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Nier Automata (니어 오토마타)

장르 : 액션, 슈팅

제작사 :  Platinum Games, Square Enix

플랫폼 : PC, Playstation 4

발매년도 : 2017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평가를 진행하면서 점수는 ‘얼마나 좋은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에 유용한 도구다. 숫자만 읽을 줄 안다면 점수가 높을수록 훌륭하며 점수가 낮을수록 훌륭하지 못하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좋고 나쁨을 여러 관점에서 길고 복잡하게 다룬 평가문을 읽지 않아도 되는 편의성을 제공하며, 둘 이상의 대상을 비교하기 위한 지표가 되는 건 물론 상품 소비를 위한 자료로 사용할 수 있기까지 하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점수에 주목하는 건 당연하며 대상이 몇 점을 받았는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양대 평점 사이트에서 88점과 89점을 받은 건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는 의미!

자! 그러면 오늘 이야기할 [Nier : Automata]의 점수부터 확인하자. 메타크리틱 스코어 88점. 오픈크리틱 스코어 89점. 아주 훌륭한 점수다. 전작들이 60점 전후의 점수를 받아온 걸 고려하면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고 봐야 할 거다. 그리고 점수가 훌쩍 뛰었으니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으며, 이는 많은 게이머의 관심과 구매로 이어지리라 예상되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그리고 필자도 예상외의 호평에, 관심과 기대가 생긴 수많은 유저 중 한 명이다.

기대가 너무 크기도 했지만 작품 자체에 약점도 절대 적지 않아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게임을 끝낸 지금, 필자는 차마 80점대 후반의 점수에 동의하지 못하겠다.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웹진과 평론가들이 내린 점수가 의심되기 시작했고, 게임을 완전히 끝낸 뒤에도 이 의심이 순간적인 착각이 아님을 확신했다. 왜냐하면, 훌륭한 점도 많이 있으나 그 훌륭함을 만끽하는 걸 방해하는 문제점이 더 많았기 때문에! 그래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본작은 ‘아주 훌륭한’ 게임이라고 말하기에는 분명히 무리가 있다. 행여 [Nier : Automata]를 만족스럽게 즐긴 뒤 이 글을 보러온 사람이 있다면, 정말 미안하지만 더는 글을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본작은 당신이 생각한 것만큼 필자에게는 만족스럽지 않았고 그 이유를 안다면 당신과 나는 분명히 싸울 것이리라. 어쩌면 9S와 A2의 관계처럼 될지도? 어쨌든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니 먼저 나와 함께 게임을 이끌어온 포드 128을 통해 메시지를 전한다.

경고 : 대상의 부정적 에너지 흐름이 감지됨
권장 : 대상과 접촉시 감정을 배제하기 바람




<시점과 연출과 불편함의 상관관계>

문제점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에 인정할 부분이 있다면, [Nier : Automata]의 연출은 참신한 것들로 가득하며 멋지고 인상적이라는 점이다. 여러 장르가 혼합된 작품인 만큼 탑뷰-사이드뷰-3인칭 을 자유롭게 오가며 보여주는 서로 다른 형태의 화면 구성을 시작으로, 보편적인 틀에서 벗어난 카메라 각도와 이를 통한 시점 변화, 인터페이스를 이용한 게임 내 상황 표현, 해킹 과정 묘사 등 다양한 연출을 보여 준다.

버그 아니다! - 인터페이스 및 화면 변화를 이용한 연출은 정말 참신하고 멋지다

그중에서도 게임 내 상황에 따른 인터페이스 및 화면 변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감탄을 불러일으키는데, 본작의 연출 중 독보적인 요소다. 주인공이 로봇(안드로이드)이라는 점에 착안해, 체력이 낮아질 경우 컴퓨터에 오류가 발생한 듯이 인터페이스의 글자가 뒤죽박죽 섞이며 알아보기 힘들게 바뀌며, 특정 상태 이상에 빠질 경우 화면이 도트그래픽으로 바뀌어 버리는 등 연출을 통해 주인공의 상태를 플레이어가 체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인터페이스는 작중 주인공이 아닌 게이머와 연결된 요소이기에 게임 내 상황에 따른 인터페이스의 변화는 어느 정도 불편함을 줄 수 있으나, 주인공과 게임 내 상황에 플레이어를 대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연출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보편적인 형태를 벗어난 카메라 각도와 시점을 활용하지만 적잖게 불편하다

하지만 인터페이스 관련 연출을 제외하고는 상당 부분 게임을 진행하는 데는 적잖은 불편함을 느끼게 하여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연출에 의한 불편함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비행 슈팅 구간. 앞서 ‘보편적인 틀에서 벗어난’ 카메라와 시점을 이야기했는데, 전형적인 탑뷰(수직으로 위-아래로 바라보는 시점)와 사이드뷰(수평으로 옆에서 바라보는 시점)에서 약간의 각도를 주고 있다. 이는 공간감을 형성해 게임 내 상황을 조금 더 사실적으로 보이게 한다는 장점은 있으나, 오로지 ‘카메라 각도’ 바뀌기 때문에 조작과 공격/이동 방향에 약간의 괴리감이 생기고 직관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플레이어의 의도와는 다르게 움직이기도 하고 분명히 공격을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피하지 못하는 등 자잘한 문제 상황이 연이어 나타난다. 이 외에도 플레이어가 이동할 수 있는 영역 밖에서 적군이 배치되어 일방적으로 공격을 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거나 배경에 위치한 함선이 공격하는 게 데미지 판정을 가진 진짜 공격인지 연출인지 구분하기 힘든 등 여러 문제가 혼재해 있다.

횡스크롤 장르 특유의 사이드뷰를 유지하기 위해 모서리에서 시점이 회전한다

사이드 스크롤 액션 구간에서도 카메라와 시점에서 같은 문제가 있다. 사이드 스크롤 구간은 기존에 사용되어 오던 시점과 똑같으나, 시점 회전이 너무 느리며 과도한 줌 아웃을 했다는 문제가 있다. 대게 사이드 스크롤 형태의 게임은 시점이 고정된 경우가 대다수이나 [Nier : Automata]는 2D가 아닌 3D 공간에서 ‘시점만’ 사이드 스크롤의 형태를 따른 것이기에 벽면을 따라가며 시점이 회전한다. (예를 들어, ㄷ자 형태의 공간을 움직이면 시점이 모서리 부분을 지날 때 그다음 벽을 바라보도록 회전한다) 이는 사이드 스크롤 구간에서도 공간감을 형성하려는 의도이며 실제로 입체적인 공간을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기에 시점 회전의 의도는 분명히 알 수 있다.

분명히 왼쪽으로 움직이도록 조작했는데 엉뚱한 곳에서 캐릭터가 아등바등한다

하지만 시점 회전이 생각보다 느려 조작과 게임 진행에 있어 불편함을 유발한다. 시점이 회전하는 중에도 게임을 계속 진행되는데, 이동 방향이 엉키면서 조작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거나(캐릭터가 모서리에서 아등바등하는 상황)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적의 공격을 받는 경우(시점이 완전히 바뀌기 전에 즉사 판정을 가진 함정에 걸려 죽는 상황)가 발생한다. 게다가 실제 게임 플레이는 사이드 스크롤 형식이 아닌 시점만 사이드뷰를 채택한 3인칭 액션 게임 형식이어서 일정 구간에서는 좌우가 아닌 앞뒤(바닥을 따라 360도 방향의 움직임)로도 움직여져 사뭇 어색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지나친 줌 아웃은 대상 구분을 힘들게 하고 액션 게임의 시각적 매력을 낮춘다

줌 아웃은 스테이지 전체를 조망하고 주인공이 처한 상황의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는 분명히 효과적이나, 과하게 줌 아웃을 하여 대상을 알아보기 어려워진다. 대상을 알아보기 어려우면 전투에서 판단력이 떨어지고 주먹구구식 게임 진행과 시각적 불편함으로 이어진다. 또한, 과도한 줌 아웃으로 대상의 식별이 어려워지는 만큼 주인공의 액션이 한눈에 보이지 않아 액션 게임이 가져야 할 시각적 매력이 크게 떨어지기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비행 슈팅 구간과 사이드 스크롤 구간의 각종 문제는, 게임 전체의 분량에서 초반부에서만 나타난다는 점과 게임을 진행하면서 ‘적응’만 한다면 크게 문제시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들어 어느 정도 변호할 수는 있다. (2B로 진행하는 1회차와 9S로 진행하는 2회차에서 같은 구간을 반복하면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가 확실히 다르다) 그러나 게임 초반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의 매력과 이를 통한 강한 몰입은 게임을 지속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다. 카메라와 시점에 의한 불편함이 게임 초반에 산재해 있다면 게임의 매력과 플레이어의 몰입을 해치고 지속성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

전환을 통해 사건의 동시성을 보여주는 멋진 연출이지만 문제점도 동반한다

연출이 과도한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후반부 9S 비행 슈팅과 A2 3인칭 액션을 번갈아 가며 진행하는 구간. 9S와 A2가 서로 다른 방법으로 ‘같은 시간’에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는 걸 나타내고 있으며, 캐릭터가 바뀌는 주기가 점차 짧아지면서 긴박감을 형성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주기가 짧아질수록 한 명의 캐릭터와 하나의 장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지며 짜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그리고 비행 슈팅-3인칭 액션을 번갈아가며 진행하는 구간이 끝나면 3인칭 액션 구간에서 9S와 A2를 또 한 번 교대로 진행하게 되는데, 여기서는 시점이 매끄럽지 않게 바뀌는 데서 오는 시각적 불편함을 동반하며 (수많은 탄막 사이에 캐릭터가 놓여있게 되는 게임 특성상) 캐릭터가 바뀌었는지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직관성이 떨어진다.

이야기 전개 측면에서는 대단히 효과적인 연출이지만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물론 작중 이야기의 최종장에 앞서 9S와 A2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플레이어가 중립적인 위치에 있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치로 해석할 여지도 있으며, 이러한 연출이 스토리 전개와 몰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무조건 나쁘다’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앞서 언급한 시점/카메라의 문제나 떨어지는 직관성, 몰입을 해치고 불편함을 유발한다는 점은 참신하고 멋진 연출을 다소 조잡하게 보이게 하기에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다면 아주 멋지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불편함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한다.




<오픈 월드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

[Nier : Automata]의 게임 내 구성의 어중간함도 또 다른 문제다. 본작은 오픈 월드 구성을 취하고 있다. 오픈 월드는 넓고 개방된 공간에서 플레이어에게 일정 수준의 자유도를 제공하고 다양한 컨텐츠를 담아내 선택적으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오픈 월드라 하기에는 몇 가지 측면에서 조금씩 부족한 느낌이 들어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어중간하게 다가온다.

기존 오픈 월드와 비교해 활동 범위가 작고 경로가 정해져 있어 자유롭지 못하다

우선 공간 구성을 살펴보자. 오픈 월드이긴 하나 플레이어가 활동하는 공간이 생각보다 넓지 않다. 이는 기존 오픈 월드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체감할 수 있으며 광범위한 지역을 기대한 게이머라면 실망할 만한 크기다. 물론 일정 수준 이상의 넓이를 갖춰야만 오픈 월드라 칭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Nier : Automata]의 공간은 오픈 월드라 하기에 좁은 게 사실이다. 게다가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듯하지만, 지역별로 이동하기 위한 경로가 좁은 길목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숨겨진 우회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플레이어의 판단력을 이용한 경로를 찾기보다는 지도에 의존하여 정해진 경로를 따르게 된다. 이로 인해 오픈 월드라고 부르기에는 공간 구성에 대해 의아함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게임 초반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힐 정도로 비어있다는 느낌을 준다

공간을 채워야 할 요소가 양적으로 부족해 전체적으로 비어있다는 느낌도 강하다. 즉, 이동하는 중에 할 일이 별로 없다는 말이다. 듬성듬성 배치된 기계생명체와의 전투, 고정된 위치에서 나타나는 아이템 습득, 물가 근처에서 할 수 있는 낚시뿐이다. 더욱이 전투는 기계생명체의 수가 너무 적어 충분한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고, 아이템 습득은 일정 수준 반복하다 보면 흥미가 떨어지는데다, 낚시는 게임 컨셉과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게임 초반에는 기계생명체의 수가 아주 적은데, 전투가 핵심인 장르에서 전투의 빈도를 낮추며 할 일이 별로 없다는 느낌을 받게 해 몰입과 지속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나마 이야기 진행에 따라 기계생명체의 수가 늘어나 어느 정도 공간을 채우기는 하지만 (전투와 관련해 다음 파트에서 서술할 이유로) 양적인 부분만 채워질 뿐 질적인 변화는 거의 없어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

일부 인상적인 서브 퀘스트도 있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생각하면 흥미롭지 못하다

서브 퀘스트도 썩 흥미롭지 못하다. 일반적인 게임 플레이와 같은 유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단조로운 내용을 취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도전적인 요소로써 서브 퀘스트를 파고들고자 하는 흥미는 잘 생기지 않는다. 더군다나 초반에 진행하는 서브 퀘스트가 단순하고 지루한 구성을 취할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공간이 비어있는 느낌으로 인해 서브 퀘스트가 더 단순하게 느껴진다. 물론 작중 이야기와 연결지어 생각해볼 만한 내용을 담고 있거나, 전작과의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상당히 많은 시간을 들여 수행해야 하는 몇몇 서브 퀘스트(에밀 퀘스트가 해당)는 분명히 훌륭하기에 이것까지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대부분의 서브 퀘스트가 흥미를 끌어내기에는 부족함이 있으며, 이에 따라 오픈 월드 구성 안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컨텐츠를 지속해서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는 힘은 분명히 떨어진다.




<알고 보면 단순한 게임성>

슈팅, 횡스크롤, 그리고 3인칭 액션을 비주기적으로 바꿔가며 진행하는 [Nier : Automata]의 전투 방식은 꽤 흥미롭다. (연출 측면에서 약간의 문제는 있었지만) 게임 방식은 장르의 기본을 충실히 따르고 있으며, 하나의 게임에서 다양한 장르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장점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장르의 전환이 작중 상황에 맞춰 적절히 이루어지고 있어, 이야기와의 연결 고리와는 물론 장르 전환에 설득력을 가질 수 있으며 단일 장르만을 활용하는 것보다 다채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슈팅 게임이라고 해도 깊이가 깊지 못하고 조금 어려운 미니게임 수준에 그친다

다만 장르가 가진 기본적인 내용만 담겨 있을 뿐 각 장르의 깊이는 얕은 편이다. 이는 앞서 ‘기본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특성의 단점에 해당하는데, 그 어떤 장르에서도 인상적이라 할만한 부분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슈팅 게임의 경우 다양한 연출과 함께 탄막 게임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기탄이 뿌려져 시선을 압도하기는 하나, 파해법이 아주 단순해 정교한 조작과 신속한 반응을 요구하는 슈팅 게임 특유의 조작하는 재미가 많이 떨어진다. 형태는 다르나 9S로 진행하는 해킹 구간도 슈팅 게임으로 진행하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비행 슈팅보다 더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어 미니 게임으로만 생각될 뿐이다. 더욱이 미니 게임으로 요소가 게임 진행 중에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보니 안 그래도 깊이가 떨어져 보이는 게임을 더 단조롭게 느끼게 한다.

3인칭 액션에 사이드뷰만 채택했지 횡스크롤의 장르적 특징은 없다고 봐도 무방

횡스크롤로 진행되는 구간은 약점이 명확하다. 3인칭 액션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와 시점을 고정한 형태일 뿐 장르 특성과 매력은 거의 없다. 슈팅 게임 구간은 깊이가 떨어질지언정 완전히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어 장르적 특성이 분명히 드러난다. 하지만 횡스크롤 구간은 3인칭 구간과 비교하여 시점 외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을 정도로 게임 방식이 같고 장르적 특성조차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횡스크롤에서 구성할 수 있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구성의 플랫폼은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횡스크롤 장르만이 내세울 수 있는 특징적인 게임 방식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횡스크롤 구간은 3인칭 구간의 다운그레이드(downgrade) 버전 이상도 이하의 것도 아니게 된다. 이외에도 슈팅 및 3인칭 액션보다 작품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적어 앞서 언급한 연출 측면 외에는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 횡스크롤 구간을 반영했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근거리 공격과 원거리 공격을 함께 활용하는 빠른 속도의 전투는 아주 화려하다

그렇다면 [Nier : Automata]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3인칭 액션 구간은 어떨까? 슈팅 게임과 액션 게임을 적절히 버무린 형태로써, 수많은 탄막을 피해가며 빠르고 화려한 공격으로 적을 쓰러뜨리는 모습은 시선을 압도할 만 하다. 근접 공격과 회피를 기본으로 하여 별다른 지연(delay) 없이 공수를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어서 전투 진행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또한, 탄막에 대응할 수 있는 원거리 공격도 보유하고 있어 근거리 공격과 원거리 공격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전투는 기존에 보지 못한 유형이기에 대단히 참신하게 느껴진다. 특히 게임 초반부터 속도감 있고 화려한 전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본작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자 강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투 방식이 비슷해서 의외로 이른 시기에 단조롭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3인칭 액션 구간도 화려함만 있을 뿐 게임의 깊이가 떨어진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게임 초반과 게임 후반의 전투 방식에 거의 차이가 없다. 히트 앤 어웨이(hit&away) 방식의 치고 빠지는 전투가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되며, 캐릭터 성장에 따른 기술 습득이나 전투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전략성은 전무하다. 기껏해야 약공격-강공격 버튼을 누르는 순서에 따른 공격 모션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적의 공격과 패턴도 탄막을 더 많이 뿌려대고 비슷한 유형의 공격을 더 많이 반복하는 정도일 뿐이어서 이에 대한 대응 방식도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게임을 진행할수록 전투가 참신하다기보다는 단조롭고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원거리 공격을 강제하는 전투 상황이 많이 불가피하게 의존성이 커지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작중 전투에서 상당 부분이 주인공의 원거리 공격을 강제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대부분 적의 공격은 슈팅 게임을 연상케 할 정도로 많은 수의 탄막을 뿌리는 형태다. 즉, 탄막을 뚫고 근접해서 적을 공격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말이다. 그런데 플레이어 역시 원거리 공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자동조준(노멀 난이도 기준)까지 되기에 특별히 근접 공격을 활용할 이유가 없다. 물론 근접 공격이 원거리 공격보다 피해량이 높긴 하나 적의 공격 특성상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우며 위험 부담이 크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원거리 공격만 사용해도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어 굳이 근접 공격을 고집할 이유가 없으며, 보스전의 경우 근접 공격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도 더러 있기에 원거리 공격에 대한 의존성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결국 화려해 보이지만 전략성과 다양성이 부족한 근접 전투, 많은 부분에서 의존해야하는 원거리 공격, 그리고 이를 반복적으로 수행해야하는 게임 구성은 눈은 즐거울지라도 손은 심심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된다.




<회차 반복의 빛과 그림자>

다양한 엔딩을 담아내 회차 반복을 유도하고 있으나, 사실 게임을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하는 회차 반복과는 개념이 다르다. 별개로 분리된 에피소드 형식을 취하여 각 캐릭터의 이야기와 그에 따른 결말을 가지고 있어 회차 반복을 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구성이다. (1회차 2B, 2회차 9S, 3회차 A2) 즉, 회차 반복을 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는 의미다. 

친절하게도 제작사 홍보부에서 ‘회차 반복을 하기 바란다’는 문구를 넣어 놓았다

‘착각하게 만든다’라는 표현 때문에 회차 반복을 이용한 에피소드 형식이 나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사실 이러한 구성 자체는 문제시할 이유가 없다. 에피소드 형식을 활용해 캐릭터별로 나누어 진행함으로써 각각의 완결성을 갖추는 동시에 전체 이야기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오히려 이야기 전달 측면에서는 강점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엔딩이 A부터 Z까지 26종이나 있다 보니 엔딩을 모두 보기 위해서는 세이브 파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마치 회차 반복을 통해 게임을 파고드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야기’ 때문에 회차 반복을 하는 거지 파고 들만한 내용이 있어서는 아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회차 반복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흥미를 느낄만한 게 거의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패턴을 보여주는 전투, 오픈 월드라고 하기에는 부실한 내용물, 그리고 회차 반복(정확히는 에피소드)에 따라 캐릭터가 바뀌더라도 같은 공간을 반복해야 하는 게임 구성은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특히 1회차에서 2B로 진행한 내용을 2회차에서 9S로 거의 똑같은 흐름으로 진행해야 하기에 일정 수준 지루함을 동반하며, 3회차에서 A2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할지라도 게임 플레이 자체가 2B와 비슷해 신선함이 떨어진다. 결국, 에피소드 형식을 취하기 위해 회차 반복을 활용했지만 (후술할 이야기 전달 방식에서의 이점을 제외하고는) 회차 반복을 유도하는 구성이 가지는 이점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감탄이 나오는 스토리텔링>

단, [Nier : Automata]에서 작중 이야기만은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감탄이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본작의 이야기는 인류의 존속과 지구 탈환을 위해 활동하는 안드로이드와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이 만든 기계생명체의 싸움을 그린다. 두 세력의 대립이라는 익숙한 구도를 내세운 이야기인 만큼 어느 한쪽의 승리라는 단순한 결말이 나오더라도 게임을 즐기는 데에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본작의 이야기는 그 단순함에서 거리가 있으며 회차 반복이 진행될수록 이야기는 더 복잡해진다.

내용 자체는 단순하지만 많은 복선을 배치하여 궁금증을 유발하는 1회차

1회차는 2B의 이야기로 내용이 단순하다. 인류를 위해 싸우는 안드로이드와 지구를 침략한 기계생명체의 싸움을 보여줄 뿐 달리 특이하다 할 만한 내용은 없다. 스토리보다 화려한 전투와 액션에 초점을 맞춘 장르로써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내용이며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이야기 흐름이다. 그러나 1회차 이야기의 진정한 역할을 향후 이야기 전개를 위해 복선의 배치다.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갈 수 있는 내용(예-인간 여성의 외모를 가진 안드로이드와 인간 남성의 모습을 한 기계생명체)부터 의문을 가지게 만드는 내용(예-감정을 드러내서는 안되는 안드로이드와 감정을 모방하여 학습하는 기계생명체) 등 다양한 복선이 깔려 있어 향후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과 흥미를 유발한다. 특히 회차 반복 형식을 빌린 에피소드 구성을 취했기 때문에 1회차가 끝나더라도 많은 의문이 남아있으며 이는 2회차, 3회차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진다.

1회차를 다른 시점으로 바라보며 이야기의 실마리를 명확히 제공하는 2회차

2회차는 1회차의 이야기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되 9S를 주인공으로 하여 같은 이야기를 다른 시점으로 바라보게 된다. 비슷한 내용을 가지고 있으나 2B의 시점에서만 다뤘던 이야기에 9S의 시점을 더함으로써 이야기를 더 풍부하고 짜임새 있게 만든다. 재미있는 점은 같은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시점이 다른 만큼 복선도 다른 방식으로 배치해두었으며 1회차에 비해 좀 더 알아보기 쉬운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게임 진행 중에 틈틈이 볼 수 있는 기계생명체 이야기는 주인공 일행과 그 어떤 관련도 없어 보이는 내용이기에 누가 봐도 복선임을 알 수 있으며, 기계생명체를 관찰하는 듯한 9S의 태도는 기계생명체에 숨겨진 비밀이 있음을 시사한다. 게다가 복선 외에도 향후 이야기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의문을 해소해주지는 않기 때문에 1회차에서 느낀 호기심을 한층 더 증폭시킨다.

복선 회수와 의문 해소, 그리고 강렬한 반전으로 충격을 선사하는 3회차

3회차는 1~2회차와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며, 회차별 주인공이었던 2B와 9S를 모두 조작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전 회차에서 많은 의문을 남기고 사라졌던 A2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의문의 근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는 점에서 3회차는 모든 복선을 회수하고 의문을 해소하는 파트에 해당한다. 단, 그저 복선을 회수하고 의문을 해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복선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내면서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반전을 보여주면서 이야기의 끝을 맺는데 그 반전의 수준이 두 세력의 대립이라는 이야기의 기존 틀을 뒤흔들어 놓을 정도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안드로이드와 기계생명체로 상징되는 선악 구도가 완전히 무너지고, 각 주인공의 감정과 인물상의 점진적 변화가 이루어짐과 동시에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은 플레이어에게 강렬한 충격을 선사한다.

정리하자면, 본작의 이야기는 복선 배치와 호기심 유발(1회차) → 실마리 제공과 호기심 증폭(2회차)  → 복선 회수와 반전(3회차) 의 과정을 거치며, 1~2회차라는 긴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다가 3회차에서 이를 해소함과 동시에 충격적인 반전을 보여 준다. 이는 회차 여부와 상관없이 전체 이야기 흐름에서도 충분히 흡인력이 있으며, 회차 반복을 이용한 에피소드 형식을 통해 더 몰입과 충격을 극대화하고 있다. 물론 회차별 이야기가 완결성을 가진다는 장점도 존재하며, 긴 호흡의 이야기를 적절히 나눠 전달함으로써 전달력을 높이는 효과를 얻기도 한다.




<분위기 형성 이상의 역할을 하는 배경음>

배경음은 단순히 분위기 형성의 도구로써 사용된 게 아니라 작중 이야기와 연결고리가 있다고 느껴지는 수준이다. 대부분 배경음이 훌륭하긴 하나 그중에서도 보컬(Vocal, 목소리)이 포함된 배경음은 주인공이 위치한 장소나 맞닥뜨린 상황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데, 이는 플레이어의 감정을 끌어내기에 충분하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안드로이드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기계생명체 ‘파스칼’의 배경음은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녹음되어 있는데 이는 인간을 모방하고자 하는 기계생명체의 행동 패턴이 어린아이의 모습과 비슷한 점과 연결지을 수 있다.

물론 작중 보컬곡은 실제 사용되는 언어가 아닌 가상의 언어가 사용되었기 때문에 그 안에 담긴 내용을 알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의미를 알 수 없음에도 작중 분위기와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파스칼의 사례처럼) 의미를 뽑아낼 수 여지가 있다. 그리고 엔딩곡 중 하나인 ‘The weight of the world’의 영어/일본어 가사 내용이 작중 이야기를 연상시킬만한 내용임을 생각해보면 다른 보컬곡도 각각 의미를 담고 있음이 분명하다.




<대단한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의문>

[Nier : Automata]는 어떤 작품인가? 필자는 ‘대단한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의문’ 정도로 하고 싶다. 회차 반복을 이용한 효과적인 이야기 구성과 그 끝을 장식하는 충격적인 이야기는 감탄을 불러일으키며, 참신하고 독특한 연출과 속도감 있는 전투는 눈을 즐겁게 하고, 보컬곡으로 감정을 고양시키는 점은 분명히 멋지다. 하지만 연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적지 않은 수의 불편함, 세 가지 장르를 섞어 놓았을 뿐 굉장히 얕은 각 장르의 깊이, 초반에는 인상적이지만 큰 변화가 없어 금방 지루해지는 전투, 오픈 월드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보이는 스테이지 구성 등 문제점도 많이 있다. 강점도 많지만 약점도 많은 게임에 과연 ‘대단한 작품’이라고 붙일 수 있을까? 필자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본다.

같은 장르에서 같은 점수를 받은 작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분명 부족하다

이제 점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자. 분명 전작과 비교해 많은 성과를 거뒀고 메타스코어 88점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은 건 찬사를 보낼 만한 일이다. 하지만 비슷한 점수를 받은 같은 장르의 게임(가까이는 [Horizon : Zero Dawn], 조금 멀리는 [Far Cry 3]) 사이에서 [Nier : Automara]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확실히 ‘No’라고 말할 것이다. [Nier : Automata]의 강점과 훌륭한 면모를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동시에 점수가 높다는 이유로 본작을 과대평가할 생각도 없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대단하다고 하기에는 부족하고 좋다고 하기에는 아쉬운 미묘한 작품이라는 말이다.

못다 한 이야기

- 개인의 취향 영역이라 생각되어 본문에서 다루지 않았으나, 주인공들의 복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이야기하고 싶다. 2B를 비롯한 주인공 3인방의 캐릭터 디자인이 게임 발매 이전부터 호평을 받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지구를 탈환하기 위해 수많은 전장을 오가는 안드로이드의 복장이라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더군다나 3회차 초반에서 안드로이드 전투복을 입은 2B가 등장하는데 오히려 이쪽이 작중 상황과 잘 어울린다. 이런 점에서 2B의 캐릭터 디자인은 섹스 어필 전략에 해당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제작사가 일본 게임사라는 걸 생각해보면 서브 컬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자인에 해당하며, 애초에 주인공이 인간이 아닌 안드로이드라는 점에서 뭘 입어도 전투에는 지장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납득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 안드로이드의 외형을 여성으로, 기계생명체의 외형을 남성으로 설정한 것도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방법과 형태는 다르나 안드로이드(보호)와 기계생명체(모방) 모두 인류를 지속 시키는 존재로 보이는데, 실제로 인류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안드로이드와 기계생명체의 대립은 인류의 존속을 불가능함을 의미하는 듯했다. 9S는 남성의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작중 안드로이드의 절대다수가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기에 예외적인 요소로 두고 싶다.

- 기계생명체에 인간을 대입해서 바라보면 꽤 충격적인 장면도 많다. 예를 들면, 기계생명체 '아담'을 처음 만나는 지역에서 기계생명체의 행동과 대사가 마치 성행위를 하는 것처럼 보이며, 아담과 이브가 흘리는 붉은 액체가 마치 인간의 피처럼 보인다. 사실 이런 장면이 앞서 언급한 복선에 해당하며 작중 이야기를 즐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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