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Spelunky

장르 : 어드벤처, 액션, 로그라이크

제작사 : Mossmouth

플랫폼 : PC, PS3, X-box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5년 1월 6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4월 20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매운맛. 그냥 매운맛이 아니라 미칠것만 같은 매운맛. 매워서 죽을 것만 같지만 자꾸만 먹고 싶은 매운맛. 이 게임을 맛으로 표현하자면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Spelunky]는 1983년에 발매된 '스페랑카'를 모티브로 한 게임으로 원작과 동일하게 땅을 파고 보물을 모아가며 탐험하는 게임이다. 아기자기한 캐릭터, 깔끔한 2D 그래픽, 다양하게 산재된 해금요소 등 겉보기에는 전혀 특이할 것이 없는 이 게임은 놀랍게도 극악의 난이도로 정평이 나 있다. 조작이 어렵다거나 대처하기 까다로운 함정 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새 죽어버린 캐릭터를 보여 눈물을 짖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맵지 않을 것 같은, 또는 매콤달콤할 것만 같은 음식이 사실 위장을 쓰리게 하면서도 계속 먹고 싶게 만드는 음식이었던 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매운 음식은 매운맛을 내는 재료가 있기 마련! 그렇다면 과연 [Spelunky]의 매운맛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땅을 파고, 동굴을 탐험하고, 몬스터와 싸우며, 보물을 찾는 '매우 단순한' 게임이다.

[Spelunky]는 로그라이크 게임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로그라이크의 특징 중 하나인 '캐릭터가 사망할 경우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특징이 있다. 게임을 5분을 하든, 30분을 하든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 또한 단순히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 모은 아이템과 골드 모두 초기화된 상태로 말이다. 플레이어는 죽기 직전까지 수많은 함정과 몬스터들을 이겨왔고, 많은 골드와 아이템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죽음과 동시에 지금까지 들인 시간과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플레이어는 허망함이 밀려 올 것이다. 그래도  플레이어는 이렇게 말한다. '처음이니까 괜찮아. 할만한데?' 첫번째 매운 맛이다.

처음으로 느낀 매운맛을 견디고 다시금 게임을 시작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각 트랩과 몬스터들의 특징을 모두 파악한 상태다. 지금 체력이면 몬스터에게 한 방 맞더라도 죽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하고 강행돌파를 시도하다. 그런데 공격 받은 뒤 몸이 튕겨져 화살 함정에 공격 받고 더 멀리 튕겨져 결국 가시에 떨어져 죽는다. 예상하지도 못했고 예상할 수도 없는 패턴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로그라이크 게임의 또 다른 특징은 '새로 시작할 때 마다 맵이 바뀜과 동시에 몬스터와 트랩의 배치, 난이도 등이 새로 설정된다'이다. 즉, 어느 정도 숙련된 플레이어라 할지라도 예상치 못한 죽음을 맞이 알 수 있다. 이쯤되면 알 수 없는 이유로 여러 번 죽음을 맞이 했을 것이다. 그리고 플레이어의 가슴 속에는 분노와 짜증이 차오르며, 속쓰림과 더불어 온갖 욕설이 목구멍까지 차오르게 된다. 두번째 매운맛이다.

억지스러워 보이지만 게임 중에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수십, 아니 수백번의 죽음으로 함정/몬스터/패턴/지형/아이템 등 게임에서 습득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학습한 상태가 되었고, 이제는 죽었을 때 느끼게 되는 매운맛조차 익숙해진 상태다. 여전히 매운맛이 남아 있지만 견딜만했고 드디어 마지막 스테이지를 끝내고 엔딩을 보았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웹사이트 게시판에 엔딩 인증을 올린다. 그런데 댓글이 하나 보인다. '그거 진짜 보스 아니에요. 진엔딩 따로 있어요' 최종보스와 진엔딩이 따로 있다고? 앞서 언급했듯이 스펠렁키는 몇 가지 해금요소가 있으며 그 중에서 숨겨진 엔딩을 보기 위한 방법이 존재한다. 스테이지별로 필요한 아이템과 숨겨진 루트를 찾아서 진행하면 숨겨진 스테이지에 진입할 수 있다. 숨겨진 스테이지에 진입하기 위한 준비과정도 어렵지만 숨겨진 스테이지는 이전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만큼 어렵다. 이쯤되면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지금까지의 맛과 비교할 수 없는 매운맛을 느끼게 된다. 이제는 허무함, 분노, 짜증을 넘어 눈물을 흘리게 될지도 모른다. 세번째 매운맛이다.

황금머리상(Olmec)도 정말 어렵지만 슬프게도 진짜 최종보스가 아니다.

스펠렁키의 매운맛을 견디지 못해 게임을 포기한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매운맛을 견디면서 조금씩 스테이지를 진행해나가면 새로운 요소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자신의 실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끝낼 수 있겠지'라며 게임을 놓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매 스테이지 별로 독특한 몬스터, 함정과 숨겨진 스테이지/캐릭터/아이템 같은 해금요소를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둠으로써 게임을 지속할 수 있게 해두었다. 매운맛 중에 미묘하게 느껴지는 단맛이라고 해야할까? 하지만 단맛을 느끼기에는 매운맛이 너무 강한 게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수백번의 매운맛을 버티게 된다면 언젠가는 진짜 최종보스와 진엔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속쓰림을 경험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못다한 이야기

- 필자는 숨겨진 엔딩을 보기까지 29시간이 걸렸다. 물론 실력이 아니라 '운이 좋아서' 끝낼 수 있었고, 엔딩을 보고 난뒤 눈물을 흘리며 게임을 지워버렸다. 숨겨진 엔딩까지 평균 80시간 정도 걸린다는 의견이 있었고, 200시간이 걸렸지만 엔딩을 보지 못했다는 사람도 더러 있다.

- 게임의 특성상 죽어가면서 경험을 쌓아야만 끝낼 수 있는 게임이기에 죽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아무리 경험이 많이 쌓이더라도 신중함과 집중력이 없다면 끝내기 어려운 게임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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