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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원작 : 스미노 요루

(본 후기를 직/간접적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 '불치병에 걸린 여주인공'과 '이를 곁에서 지켜보는 남주인공'이라는 설정은 기본적으로 '이별'이라는 결말을 깔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물론, 기적처럼 병이 회복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사쿠라(여주인공)는 자신이 죽을 수 밖에 없다는 걸 드러내고 있어 관객으로 하여금 '이별'이라는 결말은 이미 정해져있음을 각인시킨다. 이로 인해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결말보다는 '과정'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별'이라는 정해진 결말까지 흐르는 과정에서 하루키의 변화와 사쿠라의 진심을 살펴 본다 

- 과정에 담겨 있는 내용의 핵심은 '하루키(남주인공)의 변화'. 극후반까지 태도의 변화가 거의 없는 사쿠라와 달리, 하루키는 사쿠라와 함께하면서 서서히 달라진다. 사쿠라에게 이끌려 다니는 소심한 소년에서 사쿠라의 마음을 읽고 밤늦게 병원으로 달려가는 남자로 말이다. 그러면서도 하루키는 사쿠라와 이별할 때까지 '친한 사이'라는 선을 유지하려고 애썼는데, 이는 사쿠라가 상처입지 않기 바라는 마음에서 배려해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쿠라가 불치병에 걸렸음을 알게 됐음에도 관심조차 가지지 않으려 했던 첫 만남과는 확실히 다르다.

- 하루키와 대조적으로 사쿠라는 변화가 없다. 언제나 밝고 만사에 적극적이었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의연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상처받기 원치 않았으며 하루키를 좋아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죽음을 두려워 했다. 하루키와 대화를 나누기 전부터 이미 마음이 있었다는 점, 예정된 죽음을 인정하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점, 하루키를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상처받기 원치 않기에 '친한 사이'라 수시로 수시로 표현한 점 등 이를 증명한다. 다만, 이러한 일관된 태도가 생전에 직접 드러나지 않고 사후 공병문고를 통해 밝혀짐으로써 사쿠라의 마음이 더 순수하게 느껴지고 관객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쿄코를 비롯한 주변 인물의 역할이 명료하여 하루키와 사쿠라의 심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 주변 인물의 역할이 명료하다. 껌소년은 하루키가 타인에게 마음을 얼마나 열었는지 보여줬고, 쿄코는 하루키에 대한 사쿠라의 마음이 무엇인지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반장은 하루키의 태도가 달라졌음을 증명하는 역할이다. 원작을 읽는 이들은 주변인물이 잘 드러나지 않아서 아쉽다고 했는데, 확실히 껌소년의 호의와 반장과의 갈등은 개연성이 조금 떨어진다. 다만, 앞서 언급한 역할을 잘 수행했고 중심이야기를 흐트리지 않는 선에서 등장했기에 큰 문제는 없다.

반전이라면 반전일 수 있는 충격적 결말, 하지만 복선이 깔려있어서 설득력있다

- 결말이 꽤 충격적인데, 작중 초반에 이미 복선이 깔려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결말은 하루키-사쿠라의 관계가 '친한 사이'에서 더 발전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훗카이도 여행)를 빼앚음으로써 강한 여운을 남긴다. '사쿠라가 사고를 당하지 않고 하루키와 훗카이도로 여행을 갔다면 어떤 결말이었을까?'하고 상상하게 만드니까 말이다.

- 사쿠라가 세상을 떠난 이후 하루키의 태도에서 하루키의 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한달 동안 학교에 가지 않았고, 작중 처음으로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렸으며, 사쿠라의 소망대로 선생님이 됐다. 이정도면 '사랑'이라고 봐야 할 게다.



제목 : Cuphead (컵헤드)

장르 : 액션, 플랫포머

제작사 : Studio MDHR

플랫폼 : Xbox One, PC

발매년도 : 2017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형제가 있다. 이들은 게임을 너무나도 사랑했다. [Contra], [Gunstar Heroes], [the Thunderforce] 같은 게임을 즐기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 어른이 되면서 게임 제작까지 손을 뻗치게 된다. 그런데 형제는 조금 특별한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형제가 게임만큼 좋아했던 만화영화, 그중에서 1930년대 작품에 대한 기억이 너무나 강렬했기에 그 느낌을 고스란히 게임으로 옮겨보고자 생각했다. ‘뽀빠이’를 제작한 플레이셔 스튜디오(Fleischer Studios)와 ‘미키 마우스’로 대표되는 디즈니(Disney)의 작품이 바로 형제가 만들고자 한 게임의 이미지다.

형제는 어린 시절 보았던 1930년대 만화를 그대로 게임으로 옮기고자 했다

그러나 제작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00년, 처음 게임 제작을 시도했지만 개발을 지속할 여건이 부족해 금방 중단됐다. 마음만으로는 게임을 만들 수 없었던 게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어느 정도 여건을 마련한 형제는 다시 개발을 시작했으나 상황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형제가 추구하는 모습을 만들어내기 위한 작업 방식은 현시점에 있어 너무나도 비효율적이고 어려웠다. 하나의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에도 엄청나게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했다. 여기에 게임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재정문제로 은행에 집을 저당 잡히기까지 했다. 게임이 완성하기는커녕 지속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힘든 시기였다.

그런데도 형제는 포기하지 않았다. 형제가 만들고 있는 게임이 처음 세상에 알려졌을 때, 많은 이가 찬사와 응원을 보내기 시작했으니 포기하려야 할 수 없었다. 형제는 꿈꾸던 게임을 완성할 수 있다는 확신에 가득 찼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후 오랜 시간이 흘러 2017년 9월 29일, 형제가 꿈꾸던 작품이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채드-재러드 몰덴하우어 형제 - 사진에서 그들이 방향성이 느껴진다

이 이야기는 런&건 슈팅 게임 [Cuphead]와 제작자 채드-재러드 몰덴하우어 형제의 일화다. 도박으로 인해 악마에게 사로잡힌 컵헤드(Cuphead)와 머그맨(Mugman)이 빚을 갚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은 본작은 역설적이게도 제작 과정 자체가 도박이다. 게임의 흥행 여부를 그 어떤 작품도 보장되지 않는 마당에 경험이 부족한 아마추어 개발자가 직장을 그만두고 모든 재산을 쏟아 부어가며 제작을 이어갔으니 인생을 건 도박이라 할 만하다. 이러한 몰덴하우어 형제의 모습은 마치 그들의 작품 속 주인공인 컵헤드와 머그맨과 다를 바 없다. 목적은 다르지만, 인생을 건 도박을 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몰덴하우어 형제는 도박은 어떤 결과를 냈을까? 그 모든 건 [Cuphead]의 완성도에 달려 있을 게다. 지금부터 살펴보자.

고전 만화를 게임으로 옮기거나 핵심 컨셉으로 삼은 경우는 이전부터 있었다

[Cuphead]가 최초로 공개됐을 때 사람들이 열광한 이유는 1930년대 만화를 초점으로 삼은 독특한 컨셉에 있다. 다만, 이전에도 20세기 초중반 만화의 디자인을 핵심으로 삼은 게임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그저 컨셉만으로 주목받은 건 아니다. 본작이 주목받은 이유는 1930년대 만화를 컨셉으로 삼은 것을 넘어 게임에 담긴 모든 시청각 요소를 그 시절의 모습을 구현해냈다는 것이다. 비슷하게 흉내 낸 게 아닌 게임인지 만화인지 구분이 어려울 만큼 완벽한 구현이다.

완벽한 구현을 위해 대부분의 과정이 수작업인 셀 애니메이션 방식을 택했다

이러한 구현은 작업 방식에서부터 출발한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활용하는 일반적인 게임 제작 과정과 달리, [Cuphead]는 종이와 펜을 이용해 모든 프레임의 그림을 손으로 하나하나 그리는 셀 애니메이션(cel animation)을 택했다. 물론 해당 방식도 디지털 작업을 할 수 있으나 1930년대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직접 손으로 그리는 방식으로 진행한 것이다. 게임 내에는 작업 방식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지 않으나, 게임 발매 전후로 수차례 공개된 메이킹 필름(making flim)을 통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해당 영상을 보고 난 뒤 [Cuphead]를 접한다면 발매가 수차례 연기된 걸 납득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몰덴하우어 형제에 대한 경외감마저 들 거다.

사운드 노이즈부터 화면 필터까지 모든 면에서 1930년대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당시 만화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연출도 다방면으로 신경 썼다. 1930년대의 양식을 그대로 따르는 캐릭터 디자인과 화풍은 기본이며, 지독하게 과장된 연출은 시선을 압도한다. 드래곤의 입에서 튀어나온 불덩이들이 행진하거나 해바라기가 기관총처럼 변해 씨앗을 발사하는 모습 등이 그 예로 기괴하지만 그럴싸해 보이기까지 해 독특한 즐거움을 준다. (<톰과 제리>, <뽀빠이> 등의 만화에서 귀상어 머리가 망치로 변한다거나 꼬리를 프로펠러처럼 돌리는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브라운관의 투박한 느낌을 그대로 담기 위해 화면 필터를 사용했고, 예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재즈 음악과 성우 연기에 더해 의도적으로 미묘한 사운드 노이즈까지 입혔다. 무엇보다 구형 텔레비전에서 영상을 재생했을 때 정말 만화를 방영하는 듯 위화감이 없다는 점에서 [Cuphead]의 구현률이 얼마나 완벽한지 보여 준다.

특별한 퍼즐 요소 없이 차례대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단순한 게임 구성

그렇다면 게임으로써 재미는 어떨까? 만화와 헷갈릴 만큼 완벽하게 구현했더라도 재미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순하지만 어렵고 도전적이면서 재미있다’.

게임 구성은 단순하다. 런&건(Run and Gun)을 기본으로, 별도의 플랫포머 구간 없이 보스만 쓰러뜨리면 되는 보스 배틀(Boss Battle)과 기존 런&건 장르처럼 일직선으로 구성된 스테이지를 돌파하는 플랫포머(Platfomer)로 나뉜다. 각 스테이지는 평균 2~3분 내외, 길어봐야 5분이 넘지 않고 끝낼 수 있을 만큼 길이가 짧다. 복잡한 길 찾기나 퍼즐 요소는 없어 그저 눈앞에 보이는 적을 쓰러뜨리면서 최종 보스까지 도달하면 된다.

보기와는 달리 보스 배틀과 플랫포머는 훨씬 어렵고 까다롭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마주하는 보스와 플랫폼은 절대 쉽지 않다. 아니. 쉽지 않은 게 아니라 어렵다. 보스의 공격은 직관적이며 눈으로 보고 반응하기 어려울 만큼 난감한 공격은 없다. 그러나 공격 방식이 복잡하고 공격-회피 타이밍을 숙지하기 까다로워 대처하기 쉽지 않다. 또한, 보스가 받은 피해량에 따라 모습이 바뀌면서 공격 패턴과 피격 범위도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보스라도 전혀 다른 대처 방식을 요구하기까지 한다. 플랫포머 스테이지도 마찬가지. 플레이어의 앞을 가로막는 복잡한 플랫폼 구조, 다양한 함정, 교묘한 위치에서 공격하는 적은 끊임없이 손을 움직여야만 돌파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각 스테이지에 대한 충분한 학습은 필수이며 이를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시도해야만 한다. 얼마나 반복해야 하는지 감이 안 온다고? 죽지 않고 끝내면 2~3분 걸릴 스테이지를 1시간 넘게 붙잡고 있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을 수 있다.

고난이도 게임이지만 게임 전체의 난이도 상승은 점진적이며 조절 가능하다

단, 무작정 고난이도 스테이지만 담아낸 건 아니다. 게임 전체 흐름을 살펴보면 난이도 상승이 매우 점진적이다. 게임 초반 스테이지는 런&건 장르에 익숙한 사람에 한해서는 어려움을 못 느낄 수준의 난이도다. 반면 중후반부터는 숙련자도 여러 번 시도해야 할 만큼 높은 난이도로 구성되어 있어, 초-중-후반의 난이도 차이가 확실하게 느껴질 정도다. 여기에 각 스테이지 진입 시 난이도를 설정할 수 있어 플레이어가 자신의 수준에 맞도록 조절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쉬움/easy'과 '보통/regular’ 난이도가 제공된다)

체감 난이도에 의한 플레이어의 이탈을 막기 위해 몇 가지 장치를 마련했다

플레이어의 이탈을 막고 게임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전의식을 자극할만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1) 랭크 시스템 2) 스테이지 진척도 3) 전문가(expert) 난이도 가 바로 그것이다. 숙련자에게는 랭크 시스템을 통해 높은 랭크에 도전하고 클리어 이후에도 반복 진행을 하게끔 유도하고, 초심자에게는 스테이지 진척도를 보여주어 게임 숙련도를 체감할 수 있게 하며 중도 포기를 방지한다. 그리고 고난도 게임을 즐기는 매니아들에게는 추가 난이도를 제공해 극한의 난이도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덕분에 게임 숙련도에 상관없이 도전의식을 자극해 게임의 지속이 가능하고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솔직히 약점이라 할 만한 부분은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완벽한 게임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약점은 없을까? 솔직히 말하면, 약점이라 할 만한 부분은 찾기 어렵다. 1930년대 만화를 완벽하게 재현해낸 시청각적 요소에 도전적인 난이도와 구성을 갖췄고 적당히 흥미로운 배경 스토리까지 담고 있으니 완벽에 가깝다 해도 무방할 게다. 다만, 굳이 약점을 잡아내자면 런&건 장르라는 측면에서 호불호 내지 아쉬움이 생길만한 여지가 있다. 바로 보스 배틀에 비해 플랫포머 스테이지의 수가 적다는 점이다.

기존 런&건 장르는 하나의 스테이지가 플랫포머와 보스 배틀이 결합된 구성이 주를 이뤘다. 초중반은 플랫포머 구간이 진행되고 후반에 보스 배틀이 이루어지는 스테이지 구성은 정석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진행 시간을 기준으로 플랫포머 구간이 보스 배틀보다 더 많은 분량을 차지했고, 플랫포머 구간이 주(main)이며 보스 배틀은 보조(sub)하는 역할로 보여졌다.

굳이 꼽자면 기존 런&건 기준에 비해 플랫포머 스테이지가 부족하다는 아쉬움 정도?

그러나 [Cuphead]는 보스 배틀과 플랫포머가 별개의 스테이지로 분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플랫포머 스테이지의 수가 보스 배틀 스테이지의 수에 비해 매우 적다. (플랫포머 6개, 보스배틀 19~28개) 이같은 기존 런&건 스테이지 구성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게임 자체의 재미를 떠나) 보스 배틀의 비중이 높은 구성에 만족하기 어려울 수 있다. 더군다나 [Cuphead]가 최초로 시연됐던 E3 2015 당시 플랫포머 스테이지가 없다는 비판이 있었던 걸 생각하면, 플랫포머 스테이지의 수가 적은 데에 불만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행복하게 웃고 있는 몰덴하우어 형제(좌측 2인)의 다음 도전이 너무나 기대된다

이쯤 해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몰덴하우어 형제의 도박은 어떤 결과를 맞이했을까? 1930년대 만화를 완벽하게 구현한 시청각 요소에 어렵지만 재미있게 지속할 수 있는 게임 구성, 그리고 약간의 호불호만 있을 뿐 약점이 없는 완성도라면 대박 나지 않았을까? 아니나 다를까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 [Cuphead] 판매량이 100만장을 돌파했다. 작지 않은 규모의 중견 개발사도 100만 장을 파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처음 게임 개발을 시도한 형제가 100만 장을 팔아치웠다니 실로 엄청난 성과임이 틀림없다.

무엇보다 악마를 무찌르고 모든 빚을 갚는 데 성공한 컵헤드와 머그맨처럼 몰덴하우어 형제도 그동안 겪은 고생을 모두 털어버릴 만큼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 말 그대로 [Cuphead]는 형제의 인생 그 자체, 인생 게임이라 불러야 할 거다. 포기하지 않고 게임을 완성해준 몰덴하우어 형제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는 바이며 당신들의 다음 도전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못다 한 이야기

- 게임 발매 전후로 '극악의 난이도'라고 소문이 많이 돌았는데 그 정도는 아니다. 본문에서도 언급했지만 난이도 설정은 점진적이어서 레귤러 난이도 기준으로 '하다 보면 누구나 끝낼 수 있는' 수준이다. 2D 플랫포머에 강한 사람이라면 4시간 전후로도 끝낼 수 있다. 평균 클리어 타임은 6시간 전후.

- 게임 발매 전 공개된 자료를 찾아보면 지금은 볼 수 없는 보스와 스테이지가 몇 개 있다. E3 2015 이후 대폭 수정을 가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초기 구상과 지금의 모습은 크게 달랐던 듯하다. 삭제된 요소 중에 [Space Invaders]를 패러디한 스테이지나 익숙한 디자인의 박쥐 보스가 있는 것으로 보아 초기에는 오마주를 많이 했을 걸로 예상된다.

-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무기, 특수 기술 습득을 위한 이벤트 스테이지, 흑백 필터 해금 등 자잘한 부가 요소도 많다. 그중 흑백 필터 해금은 플랫포머 스테이지에서 적을 죽이지 않고 클리어하는 '평화주의자(P)' 랭크를 받으면 얻을 수 있는데, 평화주의자 랭크를 달성하기가 매우 어렵다. 재미있는 건 해금 보상인 흑백 필터조차 게임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라는 점. 사실상 [Cuphead]의 최고난이도 컨텐츠에 해당한다.

- 인터페이스가 매우 간소화되어 있다. 그 덕에 게임 화면이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 인터페이스가 아주 큰 개발 초기와 비교하면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만화적인 느낌을 완벽하게 주기 위해 많은 신경을 썼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부분.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C )

- 없음








제목 : Sonic Mania (소닉 매니아)

장르 : 액션, 플랫포머

제작사 : SEGA

플랫폼 : Playstation 4, Xbox One, Nintendo Switch, PC

발매년도 : 2017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고슴도치 ‘Sonic the Hedgehog'가 비디오 게임 역사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아주 크다. 아타리 쇼크 이후 게임 업계를 되살린 구원자임과 동시에 독재자로서 위세를 떨치던 있던 닌텐도(Nintendo)에 정면으로 도전한 세가(SEGA)의 상징이요 마리오(Mario)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존재다. 그리고 소닉의 등장과 성공은 영원히 흔들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닌텐도 독점 체제를 크게 흔들었으며 이후 비디오 게임 시장의 다양성이 증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소닉의 등장 당시 내걸었던 ‘Welcome to the Next Level'이라는 말에 걸맞게 게임 업계를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한 발판인 셈이다.

가장 최근에 나왔지만 혹평만 듣고 팬덤에게도 외면 받은 [Sonic Boom] 시리즈

하지만 이러한 역사적 의미가 무색하게 근래의 소닉은 과거의 명성만 하지 못했다. ‘언제나 혁신을 추구한다'는 세가의 방향에 맞게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소닉이었지만 그게 오히려 문제가 됐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핵심은 '소닉다움'이 사라졌다는 것. 시간이 흐를수록 팬들이 바람과는 사뭇 다른 결과만을 내어오며 팬덤의 크기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판매량과 평단의 반응도 예전만큼 못한 것도 마찬가지. 물론 소닉다움을 되찾아가는 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한순간이었을 뿐, 여전히 하락세를 찍으며 현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25주년은 기념만 하고 2017년 차기작 발매에 더 많은 힘을 쏟기로 한 세가

결국, 세가는 소닉 25주년인 2016년을 기점으로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매번 지켜오던 N 주년 기념작을 내지 않기로! 대신 2017년에 보다 완벽한 소닉을 내놓겠음을 약속했다. 어떻게? 소닉이 시작된 원점으로 돌아가 소닉팬을 위한 작품을 만들기로! 소닉팬과 함께 작품을 만들기로! 팬들은 열광했고 떠나갔던 팬도 하나둘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17년 8월 15일. [Sonic Mania]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팬들의 염원을 담은 이 작품은 과연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지금부터 살펴보자.

원점으로 돌아가 약 20년만에 2D 소닉 시리즈를 선보이게 된 [Sonic Mania]

소닉이 시작한 원점으로 돌아가겠다는 기조에 걸맞게 [Sonic Mania]는 도트 그래픽으로 개발됐다. 1998년 [Sonic Adventure]부터 3D로 바뀌었으니 대략 20년 만에 2D로 돌아온 것이다. 물론 2000년대에도 [Sonic Advance] 시리즈 같은 2D 그래픽으로 개발된 외전이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2004년이 마지막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아주 오랜만에 2D 소닉을 선보인다는 사실에는 변함없다.

단, 그저 그래픽을 3D에서 2D로 바꾼 게 원점으로 돌아간 게 아니다. 2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만큼 발전한 그래픽 기술을 충분히 보여주면서, 동시에 90년대 초 소닉 시리즈의 느낌을 고스란히 살려냈다. 2D로 돌아간 건 바로 여기에 그 의미가 있다.

그동안 그래픽이 얼마나 발달했는지 타이틀 화면만 봐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발전한 그래픽 기술을 느낄 수 있는 건 프레임(fps, frame per second). 프레임이 놀랄 만큼 향상됐다. 이는 게임을 켜는 순간부터 느낄 수 있는데 게임 타이틀에서 보이는 소닉의 움직임은 도트 그래픽임에도 매우 부드러워 감탄이 나온다. 게임 진행 시에도 마찬가지로 높아진 프레임 덕분에 화면 내 움직임은 역동적이면서 매끄럽게 보인다. 프레임이 늘어난 만큼 연속적인 움직임을 형성하는 각각 이미지(스프라이트, sprite)의 수도 늘어나 캐릭터의 행동이 한층 더 자연스러워졌다.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골드링은 입체감/공간감의 개선 정도를 확실히 보여준다 

입체감과 공간감도 크게 개선됐다. 사용할 수 있는 색이 제한된 16비트 시절과 달리, 원하는 색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어 명암이나 굴곡 표현 같은 입체감을 형성하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표현해냈다. 대표적인 예는 소닉과 너클즈의 머리가 정말로 둥글게 보이는 것. 명암 표현 방식은 비슷하나 더 다양한 색을 활용해 평면(2D)임에도 입체감을 충분히 살려냈다. 플레이어가 움직이는 플랫폼을 기준으로 원거리-근거리 배경을 여러 층에 걸쳐 표현함으로써 공간감 역시 더 실감 나게 느껴진다. 특히 적의 공격에 당했을 때 떨어뜨리는 골드링(gold ring)의 크기와 색상을 여러 종류로 나누어 표현하고 있는데, 마치 플레이어 앞으로 동전이 튀어오는 것처럼 보인다.

게임 진행 중에 볼 수 있는 각종 연출은 게임 내 이미지를 더 자연스럽고 멋지게 만든다

향상된 그래픽 덕에 연출이 강화된 점도 눈에 띈다. 그중 스테이지 전환 연출이 대표적이다.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 시 간단한 연출을 통해 연속성을 가지도록 하는 방식은 1994년 [Sonic the Hedgehog 3]에서 먼저 선보인 바 있다. [Sonic Mania]도 이러한 연출을 담아내고 있는데 전작보다 이동 과정이 더욱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어 스테이지와 스테이지 사이의 단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이벤트씬도 다양하게 추가됐다. 등장인물의 감정 표현, 개그 포인트 등 소소한 내용이 더해져 캐릭터가 생동감 있게 보인다. 그리고 이벤트씬의 양적 증가로 이야기를 이해하기가 한층 쉬워졌다. 이 외에도 고속으로 달리는 충격파로 유리창이 깨지는 모습이나 거대한 전광판에 현란한 영상이 재생되는 등 역동적인 배경 연출까지 더해져 게임 속 이미지를 더욱 멋지게 만든다.

1991년(좌) vs 2017년(우) - 얼핏 봐서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단, 그래픽 품질을 높이되 90년대 소닉 시리즈의 느낌을 유지하는 선에서 그 정도를 제한했다. 프레임이나 도트의 수를 과하게 늘리지 않았고, 캐릭터 모델/모션, 연출 방식도 90년대 소닉 시리즈의 것을 거의 그대로 따른다. 이는 소닉팬인 사람과 아닌 사람이 [Sonic Mania]를 바라보는 느낌에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팬이 아니라면 [Sonic Mania]가 90년대 소닉 시리즈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체감하기 어렵지만 소닉팬은 (앞서 언급한 내용을 포함해) 확실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즉, [Sonic Mania]라는 이름 그대로, 매니아만이 느낄 수 있는 변화와 매니아를 위한 원점으로의 회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냈다.

익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13개의 스테이지가 준비되어 있다

스테이지 디자인은 ‘과거의 재현’과 ‘새로움의 창출’로 요약할 수 있다. 스테이지 종류는 90년대 클래식 시리즈에 해당하는 다섯 작품의 스테이지를 일부 가져오고 [Sonic Mania]만의 새로운 스테이지를 추가해 총 13개로 구성했다. 리부트나 리메이크가 아닌 후속작의 개념으로 제작된 [Sonic Mania]이기에 기존 스테이지는 컨셉만 유지하는 수준에서 완전히 새로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기존 스테이지의 스타팅 포인트나 인상적이었던 플랫폼 구조/구간을 재현하는 것으로 전작에 구조를 일부 반영했다. 새로 등장한 스테이지도 방향성은 비슷하다. 컨셉에 맞는 독특한 플랫폼과 전작에서 볼 수 없는 구조물로 스테이지를 채웠다. 그러면서 그 안에는 전작에 등장한 요소(로봇, 구조물, 지형 등)를 조금씩 녹여냈다. 새로움과 익숙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그러니까 후속작으로써 신선함을 만끽하면서도 20여 년 전의 추억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이다.

캐릭터에 따라 달라지는 분기와 다양한 경로로 스테이지는 보다 넓고 복잡졌다

스테이지 구성은 어떨까? [Sonic the Hedgehog 3]의 틀을 기본으로 하되 이를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1) 넓은 스테이지 2) 상하좌우 다양한 진행 방향 3) 캐릭터에 따라 달라지는 분기/경로 4)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구간 이 그 특징이다.

스테이지는 확실히 넓어졌다. 이는 직관적으로 넓어졌다고 느끼는 이유도 있지만, 게임 진행 시 만나는 분기나 이동 경로의 수가 늘어난 것에서 알 수 있다. 캐릭터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분기의 차이는 기본이요 하나의 캐릭터라도 다양한 경로가 나뉜다. 여기서 빛을 발하는 것이 상하좌우 다양한 진행 방향. 전작들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2D 플랫포머의 전형을 벗어났듯 [Sonic Mania]도 다양한 이동 방향을 보여준다. 다만, 단순히 이동 중에 짧게 위-아래-왼쪽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경로 자체가 오른쪽이 아닌 방향으로 치우친 구간이 적지 않다. 일부 스테이지(특히 너클즈 전용 구간)는 진행 방향이 헷갈려 얼핏 메트로배니아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화면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속도감은 잘 짜여진 스테이지와 구조물의 결과다

플랫폼 및 구조물 배치의 짜임새도 더 촘촘해졌는데 이를 통해 '속도감'과 '조작'의 균형을 적절하게 맞추고 있다. 스프링-가속 패드-곡선 트랙의 연계를 이용해 자동으로 달릴 수 있는 구간은 길이도 길어졌을 뿐만 아니라 구성도 다채로워졌다. 여러 각도로 튀어 오르는 스프링의 연계는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적절히 배치된 가속패드는 멈추지 않고 빠르게 달릴 수 있게 보조한다. 그리고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의 곡선트랙은 소닉 일행의 빠른 움직임을 돋보이게 해 속도감을 배가한다. 여기에 달리는 속도를 화면이 쫓아가지 못하는 연출이 더해져 역대 소닉 시리즈 중 최고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한 속도감을 선보인다.

정신 놓고 달리다간 골드링을 모두 잃거나 자칫 죽을 수 있으니 추가 조작은 필수!

그러면서도 자동으로 달리는 구간 사이에 다른 경로로 갈 수 있는 분기점과 달리기를 방해하는 함정/ 플랫폼을 배치해 일정 수준 조작을 유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달리는 도중에 점프해야만 접근할 수 있거나 충분한 가속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도달할 수 없게 구성한 분기점이 적지 않다. 함정 및 플랫폼도 마찬가지. 별다른 조작을 하지 않으면 함정에 걸려 링을 모두 잃거나 플랫폼에 걸려 속도감이 순식간에 떨어진다. 드물게 움직이는 플랫폼 사이에 끼여 즉사하는 경우도 있다. 연속적인 속도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점프하거나 방향키를 이용해 속도를 조절하는 등의 조작이 필요하다. 즉, 일정 수준 속도감은 보장하지만 그 이상의 속도감을 즐기려면 플레이어의 조작 능력이 받쳐줘야 한다는 의미다.

클래식 소닉 시리즈 특유의 물리 엔진을 응용하는 등 보스 배틀이 까다로워졌다

어려워진 보스 배틀도 놓칠 수 없다. 스테이지는 기존의 것을 많이 가져왔지만, 보스는 대부분 새로운 유형으로 바뀌었다. 기존에 등장했던 보스도 공격 방식을 추가/변경함으로써 패턴을 다양하게 구성했다.

눈에 띄는 보스를 꼽자면 단연 하드 보일드 헤비즈(Hard Boiled Heavies). 이들은 [Sonic Mania]에 새로이 등장한 캐릭터로 개성 있는 외형에 걸맞게 다른 보스와는 차별화된 보스 배틀을 선보인다. 바닥 경사에 따라 점프 방향과 달리는 속도가 변하는 2D 소닉 시리즈 특유의 물리 법칙 응용하거나, 정해진 순서에 따라 공격을 하지 않고 상황에 맞춰 패턴을 수시로 바꾸기도 하며,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피해를 줄 수 없도록 반격/무적 판정을 넉넉하게 가지는 등 기존 보스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을 가진다. 게다가 다른 보스들과 달리 크기가 작고 움직임이 빨라 공격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크기가 커서 공격 허용 범위가 넓은 기존 보스와는 대조되는 특징이다.

퍼즐 요소까지 더해져 일반 공격으로는 피해를 입힐 수 없는 보스가 적지 않다

이 외 몇몇 보스 배틀에는 퍼즐 요소를 더했다. 일반적인 보스 배틀은 보스의 공격을 피하고 빈틈을 노려 점프 공격으로 직접 피해를 입히는 방식이다. 하지만 퍼즐 요소가 더해진 경우는 스테이지 내부에 있는 플랫폼과 장치를 이용하거나 특정 패턴에 맞춰 대응해야만 피해를 줄 수 있게 설계됐다.

덕분에 하드 보일즈 헤비즈와 더불어 대부분 보스가 상대하기 까다로워졌다. 골드링을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죽지 않는 소닉 시리즈 전통의 시스템은 유효하지만, 예전처럼 적당히 맞아가며 상대할 수 없다. 패턴을 학습하고 이해하여 정확한 조작을 구사해야만 공략할 수 있다. 무엇보다 피격 후 무적 판정과 골드링 회수를 이용한 연속 공격을 활용할 수 있는 보스의 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어 체감 난이도는 더 높게 느껴진다.

(참조 - 클래식 소닉 시리즈는 피격 후 발생하는 무적 판정과 골드링 회수 시스템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방법이 있었다. 쉽게 말하면 보스의 공격을 일부러 맞은 뒤 무적 시간 동안 '맞은 것보다 더 많이 때리는’ 방식이다. 그래서 보스의 패턴을 아무리 까다롭게 설계하더라도 해당 방법만 활용할 줄 안다면 보스의 난이도가 크게 떨어졌다. 특정 보스는 보스 배틀이 시작된 지 5초 안에 끝날 정도였니 체감 난이도가 어땠을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점프 중 가속할 수 있는 신기술! 드랍 대쉬로 속도감을 한층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

소닉에게 새로운 기술이 하나 추가됐다. 드랍 대쉬(drop dash). 드랍 대쉬는 점프 중에 가속하는 기술이다. 제자리에서 가속하는 기술인 스핀 대쉬와 기능은 같으나 속도가 느려 하위 호환의 느낌이 든다. 하지만 점프 중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핀 대쉬와 달리 응용 여지가 많다. 예를 들면, 방향 전환이 잦거나 높이가 다른 플랫폼이 복잡하게 배치된 구간은 점프를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점프 중에 가속하는’ 드랍 대쉬를 적절히 활용하면 속도를 보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게다가 점프 중에 버튼을 누르고 있는 것으로 사용할 수 있어 조작법까지 간단하다. 제자리에 멈춘 상태에서 방향키를 아래로 누르고 점프 버튼을 연타해야 하는 스핀 대쉬에 비해 언제든지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좌우로 정신없이 움직이는 소닉을 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게임의 전체적인 진행 속도를 높이는 데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정말 반가운 얼굴들 - 오랜 소닉팬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성 요소가 담겨 있다

이름부터 매니아를 위한 작품이듯 오랜 팬을 위한 이벤트성 요소를 촘촘하게 담아냈다. '촘촘하게 담아냈다'라고 표현한 데에는 이유가 있는데, 이벤트 요소가 양적으로도 많지만 유형도 정말 다양하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

팬들의 추억 속에 있던 캐릭터가 빠짐없이 등장했다. 최초의 라이벌 캐릭터로 등장했으나 존재감이 많이 약해진 ‘메탈 소닉’이 강력한 보스로 재탄생했고, 메탈 소닉과 구분이 어려워 혼란을 일으킨 적이 있는 ‘메카 소닉’도 함께 등장한다. 초창기 캐릭터임에도 게임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아 존재 자체가 불투명했던 ‘낵 더 위즐’, ‘빈 더 다이너마이트’, ‘바크 더 폴라베어’가 까메오로 잠시나마 출현한다. 에이미 로즈의 구버전인 ‘로지 더 라스칼’도 복제 로봇의 모습으로 등장해 소닉 일행을 방해한다. 만나볼 가능성이 거의 없었던 마당에 [Sonic Mania]에 그 모습을 드러냈으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어째서? 대체 뭐가?’ 싶은 것들도 진정한 매니아라면 속속들이 알아낼 수 있다

매니아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거나 눈치채기 힘든 요소도 들어있다. 세가의 또 다른 대표작인 [Puyo Puyo]가 보스 배틀에 사용된다. 이는 초대 [Puyo Puyo]가 [Dr.robotnik’s mean bean machine]이라는 이름으로 한때 소닉 시리즈에 편입되어 북미로 수출된 일을 게임에 반영한 것이다. 소닉팬 사이에서 오랫동안 사용된 말장난식 유행어인 ’—-&Knuckles'를 응용해, 너클즈를 보조 캐릭터로 데리고 다닐 수 있는 ’&너클즈 모드'를 해금 요소로 넣어뒀다. 그리고 과거 작품에 등장한 각종 요소(배경음 멜로디, 구조물, 배경 디자인 등)를 스테이지 곳곳에 교묘하게 섞어두거나, 소닉과 관련해 게임 외적으로 있었던 일을 게임 내 요소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런 이벤트성 요소는 팬을 위한 선물이다. 과거를 추억하고 향수에 젖을 만하며 게임을 이어갈수록 더 깊은 감상에 빠져들 수 있다. 하지만 팬이 아니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팬을 위해 담은 요소는 90년대 소닉의 발자취나 다름없으니까. [Sonic Mania]를 즐기는 건 소닉이 걸어온 길을 직접 밟으며 소닉의 시작을 이해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작품 안에 담긴 이벤트성 요소는 모두에게 유효하다.

특별한 설명없이 직관적이고 쉬운 이야기를 이미지로 다룬다는 특징은 변함없다

이야기 내용과 전개 방식은 달라진 점이 없다. 소닉 일행과 에그맨 군단의 대립이라는 단순한 내용이며, 간단한 컷 씬으로만 이야기를 전달해 하드 보일드 헤비즈의 배신과 새로운 보석의 등장 외에는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없다. (작중 등장하는 보석은 '팬텀 루비'이라 불리는데 이 또한 게임 내에서는 알 수 없는 정보다) 즉, 특별한 설명이 없는 직관적이고 쉬운 이야기로 이는 기존 클래식 소닉 시리즈와 똑같다.

시공간으로 빨려들어간 소닉이 [Sonic Forces]의 클래식 소닉일 수 있다는 추측

다만, [Sonic Mania]의 결말이 [Sonic Forces]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정황을 살펴봤을 때 팬텀 루비와 함께 다른 공간으로 사라진 소닉이 [Sonic Forces]에 등장하는 클래식 소닉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아직 [Sonic Forces]가 발매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같은 소닉 시리즈임에도 '클래식 소닉'과 '모던 소닉'으로 파편화된 이야기를 하나로 묶는 시발점이 [Sonic Mania]가 된다. 이야기가 하나로 연결되면 향후 소닉 시리즈의 이야기 흐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며, [Sonic Adventure] 같은 작중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야기가 나올 여지가 생긴다. 최근 10년 동안 만들어진 이야기는 깊이가 부족하고 단편적이었기에, 향후 시리즈의 이야기 전개 방향에 있어 [Sonic Mania]와 [Sonic Forces]의 이야기 연결성은 유심히 지켜봄 직하다.

역사적 가치는 이해하지만 ‘제발 그만 우려먹어라’는 반응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Sonic Mania]에 약점은 없을까? 소닉 팬덤에는 최고의 작품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약점이라 할만한 부분이 없지는 않다.

첫째, 이미 리메이크했던 스테이지를 또 리메이크했다. 여기에 해당하는 스테이지는 그린 힐(Green Hiil)과 케미컬 플랜트(Chemical Plant). 해당 스테이지는 [Sonic Genertations]에서 한차례 리메이크된 적이 있다. 클래식 소닉 시리즈의 스테이지가 40개 가까이 된다는 걸 생각하면 다른 스테이지를 리메이크 대상으로 선정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게다. 무엇보다 그린 힐은 [Sonic Forces]에서 다시 등장할 예정이기까지 하다. 그린 힐이 소닉 역사에서 최초의 스테이지라는 의미를 가진다는 건 소닉팬이라면 누구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잦은 스테이지 리메이크는 식상함을 유발하고 역사적 의미까지 퇴색시킬 수 있다.

실질적인 신규 스테이지는 4개 뿐인지라 독창성이 부족해 조금은 아쉽다

둘째, 신규 스테이지의 개수가 많지 않다. 총 13개의 스테이지 중 기존 스테이지는 8개, 신규 스테이지는 5개다. 이마저도 최종 보스 배틀을 하나의 스테이지로 취급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신규 스테이지는 4개뿐이다. 그러다 보니 후속작임에도 불구하고 리메이크나 리부트처럼 느껴져 독창성이 조금 부족하게 보인다. 기존 리메이크를 했다지만 이미 있는 것을 가져왔으니 독창성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또한 클래식 소닉 시리즈가 작품마다 최소 6개 이상 새로운 스테이지를 선보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신규 스테이지를 조금 더 만드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다.

셋째, 알 수 없는 이유로 즉사하는 버그가 있다. 소닉 시리즈에서 골드링이 있어도 즉사하는 경우는 1) 바닥이 없는 곳에 추락하거나 2) 움직이는 플랫폼 사이에 끼였을 때 뿐이다. 그런데 해당 상황이 아님에도 즉사하는 경우가 있다. 갑자기 죽어버리니 당황스러울 뿐만 아니라 게임에 대한 몰입이 순간적으로 끊긴다. 더군다나 특정 장소에서 발생하는 것도 아닌지라 원인조차 알 수 없다. 다행인 점은 극히 낮을 확률로 발생하는 버그여서 게임 진행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며, 대부분 게이머는 버그를 겪는 일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경우 해당 버그를 두 번 겪었으며 같은 장소에서 다시 즉사 버그가 발생하지 않았다)

최종 보스도 아니면서 유일하게 즉사 공격을 가진 보스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버그 같다

다만, 예외로 오일 오션(Oil Ocean) 액트2의 보스는 확실히 버그로 보인다. 보스 배틀에서 플랫폼을 무너뜨리는 패턴에 대응하지 못하고 추락하는 경우 반드시 즉사한다. 제작자가 의도한 즉사 패턴일 수 있으나 a) 다른 보스에게는 즉사 공격이 없고, 해당 보스 배틀은 바닥에 기름이 깔려있어 떨어지면 늪에 빠지듯 서서히 가라앉고 점프로 빠나올 수 있기에 b) 일반적으로 절대 추락사하지 않는 걸 생각하면 버그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해당 보스는 패턴이 그리 까다롭지 않음에도 유독 다른 보스에 비해 어렵게 느껴진다.

약점은 예상 밖의 작은 흠일 뿐 [Sonic Mania]의 완성도는 결코 부정할 수 없다

다만 [Sonic Mania]의 완성도를 생각하면 이러한 약점은 무시해도 좋다. 약점이라고 해봤자 ‘아쉬움’에 불과하며, 버그도 극히 드물게 발생하니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수준이니 말이다. 오히려 20년 만에 다시 선보인 멋진 도트 그래픽, 엄청난 속도감과 조작하는 재미를 보장하는 스테이지 구성, 다채롭고 어려워진 보스 배틀, 추억과 새로움을 모두 만끽할 수 있는 요소까지 멋진 것으로 가득하니 약점 따위는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약점은 예상 밖의 아주 작은 흠일 뿐 이것만으로 [Sonic Mania]의 완성도를 결코 부정할 수 없다.

[Sonic Mania] 제작진은 스스로 ‘매니아’라 자처할 만큼 오랫동안 소닉의 팬이다

무엇보다 [Sonic Mania]가 '소닉 매니아'들이 일궈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본작의 제작진 스스로가 오랜 소닉 팬덤이다. 레트로 엔진(retro engine)의 개발자이자 클래식 소닉 시리즈를 모바일 버전을 이식한 크리스천 화이트헤드(christian whitehead)를 비롯해 많은 개발자들이 개발팀에 합류하기 이전부터 소닉의 팬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 소닉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으며 누구보다 팬들이 원하는 소닉의 모습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던 게다. [Sonic Mania]는 진정으로 매니아의, 매니아를 위한, 매니아에 의한 작품인 셈이다. 

과거의 영광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증명한 지표이자 소닉의 새로운 출발점 

그렇다면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팬들의 염원을 담은 이 작품은 과연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다음과 같다. “과거의 영광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증명한 지표이자 소닉의 새로운 출발점” [Sonic Mania]를 기점으로 소닉 시리즈는 다시 달려나갈 준비가 됐다. 그러니 절대 놓치지 마라. 당신이 소닉의 팬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왜냐고? 방금 말했지 않나?. [Sonic Mania]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니까! Welcome to the Next Level!

못다 한 이야기

- 드랍 대쉬의 추가는 클래식 소닉과 모던 소닉의 차이를 분명히 하게 된 점에서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모던 소닉의 부스트나 호밍 어택 같은 역동적인 움직임이 아닌 단순히 구르는 움직임이 주가 되는 클래식 소닉의 특징을 드랍 대쉬로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별다른 공중기가 없던 클래식 소닉에게 드랍 대쉬라는 공중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주었으니 모던 소닉과의 기술 균형도 어느 정도 맞춘 셈이다.

- '---&Knuckles'라는 농담의 기원은 클래식 소닉 시리즈 중 하나인 [Sonic & Knuckles]에 있다. 확장팩 개념으로 나왔기 때문에 게임 카트리지를 다른 소닉 시리즈 카트리지에 부착할 수 있었다. 카트리지를 부착 [Sonic the Hedgehog 2 & Knuckles]나 [Sonic the Hedgehog 3 & Knuckles]로 게임이 실행됐고, 여기서 '너클즈는 어디에 붙여도 &Knuckles가 된다'는 농담이 나온 것이다. 구글에 '&Knuckles'라고 검색하면 관련 이미지가 엄청나게 쏟아져 나온다. 'Knuckles & Knuckles'도 여기서 파생된 농담.

- [Sonic Mania]도 '타임 리프' 컨셉을 가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다. 역대 소닉 시리즈를 살펴보면 타임 리프 컨셉의 작품이 의외로 많으며, 특히 N주년 작품에는 매번 타임 리프 컨셉이 사용됐다. 15주년 기념작 [Sonic the Hedgehog], 20주년 기념작 [Sonic Generations]가 타임 리프 컨셉이었고, 25주년 작품은 아니지만 그에 가까운 [Sonic Forces]도 타임 리프 컨셉이다. 작중 이야기에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핵심 컨셉이 겹치는 건 조금 아쉽다. 클래식 소닉과 모던 소닉의 통합을 위해서 타임 리프가 가장 쉬운 방법이겠지만...

- [Sonic Mania]도 OST가 굉장히 좋다. 지금까지 OST 만큼은 배신한적이 없는 소닉 시리즈 답게 스테이지 분위기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음악을 담고 있다. 추가된 스테이지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배경음을 가진 곳은 미라지 살롱(Mirage Saloon) Act.2.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Nintendo Switch )

- 게임 실행 중 홈(Home) 버튼 및 캡처 버튼이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버튼을 꾹 눌러야 반응을 하는데 이것도 잠깐의 딜레이 후에 홈화면으로 돌아간다. 다른 게임에서는 버튼이 정상 작동하는 걸 볼 때 기기 문제가 아닌 [Sonic Mania] 자체의 오류인 걸로 보인다.






제목 : 섬란카구라 Peach Beach Splash (섬란카구라 PBS)

장르 : TPS

제작사 : Honey Parade Games, Marvelous

플랫폼 : Playstation 4

발매년도 : 2017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노골적인 게임이 있었던가? 비현실적으로 큰 가슴을 가진 미소녀들이 온갖 기괴한 무기를 들고 싸운다. 소녀들이 움직일 때마다 가슴이 흔들리고 속옷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싸우는 과정에서 옷이 찢어지고 벗겨져 소녀들은 알몸이 되지만, 그럼에도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소녀들이 쓰러질 때는 예외 없이 가슴과 엉덩이가 강조되는 카메라 앵글을 활용해 자극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폭유 하이퍼 배틀'이라는 이름의 (장르라기에는 컨셉에 가까운) 장르를 내세우기까지! 일본 게임제작사 Marvelous에서 만든 [섬란 카구라] 시리즈다.

닌자 소녀들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처절하게(?) 싸우는 [섬란 카구라] 시리즈 

앞서 언급한 선정적인 컨셉으로 인해 [섬란 카구라]를 특정 소비층을 노린 저급 게임으로 바라볼 여지도 있다. 왜냐하면, 선정적인 컨셉을 내세우거나 교묘하게 끼워 넣어 게이머의 시선을 끌어당긴 작품이 수도 없이 많았지만, 성공적인 경우는 거의 없었으며 대게 이러한 작품은 게임 자체의 완성도와 재미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섬란 카구라]는 이러한 컨셉을 때어놓고 보더라도 액션 게임으로써의 구색이 충실하며 장르적 완성도도 나쁘지 않다. 못 믿겠다고? 이에 대해서는 [섬란 카구라] 시리즈가 거둬온 성과가 어느 정도 증명해주리라.

볼 때마다 놀랄 만큼 선정적이지만 액션 게임으로써 구색은 충실히 갖춰져 있다

시리즈 최초의 작품 [섬란 카구라 -소녀들의 선택-]은 3DS 단일 기종으로 발매되었음에도 ‘발매 1주차 5만장 판매, 2주차 초회 물량 소진'이라는 꽤 괜찮은 상업적 성과를 거뒀다. 컨셉으로 인해 발매 이전부터 주목을 받은 건 사실이나 그저 선정적인 컨셉만으로 이만한 판매량을 기록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이후 5년 동안 두 개의 후속작과 Versus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별개의 스토리를 가진 작품을 두 개를 내놓았으며 서로 다른 장르의 스핀오프(spin-off) 작품을 네 개나 발매했다. 또한, 3DS 단일 기종에 머물지 않고 Playstation Vita, Playstation 4, PC, 모바일 등 여러 기종으로 플랫폼을 확장하기까지 했다. 5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만한 성과를 내는 게 과연 선정적인 컨셉만으로 가능한 일일까? 결코 그럴 수 없다는 건 게이머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면 이쯤 해서 직접 체험해보자. 그저 선정적 컨셉만을 내세운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려면 직접 해보는 게 답이니까 말이다. 미소녀들이 물총을 쏘며 시원한 전투를 벌이는 폭유 하이퍼 워터 배틀! [섬란 카구라] 시리즈의 최신작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를 살펴보자!

이번에는 물총 싸움이다! 모두들 물총이랑 수영복 챙기시고~ Let’s splash~!!

'폭유 하이퍼 배틀'이라는 장르를 내세우듯 [섬란 카구라]는 액션 장르를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스핀오프 작품은 다른 장르로 만들어졌다고 했듯, 카드 게임이나 리듬 게임 같은 액션과 거리가 먼 장르를 선보여 왔다.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도 스핀오프이기에 액션이 아닌 새로운 장르를 들고 왔다. TPS(Third-Person Shooter). 바로 3인칭 슈팅이다.

기존 FPS/TPS와 조작 체계가 완전히 똑같아 위화감 없이 손맛을 느낄 수 있다

선정적 컨셉만을 내세운 게 아니라 장르적 완성도가 충분했던 기존 작처럼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도 TPS로써 완성도가 충실하다. 이는 조작 체계에서부터 느낄 수 있는데, 콘솔 FPS/TPS의 전통적인 체계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좌스틱 시점, 우스틱 이동, LT 조준, RT 사격 을 기본으로 재장전, 점프, 무기교체 등 해당 장르의 기본 조작법이 빠짐없이 담겨 있다. 덕분에 기존에 FPS/TPS를 즐기던 게이머도 콘솔 컨트롤러 특유의 손맛을 느끼면서 위화감 없이 즐길 수 있다.

물총 싸움이지만 웬만큼 기대할 수 있는 무기는 모두 제공하니 취향껏 사용하자

다양한 종류의 무기를 제공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기존 FPS/TPS에서 만나봄 직한 무기는 웬만큼 다 있다. 핸드건, 샷건, 머신건, 스나이퍼 라이플 뿐만 아니라 로켓 런쳐, 개틀링건, 화염방사기 등 10종의 무기를 제공한다. 무기마다 공격력, 사거리, 연사력, 탄창 용량, 재장전 시간 등 특징이 다르고 장단점도 명확하다. 그래서 플레이어의 취향과 팀 전략에 따라 자유롭게 무기를 선택-사용할 수 있다. 그저 물총 싸움이라는 본작의 컨셉에 따라 모든 무기가 물총의 형태(화염방사기=스프레이건)를 취하고 있을 뿐, 사실상 기본 틀은 일반적인 FPS/TPS와 거의 차이가 없다.

초심자와 숙련자를 모두 배려해 시스템을 구성했으니 이렇게까지 울 필요는 없다

초심자와 숙련자을 모두 배려한 시스템 구성도 매우 인상적이다. 유저 간의 대결이 이루어지는 게임, 그중에서도 서로를 직접 쓰려뜨려야만 하는 장르(대전격투, 전략 시뮬레이션, TPS/FPS 등)는 초심자와 숙련자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게임 내 균형이 중요하다. 초심자에 게임을 맞춰 시스템을 구성하면 숙련자가 파고들만 한 여지가 줄어들고, 숙련자에 맞추면 초심자의 진입장벽이 높아진다. 그래서 신규 게이머 유입과 기존 게이머 지속을 위해 초심자와 숙련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는 두 가지 '조준 모드'와 두 종류의 '특수 이동기'로 초심자와 숙련자의 균형을 맞추는 데 성공했다.

자동 조준과 수동 조준을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했다

먼저 조준 모드를 살펴보자. FPS/TPS에서 초심자가 가장 어려워하는 건 조준(aim) 자체다. 초심자는 게임에 익숙지 않으니 정확한 조준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겹고 어렵게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무리 쏴도 맞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격받게 되면 게임에 대한 흥미마저 잃을 가능성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는 조준 모드를 '자동 조준'과 '수동 조준’ 두 가지로 나누어 제공하고 있다.

자동 조준이라도 최소한의 조작은 요구하기 때문에 조작법을 익히기에 적합하다

대신 자동 조준이 플레이어가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적을 쫓아가는 방식은 아니다. 일종에 높은 수준의 조준 보정 기능에 가깝다. 일정 범위에 적이 들어왔을 때 조준 버튼을 눌러야만 자동으로 조준되며, 조준된 상태일지라도 적이 범위 밖으로 벗어나면 조준이 취소된다. 그래서 자동 조준 모듣 사용하더라도 시점을 바꾸고 버튼을 누르는 최소한의 기본 조작을 요구한다. 덕분에 초심자는 흥미를 잃지 않는 선에서 조작을 익히고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탄속 개념이 반영되어 있어 자동 조준과 수동 조준을 적절히 병용해야 한다

자동 조준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막고 수동 조준을 함께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역할은 '탄속'이 맡고 있다. 탄속이란 사격 후 탄환이 날아가는 속도를 말한다. FPS/TPS에 탄속이 반영되면 사격 직후 탄환이 대상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러므로 대상의 정중앙에 사격할 게 아니라 대상 이동 경로-속도를 고려해 예측 사격을 해야 한다. 그런데 자동 조준은 항상 대상의 정중앙에 맞춰지기에 대상과 거리가 멀수록(또는 대상이 빠르게 움직일수록) 명중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저격총 같은 장거리 무기나 탄속이 느린 로켓 런처는 명중률 저하가 두드러지며, 권총처럼 가까이서 사용하는 무기라도 상대의 움직임이 빠르면 빗나가는 경우가 발생한다. 결국, 명중률을 높이려면 상황에 따라 자동 조준과 수동 조준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 자연스레 조준 감각을 익히게 되고 게임에 대한 숙련도를 높일 수 있다. 

워터 점프 - 물을 소비해 더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특수 이동기

조준 모드가 초심자를 배려한 시스템이라면, 특수 이동기는 숙련자가 게임에 파고들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섬란카구라 Peach Beach Splash]의 특수 이동기는 두 가지, '워터 점프'와 '워터 대쉬'가 있다. 워터 점프는 아주 높이 점프하거나 일정 시간 동안 공중을 날아다니는 기능이며, 워터 대쉬는 공격을 못 하는 대신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기능이다. 일반 이동/점프보다 더 빠르고 먼 거리를 움직일 수 있는 대신 물(탄약+스테미너에 해당)을 소비하며 무기에 따라 점프 궤도, 이동 속도, 물 소비량 등이 차이가 있다.

워터 대쉬 - 워터 점프와 함께 기동력을 제공해 게임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두 가지 특수 이동기는 평균 이상의 '기동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게임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1) 게임 진행 속도를 크게 향상하고 2) 더 넓은 영역을 의식하고 활용하도록 유도하며 3) 조준을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4) 신속한 조작과 빠른 판단력을 요구한다. 또한 워터 점프로 높이 뛰어올라 공중에서 저격하는 방식의 5) 변칙적인 공격이나, 워터 대쉬로 빠르게 우회해 상대의 뒤를 잡거나 적진 한가운데로 파고드는 6) 유동적 위치 선정 같은 전략에도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특수 이동 이동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할수록 게임이 더 빠르고 전략적이며 박진감 있게 변한다. 이런 점에서 워터 점프와 워터 대쉬의 존재는 게임을 한층 더 멋지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게임에 깊이를 더해 숙련자들이 파고들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

덱을 만들자! - 전투 중에 사용하는 다양한 종류의 스펠 카드를 고를 수 있다

장르 기본 틀만 갖춘 게 아니라 본작만이 내세울 수 있는 개성 있는 시스템도 담아냈다. 먼저, 스펠 카드(Spell Card)가 존재한다. 무기 외에 각 캐릭터의 고유한 기술을 사용하는 몇몇 FPS/TPS처럼,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는 스펠 카드로 마법을 사용하며 싸우게 된다. 일시적으로 공격력을 높이는 효과, 상대의 공격을 막는 보호막, 전방의 적에게 강한 피해를 주는 번개, 주위의 적을 자동으로 공격하는 소환물 등 40여 종의 다양한 마법이 있다. 캐릭터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 정해져 있지 않고, 9장의 스펠 카드를 선택하는 형태로써 플레이어의 취향이나 전략에 맞춰 원하는 마법을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다.

(참고 - 스펠 카드의 개수는 800개가 넘는다. 하지만 사용 대기시간, 판정 범위, 발동 방향 같은 세부 옵션에 차이가 있을 뿐 기본 효과는 같은 카드가 많다. 그래서 실질적인 마법의 종류는 40여 종이다.)

사격 실력이 부족할지라도 스펠 카드를 적절히 잘 활용하면 대전에서 이길 수 있다

사격 실력 못지않게 스펠 카드의 활용이 중요한데 사실상 게임의 승패를 가르는 열쇠다. 40여 종의 마법 중 최대 9종까지 선택할 수 있다. 무기 종류에 따른 궁합과 마법 간 상성이 분명하며, 스테이지 구조에 따라 마법의 효율도 달라진다. 사용 여부를 체감하기 힘들 정도로 미미한 마법도 있지만, 다수의 적을 홀로 제압하거나 위기에 처한 아군을 살릴 수 있는 강력한 효과를 가진 마법도 있다. 그래서 어떤 스펠 카드를 골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크게 갈린다. 자신이 사용하는 무기와 궁합을 따지는 건 기본이요 팀 전체 스펠 카드 구성도 고려해 선택해야 하니 전략 설계에도 적잖게 영향을 미치기까지 한다.

흠뻑 파워 업! - 몸이 흠뻑 젖으면 탱크 속 물이 줄어들지 않고 무한정 쓸 수 있다!

또 하나 개성 있는 시스템은 '흠뻑 파워 업’. 해당 시스템은 아군 적군에 상관없이 다른 사람이 쏘는 물총을 맞을 때마다 조금씩 차오른다. 그리고 게이지가 가득 차면 일정 시간 동안 물(탄약+스테미너)이 줄어들지 않는 효과를 얻는다. 즉, 재장전 없이 공격할 수 있으며 워터 점프/대쉬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흠뻑 파워 업 시스템은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나는 '공수 균형’ 측면에서, 게임이 어느 한쪽에 유리하게 흘러가지 않게 막는 역할을 한다. 공격을 받은 쪽에 도움이 될만한 효과를 부여한다는 건 불리한 상황을 뒤집을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다. 특히, '재장전 없이 무한정 공격할 수 있다'는 실력 차이를 메꿀 수 있는 이점이기에 상황을 쉽게 반전시킬만하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없고 전황의 유불리가 자주 바뀌게 되며, 이를 통해 게임을 더 긴장감 있게 즐길 수 있다.

‘공수 균형’과 ‘컨셉’ 측면에서 본작과 아주 잘 어울리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컨셉’ 측면에서, 물총 싸움과 아주 잘 어울리는 형태로 시스템을 구현해냈다. 현실의 물총 싸움을 한번 떠올려보자. 적군과 아군을 구분하는 정교한 사격이 아닌, 보이는 사람마다 마구잡이로 쏘는 모습일 게다. 이는 적/아군 상관없이 물총을 맞으면 게이지가 차오르는 특징과 잘 연결된다. 게다가 우리가 현실에서 물총을 가지고 놀 때 물통에 담긴 물이 다 떨어질 걸 걱정하지 않듯, 흠뻑 파워 업으로 얻는 효과로 물이 떨어질 걱정 없이 물총을 쏠 수 있다. 더군다나 물을 많이 맞으면 옷이 '흠뻑’ 젖기까지 하니 시스템 이름도 이보다 적절할 수 없다.

다양한 부가 컨텐츠 - 사실 없어도 상관없지만 없으면 뭔가 아쉬울듯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전작에 있던 부가 컨텐츠도 빼먹지 않고 담아냈다. 교복, 체육복, 바니걸, 비키니 등 플레이어 취향대로 소녀들의 옷을 갈아 입힐 수 있는 코스춤 변경, 여고생 우정 사진부터 성인 잡지 표지까지 다양한 포즈와 구도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디오라마, 그리고 소녀들의 몸을 이곳저곳 만지고 관찰할 수 있는 스킨십까지 그대로 계승했다. 제작자의 의도된 연출로 정해진 모습만 볼 수 있는 메인 컨텐츠와 달리 플레이어의 의도대로 자유롭게 의상을 입히고, 포즈를 바꾸고, 이곳저곳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메인 컨텐츠보다 훨씬 노골적으로 선정적이다.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행동이 크게 제한되어 있을 뿐 성인용 에로 게임과 거의 비슷하다.

노출 요소는 여전하며 보다 능동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의 시스템으로 돌아왔다

시리즈의 핵심인 '전투 중 의상 파괴에 의한 노출'도 여전한데, 이는 한층 더 능동적인 형태로 바뀌었다. 바로 '꼬물꼬물 피니쉬’. 꼬물꼬물 피니쉬는 전투 불능의 상대가 팀원의 도움으로 부활할 수 없도록 결정타를 날리는 일종의 다운 공격이다. 대전 상황에서는 적의 수를 확실히 줄이는 요소로 작용하나, 꼬물꼬물 피니시 중에 보여지는 노출은 [섬란 카구라] 시리즈의 핵심이기도 하다. 전투 중 피해량(또는 공격 종류, 피격 횟수)에 따라 정해진 순서대로 의상이 파괴되고 노출이 일어나는 전작과 달리, 플레이어가 원하는 부위를 공격해 선택적으로 의상을 벗길 수 있다. 상대를 확실히 제압하는 점에서도, 플레이어가 원하는 부위를 골라서 벗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전작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능동적이다. 그래 공격을 하는 입장이든 공격을 당하는 입장이든 양쪽 모두 묘한 기분을 든다. 물론 전작처럼 체력이 일정 수치 이하로 떨어지면 (수영복 이외 일반 복장에 한해) 의상이 파괴되는 연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장르 기본 틀을 잘 따르고 본작의 개성을 충분히 구축했지만 문제도 적잖게 있다

장르의 변화가 있었음에도 시리즈 컨셉을 잘 살렸고, FPS/TPS로 기본 틀을 충실히 갖추면서 본작만의 개성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 하지만 문제점도 아주 많다. 기술적 문제부터 컨텐츠 부족까지 여러 방면에서 문제가 산재해있다. 무엇보다 해당 문제들이 플레이어가 게임을 지속하기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결코 넘어갈 수 없는 수준이다.

기술적 문제는 단 하나. 프레임(fps, frame per second) 드랍. 이 외에는 그 어떤 기술적 문제도 없다. 다른 작품이라면 '아쉽다’ 정도에서 끝날 문제지만, 안타깝게도 FPS/TPS 장르에 있어 프레임 드랍은 치명적인 문제다. 정확하고 빠른 조준-사격이 필요한 FPS/TPS에서 프레임 드랍은 실력과 상관없이 명중률을 크게 떨어뜨린다. 이는 지금까지 개발된 동일 장르의 작품에서 여러 번 증명되었다. 그래서 FPS/TPS 같은 장르에 한해서는 게이머들이 프레임 드랍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개발자도 프레임 유지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싱글 플레이는 종종 30fps을 보이는 경우도 있으나, 멀티 플레이는 대부분 60fps을 맞추는 편이다. 특히 사람 대 사람으로 진행되는 멀티 플레이라면 해상도를 낮추는 등 다른 측면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반드시 60fps을 유지하려고 한다.)

기본 프레임도 높지 않지만 화면 내 효과가 많아지면 프레임이 급격히 떨어진다

하지만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는 기본 프레임이 그리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화면 내 시각 효과가 많아지면 프레임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특히 여러 명이 한데 뭉쳐서 스펠 카드나 연사 무기를 사용하면 화면이 뚝뚝 끊길 정도다. 이에 따라 정확한 사격이 힘드니 불가피하게 자동 조준에 의존해야 하며 동시에 빠른 상황 판단과 신속한 대응이 불가능해지니, 게임의 깊이가 전체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부드럽지 못한 움직임에서 오는 시각적 불편함도 만만치 않아 게임을 지속하기란 더욱 어려워진다. (Playstation 4로 구동했기에 Playstation 4 Pro 는 어떤지 알 수 없으나, 프레임 드랍의 정도가 심각한 걸 고려하면 Pro에서도 프레임 드랍은 일어날 것이라 예상된다)

하나의 긴 이야기를 다룬 전작과 달리 세력별로 분리했기에 분량은 늘어났다

컨텐츠의 질적 수준도 많이 부족하다. 우선, 스토리 모드는 지나친 반복 구성을 취하고 있어 지루하다. 하나의 큰 흐름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던 전작과 달리, 본작은 작중 등장하는 세력(한조학원, 헤비조학원, 월섬학원, 호무라 홍련대)의 이야기를 분리해서 다루고 있다. 이야기 전개 방식의 변화에 따라 분량이 확실하게 늘어났으며 플레이어의 선호에 따라 세력별 이야기를 선택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된 점은 문제시할 이유가 없다.

똑같은 미션을 등장인물과 스테이지만 달리하여 최소 다섯 번은 반복해야 한다

그런데 정작 이야기 진행 과정에서 똑같은 컨텐츠를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는 세력별 미션 내용과 순서가 모두 똑같은데, '닌자 부대 제압 - 소규모 라이벌 대전 - 화재 진압 - 팀 단위 대전 - 최종 보스’ 과정을 따르고 있다. 또한, 이야기 최종장에 진입하려면 모든 세력의 스토리 모드를 끝마쳐야 하며 최종장 마저도 앞서 언급한 미션 순서를 거의 그대로 따른다. 다시 말해, 작중 이야기를 모두 끝마칠 때까지 똑같은 내용의 미션을 최소 다섯 번 이상 '반복 수행'해야 한다는 말이다. 미션의 짜임새/재미와는 상관없이 지나친 반복 수행은 지루함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적을 섬멸해라? - 조금 더 창의적인 미션을 만들 수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장르가 바뀌었음에도 전작의 미션 내용을 그대로 활용한 것도 문제다. 닌자 부대 제압, 소규모 라이벌 대전, 화재 진압은 사실 3인칭 액션(무쌍류 게임)이었던 전작의 미션 내용과 일치한다. 닌자 부대 제압은 다수의 졸개와 싸우는 형태로 무쌍류의 기본이며, 1:1 또는 1:N으로 진행되는 소규모 라이벌 대전 역시 전작에서 자주 사용된 미션 형태다. 그리고 화재 진압은 불이 붙은 사물을 찾아 불을 끄는 내용인데, 전작의 숨겨진 제단을 찾아 파괴하는 것과 컨셉만 다를 뿐 내용이 똑같다. 이러한 미션은 FPS/TPS와 썩 어울리지 않으며 흥미롭지도 못하다. 무엇보다 전체 미션 중의 절대다수를 해당 미션(닌자 부대 제압, 소규모 라이벌 대전, 화재 진압)이 차지하고 있기에, 스토리 모드의 반복 구성과 겹쳐져 게임이 더 지루해진다.

장르와 어울리지 않는 걸 넘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육성 시스템

육성 시스템을 담는 시도는 좋았으나 본작의 장르와 썩 어울리지 않는다.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는 FPS/TPS 임에도 캐릭터 육성이 가능하다. 캐릭터를 비롯한 무기, 스펠 카드의 레벨을 올릴 수 있으며, 레벨 상승에 따라 체력과 공격력 등의 각종 능력치가 향상된다. 이러한 육성 시스템은 처음에는 참신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캐릭터 육성에 의한 능력치 상승 정도가 게임 실력을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정도이며, 거꾸로 육성 수준이 상대보다 뒤처지면 실력으로 그 격차를 메꾸기가 쉽지 않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육성 시스템을 환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기만 해도 최저레벨과 최고레벨의 공격력 3~4배 정도 차이가 나며, 캐릭터(카드)의 레벨이 높은 만큼 체력도 높아지기에 전투에서 우위를 점하기 쉽다. 스펠카드도 육성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레어도가 높은 카드를 보유하면서 카드 레벨까지 높기에, 육성에 투자한 시간에 따라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육성을 하지 않고 실력만으로 상대를 이기기는 절대 쉽지 않으며, ‘실력 중심’의 장르임에도 불가피하게 육성을 해야만 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중복 카드의 레어도가 높을 수록 더 많은 경험치를 얻게 되는 ‘확률’적 육성 구조

더욱이 육성 방법조차 적절하지 못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레벨을 올리기 위한 경험치 획득은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게임 내 화폐를 사용해 카드 팩을 구입한다. 2) 10장의 카드를 무작위로 얻는다. 3) 기존에 가지고 있는 카드가 나올 경우 중복 카드에 등록된다. 4) 중복 카드를 경험치로 전환할 수 있다. 5) 경험치 획득양은 카드의 레어도에 따라 결정된다. 이는 경험치 획득이 상당 부분 확률(또는 운)에 달려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레벨에 따른 경험치 요구량’이나 ‘경험치=투자시간’을 고려하지 않은 방식이다. 운이 좋아서 레어도가 높은 카드가 많이 나오는 사람은 경험치를 더 많이 얻을 것이며, 상대적으로 카드 보유량이 많은 기존 유저일수록 중복 카드가 나올 확률이 높으니 더 많은 경험치를 얻기가 쉬워진다. (장르, 싱글플레이 컨텐츠 구성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멀티플레이에 초점을 맞춘 게임인 만큼 이런 육성 시스템은 신규 유저와 기존 유저의 격차를 보다 크게 벌리며, 이 격차를 실력이나 센스로는 따라갈 수 없게 하기에 그리 적절치 못하다.

전작의 ‘백화요란기’를 계승했지만 성의도 재미도 없는 ‘파라다이스 에피소드’

이 외에도 자잘한 아쉬움도 있다. 번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파라다이스 에피소드’는 안에 담긴 내용물은 단순하다 못해 성의가 없다. 이야기 도입부에서 몇 줄의 문장으로 짧은 이야기를 다룬 다음에는 별개의 스토리 전달 없이 그대로 게임만 이어진다. 물론 게임 진행 중 캐릭터 대사가 있긴 하나 몇 마디에 그칠 뿐이다. 분량은 매우 적고, 내용도 흥미롭지 못하여, 전달 방식조차 성의 없다. 메인 스토리와 연결성이 있고 캐릭터의 개성에 잘 맞는 이야기를 담은 전작의 ‘백화요란기’를 계승했다고 보이지만 그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3D 모델링은 조금 개선이 이루어졌지만 캐릭터 모션은 전작보다 더 단순해졌다

3D 모델링을 비롯한 그래픽 측면은 소폭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이야기 전개 중에 보여주는 캐릭터의 행동은 더 단조로워졌다. 전작과 발매 시기가 2년이나 차이 나는 만큼 그래픽은 분명히 발전했다. (장족의 발전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전작의 모델을 다듬는 수준에 그치긴 했지만) 소녀들의 몸매와 움직임이 더 매끄러워진 건 사실이다. 그런데 3D 모델과 대화창을 이용한 이야기 전개 부분에서 대사와 감정표현에 다른 캐릭터 모션의 종류가 다양하지 못하다. 오히려 전작보다 다양성이 줄어들었다. 캐릭터 모션의 상당 수를 전작에서 그대로 가져왔고 새롭다할 모션은 없다. 그러다 보니 짧은 대화 안에서 서로 다른 캐릭터가 똑같은 모션을 취하는 경우가 잦아, 보는 이로 하여금 어색함을 느끼게 한다. 캐릭터 모션을 몇 개 더 추가하기만 해도 이야기(또는 등장인물)가 더 활력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상당히 아쉽다.

전작보다 더 많아진 DLC - DLC 구상할 시간에 완성도를 높였다면 좋았을 텐데…

엄청나게 많은 DLC도 여전하다. DLC를 파는 것 자체를 문제시할 생각은 없다. 유료 캐릭터나 의상 등의 비주얼 요소만 있을 뿐 밸런스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강제성을 띠지 않으니 말이다. 단, 앞서 수많은 문제가 있는데 수십(또는 백여) 개의 DLC를 팔고 있는 상황은 제작사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전작도 DLC가 많았지만 게임 내에 문제는 많지는 않았다. 컨텐츠도 충분히 즐길만 했고 무쌍류 게임으로써 구색도 좋았다. 하지만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는 문제점이 산재해있다. 이런 상황에서 DLC 종류가 전작보다 더 많아졌다면? 게임은 적당히 만들어 두고 캐릭터에 대한 팬심을 이용해 게임을 팔아먹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장르 전환은 성공적이지만 시리즈가 한발 더 나아갔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장르 측면에서 보면 분명히 나쁜 게임은 아니다. FPS/TPS의 기본을 잘 따르고 있으며, 초심자와 숙련자를 모두 고려한 시스템 구성했고, 시리즈 핵심을 잘 살려낸 물총 싸움 컨셉까지 잘 만들었다. 여기에 본작이 내세울 수 있는 개성 있는 요소도 적절히 담아내 장르적 완성도는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치명적인 기술적 문제와 부실한 컨텐츠는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를 결코 좋은 게임이라 말하기 힘들게 한다. 시리즈 특색을 잘 살린 컨셉으로 새로운 장르로 전환은 성공이지만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는 실패했다. 선정적인 컨셉만을 내세운 저급 게임이 아님을 다시 한번 증명했지만, 여전히 ‘의외로 훌륭한 게임성을 가진 작품’의 수준에 머무르게 된 셈이다.

앞으로 많은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는 만큼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길…

5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다작을 하며 꾸준히 시리즈를 이어온 것은 분명 칭찬할 만하다. 그리고 2018년 발매를 목표로 무려 다섯 개의 후속작을 개발하고 있는 만큼 상업적으로나 대중적으로나 전망은 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의외로 훌륭한 게임성을 가진 작품’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순 없다. 이런 표현은 신생 시리즈에게나 어울리지 세상에 나온 지 5년이 넘은 시리즈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다양한 플랫폼과 다양한 장르를 내고 있는 이 시점에서 [섬란 카구라] 시리즈가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 해야 하는 건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언제까지 제자리에 멈춰있지 말고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못다 한 이야기

- 스펠 카드는, 물총 싸움이라는 다소 밋밋한 대전 방식에 화려한 연출로 시각적 즐거움을 부여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또한, 물총만으로 싸워야 해서 각 캐릭터의 개성 있는 기술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는데 스펠 카드가 이를 어느 정도 해소해주고 있기도 하다.

- 스킨십이나 디오라마 같은 부가 컨텐츠는 [섬란 카구라] 시리즈가 목표로 하는 소비층이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큰 가슴, 미소녀, 여고생, 노출 등의 키워드가 대중적이지는 않으니 소비층이 한정되어 있는 건 당연하지만...

- 멀티 플레이에서 즐길만한 게임 모드가 데스 매치밖에 없다는 것도 약점 중 하나다. 교과서적인 TPS가 아닌 데다 가벼운 게임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 더 다양한 게임 모드를 반영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싱글 플레이의 미션을 멀티 플레이로 즐길 수 있지만 그리 흥미롭지 않으니...

- 작중 이야기는 시리즈 전체 이야기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그럴싸하게' 만들어내서 큰 문제는 없다. 애초에 깊이 있는 이야기를 작품이 아니었고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가 외전이어서 이야기가 따로 놀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시리즈 전체의 이야기 흐름을 잘 이어가고 있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본문에 서술




제목 : Oxygen Not Included (옥시전 낫 인클루디드, 산소미포함, 숨쉬지마)

장르 : 생존, 경영, 건설, 시뮬레이션

제작사 : Klei Entertainment

플랫폼 : PC

발매년도 : 비말매 (얼리 억세스 진행 中)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얼리 억세스 기준이므로 정식 발매 버전과 차이가 있습니다>

얼리 억세스(Early Access). 우리 말로 ‘앞서 해보기'라는 표현으로도 알려진 이 제도는 미완성 상태의 게임을 정식 발매 이전에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미완성 게임을 돈을 받고 판다는 사실에 다소 의아함이 생길 수 있으나, 게임의 개발~투자~피드백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게임 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

‘앞서 해보기’라고도 불리며 개발-투자-피드백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얼리 억세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개발 단계에서 추가적인 개발비가 확보되어 안정적인 게임 개발이 가능하다. 완성되어야만 판매할 수 있는 일반적인 게임과 달리, 얼리 억세스 게임은 개발 과정에서도 게임을 팔 수 있다. 개발 단계에서의 판매 수익은 유저가 개발사에 전하는 일종의 투자이며 이는 개발비에 추가 확보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부족한 개발비를 보강하는 것은 물론 더욱 안정적으로 개발을 이어나갈 수 있는 재정적 바탕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둘째,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직접적인 피드백으로 효율적인 게임 개발이 가능해진다. 게임이 미완성 상태이기에 각종 문제가 있는 게 당연하다. ‘앞서 해보는’ 유저들은 게임을 하는 도중 다양한 기술적 문제와 게임 자체의 부족함을 발견할 수밖에 없으며 커뮤니티와 메일을 통해 자연스레 개발사에 해당 내용을 전달하게 된다. 개발사는 이러한 내용을 즉시 게임 개발에 적용할 수 있어 문제 해결과 동시에 게임 개발도 진행할 수 있으므로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음을 물론 게임의 완성도를 한층 더 높일 수 있다. 셋째, 앞선 두 가지 사실이 시너지를 일으켜 [유저의 증가 - 개발비 및 피드백 확보 - 안정적 개발 - 게임의 질적 향상 - 유저의 증가 - …]라는 긍정적 순환을 형성한다. 그러므로 개발사(특히 자본이 부족한 소규모 개발사)가 얼리 억세스를 잘 활용하기만 한다면 발매 이전부터 상업적 성과와 게임의 질적 완성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얼리 억세스를 통해 개발하는 도중 제작자가 잠적해버린 [The Stomping Land]

하지만 이 제도에는 큰 약점이 있는데 ‘게임의 완성'에 대한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얼리 억세스 진행 중 유저들의 투자와 피드백은 개발을 최대한 반영을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개발을 마무리 지어도 (또는 중단해도) 사실상 법적인 문제가 없다. 그러다 보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정식 발매하거나, 개발이 늦어지면서 정식 발매를 포기하고 얼리 억세스 단계를 지속하기도 하며, 심지어 개발을 포기한 채 제작자가 잠적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얼리 억세스가 좋은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의 불신이 발생하는 요인이며, 게임이 재미있어 보이더라도 얼리 억세스 단계에 있다면 구매를 망설이게 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Klei 10주년 기념 포스터 - 이 중 네 개의 게임이 얼리 억세스를 거쳐 완성되었다

단, 나쁜 사례가 있다면 좋은 사례도 있기 마련이다. 최초로 얼리 억세스를 시험 적용했으며 신속한 피드백 반영과 주기적으로 시행되는 양질의 업데이트, 그리고 이 모든 과정 끝에 보여준 독특한 게임성과 훌륭한 완성도로 얼리 억세스의 모범 작에 해당하는 [Don’t Starve], 그리고 이 작품을 만든 제작사 Klei Entertainment가 대표적인 사례다. Klei Entertainment는 [Don’t Starve]의 성공 이후로 [Don’t Starve Together], [Invisible, Inc.] 등 자사의 여러 작품을 얼리 억세스로 개발했으며 충분한 완성도로 꾸준히 호평을 받고 있다. ‘Klei의 얼리 억세스는 믿을만하다!'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이런 점에서 한 번 더 Klei Entertainment를 믿어볼 시기가 왔다. Klei Entertainment의 최신작 [Oxygen Not Included]의 얼리 억세스가 진행 중이니 말이다. 얼마나 많은 매력과 가능성을 담고 있을지 살펴보자.

아무것도 없는 우주 공간에서 생존을 위한 환경을 구축하며 살아남는 게 목표다

Klei Entertainment의 전작들은 독특한 게임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 독특한 게임성이란 두 가지 이상의 장르적 특징을 한 데 묶은 데서 나타난다. 생존(Survival)을 기본 컨셉으로 탐험(Adventure)과 샌드박스(Sand Box), 로그라이크(Roguelike) 특성을 더한 [Don’t Starve]. 잠입(Stealth)과 턴제 전략(Turn-based Strategy)을 조합한 [Invisible, Inc.]. 그리고 [Oxygen Not Included]는, 알 수 없는 우수공간에 불시착한 주인공을 조작해 광물을 채취하고 공간을 확장하며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생존(Survival) 게임의 컨셉에 제한된 자원으로 각종 장치-시설 및 활동 영역을 구축해가며 생존을 위한 환경을 관리해야 하는 건설&경영 시뮬레이션(Construction and management simulation)의 특징이 적절히 버무려져 있다.

온도나 기체 같은 거시적 요소부터 듀플리칸트 개별 상태 같은 미시적 요소까지

건설&경영 시뮬레이션답게 생존을 위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살펴봐야 할 요소가 대단히 많다. 기체-액체-온도 관리뿐만 아니라 자원 분포와 그에 따른 채굴 및 건설 방향 결정 같은 게임 내 전체를 살펴보는 것을 시작으로, 거주지 내 효율적 동선 확보 및 보유한 자원과 전력 공급 상태 관리 등을 지나, 개별 캐릭터의 상태를 확인하고 특성을 고려해 상황에 맞게 인력을 추가 투입하는 결정까지, 거시적 요소와 미시적 요소로 세밀하게 나누어져 있다. 게다가 이 모든 요소는 직-간접적으로 서로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어느 한쪽에만 치우친 관리가 아닌 모든 요소를 균형 있게 관리해야 한다. 만약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한다면 점차 생존에 불리한 환경으로 변해 도미노가 쓰러지듯 지금까지 구축해온 것들이 무너지게 될 것이다.

잠시 산소가 풍부하더라도 금방 산소가 바닥나고 이산화탄소가 쌓이기 시작한다

관리해야 할 요소가 많고 해당 요소들이 상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안정기'가 없다는 점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건설&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은 일정 수준에 다다르거나 특정 방법을 활용하면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유지가 되는 안정기에 다다르게 된다. (또는 영구적 안정은 아니나 큰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어렵지 않게 관리를 지속할 수 있다) 그런데 본작은 '생존에 필요한 A를 만들기 위해서는 B를 소비해야 하며, 생존하기 위해 A를 사용하게 되면 생존에 방해가 되는 C가 발생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안정기를 형성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보자. 산소를 만드는 기본 장치로는 녹조 탈산기가 있다. 녹조 탈산기는 녹조를 사용(B의 소비)하여 산소를 방출(A의 생산)한다. 그리고 방출된 산소는 거주민이 호흡을 통해 소비(A의 사용)하며 호흡의 부산물로써 이산화탄소를 뱉어(C의 발생)낸다. 이런 행위가 반복되면 녹조가 바닥나고 이산화탄소는 거주지 전체에 가득 채워지는 시기에 도달한다. 그래서 녹조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채굴을 하거나 녹조 탈산기를 대체할 새로운 산소 공급 방법을 찾아야 하며, 동시에 누적된 이산화탄소를 처리할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 게다가 새로운 산소 공급 방법은 역시 새로운 부산물을 만들며, 이산화탄소를 처리하기 위해 다른 자원을 소비해야 한다. 즉, 또 다른 [생산~소비~부산물] 구조가 나타난다. 결국, 생존을 위한 행위가 생존을 방해하는 요소(또는 상황)를 발생시키기에 플레이어는 안정기에 도달할 수 없고, 생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

시작점에서 멀어질수록, 게임을 오래 진행할수록 점차 어려워지는 합리적 난이도

플레이어가 해야 할 일이 끊임없이 생기다 보니 당연히 게임의 난이도는 대단히 높다. 대신 난이도를 형성하는 방법이 매우 합리적이다. 관리를 위한 행위가 또 하나의 관리 요소를 형성(생산-소비-부산물)하는 구조는 하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면 즉시 새로운 문제를 던져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플레이어의 문제 해결 능력에 맞춰 자연스럽게 단계적으로 게임이 어려워지도록 시스템이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월드 구성도 시작점(Starting Point)에서 멀어질수록 생존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음으로써,  플레이어의 활동 영역이 확장됨(=게임 진행 시간이 길어짐=게임에 익숙해짐)에 따라 점진적으로 난이도가 높아지게 하고 있다.

순탄하게 재배되던 농장이 환경 변화로 인해 망가지자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단, 난이도 상승에 한계치가 없다. 플레이어가 해결 가능한 문제 상황은 해결 방안을 찾는 즉시 사라지는 게 아니다. 계속해서 관리해야 하는 요소로 남는다. 여기에 새로운 문제가 발생함으로써 플레이어는 '해결 가능한 문제의 관리'와 '새로이 나타난 문제의 해결'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리해야 할 요소는 늘어나고 매번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게 복합적으로 작용해 난이도의 최대치가 정해져 있지 않은 채 끊임없이 상승하게 된다. 난이도 상승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아주 사소한 문제가 게임 전체에 영향을 미쳐 아차 하는 순간 복구할 수 없을 만큼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앞서 언급했듯 난이도 상승 자체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 덕분에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면서(또는 실패를 거듭하면서) 단계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또한, 끊임없이 도전의식을 자극하여 높은 수준으로 몰입하고 게임을 지속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차근차근 하나씩 학습해가고 끊임없이 어려움을 마주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애를 써야 하는 만큼 확실한 성취감과 재미를 보장한다.


물 분자(좌), 전해조(우) - 현실 속 과학을 그럴싸하게 게임 시스템으로 녹여냈다

재미있는 점이 있다면, 게임 안에 다양한 과학적 사실이 '그럴싸하게’ 적용되어 게임 시스템으로 녹아 있다는 것이다. 앞서 거주민이 산소를 소비하면 이산화탄소가 생성되는 상황은 인간이 호흡을 통해 산소를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뱉는 과학적 사실이 게임에 반영된 부분이다. 이 외에도 게임 내 등장하는 여러 요소가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산소가 중요한 게임이니 기체를 중심으로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1) 전해조를 통해 물을 분해하여 산소를 만들면 수소가 부산물로 발생한다. 이는 물 분자(H2O)가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가 결합한 사실을 적용한 것이며 실제로 물 분해를 통해 산소와 수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 (2) 기체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수소-산소-천연가스-염소-이산화탄소 순서로 쌓인다. 이는 기체무게에 따라 무거운 기체일수록 아래에 쌓이는 사실을 적용한 것이다. 단, 게임 밸런스와 게임적 허용에 따라 기체가 쌓이는 모습이 현실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3) 기압이 최대치에 도달하면 해당 지역에 기체를 생산/유입할 수 없다. 밀폐된 공간에 기체의 양이 늘어날수록 기압이 증가하는 사실이 적용되었다. (4) 이산화탄소를 냉각하면 드라이아이스가 형성된다. 실제 드라이아이스는 이산화탄소의 고체 형태이며 냉각을 통해 만들어진다.

석탄 발전기 - 현실처럼 열과 이산화탄소가 엄청나게 발생해 생존을 어렵게 한다

이처럼 과학적 사실이 다양하게 적용되어 있어 이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알고 있는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게임 방법을 시도해볼 여지를 제공하기까지 한다. 무엇보다 현재 개발 중인 게임만큼 더 다양한 과학적 사실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응용 방향이 무궁무진하다. 누가 알겠는가? 석탄을 고온-고압으로 가공해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거나, 산소 농도가 높은 곳에서 철제 구조물이 부식되는 시스템이 적용될지?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듀플리칸트(좌), 제이크와 핀(우) - 어쩐지 비슷한 느낌이 난다. 이빨 때문인가?

Klei Entertainment의 작품은 게임성도 훌륭하지만 독특한 디자인으로도 눈길을 끌어왔다. 종이 인형극 느낌의 [Don’t Starve], 폴리곤 아트를 연상케 하는 [Invisible, Inc.], 히어로 코믹스의 한 장면을 보는듯한 [Shank]와 [Mark of the Ninja] 등 각자 개성 있는 모습을 갖췄다. 무엇보다 같은 회사의 작품임에도 완전히 다른 디자인으로 색다른 분위기를 구축해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이는 [Oxygen Not Included]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에는 미국 만화방송국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복제인간 캐릭터, 듀플리칸트(Dupliacnt)를 주축으로 삼고 있다.

누구나 따라 그릴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만 표정이 뚜렷하고 익살스러워 귀엽다

듀플리칸트의 디자인은 친근하고 접근하기 쉽다. 점을 찍은 것처럼 보이는 단순한 눈, 적당히 그려 넣은듯한 이빨, 알기 쉬운 헤어스타일, 통일된 복장 등 정말 단순하다. 누구든지 쉽게 따라 그릴 수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러면서도 감정에 따른 표정이 매우 뚜렷하고, 특정 상황에서 보여주는 갖가지 행동들은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워서 정말 귀엽고 매력적이다. 이런 듀플리칸트의 모습을 보고, 혹자는 <Adventure Time with Finn and Jake>의 주인공과 닮았다고 하니 [Oxygen Not Included]의 디자인이 어떤 성격을 띄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앞서 해보기가 시작된 지 겨우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았기에 당연히 문제점이 많다

앞서 해보기(Early Access) 게임이기에 적잖은 기술적 문제와 아쉬움이 존재한다. 필자가 발견한 기술적 문제 중 현재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다음과 같다.

(1) 프레임 드랍 - 활동 영역이 넓어지거나 듀플리칸트의 수가 많아지면 프레임 드랍이 발생한다. 앞서 해보기 초기에는 배속(빨리 감기) 기능을 활용할 때도 프레임 드랍이 일어났으나 현재는 해결된 상태다.

(2) 시설물 작동 오류 - 듀플리칸트가 직접 작동해야 하는 기계 장치가 듀플리칸트 없이 자동으로 작동하는 현상이 있다. 단순 모션 버그인 경우도 있고 효과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 외에도 전력이 공급되어야 가동되는 시설물이 전력 공급이 없어도 정상작동하기도 한다.

(3) 우선순위 오류 - 작업 우선순위를 다르게 설정했음에도 더 낮은 우선순위의 작업을 선행하는 경우가 있다. 작업 우선순위를 재지정하면 쉽게 해결되기는 하지만, 작업 순서가 생존 여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에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할 필요가 있다.

(4) 한글 이름 입력 시 강제 종료 - 듀플리칸트와 월드의 이름을 한글로 입력할 경우 오류가 발생하며 강제로 종료된다. 현재 창작마당(Steam Workshop)을 통해 한글을 지원하고 있으나 '번역’ 기능만 지원하는지 입력은 되지 않는 듯 하다.

이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기술적 문제가 존재하며, 커뮤니티에는 천여 개의 오류 보고가 등록되어 있다. 하지만 개발 중인 게임이라는 걸 고려해야 하며 (필자가 게임을 즐기고 본 리뷰를 작성하는 중에도)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있기에 정식 출시에는 버그가 말끔하게 해결될 것이라 본다.

몇 가지 부가 기능이 없어 조금 아쉬움이 있지만 업데이트를 기다려 볼 만하다

다음은, 게임 플레이 도중 아쉬움을 느낀 부분이다. 앞서 해보기 단계여서 해당 기능을 구현하지 않았을 수 있기에 향후 개발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1) 개별 작업 명령 불가 - 게임 내 작업은 작업 명령 후 무작위 분배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로 인해 듀플리칸트는 서로 다른 특성이 있음에도 의도적/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없어 특성을 살리기 힘든 경우가 발생한다.

(2) 월드 생성 시 임의 설정 불가 - 월드 생성은 무작위로 진행되며, 플레이어 임의로 자원량을 조절하는 등의 설정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플레이어의 수준에 따른 난이도 조절을 할 수 없고 실험적인 게임 진행이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똑같이 고난도 생존게임인 [Don’t Starve]가 월드 생성 시 임의 설정이 가능한 기능이 있다는 점에서, [Oxygen Not Included]도 해당 기능이 있었으면 한다.

(3) 잉여 자원의 추가 활용처 부족 - 생존을 위해 다양한 자원을 골고루 활용해야 하는 게 사실이다. 다만 자원별 활용도가 다르다 보니 게임을 지속할수록 특정 자원이 지나치게 많이 남는다. 유기물/미가공금속/소모성자원은 언제나 부족해서 자원을 찾아야 하지만, 광물 원석 등은 넉넉한 걸 넘어 너무 많아 사용할 곳을 찾기가 마땅치 않은 수준에 다다르게 된다. 시설을 강화하거나 일시적으로 능력치를 올려주는 도구의 생산, 인테리어 재료 등을 추가해 (현시점에서) 중요도가 떨어지는 자원의 활용도를 늘렸으면 한다.

정식 발매를 기다려도 좋고 지금 당장 사서 즐겨도 좋은 [Oxygen Not Included]

생존과 건설&경영 시뮬레이션을 결합한 게임성.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높지만 도전적이고 합리적인 난이도. 익살스러운 캐릭터를 내세운 독특한 디자인. 과학적 사실을 적용한 흥미로운 게임 시스템.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게임 자체의 재미. 그리고 무궁무진한 컨텐츠 추가 가능성. 개발 중인 게임이지만 충분히 매력적이고 미래가 기대된다. 물론 이미 유저들에게는 평가가 좋기 때문에, 커뮤니티에 보고된 각종 기술적 문제만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정식 출시를 해도 훌륭한 게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단순히 기술적 문제를 고치는 데에만 집중할 Klei Entertainment가 아니다. 끊임없이 유저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지금보다 게임을 더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 컨텐츠를 계속해서 추가하리라. 이미 앞서 해보기를 거쳐 완성된 [Don’t Starve]와 [Invisible, Inc.]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Oxygen Not Included]도 지금보다 더 멋진 모습으로 바뀔 것이라 기대해 본다. 아? 물론 난이도도 더 높아지겠지만 말이다.

못다 한 이야기

- 별도의 튜토리얼은 없지만 게임 초반 가이드가 잘 나와 있다. 해당 가이드만 잘 따라가도 초보자가 쉽게 게임을 익힐 수 있다. 처음부터 몸으로 부딪혀가며 게임을 익혀야 했던 [Don't Starve]와 비교하면 굉장히 친절한 편! 물론 초반을 넘어서면 그 어떤 도움말도 주지 않기에 어려운 게임인 건 똑같다.

- [Don't Starve]와 난이도 비교를 하자면, 필자는 [Oxygen Not Included]가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두 게임 모두 무작위로 월드가 생성되어 매 게임 진행 과정이 달라지는 건 똑같다. 하지만 [Don't Starve]는 부족한 자원을 컨트롤과 공략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Oxygen Not Included]는 자원의 양에 따라 진행 방법과 그에 따른 전략 선택도 완전히 달라져 체감 난이도가 더 높다. 새로운 월드를 생성할 때마다 처음 게임하는 느낌이다.

- 건설 시뮬레이션답게 게임에 익숙해진다면 플레이어의 창의력을 적용해볼 수 있다. 단순하게 거주지의 모양을 특이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게임 내 환경 요소를 적용한 배수-환기 구조, 특수 물질 생산을 위한 공장 등 적용해볼 것들이 많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C )

- 본문에 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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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분을 만나 뵙고 왔습니다. Xbox를 10년 넘게 다뤄오셨으며 미국 Microsoft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전 세계에 53명 밖에 없는 Xbox MVP이자 국내 유일한 Xbox MVP입니다. 동시에 가족과 함께 게임을 즐길 줄 아는 자상한 아버지시기도 하고요. 그래서 한국 Xbox의 현황과 전망, 그리고 학부모로서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과 게임으로 자녀와 대화하는 방법 등을 들어보고 왔습니다. Xbox MVP 김유정(유정군)님입니다.

전 세계 단 53명, 그리고 국내에서는 유일한 Xbox MVP이신 김유정(유정군)님

종미니멈 : 입을 푸는 시간을 먼저 가져볼게요. 유정님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시겠어요? 나이라든지, 직업이라든지, 기타 등등…

유정군 : 기본적인 것부터 하죠. 나이는 40살. 40살이고 나이에 비해서는 동안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하는 일은 마케팅대행사에서 주로 IT 쪽을 다루고 이외에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어요. 새로운 제품에 대한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마케터라고 보면 돼요. 그리고 세미나 같은 것들도 하고요. 프로모션 마케터 정도라고 하면 되겠네요.

종미니멈 : 방금 마케팅을 하고 계신다고 하셨잖아요. 혹시 그게 엑스박스 MVP 활동과 관련이 있는 건가요?

유정군 : 주로 연결되는 클라이언트가 마이크로소프트가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10년 넘게 함께 일을 했고요. 그 전부터 꾸준히 엑스박스를 즐겨왔고 커뮤니티에 활동하다가 회사에 들어오니까 마이크로소프트 관련 일부터 엑스박스 관련 일까지 하게 되더라고요. 거의 10년 넘게 한국 엑스박스 프로모션 관련 일을 해오다 보니까 조금 더 애정이 생기게 되었고, 마이크로소프트 담당자는 그동안 많이 바뀌어 왔지만 저는 10년 넘게 엑스박스를 만져오면서 그만큼 마음이 많이 가게 되었죠. 그래서 엑스박스에 대한 관심이 더 가지고 활동을 하게 된 거죠.

종미니멈 : 원래 게임 자체는 오랫동안 해오셨고, 프로모션 대행사에서 일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연결이 돼서 자연스럽게 MVP 활동으로 이어졌다고 이해하면 되겠네요?

유정군 : 엑스박스가 국내에 처음 출시되었을 때가 2002년인가요? 그때 [헤일로] 나왔을 때부터 엑스박스는 즐겨왔어요. 물론 그전부터 Playstation 2도 즐겨왔지만요. 그러다가 엑스박스 360이 나오고, [기어스 오브 워]가 처음 나왔을 때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주최한 이벤트에 응모했어요. 그리고 거기에 당첨돼서 미국에 있는 ‘에픽 게임즈’ 본사에 다녀오는 이벤트에 당첨이 됐어요.

종미니멈 : 와…(감탄)

유정군 : (웃음) 그때 다녀오고 나서 후기를 올렸는데 반응이 뜨겁고 굉장히 좋았어요. 그때 디스이즈게임 측에서도 제가 올린 글로 기사를 썼었고요. 그러다가 아는 사람 한 명이 “엑스박스 활동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MVP 추천 해줄 테니까 한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 해서 시작을 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죠.

‘대우 재믹스’부터 ‘Playstation 1′까지 학창 시절을 콘솔 게임과 함께 하셨다

종미니멈 : [기어스 오브 워]가 언급되었으니 이번에는 게임 경험 전반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볼게요. 게임은 언제 처음 하셨나요?

유정군 : 게임이라고 하면 어떻게 범위를 둬야 하나요? PC게임? 콘솔 게임?

종미니멈 : 전부 다 합쳐서요.

유정군 : 초등학교 3학년인가? 그때는 국민학교죠. (웃음) 아직도 기억나는 게 1988년에 TV에서 서울 88올림픽 할 때 굴렁쇠 굴리는 소년 아시죠? 그 당시에 아버지께서 광주에 있는 환희 백화점에서 게임기를 하나 사오셨어요. 내가 살던 곳은 정읍이라고 촌구석이었는데 (웃음) 게임을 정말 구하기 어려웠죠. 그런데 그 시절에 아버지께서 '대우 재믹스 V'라고 빨간색 삼각형 게임기를 사 오셨어요. 정읍이 시골 촌구석이기도 하고, 그때는 전국적으로 오락실이 생기기 이전 시절이니까 온 동네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 와서 했던 게임이 [갤러그]부터 시작해서 MSX 계열이었죠. 그 이후로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닌텐도 패미컴'를 주로 했고요. 그때 처음으로 [드래곤 퀘스트]를 하면서 '아! 이런 게임도 있구나!’ 싶었죠. 그리고 중학교 2학년 때 '슈퍼 패미콤'이 나왔는데 그 당시에 [스트리트 파이터 2]가 나왔어요. 그래서 '이건 사야 해!'해서 사게 됐고 동네 친구들이 매일 우리 집에 모여서 놀았죠. 물론 그 이전에는 오락실에서 했지만. 그다음에는 또 [소닉]이 나온다고 하니까 '메가 드라이브'도 샀고요. 그러다가 중학교까지는 거의 콘솔 게임을 하다가 고등학생 때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콘솔 게임을 안 했어요. 

종미니멈 : 이유는요?

유정군 : 그때는 PC 쪽에 전략 시뮬레이션에 한창 맛을 들렸던 시절이었어요.

종미니멈 : [스타크래프트] 막 나왔을 때네요.

유정군 : 맞아요. 고등학생 때는 '플레이스테이션 1’ 으로 [철권]이랑 [릿지 레이저]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때는 일본어를 잘 몰랐어요. 그래서 내가 일본어를 공부하면서까지 콘솔 게임을 해야 하나 싶어서 안 하게 되었죠.

종미니멈 : 맞아요. 그때는 한국어 지원을 잘 안 했으니까요.

유정군 : 그렇죠. 그래서 사실 나한테 콘솔 게임 역사를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슈퍼 패미콤'이랑 '메가 드라이브'까지는 잘 알아요. 그러다가 '플레이스테이션 1’, '세가 새턴’, '드림 캐스트’, '닌텐도 64’ 시기는 모르고요. (웃음) 대신 '플레이스테이션 2'부터는 다시 했으니까 잘 알죠. 그리고 대학교 입학 후에 4년 정도 게임 메카 라는 사이트에서 전략 시뮬레이션 게시판에서 시삽(sysop, 게시판 관리자 겸 운영자)을 맡기도 했죠.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 당시에는 규모가 엄청 컸거든요. 게다가 당시에는 [스타크래프트]가 워낙 인기가 많아서 여러 커뮤니티 중에서 전략 시뮬레이션 게시판이 가장 규모가 컸죠. 그리고 지금은 없어진 게임존21 이라는 사이트도 있었고요. 아무튼, 게임메카에서 3~4년 동안 활동하다 보니까 그 당시에 게임 기자분들하고도 많이 알게 됐어요. 그리고 그때는 단순히 게시판 관리자가 아니었어요. 제가 약간 아웃사이더인게, [스타크래프트]가 너무 인기가 많다 보니까 다른 좋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들,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를 비롯해서 재미있는데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게임들을 알리기 위해서 국내 게임 개발사들한테 일일이 연락을 다 돌렸죠. 그때는 국내 전략 시뮬레이션 개발사가 정말 많았거든요. “게임 좀 제공해달라. 그러면 게임 메카를 통해서 홍보를 많이 해주겠다.” 해서 게임도 협찬받고 홍보도 했었고요. 그 당시에 알게 된 분 중에서 유명한 개발자도 있고 기자분도 있고 아직 형, 동생 하면서 지내고 있죠. 그렇게 하다가 2000년대 초반에 '플레이스테이션 2'가 발매됐고, 아시다시피 한글화도 참 잘 되던 시절이었죠. 이제 PC게임은 조금 지겨우니 다시 콘솔 게임으로 가야 할 때가 왔다 싶어서 '플레이스테이션 2'로 돌아왔죠. 그때 [소콤]을 엄청 좋아해서 클랜까지 가입했죠. 그리고 졸업작품으로 플레이스테이션 포스터를 만들었어요.

종미니멈 : 아! 디자인 전공하셨죠?

유정군 : 맞아요. 그런데 그때 혼자 만든 게 아니고 직접, 지금은 SICK. 당시에는 SCEK라고 불렸던 소니에 전화해서 마케팅 담당자랑 미팅을 하게 됐죠. ‘내가 대학생이고 게임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게이머인데 졸업 작품으로 플레이스테이션을 활용하고 싶다!’ 해서 관련 디자인 자료를 다 받아서 졸업 작품을 냈죠. 그래서 단순히 엑빠가 아니라 플레이스테이션도 열심히 했고 졸업작품도 낼 정도였죠. 그러다가 졸업할 즈음에 기자분이 연락이 오셨죠. “YBM 게임부서에서 사람 뽑는다더라. 해볼래?” 그래서 재미 삼아 면접 봤죠. 그런데 면접은 토요일이었는데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하라고 해서 짐 싸 들고 서울로 올라온 게, 지금까지 이어지게 된 거죠. 너무 길었나? 설명이? (웃음)

종미니멈 : 아뇨! 단순히 게임을 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커뮤니티 관리나 홍보 같은 게이머 이상의 활동을 많이 하셨네요.

유정군 :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루리웹에 각 지역별 게시판이 엄청 활발했었어요. 나는 그때 광주에 살았으니까 광주 게시판이 주력이었죠. 광주에 있는 콘솔 게이머들 다 끌어모아서 정모도 자주 하고 게임도 같이하고 했죠.

Xbox MVP지만 세 기종 모두 좋아하고 기종별로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종미니멈 : 지금까지 살아온 일대기를 들은 느낌이에요. (웃음) 그런데 방금 한탄하는 느낌으로 말씀하셨는데 엑스박스뿐만 아니라 플레이스테이션도 잘 알고 있다고 하셨어요. 그러면 실제로 엑스박스를 가장 좋아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MVP 활동 때문에 대외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건가요?

유정군 : 개인적으로 선을 그어서 이야기할 건 없어요. 이 세상에 완벽한 건 없기 때문에. (웃음) 나 같은 경우는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닌텐도 계열의 모든 게임기를 모두 좋아합니다. 그리고 각자 장단점이 너무 뚜렷해요. 플레이스테이션에서 이게 좋다 고하면 엑스박스에서는 이게 좋고, 닌텐도는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에는 없는 게임들이 고유한 색깔이 있잖아요. 그래서 다 좋아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순수한 게이머의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10대때부터 게임을 해오던 입장이었으니까요. 처음 시작한 건 '대우 재믹스'지만 '패미컴'이나 '슈퍼 패미컴’ 계열을 어릴때 많이 했고, 그때가 게임을 알아가던 시기였는지는 모르겠어도 게임 본연의 재미는 닌텐도를 가장 좋아합니다. 현세대로 본다면 ‘엑스박스 원’, ‘플레이스테이션 4′, ‘위 유’로 나온 게임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즐겼던 게임은 [슈퍼 마리오 3D 월드]죠.

종미니멈 : 그러면 각 콘솔의 장단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유정군 : 회사의 방향성에 따른 색깔이라고 볼 수 있을 거예요. 플레이스테이션 4 기준으로 본다면, 이건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기 위해 최적화된 느낌이 들어요. 인터페이스부터 가로-세로 형식으로만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죠. 물론 세부 설정을 들어가면 복잡해지지만, 인터페이스부터 '이건 게임기다'라는 인상이 강하죠. 그리고 한국의 경우에는 한글화도 잘 되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누군가 나한테 '어떤 게임기를 사야 하나'라고 묻는다면 엑스박스 MVP지만 일차적으로는 플레이스테이션 4를 권합니다.

종미니멈 : 이거 인터뷰 들어가도 돼요? (웃음)

유정군 : 괜찮아요. (웃음) 맞는 말이니까요. 게임 자체도 많고, 한글화 게임도 가장 많으니까. 그래서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고 싶으면 플레이스테이션을 사라고 하죠. 게임에 최적화된 게임기니까요. 엑스박스 원 같은 경우는 필 스펜서 체제로 바뀐 뒤로는 게임기에서 많이 돌아서긴 했는데, 마이크로소프트 정책상 원래 목표가 엑스박스 원과 윈도우를 통한 거실 통합, 멀티미디어 통합이었거든요. 이건 빌 게이츠부터 해오던 말이고. 그래서 엑스박스를 켜면 게임기라는 느낌보다는 종합 멀티미디어 기기라는 느낌이 강해요. UI가 여러 번 바뀌긴 했지만, 게임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시켜보면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닌텐도 게임기보다 엑스박스를 어려워해요. 접근 방식 자체가. 게임 CD 넣고 돌리는 건 쉽지만 설치를 어디에 해야 하고 폴더를 어떻게 들어가고 가 어렵죠. 조금 공부를 해야 하는 게임기? 첫 느낌이 그렇죠. 그래서 사람들의 인식이 ‘게임기라기에는 어렵다’인 것 같아요. 그리고 해외는 다를지도 모르겠는데 국내에는 플레이스테이션에 비해 차이가 크게 나니까 접근성이나 구매도가 더 떨어지지 않나 싶네요. 반면에 장점은 플레이스테이션과 비교해서 멀티미디어 기능이 세분화되어 있죠. 초보자가 아닌 게임을 깊게 아는 사람들이라면 플레이스테이션에는 없는 게임과 각종 컨텐츠를 즐길 수 있죠. 그래서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고 싶으면 플레이스테이션을 사되, 그 이외에 다른 색깔의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엑스박스를 사라고 말하는 편이에요.

종미니멈 : 그러면 콘솔에 입문할 때는 플레이스테이션을 하되, 더 깊고 제대로 맛보고 싶다면 엑스박스로 넘어가라 정도로 볼 수 있겠네요.

유정군 : 그건 아니죠. '제대로'라고 하면 플레이스테이션에는 제대로 된 게 없다는 느낌이 되니까 '또 다른'이라는 표현이 맞죠. 사실 플레이스테이션으로는 아무리 제대로 된 FPS 게임이 나와도 패드로는 엑스박스를 따라갈 수 없거든요.

종미니멈 : 맞아요!

유정군 : 그래서 내가 말하는 건 FPS를 비롯해서 플레이스테이션에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게임성을 즐기고 싶다면 엑스박스를 추천한다는 거죠. 여기에 다양한 게임이 한글화가 되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현재로는… (침묵) 그리고 마지막으로 닌텐도 같은 경우는 플레이스테이션보다 더 게임기 같은 게임기. 이건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닌텐도는 그냥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은 조금 더 심화된 게임기. 엑스박스는 게임기이긴 한데 종합 멀티미디어 기기.

종미니멈 : 그러면 장점에 반대되는 것들이 단점이라고 봐야겠네요. 가령 닌텐도는 너무 게임에만 치중해있다거나.

유정군 :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닌빠 같아 보일 수도 있는데… 요즘 세상이 너무 전문화되고 복잡해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이게 너무 욕심을 부리는 모습인 것 같아요. 문어발처럼 이것저것 하느니 하나만 집중하는 게 좋다고 봐요. 닌텐도가 분명히 불편한 점이 많죠. 물론 국가코드는 '닌텐도 스위치'로 넘어오면서 없어졌지만. 사실 멀티미디어, 라이브, 온라인 같은 면은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에 비하면 많이 불편해요. 하지만 이런 점만 개선되면 닌텐도 콘솔은 더 이상 게임기로써 손색이 없죠.

종미니멈 : 역시 MVP인 것과 개인의 선호는 다르군요. (웃음)

유정군 : 그렇죠. (웃음)

유정군이 뽑은 Best 5 - 모두 게임 역사에 지워지지 않을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종미니멈 : 그러면 가장 좋아하는 게임 다섯 개만 꼽으신다면요? 지금 머리 속에 바로 떠오르시는 걸로.

유정군 :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타이탄폴 2]. 솔직히 현세대 FPS 게임 중에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

종미니멈 : 진짜 오랜만에 듣네요. (감탄)

유정군 : [철권]도 좋긴 한데 [버추어 파이터] 쪽이 더 좋더라고요. 콤보 보다는 즉흥적인 느낌이 강하기도 하고요. 고전으로 넘어가면 [파이널 판타지] 중에 5탄하고 6탄. 많은 시리즈 중에서 굳이 5~6탄이 머리에 남는 이유는 '슈퍼 패미컴’ 처음 켰을 때, 그 당시 그래픽이 너무 충격이었어요. 특히 6탄에 설원 걸어가는 그 모습. 그리고 또 하나는 [스트리트 파이터 2]. 그건 국민학교 5~6학년 때 처음 나왔고 그 시절을 같이 했으니까. 사실 요즘 나온 [스트리트 파이터 5]는 너무 어렵고, [스트리트 파이터 4]까지가 딱 좋은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내 인생 게임이라고 할 수 있고, 아직도 OST가 잊혀지지 않은 게임인데 [드래곤 퀘스트 5]. 이렇게 다섯 개가 내가 좋아하는 게임인데… 아! [타이탄폴 2]는 빼야겠다. 다른 거로. [슈퍼 마리오]

종미니멈 : 역시! 아까 닌텐도 좋아하신다고 했는데 왜 이야기 안 하시나 싶었어요. (웃음) 그러면 [타이탄폴 2]는 최근에 했던 것 중에 기억에 남는 거고 지금까지 했던 걸 꼽는다면 [슈퍼 마리오]가 그 자리에 들어가는군요.

유정군 : 맞아요. [파이널 판타지] 5~6탄. [스트리트 파이터 2], [버추어 파이터], [드래곤 퀘스트 5]. 그리고 [슈퍼 마리오].

종미니멈 : 전부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들이네요.

유정군 : 어찌 보면 내 나잇대가 행운이에요. 게임의 역사와 함께했잖아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오는 세대였기 때문에 모든 고전 게임의 시작과 발전, 성공하고 망하는 모습을 모두 지켜봐 왔으니 감회가 새롭기도 하죠. (웃음)

종미니멈 : (웃음) 그러면 앞으로 나올 게임들도 성공 여부가 어느 정도 감이 오시겠네요?

유정군 : 대부분 다 맞췄어요.

종미니멈 : '닌텐도 스위치'도 잘 될 거라고 예상하셨어요?

유정군 : 그렇죠. 그런데 이건 게임기가 잘되고 아니고를 떠나서 게임 자체가 워낙 뛰어나니까. 그런데 솔직히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이 이정 도로 흥할 줄 몰랐어요. 한글화가 안 되었으니 관심이 적기도 했고.

종미니멈 : 빨리 한글화가 돼야겠군요. (웃음)

Microsoft MVP 인증 - MVP 활동을 얼마나 오래 해오셨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종미니멈 : 이제 본격적으로 엑스박스 MVP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엑스박스 MVP에 대해 모르는 분이 많으세요. 간단히 소개를 해주신다면요?

유정군 : 엑스박스 MVP로는 전 세계에 53명 있고요. 한국 기준으로 마이크로소프트 MVP는 130~150명가량 있어요. 마이크로소프트가 제품 종류가 많기 때문에 직원이 아닌 제품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를 통해 사람들에게 제품을 알리고 개선점을 듣고자 만든 제도가 MVP에요. 그래서 MVP는 각 분야에 전문가라고 볼 수 있는 분들을 선별하죠. 본사 차원에서 여러 번에 걸친 심사를 통해 선발하고, 한번 선발된다고 끝이 아니라 매년 새로 심사를 하죠. 선발됐다가 활동이 적어서 다음 해에 떨어지는 경우도 많아요. 윈도우 뿐만 아니라 오피스 계열의 파워포인트, 엑셀, 워드, 원노트 같은 여러 분야로 MVP로 나누어져 있고요. 그리고 MVP들이 자기 분야에 대해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알리는 거죠. 그중에서 저는 엑스박스 MVP인데 컨슈머(consumer, 소비자) 쪽으로 담당하고 있고요. 내 역할은 엑스박스가 쉽고 재미있는 게임기라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는 거죠.

종미니멈 : 그런데 아까 전 세계 엑스박스 MVP가 53명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러면 국내 엑스박스 MVP는 몇 명이 있나요?

유정군 : 국내에는 항상 저를 포함해서 2명이 있었는데, 작년부터 개인적인 사정으로 못하시게 되면서 저만 남았죠. 그리고 국내에서는, 엑스박스 MVP를 떠나서 MVP 자체를 10년 이상 한 사람은 저를 포함해서 손에 꼽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종미니멈 : 그러면 아까 여러 번의 심사를 거쳐 선발된다고 하셨는데, 선발 기준이 따로 있나요?

유정군 : 선발 기준은 블로그가 되었건, 커뮤니티가 되었건 온라인 활동을 전반을 포함하고요. 유튜브 활동이나 방송 활동도 반영을 하죠. 그리고 온라인 활동이 아닌 경우라면 관련 저서를 쓴 이력을 확인하기도 하고요. 이런 활동 내역을 취합해서 보고하는 건데, 예전에는 한국~싱가포르~본사 세 단계를 거치면서 심사가 진행되다가 작년부터 엑스박스 MVP는 따로 분리가 돼서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게 됐어요. 그래서 나 같은 경우는 활동 내역을 전부 미국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 보내야 하죠.

종미니멈 : 그럼 엑스박스 MVP 활동을 정확히 몇 년 하신건가요?

유정군 : 올해까지 11년째죠.

종미니멈 : 그리고 계기는 앞서 말씀하셨던 프로모션 사업을 하면서 함께 하게 되었다?

유정군 : 그렇죠. 그런데 내가 아웃사이더인게… 솔직히 MVP하기 이전에도 플레이스테이션이 잘 나갔거든요. 그 시절에 엑스박스 구입하면서 [킹덤 언더 파이어]나 [헤일로] 같은 게임을 해보니까 '이것도 괜찮은 게임인데 왜 국내에서 안 팔리지?'라는 의구심이 생겼죠. 그러다가 [기어스 오브 워]가 나왔을 때. 그건 완전 센세이션, 충격 그 자체였죠. 게다가 나는 발매되기 이전에 본사에 가서 직접 본 입장이었잖아요. 에픽 게임즈 본사에서. 아마 [기어스 오브 워] 처음 나왔을 때 모든 게이머가 충격을 받았을 거에요. 비주얼적으로. 그래서 '와! 이거 끝내준다!’ 싶었고 엑스박스 360부터 활동을 시작해서 11년째 이어져 온 거죠. 

종미니멈 : MVP로서 역할은 마이크로소프트 측에 피드백을 주는 거잖아요? 피드백을 준다는 건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도움을 주는 건데, 거꾸로 MVP로서 얻는 이점 같은 게 있나요?

유정군 : 우선 엑스박스 MVP뿐만 아니라 모든 MVP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요. 오피스 프로그램부터 개발키트까지 전부 무료로 받을 수 있죠.

종미니멈 : 게임도 포함되나요?

유정군 : 게임은 아니에요. 프로그램만. 그래도 이것만 해도 장난 아니죠. 오피스부터 시작해서 윈도우까지 가격이 만만찮으니까요. 그리고 개발자들이 상업적 용도로는 못 쓰더라도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죠. 그리고 엑스박스 MVP는 특화가 된 게 퍼스트파티 계열 게임은 무료로 받을 수 있어요. 간혹 서드파티 게임들도 제공되고요. 여기에 엑스박스 라이브 골드 1년 이용권도 제공되고, 사이사이에 이벤트나 혜택이 있죠. 대표적으로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엑스박스 MVP 써밋'이라고 해서 본사에서 열리는 게 있어요. 비행기 값은 내가 내야 하지만…(웃음)

종미니멈 : 그렇군요. (웃음)

유정군 : 비행깃값만 내면 돼요. 숙박, 식사 모두 제공되고 마이크로소프트 직원과 만나서 피드백할 수 있는 미팅도 할 수 있고요. 그리고 E3 같은 경우도 비행깃값만 내면 참석할 수 있죠. 저는 올해 처음으로 가봤고, 다양한 관계분들 만나고 왔어요.

종미니멈 : '엑스박스 스콜피오'도 미리 보고 오셨나요? (참고 - 현재는 Xbox One X라는 공식명칭이 공개 되었으며, 인터뷰 당시에는 코드네임만 알려진 상태)

유정군 : 스콜피오는 보진 못했어요. 이야기만 들었죠.

2017 Xbox Summit 참석을 위해 미국에 다녀오셨다 (출처 - 김유정 페이스북)

종미니멈 : 그러면 미국에 다녀오신 이야기 좀 들을 수 있을까요?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만요.

유정군 : 아! 그런데 참가조건이 '외부 유출 금지'에요. 그래도 전체적인 이야기 정도만 하자면 향후 1년간 있을 스케줄에 대한 발표에요.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팀이 '우리가 이런 걸 준비하고 있다. E3 전에는 무얼 준비하고, 이후에는 이런 일정으로 홍보할 예정이다'는 이야기를 하고, 인디 게임 개발자, 엑스박스 UI 팀이 모여서 의견을 주고받는 거죠. 거의 토론 느낌이에요.

종미니멈 : 조금 더 깊이 있는 피드백을 나누고 의견을 주고받는 거네요.

유정군 : 그걸 3박 4일 동안 내내 하는 거죠. 사실 나는 영어가 안돼서 듣기만 했는데, 게임 이야기다 보니까 반 정도는 알아듣고 나머지는 흘려보냈죠. (웃음)

종미니멈 : 어찌 보면 일정에 관해 이야기를 해준다는 것 자체가, MVP도 마이크로소프트의 계획에 대해 알고 있어야 향후 MVP 활동을 어떻게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있으니까 그런 거겠네요.

유정군 : 그렇죠. 이번에 엑스박스 게임 패스(Game Pass / 넷플릭스처럼 월정액으로 엑스박스로 지원하는 많은 게임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제도) 같은 것도 시행되기 전에 이야기를 들었고, 먼저 이용할 수 있게 지원을 받았죠.

종미니멈 : 한국에는 게임 패스가 지원이 안 되는데 유정님 계정은 된다는 거군요?

유정군 : 우리 같은 경우는 게이머 태그에 다 심어주죠. 내 계정으로 접속하면 게임 패스는 기본이고 다른 혜택이 많이 적용되죠.

종미니멈 : 그렇군요. 종합하면 MVP는 직원이 아니라 외부인으로서 마이크로소프트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위치이며 동시에 여러 혜택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유정군 : 사실 이걸 해서 돈을 더 받거나 그런 건 없어요. 받아봤자 게임 몇 개 더 받는 정도죠. (웃음) 그보다는 명예죠.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애정. 여기에 다른 사람에게 엑스박스의 좋은 점을 알리는 재미로 하는 거죠.

콘솔에 관심이 있다면 알 수 있는 사실이듯 한국 엑스박스는 상황이 썩 좋지 않다

종미니멈 : 조금 민감한 이야기일 수 있어요. 이제 엑스박스 국내 상황에 대해 여쭤볼게요. 이런 말이 있어요. '엑스박스의 국내 프로모션이 너무 소극적이다.’ 마침 프로모션 대행사에서 일하고 계시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유정군 : 내가 볼 때는…(고민) 당연히 엑스박스가 지금 상황에서 플레이스테이션만큼은 아니더라도 비등하게 팔리면 그게 오히려 비정상적이죠. 게임기 같은 경우에는 한국에서 상황이 특이할 수밖에 없는 게 전 세계가 대부분 영어권이에요. 그리고 남미 쪽의 스페인어, 아니면 중국어 정도. 그래서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정도만 해도 게임을 즐기는 데 무리가 없어요. 그런데 한국은 한국어를 사용하죠. 그래서 별도의 마케팅보다는 한국에서만큼은 현지화가 중요해요. 최고의 마케팅이죠. 그리고 다양한 게임을 출시해주는 것. 그런데 이게 양날의 검인 게 한국은 시장이 작으니까요. 프로모션이 없어서 게임기가 안 팔리는 게 아니라 당연히 해줘야 할 한글화를 안 하고 게임 출시를 안 해줬기 때문에 안 팔리는 게 아닌가 싶어요.

종미니멈 : 그러면 한국 시장에 한해서는 플레이스테이션보다 엑스박스가 한글화 타이틀이 부족해서 안 팔린다고 봐야겠네요?

유정군 : 그렇죠. 그런데 이게 앞으로도 좋아질 것 같지는 않아요.

종미니멈 : 사실 올해만 해도 엑스박스는 신작이 몇 개 안 나왔는데, 플레이스테이션은 쏟아지고 있죠.

유정군 : 이것도 있어요. 엑스박스는 주문형 게임(다운로드 게임) 체제로 많이 넘어가고 있어요. 미국이야 시장이 워낙 크니까 다운로드로 게임을 많이 사더라도 오프라인 시장에 영향이 적죠. 근데 한국은 안 그래도 시장이 코딱지만 한 데다 여러 게임기가 그걸 나눠 가지게 되면 파이가 더 작아지게 되죠. 그러니까 판매자들이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엑스박스에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죠. 이런 상황에서 더 잘될 것 같지는 않아요. 여기서 물꼬를 트려면 가장 큰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게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고 아시아 시장이 신경을 써야겠죠. 하지만 지금은 플레이스테이션을 뒤따라 가는 시점이다 보니까 가장 큰 시장인 미국하고 유럽을 우선적으로 신경 쓰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아시아 시장은 덜 신경 쓸 수밖에 없죠. 그나마 대만이나 싱가포르는 영어권 국가니까 상관없는데 한국은 또 다른 언어권이잖아요. 그래서 더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모든 책임은 본사가 제일 크고, 거기에 더 대응을 못 하는 한국 마이크로소프트도 책임이 있고요.

‘석고박스’라고 불린 [Final Fantasy XV] 커스텀 Xbox One 등의 사건-사고가 유난히 자주 발생했다

종미니멈 :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대응에 관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지금까지 사건-사고가 많았어요. [프로젝트 스파크] 발매 당일 한글화 취소 사건이 있었고, [고스트리콘 : 와일드랜드]는 엑스박스 버전만 한글화가 누락 돼서 추가 업데이트를 했고요.

유정군 : [고스트리콘] 같은 경우에는 한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니고 유통사 쪽 문제에요. 유비소프트와 인트라링스의 실수죠.

종미니멈 : 이건 마이크로소프트와는 상관없군요. 그리고 [파이널 판타지 XV] 한정판 콘솔 이벤트에서 공지가 잘못 돼서 논란이 있었죠. 이에 대해서 여러 의견을 들어보니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잘못이 아니라 싱가포르 지부 쪽 잘못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어느 쪽이 진짜 문제였는지 이야기를 해주신다면요?

유정군 : 내가 볼 때는 해석의 차이라고 봐요. 게임 타이틀의 한글화 취소는 [프로젝트 스파크] 말고도 [포르자 호라이즌 2]도 한글화가 된다고 했다가 안 된다고 했잖아요. 엑스박스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아시겠지만, 한국어 지원뿐만 아니라 언어 지원에 대한 설명이 전무합니다. 반대로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경우는 어떤 게임이 한국어가 지원되는지 명확하게 나와 있어요. 엑스박스는 한글화 지원 여부를 거의 표기하지 않았고요. 그러다 보니 게이머가 직접 게임을 사서 한글 지원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고, 고객센터에 문의를 해봐도 담당자들도 몰라요. [포르자 호라이즌 2]나 [프로젝트 스파크]의 경우는 원래 한글화가 안 되었던 게임인데 싱가포르 지부에서 정보를 제대로 전달을 안 해주고, 그 정보를 받은 한국 마이크로소프트도 확인을 제대로 안 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고 봐요. 게임을 한번이라도 해봤으면 이런 사건이 없었을 텐데 말이죠.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또는 게임을 잘 아는 사람이 없어서 그랬던 게 아닌가 싶어요. 

종미니멈 : 커뮤니케이션의 부재가 핵심이군요.

유정군 : [파이널 판타지 XV] 커스텀 콘솔 같은 것도 해외에는 전시용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전시용이라는 건 전혀 문제가 안 되는 거죠. 그런데 한국에서 홍보할 당시에 내가 아시아 여러 국가의 홍보 글을 검색해서 비교해봤거든요. 그런데 한국하고 어떤 나라 한곳이 전시용이 아니라 플레이도 가능하다는 뉘앙스로 쓰여 있었어요. 번역이 잘못 된 거죠. 그래서 거의 모든 사건-사고의 원인은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라고 보고, 게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에 있었다면 한 번 더 확인을 했을 거라고 봐요. 그런데 이런 일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불신이 생기게 된 거죠. 

종미니멈 : 안타까워요. 게임기는 충분히 매력적인데 언어 문제라거나 게임 외적인 사건-사고로 이미지 자체가 안 좋아져서 평가절하당하는 것 같네요.

유정군 : 그건 당연한 업보라고 봐요.

종미니멈 : 그래도 360시절은 좋았잖아요

유정군 : 그렇죠. 좋았는데 그마저도 후반에 불법 복사 때문에 주춤했지만요.

성능이 아무리 좋더라도 한글화 타이틀이 부족하면 전망이 어둡다는 솔직한 생각

종미니멈 : 불법 복사. 게임계 전반의 문제군요. 지금은 상황이 암울하지만 이를 반전시킬 기회가 엑스박스 스콜피오라고 보는 분이 많아요. 스콜피오 관련 발표에서 다시 게임기로써 초점을 맞추겠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의지가 보였거든요. 전망은 어떨 것 같나요? 국내 엑스박스의 상황.

유정군 : 솔직하게 말하면 되죠?

종미니멈 : 네

유정군 : 진짜 솔직하게?

종미니멈 : 네

유정군 : 저는 전망도 크게 차이가 없을 거라고 봅니다. 스콜피오가 나오면 당연히 기계적인 성능은 좋겠죠. 그런데 기계 성능이 좋다고 해서 사람들이 한글화도 잘 안 해주고 신작 출시 자체도 안 해주는 게임기를 살 것인지 생각해보면, 제가 보기에는…(침묵) 물론 엑스박스 매니아들은 반응이 있을 거예요. 엑스박스 자체가 매니아들이 움직이는 시장이기 때문에. 매니아들이 사서 초반에는 인기몰이를 할 수 있을지라도 그 선에서 끝날 것 같아요. 이게 완벽한 4K가 지원되고 UHD가 지원되더라도 그걸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커뮤니티에서 맨날 4K니 뭐니 싸우는데 그걸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은 극소수라고 봐요. 내가 볼 때는 기존에 엑스박스 원이 깔린 상황이기 때문에 메인은 엑스박스 원을 중심으로 갈 것 같고요.

종미니멈 : 한국에서요?

유정군 : 전 세계적으로. 애초에 엑스박스 원이 메인이기도 하고. 스콜피오는 초반에 소수의 매니아들에게 어필하면서 점차 키워나갈 거라고 봐요. 그래서 한국에는 스콜피오가 나오더라도 결국 중요한 건 게임이라서 확보가 안 돼서 잘은 안 될 것 같아요. 스콜피오가 나온다고 해서 한글화를 안 하던 서드파티들이 한글화를 갑자기 할 이유도 없고요.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나마 퍼스트파티니까 한글화를 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죠. 그리고 지금 대부분의 퍼스트파티 게임이 윈도우10으로 연동이 되는 상황이니까 쉽지 않죠. 

종미니멈 : 국내는 워낙 PC 보급이 잘되어 있어서 엑스박스 보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유정군 : 그런데 아마 그것도 미미할 거에요. 윈도우10으로 퍼스트파티 게임을 해보면 아시겠지만, 최적화가 썩 잘되어 있진 않아요. [기어스 오브 워 4]나 [포르자 호라이즌 3]도 윈도우 버전은 사양이 엄청 높아야 해요. 그리고 최적화도 잘 안 돼 있기도 하고. 그런 게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전체 시장의 파이를 보면 대세에는 영향이 없다고 봐요. 그래서 사람들이 윈도우10으로 엑스박스 게임을 할 수 있으니까 엑스박스를 안 산다는 말을 하는 건 핑계라고 생각해요. (웃음)

종미니멈 : 오히려 고성능 컴퓨터를 사는 게 돈이 더 많이 드니까…

유정군 : 그렇죠.

종미니멈 : 전망이 썩 좋지는 않네요. 안타깝게도…

유정군 : 조건이 필요하죠. 한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엑스박스 스콜피오로 나오는 모든 퍼스트파티 게임을 한글화하겠다. 그리고 서드파티와 연계를 해서 더 많은 게임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하지 않는 이상 스콜피오는 그냥 소수의 매니아에게 화제가 되고 그럭저럭 팔리는 게임기가 될 것 같아요.

Xbox가 현 상황을 타개하려면 무조건 더 많은 한글화 타이틀을 확보해야 한다

종미니멈 : 엑스박스가 플레이스테이션에게 밀리는 이유가 한글화 타이틀의 부재인데, 이것과 관련된 재미있는 논쟁이 있어요. 게이머들이 게임을 많이 사서 한글화를 활성화해야 하냐. 아니면 한글화를 해줘서 게이머들이 사게 만들어야 하냐.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죠.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유정군 : 회사가 먼저 움직여야죠. 사는 사람은 아쉬울 게 없거든요. (웃음) 극소수의 매니아는 '이걸 우리가 사줘야 한글화가 될 거야!'라고 생각할 순 있어요. 물론 한국은 콘솔 시장이 극소수의 매니아가 비중이 커졌기 때문에, 플레이스테이션은 한글화가 안 될 것 같았던 타이틀이 많이 한글화가 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죠. 그런데 솔직히 한글화가 우선이죠. 게다가 현재 한글화 상황은 게임사 측에서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어느 정도 팔리고 있으니 계속해서 한글화를 해주고 있다고 봐요. 그래서 내가 보기에는 게이머보다는 제작사가 한글화를 해야죠. 그런데 여기에 맹점이 있다면, 한글화를 하더라도 게임이 재미가 없으면 안 팔려요. 

종미니멈 : 재미없는 게임?

유정군 : 그러니까 핵심은 게임이 재미있어야 한다는 거죠. 재미없는 데 한글화했다고 잘 팔리는 경우는 없어요. 한 장 팔릴 거 서너 장 더 팔리는 정도는 되겠지만. 결국은 재미있는 게임이 한글화가 되는 게 베스트죠. 아무리 한글화를 잘 해줘도 평가가 안 좋으면 금방 덤핑 되잖아요. 한글화가 되는 건 부가적인 거고, 게임의 재미가 핵심이죠.

종미니멈 : 어쨌든 요점은 파는 사람이 움직여야 한다는 거군요.

유정군 : 그렇죠. 그래서 한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전부 다 잘해줘야 해요. 게임 출시도 많이 해줘야 하고, 한글화 지원도 더 많이 해줘야 하고요. 물론 한글화해도 안 팔리는 게임이 있을 순 있어요. 하지만 게이머 인식 자체가 '엑스박스는 한글화도 안 하고 게임 출시도 거의 안 해준다'로 박혀 있으니까… 이걸 바꾸려고 노력해야죠. 그래서 엑스박스가 한국에서 흥하려면 마케팅이나 관리도 좋지만, 사람들 인식을 바꿔줘야 해요. 대신 일반인이 아니라 매니아의 인식을 먼저 바꿔야죠.

종미니멈 : 매니아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매니아들은 기종 성능 비교를 많이 해요. 그런데 이게 전체적인 판매량이 큰 영향을 미칠까요?

유정군 : 미국같이 큰 시장은 영향력은 있을지언정 대세의 판도를 뒤집을 정도는 아니에요. 큰 시장일수록 소비자가 다양하기 때문에 매니아만으로 움직이기는 쉽지 않아요. 그런데 한국은 시장이 작을 뿐만 아니라, 한국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좋은 걸 사려는 특징이 있는 것 같아요. 솔직히 나는 기종 세 개를 다 가지고 있지만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나 별반 차이를 못 느끼겠어요. 1080p. HDR. 4K TV. 모르겠어요. (웃음) 켜고 해봐도 끄고 해봐도 좋은지도 모르겠고. 그래도 한국은 이런 게 먹히죠. 그래서 매니아의 의견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봐요.

종미니멈 : 이런 점에서는 엑스박스는 미래가 어둡군요.

유정군 : 바뀌지 않는 한!

종미니멈 : 한국 마이크로소프트가 바뀌지 않는 한?

유정군 : 한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니라 본사.

종미니멈 : 시장 정책?

유정군 : 정책 자체가 바뀌어야 하죠. 글로벌 회사다 보니까 정책에 따라 움직이는 거죠. 문제는 나라마다 특성이 달라서 특성에 맞춰서 융통성 있게 움직여 줘야 하는데, 한국에 그렇게 해주지 않고 있다는 거죠. 한국 시장에 맞지 않는 정책을 적용하니 게이머뿐만 아니라 파는 분들도 반발이 있죠. 반대로 플레이스테이션은 한국 게임 시장 특성에 어느 정도 맞춰서 판매하고 있어서 잘 되고 있다고 봐요.

부모와 자녀가 함께 게임을 즐기자는 메시지를 담은 컨텐츠 ‘아빠랑 게임하자’

종미니멈 : '아빠랑 게임하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게요. 컨텐츠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시나요?

유정군 : 원래부터 아이들이랑 자주 게임을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이제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즈음 되니까 컨트롤러를 잡고 게임을 할 줄 알더라고요. 유튜브는 예전부터 하고 싶긴 했는데, 남들이 하는 걸 하자니 특화된 게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왕 하는 거 새로운 게 없을까 고민을 많이 했죠. 3~4개월 동안 유튜브랑 트위치 보면서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하나 지켜봤어요. 그러다가 딸아이(예서)랑 추억을 만들고 싶기도 했고, 요즘 아이들이 동영상으로 지식을 많이 습득한다고 해서 예서 친구들에게 동영상 컨텐츠를 보여주고 싶었죠. 이게 '아빠랑 게임하자'를 시작한 세 가지 이유 중 두 가지고. 나머지 하나는 빅픽처인데… (웃음) 한국 특성상 아이들이 부모님과 게임을 하는 걸 안 좋아해요. 사실 게임은 나쁜 게 아닌데 게임에 대한 인식이 안 좋다 보니까. 그런데 게임을 부모와 자녀가 함께 즐기면 부모가 자녀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대화도 할 수 있어요. 내가 오래전부터 딸아이랑 게임을 하면서 게임만 한 게 아니라 대화도 많이 했어요. 물론 어려서 아빠랑 이야기하는 걸 수도 있지만요. 내 꿈은 예서가 중학생, 고등학생, 20대가 되더라도 나랑 게임도 하고, 많은 이야기를 했으면 하는 거에요. 이 생각을 가지고 예서한테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게임의 좋은 점을 알려주면서 대화를 하고 있죠. 이러면 나중에 예서가 커서 게임을 하더라도 아무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좋은 게임을 골라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이 모습을 나만이 아니라 전국에 있는 아빠 엄마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죠. 아직은 컨텐츠가 많지 않아서 딸과의 취미로 생각하고 쌓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게 잘되면 나중에 게임 중독과 관련한 강의도 해보고 싶어요.

종미니멈 : 학부모님들이 게임을 부정적으로 본다고 하셨는데,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유정군 : 인식 차이죠. 학부모들은 하루 종일 스마트폰 보면서 아이들한테는 공부하고 책보라고 하죠. 그러면 아이들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죠. 내가 볼 때는 부모가 바뀌어야 해요. 아이들 입장에서는 아빠 엄마가 스마트폰하고 TV 보는 건 나하고 똑같은데 왜 나한테만 그러나 싶을 수 밖에 없죠. 그래서 내가 보기에는 인식의 차이에요. 아빠가 낚시하는 것도 나쁜 게 아니고 엄마가 드라마 보는 것도 나쁜 게 아닌데 서로 이해를 못 하는 거에요. 그런데 솔직히 한국은 그냥 이유가 없어요. (웃음) 게임은 그냥 나쁜 거에요. 아이가 공부를 해야 하는데. 

종미니멈 : 공부라는 게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웃음)

유정군 : 최근에 주변 애들을 보니까, 스마트폰을 못하게 하는 애들이 더 스마트폰에 환장하더라고요. 다행히 우리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안 하는데, 내가 스마트폰을 안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주말에 아이들이랑 게임을 같이 하기도 하고요.

종미니멈 : 그러면 평소에는 예서가 게임을 많이 하지는 않나요?

유정군 : 평일에는 학교 다녀와서 30분 정도? 아빠랑은 콘솔 게임을 하지만 학교 친구들이랑은 스마트폰 게임으로 이야기하거든요. 그래서 전화는 안 되고 게임만 되는 스마트폰이 하나 있는데 그걸로 30분씩 하는 거죠.

종미니멈 : 부모의 입장에서 통제하시나요? 아니면 자유롭게 두나요?

유정군 : 통제라기보다는 하루에 30~40분 정도만 해라고 권유하는 정도요. 대신 게임하기 전에 할 일은 다 해놓고 하라는 식으로 말하죠. 그래서 게임하려고 숙제할 것 미리 다 하니까 딱히 윽박지르거나 그런 일은 없죠.

게임을 할 때도 부모와 자녀의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 (출처 - 김유정 페이스북)

종미니멈 : 어찌 보면 부모와 아이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 있네요. 대부분의 학부모는 게임 중독이 아니라도 게임을 한다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스스로 통제를 못 한다고 생각을 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아이가 스스로 게임을 조절하는 방법에 대해 학부모님들이 고민이 많으실 텐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유정군 : 아직 어리기 때문에 솔직히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걸 이끌어 주고 있는 거죠. 그런데 부모가 이끌어 주려면, '어떤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과 친해져야 한다'는 말처럼 '왜 우리 아이가 게임에 빠져있을까?'를 알기 위해서는 부모가 게임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수험생들이 수능 공부할 때 부모들도 같이 밤새우면서 지켜보고 시간 보내주는 것처럼 게임도 마찬가지예요. 게임도 함께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봐요. 저 같은 경우는 예서 외에도 교회에서 중고등학생과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학생들이 하는 말이 자기 부모님은 스마트폰 게임을 많이 하면서 자기는 못하게 한데요. 그런데 나는 게임에 대해서 잘 알고 “이거 OO게임 맞지?”, “뭐가 재미있어?"라면서 이야기를 같이 해주니까 신기해하더라고요. 그래서 교회 애들은 나를 '게임을 같이 이야기해주는 아저씨'라고 인식하고 있고요. 그러니까 중요한 건 대화에요.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니라 게임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죠. 말이 좀 어렵나?

종미니멈 : 그러니까 게임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어야 대화를 통해서 조언해주거나 조절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 이거군요?

유정군 : 그렇죠. 아이들 입장에서는 '엄마, 아빠는 게임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나한테 뭐라고 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

종미니멈 : 유정님은 게임에 대해 잘 아시니까 예서양한테 이야기를 해주면서 게임을 조절하면서 즐길 수 있는 거군요.

유정군 : 나는 게임에 대해 좋은 점을 이야기해주면서 하는 거죠. 그런데 이런 적도 있었어요. 예서가 너무 게임을 하고 싶어하니까 아예 그날은 스마트폰을 주면서 질리도록 해라고 내버려 둔 적도 있어요.

종미니멈 : 몇 시까지 하던가요?

유정군 : 새벽 2~3시까지 했어요. (웃음) 그런데 그때 딱 한 번이고 그 이후로는 그런 적이 없었죠.

종미니멈 : 시원하게 하고 나니까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된 거군요.

유정군 : 이제는 게임 때문에 딱히 걱정하지는 않아요. 게임도 하면서 친구랑도 잘 어울리고 공부도 잘하고 있어서 걱정은 없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게임 이전에 어떤 주제로든 대화하고 함께 어울리는 시간을 가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게 제일 큰 거라고 봐요.

종미니멈 :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없으니까 아이들이 놀이의 도구로써 게임을 접하게 되는 거고 거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건데, 일반적인 학부모님들은 아이와의 대화 부족을 생각하지 못하고 게임 중독만 생각한다는 거군요.

유정군 : 그렇죠. 그리고 대화의 접근 방식도 중요해요. '이 게임 하지마!'가 아니라 '이 게임은 뭐가 재미있어?'라는 식으로 다가가야죠. 하지 말라고 하면 반발심이 생기거든요. 그런데 게임에 관해 물어보면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하게 되니까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죠.

종미니멈 :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절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거군요.

유정군 : 그렇죠.

종미니멈 : 사실 게임에 대한 조절과 통제라고 하면 '셧다운제'를 그냥 넘어갈 순 없어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유정군 : 저는 중요한 게 셧다운제보다는 중고등학생들에 대한 교육이라고 봐요. 셧다운제가 문제가 아니고 사회가 문제죠. (웃음) 셧다운제를 할 거면 게임을 셧다운 할 게 아니라 공부도 셧다운 시키고, 12시부터는 푹 쉴 수 있게 해줘야죠. 어쨌든 셧다운제는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셧다운제 이전에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종미니멈 : 그리고 그 역할을 학부모가 해야 한다?

유정군 : 그렇죠. 사실 말은 쉬운데 사회 전반에 그런 분위기를 형성하기가 쉽지 않죠. 나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예서가 고학년 돼서 게임하는 데 성적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죠. (웃음)

사회 구조가 진짜 문제임에도 그 원인을 게임에 두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하셨다

종미니멈 : 그러면 게임 중독이 발생하는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조절 능력도 중요하지만 외적인 요인, 사회적 요인도 없지는 않다고 보이는데…

유정군 : 원래는 게임 중독 문제가 그리 심각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 애를 키워보고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하기는 하더라고요. 내가 IT 계열에서 일하고 있어서 조금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걸 수도 있지만 (웃음) 해커 같은 사람이 온 세상에 모든 서버를 다 마비시켜서 인터넷이 안되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요. 내가 아날로그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긴 한데, 요즘 세상은 디지털화가 되다 보니 세상이 너무 빨라졌어요. 세상이 빨라지니 주어진 시간은 똑같은데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그리고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거기에 매달리게 되겠죠. 아이들도 그러한 세상에 맞추기 위해 그만큼 더 많이 공부해야 하고 그만큼 시간이 빼앗기게 되고요. 이러한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아이들이 놀 시간이 없어지게 되는 거죠.

종미니멈 : 시간이 없으니 선택지는 게임밖에 없다?

유정군 : 그렇죠. 또 세상이 각박해지고 무서워지고 하니까 학부모는 아이들이 밖에서 노는 걸 걱정할 수밖에 없죠. 그리고 학교 체육 시간에 체육 활동을 시키면 학부모들이 '왜 운동시키냐? 자습시켜야지!'하는 식으로 하니까. 이런 것들. 내 생각에는 아이들한테 건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환경만 제공해줘도 거기에 에너지를 소비할 거고 자연스레 게임을 덜 하게 될거라고 봐요. 그런데 모든 걸 통제해버리니 에너지를 발산할 곳이 게임밖에 없는 것 같아요.

종미니멈 :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탈출구가 게임밖에 없다는 거군요.

유정군 : 네. 입시 위주의 교육이 문제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어른이 만들고 아이들이 만든게 아닌 그런 문제요. 복합적인 문제죠. 그래서 항상 하는 말이 가족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거고,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해 윽박지를 게 아니라 왜 게임을 하는지 대화하고. 이런 것만 해줘도 나비효과가 돼서 큰 변화가 생길 거에요.

종미니멈 : 사회적으로 많이 바뀌어야겠네요.

유정군 : 나는 아날로그 시절이 그리워요. 집에서 게임을 할 게 아니라 운동장에 나가서 친구들이랑 모여서 놀고…

종미니멈 : 그러고 보니 그 시절도 게임이 있긴 했지만 주된 놀이 도구는 아니었잖아요. 밖에서 놀다가 잠깐 집에 가서 하는 정도였으니까요.

유정군 : 그러죠. 지금은 놀러 가자고 하면 다들 PC방 가고 그러니까. 사회가 원인이 돼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건데, 사회는 게임을 현상의 원인으로 돌리고 있으니 답답하죠.

아이들이 원하면 계속할 것이며 더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유정님

종미니멈 : 다시 '아빠랑 게임하자'로 돌아가서 이야기해볼게요. 촬열하실 때 준비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유정군 : 원활하게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게임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하니까 예서랑 같이 게임을 하면서 적당한 게임을 골라요. 그리고 그 게임 중에서 예서가 어렵지 않게 하는 게임을 골라서 설명해주죠. 게임도 같이하고요. 10~20분 정도. 그리고 바로 촬영을 시작하죠. 대본 같은 건 전혀 없고요. 그렇게 해야 게임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직은 '아빠랑 게임하자'에 적용하지는 않고 있는데, 오래전에 해둔 생각이 있어요. 예전에 어떤 아동용 게임이 나왔어요. 어떤 기자가 그 게임에 대한 리뷰를 썼는데 엄청 혹평했어요. 너무 단순하고 지루하다는 식으로. 왜냐하면 어른들 시선에서 바라봤으니까. 하지만 아이들 시선에서는 굉장히 잘 만들어졌다고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교회 아이들이랑 같이 그 게임을 해봤는데 아이들이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그때 들었던 생각이 '만약 아이들이 리뷰어가 되어 평가했다면 더 좋은 평가를 하지 않았을까?’, '전문 리뷰어가 내리는 평가가 과연 정답인가?'라는 거였죠. 그래서 예서한테 게임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을 들어보고 싶었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임에 대한 소감 같은 걸 담아보고 싶어요. 하지만 아직은 예서가 너무 어리고 영상을 촬영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나중에 감이 생기면 조금씩 설명을 들어보고 영상으로 구성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종미니멈 : 또 다른 컨텐츠에 대한 계획도 있으신가요? 가령 몇 년 전에 엠엔캐스트에서 '유정군이 간다’ 같은 영상도 올리신 적이 있으시잖아요.

유정군 : 지금 듣고 보니까 유튜브 유행하기 전에 내가 엄청 앞서서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웃음) 엠엔캐스트 시절이 10년 전인데 그 당시에 조회 수가 110만 정도 됐어요. 그때 엠엔캐스트에서 연락도 왔었거든요. '유정군이 간다’ 영상만 56편까지 만들었던가? 그런데 갑자기 엠엔캐스트가 없어지면서 컨텐츠 활동을 못 했죠. 지금은 엑스박스 MVP이기도 하니까 '아빠랑 게임하자'에서는 엑스박스 게임을 중심으로 할거에요. 우리 애들이 계속하겠다고 하는 이상 이어지죠. 그리고 나중에 둘째가 조금 크면 아들도 같이 삼인체제로. (웃음) 그리고 엑스박스 MVP로서 게임을 소개하는 컨텐츠도 생각 중이고요. 그 외에는 게임리뷰 영상 같은 것도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취미로 하고 있는데, 돈이 벌리기 시작해서 한 달 월급보다 돈이 더 나온다면 전업으로 하고 싶기도 해요.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한 명이라도 내 영상을 보고 '부모와 아이가 같이 게임을 하면 좋구나'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지금으로써는 그 정도만이라도 만족해요.

종미니멈 : 앞으로도 더 좋은 컨텐츠 보여주시면 좋겠고, 엑스박스 MVP로써도 많이 활동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엑스박스도 지금보다 더 흥행했으면 좋겠네요.

유정군 : 저도 엑스박스가 더 잘되면 좋겠어요. 말은 잘 안될 거라고 하지만 잘돼야 MVP로서 내가 할 일이 더 많아지니까요. (웃음)

종미니멈 : 꼭 그러길 기원하겠습니다. 인터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랑 게임하자 유튜브 (클릭)

Xbox MVP 유정군 블로그 (클릭)


<부록> 예서양과의 대화 요약

- 혼자 게임하는 것보다 아빠나 동생이랑 같이 게임하는 게 더 재미있다고 합니다. 보통 혼자 시간에는 잠깐 게임을 할 뿐 대부분 함께 게임을 한다고 하네요.

- 학교에서 친구들과 게임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고 친구들은 스마트폰 게임을 주로 즐긴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주된 대화 주제가 스마트폰 게임이라고 하네요.

- 게임을 못하게 되면 어떨것 같다는 질문에 '중간'라고 답했습니다. 아직까지는 밖에 나가서 노는 일이 많고 게임 외에 놀이를 즐길 시간이 있어서 크게 의존적이지는 않다고 유정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제목 : Nier Automata (니어 오토마타)

장르 : 액션, 슈팅

제작사 :  Platinum Games, Square Enix

플랫폼 : PC, Playstation 4

발매년도 : 2017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평가를 진행하면서 점수는 ‘얼마나 좋은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에 유용한 도구다. 숫자만 읽을 줄 안다면 점수가 높을수록 훌륭하며 점수가 낮을수록 훌륭하지 못하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좋고 나쁨을 여러 관점에서 길고 복잡하게 다룬 평가문을 읽지 않아도 되는 편의성을 제공하며, 둘 이상의 대상을 비교하기 위한 지표가 되는 건 물론 상품 소비를 위한 자료로 사용할 수 있기까지 하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점수에 주목하는 건 당연하며 대상이 몇 점을 받았는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양대 평점 사이트에서 88점과 89점을 받은 건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는 의미!

자! 그러면 오늘 이야기할 [Nier : Automata]의 점수부터 확인하자. 메타크리틱 스코어 88점. 오픈크리틱 스코어 89점. 아주 훌륭한 점수다. 전작들이 60점 전후의 점수를 받아온 걸 고려하면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고 봐야 할 거다. 그리고 점수가 훌쩍 뛰었으니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으며, 이는 많은 게이머의 관심과 구매로 이어지리라 예상되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그리고 필자도 예상외의 호평에, 관심과 기대가 생긴 수많은 유저 중 한 명이다.

기대가 너무 크기도 했지만 작품 자체에 약점도 절대 적지 않아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게임을 끝낸 지금, 필자는 차마 80점대 후반의 점수에 동의하지 못하겠다.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웹진과 평론가들이 내린 점수가 의심되기 시작했고, 게임을 완전히 끝낸 뒤에도 이 의심이 순간적인 착각이 아님을 확신했다. 왜냐하면, 훌륭한 점도 많이 있으나 그 훌륭함을 만끽하는 걸 방해하는 문제점이 더 많았기 때문에! 그래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본작은 ‘아주 훌륭한’ 게임이라고 말하기에는 분명히 무리가 있다. 행여 [Nier : Automata]를 만족스럽게 즐긴 뒤 이 글을 보러온 사람이 있다면, 정말 미안하지만 더는 글을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본작은 당신이 생각한 것만큼 필자에게는 만족스럽지 않았고 그 이유를 안다면 당신과 나는 분명히 싸울 것이리라. 어쩌면 9S와 A2의 관계처럼 될지도? 어쨌든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니 먼저 나와 함께 게임을 이끌어온 포드 128을 통해 메시지를 전한다.

경고 : 대상의 부정적 에너지 흐름이 감지됨
권장 : 대상과 접촉시 감정을 배제하기 바람




<시점과 연출과 불편함의 상관관계>

문제점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에 인정할 부분이 있다면, [Nier : Automata]의 연출은 참신한 것들로 가득하며 멋지고 인상적이라는 점이다. 여러 장르가 혼합된 작품인 만큼 탑뷰-사이드뷰-3인칭 을 자유롭게 오가며 보여주는 서로 다른 형태의 화면 구성을 시작으로, 보편적인 틀에서 벗어난 카메라 각도와 이를 통한 시점 변화, 인터페이스를 이용한 게임 내 상황 표현, 해킹 과정 묘사 등 다양한 연출을 보여 준다.

버그 아니다! - 인터페이스 및 화면 변화를 이용한 연출은 정말 참신하고 멋지다

그중에서도 게임 내 상황에 따른 인터페이스 및 화면 변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감탄을 불러일으키는데, 본작의 연출 중 독보적인 요소다. 주인공이 로봇(안드로이드)이라는 점에 착안해, 체력이 낮아질 경우 컴퓨터에 오류가 발생한 듯이 인터페이스의 글자가 뒤죽박죽 섞이며 알아보기 힘들게 바뀌며, 특정 상태 이상에 빠질 경우 화면이 도트그래픽으로 바뀌어 버리는 등 연출을 통해 주인공의 상태를 플레이어가 체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인터페이스는 작중 주인공이 아닌 게이머와 연결된 요소이기에 게임 내 상황에 따른 인터페이스의 변화는 어느 정도 불편함을 줄 수 있으나, 주인공과 게임 내 상황에 플레이어를 대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연출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보편적인 형태를 벗어난 카메라 각도와 시점을 활용하지만 적잖게 불편하다

하지만 인터페이스 관련 연출을 제외하고는 상당 부분 게임을 진행하는 데는 적잖은 불편함을 느끼게 하여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연출에 의한 불편함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비행 슈팅 구간. 앞서 ‘보편적인 틀에서 벗어난’ 카메라와 시점을 이야기했는데, 전형적인 탑뷰(수직으로 위-아래로 바라보는 시점)와 사이드뷰(수평으로 옆에서 바라보는 시점)에서 약간의 각도를 주고 있다. 이는 공간감을 형성해 게임 내 상황을 조금 더 사실적으로 보이게 한다는 장점은 있으나, 오로지 ‘카메라 각도’ 바뀌기 때문에 조작과 공격/이동 방향에 약간의 괴리감이 생기고 직관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플레이어의 의도와는 다르게 움직이기도 하고 분명히 공격을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피하지 못하는 등 자잘한 문제 상황이 연이어 나타난다. 이 외에도 플레이어가 이동할 수 있는 영역 밖에서 적군이 배치되어 일방적으로 공격을 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거나 배경에 위치한 함선이 공격하는 게 데미지 판정을 가진 진짜 공격인지 연출인지 구분하기 힘든 등 여러 문제가 혼재해 있다.

횡스크롤 장르 특유의 사이드뷰를 유지하기 위해 모서리에서 시점이 회전한다

사이드 스크롤 액션 구간에서도 카메라와 시점에서 같은 문제가 있다. 사이드 스크롤 구간은 기존에 사용되어 오던 시점과 똑같으나, 시점 회전이 너무 느리며 과도한 줌 아웃을 했다는 문제가 있다. 대게 사이드 스크롤 형태의 게임은 시점이 고정된 경우가 대다수이나 [Nier : Automata]는 2D가 아닌 3D 공간에서 ‘시점만’ 사이드 스크롤의 형태를 따른 것이기에 벽면을 따라가며 시점이 회전한다. (예를 들어, ㄷ자 형태의 공간을 움직이면 시점이 모서리 부분을 지날 때 그다음 벽을 바라보도록 회전한다) 이는 사이드 스크롤 구간에서도 공간감을 형성하려는 의도이며 실제로 입체적인 공간을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기에 시점 회전의 의도는 분명히 알 수 있다.

분명히 왼쪽으로 움직이도록 조작했는데 엉뚱한 곳에서 캐릭터가 아등바등한다

하지만 시점 회전이 생각보다 느려 조작과 게임 진행에 있어 불편함을 유발한다. 시점이 회전하는 중에도 게임을 계속 진행되는데, 이동 방향이 엉키면서 조작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거나(캐릭터가 모서리에서 아등바등하는 상황)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적의 공격을 받는 경우(시점이 완전히 바뀌기 전에 즉사 판정을 가진 함정에 걸려 죽는 상황)가 발생한다. 게다가 실제 게임 플레이는 사이드 스크롤 형식이 아닌 시점만 사이드뷰를 채택한 3인칭 액션 게임 형식이어서 일정 구간에서는 좌우가 아닌 앞뒤(바닥을 따라 360도 방향의 움직임)로도 움직여져 사뭇 어색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지나친 줌 아웃은 대상 구분을 힘들게 하고 액션 게임의 시각적 매력을 낮춘다

줌 아웃은 스테이지 전체를 조망하고 주인공이 처한 상황의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는 분명히 효과적이나, 과하게 줌 아웃을 하여 대상을 알아보기 어려워진다. 대상을 알아보기 어려우면 전투에서 판단력이 떨어지고 주먹구구식 게임 진행과 시각적 불편함으로 이어진다. 또한, 과도한 줌 아웃으로 대상의 식별이 어려워지는 만큼 주인공의 액션이 한눈에 보이지 않아 액션 게임이 가져야 할 시각적 매력이 크게 떨어지기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비행 슈팅 구간과 사이드 스크롤 구간의 각종 문제는, 게임 전체의 분량에서 초반부에서만 나타난다는 점과 게임을 진행하면서 ‘적응’만 한다면 크게 문제시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들어 어느 정도 변호할 수는 있다. (2B로 진행하는 1회차와 9S로 진행하는 2회차에서 같은 구간을 반복하면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가 확실히 다르다) 그러나 게임 초반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의 매력과 이를 통한 강한 몰입은 게임을 지속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다. 카메라와 시점에 의한 불편함이 게임 초반에 산재해 있다면 게임의 매력과 플레이어의 몰입을 해치고 지속성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

전환을 통해 사건의 동시성을 보여주는 멋진 연출이지만 문제점도 동반한다

연출이 과도한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후반부 9S 비행 슈팅과 A2 3인칭 액션을 번갈아 가며 진행하는 구간. 9S와 A2가 서로 다른 방법으로 ‘같은 시간’에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는 걸 나타내고 있으며, 캐릭터가 바뀌는 주기가 점차 짧아지면서 긴박감을 형성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주기가 짧아질수록 한 명의 캐릭터와 하나의 장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지며 짜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그리고 비행 슈팅-3인칭 액션을 번갈아가며 진행하는 구간이 끝나면 3인칭 액션 구간에서 9S와 A2를 또 한 번 교대로 진행하게 되는데, 여기서는 시점이 매끄럽지 않게 바뀌는 데서 오는 시각적 불편함을 동반하며 (수많은 탄막 사이에 캐릭터가 놓여있게 되는 게임 특성상) 캐릭터가 바뀌었는지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직관성이 떨어진다.

이야기 전개 측면에서는 대단히 효과적인 연출이지만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물론 작중 이야기의 최종장에 앞서 9S와 A2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플레이어가 중립적인 위치에 있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치로 해석할 여지도 있으며, 이러한 연출이 스토리 전개와 몰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무조건 나쁘다’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앞서 언급한 시점/카메라의 문제나 떨어지는 직관성, 몰입을 해치고 불편함을 유발한다는 점은 참신하고 멋진 연출을 다소 조잡하게 보이게 하기에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다면 아주 멋지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불편함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한다.




<오픈 월드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

[Nier : Automata]의 게임 내 구성의 어중간함도 또 다른 문제다. 본작은 오픈 월드 구성을 취하고 있다. 오픈 월드는 넓고 개방된 공간에서 플레이어에게 일정 수준의 자유도를 제공하고 다양한 컨텐츠를 담아내 선택적으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오픈 월드라 하기에는 몇 가지 측면에서 조금씩 부족한 느낌이 들어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어중간하게 다가온다.

기존 오픈 월드와 비교해 활동 범위가 작고 경로가 정해져 있어 자유롭지 못하다

우선 공간 구성을 살펴보자. 오픈 월드이긴 하나 플레이어가 활동하는 공간이 생각보다 넓지 않다. 이는 기존 오픈 월드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체감할 수 있으며 광범위한 지역을 기대한 게이머라면 실망할 만한 크기다. 물론 일정 수준 이상의 넓이를 갖춰야만 오픈 월드라 칭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Nier : Automata]의 공간은 오픈 월드라 하기에 좁은 게 사실이다. 게다가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듯하지만, 지역별로 이동하기 위한 경로가 좁은 길목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숨겨진 우회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플레이어의 판단력을 이용한 경로를 찾기보다는 지도에 의존하여 정해진 경로를 따르게 된다. 이로 인해 오픈 월드라고 부르기에는 공간 구성에 대해 의아함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게임 초반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힐 정도로 비어있다는 느낌을 준다

공간을 채워야 할 요소가 양적으로 부족해 전체적으로 비어있다는 느낌도 강하다. 즉, 이동하는 중에 할 일이 별로 없다는 말이다. 듬성듬성 배치된 기계생명체와의 전투, 고정된 위치에서 나타나는 아이템 습득, 물가 근처에서 할 수 있는 낚시뿐이다. 더욱이 전투는 기계생명체의 수가 너무 적어 충분한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고, 아이템 습득은 일정 수준 반복하다 보면 흥미가 떨어지는데다, 낚시는 게임 컨셉과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게임 초반에는 기계생명체의 수가 아주 적은데, 전투가 핵심인 장르에서 전투의 빈도를 낮추며 할 일이 별로 없다는 느낌을 받게 해 몰입과 지속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나마 이야기 진행에 따라 기계생명체의 수가 늘어나 어느 정도 공간을 채우기는 하지만 (전투와 관련해 다음 파트에서 서술할 이유로) 양적인 부분만 채워질 뿐 질적인 변화는 거의 없어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

일부 인상적인 서브 퀘스트도 있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생각하면 흥미롭지 못하다

서브 퀘스트도 썩 흥미롭지 못하다. 일반적인 게임 플레이와 같은 유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단조로운 내용을 취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도전적인 요소로써 서브 퀘스트를 파고들고자 하는 흥미는 잘 생기지 않는다. 더군다나 초반에 진행하는 서브 퀘스트가 단순하고 지루한 구성을 취할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공간이 비어있는 느낌으로 인해 서브 퀘스트가 더 단순하게 느껴진다. 물론 작중 이야기와 연결지어 생각해볼 만한 내용을 담고 있거나, 전작과의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상당히 많은 시간을 들여 수행해야 하는 몇몇 서브 퀘스트(에밀 퀘스트가 해당)는 분명히 훌륭하기에 이것까지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대부분의 서브 퀘스트가 흥미를 끌어내기에는 부족함이 있으며, 이에 따라 오픈 월드 구성 안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컨텐츠를 지속해서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는 힘은 분명히 떨어진다.




<알고 보면 단순한 게임성>

슈팅, 횡스크롤, 그리고 3인칭 액션을 비주기적으로 바꿔가며 진행하는 [Nier : Automata]의 전투 방식은 꽤 흥미롭다. (연출 측면에서 약간의 문제는 있었지만) 게임 방식은 장르의 기본을 충실히 따르고 있으며, 하나의 게임에서 다양한 장르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장점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장르의 전환이 작중 상황에 맞춰 적절히 이루어지고 있어, 이야기와의 연결 고리와는 물론 장르 전환에 설득력을 가질 수 있으며 단일 장르만을 활용하는 것보다 다채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슈팅 게임이라고 해도 깊이가 깊지 못하고 조금 어려운 미니게임 수준에 그친다

다만 장르가 가진 기본적인 내용만 담겨 있을 뿐 각 장르의 깊이는 얕은 편이다. 이는 앞서 ‘기본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특성의 단점에 해당하는데, 그 어떤 장르에서도 인상적이라 할만한 부분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슈팅 게임의 경우 다양한 연출과 함께 탄막 게임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기탄이 뿌려져 시선을 압도하기는 하나, 파해법이 아주 단순해 정교한 조작과 신속한 반응을 요구하는 슈팅 게임 특유의 조작하는 재미가 많이 떨어진다. 형태는 다르나 9S로 진행하는 해킹 구간도 슈팅 게임으로 진행하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비행 슈팅보다 더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어 미니 게임으로만 생각될 뿐이다. 더욱이 미니 게임으로 요소가 게임 진행 중에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보니 안 그래도 깊이가 떨어져 보이는 게임을 더 단조롭게 느끼게 한다.

3인칭 액션에 사이드뷰만 채택했지 횡스크롤의 장르적 특징은 없다고 봐도 무방

횡스크롤로 진행되는 구간은 약점이 명확하다. 3인칭 액션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와 시점을 고정한 형태일 뿐 장르 특성과 매력은 거의 없다. 슈팅 게임 구간은 깊이가 떨어질지언정 완전히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어 장르적 특성이 분명히 드러난다. 하지만 횡스크롤 구간은 3인칭 구간과 비교하여 시점 외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을 정도로 게임 방식이 같고 장르적 특성조차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횡스크롤에서 구성할 수 있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구성의 플랫폼은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횡스크롤 장르만이 내세울 수 있는 특징적인 게임 방식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횡스크롤 구간은 3인칭 구간의 다운그레이드(downgrade) 버전 이상도 이하의 것도 아니게 된다. 이외에도 슈팅 및 3인칭 액션보다 작품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적어 앞서 언급한 연출 측면 외에는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 횡스크롤 구간을 반영했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근거리 공격과 원거리 공격을 함께 활용하는 빠른 속도의 전투는 아주 화려하다

그렇다면 [Nier : Automata]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3인칭 액션 구간은 어떨까? 슈팅 게임과 액션 게임을 적절히 버무린 형태로써, 수많은 탄막을 피해가며 빠르고 화려한 공격으로 적을 쓰러뜨리는 모습은 시선을 압도할 만 하다. 근접 공격과 회피를 기본으로 하여 별다른 지연(delay) 없이 공수를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어서 전투 진행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또한, 탄막에 대응할 수 있는 원거리 공격도 보유하고 있어 근거리 공격과 원거리 공격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전투는 기존에 보지 못한 유형이기에 대단히 참신하게 느껴진다. 특히 게임 초반부터 속도감 있고 화려한 전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본작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자 강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투 방식이 비슷해서 의외로 이른 시기에 단조롭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3인칭 액션 구간도 화려함만 있을 뿐 게임의 깊이가 떨어진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게임 초반과 게임 후반의 전투 방식에 거의 차이가 없다. 히트 앤 어웨이(hit&away) 방식의 치고 빠지는 전투가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되며, 캐릭터 성장에 따른 기술 습득이나 전투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전략성은 전무하다. 기껏해야 약공격-강공격 버튼을 누르는 순서에 따른 공격 모션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적의 공격과 패턴도 탄막을 더 많이 뿌려대고 비슷한 유형의 공격을 더 많이 반복하는 정도일 뿐이어서 이에 대한 대응 방식도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게임을 진행할수록 전투가 참신하다기보다는 단조롭고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원거리 공격을 강제하는 전투 상황이 많이 불가피하게 의존성이 커지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작중 전투에서 상당 부분이 주인공의 원거리 공격을 강제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대부분 적의 공격은 슈팅 게임을 연상케 할 정도로 많은 수의 탄막을 뿌리는 형태다. 즉, 탄막을 뚫고 근접해서 적을 공격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말이다. 그런데 플레이어 역시 원거리 공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자동조준(노멀 난이도 기준)까지 되기에 특별히 근접 공격을 활용할 이유가 없다. 물론 근접 공격이 원거리 공격보다 피해량이 높긴 하나 적의 공격 특성상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우며 위험 부담이 크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원거리 공격만 사용해도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어 굳이 근접 공격을 고집할 이유가 없으며, 보스전의 경우 근접 공격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도 더러 있기에 원거리 공격에 대한 의존성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결국 화려해 보이지만 전략성과 다양성이 부족한 근접 전투, 많은 부분에서 의존해야하는 원거리 공격, 그리고 이를 반복적으로 수행해야하는 게임 구성은 눈은 즐거울지라도 손은 심심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된다.




<회차 반복의 빛과 그림자>

다양한 엔딩을 담아내 회차 반복을 유도하고 있으나, 사실 게임을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하는 회차 반복과는 개념이 다르다. 별개로 분리된 에피소드 형식을 취하여 각 캐릭터의 이야기와 그에 따른 결말을 가지고 있어 회차 반복을 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구성이다. (1회차 2B, 2회차 9S, 3회차 A2) 즉, 회차 반복을 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는 의미다. 

친절하게도 제작사 홍보부에서 ‘회차 반복을 하기 바란다’는 문구를 넣어 놓았다

‘착각하게 만든다’라는 표현 때문에 회차 반복을 이용한 에피소드 형식이 나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사실 이러한 구성 자체는 문제시할 이유가 없다. 에피소드 형식을 활용해 캐릭터별로 나누어 진행함으로써 각각의 완결성을 갖추는 동시에 전체 이야기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오히려 이야기 전달 측면에서는 강점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엔딩이 A부터 Z까지 26종이나 있다 보니 엔딩을 모두 보기 위해서는 세이브 파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마치 회차 반복을 통해 게임을 파고드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야기’ 때문에 회차 반복을 하는 거지 파고 들만한 내용이 있어서는 아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회차 반복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흥미를 느낄만한 게 거의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패턴을 보여주는 전투, 오픈 월드라고 하기에는 부실한 내용물, 그리고 회차 반복(정확히는 에피소드)에 따라 캐릭터가 바뀌더라도 같은 공간을 반복해야 하는 게임 구성은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특히 1회차에서 2B로 진행한 내용을 2회차에서 9S로 거의 똑같은 흐름으로 진행해야 하기에 일정 수준 지루함을 동반하며, 3회차에서 A2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할지라도 게임 플레이 자체가 2B와 비슷해 신선함이 떨어진다. 결국, 에피소드 형식을 취하기 위해 회차 반복을 활용했지만 (후술할 이야기 전달 방식에서의 이점을 제외하고는) 회차 반복을 유도하는 구성이 가지는 이점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감탄이 나오는 스토리텔링>

단, [Nier : Automata]에서 작중 이야기만은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감탄이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본작의 이야기는 인류의 존속과 지구 탈환을 위해 활동하는 안드로이드와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이 만든 기계생명체의 싸움을 그린다. 두 세력의 대립이라는 익숙한 구도를 내세운 이야기인 만큼 어느 한쪽의 승리라는 단순한 결말이 나오더라도 게임을 즐기는 데에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본작의 이야기는 그 단순함에서 거리가 있으며 회차 반복이 진행될수록 이야기는 더 복잡해진다.

내용 자체는 단순하지만 많은 복선을 배치하여 궁금증을 유발하는 1회차

1회차는 2B의 이야기로 내용이 단순하다. 인류를 위해 싸우는 안드로이드와 지구를 침략한 기계생명체의 싸움을 보여줄 뿐 달리 특이하다 할 만한 내용은 없다. 스토리보다 화려한 전투와 액션에 초점을 맞춘 장르로써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내용이며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이야기 흐름이다. 그러나 1회차 이야기의 진정한 역할을 향후 이야기 전개를 위해 복선의 배치다.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갈 수 있는 내용(예-인간 여성의 외모를 가진 안드로이드와 인간 남성의 모습을 한 기계생명체)부터 의문을 가지게 만드는 내용(예-감정을 드러내서는 안되는 안드로이드와 감정을 모방하여 학습하는 기계생명체) 등 다양한 복선이 깔려 있어 향후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과 흥미를 유발한다. 특히 회차 반복 형식을 빌린 에피소드 구성을 취했기 때문에 1회차가 끝나더라도 많은 의문이 남아있으며 이는 2회차, 3회차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진다.

1회차를 다른 시점으로 바라보며 이야기의 실마리를 명확히 제공하는 2회차

2회차는 1회차의 이야기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되 9S를 주인공으로 하여 같은 이야기를 다른 시점으로 바라보게 된다. 비슷한 내용을 가지고 있으나 2B의 시점에서만 다뤘던 이야기에 9S의 시점을 더함으로써 이야기를 더 풍부하고 짜임새 있게 만든다. 재미있는 점은 같은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시점이 다른 만큼 복선도 다른 방식으로 배치해두었으며 1회차에 비해 좀 더 알아보기 쉬운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게임 진행 중에 틈틈이 볼 수 있는 기계생명체 이야기는 주인공 일행과 그 어떤 관련도 없어 보이는 내용이기에 누가 봐도 복선임을 알 수 있으며, 기계생명체를 관찰하는 듯한 9S의 태도는 기계생명체에 숨겨진 비밀이 있음을 시사한다. 게다가 복선 외에도 향후 이야기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의문을 해소해주지는 않기 때문에 1회차에서 느낀 호기심을 한층 더 증폭시킨다.

복선 회수와 의문 해소, 그리고 강렬한 반전으로 충격을 선사하는 3회차

3회차는 1~2회차와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며, 회차별 주인공이었던 2B와 9S를 모두 조작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전 회차에서 많은 의문을 남기고 사라졌던 A2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의문의 근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는 점에서 3회차는 모든 복선을 회수하고 의문을 해소하는 파트에 해당한다. 단, 그저 복선을 회수하고 의문을 해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복선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내면서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반전을 보여주면서 이야기의 끝을 맺는데 그 반전의 수준이 두 세력의 대립이라는 이야기의 기존 틀을 뒤흔들어 놓을 정도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안드로이드와 기계생명체로 상징되는 선악 구도가 완전히 무너지고, 각 주인공의 감정과 인물상의 점진적 변화가 이루어짐과 동시에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은 플레이어에게 강렬한 충격을 선사한다.

정리하자면, 본작의 이야기는 복선 배치와 호기심 유발(1회차) → 실마리 제공과 호기심 증폭(2회차)  → 복선 회수와 반전(3회차) 의 과정을 거치며, 1~2회차라는 긴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다가 3회차에서 이를 해소함과 동시에 충격적인 반전을 보여 준다. 이는 회차 여부와 상관없이 전체 이야기 흐름에서도 충분히 흡인력이 있으며, 회차 반복을 이용한 에피소드 형식을 통해 더 몰입과 충격을 극대화하고 있다. 물론 회차별 이야기가 완결성을 가진다는 장점도 존재하며, 긴 호흡의 이야기를 적절히 나눠 전달함으로써 전달력을 높이는 효과를 얻기도 한다.




<분위기 형성 이상의 역할을 하는 배경음>

배경음은 단순히 분위기 형성의 도구로써 사용된 게 아니라 작중 이야기와 연결고리가 있다고 느껴지는 수준이다. 대부분 배경음이 훌륭하긴 하나 그중에서도 보컬(Vocal, 목소리)이 포함된 배경음은 주인공이 위치한 장소나 맞닥뜨린 상황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데, 이는 플레이어의 감정을 끌어내기에 충분하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안드로이드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기계생명체 ‘파스칼’의 배경음은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녹음되어 있는데 이는 인간을 모방하고자 하는 기계생명체의 행동 패턴이 어린아이의 모습과 비슷한 점과 연결지을 수 있다.

물론 작중 보컬곡은 실제 사용되는 언어가 아닌 가상의 언어가 사용되었기 때문에 그 안에 담긴 내용을 알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의미를 알 수 없음에도 작중 분위기와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파스칼의 사례처럼) 의미를 뽑아낼 수 여지가 있다. 그리고 엔딩곡 중 하나인 ‘The weight of the world’의 영어/일본어 가사 내용이 작중 이야기를 연상시킬만한 내용임을 생각해보면 다른 보컬곡도 각각 의미를 담고 있음이 분명하다.




<대단한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의문>

[Nier : Automata]는 어떤 작품인가? 필자는 ‘대단한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의문’ 정도로 하고 싶다. 회차 반복을 이용한 효과적인 이야기 구성과 그 끝을 장식하는 충격적인 이야기는 감탄을 불러일으키며, 참신하고 독특한 연출과 속도감 있는 전투는 눈을 즐겁게 하고, 보컬곡으로 감정을 고양시키는 점은 분명히 멋지다. 하지만 연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적지 않은 수의 불편함, 세 가지 장르를 섞어 놓았을 뿐 굉장히 얕은 각 장르의 깊이, 초반에는 인상적이지만 큰 변화가 없어 금방 지루해지는 전투, 오픈 월드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보이는 스테이지 구성 등 문제점도 많이 있다. 강점도 많지만 약점도 많은 게임에 과연 ‘대단한 작품’이라고 붙일 수 있을까? 필자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본다.

같은 장르에서 같은 점수를 받은 작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분명 부족하다

이제 점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자. 분명 전작과 비교해 많은 성과를 거뒀고 메타스코어 88점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은 건 찬사를 보낼 만한 일이다. 하지만 비슷한 점수를 받은 같은 장르의 게임(가까이는 [Horizon : Zero Dawn], 조금 멀리는 [Far Cry 3]) 사이에서 [Nier : Automara]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확실히 ‘No’라고 말할 것이다. [Nier : Automata]의 강점과 훌륭한 면모를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동시에 점수가 높다는 이유로 본작을 과대평가할 생각도 없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대단하다고 하기에는 부족하고 좋다고 하기에는 아쉬운 미묘한 작품이라는 말이다.

못다 한 이야기

- 개인의 취향 영역이라 생각되어 본문에서 다루지 않았으나, 주인공들의 복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이야기하고 싶다. 2B를 비롯한 주인공 3인방의 캐릭터 디자인이 게임 발매 이전부터 호평을 받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지구를 탈환하기 위해 수많은 전장을 오가는 안드로이드의 복장이라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더군다나 3회차 초반에서 안드로이드 전투복을 입은 2B가 등장하는데 오히려 이쪽이 작중 상황과 잘 어울린다. 이런 점에서 2B의 캐릭터 디자인은 섹스 어필 전략에 해당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제작사가 일본 게임사라는 걸 생각해보면 서브 컬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자인에 해당하며, 애초에 주인공이 인간이 아닌 안드로이드라는 점에서 뭘 입어도 전투에는 지장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납득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 안드로이드의 외형을 여성으로, 기계생명체의 외형을 남성으로 설정한 것도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방법과 형태는 다르나 안드로이드(보호)와 기계생명체(모방) 모두 인류를 지속 시키는 존재로 보이는데, 실제로 인류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안드로이드와 기계생명체의 대립은 인류의 존속을 불가능함을 의미하는 듯했다. 9S는 남성의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작중 안드로이드의 절대다수가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기에 예외적인 요소로 두고 싶다.

- 기계생명체에 인간을 대입해서 바라보면 꽤 충격적인 장면도 많다. 예를 들면, 기계생명체 '아담'을 처음 만나는 지역에서 기계생명체의 행동과 대사가 마치 성행위를 하는 것처럼 보이며, 아담과 이브가 흘리는 붉은 액체가 마치 인간의 피처럼 보인다. 사실 이런 장면이 앞서 언급한 복선에 해당하며 작중 이야기를 즐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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