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Hollow Knight (할로우 나이트)

장르 : 액션, 플랫포머, 메트로배니아

제작사 : Team Cherry

플랫폼 : PC, Nintendo Switch

발매년도 : 2017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게임을 고르는 데 있어 취향에 딱 맞는 작품을 만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재미있는 게임은 많지만, 게이머가 진정으로 선호하는 게임을 찾기란 절대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취향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요소가 너무나 다양해서다. 게임의 장르와 재미, 캐릭터의 디자인, 작중 세계관과 이야기 등 수없이 많고 이를 하나씩 따져보면 100% 취향에 맞는 게임을 찾기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단적인 예로 선호하는 장르 안에서 마음에 드는 게임을 찾고자 하더라도 쉽게 고르기 힘들며, 오랫동안 애정을 쏟아온 특정 게임 시리즈조차 그 안에서 작품별로 선호도가 달라진다. 게다가 게임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인상과 시간이 흐른 뒤의 인상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도 있으니, 게임을 끝마칠 때까지 ‘취향에 맞는 게임'이라고 단언하기도 쉽지 않다.

일부 게이머는 주인공 ‘할로우 나이트’의 귀여움만 봐도 마음이 끌릴 것이다

그렇다면 [Hollow Knight]는 어떨까? 적어도 첫인상만큼은 취향에 완벽히 맞아 떨어졌다. 2등신도 채 되지 않은 비율. 사슴벌레 모양의 하얀색 가면. 조악한 검을 휘두르며 싸우는 모습의 주인공. 굉장히 귀엽게 보였다. 그리고 벌레의 모습을 한 캐릭터는 기이했지만 어두운 배경이 풍기는 신비로운 분위기로부터 묘한 매력을 느꼈다. 결정적으로 게임 장르가 메트로배니아였기에 더할 나위 없이 마음에 들었다. 호기심이 생기는 것을 넘어 구매 욕구가 넘쳐 흐를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게임을 끝마칠 때까지 취향에 맞는 게임임을 단언하기 어렵다고 했다. 첫인상이 아무리 마음에 들었을지라도 알맹이가 부실하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이제 [Hollow Knight]가 진짜 취향에 딱 맞는 게임인지 확인해볼 차례다. 게임을 끝내고도 만족스러웠을까?

비선형적 구조의 스테이지를 보면 알 수 있듯 전형적인 메트로배니아다

[Hollow Knight]는 메트로배니아의 기본 특성을 아주 잘 따르고 있다. (1) 낮은 강제성을 가진 게임 진행 순서 (2) 비선형적 구조의 미로 같은 스테이지 (3) 스킬 습득 또는 보스 처치에 뒤따르는 새로운 지역 해금 (4) 넓은 범위에서 풀어야 하는 퍼즐 등 메트로배니아하면 떠올릴 수 있는 특성을 빠짐없이 보여 준다. 여기에 오픈 월드라고 여겨도 무방할만큼 넓은 활동 공간을 구축하고 있기까지 하다. 덕분에 메트로배니아 특유의 ‘길 찾는 재미'가 제대로 살아있으며, 선형적 구성에 약간의 미로를 추가한 근래 플랫포머의 경향과는 확실히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지도가 꼭 필요할 정도로 복잡한 스테이지 구조를 갖췄지만 지도는 불친절하다

기본을 잘 따르면서 고유한 특징도 있다. 메트로배니아로써 [Hollow Knight]만의 특징적인 요소는 단연 지도(map)와 관련한 ‘불친절함'이다. 길 찾기가 중요한 장르 특성상 지도가 제공하는 정보는 매우 중요하며 지도의 습득과 기록은 필수불가결한 과제다. 다만 지도를 얻는 과정이 길 찾기보다 어려워서는 안 되기에, 대부분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지도를 습득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편의를 제공한다. (대게 자동으로 지도가 갱신되거나 새로운 지역에 진입하기 전에 지도를 습득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런데 본작은 지도를 얻는 과정 자체가 어렵고 지도를 통해 정보를 얻기 위한 방법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불친절함'이라는 차별점이 존재한다.

지도는 절대 공짜로 주지 않는다? 게다가 그 지도마저도 미완성 상태라고?!

지도는 각 지역에 숨어있는 NPC로부터 얻을 수 있다. 문제는 말 그대로 NPC가 '숨어있기 때문에’ 지도를 얻기가 길 찾기보다 더 어렵다. 지도를 가지지 못한 상황에서 길을 찾는 것도 힘든데 숨어있는 NPC를 찾아야 하니 그 어려움 정도는 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지도는 돈을 주고 사야 하며 그마저도 미완성 상태인지라 지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제한된다. 물론 특정 아이템을 활용해 지도를 갱신하고 정보를 기록하는 게 가능하긴 하나, 이러한 아이템의 존재를 직접 알려주지 않는다. 지도의 습득부터 활용까지 어느 하나 쉽게 해결되는 점이 없어 상당히 불친절한 구성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기존 메트로배니아에 비해 길 찾기가 몇 배는 더 까다롭다. 덕분에 길 찾는 재미를 강화한다는 긍정적인 결과를 내기도 하지만, 메트로배니아에 익숙치 않은 게이머에게는 불친절함을 넘어선 불편함을 느끼게 만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지도와 관련된 부분은 메트로배니아를 선호하는 정도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이라 본다)

플레이어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170여 종의 몬스터와 수시로 전투를 벌일 수 있다

장르 특성상 길 찾기에 초점이 맞춰진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길 찾기 외의 컨텐츠도 양질의 것으로 채워져 있다. 우선, 전투는 매우 다양한 종류의 몬스터와 치르게 된다. [Hollow Knight]에는 일반 몬스터 140여 종, 보스 몬스터 30여 종으로 전체 170종류가 넘는 몬스터가 등장한다. 이들은 각자 고유한 움직임과 공격 패턴으로 플레이어를 끊임없이 괴롭히며, 위협의 정도도 천차만별이다. 무엇보다 170종이 넘는 몬스터와 전투를 수행한다는 것은 플레이어가 학습해야 할 내용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기도 하며, 전투만으로도 높은 난이도를 형성한다. (몬스터 한 종류당 하나의 패턴이 있다 해도 학습해야 할 패턴이 170개나 된다) 그중 보스 몬스터는 보스라는 위치에 걸맞게 여러 가지 공격 패턴을 가지고 있으며, 각 패턴이 파훼하기 까다로워 일반 전투보다 한층 더 높은 난이도를 보여 준다.

즉사 판정이 포함된 까다로운 구조의 플랫폼은 조작하는 재미를 끌어올린다

스테이지 전체의 구성도 복잡하지만, 지역별 플랫폼 구조도 독특하고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메트로배니아가 2D 플랫포머의 파생작인 만큼 다양한 구성의 플랫폼을 담아낼 수 있는데, 이를 응용한 고난도 플랫폼 구간이 스테이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2단 점프, 벽 타기, 공중 대쉬 등 다양한 이동기를 적절히 활용해야 지나갈 수 있는 구간은 물론이거니와 특정 사물을 이용(예-칼로 때리면 멀리 밀려나는 버섯)해야만 하는 구간 등 다양한 유형의 플랫폼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일부 구간은 즉사 판정이 존재해 매우 신중하고 정교한 조작을 요구한다.

이러한 이유로 길을 찾는 과정에서 몬스터와 싸우고 복잡한 지형을 지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등 지루할 틈이 전혀 없다. 특히 전투와 플랫폼 양쪽 모두 손을 바쁘게 한다는 점에서 높은 수준의 조작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더군다나 이러한 전투와 플랫폼이 별도로 분리된 게 아니라, 대부분 공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의 난이도를 더 끌어올리기까지 한다.

길 찾기도 어렵지만 세이브 포인트도 찾기 어려워 게임의 난이도는 배가 된다

세이브 포인트도 무작정 집어넣지 않았다. 세이브 포인트의 배치와 역할이 게임의 난이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Hollow Knight]는 플레이어가 활동하는 여역의 넓이에 비해 세이브 포인트의 수가 매우 적다. 지역별로 1~2개에 불과하며 세이브 포인트 사이에 거리도 매우 멀다. 그리고 세이브 포인트 사이에는 (앞서 언급한) 까다로운 몬스터와 플랫폼이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어 필요할 때 진행 상황을 저장하는 것도 고역이다. 또한, 지도를 기록/갱신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세이브 포인트이기 때문에 지도의 불친절함과 게임 전반의 체감 난이도는 배가 된다.

다양하게 담긴 양질의 컨텐츠와 높은 자유도는 오픈 월드를 연상케 할 정도!

이 외에도 다양한 컨텐츠가 담겨 있다. 독특한 효과를 부여하는 특수 아이템이자 수집요소의 역할을 맡은 36종의 참(Charm, 부적), 많은 보상을 제공하며 모두 구출할 경우 이벤트가 발생하는 애벌레 구출, 세 종류의 난이도로 구분되어 있으며 플레이어의 전투 능력을 시험할 수 있는 투기장, 먼 지역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사슴벌레 정거장 등이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컨텐츠가 3D 오픈 월드에서 접하던 유형과 비슷한 것이다. 충분한 플레이 타임과 보상을 보장하는 수집요소, 전투를 집중적으로 즐길 수 있게 별도로 구성한 공간, 플레이어에게 편의성을 제공하고 이동 시간을 줄여주는 빠른 이동 기능 등 3D 오픈 월드의 컨텐츠 유형과 잘 맞아떨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어느 하나 강제성을 띄지 않고 선택적으로 소비할 수 있어 오픈 월드 못지않은 (또는 진행 순서가 정해지지 않은 메트로배니아의 비선형적 구성에 의해 더 높은) 자유도를 가지고 있다.

몬스터와 등장인물 모두 벌레지만 징그럽다기보다 대게 귀엽고 호감 가는 외모다

효과적으로 분위기를 형성하는, 상반된 느낌의 디자인과 다양한 배경음은 [Hollow Knight]의 또 다른 강점이다. 본작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귀엽다. 몬스터를 포함해 모든 캐릭터가 벌레를 모티브로 디자인되었음에도, 둥글둥글하고 알아보기 쉬운 단순한 외형을 가지고 있어 징그럽다는 생각이나 거부감은 전혀 들지 않는다. 여기에 인간형 모습을 한 몬스터는 벌레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며, 일부 보스 몬스터는 일회성 캐릭터로 등장하기 아까울 정도로 개성 있는 외형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앞서 170여종이 넘는 몬스터가 등장한다고 했는데 변형/파생 몬스터를 제외하고는 모두 디자인이 다르다)

귀여운 캐릭터와 대비되는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의 배경은 게임을 한층 더 무겁하게 한다

하지만 캐릭터가 활보하는 스테이지, 즉, 배경은 절대 귀엽지 않다. 온갖 위험한 함정이 놓인 정글, 몰락한 귀족만이 남은 어두운 도시,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폐쇄된 정거장, 포자가 뒤덮여 버린 동굴 등 전체적으로 어둡고 음침하다. 게다가 배경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는 벌레의 사체나 각종 구조물 또한 평범하지 않다. 창에 꿰 뚫린 채 무더기로 쌓여 있는 벌레 전사들, 무언가에 뜯어 먹힌 듯 머리가 없는 사체, 사체에 엉겨 붙어 자라고 있는 기생식물 등 징그럽고 소름 돋는 것투성이다. 구조물은 오랜 세월에 걸쳐 침식되고 부서진 모습이며 이는 과거에 화려했던 벌레 왕국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 음울한 기분을 들게 한다. 이렇듯 캐릭터와 배경의 상반된 디자인 방향은 귀여움을 느낌과 동시에 어둡고 우울한 느낌을 받게 해 작품 전반의 분위기를 더 무겁고 음침하게 만들고 있다.

효과적인 배경음 - 가장 인상적인 배경음으로는 단연 쇠똥구리 수호기사 테마곡

배경음은 다양하게 담겨 있어 시각적 요소가 보여주는 분위기를 보조하는 동시에 주도적으로 분위기를 형성하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지역별 서로 다른 배경음은 해당 지역의 시각적 느낌과 잘 어울리며, 지역이 바뀔 때 플레이어가 느끼는 감정도 재빨리 바뀌도록 유도한다. 특히 보스의 경우 전용 배경음을 가진 경우도 많은데, 분위기 전환과 더불어 캐릭터가 가진 개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어 대단히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예를 들어, 쇠똥구리 수호기사(Dung Defender)는 똥을 굴려 가며 싸우고 호쾌한 웃음 소리를 내는 우스꽝스러운 보스라는 점에 맞춰 빠른 박자의 밝고 활기찬 배경음이 깔린 반면, 눈 없는 자(No Eyes)는 아이를 잃고 눈을 뽑힌 전사의 영혼이라는 특징을 살려 귀신이 아이를 찾는 소리처럼 들리는 소름 돋는 배경음을 깔아두었다.

수준 높은 연출의 이벤트 신과 매력적인 애니메이션 컷 신은 예상치 못한 강점!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된 컷 신(Cut Scene)도 다양한 연출을 보여주는 이벤트 신도 결코 놓칠 수 없는 요소다. 장르적 특성과 인디 게임이라는 점에서 컷 신이나 이벤트 신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으나, 수준급의 이미지를 보여주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컷 신의 경우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수가 적고 낮은 프레임으로 인해 움직임이 부드럽지 않다는 아쉬움은 있으나, [Hollow Knight] 특유의 음습한 분위기를 잘 담아내고 있으며 이야기를 진행 과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벤트 신도 다양한 그래픽 표현과 다채로운 효과음을 이용해 2D를 뛰어넘는 화려한 연출을 보여주고 있어 플레이어의 이목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NPC의 대사와 상호작용 요소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본작의 이야기를 만든다

직접 설명하지 않고 상호작용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의 이야기 전개 방식도 매우 독특하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해되는 일반적인 전개 방식과 달리 [Hollow Knight]는 이야기의 상당 부분을 플레이어가 '찾아내서 정리하고 이해해야’ 한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주인공이 어떤 존재인지, 왜 모험을 떠나는지, 작중 세계는 어떤 곳인지 등에 대해서 그 어느 것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대신 게임을 진행하면서 발견하게 되는 사물이나 NPC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이렇게 모은 정보가 작중 세계와 이야기를 이해하는 밑바탕이 된다.

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없는 것투성이지만 그만큼 해석하는 재미가 있다

다만 그 정보마저도 결코 쉽게 읽어낼 수 없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글귀, 작중 이야기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NPC의 존재, 작중 세계에 대해 의문을 증폭시키는 사물 등 알쏭달쏭한 것투성이다. 게다가 상호작용만으로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 외에도 아이템을 사용하거나 일정 조건을 만족해야만 알 수 있는 내용이나 스테이지 배경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실마리 등 숨겨진 정보도 무수히 많다. 그러므로 플레이어는 이야기를 읽어 내기 위해 많은 곳을 탐색하고 정보를 모으고 이를 해석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특징은 작중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키며 게임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유도하는 장점이 있으며, 단순히 중심 이야기만을 즐기는 게 아닌 세계관의 이해까지 영역을 넓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Hollow Knight]의 이야기를 더 무겁고 깊이 있게 느끼게 한다.

‘세계의 상태를 알리라’는 멀티 엔딩의 존재에 대해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문구다

게임 진행 상황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멀티 엔딩도 존재한다. 여느 게임처럼 트루 엔딩(True Ending)이라고 불리는 결말이 존재하며 이를 위해 달성해야 하는 조건이 매우 많고 복잡하다. 흥미로운 점은 [Hollow Knight]의 멀티 엔딩이 단순히 결말이 달라지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데, 바로 플레이어가 작중 이야기를 얼마나 읽어냈느냐의 척도이기도 하다. 특별한 조건 없이 최종 보스만 쓰러뜨리면 볼 수 있는 노멀 엔딩은 작중 세계와 이야기에 대한 많은 의문만을 남긴 채 끝을 맺으며 이야기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플레이어에게 다시금 게임을 해보라는 의미이기도 하며 많은 이야기가 아직 남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단, 친절하게도 최종 보스 돌입 직전에 있는 세이브 포인트를 사용하면 완료도를 표기해주므로 이야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도 ‘무언가 더 남아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트루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노멀 엔딩까지 즐긴 것보다 더 많은 걸 해내야 한다

반면 트루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일정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다만 그 조건이 무엇인지 게임 내에서 전혀 알려주지 않기에, 말 그대로 모든 지역을 탐색하고 빠짐없이 퍼즐을 풀어 가며 숨겨진 요소를 찾아야만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정보를 얻게 되면서 작중 이야기와 세계관을 깊게 읽어 낼 수 있다. 무엇보다 트루 엔딩을 보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것들이 노멀 엔딩에 비해 월등히 많아, 트루 엔딩에 도달하는 것 자체가 몹시 어렵고 그만큼 즐길 거리도 많기에 작중 이야기와 세계관 전달 이외에도 도전의식을 자극하고 충분한 플레이 타임을 보장하기도 한다.

하나씩 모두 확인해봐야 하는 주먹구구식 게임플레이로 바뀌는 건 조금 아쉽다

기존 메트로배니아보다 조금 더 까다로운 구성을 취하면서, 어두운 분위기를 형성하는 시청각 요소와 독특한 이야기 전달 방식은 대단히 만족스럽지만, 구조적으로 조금 아쉬운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첫째, 일정 수준 이상 게임을 진행한 뒤에는 주먹구구식 게임 플레이로 변질된다. 메트로배니아는 길 찾기가 핵심인 장르이긴 하나 간접적으로 힌트나 가이드를 제공한다. 이를테면, 너무 높아서 닿을 수 없는 장소에 아이템이나 길이 배치되어 있다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와 ‘기술을 배운 후 다시 오라’는 힌트가 된다. 또는 NPC가 제공하는 정보나 퀘스트가 힌트가 작용할 수도 있고, 스테이지 곳곳에 배치된 퍼즐도 일종의 가이드가 될 수 있다.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이는 요소가 트루 엔딩의 조건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Hollow Knight]는 힌트나 가이드에 해당하는 요소가 매우 적다. 이동 관련 기술을 모두 습득하는 시기가 빠른 편이며, 퍼즐보다는 전투와 플랫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사실상 대부분 길 찾기(또는 게임 진행)에 대한 힌트가 없는 상태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이동에 제약이 빨리 사라짐에 따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게임 내용의 상당 부분이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하여 해결’하는 형태가 되어 버리는 단점을 가지기도 한다. 특히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트루 엔딩을 보기 위한 과정에서는 이러한 주먹구구식 게임 플레이가 더 심해진다. 자신이 조건을 얼마나 만족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엄청나게 넓은 스테이지 전체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돌아다녀야 하며, 이로 인해 게임 진행 중 지루함과 짜증을 느낄 가능성이 작지 않다.

돈이 없으면 게임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힘들 정도여서 불편함을 느낄만도 하다

둘째, 각종 상호작용을 사용하기 위해 돈이 필됴하다는 점이 의도치 않은 불편함을 낳는다. [Hollow Knight]는 돈이 매우 중요하다. 지도를 비롯한 각종 아이템을 사는 것 외에 스킬 습득과 아이템 강화, 그리고 심지어 상호작용 요소를 사용하는 데도 돈을 필요하다. 새로운 지역에 진입하기 위한 비밀통로, 빠른 이동을 위한 사슴벌레 정거장, 그리고 몇몇 세이브 포인트 등은 최초 사용 시 돈을 지급해야 한다. 이는 게임의 난이도를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으나, 돈벌이(본작에서는 전투가 해당한다)를 강요한다는 점과 길 찾기를 다소 억지스럽게 방해한다는 점에서 불편함을 야기한다. 게다가 대부분 돈을 전투를 통해 벌어들여야 하므로 전투가 길 찾기를 어렵게 하는 보조적 요소를 넘어 길 찾기보다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주객전도의 상황도 발생한다. 게임의 난이도를 높이려는 의도는 충분히 알 수 있지만, 메트로배니아의 특성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듯 싶다.

취향에 맞는 것을 넘어 손에 꼽을 만큼 완성도 높은 메트로배니아라 말하고 싶다

자! 그러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Hollow Knight]는 취향에 맞는 게임이었는가? 대답은 'Yes'다. 일정 수준 진행한 이후에 드러나는 주먹구구식 게임 진행과 돈을 요구하는 상호작용 요소로 인한 불편함은 아쉽지만, 게임의 짜임새는 길 찾기의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탄탄하다. 또한 음습하고 우울한 분위기, 귀엽고 매력적인 캐릭터, 고난도 전투와 플랫폼, 인상적인 애니메이션 컷 신과 수준 높은 연출의 이벤트 신, 자유롭게 소비할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 오픈 월드를 연상케 하는 넓은 활동 공간과 자유도, 그리고 멀티 엔딩까지 멋진 요소들이 가득하다. 오히려 첫인상보다 게임을 마친 지금이 더 만족스럽다. 그러면 이번에는 당신에게 물어보겠다. 메트로배니아를 좋아하는가? 고난이도 2D 플랫포머를 즐기는가? 어둡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게임에 흥미가 있는가? 아주 멋진 인디 게임을 접해보고 싶은가? 여기에 어느 하나라도 'Yes'라 대답할 수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Hollow Knight]를 선택하길 바란다.

못다 한 이야기

- 그래픽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각 캐릭터의 움직임이 매우 부드럽고 역동적이며 섬세하게 그려진 배경에서 느껴지는 원근감과 무게감, 그리고 광원 효과와 흐림 효과 등 연출을 위한 적절한 효과 활용도 아주 인상적이다. 인디 게임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수준!

- 게임 진행 중 사망하면 그 자리에 영혼(Soul)이 생성되며, 영혼을 회수하지 못하면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잃어버리는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사용한 세이브 포인트에서 다시 시작해서 죽은 위치까지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까다로운 전투와 플랫폼 구조에 더해 [Hollow Knight]의 난이도를 높이는 주된 요소기도 하다. 누누이 말했지만 본작은 돈이 정말 중요하다!

- 가격 대비 플레이 타임이 아주 길다. 16,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노멀 엔딩까지 진행할 경우 평균 18시간 이상은 즐길 수 있으며, 트루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30시간 이상 즐길 수 있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아주 넓은 스테이지 안에서 주먹구구식 플레이를 해야 하기 때문에 플레이 타임이 길어지기도 하지만, 새로운 길을 찾고 이야기와 비밀을 풀어나가는 재미와 이를 위한 컨텐츠는 확실히 보장된다.

- 지도를 판매하는 NPC인 코니퍼(Cornifer)의 흥얼거림이 아주 중독적이다. 배경음도 효과적이지만 코니퍼의 흥얼거리는 소리도 게임의 매력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하다. 궁금하면 직접 들어보시라!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C )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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