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Bioshock Infinite

장르 : FPS

제작사 : Irrational Games

플랫폼 : PC, X-box 360, PS3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Bioshock] 시리즈는 이미 ‘명작’의 반열에 오른지 오래되었다. 단순히 하나의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동명의 타이틀을 가진 작품들이 꾸준히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초기작인 [Bioshock]는 2007년 GOTY(game of the year)를 최다 수상하였고, 후속작인 [Bioshock 2]는 전작만큼의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충분히 잘만들어진 작품이라 인정받았다. 그리고 [Bioshock]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Bioshock Infinite]는 2013년 GOTY 수상 top3에 오르면서 본 시리즈가 ‘명작’임을 증명해냈다.

그런데 ‘명작’이 탄생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임의 가장 큰 부분인 게임플레이 자체,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스토리, 플레이어의 감각을 자극하는 그래픽과 사운드 등 여러 요소들이 결합하여 명작이 탄생한다. 게임성은 훌륭하지만 스토리가 약해서 명작이 되지 못하거나 스토리와 그래픽 등 모든 면에서 우수하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명작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점에서 [Bioshock] 시리즈는 다양한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명작’의 반열에 올랐는데, 가장 주목해야할 요소는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 즉 ‘스토리’이다.

환상의 공중도시 ‘콜럼비아’ 하지만 이곳은 비정상적인 사상으로 점철되어 있다

[Bioshock] 시리즈는 각 작품별로 특정 사상에 대한 비판의식이 담겨있다. 초기작 [Bioshock]는 ‘자유의지주의(Libertarianism)’를, 후속작 [Bioshock 2]는 ‘파시즘(Fascism)’을 비판하고 있는데, 이를 게임 속 이야기에 녹여내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게 만들어 두었다. 이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즐기면서 제작자들이 플레이어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찾고 해석하는 과정, 다시 말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두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은 [Bioshock Infinite]에서도 유효한데 본작에서는 ‘국수주의(Nationalism)’와 ‘백인우월주의(White supremacy)’를 비판하고 있다.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흑인과 백인이 교제를 했다는 이유로 오락거리를 빙자한 공개처형을 하려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유색인종을 비하하거나 백색인종을 신격화하는 대사, 그리고 작중 배경이 되는 공중도시 ‘콜럼비아’가 미국에서 독립한 가장 우수한 도시이자 하나의 국가이며 지상의 인간들은 미개한 존재임을 알리는 행진 등 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작중 상황들을 통해 특정 사상에 대한 비판을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스토리에 교묘하게 녹여내고 있으며, 이를 통해 특정 사상에 대한 비판을 플레이어 스스로가 읽어낼 수 있도록 ‘해석’과 ‘감상’의 여지를 주고 있다.

주인공 ‘부커(Booker)’와 ‘엘리자베스(Elizabeth)’의 이야기만으로도 훌륭하다

사상비판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Bioshock Infinite]의 이야기 자체로도 매우 훌륭하다. “한 명의 소녀를 데리고와라.”는 의뢰를 받은 ‘부커 드윗’과 부커가 찾아서 데리고 가야할 소녀인 ‘엘리자베스 컴탁스’ 사이의 이야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거대해진다. 처음에는 소녀를 찾으러 떠다는 단순한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점차 이야기의 범위가 확장되면서 공중도시 콜럼비아의 탄생비화, 엘리자베스가 가진 능력, 독제자 컴스탁의 비밀, 의뢰인의 정체 등 다양한 요소를 가진 이야기로 변화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요소들이 게임 초중반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게임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완성하지 못하던 퍼즐이 맞춰지듯 이야기의 흐름이 정리가 된다. 이는 앞서 언급한 사상비판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게임 속 중심 이야기로서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며, 이 조차도 플레이어가 시간의 흐름, 인물의 관계, 사건의 인과 등을 정리할 여지를 주고 있다.

머리 또는 꼬리 - 게임 곳곳에 스토리와 관련된 복선들이 산재되어 있다

스토리와 관련하여 또 다른 특이점이 있다면 게임 내에 복선이 굉장히 많다는 점이다. 복선들은 작중 등장인물의 대사뿐만 아니라 인물의 외모, 구조물, 상황 등 다양한 부분에서 나타난다. 그리고 이러한 복선들은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단서가 되며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접하거나 스스로 찾아볼 수 있게 구성해두었다. 물론 스토리에 대한 복선과 단서를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본작의 중심사건을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없지만 이야기의 시작과 끝 사이에 그려진 방대한 구성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복선과 단서를 찾는 것이 어느 정도 요구가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플레이어 스스로가 작중 이야기에 더욱 깊게 빠져들게 되고, 게임을 진행하면서 여러가지 복선과 단서를 찾아내려 시도하는 몰입상태에 빠지게 된다. 특히 2회차 진행을 할 경우 어느 정도 스토리에 대한 이해가 된 상태이기에 더 많은 복선과 단서가 보이기 시작하며 스토리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지게 된다.

[Burial at Sea] - 하나의 독립된 작품이면서 이전작들과의 연결성을 가진다

본작 [Bioshock Infinite]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가 되기도 하지만 이전 작품들과 연결성 가지기도 한다. [Bioshock]와 [Bioshock 2]는 같은 세계에서 비슷한 소재로 만들어진 이야기지만 [Bioshock Infinite]는 완전히 다른 세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이야기의 후반부와 더불어 DLC [Burial at Sea]에서는 본작이 이름만 같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아니라 완전히 연결된 이야기임을 보여주고 있다. [Bioshock Infinite]의 주요 소재의 특성상 완전히 다른 두 세계를 연결지을 수 있었겠지만, 서로 다른 세계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유사한 물체나 작중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여러가지 복선과 단서들을 생각해보면 단순히 소재를 이용한 억지스러운 연결이 아닌 철저한 세계관 구성을 통한 연결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Bioshock Infinite]는 그저 게임으로 치부하기에 작품성이 대단히 뛰어나다

[Bioshock Infinite]의 이야기는 한편의 소설과 같다. 그리고 이 소설은 굉장히 짜임새가 있으며 수많은 복선과 단서를 내포하여 독자가 스스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두고 있다. 그렇기에 매번 다시 읽어더라도 새롭게 느껴지며 읽으면 읽을 수록 이야기의 깊이는 더욱 깊어진다. 여기에 게임으로서 갖춰야할 그래픽/사운드에 준수한 게임성까지 더해지면서 몰입도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본작을 단순히 ‘잘 만들어진 FPS게임’ 정도로 인식해도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본작에 담겨진 깊이 있는 이야기는 한편의 문학작품 못지 않다. 이 작품을 향유할 것인지, 아니면 게임을 하면서 지나가는 이야기로 치부할 것인지는 플레어이의 선택에 달려있다. 단순한 FPS게임으로 생각하더라도 재미있는 게임이라 느낄 수 있곘지만, 당신이 [Bioshock Infinite]의 이야기를 진정 읽어나가고자 한다면 본작은 단순한 게임이 아닌, 처음과 다른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비춰질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

- 게임의 주요 소재가 '다중차원'이기 때문에 이야기의 전개가 더욱 복잡해진다. 게임을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시간적/공간적 흐름을 정리할 수 있지만 완벽하게 인지하기는 쉬운일이 아니다. [Bioshock Infinite]의 사건을 시간적 순서로 정리해놓은 글이 상당히 많으니 찾아보는 것도 작품 이해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 각 시리즈간의 연결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이 많은 편이다. 특히 설정오류 부분에서는 유저들이 발견한 것만해도 상당히 많다.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오류'들조차도 새로운 세계관 정립을 위한 자료로 활용되는 것을 보면 플레이어들의 마음을 확실히 사로잡은 스토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제작사 측에서는 설정오류와 관련하여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거의 없다.

- 앞선 리뷰에서 거의 언급하지 않았지만 게임자체는 스토리라인에 맞춰 진행하는 평범한 FPS 게임이다. FPS가 가져야할 타격감이나 조작 측면에서는 훌륭한 편이고, 공중도시라는 컨셉에 맞게 넓은 공간 이용과 '스카이라인'이라는 구조물을 이용해 상당히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전투가 가능하다. 만약 스토리가 평범했다면 그저그런 게임으로 전락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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