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Hatred

장르 : 슈팅, 액션

제작사 : Destructive Creations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대중문화는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인만큼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매우 많다. 표절, 샘플 클리어링, 아티스트의 인성, 모조품, 특정 사상의 과도한 지지, 성범죄 유발, 인종차별, 성차별 등 수많은 이유들이 있다. 게임 역시 대중문화의 범주에 속하다보니 크고 작은 이유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데 [GTA] 시리즈의 폭력성 문제, 게임제작사 ‘Illusion’의 성폭력 유발 문제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논란들은 제작사의 의도된 논란이 아닐뿐더러 게이머(또는 비게이머)들이 해석하는 부분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게임을 평가하는데 있어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애초부터 논란을 일으킬만한 소재를 가져와 게임을 만들고, 게임 발매 전부터 논란을 부추기는 행위를 하는 제작사가 있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할까?

무력한 민간인을 학살하는 미치광이 살인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Hatred]

[Hatred]는 미치광이 살인마가 인간의 존재 자체를 ‘증오’하게 되면서 민간인을 학살하러 다닌다는 아주 자극적인 소재의 게임이다. 게임 발매 전에 공개된 게임 트레일러(Trailer)는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었고, ‘잔혹성’ 이외에는 게임에 대한 정보를 얻어갈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다보니 이 때부터 [Hatred]는 본격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오르며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문제는 논란의 중심이 된 후 제작사의 발언과 행위가 매우 기이했다는 점이다. ‘본작의 제작 목적은 순수한 재미를 추구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함이다’와 ‘주인공이 학살을 저지르는 이유는 플레이어 스스로가 해석해야하는 부분이다’라는 발언, 그리고 파시즘 관련 단체를 지지하는 행위들이 그것이다. 이는 제작자들 스스로가 본작에 대한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며 매우 자극적인 내용을 통한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을 노린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색안경을 벗고 바라본다면 ‘기본적인 구색’은 갖춰져 있는 작품이다

노이즈 마케팅과 발매 전 논란으로 인해 우리는 [Hatred]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게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럴수록 색안경을 벗고 게임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하며, 도덕성과 논란은 우선 접어두고 게임 자체의 완성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물론 그 이후에는 도덕성과 논란을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Hatred]는 탑뷰(위에서 바라본 시점, Topview/Topdown) 3인칭 슈팅게임의 기본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다. 넓은 공간, 다양한 무기, 지형지물을 이용한 전략, 그리고 대량학살의 요소까지 필요한 것은 모두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매우 사실적인 3D그래픽과 물리엔진까지 더해져 굉장히 현실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Hatred]가 가진 특징은 이게 전부다. ‘기본적인 구색’만 갖춰져 있을뿐 게임으로써의 매력은 매우 떨어진다.

민중을 쫒을 때는 게임이 지루해지고, 지팡이를 만나면 게임이 답답해진다

기본적으로 탑뷰 슈팅 게임이 가져야할 ‘일 대 다수의 싸움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기존의 탑뷰 슈팅 게임을 생각해볼 때 우리가 해당 장르에서 느끼는 재미는 (인간이든 괴물이든) 수많은 적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 그들을 물리치고 살아남는 것임이 분명하다. 이를 위해서는 다수의 적을 물리칠 수 있는 주인공(또는 무기)의 강력함이 필요하고, 그에 대등한 적군의 수/체력/패턴이 필요하다. 그리고 힘의 균등함이 유발하는 긴장감 속에서 플레이어의 역량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탑뷰 슈팅 게임의 진짜 재미일 것이다.

그러나 [Hatred]는 지루함과 답답함을 오고 가는 상황의 연속이다. 민간인을 죽일 때는 그저 도망가는 사람들을 쫒아가 ‘아무런 의미도 없이’ 그들을 죽여야 하기 때문에 게임이 매우 지루해진다. 거꾸로 경찰/군인/특수부대는 주인공에게 매우 위협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만나게 되면 일단 도망가서 숨어야 한다. 주인공이 인간이기 때문에 총알 몇발이면 죽는다는 부분도 있지만, 플레이어의 조작능력으로 경찰/군인/특수부대의 총알을 피할 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조작을 통해 공격을 피하기보다는 그들에게서 멀리 떨어지거나 구조물 뒤로 숨어야 하며, 한명씩 처리를 해나가야 하는 답답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그 외에도 무기는 다양하지만 공격의 범위가 매우 좁아 한명씩 사람을 죽여야하기에 슈팅 게임이 가져야할 시원함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있다. (물론 단번에 대량 학살이 가능한 무기가 있었다 하더라도 게임의 소재로 인해 시원함을 느끼기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스릴이나 긴장감은 거의 느낄 수 없고 의미 없이 사람을 죽여야 하는 지루함, 자신보다 강한 힘에 대해서는 무력해지는 답답함, 그리고 게임 소재가 가지는 불편함만을 느끼게 된다

제작사가 말한 ‘대학살에 대한 의미’를 해석하기에는 스토리가 빈약? 없다!

부실한 게임성을 뒤로하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앞서 언급했지만 제작사에서 “’왜 이러한 대학살을 저지르는가?’에 대한 의문에 대한 해답은 플레이어의 몫”이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 발언을 다르게 생각해보면, ‘게임이 자극적이고 논란이 될지를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 속에 메시지를 담아둘 생각이다. 그 메시지를 찾아보는 것을 권한다’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메시지를 담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게임 속 스토리, 즉, 이야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Hatred]의 이야기는 이야기로서 기능을 할 수 없는 수준이며, 미치광이 살인마의 알 수 없는 독백과 어처구니 없는 결말로 끝을 맺고 있다. 스토리가 빈약하다는 수준을 너머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작사의 발언은 발매 전 불거지는 논란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자신들의 책임을 플레이어에게 떠넘김과 동시에 자신들의 게임이 무언가 대단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피력하려는 의도였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결국 남은 것이라곤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수많은 컷신들 뿐이다

순수한 재미를 위해 만들었다는 제작사의 말과는 달리 재미를 느끼기 힘들며, 대학살의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에는 스토리가 없다시피한 게임이다. 여기에 정말 잔인해서 눈뜨고 보기 힘든 컷씬(Cut Scene), 제작사의 발언과 기행들까지 겹쳐서 본다면 이들은 정말 제 정신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도덕성이 의심되는 것뿐만 아니라 대체 게이머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Hatred]를 즐길지 아니면 즐기지 않을지는 당신의 선택이다. 논란과 도덕성을 모두 떼어 놓고 본다면, ‘자극적이고 지루하고 답답한 슈팅 게임’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의 손에 목이 잘려나가고, 머리가 부서지며, 몸통이 관통당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 게임을 하는 당신의 마음이 편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못다한 이야기

- 필자의 경우에는 '게임 자체'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높았던 편이다. 도덕성/윤리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는 소재로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웬만한 자신감이 아니면 힘들다는 생각을 했고, 그만큼 게임에 거는 기대가 큰 편이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이도저도 아닌 게임이 들어있어서 매우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

- 지형지물을 이용한 전략이 있다고 잠깐 언급했지만 기껏 건물 안으로 숨거나 차를 타고 도망가는 등 전략이라고 하기도 부끄러면 수준이다. 게다가 조작도 매우 불편해서 게임하는 것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

- 같은 장르인 [Alien Shooter](2003)가 더 재미있다. 만약 [Alien Shooter] 같은 느낌을 기대하고 구입한다면 당장 그만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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