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Shovel Knight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Yacht Club Games

플랫폼 : PC, Wii U, 3DS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5년 1월 16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4월 17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메타크리틱(metacritic) 90점. 2014 GOTY(Game of the Year) 등재. 이 두가지만 본다 하더라도 본 작품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점수가 게임을 평가하기 위한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며, 점수가 높다고 해서 다른 게임보다 더 훌륭한 게임은 아니다.(참고로 2014 GOTY 1~3위 작품 모두 메타스코어 90점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상당히 많은 이들이 본 작품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며, 훌륭한 게임이 쏟아져나오는 시기에 ‘고전'이라는 명찰을 달고 나와 당당히 자리매김한 것은 실로 대단한 것이 분명하다.

90년대 초에 발매된 게임이라고 해도 믿겨질 정도로 완벽히 구현한 그래픽이다.

고전게임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발매일을 기준으로 고전게임을 판단할 수 있겠지만 이는 상대적인 것이며, 현재 최신게임 또한 몇년이 지나면 고전게임으로 분류될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고전게임이 아닌 '고전풍 게임'으로 판단한다면 어느정도 명확한 기준으로 분류가 가능할 것이며, 그 기준은 그래픽이 아닌가 생각한다. 대표적인 예를 든다면 80~90년대에 발매된 슈퍼마리오, 록맨 등의 작품들이 있겠다. 그리고 이러한 기준으로 바라볼 때 [Shovel Knight]는 과거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고전게임들의 그래픽의 느낌을 제대로 살려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의외로 고전게임 명찰을 달고 출시되는 게임은 많지만, 적지 않은 수의 게임들이 보여주는 그래픽은 고전게임의 느낌을 살려내지는 못했다. 도트그래픽을 사용했지만 너무 조잡하거나 과도하게 디테일했던 것이 그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Shovel Knight]는 이러한 실수를 범하지 않고 게임 전반에 걸쳐 고전게임이 보여주는 그래픽을 완벽하게 구현해 내며 많은 게이머들의 향수를 자극하게 만들었다.(이는 사운드에서도 동일한 효과를 보인다.)

월드맵 - 슈퍼마리오를 차용했음을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그래픽과 사운드를 통해 고전게임의 느낌을 전면에 내세 향수를 강하게 자극하고 있으나 [Shovel Knight]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고전게임들 중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또는 추억이 있을만한) 게임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차용하여 게임 내에 배치하였다. 월드맵은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에서 가져왔고, 스테이지 보스가 총 8명이 있는 것과 이름이 'OOO Knight'인 것, 그리고 최종스테이지에서는 8명의 보스와 연속적으로 싸우는 것은 '록맨'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 외에도 다른 게임들의 요소들을 상당히 많이 차용했음을 발견할 수 있으며, 이는 (20대 중후반 이상) 플레이어들에게 익숙함과 동시에 어린 시절 즐겨왔던 게임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해주고 있다.


만약 그가 삽을 들고 있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그런데 얼핏보면 [Shovel Knight]는 기존에 잘나갔던 게임들을 죄다 한 곳에 모아만든 게임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 게임들의 특징적인 요소들을 다양하게 차용하다보니 새롭다 할만한 부분들은 적으며, 한번쯤은 본듯한 느낌의 요소들이 게임 전반에 걸쳐 상당히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억지스럽지만) 혹평을 내리자면 기존의 게임들을 한대모아 만든 특별할 것이 없는 짬뽕게임, 올드 게이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데 집중한 추억팔이게임이라고 평가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본 작품이 혹평을 받지 않은 (또는 호평을 받은) 이유는 게임이 가진 독특한 컨셉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만약 주인공이 삽이 아닌 검을 들고 있었으면 어땠을까? 사실 검을 들고 있었다 하더라도 게임 전체에 있어서 어색한 부분은 없으며, 주인공의 연인인 shield knight와는 '검과 방패'라는 컨셉으로 하나의 쌍으로 인식하게 하여 더 익숙한 모양새를 만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삽이 아닌 검을 들고 있었다면 땅을 파서 보물을 찾거나, 벽을 파내어 새로운 길을 만드는 등의 진행은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며, 게임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생각하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검이 아닌 삽을 들고 싸우는 기사를 통해 흔히 알고 있는 기사와는 다른 이질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다소 우울하고 진지한 게임스토리와는 상반되는 익살스러운 행동으로 게임을 하는 내내 유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있다. (삽으로 스카이콩콩을 한다는 것이 그 예이다.) 결국 '삽을 든 기사'라는 분명한 컨셉을 통해 기존게임의 것을 그대로 가져와 섞어 놓은 게임이 아닌 분명한 컨셉 위에 적절한 재료들을 배치한 게임으로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게임 내 문제는 모두 해결해주는 아이템. 효과가 그것을 설명해준다.

잘 만든 게임이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여러가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데,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특정 아이템의 사용빈도가 매우 높아진다는 것이다. 각 아이템들의 기능은 매우 개성있으나 게임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아이템들이 적지 않다. 또한 일부 아이템은 보너스 스테이지만을 위해서 사용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보너스 스테이지의 구성처럼 아이템을 사용하여야만 지나갈 수 있는 구간을 만들어 놓거나, 특정 아이템을 사용해야만 없앨 수 있는 적을 배치하는 등의 게임구성을 통해 다양한 아이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Shovel Knight는 대박의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Shovel Knight]는 분명히 잘 만든 게임이다. 과거 고전게임의 느낌을 그래픽과 사운드에서 완벽하게 재현했고, 고전게임의 요소를 차용해 향수를 불러일으키도록 게임 내 적절히 배치하였을 뿐만 아니라 [Shovel Knight]만의 컨셉으로 중심을 잡아 게임을 완성해냈다. 수많은 아이디어와 화려한 그래픽으로 무장한 게임들이 무수히 쏟아져나오는 상황에서 고전게임이라는 히든카드를 내세우는 것은 인디게임회사가 아니라면 쉽게 결정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고전게임의 향수를 자극한 것이 게임을 흥행하게 한 결정적인 전략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렇게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기까지 제작자들의 고전게임에 대한 끊임없는 분석과 고민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제작자들은 이 게임을 완성하기 위해 꽤나 삽질(digging, 디깅)을 했을 것이다. 이 같은 삽질이라면 게이머들은 언제든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다.

못다한 이야기

- 난이도 분배가 매우 적절했고, 각 스테이지별 컨셉과 특징이 분명해서 게임 내내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게임을 구입하고 난 즉시 게임을 시작했고, 중간에 끊지 않고 엔딩까지 볼 정도로 몰입해서 즐겼는데, 4~5시간 정도면 클리어할 수 있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Call of Juarez; Gunslinger (콜 오브 후아레즈; 건슬링어)

장르 : FPS,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Ubisoft

플랫폼 : PC, PSN, X-Box Live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5년 4월 14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4월 17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FPS = First Person Shooter. 즉, ‘1인칭 슈팅게임’을 말한다. FPS의 대표적인 특징을 말하자면 플레이어가 게임 내 캐릭터와 동일한 시점을 가지면서 현실에서는 쉽게 다룰 수 없는 총기류를 다룬다는 것이며 이는 플레이어가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 또한 플레이어와 캐릭터가 일체화됨으로써 가상의 게임 속 세계를 바라보게 되는데 이는 가상현실과 가장 가까운 형태를 띤다고 볼 수 있다. FPS는 한 때 게임계를 장악하다시피 했던 장르였고, 현재는 어느 정도 FPS의 붐이 사그라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게임에서 접할 수 있으며 여전히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장르 중 하나다. 수 많은 FPS 게임들이 나타나고 사라졌으며, 조금 더 발전적으로는 TPS(3인칭 슈팅게임)이 등장하면서 그에 따라 장르적/기술적으로 꾸준한 발전을 이루어 왔다.

하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지금은 FPS는 조작방법이나 형태가 큰 변화없이 고정되어 있는 상황이며, 대다수의 FPS들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게임이라 할지라도) 상당히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장르적 특성이나 게임의 조작보다는 그래픽이나 스토리, 연출 등에 초점을 맞추거나 게임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전략적인 요소가 게임을 즐기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본작 ‘콜 오브 후아레즈; 건슬링어’는 FPS게임으로서 어떤 것들을 담고 있을까?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전형적인 FPS 게임이다.

본작의 배경은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다. 적을 얼려버리는 냉각 석궁이라든가, 한방에 적을 쓸어버리는 바주카라든가, 은신상태에서 쏠 수 있는 활 등은 있을 수가 없다. 다시 말해 FPS를 즐기는 재미 중 하나인 ‘각 게임의 독자적인 무기’는 본작에서 찾아볼 수 없다. 주어지는 무기라고는 단지 권총, 라이플, 산탄총 뿐이다. (그것도 아주 구식의 무기들이다) 이 무기들은 FPS 게임의 기본무기에 불과한 것들이다. 하지만 게임 내에서 각 무기의 장점과 단점을 분명하게 만들어 놓음으로써 무기 고유의 특징을 잘 살려놓았다. 빠른 연사와 신속한 장전이 특징인 권총(+쌍권총). 장거리 사격이 가능한 라이플. 근거리에서의 무지막지한 파괴력을 가진 산탄총. 가장 기본적인 무기들에 불과하지만 보편적인 FPS에서보다 각 무기의 특징이 극명하다.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무기를 선택할 수 있으며, 게임 초반부의 스토리와 연결하여 세 종류의 무기를 모두 다뤄볼 수 있게 만들어 놓음으로써 각 무기를 충분히 사용해본 뒤에 선택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두었다. 그리고 각 무기에 알맞는 기술을 배치해 놓음으로써 기본적인 무기이면서도 고유한 특징을 가질 수 있게 하였고, 주무기에 맞는 기술을 연마하여 무기숙련도에 따른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죽음의 감각’ - 본작의 주요시스템 중 하나로 멋들어진 연출을 보여준다

하지만 무기가 아주 기본적인 형태임과 더불어 게임의 배경이 서부개척시대이다보니 소리없이 암살을 한다거나 적의 시선을 돌려 잠행을 하는 진행을 불가능하다. 그저 눈앞에 있는 적들을 남김없이 쏴 죽이는 수 밖에 없으며, 전략적인 요소는 다소 적은편이다.(기껏해야 폭발물을 터뜨리는 정도?) 단순히 적을 죽여야만하는 선택지로 인해 자칫 게임이 지루해질 수도 있었으며 게임의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본작에서는 이러한 약점을 게임 내 시스템과 그에 따른 연출, 그리고 스토리의 전개 방식으로 극복 해내고 있다. 주요 시스템인 ‘집중모드’와 ‘죽음의 감각’은 서부극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며 연출도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순간적인 기지로 총알을 피한뒤 빗나가는 총알 없이 주위의 적을 모조리 죽인다? 본작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여, 그 연출 또한 매우 훌륭하다. 그 뿐만 아니라 주요 인물들과의 1:1 결투는 FPS가 아닌 그에 걸맞는 형태로 만들어 둠으로써 결투의 긴장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구성해두었으며, 적을 사살할 시 표기되는 점수/사살방법(대표적인 예로 헤드샷), 충분한 타격감과 의외로 빠른 속도의 게임전개는 플레이어가 게임에 빠져들도록 만들기에 매우 적합한 연출로 작용한다.

독특한 스토리 전개방식은 본작품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스토리 전개방식은 본작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본작의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 아닌 주인공이 과거에 겪었던 무용담을 들려주는 형태로 진행된다.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주인공은 자신의 무용담을 풀어 놓으며, 그 이야기에 맞춰서 게임이 진행되기 때문에 주인공의 이야기를 게임 내내 들을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과거에 있었던 일이다 보니 주인공의 기억이 왜곡되거나 청자가 잘못이해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데 그것이 그대로 게임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카우보이들이 아파치 부족처럼 습격해왔다는 말을 아파치 부족이 습격했다고 청자들이 잘못 이해함으로써 이야기를 정정함에 따라 반복적인 전투를 벌인다거나, 플레이어가 죽을 때도 ‘만약 그때 내가 죽었다면 여기 있을 수 없겠지’라며 이야기를 다시금 이어가는 모습이 그 예다. 게다가 주인공의 무용담에서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독특한 화풍과 짧은 문구를 이용해 강렬하게 소개하고 있으며, 각 챕터의 연결성은 떨어지지만 주인공과 듣는이들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는 형태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결국 FPS를 즐기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주인공의 무용담을 플레이어가 재현하게 됨으로써 실감나는 한 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된다.

주인공(좌)과 그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우) - 맥주 몇 잔으로 듣기에는 아까운 이야기다

특별히 눈에 띄는 요소는 없지만 FPS의 기본에 충실하면서, 컨셉에 맞는 연출과 시스템, 실감나는 이야기 전개를 통해 매우 탄탄한 게임으로 만들어냈다. 최근 몇년간 나온 FPS와 비교하여 화려함은 없지만 참신한 발상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 놓는’ 형태의 스토리 전개는 본작의 핵심이라 볼 수 있다. 이정도의 구성으로도 플레이어는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며 서부개척시대의 멋을 충분히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플레이 시간이 짧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어르신의 무용담을 듣기에 3~4시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좀 더 듣고 싶다면 맥주를 좀 더 준비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못다한 이야기

- 서부개척시대의 실제 역사를 상당 부분 차용했다고 한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모을 수 있는 '진실의 조각들'을 통해 게임 내 인물들이 실제 역사에서 어떤 존재였는지 알 수 있다. 통칭 'Spaghetti Western'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복 플레이를 하면서 역사 공부를 하는 맛도 있을 것이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Transistor

장르 : RPG, 액션, 퍼즐

제작사 : Supergiant Games

플랫폼 : PC, PS4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4년 10월 11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4월 17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Transistor]는 발매 전부터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었다. Supergiant Games는 비록 인디게임제작사이긴 하나 초기작품인 [Bastian]이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과 더불어 사전에 공개된 독특한 게임시스템, 아름다운 BGM, 그리고 감각적인 그래픽과 일러스트들은 많은 사람들이 [Transistor]에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거대 게임 제작자가 아닌데다가 트랜지스터 이전의 작품이 하나 밖에 없는 제작사에서 게임성, 그래픽, 사운드 등 게임이 보여줄수 있는 모든 부분에서 주목을 받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필자 역시 게임을 구입하기 직전까지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고 게임이 발매된 후 곧장 게임의 뚜껑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트랜지스터 속에 담긴 아름다움에 취했지만 머지 않아 생각지도 못한 허무함을 느끼게 되었다.

자신의 공연 포스터를 바라보는 주인공 'Red'

트랜지스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다웠다. 게임이 기대를 받았던 이유는 그래픽 부분에서 매우 독특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인데 사전에 공개된 게임 진행화면 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에 있어 매력적인 연출의 연속이었다.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은은한 색감을 유지하면서 화면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세밀하게 만들어져 있었고, 각종 이벤트 상황에 등장하는 일러스트들은 버릴 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또한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부분의 연출 또한 역동적인 연출로 마치 인터루드(interlude)와 유사한 느낌을 받게 해준다. 다시 말하자면 게임화면, 일러스트, 챕터전환 모두 아름다움을 보여주지만 각자 다른 표현방식으로 서로 다른 느낌의 아름다움을 전달해주고 있다.

다음 챕터로... -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음악의 경우 게임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을 부각시키는 장치가 되는데, 인디게임제작사가 만든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음악을 통한 분위기의 연출효과가 정말 대단하다. 전반적으로 가라앉는 느낌의 음악이 대부분이지만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암울한 분위기, 신비로운 배경 등에 잘 맞아떨어지면서 '게임에 취하게 만드는’ 상황까지 만들어 낸다. (동일한 작곡가가 참여한 [Bastion]에서도 마찬가지이며, OST 작곡가의 감각이 얼마나 뛰어난지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단순히 시각효과를 보조하는 장치가 아니라, 음악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다. OST를 즐길 가치는 충분하며, 음악을 들을 때면 해당 OST를 들었던 게임 내 상황을 다시금 상기할 수 있게 된다. OST에서 가끔 등장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주인공 'Red'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목소리조차 게임 내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실시간+전략 전투 - 매우 참신한 게임 방식이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느끼면서도 게임의 엔딩을 보고나면 굉장한 허무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허무함을 느끼게 되는 요인은 전투 시스템과 스토리다. 전투 시스템은 실시간 전투방식과 더불어서 '함수'를 이용한 턴제/전략적 전투가 공존한다. '함수'란 제한된 조건 내에 자신의 행동패턴을 미리 설정하여 공격하는 시스템으로 본작의 가장 참신한 게임시스템이다. 게임 초반에는 '함수’가 굉장히 편리하지만 후반으로 흘러갈수록 함수를 사용하기가 매우 불편해진다. 함수를 사용한 뒤 쿨타임 동안은 공격을 할 수 없고, 적들의 공격력이 너무 강해서 함수를 다시 사용하기도 전에 죽어버리는 경우도 빈번하다. 결국 함수는 위기상황이나 전략적 공격을 수행할시에만 사용하라는 의도로 볼 수 있는데, 실시간 전투에서 컨트롤로 극복하기에는 적들의 공격이 강하고 특정 스킬의 사용을 강제하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다보니 게임 중반부터 후반까지 거의 동일한 전투패턴이 반복되는 상황이 나타나며, 함수의 사용은 특별히 필요로 하지 않게 된다.(최종보스의 경우에는 함수 사용이 필수이긴 하나 보스전에서 급작스럽게 함수 사용의 비중이 높아지는 부분이 상당히 아쉽다.)

스토리의 경우 'Red'와 'Transistor'의 관계, 프로세스의 존재 이유, 주인공 'Red'가 시티에서 가지는 의미 등 여러 방면에서 신비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긴 하나, 이야기의 전개 방식이 상당히 난해하고 적들의 목적의식 등이 불분명하다는 점이 큰 단점으로 다가온다. 또한 현재 상황과 맞지 않는 주인공의 행동, 편집이라도 된듯한 스토리의 진행도 한 몫 한다. 그나마 흥미를 돋우는 요소는 게임 내 기술 하나하나에 등장인물과 관련된 배경이야기가 수록되어 있고, 적들의 세부 설정들도 빼곡하게 담겨 있다. 하지만 게임의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게임의 결말이 굉장히 허무하며, 엔딩을 보고 난 뒤에도 게임 전반에 걸쳐 의문이 드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Red(우)와 그녀의 동반자 Transistor(좌)

게임을 접하게 되면 게임이 뿜어내는 시각적, 청각적 아름다움에 흠뻑 취할 수 있지만, 다소 부실한 게임시스템이나 불친절한 스토리는 게임을 끝낸 뒤 여운이 아닌 허무함을 남기게 된다. 연출부분에서는 다른 어떤 게임들과 비교하더라도 손색이 없지만, 게임이 가져야할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게임 자체의 재미'와 '게임이 가진 이야기'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그래도 트랜지스터 자체에서 느껴지는 참신한 시도는 제작사가 내놓을 다음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기에는 충분하며, 풍부한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게임의 특징은 높게 평가해주고 싶다. 물론 게임성과 스토리 전개에 대한 고민은 좀 더 고민을 해보아야 할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

- 1회차 스킬과 레벨이 2회차로 연동이 되는데, 이로 인해 2회차부터는 스킬조합의 경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므로 게임이 상당히 재미있어 진다. 물론 난이도도 향상되므로 여전히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 스토리 또한 2회차 플레이에서는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반드시 2회차, 3회차에 걸쳐 게임을 즐겨보기 바란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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