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Freedom Planet

장르 : 어드벤처, 액션

제작사 : Galaxy Trail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4년 11월 28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4월 19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Freedom Planet]은 [소닉 더 헤지호그]를 상당 부분 모방한 게임이다. 필자가 게임을 시작한지 3분 만에 한 말은 “이거 완전 소닉이잖아?"였고, 엔딩을 볼 때까지 소닉에 등장하는 요소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 꽤나 많이 있음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단순히 소닉의 요소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소닉 작품 중에서도 [소닉 더 헤지호그 3]를 작정하고 모방했음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이거 완전 소닉이잖아?"라는 첫느낌은 사라지고 "이건 Freedom Planet이네!!"라고 생각하게 된다.


각 게임의 주인공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라일락, 소닉, 너클즈, 캐롤

Freedom Planet을 시작했을 때 소닉을 모방했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결정적인 요인이 있는데 그것로 바로 캐릭터이 가진 고유의 능력들이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소닉에 대응되는 라일락(보라색 용), 벽을 오르내리고 것에 능숙한 너클즈에 대응되는 캐롤(초록색 고양이)은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각각 소닉과 너클즈를 차용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달리는 중에 커서를 아래로하면 구른다거나, 점프 중 점프를 한번 더 누를 때 활공하는 등 모션까지 동일하다. 그 외에도 각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구조물이나 루트도 [소닉 더 헤지호그]에서 나온 것들이 상당히 많이 나타난다. 물론 링을 모으던 소닉처럼 보석을 모으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고, 적을 물리치면 자그마한 크리처가 도망가는 것도 소닉과 유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소닉과 같은 스피드 액션 게임이지만 난이도는 높은 편이다.

하지만 소닉의 것들을 상당 부분 많이 모방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소닉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소닉 더 헤지호그]는 빠른 게임 전개로 속도감에 초점을 두면서 간단한 패턴의 어렵지 않은 보스들이 주를 이룬다면, [Freedom Planet]은 난잡한 공격패턴과 까다로운 타격포인트를 가진 적/보스에 걸맞게 액션요소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있다. 물론 소닉처럼 속도감이 없는 게임은 아니지만 게임 내 지형구조와 시스템으로 인해 짧은 거리 내에서 빠른 이동이 이루어질 뿐 소닉처럼 시도때도없이 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지형과 패턴, 타이밍을 외우면 소닉 못지 않은 스피드 게임이 가능하다.) 적을 공격하는 방법도 소닉의 경우는 점프를 통한 롤링 어택 뿐이지만 [Freedom Planet]에서는 기본공격과 더불어 간단한 커맨드 입력을 통한 캐릭터별로 고유한 공격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난잡한 공격패턴과 까다로운 타격포인트를 가진 적/보스에 맞춰 액션 요소에 힘을 실어주는 부분이다. 결국 소닉에 비해 조금 더 세밀한 컨트롤을 요하게 되고 전반적인 난이도가 상승하게 된다.

등장 인물 하나하나 꼼꼼하게 연출해두었다.

[Freedom Planet] 자체로도 훌륭한 점이 많은데 그 모든 것은 놀라울 정도의 꼼꼼하고 세밀한 표현에 있다. 도트그래픽임에도 불구하고 명암처리나 굴곡표현, 광표현 등이 훌륭하게 만들어져 있으며, 각 캐릭터의 미세한 움직임과 표정까지 디테일한 부분들도 빠짐없이 표현해두었다. 사운드의 경우 엑스트라 캐릭터를 포함하여 모든 캐릭터의 대사가 더빙되어 있고, 효과음도 빠짐없이 담아두었다. 특히 성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를 통해 캐릭터의 목소리에서 감정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장소에 따른 배경음도 모두 다르게 설정함으로써 다양한 BGM을 게임 내에 담아내고 있다. 그에 따라 스테이지 사이에 볼 수 있는 스토리는 상당히 긴 시간에 걸쳐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의 표정, 대사, 행동 등의 세밀함으로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다.


최종보스 Brevon - 소닉의 '닥터 에그만'과는 비교도 못할 포스를 보여준다.

잘 만든 게임이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다. 게임 자체의 볼륨은 크지 않은데 그에 비해 스토리를 풍부하게 만드려다보니 스토리의 전개는 탄탄하지 못하다. 무엇보다 인과관계가 부족한 부분이 종종 나타나며, 일부 인물들의 갑작스러운 태도의 변화는 간혹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오해, 배신, 세뇌, 음모, 이중첩자, 출생의 비밀 등 다루기 복잡한 요소들이 들어있는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으리라 본다.) 스테이지별 난이도도 조정도 필요해보이는데, 특정 구간이 과도하게 어려운 경우도 있을 뿐만 아니라 최종보스의 경우 이전 스테이지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어렵다. 최종보스가 어려운 것은 당연하지만 스테이지를 거치는 과정에서 점진적인 난이도 향상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닐 뿐더러 불균형한 난이도 상승수준과 최종보스에서의 급작스러운 난이도 상승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Freedom Planet 아트워크

소닉을 모방해 만들기 시작했지만 소닉에는 없었던 스토리 전개, 캐릭터의 독특한 능력, 높은 난이도 등을 더한 뒤 꼼꼼하게 세밀하게 표현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소닉의 속도감을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소닉과는 분명하게 다른 재미를 주고 있으며, 본 게임을 즐겨본 게이머라면 단순한 모방이 아닌 소닉에 대한 오마주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인상적인 부분이 많은만큼 아쉬운 부분도 존재하지만 후속작에 대한 기대가 생길만큼 잘만들어진 작품임은 분명하다. 소닉 시리즈를 즐겼던 분이라면 강력하게 추천한다.(난이도와 OST는 덤)

못다한 이야기

- 소닉을 모방한 게임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Lilac과 Carol을 그린 사람이 애초에 소닉을 보고 모방해서 만든 캐릭터라고 밝혔다. 결정적으로 초기의 Lilac은 용이 아닌 고슴도치였다는 사실! 그 외에도 Lilac the Dragon / Carol the Wildcat / Milla the Hound 라는 명칭만 봐도 소닉을 흉내냈다는 것을 다시금 알 수 있다.

- 처음부터 게임 제작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들은 아니었다고 한다. 소닉의 팬이었던 사람의 그림을 게임 제작자가 우연히 발견하여 게임 제작으로 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세부설정이 수정/보완되었으나 디자인은 초기의 것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 1회차 엔딩을 보기까지 78번을 죽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Steam에서 해당 게임에 걸린 태그 중 '어려운 게임'이 있다.

- 2015년 PAX에 부스를 열었으며, Wii U 용으로도 발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Far Cry 4 (파크라이4)

장르 : FPS,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Ubisoft

플랫폼 : X-box one, X-box 360, PS4, PS3,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5년 3월 30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4월 18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게임에서 몰입의 가능 여부는 게임의 성패를 좌우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게임에 몰입이 되어야만 플레이어가 게임을 지속할 수 있으며, 게임에 대한 평가에도 긍정적인 여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몰입을 통한 게임의 지속은 게임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게 만들어주며 그에 따라 게임 내 담겨 있는 다양한 컨텐츠들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이는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개발자들이 게임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보여줄 수 있으며,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게임에 담긴 컨텐츠들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결국 해당 게임이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는지는 게임을 즐기고, 평가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몰입 가능의 여부는 매우 중요한 부분일 수 밖에 없다. 그에 따라 플레이어가 아닌 개발자는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몰입을 위한 요소들로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배치할지 결정해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게 된다.

Far Cry 4 의 그래픽 - 수려한 환경 묘사는 몰입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몰입의 여부를 두고 보았을 때 Far Cry 4 는 몰입을 위한 요소가 게임 전반에 걸쳐 골고루 분포가 되어 있다. 그 중에서 1인칭의 시점에서 바라보게 되는 게임의 배경들은 광할하면서도 매우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지역에 따른 다양한 환경묘사를 통해 시각적 지루함을 덜어낼 수 있게 만들어 두었으며, 게임의 주 무대한 히말라야 산맥을 매우 현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게임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 외에도 히말라야 산맥 내부의 설원이나 게임 내 영적 세계인 ‘샹그릴라’는 경이로운 분위기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초기작인 ‘Far Cry’가 발매 당시 매우 뛰어난 그래픽으로 평가받았으며, 지금까지 수준높은 그래픽을 유지해오고 있음을 생각해볼 때 Far Cry 시리즈는 몰입을 위한 장치로서 환경/배경 묘사를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몰입의 요소로는 동시다발로 발생하는 이벤트들이다. 여기서 말하는 이벤트는 메인퀘스트와 서브퀘스트 뿐만 아니라 게임을 진행하면서 무작위로 수행해야하는 미션과 더불어 급작스럽게 발생하는 게임 내 상황이 모두 해당된다. 게임의 중심 스토리는 혁명세력 '골든패스'를 도와 키라트의 독재자 '페이건 민'을 몰아내는 주인공의 고군분투다. 그 과정에서 골든패스의 두 지도자 ‘아미타’와 ‘세이벌’ 중 어떤 인물에게 힘을 실어줄 것인지 끊임없이 선택할 수 있게 하여 그에 따라 스토리의 전개와 결말이 달라지게 된다. 물론 진행 과정에서 두 지도자가 말하는 각자의 혁명방식은 어느 한쪽이 옳다고 볼 수 없는 또는 둘 다 옳다고 볼 수 있는 것들이며, 더 나아가 두 지도자의 감정적 호소는 플레이어에게 많은 고민과 내적갈등을 유발하며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세이벌(좌)과 아미타(우)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그 외에도 인질구출이나 적군사살 등의 무작위로 발생하는 서브퀘스트들은 게임을 어떻게 진행해나갈지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어준다. 그 뿐만 아니라 각각의 퀘스트들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동시에 진행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상호영향을 미칠 수 있고,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퀘스트 간에 영향이 미치게 된다. 가령 들키지 않고 전진기지를 탈환하기 위해 잠복을 하고 있었는데, 주위에 인질을 붙잡고 있는 적군에게 발각되 인질도 구출하지 못하고 전진기지도 정면돌파를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필드 곳곳에 퍼져있는 야생동물들로 인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많이 발생하게 되는데, 물자 호송 퀘스트 진행 중에 목적지 바로 앞에서 뱀에게 물려 사망한다거나 동물가죽을 얻기 위해 사냥을 하는 중에 보이지도 않던 코뿔소에게 치여 죽는 등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플레이어가 예상하지 못하는 다양한 상황들이 발생함으로써 긴장감을 가지고 게임에 임하게 되고, 상황에 따라 어떤 행동을 할지 선택의 기회를 줌으로써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코뿔소에 치여 죽을 것인지, 코뿔소를 이용해 싸울 것인지는 당신의 선택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스토리’면에서는 몰입이 쉽지 않다. 각 인물들은 충분히 매력적이며, 인물 간의 갈등 관계와 이야기의 흐름은 충분히 짜임새가 있지만 그 흐름 안에 정작 주인공은 들어가 있지 않다. 어머니의 유언을 따라 유골을 락쉬마나에 묻기 위해 키라트로 오게 되었지만 정작 게임의 진행은 어머니의 유언과 무관한 사건들만 일어난다. ‘페이건 민’의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들, 골든 패스의 미래를 두고 언쟁를 펼치는 ‘세이벌’과 ‘아미타’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은 ‘대체 왜 내가 이들을 위해 싸워야 하는가? 어머니 유골은 언제 묻으러가지?’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들게 한다. 작중 인물들은 주인공 ‘에이제이 가일’이 골든패스의 지도자였던 ‘모한 가일’의 아들이라는 것만을 이야기하며 골든 패스를 도와야 함을 강조할 뿐 실질적으로 주인공이 ‘페이건 민’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싸워야할 이유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게다가 주인공은 게임 내내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다보니 작중 인물들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주인공의 행동에 당위성이 떨어지게 되고 그에 따라 이야기의 몰입이 약해지게 된다. (이는 앞서 언급한 '세이벌'과 '아미타' 사이에서의 선택에 대한 몰입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다.) 물론 숨겨진 결말에서는 주인공이 키라트에 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페이건 민’에 대한 모든 의문이 풀리게 되지만, 오히려 이러한 결말이 기존 스토리 전개에 힘을 떨어뜨리면서 반감을 가지게 되는 역효과를 낳게 되었다.

키라트의 독재자 '페이건 민' - 그의 정체와 숨겨진 진실은 모든 것을 뒤엎는다.

스토리 측면에서는 몰입이 떨어지지만 그 외의 대부분은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1인칭 시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수려한 그래픽, 게임을 진행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이벤트들, 그리고 앞서 언급하지 못했지만 플레이어의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전투 방법들은 플레이어의 오감을 끊임없이 자극하여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뒤늦게 나마 드는 생각이지만 주인공 ‘에이제이 가일’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게임을 수행하는 플레이어의 감정을 주인공에게 대입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플레이어의 감정을 작중 인물에 대입하기 위한 방안으로써 제작자가 의도한 부분이라면 플레이어의 감정이 주인공의 감정이 되는 또 다른 몰입을 위한 장치를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것이 진짜라면 Far Cry 4는 몰입을 위한 요소가 완벽하게 갖추어진 게임으로 평가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못다한 이야기

- 전작 'Far Cry 3'의 확장팩이라는 느낌이며 발전적인 부분이 없다고는 하나 준수한 퀄티리로 만들어진 게임임은 분명하다. 그만큼 전작의 완성도가 뛰어났고, 플레이어들은 더 많은 기대를 품을 수 밖에 없으니 아쉬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Far Cry 5 가 나온다면 전작의 계승이 아닌 새로운 요소들을 가지고 와야할 것이다.

- 주인공의 감정표현 절제가 플레이어의 감정 대입을 위한 장치로 느껴졌던 결정적인 요인은 '요기와 레지'의 퀘스트였다. 필자는 진심으로 '요기와 레지'를 죽이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고 퀘스트를 진행할 수록 두 사람과 친해지는 주인공처럼 '요기와 레지'가 귀여워 보이더라. '아미타'와 '세이벌' 사이에서도 "어느 쪽이 최선인가?"라는 고민을 심각하게 했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날아라 슈퍼보드 ‘환상서유기’

장르 : RPG, 어드벤처

제작사 : 하나소프트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4년 10월 8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4월 18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지금 한국의 게임시장은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이며 게임을 즐기는 플랫폼의 변화로 인해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은 자연스러운 변화보다는 패키지 게임 시장의 몰락으로 인한 대안으로 등장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한국도 한 때는 패키지 게임이 게임시장의 주류를 차지하던 시기가 있었다. 불과 그 시기가 매우 짧지만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명작이라고 평가받는 게임들이 적지 않았으며, 여전히 많은 이들이 '이런 게임이 한국에서 만들어지다니'라는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하나하나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게임을 즐겨온 이들이라면 머리 속에 떠오르는 그 게임이 정답일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다시피 국산 패키지 게임의 황금기는 매우 짧았으며, 불법 다운로드, 덤핑CD의 만연, IMF 등 여러 요인들에 인해 한국 패키지 게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짧은 황금기의 막바지에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려던 게임이 있었으니 바로 오늘 소개할 [날아라 슈퍼보드 환상서유기]다.

허영만 화백의 원작만화 '날아라 슈퍼보드'

본 작품을 이야기하기 전, 게임의 바탕이 되는 만화 '날아라 슈퍼보드'에 대해 잠깐 알아보도록 하자. '날아라 슈퍼보드'는 중국의 3대 소설 중 하나인 '서유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졌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만화가 허영만 화백의 작품이다. 허영만 화백의 작품은 슈퍼보드 뿐만 아니라 '각시탈’, '식객’, '타짜’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작품들도 많다. 허영만 화백의 작품들은 드라마와 영화로 재탄생하면서 많은 인기를 끌었는데, 슈퍼보드도 그에 못지 않은 인기를 끌었다. '날아라 슈퍼보드’는 TV 방영 당시 주간 시청률이 42.8%를 기록하였고,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에 힘 입어 2002년까지 5기에 걸쳐 후속작이 이어져왔으며 마지막화 방영 당시에는 52%의 시청률을 찍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환상서유기는 초기의 슈퍼보드를 차용하여 만들어졌으며 그에 따라 미스터 손(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삼장법사는 초기 모델과 동일하게 디자인되어 있다.(주인공 4인과 삼장법사의 벤츠는 동일한 디자인이다.) 그러나 원작 만화를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적지 않은 변화를 주기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삼장법사의 성격변화다. 원작의 삼장법사는 육체적으로 나약한 일행일 뿐이지만 환상서유기에서는 '최강이 격투가가 되기 위해 비구니가 된 승려'다.(게임 속 표현을 빌리자면 호모 땡중) 또한 일개 도적에 불과했던 저팔계가 도적단의 두목으로 등장한다거나, 엉뚱한 이유로 인해 닌자들만의 비기를 배우게 되는 사오정이 게임 내에서 굉장한 활약을 보이는 모습 등은 원작과는 큰 차이를 보이며 색다른 느낌을 주기도 한다.

플레이어블 캐릭터 中 삼장법사(좌), 복면남자(중), 미로(우)

원작 만화을 적절히 변형하면서도 게임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요소들도 많이 있다. 옥황상제, 우마왕 등 만화가 아닌 원작 '서유기'에서 등장하는 인물들 뿐만 아니라, 옥황상제의 딸 미로, 복면남자이자 천계 대장군인 디트리히, 저팔계의 옛 동료이자 용병인 푸산 등 게임 속의 오리지널 캐릭터도 상당 수 등장한다. 또한 게임 내 세계관도 '서유기'와 '슈퍼보드'의 것을 차용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냈다. 원작 만화를 기반으로 만들어낸 게임이기는 하나 [환상서유기]라는 부제답게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면서 게임 자체가 하나의 독립적인 작품으로 느끼기 충분하다.  즉, 등장인물과 배경 모두 원작(서유기 및 슈퍼보드)을 연상시킬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만 가져오되 나머지는 모두 새롭게 만들어냄으로써 게임 자체의 독창성을 보여주고 있다.

환상서유기 월드맵 - 세계의 크기만큼 방대한 스토리와 '떡밥'을 담고 있다.

등장인물과 배경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스토리의 전개가 환상서유기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스토리의 전개가 환상서유기를 수작이라고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일 것이다. [환상서유기]는 원작 서유기와 슈퍼보드를 차용해 만들어졌지만 독창적인 부분이 많은만큼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인물을 10명이나 되지만 각각의 인물은 게임의 전체 흐름과 연관되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10명의 인물을 사이의 관계 역시 적절히 연결되어 있다. (옛 동료, 새로운 연인, 헤어진 가족 등)  더 나아가 적, NPC 등도 주인공들과 관련지어져 게임을 진행하면서 알게 되는 인물간의 관계는 매우 복잡하면서도 흥미로워 진다. 그러는 와중에도 전체 스토리의 핵심이 되는 부분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결국은 하나의 사건으로 귀결되는 진행 방식 또한 스토리가 상당히 깔끔하게 만들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즉, 게임 전체의 큰 스토리가 있으면서 그 아래에 수많은 서브 스토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서브 스토리가 많은 만큼 게임 내에 뿌려진 '떡밥'이 상당히 많다. 이는 게임을 즐긴 뒤에 유저들이 게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여지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그 떡밥들은 [환성서유기]의 비극을 상징하기도 한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환상서유기]는 IMF로 인해 미완성된 채로 발매된 게임이다. 게임의 진행으로는 스토리의 완결을 볼 수 있지만 게임 내에서 등장하는 떡밥들은 그냥 넘어가기에는 스토리의 전개에 중요한 부분들로 작용할 여지가 매우 크다. 그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환상서유기 전체 지도에서 1/4은 사용되지 않은채로 게임이 끝나버린다. (사용되지 않은 북쪽 섬 왼쪽 절반과 서쪽 섬 위쪽 절반은 게임 내에서는 특정 지명으로써 자주 언급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 뿐만 아니라 게임 홍보 자료에 등장하는 화면 역시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볼 수 없는 화면이기에 미완성된 게임인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NPC들과의 대화에서 게임이 급작스럽게 나왔다는 것을 대놓고 말해주는 것을 보면 IMF에 환상서유기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NPC는 게임이 시간에 쫓겨 '기형아'가 되어버렸다고 말하고 있다.

급하게 마무리 지어 발매한 게임은 게임 플레이에도 문제가 나타난다. 순차적으로 동료가 합류하게 되는 RPG의 특성상 뒤늦게 합류하는 동료일수록 레벨의 보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새로 합류한 동료의 레벨이 1부터 시작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특정 구간에서 게임의 난이도가 급격하게 상승하기도 한다.(동료의 시체를 방패삼아 게임을 진행해야하는 상황이 나오기도 한다.) 그 뿐만 아니라 게임을 진행하거나 지역을 이동하는 데 레벨의 제한이 정해져 있지 않아 특정 구간에서는 일정 레벨에 도달하지 않을 경우 보스를 이길 수 없어서 게임 진행이 중단되는 경우도 종종있다. 이에 더해 심한 경우 아이템의 구입이나 되돌아 가는 것이 불가능한 구간도 있어서 같은 구간을 실패, 반복하다가 아예 처음부터 게임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캐릭터 간 밸런스 문제라던가 과도한 난이도의 퍼즐은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는 게임을 완성한 뒤 이루어져야 할 테스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세상에 나오게 된 [환상서유기]의 또 다른 비극이 아닐까 싶다.


주인공 10인의 회동, 그리고 유명한 떡밥 중 하나인 '페어리의 가루'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려고 했지만 나비도 아닌 애벌레도 아닌 그 중간의 무엇인가로 세상에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명작이라 말하고 싶지만 어떤 이유에서라도 덮어줄 수 없는 문제들로 인해 수작에서 그친 것은 어쩔 수 없다. 아무리 IMF가 문제였다고는 하지만 게임이 가지는 단점은 분명하며, 이는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래도 환상서유기는 국산 RPG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고, 국산 명작 RPG들의 한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충분하다. 환상서유기를 즐겼던 여러 유저들은 '이 작품이 리메이크되면 참 좋을텐데…'라는 소망을 표해왔으며, 최근에 환상서유기를 접한 유저들은 '이런 게임이 국내에도 있었구나'라는 감탄하기도 한다. IMF로 인해 미완성된 채 발매된 기형아지만 모두에게 사랑받았던 게임이며,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환상서유기]만큼 우리의 가슴에 깊이 남을 작품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못다한 이야기

- 환상서유기 게임 게시판이 남아있던 시절 게임 내 산재된 떡밥들에 대한 다양한 토론을 볼 수 있었다. 떡밥이 상당히 많아 떡밥에 대한 토론과 더불어 후속작 발매를 위한 의도적 떡밥이 아닌가 기대를 보인 사람도 있었는데, 이는 회사가 망해버린 탓에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는 소리였다.

- 필자의 개인적인 소망이지만 리부트 작품으로 만들어진기를 바라는 단 하나의 작품이기도 하다.

- 전형적인 턴제 RPG인데, 체스판과 같은 형식의 전투로 전략적인 요소가 의외로 많다. 공격 방향에 따른 보너스와 패널티, 속성 공격, 특수 아이템 뿐만 아니라 지형을 이용한 전투까지 가능하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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