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Dying Light

장르 : 액션

제작사 : Techland

플랫폼 : PC, PS4, X-box One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좀비가 등장하는 작품은 아주 오래 전부터 만들어졌으며, 영화, 소설, 만화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해왔다. 좀비의 등장은 게임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으며, (현재는 유행이 지나긴 했지만) 좀비가 등장하는 게임은 생각보다 많이 만들어졌다. 독특한 점이 있다면 영화, 소설, 만화에서는 인간에게 상당히 위협적인 괴물로 등장하던 좀비들이 유독 게임에서만큼은 인간에게 쉽게 쓰러지는 존재가 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RPG 장르에서 저레벨 구간의 사냥용 몬스터로 좀비가 등장해 온 것이 원인이라 추측이 되는데, 게임이 보편화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게이머들은 ‘좀비 = 위협적이지 않는 대상’이라는 인식을 가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좀비를 핵심소재로 한 게임들이 등장함과 동시에 적지 않은 수의 작품이 컨셉을 '많은 수의 좀비를 죽이고 탈출하기’, 즉, ‘좀비학살’로 잡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좀비 = 반드시 죽여야 하는 대상’으로 고착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좀비를 보면 싸워서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보편화되었다

그렇다면 좀비를 핵심소재로 만들어진 [Dying Light] 역시 ‘좀비 학살 게임’으로 보아야 할까? 만약 기존 좀비 게임들을 생각하고 본작을 시작한다면 꽤나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 생각만큼 잘 죽지 않는 좀비로부터의 당혹감, 식칼이나 몽키스패너 같은 변변찮은 무기로 싸워야하는 답답함, 그리고 좀비에게 죽게 되었을 때 느끼는 짜증은 게임 자체에 대해 불만과 의아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은 앞서 언급한 ‘좀비 = 반드시 죽여야 하는 대상’이라는 선입견에 의해 발생한 것이며, [Dying Light]라는 게임에 대해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게임을 시작한 결과이다.

좀비를 소재로 했지만 ‘좀비 학살’이 아닌 ‘파쿠르’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다

[Dying Light]는 좀비 학살 게임이 아닌 프리러닝(Freerunning)이라고 불리는 ‘주변 환경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극복하는 훈련이자 이동기술’인 파쿠르(Parkour)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내내 달음질을 하며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다니고, 좀비의 머리를 밟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등의 이동능력에 비중을 두고 있으며, 전투에 대해서는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또한 작중 임무의 극히 일부만이 좀비를 죽이라는 내용일 뿐, 그 이외의 임무는 특정 목적지까지 도달하거나 물건을 운반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이는 애초부터 게임의 설계 방향을 ‘좀비 학상’이 아닌 ‘파쿠르’로 정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다른 게임에 비해 [Dying Light]의 좀비를 죽이기 어렵다는 것도 파쿠르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장치이다. 기존 작품에서는 다수의 좀비들이 몰려오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이 소유하고 있는 무기로 좀비들을 죽이는 것이었다. 화염병 몇 개, 총이나 칼 한자루만 있으면 몇 마리의 좀비가 몰려와도 두려워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Dying Light]의 좀비들은 화염병을 던져도 잘 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총은 거의 주어지지 않고, 막대기나 판자, 낫, 망치 같은 전문무기가 아닌 일상도구들로 좀비와 싸워야 한다. 이러한 게임 내 조건들은 좀비들과의 교전을 피해 도망다닐 수 밖에 없게 만든다. 그리고 이를 위한 생존방법으로 파쿠르를 활용하고 있기에 본작이 좀비 학살이 아닌 파쿠르 게임임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줌과 동시에 게임 내에서 파쿠르의 활용이 더욱 빛을 발하도록 만들어준다.

‘파쿠르 + 1인칭 시점’은 마치 화면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하나 주목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게임의 ‘시점’이다. 작중 주인공이 파쿠르를 할 때 게임 내 시점이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플레이어가 받는 느낌은 크게 달라진다. 핵심소재가 파쿠르는 아니지만 파쿠르를 게임 내에 도입한 작품들은 적지 않으며, 기존 작품들을 비교해보면 어떤 차이가 발생하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3인칭 시점의 작품들은 주인공의 화려한 행동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3인칭 시점의 특성상 게임 밖에서 거리를 두고 작중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에 파쿠르 특유의 날렵하고 아슬아슬한 움직임을 플레이어가 체감하기 어렵다. 그에 반해 플레이어의 시점이 1인칭으로 설정되어 있는 작품들은 주인공과 플레이어의 시점이 동일하기에, 주인공의 행동을 볼 수 없지만 플레이어가 직접 건물 사이를 건너다니면서 파쿠르를 시도하는 듯한 느낌과 함께 강한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그 외에도 좀비에게 붙잡혔을 때 얼굴을 물어뜯길 것만 같은 공포감,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의 아찔함, 어둠 속에서 좀비들의 시선을 피해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긴장감 등 감정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Dying Light]의 시점에 1인칭으로 설정된 것은 매우 탁월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플레이어의 역량만 받쳐준다면 누구보다 더 빨리 어디든지 돌아다닐 수 있다

파쿠르의 의미가 ‘주변 환경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극복하는 훈련이자 이동기술’임을 생각해볼 때, 파쿠르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좀비’ 이외에도 파쿠르를 활용할만한 환경이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 단조롭고 반복적인 건물 및 사물의 배치, 또는 큰 위기감 없이 이동할 수 있는 환경구성이라면 파쿠르 게임으로서 의미를 찾기 힘들며,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매우 지루하고 단조롭게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Dying Light]는 사물과 건물 배치가 복잡하며 다양한 환경구성을 포함하고 있기에, ‘주변 환경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극복하는 훈련이자 이동기술’로서 파쿠르를 진가를 확인하기에 적합하다. 좀비와 싸우는 것이 아닌 목적지로 도달하기만 하면 되는 게임임에 불구하고 건물을 뛰어넘고, 난간을 오르고, 지붕 위로 떨어지며, 낮은 틈새 사이로 미끄려져 지나가는 등 지형지물을 이용한 다양한 액션이 가능하기에 지루할 틈이 없다.

재미있는 점은 1인칭 시점으로 인해 화려한 파쿠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의 역량을 상당 부분 요구하게 된다는 점이다. 1인칭 시점으로 인한 (3인칭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 시야는 주변 환경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데, 파쿠르를 능숙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플레어어가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알맞은 대처 방안을 순발력있게 생각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에 따라 플레이어의 역량(환경 파악 능력 + 대처능력 + 조작)만 받쳐준다면 매우 빠른 속도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복잡한 지형지물 사이를 재빠르게 이동하는 파쿠르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물론 천천히 걸어가면서 충분히 환경을 파악한뒤 하나씩 건물을 뛰어 넘어도 되지만 [Dying Light] 특유의 속도감이나 파쿠르의 재미를 느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의 발단은 신선하지만, 전개는 급작스럽고, 결말은 몰입감이 떨어진다

파쿠르 게임으로서 [Dying Light]는 완성도가 높다고 볼 수 있지만,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 측면에서는 매우 부실하다. 핵심 소재가 ‘좀비’인 작품들은 이전에도 많이 나타났고, 적지 않은 수의 작품들의 이야기가 좀비를 피해 탈출하거나 생존하려는 사람들의 사투가 대부분이다. [Dying Light]는 생존이나 탈출이라는 내용에서 벗어나 ‘격리 구역내 인물조사 및 치료제에 관한 기밀 탈취’라는 색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클리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다고 보면 된다) 이런 면에서 이야기의 발단은 매우 신선했고, 다른 좀비 게임들과는 차별화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발단이 신선함에도 불구하고 본작의 이야기는 충분한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인물조사 및 기밀 탈취’라는 주인공의 명확한 목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없는 동료의식의 형성, 주인공과 전혀 관련 없는 대상에 대한 가족애, 굉장히 애매한 수준의 러브라인 등 인과가 불투명하고 납득이 되지 않은 전개가 주를 이룬다. 게다가 여러 작품에서 보았을 법한 스토리들을 한 곳에 모아 억지로 짜집어 놓은듯한 느낌까지 주기 때문에 이야기가 진행될때마다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극비임무를 받은 주인공이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타인을 위해 너무 쉽게 목숨을 바친다는 점은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다.

애매한 러브라인의 희생자가 된 여성(좌), 그리고 신세한탄하는 파쿠르 선생(우)

전개 과정에서 힘이 떨어지다보니 결말에 대한 기대감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결말 역시 너무나 뻔하고 예상되는 내용이기에 결말에 대한 몰입감은 매우 떨어지게 된다. 이야기의 진행 과정도 문제지만 각 인물들이 가지는 의미가 점차 변질되어 가는 것도 이야기 전개의 힘을 떨어 뜨리는데 한 몫한다. 초반에는 가장 뛰어난 러너(runner)로 주인공에 버금가는 실력자로 묘사되는 제이드(사진 속 여성)는 주인공의 가장 가까운 동료로서 활약하나 싶었는데, 애매한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죽어버린다. 또한 좀비들로부터 생존을 위한 기술로서 사람들에게 파쿠르를 가르쳐준 파쿠르 선생 해리스(사진 속 남성)는 생존자 집단의 리더로 첫 등장을 하나 점차 신세한탄만 하다가 후반에 들어서는 등장조차하지 않는다. 이같은 인물의 의미와 비중의 변화는 이야기 전개를 위해 인물의 역할을 억지로 바꾼 듯한 느낌을 주며, 인물이 가지는 상징성조차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스토리는 아쉽지만 ‘파쿠르’와 ‘좀비’를 아주 완벽하게 결한한 작품임은 분명하다

스토리는 상당히 부실하지만 ‘좀비’를 소재로 한 게임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린 점과 ‘파쿠르’가 중심인 게임으로서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것은 분명하다. 잘죽지 않는 좀비로부터의 위협, 1인칭 시점이 선사하는 현실감있는 파쿠르 체험, 다양하고 복잡한 지형지물을 이용한 화려한 파쿠르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낮과 밤에 따른 좀비들의 활동변화는 플레이어에게 엄청난 공포감을 주기도 하며, 오픈월드의 자유로운 성격에 따라 좀비와 싸울 것인지 도망갈 것인지 선택하고 그에 따른 차별화된 성장이 가능하다. 물론 좀비가 창궐한 세상에서 생존을 위한 기술로 파쿠르를 사용한다는 것이 매우 설득력있게 다가온다는 점을 기억해야하며, [Dying Light]가 좀비와 파쿠르의 소재간 결합이 매우 적절하게 이루어진 작품임이 분명하다

못다한 이야기

- 레벨과 경험치는 생존/전투/민첩 세 가지 능력으로 나뉘어져 있다. 세 가지 능력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되지만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플레이어 성향에 맞게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 좀비와의 교전이 잦으면 전투 쪽으로 능력이 향상되고, 파쿠르를 중심으로한 이동을 위주로 한다면 민첩 쪽으로 능력이 향상된다.

- 게임을 상당 부분 진행한 뒤 레벨이 높아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좀비 학살' 게임으로 바뀌게 된다. 물론 좀비를 사냥하는 능력과 충분한 무기가 갖춰질 때의 이야기이며, 적어도 메인 스토리가 끝나기 전까지는 '좀비 학살'을 체험하기는 쉽지 않다.

- 본작의 무서운 점은 '밤' 시간대의 좀비들인데, 밤 시간에는 특수한 좀비들이 등장하여 플레이어를 위협한다. 이동속도도 빠르고 공격력도 강해서 게임 초반에는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다. 게임 후반부에도 상대하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이기에 극한의 상황 속에서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밤 시간에 활동해보기를 권한다.

- 기술적인 면에서 약간의 문제가 있어 보인다. 프레임이 떨어지거나, 싱크가 맞지 않는 현상이 종종 발견되었다. 게임하는 데 큰 지장은 없지만 예민한 게이머들에게는 상당한 감점요소가 될 수 있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Remember Me

장르 : 액션

제작사 : DONTNOD Entertainment

플랫폼 : PC, PS3, X-box 360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창작물 중에는 현실과는 다른 가상의 세계가 담겨 있는 것들이 있다. 이러한 가상의 세계는 어느 누구나 떠올릴 수 있지만 그 세계를 짜임새있게 만들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짜임새 있게 만들어진 가상 세계는 언제나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그 속에서 풀어나갈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해진다. 판타지의 아버지이자 [Lord of the Rings]을 집필한 ‘John Ronald Reuel Tolkien’이 세계관을 먼저 구축한 뒤 이야기를 써내려갔다는 것을 보면, 세계관의 구축이 매우 중요한 부분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세계관이라도 그 안에서 풀어낼 사건들이 부실하다면 그 가상 세계는 겉만 번지르르한 포장지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이번에 이야기할 [Remember Me]는 그러한 작품들 중 하나다.

[Remember Me]는 기억을 상품화하여 사고 파는 근미래의 이야기다.

[Remember Me]의 세계관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본작의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는 ‘인간의 기억’이며, 기억을 추출/조작/운반 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기업과 기득권의 횡포, 이에 따른 극심한 빈부격차,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혁명단체 ‘에러리스트(Errorist)‘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인간의 기억을 다룬다’는 내용은 윤리/철학과 연결이 되면서 사뭇 진지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세계관으로 창조되었다. 또한 게임의 배경이 현실과는 완전히 다른 가상세계가 아닌 근미래 프랑스인 ‘NEO Paris’이기에 머지 않은 미래에 나타날 법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매력적인 세계관을 구축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가 즐길 수 있는 부분은 한정적이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둘러볼 수 있는 배경은 시선을 빼앗을 만큼 압권이며, 작품 내 사회가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만큼 표현을 잘 해두었지만 플레이어와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부분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러다보니 게임 내 세계를 충분히 즐길 여지가 없으며, 거기에 더해 진행 방향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좌표표기까지 한몫하면서 스토리만 따라가다 게임이 끝나버리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위협적인 적인줄 알았으나 한순간에 아군이 된 뒤 단역으로 떨어지는 Olga(좌)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있다면 스토리 역시 상당히 부실하다는 것이다. 등장인물 중 한명인 ‘Olga(올가)’는 게임 초반에 등장하여 굉장히 위협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암살자로서 주인공과의 대립이 예상되었지만, 별다른 활약 없이 등장하자마자 기억 조작을 당하고 아군이 된 후 거의 등장하지 않는 인물로 전락해버린다. 또한 주인공 ‘Nillin(닐린)’의 과거와 가족관계, 조력자 ‘Edge(에지)’의 정체 등 충격적인 반전요소를 담을 수 있는 이야기 구성을 다소 뻔한 내용을 담아냄으로써 어처구니 없는 결말을 맺고 있다. 무엇보다 기억을 잃어버린 주인공이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기억 때문에 불가피하게 혁명에 동참하게 되는 수동적 태도를 보여주기에 스토리의 맛을 떨어뜨리고 있다.

게임플레이는 시각적인 즐거움이 뛰어나지만 플레이어의 선택폭이 매우 좁다.

게임플레이의 경우에도 다소 부실한 부분이 많다. 게임 내 요소는 크게 1.전투 2.퍼즐 3.파쿠르 액션 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요소들은 시각적인 즐거움은 충분히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요소의 매력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첫번째, 전투는 ‘Combo Lab’을 바탕으로 다양한 효과를 가진 공격을 조합하여 전투를 진행하는 방식인데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한정적이다. ‘Combo Lab’은 이미 정해진 틀 내에서만 만들 수 있으며, 단순히 효과만 달리할 뿐 공격 방법이 모두 동일하다. 그러다보니 유저 스스로가 창의성을 발휘하여 콤보를 만들 수 없고, 정해진 틀에 맞춰서 전투를 진행해야 한다. 전투에서 볼 수 있는 공격 모션이나 특수 효과는 정말 화려하지만 정작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재미가 부족하다는 점은 단점이 될 수 밖에 없다.

기억 조작은 재생과 되감기를 반복하면서 주먹구구식으로 해결해야한다.

두번째, 퍼즐의 경우 ‘기억조작’과 ‘리멤브레인’이라는 두 가지 요소로 나타나는데 플레이어가 퍼즐을 풀기 위해 고민하고 추리할만한 여지가 적은 편이다. 기억조작의 경우 추리를 통해 맞춰나간다기 보다는 기억을 되감고 재생하고를 반복하면서 주먹구구식으로 풀어나갈 수 밖에 없는 구성이다. 또한 기억을 되감고 재생하는 방법이 불편해서 꽤나 시간이 걸린다는 특징 때문에 지루하기까지 하다. 그나마 ‘리멤브레인’의 경우 언어를 통한 퀴즈 형식의 퍼즐이기에 추리를 해볼 여지가 있지만 게임 내에서 몇 번 등장하지 않기에 아쉬움이 크다.

세번째, 파쿠르 액션도 우리가 기존에 기대하던 것과는 달리 매우 제한적이다. 파쿠르 액션이라 하면 보통 [Mirror’s Edge]나 [Assassin Creed]처럼 매우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을 떠올리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본작에서는 정해진 경로만 이동할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벽을 타거나, 파이프를 오르거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등의 액션을 보이지만 역시나 플레이어의 자유도가 없으므로 매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컨셉이 훌륭했기에 그 안에 담긴 부족한 내용물은 더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매력적인 컨셉과 세계관 그리고 이를 보여주는 배경과 시각 효과는 플레이어의 눈을 즐겁게 해주지만 정작 그외 플레이어가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요소는 부족한 편이다. 이는 ‘플레이어의 선택가능 폭이 좁다’, ‘플레이어와의 상호작용이 부족하다’ 등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매력적인 세계라 할지라도 그것을 소비하는 플레이어가 향유할 즐거움이 없다면 매력은 반감되고 재미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분명히 좋은 작품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었기에 그만큼 부실한 내용물을 큰 아쉬움으로 다가 온다. 현재 [Remember Me 2]의 스토리가 이미 완성이 되어 있다는 소식이 있는만큼 후속작이 나온다면 좀 더 풍부한 즐길거리를 담아내어 세상 밖으로 꺼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못다한 이야기

- 애초부터 주인공 '닐린'은 최고의 에러리스트 요원이라는 설정이 있으며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능력이 있었다. 스토리 진행에 따른 주인공의 성장과 고난 등은 거의 없고, 그저 시키는대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요원이라는것이 썩 좋은 이야기 흐름은 아니다. 물론 가족관계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면서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하지만 꽤나 뻔한 이야기라 그 감정이 오래가지 않는다.

- QTE(퀵타임이벤트, 버튼액션)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많았던 작품인데, 개인적으로는 QTE의 활용이 문제가 아닌 '가시성'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QTE는 [God of War]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순간순간 어떤 버튼을 눌러야하는지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 처음 게임을 구입할 때는 [Mirror's Edge]같은 작품이라 생각하고 구입했다. 물론 매우 거리가 먼 작품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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