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Tomb Raider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Square Enix

플랫폼 : PC, PS3, PS4, X-box 360, X-box One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게임이 있고, 그 중에서 훌륭한 작품들도 많다. 스토리가 훌륭한 작품, 음악이 뛰어난 작품, 게임플레이가 참신한 작품, 장르의 기본 틀을 만든 작품 등 다양한 측면에서 평가를 받아 좋은 게임으로 인정받게 된다. 물론 훌륭한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어느 한 가지 측면만 좋은 것으로는 부족하며, 해당 게임이 장르로서 갖춰야할 기본적인 구성뿐만 아니라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을 만족시킬만한 다양한 요소들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이 게임은 훌륭한 게임이야’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며, 각각의 요소들이 얼마나 잘 맞물려 시너지를 내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주의해야할 점은 훌륭한 게임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큰 그림을 보았을 때는 아주 잘 만들어진 하나의 작품이 되지만, 그 안을 살펴보면 크고 작은 약점/단점이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 이야기할 [Tomb Raider]도 마찬가지다.

[Tomb Raider]는 오래 되고, 훌륭한, 그리고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작품임은 분명하다.

[Tomb Raider] 시리즈는 오랜 기간에 걸쳐 시리즈를 거듭해온 작품이다. 1996년을 시작으로 10편 이상의 작품이 나왔으며, 두 번의 리부트(reboot)를 거치기도 했다. 모든 시리즈가 좋은 평가를 받아왔던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시리즈를 이어오면서 꾸준한 판매량과 더불어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그 뿐만 아니라 초창기 작품부터 꾸준히 보여주었던 ‘라라 크로프트’의 액션은 ‘3D 액션 어드밴처’의 표본(標本)이라 볼 수 있으며 해당 장르의 여러 게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리고 2013년에 발매된 [Tomb Raider]가 각종 매체에서 좋은 평가와 더불어 GOTY(Game Of The Year)를 수상함으로써 본작의 시리즈가 여전히 영향력을 띠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게임 내내 볼 수 있는 다양하고 효과적인 연출은 게임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본작의 강점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눈을 땔 수 없는 연출’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연출은 주인공의 액션 뿐만 아니라 시점, 데드신에서 나타나며, 게임이 진행함에 따라 변화하는 주인공의 외관과 감정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나타난다. 동일 장르의 여러 게임에 영향을 미친 작품인만큼 매우 다양한 액션을 보여준다. 놀라운 점은 단순히 게임의 진행방법에 맞춰 액션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가 처한 상황, 심리 상태, 새로운 아이템의 습득 등과 결합하여 스토리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행동을 취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처음에는 벽을 오르내리고 나무를 타는 것만 가능하지만 구급약을 구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암벽등반을 하거나 동료를 구하기 위해 로프를 만들어 활강을 하게 됨으로써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다양한 액션을 수행하게 된다. 또한 스토리의 전개에 따라 수행가능한 행동이 확장되는 것은 어린 고고학자에 불과했던 ‘라라 크로프트’가 한 명의 여전사(또는 생존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시점은 시시각각 변하는데 이러한 시점의 변화 또한 연출의 한 부분으로써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일반적인 3D 액션 게임의 경우 주인공의 뒷모습이 보이는 시점이 대부분이지만 본작에서는 상황에 따라 시점의 변화가 다양하게 일어난다. 로프 활강을 할 때는 약간 대각선 방향의 시점을, 빙벽을 올라갈 때는 아래 쪽에서 위를 바라보는 시점을, 공간의 범위에 따라 시야가 넓어지거나 좁아지기도 한다. 이는 고정된 시점에서 바라보는 ‘게임 화면’의 느낌이 아닌 다양한 시점에서 연출이 이루어지는 ‘영화 스크린’의 느낌을 받게 해준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옷이 헤지거나 흉터가 남는 디테일한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큰 부분에서의 연출도 훌륭하지만 작은 부분에서의 연출도 놓치지 않았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게임의 진행 정도에 따른 ‘라라 크로프트’의 외관의 변화다. 기존의 게임들은 대게 주인공의 외관이 게임의 처음과 끝이 동일하거나, 복장 변화에 의한 외관 변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격렬한 전투 이후에도 상처 하나 남지 않거나 옷이 멀쩡하게 남아 있는 등 디테일한 부분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하지만 본작에서는 게임의 진행과 이벤트에 따라 주인공의 옷이 찢어지기도 하고, 땀과 먼지에 얼룩지기도 하며, 몸에 흉터가 남기도 한다. 이러한 연출은 매우 작은 부분이지만 주인공이 역경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더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치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디테일한 연출 또한 앞서 언급한 ‘생존자로 성장하는 라라 크로프트’를 보여주기에 매우 적절한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게임 중에 발견하는 다양한 유물이 있지만 게임 진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다양한 부분에서 나타나는 충실하고 효과적인 연출에도 불구하고 게임 플레이는 심심한 편이다. 다양한 연출을 통해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볼거리는 매우 많지만 정작 본작품의 이름인 ‘도굴꾼’(tomb=무덤, raider=침입자)과는 상당한 괴리가 발생하는 게임 구성이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숨겨진 무덤을 발견하고, 퍼즐을 풀고, 유물을 조사하는 도굴행위가 가능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는 데 있어 필수 요소는 아니다. 본작의 주요 무대인 섬의 비밀, 그리고 다양한 인물들의 심리/이야기를 알아볼 수는 있지만 게임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에 중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그저 스토리만 따라가는 단순한 게임 구성이 되어버렸고, 게임 내에 다양하게 산재된 유물과 무덤들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

생존 본능 - 힌트를 주는 시스템이라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알려준다.

게임 시스템 역시 게임을 심심하게 만들고 있는데, 주요 시스템은 ‘생존 본능’은 게임 진행을 편리하게 해주지만 게임의 난이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다양한 퍼즐과 복잡한 진행 경로를 만나게 되는데 ‘생존 본능’을 사용하면 퍼즐과 진행 경로에 대한 답이 쉽게 나타난다. 그러다보니 퍼즐을 고민하는 재미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게임의 진행 경로의 복잡함이 참신하다기보다는 불필요하게 꼬인 느낌을 받기도 한다. 오히려 ‘생존 본능’의 사용 횟수를 제한하여 플레이어 스스로가 퍼즐을 고민하고, 진행 경로를 탐색해볼 수 있게 만들어두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 외에도 야생동물사냥, 식물채집은 게임 초반에만 사용할 뿐 게임을 진행할 수록 거의 사용하지 않는 요소가 되어버리며, 무기 업그레이드도 스토리 진행에 따른 업그레이드 외에는 특이하다고 할만한 부분이 없다. 이처럼 생존과 전투와 관련된 요소들도 다소 부실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로 인해 스토리와 연출에 비해 게임 플레이가 더욱 심심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후속작 [Rise of Tomb Raider]는 본작의 문제점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한다.

[Tomb Raider]가 나쁜 작품이라는 것은 아니다. 3D 액션 어드밴처라는 장르에 걸맞게 다양한 액션과 더불어 큰 부분뿐만 아니라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은 충실한 연출은 이 게임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여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다만 게임에 들어있는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구성은 분명히 아쉽다. 플레이어 스스로가 퍼즐을 풀고, 살아 남기 위한 생존전략을 구상할 여지를 상당 부분 빼앗아 갔기에 게임 플레이 자체의 재미는 적은 편이다. 물론 스토리 위주의 작품이기 때문에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가볍게 게임을 즐길 수는 있지만 오랫동안 보여주었던 기존의 ‘툼레이더’에 비교하자면 고유의 색깔이 옅어진 것은 분명하다. 항간에는 리부트(reboot)된 작품이기에 ‘라라 크로프트’가 평범한 여자일 뿐이고 아직까지 도굴을 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한 고고학자일 뿐이라고 하지만 분명히 본작의 제목은 ‘Tomb Raider’다. 그렇기 때문에 ‘라라 크로프트’가 진정한 도굴꾼(Tomb Raider)가 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

- 본작의 여러 연출 중 '데드신' 부분은 직접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간단한 언급에서만 끝냈다. 실제로 게임을 진행하다가 보게된 데드신은 꽤나 충격적이었고, 데드신을 볼때마다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 '생존본능'의 경우 "라라는 아버지를 닮아 감이 좋으니까"라는 대사로 설득력있게 만들어두었지만 정도가 너무 심한 것은 사실이다. [Splinter Cell]의 '음파탐지고글'과 다를바 없다.

- 스토리 전개가 매우 흥미로워서 게임 플레이가 심심했던 것을 상쇄시킬 수 있었다. 다만 극후반부의 스토리 전개가 '필자 개인적으로는' 꽤나 급작스럽고 뜬금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기존의 [Tomb Raider]시리즈도 유물/유적과 관련된 비현실적인 내용이 주가 되지만 본작에서는 너무 급작스럽게 비현실적인 요소를 등장시켜서 황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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