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Sonic the Hedgehog 4 - Episode 1 & 2
장르 : 액션, 플랫포머
제작사 : SEGA
플랫폼 : PC, PS3, X-Box 360, Wii, iOS, 안드로이드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초음속으로 달리며 악당 닥터 에그만(Dr.Eggman)의 야욕을 저지하는 고슴도치 소닉(Sonic the Hedgehog)은 SEGA의 대표 캐릭터로서, Nintendo의 마리오(Mario), Capcom의 록맨(Rockman)과 함께 게임 역사에 거대한 자취를 남긴 캐릭터 중 하나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각 회사의 대표 캐릭터 간의 경쟁이 치열했으며 각 회사의 상징이었던 소닉, 마리오, 록맨은 발매되는 게임마다 적잖은 파장과 많은 인기를 끌며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왔다.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성공과 실패의 반복, 정규 시리즈 외 작품들의 과도한 양산, 매너리즘, 매니아화에 의한 신규 유저 유입 차단, 경쟁 프랜차이즈의 등장 등으로 위의 세 캐릭터는 서서히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게임역사에 발자취를 남긴 세 캐릭터 - Rockman(좌), Mario(중간), Sonic(우)
이러한 상황에서 [Sonic the Hedgehog 4]의 발매는 제작사와 팬들에게 매우 큰 의미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소닉의 시발점인 [Sonic the Hedgehog]의 시리즈가 다시 시작되는 것과 더불어, 시리즈 최고의 걸작이었던 [Sonic the Hedgehog 3](&Knuckles)의 후속작이자, 16년만의 1세대 소닉의 회귀이기에 팬들의 기대감이 커지는 것은 물론 회사측에서도 1세대 소닉 시리즈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심혈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16년만에 돌아온 [Sonic the Hedgehog 4]는 너무나 충격적인 모습이었고, 시리즈의 명성에 지울수 없는 먹칠을 하게 되었다.
깔끔해보이지만 움직임이 매우 어색하다. 그로 인해 속도감을 상당 부분 상실!
먼저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그래픽 및 시각요소에 대해 살펴보자. 90년대 발매 되었던 [Sonic the Hedgehog] 시리즈와 달리 [Sonic the Hedgehog 4]는 3D그래픽을 갖추고 있다. 시대가 흐름에 따라 2D에서 3D로 그래픽이 발전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2세대 소닉부터는 대부분의 작품이 3D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1세대 소닉의 회귀라 할지라도 3D 그래픽의 활용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오랫동안 3D그래픽으로 소닉의 움직임을 만들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본작에서의 소닉은 그 움직임이 매우 어색하다. 특히 소닉의 시그니처 무브(Signature Move)라고 할 수 있는 ‘달리기'의 경우 굉장히 뻣뻣하게 움직일 뿐만 아니라 매우 어색해 보인다. 문제는 단순히 뻣뻣하고 어색한 움직임이라는 것을 넘어 소닉이라는 캐릭터의 핵심 특징인 빠른 속도감을 느끼기 힘들게 만들고 있어 문제가 더욱 커지게 되었다. 결국 ‘속도감'을 주 무기로 게임성을 구축했던 소닉 시리즈이기에 그래픽에 의한 속도감의 상실은 소닉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반감시키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황당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낙사구간은 ‘달리지 못하는 소닉’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속도감 상실의 원인은 그래픽 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닉의 속도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가속도가 충분히 붙을만큼 달릴 수 있는 길이의 (장애물이 없는, 연속적인) 스테이지 구성이 필요하다. 기존 소닉 시리즈만 보더라도 한정된 공간 안에 최대한 긴 거리를 달릴 수 있게 만들기 위해 챗바퀴형길(track, 길)이나 나선형 길을 구성한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Sonic the Hedgehog 4]는 스테이지 전반에 걸쳐 ‘가속도가 충분히 붙을만큼 달릴 수 있는 구간'이 대폭 줄어들어 소닉의 속도감을 느끼기 쉽지 않다. 일정 거리를 달리다보면 장애물에 막히거나 특수한 형태의 플랫폼에 올라가야하는 상황에 처해 불가피하게 달리는 것을 멈춰야 한다. 그 뿐만 아니라 불필요하다고 느낄만큼 낙사(落死) 구간이 많아 답답함을 유발하기까지 한다. 특히 낙사구간은 링(Ring) 하나만 보유하고 있어도 죽지 않았던(+ 난이도를 낮춰 가볍게 즐길 수 있게 만들었던) 전작들과 달리 링 보유 상황과 무관하게 죽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게 되면서, 달리지 못하는 소닉을 만듦과 더불어 게임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끊게 만들고 있다.
매우 단조롭고 성의없는 보스 디자인 - 생각없이 만들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든다
소닉의 속도감을 살리지 못한 상황에서 만나게 되는 보스의 디자인도 매우 실망스럽다. 보스의 성의없는 디자인은 보스의 단순한 공격패턴으로 이어졌으며, 난이도의 하락이라는 결과를 초래하여 보스 클리어에 대한 만족감보다는 실망감을 가지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각 스테이지 보스를 다시금 순차적으로 쓰러뜨려야하는 최종 스테이지의 구성은 게임의 분량을 억지로 늘려 모자란 플레이타임을 채우려고 한 의도로 보인다. 무엇보다 앞서 언급했던 ‘소닉과 맞지 않는 스테이지 구성’과 ‘성의없는 보스 디자인’이 합쳐지면서 제작자들이 게임의 완성도에 대해 충분한 고민을 하지 않고 급하게 게임을 발매하지 않았나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지 못한 Episode.1 으로 인해 걱정이 커져만 간다
어색한 움직임, 잃어버린 속도감, 달릴수 없는-낙사 구간이 많은 스테이지 구성, 성의 없는 보스디자인. 모든 부분에서 퇴보해버린 [Sonic the Hedgehog 4]는 좋은 점을 찾을래야 찾을 수 없다. 소닉이라는 캐릭터의 개성을 잃어버린 것도 모자라 1세대 소닉 시리즈의 명성을 대폭 깎아버린, ‘졸작'이라고 불러도 될만한 수준의 작품이다. 여기까지는 Episode.1 의 이야기다.
그래픽과 모션 모두 개선되어 잃어버린 속도감을 확실하게 되찾았다
그렇다면 Episode.2 는 어떨까? 제작자들도 문제점을 인지한 것인지 Episode.1 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은 상당부분 해결해냈다. 우선 어색한 그래픽/모션과 ‘달릴 수 없었던’ 스테이지 구성은 대부분 개선이 되어 기존의 소닉 시리즈에서 느낄 수 있었던 속도감을 다시 되찾았다. 어색했던 모션이 좀 더 자연스러워졌고, 낙사 구간의 대폭 삭제와 충분히 가속을 내어 달릴 수 있는 스테이지 구성으로 소닉다운/속도감있는 게임 진행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일부 스테이지들은 달리는 중에 스프링을 이용한 다양한 점프액션이 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잃어버렸던 속도감을 찾음과 동시에 좀 더 신선하고 화려한 액션이 가능하도록 구성해두었다. 이는 ‘달리기'에만 집중되어 있던 기존의 소닉에서 벗어나 공중에서도 빠른 속도를 보여줄 수 있다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그와 동시에 ‘소닉다움'은 잃지 않은 아주 적합한 스테이지 구성을 만들어내었다고 볼 수 있다.
소닉과 테일즈의 합동 액션은 유기적인 게임 진행을 가능하게 만든다
테일즈(Tails)의 등장도 Episode.2 가 보여준 개선점에 해당된다. Episode.1 은 소닉만 등장하지만 Episode.2 에는 테일즈가 등장하면서 좀 더 다채로운 액션이 가능해졌다. 주목해야할 점이 있다면 테일즈의 등장은 단순히 Episode.1 을 개선했다는 것을 넘어 전작 [Sonic the Hedgehog 3]에 대한 아쉬움을 해결하기에도 충분했다는 것이다. [Sonic the Hedgehog 3]에서 소닉과 테일즈를 동시에 조작하기가 상당히 불편했으며 특정 스테이지를 제외하고는 테일즈를 활용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본작에서는 테일즈의 조작이 좀 더 간편하게 바뀌었고, 테일즈와의 합동 액션이 가능하도록 만듦으로써 좀 더 유기적인 게임 진행이 가능해졌다. 또한 합동 액션을 활용해야만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을 스테이지 곳곳에 배치, 소닉만이 아닌 테일즈를 충분히 활용하도록 하여 게임 진행에 있어 소닉과 테일즈의 균형을 적절하게 이루고 있다.
스케일이 다른 스테이지 보스 - Episode.1에 비해 많은 신경을 썼음을 알 수 있다
보스 디자인도 Episode.1 과 Episode.2 를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난다. 매우 단조롭고 성의없어 보였던 Episode.1 의 보스와 달리 Episode.2 의 보스는 외관과 크기부터 차이가 난다. 모든 보스가 위협적이고 거대해졌으며 공격 패턴도 다양해져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향상되었다. 여기에 보스를 파해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소닉과 테일즈의 합동 액션도 충분히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보스와 싸우는 재미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Episode.2에 들어와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은 존재한다
충분한 개선이 이루어졌음에도 아쉬운 부분은 존재한다. 게임을 진행하는 중에 만나는 일부 구간들은 자동진행(Auto Play)에 가까울 정도로 조작의 필요성이 떨어진다. 원인은 속도감을 살리기 위해 활용했던 ‘가속 페달'이 다소 많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정 구간에서 가속 페달을 밟을 경우 특별히 조작을 하지 않아도 여러 개의 가속페달을 거치며 게임이 상당 부분 진행이 된다. 이같은 구간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종종 조작하는 재미를 떨어뜨리며 별로 손 댄 것도 없는데 스테이지가 끝나버리는 허탈함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게다가 많은 신경을 써서 만들었다고 생각되는 스테이지 보스들에 비해 오히려 최종보스와의 전투가 단조로운 구성이기에 끝맺음이 다소 허무하다. Episode.1 에서는 몇 번의 전투를 통해 (기존 스테이지 보스의 반복 등장이라는 문제가 있지만) 최종 보스를 만나게 되는 반면 Episode.2 는 최종보스만 등장할 뿐 다른 요소들은 나오지 않는다. 이 때문에 최종 보스와의 싸움에서 느껴야할 치열함이나, 처음으로 쓰러뜨린 후 그 다음에 등장할 보스의 모습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허무한 결말을 맺게 된다.
실망감 뒤의 안도감은 개발이 취소된 Episode.3 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Episode.1 의 실패를 Episode.2 에서 어느 정도 만회를 했지만 이 모두를 두 작품을 종합하더라도 [Sonic the Hedgehog 3]와 비교하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16년만의 후속작이지만 충분한 완성도는 커녕 소닉다운 모습을 잃어버리게 했고, 뒤늦게나마 문제점을 보완했다는 점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한다. 1세대가 아닌 2세대, 그리고 3세대에서도 굴곡이 있었던 소닉 시리즈이지만 Episode.1 같은 작품이 또 다시 나온다면 소닉 시리즈의 수명은 머지않아 끝나버릴 수 있다. 문득 Episode.1 의 실망감과 Episode.2 의 안도감은 개발이 취소되어버린 Episode.3 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며 16년 전 그때 그 소닉의 모습을 다시금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 물론 세상 밖으로 나올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못다한 이야기
- Episode.1 의 첫 스테이지를 끝낸 후 '정말 이 게임을 계속해야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의 질적 수준이 너무나 떨어져 돈이 아깝다는 생각보다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더 컸다. 하지만 다행히도 Episode.1을 끝냈기에 Episode.2를 만날 수 있었다고 본다.
- Episode.2 는 전반적으로 괜찮으나 메탈소닉과의 결전을 벌이는 공중전 스테이지는 다소 루즈한 느낌이 든다. 진행 속도가 느린 편이라 플랫포머의 느낌으로 만들긴 했으나 소닉의 매력이라 보기는 힘들다.
- '호밍 어택'이 도입되었는데 액션성은 더 부각시킬 수 있으나 소닉답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물론 소닉 애니메이션에서 호밍 어택 느낌의 공격을 많이 하긴 하지만 게임에서는 어울린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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