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Dead Rising 3 

장르 : 액션

제작사 :  Capcom

플랫폼 : X-box ONE,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Dead Rising 3]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좀비 학살’이라 할 수 있다. 좀비가 창궐한 고립된 도시 안에서 주인공 혼자 힘으로, 온갖 방법을 동원해, 수많은 좀비들을 쓰러뜨리는 모습은 마치 ‘무쌍류’ 게임을 연상케 한다. 이 같은 특징은 일 대 다수의 상황을 극복하는 재미를 줄 수 있지만 다수의 좀비를 사냥하고 레벨업을 하는 단순한 패턴의 반복으로 인해 지루함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Dead Rising 3]의 공간 구성이 오픈월드(Open World)이기에 ‘좀비 학살’ 이외의 즐길거리가 부족할 경우 작품 내 공간이 텅 비어있는 느낌을 줄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좀비와의 반복적 싸움의 지루함을 해소시켜줄(또는 시기를 늦춰줄) 요소들이 반드시 필요하며, 오픈월드에서 플레이어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컨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요소들과 선택지를 얼마나 효과적이고 적절하게 배치하느냐가 작품을 완성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된다.

‘좀비 학살’이 처음에는 재미있을지 언정 시간이 흐를수록 지루해질 수 밖에 없다

‘좀비 학살’이라는 핵심컨텐츠가 시간이 지날수록 지루해지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일반적으로 잘 죽지 않는 좀비의 이미지와 달리 [Dead Rising]의 좀비들은 쉽게 죽는다.(전작의 경우 좀비가 세발자전거에 치여도 죽는다) 게다가 움직임이 매우 굼뜨고 공격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수의 좀비가 아니라면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 이처럼 좀비의 존재 자체가 큰 위협이 되지 않은 상황에 좀비와의 싸움은 마치 마네킹과 싸우는 듯한 느낌을 주며, 이 과정을 거듭하여 경험치를 얻고 레벨을 올려야 한다면 자연스럽게 게임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앞선 상황과 반대로 좀비가 과도하게 밀집된 공간에서는 조금 이야기가 달라진다. 밀집된 좀비를 상대하는 것은 바늘로 바위를 깨뜨리는 것 마냥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며 시원하게 좀비를 때려잡던 상황과 달리 매우 답답한 상황을 만들게된다. 즉, 좀비 사냥이라는 반복적 행동 수행은 ‘지루함’을 유발하며, 간혹 지나치게 많은 좀비들을 조우할 경우 좀비 사냥이 어려워지는 ‘답답함'까지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지루함과 답답함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창의적’인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

지루함과 답답함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Dead Rising 3]는 다양한 도구들을 조합해 만든 기발한 무기들을 제공하고 있다. 도구 조합 이전에는 소수의 좀비만을 상대할 수 있지만 도구를 조합할 경우 매우 강력한 무기로 재탄생하게 되어 다수의 좀비들도 너끈히 상대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단순히 도구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무기가 강력한 무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성이 넘치다 못해 말도 안되는 형태와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특한 외형과 기능을 보유한 무기들은 플레이어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며, 백여 가지에 가까운 조합무기의 존재는 새로운 조합 무기에 대한 기대감을 유발해 게임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매우 적절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오픈월드(Open World)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충분한 양의 컨텐츠를 담고 있다

좀비를 사냥하고 다양한 무기를 조합하는 컨텐츠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임무들과 도시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사고를 알 수 있는 보조 임무들도 존재한다. 게임을 구성하는 공간이 오픈월드이기 때문에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선택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가 필요하다. 본작에서는 이를 충분히 담아내고 있는데 무엇보다 추가적인 컨텐츠들이 좀비사냥이 아닌 다양한 임무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게임을 조금 더 다채롭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창의적인 무기와 마찬가지로 ‘좀비 학살’에 대한 지루함을 덜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좀비를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좀비 사냥에 대한 동기부여 기능도 하고 있다.

도시 내에 남겨진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무시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면 게임 내 다양한 보조임무들이 게임을 지속시켜주는 장치가 될지 언정 보조임무를 수행해야할 동기를 주는 요소는 없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보조 임무가 존재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소량의 경험치와 조합설계도에 그친다. 경험치와 조합설계도는 굳이 보조임무를 수행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으며, 게임 특성상 일정 레벨 이상을 요구하는 구간이 있지 않으며 조합무기의 습득 정도가 게임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보조임무를 수행함으로써 도시 내에 남겨진 인물들의 정신나간 이야기를 즐길 수 있겠지만, 보조임무에 담긴 이야기를 ‘궁금해하지 않는 이상’ 보조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동기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지나치게 여유로운 시간 - 매우 긴박한 내용의 메인스토리와는 다소 상반된다

전작보다 배로 늘어난 제한 시간 역시 문제가 된다. 작중 메인스토리는 도시가 폭격 당하기 전까지 도시를 탈출하기 위한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도시를 탈출하기 위한 준비 과정은 시간에 쫒기는 듯이 매우 긴박하게 전개가 된다. 하지만 스토리의 긴박한 전개와는 달리 게임 내 제한시간은 상당히 여유가 있다. 더욱이 메인스토리만을 따라 게임을 진행할 경우 제한시간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아 게임을 완료할 수 있기에 긴박한 내용의 메인스토리와는 상반된 전개가 이어진다. 이 같은 상황은 게임 플레이에 대한 긴장감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스토리 전개에 대한 몰입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메인스토리 이외의 서브스토리(보조임무)를 즐겨보라는 의도에서 시간을 넉넉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라 볼 수 있지만 앞서 언급한 보조임무의 수행의 동기불충분 문제와 더불어 게임을 더욱 긴장감 없이 진행하도록 만들게 된다. 메인스토리를 진행하는 중에 ‘OO가 OO할 때까지 주위를 탐색하시오’라는 임무가 몇 번에 걸쳐 나타나는 것을 볼때 보조임무들은 남는 시간 동안 재미삼아 진행해보는 컨텐츠로서 배치되어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차라리 보조임무를 수행할 경우 경험치나 조합설계도가 아닌 독특한 보상을 제공하거나, 임무 수행 여부에 따라 도시 내부에 변화가 발생, 또는 스토리 전개에 작은 분기점이 발생하도록 만들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다양한 보조임무들이 ‘비필수’가 아닌 ‘반필수’가 될 수 있게 하여 빡빡한 제한 시간 동안 긴박감을 느끼며 게임을 진행하게 만들었다면 다양한 컨텐츠의 소비유도, 늘어난 제한 시간과 오픈월드 공간의 효과적인 활용, 충분한 긴장감 제공 등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정신이 나간듯이 익살스러운 컨텐츠들일지라도 소비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Dead Rising 3]에 담긴 컨텐츠들은 분명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맞다. 좀비들이 둘러 쌓인 긴박한 상황에서 말도 안되는 무기를 이용해 좀비들과 싸워나가는 사람들의 모습, 좀비가 창궐한 세상에 제정신이 아닌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등 많은 즐길거리가 있다. 하지만 모든 컨텐츠를 소비하기에는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보상과 장치가 미비하다. 그러다보니 메인스토리만 따라가면 되는 상황이 발생하며, 보조임무는 거의 활용하지 않는 극단적인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오픈월드라는 공간 특성에 맞게 플레이어에게 자유도를 높여 준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단순히 선택사항을 나열만 해놓아서는 안된다. 다양한 컨텐츠/선택사항을 제공하되 그것을 충분히 소비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게임이 놀이공간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고, 놀이에 따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테니 말이다.

못다한 이야기

- 게임 내에 재미있는 요소들은 상당히 많은데, 그 중 '성인코미디'에서 나올법한 요소들도 다수 등장한다. '수퍼 안마기'나 '욕정의 화염방사기'가 대표적인 예. 물론 성인용 게임이기 때문에 문제되는 부분은 없다.

- 스토리에서 아쉬운 부분이 더 있다면 주인공이 지나치게 '순둥이'라는 점. 온갖 심부름을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하거나 위협을 가해도 크게 감정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가끔은 굉장히 바보같아 보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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