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섬란카구라 Peach Beach Splash (섬란카구라 PBS)

장르 : TPS

제작사 : Honey Parade Games, Marvelous

플랫폼 : Playstation 4

발매년도 : 2017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노골적인 게임이 있었던가? 비현실적으로 큰 가슴을 가진 미소녀들이 온갖 기괴한 무기를 들고 싸운다. 소녀들이 움직일 때마다 가슴이 흔들리고 속옷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싸우는 과정에서 옷이 찢어지고 벗겨져 소녀들은 알몸이 되지만, 그럼에도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소녀들이 쓰러질 때는 예외 없이 가슴과 엉덩이가 강조되는 카메라 앵글을 활용해 자극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폭유 하이퍼 배틀'이라는 이름의 (장르라기에는 컨셉에 가까운) 장르를 내세우기까지! 일본 게임제작사 Marvelous에서 만든 [섬란 카구라] 시리즈다.

닌자 소녀들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처절하게(?) 싸우는 [섬란 카구라] 시리즈 

앞서 언급한 선정적인 컨셉으로 인해 [섬란 카구라]를 특정 소비층을 노린 저급 게임으로 바라볼 여지도 있다. 왜냐하면, 선정적인 컨셉을 내세우거나 교묘하게 끼워 넣어 게이머의 시선을 끌어당긴 작품이 수도 없이 많았지만, 성공적인 경우는 거의 없었으며 대게 이러한 작품은 게임 자체의 완성도와 재미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섬란 카구라]는 이러한 컨셉을 때어놓고 보더라도 액션 게임으로써의 구색이 충실하며 장르적 완성도도 나쁘지 않다. 못 믿겠다고? 이에 대해서는 [섬란 카구라] 시리즈가 거둬온 성과가 어느 정도 증명해주리라.

볼 때마다 놀랄 만큼 선정적이지만 액션 게임으로써 구색은 충실히 갖춰져 있다

시리즈 최초의 작품 [섬란 카구라 -소녀들의 선택-]은 3DS 단일 기종으로 발매되었음에도 ‘발매 1주차 5만장 판매, 2주차 초회 물량 소진'이라는 꽤 괜찮은 상업적 성과를 거뒀다. 컨셉으로 인해 발매 이전부터 주목을 받은 건 사실이나 그저 선정적인 컨셉만으로 이만한 판매량을 기록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이후 5년 동안 두 개의 후속작과 Versus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별개의 스토리를 가진 작품을 두 개를 내놓았으며 서로 다른 장르의 스핀오프(spin-off) 작품을 네 개나 발매했다. 또한, 3DS 단일 기종에 머물지 않고 Playstation Vita, Playstation 4, PC, 모바일 등 여러 기종으로 플랫폼을 확장하기까지 했다. 5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만한 성과를 내는 게 과연 선정적인 컨셉만으로 가능한 일일까? 결코 그럴 수 없다는 건 게이머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면 이쯤 해서 직접 체험해보자. 그저 선정적 컨셉만을 내세운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려면 직접 해보는 게 답이니까 말이다. 미소녀들이 물총을 쏘며 시원한 전투를 벌이는 폭유 하이퍼 워터 배틀! [섬란 카구라] 시리즈의 최신작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를 살펴보자!

이번에는 물총 싸움이다! 모두들 물총이랑 수영복 챙기시고~ Let’s splash~!!

'폭유 하이퍼 배틀'이라는 장르를 내세우듯 [섬란 카구라]는 액션 장르를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스핀오프 작품은 다른 장르로 만들어졌다고 했듯, 카드 게임이나 리듬 게임 같은 액션과 거리가 먼 장르를 선보여 왔다.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도 스핀오프이기에 액션이 아닌 새로운 장르를 들고 왔다. TPS(Third-Person Shooter). 바로 3인칭 슈팅이다.

기존 FPS/TPS와 조작 체계가 완전히 똑같아 위화감 없이 손맛을 느낄 수 있다

선정적 컨셉만을 내세운 게 아니라 장르적 완성도가 충분했던 기존 작처럼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도 TPS로써 완성도가 충실하다. 이는 조작 체계에서부터 느낄 수 있는데, 콘솔 FPS/TPS의 전통적인 체계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좌스틱 시점, 우스틱 이동, LT 조준, RT 사격 을 기본으로 재장전, 점프, 무기교체 등 해당 장르의 기본 조작법이 빠짐없이 담겨 있다. 덕분에 기존에 FPS/TPS를 즐기던 게이머도 콘솔 컨트롤러 특유의 손맛을 느끼면서 위화감 없이 즐길 수 있다.

물총 싸움이지만 웬만큼 기대할 수 있는 무기는 모두 제공하니 취향껏 사용하자

다양한 종류의 무기를 제공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기존 FPS/TPS에서 만나봄 직한 무기는 웬만큼 다 있다. 핸드건, 샷건, 머신건, 스나이퍼 라이플 뿐만 아니라 로켓 런쳐, 개틀링건, 화염방사기 등 10종의 무기를 제공한다. 무기마다 공격력, 사거리, 연사력, 탄창 용량, 재장전 시간 등 특징이 다르고 장단점도 명확하다. 그래서 플레이어의 취향과 팀 전략에 따라 자유롭게 무기를 선택-사용할 수 있다. 그저 물총 싸움이라는 본작의 컨셉에 따라 모든 무기가 물총의 형태(화염방사기=스프레이건)를 취하고 있을 뿐, 사실상 기본 틀은 일반적인 FPS/TPS와 거의 차이가 없다.

초심자와 숙련자를 모두 배려해 시스템을 구성했으니 이렇게까지 울 필요는 없다

초심자와 숙련자을 모두 배려한 시스템 구성도 매우 인상적이다. 유저 간의 대결이 이루어지는 게임, 그중에서도 서로를 직접 쓰려뜨려야만 하는 장르(대전격투, 전략 시뮬레이션, TPS/FPS 등)는 초심자와 숙련자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게임 내 균형이 중요하다. 초심자에 게임을 맞춰 시스템을 구성하면 숙련자가 파고들만 한 여지가 줄어들고, 숙련자에 맞추면 초심자의 진입장벽이 높아진다. 그래서 신규 게이머 유입과 기존 게이머 지속을 위해 초심자와 숙련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는 두 가지 '조준 모드'와 두 종류의 '특수 이동기'로 초심자와 숙련자의 균형을 맞추는 데 성공했다.

자동 조준과 수동 조준을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했다

먼저 조준 모드를 살펴보자. FPS/TPS에서 초심자가 가장 어려워하는 건 조준(aim) 자체다. 초심자는 게임에 익숙지 않으니 정확한 조준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겹고 어렵게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무리 쏴도 맞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격받게 되면 게임에 대한 흥미마저 잃을 가능성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는 조준 모드를 '자동 조준'과 '수동 조준’ 두 가지로 나누어 제공하고 있다.

자동 조준이라도 최소한의 조작은 요구하기 때문에 조작법을 익히기에 적합하다

대신 자동 조준이 플레이어가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적을 쫓아가는 방식은 아니다. 일종에 높은 수준의 조준 보정 기능에 가깝다. 일정 범위에 적이 들어왔을 때 조준 버튼을 눌러야만 자동으로 조준되며, 조준된 상태일지라도 적이 범위 밖으로 벗어나면 조준이 취소된다. 그래서 자동 조준 모듣 사용하더라도 시점을 바꾸고 버튼을 누르는 최소한의 기본 조작을 요구한다. 덕분에 초심자는 흥미를 잃지 않는 선에서 조작을 익히고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탄속 개념이 반영되어 있어 자동 조준과 수동 조준을 적절히 병용해야 한다

자동 조준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막고 수동 조준을 함께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역할은 '탄속'이 맡고 있다. 탄속이란 사격 후 탄환이 날아가는 속도를 말한다. FPS/TPS에 탄속이 반영되면 사격 직후 탄환이 대상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러므로 대상의 정중앙에 사격할 게 아니라 대상 이동 경로-속도를 고려해 예측 사격을 해야 한다. 그런데 자동 조준은 항상 대상의 정중앙에 맞춰지기에 대상과 거리가 멀수록(또는 대상이 빠르게 움직일수록) 명중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저격총 같은 장거리 무기나 탄속이 느린 로켓 런처는 명중률 저하가 두드러지며, 권총처럼 가까이서 사용하는 무기라도 상대의 움직임이 빠르면 빗나가는 경우가 발생한다. 결국, 명중률을 높이려면 상황에 따라 자동 조준과 수동 조준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 자연스레 조준 감각을 익히게 되고 게임에 대한 숙련도를 높일 수 있다. 

워터 점프 - 물을 소비해 더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특수 이동기

조준 모드가 초심자를 배려한 시스템이라면, 특수 이동기는 숙련자가 게임에 파고들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섬란카구라 Peach Beach Splash]의 특수 이동기는 두 가지, '워터 점프'와 '워터 대쉬'가 있다. 워터 점프는 아주 높이 점프하거나 일정 시간 동안 공중을 날아다니는 기능이며, 워터 대쉬는 공격을 못 하는 대신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기능이다. 일반 이동/점프보다 더 빠르고 먼 거리를 움직일 수 있는 대신 물(탄약+스테미너에 해당)을 소비하며 무기에 따라 점프 궤도, 이동 속도, 물 소비량 등이 차이가 있다.

워터 대쉬 - 워터 점프와 함께 기동력을 제공해 게임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두 가지 특수 이동기는 평균 이상의 '기동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게임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1) 게임 진행 속도를 크게 향상하고 2) 더 넓은 영역을 의식하고 활용하도록 유도하며 3) 조준을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4) 신속한 조작과 빠른 판단력을 요구한다. 또한 워터 점프로 높이 뛰어올라 공중에서 저격하는 방식의 5) 변칙적인 공격이나, 워터 대쉬로 빠르게 우회해 상대의 뒤를 잡거나 적진 한가운데로 파고드는 6) 유동적 위치 선정 같은 전략에도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특수 이동 이동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할수록 게임이 더 빠르고 전략적이며 박진감 있게 변한다. 이런 점에서 워터 점프와 워터 대쉬의 존재는 게임을 한층 더 멋지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게임에 깊이를 더해 숙련자들이 파고들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

덱을 만들자! - 전투 중에 사용하는 다양한 종류의 스펠 카드를 고를 수 있다

장르 기본 틀만 갖춘 게 아니라 본작만이 내세울 수 있는 개성 있는 시스템도 담아냈다. 먼저, 스펠 카드(Spell Card)가 존재한다. 무기 외에 각 캐릭터의 고유한 기술을 사용하는 몇몇 FPS/TPS처럼,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는 스펠 카드로 마법을 사용하며 싸우게 된다. 일시적으로 공격력을 높이는 효과, 상대의 공격을 막는 보호막, 전방의 적에게 강한 피해를 주는 번개, 주위의 적을 자동으로 공격하는 소환물 등 40여 종의 다양한 마법이 있다. 캐릭터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 정해져 있지 않고, 9장의 스펠 카드를 선택하는 형태로써 플레이어의 취향이나 전략에 맞춰 원하는 마법을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다.

(참고 - 스펠 카드의 개수는 800개가 넘는다. 하지만 사용 대기시간, 판정 범위, 발동 방향 같은 세부 옵션에 차이가 있을 뿐 기본 효과는 같은 카드가 많다. 그래서 실질적인 마법의 종류는 40여 종이다.)

사격 실력이 부족할지라도 스펠 카드를 적절히 잘 활용하면 대전에서 이길 수 있다

사격 실력 못지않게 스펠 카드의 활용이 중요한데 사실상 게임의 승패를 가르는 열쇠다. 40여 종의 마법 중 최대 9종까지 선택할 수 있다. 무기 종류에 따른 궁합과 마법 간 상성이 분명하며, 스테이지 구조에 따라 마법의 효율도 달라진다. 사용 여부를 체감하기 힘들 정도로 미미한 마법도 있지만, 다수의 적을 홀로 제압하거나 위기에 처한 아군을 살릴 수 있는 강력한 효과를 가진 마법도 있다. 그래서 어떤 스펠 카드를 골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크게 갈린다. 자신이 사용하는 무기와 궁합을 따지는 건 기본이요 팀 전체 스펠 카드 구성도 고려해 선택해야 하니 전략 설계에도 적잖게 영향을 미치기까지 한다.

흠뻑 파워 업! - 몸이 흠뻑 젖으면 탱크 속 물이 줄어들지 않고 무한정 쓸 수 있다!

또 하나 개성 있는 시스템은 '흠뻑 파워 업’. 해당 시스템은 아군 적군에 상관없이 다른 사람이 쏘는 물총을 맞을 때마다 조금씩 차오른다. 그리고 게이지가 가득 차면 일정 시간 동안 물(탄약+스테미너)이 줄어들지 않는 효과를 얻는다. 즉, 재장전 없이 공격할 수 있으며 워터 점프/대쉬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흠뻑 파워 업 시스템은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나는 '공수 균형’ 측면에서, 게임이 어느 한쪽에 유리하게 흘러가지 않게 막는 역할을 한다. 공격을 받은 쪽에 도움이 될만한 효과를 부여한다는 건 불리한 상황을 뒤집을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다. 특히, '재장전 없이 무한정 공격할 수 있다'는 실력 차이를 메꿀 수 있는 이점이기에 상황을 쉽게 반전시킬만하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없고 전황의 유불리가 자주 바뀌게 되며, 이를 통해 게임을 더 긴장감 있게 즐길 수 있다.

‘공수 균형’과 ‘컨셉’ 측면에서 본작과 아주 잘 어울리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컨셉’ 측면에서, 물총 싸움과 아주 잘 어울리는 형태로 시스템을 구현해냈다. 현실의 물총 싸움을 한번 떠올려보자. 적군과 아군을 구분하는 정교한 사격이 아닌, 보이는 사람마다 마구잡이로 쏘는 모습일 게다. 이는 적/아군 상관없이 물총을 맞으면 게이지가 차오르는 특징과 잘 연결된다. 게다가 우리가 현실에서 물총을 가지고 놀 때 물통에 담긴 물이 다 떨어질 걸 걱정하지 않듯, 흠뻑 파워 업으로 얻는 효과로 물이 떨어질 걱정 없이 물총을 쏠 수 있다. 더군다나 물을 많이 맞으면 옷이 '흠뻑’ 젖기까지 하니 시스템 이름도 이보다 적절할 수 없다.

다양한 부가 컨텐츠 - 사실 없어도 상관없지만 없으면 뭔가 아쉬울듯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전작에 있던 부가 컨텐츠도 빼먹지 않고 담아냈다. 교복, 체육복, 바니걸, 비키니 등 플레이어 취향대로 소녀들의 옷을 갈아 입힐 수 있는 코스춤 변경, 여고생 우정 사진부터 성인 잡지 표지까지 다양한 포즈와 구도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디오라마, 그리고 소녀들의 몸을 이곳저곳 만지고 관찰할 수 있는 스킨십까지 그대로 계승했다. 제작자의 의도된 연출로 정해진 모습만 볼 수 있는 메인 컨텐츠와 달리 플레이어의 의도대로 자유롭게 의상을 입히고, 포즈를 바꾸고, 이곳저곳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메인 컨텐츠보다 훨씬 노골적으로 선정적이다.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행동이 크게 제한되어 있을 뿐 성인용 에로 게임과 거의 비슷하다.

노출 요소는 여전하며 보다 능동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의 시스템으로 돌아왔다

시리즈의 핵심인 '전투 중 의상 파괴에 의한 노출'도 여전한데, 이는 한층 더 능동적인 형태로 바뀌었다. 바로 '꼬물꼬물 피니쉬’. 꼬물꼬물 피니쉬는 전투 불능의 상대가 팀원의 도움으로 부활할 수 없도록 결정타를 날리는 일종의 다운 공격이다. 대전 상황에서는 적의 수를 확실히 줄이는 요소로 작용하나, 꼬물꼬물 피니시 중에 보여지는 노출은 [섬란 카구라] 시리즈의 핵심이기도 하다. 전투 중 피해량(또는 공격 종류, 피격 횟수)에 따라 정해진 순서대로 의상이 파괴되고 노출이 일어나는 전작과 달리, 플레이어가 원하는 부위를 공격해 선택적으로 의상을 벗길 수 있다. 상대를 확실히 제압하는 점에서도, 플레이어가 원하는 부위를 골라서 벗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전작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능동적이다. 그래 공격을 하는 입장이든 공격을 당하는 입장이든 양쪽 모두 묘한 기분을 든다. 물론 전작처럼 체력이 일정 수치 이하로 떨어지면 (수영복 이외 일반 복장에 한해) 의상이 파괴되는 연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장르 기본 틀을 잘 따르고 본작의 개성을 충분히 구축했지만 문제도 적잖게 있다

장르의 변화가 있었음에도 시리즈 컨셉을 잘 살렸고, FPS/TPS로 기본 틀을 충실히 갖추면서 본작만의 개성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 하지만 문제점도 아주 많다. 기술적 문제부터 컨텐츠 부족까지 여러 방면에서 문제가 산재해있다. 무엇보다 해당 문제들이 플레이어가 게임을 지속하기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결코 넘어갈 수 없는 수준이다.

기술적 문제는 단 하나. 프레임(fps, frame per second) 드랍. 이 외에는 그 어떤 기술적 문제도 없다. 다른 작품이라면 '아쉽다’ 정도에서 끝날 문제지만, 안타깝게도 FPS/TPS 장르에 있어 프레임 드랍은 치명적인 문제다. 정확하고 빠른 조준-사격이 필요한 FPS/TPS에서 프레임 드랍은 실력과 상관없이 명중률을 크게 떨어뜨린다. 이는 지금까지 개발된 동일 장르의 작품에서 여러 번 증명되었다. 그래서 FPS/TPS 같은 장르에 한해서는 게이머들이 프레임 드랍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개발자도 프레임 유지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싱글 플레이는 종종 30fps을 보이는 경우도 있으나, 멀티 플레이는 대부분 60fps을 맞추는 편이다. 특히 사람 대 사람으로 진행되는 멀티 플레이라면 해상도를 낮추는 등 다른 측면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반드시 60fps을 유지하려고 한다.)

기본 프레임도 높지 않지만 화면 내 효과가 많아지면 프레임이 급격히 떨어진다

하지만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는 기본 프레임이 그리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화면 내 시각 효과가 많아지면 프레임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특히 여러 명이 한데 뭉쳐서 스펠 카드나 연사 무기를 사용하면 화면이 뚝뚝 끊길 정도다. 이에 따라 정확한 사격이 힘드니 불가피하게 자동 조준에 의존해야 하며 동시에 빠른 상황 판단과 신속한 대응이 불가능해지니, 게임의 깊이가 전체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부드럽지 못한 움직임에서 오는 시각적 불편함도 만만치 않아 게임을 지속하기란 더욱 어려워진다. (Playstation 4로 구동했기에 Playstation 4 Pro 는 어떤지 알 수 없으나, 프레임 드랍의 정도가 심각한 걸 고려하면 Pro에서도 프레임 드랍은 일어날 것이라 예상된다)

하나의 긴 이야기를 다룬 전작과 달리 세력별로 분리했기에 분량은 늘어났다

컨텐츠의 질적 수준도 많이 부족하다. 우선, 스토리 모드는 지나친 반복 구성을 취하고 있어 지루하다. 하나의 큰 흐름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던 전작과 달리, 본작은 작중 등장하는 세력(한조학원, 헤비조학원, 월섬학원, 호무라 홍련대)의 이야기를 분리해서 다루고 있다. 이야기 전개 방식의 변화에 따라 분량이 확실하게 늘어났으며 플레이어의 선호에 따라 세력별 이야기를 선택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된 점은 문제시할 이유가 없다.

똑같은 미션을 등장인물과 스테이지만 달리하여 최소 다섯 번은 반복해야 한다

그런데 정작 이야기 진행 과정에서 똑같은 컨텐츠를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는 세력별 미션 내용과 순서가 모두 똑같은데, '닌자 부대 제압 - 소규모 라이벌 대전 - 화재 진압 - 팀 단위 대전 - 최종 보스’ 과정을 따르고 있다. 또한, 이야기 최종장에 진입하려면 모든 세력의 스토리 모드를 끝마쳐야 하며 최종장 마저도 앞서 언급한 미션 순서를 거의 그대로 따른다. 다시 말해, 작중 이야기를 모두 끝마칠 때까지 똑같은 내용의 미션을 최소 다섯 번 이상 '반복 수행'해야 한다는 말이다. 미션의 짜임새/재미와는 상관없이 지나친 반복 수행은 지루함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적을 섬멸해라? - 조금 더 창의적인 미션을 만들 수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장르가 바뀌었음에도 전작의 미션 내용을 그대로 활용한 것도 문제다. 닌자 부대 제압, 소규모 라이벌 대전, 화재 진압은 사실 3인칭 액션(무쌍류 게임)이었던 전작의 미션 내용과 일치한다. 닌자 부대 제압은 다수의 졸개와 싸우는 형태로 무쌍류의 기본이며, 1:1 또는 1:N으로 진행되는 소규모 라이벌 대전 역시 전작에서 자주 사용된 미션 형태다. 그리고 화재 진압은 불이 붙은 사물을 찾아 불을 끄는 내용인데, 전작의 숨겨진 제단을 찾아 파괴하는 것과 컨셉만 다를 뿐 내용이 똑같다. 이러한 미션은 FPS/TPS와 썩 어울리지 않으며 흥미롭지도 못하다. 무엇보다 전체 미션 중의 절대다수를 해당 미션(닌자 부대 제압, 소규모 라이벌 대전, 화재 진압)이 차지하고 있기에, 스토리 모드의 반복 구성과 겹쳐져 게임이 더 지루해진다.

장르와 어울리지 않는 걸 넘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육성 시스템

육성 시스템을 담는 시도는 좋았으나 본작의 장르와 썩 어울리지 않는다.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는 FPS/TPS 임에도 캐릭터 육성이 가능하다. 캐릭터를 비롯한 무기, 스펠 카드의 레벨을 올릴 수 있으며, 레벨 상승에 따라 체력과 공격력 등의 각종 능력치가 향상된다. 이러한 육성 시스템은 처음에는 참신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캐릭터 육성에 의한 능력치 상승 정도가 게임 실력을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정도이며, 거꾸로 육성 수준이 상대보다 뒤처지면 실력으로 그 격차를 메꾸기가 쉽지 않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육성 시스템을 환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기만 해도 최저레벨과 최고레벨의 공격력 3~4배 정도 차이가 나며, 캐릭터(카드)의 레벨이 높은 만큼 체력도 높아지기에 전투에서 우위를 점하기 쉽다. 스펠카드도 육성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레어도가 높은 카드를 보유하면서 카드 레벨까지 높기에, 육성에 투자한 시간에 따라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육성을 하지 않고 실력만으로 상대를 이기기는 절대 쉽지 않으며, ‘실력 중심’의 장르임에도 불가피하게 육성을 해야만 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중복 카드의 레어도가 높을 수록 더 많은 경험치를 얻게 되는 ‘확률’적 육성 구조

더욱이 육성 방법조차 적절하지 못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레벨을 올리기 위한 경험치 획득은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게임 내 화폐를 사용해 카드 팩을 구입한다. 2) 10장의 카드를 무작위로 얻는다. 3) 기존에 가지고 있는 카드가 나올 경우 중복 카드에 등록된다. 4) 중복 카드를 경험치로 전환할 수 있다. 5) 경험치 획득양은 카드의 레어도에 따라 결정된다. 이는 경험치 획득이 상당 부분 확률(또는 운)에 달려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레벨에 따른 경험치 요구량’이나 ‘경험치=투자시간’을 고려하지 않은 방식이다. 운이 좋아서 레어도가 높은 카드가 많이 나오는 사람은 경험치를 더 많이 얻을 것이며, 상대적으로 카드 보유량이 많은 기존 유저일수록 중복 카드가 나올 확률이 높으니 더 많은 경험치를 얻기가 쉬워진다. (장르, 싱글플레이 컨텐츠 구성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멀티플레이에 초점을 맞춘 게임인 만큼 이런 육성 시스템은 신규 유저와 기존 유저의 격차를 보다 크게 벌리며, 이 격차를 실력이나 센스로는 따라갈 수 없게 하기에 그리 적절치 못하다.

전작의 ‘백화요란기’를 계승했지만 성의도 재미도 없는 ‘파라다이스 에피소드’

이 외에도 자잘한 아쉬움도 있다. 번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파라다이스 에피소드’는 안에 담긴 내용물은 단순하다 못해 성의가 없다. 이야기 도입부에서 몇 줄의 문장으로 짧은 이야기를 다룬 다음에는 별개의 스토리 전달 없이 그대로 게임만 이어진다. 물론 게임 진행 중 캐릭터 대사가 있긴 하나 몇 마디에 그칠 뿐이다. 분량은 매우 적고, 내용도 흥미롭지 못하여, 전달 방식조차 성의 없다. 메인 스토리와 연결성이 있고 캐릭터의 개성에 잘 맞는 이야기를 담은 전작의 ‘백화요란기’를 계승했다고 보이지만 그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3D 모델링은 조금 개선이 이루어졌지만 캐릭터 모션은 전작보다 더 단순해졌다

3D 모델링을 비롯한 그래픽 측면은 소폭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이야기 전개 중에 보여주는 캐릭터의 행동은 더 단조로워졌다. 전작과 발매 시기가 2년이나 차이 나는 만큼 그래픽은 분명히 발전했다. (장족의 발전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전작의 모델을 다듬는 수준에 그치긴 했지만) 소녀들의 몸매와 움직임이 더 매끄러워진 건 사실이다. 그런데 3D 모델과 대화창을 이용한 이야기 전개 부분에서 대사와 감정표현에 다른 캐릭터 모션의 종류가 다양하지 못하다. 오히려 전작보다 다양성이 줄어들었다. 캐릭터 모션의 상당 수를 전작에서 그대로 가져왔고 새롭다할 모션은 없다. 그러다 보니 짧은 대화 안에서 서로 다른 캐릭터가 똑같은 모션을 취하는 경우가 잦아, 보는 이로 하여금 어색함을 느끼게 한다. 캐릭터 모션을 몇 개 더 추가하기만 해도 이야기(또는 등장인물)가 더 활력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상당히 아쉽다.

전작보다 더 많아진 DLC - DLC 구상할 시간에 완성도를 높였다면 좋았을 텐데…

엄청나게 많은 DLC도 여전하다. DLC를 파는 것 자체를 문제시할 생각은 없다. 유료 캐릭터나 의상 등의 비주얼 요소만 있을 뿐 밸런스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강제성을 띠지 않으니 말이다. 단, 앞서 수많은 문제가 있는데 수십(또는 백여) 개의 DLC를 팔고 있는 상황은 제작사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전작도 DLC가 많았지만 게임 내에 문제는 많지는 않았다. 컨텐츠도 충분히 즐길만 했고 무쌍류 게임으로써 구색도 좋았다. 하지만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는 문제점이 산재해있다. 이런 상황에서 DLC 종류가 전작보다 더 많아졌다면? 게임은 적당히 만들어 두고 캐릭터에 대한 팬심을 이용해 게임을 팔아먹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장르 전환은 성공적이지만 시리즈가 한발 더 나아갔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장르 측면에서 보면 분명히 나쁜 게임은 아니다. FPS/TPS의 기본을 잘 따르고 있으며, 초심자와 숙련자를 모두 고려한 시스템 구성했고, 시리즈 핵심을 잘 살려낸 물총 싸움 컨셉까지 잘 만들었다. 여기에 본작이 내세울 수 있는 개성 있는 요소도 적절히 담아내 장르적 완성도는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치명적인 기술적 문제와 부실한 컨텐츠는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를 결코 좋은 게임이라 말하기 힘들게 한다. 시리즈 특색을 잘 살린 컨셉으로 새로운 장르로 전환은 성공이지만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는 실패했다. 선정적인 컨셉만을 내세운 저급 게임이 아님을 다시 한번 증명했지만, 여전히 ‘의외로 훌륭한 게임성을 가진 작품’의 수준에 머무르게 된 셈이다.

앞으로 많은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는 만큼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길…

5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다작을 하며 꾸준히 시리즈를 이어온 것은 분명 칭찬할 만하다. 그리고 2018년 발매를 목표로 무려 다섯 개의 후속작을 개발하고 있는 만큼 상업적으로나 대중적으로나 전망은 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의외로 훌륭한 게임성을 가진 작품’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순 없다. 이런 표현은 신생 시리즈에게나 어울리지 세상에 나온 지 5년이 넘은 시리즈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다양한 플랫폼과 다양한 장르를 내고 있는 이 시점에서 [섬란 카구라] 시리즈가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 해야 하는 건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언제까지 제자리에 멈춰있지 말고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못다 한 이야기

- 스펠 카드는, 물총 싸움이라는 다소 밋밋한 대전 방식에 화려한 연출로 시각적 즐거움을 부여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또한, 물총만으로 싸워야 해서 각 캐릭터의 개성 있는 기술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는데 스펠 카드가 이를 어느 정도 해소해주고 있기도 하다.

- 스킨십이나 디오라마 같은 부가 컨텐츠는 [섬란 카구라] 시리즈가 목표로 하는 소비층이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큰 가슴, 미소녀, 여고생, 노출 등의 키워드가 대중적이지는 않으니 소비층이 한정되어 있는 건 당연하지만...

- 멀티 플레이에서 즐길만한 게임 모드가 데스 매치밖에 없다는 것도 약점 중 하나다. 교과서적인 TPS가 아닌 데다 가벼운 게임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 더 다양한 게임 모드를 반영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싱글 플레이의 미션을 멀티 플레이로 즐길 수 있지만 그리 흥미롭지 않으니...

- 작중 이야기는 시리즈 전체 이야기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그럴싸하게' 만들어내서 큰 문제는 없다. 애초에 깊이 있는 이야기를 작품이 아니었고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가 외전이어서 이야기가 따로 놀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시리즈 전체의 이야기 흐름을 잘 이어가고 있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본문에 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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