 적을 쓰러뜨리는 모습은 시선을 압도할 만 하다. 근접 공격과 회피를 기본으로 하여 별다른 지연(delay) 없이 공수를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어서 전투 진행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또한, 탄막에 대응할 수 있는 원거리 공격도 보유하고 있어 근거리 공격과 원거리 공격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전투는 기존에 보지 못한 유형이기에 대단히 참신하게 느껴진다. 특히 게임 초반부터 속도감 있고 화려한 전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본작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자 강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투 방식이 비슷해서 의외로 이른 시기에 단조롭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3인칭 액션 구간도 화려함만 있을 뿐 게임의 깊이가 떨어진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게임 초반과 게임 후반의 전투 방식에 거의 차이가 없다. 히트 앤 어웨이(hit&away) 방식의 치고 빠지는 전투가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되며, 캐릭터 성장에 따른 기술 습득이나 전투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전략성은 전무하다. 기껏해야 약공격-강공격 버튼을 누르는 순서에 따른 공격 모션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적의 공격과 패턴도 탄막을 더 많이 뿌려대고 비슷한 유형의 공격을 더 많이 반복하는 정도일 뿐이어서 이에 대한 대응 방식도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게임을 진행할수록 전투가 참신하다기보다는 단조롭고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원거리 공격을 강제하는 전투 상황이 많이 불가피하게 의존성이 커지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작중 전투에서 상당 부분이 주인공의 원거리 공격을 강제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대부분 적의 공격은 슈팅 게임을 연상케 할 정도로 많은 수의 탄막을 뿌리는 형태다. 즉, 탄막을 뚫고 근접해서 적을 공격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말이다. 그런데 플레이어 역시 원거리 공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자동조준(노멀 난이도 기준)까지 되기에 특별히 근접 공격을 활용할 이유가 없다. 물론 근접 공격이 원거리 공격보다 피해량이 높긴 하나 적의 공격 특성상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우며 위험 부담이 크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원거리 공격만 사용해도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어 굳이 근접 공격을 고집할 이유가 없으며, 보스전의 경우 근접 공격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도 더러 있기에 원거리 공격에 대한 의존성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결국 화려해 보이지만 전략성과 다양성이 부족한 근접 전투, 많은 부분에서 의존해야하는 원거리 공격, 그리고 이를 반복적으로 수행해야하는 게임 구성은 눈은 즐거울지라도 손은 심심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된다.




<회차 반복의 빛과 그림자>

다양한 엔딩을 담아내 회차 반복을 유도하고 있으나, 사실 게임을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하는 회차 반복과는 개념이 다르다. 별개로 분리된 에피소드 형식을 취하여 각 캐릭터의 이야기와 그에 따른 결말을 가지고 있어 회차 반복을 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구성이다. (1회차 2B, 2회차 9S, 3회차 A2) 즉, 회차 반복을 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는 의미다. 

친절하게도 제작사 홍보부에서 ‘회차 반복을 하기 바란다’는 문구를 넣어 놓았다

‘착각하게 만든다’라는 표현 때문에 회차 반복을 이용한 에피소드 형식이 나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사실 이러한 구성 자체는 문제시할 이유가 없다. 에피소드 형식을 활용해 캐릭터별로 나누어 진행함으로써 각각의 완결성을 갖추는 동시에 전체 이야기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오히려 이야기 전달 측면에서는 강점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엔딩이 A부터 Z까지 26종이나 있다 보니 엔딩을 모두 보기 위해서는 세이브 파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마치 회차 반복을 통해 게임을 파고드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야기’ 때문에 회차 반복을 하는 거지 파고 들만한 내용이 있어서는 아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회차 반복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흥미를 느낄만한 게 거의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패턴을 보여주는 전투, 오픈 월드라고 하기에는 부실한 내용물, 그리고 회차 반복(정확히는 에피소드)에 따라 캐릭터가 바뀌더라도 같은 공간을 반복해야 하는 게임 구성은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특히 1회차에서 2B로 진행한 내용을 2회차에서 9S로 거의 똑같은 흐름으로 진행해야 하기에 일정 수준 지루함을 동반하며, 3회차에서 A2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할지라도 게임 플레이 자체가 2B와 비슷해 신선함이 떨어진다. 결국, 에피소드 형식을 취하기 위해 회차 반복을 활용했지만 (후술할 이야기 전달 방식에서의 이점을 제외하고는) 회차 반복을 유도하는 구성이 가지는 이점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감탄이 나오는 스토리텔링>

단, [Nier : Automata]에서 작중 이야기만은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감탄이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본작의 이야기는 인류의 존속과 지구 탈환을 위해 활동하는 안드로이드와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이 만든 기계생명체의 싸움을 그린다. 두 세력의 대립이라는 익숙한 구도를 내세운 이야기인 만큼 어느 한쪽의 승리라는 단순한 결말이 나오더라도 게임을 즐기는 데에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본작의 이야기는 그 단순함에서 거리가 있으며 회차 반복이 진행될수록 이야기는 더 복잡해진다.

내용 자체는 단순하지만 많은 복선을 배치하여 궁금증을 유발하는 1회차

1회차는 2B의 이야기로 내용이 단순하다. 인류를 위해 싸우는 안드로이드와 지구를 침략한 기계생명체의 싸움을 보여줄 뿐 달리 특이하다 할 만한 내용은 없다. 스토리보다 화려한 전투와 액션에 초점을 맞춘 장르로써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내용이며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이야기 흐름이다. 그러나 1회차 이야기의 진정한 역할을 향후 이야기 전개를 위해 복선의 배치다.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갈 수 있는 내용(예-인간 여성의 외모를 가진 안드로이드와 인간 남성의 모습을 한 기계생명체)부터 의문을 가지게 만드는 내용(예-감정을 드러내서는 안되는 안드로이드와 감정을 모방하여 학습하는 기계생명체) 등 다양한 복선이 깔려 있어 향후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과 흥미를 유발한다. 특히 회차 반복 형식을 빌린 에피소드 구성을 취했기 때문에 1회차가 끝나더라도 많은 의문이 남아있으며 이는 2회차, 3회차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진다.

1회차를 다른 시점으로 바라보며 이야기의 실마리를 명확히 제공하는 2회차

2회차는 1회차의 이야기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되 9S를 주인공으로 하여 같은 이야기를 다른 시점으로 바라보게 된다. 비슷한 내용을 가지고 있으나 2B의 시점에서만 다뤘던 이야기에 9S의 시점을 더함으로써 이야기를 더 풍부하고 짜임새 있게 만든다. 재미있는 점은 같은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시점이 다른 만큼 복선도 다른 방식으로 배치해두었으며 1회차에 비해 좀 더 알아보기 쉬운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게임 진행 중에 틈틈이 볼 수 있는 기계생명체 이야기는 주인공 일행과 그 어떤 관련도 없어 보이는 내용이기에 누가 봐도 복선임을 알 수 있으며, 기계생명체를 관찰하는 듯한 9S의 태도는 기계생명체에 숨겨진 비밀이 있음을 시사한다. 게다가 복선 외에도 향후 이야기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의문을 해소해주지는 않기 때문에 1회차에서 느낀 호기심을 한층 더 증폭시킨다.

복선 회수와 의문 해소, 그리고 강렬한 반전으로 충격을 선사하는 3회차

3회차는 1~2회차와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며, 회차별 주인공이었던 2B와 9S를 모두 조작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전 회차에서 많은 의문을 남기고 사라졌던 A2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의문의 근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는 점에서 3회차는 모든 복선을 회수하고 의문을 해소하는 파트에 해당한다. 단, 그저 복선을 회수하고 의문을 해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복선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내면서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반전을 보여주면서 이야기의 끝을 맺는데 그 반전의 수준이 두 세력의 대립이라는 이야기의 기존 틀을 뒤흔들어 놓을 정도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안드로이드와 기계생명체로 상징되는 선악 구도가 완전히 무너지고, 각 주인공의 감정과 인물상의 점진적 변화가 이루어짐과 동시에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은 플레이어에게 강렬한 충격을 선사한다.

정리하자면, 본작의 이야기는 복선 배치와 호기심 유발(1회차) → 실마리 제공과 호기심 증폭(2회차)  → 복선 회수와 반전(3회차) 의 과정을 거치며, 1~2회차라는 긴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다가 3회차에서 이를 해소함과 동시에 충격적인 반전을 보여 준다. 이는 회차 여부와 상관없이 전체 이야기 흐름에서도 충분히 흡인력이 있으며, 회차 반복을 이용한 에피소드 형식을 통해 더 몰입과 충격을 극대화하고 있다. 물론 회차별 이야기가 완결성을 가진다는 장점도 존재하며, 긴 호흡의 이야기를 적절히 나눠 전달함으로써 전달력을 높이는 효과를 얻기도 한다.




<분위기 형성 이상의 역할을 하는 배경음>

배경음은 단순히 분위기 형성의 도구로써 사용된 게 아니라 작중 이야기와 연결고리가 있다고 느껴지는 수준이다. 대부분 배경음이 훌륭하긴 하나 그중에서도 보컬(Vocal, 목소리)이 포함된 배경음은 주인공이 위치한 장소나 맞닥뜨린 상황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데, 이는 플레이어의 감정을 끌어내기에 충분하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안드로이드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기계생명체 ‘파스칼’의 배경음은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녹음되어 있는데 이는 인간을 모방하고자 하는 기계생명체의 행동 패턴이 어린아이의 모습과 비슷한 점과 연결지을 수 있다.

물론 작중 보컬곡은 실제 사용되는 언어가 아닌 가상의 언어가 사용되었기 때문에 그 안에 담긴 내용을 알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의미를 알 수 없음에도 작중 분위기와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파스칼의 사례처럼) 의미를 뽑아낼 수 여지가 있다. 그리고 엔딩곡 중 하나인 ‘The weight of the world’의 영어/일본어 가사 내용이 작중 이야기를 연상시킬만한 내용임을 생각해보면 다른 보컬곡도 각각 의미를 담고 있음이 분명하다.




<대단한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의문>

[Nier : Automata]는 어떤 작품인가? 필자는 ‘대단한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의문’ 정도로 하고 싶다. 회차 반복을 이용한 효과적인 이야기 구성과 그 끝을 장식하는 충격적인 이야기는 감탄을 불러일으키며, 참신하고 독특한 연출과 속도감 있는 전투는 눈을 즐겁게 하고, 보컬곡으로 감정을 고양시키는 점은 분명히 멋지다. 하지만 연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적지 않은 수의 불편함, 세 가지 장르를 섞어 놓았을 뿐 굉장히 얕은 각 장르의 깊이, 초반에는 인상적이지만 큰 변화가 없어 금방 지루해지는 전투, 오픈 월드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보이는 스테이지 구성 등 문제점도 많이 있다. 강점도 많지만 약점도 많은 게임에 과연 ‘대단한 작품’이라고 붙일 수 있을까? 필자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본다.

같은 장르에서 같은 점수를 받은 작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분명 부족하다

이제 점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자. 분명 전작과 비교해 많은 성과를 거뒀고 메타스코어 88점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은 건 찬사를 보낼 만한 일이다. 하지만 비슷한 점수를 받은 같은 장르의 게임(가까이는 [Horizon : Zero Dawn], 조금 멀리는 [Far Cry 3]) 사이에서 [Nier : Automara]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확실히 ‘No’라고 말할 것이다. [Nier : Automata]의 강점과 훌륭한 면모를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동시에 점수가 높다는 이유로 본작을 과대평가할 생각도 없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대단하다고 하기에는 부족하고 좋다고 하기에는 아쉬운 미묘한 작품이라는 말이다.

못다 한 이야기

- 개인의 취향 영역이라 생각되어 본문에서 다루지 않았으나, 주인공들의 복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이야기하고 싶다. 2B를 비롯한 주인공 3인방의 캐릭터 디자인이 게임 발매 이전부터 호평을 받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지구를 탈환하기 위해 수많은 전장을 오가는 안드로이드의 복장이라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더군다나 3회차 초반에서 안드로이드 전투복을 입은 2B가 등장하는데 오히려 이쪽이 작중 상황과 잘 어울린다. 이런 점에서 2B의 캐릭터 디자인은 섹스 어필 전략에 해당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제작사가 일본 게임사라는 걸 생각해보면 서브 컬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자인에 해당하며, 애초에 주인공이 인간이 아닌 안드로이드라는 점에서 뭘 입어도 전투에는 지장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납득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 안드로이드의 외형을 여성으로, 기계생명체의 외형을 남성으로 설정한 것도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방법과 형태는 다르나 안드로이드(보호)와 기계생명체(모방) 모두 인류를 지속 시키는 존재로 보이는데, 실제로 인류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안드로이드와 기계생명체의 대립은 인류의 존속을 불가능함을 의미하는 듯했다. 9S는 남성의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작중 안드로이드의 절대다수가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기에 예외적인 요소로 두고 싶다.

- 기계생명체에 인간을 대입해서 바라보면 꽤 충격적인 장면도 많다. 예를 들면, 기계생명체 '아담'을 처음 만나는 지역에서 기계생명체의 행동과 대사가 마치 성행위를 하는 것처럼 보이며, 아담과 이브가 흘리는 붉은 액체가 마치 인간의 피처럼 보인다. 사실 이런 장면이 앞서 언급한 복선에 해당하며 작중 이야기를 즐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없음

제목 : Hollow Knight (할로우 나이트)

장르 : 액션, 플랫포머, 메트로배니아

제작사 : Team Cherry

플랫폼 : PC, Nintendo Switch

발매년도 : 2017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게임을 고르는 데 있어 취향에 딱 맞는 작품을 만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재미있는 게임은 많지만, 게이머가 진정으로 선호하는 게임을 찾기란 절대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취향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요소가 너무나 다양해서다. 게임의 장르와 재미, 캐릭터의 디자인, 작중 세계관과 이야기 등 수없이 많고 이를 하나씩 따져보면 100% 취향에 맞는 게임을 찾기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단적인 예로 선호하는 장르 안에서 마음에 드는 게임을 찾고자 하더라도 쉽게 고르기 힘들며, 오랫동안 애정을 쏟아온 특정 게임 시리즈조차 그 안에서 작품별로 선호도가 달라진다. 게다가 게임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인상과 시간이 흐른 뒤의 인상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도 있으니, 게임을 끝마칠 때까지 ‘취향에 맞는 게임'이라고 단언하기도 쉽지 않다.

일부 게이머는 주인공 ‘할로우 나이트’의 귀여움만 봐도 마음이 끌릴 것이다

그렇다면 [Hollow Knight]는 어떨까? 적어도 첫인상만큼은 취향에 완벽히 맞아 떨어졌다. 2등신도 채 되지 않은 비율. 사슴벌레 모양의 하얀색 가면. 조악한 검을 휘두르며 싸우는 모습의 주인공. 굉장히 귀엽게 보였다. 그리고 벌레의 모습을 한 캐릭터는 기이했지만 어두운 배경이 풍기는 신비로운 분위기로부터 묘한 매력을 느꼈다. 결정적으로 게임 장르가 메트로배니아였기에 더할 나위 없이 마음에 들었다. 호기심이 생기는 것을 넘어 구매 욕구가 넘쳐 흐를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게임을 끝마칠 때까지 취향에 맞는 게임임을 단언하기 어렵다고 했다. 첫인상이 아무리 마음에 들었을지라도 알맹이가 부실하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이제 [Hollow Knight]가 진짜 취향에 딱 맞는 게임인지 확인해볼 차례다. 게임을 끝내고도 만족스러웠을까?

비선형적 구조의 스테이지를 보면 알 수 있듯 전형적인 메트로배니아다

[Hollow Knight]는 메트로배니아의 기본 특성을 아주 잘 따르고 있다. (1) 낮은 강제성을 가진 게임 진행 순서 (2) 비선형적 구조의 미로 같은 스테이지 (3) 스킬 습득 또는 보스 처치에 뒤따르는 새로운 지역 해금 (4) 넓은 범위에서 풀어야 하는 퍼즐 등 메트로배니아하면 떠올릴 수 있는 특성을 빠짐없이 보여 준다. 여기에 오픈 월드라고 여겨도 무방할만큼 넓은 활동 공간을 구축하고 있기까지 하다. 덕분에 메트로배니아 특유의 ‘길 찾는 재미'가 제대로 살아있으며, 선형적 구성에 약간의 미로를 추가한 근래 플랫포머의 경향과는 확실히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지도가 꼭 필요할 정도로 복잡한 스테이지 구조를 갖췄지만 지도는 불친절하다

기본을 잘 따르면서 고유한 특징도 있다. 메트로배니아로써 [Hollow Knight]만의 특징적인 요소는 단연 지도(map)와 관련한 ‘불친절함'이다. 길 찾기가 중요한 장르 특성상 지도가 제공하는 정보는 매우 중요하며 지도의 습득과 기록은 필수불가결한 과제다. 다만 지도를 얻는 과정이 길 찾기보다 어려워서는 안 되기에, 대부분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지도를 습득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편의를 제공한다. (대게 자동으로 지도가 갱신되거나 새로운 지역에 진입하기 전에 지도를 습득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런데 본작은 지도를 얻는 과정 자체가 어렵고 지도를 통해 정보를 얻기 위한 방법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불친절함'이라는 차별점이 존재한다.

지도는 절대 공짜로 주지 않는다? 게다가 그 지도마저도 미완성 상태라고?!

지도는 각 지역에 숨어있는 NPC로부터 얻을 수 있다. 문제는 말 그대로 NPC가 '숨어있기 때문에’ 지도를 얻기가 길 찾기보다 더 어렵다. 지도를 가지지 못한 상황에서 길을 찾는 것도 힘든데 숨어있는 NPC를 찾아야 하니 그 어려움 정도는 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지도는 돈을 주고 사야 하며 그마저도 미완성 상태인지라 지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제한된다. 물론 특정 아이템을 활용해 지도를 갱신하고 정보를 기록하는 게 가능하긴 하나, 이러한 아이템의 존재를 직접 알려주지 않는다. 지도의 습득부터 활용까지 어느 하나 쉽게 해결되는 점이 없어 상당히 불친절한 구성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기존 메트로배니아에 비해 길 찾기가 몇 배는 더 까다롭다. 덕분에 길 찾는 재미를 강화한다는 긍정적인 결과를 내기도 하지만, 메트로배니아에 익숙치 않은 게이머에게는 불친절함을 넘어선 불편함을 느끼게 만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지도와 관련된 부분은 메트로배니아를 선호하는 정도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이라 본다)

플레이어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170여 종의 몬스터와 수시로 전투를 벌일 수 있다

장르 특성상 길 찾기에 초점이 맞춰진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길 찾기 외의 컨텐츠도 양질의 것으로 채워져 있다. 우선, 전투는 매우 다양한 종류의 몬스터와 치르게 된다. [Hollow Knight]에는 일반 몬스터 140여 종, 보스 몬스터 30여 종으로 전체 170종류가 넘는 몬스터가 등장한다. 이들은 각자 고유한 움직임과 공격 패턴으로 플레이어를 끊임없이 괴롭히며, 위협의 정도도 천차만별이다. 무엇보다 170종이 넘는 몬스터와 전투를 수행한다는 것은 플레이어가 학습해야 할 내용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기도 하며, 전투만으로도 높은 난이도를 형성한다. (몬스터 한 종류당 하나의 패턴이 있다 해도 학습해야 할 패턴이 170개나 된다) 그중 보스 몬스터는 보스라는 위치에 걸맞게 여러 가지 공격 패턴을 가지고 있으며, 각 패턴이 파훼하기 까다로워 일반 전투보다 한층 더 높은 난이도를 보여 준다.

즉사 판정이 포함된 까다로운 구조의 플랫폼은 조작하는 재미를 끌어올린다

스테이지 전체의 구성도 복잡하지만, 지역별 플랫폼 구조도 독특하고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메트로배니아가 2D 플랫포머의 파생작인 만큼 다양한 구성의 플랫폼을 담아낼 수 있는데, 이를 응용한 고난도 플랫폼 구간이 스테이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2단 점프, 벽 타기, 공중 대쉬 등 다양한 이동기를 적절히 활용해야 지나갈 수 있는 구간은 물론이거니와 특정 사물을 이용(예-칼로 때리면 멀리 밀려나는 버섯)해야만 하는 구간 등 다양한 유형의 플랫폼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일부 구간은 즉사 판정이 존재해 매우 신중하고 정교한 조작을 요구한다.

이러한 이유로 길을 찾는 과정에서 몬스터와 싸우고 복잡한 지형을 지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등 지루할 틈이 전혀 없다. 특히 전투와 플랫폼 양쪽 모두 손을 바쁘게 한다는 점에서 높은 수준의 조작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더군다나 이러한 전투와 플랫폼이 별도로 분리된 게 아니라, 대부분 공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의 난이도를 더 끌어올리기까지 한다.

길 찾기도 어렵지만 세이브 포인트도 찾기 어려워 게임의 난이도는 배가 된다

세이브 포인트도 무작정 집어넣지 않았다. 세이브 포인트의 배치와 역할이 게임의 난이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Hollow Knight]는 플레이어가 활동하는 여역의 넓이에 비해 세이브 포인트의 수가 매우 적다. 지역별로 1~2개에 불과하며 세이브 포인트 사이에 거리도 매우 멀다. 그리고 세이브 포인트 사이에는 (앞서 언급한) 까다로운 몬스터와 플랫폼이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어 필요할 때 진행 상황을 저장하는 것도 고역이다. 또한, 지도를 기록/갱신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세이브 포인트이기 때문에 지도의 불친절함과 게임 전반의 체감 난이도는 배가 된다.

다양하게 담긴 양질의 컨텐츠와 높은 자유도는 오픈 월드를 연상케 할 정도!

이 외에도 다양한 컨텐츠가 담겨 있다. 독특한 효과를 부여하는 특수 아이템이자 수집요소의 역할을 맡은 36종의 참(Charm, 부적), 많은 보상을 제공하며 모두 구출할 경우 이벤트가 발생하는 애벌레 구출, 세 종류의 난이도로 구분되어 있으며 플레이어의 전투 능력을 시험할 수 있는 투기장, 먼 지역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사슴벌레 정거장 등이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컨텐츠가 3D 오픈 월드에서 접하던 유형과 비슷한 것이다. 충분한 플레이 타임과 보상을 보장하는 수집요소, 전투를 집중적으로 즐길 수 있게 별도로 구성한 공간, 플레이어에게 편의성을 제공하고 이동 시간을 줄여주는 빠른 이동 기능 등 3D 오픈 월드의 컨텐츠 유형과 잘 맞아떨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어느 하나 강제성을 띄지 않고 선택적으로 소비할 수 있어 오픈 월드 못지않은 (또는 진행 순서가 정해지지 않은 메트로배니아의 비선형적 구성에 의해 더 높은) 자유도를 가지고 있다.

몬스터와 등장인물 모두 벌레지만 징그럽다기보다 대게 귀엽고 호감 가는 외모다

효과적으로 분위기를 형성하는, 상반된 느낌의 디자인과 다양한 배경음은 [Hollow Knight]의 또 다른 강점이다. 본작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귀엽다. 몬스터를 포함해 모든 캐릭터가 벌레를 모티브로 디자인되었음에도, 둥글둥글하고 알아보기 쉬운 단순한 외형을 가지고 있어 징그럽다는 생각이나 거부감은 전혀 들지 않는다. 여기에 인간형 모습을 한 몬스터는 벌레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며, 일부 보스 몬스터는 일회성 캐릭터로 등장하기 아까울 정도로 개성 있는 외형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앞서 170여종이 넘는 몬스터가 등장한다고 했는데 변형/파생 몬스터를 제외하고는 모두 디자인이 다르다)

귀여운 캐릭터와 대비되는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의 배경은 게임을 한층 더 무겁하게 한다

하지만 캐릭터가 활보하는 스테이지, 즉, 배경은 절대 귀엽지 않다. 온갖 위험한 함정이 놓인 정글, 몰락한 귀족만이 남은 어두운 도시,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폐쇄된 정거장, 포자가 뒤덮여 버린 동굴 등 전체적으로 어둡고 음침하다. 게다가 배경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는 벌레의 사체나 각종 구조물 또한 평범하지 않다. 창에 꿰 뚫린 채 무더기로 쌓여 있는 벌레 전사들, 무언가에 뜯어 먹힌 듯 머리가 없는 사체, 사체에 엉겨 붙어 자라고 있는 기생식물 등 징그럽고 소름 돋는 것투성이다. 구조물은 오랜 세월에 걸쳐 침식되고 부서진 모습이며 이는 과거에 화려했던 벌레 왕국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 음울한 기분을 들게 한다. 이렇듯 캐릭터와 배경의 상반된 디자인 방향은 귀여움을 느낌과 동시에 어둡고 우울한 느낌을 받게 해 작품 전반의 분위기를 더 무겁고 음침하게 만들고 있다.

효과적인 배경음 - 가장 인상적인 배경음으로는 단연 쇠똥구리 수호기사 테마곡

배경음은 다양하게 담겨 있어 시각적 요소가 보여주는 분위기를 보조하는 동시에 주도적으로 분위기를 형성하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지역별 서로 다른 배경음은 해당 지역의 시각적 느낌과 잘 어울리며, 지역이 바뀔 때 플레이어가 느끼는 감정도 재빨리 바뀌도록 유도한다. 특히 보스의 경우 전용 배경음을 가진 경우도 많은데, 분위기 전환과 더불어 캐릭터가 가진 개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어 대단히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예를 들어, 쇠똥구리 수호기사(Dung Defender)는 똥을 굴려 가며 싸우고 호쾌한 웃음 소리를 내는 우스꽝스러운 보스라는 점에 맞춰 빠른 박자의 밝고 활기찬 배경음이 깔린 반면, 눈 없는 자(No Eyes)는 아이를 잃고 눈을 뽑힌 전사의 영혼이라는 특징을 살려 귀신이 아이를 찾는 소리처럼 들리는 소름 돋는 배경음을 깔아두었다.

수준 높은 연출의 이벤트 신과 매력적인 애니메이션 컷 신은 예상치 못한 강점!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된 컷 신(Cut Scene)도 다양한 연출을 보여주는 이벤트 신도 결코 놓칠 수 없는 요소다. 장르적 특성과 인디 게임이라는 점에서 컷 신이나 이벤트 신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으나, 수준급의 이미지를 보여주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컷 신의 경우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수가 적고 낮은 프레임으로 인해 움직임이 부드럽지 않다는 아쉬움은 있으나, [Hollow Knight] 특유의 음습한 분위기를 잘 담아내고 있으며 이야기를 진행 과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벤트 신도 다양한 그래픽 표현과 다채로운 효과음을 이용해 2D를 뛰어넘는 화려한 연출을 보여주고 있어 플레이어의 이목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NPC의 대사와 상호작용 요소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본작의 이야기를 만든다

직접 설명하지 않고 상호작용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의 이야기 전개 방식도 매우 독특하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해되는 일반적인 전개 방식과 달리 [Hollow Knight]는 이야기의 상당 부분을 플레이어가 '찾아내서 정리하고 이해해야’ 한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주인공이 어떤 존재인지, 왜 모험을 떠나는지, 작중 세계는 어떤 곳인지 등에 대해서 그 어느 것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대신 게임을 진행하면서 발견하게 되는 사물이나 NPC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이렇게 모은 정보가 작중 세계와 이야기를 이해하는 밑바탕이 된다.

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없는 것투성이지만 그만큼 해석하는 재미가 있다

다만 그 정보마저도 결코 쉽게 읽어낼 수 없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글귀, 작중 이야기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NPC의 존재, 작중 세계에 대해 의문을 증폭시키는 사물 등 알쏭달쏭한 것투성이다. 게다가 상호작용만으로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 외에도 아이템을 사용하거나 일정 조건을 만족해야만 알 수 있는 내용이나 스테이지 배경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실마리 등 숨겨진 정보도 무수히 많다. 그러므로 플레이어는 이야기를 읽어 내기 위해 많은 곳을 탐색하고 정보를 모으고 이를 해석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특징은 작중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키며 게임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유도하는 장점이 있으며, 단순히 중심 이야기만을 즐기는 게 아닌 세계관의 이해까지 영역을 넓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Hollow Knight]의 이야기를 더 무겁고 깊이 있게 느끼게 한다.

‘세계의 상태를 알리라’는 멀티 엔딩의 존재에 대해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문구다

게임 진행 상황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멀티 엔딩도 존재한다. 여느 게임처럼 트루 엔딩(True Ending)이라고 불리는 결말이 존재하며 이를 위해 달성해야 하는 조건이 매우 많고 복잡하다. 흥미로운 점은 [Hollow Knight]의 멀티 엔딩이 단순히 결말이 달라지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데, 바로 플레이어가 작중 이야기를 얼마나 읽어냈느냐의 척도이기도 하다. 특별한 조건 없이 최종 보스만 쓰러뜨리면 볼 수 있는 노멀 엔딩은 작중 세계와 이야기에 대한 많은 의문만을 남긴 채 끝을 맺으며 이야기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플레이어에게 다시금 게임을 해보라는 의미이기도 하며 많은 이야기가 아직 남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단, 친절하게도 최종 보스 돌입 직전에 있는 세이브 포인트를 사용하면 완료도를 표기해주므로 이야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도 ‘무언가 더 남아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트루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노멀 엔딩까지 즐긴 것보다 더 많은 걸 해내야 한다

반면 트루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일정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다만 그 조건이 무엇인지 게임 내에서 전혀 알려주지 않기에, 말 그대로 모든 지역을 탐색하고 빠짐없이 퍼즐을 풀어 가며 숨겨진 요소를 찾아야만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정보를 얻게 되면서 작중 이야기와 세계관을 깊게 읽어 낼 수 있다. 무엇보다 트루 엔딩을 보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것들이 노멀 엔딩에 비해 월등히 많아, 트루 엔딩에 도달하는 것 자체가 몹시 어렵고 그만큼 즐길 거리도 많기에 작중 이야기와 세계관 전달 이외에도 도전의식을 자극하고 충분한 플레이 타임을 보장하기도 한다.

하나씩 모두 확인해봐야 하는 주먹구구식 게임플레이로 바뀌는 건 조금 아쉽다

기존 메트로배니아보다 조금 더 까다로운 구성을 취하면서, 어두운 분위기를 형성하는 시청각 요소와 독특한 이야기 전달 방식은 대단히 만족스럽지만, 구조적으로 조금 아쉬운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첫째, 일정 수준 이상 게임을 진행한 뒤에는 주먹구구식 게임 플레이로 변질된다. 메트로배니아는 길 찾기가 핵심인 장르이긴 하나 간접적으로 힌트나 가이드를 제공한다. 이를테면, 너무 높아서 닿을 수 없는 장소에 아이템이나 길이 배치되어 있다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와 ‘기술을 배운 후 다시 오라’는 힌트가 된다. 또는 NPC가 제공하는 정보나 퀘스트가 힌트가 작용할 수도 있고, 스테이지 곳곳에 배치된 퍼즐도 일종의 가이드가 될 수 있다.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이는 요소가 트루 엔딩의 조건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Hollow Knight]는 힌트나 가이드에 해당하는 요소가 매우 적다. 이동 관련 기술을 모두 습득하는 시기가 빠른 편이며, 퍼즐보다는 전투와 플랫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사실상 대부분 길 찾기(또는 게임 진행)에 대한 힌트가 없는 상태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이동에 제약이 빨리 사라짐에 따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게임 내용의 상당 부분이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하여 해결’하는 형태가 되어 버리는 단점을 가지기도 한다. 특히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트루 엔딩을 보기 위한 과정에서는 이러한 주먹구구식 게임 플레이가 더 심해진다. 자신이 조건을 얼마나 만족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엄청나게 넓은 스테이지 전체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돌아다녀야 하며, 이로 인해 게임 진행 중 지루함과 짜증을 느낄 가능성이 작지 않다.

돈이 없으면 게임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힘들 정도여서 불편함을 느낄만도 하다

둘째, 각종 상호작용을 사용하기 위해 돈이 필됴하다는 점이 의도치 않은 불편함을 낳는다. [Hollow Knight]는 돈이 매우 중요하다. 지도를 비롯한 각종 아이템을 사는 것 외에 스킬 습득과 아이템 강화, 그리고 심지어 상호작용 요소를 사용하는 데도 돈을 필요하다. 새로운 지역에 진입하기 위한 비밀통로, 빠른 이동을 위한 사슴벌레 정거장, 그리고 몇몇 세이브 포인트 등은 최초 사용 시 돈을 지급해야 한다. 이는 게임의 난이도를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으나, 돈벌이(본작에서는 전투가 해당한다)를 강요한다는 점과 길 찾기를 다소 억지스럽게 방해한다는 점에서 불편함을 야기한다. 게다가 대부분 돈을 전투를 통해 벌어들여야 하므로 전투가 길 찾기를 어렵게 하는 보조적 요소를 넘어 길 찾기보다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주객전도의 상황도 발생한다. 게임의 난이도를 높이려는 의도는 충분히 알 수 있지만, 메트로배니아의 특성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듯 싶다.

취향에 맞는 것을 넘어 손에 꼽을 만큼 완성도 높은 메트로배니아라 말하고 싶다

자! 그러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Hollow Knight]는 취향에 맞는 게임이었는가? 대답은 'Yes'다. 일정 수준 진행한 이후에 드러나는 주먹구구식 게임 진행과 돈을 요구하는 상호작용 요소로 인한 불편함은 아쉽지만, 게임의 짜임새는 길 찾기의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탄탄하다. 또한 음습하고 우울한 분위기, 귀엽고 매력적인 캐릭터, 고난도 전투와 플랫폼, 인상적인 애니메이션 컷 신과 수준 높은 연출의 이벤트 신, 자유롭게 소비할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 오픈 월드를 연상케 하는 넓은 활동 공간과 자유도, 그리고 멀티 엔딩까지 멋진 요소들이 가득하다. 오히려 첫인상보다 게임을 마친 지금이 더 만족스럽다. 그러면 이번에는 당신에게 물어보겠다. 메트로배니아를 좋아하는가? 고난이도 2D 플랫포머를 즐기는가? 어둡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게임에 흥미가 있는가? 아주 멋진 인디 게임을 접해보고 싶은가? 여기에 어느 하나라도 'Yes'라 대답할 수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Hollow Knight]를 선택하길 바란다.

못다 한 이야기

- 그래픽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각 캐릭터의 움직임이 매우 부드럽고 역동적이며 섬세하게 그려진 배경에서 느껴지는 원근감과 무게감, 그리고 광원 효과와 흐림 효과 등 연출을 위한 적절한 효과 활용도 아주 인상적이다. 인디 게임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수준!

- 게임 진행 중 사망하면 그 자리에 영혼(Soul)이 생성되며, 영혼을 회수하지 못하면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잃어버리는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사용한 세이브 포인트에서 다시 시작해서 죽은 위치까지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까다로운 전투와 플랫폼 구조에 더해 [Hollow Knight]의 난이도를 높이는 주된 요소기도 하다. 누누이 말했지만 본작은 돈이 정말 중요하다!

- 가격 대비 플레이 타임이 아주 길다. 16,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노멀 엔딩까지 진행할 경우 평균 18시간 이상은 즐길 수 있으며, 트루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30시간 이상 즐길 수 있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아주 넓은 스테이지 안에서 주먹구구식 플레이를 해야 하기 때문에 플레이 타임이 길어지기도 하지만, 새로운 길을 찾고 이야기와 비밀을 풀어나가는 재미와 이를 위한 컨텐츠는 확실히 보장된다.

- 지도를 판매하는 NPC인 코니퍼(Cornifer)의 흥얼거림이 아주 중독적이다. 배경음도 효과적이지만 코니퍼의 흥얼거리는 소리도 게임의 매력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하다. 궁금하면 직접 들어보시라!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C )

- 없음


제목 : Horizon Zero Dawn (호라이즌 제로 던)

장르 : 액션

제작사 : Guerrilla Games

플랫폼 : Playstation 4

발매년도 : 2017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어떤 대상에 대하여 이미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고정적 관념이나 관점'을 의미하는 선입견은 대단히 무섭다. 대상을 직접 마주하지도 접하지도 않았으면서 그 특징을 규정해버리니 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있다면 선입견이 형성되는 데는 분명한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헤일로 킬러’라는 과감한 수식어를 내걸었지만 기대 이하의 성과만 거뒀다

[Horizon : Zero Dawn]의 제작사 Guerrilla Games도 이런 선입견이 존재한다. Guerrilla Games의 대표작은 FPS 게임 시리즈인 [Killzone]. 2004년 첫 작품을 발표할 때 ‘헤일로 킬러'라는 수식어를 내걸며 당시 최고의 찬사를 받은 FPS인 [Halo]와의 경쟁을 선포했다. 더 나아가 단순히 작품 간의 경쟁이 아니라 X-Box와 Playstation의 경쟁이라는 플랫폼 간 경쟁 구도까지 형성하는 대단히 과감한 전략을 내세우기까지 했다. 하지만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 [Halo]를 위협하기는커녕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다. 그리고 연이어 나온 후속작은 평가가 좋았던 적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헤일로 킬러'라는 수식어가 무색한 그저 그런 반응을 이어갔다. 여기에 '그래픽만 좋은 FPS'로 요약할 수 있는 다소 부끄러운 평가까지 받았다. 이는 게이머로 하여금 Guerrilla Games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것은 물론 게임성은 별 볼 일 없는 회사라는 선입견을 품게 하기에 충분한 결과였다.

발매 이전에 약간의 우려가 있었지만, 기대 이상의 대단히 멋진 모습을 보여 줬다

[Killzone]의 사례 때문에 [Horizon : Zero Dawn] 역시 선입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게임발매 이전에 볼 수 있었던 각종 영상을 통해 본작의 그래픽이 뛰어남을 확인했음에도 [Killzone] 시리즈의 선례로 인해 무작정 기대만 하기는 어려웠다. 더군다나 오랜 기간 FPS에 집중해오던 회사가 완전히 다른 장르의 게임을 제작한다는 점은 분명히 도전적인 것이기에 우려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발매 이전의 우려는 기우(한자)였으며 선입견은 그저 선입견일 뿐이었다. 직접 마주한 [Horizon : Zero Dawn]은 너무나 거대했고 믿기지 않을 만큼 빛나는 모습이었다. 같은 회사에서 만든 게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선입견은 완전히 깨졌으며 Guerrilla Games의 가치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있길래? 지금부터 살펴보자.

어디를 바라봐도 그림이 나올 정도로 본작의 그래픽은 흠잡을 데가 전혀 없다

'그래픽만 좋은 FPS'라는 오명을 얻긴 했지만, 어쨌든 [Killzone]은 그래픽만큼은 흠잡을 데 없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러한 게임을 내놓은 경험이 있는 Guerrilla Games이기에 [Horizon : Zero Dawn]에서도 대단히 뛰어난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다. 오픈월드 구성의 개방된 공간을 채워주는 원거리 배경과 캐릭터가 움직이는 필드에 배치된 각종 사물은 매우 실감 나며 플레이어가 바라보는 화면을 가득 채워 시선을 압도한다. 그리고 작품 전반의 그래픽은 한눈에 봐도 동시대의 그 어떤 게임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느낄 만큼 정교하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자면 지금까지 Playstation으로 발매된 그 어떤 게임보다 뛰어난 그래픽이라고 해도 무방할 수준이다. (과장을 보탰다곤 했지,만 본작보다 뛰어난 그래픽의 게임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치밀함이 느껴질 만큼 섬세한 환경/생태 묘사는 끊임없이 시선을 압도한다

그 중 '환경/생태 묘사'는 사실적인 수준을 넘어 치밀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눈덮힌 설원, 건조한 사막지대, 울창한 밀림, 광활한 평원 등 다양한 유형의 환경/생태를 마주하게 된다. 각 필드를 구성하는 사물이나 멀리 보이는 배경만으로 각 환경의 고유한 느낌을 구현할 수 있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수시로 변화하는 기후 요소까지 반영하여 강렬함을 전하고 있다. 예를 들면 같은 사막 지대라도, 한 번은 매우 건조하고 고요하다면 다른 한 번은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강한 모래 폭풍이 불어 매우 거칠다. 그저 분위기 형성을 위해 그려 넣은 배경이 아닌 마치 살아 움직이는 공간처럼 변화무쌍한 모습을 담아냈다. 이 외에도 시간의 흐름에 따른 낮과 밤, 서로 다른 환경의 경계를 지날 때 볼 수 있는 기후의 변화 과정,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야생동물 분포와 출몰 빈도 등 환경/생태 묘사가 세밀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플레이어에게는 사냥감일 뿐이지만 겉모습만큼은 대단히 세련되고 정교하다

뛰어난 그래픽을 보여주는 만큼 캐릭터 표현도 훌륭하나, 사실 사람보다는 로봇에 더 많은 시선이 간다. [Horizon : Zero Dawn]의 세계관은 먼 미래에 로봇이 지구를 지배한 세상으로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20여 종의 로봇을 만나게 된다. 상당수의 로봇은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촌스럽거나 진부하다기보다는 아주 세련되고 멋지다. 모티브가 된 동물의 특성을 반영한듯한 움직임이나 관절 형태, 행동 패턴 등이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설득력이 있기까지 하다. 또한, 로봇이라는 특성도 충분히 살려 로봇만이 할 수 있는 공격 방식이나 움직임도 보여주고 있으며, 어색하지 않은 수준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어찌 보면 로봇은 그저 플레이어가 사냥하고 이용하는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외형이 대단히 정교하고 세련되며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설득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중 세계관을 탄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물론 작품의 매력을 한껏 올려주는 중요한 역할로써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사냥에 필요한 무기를 제작하기 위해 다양한 자원과 재료를 수집하는 게 우선!

로봇과의 전투는 본작의 핵심이다. 단, 전투(Battle)보다는 사냥(Hunting)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사냥에 관련된 다양한 요소들이 촘촘히 들어가 있는데 이로 인해 플레이어는 사냥하지 않을 때(준비), 사냥에 돌입하기 전에(전략), 사냥할 때(전투) 굉장히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먼저 사냥을 하지 않을 때는 사냥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냥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무기와 회복수단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플레이어가 직접 자원과 재료를 모아 제작해야 한다. 근접무기를 제외한 모든 무기는 자원을 필요로 하며 특수한 기능과 효과를 가진 무기일수록 더 많은 재료를 소비한다. 이 때문에 원활한 사냥을 위해서는 언제나 자원 채취와 재료 수집에 신경 써야 한다.

중요한 과정이긴 하나 자연스럽게 자원과 재료가 모이므로 큰 불편함은 없다

다만 이러한 준비 과정은 별도의 시간을 낸다기보다 '사냥 외 시간'에 자연스럽게 수행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여러 장소를 돌아다녀야 하는 오픈월드 특성에 맞게 이동하는 중에 자원을 모을 수 있게 구성해두었고, 사냥 이후에 습득하는 전리품이 무기 제작을 위한 재료로 사용되는 순환적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필수적인 수행이며 자칫 귀찮아질 수 있는 활동임에도 적절한 편의성을 갖추고 있어 지나치게 의식적으로 수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자원/재료 수집을 소홀히 한다면 언제든 무기 부족으로 사냥에 실패할 수 있으며, 상급 로봇을 잡기 위해서는 더 강력하고 많은 무기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자원/재료 수집은 적당히 구색을 갖추기 위해 집어넣은 요소가 아닌, 가장 많이 신경을 써야 하는 요소임은 변함이 없다.

사냥을 시작하기 전에 포커스를 사용하여 사냥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냥감을 발견하고 사냥을 시작하기 전에도 할 일이 있다. 플레이어가 사냥할 대상은 로봇. 무작정 달려들어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한자)이라 로봇의 특성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성공적인 사냥이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플레이어는 포커스(focus)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사냥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과정을 또 한번 거쳐야 한다. 로봇의 강점과 약점, 내성, 부품, 이동 경로 등 사냥감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로봇의 위치, 분포, 종류, 거리 등 필드에 대한 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함정 설치, 무기 선택, 암살, 저격 등 어떻게 사냥 전략을 수립한 후 사냥에 돌입하게 된다.

포커스를 통해 습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사냥감을 사냥할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포커스를 사용한 정보 습득은 [Horizon : Zero Dawn]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앞서 나열한 정보의 종류를 생각해볼 때, 포커스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다양한 정보의 제공은 그만큼 플레이어가 세울 수 있는 전략의 폭을 넓혀주며, 사냥을 주먹구구식이 아닌 전략적인 형태로 접근하게 유도한다. 특히 사냥 준비 과정에서 모아둔 자원과 재료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할 여지를 주며, 이는 향후 플레이어가 자원과 재료를 수집함에 있어 어떤 것에 더 중점을 둘지 결정하게 한다. 다시 말해 어떤 식으로 게임을 풀어나갈지 고민할 수 있게 해주고, 그에 따른 운용 방향을 수립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게다가 포커스를 사용한 정보 습득은 실제 사냥꾼이 동물의 습성을 학습하고 행동을 관찰하는 과정과 매우 유사하므로, 플레이어에게 실제로 사냥하는 느낌을 주면서 강한 몰입을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무리 전략을 잘 세웠다 하더라도 언제든지 예상 밖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사냥이 진행되는 순간이 가장 바쁘다. 충분한 무기를 갖추고 적절한 전략을 수립했다 한들 사냥이 시작되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포커스를 통해 정보를 얻었다 할지라도 플레이어가 미처 알 수 없는 요소가 남아 있으며 이는 사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고립된 사냥감을 공격했을 때 멀리 떨어진 무리를 불러들임으로써 일대일에서 일대다의 상황으로 급변하거나, 거대한 몸집으로 느리게 공격할 것 같은 겉모습과 달리 원거리 공격이 가능해 화살만으로 사냥하기가 힘들어 사전에 설계한 전략이 전혀 먹여 들지 않는다.

정교하고 신속한 조작과 즉흥적인 전략 설계가 사냥의 진정한 재미라 할 수 있다

이때부터는 순전히 플레이어의 임기응변으로 상황을 헤쳐나가야 하는데 손이 굉장히 바빠진다. 로봇의 공격은 매우 위력적이어서 가능한 모든 공격을 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구르고 뛰어야 한다. 그러면서 빈틈을 노려 창을 휘두르고 화살을 쏴야 하는데 이 또한 무작적 공격할 게 아니다. 화살의 공격이 유효한 부위가 로봇마다 다르고 창을 휘두를 때 지연 시간이 존재하기에 신속하고 정교한 조작을 요구한다. 이로 인해 조작하는 재미가 상당하여 사냥이 시작되기 이전까지의 정적인 느낌과는 상반된 동적인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전략적인 요소의 활용도 여전히 유효해 미처 사용하지 못한 덫으로 로봇을 유인하면서 싸우거나 지형과 사각지대를 이용하고 전투 도중에 새로운 전략을 세우는 등 지능적인 게임 플레이도 가능하다. 단순히 전략만 잘 세우거나 조작만 잘해서만 되는 게 아니다. 정보를 기반으로 한 적절한 전략 수립과 상황에 맞는 임기응변과 조작능력을 모두 필요로 하기에 복합적인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약점이 뻔히 보이지만 공략하기는 어려운 상대를 마주하듯이 말이다.

로봇 분포와 모닥불이 대부분일 정도로 컨텐츠의 수가 절제되어 있다

퀘스트/컨텐츠 배치는 한 마디로 요약 가능하다. '양보다 질’. 게임 내 공간은 아주 넓지만, 그 안에 담긴 컨텐츠의 수는 의외로 많지 않다. 퀘스트를 수행하고 소비하기 위해 이동해야 할 거리가 아주 길고 기타 컨텐츠의 배치도 듬성듬성하기에, 양적인 면에서는 다소 부족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의 컨텐츠를 소비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즐길만한 요소가 충분히 담겨 있어 즐길 거리가 적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게다가 기존 오픈월드가 반복적인 내용을 산발적으로 배치하는 방향과 반대된다. 같은 종류의 퀘스트는 5개 내외, 자잘한 퀘스트는 많아 봐야 10개 전후다. 이에 따라 [Horizon : Zero Dawn]의 컨텐츠는 부족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절제되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어 각 컨텐츠별로 고유한 재미를 느끼기 충분하다

또한, 각 퀘스트와 컨텐츠는 특성이 서로 겹치지 않아 고유한 재미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사냥터'는 순수하게 플레이어의 조작 능력에 초점을, '오염지대'는 일반 사냥보다 높은 난이도의 전투에 초점을, '도적단 야영지'는 로봇이 아닌 사람과의 싸움을 초점을, '톨넥'은 지형을 관찰하고 오르내리는 플랫포머에 초점을 둔다. 그뿐만 아니라 근거지 제공, 특수 기술 습득, 지역 내 정보 제공, 무기 획득 등 컨텐츠에 따라 보상의 종류도 다르다. 그러므로 양은 많지 않더라도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며 유의미한 컨텐츠로써 선택적인 소비가 가능하다.

게임 전체의 비선형적 구조와 대조되는 선형적 구조를 가진 가마솥이 눈에 띈다

가장 인상적인 컨텐츠를 꼽자면 가마솥(Cauldron)를 들고 싶다. 가마솥은 일종의 던전과 유사한 형태로 미로처럼 얽혀있지만, 입구와 출구 그리고 이동 경로가 정해진 일직선 구성의 스테이지다. 진행 과정은 단순하다. 정해진 길을 따라가 가마솥의 가장 안쪽에 있는 보스 로봇을 쓰러뜨리고 보상을 습득한 뒤 가마솥을 빠져나가면 된다. 어찌 보면 그리 특별하지 않은 컨텐츠라 볼 수 있을 게다. 하지만 가마솥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Horizon : Zero Dawn]이 오픈월드 구성(비선형적)임에도 오픈월드와 완전히 반대되는 일직선 구성(선형적)임에도 아주 흥미로웠다는 것이다. 자유도가 부족했지만 플랫폼 요소가 부각되어 있었고, 전투의 전략성이 낮은 대신 조작 자체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했다. 스테이지 짜임새도 탄탄했고, 상반된 특성으로 인해 색다른 재미를 준다. 무엇보다 여러 종류의 보조적인 컨텐츠 중 하나임에도 작품 전체 구성과 비교해서 생각해보게 될 정도여서 가장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원시 사회와 로봇이라는 이질적 소재를 결합했음에도 이를 설득력 있게 만든다

원시 사회와 로봇이라는 이질적인 소재를 결합한 세계관을 효과적인 방법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 하다. [Horizon : Zero Dawn]의 세계는 '문명이 사라지고 로봇이 지배한 지구'다. 그리고 작중 중심이야기는 문명이 사라지고 로봇이 지구를 지배하게 된 '원인'을 다루고 있다. 다시 말해, 중심 이야기 자체가 세계관을 설명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로봇이 지구를 지배하게 된 경위, 인간이 원시 사회로 되돌아간 이유 등을 작중 이야기를 통해 다루고 있으며, 이에 따라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세계관을 이해하게 된다. 여기에 로봇을 숭배하는 부족 문화, 로봇의 부품을 활용해 만든 전통의상 등 세부 묘사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세계관이 대단히 치밀해 보인다. 그러다 보니 이질적인 소재의 결합이 억지스럽다기보다는 오히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이를 중후반까지 끌고 가기에 강한 몰입이 가능하다

동시에 작중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끌어내고 이를 이야기 후반까지 이어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중심이야기가 세계관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보니 처음부터 너무 많은 내용을 보여주면 금세 흥미가 식어 버린다. 그래서 이야기 중반까지 작중 세계에 대해 궁금증이 생길만한 내용을 조금씩 보여주면서 호기심을 크게 증폭시킨다. 주인공의 출생 비밀, 갑작스러운 로봇의 폭주, 정체를 알 수 없는 집단, 한 번도 본적이 없는 형태의 로봇 등 의문투성이의 연속이다. 물론 어느 정도 세계관을 유추하기 위한 몇 가지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서들이 오히려 궁금증을 증폭시키기에 작중 이야기에 대한 강한 몰입을 가능케 한다.

이야기 후반에 들어서야 모든 게 이해되기 시작하며 이는 강한 쾌감을 선사한다

그러다가 이야기 후반에 들어 작중 세계와 모든 사건을 이해하기 위한 단어를 보여 주는데, 그 순간 퍼즐이 맞아 떨어지듯 모든 내용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작중 사건과 세계관이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가 완성되고 계속해서 이어져 온 궁금증이 말끔히 해소된다. 이는 플레이어에게 강렬한 쾌감을 선사하며 [Horizon : Zero Dawn]의 세계관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한다. 이 정도면 잘 만들어진 SF영화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만한 수준이다.

보조 퀘스트 진행 中 - 최상의 그래픽 수준에 비해 컷 신은 전체적으로 아쉽다

그래픽, 게임성, 스토리 등 여러 요소에서 대단하다고 할만한 [Horizon : Zero Dawn]이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먼저 그래픽 수준에 비해 컷 신이 부실하다. 현시점에서 최상급이라 할만한 수준의 그래픽을 가졌음에도 컷 신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하다. 프롤로그에서 보여준 영상인 좋은 첫인상을 심어줬으나 그 이후에 볼 수 있는 컷신은 전체적으로 심심한 편이다. 스토리 전개나 정보 전달 역할 정도에 그칠 뿐, 멋진 연출이나 화려한 영상미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보조 퀘스트를 진행할 때 NPC와 대화하는 과정에서의 컷 신이 모두 같은 구도와 시점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경우 지루함을 유발할 정도로 단조롭기까지 하다.

로봇 특성이 고정되어 있어 전투의 신선함이 약해지는 시기가 빨리 찾아온다

전투의 신선함이 약해지는 시기가 의외로 빨리 오는 것도 큰 아쉬움 중 하나다. 그리고 그 원인은 로봇의 고정된 특성에 있다. 본작에 등장하는 로봇 중 플레이어가 사냥을 하는 대상은 약 20여종으로 그 수가 결코 적은 건 아니다. 하지만 각 로봇의 특성이 정해져 있다 보니 한 번이라도 사냥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있다면 그 이후에는 별다른 고민 없이 수월하게 사냥이 가능하다. 게다가 최고레벨이 50임에도 불구하고 30레벨 중후반 즈음에 다다르면 웬만한 로봇은 성공적으로 사냥할 수 있어 레벨이 높아질수록 사냥에 대한 흥미는 큰 폭으로 떨어지게 된다.(단, 처음 사냥할 때는 엄청나게 어렵고 그만큼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차라리 로봇별로 기본 특성을 정해두되 종종 무작위로 특성을 가진 로봇이 등장하도록 했다면, 사냥의 신선함을 더 오랫동안 끌고 갈 수 있는 것은 물론 전략의 다양성과 난이도도 증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본다.

이 외에도 아이템을 사기 위한 재료가 단순해서 장비를 갖추는 게 쉽다는 점, 유적지에서 만날 수 있는 퍼즐 요소가 대부분 비슷하고 참신하지 않았다는 점, 퀘스트 진행을 위해 이동 경로가 지나치게 길고 복잡하다는 점, 상호작용이 가능한 지형의 직관성이 떨어지고 간혹 상호작용이 되지 않는 점 등 자잘한 아쉬움이 남아 있다. 이런 요소들은 조금만 손을 봤다면 문제를 해결하고 게임의 전체적인 짜임새가 더 좋아졌을만한 요소여서 더욱 아쉽다.

오랫동안 어두웠던 Guerrilla Games에 희망찬 새벽이 찾아오게 한 멋진 작품

본작이 가진 재미와 완성도는 대단하다. 몇가지 아쉬움이 있지만, 멋진 세계관, 최고의 그래픽, 흥미로운 사냥, 인상적인 이야기 등 어느 부분을 바라봐도 멋지다는 말이 나온다. 이 정도면 이제는 Guerrilla Games를 다르게 바라봐도 좋다고 생각한다. 더는 ‘킬존 시리즈를 만든 그저 그런 회사’가 아니라 ‘호라이즌 제로 던을 만들어낸 실력 있는 회사’라고 불릴 것이다. 선입견은 깨졌다. 아니. 새로운 선입견이 생겼다. 그리고 그 선입견의 원인은 [Horizon : Zero Dawn]. 오랫동안 어두웠던 Guerrilla Games에 이름 그대로 새벽이 밝아오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멋진 작품으로 우리를 비춰줄지 기대해 보자.

못다 한 이야기

- 컨텐츠 수가 절제되어 있다고 했으나 예외도 있다. '금속 꽃' 수집요소는 엄청나게 많으며 여러 장소를 탐색하면서 모으면 보상을 주는 것에서 끝난다. 다만 컨텐츠의 성격 자체가 '아이템을 모으는' 것이기에 양적으로 많이 담을 수밖에 없으며, 여러 장소를 돌아다닐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 포커스의 사용을 사냥에 한해서만 이야기했지만 다양한 곳에 사용할 수 있다. 퀘스트 수행 과정에서 흔적 찾기, 음성 기록 열람, 퍼즐 풀이 등 활용도가 높다. 다만 사냥 이외의 상황에서 포커스를 사용하는 것은 대부분 퀘스트에 한정된 사용이기 때문에, 능동적인 포커스 사용을 사냥이 유일하다고 봐도 좋다.

- 작중 이야기는 크게 두 개의 흐름으로 진행된다. '세상의 비밀'과 '부족 대립'. 처음에는 별개의 내용으로 진행이 되어 중심 이야기가 무엇인지 감을 잡기 어려우나 후반에 하나로 합쳐지면서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로 끝맺어진다. 게다가 게임을 끝낸 뒤에 생각해보면 서로 다른 흐름의 이야기임에도 어느 정도 연결성이 있어 전체적인 짜임새가 좋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 사실 특이한 로봇이 존재하긴 하는데 '붉은 아가리'라는 이름의 썬더죠다. 특정 퀘스트 수행 시 만날 수 있으며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 이런 요소를 좀 더 다양하게 집어넣었다면 사냥의 신선함이 빨리 떨어지는 아쉬움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 본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아주 낮은 빈도로 텍스처 팝인이 발생한다. 다만 Pro가 아닌 일반 Playstation 4로 진행했음에도 그래픽 품질 저하나 프레임 드랍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에 사실상 문제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제목 : Halo Wars 2 (헤일로 워즈 2)

장르 : RTS

제작사 : 343 Industries, Creative Assembly

플랫폼 : X-Box One, Windows 10

발매년도 : 2017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RTS(Real-Time Strategy), 실시간 전략이라고 불리는 장르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주류 장르 중 하나였다. [Starcraft], [Age of Empires], [Command & Conquer], [Company of Heroes] 등 다양한 RTS 게임이 존재했으며 많은 게이머에게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RTS의 인기는 식어갔고 대부분의 작품이 시리즈를 이어가지 못했다. 시대와 트랜드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X-Box 360으로 발매된 [Halo Wars]는 열악한 위치에서도 대단한 성과를 거둔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훌륭한 성과를 거둔 몇몇 작품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2009년에 발매된 [Halo Wars]. [Halo] 시리즈의 외전으로 기획되긴 했으나 콘솔 컨트롤러에 적합한 조작 체계와 시스템 덕에 콘솔 RTS로써 대단한 완성도를 갖췄고 전세계 300만장을 판매하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RTS가 생소한 콘솔에서, 그리고 RTS 자체가 비주류인 시대에 이러한 성과를 냈다는 점은 [Halo Wars]가 얼마나 뛰어난 작품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다만 [Halo Wars]의 성공에도 RTS는 여전히 비주류 장르다. 2010년 [Starcraft 2 : Wings of Liberty]를 출발점으로한 3부작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둔 작품은 없다시피 했다. 그리고 ‘헤일로가 FPS의 중심을 콘솔로 옮겨왔듯 헤일로 워즈도 RTS의 중심을 콘솔로 옮겨오도록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제작 되었지만, 여전히 RTS의 중심은 PC게임에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8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후속작 [Halo Wars 2]는 얼마나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을까? 지금부터 살펴보자.

‘역시 헤일로구나!’라는 감탄은 [Halo Wars 2]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게임의 포문을 여는 건 플레이어의 시선을 압도하는 시네마틱 컷 신. 기존 [Halo] 시리즈가 그래픽 발전을 거듭하며 [Halo 5 : Guardians]에 이르러서는 실사에 가까운 그래픽을 보여준 적이 있는데, [Halo Wars 2]도 예외가 아니었다. 피부의 주름과 점 하나하나가 세밀하게 그려져 진짜 사람이라고 믿어질만한 수준이었고, 우주전함 스피릿 오브 파이어(Spirit of Fire)의 모습과 작중 주요 배경인 제00시설 아크(ARK) 등은 게임 영상이 아니라 SF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한다. 외전이긴하나 ‘역시 헤일로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없다.

세밀한 모델링과 다양한 연출을 통해 실감나고 박진감 있는 전투를 보여준다

수준 높은 그래픽은 컷 신에서 그치지 않는다. 게임 플레이 중에 볼 수 있는 필드와 유닛도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카메라의 시점을 돌려가며 어느 방향으로 바라보든 멋지며, 유닛을 확대해서 살펴보더라도 대단히 정교해 어색함이 전혀 없다. 게다가 유닛의 움직임에 따른 각종 시각효과를 가미하기까지 했다. 차량이 지나간 자리에 바퀴자국이 선명하게 남고, 포격이 떨어진 자리에 땅이 움푹 패이며, 건물이나 유닛이 폭발하면서 그을음을 남긴다. 그 뿐만 아니라 언덕을 지나갈 때 경사와 관성으로 인해 차량이 공중에 뜨거나, 스파르탄이 적군 차량을 탈취할 때 차량에 뛰어들어 장갑을 파괴하고 탑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격추된 비행체가 지면에 떨어져 잔해를 남기는 등 많은 연출이 담겨 있다.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만큼 최소한의 연출을 사용하여 고정된 움직임을 보여주는 기존 RTS 게임과는 사뭇 대조되는 부분이다. 이 덕분에 전장에 직접 들어가 있지 않은 전지적 시점임에도 실감나고 박진감있는 전투를 맛 볼 수 있다.

잘 짜여진 조작 체계는 전작의 것을 계승했지만 일부 추가/개선된 부분도 있다

콘솔 컨트롤러에 최적화된 조작 체계는 여전하다. 조작기기가 두 개(키보드+마우스)인 PC와 달리 콘솔은 조작기기가 한 개(컨트롤러/패드)다. 그래서 시점과 포인터를 결합해 ‘마우스 이동 = 시점 이동'을 기본으로 한다. 그리고 부대 선택과 전황 파악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단축키가 설정되어 있어 의외로 빠른 조작이 가능하다. 여기에 컨트롤러 스틱의 회전하는 움직임을 반영해 휠(Wheel, 바퀴) 형태의 인터페이스를 구축했고, 과도한 버튼 혼용을 막기 위해 각 유닛의 스킬 사용 단축키를 하나로 통일하는 등 콘솔 컨트롤러의 특성을 고려해 편의성을 갖추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물론 이러한 특징은 [Halo Wars]에서 이미 완성이 된 부분이며, [Halo Wars 2]에서는 몇 가지 명령어의 변화와 추가를 통해 약간의 개선이 이루어진 정도다.

콘솔 조작 체계는 분명히 훌륭하지만 키보드+마우스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다

다만 PC의 키보드+마우스에 비해 조작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이는 X-Box Play Anywhere 정책으로 PC와 X-Box 양쪽에 모두 발매된 [Halo Wars 2]에서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여러가지 차이가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드래그의 가능 여부. PC와 달리 콘솔은 드래그가 불가능해 단축키를 사용한 선택 외에 능동적인 부대선택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신속한 산개, 각 유닛의 개별적 스킬 사용, 소규모 유닛의 일점사를 활용한 각개격파 등 정교한 조작이 매우 어렵다.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이 너무 까다롭고 신속하지 못해, 적의 공격에 대응하는 용도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에 따라 PC와 콘솔을 비교했을 때 조작 수준에서 큰 격차가 발생하여 RTS가 여전히 PC에 적합한 장르라는 인살을 지울 수 없게 되었다. 아마 [Halo Wars 2]가 PC-콘솔 간의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지 않은 것은 키보드+마우스과 콘솔 컨트롤러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일 게다. 향후 [Halo Wars 3]가 나온다면 PC와 콘솔 사이의 컨트롤러 격차를 줄이는 것이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라 본다.(이는 크로스 플레이를 지향하은 엑스박스 진영 전체의 과제이기도 하다.)

정교한 조작보다는 유닛의 조합과 배치, 지형의 이용 등 전략 활용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Halo Wars 2]가 RTS로써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신속하고 정교한 조작을 대신해 전략적인 요소를 강화하는 것으로 독자적인 재미를 구축했다. 모든 유닛은 기본적으로 무빙샷이 가능하도록 설정되어 있어 기존 RTS처럼 소규모 부대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복잡하게 조작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유닛 간 상성이 아주 뚜렷하여 전투가 벌어지기까지 어떤 조합으로 부대를 구성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시야 확보는 물론 위치 선점이 전황에 많은 영향을 미치며, 각 유닛의 스킬 활용과 필드의 구조물 이용은 승패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즉, 유닛 컨트롤보다는 부대 조합, 시야, 위치, 스킬, 구조물 등이 전투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각자 고유한 특성을 지니기에 어떤 지휘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략이 달라진다

여러 전략적 요소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단연 ‘지휘관 능력'이다. 게임에 돌입하기에 앞서 플레이어는 자신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지휘관을 선택하게 된다. 각 지휘관은 전용 유닛, 고유 업그레이드, 버프, 패시브/액티브 스킬 등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지휘관의 특성에 따라 빌드 오더(유닛 및 건물의 생산 순서)나 주력 유닛 운용 등 게임 전반에 걸친 전략이 달라지기 때문에 지휘관의 존재는 전략적 선택폭을 크게 넓혀 준다. 게다가 일부 지휘관 능력은 일반 유닛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성능을 보유하고 있어 전황을 뒤집거나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자원을 소비하는 지휘관 능력은 기회비용을 증가시켜 더 많은 고민을 하게 한다

그리고 지휘관 능력에는 재미있는 특징이 하나 있는데, 자원을 소모한다는 점이다. 이는 게임 내 모든 생산 활동에 자원이 필요하다는 점과 맞물리면서 기회비용을 발생시킨다. 같은 양의 자원을 소모하여 유닛을 생산하는지 지휘관 스킬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전투의 유불리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앞서 언급했듯 지휘관 스킬 하나가 전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 항상 고민해야한다. 더욱이 더 강력한 지휘관 스킬일수록 더 많은 자원이 소모되기에 적절한 자원 관리는 필수다. 그렇기 때문에 유닛생산-지휘관스킬-자원관리를 동시에 고려해야하며 이는 자연스래 전략을 수립을 위한 고민과 선택으로 이어지게 된다.

카드를 사용해 유닛을 소환하고 지휘관 능력을 사용하는 독특한 멀티플레이 ‘전격전’

[Halo Wars 2]에서는 ‘전격전'이라는 독특한 멀티플레이 모드가 추가되었다. 전격전은 건물을 지어 자원을 모으고 유닛을 생산하는 일반적인 게임 방식이 아니다. 유닛 및 지휘관 스킬 카드를 골라 덱(Deck)을 구성하고 현재 보유한 카드를 사용해 유닛을 소환하여 전투를 진행하는, RTS와 CCG(Collectible Card Game)가 결합한 형태다. 카드를 사용해 유닛을 소환하기 때문에 건물 건축과 업그레이드를 비롯한 모든 생산활동이 존재하지 않는다. 자원 관리, 확장, 빌드 오더, 전투 등 여러 방면에서 많은 신경을 써야하는 기존 게임에 비해 전투 자체에만 신경을 쓰면 되므로 초심자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여느 카드 게임처럼 ‘덱을 어떻게 구성하느냐’는 승패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전략적인 측면은 일반 게임보다 더 강조된다. 그리고 이는 게임 시전 전의 덱 구성 단계부터 드러난다. 하나의 덱에는 20장의 카드만 담을 수 있는데, 전투에서 사용가능한 유닛과 지휘관 스킬이 20종류로 제한됨을 의미한다. 각 카드는 같은 종류의 유닛을 세분화되어 특성이 다양하고 사용하기 위한 비용(cost)도 모두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카드 게임처럼 ‘덱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아주 중요해지며 승패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유닛간 상성, 지휘관 스킬의 활용, 지형에 따른 전투 유불리 등 기존 게임의 전략적 요소도 변함없이 적용되므로 고려할 사항은 더 많아질 수 밖에 없다.

게임 진행이 빨라 전투가 수시로 발생하며 전황의 유불리도 짧은 주기로 바뀐다

그리고 생산 과정이 생략되었기 때문에 게임 진행 속도도 일반 게임보다 훨씬 빠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카드를 선택하면 즉시 유닛이 소환되어 전장에 투입할 수 있으며, 지휘관 스킬도 카드만 가지고 있다면 특별한 조건없이 원하는 시기에 사용할 수 있다. 카드 사용을 위한 자원은 필드 곳곳에 무작위로 떨어지는 보급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데, 자원 확보를 위한 소규모 전투가 자주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전황을 수시로 파악해야 하며 병력 배치와 스킬 사용 등 더 짧은 주기로 다양한 전략을 활용해야 한다. 또한 빠른 자원 축적을 통한 대규모 병력 투입으로 일반 게임 못지 않는 물량전을 단시간이 치룰 수 있으며, 전황의 유불리가 자주 바뀌고, 승패가 순식간에 뒤집어지는 특징 등 일반 게임과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싱글플레이의 중요한 축인 ‘캠페인’이 기대와는 달리 양과 질 모두 부족하다

전격전이 추가되면서 멀티플레이의 재미를 한층 높아졌지만 싱글플레이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많이 부실하다. 양적인 문제는 캠페인의 분량이다. 전작 [Halo Wars]가 UNSC(인류) 시점에서만 캠페인이 진행되었듯 [Halo Wars 2]도 UNSC의 캠페인만 존재한다. [Halo] 시리즈가 외계 세력에 대항하는 인류의 싸움을 다루고 있기에, 외전인 [Halo Wars] 시리즈도 UNSC 중심의 캠페인 구성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Halo Wars] 시리즈는 엄연히 RTS다.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캐릭터에 초점이 맞춰지는 FPS와 달리, RTS는 세력의 다툼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하지만 여전히 그러지 않고 있으며, 전작보다 미션의 수도 크게 줄어들었기에 반쪽짜리 캠페인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충격을 주며 등장했으나 캐릭터성이 무의미할 만큼 활약이 없는 ‘에이트리옥스’

질적인 문제는 작중 이야기에 있다. 가장 큰 문제는 [Halo Wars 2]에 새로이 등장한 추방자들의 리더 ‘에이트리옥스'의 캐릭터성을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 게임 초반에서 확인할 수 있듯 에이트리옥스는 굉장히 강력한 인물로 표현된다. 단신으로 스파르탄 삼인방을 제압했고, 코버넌트에게 반기를 들어 자신만의 세력을 구축한 전무후무한 존재로 나타나니 말이다. 더군다나 게임 트레일러에서 커터 함장과 대등한 위치로 묘사되고 게임 표지 한 가운데 자리를 잡는 등 게임 외적으로도 존재감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캠페인을 진행해 보면 에이트리옥스가 하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게임 초반에 보여주는 위엄과 위압감은 온데간데 없고 거듭해서 패배하는 세력의 리더일 뿐이다. 더욱이 전면에 나서서 활약하는 모습은 표현되지도 않으며, 자신의 세력이 불리해지자 꼬리를 내리며 의미없는 협상을 제안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결국 캠페인의 후반에 다다르게 되면 에이트리옥스의 캐릭터성은 완전히 무너지며 게임 내외로 강조해온 이 캐릭터의 의미가 대체 무엇인지 의아함이 생기기까지 한다.

추방자들에 비해 열세한 UNSC를 이끌면서 무난하게 전쟁을 승리한 ‘커터 함장’

그리고 세력간 전황의 유불리가 엎치락뒤치락하지 않고 UNSC의 무난한 승리로 흘러간다는 점에서 이야기가 단조롭고 매력적이지 못하다. 특히 UNSC가 추방자들에 비해 전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사실이 자주 묘사되지만 불리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 아무리 작전이 성공적이었다고는 하지만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작전을 수행하는 모습은 설득력이 떨어지며 동시에 추방자들이 무력해보이게 만든다. (이 부분 역시 에이트리옥스의 캐릭터성을 희미하게 만든다) 이 외에도 캠페인 미션의 수가 줄어든 만큼 이야기의 길이도 짧아져 전개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 추방자들에게 큰 타격을 주었으나 전쟁 자체를 종결짓지 못했다는 뉘앙스의 결말을 보여주어 완결성이 떨어지는 점 등 자잘한 문제들이 많다.

이런 문제들의 상당수는 추방자들 세력의 캠페인을 추가하는 방법으로 어렵지 않게 보완할 수 있었다고 생각되어 더 아쉽다. 추방자들 세력의 이야기를 따로 담았다면 에이트리옥스의 캐릭터성을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며, UNSC와 추방자들의 전황이 어떤 흐름으로 변화했는지 자세히 다룰 수 있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부족하게만 느껴졌던 캠페인 미션의 수와 이야기의 분량이 늘어나 양적으로도 보완하면서, 세력간 싸움이라는 RTS형 이야기의 매력도 잘 살렸을지도 모른다.

시리즈를 기획한 초기 목적과 더 나은 성과를 위해서라면 정말로 ‘할 일이 많다’

콘솔 컨트롤러에 적합한 조작체계와 그에 알맞는 전략성을 멋진 그래픽으로 담아낸 [Halo Wars 2]는 분명히 흥미로운 작품이다. 하지만 FPS의 중심을 콘솔로 끌어온 [Halo] 시리즈와 달리, [Halo Wars] 시리즈는 RTS의 중심을 콘솔로 끌어오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Halo Wars 2]에 들어서면서 RTS는 PC에 더 적합함을 스스로 보여준 셈이 되었다. 그리고 하나의 세력만을 다루는 단조로운 전개와 캐릭터성을 활용하지 못하고 급하게 끝을 맺은 작중 이야기는 [Halo Wars 2]의 매력을 크게 깎아내린 셈이다.

[Halo Wars] 시리즈의 과제는 명확해졌다. 하나는 콘솔 컨트롤러와 키보드+마우스의 격차 해소. 다른 하나는 RTS의 특성을 살린 이야기 구성. 이 두가지를 해결해야 하지 못한다면 [Halo Wars] 시리즈는 언제까지나 [Halo]의 외전일 뿐이며 PC의 그늘 아래에 있는 콘솔 RTS일 뿐이다. 처음 개발을 시작한 ‘RTS의 중심을 콘솔로 가져오겠다'는 목표가 여전히 남아있다면 언젠가 만들어질 [Halo Wars 3]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못다 한 이야기

- 자막의 가독성이 떨어진다. 어두운 배경에는 글자가 잘 보이나, 배경이 밝은 경우는 읽기가 힘들다. 다행히 컷 신의 경우 대부분 배경이 어두워서 자막을 읽는 데 문제가 없지만, 인게임 화면은 밝은 경우가 많아 매우 불편하다. 그리고 가끔 흰색 배경과 겹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는 아예 안 보인다. 이 때문에 읽지 못한 자막이 두 줄 가량 된다.

- 전 시리즈가 한국어 더빙이 된 [Halo] 시리즈와 달리 [Halo Wars] 시리즈는 더빙이 되어 있지 않다. 영문권 성우들의 목소리도 매력적이지만 [Halo]와 비교가 되는지라 아주 아쉽다.

- [Halo Wars 2]의 엔딩에서 수호자가 등장한다. 본편인 [Halo] 시리즈도 수호자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인만큼 [Halo Wars] 시리즈도 수호자들이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만약 등장하게 된다면 [Halo Wars] 시리즈의 약점이었던 '세력 종류의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캠페인도 추가해주면 더 좋고...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X-Box One )

- 없음


제목 : Puyo Puyo Tetris (뿌요뿌요 테트리스)

장르 : 퍼즐

제작사 : SEGA

플랫폼 : Playstation 3, Playstation 4, PS Vita, 3DS, Wii U, Nintendo Switch

발매년도 : 2014년 / 2017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 게임과 저 게임이 만나면 어떨까?” 게이머가 흔히 하는 망상 중 하나다. 서로 만날 수 없는 세계관, 완전히 분리된 작품에 있는 캐릭터를 머릿속에 불러들여 싸움을 붙이고 이야기를 만들어 가며 온갖 그림을 그려낸다. 물론 이들은 서로 만날 일은 전혀 없기에 망상(이치에 맞지 아니한 생각)이라고 표현했지만, 게이머에게는 게임을 하는 것 못지않게 즐거운 활동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을 단순히 망상으로 치부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현실이 되어버린 망상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Diablo] 시리즈의 악마들과 [Starcraft] 시리즈의 영웅 중 누가 더 강한지에 대한 망상은 오랫동안 결론이 나지 않는 토론의 장을 열었으나 몇 년 전 Blizzard의 모든 캐릭터를 동원한 [Heroes of the Storm]이 나오면서 망상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SEGA와 Nintendo를 상징하는 마스코트로써 결코 공존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소닉(Sonic)과 마리오(Mario)도 언제부턴가 [Mario and Sonic Olympic] 시리즈로 뭉쳐 정기적으로 함께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올스타(All-Stars)의 컨셉으로 여러 작품의 캐릭터가 한 데 모여 이야기를 만드는 게임도 적지 않다. 이쯤 되면 망상이 아닌 충분히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상상이라고 해야 할 게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 누군가의 상상이 현실로 구현된 작품이 하나 있다. 타일매칭 퍼즐(Tile-matching Puzzle)이라고 불리는 장르를 대표하는 두 작품, [Puyo Puyo]와 [Tetris]가 하나로 뭉친 [Puyo Puyo Tetris]다.

규칙에 맞춰 블럭을 연결하는 타일매칭 퍼즐, 그리고 하위 장르인 낙하물 퍼즐

타일매칭 퍼즐(Tile-matching Puzzle)은 이름 그대로 타일(tile, 블럭)을 맞추는(matching)을 퍼즐을 말한다. 작품마다 규칙은 다르지만 블럭을 움직여 퍼즐을 풀이하는 형태이며, 단순한 방법과 이해하기 쉬운 규칙으로 한번 빠지면 쉽게 놓을 수 없는 중독성을 갖춘 오랜 기간 꾸준히 사랑받아온 장르이기도 하다. 가까운 예로는 [애니팡]이나 [Candy Crush Soda]가 이에 해당하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Tetris]나 [Puzznic]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Tetris]의 경우 작품이 가진 가치와 영향력, 그리고 이후에 나온 작품들로 인해 타일매칭 퍼즐에서 한 단계 더 낮은 세부 장르로 분류되기도 한다. 바로 낙하물 퍼즐(落ち物パズル)이다. 소위 ‘테트리스류 퍼즐'이라고도 칭해지는 낙하물 퍼즐은 블럭을 맞추는 게임방식은 똑같으나 블럭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동안 퍼즐을 풀이해야 한다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Alexey Pajitnov가 개발한 [Tetris], SEGA의 [Columns]와 [PuyoPuyo], Nintendo의 [Dr.Mario], Q Entertainment의 [Lumines] 등이 낙하물 퍼즐의 예다.

1984년 Alexey Pajitnov에 의해 최초로 만들어진 일렉트로니카 60 전용 [Tetris]

그렇다면 [Tetris]와 [Puyo Puyo]에 대해 잠깐 알아보자. [Tetris]는 Soviet Academy of Science 소속의 프로그래머 Alexey Pajitnov에 의해 1984년에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연구실에서 일하는 동료들을 위해 간단한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개발 됐으며 상용화할 생각이 없었기에 연구실 내에서 사용하던 PC인 일렉트로니카 60(Electronika 60)에서 사용할 수 있게 개발되었다. 텍스트(text)로 블럭의 모양을 만든 단순한 그래픽이었지만, 이 최초의 [Tetris]는 동료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고 같은 연구소에서 일하던 Dmitry Pavlovsky, Vadim Gerasimov에 의해 IBM PC로 옮겨지면서 모스크바 전체에서 폭발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Tetris]의 인기는 모스크바를 넘어 유럽 전역으로 전파되었고, 이후 각 지역에서 다양한 플랫폼의 [Tetris]가 개발되면서 전 세계로 퍼지게 된 것이다. 결국, 최초의 [Tetris]의 뒤를 이어 수많은 모방작, 아류작, 파생작이 개발되었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으로 기록되면서 게임 자체가 하나의 장르(테트리스류 게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1991년 Compile에 의해 개발된 [Puyo Puyo]는 SEGA에 의해 대박을 터뜨린다

[Puyo Puyo]는 1991년 Compile(컴파일)에서 만든 가정용 게임이 그 시초다. [Tetris]와 비슷해 보이지만 뿌요(Puyo)라는 슬라임 몬스터를 4개 이상 연결해 분해하는 방식, 뿌요가 분해되어 생겨난 공간에 위에 있던 뿌요가 떨어져 공간을 채워지는 규칙, 그리고 앞서 언급한 방식과 규칙이 조합을 이뤄 연속적으로 뿌요가 분해되는 연쇄 시스템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점수를 기록하는 싱글플레이에 중점이 맞춰진 [Tetris]와 달리 처음부터 대전 요소에 초점을 맞췄고, 자사의 RPG인 [마도물어]의 캐릭터를 활용해 [Puyo Puyo]만의 개성을 갖추기까지 했다. 처음에는 큰 인기를 얻지 못했으나, 1992년에 SEGA의 제안으로 아케이드 버전으로 내놓으면서 인기를 끌었고 십 년 가까이 Compile을 대표작으로 명성을 이어 갔다. 물론 Compile의 경영난으로 인해 회사가 문을 닫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지만, [Puyo Puyo]의 판권은 SEGA가 이어받아 시리지를 지속해 25년 이상 시리즈를 이어오며 [Tetris] 못지않게 대표적인 Tile-matching Puzzle(또는 낙하물 퍼즐)로 인정받고 있다.

낙하물 퍼즐이라는 점은 같지만 특성이 전혀 다른 테트리스(좌)와 뿌요뿌요(우)

[Puyo Puyo]와 [Tetris]는 형태가 비슷하지만, 그 안에 짜인 규칙과 특성에는 큰 차이가 있다. [Tetris]는 일곱 종류의 블럭을 좌우로 돌려가며 쌓아 빈칸이 없는 가로줄을 채워 블럭을 제거하는 게 게임의 규칙이자 목표다. 그리고 바닥에 놓여 한번 자리를 잡은 블럭은 (가로로 채워진 줄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제자리를 유지하기에 직관성이 뛰어나며 게임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전혀 없다. 그래서 복잡한 사고력보다는 순간적 판단력을 많이 요구하며 이에 상응하는 순발력과 정확하고 빠른 조작을 해야 하기에 퍼즐 게임임에도 상당한 수준의 조작하는 재미를 가지고 있다. 반면 [Puyo Puyo]는 방향과 형태에 상관없이 같은 색깔의 뿌요를 네 개 이상 연결하면 블럭(뿌요)이 제거된다. 방향에 상관없이 연결만 하면 된다는 점에서 [Tetris]보다 쉽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막상 게임을 해보면 그렇지 않다. 항상 제자리를 유지하는 [Tetris]의 블럭과 달리 뿌요는 공간이 생기면 위에 있는 뿌요가 떨어져 빈공간을 채워지고 뿌요의 배치가 바뀌게 된다. 뿌요 배치의 변화는 추가적인 뿌요의 분해, 즉, ‘연쇄'를 일으키며 이러한 연쇄가 여러 번 일어나는 것을 ‘대연쇄'라고 한다. 대전 요소가 강조된 [Puyo Puyo]의 특성상 여러번의 연쇄를 일으키는 게 중요한데, 연쇄는 플레이어가 뿌요를 ‘어떻게 쌓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므로 정확도나 순발력보다는 뿌요가 분해되었을 때 배치가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고 계산하는, 그리고 최대한 연속적인 연쇄가 일어날 수 있도록 뿌요를 쌓는 사고력을 필요로 한다.

기본적인 게임 방식부터 둘을 조합한 새로운 형태까지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

이렇듯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특성을 가닌 두 퍼즐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여러 가지 재미를 선사한다. 하나의 작품 안에서 서로 다른 성격의 두 가지 퍼즐을 취향에 따라 선택해서 할 수 있는 기본적인 형태는 물론이거니와 테트리스와 뿌요뿌요를 조합한 독특한 형태도 다양하게 담아냈다. 하나의 타일 내에서 테트리스와 뿌요가 동시에 떨어지는 Puyo-Tet Mix, 일정 주기에 따라 테트리스와 뿌요뿌요를 바꿔가며 진행하는 Puyo-Tet Swap, 뿌요뿌요를 테트리스의 규칙에 맞춰 변형한 10 Lines Puyo 등이 바로 그것이다. 테트리스와 뿌요뿌요를 조합은 각 작품의 규칙과 형태를 하나로 묶어놓았기에 그 자체로 독특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각 작품에서 요구하는 능력(순발력, 사고력 등)을 동시에 요구하게 된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며 기존 게임과는 다른 전략과 응용을 해야 하기에 기존의 [Puyo Puyo] 및 [Tetris]와는 분명히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정해진 시간 안에 점수를 모아 점수의 차이만큼 체력을 깎아나가는 빅뱅 모드, 게임오버 없이 각종 아이템을 활용해 상대를 방해하면서 최대한 많은 점수를 쌓는 게 목적인 파티 모드 같이 변칙적인 규칙도 존재해 즐길 거리가 상당히 많다.

기초부터! 잘 갖춰진 튜토리얼 덕분에 초보자들도 접근하기가 매우 편리해졌다

튜토리얼(Tutorial)이 잘 짜여있다는 점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이해하기 쉽고 간단한 규칙을 가진 [Tetris]와 [Puyo Puyo]지만 두 작품 모두 25년 이상 이어져온 퍼즐 게임이다 보니 초심자와 상급자의 실력 차이가 크다. 각 게임에서 상급자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익혀야 할 기술과 요령이 몇가지 있는데 사실 초심자의 입장에서 아무런 도움 없이 익히기 쉽지 않다. 가령 [Tetris]의 고급기술 중 하나인 T-Spin(블럭을 회전과 낙하 타이밍을 계산해 일반적으로는 넣을 수 없는 곳에 블럭을 끼워 넣는 기술)은 초심자를 벗어나 숙련자로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익혀야 하는 기술인데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는 이상 기술 자체가 있다는 것조차 알기 어렵다. [Puyo Puyo]도 연쇄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효과적으로 뿌요를 쌓는 방법을 알기 위해서는 수백번, 수천번 게임을 하면서 경험을 쌓는 방법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어 시간 소모가 상당한 편이다. 이러한 이유로 [Puyo Puyo Tetris]는 단계별로 튜토리얼이 준비되어 있어 [Tetris]와 [Puyo Puyo]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으로 시작해, T-Spin의 사용법까지 체계적으로 가르쳐줄 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연쇄를 위해 쌓아야 할 뿌요의 형태를 여러 가지로 제시해주고 있어 학습이 매우 용이함은 물론 숙련자로 진입하기 위한 시간을 크게 단축해준다.

싱글 플레이와 멀티 플레이 양쪽 모두 풍부해 혼자 해도 즐겁고 같이 해도 즐겁다

싱글 플레이와 멀티 플레이의 비중도 매우 균형 있게 구성되어 있다. [Puyo Puyo]와 [Tetris] 모두 퍼즐이지만 대전 요소가 강조되다 보니 사람 사이에 대결이 이루어지는 멀티 플레이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다시피 실력 차이가 존재해 초심자는 멀티 플레이로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튜토리얼도 잘 구성되어 있지만, 게임에 대한 숙련도를 점진적으로 늘리기 위해 싱글 플레이의 구성도 중요한데 이를 성공적으로 갖춰두었다. 세세하게 나눠진 난이도와 다양한 도전과제는 실력을 단계적으로 증진하기에 충분하며, 컴퓨터와의 대전은 초보자에게는 어렵다고 느껴질 정도로 설정되어 있어 멀티 플레이에 도전하기 전까지 훈련 대상으로 아주 적절하다. 이 외에도 무한뿌요, 무한테트, 토너먼트 등 다양한 게임 모드를 제공하고 있어 싱글 플레이용 퍼즐 게임으로써 많은 시간을 즐겨도 전혀 지루함이 없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게이머라면 곧바로 멀티 플레이를, 처음 게임을 접하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싱글 플레이를 취향에 따라 선택해서 즐기면 된다.

모든 기존 캐릭터에 더해 신규 캐릭터가 나왔음에도 여전히 개성이 넘쳐 난다

콜라보레이션의 주축이 SEGA이다 보니 기존 [Puyo Puyo] 시리즈의 강점이었던 캐릭터성도 여전히 잘 드러난다. Tile-matching Puzzle의 콜라보레이션을 기념이라도 하듯 기존 [Puyo Puyo] 시리즈의 모든 캐릭터가 모두 등장할 뿐만 아니라 [Tetris] 쪽에도 신규 캐릭터가 추가되어 상당히 많은 수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테트리스 블럭 이름을 딴 캐릭터의 이름은 전혀 어색하지 않으며, 많은 수의 캐릭터가 새로이 추가되었음에도 기존 캐릭터와 겹치는 특성이 없어 모두 개성 있게 느껴진다. 게다가 대칭되는 블럭의 이름을 가진 캐릭터의 설정(에스와 제트는 부녀, 제이와 엘은 쌍둥이)을 재미있게 구축했고, ‘차원의 붕괴로 인한 두 세계의 만남’이라는 중심이야기를 통해 게임 내 이야기도 어느 정도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 있다. 다만 테트리스 진영의 캐릭터는 콜라보레이션에 의해 일회성으로 등장한 것이기에 SEGA 측에서 테트리스를 발매하지 않는 이상 다른 작품에서는 볼 수 없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기념비적인 작품임과 동시에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퍼즐 게임!

[Puyo Puyo Tetris]는 [Puyo Puyo]와 [Tetris]가 가진 고유한 재미를 뛰어넘는 것을 가지고 있다. 두 게임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낸 것은 물론 각각의 특징을 적절히 조합해 익숙하면서 새로운 게임을 여럿 만들었다. 그리고 [Puyo Puyo]의 강점이었던 캐릭터성을 [Tetris]에도 잘 적용해 일회성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와 이야기를 담고 있기까지 하여 다양한 재미와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Puyo Puyo]와 [Tetris]를 전혀 해보지 못한 사람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충실한 구성이 담겨 있기에 친구와 함께, 가족과 함께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는 게임이다.  [Puyo Puyo Tetris]는 기존 팬들에게는 물론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도 아주 멋진 선물이 될 것이며, 동시에 Tile-matching Puzzle의 두 대표작이 하나로 뭉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 뿌요와 테트. 당신은 어느 쪽을 고르겠는가?

못다 한 이야기

- 당연한 이야기지만 테트리스와 뿌요뿌요 사이의 승부도 가능하다. 다만, 서로 다른 게임인지라 밸런스 측면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숙련자들 사이에서는 테트리스가 뿌요뿌요에 비해 유리하다고 한다. 물론 이는 비슷한 실력의 상급자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이며, 가볍게 즐기는 수준의 일반 게이머에게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 성우들의 캐릭터 연기는 나쁘지 않았으나 전체적으로 말이 느리고 발음을 또박또박하게 내는 편이다. 전연령을 대상으로 즐길 수 있어야 하는 게임이다 보니 저연령층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신경 쓴듯하다. 대사가 전반적으로 짧은 것도 비슷한 이유인 듯?

- 여느 테트리스류 게임이 다 그렇듯이 중독성이 대단하다. 싱글 플레이만 2시간을 넘게 해도 전혀 질리지 않으며 퍼즐 게임의 특성상 언제나 강한 몰입을 할 수밖에 없다. 저렴한 가격에 여러 사람이 오래도록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찾는다면 [Puyo Puyo Tetris]만한 작품은 없다고 본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없음


제목 : Gravity Rush 2 (그라비티 러쉬 2)

장르 : 액션

제작사 : Sony Interactive Entertainment Japan Studio

플랫폼 : Playstation 4

발매년도 : 2017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게임의 공간/진행 구성 중 하나인 오픈 월드(open-world)는 플레이어에게 높은 자유도를 제공한다. 그러나 단순히 방임주의적 자유를 제공하는 게 아니다. 작품 속 중심 이야기를 통해 큰 흐름을 만들어두고, 그 안에서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선택사항이란 보조 임무(sub-quest)를 비롯한 여러 형태의 컨텐츠를 말하는 데 중심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한 주 임무(main-quest)를 제외하면 특별히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오픈 월드는 중심이야기를 큰 흐름으로 두고 다양한 선택 사항을 제공하여 플레이어의 취향에 따라 컨텐츠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게 하는 게임 구성이라 볼 수 있다. 다만 아무리 높은 자유도를 가진 오픈 월드라 할지라도 제약이 있기는 마련이다. 그 제약이란 바로 ‘공간과 이동'의 제약. 자유도가 높다 한들 게임(game) 안에는 고유한 규칙(rule)이 존재한다. 칼과 방패를 들고 싸우는 게임에서 총과 대포를 쓸 수 없으며, 말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 게임에서 비행기를 탈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이렇듯 이동과 공간에 있어서도 플레이어가 접근 가능한 공간과 이동 가능한 범위가 정해져 있기에 오픈 월드라 할지라도 모든 것이 자유롭지는 않다.

중력을 독특한 게임성으로 호평을 받은 [Gravity Rush :소녀는 하늘로 떨어졌다]

그렇다면 이동의 제약이 사라진 오픈 월드가 있다면 어떨까? 플레이어가 기대하는 모든 장소에 오르내릴 수 있고, 접근 가능한 공간에 제약이 없으며, 이동이 완전히 자유로운 게임이 있다면? 그런 게임이 어디 있냐며 코웃음을 칠지도 모르겠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2012년 Playstation Vita로 발매된 [Gravity Rush : 소녀는 하늘로 떨어졌다]가 바로 이동과 공간에 제약이 없는 오픈 월드 게임이다. 이쯤 되면 호기심이 생길만하다. 이동에 제약이 없는 오픈 월드라니 얼마나 재미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Gravity Rush : 소녀는 하늘로 떨어졌다]는 일본 게임 대상을 받음과 더불어 게이머와 평론가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은 뒤, 2015년에는 Playstation 4로 리마스터(remaster)까지 이루어진 작품이다. 그리고 이러한 흥행에 힘입어 Playstation Vita에서 Playstation 4로 기종이 변경된 후속작 [Gravity Rush 2 : 하늘로 떨어진 소녀의 선택]까지 발매되었다.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마침 후속작이 손에 들어왔으니 파헤쳐보도록 하자.

몸을 가볍고 무겁게 만드는 것을 넘어서 다양한 형태의 중력 활용법이 존재한다

[Gravity Rush] 시리즈의 핵심은 작품의 이름 그대로 중력(gravity)이다. 중력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중력술사 캣(Kat)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중력을 활용하는 독특한 게임 방식을 선보이고 있는데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무중력 공간에서 부유하듯 공중을 날아다니는 것부터 시작해, 몸을 가볍게 만들어 아주 높이 뛰어오를 수 있고, 거꾸로 몸을 무겁게 하여 적에게 가하는 충격량을 향상하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주변 사물에 작용하는 중력을 조절하여 염동력을 사용하듯 사물을 들어 올릴 수도 있으며, 중력의 작용 방향을 바꿔 벽이나 밑바닥에 붙어 걸어 다니기까지 할 수 있다. 무중력 공간이나 중력의 방향이 바뀌는 장소가 나타나는 작품은 이전에도 등장한 바가 있지만 [Gravity Rush] 시리즈처럼 주인공(=플레이어)이 중력을 자유롭게 조절하여 다양한 움직임을 선보인 적은 없었기에 아주 신선하게 다가온다.

조작 방향이 2차원에서 3차원으로 확장되기에 조작이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중력을 사용하는 게임 방식만큼 인상적인 요소가 있다면 조작 체계(control system)다. 본작은 게임의 특성상 공중에 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조작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공중에서의 조작은 땅 위에 서 있을 때보다 조작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땅에 서 있는 상태에서의 움직임은 캐릭터가 두 발을 붙이고 있는 바닥, 즉, 면(面)을 따라가기 때문에 이동방향이 캐릭터를 중심축으로 하여 360’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2차원) 그러나 공중에 떠 있는 상태라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동 가능한 방향이 위아래로 추가되기 때문에 면을 따라가는 360'의 범위를 넘어서게 된다.(3차원) 게다가 시점이 1인칭이 아닌 3인칭이라면 조작은 더 복잡해진다. 1인칭은 시점이 고정되어 있기에 이동 방향에만 신경을 쓰면 되지만, 3인칭은 대게 카메라의 각도가 변하면서 시점도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같은 조작이라 할지라도 시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지므로 한층 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에서 비행 시뮬레이터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비행기가 항상 직진한다'는 상황을 만들어두거나 3인칭이지만 시점을 고정하는 방법을 활용하여 방향만 전환하는 형태로 조작을 편리하게 구성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중력 상태'는 비행하는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공중에 떠 있는 채로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있을 수도,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력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주인공이기에 원한다면 어떠한 방향으로든 움직이다가도 멈출 수 있어야 한다.

시점과 이동방향의 결합을 통해 스틱과 버튼 하나로 구성한 간단한 조작체계

이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은 바로 ‘시점과 이동 방향의 결합’. 무중력 상태에서의 이동방향은 캐릭터를 화면 한가운데에 두고 플레이어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정해진다. 화면 중앙에 표시(마커, marker)를 기준으로 플레이어의 시점을 조절할 수 있으며, 접근하고자 하는 위치로 시점/표시를 맞춘 뒤 움직이면 된다. 게다가 움직이기 위해 사용되는 것은 단 하나의 버튼뿐이다. 제자리에 멈춘 상태에서 버튼을 누르면 버튼을 누르는 순간에 바라보던 시점을 따라 이동하고, 움직이는 중에 버튼을 누르면 이동을 멈춘다. (단, 이동하는 중에는 시점을 바꿔도 방향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즉, 시점을 조절하는 스틱 하나와 이동/정지 기능을 가진 버튼 하나만을 활용하는 아주 간단한 조작 체계로 무중력 상태의 움직임을 구현해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조작법을 학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고 [Gravity Rush] 시리즈의 핵심인 중력을 이용한 자유로운 이동을 빠르게 숙달할 수 있다. 또한, 비행 상태를 조작하는 기존 작품들보다 조작의 어려움을 느끼는 시기가 거의 없으므로 게임의 재미를 빠르게 느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 외에도 중력을 이용한 공격(중력 킥, 중력 던지기 등)은 조준 보정/추적 기능이 존재해 정교하게 조작하지 않더라도 공격이 적중할 수 있게 했고, 하나의 버튼에는 하나의 기능만을 넣어(one button = one action) 의도와 달리 조작이 꼬이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단순하게 구성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조작의 편의성을 갖추고 있다.

불편함이라는 약점도 있지만, 역동성을 강화하는 강점도 가진 ‘양날의 검’ 시점

다만, 시점은 ‘양날의 검'이 되어버렸는데, 시점으로 인한 약점과 강점이 매우 명확하게 드러난다. 먼저 약점으로는 이동 방향과 시점의 결합을 통한 조작의 편의성 증대가 시점 자체를 불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무중력 상태에서 이동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시점을 바꿔야 하는데, 2차원에서 3차원으로 넓어진 이동 방향만큼 시점의 변화도 더 복잡해진다. 특히 이동 방향을 자주 바꿔야 하는 상황(전투, 추적 등)은 시점을 평소보다 더 자주 조정해야 해서 시각적으로 많은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연출을 위해 자동으로 발생하는 카메라 기법(줌 인, 줌 아웃 등)이 발생하는 경우는 시점이 급격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멀미를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이동 방향에 따라 시점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기존 게임에 비해, 조정이 거의 되지 않아 시점이 완전히 뒤집히거나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틀어지는 등 예상치 못한 시점 변화가 자주 발생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오히려 복잡한 시점 변화가 연출력을 강화하고 주인공의 행동을 더 역동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강점으로도 작용한다. 연출을 위해 활용한 카메라 기법들은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정해진 상황과 계산된 시점에서 보이는 게 일반적인데 본작은 시점이 수시로 바뀌다 보니 같은 상황에 같은 연출이라 할지라도 매번 달라 보이게 된다. 가령 중력킥을 사용할 때 기본적으로 줌 인(Zoom In)되지만 매번 시점의 변화가 달라서 그 느낌이 천차만별이다. 공격이 적중했을 때 시점이 살짝 회전하는 경우는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시점이 움직이지 않지만 한 번 더 줌인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공격이 더 강력하게 느껴지게 한다. 반대로 공격이 빗나갔을 때도, 시점이 바뀌지 않는 경우는 적에게 뒤를 잡힌듯한 기분을 들게 하면서도, 가끔은 공격이 빗나가는 순간 시점이 회전하면서 공격을 회피한 적의 모습을 함께 비춰 매우 멋진 그림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외에도 이런 불규칙하고 잦은 시점변화는 무중력 상태를 표현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 무중력 상태는 땅 위에 두 발을 붙이고 있는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시선 아래쪽에는 땅, 시선 위쪽에는 하늘)과 달리 위아래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회전하고 뒤집어지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점은 무중력 상태를 더 실감 나게 느끼도록 만든다. 즉, 복잡한 시점 변화는 시각적 불편함을 일으키지만 게임을 역동적으로 보이게 하고 무중력 상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품 전반에 깔린 만화/애니메이션을 보는 느낌의 디자인은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점은 조금 불편하지만, 이 안에 담긴 디자인과 컷씬, 그래픽 등의 시각적 요소는 매우 훌륭하여 플레이어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작품 전반에 깔린 일본 애니메이션 풍의 등장인물 디자인과 독특한 색채, 그리고 그 안에 그려진 작중 세계관은 대단히 멋진 그림을 그려낸다. 또한, 일본 애니메이션 풍의 디자인이 깔렸음에도 불구하고, 작중 각 지역은 일본이 아닌 다양한 국가가 연상되도록 만들어져 있으며 이들이 서로 상충하지 않고 조화를 잘 이루고 있어 독특한 느낌을 자아내기까지 한다. 컷씬(cutscene) 역시 매우 색다른 방법으로 구성하고 있는데, 종이 위에 칸을 나누고 그림과 말풍성을 활용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만화책 구성을 활용하고 있어 작품 전반의 애니메이션 느낌과 잘 이어지기까지 한다. 물론 만화책 구성의 컷씬이 아닌 영상 컷씬도 존재한다. 다만 시네마틱(cinematic) 컷씬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존 게임들과는 차이가 있다. 시네마틱 컷씬을 별도로 제작하여 화려한 연출이나 뛰어난 영상미를 보여주려고 하기보다는 게임 내 모델을 그대로 활용하여 영상과 게임 진행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괴리감을 없애는 데 집중했고 영상-게임 사이의 연결성을 갖춤으로써 작품 전반에 깔린 애니메이션다운 특징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기종 변경에 따라 한 단계 더 깔끔하고 선명한 그래픽을 갖춘 [Gravity Rush 2]

그래픽은 Playstation Vita에서 Playstation 4로 기종이 변경될 만큼 상당한 발전을 일궈냈다. 일부 지저분해 보이는 텍스처가 말끔하게 정리되었고, 원거리 그래픽 표현이 향상됨과 동시에, 색채가 한층 더 선명해졌으며, 인물 및 건축물을 비롯한 각종 모델로부터 느껴지던 뻣뻣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단, 전작 [Gravity Rush]의 그래픽도 발매 시기가 2012년인 것과 휴대용 기기로 개발이 되었음을 고려해보면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여러 긍정적인 변화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단연 광원 효과와 명암이다. 화면 속에 나타나는 빛과 그림자의 변화는 게임을 하는 내내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깨끗하고 선명해진 그래픽만큼이나 빛과 그림자가 분명하게 느껴지며, 같은 위치에 서 있더라도 캐릭터가 바라보는 방향이나 행동에 따라 바닥의 그림자가 수시로 변하는 것은 물론 빛의 각도에 따라 얼굴과 몸에 지는 그림자도 구체적으로 표현된다. 그뿐만 아니라 플레이어의 시점이 빛이 비치는 곳을 바라보느냐 빛을 등지고 있느냐에 따라 느껴지는 빛의 세기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 태양이나 야간 조명 같은 빛을 비추는 쪽으로 시점을 돌리면 게임 중에도 눈이 부실 정도이며, 그 반대로 시점을 돌리면 실제로 플레이어가 빛을 등지고 있는듯한 기분이 든다.

작중에서 사용하는 짧은 음절의 가상 언어는 실제 언어보다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시각적 요소가 워낙 인상적이다 보니 다소 가려지는 느낌도 없지 않지만, 청각적 요소도 아주 훌륭하다. 전투 중에 들을 수 있는 각종 효과음은 소위 타격감이라고 불리는 시청각 연출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고, 지역마다 정해져있는 배경음은 해당 지역의 분위기를 잘 살려낸다. 그리고 효과음과 배경음에 비하면 정말 작은 부분이지만 작중 등장인물들로부터 들을 수 있는 목소리(음성, 音聲)도 굉장히 매력적이다. [Gravity Rush]에서 들을 수 있는 언어는 가상의 언어인데 등장인물들의 말은 전부 알아들을 수 없으며 감탄사라고 해도 믿을 만큼 짧은 음절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적절한 성우를 찾지 못했거나 음성에 대해 소홀히 했다는 느낌을 받지만, 게임을 진행할수록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넘어 매력적으로 느끼게 된다. 게다가 짧은 음절을 가진 가상의 언어임에도 말을 하는 인물의 감정이 충분히 느껴지며 작중 세계를 더 신비롭게 느껴지도록 만들기까지 한다. (사실 짧음 음절을 가진 가상언어의 사용은 특정 국가의 색채를 드러내지 않기 위한 제작사의 전략이었는데, 이는 개발자들의 의도가 어느 정도 적중했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컨텐츠를 담아냈지만, 구성과 내용이 서로 달라 중복되는 형태가 거의 없다

중력을 조작하는 능력을 활용해 오픈 월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각종 컨텐츠는 매우 흥미롭다. 사람들이 옮기지 못하는 물건을 대신 옮겨주고, 접근할 수 없는 장소를 관찰하기 위해 하늘을 날며, 늦어진 신문 배달을 수습하기 위해 마을을 쏘다니거나, 결근한 스턴트맨을 대신에 액션 연기를 하고, 주민을 습격한 괴물을 무찌르는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컨텐츠 구성의 짜임새가 상당히 좋은데 여러 방면에서 그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중복되는 형태/내용의 컨텐츠가 거의 없어 반복수행으로 인한 지루함이 거의 없다. 오픈 월드 구성이 다양한 선택사항을 포함하는 건 사실이나 적지 않은 수의 작품이 비슷하고 반복적인 내용의 컨텐츠를 산발적으로 배치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선택사항을 제시한다 한들 다소 지루해질 가능성이 있는데, [Gravity Rush 2]는 중복되는 컨텐츠가 거의 없으며 비슷한 내용이라 할지라도 많은 차이점이 존재한다. 일례로, 중력 조작이 게임의 핵심이기에 대부분의 컨텐츠가 중력을 활용하고 있으나 일부 컨텐츠는 완전히 중력을 사용하지 않도록 제한을 두고 있어 색다른 느낌을 부여한다.

컨텐츠 자체가 독립된 이야기이자 중심 이야기의 이해를 돕는 기능을 하고 있다

다음으로, 게임 내 컨텐츠들이 단순한 미니게임/보조임무의 역할을 넘어선다. 각 컨텐츠는 마을 안의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담고 있다. 이는 플레이어의 기분을 환기하고 소소한 즐거움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독립된 이야기이다. 그뿐만 아니라 일부 컨텐츠는 세계관과 중심 이야기의 이해를 돕는 연결고리의 역할을 하고 있어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기까지 한다. 이러한 특징은 기존 오픈 월드의 컨텐츠 중 상당수가 작품 내 이야기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적거나(또는 관련이 아예 없고)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내용인 것과 매우 대조적이며, 개발자들이 플레이어가 즐길 컨텐츠를 효과적으로 구성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넓은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컨텐츠를 구성하여 욕구를 충족시킨다

마지막으로, 게임 속 세계를 돌아다니는 행위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인상적인 시각적 요소’와 ‘중력을 이용한 자유로운 이동’는 서로 시너지를 일으켜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킬 만 하다. 하지만 아무리 오픈 월드라 할지라도 아무런 목적 없이 돌아다니기는 곤란한 부분이 있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임무 수행과 이야기 진행과 관련 없는 곳으로 가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작중 컨텐츠의 상당수를 아주 넓은 범위에서 움직이도록 구성하여 세계를 돌아다니고픈 욕구를 자연스레 충족시켜주고 있다. 여기에 컨텐츠이자 보조 기능 중 하나인 ‘사진촬영’은 단순히 작중 세계를 눈으로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기록을 남길 수 있게’하여 더 특별한 느낌을 들게 한다. 물론 이야기 진행과 임무 수행과 전혀 관련이 없지만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저곳 돌아다니게 유도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순수하게 중력 조작 능력의 숙련도를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챌린지(Challenge, 도전)도 존재하며, 코스츔(costume, 의상) 변경, 방 꾸미기, 보물찾기 등 가볍고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컨텐츠도 포진해있어 더 많은 즐거움을 제공한다.

전작에서 풀리지 않은 의문은 해결했지만, 문제점을 해결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작중 중심 이야기, 즉, 스토리는 훌륭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전작 [Gravity Rush]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스토리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형성하며 이야기를 끌어간 것은 좋지만, 너무 많은 부분에서 답을 내리지 않은 채(too many mysteries unanswered) 이야기가 끝나버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Gravity Rush 2]에서는 캣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았고, 작중 세계가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 자세히 밝혀졌으며, 몇몇 인물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전작에서 답을 내리지 못한 내용을 충분히 해결했다. 그러나 이야기 전체를 살펴보면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상당수 존재한다. 전작에서 레이븐(Raven)의 출생과 정체에 대해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 캣과의 관련성을 강조하면서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이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의문만 증폭시킨 채 이야기를 끝마치게 된다. 그리고 새로이 등장한 인물인 세시(Ceci) 역시 전작의 사건과 연결성을 가지고 있지만, 세시의 각성이나 능력은 다소 급작스럽다고 느껴질 만큼 이야기 진행과 연결성이 떨어진다. 여기에 최종장 이전에 주적이었던 브라흐만 박사의 시간 억제 기술이 작품 전체의 이야기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세시의 동생 칼리(Kali)가 왜 갑자기 괴물로 변해버렸는지 등 설명이 부족한 내용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시리즈 전체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내용은 이야기 후반부에 몰려있다. 그러다 보니 초중반의 이야기에는 누가 나와도 상관없었을만큼 동떨어진 느낌이 날 뿐만 아니라 후반부에 들어서 이야기의 전개가 급격히  빨라져 짜임새도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설명하기 힘든 이야기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어 작중 세계관과 잘 맞아떨어지며, 각 등장인물의 인물상을 잘 드러나 모든 캐릭터가 상당히 개성 있게 다가오고, 주인공 캣이 헤쳐나가는 여러 사건사고들은 충분히 흥미로워 가볍게 즐기기에는 무리 없다는 점, 그리고 [Gravity Rush : 소녀는 하늘로 떨어졌다]의 후속작으로써는 이야기를 적절히 끝마쳤다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약점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게임이었기에 큰 아쉬움이 남는다

[Gravity Rush 2 : 하늘로 떨어진 소녀의 선택]은 매력적인 작품이다. 중력을 활용한 독특한 게임방식, 학습에 어려움이 없는 간편한 조직체계, 애니메이션을 보는듯한 인상적인 시청각적 요소, 다채로운 내용과 훌륭한 짜임새를 갖춘 컨텐츠,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시너지를 일으키는 오픈 월드 공간은 플레이어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한다. 물론 이야기 측면에서 약점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작에서 해결하지 못한 이야기의 상당 부분을 해결했고, 매력적인 등장인물과 작지만 흥미로운 사건/사고들은 그 자체로 즐겁다. 그러나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Gravity Rush] 시리즈는 [Gravity Rush 2 : 하늘로 떨어진 소녀의 선택]을 끝으로 더는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는 이야기가 남아 있으며, 게임 자체는 아주 흥미로웠기에 아쉽지 않을 수 없다.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언젠가 [Gravity Rush]의 이름으로 새로운 작품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못다 한 이야기

- 시점의 경우 불편함을 해소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카메라를 최대한 멀리 배치하며 시야 범위를 넓히면 시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이렇게 되면 역동성이 감소하여 등장인물의 액션이 밋밋해지게 된다. 또한, 플레이어도 무중력 상태에 있는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는 주인공이 바라보는 것과 비슷한 시점을 가져야 하는데, 카메라를 멀리하면 주인공이 바라보는 것과 차이가 발생하므로 무중력 상태를 거의 느낄 수 없게 된다. 아마 제작사도 이를 알고 있기에 다소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시점을 자주 바뀌도록 설정한 것이리라 생각한다. 게다가 이동 중에는 시점이 안정적이며, 시점을 제자리로 돌리는 버튼이 따로 있기에 매번 시점이 불편한 것은 아니다. 나름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라 본다.

- '사진촬영'이 정말 흥미롭다. 게임 내 디자인과 그래픽이 인상적이다 보니 게임을 진행하는 중에 수시로 사진을 찍게 된다. 여기에 의상을 변경할 수 있고, 분위기가 모두 다른 다양한 지역이 존재하기에 조금만 노력한다면 대단히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다. 게다가 사진과 관련된 컨텐츠도 상당수 존재한다. 사진을 보고 사람을 찾는다거나 특정 상황을 포착한 사진을 촬용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응용하고 있으며, 다른 게이머들이 촬영한 사진을 실시간으로 공유하여 보물찾기를 위한 힌트로 제공하거나 멋진 장소에 대한 정보를 보여주기도 한다.

- 엔딩 크레딧이 굉장히 멋지다. 게임 진행 중에 촬영한 사진을 하나씩 보여주는 데 추억을 되새기는듯한 기분이 들어 끝까지 보게 된다. 신비로운 분위기로 여운을 남기는 결말을 더 진하게 만드는 것은 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아주 드물게 프레임 드랍이 발생한다.


제목 : Shantae; Half-Genie Hero (샨테 하프지니 히어로)

장르 : 액션, 플랫포머

제작사 : WayForward

플랫폼 : Playstation 4, X-Box One, Wii U, PC

발매년도 : 2016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보기 드물지만 각 게임개발사는 회사를 대표하는 작품이자 캐릭터, 그리고 얼굴에 해당하는 마스코트(mascot)가 존재한다. Nintendo의 마리오, Sega의 소닉, Capcom의 록맨이 이에 해당되며 Wayforward의 ‘샨테’ 또한 마찬가지다. 소닉이나 마리오, 록맨 만큼 오래되진 않았지만 2002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시리즈를 이어오면서 Wayforward의 마스코트이자 대표작으로써 그 역할을 맡아왔다. 물론 오랫동안 작품을 이어왔다는 것만으로 마스코트가 된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캐릭터들 못지않은 독특한 개성으로 무장하고 있고, 게임의 완성도가 훌륭하며, 평단의 평가도 좋아 마스코트라 불릴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다만 평가에 비해 게이머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워낙 낮다 보니 마스코트라고 인정하는 것은커녕 샨테라는 캐릭터가 있었는지도 모르는 게이머가 부지기수였을 뿐이다.

개발사 간 협력과 새로운 플랫폼에서의 발매로 서서히 인지도가 쌓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Shantae] 시리즈의 개발사 Wayforward가 [Rockman Zero], [Mighty No.9] 등을 개발한 Inticreates와 협력을 맺으면서 큰 이슈가 되었고,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 [Shantae and the Pirate’s Curse]가 스팀(steam)으로 발매되어 조금씩 게이머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과거 GBC(Gameboy Color)로 발매한 초대 [Shantae], 개발 중단과 함께 너무 오랜 기간 발매가 늦춰진 [Shantae; Risky’s Revenge]의 낮은 인지도를 생각하면 굉장히 분위기가 좋아진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인지도가 올라갔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킥스타터(Kickstarter)에서 진행한 [Shantae; Half-Genie Hero]의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치기까지 했다. 이쯤 되면 어느 누구도 샨테를 듣도 보고 못 한 캐릭터라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높아진 인지도와 별개로 과제가 하나 남았다. ‘인지도가 낮았을 뿐 게임의 완성도는 뛰어나다'라는 걸 [Shantae; Half-Genie Hero]를 통해 증명하는 것. 과연 샨테는 이를 증명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을까?

지금까지 모두 훌륭한 도트 그래픽이었지만 아쉬움과 괴리감이 항상 존재했다

성공적인 펀딩과 높아진 인지도에 부응이라도 하듯 [Shantae; Half-Genie Hero]는 지금까지의 샨테 시리즈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갖추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다른 모습이란 바로 그래픽. 이전 작품인 [Shantae](2002), [Shantae; Risky’s Revenge](2010), [Shantae and the Pirate’s Curse](2014)는 도트그래픽으로 만들어졌다. 도트 그래픽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도트그래픽으로써 충분히 훌륭한 모습을 갖췄고 발매 기종까지 고려한다면 결코 나쁘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해상도가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에 샨테를 비롯한 여러 등장인물의 매력을 게임으로 구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물론 게임 진행 중에 볼 수 있는 각종 일러스트를 통해 캐릭터들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는 좀 더 나은 그래픽에 대한 욕구와 일러스트-그래픽 사이의 괴리감만 낳을 뿐이었다.

고해상도 카툰풍 그래픽으로 탈바꿈하고 2D와 3D의 멋진 조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WayForawrd도 이를 인지한 듯 [Shantae; Half-Genie Hero]는 도트가 아닌 카툰(Cartoon)풍의 그래픽으로 탈바꿈했다. 샨테를 비롯한 모든 등장인물이 일러스트에서 볼 수 있었던 모습 그대로 다시 만들어졌고, 몬스터들 역시 카툰풍으로 재디자인되어 전작보다 더 귀여운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단순히 카툰풍으로 바뀐 것뿐만이 아니라 Full HD의 높은 해상도를 통해 전작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깔끔한 그래픽을 선보이고 있다. 덕분에 도트그래픽과 일러스트 사이에 발생한 괴리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으며, 통일감을 형성하는 것을 물론 캐릭터의 매력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그래픽의 향상과 함께 프레임(fps, frame per second)도 향상되었는데, 캐릭터의 움직임이 부드러워졌을 뿐만 아니라 샨테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밸리 댄스(Valley Dance)는 ‘섹시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멋진 모습이 되었다. (여담으로 전작은 도트그래픽이기에 밸리 댄스 특유의 섹시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도트 그래픽의 각진 느낌과 어색한 모션으로 인해 우스워 보이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 외에도 캐릭터는 2D로 만들되 배경과 사물은 3D로 만들어 충분한 공간감을 형성하고 있으며, 2D와 3D 중 어느 한쪽만이 눈에 띄지 않도록 균형을 잘 맞추고 있기까지 해 여러모로 보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샨테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변신술이 부활했으며 변신종류도 많이 늘어났다

그래픽의 발전만큼 환영할만한 요소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샨테의 변신술이 부활했다는 것. 전작 [Shantae and the Pirate’s Curse]는 작중 이야기 흐름상 변신술을 사용할 수 없어 해적 도구를 활용해 게임이 진행되었다. 해적 도구를 이용한 연계 기술과 속도감 있는 게임 진행은 기존의 [Shantae] 시리즈와는 다른 재미를 주었지만, ‘밸리 댄스를 추며 변신하는’ 샨테만의 개성을 드러내기에는 다소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Shantae; Half-Genie Hero]에서 변신술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전작보다 속도감은 떨어졌을지언정 샨테의 개성이 확실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게다가 3~4개에 불과했던 변신술이 12개로 증가하기까지 했으니 더 다양한 게임 방식을 갖추게 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2개의 강력한 마법까지 더한다면 밸리 댄스로 사용하는 마법과 변신술은 총 14개)

학습이 간편한 원 버튼 시스템이지만 타이밍 요소를 반영해 단조로움을 해소한다

다만 변신을 위한 조작방법이 초대 [Shantae]에서 사용하던 커맨드 입력 방식이 아니라 [Shantae; Risky’s Revenge]의 원 버튼(one button) 방식이 적용되었다. 이는 분명히 조작하는 재미를 반감한다는 아쉬움이 있으나 게임을 조금만 진행해보면 오히려 원 버튼 방식을 적용한 게 더 나은 선택이었음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본작의 변신술(+댄스마법)은 총 14가지. 여기에 커맨드 입력 방식을 적용할 경우 플레이어가 학습해야 할 요소가 지나치게 많아진다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변신을 자주 해야 하는 게임 특성상 상황에 따른 즉각적인 변신은 필수인데, 14종의 커맨드가 존재할 경우 잘못 변신하거나 커맨드를 기억하지 못해 커맨드 리스트를 다시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게임의 흐름이 자주 끊기는 것은 물론 몰입을 해치고 짜증을 유발하게 된다. 그래서 원 버튼 방식의 간단한 시스템을 도입해 학습 부담을 줄이고 더 간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한 것은 매우 효과적인 선택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 원버튼 방식이 커맨드 입력 방식만의 조작하는 재미를 담지 못한다는 약점을 보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변신 버튼을 누른 후 타이밍에 맞춰 방향키를 누르는 방식을 함께 도입하여 원 버튼 시스템의 단조로움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있다.

메트로배니아 색깔이 강한 전작과 달리 일직선 플랫포머에 더 많은 무게를 뒀다

이야기 전개에 따라 임무를 부여받고 여러 스테이지를 반복적으로 진행하는 게임 방식은 변함없다. 그러나 전작의 강점은 살리되 약점은 보완함으로써 좀 더 짜임새 있고 탄탄탄 게임 구성을 갖추게 되었다. 먼저, 스테이지 구성이 크게 달라졌다. 게임을 진행함에 따라 일직선 구조의 플랫포머(Platformer)에서 메트로배니아(Metroidvania) 구성으로 점진적으로 바뀌는 특징은 동일하다. 그러나 일직선 플랫포머와 메트로배니아 중 어느 쪽에 무게 중심을 두었는지는 전작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전작 [Shantae and the Pirate’s Curse]는 전반부 스테이지는 일직선 플랫포머지만 후반부 스테이지는 미로 형태의 완전한 메트로배니아 구성을 보여, 게임 초반과 후반의 느낌이 상당히 다르다. 반면 [Shantae; Half-Genie Hero]는 거의 모든 스테이지를 일직선 플랫포머 구성으로 만들었으며, 스테이지 곳곳에 ‘변신술을 활용해야만 진입할 수 있는’ 숨겨진 공간과 우회로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메트로배니아 구성을 조금씩 섞는 방법을 사용했다.

게임성은 똑같지만, 게임이 가벼워지면서 변신술의 비중을 더 크게 높이게 됐다

스테이지 구성의 변화는 두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첫째, 게임이 한층 가벼워졌다. 전작의 메트로배니아 구성은 스테이지를 한 바퀴 도는 데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렸다. 미로처럼 얽힌 공간에서 퍼즐을 풀어가며 길을 찾는 것이 메트로배니아의 재미이긴 하나, 스테이지를 반복 진행해야 하는 게임 특성상 플레이어가 다소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본작의 일직선 구조는 길을 찾거나 퍼즐을 풀어야 하는 부담이 적고 스테이지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기에 짧은 호흡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둘째, 변신술의 비중을 늘어났다. 전작도 해적 도구를 활용하여 게임을 진행하도록 만들긴 했으나 특정 퍼즐과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해적 도구를 활용할 일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본작은 변신술을 사용하지 않으면 진입/해결 자체가 불가능한 요소를 많이 담아내 변신술의 비중을 크게 높였다. 게다가 변신을 하지 않고 게임을 진행하면 일직선 구조의 플랫포머의 특성이 나타나지만, 변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수록 점차 메트로배니아 특성이 드러나는 독특한 게임성을 갖추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술의 습득과 활용이 아주 유기적으로 짜여있어 물 흐르듯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다음으로, 유기적 게임 구성은 여전히 큰 강점으로 작용한다. [Shantae and the Pirate’s Curse]는 ‘해적 도구 습득 - 즉시 활용 가능한 스테이지 - 퍼즐/스테이지 해결 - 해적 도구 추가 습득'이라는 짜임새가 일품이었는데, [Shantae; Half-Genie Hero] 역시 해적 도구가 변신술로만 바뀌었을 뿐 같은 흐름을 갖추고 있다. 가령 원숭이 변신술을 얻은 직후에 진행하는 스테이지는 너무 높아서 올라갈 수 없는 구간이 존재하며, 인어 변신술을 얻은 직후에는 ‘물속에 있는 OO를 찾아라'는 임무가 부여된다. 그리고 변신술을 활용하여 퍼즐을 풀고 임무를 해결하면 또 다른 변신술을 얻을 수 있게 되며, 새로운 변신술은 다음 임무에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아주 정교하게 짜여있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게임 진행이 가능하며 퍼즐 풀이나 길 찾기에 대한 부담도 어느 정도 줄여주기까지 한다.

한층 늘어난 변신술의 종류만큼 퍼즐도 더욱 다양하고 오밀조밀하게 담겨 있다

마지막으로, 퍼즐 요소가 대폭 강화됐다. 메트로배니아 특성이 녹아있는 이상 퍼즐 요소는 필수일 수밖에 없다. 다만 스테이지의 길이가 짧은 일직선 구조가 되었기 때문에 미로형 구조를 활용한 큰 그림의 퍼즐보다는 한 화면에 담길 만큼 작지만 좀 더 머리를 써야 하는 퍼즐로 변화를 주었다. 그리고 전작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해진 변신술 덕분에 퍼즐의 종류와 수도 대폭 늘어났다. 거미 변신술과 박쥐 변신술의 독특한 이동방식을 활용하여 즉사 구간을 빠져나가야 하는 퍼즐, 쥐 변신술을 사용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아주 작은 미로, 코끼리 변신술의 힘을 활용한 블럭 맞추기 등 형태가 매우 다양해졌다. 게다가 일부 보스에 한해서도 퍼즐 요소를 반영해두었는데, 단순히 보스의 공격을 피하면서 체력을 깎아가는 조작 중심의 전투가 아니라 상호작용이 가능한 구조물을 활용하여 공격하는 형태를 담아내 매우 참신하게 다가온다.

신나는 배경음은 반복 진행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지루함을 완벽하게 상쇄한다

배경음(BGM, Background Music)은 전작에서도 매우 훌륭했는데, [Shantae; Half-Genie Hero]는 한 단계 더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전작은 스테이지 컨셉(concept)에 맞는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형성하는 것은 물론 분위기 환기를 위해 신나는 음악을 시기적절하게 배치했다. 특히 미니게임 스테이지에 사용된 배경음 중 하나인 ‘Run Run Rootytops'는 게임 외적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을 만큼 대단히 멋진 음악이었다. 그러나 밝고 어두운 음악이 섞여 있던 전작과 달리 본작은 전반적으로 밝고 신나며 중독성 있는 음악으로 채워냈다. 단편적으로 볼 때 음악의 다양성이 줄어들어 퇴보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 그렇지 않다. 본작의 음악은 반복진행의 지루함을 해소하기 위한 장치로써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Shantae; Half-Genie Hero]는 거의 모든 스테이지가 일직선 구조로 바뀌면서 한번 진행하는 시간이 짧아졌는데, 스테이지 길이가 짧아진 만큼 더 많은 반복 진행을 요구하게 되었다. 특정 구간의 반복은 필연적으로 지루함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신나고 중독성 있는 배경음을 통해 완벽하게 해소하고 있다. 게다가 단순히 신나고 중독성있는 것이 아니라 각 스테이지의 컨셉과 잘 맞는 음악이기에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 즐겁게 게임에 임할 수 있다. 이외에도 첫 스테이지의 배경음이자 [Shantae; Half-Genie Hero]의 주제곡-보컬곡인 ‘Dance through the Danger'는 음악 자체가 훌륭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가사를 통해 샨테라는 캐릭터가 가진 개성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어 인상적이기까지 하다.

대단히 만족스럽고 성공적인 변화를 일궈냈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한 그래픽, 부활한 변신술, 가벼워졌지만 더 짜임새 있어진 스테이지 구성, 다양하고 복잡해진 퍼즐 등 전작보다 한층 더 발전한 [Shantae; Half-Genie Hero]지만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마법 간 활용도 격차나 게임의 난이도 등의 게임 내 밸런스 부분에서 보완했으면 하는 것들이 있으며, 게임 진행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플레이어에게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는 부수적 요소들에 조금 더 투자를 했으면 싶다. 지금도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이지만 몇 가지만 더 손을 보았다면 훨씬 매력적인 게임이 되었을 거라는 큰 아쉬움이 생긴다.

십여 가지가 넘는 변신술이 존재하지만, 게임 중 활용도의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

게임 내 밸런스 측면에서 보완했으면 하는 점은 크게 세 가지. 첫째, 일부 변신술의 활용도가 지나치게 떨어진다. [Shantae; Half-Genie Hero]에서 사용하는 변신술은 총 12가지로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다양한 변신술을 활용해 퍼즐을 풀이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게임 방식은 흥미롭다. 하지만 변신술 사이에 활용도 격차가 매우 큰데, 가령 원숭이 변신술을 퍼즐 풀이가 아닌 상황에 활용해도 매우 유용한 반면 거미 변신술은 퍼즐 풀이 외에는 효용성이 매우 떨어져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된다. 또한, 박쥐 변신술의 특수 기술은 단 하나의 퍼즐 풀이 외에는 사용되는 일이 없으며, 각종 변신술의 공격 기능 역시 위력적이지 않아 잘 사용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다양한 변신술이 존재함에도 변신술 간의 효용성과 활용 빈도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 게임의 분량을 조금만 더 늘려서 다른 변신술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구성했다면 한층 더 재미있는 게임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다양한 마법이 있지만 ‘시미터’ 외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아 사용할 일이 없다

둘째, 다양한 마법이 추가되었지만, 효과적인 마법은 극히 소수다. 댄스 마법이 아닌 상점에서 구입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일반 마법도 다양하게 추가되었는데, 전작에서 높은 활용도를 보였던 시미터(Scimitar, 파이크볼, pikeball)를 제외하고는 활용도가 많이 떨어진다. 중장거리 공격이 가능한 마법이 두 종류나 있지만, 공격력이 너무 약해서 사용하나 마나 한 수준이며, 데미지 감소나 무적 모드 등 방어 마법도 추가되었으나 게임 자체의 난이도(다음 문단에서 상술)가 높지 않아서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이 부분은 마법의 공격력을 상향 조정하고 ([Rockman]의 약점 무기 활용과 비슷한 형태로) 속성을 부여하여 상황에 따라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거나, 전반적인 게임 난이도를 높였다면 충분히 보완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은 잘했지만 몇 가지 요소로 인해 전투 난이도가 크게 떨어지게 되었다

셋째, 전투의 난이도가 지나치게 낮다. 게임 구성 요소 중 전투의 난이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정말 많다. 그중에서 [Shantae; Half-Genie Hero]의 전투 난이도를 낮추는 요인은 ‘지나치게 높은 회복 아이템 제공률'과 ’보스를 비롯한 몬스터의 약한 공격력'에 있다. 어느 한쪽만 존재하더라도 난이도를 낮추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나, 두 가지가 모두 존재하다 보니 시너지를 일으켜 난이도를 큰 폭으로 낮추게 된다. 스테이지 진행 과정에서 생명력(HP, Health Point)이 바닥나 게임오버가 되는 경우는 없다시피 하며, 보스전은 공격 패턴을 훌륭하게 설계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피해를 주지 못하기 때문에 퍼즐 요소를 제외하면 적당히 맞아가면서 싸워도 쉽게 이길 수 있다. 더군다나 추락/가시밭 등에 의한 즉사 포인트 역시 체력을 조금 깎고 체크포인트로 되돌릴 뿐이다. 물론 [Shantae] 시리즈가 정교한 조작을 요구하는 전투 중심의 게임이 아닌 퍼즐 중심의 게임으로써 이어져 왔기에 반드시 전투 난이도가 높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보스전이 훌륭하지만, 너무 쉽다'라는 아쉬움이 꾸준히 제기되어왔을 뿐만 아니라 지금 가지고 있는 내용물만으로도 어렵게 만들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에서 여러 방면에 큰 변화를 준 [Shantae; Half-Genie Hero]에서만큼은 조금 달라졌으면 어땠을까 싶다.

더빙과 컷씬의 부재 - 한층 더 높은 매력을 발산하려면 차기작에서는 꼭 필요하다

부수적인 요소에서의 아쉬움은 ‘부족한 더빙'과 ‘컷신에서의 애니메이션 부재'에 있다. 더빙의 경우 킥스타터 펀딩 당시 모금액이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 진행하기로 했으나, 아쉽게도 더빙을 위한 목표 금액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더빙이 되어 있지 않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할 순 없다. 하지만 드물게 들어볼 수 있는 샨테와 리스키의 목소리는 충분히 매력적이며, 전작에서도 훌륭한 일러스트에 비해 맞는 더빙이 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있었기에 아쉬움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컷신/애니메이션은 이야기 진행에서 더 높은 몰입감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되었을 법한데 따로 제작되지 않았다. 캐릭터의 감정표현은 몇 장의 일러스트를 활용하고 있으나, 특정 상황에서 캐릭터의 감정 상태와 중립 자세가 썩 어울리지 않아 몰입을 조금 해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는 전작에서도 조금 지적되었던 부분이었을 뿐만 아니라, [Shantae; Half-Genie Hero]에서 보여준 그래픽 기술이라면 충분히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더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이대로 꾸준히 시리즈를 이어준다면 다른 마스코트들 못지않게 유명해질지도?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지만 [Shantae; Half-Genie Hero]가 아주 멋진 그림을 완성해냈다. 다른 게임이라고 느껴질 만큼 멋지게 만들어낸 그래픽, 더 단단한 짜임새를 갖춘 게임 구성, 신나는 음악과 게임으로써 재미까지 충분한 완성도를 갖췄다. 이제 게임의 완성도와 평가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는 말은 옛말이 되었다. 성공적인 펀딩을 통해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증명했고, 멋진 게임을 내놓음으로써 훌륭한 게임시리즈라는 것 또한 증명했다. 더 이상 ‘훌륭하지만 아무도 해본 적 없는 게임’(Video Game Award 2014)이라는 부끄러운 수식어를 달지 않아도 된다. 지금 이대로라면 [Shantae] 시리즈는 점점 더 유명해질 것이며, 소닉, 마리오, 록맨에 버금가는 캐릭터가 될지도 모른다. 앞으로 얼마나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보자.

못다 한 이야기

- 이번 작에서 아쉬웠던 점을 한 방에 해결하는 방법은 '변신술을 활용하도록 보스전을 설계'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변신술의 활용도가 골고루 분배될 뿐만 아니라 조작도 까다로워져 난이도가 자연스레 올라가게 된다. 더군다나 이는 어느 정도 [Rockman] 시리즈가 보여준 '보스전에서의 약점 무기 활용'과 비슷한 꼴이 될 수 있기에 확실하게 호평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 작중 이야기도 큰 진전이 있었다. 전작 [Shantae and the Pirate's Curse]에서 샨테의 어머니와 해적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세계관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본작 [Shantea; Half-Genie Hero]에서는 지니 왕국의 존재와 샨테의 어머니가 생존했음에 드러나는데, 이로 인해 차기작은 더 풍부한 이야기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악당이지만 악행의 규모가 작았던 리스키도 이번에는 지니 왕국을 타락시키겠다는 엄청난 계획을 세우기에 악역의 면모도 더 강하게 부각되었는데, 조력자로서 비중이 컸던 전작 못지 않게 인상적이었으며 향후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얼마나 악당다운 모습을 보여줄지 크게 기대된다.

- 리스키를 비롯한 다른 캐릭터로 게임이 가능한 DLC가 준비 중이라고 한다. 전작에서 해적 도구를 활용한 게임 방식이 사라져서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리스키 DLC에서 해적 도구를 활용한다고 하니 DLC 발매 이후에는 게임이 더 재미있어 질듯하다.

- 일반 마법인 '시미터'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사실상 사기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성능이 좋다. 사용하면 샨테 주위로 칼날이 돌아가는 데 한방이 데미지가 약하지 않고 회전속도가 빨라서 단위 시간당 데미지를 크게 높여준다. 단적으로 적의 공격을 맞아 무적시간이 발생할 때 시미터와 일반공격으로 때리면 더 많은 데미지를 줄 수 있어, 맞으면서 싸워도 보스를 쉽게 이길 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사기 마법...이랄까?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C )

- 없음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Final Fantasy XV (파이널 판타지 15)

장르 : 액션, RPG

제작사 : Square Enix

플랫폼 : Playstation 4, X-Box One

발매연도 : 2016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1987년부터 시작되었으며, JPRG(Japanese Role-Playing Game)의 거대한 줄기 중 하나이자, 수많은 걸작을 배출하고, 게임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게임시리즈. [Final Fantasy]. 그러나 앞선 수식어들이 무색하게도 이 시리즈는 어느덧 힘을 다해가고 있었다. 전통 있는 게임시리즈이기에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전의 명성에 맞지 않은 평가를 받으며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상업적 성과는 좋았을지언정 시리즈에 거대한 오점을 남겼다고 회자되는 [Final Fantasy XIII], 현재는 상황이 좋으나 첫 출발이 너무나도 나빠 큰 위기를 겪은 [Final Fantasy IV] 등 최근에 나온 작품들의 상태가 썩 좋지 않았기에 문제가 심각했다. 더군다나 시리즈 최고의 명작이라 불리는 [Final Fantasy VII]의 리메이크가 예정되어 있지만, 이는 과거의 명성을 재현할 뿐이며 발매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어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시리즈 사상 가장 거대한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는 [Final Fantasy XV]는 정말 중요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었다.

영화와 애니메이션까지 선행한 [Final Fantasy XV]였지만 뭔가 조금 이상하다

[Final Fantasy XV]는 출발부터 남다르다. 10년이 넘는 세월이 걸린 개발 기간은 물론이거니와 게임 발매 이전부터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 여러 매체를 활용(Media Mix, Media Franchise)하기에 이르렀다. 주인공 ‘녹티스'와 동료들의 과거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 [Brother Hood], 게임 내 프롤로그에서 보여준 루시스 왕국의 비극에 대해 다른 영화 [Kings Glaive], 녹티스 왕자의 아버지 레기스 113세의 과거를 다룬 외전 게임 [A King’s Tale]이 그것이다. 지금껏 게임 발매 이전에 이만한 대우를 받은 작품은 없었다.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예정되었던 발매일을 미뤄가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공헌한 제작사의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기대감을 하늘을 찌르는듯했다. 정말 ‘전무후무'한 대규모 프로젝트라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기대감을 해소해줄 열쇠이자, 침체된 시리즈의 분위기를 반전시켜줄 카드인 [Final Fantasy XV]가 드디어 발매되었다. 그런데 뭔가 조금 이상하다. 좋아 보이는 것 같지만, 썩 만족스럽지 않다. 기대감이 너무 컸기 때문일까? 대체 뭐가 문제일까?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나름 훌륭했지만 정작 ‘게임’으로써는 문제가 너무 많다

기뻐하면서 슬퍼하는 것이 가능한 사람이 있는가? 지금 이 말을 하는 이유는 [Final Fantasy XV]가 딱 이런 꼴이기 때문이다. 사실 기뻐하면서 슬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완전히 상반된 감정이며 공존할 수 없는 감정이다. 이는 작품 내 특정 요소가 ‘훌륭하면서 문제가 있다'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의미인데, 아이러니하게도 [Final Fantasy XV]는 장점이 많으면서 동시에 단점도 많다. 그것도 같은 요소 안에서 장단점이 무수히 많이 쏟아진다. 이게 [Final Fantasy XV]의 가장 심각한 문제이며, 좋아 보이는 것 같지만, 썩 만족스럽지 않은 이유다. 하나씩 뜯어보자.


스토리 - 거대하고 인상적인, 그러나 구멍이 많은

거대한 세계관 안에 방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Final Fantasy] 시리즈의 명성에 걸맞게 작중 세계관은 굉장히 거대하며 그 안에 방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충분한 매력이 있다. 세계를 정복한 니플하임 제국과 최후의 최후까지 맞서 싸운 루시스 왕국, 역대 왕의 힘이 서려 있는 무기, 여섯 신의 존재 등은 이 작품이 얼마나 거대한 세계관을 담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요소다. 그리고 그 안에서 루시스 왕국의 왕자 녹티스(Noctis Lucis Caelum)를 중심으로 수많은 인물이 얽힌 채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주인공 4인방(녹티스, 이그니스, 프롬프트, 글라디올러스)은 각자 독특한 매력으로 무장하고 있으며 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를 통해 네 사람의 우정을 멋지게 표현해냈고, 왕국의 함락으로 인해 오랜 세월 동안 만나지 못한 녹티스와 약혼녀 루나프레나(Lunafreya Nox Fleuret)의 애틋한 관계는 여느 작품 못지않게 가슴을 아리게 한다. 또한, 짧은 등장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다수의 조연, 작품 내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인물, 충격적인 반전까지 꽤 괜찮은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게임 발매 이전에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Brother Hood], 영화 [Kings Glaive], 외전 [A King’s Tale]까지 더하면 ‘왕과 왕자의 이야기'라는 이름의 장편 소설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대단히 많은 분량이 만들어지기까지 한다.

사건의 발단을 지나치게 단편적으로만 제공하여 향후 스토리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다른 미디어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쓴 탓인지 정작 [Final Fantasy XV]만의 이야기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초반부 이야기에서 제국의 침략과 왕국의 함락에 대해 다루는데, 이를 짧은 분량의 컷씬(Cutscene) 하나로 요약해버린다. [Final Fantasy XV]의 핵심소재 중 하나가 왕국을 되찾고 제국에 복수하는 녹티스의 여정임을 생각해볼 때 왕국의 함락 과정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며 행동에 당위성을 가지기 데 필요한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작품 안이 아닌 영화 [Kings Glaive]를 통해 다루고 있어, 영화를 보지 않은 게이머라면 당위성이 없다고 느끼는 것은 물론 작중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게 된다.

(좌) 글라우카, (우) 레이버스 - 이야기의 연결고리지만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다

인물의 비중도 같은 이유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사실상 영화 [Kings Glaive]의 주역들 대부분은 게임 내에서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는다. [Final Fantasy XV]의 중심 사건의 시발점이 영화 [Kings Glaive]라는 점에서 게임과 영화로 분리되어있다 할지라도 하나의 연결된 이야기로 봐야 한다. 그리고 연결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양쪽 모두 등장해 이야기를 이어줄 인물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핵심 인물이 [Final Fantasy XV]에서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는다. 그 중에서 ‘글라우카'와 ‘레이버스'는 그 정도가 심하다. 녹티스의 아버지를 죽이고 왕국을 무너지게 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글라우카'는 영화 [Kings Glaive]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지만 정작 게임 진행 중에는 영화의 내용을 요약한 컷씬 외에 등장하지 않는다. 내용상으로 왕국 침략을 완수함과 동시에 사망했다고 하는데, 영화를 보지 않고서는 사망했다는 정보를 알기 어렵다. 이로 인해 ‘대체 왕을 죽인 그 인물은 어디 간 거지?‘라는 의문에 싸인 채 게임에 임할 수밖에 없고, 게임을 마무리하더라도 찝찝함이 남게 된다. 그리고 루나프레나의 오빠이자 제국의 총사령관 ‘레이버스'도 마찬가지. 주인공 4인방을 일순간에 제압하는 인상적인 모습으로 등장해, 왕국을 향한 분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왕자의 약혼녀인 동생을 보호하는 중간자적 입장을 가진 독특한 인물로 나타난다. 핵심적인 대립 관계를 형성하는 두 집단에 모두 관계가 있는 인물인지라 이야기의 중요한 축을 담당할 거라 생각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고 어느순간 급작스럽게 사망해버린다. 더군다나 사망하는 과정도 보여주지 않고, 왜 사망을 했는지 그 어떤 정보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오빠와 여동생이 왜 서로 다른 국가에 소속되어 있는지도 알 방도가 없으며 해당 인물이 작품에 등장한 이유를 알 수 없게 되는 등 의문투성이로 남게 된다. 그러나 레이버스의 행동에 대한 것도 영화 [Kings Glaive]에서 다루고 있어 영화를 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며, 레이버스의 사망에 한해서는 영화를 봐도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으로 앞뒤가 맞지 않은 전개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이야기의 완결성이 심각하게 떨어지며 게임 발매 이전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다져놓은 이야기의 짜임새를 무너뜨리게 된다.

왕국을 잃은 왕자의 여정이라고 하기에는 매우 어울리지 않는 작품 내 분위기

또한 ‘제국을 향한 복수'라는 다소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작품 전반의 밝은 분위기, 등장인물의 활기찬 태도 등으로 인해 몰입과 감정이입이 힘들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나라를 잃고 친구의 아버지가 살해당한 상황에 라면의 재료를 찾으러 가자는 글라디올러스, 제국의 전초기지에 잠입하러 가는 와중에 사진을 찍자는 프롬프트, 신의 힘을 계승하러 가는 길에 새로운 요리법를 찾았다며 기뻐하는 이그니스, 나라를 잃었어도 힘을 내라면서 인형을 건네는 아이리스를 보면 한껏 고양된 감정이 단번에 곤두박질치게 된다. 그리고 녹티스와 동행하는 글라디올러스, 이그니스, 프롬프트의 과거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그러다 보니 네 사람이 어떻게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으며 어째서 여행에 동행하게 되었는지 알 방법이 없다. 사실 이들의 과거는 애니메이션 [Brother Hood]에서 다루고 있는데, 영화 [Kings Glaive]와 마찬가지로 게임을 접하기 전에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으면 네 사람의 관계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선행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 이야기 외에도 작중 인물의 이해하기 힘든 감정표현, 중후반에 들어서면서 지나치게 빨라지는 이야기 전개 등 자잘한 문제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그래픽 - 멀리서 보면 예술, 가까이서 보면 낙서

배경과 거대 몬스터, 영상미 넘치는 시네마틱 컷씬은 엄청난 수준을 자랑한다

그래픽은 더할 나위 없이 멋지다. 게임 진행 중 볼 수 있는 광활한 배경은 오픈월드(Open World) 구성의 게임답게 매우 인상적이다. 이동하는 데 일정 수준 이상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게임의 특성상 지루함을 해소해줄 요소가 필요한데 멋진 그래픽으로 그려내는 배경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다양한 지형과 환경은 감탄이 절로 나오며 이동하는 도중 자연스럽게 배경을 감상하게 된다. 특정 위치에서 사진을 찍을 경우 절경이라 부를 수 있을 만한 아주 멋진 사진이 나오기까지 하여 여러 지형과 환경을 감상하는 맛이 충분하다. 여기에 종종 만날 수 있는 거대 몬스터들은 독특한 디자인과 엄청난 크기로 플레이어의 시선을 압도해버리며 시각적 즐거움을 극대화한다. 특히 게임 내 가장 거대한 몬스터인 ‘움직이는 산-아다만타이'는 어마어마한 위용을 자랑하며 시각적으로 강렬한 충격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웃도는, 가장 멋진 요소는 바로 시네마틱 컷씬(Cinematic Cutscene). 작품 내 다양한 형태의 컷씬이 존재하지만, 그 중 시네마틱(Cinematic) 컷씬은 앞선 그래픽 요소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뛰어난 영상미를 갖추고 있다. 게임 발매 이전에 개봉된 영화 [Kings Glaive]에서 수준 높은 그래픽을 보여준 바가 있는데, 그에 못지않게 뛰어난 그래픽을 자랑하며 그 자체로 영화속 한 장면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게다가 (본작의 여러 문제로 인해 몰입과 감정이입이 약해진 상태에서도) 단번에 몰입이 가능할 만큼 강렬하기에 뇌리 깊숙이 컷씬 속 장면들이 자리 잡게 된다.

(좌) 손이 옷안으로 들어가거나 (우) 눈을 의심케하는 저질 텍스쳐 등 자잘한 문제

그러나 전반적으로 멋진 그래픽을 가졌음에도 눈에 거슬리는 부분도 많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이는 가까이에 보이는 요소들에서 아주 많이 나타나는데, 게임 진행 중 일시적으로 캐릭터의 얼굴이 뿌옇게 보이는 현상부터 시작해 캐릭터의 신체 일부가 사라져버리는 현상, 보이지 않던 것이 갑자기 보이는 현상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여기에 독특한 헤어스타일은 구현을 잘했지만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작은 구멍들이 굉장히 신경 쓰이며, 사물을 가까이에서 바라볼 경우 전반적으로 멋진 그래픽에 비해 텍스처의 수준이 매우 낮은 요소들을 상당수 발견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자잘한 그래픽 문제들은 다른 게임들에도 나타나기는 하나 [Final Fantasy XV]는 발생 빈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데 문제가 있다. 특히 임무 수행을 위해 NPC(Non-Player Character)와 대화하는 중 위의 현상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데, 임무의 수주-완료-보상의 과정이 필연적인 게임의 특성상 높은 확률로 문제 현상들을 발견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멋진 배경과 그 안에 담긴 거대 몬스터, 영화를 보는 듯한 시네마틱 컷씬이 분명히 눈을 즐겁게 해줌에도 불구하고, 자잘한 문제들이 자주 보여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져 보이기까지 한다.


전투 - 멋드러진 변화, 하지만 시시한 구성

턴제에서 액션으로 변화함에 따라 연출력 또한 향상되어 눈이 매우 즐거워진다

[Final Fantasy XV]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투가 턴제(Turn-base)에서 실시간 액션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기존 [Final Fantasy] 시리즈 대부분은 턴제 전투로 몬스터와 만나 별도의 전장으로 돌입해 정해진 규칙에 따라 공격을 주고받는 형태였다. 그러나 본작에서는 실시간 전투로 바뀜과 동시에 액션 게임이라고 불리는 형태를 지니게 되었다. 실시간 액션으로 전투 방식이 바뀌면서 조작의 다양성이 늘어나 조작하는 재미가 향상되었으며, 플레이어의 의도에 따른 자유로운 움직임과 다양한 기술은 화려한 전투 상황을 만들어 내므로 보는 즐거움도 상당하다. 특히 전투 도중에 볼 수 있는 다양한 연출은 앞서 언급한 그래픽만큼이나 대단한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한다. 자유자재로 무기를 소환하고 종횡무진 움직이며 싸우는 녹티스의 독특한 검술, 화면을 가득 메우는 마법, 녹티스와 동료들이 보여주는 합동 공격 등은 크고 작은 전투마다 수시로 볼 수 있는 멋진 장면이며, 스토리 한정으로 신과 싸우는 구간은 경이로움을 느낄 만큼 멋들어진 연출이 가득하다.

이래저래 다양한 시스템을 갖춰놓았지만 짜임새와 전투 밸런스가 그리 좋지 않다

그러나 전투에서 느낄 수 있는 장점은 이 정도가 끝이다. 연출 외에 전투 관련 요소들의 구성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많은 것을 담고 있어 보이지만 단조로운 패턴의 반복이며 게임을 일정수준 진행한 후에는 시시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다. 가장 큰 문제는 RPG의 핵심인 성장에 따른 능력의 향상, 캐릭터 특성에 맞는 역할 담당, 다양한 아이템의 전략적 활용 등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녹티스만을 조작해 게임을 진행하지만 대부분 경험치를 공유하기에 성장치(Level)는 네 캐릭터가 항상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치에 따른 능력의 향상은 녹티스 정도만 체감될 뿐 다른 캐릭터들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녹티스가 강해지는 것도 ‘선왕의 무기'라는 전용 아이템을 장착했을 때만 체감이 되며, 다른 캐릭터는 아이템을 바꿔도 큰 변화를 느끼기 힘들다. 더군다나 동료가 쓰러진 상태로 전투를 이어가도 동료가 있을 때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그저 특정 스킬을 활용할 수 없다는 아쉬움을 제외하면 동료의 효용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이템도 마찬가지다. 전투 상황에서의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은 정말 다양한데, 50길(GIL-작중 화폐단위)짜리 포션과 1000길짜리 엘릭서만 활용할 뿐 다른 아이템은 거의 쓸 일이 없다. 아니. 쓸 필요가 없다. 평균 레벨이 40인 상태에서 120레벨 몬스터를 사냥할 때 포션과 엘릭서만 충분히 있으면 충분히 레벨 격차를 극복할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이 외에도 QTE(Quick Time Event, 버튼 액션)이 존재함에도 사용하는 버튼의 수가 너무 적어 특유의 긴장감을 형성하지 못하거나, 낮은 직관성에 의해 즉각적인 대응이 불가능, 이야기 진행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전투임에도 패턴이 지나치게 단순해 긴장감이 떨어지는 등 부실한 요소들이 너무나 많다.


컨텐츠 - 차고 넘치되, 조화롭지 못한

하고 또 해도 마르지 않을 만큼 별의별 컨텐츠가 다양하게 담겨있다는 것은 장점

높은 자유도와 충분한 선택사항이 제공되어야 하는 오픈월드의 특성에 맞게 즐길 거리는 엄청나게 많다. 즐길 거리가 워낙 많다 보니 게임을 끝내고 난 뒤 이야기 진행과 무관하게 자유로운 게임 진행이 가능한 시기에도 임무가 끊이지 않을 정도다. 사냥과 수집을 포함하여 다양한 목표와 형태로 제공되는 각종 임무, 차량 커스터마이징, 무기 개조 및 해금, 근거지 점령 등 웬만큼 예상할 수 있는 컨텐츠는 모두 담겨있다. 여기에 주인공 4인방이 서로 다른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설정을 살려, 녹티스의 낚시, 프롬프트의 사진 촬영, 글라디올러스의 모의 전투 훈련, 이그니스의 요리까지 독특한 형태로 구성한 컨텐츠도 존재하며, 숙련도가 존재해 취향에 따른 선택적 육성도 가능하다. 게다가 게임 진행 중 임의로 발생하는 이벤트에 따라 새로운 임무가 형성되기도 하는데, 이는 NPC로부터 임무를 수주하는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있어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분위기를 깬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반된 성향을 가진 것은 단점

그러나 이러한 컨텐츠의 대부분이 작품 내 분위기를 다소 잘못된 방향으로 형성한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컨텐츠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컨텐츠의 내용이 작중 이야기가 형성하는 분위기와 잘 맞지 않을 뿐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Final Fantasy XV]의 이야기는 ‘왕국을 되찾기 위한 왕자의 여정'을 다루고 있다. 더군다나 제국에 의해 아버지가 살해당하기에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면 작품 분위기가 매우 무거워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왕국의 함락과 아버지의 사망으로 인한 무거운 분위기는 한순간일 뿐, 너무나도 밝아 보이는 등장인물들의 태도와 마치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컨텐츠들은 작품 분위기를 해치게 된다. 가령 녹티스의 낚시. 낚시가 취미라는 설정을 게임 내 컨텐츠로 구현한 것은 좋지만 왕국을 되찾기 위해 여행을 다니고 있는 사람이 할만한 행동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더욱이 액션 게임이라는 장르와 어울리기 힘들어 괴리감까지 느껴진다. 또한, 일부 컨텐츠들은 개연성이 떨어지거나 수행 이유에 대해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녹티스가 왕국의 왕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신문 기사는 이를 빌미로 자신의 부탁을 들어달라고 하는데, 한 왕국의 왕자라는 사람이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날 것이 두려워 온갖 잔심부름을 하는 모습은 설득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보조 임무라서 수행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수행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설득력은 더 떨어진다) 또한 왕자라면 얼굴이 어느 정도 알려졌을 법한데도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은 의아함을 형성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러 가는 중에 취미에 맞는 요소가 등장했을 때 길을 멈춰 서게 하는 동료들은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어 놓기까지 한다. ‘스토리-거대하고 인상적이지만 구멍이 많은'에서 언급한 라면 재료를 찾으러 가자는 글라디올러스, 사진을 찍자는 프롬프트, 새로운 요리법이 떠올랐다는 이그니스가 바로 그 예다. 결정적으로 이러한 컨텐츠들은 작중 이야기가 완전히 끝난 뒤에서야 비로소 더 흥미롭게 느껴지는데, 이는 작품 내 이야기가 형성하는 분위기와 컨텐츠가 서로 맞지 않음을 한 번 더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타 - 지나치게 많이 소비되는 무의미한 시간

이동하는 시간이 엄청나게 길며 이마저도 조작이 단순해 체감시간은 더 길다

게임 진행 과정에서 무의미하게 소비되는 시간이 지나치게 많다. 오픈월드 게임이기 때문에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긴 것은 어쩔 수 없지만 [Final Fantasy XV]는 이동에 제약이 많아 불필요하게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작중 가장 빠른 이동수단에 해당하는 레갈리아(녹티스 일행이 타고 다니는 차량)는 정해진 경로를 움직일 수밖에 없는데, 이는 자연스레 직선 경로가 아닌 우회하는 경로로 이동하게 되어 시간을 더 오래 걸리도록 만든다. 더욱이 직접 운전하는 것이 아닌 버튼 하나만 누르면 목적지까지 자동으로 운전이 되는 시스템이어서 지루함이 생기는 만큼 체감 시간도 늘어나게 된다. 중구난방으로 배치된 임무 수행지도 문제다. 적지 않은 수의 임무들이 수주하는 곳과 수행하는 곳의 거리가 지나칠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어 이동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빠른 이동 기능이 존재하긴 하나 이마저도 로딩 시간이 꽤 긴 편이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매한가지다)

대체 어떤 의도로 넣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도착할 때까지 열차를 산책한다’ 임무

아무런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야 하는 구간도 존재한다. 이야기 진행 과정에서 열차를 타는 구간이 여러 번 등장하는데, 이벤트가 발생하기 전까지 열차 안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 몇 가지 아이템, 작중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나 그 외의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게다가 해당 구간의 임무 내용도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열차 안을 자유롭게 산책하세요'다. 적당히 시간을 보내며 기다리라는 의미로밖에 해석되지 않으며, 지루함과 답답함, 그리고 플레이 타임을 늘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넣은 것이 아닌지 제작자들에 대한 의심마저 생긴다.


사운드 - 충분히 훌륭하지만 이마저도 묻혀버린

소리 관련 요소들은 분명히 훌륭하지만 다른 문제가 너무 많아 덩달아 묻힌다

소리(Sound)에 대해서는 전술한 요소들과 달리 크게 단점이 느껴지지 않는다. 경계 상황에서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효과음이나 전투 상황에서 들려오는 시원한 타격음, 그리고 각 마을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는 배경음은 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게다가 시네마틱 컷씬과 함께 깔리는 음악은 듣는 것만으로도 감정이입이 될만하다. 즉, 소리 요소들은 충분히 만족스럽다는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작품 전반의 분위기와 게임 구성에 따른 몰입과 집중이 어려우므로 훌륭한 소리요소들도 덩달아 좋게 느끼기 힘들다.


자잘한 단점이 너무 많아 장점조차 묻혀버린

그리고 많은 시도를 했으나 이를 소화해내지 못한 작품

‘친구와 떠나는 머나먼 여정’이었다면 오히려 어울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Final Fantasy XV]를 짧게 표현하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영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게임으로 이어지는 방대한 이야기를 꾸려내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가장 중요한 게임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애니메이션과 영화가 반응이 좋았다 할지라도 [Final Fantasy] 시리즈는 엄연히 ‘게임'이다. 게임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으니 했으니 루시스 사가(Lucis Saga)라고 칭한 이번 시리즈는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아마 팬들이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이제 [Final Fantasy VII]뿐이야'라는 말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까지 쌓아온 [Final Fantasy]의 이름값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기에 후속작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정말 이름 그대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다.

못다 한 이야기

- 게임 진행 중 주인공들의 대화를 굉장히 흥미롭다. 시기적절하게 알맞은 내용의 대화를 주고받기에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또한, 중복되는 대사가 거의 없어서 이들 사이의 대화는 지루함을 상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다만 작품 내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변함없는 문제다.

- 녹티스와 동료들의 모습이 아버지 레기스 113세의 젊은 시절과 완벽히 대칭된다는 점에서 '부자 관계'를 멋지게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게임이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에서 더 많이 나타나기에 다소 아쉽다.

- 왕국 함락 소식을 듣고 해머 헤드(지역 이름)로 돌아왔을 때 프롬프트가 하는 말이 있다. "왕국은 함락당했지만 여행은 계속할 수 있겠네?" 이 대사는 본작이 중심 이야기에 걸맞은 분위기를 형성하지 않았다는 것을 어느 정도 예견하는 듯 하다. 실제로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왕국을 되찾기 위한 여정이라기보다 친구들과 떠나는 자유 여행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 차라리 MMORPG나 영상물로 만들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문제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버리기에는 너무나 멋진 내용이 [Final Fantasy XV] 안에 많이 들어있다. 그저 조화롭지 못해서 엉망으로 보였을 뿐...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X-Box One )

- 본문에 서술한 그래픽 문제 외 / 약간의 프레임 드랍이 발생한다. Playstation 4에서는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X-Box One에서는 종종 나타나는 현상이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The Last Guardian (더 라스트 가디언 / 식인 거대 독수리 토리코)

장르 : 액션, 퍼즐, 어드벤처

제작사 : genDESIGN, Sony Interactive Entertatinment

플랫폼 : Playstation 4

발매연도 : 2016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Playstation 2 시기에 게임을 하던 사람이라면 [ICO]와 [Shadow of the Colossus](한국명 - 완다와 거상)에 대해 듣거나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안개의 성에 빠져나가기 위한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ICO], 소녀를 살리기 위해 거상과 싸우는 소년의 여정을 담은 [Shadow of the Colossus] 말이다. 이 두 작품은 게임 감독이자 디자이너인 ‘우에다 후미토'의 지휘 아래 만들어졌으며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명작이라고 회자될 만큼 대단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면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이유가 여럿 있음에도 불구하고 [ICO]와 [Shadow of the Colossus]의 시절을 경험한 이들이 말하는 ‘명작이라 불리는 이유'는 하나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이전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함. 현대 미술을 전공한 우에다 후미토의 예술적 성향을 반영된, 게임 전반에 걸친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 감성을 자극하는 색채와 디자인, 플레이어의 상상력과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 전달방법 등이 바로 그것이며 많은 이들이 두 작품을 회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ICO]와 [Shadow of the Colossus]의 뒤를 이을 후속작 [The Last Guardian]에 대해 기대하고 있는 내용도 두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소년과 독수리 토리코(Trico)의 교감을 강조한 [The Last Guardian]이다 보니 앞선 두 작품보다 한층 더 인상적인 이야기와 분위기를 보여주리라는 기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2001년 작 [ICO], 2005년 작 [Shadow of the Colossus] 이후로 10년이 걸렸다

하지만 [The Last Guardian]은 개발부터 완성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ICO]와 [Shadow of the Colossus]의 발매연도는 각각 2001년과 2005년. 두 작품 사이에 4년이라는 시간도 매우 길지만 [The Last Guardian]은 이보다 더 긴 세월이 걸렸다. 2007년에 개발이 시작되어 2016년에 발매, 다시 말해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10년이나 걸린 것이다. 이는 개발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불가피하게 개발을 지속하며 발매가 미뤄졌기 때문이다. Playstation 3에 맞춰 우에다 후미토가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했으나 쉽지 않았고, 결국 2011년에 발매 예정이었던 것을 무제한 연기하기에 이르렀다. 비슷한 시기에 우에다 후미토가 소니를 퇴사하여 외부직원으로서의 협력을 시작했으며, 2012년에 목표 플랫폼을 Playstation 3에서 Playstation 4를 목표로 변경해 다시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기술적 어려움과 사업상 갈등 등 복잡한 상황이 얽히게 되었다. 그리고 2016년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에서 10월 26일에 발매를 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많은 수의 버그가 뒤늦게 발견되어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다시 한번 발매가 연기되었다. 마지막까지 연기가 되었으니 정말 다사다난한 세월을 거쳤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개발이 중단되지 않았으니 언젠가 발매는 되는 법! 2016년 12월 6일, 많은 이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The Last Guardian]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ICO]와 [Shadow of the Colossus]를 경험한 게이머들이 기대하는 것을 그대로 간직한 채 말이다.

높은 빈도로 발생하는 프레임 드랍은 Playstation 4로 발매된 게임치고 아쉽다

그런데 [The Last Guardian]이 [ICO]와 [Shadow of the Colossus]에 버금가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나 문제점이 적지 않다. 아마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기술적 어려움이 [The Last Guardian]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의 원인이 아닐까 싶다. 먼저 가장 눈에 띄는 문제는 게임 전반에 걸쳐 굉장히 높은 빈도로 프레임(fps, frame per second)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현재 확인된 것에 따르면 Playstation 4 Pro는 평균 30fps, Playstation 4는 평균 24fps으로 구동이 된다고 하는데, Playstation 4는 확실히 눈이 불편해질 만큼 프레임이 큰 폭으로 떨어진다. 이는 2015년, SCEWW(Sony Computer Entertainment WorldWide) 대표 요시다 슈헤이가 “목표 플랫폼을 Playstation 3로 두고 개발하던 [The Last Guardian]의 2009년 트레일러는 아주 낮은 프레임으로 인해 재생 속도를 높인 것"이라고 밝힌 것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므로 Playstation 4와 Pro로 목표 플랫폼을 변경하여 Playstation 3보다 개선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 수 있으나 현세대 기준으로는 여전히 낮은 프레임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어 상당히 아쉽게 다가온다.

불편함 시점 -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시점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낄 때가 많다

낮은 프레임 외 다른 문제도 존재한다. 시점과 조작감. 이 두 가지 문제는 결코 웃어넘길 수 없는 수준이다. 시점 문제는 [The Last Guardian] 이전의 많은 게임에서 나타난, 흔하디흔한 문제지만 본작에서는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소년과 토리코의 움직임이 모두 중요한 게임의 특성상 시점의 변화는 매우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한다. 소년이 움직일 때, 토리코가 움직일 때, 소년이 토리코에게 명령을 내릴 때, 소년이 토리코에게 매달릴 때 등 시점이 변하는 상황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두 캐릭터가 쉴 새 없이 움직이다보니 시점의 변화가 지나치게 자주 일어나 시각적으로 많은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단순히 플레이어가 직접 번갈아가며 조작하는 것이라면 의도한 시점의 변화이기에 불편함의 정도가 덜하겠지만, 플레이어는 소년만 조작할 뿐 명령을 내리지 않는 한 토리코는 자동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의도치 않은 시점의 변화는 더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뿐만 아니라 시점 자체도 그리 적절하지 못하다. 주변 환경을 관찰해야 하는 퍼즐 게임임에도 시야가 넓지 못하며 시점을 조절할 때의 각도가 애매하여 효과적인 탐색이 어렵다. 더욱이 많은 게임에서 나타나는 ‘좁은 공간에서의 부적절한 시점'은 본작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나며 그 빈도가 낮지 않다. 토리코의 소년의 간격이 좁아질 때, 소년이 토리코에게 매달린 채 좁은 곳을 통과할 때 등 몇 가지 상황에서 화면이 검게 뒤덮이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게 그 예이다. 그러다 보니 퍼즐 풀이와 게임 진행을 위해 플레이어는 수시로 시점을 조절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며 이는 간접적으로 조작을 불편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게임 진행 중 토리코에 오르내릴 일이 많으나 그 상황에서 조작감이 영 좋지 않다

조작감은 소년만 움직이는 경우라면 문제가 거의 없다. 복잡한 조작법이 존재하는 게 아니며 소년만 움직일 때는 토리코와 함께 움직일 때만큼 시점 변화가 자주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시점으로 인한 조작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저 상호작용 판정이 여유롭지 않아 조작을 정확히 해야 한다는 것 외에는 불편함이 없다. 다만 토리코와의 함께 움직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소년이 토리코의 몸을 오르고 내려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데, 이때 조작이 굉장히 불편해진다. 소년이 토리코에게 매달리는 위치, 토리코가 취하고 있는 자세에 따라 같은 조작을 하더라도 움직이는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다. 또한, 조작에 따른 이동방향이 시점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게 아니므로 의도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기에 토리코에게 매달린 소년을 조작하는 중에 토리코가 움직이거나 소년이 머리를 아래로 향한 자세로 거꾸로 매달리는 상황이라도 발생한다면, (앞서 언급했듯이 시점이 달라짐과 동시에 조작 방향도 바뀌게 되어) 조작은 한층 더 까다로워진다. 결국 소년과 토리코를 적절히 조작하기 위해서는 수시로 시점을 조정해야 하는 것은 물론 필요에 따라 처음부터 다시 토리코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귀찮은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그뿐만 아니라 토리코에게 매달리지 않더라도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어떤 물체에 매달려 있을 때 조작이 상당히 불편하며, 토리코의 다리와 몸통이 붙어있음(앉아 있거나 엎드려있을 때)에도 소년이 다리-몸통으로 곧장 이동할 수 없어 다리-엉덩이-몸통의 순서로 돌아가야 하거나, 다리 앞쪽에서 매달리기를 시도했는데 뒤쪽에 매달려지면서 의도치 않게 조작이 까다로운 상황이 발생하는 등 여러모로 조작에 많은 불편함을 유발하는 요소들이 적지 않다.

토리코에게 명령을 내리는 게 본작의 핵심 조작법이지만 이조차 쉽지만은 않다

문제가 여기까지만 있으면 좋겠지만, 또 다른 문제도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토리코의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그리 뛰어나지 못하다는 점이다. 소년과 토리코의 교감이 [The Last Guardian]의 핵심이듯 플레이어는 소년을 조작함과 동시에 토리코에게 명령을 내리면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퍼즐을 풀이하기 위해서는 소년만이 아닌 토리코를 충분히 이용해야 하며, 적지 않은 수의 퍼즐이 토리코와 소년이 힘을 합쳐야만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토리코를 원하는 대로 통제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플레이어가 명령을 내리더라도 명령을 수행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제각각이며, 명령을 수행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결국, 움직이지 않거나 제대로 명령을 수행하지 않는 토리코로 인해 플레이어는 같은 명령을 반복적으로 내리게 되는데, 이때 여러 개의 명령이 겹치면서 토리코를 움직이는 게 더 어려워진다. (연구에 따르면 명령-대기-수행 과정을 거친다고 하며 한 번만 명령을 내린 뒤 기다리는 게 좋다고 한다. 그러나 처음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가 이를 알 수 있을 리 없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시점/조작 문제도 영향을 미쳐 플레이어의 의도와 다른 엉뚱한 명령이 입력되기까지 한다. 이에 따라 기껏 힘들게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가 버리거나, 추가적인 명령이 내려질 때까지 특정 행동을 무한정 반복하기도 하며, 같이 움직여야 하는 구간에서 명령을 무시하고 혼자 가버리는 등 웃지 못할 상황이 적지 않다. 이렇듯 플레이어의 명령에 정확히 움직이지 못하는 토리코는 상당한 짜증을 불러일으키며, 토리코의 행동도 그리 빠릿빠릿하지 못하기까지 하여 많은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불편함을 느낌과 동시에 예상치 못한 예스러움 느낌을 느끼고 감정이입이 된다

눈이 불편해질 정도의 낮은 프레임, 효과적이지 못한 시점, 여러 가지 난감한 상황을 만드는 조작감, 게임의 진행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토리코의 인공지능은 [The Last Guardian]을 굉장히 수준 낮은 게임으로 비치게 한다. 기술적 문제는 게임에 대한 몰입을 해칠 수 있으며, 몰입이 되지 않음은 게임의 매력을 반감시킬 뿐만 아니라 작품의 완성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순 없다. 다만 이렇게 많은 불편함이 존재함에도 [ICO]와 [Shadow of the Colossus], 그리고 [The Last Guardian]으로 이어지는 작품 특유의 분위기와 플레이어의 감정이입을 약화하지 않는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오히려 예스러운 느낌을 끌어내고 더 강한 감정이입이 이루어지게 한다.

어디를 바라봐도 한 장의 그림이 될 만큼 아름다운 그래픽은 예스럽기까지하다

[ICO]와 [Shadow of the Colossus]에서 보여주었던 신비로운 분위기는 [The Last Guardian]에도 여전히 잘 깔려있다. 최근 게임들이 추구하는 정교하고 현실적인 느낌은 물론이거니와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어 전작들과 궤를 같이한다. 또한 [ICO]와 [Shadow of the Colossus]처럼 안개가 있진 않아도 안개에 둘러싸인듯 뿌연 느낌이 은은하게 나며, 파스텔과 수채화로 색을 낸듯한 부드러운 색감 역시 전작의 모습을 변함없이 따라가고 있어 플레이어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기암괴석과 다양한 식물들이 즐비해 있는 환경, 독특한 디자인과 복잡한 구조를 지닌 거대한 건축물, 그리고 이 두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내는 작품 속 배경은 여느 작품들 못지않게 세밀하고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더군다나 탁 트인 장소에서 볼 수 있는 전망은 게임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이며 언제 어디서든 어느 곳을 바라봐도 그림이 나올 정도로 멋지다.

이렇듯 보기만 해도 가슴 한쪽이 뭉클해지는 그래픽은 프레임이 낮아지는 현상으로 인해 도리어 예스러운 느낌이 나게 한다. 프레임이 낮아지는 현상으로 인해 시각적으로 불편함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60프레임이 기본이 되어버린 시대에서 20~30프레임을 오가는 게임이 매력을 발산하기가 어려운 것도 당연하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적 문제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불편함 뿐만 아니라 [ICO]와 [Shadow of the Colossus] 시절이 함께 느껴지게 한다. 서로 다른 시대에 나왔으며 발매 시기도 멀리 떨어진 세 작품이지만 어쩐지 하나로 묶여있는 듯한 생각도 든다. 게다가 바람에 흔들리는 풀과 나무, 느릿한 토리코의 움직임 등은 의도적으로 프레임을 낮춰 감성을 자극하는 연출로써 집어넣는 듯해 보일 때도 있어 나쁘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전작 [Shadow of the Colossus]가 Playstation 2에서 낮은 프레임으로 인해 역동감이 살아났다고 평가받다가 Playstation 3로 이식되면서 프레임이 개선되자 역동감이 이식하기 전보다 못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The Last Guardian]의 낮은 프레임도 의도치 않게 긍정적인 효과를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불편함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은 토리코를 이해하고 감정을 이입하는 과정이 된다

낮은 인공지능, 불편한 조작감, 부적절한 시점도 마찬가지다. 작품의 핵심인 ‘소년과 토리코의 교감’은 ‘플레이어와 인공지능의 교감’과 동일한 위치에 놓을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감정이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높은 수준의 감정이입은 게임 속에 담긴 소년과 토리코의 여정뿐만 아니라 위의 세 가지 기술적 문제들로부터 느끼는 불편함과 이에 적응하고 해소하는 과정에 의해 이루어진다. 분명 토리코는 말을 잘 듣지 않는다(낮은 인공지능). 소년의 몸으로 거대한 짐승의 몸을 오르내리긴 절대 쉽지 않다(불편한 조작감). 좁은 공간에 거대한 짐승과 함께 있으면 주위가 잘 보일 리도 없다(부적절한 시점).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소년은 토리코를 어르고 달래서 문제 상황을 헤쳐나가야 하며, 그 소년은 바로 [The Last Guardian]을 플레이하는 게이머가 된다. 처음에는 말을 잘 듣지 않아 토리코에게 짜증과 분노를 느낄 수 있지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게임을 끝내기 위해) 토리코의 도움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토리코를 잘 움직일 수 있을지 토리코의 행동을 끊임없이 관찰하면서 여러 가지 명령과 다양한 움직임을 시도하게 된다. 그리고 잘 움직이지 않던 토리코가 조금씩 소년과 플레이어의 생각대로 움직이고 토리코의 도움으로 문제 상황을 해결한다. 이러한 시간이 쌓이고 쌓인 후 플레이어는 불편함에 적응하는 것과 더불어 토리코를 더 효과적으로 움직이는 요령을 익히고 토리코를 의도한 대로 움직였다는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이 의미는 무엇일까? 바로 소년과 토리코가 가까워짐을 의미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플레이어의 다양한 감정이 반영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반려동물을 처음 만났을 때 말을 잘 듣던가? 함께하는 시간을 조금씩 쌓아가면서 반려동물의 행동을 이해해야만 생각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지 않은가? (명령-대기-수행 단계가 존재함을 이해하는 과정과 같다) 이처럼 본작의 인공지능, 조작감, 시점은 분명히 불편함을 느끼게 하지만 이와 동시에 소년과 토리코의 교감을 플레이어와 인공지능의 교감으로 대입해주는, 다시 말해 플레이어가 소년이 되는 장치로 작용해 강한 감정이입을 가능케 해준다.

문제점들을 배제하더라도 본작은 그 자체로 강한 몰입과 강점이입이 가능하다

물론 기술적 문제에 의한 의도치 않은 감정 이입이 아니어도 [The Last Guardian]은 플레이어의 몰입을 끌어낼 요소를 포함한 강점이 아주 많다. 앞서 언급한 신비로운 분위기와 그림 같은 그래픽 외에 어른이 된 소년의 시점에서 회상하는 형태의 이야기 전달방식, 게임 진행과 구분이 되지 않은 형태의 컷신, 여러 기법을 활용한 역동적인 연출 등이 바로 그것이다. 어른이 된 소년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은 ‘소년은 결국 살아서 빠져나갔다’라는 결말을 사전에 제시해준다. 하지만 결말을 미리 알려주는 것은 어떤 과정을 통해 소년이 살아남은 것인지, 소년과 함께한 토리코는 어떻게 된 것인지 오히려 궁금증을 유발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이러한 궁금증은 자연스럽게 결말이 아닌 이야기의 전개과정과 함께 소년과 토리코의 여정 자체에 더 많은 집중을 하게 만드는데, ‘소년과 토리코의 교감’이 작품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이는 매우 효과적인 이야기 전달방식이라 볼 수 있다. 컷신의 대다수가 게임 진행과 구분 지어있지 않은 형태여서 연결성이 매우 좋다. 그런데 이러한 연결성으로 인해 간혹 데스신(Death Scene, 죽을 때 나오는 신)과 겹치는 형태로 구성한 컷신의 존재는 짧은 순간에 긴장감과 안도감을 교차하게 하여 플레이어의 극적인 감정변화를 일으킨다. 게임 구성상 플레이어가 실수하지 않는 이상 소년이 죽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기에 소년이 죽는 상황이라면 플레이어가 매우 놀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컷신과 게임 진행이 구분되지 않는 상태에서 소년이 죽어버리는 컷신이 나오게 되면 플레이어는 순간적으로 놀라게 되며, 잠시 후 컷신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에 비례하는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해 컷신으로 인해 플레이어의 감정이 큰 폭으로 변화하며 자연스레 몰입을 끌어냄과 동시에 높은 수준의 감정 이입이 이루어지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슬로우 모션, 다양한 카메라 앵글 등의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는 역동적인 연출은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퍼즐 장르의 약점을 상쇄시키고 게임을 지속할 수 있게 하며, 높은 곳에 걸친 구조물 위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소년과 토리코의 모습은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색다른 방법으로 눈을 즐겁게 하는 등 시각적인 요소들도 굉장히 훌륭하다.

불편함은 분명 존재하지만 [The Last Guardian]이 가진 감동은 부정할 수 없다

많은 기술적인 문제를 가진 작품을 칭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분명 [The Last Guardian]이 아닌 다른 작품에서 본작과 같은 문제가 나타났다면 그 작품은 실패작이라 말했을 것이다. 기술적인 문제는 불편함을 유발하는 것을 넘어 몰입을 해치고 게임의 완성도를 낮추니 말이다. 하지만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간에 [The Last Guardian]이 가진 불편함은 결코 몰입을 해치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강한 몰입을 유발하여 플레이어의 감정을 충분히 끌어내기까지 한다. 단순히 운이 좋아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ICO]와 [Shadow of the Colossus]로부터 이어지는 작품 특유의 분위기, 소년과 토리코의 교감이라는 독특한 소재,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아름다운 이미지, 게이머의 감정을 자극하는 이야기 등이 잘 녹아있기에 불편함이 존재함에도 몰입과 감정이입이 가능한 것이리라 본다. 무엇보다 앞서 언급한 낮은 프레임을 제외한 기술적 문제는 게임을 지속하면서 충분히 적응이 가능한 것들이기에 게임을 진행 자체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물론 솔직한 심정으로 ‘기술적인 문제가 없었다면 더 나았을까?’라는 생각도 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큰 의미는 없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난 [The Last Guardian]은 충분히 우리의 마음을 움직일 말한 작품이며 [ICO], [Shadow of the Colossus]로부터 느꼈던 감동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못다 한 이야기

- 몰입을 위한 요소에 대해 더 이야기하자면, 게임 진행 중에 등장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병정들은 긴장감을 형성해 몰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소년이 병정들에게 잡히면 어떤 공간으로 끌고 가려고 하는데 여기서 빠져나오려면 버튼을 마구잡이로 눌러 소년이 발버둥 치게 해야 한다. 특히 소년의 힘만으로는 병정들을 쓰러뜨릴 수 없으므로 토리코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될 때까지 버티면서 퍼즐을 풀이하기에, 이러한 구간은 상당한 긴장감 가지고 게임을 즐길 수 있다. 

- 소년과 토리코의 교감이라는 요소는 협동으로 진행되는 퍼즐은 물론 작중 이야기에도 잘 드러나 있다. 소년을 구하기 위해 몸을 내던지는 토리코라던가, 겁먹은 토리코를 위해 위험을 무릎쓰는 소년의 모습은 많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 동시에 작중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신비로움을 유지한다. 토리코를 포함한 거대 독수리들이 어디서 왔는지, 거대 독수리를 조종해 사람을 납치하는 존재들은 누구인지, 납치된 사람은 무엇에 사용되는지, 소년의 몸에 새겨진 문신은 어떤 것인지 밝혀지는 게 아무것도 없다. 다소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플레이어가 직접 상상을 해볼 여지가 있으며 많은 여운과 궁금증이 남게 된다.

- 토리코의 외형 변화가 매우 인상적이다. 감정 표현이 불가능한 짐승이라 생각되지만, 상황에 따른 감정이 토리코의 얼굴에 잘 드러난다. 단순히 눈동자의 색깔만이 아니라 슬픔, 분노, 기쁨 등의 감정이 느껴질 만한 표정 변화를 보인다. 또한, 처음에는 뿔이 부러져 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뿔이 자라나며, 털에 생기가 도는 등 세세한 변화도 모두 묘사되어 있다.

- 필자는 게임 진행 중 무의식적으로 토리코에게 말을 걸만큼 감정이입이 잘 되었다. 정말 반려동물을 키우는듯했고 토리코가 무언가를 해낼 때마다 뿌듯함을 느낄 정도였다. 물론 토리코가 말을 안 들을 때 짜증도 많이 냈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본문에 서술한 기술적 문제 외 / 소년의 모델링이 붕괴되는 현상이 딱 한번 나타났다. 사물에 매달릴 때 상호작용에 오류가 발생한 것인지 양손이 교차되면서 소년의 팔이 순간적으로 고무처럼 늘어났다가 줄어드는 상황이 있었다. 토리코에게 매달린 상태에서 토리코가 큰 움직임을 보이면 소년이 젤리처럼 흔들리는 데 이와 관련성이 있어 보인다.

- 시점 관련 기술적 문제 / 시점이 토리코의 몸안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두어번 발생했다. 토리코의 몸안은 텅비어 있었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Owlboy (아울보이, 부엉이소년)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D-Pad Studio

플랫폼 : PC

발매연도 : 2016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Owlboy]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알고 가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8년’. [Owlboy]의 제작 기간이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한 편의 게임을 완성하는 데 걸리는 평균 기간은 2~3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8년은 굉장히 긴 시간인데, 1년마다 후속작을 내놓는 게임 시리즈가 있다는 사실까지 고려하면 [Owlboy]는 게임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긴 제작 기간을 가진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 이처럼 긴 제작 기간을 가진 작품은 언제나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지게 한다. 우선 ‘어떤 게임이길래 저리도 완성하는 데 오래 걸린 것일까?’라는 호기심과 긴 제작 기간에 비례하는 기대감을 형성한다. 제작 기간이 길어진 이유는 분명히 존재하기에 그에 대한 호기심이 형성될 수밖에 없고, 제작 기간이 길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다고 해석되기에 기대감이 커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제작 기간이 길어진다고 해서 그 시간만큼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커져 버린 호기심과 기대감만큼 큰 우려도 동반한다. 8년은 꽤 많은 것이 달라지는 시간이다. 게임 그래픽은 상상도 못할 만큼 큰 발전을 일궈내고, 콘솔의 세대가 몇 번이나 교체되며, 유행하는 장르가 바뀌면서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질 뿐만 아니라, 게임에 대한 인식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등 정말 많은 것들이 달라지는 시간이니 말이다. 그래서 ‘8년 동안 일어난 게임계의 변화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같은 우려를 하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긴 제작기간을 거쳐 세상에 나왔지만 큰 실패를 맛본 선례들도 있기에 [Owlboy] 역시 기대감이 커진만큼 작품의 완성도와 발매 이후의 성공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발매 전부터 주목을 받은 것은 물론 수상실적도 존재할 만큼 검증이 된 [Owlboy]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앞선 우려들은 모두 기우(杞憂)에 불과하다. [Owlboy]는 개발 기간 동안 여러 번에 걸쳐 개발상황을 공개해왔고 이를 통해 게임 매체들로부터 꾸준한 기대와 주목을 받아 왔다.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 ‘보다 깔끔하고 정돈된 도트 그래픽’, ‘아름답고 매력적인 디자인’ 등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은 물론 ‘아직 발매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너무나 애통하다'라는 감정이 잔뜩 담긴 찬사까지 들어왔다. 그뿐만 아니라 Game Developers Conference 2015, Norwegian Game Award 2010 에서 수상하고, Indipendent Game Festival 2010 에서 후보에 선정, Penny Arcade eXpo 2013 에서 주목을 받는 등 발매 이전의 미완성 단계에서부터 상당한 성과를 일궈 냈다. 대단하지 않은가? 발매 전부터 호평을 받으며 상을 받았다면 완성된 모습은 얼마나 멋질까? 그리고 11월 2일, 드디어 세상 밖으로 [Owlboy]가 나왔으니 우리가 할 일은 단 하나다.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살펴보자!

대단히 치밀하고 아름다운 도트그래픽은 8년이라는 제작 기간이 납득될 만 하다

본작의 제작 기간이 8년이나 걸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자 가장 뛰어난 장점은 단연 작품 전체를 색칠하고 있는 도트 그래픽이다. [Owlboy]의 감독인 Simon Andersen은 처음 작품을 구상할 때 다음과 같은 고민을 했다. “3D를 뛰어넘는 2D 그래픽의 장점을 보여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이러한 고민으로 시작해 완성에 이른 것이 바로 현재의 [Owlboy]다. 3D를 넘어서는 2D 게임을 만들고자 했던 감독의 바람대로 [Owlboy]는 이제껏 그 어떤 게임에서도 볼 수 없었던 뛰어난 도트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는데, 게임을 하는 내내 감탄사가 나오는 것은 물론 도트 게임의 패러다임(Paradigm)을 바꿔버릴 만한 수준이다. 높은 해상도를 통해 깨끗하고 깔끔한 도트 그래픽을 그리고 있지만, 해상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점(dot)으로 그려진 특유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냈다. 그리고 플랫폼과 배경의 표현방법에 차이를 두어 두 공간의 구분이 뚜렷할 뿐만 아니라 여러 층(layer)이 존재하는 게 분명히 보여 2D 그래픽임에도 상당히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또한, 게임 전반에 걸친 디자인이 미적으로 매우 뛰어나며, 등장인물을 포함한 모든 요소들에 대한 묘사가 세밀해 게임 화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여기에 마치 3D 게임에서나 나올법한 살아 움직이는 듯 수시로 변화하는 배경(Background)과 환경요소(예를 들어 쉴 새 없이 변화하는 구름, 흔들리는 나뭇잎, 흐르는 물, 타오르는 불길, 서서히 바뀌는 빛과 그림자 등)는 언제나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그리고 상당히 많은 작업 시간을 필요했을 캐릭터의 부드러운 움직임까지! 이 모든 것을 한 화면에 담아내었기에 ‘3D를 뛰어넘는 2D의 장점'을 보여주었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으며, 8년이라는 긴 제작 기간이 충분히 납득이 될 만큼 플레이어에게 큰 감동을 준다.

세심한 작업이 눈에 띄는 도트 그래픽만큼 배경음에도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발매 이전에는 그래픽 측면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예상외로 대단히 뛰어난 요소가 더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배경음(BGM, Background Music). 성우가 따로 존재하지 않아 캐릭터의 목소리가 거의 없고(과일 먹을 때 ‘냠'하는 소리는 있다) 각종 효과음은 꼼꼼하게 만들었지만 그리 인상적이지 않아 소리(Sound) 관련 요소들은 주목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게임 진행 중에 지속해서 듣게 되는 배경음은 작중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굉장히 탁월하다. 계곡의 평화로움을 시작으로, 고대 부엉이 사원의 음울함, 해적선에 잠입할 때의 긴장감 등 상황에 맞는 분위기와 감정을 아주 잘 끌어낸다. 무엇보다 불과 게임 중 20초 남짓 진행되는 짧은 구간이라 할지라도 해당 구간만을 위한 음악을 깔아두어 분위기를 아주 확실하게 잡아내기에 배경음을 활용한 연출에 많이 신경썼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참고로 본작의 사운드트랙은 68개나 된다)

음악 하나로 캐릭터 특성을 만들어버릴 만큼 배경음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장 인상적인 배경음을 꼽으라면 해적 대장 몰스트롬(Molstrom)과 만났을 때 들을 수 있는 위압감 있는 음악. 몰스트롬은 최종 보스라 생각될 만큼 거대한 몸집과 독특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해적 대장이다. 다만 작품 전체가 아기자기한 디자인이어서 첫인상은 위엄을 느끼긴커녕 오히려 귀엽게 보인다. 그런데 주인공 일행과 조우하는 이벤트씬에서 주인공 일행을 단번에 쓰러뜨리고 마을을 파괴하는 몰스트롬의 모습은 해당 구간에 흘러나오는 배경음과 시너지를 일으키며 단번에 위엄있고 두려운 캐릭터로 탈바꿈하게 된다. 게다가 스토리 진행을 위한 이벤트씬이나 컷씬에서만 모습을 보이고 직접 싸우는 일이 없어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는 해적 대장의 존재감을 단 한 곡의 음악만으로 완벽하게 살려내는 데 성공한다. 이 외에도 게임 초중반에는 꽤 가벼운 캐릭터로 느껴지는 해적 간부 더크(Dirk) 역시 후반부 배경음을 통해 꽤 무게 있는 캐릭터로 탈바꿈되며, 굉장히 폭력적인 성격으로 묘사되는 상점 주인(Buccanary)도 귀여운 배경음 때문인지 그저 귀여운 인물로 보인다. 이처럼 [Owlboy]에 담긴 수많은 배경음은 작중 분위기 형성은 물론 캐릭터의 인물상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일반적인 주인공과 달리 오투스는 모든 면에서 나약한 조금은 독특한 인물이다

아름다운 그래픽과 효과적인 배경음도 뛰어나지만, 작품 안에 담긴 이야기도 그에 못지않게 인상적이다. 동료를 모아 사건을 해결한다는 큰 흐름은 여느 게임 속 이야기와 다를 바 없으나 세부적인 요소들은 다른 작품들과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그리고 다름을 느끼게 하는 것은 작중 등장하는 ‘캐릭터'이며, 그 시발점은 바로 주인공 오투스(Otus, 본작의 제목이 의미하는 부엉이 소년)다. 일반적인 게임 속 주인공과 달리 오투스는 시종일관 나약하다. 대게 게임 속 주인공은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성장하기 마련. 그러나 오투스는 그러지 못한다. 부엉이면서 제대로 날지 못하고 겁이 많고 소심해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며 육체적으로도 약해서 쉽게 쓰러지고 기절해버린다. 이러한 오투스의 ‘나약함'은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변함없어 스승에게 벌을 받고, 해적의 침략을 막지 못하고, 가장 친한 친구로부터 실망감을 얻는 등 가슴 아픈 사건들을 계속해서 겪어 나간다.

누가 주인공인지 헷갈릴 만큼 대단히 많은 활약을 하는 게디, 알퐁스, 그리고 트윅

하지만 오투스의 나약함은 오히려 동료들의 활약을 부각해준다. 오투스의 가장 친한 친구인 마을 경비병 게디(Geddy), 해적임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선택을 위해 오투스를 돕는 해적 간부 알퐁스(Alphonse), 시도때도 없이 오투스 일행을 방해하지만 해적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고 동료가 되길 원하는 말썽장이 트윅(Twig)이 바로 그 동료다. 이들은 오투스와 함께 온갖 역경을 헤쳐나가며 오투스가 쓰러질 때마다 오투스를 일으켜 세우는 존재다. 분명 ‘조력자'에 위치하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데 매번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오투스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에 이들의 중요성은 매우 크게 느껴진다. 동시에 오투스를 포함한 네 인물이 하나의 팀이 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관계의 중심이 된다. 말이 없는 오투스 대신 세 인물의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며, 동료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이를 해소하는 과정이 작중 이야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 세 인물의 존재감이 잘 드러난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소심하고 나약한, 아주 전형적인 인물에 해당하는 오투스와 달리 게디와 알퐁스, 그리고 트윅은 꽤 독특한 행보를 보여주는 입체적인 인물로서 세 인물은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의 변화는 항상 흥미롭게 느껴진다. 다시 말해, 주인공의 곁에서 끊임없이 도움을 주는 조력자, 예측할 수 없는 행보를 보여주는 입체적인 인물, 갈등 관계를 형성하는 이야기의 중심, 그리고 오투스와 다소 상반된 특징들로 인해 대단히 큰 존재감을 가지게 되면서 캐릭터의 개성이 한층 더 잘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주인공 오투스는 물론 모든 캐릭터의 특성을 잘 살려내어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

그렇다고 해서 오투스가 주인공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존재감 없는 캐릭터인 것은 아니다. 나약하고 소심한 성격이 지속되는 전형적인 인물이긴 하나 동료들과 함께한 기나긴 여정에서 보여준 모습들, 그리고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이야기의 결말을 통해 게임을 끝마친 뒤에는 오투스가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특히 본작의 결말은 제목이 왜 ‘부엉이 소년’인지 분명히 알 수 있게 하며 굉장히 강한 여운을 남기기까지 한다. 또한 동료들에 비해 큰 인상을 주지 못하는 오투스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강조함과 동시에 이야기 진행 과정에서 균형이 맞지 않았던 등장인물 간의 균형을 적절히 맞춰 준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한 결말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기존의 틀을 완벽하게 깨뜨리는 인물, 등장 횟수는 손에 꼽을 만큼 적지만 대단한 매력을 발산하는 다수의 조연 역시 캐릭터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있으며, 이는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만든다.

‘여느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뻔한 게임성이면 어쩌나?’하는 걱정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게임 구성과 게임으로써의 재미는 어떨까? 사실 그래픽이나 음악, 이야기보다 가장 많은 걱정이 되는 부분은 바로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control)하고 놀게(play) 되는 요소들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8년이라는 기간은 유행하는 장르가 바뀌고 새로운 장르가 나타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었다 할지라도 해당 작품의 장르 유행이 식어버리고, 점차 발전되는 게임 구성이 등장한다면 세월이 지난 후에는 같은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 (대표적으로 RPG가 그러하며 리메이크가 이루어질 경우 게임 구성을 반드시 개선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런 점에서 8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Owl Boy]는 다소 시대에 뒤떨어지는 게임 구성을 갖추게 될 여지가 있으며,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나쁘지 않지만 인상적이지도 못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다소 고전적인 장르들을 한곳에 모아 조화롭게 구성하여 색다른 것을 보여준다

[Owl Boy]의 게임 구성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조합'이라고 할 수 있으며, 조금 더 풀어서 말하자면 ‘여러 장르의 특징을 조화롭게 담아냈다'고 할 수 있다. 장르적 구성은 플랫포머(Platform)와 비행-슈팅(Flying Shooting)을 조합한 형태를 기본으로 하여, 메트로배니아(Metroidvania)와 퍼즐(Puzzle), 액션(Action)을 적절하게 녹여내었다. 앞서 언급한 장르는 어느 정도 고전적인 장르이며 현재는 그 인기가 많이 사그라든 장르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Owl Boy]는 해당 장르들을 하나로 모아 특색을 살리고 적절한 조화를 통해 각 요소가 따로 떨어져 있을 때보다 더 많고 색다른 재미를 주는 데 성공했다.

다양한 장르를 한 작품에 아우를 수 있는 것은 많은 고민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비행-슈팅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스테이지의 구성이 기존의 플랫포머와 비교해 한층 더 다채롭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다양한 몬스터와 싸우며(액션) 막혀 있는 길을 열고(퍼즐) 구석구석 탐험하는(메트로배니아) 등 여러 요소가 담겨 있는데, 앞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요소들이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조화롭게 잘 섞여 있어 어떤 장르로 봐도 무방할 만큼 자연스럽다. 또한, 오투스와 동료들의 능력을 잘 활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스테이지 및 몬스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진행하는 퍼즐들이 다수 담겨있어 매우 참신하게 느껴진다. 여기에 과하지 않은 분량의 수집요소까지 더해 스테이지를 구석구석 탐사할 기회를 제공하고, 복잡한 패턴으로 충분한 난이도를 갖춘 보스전, 정확한 타이밍과 빠른 반응 속도를 요구하는 비행/플랫폼 구간 등은 조작하는 재미까지 담아내고 있었다. 물론 특정 장르만을 독립적으로 다룬 구간도 존재해 장르의 변화까지주므로 언제나 신선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소 고전적인 성질을 많이 가지고 있는 [Owlboy]임에도 여러 장르의 특색을 잃어버리지 않는 선에서 군더더기 없이 잘 버무려 놓았기에 굉장히 매력적인 게임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더욱이 이러한 게임 구성은 언제 내놓아도 게임으로써의 재미는 충분히 보장하는 내용이기에 8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래픽 못지않게 게임 구성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단점을 꼽고 싶지 않다. 이 작품은 도트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것이므로…

그렇다면 단점은 없는가? 없다. 더도 덜도 말고 단호하게 ‘단점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 8년이라는 세월이 그려낸 아름다운 도트 그래픽, 훌륭한 배경음, 캐릭터를 잘 살린 인상적인 이야기, 여러 장르를 잘 조합해 만들어낸 게임 구성까지 모든 부분이 훌륭하다. 물론 플레이 타임이 짧고 회차연동(또는 반복 플레이) 요소가 없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아쉬움이지 결코 단점이 아니다. 오히려 반복이 아닌 단 한번의 게임 진행만으로 본작에 담긴 모든 것을 느낄 수 있기에 [Owlboy]는 깔끔하게 완결을 낸 하나의 작품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한 사람의 고민으로부터 출발해 8년이라는 긴 세월을 거쳐 세상 밖으로 나온 [Owlboy]. 본작은 거대한 시각적 감동으로 우리에게 다가왔지만 결국에는 더 많은 것을 우리에게 전해줬다. 게임을 끝낸 지금도 여전히 게임 속 이미지가 눈 앞에 어른거리고 멜로디가 머릿속을 맴도는 필자는 제작사에게 말하고 싶다. “[Owlboy]를 완성해준 D-Pad Studio에게 진심으로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 당신들의 시간은 헛되지 않았고 당신들은 우리에게 놀라운 경험을 선사했으며 당신들의 작품은 도트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거라 확신한다.”

못다 한 이야기

- 배경 묘사 중 '빛' 표현은 정말 도트 그래픽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뛰어나다. 단순히 명암을 나타내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빛의 변화 패턴을 세세하게 나누어 표현했기에 시간에 따라 빛의 세기가 강해지고 약해짐이 매우 자연스럽고 분명하게 느껴진다. 게임 진행 중 '부엉이 사원'에 진입하여 거대 부엉이 석상이 있는 곳의 배경을 살펴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 도트 그래픽이어서 그런지 움직이는 배경은 당연히 일정 주기로 반복되는 움직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요소별로 주기를 미묘하게 달리 설정해두어서인지 전체 배경이 매우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각 요소를 따로 나눠서 작업하고 시행착오도 많이 거쳤어야 했을 텐데, 그래픽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하는 부분이다.

- 작중 세계관도 독특하여 이야기가 더욱 매력적이다. 부엉이 인간, 부엉이 사원, 로봇의 반란 등 응용 여지가 있는 내용이 다수 담겨 있다. 다만 본작은 오투스와 동료들을 중점으로 이야기를 다루기에 더 많은 내용을 풀어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오투스의 스승 아시오(Asio)와 해적 대장 몰스트롬(Molstrom) 같은 세계관 내 강자들이 자주 등장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C )

- 플랫폼/벽을 뚫고 지나가 정상적인 게임 진행 범위를 벗어나는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 당연히 게임 진행도 불가능해져 체크포인트부터 다시 시작했다. 게임 진행 중 딱 한 번 발생한 버그인데, 같은 상황에서 동일한 버그가 발생하지 않은 것을 보니 일시적인 오류인 것으로 추정된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Ratchet and Clank (라쳇과 클랭크)

장르 : 액션, TPS

제작사 : Insomniac Games

플랫폼 : Playstation 4

발매년도 : 2016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어떤 대상을 이야기하면서 ’~같은'이라는 표현은 매우 간편하게 대상을 설명하는 방법이다. 2013년 Playstation 3로 발매되어 수많은 게임상을 수상한 [Last of Us]를 예로 들어보자. 일반적인 방법으로 해당 작품을 설명하려면 꽤 많은 이야기를 풀어야 한다. 세밀하고 정교한 그래픽, 다양한 기법을 응용한 연출, 모션 캡쳐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진 캐릭터의 열연, 강한 몰입이 되는 잘 짜인 이야기 등 말이다. 하지만 ’~같은'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아주 간단해진다. 영화 같은 게임. 설명하려는 게임의 특징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가? 작품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영화라는 예술 작품에 비견될 만큼 대단히 뛰어나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물론 세부적인 요소에 관해서는 부연설명이 필요하겠지만, 작품의 형태와 강점을 명확히 알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영화 같은 게임 [Last of Us]. 드라마 같은 게임 [Quantum Break]. 동화 같은 게임 [Child of Light]. 종이인형극 같은 게임 [Don’t Starve]. 해당 작품들을 직접 즐겨본 게이머들이라면 이 표현에 큰 이견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이야기할 [Ratchet and Clank]를 ’~같은'으로 표현한다면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더도 덜도 말고 딱 맞는 표현이 있다. 만화 같은 게임!

그래픽 수준의 차이는 있지만 만화다움이 묻어나는 [Ratchet and Clank] 시리즈

[Ratchet and Clank]의 만화다움은 시리즈 전반에서 진하게 묻어난다. 픽사(Pixar)나 디즈니(Disney)를 연상케 하는 귀여운 디자인, 뚜렷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 등장인물,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 심각한 상황도 웃기게 만들어버리는 익살스럽고 과장된 발언과 행동까지 만화적 특징이 매우 많다. 이는 2002년 Playstation 2로 발매된 시리즈 첫 번째 작품 [Ratchet and Clank]부터 2013년 Playstation 3로 발매되어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한 [Ratchet and Clank : into the Nexus]까지 변함없었다. 여기에 1~2년이라는 짧은 주기로 작품을 내놓으면서 서서히 발전해온 그래픽은 3D 애니메이션이 연상될 만큼 만화답게 변해갔다. 이러한 이유로 [Ratchet and Clank]는 ‘만화 같은 게임'이라는 표현이 아주 잘 어울린다. 그리고 2016년, 3년이라는 전례 없는 공백기를 거친 뒤 리부트(Reboot)되어 세상에 나온 [Ratchet and Clank](2016)도 여전히 만화다움이 남아있는데…아니나 다를까 진짜 만화라고 해도 믿을만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한층 더 강화되고 세밀해진 그래픽은 본작이 만화인지 게임인지 헷갈릴 정도?!

만화다움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은 단연코 시각으로 받아들이는 이미지, 바로 그래픽이다. 애초에 만화다운 특징이 많은 작품이었지만 공백기를 거친 뒤 리부트된 [Ratchet and Clank]의 그래픽은 아주 인상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작품 간 그래픽 변화를 살펴보면 콘솔의 세대가 바뀌는 시기에 그래픽의 큰 발전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Playstation 2 시절의 마지막 작품인 [Ratchet and Clank : Deadlocked]와 Playstation 3 시절의 첫 작품인 [Ratchet and Clank : Tools of Destruction]을 비교해보면 명확해진다. 특히 [Ratchet and Clank : Tools of Destruction]부터는 그래픽이 발전되었다는 것을 넘어 만화다운 느낌이 매우 강해졌고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리부트 이전의 마지막 작품인 [Ratchet and Clank : into the Nexus]에 다다라서는 거의 3D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반영하듯 Playstation 4 로 넘어오면서 한 단계 더 높은 그래픽 향상을 일궈내어 더 깔끔한 모델링과 부드러운 움직임, 매우 선명한 색감, 공간을 가득 채워놓은 세밀한 배경묘사, 뛰어난 공간감과 원근감, 시시각각 변화하는 캐릭터들의 표정 등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만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위의 사진은 영화 속 장면일까? 아니면 게임 속 장면일까? 사실 구분 할 수 없다

그중에서 시네마틱 컷씬(Cinematic Cut Scene)은 따로 때놓고 보면 만화라도 불러도 무색할 만큼 만화와 똑같다. 어느 정도냐 하면 게임 발매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동명의 영화 <Ratchet and Clank>와 똑같은 수준. 만화 영화로 만들어진 영상과 완전히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으니 만화처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면 영화 트레일러의 일부와 게임 컷씬이 완전히 겹치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제작 순서가 게임 속 컷신이 먼저인지 영화가 먼저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만화로 만들어진 영상을 사용했다고 해서 게임이 만화 같다고 말하기는 힘들지 않냐'는 반론이 제기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 먼저 만들어졌든 간에 시네마틱 컷씬과 캐릭터의 모델링을 그대로 활용한 일반 컷씬 사이에 괴리감이 거의 없으며, 더 나아가 게임 플레이와도 큰 차이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에 [Ratchet and Clank](2016)의 만화다움을 부정하긴 힘들다. 오히려 만화디움이 극대화된 작품이기 때문에 만화로 만들어진 영상을 그대로 활용하더라도 위화감이 전혀 없는 것이며, 인게임 그래픽과 컷신 그래픽의 지나친 괴리감으로 비판을 받은 작품이 적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Ratchet and Clank]의 만화다움을 단순한 한 가지 특징으로만 치부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시네마틱 컷씬을 제외하더라고 게임 전반에 느껴지는 만화다운 그래픽과 등장인물의 익살스럽고 과장된 행동 및 농담, 단순하지만 재미있는 내용, 작중 인물의 독백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독특한 전개 방식 등 만화적인 요소가 촘촘히 박혀있기에 만화가 아닌 다른 것에 비유하기는 힘들다.

저연령층을 노린 것처럼 보이지만 남녀노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액션 TPS

그렇다면 게임성은 어떨까? 아무리 만화처럼 느껴진다 할지라도 본질은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으로써 갖춰야 할 요소들이 얼마나 짜임새를 이루고 있는지가 정말 중요하다. 작품 제목이 ‘라쳇과 클랭크'이듯 게임 진행도 라쳇으로 진행하는 구간과 클랭크로 진행하는 구간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 두 구간은 서로 다른 재미를 준다. 먼저 라쳇으로 진행하는 구간은 액션 TPS(Third-Person Shooter)로 구성되어 있다. 귀여운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액션 게임인지라 겉보기에는 저연령층을 표적으로 삼은 듯하지만, 꽤 넓은 연령대를 두루두루 만족하게 할 만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먼저,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는 간편한 조작법을 가지고 있으면서(예-자동 조준) 도전의식을 자극할만한 충분한 난이도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만화 같은 가벼운 이미지와 달리 둔탁하고 거친 연출 및 효과음으로 시원한 타격감까지 느낄 수 있고, 플레이어의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다양한 무기를 제공하되 적을 춤추게 만드는 폭탄이나 픽셀(pixel)로 바꿔버리는 광선총 등 우스꽝스러운 기능(물론 전투에서의 위력은 어마어마하게 좋다!)을 보유하여 묘한 매력을 풍기고 있다. 여기에, 상황에 따라 적절히 이용할 수 있는 지형지물의 배치로 전략성을 담아냄과 동시에 게임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다양한 수집요소와 해금요소까지 더해 남녀노소 모두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성을 구축하고 있다.

조용한 분위기의 퍼즐 플랫포머가 중심이되는 클랭크는 사뭇 다른 재미가 있다

반면에 클랭크로 진행하는 구간은 플랫포머와 퍼즐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라쳇보다 더욱 간소화된 조작법과 시스템으로 한두 개 정도의 버튼만을 이용한 간단한 형태다. 스패너(spanner)를 휘두르고 정신없이 총을 쏘는 라쳇과 달리 클랭크는 조용한 공간에서 주변 사물과 환경을 파악하여 길을 찾기 위해 머리를 써야 하는 다소 상반된 분위기를 보인다. (마치 잠입 액션을 연상케 하는데, 실제로 클랭크 구간은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잠입 임무를 하는 구간에 해당한다.) 퍼즐이 주력이 되는 만큼 난이도 분배도 중요한데 이 또한 성공적이다. 아주 단순한 형태부터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형태까지 점진적으로 난이도가 올라가고 있어 지루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게다가 적의 공격에 손쉽게 부서져 버리는 클랭크의 특성상 아기자기한 디자인에 상반되는 묘한 위기감과 긴장감까지 느껴져 은근한 몰입이 발생한다.

게임 플레이의 비중은 차이나지만 두 인물의 존재감은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라쳇으로 진행하는 구간에 비해 클랭크로 진행하는 구간이 상대적으로 분량이 매우 적다는 것이다. 제목이 ‘라쳇과 클랭크'임에 불구하고 게임 전반에 걸쳐 라쳇의 비중이 크다는 점은 꽤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다만 [Ratchet and Clank]의 핵심은 액션 TPS지 퍼즐 플랫포머가 아니므로 라쳇의 비중이 큰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동시에 장르의 비중과 별개로 클랭크의 중요성과 존재감은 결코 라쳇에 뒤지지 않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클랭크로 진행하는 퍼즐 플랫포머는 그 자체로 흥미롭지만 라쳇의 정신없는 전투가 끝난 뒤 잠시 플레이어의 머리를 식히고 분위기를 환기하는 일종의 미니게임 역할을 한다. 더욱이 퍼즐 구간을 적당히 끼워넣기식으로 담아낸 것이 아니라 작중 이야기 진행에 맞는 적절한 시기에 장르의 전환이 이루어지기에 장르의 전환도 매우 설득력 있어 어색함이 전혀 없다. (제목이 ‘라쳇과 클랭크'인데 클랭크의 활동이 생략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클랭크가 라쳇처럼 총을 들고 다수의 적과 싸우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더욱이 클랭크가 해내는 일은 임무에 있어 매우 결정적이면서 라쳇이 할 수 없기에 클랭크의 역할이 한 층 더 빛을 발한다. 이러한 이유로 게임/장르적 분량은 적을지언정 클랭크의 중요성은 절대 작지 않아 작품 전반에 두 인물의 존재감이 아주 적절히 균형을 이루고 있다.

특정 구간에서 즐길 수 있는 변칙적인 액션은 매번 신선하고 새로운 재미를 준다

다양한 형태의 액션으로 매번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플레이어는 악당을 무찌르고 우주를 구하기 위한 라쳇의 여정에 따라 여러 행성을 오가며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각 행성은 독특한 환경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새로운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을 획득해 서로 다른 게임 방식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그라인딩 슈즈를 신고 레일을 타며 속도감 있는 액션을 보여주거나, 자석이 달린 신발을 신고 벽과 천장을 오르내리며 세상을 뒤집어서 보기도 하며, 제트팩을 입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거대 외계 생물체와 싸울 뿐만 아니라, 산소호흡기를 물고 물속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며 수중탐사를 하기까지 한다. 행성을 옮길 때마다 새로운 환경을 만나는 것도 놀라운 경험이지만 그 환경에 걸맞은 아이템의 습득과 새로운 게임 방식으로의 게임 진행은 플레이어를 즐겁게 만들고 기대를 하게 한다. 또한, 아이템을 습득했다고 해서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환경과 일정 구간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설정(이 부분은 작중 이야기 전개와 일정 부분 연결이 된다)되어 있는데 이는 ‘땅 위에 두 발로 서서 싸우는’ 게임 방식이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게 해주며, 동시에 게임 진행 중에 경험하게 되는 독특한 액션이 더욱 재미있게 느껴지도록 한다. 

기본적으로 작중 이야기를 따라가는 구성이지만 다양하게 제공되는 선택사항들

장르적 특징을 제외한 다른 요소들도 짜임새가 좋다. 눈에 띄는 특징을 하나 꼽자면 일직선 구성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에게 몇 가지 선택권을 준다는 점이다. [Ratchet and Clank]는 기본적으로 작중 이야기를 따라가며 주임무를 수행하는 일직선 구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스테이지 구성은 일반적인 일직선 구성의 게임과는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모든 스테이지는 메트로배니아(또는 반/ 半 오픈월드)를 연상케 하는 형태로 다양한 갈림길과 몇 가지 보조임무를 포함하고 있으며, 수집/해금요소에 해당하는 것들을 곳곳에 숨겨놓음으로써 충분히 탐험해볼 수 있도록 구성해두었다. 이로 인해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주임무를 따라가며 중심 이야기만 즐길 수도 있고, 보조임무를 꼼꼼히 수행하면서 작중 이야기와 세계관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수집요소를 모으고 해금요소를 풀어내기 위해 스테이지를 구석구석 살피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아이템 습득을 통해 기존에는 진입할 수 없었던 곳으로 진입하는 등 탐험 요소도 잘 갖춰져 있어 즐길거리가 충분하다. 여기에 3인칭 슈팅 게임(TPS)이라는 특징을 살려 플레이어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십여 가지의 무기도 존재해 무기/전략의 선택폭도 꽤 넓다. (여담으로 앞서 언급한 적을 춤추게 하는 폭탄과 픽셀로 바꿔버리는 광선총 역시 무기 목록에서 포함되어 있는데 이렇게 개성 강한 무기 중에서 몇 가지만 선택해서 업그레이드하려면 꽤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캡틴 쿼크 - 등장인물이면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한다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게임성과 다양한 요소들에서 선택지를 제시하는 게임구성은 정말 훌륭하지만, 본작에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약점을 꼽자면 스토리. 그런데 앞서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맞는 말이다. ‘우주를 구하기 위한 라쳇과 클랭크의 모험'이라는 핵심 소재 안에서 개성강한 캐릭터, 유쾌한 대화, 익살스러운 상황,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 흐름 등 작중 이야기 자체는 흥미롭고 재미있다. 등장인물들의 어처구니없는 농담은 매번 실소하게 만들고, 결말이 너무 뻔하지만 어떤 형태로 끝을 맺을지 기대감이 생기며, 라쳇과 클랭크의 어떤 여정을 떠날지 기다려지게 된다. 게다가 이야기 전달은 일반적인 ‘보여주기’(화자가 따로 존재하지 않고 영상으로 이야기를 전개) 방식이 아닌 작중 등장인물인 캡틴 쿼크(Captain Qwark)가 ‘들려주기’(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가 따로 존재) 방식은 매우 인상적이다. 마치 플레이어에게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지. 내 이야기 좀 들어봐.'라고 하듯 이야기를 풀어가기 시작하기에 초반에는 굉장히 흥미롭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끝도 캡틴 쿼크의 과거 회상이 끝나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져 끝맺음이 매우 깔끔하다.

전달방식이 변화하는 것은 물론 산만한 형태가 되어 전달력이 떨어지는 문제점

그러나 이러한 흥미로운 전달방식이 지속되는 게 아니다. 가장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중반부에서 상당 부분이 '보여주기'로 전달 방식으로 바뀌기에 전달방식의 일관성이 부족해 몰입도가 약간 떨어진다. 캡틴 쿼크의 목소리에 한껏 몰입했다가 갑자기 평범한 컷씬이 반복되어버리니 흥미가 조금 식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캡틴 쿼크의 화자로서 역할이 점차 줄어들고 부연설명을 해주는 해설자의 역할로 바뀌게 되어 캡틴 쿼크의 목소리에 대한 몰입 자체도 떨어지게 된다. 더욱이 이야기가 아닌 정보전달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느껴지는 형태(임무 수행 후에 종종 볼 수 있는 ‘정보봇’에 해당)의 컷씬으로 인해 흐름이 산만해지며,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자유롭게 진행하는 게임의 특성상 이야기 흐름이 쉽게 끊길 수 있다는 문제점이 한층 더 크게 작용한다. 이 때문에 게임을 끝내더라도 어떤 여정을 거쳐 우주를 구하게 되었는지 기억에 잘 남지 않으며, 그저 이곳 저것 떠돌면서 시키는 대로 하다 보니 우주를 구하게 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다시 말해, 이야기의 흐름이 불분명하고 전달력이 조금 떨어진다는 의미다.

이왕 리부트한 김에 좀 더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만들었으면 더 좋지 않았나 싶다

물론 '만화다운’ 게임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가볍고 단순하게 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Ratchet and Clank] 시리즈의 이야기가 가지는 특성을 생각해볼 때 깊이 있고 짜임새가 뛰어난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은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Ratchet and Clank](2016)가 긴 공백기를 거치면서 처음으로 리부트(Reboot)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야기 측면에서 좀 더 신경 쓰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으며, 앞서 언급한 픽사(Pixar)나 디즈니(Disney)도 만화이지만 예술적이면서 메시지를 담고 있듯이 만화답지만 충분히 뛰어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으리라 본다. 반드시 만화라고 해서 재미만 추구하고 단편적인 형태로 내용을 풀어낼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라쳇과 클랭크, 그리고 캡틴 쿼크가 보여줄 앞으로의 여정이 크게 기대된다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훌륭한 게임성과 멋진 그래픽, 만화다움이 물씬 풍기는 개성 있는 특징은 정말 대단하다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번 [Ratchet and Clank]가 리부트(Reboot)된 작품임을 생각해볼 때 충분히 성공적인 출발이며, 이전 시리즈가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아왔듯 이후 작품들도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단,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수의 작품을 내놓은 시리즈인 만큼 매너리즘(mannerism)은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며, 리부트를 진행한 김에 조금 더 깊이 있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담아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을듯하다. 라쳇과 클랭크의 모험은 이제 다시, 막 시작했고 첫 여정은 멋지게 마쳤으니까 말이다.

못다 한 이야기

- 게임 구성에 대한 다른 특징을 이야기하자면 '플레이어에게 아주 친절한' 특징을 들 수 있다. 다양한 무기를 제공하는 TPS임에도 불구하고 탄약 공급이 매우 많아 무기 부족으로 인해 게임의 난이도가 올라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체크포인트가 자잘하게 설정되어 있어 게임 진행 중 사망하게 되더라도 큰 부담이 없으며, 사망에 의한 경험치 삭감이 없어서 어려운 구간은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레 끝낼 수 있게 된다. 어린아이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춘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

- 작중 캡틴 쿼크의 인물상은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부실한 무능한 리더'다. 초반에는 대단히 뛰어난 인물처럼 표현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허영심이 가득하고 무모한 인물로 묘사되는데, 이게 캡틴 쿼크의 화자로 역할의 비중 변화와 묘하게 연결이 된다. 캐릭터의 위엄이 점차 떨어지다가 마지막에 클랭크가 손을 내밀면서 다시금 주요 인물로 복귀하는 것을 암시하는 흐름이, 화자로서 영향력을 거의 상실했다가 마지막에 캡틴 쿼크의 대사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것과 유사하다. 만약 의도한 것이라면 정말 대단한 짜임새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 라쳇과 클랭크의 작중 비중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사실 라쳇으로 진행하는 구간에서 클랭크도 항상 등장한다. 라쳇은 클랭크를 백팩처럼 메고 다니며 전투에 임하고, 클랭크는 각종 기능을 활용해 전투를 보조해 준다. 애초에 클랭크는 항상 라쳇과 함께 했기 때문에 비중은 결코 라쳇에게 뒤지지 않는다. 다만 상대적으로 라쳇에세 시선이 집중되는 게임이다 보니 클랭크의 활약 및 다른 게임성으로 존재감을 강화한 것이라고 본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클랭크는 라쳇과 동등한 위치의 파트너가 아니라 조연이자 조력자로 전락했을지도 모른다.

- 레이싱이나 비행 슈팅 등 장르가 크게 바뀌는 구간도 존재하는 데, 액션 TPS라는 작품 전체의 장르적 색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도에 그치기에 큰 문제가 안 된다. 게다가 '만화다운' 게임이기 때문에 어떤 장르는 넣어도 위화감 없이 잘 어울린다는 강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액션-호러 게임의 색깔이 지나치게 강한 [Bio Hazard 6]가 지나치게 다양한 장르를 담아내 비판을 받은 것을 생각하면 꽤 신기하기도 하다. 아마 만화적인 특징이 여러 장르를 혼합할 수 있는 매개가 된 것일지도?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없음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Gears of War 4 (기어스 오브 워 4)

장르 : TPS, 액션

제작사 : The Coalition

플랫폼 : X-Box One, Windows 10

발매년도 : 2016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Epic Games(에픽 게임즈)에서 제작한 [Gears of War]는 [Halo] 시리즈와 함께 X-Box 360으로 발매된 액션 게임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아온 게임 시리즈다. Unreal Engine 3(언리얼 엔진3)로 만들어낸 수준 높은 그래픽과 멋진 액션을 보여주는 게임성을 통해 많은 게임상을 수상한 2006년 [Gears of War]을 시작으로, 약점을 보완하고 인상적인 멀티플레이를 추가한 2008년 [Gears of War 2]에 이어, 이야기를 깔끔하게 마무리한 2011년 [Gears of War 3]까지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Epic Games의 자회사 People Can Fly(피플 캔 플라이)가 만든 외전이자 후속작 [Gears of War : Judgement]는 조금 상황이 달랐다. 제작사가 바뀌고 외전이라는 이유에서인지 전작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변화를 시도했으나 게이머들은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고 전작에 비해 낮은 평가는 물론 흥행에도 실패하게 된다. 게다가 [Gears of War : Judgment]가 발매된 2013년이 X-Box 360에서 X-Box One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였다는 점과 흥행 실패 이후 후속작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Gears of War] 시리즈가 이대로 막을 내리는 것이 아닌지 우려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Microsoft는 [Gears of War] 부활을 위해 단단히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런데 2014년 1월, Microsoft(마이크로소프트)가 Epic Games로부터 [Gears of War]의 저작권(IP, 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을 사들였음을 발표한다. 시리즈의 지속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다. 그리고 단순히 저작권을 산 것만이 아니었다. Epic Games 소속이자 [Gears of War] 시리즈의 감독이었던 로드 퍼거슨(Rod Fergusson)을 영입해 Microsoft의 자회사 Black Tusk Studios(전 Microsoft Game Studios Vancouver)의 대표로 앉혔고, 회사의 이름을 작중 소재와 관련이 있는 The Coalition으로 바꾸기까지 했다. 전작의 실패를 만회하고 [Gears of War]를 다시 살려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시간이 흐른 뒤 2016년 10월, [Gears of War 4]가 발매되었다. 과연 그들의 의지대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Gears of War 4]는 Unreal Engine 4로 만들어졌고 여전히 대단한 그래픽을 선보인다

[Gears of War] 시리즈는 자사의 게임엔진 Unreal Engine 3 로 만들어졌으며 해당 엔진을 세상에 알리게 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Unreal Engine 3 로 만들어낸 그래픽은 [Gears of War] 시리즈의 연출력에 많은 보탬이 되었고 훌륭한 게임성과 융합하여 좋은 평가를 받는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또한, 평가와 흥행 모두 실패했던 [Gears of War : Judgement]조차 그래픽만큼은 최상의 수준을 보여주었기에 게임성이 비판받았을지라도 그래픽은 호평을 받았다. 이러한 이유에서 [Gears of War 4]도 그래픽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작품에서 사용된 게임엔진은 Unreal Engine 4. 더 발전된 그래픽으로 게이머의 시선을 완전히 압도하는 데 성공했다.

세밀한 묘사는 물론 특정 환경에서 느껴질 법한 감각이 간접적으로 느껴질 정도

[Gears of War 4]의 그래픽은 그 자체로 멋지다. 게임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보아도 화려하고 사실적이며 세밀한 그래픽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게다가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다양한 형태와 성질을 가진 공간을 마주하게 되는데 어느 한쪽도 부자연스럽지 않으며 묘사가 뛰어나다. 그래픽이 얼마나 세밀하게 만들어졌는지 번개 폭풍이 다가올 때 위압감, 밀폐된 지하실의 높은 습도로 인한 찝찝함, 로봇에 의해 관리되는 통제 구역의 건조함 등 게임 캐릭터가 해당 환경에서 받았을 법한 느낌을 게이머도 그대로 받을 수 있을 정도다. 또한 먼 거리에 있는 대상이나 배경도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어 어떤 방향으로 바라보든 굉장히 멋진 장면을 볼 수 있으며 원근감과 공간감이 잘 느껴져 플레이어가 활약하는 공간을 더욱 실감 나게 느낄 수 있다. (모든 구간이 멋지지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으라면 게임 전체에서 두 번 존재하는 지하로 내려가는 구간을 들고 싶다. 한쪽은 좁은 공간에서 지하로 내려가고, 다른 한쪽은 넓은 공간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데 어느 쪽이든 원근감과 공간감이 대단하다. 지하로 내려가는 중에 시점을 위로 올리면 정말 멋진 장관을 볼 수 있다)

어디를 살펴보더라도 한치의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수준 높은 연출력

멋진 그래픽만큼 연출력도 대단하다. 게임 진행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컷씬(Cut Scene), 시청각적 효과, 다양한 탈것을 통해 보여주는 액션, 변화무쌍한 시점 등 연출을 위한 요소들은 부족함이 전혀 없다. 그중에서도 ‘컷씬'과 '시점'은 아주 적절하고 균형 있게 활용되고 있어 연출력을 갖추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과하지 않은 분량으로 시기적절하게 재생되는 ‘컷씬’은 마치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주어 충분한 흡인력이 있으며, 컷씬과 게임플레이에서 발생하는 괴리감이 매우 적어 이야기 진행과 게임 진행이 매우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세세하게 파고들면 분명히 차이가 있나 직관적인 느낌으로는 괴리감이 거의 없을 만큼 컷신과 인게임 그래픽이 비슷하게 보인다) ‘시점’은 아주 작은 변화만으로 큰 효과를 내고 있다. 3인칭 시점의 게임은 기본 시점이 게이머가 조작하는 캐릭터의 바로 뒤를 따라가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Gears of War 4] 역시 기본 형태는 같으나 캐릭터의 움직임에 따라 각도 조절, 줌 인(Zoom In), 줌 아웃(Zoom Out)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주 시점에 변화를 줌으로써 액션을 더욱 역동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더욱이 수시로 시점이 자주 변화하지만, 해당 상황에 가장 적합한 위치로 조정이 되기 때문에 게임 진행도 굉장히 쾌적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 외에 각종 무기의 시청각적 효과로부터 느낄 수 있는 타격감은 눈과 귀를 모두 만족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무슨 말인지 잘 와닿지 않는다고? 그러면 전기톱을 켜고 적을 한 번만 썰어보자. 모든 게 설명될 것이다.

[Gears of War : Judgment]의 실패 때문인지 기존의 형태로 완전히 회귀했다

게임 시스템은 [Gears of War : Judgment]의 실패 때문인지 기존 형태 및 내용으로 돌아왔다. 스코어링 삭제, 기존 인터페이스로 복귀, 호드 모드의 부활 등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기존의 것을 다시금 활용했다. 이러한 부분은 ‘기존과 너무 똑같은 방식이 아닌가?’라는 의문과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다. 그러나 기존 게임 시스템이 굉장히 잘 갖춰져 있었고, 오히려 변화를 준 [Gears of War : Judgment]가 실패를 했을 뿐만 아니라 [Gears of War 4]가 메인 시리즈로 만들어진 작품이기 때문에 기존의 형태를 재활용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매우 안정적인 전략이다. 무엇보다 [Gears of War]가 아닌 다른 게임 시리즈도 전작을 그대로 이어온 것에 대해서는 매번 호불호가 나뉘어 매너리즘, 계승, 재활용, 유지 등 여러 견해가 나타나기 때문에 무조건 비판만 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기존의 장점을 다시 활용한 것이며, [Gears of War 4]만을 생각해 보았을 때(+처음 시리즈를 접한 사람의 기준으로 볼 때)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게임 시스템이어서 기존 시스템을 이어가는 건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다만, 워낙 오랫동안 시리즈가 이어져 온 작품이며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는 만큼 후속작에서는 어느 정도 변화는 필요할 것이다.

구조물과 지형, 다양한 적의 등장, 예기치 못한 환경 등은 전략을 활용하게 한다

다양한 전략을 활용할 수 있는 게임 구성은 여전하다. [Gears of War]는 오픈 월드 구성이 아닌 일직선 구성이기 때문에 정해진 경로를 따라가면서 게임이 진행되므로 정면에서 적을 마주하고 직진만 하게 된다고 오해할 수 있으나 전혀 그렇지 않다. 일직선 진행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좁은 공간에서의 전투뿐만 아니라 오픈 월드를 연상케 하는 개방된 공간에서의 전투, 그리고 일정 시간 동안 특정 지역을 방어해야 하는 전투까지 여러 형태로 전장이 구성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엄폐물의 배치와 진행 경로도 다양하게 만들어 전장 구조가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러다 보니 정면에서 총격전을 벌이는 것만이 아니라 우회로를 탐색하여 유리한 위치를 점하거나 적진으로 몰래 잠입해 암살하는 등 여러 가지 전략을 시도해볼 수 있게 된다. 또한, 배경이라고 생각했던 날씨나 구조물들이 전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기에 상황 변화를 통한 새로운 전략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기까지 한다. (예시-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수류탄을 사용하면 둥지를 손쉽게 파괴할 수 있지만, 폭풍이 부는 전장에서는 바람 때문에 엉뚱한 곳으로 수류탄이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다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외에도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적과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 게임 진행 중 습득할 수 있는 특수한 무기, 특정 구간에서 발생하는 분기점 등도 전략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었음을 잘 드러냈지만…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그래픽과 연출, 기존 형태로 회귀한 게임 시스템, 충분한 전략성을 갖춘 게임 구성 등 여러 가지로 만족스러운 [Gears of War 4]지만 안타깝게도 스토리는 상당히 아쉽다. 마커스 피닉스(Marcus Fenix)의 아들 JD 피닉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새로운 적의 등장시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것을 전면에 드러냈으며, 게임 진행 과정에서 볼 수 있는 JD와 마커스의 동행, 이야기 후반부에 등장하여 큰 도움을 주는 전작의 주인공인 데이먼(Damon Baird)와 콜(Augustus Cole)은 세대교체가 일어났음을 잘 보여주었다. 그리고 새로운 동료인 케이트(Kait Diaz)와 델(Delmont Walker)은 전작의 주인공들 못지않은 독특한 성격으로 충분한 매력을 발산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직접 드러나지 않지만 작중 행적을 통해 각 캐릭터의 위치와 역할이 뚜렷하며 위급한 상황에도 서로 농담을 주고받는 세 사람을 보면 전작의 주인공들이 연상되기도 한다)

단조로움과 불균형, 그리고 ‘이제 시작이다’는 느낌을 주는 이야기는 조금 아쉽다

그러나 성공적인 세대교체와 새로운 캐릭터의 매력에도 불구하고 전체 이야기 흐름이 단조로워 그다지 인상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기억에 남을만한 인물 간의 대립이 없고, 굉장히 위급한 상황임에도 주인공 일행은 전반적으로 침착해 감정적으로 강하게 몰입되는 부분이 거의 없다. 게다가 목적이 분명히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부분에 더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어 이야기의 초점이 흔들리며, 게임 후반에 들어서면 이야기 전개가 급격히 빨라지기에 다소 당황스럽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끝나더라도 의문이 풀리지 않은 부분이 굉장히 많이 남아있고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준 요소는 [Gears of War 4]가 기존 [Gears of War] 삼부작의 연장이라는 것을 직접 드러내고 있기에, 하나의 큰 이야기라기보다 프롤로그(prologue)나 인터루드(interlude)에 가깝게 느껴진다. 이러한 이유로 후속작에서는 풀리지 않은 의문에 대해 충분히 풀어내야 할 것이며 좀 더 짜임새를 갖춘 멋진 이야기를 보여줄 필요있다.

아쉬움은 있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Gears of War 4]. 다시 시작이다

앞서 언급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은 ‘YES’다. 변함없이 수준 높은 그래픽, 전작의 장점들의 효과적인 활용, 그리고 연출과 전략성 등 TPS가 갖춰야 할 요소에 대해서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전반적인 완성도가 대단히 뛰어나기에 재기가 아닌 새로운 게임시리즈였어도 충분히 성공적이었을 것이다. 단, 전작의 실패로 인해 기존 형태로 돌아왔으나 변화가 전혀 없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는 게임시스템, 몇 가지 문제점이 있어 아쉬움이 따르는 작중 이야기는 분명히 [Gears of War 4]의 약점이므로 차기작에서는 이에 대해 분명히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제작사의 변경과 주인공의 세대교체,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점이라는 측면에서는 [Gears of War 4]는 충분히 좋은 출발점이다. 무엇보다 게임의 결말을 본 후에, 전작들을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과 후속작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감이 생겼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Gears of War 4]는 처음 시리즈를 접하는 게이머나 기존 시리즈를 접해본 적이 있는 게이머 모두를 충분히 만족하게 할만한 작품임이 분명하다. JD와 케이트, 델이 보여줄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마커스와 친구들이 함께 나온다면 더더욱 좋을 테고 말이다.

못다 한 이야기

- 전기톱의 손맛이 정말 대단하다. 사용이 꽤 까다롭긴 하지만 익숙해지면 사격하는 것보다 더 재미있고 중독성 있다. 필자의 경우 조준을 해야 하는 TPS와 FPS에 굉장히 약해서 산탄총을 주력으로 하는 근접전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전기톱의 존재가 게임의 재미를 크게 살려주었다. [Gears of War 4]에서 삭제가 될 뻔했다가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뒷얘기를 들으니 더 마음에 든다.

- 적군의 인공지능은 꽤 훌륭한 편인데, 가끔 당황스러울 정도로 낮은 인공지능을 가진 적들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전기톱을 켠 채로 정면에 서 있는 상황임에도 스스로 달려들어 죽거나 엄폐를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죽는 경우가 있었다. 다만 정말 드문 경우고 대부분의 적은 엄폐물 뒤로 수류탄을 던지면 산개를 하고, 뒤를 노리기 위해 우회로로 진입하면 다른 곳으로 도망갈 정도로 인공지능이 뛰어나다. 단, 빈사상태에 빠졌을 때 절대로 마무리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조금 의아한 부분.

- 게임 후반에 이야기 전개가 급격히 빨라진다고 본문에 언급했는데 이는 게임 진행과도 어느 정도 연결이 된다. 게임 후반에 로봇을 조종하여 스웜의 본거지를 공격하는 구간이 해당 부분으로, 인간의 외형을 가진 로봇이고 사람으로 게임을 진행할 때와 별반 다름없는 게임 진행 방식이지만 게임의 난이도가 급격히 낮아짐과 더불어 너무 손쉽게 적진을 쓸어버리는 모습 때문에 이야기 전개가 더 빠르게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게임 진행 내내 상당한 재미가 있었던 반면 게임 후반부는 다소 힘이 빠졌다.

-  전작의 주인공들과 본작의 주인공들, 즉, 모든 세대가 한자리에 모였을 때 JD를 필두로한 새로운 주인공들이 '애송이'처럼 느껴졌다. 마커스, 데이먼, 콜 등 전작의 주인공들이 지나치게 인상이 강해서인지 JD 일행의 매력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물론 게임 속 연령대를 생각하면 분명히 JD 일행들은 마커스 일행들에게는 애송이가 맞지만 말이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X-Box One )

- 없음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The King of Fighters XIV (더 킹 오브 파이터즈 14)

장르 : 대전, 격투

제작사 : SNK Playmore

플랫폼 : Playstation 4

발매년도 : 2016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징크스(Jinx). 불길한 일 또는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운명적인 일. 80~90년대 아케이드 시장에서 이름깨나 날리던 게임제작사 SNK(현 SNK Playmore)는 징크스가 하나 있다. ‘SNK는 3D 게임을 만들면 반드시 실패한다’ [Metal Slug], [Samurai Spirits], [The King of Fighters] 등 SNK를 대표하는 작품들은 모두 2D 게임이다. 각 시리즈는 충분한 흥행과 함께 아케이드 게임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추고 있었으며 아케이드 시장의 축소와 몰락 직전까지 많은 게이머와 함께했을 만큼 꾸준한 인기를 구가한 작품들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대단한 명성을 가진 작품들도 3D로 제작이 된 경우에는 어김없이 실패를 맛보게 되었는데, 단순히 상업적 실패만 한 것이 아니라 어색한 그래픽, 달라진 게임성, 밸런스 붕괴 등 여러 방면에서 혹평을 받게 되었다. 물론 처음에는 새로운 도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SNK는 여러 번에 걸쳐 제작/발표를 시도했음에도 개선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실패를 반복하게 되었다. 결국, 게이머들은 SNK가 3D 게임 제작에서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고, 우스갯소리로 시작했던 SNK의 3D 징크스를 정설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The King of Fighters XIII]의 걸출한 완성도 이후 다시금 3D 제작에 도전한다

불행 중 다행은 2D 게임 제작에 있어 SNK의 역량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오랜 기간을 걸쳐 [The King of Fighters XIII]를 완성해냈고 시리즈 사상 최고의 완성도를 보여주며 높은 평가와 함께 충분한 흥행을 일궈냈다. 이는 회사의 어려운 재정 상황과 2D 그래픽이 가지는 불리함에도 이루어낸 성과이기에 더욱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훌륭한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후속작 [The King of Fighters XIV]이 3D로 제작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팬들은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SNK의 3D 징크스가 다시 일어나는 게 아닐까?’ 그 불안감은 정확했고 트레일러에서 드러난 충격적인 그래픽과 캐릭터 모델링은 [The King of Fighters XIV]에 대한 게이머들의 기대감이 바닥을 치게 했다. 하지만 이런 불안감과 허탈함도 잠시, 짧은 주기로 공개되는 트레일러들을 통해 점차 그래픽이 개선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여전히 어색하고 부족해 보이는 그래픽이었지만 점차 발전되는 모습을 통해 [The King of Fighters XIV]에 긍정적인 반응을 표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만 그만큼 게이머 사이의 갑론을박이 있었고 부정적인 시선을 보이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많은 것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발매! [The King of Fighters XIV]를 산 사람들의 대부분은 팬심으로 구매했을 것이지만 불안감이 없을 순 없었다. 그리고 불안감을 가진 채 뚜껑을 열어보았다. 그런데 예상 밖의 반응이 터져 나왔다. “징크스는 깨졌다!”

볼만한 3D 그래픽을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현세대 그래픽치고는 많이 부족하다

먼저 말이 많았던 그래픽을 살펴보자. 첫인상을 그대로 말하자면 [The King of Fighters XIV]의 그래픽은 썩 훌륭하지는 않다. 트레일러만큼 충격적이진 않지만 같은 장르, 그리고 2D에서 3D로의 변화라는 같은 과정을 거친 [Street Fighter 4]나 [Guilty Gear Xrd]가 보여준 혁신적인 그래픽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2D의 느낌을 살리거나 새로운 표현 방식을 사용한 것이 아닌 그저 2D 캐릭터를 3D로 단순 재구성을 한 것처럼 보일 뿐이다. 더군다나 비교 대상이 되는 두 작품은 수년이나 먼저 발매되었음에도 더 뛰어난 그래픽을 가지고 있으니 [The King of Fighters XIV]의 그래픽이 더 나빠 보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캐릭터마다 모델링(modeling)과 모션(motion, 움직임)의 질적 차이가 꽤 크다. 일부 캐릭터는 2D 시절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모델링의 완성도가 높고 움직임이 자연스럽다면, 이외 다른 캐릭터는 모델링의 완성도가 떨어지며 움직임이 전반적으로 부자연스럽다. 그러다보니 게임을 하는 내내 어색한 움직임이 눈에 거슬리게 된다. 이는 화려한 움직임과 멋진 콤보 같은 시각적 요소로 게이머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는 격투 게임의 특성상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다만 과거 3D로 제작된 [Metal Slug 3D], [Samurai Spirits Sen], [The King of Fighters : Maximum Impact]에 비해 크나큰 발전을 이뤘다는 점과 동일 장르의 작품과 비교하지 않고 조금만 양보한다면 ‘나쁘지 않고 봐줄만한 그래픽'을 표현해냈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수 있다.

달라진 조작감 - 기존 게이머들의 불만이 있긴 하나 크게 문제 될 정도는 아니다

조작감도 조금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점프, 달리기, 백스텝, 구르기 등 이동 관련 조작에서 나타났다. 이동 시스템 자체는 전작과 동일하나 선/후 딜레이(delay)와 체공시간(지면에서 떨어져 있는 시간)이 미묘하게 달라졌고 전반적인 게임 진행 속도가 조금 느려졌다. 이는 이전 시리즈를 오랫동안 즐겨온 기존 게이머에게는 큰 불편함으로 다가오는데 전작에서 조작하는 감각으로 게임을 할 경우 의도했던 대로 움직이지 못하거나 타이밍을 놓치는 등 문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필자가 겪은 조작감 변화 사례 1.백스텝 체공시간이 길어져 백스템 직후 잦은 커맨드 미스  2.잔상 점프의 사용이 어려워짐  3.소점프 입력이 어려워짐) 그러나 이러한 조작감의 변화는 1시간 내외로 게임을 하게 되면 금방 적응이 되는 수준이기에 ‘기존 게이머에게 한정된 불만이자 아쉬움'일 뿐 게임 자체의 문제라고 보기는 힘들다. 적응만 된다면 전작과 큰 차이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오히려 미묘하게 느려진 게임 진행 속도로 인해 게임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얻게 되었다.

모든 대전 격투 게임은 초심자들이 넘을 수 없는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쯤 돼서 생각해보아야 할 게 있다면, ’[The King of Fighters XIV]가 어떤 점이 뛰어나길래 징크스를 깨뜨리는 데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다. 비교 대상이 되는 작품들에 비해 너무나 낮은 수준의 그래픽, 캐릭터별 모델링의 완성도 격차, 눈에 거슬리는 일부 어색한 모션, 조작감의 변화로 인한 기존 게이머의 불편함 등 부정적인 내용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덮을만한 성과를 본작에서 일궈냈는데 그것은 바로, 모든 대전 격투 게임의 공통과제인 ‘진입장벽'을 확실하게 낮추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모든 대전 격투 게임은 필연적으로 가볍게 즐길 수 없다. 태생부터 사람과 사람 간의 대결을 목적으로 하는 장르이며 그에 따라 게이머 간 실력 자체가 크게 나타나며, 1:1로 진행되는 게임의 특성상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또한, 게임의 깊이를 더 하기 위해 시스템을 복잡하게 만들 경우 학습해야 할 요소가 급격히 늘어나 게임을 숙달하기까지의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기 때문에 신규 게이머의 유입은 더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진입장벽을 낮추면 게임의 깊이가 떨어지고, 그런다고 게임의 깊이를 유지하자니 진입장벽을 낮추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The King of Fighters XIV]는 (후술할 몇 가지 요소들을 통해)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면서 기존 게이머들이 파고들 만한 깊이까지 갖추는 데 성공했고 초심자와 숙련자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격투 게임을 만들어냈기에 그래픽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지라도 징크스를 타파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전작 [The King of Fighters XIII]에서 진입장벽 완화를 시도했지만 사실상 실패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게임 내 시스템(System). [The King of Fighters XIV]는 시스템을 이해하기 쉽게 간소화하고 몇 가지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는 것으로 진입장벽을 많이 낮췄다. 먼저 간소화된 부분부터 살펴보자. [The King of Fighters] 시리즈는 99~01의 스트라이커, 02의 캔슬 모드, 03~XI의 쉬프트, XII의 몇 가지 신규 시스템 등 시리즈를 거듭할 때마다 시스템이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이러한 시스템들은 화려한 콤보와 더 깊이 있는 게임성을 갖추는 데 일조했지만, 오히려 초심자가 이해/학습 해야 할 요소가 늘어나게 했고 일정 수준 이상 도달하기 위한 조작 난이도도 높아져 진입장벽을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작 [The King of Fighters XIII]에서 복잡한 시스템은 최대한 없애고 기존 시스템을 회귀/조합/변형하는 것으로 시스템을 구축해 진입장벽을 낮추고자 했다. 그러나 두 가지로 나뉜 게이지(파워게이지/하이퍼 드라이브 게이지) 시스템, 그리고 여기서 파생되는 필살기 사용 조건들로 인해 게임 숙달을 위해 이해/학습해야 할 요소가 적지 않았다. 또한 콤보의 편의성을 높인 신규시스템은 오히려 콤보의 비중을 높이고 종류를 늘리게 되었다. 결국,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시도는 했음에도 여전히 초심자들에게 어려운 상태로 남게 되었다.

기존 시스템을 단순화하여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고 콤보의 비중을 크게 줄였다

이러한 이유로 본작 들어서 다시 게이지를 하나로 통합했고, 여기서 파생되는 필살기 사용 조건을 이해하기 쉽게 조정했다. 가령 EX필살기나 MAX초필살기 같은 ‘강화형’ 기술들은 MAX모드를 발동했을 때만 사용 가능하게 변경되었고(MAX모드 = 강화형 기술 사용 가능 이라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조건을 설정) 최종강화기술에 해당하는 CLIMAX초필살기는 게이지 세 개만 있으면 발동할 수 있게 하는 등 아주 이해하기 쉬운 조건으로 변경되었다. 여기에 XIII에서 콤보 편의성을 위해 도입했던 신규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하되 모드 발동 중에 가능했던 필살기-필살기 형태의 캔슬을 불가능하게 변경하여 콤보를 단순화하고 종류를 대폭 줄였다. 요약하면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어졌고, 콤보가 간단한 형태로 바뀌고 비중도 줄어들어 초보자들이 쉽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러시 콤보 - 단순하지만 여러 방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는 핵심 시스템

추가된 시스템도 살펴보자. [The King of Fighters XIV]에서 러시 콤보(Rush Combo)라는 ‘자동 콤보’ 시스템이 추가되었다. 해당 시스템은 본작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했는데, 콤보를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사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사용 방법은 근접해서 A버튼 연타. 러시 콤보를 사용하게 되면 캐릭터마다 정해진 모션으로 연속적인 타격을 한 뒤 게이지 유무에 따라 필살기/초필살기로 콤보를 마무리하게 된다. 즉, 여러 버튼과 커맨드를 조합해서 사용해야 하던 콤보를 버튼 하나를 연타하는 것만으로 사용 가능하게 되어 아무리 게임을 못하는 사람이라도 콤보 하나 정도는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격투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의 흥미를 끌어내는 ‘눈요기’ 요소로 작용하는 부가 효과까지 얻고 있다.

그런데 자동콤보 시스템이 조작하는 재미를 반감시키지 않느냐는 우려를 할 수도 있다. 진입장벽을 낮추는 게 중요하기는 하나 콤보를 습득하기 위한 학습 및 노력, 그리고 콤보를 사용하기 위한 조작이 격투 게임을 즐기는 핵심 중 하나이기 때문에 어떠한 노력 없이 콤보를 사용할 수 있는 자동 콤보 시스템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러시 콤보 시스템은 조작하는 재미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러시 콤보는 캐릭터마다 한 종류만 존재하며, A버튼 외에 다른 버튼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또한, 다른 격투 게임에 등장하는 자동 콤보 시스템처럼 기본기가 적중할 경우 상황에 가장 적합한 기술이 사용되어 자동으로 콤보가 이어지는 형태가 아니다. 반드시 근접해서 약펀치(A버튼)을 맞춰야만 러시 콤보로 이어지기 때문에 발동 조건이 은근히 까다롭다. (원거리 약펀치가 적중해도 러시 콤보로 이어지지 않으며 러시가 시작되었다 하더라도 거리가 애매하면 콤보가 끊긴다) 이 때문에 러시 콤보가 존재한다고 해서 시도 때도 없이 콤보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더 높은 수준의 콤보들은 플레이어가 직접 연구/연습/숙달해야 한다. 또한 연구에 의해 만들어진 콤보가 아닌 시스템으로 구축된 자동 콤보이므로 캐릭터마다 데미지에 차이가 거의 없어 러시 콤보로 인해 캐릭터 간 밸런스가 붕괴될 일도 없다.

공수 전환에 유용하며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어 숙련자도 애용하게 된다

재미있는 점은 초심자를 위해 시스템을 개선하여 진입장벽을 크게 낮췄음에도 숙련자들이 파고들만 한 게임의 깊이 또한 여전히 충분하다는 것이다. 러시 콤보는 단순히 A버튼 연타를 통한 자동 콤보로 초심자만을 위한 시스템으로 보일 수 있으나 절대 그렇지 않다. 상대가 압박을 가해올 경우 공격을 끊거나 견제를 하기 위해서는 공격 판정이 빠르게 발생하는 기본기/필살기을 사용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약펀치는 굉장히 효과적인 기본기인데 원거리에서 약펀치를 적중할 경우는 상대의 압박을 한번 끊어줄 수 있고 근거리에서 약펀치를 적중한다면 러시 콤보로 이어져 공격권을 가져올 수 있게 된다. 즉, 러시 콤보의 등장으로 인해 간단한 콤보 사용은 물론 반격도 용이해져 공수 전환이 쉽고 빠르게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더군다나 콤보의 비중이 줄어 기본기의 활용도와 심리전이 늘어난 [The King of Fighters XIV]이기에 기본기에서 연결되는 러시 콤보의 존재는 더 빛날 수밖에 없다.

하나의 게이지로 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난 만큼 소비량 및 관리의 중요성도 증가했다

하나로 통합된 게이지도 마찬가지다. 게이지 시스템을 기초로 한 다양한 종류의 필살기 사용 조건과 모드 발동 시 변경점에 대해서는 매우 이해하기 쉬워졌다. 하지만 하나로 통합된 덕분에 운용의 폭이 넓어짐과 동시에 관리의 필요성도 생겼다. 게이지 하나로 콤보에 활용할 수도 있고, 모드 발동 이후 압박을 가할 수도 있으며, 초필살기로 강한 데미지를 줄 수 있는 등 선택지가 많다. 그러나 하나의 게이지로 여러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게이지 소비량이 많아지고 상황에 따라 기회비용까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전작에서 모드, 초필살기, 콤보 등이 다른 시스템으로 어느 정도 분리되 있어 기회비용이 적었다. (간단한 예로 파워게이지가 없어도 모드 및 모드 콤보가 가능했다) 하지만 본작에서는 게이지 하나로 모드, 초필살기, 콤보를 모두 사용하게 되었으므로 기회비용이 발생하고 자연스레 관리의 중요성도 늘어났다. 이는 초심자에게는 크게 체감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게이지 하나가 아쉽고 게이지의 유무에 따라 승패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숙련자에게는 중요한 변화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는 99~00 시절에 파워게이지와 스트라이커 호출 게이지가 분리되어 있던 시스템이 01로 넘어오면서 하나로 통합된 시스템으로 적용되자 편의성은 늘어났지만, 게이지 관리가 중요해지고 스트라이커 인원 설정에 영향을 미쳐 더 깊이있는 게임성을 가지게 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01시절 초심자와 숙련자의 스트라이커 인원 설정 선호도만 봐도 시스템의 변화가 얼마나 깊이 있는 게임성을 구축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선입력 - 초저공 필살기 같은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표면상으로 드러난 변화는 아니지만 ‘선입력’ 판정이 굉장히 여유 있어진 것도 초심자의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게임의 깊이를 더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입력이란 커맨드 입력 직후 일정 시간 동안 명령어가 유효한 것을 이용하는 일종의 고급 조작법을 말한다. 선입력 이용하면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한 궤도로 기술을 사용하거나 콤보를 강제로 연결할 수 있는 등 활용 범위가 매우 넓다. 하지만 커맨드 입력 후 유효 시간이 아주 짧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하게 추가조작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실전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선입력은 숙달 여부에 따라 격투 게임 초심자와 숙련자를 가르는 척도로 작용했고 본의 아니게 진입장벽을 높이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The King of Fighters XIV]부터는 커맨드 입력 후 유효 시간이 길어져 선입력 사용이 굉장히 쉬워졌다. 정확한 입력을 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지만 조작을 여유있게 해도 선입력 활용이 가능해졌기에 초심자도 조금만 연습하면 선입력을 활용한 응용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넉넉해진 선입력 판정은 콤보의 연구를 수월하게 해주고, 더 다양한 선입력 응용기를 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

선택 가능한 캐릭터가 50명이나 된다. 대전 격투 게임 사상 전례없는 숫자!!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고, 동시에 게임의 깊이도 더한 [The King of Fighters XIV]라지만 이 정도로 징크스를 깼다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또 다른 특징은 없을까? 가장 인상적인 특징은 50명이나 되는 역대 가장 많은 수의 참전 캐릭터다. 단순히 등장하는 캐릭터가 50명인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직접 선택하고 조작할 수 있는 캐릭터가 50명이나 된다. 믿어지는가? 하나의 작품에서 50명 이상 등장한 대전 격투 게임은 없으며 아마 앞으로도 보기 쉽지 않을 듯 하다. 특히 대전 격투 뿐만 아니라 캐릭터를 골라 게임을 진행하는 장르의 게임들이 DLC(다운로드 컨텐츠)를 통해 캐릭터를 유료로 판매하는 전략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결제 없이 50명의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는 특징은 큰 강점으로 작용할만하다. (참고사항 - [Ultimate Marvel vs Capcom 3]는 최종 보스를 포함해 51명, 플레이어가 선택가능한 캐릭터가 50명으로 동일한 숫자를 기록하고 있으나 [Marvel vs Capcom 3]에서 버전업을 하면서 캐릭터 추가를 한 것이니 한 작품에서 50명을 등장시킨 것은 [The King of Fighters XIV]이 최초라고 볼 수 있다)

취향에 따른 캐릭터의 선택폭이 넓어진 것뿐만 아니라 연구할 내용도 많아졌다

플레이어가 선택 가능한 캐릭터가 많다는 것은 몇 가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먼저 50명의 캐릭터가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로 인해 플레이어의 취향에 따른 폭넓은 선택이 가능해진다. 초심자에게는 캐릭터의 외형에 따른 직관적 선택을, 숙련자에게는 선호하는 운용 방식 선택에 따른 전략적 선택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많은 수의 캐릭터는 ‘어떤 캐릭터가 있을까?’라는 호기심으로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 수도 있다. 다음으로 많은 수의 등장 캐릭터는 그만큼 연구할 내용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대전 격투 게임은 캐릭터마다 공격판정, 운용방법, 콤보 등 단순히 커맨드 리스트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요소들이 존재하며 이는 많은 횟수의 대전을 통해 게이머들 사이에 경험이 쌓여야만 정리/검증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대전 격투 게임을 생각해보면 10명 내외의 적은 수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들도 꽤 오랜 시간 동안 연구가 이루어져야 상성/운용방법/등급 등이 확실히 정리되는데, 50명이 등장하는 게임이라면 얼마나 오래 걸릴까? 정말 오랫동안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며, 그만큼 게이머들이 본작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인기몰이의 핵심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너무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50명의 캐릭터 등장이 가진 진짜 의미는 따로 있다. 1990년대 초창기 [The King of Fighters]가 인기몰이를 했던 이유 두 가지. ‘다른 격투 게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캐릭터’와 ‘플레이어가 동시에 세 명의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특징은 시간이 흐르면서 [The King of Fighters] 시리즈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면 어느 순간부터 게이머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인지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The King of Fighters 96]부터 세 명의 캐릭터를 순서대로 사용하는 시스템으로 고정되었고, [The King of Fighters 97]부터는 30~40명 정도의 캐릭터를 꾸준히 등장시키다 보니 게이머들은 별다른 감흥을 느끼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또한 다른 격투 게임과 차별성을 둔 요소가 당연한 것이 되어버려 캐릭터의 수를 줄이면 비판을 받게 되고(참고 - [The King of Fighters XI]) 그런다고 캐릭터를 많이 등장시켜도 눈에 띄는 장점이 되지는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부닥치게 되었다. 게다가 크로스오버(cross over)로 시작한 [The King of Fighters] 시리즈의 특성상 자사의 기존 캐릭터를 많이 활용하기에 ‘추억 보정’과 ‘캐릭터 재활용’이라는 언제 비판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약점을 가지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크로스오버 게임이라는 인식이 아직 유효해서 이 부분에 비판은 거의 없었다)

신규 캐릭터 - 정체성을 유지하되 크로스오버 색깔을 탈피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The King of Fighters XIV]는 새로운 전략을 찾기보다는 오히려 과거의 전략을 그대로 활용했는데 30~40명의 캐릭터는 더 이상 많은 수가 아니니 50명으로 수를 늘리는, 다시 말해 더 큰 충격을 주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는 [The King of Fighters] 시리즈가 인기몰이할 수 있었던 이유를 SNK가 잘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러한 전략이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는 자신감과 시리즈의 정체성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50명의 캐릭터 중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진 오리지널 캐릭터가 12명(보스까지 포함하면 14명)이나 되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추억 보정과 캐릭터 재활용에 대한 비판 여지’라는 약점을 해소하고 [The King of Fighters] 시리즈의 크로스오버 성향을 탈피하려는 시도로써 해석할 수 있다. 물론 50명이나 되는 캐릭터 및 다수의 신규 캐릭터 등장은 차기작에서도 비슷한 수의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또 다른 신규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을 주기에 언젠가 만들어질 [The King of Fighters XV]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The King of Fighters] 시리즈는 언제나 많은 수의 캐릭터와 적지 않은 신규 캐릭터를 보여줘 왔으니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며, 이번 [The King of Fighters XIV]에서 보여준 전략을 향후 시리즈에서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The King of Fighters XIV]는 변화의 시작이자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다

‘그래픽’을 제외하면 나무랄 곳이 없다. 게임을 가볍게 만들고 진입장벽을 낮추었지만, 숙련자와 기존 게이머들이 파고들만 한 깊이는 여전하다. 그리고 시리즈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여 50명이라는 전례 없는 캐릭터를 등장시키면서 많은 오리지널 캐릭터를 만들어 크로스오버 성향을 탈피하고자 했다. 또한, 그래픽의 변화뿐만 아니라 더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꾀했고 그 의도가 잘 나타났다. 이 정도면 충분히 성공적이다. 아케이드 시장이 축소되면서 대전 격투 게임의 시대가 끝났고 다섯 손가락도 되지 않는 작품들만이 이름을 날리고 있는 현시점에서 꿋꿋이 시리즈를 내놓는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지만, 많은 실패를 겪은 3D에 도전하여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는 것이 의미 깊다. 이제 징크스는 깨졌다! 성공적인 변화를 일궈냈으니 이를 바탕으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일만 남았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게임계에서 살아남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기억하자. 앞으로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못다 한 이야기

- 캐릭터 모델링과 모션의 완성도가 가장 뛰어난 캐릭터를 꼽으라면 신규캐릭터 미안(mian)을 들 수 있다. 중국 전통 연극 '천극'을 격투술로 사용하는 캐릭터인데 움직임이 매우 부드럽다. 게다가 천극에서 사용하는 가면술인 '변검'도 잘 구현되어 있어 기술을 사용할 때마다 가면이 바뀌는 것도 매우 인상적이다.

- 본문에서 스토리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 스토리 모드라고 표기된 부분이 있으니 실상 아케이드 모드와 같다. 애초에 아케이드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시리즈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스토리를 다루는 적을 수 밖에 없다. 다만 이번 [The King of Fighters XIV]는 소니 측의 재정지원으로 Playstation 4 독점 발매를 하게 되었고, 향후 콘솔 선행 발매 이후 아케이드로 넘어가는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될듯하니 후속작에서는 스토리 모드도 좀 더 신경을 쓰면 좋다고 본다.

- 캐릭터 간 밸런스는 시간이 충분히 흘러야만 판단할 수 있다. 최약캐라고 분류되던 캐릭터가 최강캐로 급부상하거나 최강캐였던 캐릭터가 중캐로 떨어지는 사례는 정말 많으니 이에 대해서는 차후 판단할 일이다. 조금 걱정되는 점은 캐릭터가 많을수록 밸런스를 맞추기 어려운데 50명이나 등장하니 밸런스가 완전히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시간이 흘러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며, [The King of Fighters XIV]에 대한 평가에 반영이 될 것이다.

- 신규 캐릭터 중 일부는 기존에 있는 캐릭터를 차용/조합/분리해놓은 것도 존재한다. 예들 들면 한국팀의 '강일'은 김갑환의 기존 기술과, 김동환([Mark of the Wolves]에 등장하는 김갑환의 장남)의 기술을 섞어놓은 형태이며, 같은 한국팀의 '루온'은 [The Rumble Fish]에 등장하는 '가넷'이라는 캐릭터와 기술 설계가 매우 유사하다. 참고로 [The Rumble Fish]는 [Mark of the Wolves]를 만든 전 SNK 직원들이 세운 회사이며, 이번 [The King of Fighters XIV]의 일부 캐릭터가 [Mark of the Wolves]의 후속작 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연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없음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ReCore (리코어)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Comcept, Armature Studio

플랫폼 : X-Box One, Windows 10

발매년도 : 2016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록맨의 아버지 ‘이나후네 케이지'는 게임 감독으로서 큰 위기를 맞이했다. 지난 6월 [Rockman]의 진정한 계승작을 자처하며 발매한 [Mighty No.9]은 경력(career, 커리어) 사상 전례 없는 실패를 맛보게 된다. 심각할 정도로 낮은 수준의 완성도는 전 세계 게이머들이 배신감을 느끼게 했으며 이나후네의 능력과 자신감이 허풍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게 하였다. 또한 혹자는 더는 이나후네가 만든 작품에는 눈길도 주지 않겠다고 말하거나 이나후네의 감각은 이미 죽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기대할 것이 없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반응은 Capcom 퇴사 이후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이나후네의 커리어가 끝을 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제는 과거의 명성만을 남긴 한물간 게임 감독이 되기까지 머지않았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Mighty No.9]의 실패를 [ReCore]로 만회할 수 있을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한 번의 기회는 남아있다. [Mighty No.9]과 함께 만들어지고 있는 또 다른 작품이 있었으니 그 작품이 바로 [ReCore]. 특정 작품의 계승작이 아닌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시리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나후네에 대한 실망감이 채 가시지도 않은, [Mighty No.9]의 발매 시점으로부터 3개월 뒤에 발매하게 되니, 게임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증명할 중요한 작품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ReCore]에 대한 게이머들의 생각은 뻔하다. 이나후네의 커리어를 연장할 것인가? 아니면 커리어가 끝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ReCore]를 파헤쳐 보자.

오픈 월드 구성을 가진 3인칭 슈팅형 액션 어드벤처 [ReCore]

[ReCore]의 장르적 기본 틀은 액션 어드벤처(Action Adventure). 여기에 TPS(Third-Person Shooter, 3인칭 슈팅)와 오픈 월드 구성이 더해진 형태다. 3인칭 시점의 오픈 월드 액션 어드벤처는 [ReCore] 이전에도 아주 많이 만들어졌으며 좋은 평가를 받은 수작/명작들이 포진해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또한, 가장 인기가 많은 장르이기도 하기에 액션 어드벤처 장르의 작품에 대해서는 게이머들이 어느 정도 기대하는 바가 정해져 있다. 그 중에서도 ‘전투'는 기대치가 가장 높은 요소이며 적절한 조작감,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연출, 도전의식을 고양하는 적절한 난이도 등 많은 특징을 담아낼 수 있는 장치다. 이런 점에서 [ReCore]를 시작하는 게이머는 일차적으로 전투에 주목하게 되며, 튜토리얼(tutorial)에 해당하는 게임 초반부의 상당 부분을 전투가 차지하고 있기에 본작 또한 전투가 중점이 되는 작품으로 인지하게 된다.

게임 안내문에서도 탐험이라는 요소를 강조하고 있을 정도로 초점이 명확하다

그러나 [ReCore]는 일반적인 액션 어드벤처와는 방향이 다르다. 전투에 기반을 둔 액션성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넓은 공간을 돌아다니며 탐험(adventure)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튜토리얼은 전투의 비중이 큰 편이나 튜토리얼을 마친 뒤 본격적으로 게임을 마주하게 되면 이 같은 특징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전투는 가볍고 단순한 방식으로 진행이 되고, 전투를 통한 캐릭터 육성의 비중이 작으며, 전투를 마친 뒤 보상이 미미하다. 반면 숨겨진 보급품 상자를 찾으면 캐릭터의 능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고, 게임 진행을 위해 해야 하는 일들의 대다수가 전투가 아닌 탐험을 통한 아이템 습득일 뿐만 아니라 반복적으로 스테이지 전체를 구석구석 탐색해야 한다. 이는 [ReCore]가 일반적인 액션 어드벤처처럼 전투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닌 탐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ReCore]의 공동 제작사인 아마추어 스튜디오의 대표작 [Metroid Prime]

그렇다면 [ReCore]는 어드벤처 장르로써 짜임새가 잘 갖춰져 있을까? 전반적인 짜임새는 [ReCore]의 공동제작사 아마추어(Armature) 스튜디오의 대표작 [Metroid Prime]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Metroid Prime]은 메트로바니아(Metroidvania; 넓고 복잡한 공간을 탐험하는 플랫폼 장르의 한 구성)라는 2D 플랫포머 구성을 형성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친 [Metroid] 시리즈의 후속작이며 시리즈 최초 그리고 성공적으로 3D(+1인칭)화 해낸 작품이다. 이 말인 즉슨 [ReCore] 역시 탐험이라는 목적에 잘 맞는 메트로바니아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어드벤처 장르로써의 짜임새에 대해 어느 정도 기대할 만하다는 의미다.

기존의 오픈 월드를 떠올려 볼때 이동하는 데 제약이 발생하는 경우는 적을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자. 대게 오픈 월드 게임들은 이동에 제약이 없거나 이동이 가능한 곳과 불가능한 곳의 구분이 분명하다. 또한, 지도를 여는 것만으로도 목적지에 도달하는 길을 찾을 수 있으며, 길을 찾는 것보다는 넓은 공간을 돌아다니며 무작위로 발생하는 전투가 중요하기 때문에 목적지로 이동하는 과정 자체에는 크게 애쓸 필요가 없다. 이에 따라 오픈 월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든 공간이 열려있어(open) 원하는 목적지에 쉽고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고, 이동의 가능 유무에 대한 판단이 빠르게 이루어지므로 터무니없는 위치에 올라갈 생각을 가지거나 목적지에 도달하는 경로를 찾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할 필요가 없다.

오픈 월드지만 플랫포머의 색깔이 매우 강해 이동에 많은 제약이 발생한다

그러나 [ReCore]는 이와 완전히 반대되는 특성을 가진다. 우선, 높낮이와 위치가 서로 다른 구조물이 플랫폼(platform, 발판)과 장애물의 역할을 하여 기본적으로 이동에 많은 제약이 발생한다. 목적지(또는 목표물)에 가까워지더라도 평면도의 형태로 한정적인 정보만을 제공하는 지로를 통해서는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위치를 파악한 후에도 주변 구조물에 대한 관찰/이해를 바탕으로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경로를 추가로 탐색해야 한다. 다음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곳과 이동할 수 없는 곳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다. 지형에 따라 갈 수 있는 장소인지 갈 수 없는 장소인지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특히 지형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언덕/바위/산의 경우 경사도, 굴곡, 형태에 따라 오르내릴 수 있는 위치가 천차만별이다. 물론 아이템을 배치하여 ‘이곳은 올라올 수 있음'을 어느 정도 힌트로써 주긴 하나 모든 장소가 그런 것이 아니다. 결국, 이동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직접 시도를 해야만 판단할 수 있으며,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저기도 올라갈 수 있을까?‘, ‘저쪽으로 가려면 이쪽으로 가면 될 것 같은데?’라는 호기심이 끊임없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호기심은 자신이 가고자 하는 위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경로를 스스로 탐색하도록 동기를 부여하여 하게 되므로 말 그대로 탐험(adventure) 그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즉, 오픈 월드지만 플랫폼과 장애물의 역할을 하는 복잡한 지형을 구축해 이동에 제약을 두었으며 그 안에서 환경과 지형을 이해하고 경로를 탐색하여 탐험하는 것이 주가 되는 전형적인 메트로배니아(Metrovania) 구성으로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컨텐츠의 수는 적을지언정 여러 형태로 재구성하여 탐험에 충실할 수 있게 했다

컨텐츠의 수는 적지만 매우 효과적으로 배치했는데 역시 짜임새를 갖추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ReCore]의 컨텐츠는 전투와 코어봇 육성을 제외하면 ‘프리즈마 코어 수집’, ‘보급품 상자 찾기'가 끝이다. (‘음성 기록'이라는 부가 컨텐츠가 존재하긴 하나 작중 세계관 및 이야기 이해를 위한 특전에 가까우니 일단 제외) 다양한 컨텐츠를 포함하여 플레이어의 선택적 소비를 가능케 하는 기존의 오픈 월드를 생각하면 조금 의아한 부분일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컨텐츠를 배치하더라도 목적지 또는 대상에 자유롭게 접근이 가능한 기존의 오픈 월드와는 달리 [ReCore]는 접근 자체가 자유롭지 못하다. 컨텐츠 소비를 위해 목적지/대상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애를 쓰는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컨텐츠의 수를 늘리는 것은 ‘지나친 플레이 타임 늘리기'나 ‘컨텐츠의 무성의하고 중구 난방한 배치’ 등의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탐험이 게임의 핵심인 [ReCore]의 특성상 ‘목적지 또는 대상에 도달하기까지 환경을 이해하고 길을 찾는 과정 자체'가 컨텐츠가 될 수 있어 굳이 많은 수의 컨텐츠를 구상하고 담을 필요가 없다.

결국, 컨텐츠의 수는 줄이되 목적지 또는 대상에 접근하기 까다롭거나 발견하기 어려운 곳에 배치하는 것에 주력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ReCore]는 과도하게 많은 양의 컨텐츠를 담기보다 두어 가지의 컨텐츠를 핵심 컨텐츠로 설정하고 이를 다양한 형태로 재구성, 복잡한 환경/지형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배치함으로써 모험 그 자체가 컨텐츠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 물론 탐험하는 컨텐츠 외에도 폐쇄된 원형 공간에서 다수의 코어봇과 싸우는 전투 중심의 ‘투기장'과 전투는 전혀 일어나지 않지만 매우 긴 일직선 구조의 고난도 플랫폼 구성을 갖춘 ‘동굴'이라는 두 종류의 던전(dungeon)을 곳곳에 배치하여 [ReCore]의 두 가지 게임방식을 나눠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분위기를 환기하고 지나치게 탐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루함을 방지하는 것도 있지 않았다. (재미있는 점은 던전 클리어의 보상이 ‘프리즈마 코어'라는 점에서 이 또한 핵심 컨텐츠가 재구성된 형태라고 볼 수 있으며, 던전 개방을 위해 열쇠 역할을 하는 파워셀봇을 찾아야 하는 특징은 던전 역시 탐험과 어느 정도 연결된 요소인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모든 컨텐츠가 탐험에서 시작해 탐험으로 끝나는 매우 일관된 구성이라는 것!)

탐험 과정에서도 꽤 멋진 연출을 볼 수 있어 액션성이 절대 부족하지 않다

탐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해서 액션 요소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플레이어는 점차 많은 수의 동료 코어봇을 얻게 되는데, 새로운 코어봇을 동료로 맞이하게 되면 이전에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이동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굉장히 멋진 액션을 보여주게 된다. 기류를 타고 하늘을 날거나 특정 구조물을 이용해 빠르게 이동을 하는 등 전투를 하지 않아도 매우 멋지고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앞서 언급한 잘 짜여진 플랫폼 구성도 액션성 강화에 한몫한다. [ReCore]의 플랫폼 구성은 복잡하기도 하지만 유동적이다. 고정된 형태의 발판(플랫폼, platform)만 있는 게 아닌 일정 거리를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발판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 그리고 플레이어의 기동력을 일시적으로 보완해주는 구조물이나 플레이어를 공격하는 장애물도 존재한다. 발판을 포함한 구조물이 매우 다채로운 특징을 가진 만큼 플레이어도 더 신속하고 정교한 조작을 수행하게 되며 이는 자연스럽게 캐릭터의 움직임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매우 빠르고 멋진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앞서 언급한 코어봇과의 협동 액션까지 활용하는 구간에서는 전투가 전혀 일어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멋진 연출을 볼 수 있어 탐험하는 과정에서도 액션성의 부족함은 전혀 없다. 게다가 새로운 동료를 얻으면서 추가되는 새로운 이동 기술, 이를 충분히 활용해야 하는 복잡하지만 잘 짜인 플랫폼 구성은 ‘새로운 기술을 얻어 기존에 진입하지 못했던 곳에 들어가 새로운 탐험을 하게 되는 구성'을 만들며 이 역시 메트로바니아가 가진 특성 중 하나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전투는 [Rockman]에서 이어받은 간편한 조작법과 자동조준으로 매우 가볍다

그렇다면 전투는 어떨까? 어드벤처 게임으로써 구색과 짜임새는 매우 훌륭한 [ReCore]지만 액션 어드벤처인만큼 전투 요소의 완성도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다행스럽게 본작의 전투는 충분히 인상적인 형태를 구축하고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볍고 빠르지만’, ‘까다롭고 정신없다’. 조작방식은 이나후네 케이지의 생각이 많이 반영되었는지 사격(+차지샷), 점프(+2단 점프), 대쉬(+공중대쉬)라는 [Rockman]의 조작체계를 그대로 담아내어 매우 쉽고 단순하다. 또한, 액션 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상호 작용(특정 상황/조건이 성립할 때만 발생하는 조작. 예를 들면 시야에 들지 않은 상태에서 적에게 근접해있을 경우 ‘암살'이 활성화되는 것이 있다)이 거의 없고, 조건이 단순하므로 조작을 익히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여기에 자동조준(auto-aim)을 도입하여 TPS임에도 조준이 어렵지 않아 적을 공격하는 데 애를 먹을 일도 없다. 그러다 보니 전투가 매우 가볍게 느껴진다. 여기에 간편한 조작체계, 점프와 대쉬를 조합한 빠른 움직임, 자동조준 시스템을 활용한 신속한 조준과 공격 대상의 변경 등이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전투의 전개 속도를 매우 빠르게 만들어 단순하지만 속도감 있는 전투를 맛볼 수 있다.

다양한 전투 상황 - 충분히 조작하도록 만드는 장치로써 조작하는 재미를 부여

그렇다고 해서 전투가 단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조작 체계는 단순할지 몰라도 전투 상황을 이해하고 그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조작하는 것은 꽤 정신없게 느껴진다. 이는 여러 가지 요소들에 의해 발생하는 데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우선, 적과 아군을 포함한 모든 코어봇은 속성, 그리고 코어봇의 기종 간에 강하고 약한 상성 관계를 가지고 있다. 속성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피해량이 급격히 줄어들거나 아예 피해를 주지 못하기도 하며, 코어봇 사이의 상성을 이해하지 않고 전투에 임할 경우 아군 코어봇이 무력하게 파괴되는 상황이 빈번하다. 이에 따라 플레이어는 코어봇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재 전투 상황에 맞는 적절한 속성 변화와 코어봇 교체를 위해 끊임없이 조작하게 된다.

또 다른 요소로는 '조준 회피'가 있다. 자동 조준 시스템에 있어 적을 조준하고 공격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지만 적군 코어봇이 결코 가만히 맞아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조준 회피를 통해 순간적으로 공격을 피하고 가끔은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다시 조준하기 위해 추가적인 조작을 해야 한다. 이외에도 묘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코어봇의 공격, 일시적으로 변화하는 속성, 서로 다른 속성을 가진 다수의 코어봇 등장, 아군 코어봇의 무력화, 함정에 의한 플레이어의 행동 불능, 코어봇을 단번에 파괴할 수 있는 즉시 추출 활성화 등 다양한 상황이 급격하게 나타나고 변화하므로 효과적인 전투를 위해서 끊임없이 조작할 수밖에 없다. 즉, 간편한 조작 체계를 통해 전투는 가볍고 빠르지만 다양하고 급격하게 변화하는 까다로운 상황들이 자주 발생하기에 정신없이 조작하는 재미가 있다.

성장을 위한 여러 가지 요소를 담고 있는 것 같으나 유의미한 것은 하나 밖에 없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ReCore]는 전투보다는 탐험에 초점이 맞춰진 게임이다 보니 전투에 따른 보상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캐릭터 육성의 비중이 적은데, 바로 이 '캐릭터 육성'의 비중이 적은 것을 넘어 구성 자체가 부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투를 통해 얻는 보상은 세 가지(경험치, 재료, 코어)로 이 모든 것은 코어봇의 육성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 경험치는 코어봇의 레벨을 올려주고, 재료는 코어봇의 부품을 제작/교체할 수 있으며, 수집한 코어는 합성을 통해 코어봇의 능력치를 선택적으로 강화하는 데 사용된다. 보상의 세분화와 서로 다른 활용 방법은 얼핏 다양하고 체계적인 육성이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경험치 습득을 통한 레벨의 증가는 새로운 기술의 습득이 전혀 없이 능력치만을 높여주고, 재료를 모아 만든 코어봇 부품 역시 능력치를 올려주며, 코어 합성은 애초에 능력치를 강화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눈치챘는가? 서로 다른 형태의 보상이지만 결과적으로 같은 용도로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능력치의 세분화, 코어봇 부품에 따른 보조 특성(부활 시간 감소, 치명타 확률, 속성공격 충전시간 감소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능력치 분배 및 보조 특성에 따른 차이는 플레이어가 체감하기 힘들 정도로 미미해 의도에 따라 육성 방향을 설정하기 모호하다. 주인공의 성장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은 전투를 통해 경험치를 얻고 레벨을 올릴 수 있지만 정작 레벨 상승에 대한 보상은 공격력/체력 향상 뿐이다. 이마저도 게임의 진행에 따라 적군 코어봇 또한 점차 강해지기에 주인공의 성장이 이루어졌을지언정 강해졌음을 느끼기 쉽지 않다. 전투보다 탐험에 초점을 맞췄다고 하지만, 전투를 반 필수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게임의 특성상 보상과 성장요소가 부실한 것은 꽤 아쉽다고 생각한다. 만약 주인공의 성장에 따른 기술의 습득이 가능했다면 좀 더 복잡한 구성의 스테이지 구성을 구축해 탐험 요소를 한 단계 강화할 수 있었을 것이며, 코어봇의 육성을 위한 요소를 다양화했다면 코어봇의 선택적/전략적 육성이 가능해 새로운 재미를 주는 것은 물론 모험에 대한 동기가 더욱 강해지는 등 탐험 중심의 게임성을 더 탄탄하게 만드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흥미로운 내용을 풀어낼 여지가 많았지만 짧고 간결하게 끝을 맺은 스토리

작중 이야기가 굉장히 간결하고 짧게 진행되는 것도 매우 아쉽다. 발매 이전 정보들은 [ReCore]의 이야기가 '인류가 멸망한 머나먼 에덴에서 펼쳐지는 유일한 생존자 줄과 코어봇의 모험'임을 강하게 드러냈다. 그리고 게임을 직접 하면서 볼 수 있는 작중 세계에는 인간이 살 수 없게 된 행성 머나먼 에덴, 행성 정화 시스템을 가동하고 영원한 잠이 든 인류, 인류를 대신해 머나먼 에덴을 바꿔나가는 코어봇, 코어봇의 반란 등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어나갈 멋진 요소들이 정말 많다. 이에 따라 플레이어는 주인공 일행이 어떤 고난과 역경을 만나 어떻게 이를 헤치고 얼마나 방대한 이야기를 그려나갈지 기대를 걸게 된다. 그러나 막상 볼 수 있는 이야기는 정말 짧고 단순하다. 이야기의 흐름은 모험의 시작 - 동료와 만남 - 적의 등장 - 동료를 잃음 - 적과 싸워 이김 - 모험의 끝으로 매우 단순하며, 별다른 부가적인 내용이 거의 없이 앞의 흐름 요약에 작중 등장인물의 이름만 넣으면 완벽하게 설명이 될 정도다. 또한, 이야기 전개를 위한 컷신이나 이벤트의 비중이 게임 전체 진행 시간과 비교하면 너무 적어 이야기의 전개가 너무 급작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나마 모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임이기에 플레이어가 직접 수행하게 되는 탐험 자체가 주인공의 여정이라고 변호할 수도 있지만, 매력적인 세계관 안에서 더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낼 여지가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은 것은 분명히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하물며 트레일러에서 보았던 '파괴된 코어봇의 부활'은 보조 이야기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했는데 말이다.

여러 가지 버그와 끔찍할 정도로 긴 시간의 로딩은 게임의 완성도를 깎아 먹는다

부수적인 요소와 스토리 측면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음에도 탐험에 초점을 맞춘 액션 어드벤처로써 짜임새는 굉장히 훌륭해 충분한 완성도를 갖춘 것으로 보이는 [ReCore]지만 사실 치명적인 문제점이 존재한다. 바로 지나치게 긴 로딩(Loading, 불러오기) 시간과 많은 수의 버그, 즉, 기술적 문제다. 긴 로딩 시간은 게임의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게임의 지속성을 저해하는 아주 심각한 문제인데, 특히 오픈 월드에서는 이러한 로딩 시간을 잡아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오픈 월드는 넓은 공간에서 활동하는 게임의 특성상 이동시간을 줄여주는 '빠른 이동’ 기능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다. 빠른 이동을 사용하면 (게임마다 시간의 차이가 있지만) 로딩이 진행되는데 약간의 로딩 시간을 감수하면 직접 이동하는 것보다 더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으므로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어 사용빈도가 높은 기능 중 하나다. 특히 [ReCore]처럼 탐험이 중심이 되어 같은 장소를 여러 번 방문해야 하는 경우에는 빠른 이동 기능이 더 중요해지고 사용 빈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ReCore]의 로딩은 1~2분 사이의 굉장히 긴 시간을 차지하며, 가끔은 빠른 이동을 사용하는 것보다 직접 이동하는 게 더 빠른 경우도 있을 만큼 로딩이 길다. 더욱이 오픈 월드이지만 지역이 나누어져 있어 지역 간 이동에도 로딩이 발생하며, 코어봇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자주 방문해야 하는 근거지(크롤러)의 입장과 퇴장 역시 긴 시간의 로딩이 발생한다. 즉, 로딩 시간 자체도 굉장히 길지만, 로딩이 굉장히 자주 발생하는 게임 구성 때문에 게임에 대한 몰입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이 외에도 게임 중에 발생하는 자잘한 버그들은 게임을 진행하는 데 불편함을 야기하고 게임의 완성도/게임에 대한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플레이어의 불만을 초래하게 된다. (필자가 직접 발견한 버그의 종류는 네 가지. 이외에도 더 많은 버그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1.던전에서 리스폰 위치에 오류가 발생해 리스폰과 낙사가 무한 반복 2.적군 코어봇이 등장해야 하는 트랩이 발동했음에도 코어봇이 등장하지 않아 일정 지역을 벗어날 수 없게 됨 3.코어 추출 상호작용이 활성화되었음에도 코어 추출이 불가능한 버그 4.플랫폼이 사라지는 버그)

아슬아슬하게 살려내는 데 성공했으니 다음에는 실력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ReCore]는 장르 특유의 구성과 짜임새, 충분한 재미를 갖춘 꽤 탄탄한 작품이다. 캐릭터 육성과 스토리가 조금 아쉽다는 것을 제외하면 잘 짜인 3D 메트로바니아 구성의 오픈 월드에서 만끽할 수 있는 모험과 액션, 그리고 쉽고 간편하지만 조작하는 재미가 충분한 전투까지 매우 흥미롭게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이나후네 케이지의 대표작 [Rockman] 시리즈와 아마추어 스튜디오의 대표작 [Metroid Prime]의 특성을 잘 융합해 [ReCore]라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게임 감독으로서 이나후네의 역량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다만 지나치게 긴 로딩 시간과 적지 않은 수의 버그들은 결코 게이머들에게 환영받을 수 없는 부분이기에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마지막 마무리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ReCore]가 이나후네 케이지의 커리어를 연장할 것인가? 아니면 끝을 낼 것인가? 아슬아슬하지만 일단은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본작에 대한 아쉬움, 치명적인 문제들로 인해 여전히 게이머들의 의심은 가슴 한켠에 남아있을 테니 차기작에서 더 멋진 모습을 반드시 보여줄 필요가 있다!

못다 한 이야기

- 정말 짧게 요약한다면 [Rockman]과 [Metroid Prime]을 섞어서 새롭게 만든 게 [ReCore]라고 할 수 있다. [Rockman]의 아버지가 설립한 Comcept와 [Metroid Prime]을 만든 Armature Studio가 서로의 색깔을 해치지 않으면서 조화롭게 구성한 결과물이라는 의미!

- 게임 과정에서 찾아야 하는 요소(프리즈마 코어, 파워셀봇 등)는 정말 기상천외한 장소에 숨겨진 경우가 많다. 너무 높아서 보이지 않는 곳에 있거나 지하에 숨겨져 있는 경우도 있고 갈 수 없다고 생각한 곳에 교묘한 틈이 있어 그곳에 놓인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지도상에서는 목표물이 있는 위치에 도착했음에도 추가적인 탐험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이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강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기에 탐험 자체에 흥미를 느끼기 충분했다.

- 버그인지 알 수는 없으나 기존에 탐험한 장소를 다시 방문할 경우 존재하지 않던 상호작용 대상(파괴 가능한 바위, 보급품 상자 등)이 배치되어 있다. 스토리 진행이 일정 수준 끝나는 경우 나타나도록 구성해놓은 것으로 생각되지만 조금 찝찝한 건 어쩔 수 없다.

-오픈 월드임에도 적의 등장위치가 고정되어 있다는 것은 조금 아쉽다. 그러다 보니 일정 시간 이상 게임을 하다보면 어디서 어떤 적이 등장하는지 외우게 되어 대처하기가 굉장히 쉬워진다. 이 부분을 개선해 무작위 등장으로 바꿔놓았다면 전투의 난이도가 좀 더 올라갔을지도 모르겠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X-Box One )

- 본문에 언급한 버그와 지나치게 긴 로딩 외에는 없음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Guilty Gear Xrd; Revelator (길티기어 이그저드 레벌레이터)

장르 : 대전, 격투

제작사 : ARC System Works

플랫폼 : Playstation 4, Arcade

발매년도 : 2016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Guilty Gear Xrd; Sign 과 Revelator 를 함께 다룹니다.>

ARC System Works(이하 ARC)의 대표작 [Guilty Gear] 시리즈는 매우 독특한 탄생 일화를 가지고 있다. “회사가 망하기 전에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게임을 만들게 해주세요!” ARC의 신입사원 ‘이시와타리 다이스케'의 패기 있는 발언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더는 잃은 것이 없는 ARC의 사장은 이를 승낙하여 게임 제작에 돌입, 이시와타리가 직접 세계관/디자인/캐릭터/음악/성우 등 게임 전반을 담당하였고 그 결과물이 바로 1998년 작 [Guilty Gear]다.

신입사원의 주도 아래 만들어진 게임이 회사의 대표작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러나 회사의 좋지 못한 경영 상태, 경력 없는 신입사원의 게임 개발과 별개로 다른 문제도 존재했다. [Guilty Gear]가 발매될 당시 2D 대전 격투 게임은 SNK의 [The King of Fighters]와 Capcom의 [Street Fighter]가 양분하고 있었다. 이미 수많은 시리즈를 내놓으며 팬덤을 구축하고 2D 격투 게임의 표준이 되어버린 두 작품이기에 새로운 게임이 그사이를 치고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 게다가 대전 격투 게임은 아케이드 시장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었으나 [Guilty Gear]는 아케이드가 아닌 가정용 게임기인 Playstation으로 발매하게 되었기에 성공 가능성이 그리 커 보이지 않았다. 문을 닫기 직전의 회사에서 신입사원이 도맡아 제작한 게임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Guilty Gear]는 준수한 평가와 함께 충분한 상업적 성공을 거뒀고 도산 직전의 ARC를 구원하게 된다. ‘신입사원의 지휘 아래 만들어진 도박성 작품이 회사를 위기에서 구원하다.’ 이것이 [Guilty Gear] 시리즈의 첫 번째 혁신이다.

전작의 성공을 바탕으로 나온 후속작이자 시리즈의 틀을 정립한 [Guilty Gear X]

[Guilty Gear]의 성공을 바탕으로 ARC와 이시와타리는 후속작을 만들기에 돌입한다. 전작의 시스템을 이어가는 것이 아닌 새로운 게임 시스템을 구축하고, 프레임을 낮추는 대신 해상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그래픽 또한 새롭게 만들었다. 그리고 SNK와 Capcom이 양분하고 있던 아케이드 시장에 정면으로 도전하기에 이른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새롭게 구축한 시스템은 혼을 빼놓을 정도로 화려한 콤보가 가능케 하여 다른 격투 게임과는 차별화된 게임 방식을 보여 주었고, 도트 그래픽으로 제작되어 오던 기존의 격투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고해상도 2D 그래픽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이시와타리의 취향이 가득한 락/메탈풍의 음악은 지금까지의 격투 게임에서는 들을 수 없는 쾌감을 가져다주었다. 이 작품이 바로 [Guilty Gear X]. 두 번째 혁신이다.

최고의 완성도를 갖춘 [Guilty Gear XX]부터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러나 너무 무난한 성공가도 때문이었을까? 이다음으로 만들어진 [Guilty Gear XX]부터 조금씩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캐릭터 추가, 시스템의 보완, 준수한 밸런스 등으로 최고의 완성도를 갖춘 [Guilty Gear XX]였으나 첫 번째 확장판인 [Guilty Gear XX # Reload]는 버그로 인한 리콜 사태를 겪었으며, 이후 발매된 확장판들은 발전되기는커녕 오히려 퇴보하였기에 혁신적이었던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실망스러운 결과를 연이어 내놓게 되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Guilty Gear Iska]는 4인 동시 대전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이를 구현한 시스템이 난잡하기 그지없었기에 완벽한 실패를 맛보게 된다. 더군다나 판권 문제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겹치면서 [Guilty Gear] 시리즈의 지속은 불투명해졌다. 결국, 판권 문제의 해결책으로 대전 격투 게임이 아닌 전략 액션 게임 [Guilty Gear 2; Overture]의 발매와 [Blaz Blue]라는 새로운 대전 격투 게임 시리즈를 시작했고 2D 대전 격투 게임 [Guilty Gear]는 그 막을 내리게 되었다.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갈 때 즈음 화려하게 복귀를 선언한 [Guilty Gear Xrd]

그러나 몇 년 후 ARC가 [Guilty Gear]의 판권을 되찾고 후속작을 제작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영원히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Guilty Gear] 시리즈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또한 대전 격투 게임으로써 [Guilty Gear XX]의 후속작임을 알리듯 제목은 [Guilty Gear Xrd]. 2014년 발매된 [Guilty Gear Xrd; Sign]은 이제껏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나타났고 대전 격투 게임 팬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게이머에게 충격을 주며 다시 한 번 혁신을 일으키는 데 성공, 화려한 복귀를 선언했다. 그리고 2016년 후속작 [Guilty Gear Xrd; Revelator]를 내놓으며 명실상부 최고의 격투 게임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Guilty Gear Xrd]가 어떤 모습이길래 게이머들이 열광했을까? 그리고 무엇이 혁신적이라 말할 수 있을까? 하나씩 뜯어보자

세 작품의 그래픽 - 모두 3D 그래픽으로 변화를 주었지만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Guilty Gear Xrd]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단연 그래픽이다. 전작들도 동시대 게임들과 비교해 월등히 우수한 고해상도의 2D 그래픽을 보여주어 상당한 호평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기대 이상의 그래픽을 보여주며 경쟁작보다 한발 앞서나가게 되었다. 전작은 프레임을 낮추고 해상도를 높이는 방법을 활용했다면, 이번에는 2D가 아닌 3D 그래픽을 도입하고 카툰 렌더링(Cartoon Rendering)을 이용해 ‘만화처럼 보이는 3D 그래픽'으로 만들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장르의 작품인 [Street Fighter]와 [The King of Fighters]도 3D 그래픽으로 변화를 주었는데 세 작품은 서로 다른 방향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Street Fighter 4]가 보여준 그래픽은 누가 봐도 3D임을 알아볼 수 있지만 최대한 2D의 느낌이 나도록 다양한 효과/기법을 활용했지만 [The King of Fighters 14]는 3D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두었으며 2D의 느낌을 내려는 시도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Guilty Gear Xrd]는 3D지만 카툰 렌더링을 통해 2D처럼 보이게 만들어 언뜻 봐서는 3D임을 인지하기 쉽지 않다. 즉, 2D 느낌이 가장 강한 것은 [Guilty Gear Xrd], 3D 느낌이 가장 강한 것은 [The King of Fighters 14], 그리고 그사이에 위치한 것이 [Street Fighter 4] 정도가 되겠다.

카툰 랜더링 기법을 이용해 2D처럼 표현함으로써 위화감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앞서 언급한 세 작품 중 [Street Fighter 4]와 [Guilty Gear Xrd]의 공통점은 ‘2D의 느낌이 나도록’ 표현을 했다는 것인데, 이는 그래픽 변화 때문에 발생하는 이질감을 줄이려는 방법이다. 그래픽 변화는 필연적으로 캐릭터의 움직임에서 받을 수 있는 시각적 느낌과 조작감에 차이를 만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는 전작을 즐겨온 게이머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질감이나 게임 자체에 거부감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를 해결하려는 방법으로 [Street Fighter 4]는 색채와 질감을 활용한 독특한 표현방식으로 낯설지만 멋지고 신선하게 느끼도록 만들었고, 달라진 조작감은 새로운 시스템으로 게임 방식에 변화를 주어 보완했다. 반면에 [Guilty Gear Xrd]는 새롭게 표현하기보다는 전작의 형태를 계승하고 발전시킴으로써 지극히 깔끔하고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집중하여 익숙한 형태로 만들어 냈다. 물론 2D에서 3D로의 변화 과정에서 작품별로 방향성이 다를 뿐 어느 쪽이 더 우수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며 [Guilty Gear Xrd]의 경우는 그래픽이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위화감이나 이질감을 전혀 느낄 수 없고 조작감까지 전작과 동일하게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칭찬할만하다.*[각주:1]

다양한 카메라 앵글을 통해 공간감과 연출력을 극대화하여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그러나 2D처럼 만들어 냈음에도 불구하고 3D의 장점을 활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2D와 3D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바로 ‘공간감’. (2D는 ‘평면'인 2차원, 3D는 ‘공간'인 3차원) 기존의 2D 대전 격투 게임의 그래픽은 평면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고정된 시점을 가질 수밖에 없었으며, 공간감을 연출하기도 어렵다. 물론 다양한 미술 기법(채색, 원근법, 음영법 등)을 활용해 평면에서도 공간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긴 했으나 이는 배경(Background)에 한정되어 있을 뿐이었고, 캐릭터 또는 캐릭터의 움직임은 공간감을 느끼게 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Guilty Gear Xrd]는 3D 그래픽의 특성상 충분한 공간감을 형성할 수 있었고 이를 살리기 위해 활용한 것이 변화하는 시점(또는 카메라 앵글)이다. 기본적으로 2D 격투 게임의 전형인 고정 시점이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일시적으로 시점이 바뀌는데, 초필살기를 사용할 때 캐릭터의 얼굴이 줌인(Zoom In) 되거나 KO가 되는 순간 타격 판정을 기준으로 카메라의 360’ 회전, 첫 라운드 시작 직전 하이 앵글(High Camera Angle)에서 노멀 앵글(Normal Camera Angle)로 각도가 천천히 바뀌거나 타격 위치에 따라 로우 앵글(Low Camera Angle)이 나타나는 등 굉장히 변화무쌍한 시점을 보여준다. 이런 시점의 변화는 3D가 가지고 있는 공간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임과 동시에 공간감을 살린 것이며, 이 자체로 캐릭터의 움직임을 더욱 화려하게 보여주는 연출효과까지 내고 있어 시각적 즐거움을 극대화하기까지 이른다.**[각주:2]

광원효과 - 자세히 살펴보면 빛에 의해 미묘하게 밝기와 색깔에 차이가 발생한다

새로운 그래픽 기술의 도입은 아주 작은 부분을 연출하는 데도 이용되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눈에 띄는 것은 1) 광원 효과, 대전 진행에 따른 2) 상처 표현 및 3) 파츠 크러시(parts crush; 복장 파손) 다. 먼저 광원 효과는 공간감을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빛의 위치에 따라 캐릭터의 몸에 지는 그림자의 위치와 크기가 달라지고, 특정 부위가 밝게 보이거나 반짝이는 등 빛과 대상과의 거리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연출력을 강화하는 공간감에 더욱 힘을 실어줌으로써 시각적 즐거움을 극대화한다. 그다음으로 상처 표현과 파츠 크러시는 ‘대전 격투’ 게임을 좀 더 실감 나게 즐길 수 있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기존 2D 격투 게임들은 (기술의 문제인지 아이디어의 부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수백, 수천 대를 맞더라도 캐릭터의 몸에 생채기 하나 생기지 않고 복장도 아주 깨끗한 상태를 유지한다. 이는 현실에서는 말이 안 되지만 게임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며 지금까지 대다수 게임들이 그래왔기 때문에 지금껏 적용해오지 않았다.***[각주:3] 그러나 [Guilty Gear Xrd]는 상처 표현과 파츠 크러시까지 표현하여 게임의 진행 상황이나 피격 정도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만들 뿐만 아니라 게임을 좀 더 실감 나게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이는 그래픽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제작자들이 세세한 요소까지 표현하고자 노력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양한 시스템의 존재는 [Guilty Gear] 시리즈 특유의 게임성을 만들어 냈다

이번에는 게임 방식과 시스템에 대해 살펴보자. [Guilty Gear] 시리즈의 게임 방식은 두 번째 작품인 [Guilty Gear X]에서 그 틀이 잡혔는데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시스템을 추가/개선하는 것으로 점차 특유의 게임성을 구축해왔다. 버튼을 순서대로 누르면 연결되는 간편한 기본기 연계인 게틀링 콤보(Gatling Combo), 특수한 판정과 타격 후 추격 기능을 가진 더스트 어택(Dust Attack), 일정량의 텐션(tension gauge, 파워 게이지와 동일)을 소모해 모션을 초기화해주는 로망 캔슬(roman cancel) 등 다양한 시스템이 존재한다. 이러한 다양한 시스템은 다른 격투 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쉴 틈 없는 움직임과 화려한 콤보, 빠른 공수 전환을 가능하게 하며 보기만해도 흥분되는 [Guilty Gear]만의 매력을 만드는 원천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Guilty Gear Xrd]의 시스템도 전작을 그대로 계승했으며 그래픽의 변화에도 조작감 또한 그대로 구현해냈기 때문에 시리즈만의 게임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로망 캔슬(roman cancle) - 콤보의 핵심이나 진입장벽을 높이는 주요 시스템

그러나 다양한 시스템이 존재하고 이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학습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는 것인데, 이는 자연스레 진입장벽을 높이는 결과를 만들게 되었다. 특히 시리즈 특유의 화려한 콤보는 상당한 숙련도를 갖춘 유저만의 전유물이었고 초심자들은 그저 구경만 할 뿐 정작 따라 할 수 없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콤보를 위해 이해하고 학습해야 하는 요소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콤보의 핵심인 로망 캔슬이 콤보의 난이도와 진입장벽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로망 캔슬의 사용 방법은 간단하나 캐릭터마다 사용하는 타이밍이 다를 뿐만 아니라 로망 캔슬을 사용한 후에 추가로 기술을 입력하는 데 주어지는 시간도 아주 짧아 난이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더욱이 로망 캔슬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캐릭터의 기본기/필살기마다 판정, 강제다운, 넉 백 등 특징이 너무 다양하므로 하나의 캐릭터를 높은 수준으로 학습하고 연구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콤보를 실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결국, 게임을 가볍게 즐기기에는 시스템이 너무 무겁고, 게임을 깊게 파고들지 않으면 시리즈 특유의 화려한 콤보를 맛볼 수 없어 초보자의 비중은 줄고 숙련자들만 남는 안타까운 상황에 도달하게 되었다.****[각주:4]

시스템을 개선을 통해 편의성을 증가시키면서 동시에 게임의 깊이를 더했다

[Guilty Gear Xrd]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 ‘로망 캔슬'을 개선(;Sign)했고, 2) ‘스타일리쉬(Stylish)‘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추가(;Revelator)했다. 기존의 로망 캔슬은 프레임 단위의 짧은 시간 동안 정확한 타이밍에 빠르게 입력해야 한다는 특징으로 높은 운용 난이도를 가진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Guilty Gear; Sign]부터는 프레임 단위가 아닌 캐릭터의 모션과 판정 여부 등 눈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으로 발동할 수 있게 바뀌어 기존의 로망 캔슬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로망 캔슬 발동 후 일정 시간 동안 슬로우 모션 처리가 됨으로써 플레이어가 추가적인 조작을 할 수 있는 여유 시간이 늘어나 기술의 연계도 좀 더 용이하게 되었다. 여기에 사용 난이도는 낮아졌을지언정 로망 캔슬의 종류를 세분화하여 더 다양한 운용이 가능하도록 만듦으로써 게임의 깊이를 더한 것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점프와 기본기만으로 구성한 12단 콤보조차 초심자에게는 절대 쉽지 않다

다만 로망 캔슬의 운용 난이도 하락과는 별개로 [Guilty Gear Xrd]에서 제대로 된 콤보를 사용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어느 정도냐 하면 다른 작품들은 대전 영상을 참고해 흉내를 내고 학습할 수 있지만 [Guilty Gear] 시리즈는 흉내 내기조차 쉽지 않다) 비단 [Guilty Gear] 시리즈뿐만 아니라 모든 대전 격투 게임에 해당하는 문제로 ‘초심자도 쉽고 간단하게 콤보를 사용하도록 만들 수 없을까?’라는 난제를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Guilty Gear; Revelator]에서는 ‘스타일리쉬(Stylish)’ 시스템을 추가했다. 스타일리쉬 시스템은 콤보 성립을 위해 타이밍을 맞추고 일일이 조작을 해줘야 하는 기존 시스템과 달리 버튼 하나만 누르면 콤보가 자동으로 이어지는 초심자를 위한 시스템이다. 독특한 점은 ARC의 또 다른 작품인 [Blaz Blue]에서도 해당 시스템이 사용된 적이 있는데 성격은 같지만 그 수준에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Blaz Blue]에서의 스타일리쉬 시스템은 캐릭터마다 대표적인 기본 콤보 한 두 가지만 사용 가능했으나 [Guilty Gear Xrd]에서는 적중한 기본기와 상대방과의 거리, 현재 플레이어의 위치 등을 종합하여 가장 효과적인 콤보가 자동으로 이어진다. 즉, 콤보의 종류가 다양해졌고 어떤 상황에서든 기술 연계가 가능해져 더 간편하면서 화려한 게임 진행이 가능해졌다.

신규 유저 유입에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이들이 제대로 게임을 파고들지는 의문

그런데 이 스타일리쉬 시스템이 좋게만 볼 수 없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버튼 연타를 통해 자동으로 콤보가 나간다는 특징은 게임이 가져야 할 '조작하는 재미'를 상당 부분 상실시킨다. 버튼 하나만 연타해도 자동으로 기본기와 필살기가 이어지니 별다른 조작을 요구하지 않는다. 게다가 스타일리쉬 시스템으로 수행할 수 있는 콤보의 범위가 매우 넓어 사람의 반응 속도로는 연계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콤보도 자연스레 이어질 정도이니 누가 기본기를 먼저 맞추느냐가 게임의 승부를 결정짓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정말 짧은 시간에 판단하고 그에 가장 알맞은 커맨드를 입력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초심자의 입장에서는 콤보가 쉽게 이어지기 때문에 재미를 느낄 수 있겠지만, 일시적인 것일 뿐 버튼만 연타하는 격투 게임의 재미가 오래 갈 수 있을 리가 없다. 또한, 견제/심리전/압박 등 격투 게임에서 활용해야 할 전략이 대부분 무의미해지므로 게임의 깊이도 다소 떨어지게 된다. 둘째, 신규 유저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더라도 유입된 유저가 게임을 지속하게 하기는 어렵다. 스타일리쉬 시스템의 편의성으로 게임을 쉽고 가볍게 즐기면서도 화려한 콤보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좋은 점이다. 하지만 스타일리쉬 시스템에서 테크니컬 시스템(직접 커맨드를 입력하는 기본 시스템)으로 바꿔서 게임을 진행할 경우 그 차이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 별도의 조작 없이 멋진 콤보를 쉽게 이어가다가 갑자기 직접 조작을 하려고 하면 게임의 난이도가 급격이 증가하는 현상을 초래하여 오히려 게임을 지속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되려 신규 유저가 스타일리쉬 시스템이라는 간편한 시스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을 만들 것으로 보이며, 신규 유저를 유입하는 것은 성공할지언정 [Guilty Gear Xrd]를 깊게 파고들어 게임을 즐기는 유저로 바꾸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대다수의 대전 격투 게임들이 텍스트 위주의 스토리 진행 방식을 활용해 왔다

그래픽과 시스템이 전작을 계승하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진행이 되었다면 [Guilty Gear Xrd]에서 완전히 새롭게 등장한 요소도 존재한다. 바로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상 컷 신(Cut Scene)이다. 어떤 장르의 게임이든 그 안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야기를 풀어내기 마련이다. 그런데 대전 격투 게임은 사람 간의 대결에 초점이 맞춰지므로 작중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적으며, 아케이드 게임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이야기를 길게 풀어낼 기회가 부족했다. 이야기를 풀어내더라도 기껏해야 캐릭터별로 결말에서 짧게 나오는 후일담 정도만 보여주기에 다른 장르에 비해 이야기의 분량이 적고 깊이가 얕은 편이다.*****[각주:5] 물론 콘솔로 이식이 되면서 이야기를 많이 다루는 경우도 있지만, 이미지나 영상보다는 텍스트 중심의 적당히 구색만 갖춘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 이러한 특징은 [Guilty Gear] 시리즈도 예외가 아니었으며, 전작 [Guilty Gear XX]까지만 해도 몇 장의 이미지와 수많은 텍스트로 이야기를 전개해 왔다.

아케이드 버전에 해당하는 ‘에피소드 모드’는 스토리에 흥미를 끌 만하다

그러나 [Guilty Gear Xrd]부터는 새롭게 도입한 3D 그래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영상 컷 신을 담아내었으며, 프롤로그(prologue)에 해당하는 '에피소드 모드'와 작중 중심 이야기인 '스토리 모드'가 함께 존재하여 매우 풍부한 이야기 분량을 지니게 되었다. 에피소드 모드는 아케이드 버전에 대응하여 캐릭터 선택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게임의 시작-중간-끝에 짧은 영상 컷 신을 담고 있어 플레이어가 작중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도록 만든다. 게다가 캐릭터 선택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용과 흐름이 정해져 있고 이를 캐릭터마다 나누어 전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각주:6] 이에 따라 에피소드 모드에서 모든 캐릭터를 한 번씩 플레이하게 되면 [Guilty Gear Xrd]의 본 이야기를 즐기기 위한 프롤로그를 끝마칠 수 있게 되고 자연스럽게 본 이야기에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덤으로 에피소드 모드를 통해 작중 이야기에 관심이 생기게 됨으로써 모든 캐릭터를 최소한 한 번씩 다뤄보는 계기를 만드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장편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스토리 모드’는 그 자체로 흥미롭다

그리고 스토리 모드는 에피소드 모드에서 전개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Guilty Gear Xrd]의 이야기를 다룬다. 독특한 점은 에피소드 모드와 달리 스토리 모드에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을 하는 일이 없다는 것인데, 이유인 즉슨 스토리 모드는 수 시간 분량의 영상으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에피소드 모드가 짧은 프롤로그와 게임 플레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스토리 모드는 온전히 작중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궤를 달리한다. 플레이어는 특별한 조작 없이 영상을 감상하면서 다른 대전 격투 게임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방대한 이야기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게다가 게임과 마찬가지로 모델링을 이용해 영상을 만들었기 때문에 게임과 영상의 괴리가 전혀 없고, 카툰 렌더링을 이용한 만화 같은 그래픽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어 아주 잘 만들어진 장편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 [Guilty Gear Xrd]가 보여준 이야기 전개 방식은 지금까지 작중 이야기에 소홀히 한 대전 격투 게임들에 좋은 선례가 될 것이며, 본작을 기점으로 향후 격투 게임들의 이야기 전개 방식이 다양해지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Guilty Gear]의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나 행복하다

3D를 2D처럼 표현한 참신한 발상과 이를 이용해 만들어낸 멋진 영상! 시리즈 고유의 게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시도! 그리고 대전 격투 게임에 부족했던 '이야기'를 충분히 풀어낸 것까지! [Guilty Gear Xrd]는 정말 멋진 작품임이 틀림없다. 과거에도 혁신적인 모습으로 성공 가도를 달렸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또 한 번 혁신을 일으키며 최고의 대전 격투 게임임을 증명해냈다. 물론 몇 가지 아쉬움이 존재하기는 하나 게임의 완성도와 창의적인 그래픽, 그리고 충분한 즐길 거리는 앞으로 만들어질 대전 격투 게임에 좋은 선례가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게이머로써 더욱 행복한 사실은 따로 있다. 아직 [Guilty Gear] 시리즈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 다음 후속작은 또 얼마나 새롭고 혁신적인 모습으로 다가올지 너무나 기대된다.

못다 한 이야기

- [Guilty Gear Xrd] 발매 인터뷰에 따르면 대전용 캐릭터 모델링과 컷신용 캐릭터 모델링을 따로 제작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차이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작 인터뷰를 보면 상당히 창의적인 방법과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고 한다.

- 스토리 모드는 애니메이션이 연상될만큼 잘 만들어졌으나 간혹 어색만 모션이 발견되기도 한다. 가령 솔(Sol)이 걸어가는 장면에서 걸음걸이가 아장아장/미끄러지듯하기 때문에 굉장히 어색해보인다. 다만 걷는 형태가 게임 속에서 걸어가는 모습과 동일한 것을 볼 때 기존에 만들어둔 모델링을 활용한 것에 의한 한계가 아닌가 싶다. 차기작에서는 조금 더 신경써줬으면하는 부분이다

- 로망 캔슬의 난이도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과거 [Guilty Gear XX] 공략집을 보면 로망 캔슬 적용타이밍을 '프레임 단위'로 적어두었다.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프레임을 인지하면서까지 게임을 하기는 불가능하니 결과적으로 '감각'에 의존하여 사용하는 수 밖에 없다. 즉, 잘 사용하려면 무수한 연습만이 답이라는 것! 물론 이번 [Guilty Gear Xrd]에서는 적당히 눌러만 주면 알아서 잘 발동된다.

- 파츠 크러시가 적용된 캐릭터는 사실 카이(Ky)와 디지(Dizzy) 뿐이다. 다른 캐릭터도 적용하면 좋을 법했지만 왜 하지 않았는지는 의문이다. 단, 저 두 캐릭터가 부부라는 점을 주목하자.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특정 연출 구간에 미세한 프레임 드랍이 발생했다. 게임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곳은 아니었기에 대전 상황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1. [Street Fighter 4]는 2008년, [Guilty Gear Xrd]는 2014년, [The King of Fighters 14]는 2016년에 3D로 변화를 주었다는 시기상의 차이가 있다. 또한 [The King of Fighters 14]는 아직 발매되지 않았으므로 정확한 비교 대상에서는 제외한다 [본문으로]
  2. 여담으로 시점 변화 때문에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특정 캐릭터의 민얼굴, 속옷, 뒷모습 등뿐만 아니라 악세서리나 옷에 새겨진 문구같이 평소에는 보기 힘들었던 작은 요소들도 세세하게 관찰할 수 있다 [본문으로]
  3. 파츠 크러시를 최초로 적용한 대전 격투 게임은 2004년 Dimps가 개발한 [The Rumble Fish] [본문으로]
  4. 시스템 외적인 요소이지만 한 판에 100원/엔을 사용해야 하는 오락실 환경의 특성상 개인이 학습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시간적 재정적 여지가 부족한 것도 한몫한다 [본문으로]
  5. 대전 격투 게임이 작중 스토리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특정 격투 게임을 오래 즐겼지만, 스토리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본문으로]
  6. 기존의 격투 게임들은 캐릭터마다 결말이 다른 멀티 엔딩이었고, 주인공의 엔딩을 정사(正史)로 취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본문으로]

제목 : Hyper Light Drifter (하이퍼 라이트 드리프터)

장르 : 어드벤처, 액션

제작사 : Heart Machine

플랫폼 : PC, Playstation 4, X-Box One, PS Vita

발매년도 : 2016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 질문을 하나 하겠다. 지금까지 즐긴 게임 중에 환상적인 그래픽을 가진 게임은 무엇인가? 극단적으로 현실적인 그래픽이든 미술작품처럼 아름다운 그래픽이든 상관없다. 오롯이 당신 스스로가 ‘환상적'이라고 느낀 그래픽을 가진 게임을 떠올려보자. 몇 개가 되든 상관없으니 글을 읽는 것을 잠시 중단하고 눈을 감은 채 당신의 손을 거친 모든 게임을 되돌아보며 골라보자. 골랐는가? 몇 개를 골랐는가? 세 개? 네 개? 아니면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랄 만큼 많이? 몇 개가 되든 상관없지만 당신이 고른 게임인 만큼 매우 멋진 게임일 것이라 생각한다. 자! 그러면 이제 손가락을 하나 더 펴보자. (손가락이 모자라면 발가락이라도 펴라!) 당신이 고른 환상적인 그래픽을 가진 게임에 하나를 더 추가할 시간이다. [Hyper Light Drifter]. 이작품은 하얀 천 위에 자수를 놓듯 당신의 기억 속에 한 땀 한 땀 자리 잡아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이미지를 그려낼 것이다.

네 작품 모두 점을 찍어 이미지를 표현했지만 그 느낌은 확연이 차이가 난다 

본 작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하나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면 도트 그래픽(Dot Graphic)의 정의와 분류다. 도트 그래픽은 이름 그대로 점(dot)을 찍어서 이미지를 표현하는 그래픽의 형태이다. 그런데 사전적으로 정의 내려진 것과 게이머가 인지하는 것에는 조금 차이가 있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자면 도트 그래픽은 범위가 굉장히 넓은데, 80년대의 [Supter Mario Bros 1]부터 2000년도의 [The King of Fighters 2000]까지 매우 다양한 시대의 게임을 포괄한다. 흥미로운 점은 예시로 든 두 작품 모두 점을 찍어 만든 그래픽이지만 눈에 보이는 모습은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이는 좀 더 부드러운 이미지와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점의 개수를 늘어났기 때문이며 시대가 흐름에 따라 이제는 도트 그래픽이라 할지라도 점을 인지하기 힘든 수준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도트 그래픽이라고 할지라도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에 따라 그 느낌이 천차만별이 될 수밖에 없다. 그뿐만 아니라 도트 그래픽임에도 초고해상도로 인해 도트임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도트 그래픽이라 생각했지만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진 그래픽인 경우도 있기에 눈으로 보이는 것으로 구분을 하는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도트 그래픽의 사전적 정의가 썩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2016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Eitr] - 누가 봐도 도트 그래픽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결국 최근에 들어서는 도트 그래픽이라 함을 작업 방식이 아니라 시각으로 인지되는 느낌에 따라 분류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게임을 바라보았을 따라 사각형의 점을 인지할 수 있거나 점 사이의 계단현상이 느껴지는 그래픽을 도트 그래픽(또는 픽셀 그래픽)으로 부르고 있는 추세다.(좀 더 자세히 들어가면 작업 과정의 차이까지 반영하거나 8비트 이하는 픽셀 그래픽이라 부르는 등 개념의 위계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는 게이머 입장에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이니 일단은 논외로 하도록 한다) 그러므로 여기서 말하는 도트 그래픽이란 사각형의 점을 인지할 수 있고 특유의 계단 현상이 보이는 그래픽을 말하며, [Hyper LightDrifter] 역시 이에 속한다.

독특한 게임성과 깔끔하고 아름다운 도트 그래픽으로 찬사를 받은 [Titan Souls]

그렇다면 [Hyper Light Drifter]의 그래픽은 어떤 수준이길래 환상적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도트 그래픽은 부드러운 움직임을 표현하기 쉽지 않다. 사각형의 점으로 이루어졌다는 특성 때문에 크고 작은 부분에서 계단 현상이 보이며 이에 따라 딱딱하고 경직된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고해상도, 즉, 사각형을 인지하기 힘들 정도로 점의 개수를 늘려 경직된 느낌을 희석해왔으며, FPS(frame per second / 초당 프레임 / 1초에 지나가는 그림의 장수)를 높여 동작의 연결성을 강화해 움직임을 더욱 부드럽게 만들어냈다. 그러나 그래픽 작업을 위해 점을 하나씩 찍어야 하는 도트 그래픽의 특성상 해상도와 FPS가 높아질수록 작업량이 기하급수로 늘어나 게임 제작에 걸리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질 뿐만 아니라 해상도가 일정 수준 이상 도달하게 되면 사각형의 점과 계단현상이라는 도트 그래픽 특유의 느낌이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부드러운 움직임을 위해서는 해상도와 FPS를 높여야 하지만 이로 인해 도트 그래픽 특유의 느낌을 상실과 과도한 작업량의 발생이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결국, 도트 그래픽 특유의 느낌을 살리면서 부드러운 움직임을 만드는 것은 많은 연구와 고민, 그리고 매우 정교하고 신중한 작업을 필요로 한다고 볼 수 있다.

[Hyper Light Drifter] 오프닝 - 마치 살아 움직이는듯한 느낌을 주는 점들의 향연

이런 점에서 [Hyper Light Drifter]는 도트의 느낌과 부드러운 움직임을 모두 잡아내어 지금껏 볼 수 없었던 환상적인 도트 그래픽을 보여준다. 본 작을 바라본 느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자면 ‘점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게임 전반에 걸쳐 크고 작은 점들이 끊임없이 움직이지만, 그 움직임은 매우 부드럽다. 각 점은 작은 생명체 같은 느낌이 들며 이들은 어떤 규칙에 맞춰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느낌을 가장 강하게 받을 수 있는 부분은 게임의 오프닝인데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색상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것은 물론 점의 움직임도 매우 복잡하고 부드러워 그 어떤 게이머들도 오프닝에 혼을 빼앗기게 된다. 더군다나 매우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점과 점 사이의 계단 현상이 뚜렷하게 보여 도트 특유의 느낌이 살아있으면서도 경직되거나 딱딱하다는 느낌을 전혀 느낄 수 없는 모순된 장면을 보여준다. 정말 환상적이라 부를만하지 않는가? 더욱이 이런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하나하나 점을 찍었을 제작자들의 인내와 고민을 생각하면 [Hyper Light Drifter]가 보여주는 이미지들이 경이롭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게임 전반에 깔린 파스텔컬러를 통해 부드러움을 더하고 분위기 연출까지 해냈다

살아있는 듯한 점의 부드러운 움직임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색채를 통해 작품 전반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연출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앞서 언급한 부드러운 도트 그래픽이 기술적 극대화라고 한다면 색채를 통한 분위기 형성 및 연출은 예술적 극대화에 해당한다. [Hyper Light Drifter]는 원색이 아닌 파스텔 컬러(Pastel Color; 파스텔로 그린 것처럼 부드럽고 옅은, 고명조의 색을 총칭)가 게임 전반에 깔렸다. 파스텔 컬러가 가진 부드러운 느낌으로 인해 전반적인 분위기가 차분하고 은은하다. 여기에 작중 이야기를 직접 알려주지 않는 본작의 특성(후술)과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작품 전반에 깔린 파스텔 컬러로부터 신비로움을 느끼기까지 한다. 게다가 각 지역에 따라 특성에 맞는 서로 다른 색깔을 중심적으로 활용하여 다양한 분위기를 더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을의 경우 다양하지만 따뜻한 계통의 색깔로 이루어져 평화로운 느낌을, 깊숙한 숲은 차가운 계통의 색깔을 활용해 신비로운 느낌을 주며 이 외에도 지역별로 색깔의 차이를 분명히 하여 해당 지역의 특색을 색깔을 통해 잘 살려내고 있다. 점을 하나씩 찍어내는 단순한 작업이지만 그 안에서 기술과 예술이 조화롭게 존재하니 환상적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아주 단순한 조작법으로 누구나 쉽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다

환상적인 도트 그래픽도 멋지지만, 게임 방식도 매우 인상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Hyper Light Drifter]는 ‘아주 단순한 조작 방식을 가진 매우 어려운 구성을 가진 게임'이다. 조작 방법은 ‘One Button One Action’(1 버튼 1 행동)으로 구성되어 있고 특별한 명령어(command, 커맨드)를 요구하지 않아 아주 쉽게 플레이어의 생각대로 조작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게임 극초반에 이루어지는 튜토리얼(tutorial) 과정만 거치더라도 조작에 완벽히 적응할 수 있는 수준이며, 의도와 달리 움직이거나 조작 실수로 죽는 경우는 많지 않다. 물론 공격 범위나 회피 이동 거리등에 대한 감각을 익히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정교한 조작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데다 버튼을 누른 이후 행동을 취하기까지 지연(delay)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든지 짧은 시간 내에 조작을 학습하고 감을 익힐 수 있다. 또한, 게임 진행에 따른 습득하게 되는 기술(skill)은 버튼을 눌렀다 때거나 버튼을 연타하는 추가 조작법을 활용하기는 하지만 이조차도 1 버튼 1 행동의 범위에서 벗어나지는 않기 때문에 어렵다고 말할 수는 없다. (본 작에서 가장 어렵다고 할만한 조작은 조준-사격인데, 조준 버튼을 누른 채 방향을 맞춘 뒤 공격 버튼으로 사격하는 형태로 유일하게 버튼 두 개를 요구하지만 이조차도 매우 단순한 조작체계다)

[Hyper Light Drifter]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빨간색 화면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러나 간단한 조작 체계와 달리 게임의 난이도는 상당히 높다. 관찰/체험/반복을 통한 학습을 요구하는 적들의 까다로운 공격 패턴, 예상할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함정, 미궁에 가까운 스테이지 구조, 상점에서 살 수 없는 제한된 수량의 회복제, 피격 후 무적판정의 부재 등 고난도 액션 어드벤처 게임에 녹아 있을법한 요소들은 빠짐없이 존재한다. 이러다 보니 조작은 쉬울지언정 결코 쉽게 게임 진행이 이루어지지 않는 소위, ‘죽어가면서 배우는’ 게임이 되어버린다.

여러 가지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활용하여 난이도를 높이고 있는 일반 스테이지

흥미로운 점은 일반 스테이지와 보스 스테이지의 난이도 구성 방식과 플레이어에게 요구되는 역량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우선 일반 스테이지의 경우 [다수의 적 + 복잡한 구조물 + 다양한 함정]이라는 다소 복합적인 요소들로 난이도를 높이고 있다. 기본적으로 적들의 패턴에 대한 학습을 요구하기는 하나 각각 하나의 공격 형태/패턴만을 가지고 있으므로 적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패턴을 학습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오히려 일대일( 一對一) 상황인 경우에는 플레이어가 일방적으로 공격해서 죽일 수 있을 만큼 무력한 수준이다. 그러나 대부분 여러 종류의 적이 함께 등장해 일대다(一對多) 상황에서 전투가 이루어지며, 전투가 이루어지는 공간은 지역마다 확연히 다른 구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여러 적의 패턴과 현재 플레이어가 처한 장소의 공간적 특성(구조물, 함정 등)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역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전략 수립이 이루어져야 한다. 즉, 일반 스테이지는 여러 복합적 상황에 대한 이해 능력과 임기응변이라는 빠른 판단력을 주로 요구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패턴에 대한 학습과 신속-정교한 조작만을 요구하는 보스 스테이지

그러나 보스 스테이지는 완전히 다른 성향을 가진다. 일반 스테이지가 복합적인 요소로 난이도를 높이고 있다면 보스 스테이지는 ‘다양한 공격 패턴’ 하나 만으로 난이도를 높이고 있다. 각각 하나의 공격 패턴만을 가지고 있는 일반 몬스터와는 달리 보스는 최소 3개 이상의 공격 패턴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공격 패턴은 형태, 유효 범위, 타이밍, 딜레이 등에 차이가 있어 그 움직임이 매우 복잡하다. 이러한 보스의 공격을 피하고 플레이어의 공격을 적중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패턴에 대한 학습이 필수적인데, 보스는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공격을 시도하기 때문에 느긋하게 움직이며 공격 패턴을 관찰할 겨를이 없어 패턴 학습이 굉장히 까다롭다. 더군다나 구조물이 존재해 잠시 몸을 숨겨 숨을 고르며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일반 스테이지와 달리 보스 스테이지는 완전히 개방된 공간이어서 공격에 항상 노출되게 된다. 그래서 플레이어는 보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쉴 틈 없이 움직여야 하며 그와 동시에 패턴 학습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끊임없이 움직이는 보스의 빈틈을 공략하기 위한 정교하고 신속한 조작까지 해내야 한다. 다시 말해, 보스 스테이지는 정교하고 신속한 조작과 높은 수준의 패턴 학습을 요구하여, 판단력과 전략 수립에 좀 더 힘을 싣고 있는 일반 스테이지와 분명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막혀있는 비밀공간 - 어드벤처 게임으로써도 탄탄하고 매력적인 구성을 갖췄다

다양한 해금 요소와 비밀공간, 복잡한 진행경로 등 어드벤처 게임으로써 구성도 매우 탄탄하다. 게임 진행을 위해서는 특정 장치를 활성화해야 하며, 이 장치를 찾으려면 매우 넓고 복잡한 공간을 탐험(adventure) 해야 한다. 탐험하면서 자연스럽게 몬스터와 조우하고 전투에 돌입하게 되며, 함정을 피하고, 길을 만들고, 비밀 공간을 발견하는 등 플레이어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요소들을 적절히 배치해두었다. 이에 따라 보스와 싸워 이야기의 결말을 보는 것과 상관없이 탐험하는 행위 자체도 굉장히 재미있다. 게다가 다양한 해금의 조건들은 게임 진행을 위해 충족해야 하는 조건들의 연상선 형태를 가지는데, 즉, 해금을 위한 조건은 게임의 결말(ending)을 보기 위한 조건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여 작중 이야기와 상관없이 탐험의 요소만으로 즐길만한 것들이 많다는 의미다. 물론 이과정에서 함정을 피하고, 몬스터와 싸우기도 하기에 액션 게임으로써의 모습도 잘 갖추고 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대사 없이 그림으로만 설명하는 스토리는 신비감을 주지만 약간의 아쉬움도 있다

[Hyper Light Drifter]의 독특한 특징이 또 하나 있다면 작중 이야기를 알 수 있는 음성/문자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중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은 게임 진행 중에 주인공의 몸에 나타나는 변화(피를 토하거나 환영이 보이는 등), 그리고 NPC(Non-Playable Character)와의 대화에서 볼 수 있는 그림들 뿐이다. 오로지 이미지만으로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식은 플레이어의 궁금증과 상상력을 자극해 주인공이 왜 여정을 떠나게 되었는지, 주인공이 걸린 병의 근원이 무엇인지 나름대로 추측을 해볼 여지를 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했듯 색채를 통해 만들어낸 신비감을 더욱 강화하는 효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추측할 수 있는 이야기의 깊이가 얕다는 것은 상당히 아쉽다.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기에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나 대부분 NPC로부터 볼 수 있는 그림만으로 전반적인 이야기의 정리가 가능하며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고 그로 인해 현재의 상황에 처했다'라는 단순한 형태로 끝난다. 무엇보다 이미지 외에 작중 이야기를 추측하기 위한 요소가 없으며, 보조 이야기(sub story)와 중심 이야기(main story)는 서로 관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 이야기의 분량이 많지 않아 플레이어가 추측을 하더라도 단편적인 내용만을 떠올릴 수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알 수 없는 병에 걸린 전사의 여정'이라는 흥미로운 소재, 기계와 마법이 공존하는 독특한 세계관을 통해 더 방대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은 더 큰 아쉬움을 자아낸다.

환상적인 도트그래픽과 훌륭한 게임성을 갖췄으니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Hyper Light Drifter]는 정말 대단한 작품이다. 도트 그래픽으로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아름다움과 특유의 느낌을 환상적으로 표현해냈고, 어드벤처 게임으로써의 구성, 액션 게임으로써의 게임 방식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다. 작중 이야기의 전개 방식과 분량에 대해서 약간의 아쉬움이 들지만 이마저도 독창적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작품은 훌륭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으며, 그저 본 작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쳤을 제작자에 대한 경외감이 들뿐이다. 결말을 보고 나면 게임 속에서 볼 수 있었던 수많은 이미지들이 머리 속에 그려질 것이며 ‘아름답고 환상적이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도트 그래픽의 한계가 어디까지일지, 앞으로 나올 도트 그래픽의 작품들은 어떤 모습일지 정말 기대가 된다. 왜냐고? [Hyper Light Drifter]가 도트의 예술적, 기술적 수준을 엄청나게 끌어올렸으니까 말이다.

못다 한 이야기

- 일반 스테이지와 보스 스테이지의 차이점에 대해 부연설명을 하자면 일반 스테이지는 전략만 잘 세워도 난이도가 급격하게 낮아진다. 공격과 회피만으로 각개격파를 하고자 한다면 엄청 어려워지지만 적을 구석으로 유인한 뒤 수류탄만 잘 던져줘도 쉽게 끝낼 수 있는 구간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만큼 일반 스테이지는 정교하고 빠른 조작/반응보다는 상황판단을 바탕으로 한 전략 수입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 난이도 어렵다는 점에서 [Dark Soul] 시리즈와 비교되기도 한다. 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면 모든 행동에 어느 정도 지연(delay)이 있어 조작 및 패턴 학습에 까다로움을 느끼는 [Dark Soul] 시리즈에 비해, 행동 지연이 거의 없는 [Hyper Light Drifter]이기에 학습이 훨씬 쉬운 편이다. 게다가 새로운 구간에 들어설 때마다 죽어가며 학습을 해야 하는 것과 달리 어느 정도 게임에 익숙해지면 죽지 않고 스테이지를 돌파하는 것도 가능하다. 단, 게임이 '쉽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두자. 

- 해금 요소에 대해 아쉬운 점이 하나 있는데, 진 엔딩/숨겨진 엔딩 요소가 없다는 것이다. [Hyper Light Drifter]에서 게임 진행을 위해 작동해야 하는 장치의 이름은 모듈(module). 이 모듈은 각 지역별로 8개씩, 총 32개의 모듈이 있는데 마지막 스테이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별로 4개 이상의 모듈을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16개를 작동하든, 32개를 모두 작동하든 엔딩은 동일하기 때문에 '다회차'를 유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도 든다. 만약, 작동한 모듈의 개수와 종류에 따라 최종 보스의 형태나 패턴이 달라지도록 구성했다면 다회차 진행을 끌어내기에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C )

- 없음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Mighty No.9 (마이티 넘버 나인)

장르 : 액션, 플랫포머

제작사 : Comcept, Inti Creates

플랫폼 : Playstation 4, Playstation 3, X-Box One, PS Vita, PC

발매년도 : 2016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록맨의 아버지 이나후네 케이지의 신작. 많은 게이머가 갈망해온 록맨 시리즈의 정신적 후속작. 킥스타터를 통해 400만 달러라는 거금을 모은 기대작. 그리고 예상과 다른 모습으로 세상 밖에 나와 논란이 된 문제작…이라는 것은 일단 기억의 저편에 접어두도록 하자. 기대가 높았던 만큼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킥스타터 시절에 공개된 컨셉아트와 실제 게임 간의 괴리가 엄청나 배신감을 느낀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감정을 절제해야 한다. 감정이 격해지면 선입견이 생기며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것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된다. 사람에게 선입견이 생기면 이유 없이 미워지듯이 게임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잠시나마 [Mighty No.9]에 붙어있는 부정적인 수식어들을 때놓고 본작의 알맹이를 있는 그대로 살펴보자.

‘록맨의 아버지’ 이나후네 케이지는 자기 아들을 다시금 태어나도록 한다

[Mighty No.9]의 제작의도는 매우 명확하다. [Rockman] 시리즈의 계승. 록맨의 제작사인 Capcom과 록맨의 아버지 ‘이나후네 케이지'의 결별 이후 록맨 시리즈의 후속작 발매가 불투명해지자 결국 록맨의 아버지 본인이 다시금 시리즈를 부활시키고자 한 것이다. 다만 [Rockman]의 저작권은 Capcom이 가지고 있으므로 예전 그대로 만들 수 없었고 새로운 컨셉과 디자인으로 게임을 제작한 것이 바로 [Mighty No.9]이다. 물론 [푸른뇌정 건볼트]라는 또 다른 계승작이 있으나 흔히 록맨하면 떠오르는 파란 헤드기어와 몸체를 가진 로봇 록(Rock)과는 거리가 조금 멀다. (단, 이쪽은 여러 록맨 시리즈 중에서 [Rockman Zero]와 [Rockman ZX]를 차용했기에 계승작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둥글둥글한 디자인, 오른손에 달린 버스터, 그리고 파란색으로 포인로를 준 [Mighty No.9]의 주인공 벡(Beck)은 흔히 ‘록맨'이라고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에 부합하여 제대로 [Rockman]을 이어가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살펴봐야할 점은 ‘얼마나 [Rockman]을 잘 계승했느냐?’일 것이다.

[Rockman] 시리즈의 계승작을 자처하는 만큼 거의 모든 부분이 유사하다

다행스럽게도 [Mighty No.9]은 [Rockman]을 계승했다고 말할 자격이 충분하다. ‘계승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방식과 게임 내 요소들의 유사성에 있다. 버스터를 이용한 1) 런&건 슈팅 장르를 바탕으로 2) 여덟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여 3) 일직선 구조의 스테이지을 거친 뒤 4) 보스와 싸움에서 이기고 5) 새로운 무기를 습득하는 게임 방식은 [Rockman]과 완전히 같다. 게다가 상하좌우를 모두 이동하는 스테이지 구조 및 분기점/비밀공간을 배치하여 6) 최소한의 메트로배니아(Metrobania) 특성이 반영된 점과 습득한 7) 속성무기와 보스들 사이에 상성 관계, 게임의 난이도와 플레이 타임을 높이는 8) 즉사구간 및 함정 등도 어김없이 적용되어 있다. 물론 각 스테이지에는 a) 반드시 중간보스가 존재했던 것과 b) 최종보스 직전에 다시 한번 여덟명의 스테이지 보스들을 상대해야 했던 특징처럼 반영되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Mighty No.9]에서 볼 수 있는 게임의 모습은 [Rockman]을 계승했다고 말하기 충분하다.

[Mighty No.9]의 다양한 대쉬는 기존작들보다 발전적인 형태를 갖추도록 만든다

[Rockman]을 계승했지만 이를 더 발전시키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발전적인 요소란 다양한 형태의 대쉬(Dash), 이로부터 파생된 게임 시스템을 말한다. 우선 대쉬에 대해 살펴보자면 이전보다 자유롭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바뀌었다. 좌우로만 가능하던 대쉬는 상하좌우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숏대쉬(short dash)부터 슬라이딩대쉬(sliding dash)까지 종류의 다양화와 더불어 점프 중에는 한 번만 사용 가능하던 것에 횟수 제한이 사라졌다. 이에 따라 간단한 형태이지만 추가적인 조작과 대쉬의 응용이 가능해졌고, 다양한 형태의 대쉬를 충분히 활용하도록 (또는 다양한 대쉬가 추가된 덕분에) 스테이지를 다채롭게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Rockman X] 시리즈에서 가능했던 삼각차기(벽점프)를 삭제함으로써 플랫폼/구조물을 건너는 방식에 변화를 주어 상대적으로 대쉬의 비중을 높이기도 했다.

‘대쉬-흡수 시스템’을 통해 대쉬를 완전히 다른 용도의 것으로 바꾸어 놓았다

대쉬를 활용하는 시스템도 매우 인상적이다. 대쉬의 다양화보다는 시스템의 추가가 중요한 부분인데 이는 [Mighty No.9]이 기존의 [Rockman] 시리즈와는 차별화된 고유한 특징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대쉬를 완전히 다른 특성을 가진 것으로 바꿔버렸다. 기존의 대쉬는 단거리를 빠르게 이동하거나 적의 공격을 피하는 용도로 활용하는 방어적 특성이 강했다. 그러나 대쉬를 활용한 새로운 시스템을 추가함에 따라 대쉬를 공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변화를 주었다. 벡(Beck)이 적 로봇에게 일정 수준 이상 피해를 줄 경우 로봇은 분해(=기절) 상태에 빠지는 데, 이때 대쉬로 접촉을 하게 되면 로봇을 흡수하게 된다. 마치 대쉬로 최후의 일격을 날리는듯한 느낌을 주는데, 이는 대쉬가 결정타의 역할을 하는 공격적 성향을 가진 요소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대쉬-흡수 시스템이 단순히 결정타의 역할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흡수하는 로봇의 종류에 따라 공격력/방어력/이동속도가 증가하는 버프(Buff)를 얻을 수 있는데 단순한 형태이긴 해도 게임 진행에 매우 큰 도움을 준다. 또한, 연속적인 대쉬-흡수가 이루어지면 콤보(Combo)가 쌓이며 콤보 수준에 따라 보너스 점수를 획득할 수 있다. 콤보 및 점수는 게임 진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고득점 기록을 위한 도전의식을 자극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보상(버프, 콤보, 점수)들은 다시금 대쉬의 활용도를 높이는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결국, 시스템과 보상 간에 시너지를 통해 대쉬의 활용도를 높여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만들고 있다.

시각효과/속도감/ 조작감/난이도 등 많은 부분에서 다양한 부가효과까지 낸다

보상을 통해 유도한 대쉬의 적극적 활용이 또 다른 부가 효과를 낸다는 점도 매우 흥미롭다. 적극적인 대쉬 활용은 늘어난 대쉬의 종류만큼 다양해진 동작(motion), 대쉬-흡수를 활용해야 하는 적/플랫폼 배치, 제한이 사라진 공중 대쉬와 시너지를 일으켜 게임을 역동적이게 보이도록 만든다. 특히 대쉬의 사용에 제한이 사라짐에 따라 매 상황을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그만큼 빠른 판단력을 요구함과 동시에 공수전환도 빠르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전 [Rockman]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려한 게임플레이가 가능해진다. 게다가 짧은 거리를 빠르게 이동하는 대쉬의 특성상 사용빈도가 높을수록 게임의 속도감을 높이게 되며, 향상된 속도감만큼 빠른 반응 속도와 정교한 조작을 요구하게 되므로 조작하는 재미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게 된다. 이 외에도 대쉬를 통해 적을 제거하면서 게임을 진행하는 형태를 통해 게임의 연속성을 강화하는 효과, 스테이지 보스의 체력 회복을 막기 위해 대쉬를 통한 흡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게임의 난이도를 올리는 등 여러 부분에서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좋은 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면에서 충분한 완성도를 갖출 필요가 있다

그러나 [Rockman]을 계승하고 이를 발전시킨 게임성을 갖춘 [Mighty No.9]이지만 부족함이 없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놀이(game)이기에 게임 내에서 제시하는 목표에 따라 플레이어가 조작하고 그에 따라 목표를 달성하는 것,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재미를 느낄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게임이 단순히 놀이로 접근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으며, 게임은 놀이 그 이상의 통합 개체로써 좋은 음악, 멋진 이미지, 탄탄한 이야기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받아들이게 되는 (이미지, 영상, 음악, 이야기 등을 모두 포괄하는) 시각적/청각적 요소들은 더 큰 재미를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놀이요소 이외의 것들도 그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Mighty No.9]은 놀이로써 충분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을지라도 시각적/청각적 즐거움을 주는 요소나 감탄할만한 스토리, 또는 이와 관련된 작은 요소들에 대해서는 많은 아쉬움이 존재한다.

꼼꼼하게 작업해야 하는 작은 요소들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은듯한 그래픽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3D 그래픽은 얼핏 보기에는 굉장히 잘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나 결코 그렇지 못하다. 3D 그래픽으로 만들진 [Rockman]의 계승작이라는 점은 과거 3D로 개발된 [Rockman X8]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데 [Mighty No.9]의 그래픽 수준은 이와 비교해 미미하게 발전된 정도일 뿐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이는 그래픽이 좋다 나쁘다의 의미가 아니며 그래픽이 게임의 완성도를 결정짓는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비교 대상이 되는 [Rockman X8]이 십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래픽의 세부적인 요소를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마감처리가 덜 된 조각상이나 선을 따라 말끔하게 잘라내지 못한 인쇄물처럼 캐릭터 주변에 하얀 선이 자주 보여 그래픽이 굉장히 지저분해 보인다. 그리고 사전에 공개된 트레일러에서 볼 수 있었던 어색한 폭발 효과와 이로 인한 텍스쳐(texture) 붕괴현상 외에도 불꽃과 관련된 효과는 눈쌀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수준이 낮다. 불꽃이 휘날리는 것은 마치 붉은 종이조각을 흩뿌리는 듯한 느낌을 주고, 불의 색감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이 외에도 서로 다른 곳에서 발생하는 불꽃 또는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똑같은 움직임을 보여주는데 이는 게임을 대충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들게까지 한다.

사소한 요소들의 부적절한 활용으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몰입이 끊기게 된다

사소하지만, 게임의 분위기 형성과 몰입에 필요한 요소들에 대해서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우선 일러스트의 부적절하고 충분하지 못한 활용을 들 수 있다. 스테이지 보스들과 대화를 하는 상황에서는 일러스트(또는 모델링)가 화면에 띄워지는 경우가 있는데, 보스의 어투에서 드러나는 감정과 화면에서 보이는 일러스트 사이에 심각한 괴리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가령 Mighty No.1 파이로(Pyrogen)는 모든 것을 불태우겠다며 광기에 빠진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와 동시에 볼 수 있는 파이로의 표정은 침착하다 못해 근엄해 보이기까지 한다. 거꾸로 Mighty No.3 다이나트론(Dynatron)의 일러스트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탐욕스럽게 전기를 흡수하는 모습과 잘 어울리지만 제정신으로 돌아왔을 때의 침착한 말투와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상황별로 다른 캐릭터의 어조와 고정된 일러스트 간에 발생하는 부조화는 플레이어가 민망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게임에 몰입을 순간적으로 끊게 만든다. 이외에도 일러스트를 활용하면 등장인물의 감정을 더욱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을 것에도 불구하고 텍스트만 덩그러니 띄우는 부분이 대다수를 차지해 밋밋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일러스트에 표정변화를 주어 다양한 요소에 활용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며, 매력적으로 디자인된 마이티 넘버즈의 캐릭터 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기회가 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컷신(좌)와 삽입 일러스트(우) - 차라리 일러스트를 활용하는 게 더 나을 뻔 했다

컷신(Cutscene)과 배경음(BGM, background music)도 매우 실망스럽다. 게임 내 모든 컷신은 캐릭터의 모델링을 그대로 활용한 것만 존재하는데 이조차도 있으나 마나 한 수준이다. 컷신에서 캐릭터의 움직임과 표정변화는 거의 없으며 캐릭터의 대사에 맞는 최소한의 제스처(gesture, 몸짓)만 보여줄 뿐이다. 컷신을 바라보고 있다 보면 대체 어떤 의도로 이런 컷신을 넣었는지 이해할 수 없으며, 간혹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아동용 3D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든다. 차라리 엔딩에 삽입 된 일러스트 형식을 활용해 스토리를 진행했으면 분위기 연출에 훨씬 효과적이었다고 본다. 또한, 영상 형태의 컷신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으며, 평범한 인디 게임에서 등장하는 오프닝(Opening) 영상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 실망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Rockman X] 시리즈의 스토리 진행 과정에서 일러스트를 통한 효과적인 분위기 연출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인상적인 오프닝이 있었기 때문에 [Mighty No.9]에서도 이를 적용할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를 활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적절한 대안을 고민한 흔적조차 보이지 않기에 게임의 질적 완성도를 높일 의욕이 전혀 없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배경음은 길게 설명할 것도 없다. 장시간 게임을 했지만, 머리 속에 남아있는 멜로디가 있는가? 대답은 No.

캐릭터 비중, 이야기의 완결성, 분위기의 형성 중 성공적인 것이 하나도 없다

작중 이야기의 질적 수준도 심히 아쉽다. 우선 작중 이야기의 초점과 분위기가 불분명하다. 이는 기존의 [Rockman]과 [Rockman X] 사이의 분위기 차이로 이야기해볼 수 있다. [Rockman]는 세계정복을 꿈꾸는 와일리 박사(Dr.wily)의 야망을 막는 전형적인 인과응보 형식의 가벼운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Rockman X]는 로봇 3원칙, 로봇의 권리 등 무거운 이야기가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다시 말해 기존의 [Rockman] 시리즈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초점이 분명했으며 그에 따른 분위기 형성도 알맞게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Mighty No.9]의 경우 게임 초반에는 단순히 바이러스에 감염된 로봇을 무찌르는 가벼운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후반에 들어서는 벡(Beck)의 탄생의 비밀, 사건의 배후, 화이트 박사의 과거 등 이야기의 초점이 바뀌면서 분위기가 무거워 진다. 가벼운 이야기에서 무거운 이야기로 분위기를 바꿔나가는 시도는 분명히 칭찬할 만하지만 이 과정에서 어느 이야기 하나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게임이 끝나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소재는 많지만 초점이 없으며 더 나아가 이야기의 완결성이 떨어지고 게임의 분위기 형성도 어중간하게 되어버린 결과를 낳게 된다.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주인공의 비중이 약한 것도 문제다. 주인공인 벡(Beck)은 작중 중요한 역할을 가진 로봇이지만 이야기 전개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순진무구하게 시키는 일만 하는 역할에 그친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열쇠가 벡(Beck)임에도 불구하고 먼저 나서는 일은 거의 없으며 대부분 화이트 박사(Dr. white)의 지휘 아래에서 움직일 뿐이다. 이러한 주인공의 수동적인 태도는 이야기 진행 과정에서 주인공의 비중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조력자 역할을 하는 화이트 박사 (Dr. white) 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비중의 불균형과 더불어 ‘주인공'과 '조력자'의 위치가 뒤바뀐 듯한 주객전도의 상황까지 나타나게 된다. 이는 록(Rock) 또는 엑스(X)와 라이트 박사(Dr.Light)의 관계가 주인공-조력자임이 분명한 기존의 [Rockman] 시리즈와 더욱 비교가 되면서 더 큰 문제점으로 다가온다.

모든 것을 갖춰놓았음에도 그에 상응하지 못하니 팬들이 분노하게 된 것이다

지저분한 그래픽, 세부 요소의 부실함, 수준 낮은 컷신, 초점이 불분명한 이야기, 주객전도가 된 캐릭터의 비중 등의 분명히 문제점이 맞지만 ‘아쉽다’라고만 해도 상관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게임이 인디 게임이었다면 ‘그래픽이나 스토리는 아쉽지만 록맨의 게임성을 훌륭하게 계승한 게임’이라고 평가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Mighty No.9]은 '4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가지고, '유명한 게임 디렉터’의 지휘 아래에, '명작 시리즈를 만든 제작자'들이 만든 작품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오랜 기간 발매를 늦춰가며’ 충분한 개발 기간을 확보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돈과 시간, 인력이 완벽하게 갖춰진 회사의 작품이다. 그러나 작품의 수준은 회사가 가진 조건에 부합하지 못한다. 물론 자금이 많다고 해서, 많은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서, 우수한 인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게임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과거 자신들이 만든 작품보다는 더 나은 형태를 갖춰야 했으며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점들은 놓치지 말고 해결했어야 했다. 다만 그러지 못했으니, 아니, 정확히는 그러지 않은 채 적당히 구색만 갖추어 놨으니 팬들의 분노는 화살이 되어 그들에게 날아갈 수밖에 없다.

[Mighty No.9]의 모습은 그가 록맨의 아버지로써 쏟은 애정의 크기다

록맨의 아버지는 본작에 더 애정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새로운 아들의 부족함을 찾으려고 애를 써야 했고, 더 멋진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했다. 많은 돈, 넉넉한 시간, 충분한 인력을 가진 그가 아들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세상 밖에 나온 아들의 모습이 그동안 이나후네 케이지가 [Mighty No.9]에 쏟은 애정의 크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만약 록맨의 아버지가 우리에게 보여준 [Mighty No.9]이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모습이며 모든 애정을 쏟은 결과물이라면 우리가 고대하던 [Rockman] 시리즈는 정말 끝장났다고 말할 수 밖에…

못다 한 이야기

- 이야기 내 인물 간 비중 문제는 다른 곳에서도 나타난다. 사건을 일으킨 악당인 '미스터 그레이엄'은 사실상 이야기 내에 비중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건을 일으키고 혼자 불안에 떨다가 사건이 해결된 뒤 체포된다. 과연 이게 악당이 보여주는 모습인지 의심스럽다.

- 게임의 난이도는 전체적으로 낮아졌다. 속성무기와 보스 간의 상성을 스테이지 입장 전에 파악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보스전보다 스테이지 진행 과정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물론 기존 [Rockman] 시리즈에 비하면 전반적인 스테이지의 난이도도 낮아졌다.

- 크라우드 펀딩 당시 컨셉 아트와 실제 게임 간의 괴리 때문에 문제가 된 부분도 있다고 한다. 다만 게임의 완성도가 충분했으면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났을 터인데, 완성도조차 부족하니 컨셉 아트와 실제 게임의 괴리가 더 큰 문제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 게임 자체는 정말 재미있다. 대쉬 시스템은 분명히 호평을 받을만한 요소이며 [Rockman] 시리즈와 [Mighty No.9]의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다. 완성도가 분명히 아쉽긴 하나 이 때문에 게임이 재미없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없음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마녀와 백기병 Revival

장르 : 액션, RPG

제작사 : Nippon Ichi Software

플랫폼 : Playstation 4

발매년도 : 2015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게임이 존재한다. 각 게임은 고유한 특색을 가지고 있고 특정 기준으로 분류하기 힘들 정도로 그 다양성은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게임의 다양성만큼 게임을 만든 제작사의 특징도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으며 회사마다 ‘방향성'이 어느 정도 존재해 그것이 게임 속에 녹아들어 있기 마련이다. 슈팅게임을 집중적으로 만들어 독자적인 특징을 구축했던 ‘Psykyo’, 불친절한 스토리와 높은 난이도를 주축으로 하는 ‘FromSoftware’, 환상적인 그래픽과 연출을 통해 영화 같은 게임을 지향하는 ‘Naughty Dog’ 등 제작사의 특징을 규정짓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마녀와 백기병 Revival]의 제작사 Nippon Ichi Software는 어떨까?

[마계전기 디스아이아] - Nippon Ichi Software를 대표하는 게임 시리즈로써 일명 ‘폐인 양성 게임’

Nippon Ichi Software는 게임을 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쉽게 말해 ‘중독성이 있을 만큼 헤어나오기 어려운 게임'을 만드는 것을 지향한다. (중독성 있는 게임이라고 순화해서 표현했으나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폐인 양성 게임'이라는 용어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우선 본사의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반복적인 수행과정을 요구하며, 게임 진행을 위해서는 일정수준 이상의 캐릭터 성장이 필요한 것은 물론 이를 위해 상당히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구성한다는 특징이 있다. 다시 말해 같은 패턴을, 반복적으로, 일정 시간 이상 수행해야하는 다소 지루함을 유발하기 쉬운 게임 구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게임 구성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들인 만큼 크게 돌아오는 다양한 형태의 보상과 수많은 해금요소, 매력적인 도전과제들은 게임의 지루함을 상쇄시키는 것을 넘어 플레이어가 게임을 쉽게 놓지 못하는 오묘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결국, 게임의 매력에 빠져드는 순간 동일한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기에 이르는, 이른바 ‘중독’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들은 본사의 대표작인 [마계전기 디스가이아]에서 가장 잘 드러났고, [마계전기 디스가이아]의 성공 이후 제작사의 정체성처럼 자리 잡히면서 해당 특징들은 다른 작품에도 꾸준히 반영되고 있다. [마녀와 백기병 Revival]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꾸준한 사냥을 통한 성장과정을 거치게 되는 전형적인 핵 앤 슬래쉬 방식의 RPG

[마녀와 백기병 Revival]은 핵 앤 슬래쉬(Hack and Slash; 자르고 베는 것이 주가 되는 게임 방식)의 형식을 가진 RPG(Role Playing Game)다. 다시 말해 게임 진행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캐릭터를 육성(RPG)해야 하며, 캐릭터 육성을 위해 자르고 베는 것(Hack and Slash)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게임 방식은 굉장히 고전적인데 과거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열풍이 불었던 RPG이며, 현행 게임개발 추세에서는 전혀 매력적이지 못하고 지루한 게임 방식에 해당한다. 게다가 과거 핵 앤 슬래쉬 형식의 RPG가 보여주던 미궁형태의 스테이지 구조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데, 이는 스테이지를 구석구석 탐색해야하는 수고로움까지 빠짐없이 담아내 게임 진행 시간이 더 길어지도록 만들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있다면 이러한 특징이 Nippon Ichi Software 게임들의 특징에 아주 잘 부합한다는 것이며, 이를 선택한 것은 다분히 회사의 의도임을 알 수 있다.

6가지 종류의 패싯 - 육성방향을 선택할 수 있고 반복적인 육성을 가능케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반복적이고 지루한 게임 방식에도 불구하고 묘한 매력을 가진 게임을 만드는 Nippon Ichi Software 의 방향성에 따라 [마녀와 백기병 Revival]도 지루함을 상쇄할 요소와 독특한 매력을 충분히 담아냈다. 특히 RPG의 반복적인 사냥의 지루함을 해소하기 위해 캐릭터 성장과 관련된 다양한 요소를 활용하고 있으며, 지루함 해소를 넘어 게임을 지속할수록 ‘캐릭터 육성'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해두었다.

우선 성장치(Level)를 캐릭터에 부여하지 않고 다른 요소에 부여하여 일반적인 RPG와는 다른 형태를 구축해놓았다.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캐릭터는 백기병(the Hundred Knight) 한 명뿐이지만 성장치를 백기병이 아닌 패싯(facet, 형상; 선택한 패싯에 따라 능력치와 핵심 특성에 변화가 일어난다)에 부여하고 있다. 패싯을 성장시키는 게임 형태는 캐릭터 육성이 일회성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며, 패싯의 사용/조합을 통해 플레이어가 지향하는 방향에 따라 육성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부여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패싯의 선택은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른 전략적인 활용은 물론 성장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패싯의 육성도 시도해볼 수 있는 여지까지 제공하고 있다.

강화/연성 시스템 - 단순하지만 캐릭터 육성의 욕구를 강하게 자극하는 요소

패싯 뿐만 아니라 무기/방어구의 강화 및 연성, 다양한 해금요소의 존재 또한 캐릭터 육성의 재미를 살려주고 있다. 강화와 연성은 캐릭터를 쉽고 간단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요소인데 역설적이게도 캐릭터 육성의 욕구를 더 강하게 자극한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성장 수준에 맞는 아이템 미보유, 아이템 상성(相性: あいしょう / 서로 맞지 아니함)에 의한 전투에서의 불리함, 이로 인한 사냥 및 성장 속도 저하 등의 문제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더 강하게 키울 필요성을 느끼게 하여 자연스레 아이템의 강화/연성을 시도하게 한다. 그러나 강화와 연성을 통해 사냥 및 성장 속도를 정상 궤도로 올려놓는다 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 성장이 지속되면 또다시 같은 문제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성장하는 만큼 더 강한 몬스터를 만나고 그에 따라 더 좋은 아이템이 있어야 하는 상황의 반복) 그러면 또다시 강화/연성을 시도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결국 [캐릭터 육성 - 문제 상황 - 강화/연성 - 캐릭터 육성 - 문제 상황 - 강화/연성 - …]의 끊임없는 순환이 발생하여 캐릭터 성장의 욕구가 커짐과 동시에 플레이어가 캐릭터 육성에 완전히 빠져드는 결과를 낳게 된다.

위장 - 좋은 아이템을 얻을 확률을 높이려면 위장을 확장시키는 위석이 필요하다

해금요소의 존재는 캐릭터 육성을 더욱 깊이 파고들게 한다. 다양한 해금요소가 존재하나 대표적으로 위석(아이템 임시 저장 공간인 ‘위'의 크기를 늘려주는 아이템)과 전술 토치카(다양한 면에서 활용 가능한 마법 소환물)가 캐릭터 육성과 가장 연관성이 크다. [마녀와 백기병 Revival]에서 아이템 획득은 사냥터에서 바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백기병의 위(stomach)에 임시로 저장한 뒤 거점으로 돌아갈 때 획득하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더 많은, 그리고 더 좋은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위의 공간을 반드시 확장해야 하며 위석의 습득은 필수불가결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위장이 가득 차 추가로 아이템을 보관하지 못하게 되면 사냥을 지속하기도 힘들어진다. (전설급 아이템이 나왔는데 위장에 공간이 없어 아이템을 얻지 못한 채 거점으로 돌아가야 하는 눈물겨운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나 위석은 상점에서 사거나 이벤트로 얻는 것이 아닌 비밀 상자에서만 습득할 수 있으므로 스테이지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비밀 상자를 찾아다녀야 한다. 비밀 상자를 찾는 과정에서 전투가 이루어지므로 캐릭터의 성장이 지속되고, 위석의 습득은 더 좋은 아이템을 얻는 것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또 한 번 캐릭터 육성에 도움을 주게 된다. 즉, 해금요소를 얻는 과정 자체가 캐릭터 육성과 연결이 되며, 해금요소 또한 캐릭터 육성에 큰 도움을 주게 된다는 의미다.

전술 토치카 - 사냥에 큰 도움을 주는 소환물이지만 해금요소로써 존재한다

전술 토치카도 마찬가지다. 전술 토치카는 핵 앤 슬래시 방식의 전투를 좀 더 전략적인 형태로 바꿔주기 때문에 색다른 재미를 부여한다. 그뿐만 아니라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며 이에 따라 캐릭터 육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종류의 전술 토치카를 보유하는 것이 좋다. 다만 전술 토치카는 게임 진행에 따라 자연스럽게 얻는 것들과 비밀 상자를 열거나 특수한 조건을 만족해 획득할 수 있는 것들이 나뉘어 있어 모든 전술 토치카를 모으기 위해서는 위석 못지않게 탐색이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진행 과정에서 자동으로 습득하는 전술 토치카의 유용함을 느끼게 되면 나머지 전술 토치카를 얻고자 하는 욕심은 자연스레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굉장히 길게 이야기했지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핵 앤 슬래시 방식의 RPG는 자칫 지루함을 유발할 수 있는 게임 구성이지만 다양한 방향으로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는 패싯(facet)의 존재, 캐릭터 육성 욕구를 은근하게 자극하는 강화/연성 시스템, 그리고 캐릭터 육성에 큰 도움을 주는 해금요소(위석, 전술 토치카 등)들을 통해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캐릭터 육성에 빠져들어 깊이 파고들어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캐릭터의 향연이지만 그와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캐릭터 육성의 재미를 충분히 끌어 올린 것은 사실이나 그것만으로 본작이 매력적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조금 부족하다. [마녀와 백기병 Revival]의 진정한 매력은 다름 아닌 작중 ‘이야기(story)’에 담겨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본작의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매력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요소 사이에서 발생하는 ‘괴리감'에서 나타난다. 앞서 언급하진 않았으나 Nippon Ichi Software의 제작방향 중 하나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을 주로 활용한다는 것인데 본작도 해당 특징이 그대로 적용되어 있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으며, 회사의 이름(Nippon=日本=일본)을 따라가듯 일본풍 그림체로 명랑한 분위기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플레이어의 기대와는 달리 충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며 눈에 보이는 캐릭터들의 외형과는 어울리지 않은 외설적이고 잔인한 내용이 많다.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이 내뱉는 충격적인 발언들은 불쾌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인물 간 대화에서 인격모독과 욕설, 비속어는 기본이며, 특정 상황에 대한 묘사는 매우 직설적이고 혐오스럽다. 비록 욕설은 묵음처리가 되어 있어 정확한 대사를 알아낼 방법은 없지만,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한 수준이기에 플레이어를 매우 당황스럽게 만든다. 게다가 상황 묘사의 경우 직설적이고 혐오스러운 표현으로 점철되어 있으면서도 우회적 표현을 적절히 활용하여 플레이어가 ‘기분 나쁜 상상'을 하게 만든다. 가령 다수의 몬스터가 마녀 한 명을 납치하는 상황에서 몬스터는 ‘달콤한 냄새가 난다’, ‘금단의 맛이다’라 말하고 마녀는 약간의 신음을 내며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지른다. 머릿속에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가? 답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누구든 굉장히 불쾌하고 기분 나쁜 상황이 떠오를 것이다. 이처럼 불쾌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표현, 입에 담기 힘든 욕설과 비속어들은 눈으로 보이는 것과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이미지 사이에 묘한 괴리감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이 괴리감은 게임에 대한 거부감보다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고 새로 등장하는 캐릭터의 진짜 모습이 무엇일지 호기심을 가지게 하여 게임을 지속하게 한다.

각각의 사건들이 따로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기승전결이 불분명하다

이야기의 전개 방식도 매우 독특하다. 대게 게임 속 이야기는 주인공의 목적성에 따라 전개되기 마련이다. 주인공에게는 목적이 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행동을 취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순차적으로 다루게 된다. 또한, 기승전결이 명확하여 하나의 큰 사건 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사건들은 ‘과정'으로써 존재하게 된다. 그러나 [마녀와 백기병]은 조금 다르다. 이야기 속에 여러 사건이 담겨 있지만 큰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과정'이라기 보다는 서로 관련성이 없는 별개의 사건처럼 느껴진다. 이전의 사건은 다음 사건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순서가 뒤바뀌더라도 위화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사건 사이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다. (단, 작중 전개 과정에서 특정 사건이 끝나고 새로운 사건이 일어남을 표현해 사건의 발생순서를 정리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목적은 분명하지만, 그 목적과 상관없는 사건들이 상당수 발생한다. 대부분 사건은 주인공이 목적 달성을 위해 행동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마주한 제삼자의 일이며 최소한의 관련성만을 가질 뿐이다. 이런 특징들은 각 사건이 파편화되어 있고 이야기가 다소 뜬금없이 전개된다는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완결성 있는 하나의 큰 사건보다는 주인공이 겪은 여러 가지 작은 사건들을 나열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좋게 말하면 다양한 내용의 단편극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관련성 없는 이야기의 산발적 배치라고 할 수 있다.

각각 동떨어진 사건들은 큰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배치된 장치로써 존재한다

그러나 따로 떨어지고 관련성이 없다고 생각했던 사건들은 [마녀와 백기병 Revival] 전체를 관통하는 거대한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 사전에 배치된 장치들이다. 작중 마지막 사건은 지금까지 겪어온 사건들을 바탕으로 풀어나가게 되며 주인공의 목적과 그 뒤에 숨겨져 있는 진실, 캐릭터 간의 관계 등 모든 것이 설명된다. 게다가 각 사건에는 수많은 복선이 담겨 있는데 마지막 이야기로 접어들면서 복선을 깔끔하게 회수하여 이야기의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사건들을 하나의 완결성 있는 이야기로 묶어주게 된다. (예를 들면 주인공 메타리카가 병에 걸려 치료제를 찾아다니는 사건이 있는데, 이 사건은 차후 [마녀와 백기병 Revival] 세계관의 구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시 말해 따로 떨어져 있어 알아볼 수 없는 퍼즐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하나의 큰 그림이 되는 전개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는 오랜 시간 동안 [마녀와 백기병]의 이야기를 지켜본 플레이어에게 강한 충격을 주며 지금까지 거쳐온 사건을 다시 곱씹어보게 된다. 이야기의 막바지에 들어서면서 지금까지 전개된 사건들을 돌아보는 과정은 각 사건에 담겨 있는 여러 가지 메시지(우정, 사랑, 책임감 등)를 읽어내고 사건 간 연결성을 이해해 결국 흩어진 퍼즐을 맞추어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하는듯한 강한 희열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긴 시간 동안 일어났던 많은 사건이 짜임새를 이루면서 하나의 큰 이야기로 완결되는 구조는 아주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기까지 한다.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요소가 없어 게임 지속을 위한 몰입 유도는 힘든 편이다

그러나 [마녀와 백기병 Revival]은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한다. 본작의 매력은 충분한 시간에 걸쳐 조금씩 드러나며 게임의 후반부에 가서 만개하게 된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게임의 지속을 위해 초반에 흥미를 끌고 몰입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하나 이러한 장치가 없다. 핵 앤 슬래쉬 방식의 RPG라는 고전적이고 반복적인 사냥을 강제하는 게임방식, 주인공의 목적과 관련 없는 사건에 휘말려 옆길로 새는듯한 느낌의 초반 이야기는 게임 지속을 위한 몰입을 유발하기에 다소 무리가 있으며,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연출이나 그래픽이 없기에 현세대 게임에 익숙한 플레이어들에게는 상대적으로 흥미를 느끼기 힘들다. 더욱이 3D 그래픽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모델링이 굉장히 투박하며 이야기 진행 중에 보이는 캐릭터의 움직임은 어색하기까지 하다. 물론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는 3D 모델링보다 캐릭터의 일러스트 및 표정변화를 주로 활용하지만 일러스트가 활용되지 않는 구간에서는 화면이 텅 비어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콘솔 게임을 만드는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래픽 활용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은 Nippon Ichi Software 가 받는 가장 큰 비판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충분히 흥미로운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중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엇보다 Nippon Ichi Software의 약점이라 불리는 부분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아쉬운 점이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즐겨야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마녀와 백기병 Revival]

[마녀와 백기병 Revival]은 Nippon Ichi Software 의 방향성에 잘 맞는 작품이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하는 수고로움이 존재하지만, 캐릭터 육성의 재미를 잘 살려놓았고 가면 갈수록 흥미로운 이야기는 긴 시간 동안 게임을 즐긴 플레이어를 충분히 만족하게 해준다. 게임 몰입을 유도하기 위한 시각적으로 인상적인 요소는 없다는 점은 분명히 아쉽지만 조금씩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는 [마녀와 백기병 Revival]이기에 게임을 끝낸 뒤의 여운이 매우 길다. 이 작품을 반드시 해보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분명 적지 않은 이들이 마녀 메타리카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보지 못한 채 게임을 끝마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긴 시간을 들인 만큼 오래가는 여운을 느끼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선택하기를 바란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못다한 이야기

- 주인공은 늪의 마녀 '메타리카'지만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것은 '백기병'이라는 점도 독특하다. 이는 단순히 주인공과 조작하는 캐릭터의 차이가 발생하는 게 아니라 마녀 메타리카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로 옆에서 바라보는 입장이 되는 것으로써 향후 전개될 스토리를 더 충격적이게 느끼게 한다. 또한 백기병의 선택에 따른 다중결말도 존재하는데, 플레이어가 메타리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결말이 정해진다고 볼 수 있다.

- 게임 내에서는 한없이 귀여운 백기병이지만 등장인물들의 설명에 따르면 살육을 즐기는 잔인하고 무자비한 사역마로 묘사된다. 작중 이야기를 따라가면 등장인물들의 설명이 맞기는 하나 플레이어의 눈에 보이는 백기병의 모습과는 다르므로 이 부분 또한 괴리감을 유발한다.

- BGM이 굉장히 좋다. 게임의 소재가 '마녀'인 만큼 작중 묘사되는 마녀의 성향에 알맞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은은하지만 장난스럽고, 가볍지만 신비한 느낌을 아주 잘 전달하고 있다. 물론 전투나 긴박한 상황에서의 긴장되는 분위기 형성도 빠짐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 Dual shock 4 의 스피커에서 백기병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러 상황에 따라 들을 수 있는 백기병의 다양한 목소리도 게임을 즐겁게 만들어 준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게임적 연출인지는 모르겠으나 스킬 이펙트가 동시에 많이 발생할 경우 프레임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의도한 것인지 프레임 드랍인지는 알 수 없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Sonic Heroes

장르 : 액션

제작사 : Sega

플랫폼 : PC, NGC, PS2, X-Box

발매년도 : 2004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Sega의 마스코트 캐릭터이자 대표작인 ‘Sonic the Hedgehog'는 2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꾸준히 작품을 내놓으면서 다양한 변화를 일궈 왔다. 작품의 수가 워낙 많다보니 구분을 위해 세대를 나누게 되는데, 메가드라이브(MD, Megadrive) 시기를 1세대(또는 클래식), 드림캐스트(DC, Dreamcast)를 포함한 6세대 콘솔 시기를 2세대, 그리고 Playstation 3 와 X-Box 360, Wii 의 7세대 콘솔 시기를 3세대(또는 모던) 라 부르고 있다. 이는 그래픽 변화와 콘솔의 세대교체에 의한 분류이기도 하지만 세대별 게임성의 차이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소닉 시리즈'라고 불리는 작품이라도 세대간 게임성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며 같은 세대 안에서도 각 작품별 고유한 특징이 드러나고 있다.

25주년을 맞이한 [Sonic the Hedgehog] - 정말 많은 변화를 보여주었다

작품별로 게임성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매번 새로운 요소를 도입해 진행방식, 스테이지 구성, 핵심 시스템 등에 변화를 주어왔기 때문이다. 다만 ‘하이스피드 액션'을 핵심으로 삼은 소닉 시리즈의 특성상 속도감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새로운 요소를 도입해야 했는데 안타깝게도 항상 그래왔던 것은 아니다. 새로운 요소들은 흥미롭고 신선했으나 간혹 속도감을 해치게 되어 소닉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결과를 낳았으며 이는 플레이어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되곤 했다. 이로 인해 오랜 세월동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Sonic the Hedgehog]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작품별로 평가가 극명하게 나뉘었을 뿐만 아니라 신작 발표가 나올 때마다 팬들의 기대보다는 불안과 걱정이 커지는 묘한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그렇다면 2004년 발매된 [Sonic Heroes]는 어떨까?

‘3인 1팀’ 과 ‘포메이션’ - 시리즈 중 유일하게 3명의 캐릭터를 조작한다

[Sonic Heroes]에서 가장 큰 변화는 기존의 1인 진행 방식에서 ‘3인 1팀’ 진행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기존 작품들은 한 명의 캐릭터만을 조작하여 게임을 진행했지만 본작은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유일하게 세 명의 캐릭터로 이루어진 하나의 팀(team)을 조작하며 진행하게 된다. (세명의 캐릭터 중 하나를 조작하고 나머지 두 캐릭터는 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형태) 그리고 팀으로 움직인다는 게임 내 특성을 살리기 위해 포메이션(진영, formation) 시스템을 도입, 진영을 갖춰 움직이게 되는데 팀의 리더(=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캐릭터)에 따라 포메이션이 달라진다. 포메이션은 스피드/플라이/파워 포메이션의 세 종류가 존재하며 각자 다른 특성과 기술을 가지고 있어 플레이어의 취향에 따른 선택이 가능하다. 물론 게임 진행 중에 팀의 리더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포메이션 교체도 자유롭다.

[Sonic Heroes]에서는 다양한 장르적 특성이 반영돼 게임 진행 방식이 다채롭다

재미있는 점은 포메이션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장르적 특성이 게임 내에 녹아있다는 것이다. 2세대 소닉이 시작된 이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함에 따라 각 캐릭터별로 서로 다른 게임 진행 방식을 부여해 다양한 장르를 게임 내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Sonic Heroes]에 접어들면서 다른 특징을 가진 캐릭터를 동시에 조작해야하다보니 여러 장르의 특성을 포메이션 시스템을 통해 묶은 것으로 보인다. 각 포메이션은 서로 다른 장르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는데, 스피드 포메이션은 빠른 가속능력을 바탕으로 한 기존의 소닉 시리즈와 동일한 특징을, 플라이 포메이션은 높은 도약력과 비행 능력을 활용한 플랫포머(platformer)의 특징을, 그리고 파워 포메이션은 다양한 공격 모션과 공격력을 바탕으로 액션/배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각 포메이션 별로 장르적 특징이 다른만큼 게임 방식에도 차이가 나타나므로 다채로운 게임 진행이 가능해진다.

변함없는 속도감 - 속도감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요소를 배치/활용하고 있다

‘3인 1팀'과 ‘포메이션’ 시스템을 통해 다채로운 게임 방식을 구축했다 하더라도 ‘속도감'을 상실했다면 소닉 시리즈로써는 실패한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Sonic Heroes]는 새로운 요소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속도감을 해치지 않고 충분히 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포메이션 시스템은 독특한 시스템이긴 하지만 사실 속도감을 해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유인 즉 ‘플라이 포메이션'과 ‘파워 포메이션'이 가진 게임 진행 방식 때문인데, 플랫포머에 초점이 맞춰진 플라이 포메이션은 복잡한 구조의 발판을 밟아가며 이동하기 때문에 빠르게 움직이기 어렵고, 액션/배틀에 초점이 맞춰진 파워 포메이션은 눈 앞의 적들과 싸워야 하기 때문에 제자리에 멈춰야 한다. 이에 따라 플라이 포메이션과 파워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빈도가 높을수록 속도감은 떨어지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스피드 포메이션의 가속 능력을 통해 속도가 느려진(또는 제자리에 멈춘) 상황에서도 짧은 시간 안에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어 나머지 두 포메이션에 의한 속도감 상실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충분한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스테이지 구성도 속도감 유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포메이션을 번갈아가며 사용해야하는 게임 방식에 따라 플랫포머/액션 구간이 스테이지 곳곳에 존재하는데, 해당 구간이 끝나는 지점에 가속 패달을 배치하여 상실된 속도를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그 뿐만 아니라 포메이션에 상관없이 속도를 낼 수 있는 그라인딩 액션(레일 형태의 구조물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가는 액션) 구간의 비중을 높이고, 기존에 존재하는 360’ 트랙이나 나선형 구조물과 그에 따른 시점 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충분한 속도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 물론 속도감을 살림과 동시에 플랫포머 구간과 액션/배틀 구간도 적절히 배치가 되어 있기 때문에 포메이션 및 장르적 특성 간의 균형적 분배도 성공적으로 일궈냈다.

다른 시리즈에 비해 이상하리만큼 낙사의 비중이 높은 [Sonic Heroes]

다양한 장르적 특성을 균형있게 녹여내면서 속도감을 유지해 독특한 게임 방식을 만들어낸 [Sonic Heroes]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낙사(落死)‘다. 어떤 게임이든 간에 낙사를 하게 되면 게임의 흐름이 끊기게 되는데, 빠른 속도를 유지하여 속도감 있는 게임 전개가 핵심인 소닉 시리즈는 낙사가 발생하는 순간 속도감을 상실해 게임의 흐름을 끊음과 더불어 몰입감을 해치게 된다. 그런데 [Sonic Heroes]는 이상하리만큼 낙사의 빈도가 높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속도감을 살리는 데 효과적인 그라인딩 액션이지만 그만큼 반작용도 생기게 되었다

낙사가 발생하는 요인은 몇 가지가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속도감을 살리기 위해 배치한 '그라인딩 액션’ 구간에서 낙사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 공중에 떠 있는 구조물을 타고 내려가는 그라인딩 액션의 특성상 낙사의 발생은 필연적이다. 게다가 게임 후반부로 들어설수록 그라인딩 액션 구간의 비중이 증가해 낙사 확률이 점차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여기까지는 게임의 난이도 증가와 속도감을 함께 잡았다고 바라볼수도 있다.) 그러나 그라인딩 액션이 이루어지는 구조물 자체의 특성이 아닌 다른 요인으로 낙사의 빈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이는 결코 좋게 바라볼 수 없는 [Sonic Heroes]의 치명적인 문제인데 원인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그라인딩 액션 중 레일을 옮기는 조작과 물리엔진이 불안정하다. 2~3개의 레일을 두고 그라인딩 액션이 이루어지는 구간은 함정을 피하거나 링을 모으기 위해 레일을 옮겨야 한다. 이를 위해 조작을 할 경우 캐릭터가 튕겨나가듯 움직이게 되는데 이때 튕겨나가는 경로에 레일이 있으면 정상적으로 레일을 옮길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레일이 없는 방향으로도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바깥쪽 레일에서 조작을 실수할 경우 레일이 없는 곳으로 튕겨나가 그대로 낙사하게 된다. 그 뿐만 아니라 낙사할 이유가 전혀 없는 바닥 위의 레일에서도 상당히 먼 거리를 튕겨나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기도 하며, 좌우로 레일이 정상적으로 배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옮겨타지 못해 낙사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부적절한 시점과 판정 오류 - 낙사의 빈도를 높이는 치명적인 문제점들이다

둘째, 연출에 의한 시점이 부적절하며 레일 착지시 간혹 오류가 발생한다. 게임 후반부에 들어서면 레일이 끝남과 동시에 다른 레일 위로 떨어지게 되는 연출이 잦은데, 이때 레일 위에 정확하게 올라타는 것이 쉽지 않다. 이유인 즉, 낙하 중에는 레일이 캐릭터의 아래 쪽에 있어 시점이 매우 불편해 캐릭터와 레일의 위치를 정확히 맞추기가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레일의 폭 자체가 굉장히 좁기 때문에 위치를 맞추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물론 게임에 숙련도가 생긴다면 레일을 정확히 옮겨탈 수 있으나 숙련도를 갖추기까지 겪게 되는 수십번(심하면 수백번)의 낙사로 인해 게임에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게 된다. 게다가 위치를 맞춘다 하더라도 게임 내에서 발생하는 오류들(가속이 적용되지 않아 수직으로 떨어져 레일을 옮겨탈 수 없게 되거나 제대로 올라탔음에도 미끄러져 떨어지는 경우)로 레일에 올라타지 못하고 낙사하는 경우도 존재해 플레이어의 실력과 상관없이 게임의 흐름이 끊기게 된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그라인딩 액션과 관련된 낙사 문제는 조작을 통해 오류의 빈도를 줄임으로써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한 수준이지만 그 외에는 조작으로도 해결이 불가능한 낙사 사례도 다수 있다. 평지라고 생각했던 곳에 턱이 존재해 멈추는 것 대신 옆으로 미끄러져 낙사하게 되는 '스테이지 구조'의 문제도 있으며, 호밍어택(Homming Attack)을 연계하여 건너가야하는 구간에서는 불안정한 호밍어택의 판정으로 인해 연계를 이어나가지 못하고 낙사하는 조작/시스템 상의 문제도 존재한다. 여기에 스프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포메이션 체인지 시 캐릭터가 모이면서 튕겨나가버리는 황당한 상황도 자주 발생하여 낙사의 빈도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독특한 게임성은 매우 흥미롭지만 지나치게 잦은 낙사는 난감하다

다양한 캐릭터를 특성에 맞게 적절히 활용하고, 포메이션 시스템을 도입해 여러 장르의 특성을 하나로 뭉쳐 독특한 게임성을 구축한 [Sonic Heroes]이지만 스테이지 구조와 불안정한 조작, 시스템상 오류로 인해 '조금은 아쉬운’ 게임이 되었다. 조작을 통해 낙사의 빈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은 게임의 난이도를 높였다고 좋게 설명해볼 수도 있겠으나 근본적으로 조작에 실수가 없었음에도 낙사가 발생하는 것은 결코 변호할 수 없는 분명한 문제점이다. 더욱이 낙사와 관련된 모든 문제들은 [Sonic Heroes] 이후에 발매되는 작품들에서 조작법과 시스템 구축을 통해 말끔하게 해결했다는 점에서 본작의 불안정함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독특한 게임성은 신선하게 다가와 정말 좋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해 정말 난감할 따름이다.

못다한 이야기

- 앞서 언급한 '오류'는 발생하는 구간이 어느 정도 정해져있어 게임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낙사할 확률은 현저히 줄어든다. 물론 모든 게임이 숙련자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며, 애초에 높은 난이도를 내세우는 소닉 시리즈가 아니기 때문에 의도치 않은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 팀별로 진행하는 것이긴 하나 비슷한 형태의 스테이지를 반복한다는 점에서 조금 아쉽다. 난이도의 차이나 스테이지 구조의 미묘한 차이는 존재하지만 어느 정도 진행하면 다소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가장 낮은 난이도에 해당되는 '팀 로즈'를 나중에 진행할 경우 게임이 너무 쉬워져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C / CD)

- 로딩이 엄청 길다. 또한 오래된 게임CD이다보니 간혹 실행이 안되는 경우가 있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Quantum Break

장르 : 액션, TPS

제작사 : Remedy Games

플랫폼 : X-Box One, PC (Windows 10)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8세대 콘솔 간의 경쟁 구도에서 X-Box One은 Playstation 4에 비해 여러 측면에서 성과가 뒤떨어진 상태였다. X-Box를 이끌어오던 [Halo] 시리즈의 최신작 [Halo 5]의 흥행 실패와 [Rise of Tomb Raider]의 기간독점이 생각보다 짧게 끝나버린 것으로 인해 X-Box One의 2015년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X-Box One 독점발매가 예정되어 있었던 [Quantum Break]는 X-Box의 분위기를 되살릴 기대작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Microsoft는 돌연 [Quantum Break]의 X-Box One 독점발매를 철회, Windows 10 공동발매를 선언하였고, 이는 ‘Microsoft가 콘솔 시장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라는 이야기가 돌 정도의 묘한 분위기가 형성됨과 동시에 게이머들의 불만을 사게 되었다. 그 뿐만 아니라 사전에 공개된 PC버전의 사양이 지나치게 높게 표기되어 한 차례 수정을 거쳐야 했고 역시나 게이머들의 질타를 받음으로써 발매 전부터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독점작 철회 논란은 일단 접어두고 게임의 완성도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X-Box One 과 Windows 10 공동발매는 Microsoft의 경영 전략의 일부이기 때문에 무작정 비판만 할 수는 없다. 게임의 멀티플랫폼 발매는 판매량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으며, 무엇보다 X-Box One과 Windows 10이 모두 Microsoft의 제품임을 생각해보면 결코 손해보는 장사를 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X-Box One을 구입한 게이머들의 불만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이같은 멀티플랫폼 전략이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으며 산발적으로 분산된 게임 플랫폼을 하나로 묶기 위한 방안일 수도 있다. 그리고 기억해야할 점은 Microsoft의 행보들로 인해 [Quantum Break]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게임의 완성도가 기대 이하여서 독점발매를 철회한 것이다 등)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게임의 재미와 완성도가 어느 정도 갖춰졌느냐?’가 게이머의 입장에서 가장 우선시해야하는 부분이며, 게임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기업들의 행보는 후순위에 두어야 한다. 자! Microsoft의 행보는 잠시 잊자. 우리가 생각해야할 것은 [Quantum Break]가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다.

홀드 프레임 - 시간의 뒤틀림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연출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Quantum Break]의 핵심소재는 ‘시간'이다. 트레일러(trailer, 예고편)에서 볼 수 있었던 주인공의 시간조작능력은 화려하고 신선했으며 훌륭한 연출을 통해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발매 이후 게임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연출들은 게이머의 시선을 완전히 사로잡았고 기대감을 채우기 충분하다. 작중 이야기는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시간이 붕괴되기 시작하여 세계 곳곳에서 시간이 뒤틀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시간의 뒤틀림을 표현하기 위해 슬로 모션(slow motion), 패스트 모션(fast motion), 홀드 프레임(hold frame, 프리즈 프레임) 등 시간과 관련된 영화적 연출을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서는 여러가지를 동시에 활용하여 독특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다양한 연출 기법은 플레이어의 눈을 즐겁게 만들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이든 간에 플레이어의 상상을 뛰어넘는 장면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하다. 건물이 무너져 내리다가 다시 복원이 되는 것이 반복되거나 차량이 충돌하여 폭발이 일어나는 순간 시간이 멈춰버리는 등이 그 예다. 물론 주인공도 시간을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날아오는 총알을 느리게 만들거나 짧은 거리를 매우 빠르게 이동하는 등 크고 작은 요소에서 시간 뒤틀림을 다양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급격한 분위기 전환과 감정변화를 일으켜 게임에 대한 몰입을 강하게 유발한다

재미있는 점이 있다면 이러한 연출들이 플레이어의 감정변화를 일으키고 분위기를 바꾸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건물이 무너지면서 위기에 처한 순간 시간이 역행하여 목숨을 구한 주인공을 보고 느끼는 안도감, 시간이 정지된 채로 적진 한 가운데를 지나치다가 갑자기 시간이 흘러 적에게 둘러쌓인 상황에 의한 놀라움과 긴장감을 등 순간적으로 큰 감정변화를 일으킨다. 게다가 위기상황이라고 생각했던 순간 모든 시간이 멈추어 극도의 고요함을 형성하거나 거꾸로 급작스러운 위기상황이 전개되어 긴박함을 만드는 등 예상치 못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분위기와 감정의 급격한 변화는 플레이어가 다채로운 기분을 느끼도록 해주며 몰입도를 향상시키기에 게임을 더욱 집중해서 즐길 수 있게 된다.

시간 조작 능력은 전투의 전략적인 요소로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시간을 조작하는 주인공의 능력이 전투의 전략적인 부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전투 역시 인상적이다. [Quantum Break]의 전투는 기본적으로 TPS의 형태를 지니고 있는데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간 조작 능력을 활용해야한다. 시간 조작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제외하면 주인공은 적에 비해 모든 면에서 불리하며 총알을 맞아도 잘 죽지않는 적과 달리 총알 두어발이면 쉽게 죽게된다. (애초에 가죽자켓을 입은 사람이 방탄복과 특수장비로 무장한 사람을 이길 수 있을리가 없다) 이처럼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시간 조작 능력을 반드시 사용해야하며, 이를 얼마나 전략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투의 판도가 달라진다. 다만 주인공의 능력은 재사용 대기시간(cooldown)이 존재해 마구잡이로 사용할 수 없으며, 시간 조작이 통하지 않는 적의 존재와 시간 조작 능력을 일시적으로 상실하게 되는 상황 등 여러 가지 제약도 함께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어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끊임없이 생각해야하며 각 기술들을 유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시간 조작 능력의 유기적인 활용은 연출 측면에서도 큰 효과를 내어 시각적인 즐거움도 충분히 부여하기에 전략과 연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가 있다.

사건의 순서와 이야기의 흐름이 서서히 정리되는 전개방식은 매우 매력적이다

다양한 연출/기법과 전투의 전략적 요소 등 인상적인 부분이 많은 [Quantum break]지만 본작에서 가장 주목해야하는 부분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이다. 대개 게임 내 이야기들은 기승전결(또는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단계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Quantum Break]는 작중 중심 사건의 결말을 미리 알려준 뒤 이야기를 시작한다. 작중 중심 사건은 ‘시간의 붕괴'이며 주인공에 의해 이미 사건이 해결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이는 작중 사건에 있어 결말보다 과정이 중요함을 은연 중에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그에 걸맞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여러 인물 간의 관계, 다양한 복선,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분기점 등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다. 무엇보다 초반에는 이해되지 않는 요소들이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실마리가 풀리고 그에 따라 앞뒤 순서가 맞아떨어지게 되는데, 마치 붕괴되고 뒤섞인 시간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듯 사건의 순서와 이야기의 흐름이 정리가 되어 개연성이 매우 훌륭하다. 더 나아가 사건에 대한 정리가 끝난 뒤 예상치 못하게 등장하는 열린 결말은 아직 [Quantum Break]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으며 후에 나올 이야기(후속작 또는 DLC)에 대한 기대감까지 형성한다.

에피소드 사이의 실사 영상은 분명히 훌륭하지만 칭찬만 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보아야 할 점이 있다면 ‘이야기 전개를 위해 실사 영상인 라이브 액션 쇼(Live Action Show)를 이만큼이나 쓸 필요가 있었나?’라는 것이다. [Quantum Break]의 이야기 전개 방법 중 하나인 ‘라이브 액션 쇼’는 각 에피소드가 종료된 뒤 20~25분 가량의 보여주는 실사 영상을 말한다. 이 영상은 게임 내 인물들의 실제 모델이 등장하여 촬영한 것으로 연기자들의 멋진 연기와 더불어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수준 높은 영상미를 보여주며, 주인공 외에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본작의 이야기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짧은 분량의 컷신을 활용하던 기존의 게임과는 달리 20분이 넘는 실사 영상을 전개 방식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스토리텔링(storytelling) 기법을 만들어냈다는 칭찬을 받을만 하다.

그러나 이 ‘라이브 액션 쇼’의 존재가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다. 훌륭한 영상임은 분명하지만 그 길이가 너무 길다는 점에서 ‘게임으로써’ [Quantum Break]에게는 독으로 작용한다. 우선 과도하게 긴 영상은 게임의 흐름을 방해한다. 게임을 하면서 몰입상태에 빠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며, 몰입에 빠진 뒤 몰입 상태를 얼마나 유지하느냐에 따라 게임을 지속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실사영상은 게임에 대한 몰입을 해칠만큼 그 길이가 너무 길어 게임의 지속성을 떨어뜨리며 흐름을 끊게 만든다. 더군다나 실사 영상의 내용은 주인공(잭 조이스)이 아닌 다른 인물의 이야기를 중심적으로 풀어나가고 있기에 이야기 흐름이 정리가 되지 않는 초반에는 다소 뜬금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져 몰입을 해치기도 한다. 게다가 과도하게 많거나 잦은 컷신으로 게임의 흐름이 끊긴다는 비판을 받은 기존 작품들이 많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20분이 넘는 실사 영상이 게임의 흐름과 몰입에 미치는 영향은 말할 것도 없다. 다음으로는 과도하게 많은 영상 분량으로 인해 오히려 게임 진행 분량이 작게 느껴지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실사 영상의 존재는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켜 주인공이 겪지 않는 주변인물들의 사건까지 풀어내기에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어주지만 이야기 전개에 있어 영상의 비중(시간적 비중이 아닌 내용적 비중)이 너무나 커져버려 상대적으로 게임 진행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의 비중은 작게 느껴진다. 이로 인해 플레이어가 직접 진행하는 게임에서의 이야기 전개가 매우 사소한 것으로 느껴짐과 동시에 게임 진행의 분량도 매우 적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영상을 포함한 게임 전체 분량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영상을 제외한 게임의 분량이 더욱 적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전체 분량은 10시간 내외 / 라이브 액션 쇼는 총 2~3시간)

호불호의 문제? 그러나 ‘게임’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본다면 답은 나와있다

실사 영상을 좋아하는 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라이브 액션 쇼에서 볼 수 있는 영상들은 게임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며 연기자들의 멋진 연기와 훌륭한 영상미를 통해 새로운 재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또한 플레이어가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라이브 액션 쇼의 영상은 더할 나위없이 멋지고 만족스러운 내용물이다. 그러나 모든 이들에게 ‘이것이 게임인가?’라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답은 나와있다. 적과 싸우며 퍼즐을 풀기 위해  컨트롤러를 잡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손을 움직이는 것이 게임을 하는 우리의 모습임을 생각해볼 때 20분 이상 컨트롤러를 손에서 놓고 있는 상황은 결코 게임이라고 할 수 없다. 

영상보다 게임 자체에 더 많은 투자를 했다면 어땟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인상적인 요소가 매우 많고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는 어떤 작품보다도 신선하다고 말할 수 있는 [Quantum Break]지만 공을 들여 높은 완성도를 갖춘 실사 영상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영상을 활용했다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다. 영상 자체의 수준은 매우 높고 영화나 드라마라고 생각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기에 이야기 전개를 위한 새로운 기법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과하다는 것이 문제다. 다소 짧은 게임의 분량을 더 짧게 느끼고, 주인공이 아닌 다른 인물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에 의아함이 들며, 게임을 잘 하다가 20분이 넘게 컨트롤러를 손에 놓아야 하는 상황이 심히 당혹스럽다. 우리는 게임을 하고 싶은 것이지 드라마를 보고 싶은 것이 아니다. 영상보다 게임 자체에 더 많은 투자를 했다면 정말 대단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몰려온다.

못다한 이야기

- 시간 조작 능력을 상황에 맞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판단력과 반응속도도 어느 정도 요구된다. 그러다보니 게임을 조작하는 재미도 준수한 편이다. 일반적인 TPS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

- 작중 시간 뒤틀림에 의한 시간의 구간 반복, 뒤틀림 등의 현상을 '스터터'라고 하는데, 일부 스터터 현상들은 게임의 맥을 빠지게하는 경우도 있다. 가령 다수의 적과 싸워야하는 상황에 처해 전투를 하려고 마음을 먹는 순간 시간이 정지해버려 전투는 고사하고 단순한 길 찾기가 진행되는 상황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구간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스터터에 의한 급격한 분위기 반전이 긍정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여 상당히 아쉽게 느껴진다.

- '라이브 액션 쇼'에 대한 또 다른 아쉬움은 영상에 집중을 하다보면 주인공(잭 조이스)이 곁다리가 되는 느낌이 든다. 실사 영상에서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극히 일부에서만 나타나며 나머지는 주인공 외 인물들이 채우기 때문에 주인공이 누구인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다만 게임의 주인공은 '잭 조이스', 영상의 주인공은 다른 인물로 설정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석해 볼 여지도 있어 무작정 별로라고 하기는 애매한 부분이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X-Box One)

- 약간의 프레임 드랍 현상이 일어났다. 초반에 일시적으로 일어났으나 이후에는 동일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 특정 구간에서 게임 진행이 막히는 상황이 발생했다. 적을 모두 제거했음에도 문이 열리지 않았고, 재실행하여 해당 구간을 다시 진행하니 정상적으로 진행이 되었다.

-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프리징에 의한 강제종료' 현상이 두 번 일어났다. 게임 진행 중 한번, 컷신 후반부에서 한번.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Momodora; Reverie under the Moonlight 

장르 : 액션, 플랫포머

제작자 : Bombservice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21세기에 들어 게임 산업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매년 더 나아진 기술력으로 무장한 게임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으며, 새로운 엔진 개발, 새로운 운영체제의 등장 등 게임 산업의 발전 속도는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다. 또한 거대 기업들이 게임 산업에 뛰어들거나 투자를 하고 있으며 체감할 수 없을만큼 많은 금액과 인원이 투입되면서 게임 제작의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재미있는 점이 있다면 게임 산업의 규모가 커지는 만큼 게임 제작 과정에 대한 정보 공개, 게임 엔진 제공, 제작툴의 무료 공개 및 상품화 등 게임 개발과 관련된 정보들이 대중들 사이로 상당 부분 스며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현상들은 게임 개발에 대한 대중들의 ‘접근성'을 높여주는 계기로 작용하게 되었다.

[Undertale]의 Toby Fox / [東方 Project]의 ZUN - 모두 1인 게임 제작자들이다

게임 개발에 대한 접근성 증가는 ‘1인 게임 제작'이 좀 더 수월해진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에야 1인 제작자들이 상당수 보이기 시작하지만 몇 년전만 하더라도 개인이 만든 게임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았다. 1인 제작 게임이 있다 하더라도 충분한 완성도를 갖춘 작품은 찾기 힘들었으며, 홍보나 유통 측면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상업적인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게임 개발에 대한 접근성 증가와 새로운 유통 플랫폼의 등장으로 이전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게임을 홍보하고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같은 게임 개발/유통 환경의 변화로 1인 제작자가 만든 게임이 대호평을 받으며 충분한 상업적 성과를 얻어가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1인 제작은 기업 단위의 게임 개발이 비해 재정/기술/인력 측면에서 부족할 수 밖에 없기에 좋은 작품을 만들기 쉽지 않다. 단 한번의 개발로 대단한 성과를 내기란 더욱 어려우며 충분한 기간 동안 준비를 해야함과 더불어 제작 과정에서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작품을 완성하기 위한 인내와 오랜 기간 동안 게임을 만들어 나가는 꾸준함이 필요하며 자신이 어떤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과 색깔이 필요할 것이다.

왼쪽부터 [Momodora] 1, 2, 3편 - 2010년부터 꾸준히 1인 제작을 해오고 있다

이런 점에서 [Momodora] 시리즈는 명확한 색깔과 방향성을 가지고 오랜 기간 동안의 시리즈 지속을 통해 점진적으로 완성도를 높여나가는 1인 제작 게임의 좋은 표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본 시리즈는 1인 게임 제작자 ‘rdein’이 만든 것으로 2010년 [Momodora 1]을 무료로 배포하며 시리즈의 시작을 알렸다. 그 후 2011년 [Momodora 2]를 다시 한번 무료로 공개, 그리고 2014년에 [Momodora 3]를 공식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하며 준수한 평가를 받아 성공적으로 데뷔했다.(2016년 4월 2일 기준 스팀에서 [Momodora 3]의 평가는 ‘매우 긍정적’) 무엇보다 모든 시리즈가 ‘귀여운 디자인의 액션 플랫포머’라는 컨셉을 유지하면서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게임이 개선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향후 새롭게 만들어질 후속작에 대해 기대를 걸기 충분했다.

[Momodora]의 네 번째 시리즈 - 그래픽/신체비율의 변화가 가장 눈에 띈다

그리고 2016년 [Momodora]의 네 번째 시리즈 [Momodora; Reverie under the Moonlight]가 발매되었다. 게임의 디자인과 일러스트 등 기존 컨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나 이전과 달리 많은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그래픽 측면에서 상당한 발전이 이루어졌는데 동일한 도트 그래픽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신체 비율이 완전히 달라졌으며 배경 묘사의 세세함이 더해졌다. 그러다보니 [Momodora]의 이전 시리즈를 즐겨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게 과연 동일한 작품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이며 뒤늦게 전작을 발견한 사람이라면 [Momodora; Reverie under the Moonlight]가 보여주는 장족의 발전에 놀라움을 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신체 비율의 변화에 따라 주인공의 모든 동작들이 구체적으로 표현되었으며 전투에서 볼 수 있는 동작(motion)들도 다양해져 액션 게임다운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더욱이 그래픽/표현의 개선은 자연스럽게 연출력의 강화로도 이어져 꽤나 완성도 높은 2D 도트 게임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까다로워진 전투 - 타이밍/패턴을 학습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조작을 요구한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전투가 까다로워졌다는 것이다. 전작들은 점프/공격/이동의 간단한 조작만으로 적의 공격을 회피하고 공격을 연타하는 형태의 단조로운 전투만이 진행됐으며 보스의 난이도가 높지 않아 쉽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반면 본작에 들어서면서 공격 동작이 다양해지고 공격 후 경직이 발생해 마구잡이로 공격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특히 플레이어가 연타를 빨리 할수록 더 많은 데미지를 줄 수 있었던 전작에 비해 각 공격 동작마다 약간의 시간지연이 발생하여 아무리 연타를 빨리한들 단위 시간 내에 줄 수 있는 데미지가 한정되어졌다. 게다가 공격 후 발생하는 경직으로 인해 적의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기에 새롭게 추가된 ‘회피/구르기’ 기능을 적절하게 섞어가며 공격과 방어에 모두 신경을 써가며 전투를 진행해야한다.

전투 방식이 달라진 만큼 보스들의 공격 패턴도 까다롭고 위력적으로 바뀌었다. 처음보는 공격 패턴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여 공략하기가 쉬웠던 전작의 보스들과는 달리 대부분의 공격 패턴이 예측하기 어려운 형태로 바뀌었고 피해량도 매우 높아졌다. 그러다보니 보스의 공격을 몇번 허용하다보면 라이프 포인트가 바닥을 드러내며 자칫 눈깜짝할 새에 죽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러한 이유로 보스의 공격 패턴과 공격할 타이밍을 충분히 학습해야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조작능력을 요구하게 되었다. 물론 ‘학습’하는 과정에서 보스의 공격을 허용하고 몇번씩 죽게 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훨씬 넓고 복잡해진 스테이지, 짜임새를 갖춘 퍼즐, 그리고 더 많아진 즉사 구간

액션/플랫포머라는 핵심은 변하지 않았지만 더 넓고 복잡해진 스테이지는 메트로배니아(metroidvania)의 색깔을 더욱 명확히 가지게 되었다. 전작도 메트로배니아 형식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스테이지의 구성이 그리 복잡하지 않고 퍼즐의 형태도 단순했기 때문에 일직선 구성을 가진 단순 플랫포머 게임에 가까웠다. 그러나 [Momodora; Reverie under the Moonlight]로 넘어오면서 스테이지가 훨씬 넓고 복잡해졌으며, 그 안에 담긴 퍼즐도 더 어렵게 바뀌었다. 게임 진행을 위해 스테이지 곳곳을 탐색하고 장치(또는 오브젝트)를 작동시켜 길을 만들고 다양한 퍼즐을 풀어야 한다. 또한 정교한 조작을 요구하는 발판(platform) 구성과 진행을 방해하는 몬스터의 교묘한 배치, 더 많아진 함정과 즉사 구간은 스테이지 구성을 더욱 짜임새 있게 만들어 게임의 난이도와 조작하는 재미를 한층 높이고 있다.

1인 제작이지만 점차 발전되어 가는 것이 보이기에 후속작도 충분히 기대가 된다

처음부터 대단한 성과를 낸 [Momodora] 시리즈는 아니지만 명확한 색깔과 방향성을 정해 꾸준히 게임 제작을 해왔고 [Momodora; Reverie under the Moonlight]에 이르러서는 급격히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며 충분한 완성도를 갖춘 게임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개발자 ‘rdein’이 얼마나 많은 상업적 성과를 내고자 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어떤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지 본작을 통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으며 앞으로도 [Momodora] 시리즈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꾸준함과 발전적인 모습이라면 언젠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무엇보다 이미 본작을 즐겨본 사람들의 대부분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기에 [Momodora]와 제작자 ‘rdein’의 전망은 더욱 밝다.

못다한 이야기

- [Momodora; Reverie under the Moonlight]부터는 사실 1인 제작이 아니라 팀 단위로 게임이 만들어졌다. 팀이름은 'Bomberservice'이며, 제작자 rdein 외에 3명이 포함되어 있다. 다만 디자인부터 프로그래밍까지 모든 부분을 rdein이 담당했으며 나머지 2명은 프로그래밍과 음악을 담당했기에 rdein의 비중이 큰 것은 분명하다. 게임의 색깔이 기존과 동일한 것도 그러한 이유때문이라 생각된다.

- 본작을 [Dark Soul] 시리즈에 비유하여 '2D 다크소울'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Dark Soul]의 느낌이 어느 정도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패턴을 학습해야하는 보스전이나 곳곳에 산재된 함정과 즉사 구간 등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특히 포션을 먹을 때 제스처가 [Dark Soul]의 그것과 거의 똑같다.

- 이번 작품을 낼 때의 목표가 '그래픽과 게임성의 개선'이라고 하는 데 이정도라면 목표는 충분히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Strider  Hiryu 

장르 : 액션, 플랫포머

제작사 : Double Helix Games, Capcom

플랫폼 : PS3, PS4, X-box 360, X-box One,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Strider Hiryu]는 1989년 Capcom의 아케이드 게임으로 처음 세상에 나타났다. 지금 보면 80년대 게임다운 그래픽과 단순하기 짝이 없는 구성을 가진 플랫포머(platform) 게임이지만 주인공 ‘히류(Hiryu)’의 움직임은 당대 게임들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게임 자체가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Devil May Cry]나 [Ninja Gaiden] 같은 후대 액션 게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1999년에 발매된 후속작 [Strider Hiryu 2]와 Capcom이 참여하는 여러 콜라보(Collaboration) 작품에 꾸준히 등장하며 존재감을 유지해왔다. 이는 히류의 흥행은 실패했을지라도 Capcom이라는 거대 게임개발사가 중요하게 여기는 캐릭터임을 알 수 있으며, 게이머들이 ‘언제든지 후속작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은근한 기대를 가지게 만들었다. 결국 이러한 기대가 희미해질 무렵인 2014년, 마지막 작품이 발매된지 15년 만에 리부트(Reboot)를 선언하며 [Strider Hiryu]가 다시금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989년 / 1999년 / 2014년 [Strider Hiryu] - 그래픽 발전과 함께 움직임도 개선되었다

[Strider Hiryu]는 시리즈 사이의 공백기간이 긴 만큼 시리즈별 차이가 분명히 드러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래픽의 변화'다. 그래픽의 변화는 단순히 세월이 지나 기술력의 발전에 의한 당연한 현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본작은 그래픽 변화/발전을 넘어 캐릭터 탄생 25년만에 히류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구현해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D로 만들어진 기존 시리즈는 당대 게임들에 비해서는 뛰어난 움직임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히류라는 캐릭터의 특성을 온전히 게임으로 구현하기는 부족했다. 또한 비슷한 시기 또는 후대의 콜라보 작품에 등장한 히류의 움직임과 비교가 되면서 더 큰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2014년 리부트를 통해 3D그래픽으로 탈바꿈했는데 기존 2D에서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히류의 움직임이 3D로 넘어오면서 완벽하게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이유로 기존작품보다 더 부드럽고 다양하게 움직이는 히류를 만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히류의 움직임이 다양해진 만큼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의 연출력이 강화, 부드러운 조작감을 구축해냈다.

메트로배니아 구성은 벽과 천장을 자유롭게 오고 가는 히류에게 매우 적합하다

리부트를 거치면서 변화한 점이 또 있다면 바로 ‘게임 구성'이다. 1989년과 1999년에 만들어진 [Strider Hiryu]는 아케이드용으로 개발된 게임이며 일직선 게임 구성을 취하고 있었다. 이는 아케이드 게임의 특성상 일정 시간 이상 게임을 연속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저장&불러오기(Save&Load)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리부트작은 가정용 게임으로 만들어진 만큼 더 많은 분량으로 게임을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리부트에서는 기존의 일직선 구성을 벗어나 미로 같은 공간을 탐색하고 퍼즐을 풀어가며 게임을 진행하는 메트로배니아(Metroidvania/던전탐색형 액션게임) 구성으로 바뀌었다.

일직선 구성에서 메트로배니아 구성으로의 변화는 1차적으로 단순한 스테이지 구성을 탈피하고 전반적인 게임 진행을 늘릴 뿐만 아니라 다양한 퍼즐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이러한 효과 외에도 히류가 가진 특성이 메트로배니아 구성과 시너지를 내어 더욱 복잡한 공간 구성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히류는 벽과 천장에서 붙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며 발판(platform)만이 아니라 히류를 중심으로 한 상하좌우의 모든 면(面)에서 활동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을 반영하여 스테이지 구성을 복잡하게 만들어내었고, 퍼즐과 적을 좀 더 자유롭고 다양하게 배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더욱이 적과 싸우고 퍼즐을 풀이하는 과정에서 바닥-벽-천장을 자유롭게 오가는 히류는 이번 리부트에서 구현된 움직임을 보여주기에도 매우 적절하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조작과 전략 측면에서 다양성을 살리고 연출도 강화한다

다양한 기술의 추가를 통해 전투와 조작의 다양성을 살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전작들은 점프/공격의 단순한 조작법과 일정시간 동안 효과가 지속되는 소모형 아이템을 활용하는 구성이었으나 이번 리부트에서는 기존의 아이템들을 모두 기술(Skills, 스킬)로 옮기고, 새로운 기술과 속성 무기를 추가했다. 이러한 이유로 달려가서/공격하는 것(Hit and Run)만 가능했던 전작에 비해 좀 더 다양한 형태로 공격이 가능해졌다. 또한 일부 스테이지 보스와 적들은 특정 기술을 활용해야 공략이 가능하게 만들어 기술 활용 정도를 일정 수준 이상 끌어올리고 전략적 요소도 부여하고 있다. 기술이 추가된 만큼 조작법이 늘어났으며 적군의 패턴도 어려워져 단순한 점프/공격이 아닌 적재적소에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정교한 조작까지 요구하게 되었다. 물론 다양한 기술의 추가를 통해 히류의 액션과 연출을 강화하고 있어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게임이 풍부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Hit and Run’의 비중이 큰 것은 변함이 없다

스테이지 구성의 변화, 개선된 그래픽을 통한 히류의 액션 및 연출 강화, 기술의 추가를 통한 전략적인 요소 등 게임이 전작에 비해 풍부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구간에서 기존의 ‘Hit and Run’ 전투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러다보니 게임내 다양한 변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전투방법에서 전작과의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적과 조우할 경우 무작정 달려가 제거하면 되고 보스들도 패턴이 까다로워졌기에 특정 기술을 활용하면 공략이 쉬워지지만 대부분 일반 공격만으로도 공략이 가능한 수준이다. 그 뿐만 아니라 게임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적들은 게임 초반부터 후반까지 비슷한 패턴을 가지기 때문에 동일한 전투방식은 더욱 반복될 수 밖에 없다.(중간보스 또는 상급병사 같은 특수한 적이 등장하더라도 특정 기술과 일반공격의 조합으로 간단하게 공략이 가능한 형태가 대부분이다) 
‘Hit and Run’ 전투방식이 보여주는 [적 발견 - 정면 접근 - 근접 공격] 패턴이 ‘암살자'로 설정된 히류와는 맞지 않는다는 점은 이전 시리즈부터 지적되어온 부분인데 개선은커녕 오히려 고착화되었다는 것도 문제다. 기존의 'Hit and Run’ 전투 방식은 유지하되, 적들의 특성을 다양화하여 뒤에서 공격을 해야하거나 시야에 발각되지 않고 암살을 해야하는 등 좀더 다양한 공격방식을 활용할 수 있게 구성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이러한 부분은 벽과 천정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히류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암살자'라는 컨셉을 살림과 더불어 진행 방식의 다양성을 부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더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존재하지만 본작이 아주 오래된 고전 게임이었다는 것과 아주 긴 공백기를 거친 뒤 만들어진 것, 그리고 기존 시리즈의 틀을 지나치게 해치지 않고 새롭게 구성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성공적인 리부트인 것은 분명하다. 기존에 구현이 불가능했던 히류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구현해냈고 다양한 기술의 추가, 완전히 달라진 게임 구성, 화려한 액션과 연출 등 보완된 점이 많다. 더욱이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충분한 개선을 통해 다시금 세상 밖에 나올 수 있게한 Capcom의 행보는 [Strider Hiryu] 시리즈가 언제든지 또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Capcom이 생각하는 히류의 모습이 이번 리부트에서도 모두 드러나지 않은 것일지 누가 알겠는가? 다음 시리즈가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더욱 화려한 모습으로 귀환할 것을 기대해 본다.

못다한 이야기

- 'Hit and Run' 전투가 고착화될 수 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체력공급에 있다. 체크포인트마다 체력을 모두 채워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스테이지 곳곳에 체력을 채워주는 아이템들이 많이 널려있다. 사실상 보스전을 제외하고는 체력이 부족할 일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나쁘지 않은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화려한 액션에 적당한 스피드, 그리고 충분한 조작감까지 플랫포머로써 이정도면 준수한 완성도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우리는 '완성도 높고 정말 재미있는' 게임을 바라기에 좋은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 그래픽은 나쁘지 않은 수준이나 일부 컷신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인물 텍스처는 '폴리곤'에 가까운 모양이라서 약간의 거부감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사실 스토리가 그리 중요한 게임은 아니라서 컷신이 아쉽더라도 별로 상관없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Undertale

장르 : RPG, 슈팅, 퍼즐

제작자 : Toby Fox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만약 당신이 [Undertale]을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리뷰 읽는 것을 그만두기를 바란다. 리뷰의 특성상 게임 속에 담긴 것을 언급할 수 밖에 없으며,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이 리뷰도 다르지 않다. 물론 스토리에 대한 언급 없이 이야기하는 것도 가능하기에 리뷰를 읽는 것 자체가 게임을 즐기는 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Undertale]은 다르다. 이 작품은 당신이 지금껏 보아왔던 게임과는 다른 것을 가지고 있다. 리뷰를 접하는 순간 당신은 이 작품을 온전히 즐길 수 없게 된다. 스토리를 언급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이 게임의 특징 하나하나가 당신의 감각을 자극하고 당신에게 충격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리뷰는 ‘어떤 특징’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당신이 ‘어떤 특징'에 대해 알게 되는 순간 [Undertale]이 전달하는 온전한 감동과 충격은 반감되어버릴 것이 분명하다. 물론 이 리뷰를 찾아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어떤 경로를 통해 본작에 대한 크고 작은 정보들을 얻었기 때문이리라. 그럼에도 나는 당신에게 권한다. 조금이라도 더 강렬한 감동과 전율을 느끼고 싶다면, 제작자 Toby Fox의 의도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싶다면 이 웹사이트를 종료하기 바란다.

선택의 가시성 - 선택의 갈림길에 다다르더라도 당신은 그것을 알 수 없다

당신은 본 리뷰를 계속 읽어 나가기를 ‘선택'했다. 그리고 본작에서 주목해야하는 것은 바로 당신의 ‘선택'에 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선택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지만 [Undertale]에서의 선택은 지금껏 게임에서 해왔던 선택과는 조금 다른 형태와 의미를 지닌다. 일반적으로 게임을 진행함에 있어서 당신에게 주어지는 ‘선택'이란 가시적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기존의 게임은 직접적으로 선택지를 제공하는 형태이며 당신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분명히 기억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향후 당신이 게임을 진행하는 전략이나 방법, 그리고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서 결정을 내리는 데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Undertale]에서 ‘선택'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게임은 당신에게 직접적으로 선택지를 보여주지 않는 대신 당신의 행동이 모두 선택으로 이어진다. 당신은 자신의 선택이 무엇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행동을 하게 되고 그것이 선택으로 직결된다. 그리고 그 선택이란 다음 두 가지 뿐이다.

싸우지 않고 친구가 될 것인가? 아니면 적으로 인식해 죽일 것인가?

선택의 과정 - 현재 상황에 대처하는 행동이 곧장 선택으로 이어진다

‘친구가 될 것이냐 죽일 것이냐'는 얼핏 단순해보일지 몰라도 그 선택의 과정은 당신을 매우 괴롭게 만든다. 여기서 말하는 과정이란 [Undertale]의 독특한 전투 방식을 말한다. 본작의 전투는 흔히 ‘탄막게임’이라고 불리는 슈팅게임과 ‘연애 시뮬레이션’이라고 불리는 시뮬레이션 게임의 형태가 결합되어 있다. 전투에 돌입하게 되면 괴물들은 당신에게 무수히 많은 탄을 쏘아대며 당신을 죽이려든다. 동시에 당신은 그 공격을 피하면서 괴물을 공격하거나 괴물에게 말을 걸고 특정 행동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탄막게임의 특성상 한번의 공격을 피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인간을 증오하는 괴물의 마음을 돌려 친구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당신이 괴물과 처음 마주쳤을 때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괴물의 공격을 여러 번에 걸쳐 받아내는 당신의 심리는 조금씩 변화하며 내면에 담긴 심정이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가장 솔직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나는 너와 친구가 되고 싶어! 너는 그저 한마리 괴물일 뿐이야!

선택의 책임 - 주인공의 행동과 선택은 온전히 당신의 것이다

결국 당신은 선택을 했다. 그러나 [Undertale]은 ‘게임'이기 때문에 그 선택은 당신의 것이 아니다. 선택을 한 것은 주인공이며, 그들과 친구가 된 것도 주인공, 그들을 죽인 것도 주인공이다. 그들과 친구가 된 행복은 주인공의 것이며, 그들을 죽인 죄책감 또한 주인공의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당신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행복해하거나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어째서일까?

본작의 등장인물들은 당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찰나에 당신에게 조금씩 말을 걸고 있었다. 이러한 증거는 게임 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어줍잖은 농담을 던질 때마다 주인공이 아닌 당신을 쳐다보거나 게임 시스템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등 말이다. 간혹 갑자기 게임을 꺼버리는 것까지… 무엇보다 주인공은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는다. 왜? 바로 작중 주인공이 당신이고 당신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당신과 작중 주인공은 서서히 하나가 되며, 당신이 느끼는 감정은 오롯이 주인공의 것이 된다. 더 나아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점차 당신의 감정이 이입되기 시작한다. 결국 주인공이 행하는 행동들은 당신의 행동이 된다.

그리고 주인공의 행동… 아니! 당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한다

선택의 결과 - 어떤 선택을 해왔느냐에 따라 앞으로 맞이할 이야기가 달라진다

당신의 선택에 따른 책임은 그에 걸맞는 결과로 나타난다. 당신은 모두와 친구가 될 수 있고, 모두를 죽일 수도 있다. 아니면 당신이 원하는 일부만 죽일 수도 있다. 그리고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Undertale]에서 맞이하게 될 당신의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지하세계의 괴물들도 당신을 바라보는 태도가 변한다. ‘자비'와 ‘친절'에 대해 노래하거나, '무자비'와 '잔혹함'에 대해 이야기 한다.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에 기뻐하거나 당신을 적으로 돌린 것에 대해 원망하고 후회할 수도 있다. 또는 당신을 지키고자 했던 마음을 포기하고 당신을 공격한다. 간혹 당신이 모르는 또 다른 당신을 언급하며 두려워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당신의 선택이 불러일으키는 결과이며 그에 따라 이야기도 조금씩 달라진다. 물론 끝맺음도 마찬가지다.

이 이야기는 당신의 선택이 모여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선택의 잔존 - 당신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지언정 그들은 당신을 기억하고 있다

이야기의 끝을 본 뒤 당신은 다시 게임을 진행하고자 게임을 리셋(reset)한다. 그런데 뭔가 다름을 발견한다. 원래 자리에 있어야할 괴물이 없다. 또 다른 괴물은 당신에게 '오랜 친구를 처음 본 듯한 느낌'이라고 말한다. 처음 게임을 진행했을 때와 달라진 점들이 게임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누군가는 당신이 이전에 선택했던 것들에 대해 기억을 한다는 듯 말을 한다. 그렇다. 당신의 선택은 사라지지 않고 [Undertale] 속에 남아 있다. 그들은 당신의 행동과 선택을 온전히 기억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당신에게 이를 표현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당신이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하길 바라기에…

[Undertale]은 선택에 따른 결과와 그 선택의 지속성이 게임성의 핵심이다

어렵게 이야기했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플레이어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 그리고 그 지속성이 게임의 핵심이라고 할 수있다. 선택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보니 선택지를 주어 고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또는 플레이어)이 처한 상황에 대처하는 행동 자체가 선택이 되도록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선택에 따른 다양한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다중결말(Multiple Ending)'을 제공하고 이전 결말에 따른 변화를 게임 곳곳에 배치해두어 단순히 다른 결말을 보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게임을 곱씹으며 진행하도록 만들고 있다. 여기에 플레이어에게 말을 거는 듯한 표현방식과 이를 통해 작중 주인공과 작외 플레이어의 일체화를 통해 강한 몰입을 유발한다는 것도 매우 인상적이다. (조금 어려운 말로 표현하자면 '제 4의 벽'을 허무는 과정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지면서 주인공의 선택은 플레이어의 것이, 플레이어의 감정은 주인공의 것이 되면서 더 깊은 감동과 충격을 받게 되어, 결국 [Undertale]에 담긴 더 많은 것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게임을 반복하게 된다.

게임을 끊임없이 파헤치게 만드는 수많은 '이스터에그'와 그 '의미’

선택에 따른 다양한 결말과 이전 결말에 따른 게임내 변화 외에도 수많은 이스터에그(Easter Egg)들이 존재한다. 이스터에그라 함은 프로그래머의 소소한 장난에 불과하지만, 게임내 요소들과 적절히 결합해 게임의 흥미를 돋우는 역할을 한다. 특히 [Undertale]은 다중결말로 인한 반복적 게임 진행이 필수인데 다양한 이스터에그의 존재는 다중결말 구성과 시너지를 일으켜 더욱 빛을 발한다. 회차를 반복할 때 마다 다른 선택을 해볼 수 있는 것과 그에 따라 달라지는 결말, 그리고 (이스터에그에 의해) 매번 새로운 요소를 발견하게 됨으로써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더라도 게임을 파헤치며 진행하는 재미를 부여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게임 내 요소들은 각자 어떤 '의미'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플레이어가 게임 내용을 스스로 해석해보게 만들어 게임 외적으로도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등장인물이나 테마곡의 이름이 가지는 의미와 유래, 각 등장인물들이 표현하고자 한 인물상 등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게임에 대해 생각해볼 요소가 많다. 이는 게임을 반복하여 곱씹고 파헤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이러한 의미를 담기 위해 제작자가 게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을 하여 세세한 설정을 구축해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게임이 제공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며 [Undertale]을 더욱 깊이 있게 즐기도록 만든다.

도트 그래픽 속에 담긴 정교한 짜임새는 우리에게 충격과 감동을 선사한다

[Undertale]이 겉보기에는 대단한 게임이 아닐지도 모른다. 시선을 끌만한 환상적인 그래픽이 있는 것도 아니며, 아주 방대한 이야기가 담긴 것도 아니다. 또한 많은 투자를 받아 제작되거나 거대한 유명 제작사에서 만든 것도 아니다. 그저 1인 제작자가 만든 '지하에 떨어진 아이가 바깥으로 나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나 왜 우리는 이 게임에 열광하는 것일까? 바로 게임 속에 일어난 일들이 모두 '당신이 야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친구가 된 것도 당신이 선택한 일이며, 모두를 죽인 것도 당신이 선택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단순한 이야기라 할지라도 우리는 울고 웃고 괴로워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감정들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되어 그들 역시 [Undertale]을 통해 또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고? 수많은 2차 창작물을 만들고 수십번에 걸쳐 반복적으로 게임을 즐겼다는 사례들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당신이 좋아하게 된 괴물이 하나라도 있지 않은가? 그 정도면 충분하다.

못다한 이야기

- [Undertale]의 파급효과는 멈추지 않고 쏟아지는 2차 창작물만 봐도 알 수 있다. 각 캐릭터별 팬아트 뿐만 아니라 게임OST Remix도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그 수준도 매우 높아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본작을 즐기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 다중결말을 제공하기는 하나 더 중요한 것은 엔딩에 따라 다른 엔딩에 대한 '힌트'를 준다는 것인데, 애초에 회차 반복이 필수인 게임임을 알 수 있다. 게임을 하면 할수록 더욱 빠져들게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Mad Max

장르 : 액션, TPS

제작사 :  Avalanche Studios

플랫폼 : PS4, X-box One,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Mad Max]는 조지 밀러(Goerge Miller) 감독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 시리즈다. 초대작 [Mad Max](1979)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시초라 불리는 작품으로 투자대비 최고의 성과를 거둔 영화로 평가 받았으며, 초기작의 흥행에 힘입어 [Mad Max 2](1981)와 [Mad Max 3](1985)도 변함없이 좋은 평가를 받으며 시리즈를 이어 갔다. 시리즈의 지속도 훌륭하지만 [Mad Max] 시리즈의 세계관은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대표적인 형태가 되어 만화 ‘북두의 권’, 영화 ‘워터 월드’ 등 수많은 시각예술작품에 영향을 미쳤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고전(Classic)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그 후 오랫동안 후속작이 없었던 [Mad Max] 시리즈는 감독의 복귀와 함께 후속작 촬영에 돌입, 헐리우드 제작자들의 파격적인 지원을 받아 30년만에 영화로 돌아왔다. 30년만의 후속작이지만 그간의 명성을 증명이라도 하듯 [Mad Max; Fury Road](2015)는 액션 영화 역사에서 손에 꼽을 만한 작품으로 대호평을 받으며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영화의 흥행을 예상이라도 한 듯 비슷한 시기에 동명의 게임 [Mad Max]가 발매되었다.

절륜의 완성도를 갖춘 [Middle Earth; Shadow of Mordor]도 비판을 받았다

영화를 게임으로 옮기는 것은 기존에 존재하는, 그리고 아주 잘 짜여진 소재와 세계관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마치 양날의 검과 같은 상반된 효과를 받게 된다. 우선 게임을 발매하기 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성공한 영화일수록 많은 사람이 해당 영화에 대해 알고 있고, 그에 따라 게이머 뿐만 아니라 영화팬들도 게임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홍보와 판매량 등 상업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사람들의 관심에 비례해 게임에 대한 기대치도 과도하게 높아지며 그만큼 비판에 노출되기 쉬운 부정적인 효과도 있다. 이런 경우 충분한 완성도를 갖추더라도 영화와 비교(특히 스토리와 관련해서 이러한 경향이 심하다)하여 평가절하 되거나 원작팬들의 (과하다 싶을 정도의)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조차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영화의 이름을 빌린 저급한 게임'이라는 비난과 함께 영화의 명성 뿐만 아니라 제작사의 값어치도 떨어지게 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Mad Max; Fury Road]는 액션영화계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그렇다면 게임 [Mad Max]는 영화의 명성에 걸맞게 만들어졌을까? 영화 [Mad Max; Fury Road]가 ‘액션 영화'로서 어마어마한 호평을 받은 것을 생각해볼 때, 게임 [Mad Max] 역시 ‘액션 게임'으로써의 완성도를 얼마나 갖췄는지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액션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주는 즐거움인 다양한 연출과 효과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그리고주 많은 비중을 차지할 수 밖에 없는 전투가 만족스러운 형태를 갖추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영화 속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차량'에 대해서 어떻게 구성을 했으며, 그것을 게임 속에 얼마나 잘 녹여내었는지도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만능도구 ‘매그넘 오푸스’ - [Mad Max]에서 차량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우선 [Mad Max]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차량'을 살펴보자. 장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기존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게임들에서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을 그리 크지 않다. 특히 액션 게임에서 차량의 역할은 먼거리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이동수단에 불과하며 전차/탱크/지게차 등의 특수한 차량이 아닌 이상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다. 그러나 [Mad Max]에서 차량은 단순히 이동수단에서 그치지 않고 영화에서 보여준 것처럼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작중 넓은 공간을 빠르게 탐색하고 이동할 수 있는 이동수단부터 시작해 다른 차량을 파괴하고 적을 쓰러뜨리는 무기, 막힌 길을 뚫고 사물의 배치를 옮기는 도구 등 주인공이 할 수 없는 수많은 역할을 차량이 대신 수행한다.

흥미로운 점은 차량이 이렇게 많은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차량이 가진 기능 때문만이 아니라 차량을 활용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게임 구성에 있다. 오픈월드형 공간을 빠르게 탐색하기 위해서 차량의 이동능력을 활용하고, (총알이 매우 귀한 세계관의 특성상) 적군 차량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차량을 충돌시켜야 하며, 거대한 문이나 구조물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차량에 연결된 작살총을 쓸 수 밖에 없다. 이처럼 게임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상황의 대부분이 차량을 활용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게 하여 차량을 만능도구의 위치까지 끌어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세계관에서 차지하는 차량의 비중과 가치를 게임구성 및 진행방법을 통해 성공적으로 구현해냈다고 볼 수 있다.

차량 전투는 [Mad Max]에서 가장 돋보이는 요소이며 게임성의 핵심이다

차량으로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요소는 ‘차량 전투'인데, 이는 단순히 차량이 수행하는 역할을 넘어 [Mad Max]에서만 즐길 수 있는 고유한 게임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Mad Max]의 차량 전투는 기본적으로 놀이공원의 범퍼카(Bumper Car; 전기로 작동되는 소형차량을 충돌하며 노는 놀이기구)와 동일한 형태로 적군 차량에 플레이어의 차량을 충돌시켜 파괴하는 방식이다. 다만 (범퍼카와 달리) 개방된 공간에서 전투가 진행되며 적군 차량도 끊임없이 움직이기에 공격을 적중시키려면 상당히 까다로운 조작을 요구하게 된다. 게다가 특정 상황에서는 장시간에 걸쳐 전투가 지속되거나 넓은 공간을 움직이는 추격전이 펼쳐지기에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그 뿐만 아니라 바퀴/범퍼를 뽑거나 운전자를 제거하여 차량을 무력화시키기, 작살총의 회수 반동을 이용한 강력한 일격, 그리고 차량을 옆으로 밀어 절벽으로 떨어뜨리는 등 전략적인 요소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전략적 요소들은 까다로운 차량 운행에 정교한 조작을 더하여 차량 전투의 전반적인 난이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자칫 지나치게 단순해 질 수 있는 전투 방식에 다양성을 부여하여 단조로움을 탈피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차량 전투는 ‘차량 vs 차량'이라는 독특한 전투 방식, 어려운 조작감, 장시간에 걸친 진행에 의한 긴장감, 지속적인 집중력의 요구, 단조로움을 탈피할 수 있는 전략적 요소들이 하나로 뭉쳐지면서 [Mad Max]만이 가질 수 있는 독자적인 전투형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맥스의 싸움은 마우스와 버튼 하나로 진행되지만 충분히 박진감이 넘친다

하지만 차량의 역할이 다양하고 비중이 크다고해서 차량을 주인공으로 내세울 수는 없다. [Mad Max]의 주인공은 엄연히 ‘맥스'이며 맥스가 보여주는 액션도 작품 내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차량vs차량(차량전투)이 아닌 사람vs사람(일반전투)의 전투 방식도 존재하는데 이야 말로 주인공 맥스의 액션을 만끽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일반 전투는 마우스 클릭과 버튼 하나만으로 이루어지는 (=‘Free Flow System'이라고 불리는) 아주 단순한 조작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조작법이 단순함에도 차량 전투 못지 않게 박진감 넘친다. 맥스의 다양한 공격 모션과 결정타를 날릴 때 화면이 느려지는 효과, 뼈가 부러지는 둔탁한 효과음 등은 액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중요한 점은 일반 전투가 단순히 맥스의 액션 요소만이 아니라 차량 전투와 대조적인 특징을 지님으로써 전투의 다양성과 균형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다소 어려운 조작과 신중한 움직임을 요구하는 ‘차량 전투'와 간단한 조작과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하는 ‘일반 전투'는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차량의 비중과 주인공 맥스의 존재감을 모두 잡아내었다. 물론 상반된 전투 방식을 통해 다양한 재미를 주고 있다는 점과 두 전투 방식을 게임 내에 균형있게 배치해 두었다는 점도 주요한 특징이다.

폭발에 대한 연출력은 기존 게임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우수한 수준이다

그리고 전투를 뒷받침 해주는 ‘연출'도 매우 우수한데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더라도 월등히 우수하며 시각과 청각 모두 충분히 만족 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다양한 요소에서 연출이 힘을 발휘하지만 특히 ‘폭발'과 관련한 연출은 굉장히 인상깊다. 폭발시 발생하는 화염에 집중하는 일반적인 폭발 연출과 달리 폭발하는 순간 화면이 일시적으로 붉은 빛이 감돌거나 명암이 짙어지는 등 색감의 변화를 주고 있다. 게다가 폭발의 규모와 폭발물의 종류에 따라 폭발의 형태가 다르다. 폭발에 의해 뿜어져 나오는 화염은 물론 마찰에 의해 발생하는 불똥과 불씨, 그리고 땅위로 번지는 불길까지 매우 다양한 연출을 보여준다.

그 뿐만 아니라 차량을 파괴하는 경우 차량 내에 폭발물(연료통, 기름 등) 보유 수준과 차량을 공격하는 방법에 따라 모두 다른 연출을 보여준다. 측면이나 정면에서 차량을 공격할 경우 차량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나지만, 후면에서 공격을 하거나 노출된 연료통을 직접 총으로 쏘는 경우에는 연료통이 폭발한 뒤 연쇄적으로 차량 내부가 폭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게다가 폭발이 일어나는 위치에 따라 차량이 뒤집히거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가 되어버리는 등 폭발에 의한 차량 파괴의 형태도 다양하여 폭발과 관련된 연출에는 여러 방면에 걸쳐 상당한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타격이나 폭발의 묵직함,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효과음은 연출에 힘을 보태준다

연출력이 빛을 발하는 곳은 폭발만이 아니다. 게임에서 들을 수 있는 여러 효과음(sound)도 중요한 연출요소로써 힘을 보태고 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고유한 특징인 황폐한 세계를 잘 느낄 수 있는 환경음은 작중 분위기 형성에 매우 탁월하다. 게다가 전투 중에 들을 수 있는 ‘타격음'은 본작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투의 연출을 극대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차량 전투 중 충돌이 일어나는 위치와 충돌 강도에 따라, 그리고 앞서 언급한 폭발 또한 세기와 규모에 따라 소리의 수준이 달라진다. 더욱이 일반전투에서 결정타를 날리는 경우 뼈가 부러지는 소리나 둔기에 맞을 때 나는 묵직한 소리는 전투상황을 더 극적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이 외에도 폭발이 일어나는 거리에 따라 소리가 크고 작게 들린다거나 차량이 가까워질수록 엔진 소리가 크게 들리는 등 오픈월드 구성을 가진 본작의 공간감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게 만든다는 점도 소리를 연출의 한 요소로써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컨텐츠의 배치가 다소 부적절하여 보조 임무에 대한 흥미가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액션 게임으로써 훌륭한 모습을 갖춘 [Mad Max]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그리고 그 약점이란 게임 내 ‘컨텐츠의 부실함'이다. [Mad Max]에서 플레이어가 활동하게 될 공간은 오픈월드(open world) 구성이며 그에 따라 플레이어에게 부여되는 자유도가 굉장히 높다. 플레이어의 높은 자유도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양질의 컨텐츠를 효과적으로 배치할 필요가 있는데 본작에서는 컨텐츠의 질적 문제와 배치의 문제가 모두 나타난다. 보조 임무의 대다수는 게임 내 서브컨텐츠(subcontent)과 관련된 임무들이 대부분으로 보조임무의 수행과 함께 서브컨텐츠의 존재를 플레이어가 알려주는 의도로 흔히 활용해왔다. 그러나 [Mad Max]에서는 해당 보조임무를 받을 시기에 임무의 내용과 관련된 시스템을 이미 학습하고 일부 컨텐츠를 소비한 이후이기 때문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예를 들어 ‘탑독 처지하기'라는 보조 임무를 받을 시기에 이미 탑독 캠프를 몇 군데나 점령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Mad Max]가 오픈월드 구성이기 때문에 메인 스토리만을 따라오지 않은 이상 왠만한 서브컨텐츠는 한번씩 접한 상태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보조임무에 대해 큰 흥미를 느끼기 힘들다. 게다가 서브컨텐츠와 관련이 없는 내용의 보조임무라 할지라도 본작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내용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보조임무의 전반적인 내용도 매우 아쉽게 다가온다.

넓은 공간을 가지고 있지만 컨텐츠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다양성이 부족하다

또한 여러 지역과 다양한 세력이 존재함에도 모든 지역이 동일한 컨텐츠로 점철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다. 주임무와 보조임무를 제외하면 즐길 만한 것들이 저격수/허수아비/지뢰 제거, 캠프 점령, 죽음의 경주, 호송대 추격 정도가 끝이다. 6개의 컨텐츠가 결코 적은 것은 아니지만 지역별 차이가 거의 없고 월드 전체에 걸쳐 동일한 형태를 지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신선함이 떨어진다. 특히 저격수/허수아비/지뢰 제거는 오브젝트(Object/사물) 제거 형식의 극도로 단순한 컨텐츠임에도 많은 반복이 필요해서 지루함을 유발하게 된다. 게다가 이야기(및 주임무) 진행을 위해 일정 수준이상 컨텐츠를 소비하도록 강제성을 부여한 것은 좋았으나 컨텐츠의 질이 좋은 편은 아니어서 오히려 게임을 진행하는 데 흥미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물론 영화와 완전히 다른 내용의 이야기와 그 과정에서 수행해야하는 주임무(Main Quest)는 잘 만들어졌기에 중심 이야기만을 따라가며 게임을 진행해도 되지만 이는 오픈월드 구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였음을 더욱 명확히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액션 게임으로써는 정말 대단한 [Mad Max]지만 전반적인 구성물은 너무 아쉽다

액션 영화로써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만큼 액션 게임으로써 충실한 완성도를 보여준 [Mad Max]지만 큰 그림에서 게임을 구성하는 데는 분명히 실패했다. 충분히 다양한 컨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놓았음에도 그 안에 담긴 내용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지루해진다. 전투와 연출을 통해 강렬한 충격과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지 언정 반복적으로 컨텐츠를 소비하는 것은 어느 누구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Mad Max]가 보여준 전투와 연출, 그리고 훌륭한 세계관은 더 많고 다양한 형태의 컨텐츠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며 그 컨텐츠들은 [Mad Max]의 전투와 연출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말이 길었지만 결론은 이거다. ‘액션 게임으로써는 성공이지만 오픈월드로써는 실패한, 그리고 영화의 명성을 따라가기에는 조금 부족한 작품’

못다한 이야기

- 액션 게임에 초점을 맞춰 서술하다보니 언급하지 못한 부분이지만 '차량 커스터마이징 시스템'도 재미있는 요소다. 고철을 모아 차량 업그레이드가 가능한데 자신의 취향대로 차량을 디자인하는 것은 물론 주력으로 활용하는 전투 방법을 강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죽음의 경주'에서 어떤 타입을 고르느냐에 따라 차량의 유불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차량 커스터마이징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 반복적이고 부실한 컨텐츠에 대해 좀 더 직접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스토리 진행과 차량 업그레이드를 위해서 조건에 맞는 '지역 위험도'를 낮춰야 하는데,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캠프를 점령하고, 호송대를 무력화하거나 지뢰/허수아비/저격수를 제가해야한다.그러다보니 업그레이드 수준이 높아질 수록 더 낮은 지역 위험도를 요구하기에 맵 구석구석에 위치한 오브젝트를 일일히 찾아다녀야 한다. 이렇게 되면 게임이 정말 지겹고 귀찮아 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 게임의 스토리는 영화와 완전히 별개다. 짧막한 액션 영화 한편 본다는 생각으로 본다면 크게 나쁘지 않다.

- 엔딩 이후 뜨는 메시지 중 하나가 '황무지는 이제 당신의 놀이터입니다' 인데, 이 메시지를 볼 때 컨텐츠의 산발적 배치는 다분히 의도적이며 모든 것을 유저에게 떠넘기고 있음을 추측해볼 수 있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Half-minute Hero; super mega neo climax ultimate boy 

장르 : RPG

제작사 :  Marvelous Entertainment

플랫폼 : PC, X-Box 360, PSP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게임을 만드는 데 있어서 ‘컨셉(Concept)‘은 매우 중요하다. 컨셉을 그저 겉으로 보이는 디자인 요소로만 생각할 수 있지만 컨셉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게임 전반에 걸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크고 작은 부분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게임 내 이야기나 세계관, 인물의 외형과 설정 등 작품의 바탕이 되는 요소를 만드는 일반적인 역할부터 게임의 진행 방법을 정하거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등 게임성을 구축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컨셉을 잘 잡는 것으로써 아주 뻔하거나 단조로운 게임을 굉장히 매력적인 게임으로 탈바꿈할 수 있으며, 일부는 특정 작품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특징으로 자리매김하는 경우도 있다. 선례로 Valve의 [Portal]이 '포탈'을 컨셉으로 하여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고, Shiro Games의 [Evoland]는 '그래픽 변화'를 컨셉으로 시리즈 고유의 특징을 구축해냈으며, Rovio Entertainment의 [Angry Bird]는 '화가 난 새'를 디자인의 핵심 컨셉으로 삼음으로써 그저그런 투석기 게임을 전세계적인 모바일 게임으로 만들어냈다. 이러한 이유로 컨셉은 게임의 구상과 개발, 완성, 그리고 흥행까지 모든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일 수 밖에 없다.

30초 후 세상이 멸망한다?! - 30초 동안 용사의 활약이 펼쳐진다

[Half-minute Hero; super mega neo climax ultimate boy](이하 ‘용사30′)의 컨셉은 ‘30초 안에 세상을 구하는 용사’다. 게임을 시작하면 파멸의 주문을 외운 마왕에 의해 30초 후 세상이 멸망하게 되어 30초가 지나기 전에 마왕을 무찌르고 파멸의 주문을 멈춰야 한다는 내용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30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세상을 구해야 한다는 컨셉은 다른 작품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인데, 컨셉을 중심으로 진행방식, 세부설정, 장르 등이 구축되어 [용사 30]만의 신선함을 가지고 있다.

[용사 30]의 용사는 우리가 기대하는 강인하고 멋진 모습의 용사와 조금 다르다

‘30초 안에 세상을 구하는 용사’라는 컨셉은 작중 주인공의 능력을 설정하는 단계부터 영향을 미친다. 30초 안에 세상을 구해야할 때 용사가 가져야하는 것은 무엇일까? 강한무기? 강한마법? 강한동료? 아니다. 30초 안에 마왕 앞으로 달려갈 ‘빠른 발’이다. 30초 안에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야하며 그에 가장 적합한 용사의 능력은 빨리 움직이는 능력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용사 30]의 용사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용사와 달리 그저 빨리 달릴줄 아는 평범한 인간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는 ‘30초 안에 세상을 구하는 용사’라는 작품의 컨셉에 아주 잘 들어 맞으며 다소 황당하게 느껴질법한 용사의 능력이 설득력있게 다가오고 있다.

30초는 너무나 짧아! - 짧은 시간 안에 시작하고 마칠 수 있는 돌진형 전투방식

하지만 아무리 발이 빨라도 마왕과 견줄 전투력을 갖추지 않는다면 용사로서는 불합격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왕과 싸워 이길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기르는 ‘성장과정’을 담아낼 필요가 있으며 이 또한 빠뜨리지 않고 담아내고 있다. 다만 그 과정이 조금 특이하다. [용사 30]의 전투 방식은 용사와 몬스터가 서로를 향해 돌진해 부딪히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특별한 조작을 요구하지 않고 그저 앞으로 전진하는 것만 반복하면 된다. 그리고 몬스터와의 전투를 일정 수준이상 반복하면 마왕보다 더 강해지는 단계에 도달하며 이 때는 마왕과 싸워서 이길 수 있게 된다. 어찌보면 정말 성의 없는 전투 시스템일 수 있지만 30초 안에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는(=컨셉에 알맞는 형태를 갖추기 위해서는) 이처럼 단순한 전투 방식이 가장 적합할 수 밖에 없다. 세상이 멸망하기까지 30초 밖에 남지 않았는데 마법을 배우고 무기를 제련할 시간이 있겠는가?

RPG처럼 보이지만 30초 안에 세상을 구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퍼즐에 가깝다

마왕을 무찌르기 위해 힘을 기르고 마왕과 싸워 승리를 맛보는 일련의 과정은 RPG 장르가 가진 특징이다. 이런 특징에 따르면 [용사 30]도 RPG에 속하며 실제 작품이 내걸고 있는 장르도 ‘초속 RPG’이다. 하지만 RPG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크기, 캐릭터 성장의 재미, 역할 분담 등의 특징이 [용사 30]에서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기에 본작을 RPG라고 단정짓기는 힘들다. 30초라는 시간은 힘을 기르고 마왕을 무찌르기에 충분한 시간이지만 30초 동안 무엇을/어떻게/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세상을 구하거나 세상이 멸망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을/어떻게/얼마나 해야하는지는 [용사 30]이 게이머에게 제공하는 문제이며 동시에 플레이어가 해결해야할 ‘퍼즐’처럼 다가오고 있다.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용사의 레벨을 일정 수준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마왕에게 가기 위한 지름길을 찾거나 동료를 구하고, 아이템을 얻어야 하는 등 해야할 일이 많다. 이 모든 일을 30초 안에 수행하기 위해서는 움직이는 동선을 정하고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힌트를 얻으며 게임을 진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작중 수십개의 에피소드마다 서로 다른 마왕이 존재하며 새로운 에피소드가 시작될때마다 레벨이 초기화되는데, 이는 에피소드별, 즉, 매 새로운 30초마다 마왕을 쓰러뜨릴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결국 레벨보다는 마왕을 쓰러뜨릴 방법을 30초안에 찾는 것이 본작의 핵심이며, 이를 생각해볼 때 [용사 30]이 표면적으로는 RPG를 내세우고 있지만 퍼즐 게임의 성향이 강하게 띄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수십명의 양산형 마왕, 그리고 돈을 밝히는 여신은 [용사 30]의 성향을 알 수 있다

스토리가 가볍거나 무거운 정도 역시 게임 컨셉에 맞춰 만들어 졌다. ‘30초 안에 세상을 구하는 용사’라는 컨셉은 신기하지만 황당하게 느껴질 수 있고, ‘발 빠른 용사’라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상 [용사 30]이 진지한 이야기를 전개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30초가 지나기 전에 마왕을 쓰려뜨려야 하는 상황에서 용사의 과거, 출생의 비밀, 능력의 기원 등을 다루기에는 분명히 무리가 있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어 (게임 진행이 아닌) 이야기 진행이 길어졌다면 30초라는 긴박한 시간이 주는 긴장감을 해치는 요소로 작용했을지도 모르며 ‘30초 안에 세상을 구하는 용사’라는 컨셉을 강조하는 데 실패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작중 이야기는 진지하게 진행하기보다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내용을 담아내어 짧은 시간 내에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이야기 전개 방식으로 에피소드(Episode; 일반적으로 주된 줄거리에 부수적인 작은 줄거리를 의미하거나, 또는 주된 줄거리와 크게 관계없이 삽입되어 있는 이야기를 의미) 형식을 선택하여 아주 짤막한 단편들이 반복되도록 구성, 충분한 분량을 확보하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물론 에피소드 형식의 짧은 이야기가 반복되지만 이를 모두 연결하면 ‘용사의 여정’이라는 하나의 큰 이야기가 완성되기 때문에 작품 전체의 이야기 흐름도 어느 정도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0초 안에 세상을 구하라?! - 엉뚱하지만 신선한 발상이 [용사 30]을 만들었다

‘30초 안에 세상을 구하는 용사’라는 컨셉을 시작으로 주인공의 능력, 게임 진행 방식, 작중 이야기 구성 등 많은 부분이 만들어졌고 [용사 30]이 탄생했다. 30초 안에 세상을 구하기에 가장 걸맞는 능력과 전투 방식, 그리고 제목만큼 짧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으니 모든 부분에서 통일성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물론 본작의 컨셉이 대단한 창의성을 가지거나 위대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재료는 아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하지 못한, 그러면서도 엉뚱하기까지한 생각이 매우 참신한 게임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훌륭한 그래픽? 아름다운 음악? 훌륭한 이야기? 다 좋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부족해도 독특한 컨셉 하나만으로도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용사 30]같은 참신함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며 게이머들은 이에 열광할 준비가 되어 있다.

못다한 이야기

- 원래 PSP 버전에서는 도트그래픽으로 구성되었으나 PC버전으로 넘어오면서 약간의 그래픽 변화가 생겼다. 개인적으로는 도트 그래픽이 더 마음에 든다.

30초 안에 세상을 구해야한다고 했지만 '시간의 여신'의 도움을 받아 시간은 되돌릴 수 있다. 시간을 돌리기 위해서는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하는데, 대다수의 에피소드가 레벨을 올리다보면 자연스럽게 돈이 모이기에 몇번이고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 이로 인해 30초라는 제한된 시간이 주는 긴장감은 조금 줄어드는 편이다. 물론 시간을 되돌려도 정말 빡빡하게 시간을 사용해야하는 에피소드도 존재한다.

- 초반에는 참신하지만 어느 정도 진행을 하다보면 '힌트 습득 - 서브 퀘스트 수행 - 레벨링 - 시간 돌리기 - 반복'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조금 식상해지는 구간도 있다. 퍼즐 요소를 좀 더 강화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 [용사 30]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마왕 30], [공주 30], [기사 30] 도 수록되어 있으며, 300초 동안 게임이 진행되는 [용사 300]과 번외편인 [용사 3]도 있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Sonic Generations

장르 : 액션, 플랫포머

제작사 :  SEGA

플랫폼 : PC, PS3, X-Box 360, NDS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20주년. 이 말이 가지는 의미의 크기는 매우 크다. 단순히 이 세상에 나온지 20년이 되었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20년 동안 우리와 함께 해왔으며 많은이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는 의미다. 2011년은 ‘고슴도치 소닉'이 이 세상에 나온지 스무번째 해였고 소닉에게는 매우 중요한 해였다. 그 당시 소닉 시리즈는 예전과 달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었고, 연이은 시리즈의 참패 이후 2010년 1세대 소닉으로의 회귀를 선언하며 발매한 [Sonic the Hedgehog 4]가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해 사실상 명성을 회복하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소닉 시리즈가 발매된 지 20년째가 되던 2011년, 시리즈 20주년 기념작인 [Sonic Generations]을 발표하여 무너져버린 소닉의 가치를 단번에 회복하게 되었다.

수 많은 소닉 시리즈가 나왔지만 성공한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 밖에 안된다

[Sonic Generations]가 나오기 전까지 소닉 시리즈가 장기간 침체를 겪었던 이유는 ‘소닉답지 못함'에 있었다. ‘고슴도치가 초음속으로 달리며 악당을 무찌른다'라는 컨셉은 서로 상반된 요소의 결합으로 탄생하였고 이로 인한 묘한 괴리감은 소닉이 흥행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이었다. 더욱이 빠른 움직임을 이용한 속도감있는 게임 전개는 소닉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무기이자 정체성이며 독창성이기도 했다. 하지만 도전적이었지만 속도감을 살리기 힘들었던 스테이지 구성, 컨셉과 어울리지 않는 게임 시스템 및 플레이 방식, 버그의 만연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속도감'이라는 핵심요소를 상실하게 되었고 결국 올드팬들도 고개를 돌리게 되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순간 가속이 가능하도록 조작법을 구성하여 속도감을 살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그러나 [Sonic Generations]는 ‘속도감'이라는 소닉의 핵심요소를 완벽하게 살리는 데 성공했다. 우선 ‘조작법'과 ‘스테이지'를 속도감을 살리는 데 적합하게 구성해냈다. 우선 ‘조작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소닉이라는 캐릭터의 특성상 소닉의 움직임이 빨라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게임 자체의 진행 속도가 빨라질 수 밖에 없으며 그만큼 플레이어의 반응 속도도 매우 빨라야 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작법이 최대한 간단해야하는데, 이를 하나의 버튼에 하나의 행동(1 button = 1 action)만을 분배하는 것으로 해결해냈다. 특히 버튼 하나로 부스트(Boost) 및 스핀 대쉬(Spin Dash)가 가능해진 점은 조작이 더욱 간편해졌을 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속도를 조절하는 데 있어서 더욱 용이해졌다. 더욱이 1세대 소닉(Classic Sonic)의 가속 방법이었던 스핀대쉬의 [아래 + 점프]의 조작법은 정확하게 입력을 하지 않을 경우 점프가 발동되어 불가피하게 조작을 반복해야했던 문제가 있었는데 이 부분을 완벽히 해결하여 더욱 깔끔한 게임 진행이 가능하게 되었다.

잘 짜여진 스테이지 구성은 속도감과 조작감을 모두 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잘 짜여진 스테이지 구성은 간단한 조작법과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소닉의 속도감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 소닉이 충분히 달릴 수 있을 정도로 길게 연결된 스테이지는 버튼 하나로 가속할 수 있는 조작법을 활용하기에 충분하며, 소닉이 달리는 것을 강제로 가로막거나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리고 단순히 길게만 연결된 형태가 아니라 같은 공간 내에서 최대한 긴 거리를 달릴 수 있도록 구성한 나선형 트랙(Track)이나 쳇바퀴형 구조물 등으로 달리는 거리를 늘리면서 연출효과까지 일으키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오랫동안 달릴 수 있도록 스테이지를 구성해 놓으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 조작이 요구되도록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이는 소닉의 속도감을 살리면서 앞서 언급한 [1 button = 1 action] 조작법을 충분히 활용하게 만들고 있다. 다양한 형태로 굴곡진 곡선 트랙(Track)으로 방향 조작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달리는 소닉을 넘어뜨릴 수 있는 턱([명사] 평평한 곳의 어느 한 부분이 갑자기 조금 높이 된 자리), 일정 수준 속도를 내어 뛰어넘어야 하는 낙사 구간, 시시각각 움직이는 발판(platform), 그리고 특정 구간에서 수행해야하는 버튼액션까지 단조로움을 탈피하고 조작하는 재미를 충분히 줄 수 있는 형태를 갖추고 있다. 물론 조작에 실수가 발생하여 속도가 줄어들거나 멈추게 되었다 하더라도 스테이지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가속페달, 스프링, 점프대, 서클링(Circle Ring) 등의 순간적으로 가속할 수 있는 구조물(object)들을 활용해 빠른 시간 안에 가속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있다. 물론 충분한 가속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구조물을 연속적으로 활용한다면 더욱 속도감있는 게임 진행이 가능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으며, 이를 통해 속도감과 조작하는 재미를 모두 잡아내고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점은 연출력과 조작의 다양성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속도감을 살려낸 ‘조작법’과 ‘스테이지 구성’도 훌륭하지만 이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것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점’에 있다. 기존 소닉 시리즈의 시점은 대부분 한 종류의 고정된 시점이며 소닉의 빠른 움직임만큼 주변 사물이 빠르게 화면에 지나가는 연출을 통해 속도감을 살려냈다. 하지만 이러한 연출방법은 굉장히 고전적일 뿐만 아니라 2D가 아닌 3D로 만들어진 작품에서 적용하기에는 다소 뻔하고 지루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Sonic Generations]는 가장 기본적인 측면시점(Side View), 정면시점(Front View), 상면시점(Top View) 을 모두 활용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시야의 범위를 넓히고 줄이거나(Zoom In & Out), 카메라를 회전(Camera Rotation)시키거나, 수직으로 위나 아래를 바라보는 시점을 사용하는 등 다양하게 시점을 바꾸어가며 게임을 진행하도록 만들었다. 시점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효과는 소닉이 가진 속도감을 살려내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액션을 보여주는 스테이지 구성을 돋보이게 해주어 연출력을 극대화 하고 있다.

또한 시점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조작의 변화로 이루어지면서 조작의 다양성을 일궈내고 있다. 정면시점(Front View)의 경우에는 상하좌우(↑↓←→)/360′ 모든 방향을 조작에 활용해야하는 반면, 측면시점(Side View)은 좌우(←→)방향만 조작에 활용하면 된다. 또한 일부 구간에서는 시점의 변화 전후로 좌우(←→)와 상하(↑↓) 조작을 유연하게 변화시켜 단조로움을 해소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시점 변화에 의한 조작의 다양성’은 앞서 언급한 ‘조작감을 느낄만한 스테이지 구성’에도 적용이 가능하여 스테이지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 수 있었고 동시에 조작하는 재미를 확보하는 역할을 하게 되어 ‘시점 및 조작 변화’와 ‘스테이지 구성’은 상호간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모던 소닉(좌)과 클래식 소닉(우) - 서로 다른 장르적 특성으로 차이를 만들어냈다

재미있는 점이 있다면 [Sonic Generations]에는 클래식 소닉(Classic Sonic/1세대)과 모던 소닉(Modern/3세대)을 모두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토리의 핵심 소재가 ‘시간 붕괴’이며, 서로 다른 세대의 소닉이 만난다는 컨셉으로 게임을 만들었기에 클래식 소닉과 모던 소닉을 동시에 등장시켜야 했다. 문제가 있다면 둘 다 ‘소닉’이면서 동시에 서로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소닉이기에 외형에 차이가 있어야하는 것은 물론 게임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모던 소닉과 클래식 소닉에게 서로 다른 장르의 색깔을 부여함으로써 완전히 다른 느낌의 게임으로 구성했는데, 이러한 해결방안은 본작의 게임성을 풍부하게 해주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클래식 소닉의 경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메가드라이브 시절의 [Sonic the Hedgehog]와 동일하며 플랫포머 장르의 색깔이 강해 좌우 움직임과 점프 정도의 간단한 조작만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반면 모던 소닉은 레이싱 장르의 색깔이 강하며 그에 따라 전방시점이 주를 이루고, 코너링을 해야하거나, 유동적인 속도조절을 요구하게 된다. 또한 액션 요소도 가미하여 슬라이딩을 하거나 공중제비를 도는 등 추가적인 조작을 요구, 더 다양한 버튼을 활용하게 하여 더욱 높은 수준의 조작을 필요로 하게 된다. 결국 모던 소닉과 클래식 소닉의 차이를 장르 색깔을 다르게 부여하여 명확히 만들어냈으며, 하나의 작품 속에 여러 장르를 아우르고 플레이어에게는 선택폭을 넓혀주게 되었다.

기존 스테이지 차용은 ‘시간 붕괴’라는 컨셉과 ‘20주년 기념’에 알맞은 선택이다

스테이지의 경우 모두 [Sonic Generations] 이전의 시리즈에서 나온 스테이지를 차용한 것인데, 스테이지 재활용의 문제를 지적받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적합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본작의 핵심 소재인 ‘시간 붕괴’는 소닉 세계의 모든 시간과 공간을 뒤섞는 것이기 때문에 1~3세대의 스테이지가 한 곳으로 모이는 것이 충분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게다가 스테이지를 차용한 수준은 기존 스테이지의 컨셉을 그대로 사용한 정도이며, 전작들의 스테이지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를 가질 뿐만 아니라 모던 소닉이냐 클래식 소닉이냐에 따라서도 확연히 다른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스테이지를 차용했다 하더라도 [Sonic Generations]만의 완전히 새로운 스테이지라 볼 수 있으며, 기존 작품의 스테이지와는 분명히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소닉의 20주년을 기념하는 [Sonic Generations]이기에 기존 스테이지의 차용은 지난 20년을 한번에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과거의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하므로 매우 알맞은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수십여가지의 다양한 챌린지 모드는 더 많고 더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스테이지 활용은 ‘챌린지 모드’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챌린지 모드의 존재는 플레이어에게 더 많은 즐거움을 주고 있다. 스테이지 컨셉은 같지만 구성은 완전히 다르며, 각 모드별로 달성해야할 목표가 정해져있다. 그리고 각 목표들은 [Sonic Generations]가 보여준 요소들을 따로따로 분리하여 그 특징을 극대화한 것들이라고 볼 수 있다. 링 모으기, 추격전, 타임어택, 노링 러닝(No-ring Running) 등이 대표적인 형태이며, 도플갱어 레이싱, 차오 구출, 라이벌 배틀 등 기존 스테이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챌린지 모드도 존재한다. 중요한 점은 챌린지 모드를 메인 스테이지와는 관계가 없는 보조 컨텐츠로 배치한 것이 아니라 게임 진행을 위해 일정 수준 이상 수행하도록 만들어 둠으로써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가 챌린지 모드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목표들을 달성할 수 있게 하여 작품 내 컨텐츠를 충분히 즐길 수 있게 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소닉은 계속해서 달려왔고 앞으로도 달려갈 길이 많다

속도감, 조작감, 화려한 연출, 장르의 구분과 조화, 지난 20년을 되돌아볼 수 있는 게임구성 등 [Sonic Generations]는 소닉 시리즈 중 가장 뛰어난 작품임에 틀림없다. 본작 하나만으로 소닉의 모든 세대를 포괄할 수 있으며, 본작 하나만으로 소닉이라는 게임의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본작 하나만으로 소닉이라는 캐릭터의 정체성에 대해 알 수 있다. 이는 단순히 20주년 기념작으로만 보기에는 너무나 잘 만들어졌다. 20주년 그 이상의 가치, 20년간 이어져온 소닉 시리즈의 완전판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긴 세월 동안 굴곡진 길을 달려왔지만 소닉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왔고, 어떤 길이 펼쳐질지는 알 수 없지만 앞으로도 달려갈 길이 많다. 달리는 모습이야 말로 가장 소닉다운 소닉인 만큼 오래도록 우리와 함께 달려주기를 바란다.

못다한 이야기

- 본문에서 그래픽/사운드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매우 훌륭하다. 깔끔한 3D 그래픽은 화면이 빠르게 지나가고 소닉이 빠르게 움직임에도 어색함이 없다. 클래식 소닉의 경우 고전적인 게임 구성함에도 3D 그래픽을 충분히 활용하여 촌스러움을 날리고 연출력을 보강하고 있다. 사운드 중 BGM의 경우 기존 스테이지의 배경음을 모두 리메이크하여 추억에 잠기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주고 있다.

- 각 스테이지별로 갈림길이 존재한다. 여러 가지 갈림길을 찾아가며 게임을 진행하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으며 이로 인해 반복 플레이를 해도 지루함이 전혀 없다. 무엇보다 스킬을 얻기 위해서는 스테이지 별로 5개씩 존재하는 레드토큰을 모아야하는 데 이를 모두 모으기 위해서는 반복 플레이를 통해 모든 갈림길을 한번씩은 지나야 한다.

- 소닉 외에 다른 캐릭터를 조작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오히려 소닉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본다. 덕분에 소닉의 움직임만을 고려하여 스테이지 구성으로 속도감을 더 잘 살릴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