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분을 만나 뵙고 왔습니다. Xbox를 10년 넘게 다뤄오셨으며 미국 Microsoft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전 세계에 53명 밖에 없는 Xbox MVP이자 국내 유일한 Xbox MVP입니다. 동시에 가족과 함께 게임을 즐길 줄 아는 자상한 아버지시기도 하고요. 그래서 한국 Xbox의 현황과 전망, 그리고 학부모로서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과 게임으로 자녀와 대화하는 방법 등을 들어보고 왔습니다. Xbox MVP 김유정(유정군)님입니다.

전 세계 단 53명, 그리고 국내에서는 유일한 Xbox MVP이신 김유정(유정군)님

종미니멈 : 입을 푸는 시간을 먼저 가져볼게요. 유정님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시겠어요? 나이라든지, 직업이라든지, 기타 등등…

유정군 : 기본적인 것부터 하죠. 나이는 40살. 40살이고 나이에 비해서는 동안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하는 일은 마케팅대행사에서 주로 IT 쪽을 다루고 이외에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어요. 새로운 제품에 대한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마케터라고 보면 돼요. 그리고 세미나 같은 것들도 하고요. 프로모션 마케터 정도라고 하면 되겠네요.

종미니멈 : 방금 마케팅을 하고 계신다고 하셨잖아요. 혹시 그게 엑스박스 MVP 활동과 관련이 있는 건가요?

유정군 : 주로 연결되는 클라이언트가 마이크로소프트가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10년 넘게 함께 일을 했고요. 그 전부터 꾸준히 엑스박스를 즐겨왔고 커뮤니티에 활동하다가 회사에 들어오니까 마이크로소프트 관련 일부터 엑스박스 관련 일까지 하게 되더라고요. 거의 10년 넘게 한국 엑스박스 프로모션 관련 일을 해오다 보니까 조금 더 애정이 생기게 되었고, 마이크로소프트 담당자는 그동안 많이 바뀌어 왔지만 저는 10년 넘게 엑스박스를 만져오면서 그만큼 마음이 많이 가게 되었죠. 그래서 엑스박스에 대한 관심이 더 가지고 활동을 하게 된 거죠.

종미니멈 : 원래 게임 자체는 오랫동안 해오셨고, 프로모션 대행사에서 일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연결이 돼서 자연스럽게 MVP 활동으로 이어졌다고 이해하면 되겠네요?

유정군 : 엑스박스가 국내에 처음 출시되었을 때가 2002년인가요? 그때 [헤일로] 나왔을 때부터 엑스박스는 즐겨왔어요. 물론 그전부터 Playstation 2도 즐겨왔지만요. 그러다가 엑스박스 360이 나오고, [기어스 오브 워]가 처음 나왔을 때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주최한 이벤트에 응모했어요. 그리고 거기에 당첨돼서 미국에 있는 ‘에픽 게임즈’ 본사에 다녀오는 이벤트에 당첨이 됐어요.

종미니멈 : 와…(감탄)

유정군 : (웃음) 그때 다녀오고 나서 후기를 올렸는데 반응이 뜨겁고 굉장히 좋았어요. 그때 디스이즈게임 측에서도 제가 올린 글로 기사를 썼었고요. 그러다가 아는 사람 한 명이 “엑스박스 활동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MVP 추천 해줄 테니까 한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 해서 시작을 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죠.

‘대우 재믹스’부터 ‘Playstation 1′까지 학창 시절을 콘솔 게임과 함께 하셨다

종미니멈 : [기어스 오브 워]가 언급되었으니 이번에는 게임 경험 전반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볼게요. 게임은 언제 처음 하셨나요?

유정군 : 게임이라고 하면 어떻게 범위를 둬야 하나요? PC게임? 콘솔 게임?

종미니멈 : 전부 다 합쳐서요.

유정군 : 초등학교 3학년인가? 그때는 국민학교죠. (웃음) 아직도 기억나는 게 1988년에 TV에서 서울 88올림픽 할 때 굴렁쇠 굴리는 소년 아시죠? 그 당시에 아버지께서 광주에 있는 환희 백화점에서 게임기를 하나 사오셨어요. 내가 살던 곳은 정읍이라고 촌구석이었는데 (웃음) 게임을 정말 구하기 어려웠죠. 그런데 그 시절에 아버지께서 '대우 재믹스 V'라고 빨간색 삼각형 게임기를 사 오셨어요. 정읍이 시골 촌구석이기도 하고, 그때는 전국적으로 오락실이 생기기 이전 시절이니까 온 동네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 와서 했던 게임이 [갤러그]부터 시작해서 MSX 계열이었죠. 그 이후로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닌텐도 패미컴'를 주로 했고요. 그때 처음으로 [드래곤 퀘스트]를 하면서 '아! 이런 게임도 있구나!’ 싶었죠. 그리고 중학교 2학년 때 '슈퍼 패미콤'이 나왔는데 그 당시에 [스트리트 파이터 2]가 나왔어요. 그래서 '이건 사야 해!'해서 사게 됐고 동네 친구들이 매일 우리 집에 모여서 놀았죠. 물론 그 이전에는 오락실에서 했지만. 그다음에는 또 [소닉]이 나온다고 하니까 '메가 드라이브'도 샀고요. 그러다가 중학교까지는 거의 콘솔 게임을 하다가 고등학생 때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콘솔 게임을 안 했어요. 

종미니멈 : 이유는요?

유정군 : 그때는 PC 쪽에 전략 시뮬레이션에 한창 맛을 들렸던 시절이었어요.

종미니멈 : [스타크래프트] 막 나왔을 때네요.

유정군 : 맞아요. 고등학생 때는 '플레이스테이션 1’ 으로 [철권]이랑 [릿지 레이저]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때는 일본어를 잘 몰랐어요. 그래서 내가 일본어를 공부하면서까지 콘솔 게임을 해야 하나 싶어서 안 하게 되었죠.

종미니멈 : 맞아요. 그때는 한국어 지원을 잘 안 했으니까요.

유정군 : 그렇죠. 그래서 사실 나한테 콘솔 게임 역사를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슈퍼 패미콤'이랑 '메가 드라이브'까지는 잘 알아요. 그러다가 '플레이스테이션 1’, '세가 새턴’, '드림 캐스트’, '닌텐도 64’ 시기는 모르고요. (웃음) 대신 '플레이스테이션 2'부터는 다시 했으니까 잘 알죠. 그리고 대학교 입학 후에 4년 정도 게임 메카 라는 사이트에서 전략 시뮬레이션 게시판에서 시삽(sysop, 게시판 관리자 겸 운영자)을 맡기도 했죠.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 당시에는 규모가 엄청 컸거든요. 게다가 당시에는 [스타크래프트]가 워낙 인기가 많아서 여러 커뮤니티 중에서 전략 시뮬레이션 게시판이 가장 규모가 컸죠. 그리고 지금은 없어진 게임존21 이라는 사이트도 있었고요. 아무튼, 게임메카에서 3~4년 동안 활동하다 보니까 그 당시에 게임 기자분들하고도 많이 알게 됐어요. 그리고 그때는 단순히 게시판 관리자가 아니었어요. 제가 약간 아웃사이더인게, [스타크래프트]가 너무 인기가 많다 보니까 다른 좋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들,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를 비롯해서 재미있는데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게임들을 알리기 위해서 국내 게임 개발사들한테 일일이 연락을 다 돌렸죠. 그때는 국내 전략 시뮬레이션 개발사가 정말 많았거든요. “게임 좀 제공해달라. 그러면 게임 메카를 통해서 홍보를 많이 해주겠다.” 해서 게임도 협찬받고 홍보도 했었고요. 그 당시에 알게 된 분 중에서 유명한 개발자도 있고 기자분도 있고 아직 형, 동생 하면서 지내고 있죠. 그렇게 하다가 2000년대 초반에 '플레이스테이션 2'가 발매됐고, 아시다시피 한글화도 참 잘 되던 시절이었죠. 이제 PC게임은 조금 지겨우니 다시 콘솔 게임으로 가야 할 때가 왔다 싶어서 '플레이스테이션 2'로 돌아왔죠. 그때 [소콤]을 엄청 좋아해서 클랜까지 가입했죠. 그리고 졸업작품으로 플레이스테이션 포스터를 만들었어요.

종미니멈 : 아! 디자인 전공하셨죠?

유정군 : 맞아요. 그런데 그때 혼자 만든 게 아니고 직접, 지금은 SICK. 당시에는 SCEK라고 불렸던 소니에 전화해서 마케팅 담당자랑 미팅을 하게 됐죠. ‘내가 대학생이고 게임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게이머인데 졸업 작품으로 플레이스테이션을 활용하고 싶다!’ 해서 관련 디자인 자료를 다 받아서 졸업 작품을 냈죠. 그래서 단순히 엑빠가 아니라 플레이스테이션도 열심히 했고 졸업작품도 낼 정도였죠. 그러다가 졸업할 즈음에 기자분이 연락이 오셨죠. “YBM 게임부서에서 사람 뽑는다더라. 해볼래?” 그래서 재미 삼아 면접 봤죠. 그런데 면접은 토요일이었는데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하라고 해서 짐 싸 들고 서울로 올라온 게, 지금까지 이어지게 된 거죠. 너무 길었나? 설명이? (웃음)

종미니멈 : 아뇨! 단순히 게임을 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커뮤니티 관리나 홍보 같은 게이머 이상의 활동을 많이 하셨네요.

유정군 :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루리웹에 각 지역별 게시판이 엄청 활발했었어요. 나는 그때 광주에 살았으니까 광주 게시판이 주력이었죠. 광주에 있는 콘솔 게이머들 다 끌어모아서 정모도 자주 하고 게임도 같이하고 했죠.

Xbox MVP지만 세 기종 모두 좋아하고 기종별로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종미니멈 : 지금까지 살아온 일대기를 들은 느낌이에요. (웃음) 그런데 방금 한탄하는 느낌으로 말씀하셨는데 엑스박스뿐만 아니라 플레이스테이션도 잘 알고 있다고 하셨어요. 그러면 실제로 엑스박스를 가장 좋아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MVP 활동 때문에 대외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건가요?

유정군 : 개인적으로 선을 그어서 이야기할 건 없어요. 이 세상에 완벽한 건 없기 때문에. (웃음) 나 같은 경우는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닌텐도 계열의 모든 게임기를 모두 좋아합니다. 그리고 각자 장단점이 너무 뚜렷해요. 플레이스테이션에서 이게 좋다 고하면 엑스박스에서는 이게 좋고, 닌텐도는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에는 없는 게임들이 고유한 색깔이 있잖아요. 그래서 다 좋아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순수한 게이머의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10대때부터 게임을 해오던 입장이었으니까요. 처음 시작한 건 '대우 재믹스'지만 '패미컴'이나 '슈퍼 패미컴’ 계열을 어릴때 많이 했고, 그때가 게임을 알아가던 시기였는지는 모르겠어도 게임 본연의 재미는 닌텐도를 가장 좋아합니다. 현세대로 본다면 ‘엑스박스 원’, ‘플레이스테이션 4′, ‘위 유’로 나온 게임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즐겼던 게임은 [슈퍼 마리오 3D 월드]죠.

종미니멈 : 그러면 각 콘솔의 장단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유정군 : 회사의 방향성에 따른 색깔이라고 볼 수 있을 거예요. 플레이스테이션 4 기준으로 본다면, 이건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기 위해 최적화된 느낌이 들어요. 인터페이스부터 가로-세로 형식으로만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죠. 물론 세부 설정을 들어가면 복잡해지지만, 인터페이스부터 '이건 게임기다'라는 인상이 강하죠. 그리고 한국의 경우에는 한글화도 잘 되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누군가 나한테 '어떤 게임기를 사야 하나'라고 묻는다면 엑스박스 MVP지만 일차적으로는 플레이스테이션 4를 권합니다.

종미니멈 : 이거 인터뷰 들어가도 돼요? (웃음)

유정군 : 괜찮아요. (웃음) 맞는 말이니까요. 게임 자체도 많고, 한글화 게임도 가장 많으니까. 그래서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고 싶으면 플레이스테이션을 사라고 하죠. 게임에 최적화된 게임기니까요. 엑스박스 원 같은 경우는 필 스펜서 체제로 바뀐 뒤로는 게임기에서 많이 돌아서긴 했는데, 마이크로소프트 정책상 원래 목표가 엑스박스 원과 윈도우를 통한 거실 통합, 멀티미디어 통합이었거든요. 이건 빌 게이츠부터 해오던 말이고. 그래서 엑스박스를 켜면 게임기라는 느낌보다는 종합 멀티미디어 기기라는 느낌이 강해요. UI가 여러 번 바뀌긴 했지만, 게임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시켜보면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닌텐도 게임기보다 엑스박스를 어려워해요. 접근 방식 자체가. 게임 CD 넣고 돌리는 건 쉽지만 설치를 어디에 해야 하고 폴더를 어떻게 들어가고 가 어렵죠. 조금 공부를 해야 하는 게임기? 첫 느낌이 그렇죠. 그래서 사람들의 인식이 ‘게임기라기에는 어렵다’인 것 같아요. 그리고 해외는 다를지도 모르겠는데 국내에는 플레이스테이션에 비해 차이가 크게 나니까 접근성이나 구매도가 더 떨어지지 않나 싶네요. 반면에 장점은 플레이스테이션과 비교해서 멀티미디어 기능이 세분화되어 있죠. 초보자가 아닌 게임을 깊게 아는 사람들이라면 플레이스테이션에는 없는 게임과 각종 컨텐츠를 즐길 수 있죠. 그래서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고 싶으면 플레이스테이션을 사되, 그 이외에 다른 색깔의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엑스박스를 사라고 말하는 편이에요.

종미니멈 : 그러면 콘솔에 입문할 때는 플레이스테이션을 하되, 더 깊고 제대로 맛보고 싶다면 엑스박스로 넘어가라 정도로 볼 수 있겠네요.

유정군 : 그건 아니죠. '제대로'라고 하면 플레이스테이션에는 제대로 된 게 없다는 느낌이 되니까 '또 다른'이라는 표현이 맞죠. 사실 플레이스테이션으로는 아무리 제대로 된 FPS 게임이 나와도 패드로는 엑스박스를 따라갈 수 없거든요.

종미니멈 : 맞아요!

유정군 : 그래서 내가 말하는 건 FPS를 비롯해서 플레이스테이션에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게임성을 즐기고 싶다면 엑스박스를 추천한다는 거죠. 여기에 다양한 게임이 한글화가 되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현재로는… (침묵) 그리고 마지막으로 닌텐도 같은 경우는 플레이스테이션보다 더 게임기 같은 게임기. 이건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닌텐도는 그냥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은 조금 더 심화된 게임기. 엑스박스는 게임기이긴 한데 종합 멀티미디어 기기.

종미니멈 : 그러면 장점에 반대되는 것들이 단점이라고 봐야겠네요. 가령 닌텐도는 너무 게임에만 치중해있다거나.

유정군 :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닌빠 같아 보일 수도 있는데… 요즘 세상이 너무 전문화되고 복잡해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이게 너무 욕심을 부리는 모습인 것 같아요. 문어발처럼 이것저것 하느니 하나만 집중하는 게 좋다고 봐요. 닌텐도가 분명히 불편한 점이 많죠. 물론 국가코드는 '닌텐도 스위치'로 넘어오면서 없어졌지만. 사실 멀티미디어, 라이브, 온라인 같은 면은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에 비하면 많이 불편해요. 하지만 이런 점만 개선되면 닌텐도 콘솔은 더 이상 게임기로써 손색이 없죠.

종미니멈 : 역시 MVP인 것과 개인의 선호는 다르군요. (웃음)

유정군 : 그렇죠. (웃음)

유정군이 뽑은 Best 5 - 모두 게임 역사에 지워지지 않을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종미니멈 : 그러면 가장 좋아하는 게임 다섯 개만 꼽으신다면요? 지금 머리 속에 바로 떠오르시는 걸로.

유정군 :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타이탄폴 2]. 솔직히 현세대 FPS 게임 중에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

종미니멈 : 진짜 오랜만에 듣네요. (감탄)

유정군 : [철권]도 좋긴 한데 [버추어 파이터] 쪽이 더 좋더라고요. 콤보 보다는 즉흥적인 느낌이 강하기도 하고요. 고전으로 넘어가면 [파이널 판타지] 중에 5탄하고 6탄. 많은 시리즈 중에서 굳이 5~6탄이 머리에 남는 이유는 '슈퍼 패미컴’ 처음 켰을 때, 그 당시 그래픽이 너무 충격이었어요. 특히 6탄에 설원 걸어가는 그 모습. 그리고 또 하나는 [스트리트 파이터 2]. 그건 국민학교 5~6학년 때 처음 나왔고 그 시절을 같이 했으니까. 사실 요즘 나온 [스트리트 파이터 5]는 너무 어렵고, [스트리트 파이터 4]까지가 딱 좋은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내 인생 게임이라고 할 수 있고, 아직도 OST가 잊혀지지 않은 게임인데 [드래곤 퀘스트 5]. 이렇게 다섯 개가 내가 좋아하는 게임인데… 아! [타이탄폴 2]는 빼야겠다. 다른 거로. [슈퍼 마리오]

종미니멈 : 역시! 아까 닌텐도 좋아하신다고 했는데 왜 이야기 안 하시나 싶었어요. (웃음) 그러면 [타이탄폴 2]는 최근에 했던 것 중에 기억에 남는 거고 지금까지 했던 걸 꼽는다면 [슈퍼 마리오]가 그 자리에 들어가는군요.

유정군 : 맞아요. [파이널 판타지] 5~6탄. [스트리트 파이터 2], [버추어 파이터], [드래곤 퀘스트 5]. 그리고 [슈퍼 마리오].

종미니멈 : 전부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들이네요.

유정군 : 어찌 보면 내 나잇대가 행운이에요. 게임의 역사와 함께했잖아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오는 세대였기 때문에 모든 고전 게임의 시작과 발전, 성공하고 망하는 모습을 모두 지켜봐 왔으니 감회가 새롭기도 하죠. (웃음)

종미니멈 : (웃음) 그러면 앞으로 나올 게임들도 성공 여부가 어느 정도 감이 오시겠네요?

유정군 : 대부분 다 맞췄어요.

종미니멈 : '닌텐도 스위치'도 잘 될 거라고 예상하셨어요?

유정군 : 그렇죠. 그런데 이건 게임기가 잘되고 아니고를 떠나서 게임 자체가 워낙 뛰어나니까. 그런데 솔직히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이 이정 도로 흥할 줄 몰랐어요. 한글화가 안 되었으니 관심이 적기도 했고.

종미니멈 : 빨리 한글화가 돼야겠군요. (웃음)

Microsoft MVP 인증 - MVP 활동을 얼마나 오래 해오셨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종미니멈 : 이제 본격적으로 엑스박스 MVP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엑스박스 MVP에 대해 모르는 분이 많으세요. 간단히 소개를 해주신다면요?

유정군 : 엑스박스 MVP로는 전 세계에 53명 있고요. 한국 기준으로 마이크로소프트 MVP는 130~150명가량 있어요. 마이크로소프트가 제품 종류가 많기 때문에 직원이 아닌 제품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를 통해 사람들에게 제품을 알리고 개선점을 듣고자 만든 제도가 MVP에요. 그래서 MVP는 각 분야에 전문가라고 볼 수 있는 분들을 선별하죠. 본사 차원에서 여러 번에 걸친 심사를 통해 선발하고, 한번 선발된다고 끝이 아니라 매년 새로 심사를 하죠. 선발됐다가 활동이 적어서 다음 해에 떨어지는 경우도 많아요. 윈도우 뿐만 아니라 오피스 계열의 파워포인트, 엑셀, 워드, 원노트 같은 여러 분야로 MVP로 나누어져 있고요. 그리고 MVP들이 자기 분야에 대해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알리는 거죠. 그중에서 저는 엑스박스 MVP인데 컨슈머(consumer, 소비자) 쪽으로 담당하고 있고요. 내 역할은 엑스박스가 쉽고 재미있는 게임기라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는 거죠.

종미니멈 : 그런데 아까 전 세계 엑스박스 MVP가 53명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러면 국내 엑스박스 MVP는 몇 명이 있나요?

유정군 : 국내에는 항상 저를 포함해서 2명이 있었는데, 작년부터 개인적인 사정으로 못하시게 되면서 저만 남았죠. 그리고 국내에서는, 엑스박스 MVP를 떠나서 MVP 자체를 10년 이상 한 사람은 저를 포함해서 손에 꼽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종미니멈 : 그러면 아까 여러 번의 심사를 거쳐 선발된다고 하셨는데, 선발 기준이 따로 있나요?

유정군 : 선발 기준은 블로그가 되었건, 커뮤니티가 되었건 온라인 활동을 전반을 포함하고요. 유튜브 활동이나 방송 활동도 반영을 하죠. 그리고 온라인 활동이 아닌 경우라면 관련 저서를 쓴 이력을 확인하기도 하고요. 이런 활동 내역을 취합해서 보고하는 건데, 예전에는 한국~싱가포르~본사 세 단계를 거치면서 심사가 진행되다가 작년부터 엑스박스 MVP는 따로 분리가 돼서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게 됐어요. 그래서 나 같은 경우는 활동 내역을 전부 미국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 보내야 하죠.

종미니멈 : 그럼 엑스박스 MVP 활동을 정확히 몇 년 하신건가요?

유정군 : 올해까지 11년째죠.

종미니멈 : 그리고 계기는 앞서 말씀하셨던 프로모션 사업을 하면서 함께 하게 되었다?

유정군 : 그렇죠. 그런데 내가 아웃사이더인게… 솔직히 MVP하기 이전에도 플레이스테이션이 잘 나갔거든요. 그 시절에 엑스박스 구입하면서 [킹덤 언더 파이어]나 [헤일로] 같은 게임을 해보니까 '이것도 괜찮은 게임인데 왜 국내에서 안 팔리지?'라는 의구심이 생겼죠. 그러다가 [기어스 오브 워]가 나왔을 때. 그건 완전 센세이션, 충격 그 자체였죠. 게다가 나는 발매되기 이전에 본사에 가서 직접 본 입장이었잖아요. 에픽 게임즈 본사에서. 아마 [기어스 오브 워] 처음 나왔을 때 모든 게이머가 충격을 받았을 거에요. 비주얼적으로. 그래서 '와! 이거 끝내준다!’ 싶었고 엑스박스 360부터 활동을 시작해서 11년째 이어져 온 거죠. 

종미니멈 : MVP로서 역할은 마이크로소프트 측에 피드백을 주는 거잖아요? 피드백을 준다는 건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도움을 주는 건데, 거꾸로 MVP로서 얻는 이점 같은 게 있나요?

유정군 : 우선 엑스박스 MVP뿐만 아니라 모든 MVP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요. 오피스 프로그램부터 개발키트까지 전부 무료로 받을 수 있죠.

종미니멈 : 게임도 포함되나요?

유정군 : 게임은 아니에요. 프로그램만. 그래도 이것만 해도 장난 아니죠. 오피스부터 시작해서 윈도우까지 가격이 만만찮으니까요. 그리고 개발자들이 상업적 용도로는 못 쓰더라도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죠. 그리고 엑스박스 MVP는 특화가 된 게 퍼스트파티 계열 게임은 무료로 받을 수 있어요. 간혹 서드파티 게임들도 제공되고요. 여기에 엑스박스 라이브 골드 1년 이용권도 제공되고, 사이사이에 이벤트나 혜택이 있죠. 대표적으로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엑스박스 MVP 써밋'이라고 해서 본사에서 열리는 게 있어요. 비행기 값은 내가 내야 하지만…(웃음)

종미니멈 : 그렇군요. (웃음)

유정군 : 비행깃값만 내면 돼요. 숙박, 식사 모두 제공되고 마이크로소프트 직원과 만나서 피드백할 수 있는 미팅도 할 수 있고요. 그리고 E3 같은 경우도 비행깃값만 내면 참석할 수 있죠. 저는 올해 처음으로 가봤고, 다양한 관계분들 만나고 왔어요.

종미니멈 : '엑스박스 스콜피오'도 미리 보고 오셨나요? (참고 - 현재는 Xbox One X라는 공식명칭이 공개 되었으며, 인터뷰 당시에는 코드네임만 알려진 상태)

유정군 : 스콜피오는 보진 못했어요. 이야기만 들었죠.

2017 Xbox Summit 참석을 위해 미국에 다녀오셨다 (출처 - 김유정 페이스북)

종미니멈 : 그러면 미국에 다녀오신 이야기 좀 들을 수 있을까요?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만요.

유정군 : 아! 그런데 참가조건이 '외부 유출 금지'에요. 그래도 전체적인 이야기 정도만 하자면 향후 1년간 있을 스케줄에 대한 발표에요.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팀이 '우리가 이런 걸 준비하고 있다. E3 전에는 무얼 준비하고, 이후에는 이런 일정으로 홍보할 예정이다'는 이야기를 하고, 인디 게임 개발자, 엑스박스 UI 팀이 모여서 의견을 주고받는 거죠. 거의 토론 느낌이에요.

종미니멈 : 조금 더 깊이 있는 피드백을 나누고 의견을 주고받는 거네요.

유정군 : 그걸 3박 4일 동안 내내 하는 거죠. 사실 나는 영어가 안돼서 듣기만 했는데, 게임 이야기다 보니까 반 정도는 알아듣고 나머지는 흘려보냈죠. (웃음)

종미니멈 : 어찌 보면 일정에 관해 이야기를 해준다는 것 자체가, MVP도 마이크로소프트의 계획에 대해 알고 있어야 향후 MVP 활동을 어떻게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있으니까 그런 거겠네요.

유정군 : 그렇죠. 이번에 엑스박스 게임 패스(Game Pass / 넷플릭스처럼 월정액으로 엑스박스로 지원하는 많은 게임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제도) 같은 것도 시행되기 전에 이야기를 들었고, 먼저 이용할 수 있게 지원을 받았죠.

종미니멈 : 한국에는 게임 패스가 지원이 안 되는데 유정님 계정은 된다는 거군요?

유정군 : 우리 같은 경우는 게이머 태그에 다 심어주죠. 내 계정으로 접속하면 게임 패스는 기본이고 다른 혜택이 많이 적용되죠.

종미니멈 : 그렇군요. 종합하면 MVP는 직원이 아니라 외부인으로서 마이크로소프트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위치이며 동시에 여러 혜택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유정군 : 사실 이걸 해서 돈을 더 받거나 그런 건 없어요. 받아봤자 게임 몇 개 더 받는 정도죠. (웃음) 그보다는 명예죠.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애정. 여기에 다른 사람에게 엑스박스의 좋은 점을 알리는 재미로 하는 거죠.

콘솔에 관심이 있다면 알 수 있는 사실이듯 한국 엑스박스는 상황이 썩 좋지 않다

종미니멈 : 조금 민감한 이야기일 수 있어요. 이제 엑스박스 국내 상황에 대해 여쭤볼게요. 이런 말이 있어요. '엑스박스의 국내 프로모션이 너무 소극적이다.’ 마침 프로모션 대행사에서 일하고 계시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유정군 : 내가 볼 때는…(고민) 당연히 엑스박스가 지금 상황에서 플레이스테이션만큼은 아니더라도 비등하게 팔리면 그게 오히려 비정상적이죠. 게임기 같은 경우에는 한국에서 상황이 특이할 수밖에 없는 게 전 세계가 대부분 영어권이에요. 그리고 남미 쪽의 스페인어, 아니면 중국어 정도. 그래서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정도만 해도 게임을 즐기는 데 무리가 없어요. 그런데 한국은 한국어를 사용하죠. 그래서 별도의 마케팅보다는 한국에서만큼은 현지화가 중요해요. 최고의 마케팅이죠. 그리고 다양한 게임을 출시해주는 것. 그런데 이게 양날의 검인 게 한국은 시장이 작으니까요. 프로모션이 없어서 게임기가 안 팔리는 게 아니라 당연히 해줘야 할 한글화를 안 하고 게임 출시를 안 해줬기 때문에 안 팔리는 게 아닌가 싶어요.

종미니멈 : 그러면 한국 시장에 한해서는 플레이스테이션보다 엑스박스가 한글화 타이틀이 부족해서 안 팔린다고 봐야겠네요?

유정군 : 그렇죠. 그런데 이게 앞으로도 좋아질 것 같지는 않아요.

종미니멈 : 사실 올해만 해도 엑스박스는 신작이 몇 개 안 나왔는데, 플레이스테이션은 쏟아지고 있죠.

유정군 : 이것도 있어요. 엑스박스는 주문형 게임(다운로드 게임) 체제로 많이 넘어가고 있어요. 미국이야 시장이 워낙 크니까 다운로드로 게임을 많이 사더라도 오프라인 시장에 영향이 적죠. 근데 한국은 안 그래도 시장이 코딱지만 한 데다 여러 게임기가 그걸 나눠 가지게 되면 파이가 더 작아지게 되죠. 그러니까 판매자들이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엑스박스에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죠. 이런 상황에서 더 잘될 것 같지는 않아요. 여기서 물꼬를 트려면 가장 큰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게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고 아시아 시장이 신경을 써야겠죠. 하지만 지금은 플레이스테이션을 뒤따라 가는 시점이다 보니까 가장 큰 시장인 미국하고 유럽을 우선적으로 신경 쓰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아시아 시장은 덜 신경 쓸 수밖에 없죠. 그나마 대만이나 싱가포르는 영어권 국가니까 상관없는데 한국은 또 다른 언어권이잖아요. 그래서 더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모든 책임은 본사가 제일 크고, 거기에 더 대응을 못 하는 한국 마이크로소프트도 책임이 있고요.

‘석고박스’라고 불린 [Final Fantasy XV] 커스텀 Xbox One 등의 사건-사고가 유난히 자주 발생했다

종미니멈 :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대응에 관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지금까지 사건-사고가 많았어요. [프로젝트 스파크] 발매 당일 한글화 취소 사건이 있었고, [고스트리콘 : 와일드랜드]는 엑스박스 버전만 한글화가 누락 돼서 추가 업데이트를 했고요.

유정군 : [고스트리콘] 같은 경우에는 한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니고 유통사 쪽 문제에요. 유비소프트와 인트라링스의 실수죠.

종미니멈 : 이건 마이크로소프트와는 상관없군요. 그리고 [파이널 판타지 XV] 한정판 콘솔 이벤트에서 공지가 잘못 돼서 논란이 있었죠. 이에 대해서 여러 의견을 들어보니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잘못이 아니라 싱가포르 지부 쪽 잘못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어느 쪽이 진짜 문제였는지 이야기를 해주신다면요?

유정군 : 내가 볼 때는 해석의 차이라고 봐요. 게임 타이틀의 한글화 취소는 [프로젝트 스파크] 말고도 [포르자 호라이즌 2]도 한글화가 된다고 했다가 안 된다고 했잖아요. 엑스박스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아시겠지만, 한국어 지원뿐만 아니라 언어 지원에 대한 설명이 전무합니다. 반대로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경우는 어떤 게임이 한국어가 지원되는지 명확하게 나와 있어요. 엑스박스는 한글화 지원 여부를 거의 표기하지 않았고요. 그러다 보니 게이머가 직접 게임을 사서 한글 지원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고, 고객센터에 문의를 해봐도 담당자들도 몰라요. [포르자 호라이즌 2]나 [프로젝트 스파크]의 경우는 원래 한글화가 안 되었던 게임인데 싱가포르 지부에서 정보를 제대로 전달을 안 해주고, 그 정보를 받은 한국 마이크로소프트도 확인을 제대로 안 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고 봐요. 게임을 한번이라도 해봤으면 이런 사건이 없었을 텐데 말이죠.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또는 게임을 잘 아는 사람이 없어서 그랬던 게 아닌가 싶어요. 

종미니멈 : 커뮤니케이션의 부재가 핵심이군요.

유정군 : [파이널 판타지 XV] 커스텀 콘솔 같은 것도 해외에는 전시용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전시용이라는 건 전혀 문제가 안 되는 거죠. 그런데 한국에서 홍보할 당시에 내가 아시아 여러 국가의 홍보 글을 검색해서 비교해봤거든요. 그런데 한국하고 어떤 나라 한곳이 전시용이 아니라 플레이도 가능하다는 뉘앙스로 쓰여 있었어요. 번역이 잘못 된 거죠. 그래서 거의 모든 사건-사고의 원인은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라고 보고, 게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에 있었다면 한 번 더 확인을 했을 거라고 봐요. 그런데 이런 일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불신이 생기게 된 거죠. 

종미니멈 : 안타까워요. 게임기는 충분히 매력적인데 언어 문제라거나 게임 외적인 사건-사고로 이미지 자체가 안 좋아져서 평가절하당하는 것 같네요.

유정군 : 그건 당연한 업보라고 봐요.

종미니멈 : 그래도 360시절은 좋았잖아요

유정군 : 그렇죠. 좋았는데 그마저도 후반에 불법 복사 때문에 주춤했지만요.

성능이 아무리 좋더라도 한글화 타이틀이 부족하면 전망이 어둡다는 솔직한 생각

종미니멈 : 불법 복사. 게임계 전반의 문제군요. 지금은 상황이 암울하지만 이를 반전시킬 기회가 엑스박스 스콜피오라고 보는 분이 많아요. 스콜피오 관련 발표에서 다시 게임기로써 초점을 맞추겠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의지가 보였거든요. 전망은 어떨 것 같나요? 국내 엑스박스의 상황.

유정군 : 솔직하게 말하면 되죠?

종미니멈 : 네

유정군 : 진짜 솔직하게?

종미니멈 : 네

유정군 : 저는 전망도 크게 차이가 없을 거라고 봅니다. 스콜피오가 나오면 당연히 기계적인 성능은 좋겠죠. 그런데 기계 성능이 좋다고 해서 사람들이 한글화도 잘 안 해주고 신작 출시 자체도 안 해주는 게임기를 살 것인지 생각해보면, 제가 보기에는…(침묵) 물론 엑스박스 매니아들은 반응이 있을 거예요. 엑스박스 자체가 매니아들이 움직이는 시장이기 때문에. 매니아들이 사서 초반에는 인기몰이를 할 수 있을지라도 그 선에서 끝날 것 같아요. 이게 완벽한 4K가 지원되고 UHD가 지원되더라도 그걸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커뮤니티에서 맨날 4K니 뭐니 싸우는데 그걸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은 극소수라고 봐요. 내가 볼 때는 기존에 엑스박스 원이 깔린 상황이기 때문에 메인은 엑스박스 원을 중심으로 갈 것 같고요.

종미니멈 : 한국에서요?

유정군 : 전 세계적으로. 애초에 엑스박스 원이 메인이기도 하고. 스콜피오는 초반에 소수의 매니아들에게 어필하면서 점차 키워나갈 거라고 봐요. 그래서 한국에는 스콜피오가 나오더라도 결국 중요한 건 게임이라서 확보가 안 돼서 잘은 안 될 것 같아요. 스콜피오가 나온다고 해서 한글화를 안 하던 서드파티들이 한글화를 갑자기 할 이유도 없고요.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나마 퍼스트파티니까 한글화를 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죠. 그리고 지금 대부분의 퍼스트파티 게임이 윈도우10으로 연동이 되는 상황이니까 쉽지 않죠. 

종미니멈 : 국내는 워낙 PC 보급이 잘되어 있어서 엑스박스 보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유정군 : 그런데 아마 그것도 미미할 거에요. 윈도우10으로 퍼스트파티 게임을 해보면 아시겠지만, 최적화가 썩 잘되어 있진 않아요. [기어스 오브 워 4]나 [포르자 호라이즌 3]도 윈도우 버전은 사양이 엄청 높아야 해요. 그리고 최적화도 잘 안 돼 있기도 하고. 그런 게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전체 시장의 파이를 보면 대세에는 영향이 없다고 봐요. 그래서 사람들이 윈도우10으로 엑스박스 게임을 할 수 있으니까 엑스박스를 안 산다는 말을 하는 건 핑계라고 생각해요. (웃음)

종미니멈 : 오히려 고성능 컴퓨터를 사는 게 돈이 더 많이 드니까…

유정군 : 그렇죠.

종미니멈 : 전망이 썩 좋지는 않네요. 안타깝게도…

유정군 : 조건이 필요하죠. 한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엑스박스 스콜피오로 나오는 모든 퍼스트파티 게임을 한글화하겠다. 그리고 서드파티와 연계를 해서 더 많은 게임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하지 않는 이상 스콜피오는 그냥 소수의 매니아에게 화제가 되고 그럭저럭 팔리는 게임기가 될 것 같아요.

Xbox가 현 상황을 타개하려면 무조건 더 많은 한글화 타이틀을 확보해야 한다

종미니멈 : 엑스박스가 플레이스테이션에게 밀리는 이유가 한글화 타이틀의 부재인데, 이것과 관련된 재미있는 논쟁이 있어요. 게이머들이 게임을 많이 사서 한글화를 활성화해야 하냐. 아니면 한글화를 해줘서 게이머들이 사게 만들어야 하냐.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죠.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유정군 : 회사가 먼저 움직여야죠. 사는 사람은 아쉬울 게 없거든요. (웃음) 극소수의 매니아는 '이걸 우리가 사줘야 한글화가 될 거야!'라고 생각할 순 있어요. 물론 한국은 콘솔 시장이 극소수의 매니아가 비중이 커졌기 때문에, 플레이스테이션은 한글화가 안 될 것 같았던 타이틀이 많이 한글화가 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죠. 그런데 솔직히 한글화가 우선이죠. 게다가 현재 한글화 상황은 게임사 측에서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어느 정도 팔리고 있으니 계속해서 한글화를 해주고 있다고 봐요. 그래서 내가 보기에는 게이머보다는 제작사가 한글화를 해야죠. 그런데 여기에 맹점이 있다면, 한글화를 하더라도 게임이 재미가 없으면 안 팔려요. 

종미니멈 : 재미없는 게임?

유정군 : 그러니까 핵심은 게임이 재미있어야 한다는 거죠. 재미없는 데 한글화했다고 잘 팔리는 경우는 없어요. 한 장 팔릴 거 서너 장 더 팔리는 정도는 되겠지만. 결국은 재미있는 게임이 한글화가 되는 게 베스트죠. 아무리 한글화를 잘 해줘도 평가가 안 좋으면 금방 덤핑 되잖아요. 한글화가 되는 건 부가적인 거고, 게임의 재미가 핵심이죠.

종미니멈 : 어쨌든 요점은 파는 사람이 움직여야 한다는 거군요.

유정군 : 그렇죠. 그래서 한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전부 다 잘해줘야 해요. 게임 출시도 많이 해줘야 하고, 한글화 지원도 더 많이 해줘야 하고요. 물론 한글화해도 안 팔리는 게임이 있을 순 있어요. 하지만 게이머 인식 자체가 '엑스박스는 한글화도 안 하고 게임 출시도 거의 안 해준다'로 박혀 있으니까… 이걸 바꾸려고 노력해야죠. 그래서 엑스박스가 한국에서 흥하려면 마케팅이나 관리도 좋지만, 사람들 인식을 바꿔줘야 해요. 대신 일반인이 아니라 매니아의 인식을 먼저 바꿔야죠.

종미니멈 : 매니아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매니아들은 기종 성능 비교를 많이 해요. 그런데 이게 전체적인 판매량이 큰 영향을 미칠까요?

유정군 : 미국같이 큰 시장은 영향력은 있을지언정 대세의 판도를 뒤집을 정도는 아니에요. 큰 시장일수록 소비자가 다양하기 때문에 매니아만으로 움직이기는 쉽지 않아요. 그런데 한국은 시장이 작을 뿐만 아니라, 한국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좋은 걸 사려는 특징이 있는 것 같아요. 솔직히 나는 기종 세 개를 다 가지고 있지만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나 별반 차이를 못 느끼겠어요. 1080p. HDR. 4K TV. 모르겠어요. (웃음) 켜고 해봐도 끄고 해봐도 좋은지도 모르겠고. 그래도 한국은 이런 게 먹히죠. 그래서 매니아의 의견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봐요.

종미니멈 : 이런 점에서는 엑스박스는 미래가 어둡군요.

유정군 : 바뀌지 않는 한!

종미니멈 : 한국 마이크로소프트가 바뀌지 않는 한?

유정군 : 한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니라 본사.

종미니멈 : 시장 정책?

유정군 : 정책 자체가 바뀌어야 하죠. 글로벌 회사다 보니까 정책에 따라 움직이는 거죠. 문제는 나라마다 특성이 달라서 특성에 맞춰서 융통성 있게 움직여 줘야 하는데, 한국에 그렇게 해주지 않고 있다는 거죠. 한국 시장에 맞지 않는 정책을 적용하니 게이머뿐만 아니라 파는 분들도 반발이 있죠. 반대로 플레이스테이션은 한국 게임 시장 특성에 어느 정도 맞춰서 판매하고 있어서 잘 되고 있다고 봐요.

부모와 자녀가 함께 게임을 즐기자는 메시지를 담은 컨텐츠 ‘아빠랑 게임하자’

종미니멈 : '아빠랑 게임하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게요. 컨텐츠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시나요?

유정군 : 원래부터 아이들이랑 자주 게임을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이제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즈음 되니까 컨트롤러를 잡고 게임을 할 줄 알더라고요. 유튜브는 예전부터 하고 싶긴 했는데, 남들이 하는 걸 하자니 특화된 게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왕 하는 거 새로운 게 없을까 고민을 많이 했죠. 3~4개월 동안 유튜브랑 트위치 보면서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하나 지켜봤어요. 그러다가 딸아이(예서)랑 추억을 만들고 싶기도 했고, 요즘 아이들이 동영상으로 지식을 많이 습득한다고 해서 예서 친구들에게 동영상 컨텐츠를 보여주고 싶었죠. 이게 '아빠랑 게임하자'를 시작한 세 가지 이유 중 두 가지고. 나머지 하나는 빅픽처인데… (웃음) 한국 특성상 아이들이 부모님과 게임을 하는 걸 안 좋아해요. 사실 게임은 나쁜 게 아닌데 게임에 대한 인식이 안 좋다 보니까. 그런데 게임을 부모와 자녀가 함께 즐기면 부모가 자녀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대화도 할 수 있어요. 내가 오래전부터 딸아이랑 게임을 하면서 게임만 한 게 아니라 대화도 많이 했어요. 물론 어려서 아빠랑 이야기하는 걸 수도 있지만요. 내 꿈은 예서가 중학생, 고등학생, 20대가 되더라도 나랑 게임도 하고, 많은 이야기를 했으면 하는 거에요. 이 생각을 가지고 예서한테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게임의 좋은 점을 알려주면서 대화를 하고 있죠. 이러면 나중에 예서가 커서 게임을 하더라도 아무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좋은 게임을 골라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이 모습을 나만이 아니라 전국에 있는 아빠 엄마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죠. 아직은 컨텐츠가 많지 않아서 딸과의 취미로 생각하고 쌓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게 잘되면 나중에 게임 중독과 관련한 강의도 해보고 싶어요.

종미니멈 : 학부모님들이 게임을 부정적으로 본다고 하셨는데,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유정군 : 인식 차이죠. 학부모들은 하루 종일 스마트폰 보면서 아이들한테는 공부하고 책보라고 하죠. 그러면 아이들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죠. 내가 볼 때는 부모가 바뀌어야 해요. 아이들 입장에서는 아빠 엄마가 스마트폰하고 TV 보는 건 나하고 똑같은데 왜 나한테만 그러나 싶을 수 밖에 없죠. 그래서 내가 보기에는 인식의 차이에요. 아빠가 낚시하는 것도 나쁜 게 아니고 엄마가 드라마 보는 것도 나쁜 게 아닌데 서로 이해를 못 하는 거에요. 그런데 솔직히 한국은 그냥 이유가 없어요. (웃음) 게임은 그냥 나쁜 거에요. 아이가 공부를 해야 하는데. 

종미니멈 : 공부라는 게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웃음)

유정군 : 최근에 주변 애들을 보니까, 스마트폰을 못하게 하는 애들이 더 스마트폰에 환장하더라고요. 다행히 우리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안 하는데, 내가 스마트폰을 안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주말에 아이들이랑 게임을 같이 하기도 하고요.

종미니멈 : 그러면 평소에는 예서가 게임을 많이 하지는 않나요?

유정군 : 평일에는 학교 다녀와서 30분 정도? 아빠랑은 콘솔 게임을 하지만 학교 친구들이랑은 스마트폰 게임으로 이야기하거든요. 그래서 전화는 안 되고 게임만 되는 스마트폰이 하나 있는데 그걸로 30분씩 하는 거죠.

종미니멈 : 부모의 입장에서 통제하시나요? 아니면 자유롭게 두나요?

유정군 : 통제라기보다는 하루에 30~40분 정도만 해라고 권유하는 정도요. 대신 게임하기 전에 할 일은 다 해놓고 하라는 식으로 말하죠. 그래서 게임하려고 숙제할 것 미리 다 하니까 딱히 윽박지르거나 그런 일은 없죠.

게임을 할 때도 부모와 자녀의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 (출처 - 김유정 페이스북)

종미니멈 : 어찌 보면 부모와 아이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 있네요. 대부분의 학부모는 게임 중독이 아니라도 게임을 한다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스스로 통제를 못 한다고 생각을 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아이가 스스로 게임을 조절하는 방법에 대해 학부모님들이 고민이 많으실 텐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유정군 : 아직 어리기 때문에 솔직히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걸 이끌어 주고 있는 거죠. 그런데 부모가 이끌어 주려면, '어떤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과 친해져야 한다'는 말처럼 '왜 우리 아이가 게임에 빠져있을까?'를 알기 위해서는 부모가 게임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수험생들이 수능 공부할 때 부모들도 같이 밤새우면서 지켜보고 시간 보내주는 것처럼 게임도 마찬가지예요. 게임도 함께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봐요. 저 같은 경우는 예서 외에도 교회에서 중고등학생과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학생들이 하는 말이 자기 부모님은 스마트폰 게임을 많이 하면서 자기는 못하게 한데요. 그런데 나는 게임에 대해서 잘 알고 “이거 OO게임 맞지?”, “뭐가 재미있어?"라면서 이야기를 같이 해주니까 신기해하더라고요. 그래서 교회 애들은 나를 '게임을 같이 이야기해주는 아저씨'라고 인식하고 있고요. 그러니까 중요한 건 대화에요.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니라 게임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죠. 말이 좀 어렵나?

종미니멈 : 그러니까 게임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어야 대화를 통해서 조언해주거나 조절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 이거군요?

유정군 : 그렇죠. 아이들 입장에서는 '엄마, 아빠는 게임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나한테 뭐라고 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

종미니멈 : 유정님은 게임에 대해 잘 아시니까 예서양한테 이야기를 해주면서 게임을 조절하면서 즐길 수 있는 거군요.

유정군 : 나는 게임에 대해 좋은 점을 이야기해주면서 하는 거죠. 그런데 이런 적도 있었어요. 예서가 너무 게임을 하고 싶어하니까 아예 그날은 스마트폰을 주면서 질리도록 해라고 내버려 둔 적도 있어요.

종미니멈 : 몇 시까지 하던가요?

유정군 : 새벽 2~3시까지 했어요. (웃음) 그런데 그때 딱 한 번이고 그 이후로는 그런 적이 없었죠.

종미니멈 : 시원하게 하고 나니까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된 거군요.

유정군 : 이제는 게임 때문에 딱히 걱정하지는 않아요. 게임도 하면서 친구랑도 잘 어울리고 공부도 잘하고 있어서 걱정은 없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게임 이전에 어떤 주제로든 대화하고 함께 어울리는 시간을 가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게 제일 큰 거라고 봐요.

종미니멈 :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없으니까 아이들이 놀이의 도구로써 게임을 접하게 되는 거고 거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건데, 일반적인 학부모님들은 아이와의 대화 부족을 생각하지 못하고 게임 중독만 생각한다는 거군요.

유정군 : 그렇죠. 그리고 대화의 접근 방식도 중요해요. '이 게임 하지마!'가 아니라 '이 게임은 뭐가 재미있어?'라는 식으로 다가가야죠. 하지 말라고 하면 반발심이 생기거든요. 그런데 게임에 관해 물어보면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하게 되니까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죠.

종미니멈 :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절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거군요.

유정군 : 그렇죠.

종미니멈 : 사실 게임에 대한 조절과 통제라고 하면 '셧다운제'를 그냥 넘어갈 순 없어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유정군 : 저는 중요한 게 셧다운제보다는 중고등학생들에 대한 교육이라고 봐요. 셧다운제가 문제가 아니고 사회가 문제죠. (웃음) 셧다운제를 할 거면 게임을 셧다운 할 게 아니라 공부도 셧다운 시키고, 12시부터는 푹 쉴 수 있게 해줘야죠. 어쨌든 셧다운제는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셧다운제 이전에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종미니멈 : 그리고 그 역할을 학부모가 해야 한다?

유정군 : 그렇죠. 사실 말은 쉬운데 사회 전반에 그런 분위기를 형성하기가 쉽지 않죠. 나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예서가 고학년 돼서 게임하는 데 성적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죠. (웃음)

사회 구조가 진짜 문제임에도 그 원인을 게임에 두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하셨다

종미니멈 : 그러면 게임 중독이 발생하는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조절 능력도 중요하지만 외적인 요인, 사회적 요인도 없지는 않다고 보이는데…

유정군 : 원래는 게임 중독 문제가 그리 심각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 애를 키워보고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하기는 하더라고요. 내가 IT 계열에서 일하고 있어서 조금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걸 수도 있지만 (웃음) 해커 같은 사람이 온 세상에 모든 서버를 다 마비시켜서 인터넷이 안되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요. 내가 아날로그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긴 한데, 요즘 세상은 디지털화가 되다 보니 세상이 너무 빨라졌어요. 세상이 빨라지니 주어진 시간은 똑같은데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그리고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거기에 매달리게 되겠죠. 아이들도 그러한 세상에 맞추기 위해 그만큼 더 많이 공부해야 하고 그만큼 시간이 빼앗기게 되고요. 이러한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아이들이 놀 시간이 없어지게 되는 거죠.

종미니멈 : 시간이 없으니 선택지는 게임밖에 없다?

유정군 : 그렇죠. 또 세상이 각박해지고 무서워지고 하니까 학부모는 아이들이 밖에서 노는 걸 걱정할 수밖에 없죠. 그리고 학교 체육 시간에 체육 활동을 시키면 학부모들이 '왜 운동시키냐? 자습시켜야지!'하는 식으로 하니까. 이런 것들. 내 생각에는 아이들한테 건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환경만 제공해줘도 거기에 에너지를 소비할 거고 자연스레 게임을 덜 하게 될거라고 봐요. 그런데 모든 걸 통제해버리니 에너지를 발산할 곳이 게임밖에 없는 것 같아요.

종미니멈 :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탈출구가 게임밖에 없다는 거군요.

유정군 : 네. 입시 위주의 교육이 문제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어른이 만들고 아이들이 만든게 아닌 그런 문제요. 복합적인 문제죠. 그래서 항상 하는 말이 가족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거고,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해 윽박지를 게 아니라 왜 게임을 하는지 대화하고. 이런 것만 해줘도 나비효과가 돼서 큰 변화가 생길 거에요.

종미니멈 : 사회적으로 많이 바뀌어야겠네요.

유정군 : 나는 아날로그 시절이 그리워요. 집에서 게임을 할 게 아니라 운동장에 나가서 친구들이랑 모여서 놀고…

종미니멈 : 그러고 보니 그 시절도 게임이 있긴 했지만 주된 놀이 도구는 아니었잖아요. 밖에서 놀다가 잠깐 집에 가서 하는 정도였으니까요.

유정군 : 그러죠. 지금은 놀러 가자고 하면 다들 PC방 가고 그러니까. 사회가 원인이 돼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건데, 사회는 게임을 현상의 원인으로 돌리고 있으니 답답하죠.

아이들이 원하면 계속할 것이며 더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유정님

종미니멈 : 다시 '아빠랑 게임하자'로 돌아가서 이야기해볼게요. 촬열하실 때 준비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유정군 : 원활하게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게임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하니까 예서랑 같이 게임을 하면서 적당한 게임을 골라요. 그리고 그 게임 중에서 예서가 어렵지 않게 하는 게임을 골라서 설명해주죠. 게임도 같이하고요. 10~20분 정도. 그리고 바로 촬영을 시작하죠. 대본 같은 건 전혀 없고요. 그렇게 해야 게임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직은 '아빠랑 게임하자'에 적용하지는 않고 있는데, 오래전에 해둔 생각이 있어요. 예전에 어떤 아동용 게임이 나왔어요. 어떤 기자가 그 게임에 대한 리뷰를 썼는데 엄청 혹평했어요. 너무 단순하고 지루하다는 식으로. 왜냐하면 어른들 시선에서 바라봤으니까. 하지만 아이들 시선에서는 굉장히 잘 만들어졌다고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교회 아이들이랑 같이 그 게임을 해봤는데 아이들이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그때 들었던 생각이 '만약 아이들이 리뷰어가 되어 평가했다면 더 좋은 평가를 하지 않았을까?’, '전문 리뷰어가 내리는 평가가 과연 정답인가?'라는 거였죠. 그래서 예서한테 게임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을 들어보고 싶었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임에 대한 소감 같은 걸 담아보고 싶어요. 하지만 아직은 예서가 너무 어리고 영상을 촬영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나중에 감이 생기면 조금씩 설명을 들어보고 영상으로 구성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종미니멈 : 또 다른 컨텐츠에 대한 계획도 있으신가요? 가령 몇 년 전에 엠엔캐스트에서 '유정군이 간다’ 같은 영상도 올리신 적이 있으시잖아요.

유정군 : 지금 듣고 보니까 유튜브 유행하기 전에 내가 엄청 앞서서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웃음) 엠엔캐스트 시절이 10년 전인데 그 당시에 조회 수가 110만 정도 됐어요. 그때 엠엔캐스트에서 연락도 왔었거든요. '유정군이 간다’ 영상만 56편까지 만들었던가? 그런데 갑자기 엠엔캐스트가 없어지면서 컨텐츠 활동을 못 했죠. 지금은 엑스박스 MVP이기도 하니까 '아빠랑 게임하자'에서는 엑스박스 게임을 중심으로 할거에요. 우리 애들이 계속하겠다고 하는 이상 이어지죠. 그리고 나중에 둘째가 조금 크면 아들도 같이 삼인체제로. (웃음) 그리고 엑스박스 MVP로서 게임을 소개하는 컨텐츠도 생각 중이고요. 그 외에는 게임리뷰 영상 같은 것도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취미로 하고 있는데, 돈이 벌리기 시작해서 한 달 월급보다 돈이 더 나온다면 전업으로 하고 싶기도 해요.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한 명이라도 내 영상을 보고 '부모와 아이가 같이 게임을 하면 좋구나'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지금으로써는 그 정도만이라도 만족해요.

종미니멈 : 앞으로도 더 좋은 컨텐츠 보여주시면 좋겠고, 엑스박스 MVP로써도 많이 활동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엑스박스도 지금보다 더 흥행했으면 좋겠네요.

유정군 : 저도 엑스박스가 더 잘되면 좋겠어요. 말은 잘 안될 거라고 하지만 잘돼야 MVP로서 내가 할 일이 더 많아지니까요. (웃음)

종미니멈 : 꼭 그러길 기원하겠습니다. 인터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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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예서양과의 대화 요약

- 혼자 게임하는 것보다 아빠나 동생이랑 같이 게임하는 게 더 재미있다고 합니다. 보통 혼자 시간에는 잠깐 게임을 할 뿐 대부분 함께 게임을 한다고 하네요.

- 학교에서 친구들과 게임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고 친구들은 스마트폰 게임을 주로 즐긴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주된 대화 주제가 스마트폰 게임이라고 하네요.

- 게임을 못하게 되면 어떨것 같다는 질문에 '중간'라고 답했습니다. 아직까지는 밖에 나가서 노는 일이 많고 게임 외에 놀이를 즐길 시간이 있어서 크게 의존적이지는 않다고 유정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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