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Crypt of the NecroDancer

장르 : 리듬, 어드벤처, 로그라이크

제작사 : Brace Yourself Games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퓨전(Fusion); 융합, 결합.  녹아서 하나로 합침

어느 분야든 두 개 이상이 융합된 것들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처음에는 생소했으나 이제는 특이할 것도 없는 퓨전음식부터, 너무나도 자주 일어나는 음악에서 장르간의 융합(fusion), 그리고 학문에서도 융합과학 또는 복합학문이라는 명칭으로 각 분야내에서 퓨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융합은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융합을 위한 소재들의 특성을 잘 알고 있어야 하며, 각 소재의 어떤 특성을 유지/제거할 것인지 분명하게 해야한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모 요리 프로그램에서 셰프들이 예상치 못한 조합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운’이라는 것도 작용하기에 우려했던 것보다 결과물이 좋을 수도 있고, 기대했던 것보다 결과물이 나쁘게 나올 수도 있다. 이는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드밴처 게임과 리듬 게임을 융합했더니 이런 결과물이 나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Crypt of the NecroDancer]는 매우 성공적으로 융합이 이루어졌으며 그에 따른 결과물은 매우 훌륭하다. 먼저, 장르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무덤 안에 숨겨진 지하 던전을 탐험하는 어드밴처 게임에 배경음악의 박자에 맞춰 조작해야하는 리듬게임을 더한 것이다. 이 두 가지 장르의 결합은 ‘리듬 액션’이라는 형태를 떠올릴만도 하지만 사실상 리듬 액션은 캐릭터의 행동에서만 액션 요소가 있을뿐 조작 측면에서는 리듬 게임과 동일하기에 혼합 장르라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본작의 기본 형태는 상하좌우로 조작하는 어드밴처 게임이지만 박자에 맞춰서 이동해야할 뿐만 아니라 박자를 맞추고/틀리고에 따라 보너스/패널티를 줌으로써 어드밴처 게임과 리듬 게임의 균형을 적절하게 유지하고 있다.(아이템의 사용도 박자에 맞춰야한다.) 또한 박자에 맞춰 움직이는 것은 플레이어 뿐만 아니라 몬스터들도 마찬가지이며, 몬스터별로 1~4박자 기준으로 독특한 패턴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플레이어가 박자에 맞춰 움직일수도 있지만 박자를 넘겨 움직이지 않음(=턴을 넘김)으로서 몬스터를 공략할수도 있는데, 이는 턴제 전략 게임의 특징을 띠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음악의 박자에 따라 플레이어와 몬스터 모두 끊임없이 움직여야하기 때문에 실시간 전투의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결국 어드밴처와 리듬이라는 두 가지 장르를 혼합했지만 각 장르의 특징을 잘 살려 게임을 만들어 내었고, (의도했든 의도치않았든) 턴제 전략과 실시간 전투의 색깔까지 보여줌으로써 매우 독특한 장르가 탄생하게 되었다.

게임 내 보스들은 ‘악기’와 결합된 독특한 외관을 가지고 있다.

장르의 혼합은 게임 플레이 방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그대로 게임의 컨셉으로 연결시켜 놓았다. 몬스터들은 여러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을 띠고 있지만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음악의 맞춰 춤을 추고 있다.(어드밴처의 몬스터와 리듬의 춤이 결합된 형태) 어깨춤을 추는 버섯괴물, 손뼉치는 원숭이, 점프하는 슬라임 등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각 스테이지의 최종 보스들은 악기와 결합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장르의 혼합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컨셉까지 이어나감으로써 본작이 가진 색깔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다보니 게임을 즐기다보면 어드밴처라고 느끼다가도 리듬 게임이라고 느끼는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어느 장르의 느낌을 받더라도 전혀 어색함이 없으며 두 장르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게임이 단순해 보이지만 짧은 시간 동안 플레이어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

장르의 결합에 의한 결과는 게임의 난이도에서도 나타난다. 앞서 언급한 장르를 더하면 이러한 상황으로 설명할 수 있다. [어드밴처 + 리듬 + 전략 + 턴제 = 박자에 맞춰 이동을 하되 몬스터의 행동 특성에 맞춰서 공격과 방어를 해야하고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박자를 쉬어가며 전략적으로 게임을 진행한다.] 말은 쉬워보이지만 박자를 맞추는 것과 몬스터의 행동 예측, 그에 따른 진행방향 결정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처음하는 사람이라면 박자에 맞춰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하물며 몬스터의 행동을 예측하고 반응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앞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로그라이크(Roguelike)’의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게임을 진행해야 한다. 물론 계속 죽더라도 배경음이 매우 중독적이고 신나기 때문에 여러번 진행하더라도 부담감이 없으며, 반복적인 플레이로 학습과 훈련이 된다면 다음 스테이지로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박자감+패턴+판단력이 모두 학습/훈련되었을 때만 해당되는 일이다.

Dance Pad - 키보드의 방향 버튼처럼 활용하여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

몬스터별 패턴을 학습하고 대처 방법을 훈련할 수 있는 트레이닝존 뿐만 아니라 고난이도 퍼즐, 일일도전(Daily Challenge) 등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장치를 다양하게 마련해 놓았으며, 게임 진행 상황에 따른 해금요소, 캐릭터별로 다른 특성과 스토리를 만들어두었다. 이는 (로그라이크 특성에 의한) 반복적인 게임으로 지루하거나 지칠 수 있는 것을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랫 동안 게임을 지속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장치들 중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댄스 패드를 이용하는 ‘Dance Pad Mode(Easier)’가 인데, 댄스 패드를 활용한다는 특성상 기존 게임 난이도보다는 쉬운 편이다. 물론 일반 모드에서도 댄스 패드를 활용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좀 더 어려운(+몸과 마음이 모두 힘든) 난이도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지하 무덤의 괴물들과 함께 춤을 출 준비가 되었는가?

융합을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렇기에 [Crypt of the NecroDancer]를 단순한 퓨전 장르 게임이라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융합을 통해 좋은 결과물을 내는 것은 어렵다. 본작은 장르의 융합과정에서 각 장르의 특성을 고스란히 살리며 그것을 컨셉과 연결했을 뿐만 아니라, 본작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한 게임 방식으로 발전시켰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그 하나하나가 모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었으니 그야 말로 성공적인 융합인 샘이다. 물론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모호한 특징도 있으나 이 또한 융합의 재미가 아니겠는가? 춤도 추고 싶고, 몬스터와 싸우고도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NecroDancer의 지하묘지로 들어오라. 그들은 언제든 당신과 춤을 출 준비가 되어 있다.

못다한 이야기

- 1회차 클리어하는데 12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난이도가 어렵다고 느껴지지만 박자와 몬스터의 패턴을 학습하면 어렵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조작이 간단하기 때문에 시간을 들이면서 천천히 학습하면 클리어할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된다.

- 게임 패드 시연 영상을 보았는 데, 마지막 스테이지로 가면 힘들어서 쓰러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스테이지를 진행할수록 박자가 빨라지는데 과연 몸이 박자를 따라갈 수 있을지 의문...

- 본작의 진정한 장점은 중독성 있는 배경음이다. 듣다보면 어느 순간 어깨를 들썩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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