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Horizon Zero Dawn (호라이즌 제로 던)

장르 : 액션

제작사 : Guerrilla Games

플랫폼 : Playstation 4

발매년도 : 2017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어떤 대상에 대하여 이미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고정적 관념이나 관점'을 의미하는 선입견은 대단히 무섭다. 대상을 직접 마주하지도 접하지도 않았으면서 그 특징을 규정해버리니 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있다면 선입견이 형성되는 데는 분명한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헤일로 킬러’라는 과감한 수식어를 내걸었지만 기대 이하의 성과만 거뒀다

[Horizon : Zero Dawn]의 제작사 Guerrilla Games도 이런 선입견이 존재한다. Guerrilla Games의 대표작은 FPS 게임 시리즈인 [Killzone]. 2004년 첫 작품을 발표할 때 ‘헤일로 킬러'라는 수식어를 내걸며 당시 최고의 찬사를 받은 FPS인 [Halo]와의 경쟁을 선포했다. 더 나아가 단순히 작품 간의 경쟁이 아니라 X-Box와 Playstation의 경쟁이라는 플랫폼 간 경쟁 구도까지 형성하는 대단히 과감한 전략을 내세우기까지 했다. 하지만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 [Halo]를 위협하기는커녕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다. 그리고 연이어 나온 후속작은 평가가 좋았던 적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헤일로 킬러'라는 수식어가 무색한 그저 그런 반응을 이어갔다. 여기에 '그래픽만 좋은 FPS'로 요약할 수 있는 다소 부끄러운 평가까지 받았다. 이는 게이머로 하여금 Guerrilla Games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것은 물론 게임성은 별 볼 일 없는 회사라는 선입견을 품게 하기에 충분한 결과였다.

발매 이전에 약간의 우려가 있었지만, 기대 이상의 대단히 멋진 모습을 보여 줬다

[Killzone]의 사례 때문에 [Horizon : Zero Dawn] 역시 선입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게임발매 이전에 볼 수 있었던 각종 영상을 통해 본작의 그래픽이 뛰어남을 확인했음에도 [Killzone] 시리즈의 선례로 인해 무작정 기대만 하기는 어려웠다. 더군다나 오랜 기간 FPS에 집중해오던 회사가 완전히 다른 장르의 게임을 제작한다는 점은 분명히 도전적인 것이기에 우려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발매 이전의 우려는 기우(한자)였으며 선입견은 그저 선입견일 뿐이었다. 직접 마주한 [Horizon : Zero Dawn]은 너무나 거대했고 믿기지 않을 만큼 빛나는 모습이었다. 같은 회사에서 만든 게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선입견은 완전히 깨졌으며 Guerrilla Games의 가치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있길래? 지금부터 살펴보자.

어디를 바라봐도 그림이 나올 정도로 본작의 그래픽은 흠잡을 데가 전혀 없다

'그래픽만 좋은 FPS'라는 오명을 얻긴 했지만, 어쨌든 [Killzone]은 그래픽만큼은 흠잡을 데 없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러한 게임을 내놓은 경험이 있는 Guerrilla Games이기에 [Horizon : Zero Dawn]에서도 대단히 뛰어난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다. 오픈월드 구성의 개방된 공간을 채워주는 원거리 배경과 캐릭터가 움직이는 필드에 배치된 각종 사물은 매우 실감 나며 플레이어가 바라보는 화면을 가득 채워 시선을 압도한다. 그리고 작품 전반의 그래픽은 한눈에 봐도 동시대의 그 어떤 게임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느낄 만큼 정교하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자면 지금까지 Playstation으로 발매된 그 어떤 게임보다 뛰어난 그래픽이라고 해도 무방할 수준이다. (과장을 보탰다곤 했지,만 본작보다 뛰어난 그래픽의 게임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치밀함이 느껴질 만큼 섬세한 환경/생태 묘사는 끊임없이 시선을 압도한다

그 중 '환경/생태 묘사'는 사실적인 수준을 넘어 치밀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눈덮힌 설원, 건조한 사막지대, 울창한 밀림, 광활한 평원 등 다양한 유형의 환경/생태를 마주하게 된다. 각 필드를 구성하는 사물이나 멀리 보이는 배경만으로 각 환경의 고유한 느낌을 구현할 수 있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수시로 변화하는 기후 요소까지 반영하여 강렬함을 전하고 있다. 예를 들면 같은 사막 지대라도, 한 번은 매우 건조하고 고요하다면 다른 한 번은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강한 모래 폭풍이 불어 매우 거칠다. 그저 분위기 형성을 위해 그려 넣은 배경이 아닌 마치 살아 움직이는 공간처럼 변화무쌍한 모습을 담아냈다. 이 외에도 시간의 흐름에 따른 낮과 밤, 서로 다른 환경의 경계를 지날 때 볼 수 있는 기후의 변화 과정,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야생동물 분포와 출몰 빈도 등 환경/생태 묘사가 세밀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플레이어에게는 사냥감일 뿐이지만 겉모습만큼은 대단히 세련되고 정교하다

뛰어난 그래픽을 보여주는 만큼 캐릭터 표현도 훌륭하나, 사실 사람보다는 로봇에 더 많은 시선이 간다. [Horizon : Zero Dawn]의 세계관은 먼 미래에 로봇이 지구를 지배한 세상으로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20여 종의 로봇을 만나게 된다. 상당수의 로봇은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촌스럽거나 진부하다기보다는 아주 세련되고 멋지다. 모티브가 된 동물의 특성을 반영한듯한 움직임이나 관절 형태, 행동 패턴 등이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설득력이 있기까지 하다. 또한, 로봇이라는 특성도 충분히 살려 로봇만이 할 수 있는 공격 방식이나 움직임도 보여주고 있으며, 어색하지 않은 수준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어찌 보면 로봇은 그저 플레이어가 사냥하고 이용하는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외형이 대단히 정교하고 세련되며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설득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중 세계관을 탄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물론 작품의 매력을 한껏 올려주는 중요한 역할로써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사냥에 필요한 무기를 제작하기 위해 다양한 자원과 재료를 수집하는 게 우선!

로봇과의 전투는 본작의 핵심이다. 단, 전투(Battle)보다는 사냥(Hunting)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사냥에 관련된 다양한 요소들이 촘촘히 들어가 있는데 이로 인해 플레이어는 사냥하지 않을 때(준비), 사냥에 돌입하기 전에(전략), 사냥할 때(전투) 굉장히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먼저 사냥을 하지 않을 때는 사냥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냥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무기와 회복수단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플레이어가 직접 자원과 재료를 모아 제작해야 한다. 근접무기를 제외한 모든 무기는 자원을 필요로 하며 특수한 기능과 효과를 가진 무기일수록 더 많은 재료를 소비한다. 이 때문에 원활한 사냥을 위해서는 언제나 자원 채취와 재료 수집에 신경 써야 한다.

중요한 과정이긴 하나 자연스럽게 자원과 재료가 모이므로 큰 불편함은 없다

다만 이러한 준비 과정은 별도의 시간을 낸다기보다 '사냥 외 시간'에 자연스럽게 수행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여러 장소를 돌아다녀야 하는 오픈월드 특성에 맞게 이동하는 중에 자원을 모을 수 있게 구성해두었고, 사냥 이후에 습득하는 전리품이 무기 제작을 위한 재료로 사용되는 순환적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필수적인 수행이며 자칫 귀찮아질 수 있는 활동임에도 적절한 편의성을 갖추고 있어 지나치게 의식적으로 수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자원/재료 수집을 소홀히 한다면 언제든 무기 부족으로 사냥에 실패할 수 있으며, 상급 로봇을 잡기 위해서는 더 강력하고 많은 무기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자원/재료 수집은 적당히 구색을 갖추기 위해 집어넣은 요소가 아닌, 가장 많이 신경을 써야 하는 요소임은 변함이 없다.

사냥을 시작하기 전에 포커스를 사용하여 사냥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냥감을 발견하고 사냥을 시작하기 전에도 할 일이 있다. 플레이어가 사냥할 대상은 로봇. 무작정 달려들어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한자)이라 로봇의 특성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성공적인 사냥이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플레이어는 포커스(focus)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사냥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과정을 또 한번 거쳐야 한다. 로봇의 강점과 약점, 내성, 부품, 이동 경로 등 사냥감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로봇의 위치, 분포, 종류, 거리 등 필드에 대한 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함정 설치, 무기 선택, 암살, 저격 등 어떻게 사냥 전략을 수립한 후 사냥에 돌입하게 된다.

포커스를 통해 습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사냥감을 사냥할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포커스를 사용한 정보 습득은 [Horizon : Zero Dawn]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앞서 나열한 정보의 종류를 생각해볼 때, 포커스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다양한 정보의 제공은 그만큼 플레이어가 세울 수 있는 전략의 폭을 넓혀주며, 사냥을 주먹구구식이 아닌 전략적인 형태로 접근하게 유도한다. 특히 사냥 준비 과정에서 모아둔 자원과 재료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할 여지를 주며, 이는 향후 플레이어가 자원과 재료를 수집함에 있어 어떤 것에 더 중점을 둘지 결정하게 한다. 다시 말해 어떤 식으로 게임을 풀어나갈지 고민할 수 있게 해주고, 그에 따른 운용 방향을 수립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게다가 포커스를 사용한 정보 습득은 실제 사냥꾼이 동물의 습성을 학습하고 행동을 관찰하는 과정과 매우 유사하므로, 플레이어에게 실제로 사냥하는 느낌을 주면서 강한 몰입을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무리 전략을 잘 세웠다 하더라도 언제든지 예상 밖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사냥이 진행되는 순간이 가장 바쁘다. 충분한 무기를 갖추고 적절한 전략을 수립했다 한들 사냥이 시작되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포커스를 통해 정보를 얻었다 할지라도 플레이어가 미처 알 수 없는 요소가 남아 있으며 이는 사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고립된 사냥감을 공격했을 때 멀리 떨어진 무리를 불러들임으로써 일대일에서 일대다의 상황으로 급변하거나, 거대한 몸집으로 느리게 공격할 것 같은 겉모습과 달리 원거리 공격이 가능해 화살만으로 사냥하기가 힘들어 사전에 설계한 전략이 전혀 먹여 들지 않는다.

정교하고 신속한 조작과 즉흥적인 전략 설계가 사냥의 진정한 재미라 할 수 있다

이때부터는 순전히 플레이어의 임기응변으로 상황을 헤쳐나가야 하는데 손이 굉장히 바빠진다. 로봇의 공격은 매우 위력적이어서 가능한 모든 공격을 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구르고 뛰어야 한다. 그러면서 빈틈을 노려 창을 휘두르고 화살을 쏴야 하는데 이 또한 무작적 공격할 게 아니다. 화살의 공격이 유효한 부위가 로봇마다 다르고 창을 휘두를 때 지연 시간이 존재하기에 신속하고 정교한 조작을 요구한다. 이로 인해 조작하는 재미가 상당하여 사냥이 시작되기 이전까지의 정적인 느낌과는 상반된 동적인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전략적인 요소의 활용도 여전히 유효해 미처 사용하지 못한 덫으로 로봇을 유인하면서 싸우거나 지형과 사각지대를 이용하고 전투 도중에 새로운 전략을 세우는 등 지능적인 게임 플레이도 가능하다. 단순히 전략만 잘 세우거나 조작만 잘해서만 되는 게 아니다. 정보를 기반으로 한 적절한 전략 수립과 상황에 맞는 임기응변과 조작능력을 모두 필요로 하기에 복합적인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약점이 뻔히 보이지만 공략하기는 어려운 상대를 마주하듯이 말이다.

로봇 분포와 모닥불이 대부분일 정도로 컨텐츠의 수가 절제되어 있다

퀘스트/컨텐츠 배치는 한 마디로 요약 가능하다. '양보다 질’. 게임 내 공간은 아주 넓지만, 그 안에 담긴 컨텐츠의 수는 의외로 많지 않다. 퀘스트를 수행하고 소비하기 위해 이동해야 할 거리가 아주 길고 기타 컨텐츠의 배치도 듬성듬성하기에, 양적인 면에서는 다소 부족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의 컨텐츠를 소비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즐길만한 요소가 충분히 담겨 있어 즐길 거리가 적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게다가 기존 오픈월드가 반복적인 내용을 산발적으로 배치하는 방향과 반대된다. 같은 종류의 퀘스트는 5개 내외, 자잘한 퀘스트는 많아 봐야 10개 전후다. 이에 따라 [Horizon : Zero Dawn]의 컨텐츠는 부족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절제되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어 각 컨텐츠별로 고유한 재미를 느끼기 충분하다

또한, 각 퀘스트와 컨텐츠는 특성이 서로 겹치지 않아 고유한 재미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사냥터'는 순수하게 플레이어의 조작 능력에 초점을, '오염지대'는 일반 사냥보다 높은 난이도의 전투에 초점을, '도적단 야영지'는 로봇이 아닌 사람과의 싸움을 초점을, '톨넥'은 지형을 관찰하고 오르내리는 플랫포머에 초점을 둔다. 그뿐만 아니라 근거지 제공, 특수 기술 습득, 지역 내 정보 제공, 무기 획득 등 컨텐츠에 따라 보상의 종류도 다르다. 그러므로 양은 많지 않더라도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며 유의미한 컨텐츠로써 선택적인 소비가 가능하다.

게임 전체의 비선형적 구조와 대조되는 선형적 구조를 가진 가마솥이 눈에 띈다

가장 인상적인 컨텐츠를 꼽자면 가마솥(Cauldron)를 들고 싶다. 가마솥은 일종의 던전과 유사한 형태로 미로처럼 얽혀있지만, 입구와 출구 그리고 이동 경로가 정해진 일직선 구성의 스테이지다. 진행 과정은 단순하다. 정해진 길을 따라가 가마솥의 가장 안쪽에 있는 보스 로봇을 쓰러뜨리고 보상을 습득한 뒤 가마솥을 빠져나가면 된다. 어찌 보면 그리 특별하지 않은 컨텐츠라 볼 수 있을 게다. 하지만 가마솥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Horizon : Zero Dawn]이 오픈월드 구성(비선형적)임에도 오픈월드와 완전히 반대되는 일직선 구성(선형적)임에도 아주 흥미로웠다는 것이다. 자유도가 부족했지만 플랫폼 요소가 부각되어 있었고, 전투의 전략성이 낮은 대신 조작 자체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했다. 스테이지 짜임새도 탄탄했고, 상반된 특성으로 인해 색다른 재미를 준다. 무엇보다 여러 종류의 보조적인 컨텐츠 중 하나임에도 작품 전체 구성과 비교해서 생각해보게 될 정도여서 가장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원시 사회와 로봇이라는 이질적 소재를 결합했음에도 이를 설득력 있게 만든다

원시 사회와 로봇이라는 이질적인 소재를 결합한 세계관을 효과적인 방법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 하다. [Horizon : Zero Dawn]의 세계는 '문명이 사라지고 로봇이 지배한 지구'다. 그리고 작중 중심이야기는 문명이 사라지고 로봇이 지구를 지배하게 된 '원인'을 다루고 있다. 다시 말해, 중심 이야기 자체가 세계관을 설명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로봇이 지구를 지배하게 된 경위, 인간이 원시 사회로 되돌아간 이유 등을 작중 이야기를 통해 다루고 있으며, 이에 따라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세계관을 이해하게 된다. 여기에 로봇을 숭배하는 부족 문화, 로봇의 부품을 활용해 만든 전통의상 등 세부 묘사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세계관이 대단히 치밀해 보인다. 그러다 보니 이질적인 소재의 결합이 억지스럽다기보다는 오히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이를 중후반까지 끌고 가기에 강한 몰입이 가능하다

동시에 작중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끌어내고 이를 이야기 후반까지 이어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중심이야기가 세계관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보니 처음부터 너무 많은 내용을 보여주면 금세 흥미가 식어 버린다. 그래서 이야기 중반까지 작중 세계에 대해 궁금증이 생길만한 내용을 조금씩 보여주면서 호기심을 크게 증폭시킨다. 주인공의 출생 비밀, 갑작스러운 로봇의 폭주, 정체를 알 수 없는 집단, 한 번도 본적이 없는 형태의 로봇 등 의문투성이의 연속이다. 물론 어느 정도 세계관을 유추하기 위한 몇 가지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서들이 오히려 궁금증을 증폭시키기에 작중 이야기에 대한 강한 몰입을 가능케 한다.

이야기 후반에 들어서야 모든 게 이해되기 시작하며 이는 강한 쾌감을 선사한다

그러다가 이야기 후반에 들어 작중 세계와 모든 사건을 이해하기 위한 단어를 보여 주는데, 그 순간 퍼즐이 맞아 떨어지듯 모든 내용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작중 사건과 세계관이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가 완성되고 계속해서 이어져 온 궁금증이 말끔히 해소된다. 이는 플레이어에게 강렬한 쾌감을 선사하며 [Horizon : Zero Dawn]의 세계관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한다. 이 정도면 잘 만들어진 SF영화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만한 수준이다.

보조 퀘스트 진행 中 - 최상의 그래픽 수준에 비해 컷 신은 전체적으로 아쉽다

그래픽, 게임성, 스토리 등 여러 요소에서 대단하다고 할만한 [Horizon : Zero Dawn]이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먼저 그래픽 수준에 비해 컷 신이 부실하다. 현시점에서 최상급이라 할만한 수준의 그래픽을 가졌음에도 컷 신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하다. 프롤로그에서 보여준 영상인 좋은 첫인상을 심어줬으나 그 이후에 볼 수 있는 컷신은 전체적으로 심심한 편이다. 스토리 전개나 정보 전달 역할 정도에 그칠 뿐, 멋진 연출이나 화려한 영상미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보조 퀘스트를 진행할 때 NPC와 대화하는 과정에서의 컷 신이 모두 같은 구도와 시점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경우 지루함을 유발할 정도로 단조롭기까지 하다.

로봇 특성이 고정되어 있어 전투의 신선함이 약해지는 시기가 빨리 찾아온다

전투의 신선함이 약해지는 시기가 의외로 빨리 오는 것도 큰 아쉬움 중 하나다. 그리고 그 원인은 로봇의 고정된 특성에 있다. 본작에 등장하는 로봇 중 플레이어가 사냥을 하는 대상은 약 20여종으로 그 수가 결코 적은 건 아니다. 하지만 각 로봇의 특성이 정해져 있다 보니 한 번이라도 사냥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있다면 그 이후에는 별다른 고민 없이 수월하게 사냥이 가능하다. 게다가 최고레벨이 50임에도 불구하고 30레벨 중후반 즈음에 다다르면 웬만한 로봇은 성공적으로 사냥할 수 있어 레벨이 높아질수록 사냥에 대한 흥미는 큰 폭으로 떨어지게 된다.(단, 처음 사냥할 때는 엄청나게 어렵고 그만큼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차라리 로봇별로 기본 특성을 정해두되 종종 무작위로 특성을 가진 로봇이 등장하도록 했다면, 사냥의 신선함을 더 오랫동안 끌고 갈 수 있는 것은 물론 전략의 다양성과 난이도도 증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본다.

이 외에도 아이템을 사기 위한 재료가 단순해서 장비를 갖추는 게 쉽다는 점, 유적지에서 만날 수 있는 퍼즐 요소가 대부분 비슷하고 참신하지 않았다는 점, 퀘스트 진행을 위해 이동 경로가 지나치게 길고 복잡하다는 점, 상호작용이 가능한 지형의 직관성이 떨어지고 간혹 상호작용이 되지 않는 점 등 자잘한 아쉬움이 남아 있다. 이런 요소들은 조금만 손을 봤다면 문제를 해결하고 게임의 전체적인 짜임새가 더 좋아졌을만한 요소여서 더욱 아쉽다.

오랫동안 어두웠던 Guerrilla Games에 희망찬 새벽이 찾아오게 한 멋진 작품

본작이 가진 재미와 완성도는 대단하다. 몇가지 아쉬움이 있지만, 멋진 세계관, 최고의 그래픽, 흥미로운 사냥, 인상적인 이야기 등 어느 부분을 바라봐도 멋지다는 말이 나온다. 이 정도면 이제는 Guerrilla Games를 다르게 바라봐도 좋다고 생각한다. 더는 ‘킬존 시리즈를 만든 그저 그런 회사’가 아니라 ‘호라이즌 제로 던을 만들어낸 실력 있는 회사’라고 불릴 것이다. 선입견은 깨졌다. 아니. 새로운 선입견이 생겼다. 그리고 그 선입견의 원인은 [Horizon : Zero Dawn]. 오랫동안 어두웠던 Guerrilla Games에 이름 그대로 새벽이 밝아오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멋진 작품으로 우리를 비춰줄지 기대해 보자.

못다 한 이야기

- 컨텐츠 수가 절제되어 있다고 했으나 예외도 있다. '금속 꽃' 수집요소는 엄청나게 많으며 여러 장소를 탐색하면서 모으면 보상을 주는 것에서 끝난다. 다만 컨텐츠의 성격 자체가 '아이템을 모으는' 것이기에 양적으로 많이 담을 수밖에 없으며, 여러 장소를 돌아다닐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 포커스의 사용을 사냥에 한해서만 이야기했지만 다양한 곳에 사용할 수 있다. 퀘스트 수행 과정에서 흔적 찾기, 음성 기록 열람, 퍼즐 풀이 등 활용도가 높다. 다만 사냥 이외의 상황에서 포커스를 사용하는 것은 대부분 퀘스트에 한정된 사용이기 때문에, 능동적인 포커스 사용을 사냥이 유일하다고 봐도 좋다.

- 작중 이야기는 크게 두 개의 흐름으로 진행된다. '세상의 비밀'과 '부족 대립'. 처음에는 별개의 내용으로 진행이 되어 중심 이야기가 무엇인지 감을 잡기 어려우나 후반에 하나로 합쳐지면서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로 끝맺어진다. 게다가 게임을 끝낸 뒤에 생각해보면 서로 다른 흐름의 이야기임에도 어느 정도 연결성이 있어 전체적인 짜임새가 좋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 사실 특이한 로봇이 존재하긴 하는데 '붉은 아가리'라는 이름의 썬더죠다. 특정 퀘스트 수행 시 만날 수 있으며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 이런 요소를 좀 더 다양하게 집어넣었다면 사냥의 신선함이 빨리 떨어지는 아쉬움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 본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아주 낮은 빈도로 텍스처 팝인이 발생한다. 다만 Pro가 아닌 일반 Playstation 4로 진행했음에도 그래픽 품질 저하나 프레임 드랍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에 사실상 문제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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