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Armello

장르 : 보드, 카드, RPG

제작사 : League of Geeks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게임의 발달사를 따라가보면 다양한 형태의 게임을 만날 수 있다. PC를 이용한 게임부터 시작하여, 양손에 쥘 수 있는 크기의 휴대용 게임, TV에 연결해 즐기는 콘솔 게임, 오락실에서만 즐길 수 있었던 아케이드 게임 등 매우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것들은 우리가 ‘게임’이라고 하면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형태이며, 소위 전자오락(Electronic Game Video Game)이라 불리는 게임의 한 종류다. ‘게임=전자오락’이라고 인식하게 된 것은 ‘게임’이라는 용어가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자오락의 대중화 이후로 ‘게임’라는 단어가 전자오락을 통칭하는 다소 축소된 의미로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자오락의 형태가 아닌 ‘게임’이라 불릴 만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바로 전자오락의 등장 시기에서 좀 더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만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게임인 보드게임(Board Game)이다.

보드게임 - 전자오락이 나오기 이전에는 물리적인 도구를 이용해 게임을 즐겼다

보드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물리적인 도구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장기, 바둑도 보드게임의 일종이라 볼 수 있으며, 국내에서 오랫 동안 사랑 받아왔던 [부루마불], 그리고 사람들 간의 대화를 통해 진행되는 TRPG(Table-talk Role Playing Game) 역시 보드게임에 해당된다. 이처럼 보드게임은 전자오락이 등장하기 전부터 존재했으며, 전자오락보다 더 긴 시간을 게임으로서 역할을 해왔을 뿐만 아니라, 전자오락의 개발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놀이’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할리갈리, 젠가 등도 보드게임에 속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의외로 우리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게임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전자오락의 발달로 물리적인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전자오락의 대중화와 함께 보드게임은 게임의 한가지 ‘형태’임과 동시에 전자오락의 ‘장르’로 편입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물리적인 도구가 존재하는 기존의 보드게임들 외에도 전자오락의 한 장르로서 보드게임도 만들어지게 되었다.

[Armello]는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영웅들의 여정을 그린 보드게임이다

[Armello] 역시 전자오락의 형태로 만들어진 보드게임 중 하나다. 물리적인 도구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보드게임의 대표적인 도구인 카드, 주사위, 보드(또는 말판), 그리고 말(고유명사 - 고누나 윷놀이 따위를 할 때 말판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옮기는 패)을 게임 내에 포함하고 있으며, 게임 진행에 중요한 도구로 활용하게 만듦으로써 본작이 보드게임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차례를 돌아가며 진행하는 게임 진행 방식과 카드 뽑기, 주사위 굴리기 같은 확률 요소를 이용한 게임의 진행도 보드게임의 형태와 일치 한다.  

보드게임에 RPG 특성을 집어 넣음으로써 [Armello]만의 개성을 만들어낸다

독특한 점이 있다면 보드게임에 RPG 요소가 첨가되면서 플레이어가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즉, ‘영웅들의 여정’이 정해진 이야기에 따라가는 것이 아닐 플레이어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는 플레이어들 간의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보드게임인 TRPG(Table-talk Role Playing Game)의 특성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보드게임의 특성상 전자오락이 보여주는 그림이나 영상을 통한 스토리 전개는 불가능하며, 선택지가 제공하는 짧은 문장의 사건/사고들 뿐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단편적인 이야기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이야기를 플레이어가 머릿속에 그려나갈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주고 있으며, 플레이어 스스로가 머리 속으로 그려나가는 방법이야말로 보드게임의 스토리를 풀어나가는(또는 즐기는) 진정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RPG 요소가 만들어내는 또 다른 특징은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영웅의 능력치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Armello]는 영웅들의 능력치를 전투력/신체/정신/지혜로 나뉘며, 각 능력치는 주사위 개수(전투력), 생명력(신체), 마력회복량(정신), 최대 카드 보유량(지혜)에 대응한다. 네 가지 능력치 이 외에도 왕의 신임을 얻는 정도인 ‘명성’과 영웅의 타락한 정도를 보여주는 ‘부패’도 존재한다. 이러한 능력치들 카드의 사용과 그에 따른 전략수입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입맛에 따라 성장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다양한 카드의 종류는 전략의 풍부함 외에도 시각적 매력도 이끌어 내고 있다

본작에서 주목 해야할 또 다른 하나는 바로 보드게임의 도구로 활용되는 ‘카드’다. [Armello]의 카드는 단발성 효과에 그치는 보너스 개념이 아니라 게임을 진행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열쇠가 된다. 카드의 종류가 다양한만큼 카드별로 지불해야하는 대가(통칭 코스트)도 여러 종류로 설정되어 있는데, 카드 사용의 대가를 지불하기 위한 자원보유량은 영웅의 능력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영웅의 성장수준에 따라 카드의 활용 방향이 결정된다. 쉽게 말하면 영웅의 능력치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카드의 범위가 정해진다는 것이며, 이에 따라 [Armello]의 카드는 영웅의 성장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게임의 전략 수립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보드게임이지만 전자오락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활용하여 카드를 좀 더 매력적 도구로 만들어내고 있다. 각 카드들은 어느 정도 통일된 디자인을 가지고 있지만 각 카드별로 일러스트를 그린 디자이너들이 모두 다르며, 카드마다 디자이너들의 이름과  사인(signature, 서명)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카드의 그림에 움직이는 효과를 줌으로써 카드의 효과를 좀 더 실감나고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게 만들어두었다.(카드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드갤러리’도 존재하며 카드 일러스트에 많은 공을 들였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승리를 위해서 어느정도 ‘운’이 필요하지만 승리조건 간에 불균형이 존재한다

[Armello]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법은 총 네가지가 있는데, 첫째, 왕과 직접 전투를 벌여 왕을 살해하는 방법, 둘째, 영혼석을 모아 타락한 왕을 정화하는 방법, 셋째, 왕을 도와 명성을 높여 왕위를 물려받는 방법, 넷째, 왕보다 더 깊은 타락 상태에 빠져 왕을 굴복시키는 방법이 있다. 이 네가지 방법들은 전략과 게임의 진행 방향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각 승리 조건을 만족시키기까지 난이도의 차이가 존재하기에 승리 조건 사이의 유불리를 발생시키기도 된다. 특히 부패 승리의 경우 ‘왕보다 더 높은 부패 레벨’인 상태에서 ‘왕을 직접 살해’해야한다는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해야하므로 난이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초반에 부패 레벨을 어느 정도 높히지 못하면 사실상 부패 승리는 실패했다고 봐야한다. 또한 정해진 턴 횟수 안에 게임이 끝나기 때문에 게임 중반에 전략을 바꾸기가 어렵다는 문제점도 있는데, 부패 승리 전략이 초반에 실패하여 중간에 방향을 바꿀 경우 게임에서 승리할 확률이 매우 희박해진다. 반대로 명성 승리의 경우 전투를 최대한 피하고 퀘스트와 카드의 효과로 명성을 쌓아가며 소극적으로 게임을 진행하더라도 ‘왕이 자연사하거나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사망할 경우’ 승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길 확률이 높다.

타락한 왕을 쓰러뜨리고 [Armello]의 왕좌를 차지할 자는 누구인가

승리 조건 간의 유불리가 발생하는 부분은 조금 아쉽지만 다양한 전략, 매력적인 디자인, RPG요소의 가미 등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진 보드게임인 것은 분명하다. 전자오락의 하위 장르로 만들어진 보드게임이지만, 보드게임의 느낌을 잘 살려놓으면서 전자오락에서만 구현 가능한 것들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어느 정도 ‘확률’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플레이어의 전략에 따라 게임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균형을 잡고 있다. 물론 ‘타락한 왕을 쓰러뜨리고 왕좌를 차지하는 영웅들의 여정’이라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게임의 시작-과정-전략-승리까지 통일성을 부여하여 게임의 색깔을 뚜렷히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못다한 이야기

- 전략적 다양성을 위한 요소로 '캐릭터의 고유 능력'도 있다. 캐릭터의 능력에 따라 유리하고 불리한 전략이 어느 정도 정해져있어서 캐릭터에 특성에 맞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땜장이 바나비'의 경우 아이템과 관련된 고유 능력이 있어서 장착 아이템에 대한 활용도는 매우 높지만 낮은 정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법 카드 활용도는 매우 떨어진다.

- 전자오락이라는 점을 활용한 또 다른 부분은 NPC의 존재다. '왕의 경비병'과 '베인'이라는 몬스터는 무작위로 플레이어를 공격하며 이에 따른 변수가 상당히 자주 발생한다. 물론 '왕의 경비병'과 '베인'을 이용하여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가능하다.

- 스토리 전개 측면에서는 '영웅 일지'라는 것이 존재한다. 플레이어가 스스로 스토리를 정리하지 않더라도 게임 내에서 자동으로 영웅의 발자취를 기록해준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Evoland 2

장르 : RPG, 어드벤쳐

제작사 : Shiro Games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초기작 [Evoland]는 게임을 진행할 수록 2D에서 3D로 그래픽이 변하는 컨셉으로 만들어진 매우 독특한 게임이었다. 다만 짧은 제작기간 탓에 스토리, 인물 등 이야기 부분에서 매력이 부족했고, 게임성도 다소 아쉬운 상태로 발매되어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게임에서 다양한 그래픽을 보여준다는 점은 상당히 신선한 시도였으며, 후속작 [Evoland 2] 역시 ‘그래픽의 변화’라는 핵심 컨셉은 그대로 유지한채 발매가 되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많았던 전작이었기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했는데, [Evoland 2]는 ‘그래픽의 변화’를 좀 더 창의적으로 활용을 했고, 다양한 부분에서 적재적소에 사용함으로써 상당히 흥미로운 모습을 가진 작품으로 완성해냈다.

본작에서는 [그래픽 = 년도/시대]라는 독특한 표현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초기작 [Evoland]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2D에서 3D로 그래픽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2D → 3D’의 단방향 변화만을 보였기 때문에 다소 단조로운 느낌이 있었다. 물론 그래픽의 변화 자체가 매우 신선한 요소이며, 게임 후반부에 그래픽 변화를 활용한 퍼즐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그 비중이 매우 적어서 단조로움을 탈피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Evoland 2]에서는 ‘그래픽의 변화’에 ‘년도/시대’라는 요소를 더해 단조로움을 탈피하고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본작의 주요 스토리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역사를 바꾸는 모험담’으로 게임을 진행하면서 각기 다른 시대를 오고 가는 경우가 잦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다른 시대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그래픽의 변화’를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작이 보여준 ‘그래픽 변화를 통한 참신함’을 유지함과 동시에 ‘시간을 넘나든다’는 게임의 중심 소재를 아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또한 각기 다른 시대를 오고감에 따라 3D에서 2D로 넘어가기도 하고, 2D에서도 해상도의 크고 작은 변화를 줌으로써 변칙적인 그래픽 변화를 통해 단조로움을 탈피하고 있다. 게다가 [그래픽 변화 = 다른 시대/년도로의 이동]을 작중 인물들도 체감한다는 대사를 포함함으로써 그래픽의 변화가 단순히 플레이어에게 보여주는 것만이 아닌 스토리의 핵심소재로 작용하고 있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다양한 그래픽의 활용을 너머 다양한 장르를 게임 속에 담고 있다

그래픽 변화만큼 신기한 점이 또 하나가 있는데, 바로 ‘장르의 변화’다. [Evoland 2]의 기본 장르는 RPG/어드벤처이지만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다양한 장르로 게임 구성이 변화된다. 물론 전작에도 장르의 변화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몇 가지 게임을 흉내내는 정도에서 그쳤고 짜임새가 다소 부족해 아쉬움이 많았다. 반면 본작에서는 작품 내에 포함된 장르의 종류만 보더라도 전작에 비해 매우 다양하고, 단순히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컨셉에 맞게 각 장르의 색깔을 잘 녹여내고 있다.

다만 지나치게 많은 장르를 포함하고, 다소 중구난방한 장르 배치로 인해 게임의 짜임새가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예상이라도 한듯 장르의 변화는 스토리 진행, 환경 변화, 보스스테이지 진입 등에 맞춰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도록 시기를 잘 설정해두었다. 게다가 성격이 크게 다른 장르로 변화하는 경우가 잦음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진행 상황에 가장 알맞은 장르로 구성해두었기 때문에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 (가령 비행체를 이용하게되는 스토리가 전개되는 경우 슈팅게임으로 장르가 바뀐다) 이처럼 다양한 장르가 동시에 존재하면서도 짜임새를 제대로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에서 느낄 수 있는 여러가지 즐거움을 거부감 없이 만끽할 수 있다. 여기에 앞서 언급했던 [Evoland]의 핵심 컨셉인 ‘그래픽 변화’까지 곁들어지면서 특정 장르의 고전 게임의 재현하거나 유명 작품을 오마주하면서 다양한 장르 변화 그 이상의 신선한 경험을 선사해준다.

수 많은 까메오 - 어떤 작품에서 나오는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겠는가?

그래픽 변화와 다양한 장르만으로도 게이머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지만, [Evoland 2]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다른 작품의 캐릭터들을 출연(까메오)시키기까지 한다. 그리고 까메오들의 탄생년도는 1980년대부터 2014년까지 게임 역사를 훑어볼 정도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는데, 이는 올드게이머부터 비교적 어린 게이머들까지 모두 끌어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까메오들의 배치도 원작의 장르/그래픽을 고려하여 그에 맞게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몇 가지 예로, [Tomb Raider]의 ‘라라 크로프트’는 원작처럼 숨겨진 ‘유적지’에서 ‘3D’로 만날 수 있고, ‘마리오’, ‘류’, ‘봄버맨’ 등 어느정도 시대가 저문 게임의 주인공들은 ‘도트그래픽’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이같은 까메오의 배치는 기존 작품들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다소 많다고 느껴지는 까메오들의 등장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납득이 되며 까메오를 발견하는 매 순간은 소소한 즐거움으로 다가 온다.

시간을 초월해 만난 네 명의 주인공의 이야기는 충분히 풍성하다.

핵심 컨셉인 ‘그래픽 변화’를 충분히 활용하였고, 다양한 장르까지 더해지면서 볼거리와 즐길거리는 충분히 포함되었다. 그렇다면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는 어떨까? 초기작 [Evoland]의 문제점 중 하나는 ‘지나치게 짧고 어디서 본듯한 뻔한 이야기 흐름’인데, [Evoland 2]는 그것을 완전히 극복해냈다. 게임의 중심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역사를 바꾸는 모험담’이라는 주제에 맞게, 서로 다른 시간대의 인물들이 한 명씩 모이듯 차근차근 전개가 된다. 그리고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역사를 바꾼다는 메인 스토리 아래에 각 인물들과 관련된 서브 스토리를 충분히 풀어내고 있기에 이야기의 분량도 충분히 확보되어 있다. 무엇보다 시간을 거스르는 게임의 소재는 이야기 전개 과정 중에 도달하게 되는 다양한 시대/년도에 발생한 사건들을 플레이어가 직접 정리/이해/해석 할 수 있는 감상의 여지를 주기도 한다. 그 외에도 전작에 비해 개성있고 색깔이 뚜렷한 캐릭터의 등장으로 스토리의 재미를 더욱 살려주고 있기에 전작이 가진 한계를 분명하게 해결 해냈다고 볼 수 있다.

자! 당신은 이제 역사를 뒤바꿀 준비가 되었는가?

[Evoland 2]의 가장 큰 성취는 ‘전작이 가진 한계와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냈다는 점이다. 부실한 스토리, 개성없는 캐릭터, 부족한 게임성 등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그래픽 변화’라는 핵심 소재는 그대로 유지한 채 문제를 해결해냈기 때문에 완성도 높은 후속작을 만들어냈다는 성취와 더불어 ‘시리즈 고유의 색깔’을 확고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Evoland 2]는 그래픽 변화가 주는 신선한 경험, 다양한 장르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재미, 그리고 까메오들의 등장으로 인해 떠오르는 추억 등 여러 가지 즐길거리를 담은 게임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시간을 거스르는 것은 [Evoland]의 주인공들만이 아니다. 당신도 이 작품을 통해 시간을 거스를 수 있다. 과거와 현재의 그래픽/장르/인물을 모두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함께 시간을 거스르는 모험을 떠나보자!

못다한 이야기

-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는 것은 '여러 장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지만 불가피하게 '특정 장르에 대한 깊이가 부족한 게임'이 될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을 동반한다. 그래서 특정 장르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게이머들에게는 그리 만족스러운 작품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 다만 장르의 혼합, 다른 작품의 패러디와 오마주가 난무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가 혼재되어 있더라도 크게 어긋남이 없다. 다양한 장르의 '미니게임' 정도로 생각하면 무난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 이번 리뷰에서 사용된 사진 중 일부 파트는 필자가 직접 캡처한 사진이다. 특히 '까메오' 파트의 사진은 위의 6장 외에도 몇 장 더 있는데, 아마 게임에 대한 내공이 많은 사람이라면 필자보다 더 많은 까메오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Child of Light

장르 : RPG

제작사 : Ubisoft

플랫폼 : PC, X-box 360, X-box One, PS3, PS4, Wii U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게임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여기서 말하는 다양한 모습이란 단순히 장르로서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형태의 창작물로서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은 하나의 소설이 될 수 있으며, 한 편의 영화가 될 수 있고, 현실을 간접체험할 수 있는 가상공간이 될 수도 있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놀이도구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게임은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으며, 새로운 형태를 보여줄 가능성은 또한 무궁무진하다. 그렇다면 게임이 ‘동화’의 형태를 가진다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다양한 이미지가 그려지겠지만 ‘동화 같은 게임’을 말한다면 오늘 이야기할 [Child of Light]가 가장 적합한 작품이 될 것이다.

기존 RPG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전통적인 턴제 전투 방식이다

동화 이전에 게임의 장르로서 본작을 바라본다면, [Child of Light]는 매우 전통적인 RPG의 색깔을 띠고 있다. RPG가 주류 장르이던 시절에도 단순 턴제 전투 방식이 아닌 3차원 공간에서의 지형, 위치 등을 이용한 전략적 전투가 가능한, 조금 더 발전된 형태의 전투 방식이 존재했다. 그러나 본작에서는 그러한 부분들을 완전히 배제하고 가장 기본적인 턴제 전투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타임라인(time line)을 이용하는 부분인데 타임라인에 표기된 적과 아군의 아이콘을 통해 행동타이밍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하여 전략적인 전투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적군의 공격타이밍을 늦추거나 아군의 공격타이밍을 앞당길 수 있으며, 기술시전 중에 공격을 가해 시전을 취소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전통적인 턴제 전투 방식에 ‘시간’이라는 개념을 보태 기존 턴제 전투 방식의 단순함을 해소하고 전략적인 요소를 끌어올리려고 한 의도로 보인다. 만약 타임라인이 도입되지 않은 단순 턴제 전투였다면 전략적인 요소가 부족함과 동시에 게임이 지루하게 느껴졌을 수 있으며, 고전적인 턴제 전투라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을 수도 있다.

전투 방식 외에도 캐릭터들간 역할(Role)이 매우 분명하다는 점도 전통적인 RPG와 일맥상통하다. 가장 무난하고 어떤 상황에도 어울리는 오로라(표준), 물리공격과 체력은 약하지만 강력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핀(마법사), 적의 공격으로부터 아군을 보호해주는 오엔구스(탱커), 상태이상을 치료하고 아군을 회복하는 루벨라(힐러), 다양한 버프를 걸어주는 트리스티스(버퍼) 등 다양한 역할이 존재하며, 자신의 취향에 맞게 캐릭터를 활용하여 전략적인 전투가 가능하다. 

수채화풍의 그래픽을 통해 게임을 동화처럼 표현해냈다

본작의 가장 큰 특징은 게임 내내 볼 수 있는 수채화풍의 그래픽이다. 최신 게임들이 3D의 화려하고 정교한 그래픽이 주를 이룬 것을 생각해보면 [Child of Light]가 2D 형태의 수채화풍으로 표현한 것은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의도는 본작을 ‘한 편의 동화’처럼 만들기 위한 것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게임 전반에 걸친 수채화풍의 그래픽은 화려하지 않으나 은은한 느낌을 주고 있으며 동화책에 실린 삽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그와 동시에 필요에 따라 먹물로 그린듯한 거친 질감의 배경을 보여주기도 하고, 물감이 번지는 효과를 활용하고 있다. 그 외에도 게임 내 인물들은 배경과 결합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배경 층과 캐릭터 층을 따로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고정된 배경을 두고 종이인형들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종이인형극’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수채화풍의 그래픽과 종이인형극을 연상시키는 캐릭터들을 통해 게임을 동화처럼 표현하고 있다.

게임 전체 이야기의 흐름도 전형적인 동화적 구성을 띠고 있다

스토리 역시 동화적인 구성을 가지는데, 동화의 대표적인 교훈인 ‘권선징악’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또한 여정이 지속됨에 따라 각자의 사연을 가진 인물들을 만나 그들을 도와주고 동료가 되는, 다소 뻔한 구성 역시 포함되어 있다. (필자는 ‘오즈의 마법사’가 연상되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스토리 전개와 결말이 어느 정도 예상이 된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게임의 주된 컨셉이 ‘동화’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오히려 적절한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게임의 모든 곳에서 동화 같은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게임을 ‘동화’처럼 만들어 낸 것은 굉장히 신선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기존에 존재했던 전통적인 턴제 RPG, 트렌드(trend, 유행)에 맞지 않는 수채화풍의 2D 그래픽, 동화처럼 매우 뻔한 이야기 구성 등 게이머들의 관심이 떨어질 수 있는 요소들로 게임을 만드는 것은 어쩌면 큰 도전이었을지도 모른다. 특히 RPG 장르, 2D 그래픽, 동화적 구성의 이야기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부분임을 생각해보면 그 위험성을 더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hild of Light]가 대단한 작품인 이유는, ‘동화 같은 게임’이라는 컨셉에 맞는 요소들을 적절히 결합하는데 성공하였으며 결과적으로 ‘한 편의 동화’를 연상케하는 참신한 게임으로 탄생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본작이 가지고 있는 게임 특성상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다. 하지만 눈으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수채화와 귀로 들을 수 있는 동화가 있기에 호불호만으로 [Child of Light]를 평가하기에는 아까운 작품임이 분명하다.   

못다한 이야기

- 사운드에 대한 언급을 하지 못했는데 배경음악 역시 동화적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울리는데,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작품 내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 예측가능한 이야기 구성이긴 하나 여정이 끝날때까지 만나는 인물들과의 다양한 사건들이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동료들은 단순히 주인공을 돕기 위해 여정을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목적과 사연이 있으며, 그에 따라 서브퀘스트들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 게임의 엔딩을 보면 [Child of Light] 자체가 동화로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날아라 슈퍼보드 ‘환상서유기’

장르 : RPG, 어드벤처

제작사 : 하나소프트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4년 10월 8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4월 18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지금 한국의 게임시장은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이며 게임을 즐기는 플랫폼의 변화로 인해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은 자연스러운 변화보다는 패키지 게임 시장의 몰락으로 인한 대안으로 등장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한국도 한 때는 패키지 게임이 게임시장의 주류를 차지하던 시기가 있었다. 불과 그 시기가 매우 짧지만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명작이라고 평가받는 게임들이 적지 않았으며, 여전히 많은 이들이 '이런 게임이 한국에서 만들어지다니'라는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하나하나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게임을 즐겨온 이들이라면 머리 속에 떠오르는 그 게임이 정답일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다시피 국산 패키지 게임의 황금기는 매우 짧았으며, 불법 다운로드, 덤핑CD의 만연, IMF 등 여러 요인들에 인해 한국 패키지 게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짧은 황금기의 막바지에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려던 게임이 있었으니 바로 오늘 소개할 [날아라 슈퍼보드 환상서유기]다.

허영만 화백의 원작만화 '날아라 슈퍼보드'

본 작품을 이야기하기 전, 게임의 바탕이 되는 만화 '날아라 슈퍼보드'에 대해 잠깐 알아보도록 하자. '날아라 슈퍼보드'는 중국의 3대 소설 중 하나인 '서유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졌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만화가 허영만 화백의 작품이다. 허영만 화백의 작품은 슈퍼보드 뿐만 아니라 '각시탈’, '식객’, '타짜’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작품들도 많다. 허영만 화백의 작품들은 드라마와 영화로 재탄생하면서 많은 인기를 끌었는데, 슈퍼보드도 그에 못지 않은 인기를 끌었다. '날아라 슈퍼보드’는 TV 방영 당시 주간 시청률이 42.8%를 기록하였고,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에 힘 입어 2002년까지 5기에 걸쳐 후속작이 이어져왔으며 마지막화 방영 당시에는 52%의 시청률을 찍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환상서유기는 초기의 슈퍼보드를 차용하여 만들어졌으며 그에 따라 미스터 손(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삼장법사는 초기 모델과 동일하게 디자인되어 있다.(주인공 4인과 삼장법사의 벤츠는 동일한 디자인이다.) 그러나 원작 만화를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적지 않은 변화를 주기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삼장법사의 성격변화다. 원작의 삼장법사는 육체적으로 나약한 일행일 뿐이지만 환상서유기에서는 '최강이 격투가가 되기 위해 비구니가 된 승려'다.(게임 속 표현을 빌리자면 호모 땡중) 또한 일개 도적에 불과했던 저팔계가 도적단의 두목으로 등장한다거나, 엉뚱한 이유로 인해 닌자들만의 비기를 배우게 되는 사오정이 게임 내에서 굉장한 활약을 보이는 모습 등은 원작과는 큰 차이를 보이며 색다른 느낌을 주기도 한다.

플레이어블 캐릭터 中 삼장법사(좌), 복면남자(중), 미로(우)

원작 만화을 적절히 변형하면서도 게임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요소들도 많이 있다. 옥황상제, 우마왕 등 만화가 아닌 원작 '서유기'에서 등장하는 인물들 뿐만 아니라, 옥황상제의 딸 미로, 복면남자이자 천계 대장군인 디트리히, 저팔계의 옛 동료이자 용병인 푸산 등 게임 속의 오리지널 캐릭터도 상당 수 등장한다. 또한 게임 내 세계관도 '서유기'와 '슈퍼보드'의 것을 차용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냈다. 원작 만화를 기반으로 만들어낸 게임이기는 하나 [환상서유기]라는 부제답게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면서 게임 자체가 하나의 독립적인 작품으로 느끼기 충분하다.  즉, 등장인물과 배경 모두 원작(서유기 및 슈퍼보드)을 연상시킬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만 가져오되 나머지는 모두 새롭게 만들어냄으로써 게임 자체의 독창성을 보여주고 있다.

환상서유기 월드맵 - 세계의 크기만큼 방대한 스토리와 '떡밥'을 담고 있다.

등장인물과 배경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스토리의 전개가 환상서유기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스토리의 전개가 환상서유기를 수작이라고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일 것이다. [환상서유기]는 원작 서유기와 슈퍼보드를 차용해 만들어졌지만 독창적인 부분이 많은만큼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인물을 10명이나 되지만 각각의 인물은 게임의 전체 흐름과 연관되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10명의 인물을 사이의 관계 역시 적절히 연결되어 있다. (옛 동료, 새로운 연인, 헤어진 가족 등)  더 나아가 적, NPC 등도 주인공들과 관련지어져 게임을 진행하면서 알게 되는 인물간의 관계는 매우 복잡하면서도 흥미로워 진다. 그러는 와중에도 전체 스토리의 핵심이 되는 부분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결국은 하나의 사건으로 귀결되는 진행 방식 또한 스토리가 상당히 깔끔하게 만들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즉, 게임 전체의 큰 스토리가 있으면서 그 아래에 수많은 서브 스토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서브 스토리가 많은 만큼 게임 내에 뿌려진 '떡밥'이 상당히 많다. 이는 게임을 즐긴 뒤에 유저들이 게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여지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그 떡밥들은 [환성서유기]의 비극을 상징하기도 한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환상서유기]는 IMF로 인해 미완성된 채로 발매된 게임이다. 게임의 진행으로는 스토리의 완결을 볼 수 있지만 게임 내에서 등장하는 떡밥들은 그냥 넘어가기에는 스토리의 전개에 중요한 부분들로 작용할 여지가 매우 크다. 그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환상서유기 전체 지도에서 1/4은 사용되지 않은채로 게임이 끝나버린다. (사용되지 않은 북쪽 섬 왼쪽 절반과 서쪽 섬 위쪽 절반은 게임 내에서는 특정 지명으로써 자주 언급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 뿐만 아니라 게임 홍보 자료에 등장하는 화면 역시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볼 수 없는 화면이기에 미완성된 게임인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NPC들과의 대화에서 게임이 급작스럽게 나왔다는 것을 대놓고 말해주는 것을 보면 IMF에 환상서유기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NPC는 게임이 시간에 쫓겨 '기형아'가 되어버렸다고 말하고 있다.

급하게 마무리 지어 발매한 게임은 게임 플레이에도 문제가 나타난다. 순차적으로 동료가 합류하게 되는 RPG의 특성상 뒤늦게 합류하는 동료일수록 레벨의 보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새로 합류한 동료의 레벨이 1부터 시작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특정 구간에서 게임의 난이도가 급격하게 상승하기도 한다.(동료의 시체를 방패삼아 게임을 진행해야하는 상황이 나오기도 한다.) 그 뿐만 아니라 게임을 진행하거나 지역을 이동하는 데 레벨의 제한이 정해져 있지 않아 특정 구간에서는 일정 레벨에 도달하지 않을 경우 보스를 이길 수 없어서 게임 진행이 중단되는 경우도 종종있다. 이에 더해 심한 경우 아이템의 구입이나 되돌아 가는 것이 불가능한 구간도 있어서 같은 구간을 실패, 반복하다가 아예 처음부터 게임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캐릭터 간 밸런스 문제라던가 과도한 난이도의 퍼즐은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는 게임을 완성한 뒤 이루어져야 할 테스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세상에 나오게 된 [환상서유기]의 또 다른 비극이 아닐까 싶다.


주인공 10인의 회동, 그리고 유명한 떡밥 중 하나인 '페어리의 가루'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려고 했지만 나비도 아닌 애벌레도 아닌 그 중간의 무엇인가로 세상에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명작이라 말하고 싶지만 어떤 이유에서라도 덮어줄 수 없는 문제들로 인해 수작에서 그친 것은 어쩔 수 없다. 아무리 IMF가 문제였다고는 하지만 게임이 가지는 단점은 분명하며, 이는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래도 환상서유기는 국산 RPG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고, 국산 명작 RPG들의 한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충분하다. 환상서유기를 즐겼던 여러 유저들은 '이 작품이 리메이크되면 참 좋을텐데…'라는 소망을 표해왔으며, 최근에 환상서유기를 접한 유저들은 '이런 게임이 국내에도 있었구나'라는 감탄하기도 한다. IMF로 인해 미완성된 채 발매된 기형아지만 모두에게 사랑받았던 게임이며,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환상서유기]만큼 우리의 가슴에 깊이 남을 작품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못다한 이야기

- 환상서유기 게임 게시판이 남아있던 시절 게임 내 산재된 떡밥들에 대한 다양한 토론을 볼 수 있었다. 떡밥이 상당히 많아 떡밥에 대한 토론과 더불어 후속작 발매를 위한 의도적 떡밥이 아닌가 기대를 보인 사람도 있었는데, 이는 회사가 망해버린 탓에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는 소리였다.

- 필자의 개인적인 소망이지만 리부트 작품으로 만들어진기를 바라는 단 하나의 작품이기도 하다.

- 전형적인 턴제 RPG인데, 체스판과 같은 형식의 전투로 전략적인 요소가 의외로 많다. 공격 방향에 따른 보너스와 패널티, 속성 공격, 특수 아이템 뿐만 아니라 지형을 이용한 전투까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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