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Invisible, Inc.

장르 :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

제작사 : Klei Entertainment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2인 이상의 플레이어(또는 1인 + NPC)가 번갈아가며 행동을 취할 수 있는 ‘턴제’ 게임은 독특한 매력이 있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게임과는 달리 서로 번갈아가며 행동을 취하기 때문에 속도감이나 박진감은 다소 부족하지만, 각자의 차례마다 상대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구상하며, 차례를 거듭할 수록 예측과 전략이 점차 복잡해짐으로써 높은 긴장감을 유발한다. 그리고 자신의 예측과 전략이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완벽하게 맞아 떨어질 때 그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반대로 모든 예측과 전략이 약속이라도 한듯 빗나갈 때는 겉잡을 수 없는 분노와 허탈함이 밀려온다. 이처럼 턴제 게임은 플레이어의 행동 하나하나가 게임과 플레이어의 감정에 많은 영향을 미치며, 이로 인해 플레이어는 한 번의 턴에 최선의 수(手)를 두기 위해 수 많은 고민과 갈등을 겪게 된다.

‘턴제 게임’의 긴장감과 ‘잠입 게임’의 긴장감을 더해 탄생한 [Invisible, Inc.]

그렇다면 ‘턴제’게임에 ‘잠입’이라는 요소를 집어 넣으면 어떨까? ‘잠입’도 [Metal Gear Solid]나 [Splinter Cell]처럼 필요에 따라 경비병을 죽이거나 적군과 전면전을 펼칠 수 있는 것이 아닌, 경비병을 기절시키거나 들키지 않고 도망다니기만 해야하는 그리고 적군에게 발각될 경우 총알 한반에 죽을 수 있는 위험까지 동반한 것 말이다. 아마 매턴 경비병의 행동을 주시하고 자신이 들키기 않을 위치를 고민해야하며, 어떤 행동을 취할 때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이로 인해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상당한 긴장감이 유발될 수 밖에 없으며,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했을 때의 만족감은 꽤나 기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Invisible, Inc.]가 바로 그런 게임이다.

쥐도새도 모르게 - 경비병의 눈과 귀를 피해 미션을 완수하라

[Invisible, Inc.]는 기본적으로 경비병들의 시야를 피해 미션을 완수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작정 위치를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경비병의 순찰방향/시야범위를 계산하여 발각되지 않게 이동해야한다. 행여나 경비병의 시야에 들어온다고 해서 미션을 실패하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경비병 호출, 보안 강화, 경찰 투입 등 여러 가지 문제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서 턴을 거듭할수록 난이도가 상승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비병의 시야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가장 우선으로 고려해야하는 부분이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심성을 띄게 되며, 동시에 긴장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긴장감은 ‘잠입’이라는 게임의 핵심 소재에 의해 발생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턴제’의 요소로 인해) 자신의 차례가 끝난 후의 상황에 대한 불명확한 예측과 위기 상황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더욱 고조될 수 밖에 없다.

고유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와 해킹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게임의 성격(잠입, 턴제)에서 오는 긴장감은 자연스럽게 플레이어가 ‘최선의 수(手)’를 두도록 유도하는데, 이를 위한 전략적인 요소도 충분히 갖춰져 있다. 그리고 그 요소란 고유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와 다양한 종류의 ‘해킹프로그램’이다. 게임을 시작할 때 두 명의 ‘캐릭터’와 두 개의 ‘해킹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데, 어떤 캐릭터/해킹프로그램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수립하게 될 전략이 확연히 달라진다. 단, 각 캐릭터와 해킹프로그램은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캐릭터의 능력과 도구, 해킹프로그램을 활용했을 때 발생하는 효과와 패널티를 충분히 고려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계산하여 가장 효과적인 전략을 실행한다면 호수(好手)로 작용하겠지만,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되돌릴 수 없는 악수(惡手)가 될 수 도 있다. 그러므로 플레이어는 매턴 효과적인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고민할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고민의 여지는 게임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게하는 장치가 된다.

최악의 상황에 처했을 때 최선의 전략으로 돌파하는 것이 본작의 진정한 맛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전략으로 호수(好手)만을 두어왔다고 해도 언젠가는 위기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다. 게임을 진행할 수록 난이도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데, 일정 수준의 난이도에 도달하면 필연적으로 경비병의 시야에 들어가는 상황이 오게 된다. 즉, 난이도 상승 이전에는 플레이어에게 좀더 유리하거나 동등한 수준에서 게임이 진행이 되었지만, 난이도가 상승하게 되면 플레이어에게 불리한 상황에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이때는 지금까지의 긴장감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긴장감을 유발하게 되며, 현재의 위기 상황을 벗어나고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내세워야 한다. 물론 높은 난이도의 게임에서 위기 상황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수많은 경우의 수를 고민하고, 경비병의 패턴을 예측하고, 오랜 시간 끝에 최선의 전략을 결정해야하며, 그 전략이 맞아떨어졌을 때의 짜릿함은 플레이어가 본작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게 한다.

요원들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고, 당신의 선택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Invisible, Inc.]는 마치 ‘바둑’ 같다. 바둑은 자신이 어떤 수(手)를 두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두는 수(手)가 달라지며, 자신의 수 하나하나가 판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Invisible, Inc.]도 플레이어가 제한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행동 범위 내에서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임무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결정이 최악의 상황을 야기할 수 있고, 불가피한 선택이라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최선의 전략이 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플레이어, 당신의 선택에 의해 일어난 일이다. 요원들은 당신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고, 당신의 명령이 임무의 성패를 결정한다. 예측하고, 고민하고, 수행하라. 이 과정에서 느끼는 위기상황에 대한 긴장감, 전략을 수립하는 재미, 전략이 맞아떨어졌을 때의 만족감은 당신이 이 게임의 매력을 충분히 즐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못다한 이야기

- 그래픽/디자인은 상당히 독특하다. 자사의 작품인 [Don't Starve]가 종이인형극 같은 디자인이었다면, [Invisible, Inc.]는 종이 모델 같은 디자인에 가깝다. Klei Entertainment의 센스가 유효한 작품!

- 게임의 특징도 [Don't Starve]와 유사한 점이 많은데, '로그라이크'의 특징(난이도 experienced 이상)을 가지고 있으며, 임무 성공시 획득한 포인트로 새로운 캐릭터를 얻을 수 있다. 히든캐릭터를 열기 위한 조건이 따로 있다는 점과 게임을 즐기는 데 스토리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점, 그리고 새로운 게임 시작시 무작위로 맵이 형성된다는 점도 동일한 특징에 포함된다.

참고로 게임 내 해킹프로그램 상점 BGM이 [Don't Starve] 트레일러의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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