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Sonic Mania (소닉 매니아)

장르 : 액션, 플랫포머

제작사 : SEGA

플랫폼 : Playstation 4, Xbox One, Nintendo Switch, PC

발매년도 : 2017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고슴도치 ‘Sonic the Hedgehog'가 비디오 게임 역사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아주 크다. 아타리 쇼크 이후 게임 업계를 되살린 구원자임과 동시에 독재자로서 위세를 떨치던 있던 닌텐도(Nintendo)에 정면으로 도전한 세가(SEGA)의 상징이요 마리오(Mario)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존재다. 그리고 소닉의 등장과 성공은 영원히 흔들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닌텐도 독점 체제를 크게 흔들었으며 이후 비디오 게임 시장의 다양성이 증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소닉의 등장 당시 내걸었던 ‘Welcome to the Next Level'이라는 말에 걸맞게 게임 업계를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한 발판인 셈이다.

가장 최근에 나왔지만 혹평만 듣고 팬덤에게도 외면 받은 [Sonic Boom] 시리즈

하지만 이러한 역사적 의미가 무색하게 근래의 소닉은 과거의 명성만 하지 못했다. ‘언제나 혁신을 추구한다'는 세가의 방향에 맞게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소닉이었지만 그게 오히려 문제가 됐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핵심은 '소닉다움'이 사라졌다는 것. 시간이 흐를수록 팬들이 바람과는 사뭇 다른 결과만을 내어오며 팬덤의 크기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판매량과 평단의 반응도 예전만큼 못한 것도 마찬가지. 물론 소닉다움을 되찾아가는 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한순간이었을 뿐, 여전히 하락세를 찍으며 현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25주년은 기념만 하고 2017년 차기작 발매에 더 많은 힘을 쏟기로 한 세가

결국, 세가는 소닉 25주년인 2016년을 기점으로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매번 지켜오던 N 주년 기념작을 내지 않기로! 대신 2017년에 보다 완벽한 소닉을 내놓겠음을 약속했다. 어떻게? 소닉이 시작된 원점으로 돌아가 소닉팬을 위한 작품을 만들기로! 소닉팬과 함께 작품을 만들기로! 팬들은 열광했고 떠나갔던 팬도 하나둘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17년 8월 15일. [Sonic Mania]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팬들의 염원을 담은 이 작품은 과연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지금부터 살펴보자.

원점으로 돌아가 약 20년만에 2D 소닉 시리즈를 선보이게 된 [Sonic Mania]

소닉이 시작한 원점으로 돌아가겠다는 기조에 걸맞게 [Sonic Mania]는 도트 그래픽으로 개발됐다. 1998년 [Sonic Adventure]부터 3D로 바뀌었으니 대략 20년 만에 2D로 돌아온 것이다. 물론 2000년대에도 [Sonic Advance] 시리즈 같은 2D 그래픽으로 개발된 외전이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2004년이 마지막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아주 오랜만에 2D 소닉을 선보인다는 사실에는 변함없다.

단, 그저 그래픽을 3D에서 2D로 바꾼 게 원점으로 돌아간 게 아니다. 2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만큼 발전한 그래픽 기술을 충분히 보여주면서, 동시에 90년대 초 소닉 시리즈의 느낌을 고스란히 살려냈다. 2D로 돌아간 건 바로 여기에 그 의미가 있다.

그동안 그래픽이 얼마나 발달했는지 타이틀 화면만 봐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발전한 그래픽 기술을 느낄 수 있는 건 프레임(fps, frame per second). 프레임이 놀랄 만큼 향상됐다. 이는 게임을 켜는 순간부터 느낄 수 있는데 게임 타이틀에서 보이는 소닉의 움직임은 도트 그래픽임에도 매우 부드러워 감탄이 나온다. 게임 진행 시에도 마찬가지로 높아진 프레임 덕분에 화면 내 움직임은 역동적이면서 매끄럽게 보인다. 프레임이 늘어난 만큼 연속적인 움직임을 형성하는 각각 이미지(스프라이트, sprite)의 수도 늘어나 캐릭터의 행동이 한층 더 자연스러워졌다.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골드링은 입체감/공간감의 개선 정도를 확실히 보여준다 

입체감과 공간감도 크게 개선됐다. 사용할 수 있는 색이 제한된 16비트 시절과 달리, 원하는 색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어 명암이나 굴곡 표현 같은 입체감을 형성하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표현해냈다. 대표적인 예는 소닉과 너클즈의 머리가 정말로 둥글게 보이는 것. 명암 표현 방식은 비슷하나 더 다양한 색을 활용해 평면(2D)임에도 입체감을 충분히 살려냈다. 플레이어가 움직이는 플랫폼을 기준으로 원거리-근거리 배경을 여러 층에 걸쳐 표현함으로써 공간감 역시 더 실감 나게 느껴진다. 특히 적의 공격에 당했을 때 떨어뜨리는 골드링(gold ring)의 크기와 색상을 여러 종류로 나누어 표현하고 있는데, 마치 플레이어 앞으로 동전이 튀어오는 것처럼 보인다.

게임 진행 중에 볼 수 있는 각종 연출은 게임 내 이미지를 더 자연스럽고 멋지게 만든다

향상된 그래픽 덕에 연출이 강화된 점도 눈에 띈다. 그중 스테이지 전환 연출이 대표적이다.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 시 간단한 연출을 통해 연속성을 가지도록 하는 방식은 1994년 [Sonic the Hedgehog 3]에서 먼저 선보인 바 있다. [Sonic Mania]도 이러한 연출을 담아내고 있는데 전작보다 이동 과정이 더욱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어 스테이지와 스테이지 사이의 단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이벤트씬도 다양하게 추가됐다. 등장인물의 감정 표현, 개그 포인트 등 소소한 내용이 더해져 캐릭터가 생동감 있게 보인다. 그리고 이벤트씬의 양적 증가로 이야기를 이해하기가 한층 쉬워졌다. 이 외에도 고속으로 달리는 충격파로 유리창이 깨지는 모습이나 거대한 전광판에 현란한 영상이 재생되는 등 역동적인 배경 연출까지 더해져 게임 속 이미지를 더욱 멋지게 만든다.

1991년(좌) vs 2017년(우) - 얼핏 봐서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단, 그래픽 품질을 높이되 90년대 소닉 시리즈의 느낌을 유지하는 선에서 그 정도를 제한했다. 프레임이나 도트의 수를 과하게 늘리지 않았고, 캐릭터 모델/모션, 연출 방식도 90년대 소닉 시리즈의 것을 거의 그대로 따른다. 이는 소닉팬인 사람과 아닌 사람이 [Sonic Mania]를 바라보는 느낌에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팬이 아니라면 [Sonic Mania]가 90년대 소닉 시리즈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체감하기 어렵지만 소닉팬은 (앞서 언급한 내용을 포함해) 확실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즉, [Sonic Mania]라는 이름 그대로, 매니아만이 느낄 수 있는 변화와 매니아를 위한 원점으로의 회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냈다.

익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13개의 스테이지가 준비되어 있다

스테이지 디자인은 ‘과거의 재현’과 ‘새로움의 창출’로 요약할 수 있다. 스테이지 종류는 90년대 클래식 시리즈에 해당하는 다섯 작품의 스테이지를 일부 가져오고 [Sonic Mania]만의 새로운 스테이지를 추가해 총 13개로 구성했다. 리부트나 리메이크가 아닌 후속작의 개념으로 제작된 [Sonic Mania]이기에 기존 스테이지는 컨셉만 유지하는 수준에서 완전히 새로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기존 스테이지의 스타팅 포인트나 인상적이었던 플랫폼 구조/구간을 재현하는 것으로 전작에 구조를 일부 반영했다. 새로 등장한 스테이지도 방향성은 비슷하다. 컨셉에 맞는 독특한 플랫폼과 전작에서 볼 수 없는 구조물로 스테이지를 채웠다. 그러면서 그 안에는 전작에 등장한 요소(로봇, 구조물, 지형 등)를 조금씩 녹여냈다. 새로움과 익숙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그러니까 후속작으로써 신선함을 만끽하면서도 20여 년 전의 추억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이다.

캐릭터에 따라 달라지는 분기와 다양한 경로로 스테이지는 보다 넓고 복잡졌다

스테이지 구성은 어떨까? [Sonic the Hedgehog 3]의 틀을 기본으로 하되 이를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1) 넓은 스테이지 2) 상하좌우 다양한 진행 방향 3) 캐릭터에 따라 달라지는 분기/경로 4)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구간 이 그 특징이다.

스테이지는 확실히 넓어졌다. 이는 직관적으로 넓어졌다고 느끼는 이유도 있지만, 게임 진행 시 만나는 분기나 이동 경로의 수가 늘어난 것에서 알 수 있다. 캐릭터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분기의 차이는 기본이요 하나의 캐릭터라도 다양한 경로가 나뉜다. 여기서 빛을 발하는 것이 상하좌우 다양한 진행 방향. 전작들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2D 플랫포머의 전형을 벗어났듯 [Sonic Mania]도 다양한 이동 방향을 보여준다. 다만, 단순히 이동 중에 짧게 위-아래-왼쪽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경로 자체가 오른쪽이 아닌 방향으로 치우친 구간이 적지 않다. 일부 스테이지(특히 너클즈 전용 구간)는 진행 방향이 헷갈려 얼핏 메트로배니아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화면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속도감은 잘 짜여진 스테이지와 구조물의 결과다

플랫폼 및 구조물 배치의 짜임새도 더 촘촘해졌는데 이를 통해 '속도감'과 '조작'의 균형을 적절하게 맞추고 있다. 스프링-가속 패드-곡선 트랙의 연계를 이용해 자동으로 달릴 수 있는 구간은 길이도 길어졌을 뿐만 아니라 구성도 다채로워졌다. 여러 각도로 튀어 오르는 스프링의 연계는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적절히 배치된 가속패드는 멈추지 않고 빠르게 달릴 수 있게 보조한다. 그리고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의 곡선트랙은 소닉 일행의 빠른 움직임을 돋보이게 해 속도감을 배가한다. 여기에 달리는 속도를 화면이 쫓아가지 못하는 연출이 더해져 역대 소닉 시리즈 중 최고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한 속도감을 선보인다.

정신 놓고 달리다간 골드링을 모두 잃거나 자칫 죽을 수 있으니 추가 조작은 필수!

그러면서도 자동으로 달리는 구간 사이에 다른 경로로 갈 수 있는 분기점과 달리기를 방해하는 함정/ 플랫폼을 배치해 일정 수준 조작을 유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달리는 도중에 점프해야만 접근할 수 있거나 충분한 가속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도달할 수 없게 구성한 분기점이 적지 않다. 함정 및 플랫폼도 마찬가지. 별다른 조작을 하지 않으면 함정에 걸려 링을 모두 잃거나 플랫폼에 걸려 속도감이 순식간에 떨어진다. 드물게 움직이는 플랫폼 사이에 끼여 즉사하는 경우도 있다. 연속적인 속도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점프하거나 방향키를 이용해 속도를 조절하는 등의 조작이 필요하다. 즉, 일정 수준 속도감은 보장하지만 그 이상의 속도감을 즐기려면 플레이어의 조작 능력이 받쳐줘야 한다는 의미다.

클래식 소닉 시리즈 특유의 물리 엔진을 응용하는 등 보스 배틀이 까다로워졌다

어려워진 보스 배틀도 놓칠 수 없다. 스테이지는 기존의 것을 많이 가져왔지만, 보스는 대부분 새로운 유형으로 바뀌었다. 기존에 등장했던 보스도 공격 방식을 추가/변경함으로써 패턴을 다양하게 구성했다.

눈에 띄는 보스를 꼽자면 단연 하드 보일드 헤비즈(Hard Boiled Heavies). 이들은 [Sonic Mania]에 새로이 등장한 캐릭터로 개성 있는 외형에 걸맞게 다른 보스와는 차별화된 보스 배틀을 선보인다. 바닥 경사에 따라 점프 방향과 달리는 속도가 변하는 2D 소닉 시리즈 특유의 물리 법칙 응용하거나, 정해진 순서에 따라 공격을 하지 않고 상황에 맞춰 패턴을 수시로 바꾸기도 하며,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피해를 줄 수 없도록 반격/무적 판정을 넉넉하게 가지는 등 기존 보스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을 가진다. 게다가 다른 보스들과 달리 크기가 작고 움직임이 빨라 공격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크기가 커서 공격 허용 범위가 넓은 기존 보스와는 대조되는 특징이다.

퍼즐 요소까지 더해져 일반 공격으로는 피해를 입힐 수 없는 보스가 적지 않다

이 외 몇몇 보스 배틀에는 퍼즐 요소를 더했다. 일반적인 보스 배틀은 보스의 공격을 피하고 빈틈을 노려 점프 공격으로 직접 피해를 입히는 방식이다. 하지만 퍼즐 요소가 더해진 경우는 스테이지 내부에 있는 플랫폼과 장치를 이용하거나 특정 패턴에 맞춰 대응해야만 피해를 줄 수 있게 설계됐다.

덕분에 하드 보일즈 헤비즈와 더불어 대부분 보스가 상대하기 까다로워졌다. 골드링을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죽지 않는 소닉 시리즈 전통의 시스템은 유효하지만, 예전처럼 적당히 맞아가며 상대할 수 없다. 패턴을 학습하고 이해하여 정확한 조작을 구사해야만 공략할 수 있다. 무엇보다 피격 후 무적 판정과 골드링 회수를 이용한 연속 공격을 활용할 수 있는 보스의 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어 체감 난이도는 더 높게 느껴진다.

(참조 - 클래식 소닉 시리즈는 피격 후 발생하는 무적 판정과 골드링 회수 시스템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방법이 있었다. 쉽게 말하면 보스의 공격을 일부러 맞은 뒤 무적 시간 동안 '맞은 것보다 더 많이 때리는’ 방식이다. 그래서 보스의 패턴을 아무리 까다롭게 설계하더라도 해당 방법만 활용할 줄 안다면 보스의 난이도가 크게 떨어졌다. 특정 보스는 보스 배틀이 시작된 지 5초 안에 끝날 정도였니 체감 난이도가 어땠을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점프 중 가속할 수 있는 신기술! 드랍 대쉬로 속도감을 한층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

소닉에게 새로운 기술이 하나 추가됐다. 드랍 대쉬(drop dash). 드랍 대쉬는 점프 중에 가속하는 기술이다. 제자리에서 가속하는 기술인 스핀 대쉬와 기능은 같으나 속도가 느려 하위 호환의 느낌이 든다. 하지만 점프 중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핀 대쉬와 달리 응용 여지가 많다. 예를 들면, 방향 전환이 잦거나 높이가 다른 플랫폼이 복잡하게 배치된 구간은 점프를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점프 중에 가속하는’ 드랍 대쉬를 적절히 활용하면 속도를 보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게다가 점프 중에 버튼을 누르고 있는 것으로 사용할 수 있어 조작법까지 간단하다. 제자리에 멈춘 상태에서 방향키를 아래로 누르고 점프 버튼을 연타해야 하는 스핀 대쉬에 비해 언제든지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좌우로 정신없이 움직이는 소닉을 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게임의 전체적인 진행 속도를 높이는 데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정말 반가운 얼굴들 - 오랜 소닉팬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성 요소가 담겨 있다

이름부터 매니아를 위한 작품이듯 오랜 팬을 위한 이벤트성 요소를 촘촘하게 담아냈다. '촘촘하게 담아냈다'라고 표현한 데에는 이유가 있는데, 이벤트 요소가 양적으로도 많지만 유형도 정말 다양하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

팬들의 추억 속에 있던 캐릭터가 빠짐없이 등장했다. 최초의 라이벌 캐릭터로 등장했으나 존재감이 많이 약해진 ‘메탈 소닉’이 강력한 보스로 재탄생했고, 메탈 소닉과 구분이 어려워 혼란을 일으킨 적이 있는 ‘메카 소닉’도 함께 등장한다. 초창기 캐릭터임에도 게임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아 존재 자체가 불투명했던 ‘낵 더 위즐’, ‘빈 더 다이너마이트’, ‘바크 더 폴라베어’가 까메오로 잠시나마 출현한다. 에이미 로즈의 구버전인 ‘로지 더 라스칼’도 복제 로봇의 모습으로 등장해 소닉 일행을 방해한다. 만나볼 가능성이 거의 없었던 마당에 [Sonic Mania]에 그 모습을 드러냈으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어째서? 대체 뭐가?’ 싶은 것들도 진정한 매니아라면 속속들이 알아낼 수 있다

매니아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거나 눈치채기 힘든 요소도 들어있다. 세가의 또 다른 대표작인 [Puyo Puyo]가 보스 배틀에 사용된다. 이는 초대 [Puyo Puyo]가 [Dr.robotnik’s mean bean machine]이라는 이름으로 한때 소닉 시리즈에 편입되어 북미로 수출된 일을 게임에 반영한 것이다. 소닉팬 사이에서 오랫동안 사용된 말장난식 유행어인 ’—-&Knuckles'를 응용해, 너클즈를 보조 캐릭터로 데리고 다닐 수 있는 ’&너클즈 모드'를 해금 요소로 넣어뒀다. 그리고 과거 작품에 등장한 각종 요소(배경음 멜로디, 구조물, 배경 디자인 등)를 스테이지 곳곳에 교묘하게 섞어두거나, 소닉과 관련해 게임 외적으로 있었던 일을 게임 내 요소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런 이벤트성 요소는 팬을 위한 선물이다. 과거를 추억하고 향수에 젖을 만하며 게임을 이어갈수록 더 깊은 감상에 빠져들 수 있다. 하지만 팬이 아니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팬을 위해 담은 요소는 90년대 소닉의 발자취나 다름없으니까. [Sonic Mania]를 즐기는 건 소닉이 걸어온 길을 직접 밟으며 소닉의 시작을 이해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작품 안에 담긴 이벤트성 요소는 모두에게 유효하다.

특별한 설명없이 직관적이고 쉬운 이야기를 이미지로 다룬다는 특징은 변함없다

이야기 내용과 전개 방식은 달라진 점이 없다. 소닉 일행과 에그맨 군단의 대립이라는 단순한 내용이며, 간단한 컷 씬으로만 이야기를 전달해 하드 보일드 헤비즈의 배신과 새로운 보석의 등장 외에는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없다. (작중 등장하는 보석은 '팬텀 루비'이라 불리는데 이 또한 게임 내에서는 알 수 없는 정보다) 즉, 특별한 설명이 없는 직관적이고 쉬운 이야기로 이는 기존 클래식 소닉 시리즈와 똑같다.

시공간으로 빨려들어간 소닉이 [Sonic Forces]의 클래식 소닉일 수 있다는 추측

다만, [Sonic Mania]의 결말이 [Sonic Forces]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정황을 살펴봤을 때 팬텀 루비와 함께 다른 공간으로 사라진 소닉이 [Sonic Forces]에 등장하는 클래식 소닉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아직 [Sonic Forces]가 발매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같은 소닉 시리즈임에도 '클래식 소닉'과 '모던 소닉'으로 파편화된 이야기를 하나로 묶는 시발점이 [Sonic Mania]가 된다. 이야기가 하나로 연결되면 향후 소닉 시리즈의 이야기 흐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며, [Sonic Adventure] 같은 작중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야기가 나올 여지가 생긴다. 최근 10년 동안 만들어진 이야기는 깊이가 부족하고 단편적이었기에, 향후 시리즈의 이야기 전개 방향에 있어 [Sonic Mania]와 [Sonic Forces]의 이야기 연결성은 유심히 지켜봄 직하다.

역사적 가치는 이해하지만 ‘제발 그만 우려먹어라’는 반응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Sonic Mania]에 약점은 없을까? 소닉 팬덤에는 최고의 작품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약점이라 할만한 부분이 없지는 않다.

첫째, 이미 리메이크했던 스테이지를 또 리메이크했다. 여기에 해당하는 스테이지는 그린 힐(Green Hiil)과 케미컬 플랜트(Chemical Plant). 해당 스테이지는 [Sonic Genertations]에서 한차례 리메이크된 적이 있다. 클래식 소닉 시리즈의 스테이지가 40개 가까이 된다는 걸 생각하면 다른 스테이지를 리메이크 대상으로 선정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게다. 무엇보다 그린 힐은 [Sonic Forces]에서 다시 등장할 예정이기까지 하다. 그린 힐이 소닉 역사에서 최초의 스테이지라는 의미를 가진다는 건 소닉팬이라면 누구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잦은 스테이지 리메이크는 식상함을 유발하고 역사적 의미까지 퇴색시킬 수 있다.

실질적인 신규 스테이지는 4개 뿐인지라 독창성이 부족해 조금은 아쉽다

둘째, 신규 스테이지의 개수가 많지 않다. 총 13개의 스테이지 중 기존 스테이지는 8개, 신규 스테이지는 5개다. 이마저도 최종 보스 배틀을 하나의 스테이지로 취급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신규 스테이지는 4개뿐이다. 그러다 보니 후속작임에도 불구하고 리메이크나 리부트처럼 느껴져 독창성이 조금 부족하게 보인다. 기존 리메이크를 했다지만 이미 있는 것을 가져왔으니 독창성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또한 클래식 소닉 시리즈가 작품마다 최소 6개 이상 새로운 스테이지를 선보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신규 스테이지를 조금 더 만드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다.

셋째, 알 수 없는 이유로 즉사하는 버그가 있다. 소닉 시리즈에서 골드링이 있어도 즉사하는 경우는 1) 바닥이 없는 곳에 추락하거나 2) 움직이는 플랫폼 사이에 끼였을 때 뿐이다. 그런데 해당 상황이 아님에도 즉사하는 경우가 있다. 갑자기 죽어버리니 당황스러울 뿐만 아니라 게임에 대한 몰입이 순간적으로 끊긴다. 더군다나 특정 장소에서 발생하는 것도 아닌지라 원인조차 알 수 없다. 다행인 점은 극히 낮을 확률로 발생하는 버그여서 게임 진행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며, 대부분 게이머는 버그를 겪는 일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경우 해당 버그를 두 번 겪었으며 같은 장소에서 다시 즉사 버그가 발생하지 않았다)

최종 보스도 아니면서 유일하게 즉사 공격을 가진 보스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버그 같다

다만, 예외로 오일 오션(Oil Ocean) 액트2의 보스는 확실히 버그로 보인다. 보스 배틀에서 플랫폼을 무너뜨리는 패턴에 대응하지 못하고 추락하는 경우 반드시 즉사한다. 제작자가 의도한 즉사 패턴일 수 있으나 a) 다른 보스에게는 즉사 공격이 없고, 해당 보스 배틀은 바닥에 기름이 깔려있어 떨어지면 늪에 빠지듯 서서히 가라앉고 점프로 빠나올 수 있기에 b) 일반적으로 절대 추락사하지 않는 걸 생각하면 버그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해당 보스는 패턴이 그리 까다롭지 않음에도 유독 다른 보스에 비해 어렵게 느껴진다.

약점은 예상 밖의 작은 흠일 뿐 [Sonic Mania]의 완성도는 결코 부정할 수 없다

다만 [Sonic Mania]의 완성도를 생각하면 이러한 약점은 무시해도 좋다. 약점이라고 해봤자 ‘아쉬움’에 불과하며, 버그도 극히 드물게 발생하니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수준이니 말이다. 오히려 20년 만에 다시 선보인 멋진 도트 그래픽, 엄청난 속도감과 조작하는 재미를 보장하는 스테이지 구성, 다채롭고 어려워진 보스 배틀, 추억과 새로움을 모두 만끽할 수 있는 요소까지 멋진 것으로 가득하니 약점 따위는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약점은 예상 밖의 아주 작은 흠일 뿐 이것만으로 [Sonic Mania]의 완성도를 결코 부정할 수 없다.

[Sonic Mania] 제작진은 스스로 ‘매니아’라 자처할 만큼 오랫동안 소닉의 팬이다

무엇보다 [Sonic Mania]가 '소닉 매니아'들이 일궈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본작의 제작진 스스로가 오랜 소닉 팬덤이다. 레트로 엔진(retro engine)의 개발자이자 클래식 소닉 시리즈를 모바일 버전을 이식한 크리스천 화이트헤드(christian whitehead)를 비롯해 많은 개발자들이 개발팀에 합류하기 이전부터 소닉의 팬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 소닉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으며 누구보다 팬들이 원하는 소닉의 모습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던 게다. [Sonic Mania]는 진정으로 매니아의, 매니아를 위한, 매니아에 의한 작품인 셈이다. 

과거의 영광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증명한 지표이자 소닉의 새로운 출발점 

그렇다면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팬들의 염원을 담은 이 작품은 과연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다음과 같다. “과거의 영광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증명한 지표이자 소닉의 새로운 출발점” [Sonic Mania]를 기점으로 소닉 시리즈는 다시 달려나갈 준비가 됐다. 그러니 절대 놓치지 마라. 당신이 소닉의 팬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왜냐고? 방금 말했지 않나?. [Sonic Mania]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니까! Welcome to the Next Level!

못다 한 이야기

- 드랍 대쉬의 추가는 클래식 소닉과 모던 소닉의 차이를 분명히 하게 된 점에서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모던 소닉의 부스트나 호밍 어택 같은 역동적인 움직임이 아닌 단순히 구르는 움직임이 주가 되는 클래식 소닉의 특징을 드랍 대쉬로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별다른 공중기가 없던 클래식 소닉에게 드랍 대쉬라는 공중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주었으니 모던 소닉과의 기술 균형도 어느 정도 맞춘 셈이다.

- '---&Knuckles'라는 농담의 기원은 클래식 소닉 시리즈 중 하나인 [Sonic & Knuckles]에 있다. 확장팩 개념으로 나왔기 때문에 게임 카트리지를 다른 소닉 시리즈 카트리지에 부착할 수 있었다. 카트리지를 부착 [Sonic the Hedgehog 2 & Knuckles]나 [Sonic the Hedgehog 3 & Knuckles]로 게임이 실행됐고, 여기서 '너클즈는 어디에 붙여도 &Knuckles가 된다'는 농담이 나온 것이다. 구글에 '&Knuckles'라고 검색하면 관련 이미지가 엄청나게 쏟아져 나온다. 'Knuckles & Knuckles'도 여기서 파생된 농담.

- [Sonic Mania]도 '타임 리프' 컨셉을 가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다. 역대 소닉 시리즈를 살펴보면 타임 리프 컨셉의 작품이 의외로 많으며, 특히 N주년 작품에는 매번 타임 리프 컨셉이 사용됐다. 15주년 기념작 [Sonic the Hedgehog], 20주년 기념작 [Sonic Generations]가 타임 리프 컨셉이었고, 25주년 작품은 아니지만 그에 가까운 [Sonic Forces]도 타임 리프 컨셉이다. 작중 이야기에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핵심 컨셉이 겹치는 건 조금 아쉽다. 클래식 소닉과 모던 소닉의 통합을 위해서 타임 리프가 가장 쉬운 방법이겠지만...

- [Sonic Mania]도 OST가 굉장히 좋다. 지금까지 OST 만큼은 배신한적이 없는 소닉 시리즈 답게 스테이지 분위기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음악을 담고 있다. 추가된 스테이지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배경음을 가진 곳은 미라지 살롱(Mirage Saloon) Act.2.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Nintendo Switch )

- 게임 실행 중 홈(Home) 버튼 및 캡처 버튼이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버튼을 꾹 눌러야 반응을 하는데 이것도 잠깐의 딜레이 후에 홈화면으로 돌아간다. 다른 게임에서는 버튼이 정상 작동하는 걸 볼 때 기기 문제가 아닌 [Sonic Mania] 자체의 오류인 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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