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Evoland 2

장르 : RPG, 어드벤쳐

제작사 : Shiro Games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초기작 [Evoland]는 게임을 진행할 수록 2D에서 3D로 그래픽이 변하는 컨셉으로 만들어진 매우 독특한 게임이었다. 다만 짧은 제작기간 탓에 스토리, 인물 등 이야기 부분에서 매력이 부족했고, 게임성도 다소 아쉬운 상태로 발매되어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게임에서 다양한 그래픽을 보여준다는 점은 상당히 신선한 시도였으며, 후속작 [Evoland 2] 역시 ‘그래픽의 변화’라는 핵심 컨셉은 그대로 유지한채 발매가 되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많았던 전작이었기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했는데, [Evoland 2]는 ‘그래픽의 변화’를 좀 더 창의적으로 활용을 했고, 다양한 부분에서 적재적소에 사용함으로써 상당히 흥미로운 모습을 가진 작품으로 완성해냈다.

본작에서는 [그래픽 = 년도/시대]라는 독특한 표현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초기작 [Evoland]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2D에서 3D로 그래픽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2D → 3D’의 단방향 변화만을 보였기 때문에 다소 단조로운 느낌이 있었다. 물론 그래픽의 변화 자체가 매우 신선한 요소이며, 게임 후반부에 그래픽 변화를 활용한 퍼즐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그 비중이 매우 적어서 단조로움을 탈피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Evoland 2]에서는 ‘그래픽의 변화’에 ‘년도/시대’라는 요소를 더해 단조로움을 탈피하고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본작의 주요 스토리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역사를 바꾸는 모험담’으로 게임을 진행하면서 각기 다른 시대를 오고 가는 경우가 잦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다른 시대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그래픽의 변화’를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작이 보여준 ‘그래픽 변화를 통한 참신함’을 유지함과 동시에 ‘시간을 넘나든다’는 게임의 중심 소재를 아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또한 각기 다른 시대를 오고감에 따라 3D에서 2D로 넘어가기도 하고, 2D에서도 해상도의 크고 작은 변화를 줌으로써 변칙적인 그래픽 변화를 통해 단조로움을 탈피하고 있다. 게다가 [그래픽 변화 = 다른 시대/년도로의 이동]을 작중 인물들도 체감한다는 대사를 포함함으로써 그래픽의 변화가 단순히 플레이어에게 보여주는 것만이 아닌 스토리의 핵심소재로 작용하고 있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다양한 그래픽의 활용을 너머 다양한 장르를 게임 속에 담고 있다

그래픽 변화만큼 신기한 점이 또 하나가 있는데, 바로 ‘장르의 변화’다. [Evoland 2]의 기본 장르는 RPG/어드벤처이지만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다양한 장르로 게임 구성이 변화된다. 물론 전작에도 장르의 변화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몇 가지 게임을 흉내내는 정도에서 그쳤고 짜임새가 다소 부족해 아쉬움이 많았다. 반면 본작에서는 작품 내에 포함된 장르의 종류만 보더라도 전작에 비해 매우 다양하고, 단순히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컨셉에 맞게 각 장르의 색깔을 잘 녹여내고 있다.

다만 지나치게 많은 장르를 포함하고, 다소 중구난방한 장르 배치로 인해 게임의 짜임새가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예상이라도 한듯 장르의 변화는 스토리 진행, 환경 변화, 보스스테이지 진입 등에 맞춰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도록 시기를 잘 설정해두었다. 게다가 성격이 크게 다른 장르로 변화하는 경우가 잦음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진행 상황에 가장 알맞은 장르로 구성해두었기 때문에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 (가령 비행체를 이용하게되는 스토리가 전개되는 경우 슈팅게임으로 장르가 바뀐다) 이처럼 다양한 장르가 동시에 존재하면서도 짜임새를 제대로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에서 느낄 수 있는 여러가지 즐거움을 거부감 없이 만끽할 수 있다. 여기에 앞서 언급했던 [Evoland]의 핵심 컨셉인 ‘그래픽 변화’까지 곁들어지면서 특정 장르의 고전 게임의 재현하거나 유명 작품을 오마주하면서 다양한 장르 변화 그 이상의 신선한 경험을 선사해준다.

수 많은 까메오 - 어떤 작품에서 나오는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겠는가?

그래픽 변화와 다양한 장르만으로도 게이머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지만, [Evoland 2]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다른 작품의 캐릭터들을 출연(까메오)시키기까지 한다. 그리고 까메오들의 탄생년도는 1980년대부터 2014년까지 게임 역사를 훑어볼 정도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는데, 이는 올드게이머부터 비교적 어린 게이머들까지 모두 끌어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까메오들의 배치도 원작의 장르/그래픽을 고려하여 그에 맞게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몇 가지 예로, [Tomb Raider]의 ‘라라 크로프트’는 원작처럼 숨겨진 ‘유적지’에서 ‘3D’로 만날 수 있고, ‘마리오’, ‘류’, ‘봄버맨’ 등 어느정도 시대가 저문 게임의 주인공들은 ‘도트그래픽’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이같은 까메오의 배치는 기존 작품들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다소 많다고 느껴지는 까메오들의 등장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납득이 되며 까메오를 발견하는 매 순간은 소소한 즐거움으로 다가 온다.

시간을 초월해 만난 네 명의 주인공의 이야기는 충분히 풍성하다.

핵심 컨셉인 ‘그래픽 변화’를 충분히 활용하였고, 다양한 장르까지 더해지면서 볼거리와 즐길거리는 충분히 포함되었다. 그렇다면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는 어떨까? 초기작 [Evoland]의 문제점 중 하나는 ‘지나치게 짧고 어디서 본듯한 뻔한 이야기 흐름’인데, [Evoland 2]는 그것을 완전히 극복해냈다. 게임의 중심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역사를 바꾸는 모험담’이라는 주제에 맞게, 서로 다른 시간대의 인물들이 한 명씩 모이듯 차근차근 전개가 된다. 그리고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역사를 바꾼다는 메인 스토리 아래에 각 인물들과 관련된 서브 스토리를 충분히 풀어내고 있기에 이야기의 분량도 충분히 확보되어 있다. 무엇보다 시간을 거스르는 게임의 소재는 이야기 전개 과정 중에 도달하게 되는 다양한 시대/년도에 발생한 사건들을 플레이어가 직접 정리/이해/해석 할 수 있는 감상의 여지를 주기도 한다. 그 외에도 전작에 비해 개성있고 색깔이 뚜렷한 캐릭터의 등장으로 스토리의 재미를 더욱 살려주고 있기에 전작이 가진 한계를 분명하게 해결 해냈다고 볼 수 있다.

자! 당신은 이제 역사를 뒤바꿀 준비가 되었는가?

[Evoland 2]의 가장 큰 성취는 ‘전작이 가진 한계와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냈다는 점이다. 부실한 스토리, 개성없는 캐릭터, 부족한 게임성 등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그래픽 변화’라는 핵심 소재는 그대로 유지한 채 문제를 해결해냈기 때문에 완성도 높은 후속작을 만들어냈다는 성취와 더불어 ‘시리즈 고유의 색깔’을 확고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Evoland 2]는 그래픽 변화가 주는 신선한 경험, 다양한 장르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재미, 그리고 까메오들의 등장으로 인해 떠오르는 추억 등 여러 가지 즐길거리를 담은 게임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시간을 거스르는 것은 [Evoland]의 주인공들만이 아니다. 당신도 이 작품을 통해 시간을 거스를 수 있다. 과거와 현재의 그래픽/장르/인물을 모두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함께 시간을 거스르는 모험을 떠나보자!

못다한 이야기

-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는 것은 '여러 장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지만 불가피하게 '특정 장르에 대한 깊이가 부족한 게임'이 될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을 동반한다. 그래서 특정 장르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게이머들에게는 그리 만족스러운 작품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 다만 장르의 혼합, 다른 작품의 패러디와 오마주가 난무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가 혼재되어 있더라도 크게 어긋남이 없다. 다양한 장르의 '미니게임' 정도로 생각하면 무난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 이번 리뷰에서 사용된 사진 중 일부 파트는 필자가 직접 캡처한 사진이다. 특히 '까메오' 파트의 사진은 위의 6장 외에도 몇 장 더 있는데, 아마 게임에 대한 내공이 많은 사람이라면 필자보다 더 많은 까메오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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