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Sonic the Hedgehog 4 - Episode 1 & 2

장르 : 액션, 플랫포머

제작사 :  SEGA

플랫폼 : PC, PS3, X-Box 360, Wii, iOS, 안드로이드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초음속으로 달리며 악당 닥터 에그만(Dr.Eggman)의 야욕을 저지하는 고슴도치 소닉(Sonic the Hedgehog)은 SEGA의 대표 캐릭터로서, Nintendo의 마리오(Mario), Capcom의 록맨(Rockman)과 함께 게임 역사에 거대한 자취를 남긴 캐릭터 중 하나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각 회사의 대표 캐릭터 간의 경쟁이 치열했으며 각 회사의 상징이었던 소닉, 마리오, 록맨은 발매되는 게임마다 적잖은 파장과 많은 인기를 끌며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왔다.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성공과 실패의 반복, 정규 시리즈 외 작품들의 과도한 양산, 매너리즘, 매니아화에 의한 신규 유저 유입 차단, 경쟁 프랜차이즈의 등장 등으로 위의 세 캐릭터는 서서히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게임역사에 발자취를 남긴 세 캐릭터 - Rockman(좌), Mario(중간), Sonic(우)

이러한 상황에서 [Sonic the Hedgehog 4]의 발매는 제작사와 팬들에게 매우 큰 의미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소닉의 시발점인 [Sonic the Hedgehog]의 시리즈가 다시 시작되는 것과 더불어, 시리즈 최고의 걸작이었던 [Sonic the Hedgehog 3](&Knuckles)의 후속작이자, 16년만의 1세대 소닉의 회귀이기에 팬들의 기대감이 커지는 것은 물론 회사측에서도 1세대 소닉 시리즈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심혈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16년만에 돌아온 [Sonic the Hedgehog 4]는 너무나 충격적인 모습이었고, 시리즈의 명성에 지울수 없는 먹칠을 하게 되었다.

깔끔해보이지만 움직임이 매우 어색하다. 그로 인해 속도감을 상당 부분 상실!

먼저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그래픽 및 시각요소에 대해 살펴보자. 90년대 발매 되었던 [Sonic the Hedgehog] 시리즈와 달리 [Sonic the Hedgehog 4]는 3D그래픽을 갖추고 있다. 시대가 흐름에 따라 2D에서 3D로 그래픽이 발전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2세대 소닉부터는 대부분의 작품이 3D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1세대 소닉의 회귀라 할지라도 3D 그래픽의 활용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오랫동안 3D그래픽으로 소닉의 움직임을 만들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본작에서의 소닉은 그 움직임이 매우 어색하다. 특히 소닉의 시그니처 무브(Signature Move)라고 할 수 있는 ‘달리기'의 경우 굉장히 뻣뻣하게 움직일 뿐만 아니라 매우 어색해 보인다. 문제는 단순히 뻣뻣하고 어색한 움직임이라는 것을 넘어 소닉이라는 캐릭터의 핵심 특징인 빠른 속도감을 느끼기 힘들게 만들고 있어 문제가 더욱 커지게 되었다. 결국 ‘속도감'을 주 무기로 게임성을 구축했던 소닉 시리즈이기에 그래픽에 의한 속도감의 상실은 소닉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반감시키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황당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낙사구간은 ‘달리지 못하는 소닉’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속도감 상실의 원인은 그래픽 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닉의 속도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가속도가 충분히 붙을만큼 달릴 수 있는 길이의 (장애물이 없는, 연속적인) 스테이지 구성이 필요하다. 기존 소닉 시리즈만 보더라도 한정된 공간 안에 최대한 긴 거리를 달릴 수 있게 만들기 위해 챗바퀴형길(track, 길)이나 나선형 길을 구성한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Sonic the Hedgehog 4]는 스테이지 전반에 걸쳐 ‘가속도가 충분히 붙을만큼 달릴 수 있는 구간'이 대폭 줄어들어 소닉의 속도감을 느끼기 쉽지 않다. 일정 거리를 달리다보면 장애물에 막히거나 특수한 형태의 플랫폼에 올라가야하는 상황에 처해 불가피하게 달리는 것을 멈춰야 한다. 그 뿐만 아니라 불필요하다고 느낄만큼 낙사(落死) 구간이 많아 답답함을 유발하기까지 한다. 특히 낙사구간은 링(Ring) 하나만 보유하고 있어도 죽지 않았던(+ 난이도를 낮춰 가볍게 즐길 수 있게 만들었던) 전작들과 달리 링 보유 상황과 무관하게 죽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게 되면서, 달리지 못하는 소닉을 만듦과 더불어 게임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끊게 만들고 있다.

매우 단조롭고 성의없는 보스 디자인 - 생각없이 만들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든다

소닉의 속도감을 살리지 못한 상황에서 만나게 되는 보스의 디자인도 매우 실망스럽다. 보스의 성의없는 디자인은 보스의 단순한 공격패턴으로 이어졌으며, 난이도의 하락이라는 결과를 초래하여 보스 클리어에 대한 만족감보다는 실망감을 가지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각 스테이지 보스를 다시금 순차적으로 쓰러뜨려야하는 최종 스테이지의 구성은 게임의 분량을 억지로 늘려 모자란 플레이타임을 채우려고 한 의도로 보인다. 무엇보다 앞서 언급했던 ‘소닉과 맞지 않는 스테이지 구성’과 ‘성의없는 보스 디자인’이 합쳐지면서 제작자들이 게임의 완성도에 대해 충분한 고민을 하지 않고 급하게 게임을 발매하지 않았나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지 못한 Episode.1 으로 인해 걱정이 커져만 간다

어색한 움직임, 잃어버린 속도감, 달릴수 없는-낙사 구간이 많은 스테이지 구성, 성의 없는 보스디자인. 모든 부분에서 퇴보해버린 [Sonic the Hedgehog 4]는 좋은 점을 찾을래야 찾을 수 없다. 소닉이라는 캐릭터의 개성을 잃어버린 것도 모자라 1세대 소닉 시리즈의 명성을 대폭 깎아버린, ‘졸작'이라고 불러도 될만한 수준의 작품이다. 여기까지는 Episode.1 의 이야기다.

그래픽과 모션 모두 개선되어 잃어버린 속도감을 확실하게 되찾았다

그렇다면 Episode.2 는 어떨까? 제작자들도 문제점을 인지한 것인지 Episode.1 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은 상당부분 해결해냈다. 우선 어색한 그래픽/모션과 ‘달릴 수 없었던’ 스테이지 구성은 대부분 개선이 되어 기존의 소닉 시리즈에서 느낄 수 있었던 속도감을 다시 되찾았다. 어색했던 모션이 좀 더 자연스러워졌고, 낙사 구간의 대폭 삭제와 충분히 가속을 내어 달릴 수 있는 스테이지 구성으로 소닉다운/속도감있는 게임 진행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일부 스테이지들은 달리는 중에 스프링을 이용한 다양한 점프액션이 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잃어버렸던 속도감을 찾음과 동시에 좀 더 신선하고 화려한 액션이 가능하도록 구성해두었다. 이는 ‘달리기'에만 집중되어 있던 기존의 소닉에서 벗어나 공중에서도 빠른 속도를 보여줄 수 있다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그와 동시에 ‘소닉다움'은 잃지 않은 아주 적합한 스테이지 구성을 만들어내었다고 볼 수 있다.

소닉과 테일즈의 합동 액션은 유기적인 게임 진행을 가능하게 만든다

테일즈(Tails)의 등장도 Episode.2 가 보여준 개선점에 해당된다. Episode.1 은 소닉만 등장하지만 Episode.2 에는 테일즈가 등장하면서 좀 더 다채로운 액션이 가능해졌다. 주목해야할 점이 있다면 테일즈의 등장은 단순히 Episode.1 을 개선했다는 것을 넘어 전작 [Sonic the Hedgehog 3]에 대한 아쉬움을 해결하기에도 충분했다는 것이다. [Sonic the Hedgehog 3]에서 소닉과 테일즈를 동시에 조작하기가 상당히 불편했으며 특정 스테이지를 제외하고는 테일즈를 활용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본작에서는 테일즈의 조작이 좀 더 간편하게 바뀌었고, 테일즈와의 합동 액션이 가능하도록 만듦으로써 좀 더 유기적인 게임 진행이 가능해졌다. 또한 합동 액션을 활용해야만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을 스테이지 곳곳에 배치, 소닉만이 아닌 테일즈를 충분히 활용하도록 하여 게임 진행에 있어 소닉과 테일즈의 균형을 적절하게 이루고 있다.

스케일이 다른 스테이지 보스 - Episode.1에 비해 많은 신경을 썼음을 알 수 있다

보스 디자인도 Episode.1 과 Episode.2 를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난다. 매우 단조롭고 성의없어 보였던 Episode.1 의 보스와 달리 Episode.2 의 보스는 외관과 크기부터 차이가 난다. 모든 보스가 위협적이고 거대해졌으며 공격 패턴도 다양해져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향상되었다. 여기에 보스를 파해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소닉과 테일즈의 합동 액션도 충분히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보스와 싸우는 재미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Episode.2에 들어와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은 존재한다

충분한 개선이 이루어졌음에도 아쉬운 부분은 존재한다. 게임을 진행하는 중에 만나는 일부 구간들은 자동진행(Auto Play)에 가까울 정도로 조작의 필요성이 떨어진다. 원인은 속도감을 살리기 위해 활용했던 ‘가속 페달'이 다소 많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정 구간에서 가속 페달을 밟을 경우 특별히 조작을 하지 않아도 여러 개의 가속페달을 거치며 게임이 상당 부분 진행이 된다. 이같은 구간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종종 조작하는 재미를 떨어뜨리며 별로 손 댄 것도 없는데 스테이지가 끝나버리는 허탈함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게다가 많은 신경을 써서 만들었다고 생각되는 스테이지 보스들에 비해 오히려 최종보스와의 전투가 단조로운 구성이기에 끝맺음이 다소 허무하다. Episode.1 에서는 몇 번의 전투를 통해 (기존 스테이지 보스의 반복 등장이라는 문제가 있지만) 최종 보스를 만나게 되는 반면 Episode.2 는 최종보스만 등장할 뿐 다른 요소들은 나오지 않는다. 이 때문에 최종 보스와의 싸움에서 느껴야할 치열함이나, 처음으로 쓰러뜨린 후 그 다음에 등장할 보스의 모습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허무한 결말을 맺게 된다.

실망감 뒤의 안도감은 개발이 취소된 Episode.3 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Episode.1 의 실패를 Episode.2 에서 어느 정도 만회를 했지만 이 모두를 두 작품을 종합하더라도 [Sonic the Hedgehog 3]와 비교하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16년만의 후속작이지만 충분한 완성도는 커녕 소닉다운 모습을 잃어버리게 했고, 뒤늦게나마 문제점을 보완했다는 점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한다. 1세대가 아닌 2세대, 그리고 3세대에서도 굴곡이 있었던 소닉 시리즈이지만 Episode.1 같은 작품이 또 다시 나온다면 소닉 시리즈의 수명은 머지않아 끝나버릴 수 있다. 문득 Episode.1 의 실망감과 Episode.2 의 안도감은 개발이 취소되어버린 Episode.3 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며 16년 전 그때 그 소닉의 모습을 다시금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 물론 세상 밖으로 나올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못다한 이야기

- Episode.1 의 첫 스테이지를 끝낸 후 '정말 이 게임을 계속해야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의 질적 수준이 너무나 떨어져 돈이 아깝다는 생각보다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더 컸다. 하지만 다행히도 Episode.1을 끝냈기에 Episode.2를 만날 수 있었다고 본다.

- Episode.2 는 전반적으로 괜찮으나 메탈소닉과의 결전을 벌이는 공중전 스테이지는 다소 루즈한 느낌이 든다. 진행 속도가 느린 편이라 플랫포머의 느낌으로 만들긴 했으나 소닉의 매력이라 보기는 힘들다.

- '호밍 어택'이 도입되었는데 액션성은 더 부각시킬 수 있으나 소닉답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물론 소닉 애니메이션에서 호밍 어택 느낌의 공격을 많이 하긴 하지만 게임에서는 어울린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Titan Souls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Acid Nerve

플랫폼 : PC, PS4, PS Vita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인디게임 개발사 ‘Acid Nerve'가 만든 [Titan Souls]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액션 게임에 비해 게임 내에 담겨진 것이 많지 않다.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은 주인공과 거인들(Titans) 뿐이다. 게임 내 이야기가 전무하며, 조작법 이외에 게임 진행 방식을 알려주지 않고, 지도와 아이템 같은 보조도구조차 제공하지 않는다.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컷신도 없고, 눈을 즐겁게 해주는 화려한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니며,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할 구성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의 내용만으로 생각해볼 때 과연 이게 게임이 맞는지 의심이 들 수 있으며 과연 무슨 재미로 즐기는 게임인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요소들이 포함되지 않더라도, 게임을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아 [Titan Souls]가 충분히 매력적인 게임이며 독특한 게임성과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화살 하나로 거인을 쓰려뜨려라! - [Titan Souls]의 핵심이자 모든 것

[Titan Souls]는 주인공이 미지의 공간을 탐험하며 여러 거인들(Titans)을 만나고 그들을 쓰러뜨리면 되는 아주 단순한 구성을 지니고 있다. 플레이어는 한 자루의 활과 한 발의 화살을 들고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을 활보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대면하게 되는 거인들과 피할 수 없는 싸움을 하게 된다. 그런데 거인과 플레이어 모두 ‘단 한번'의 유효한 공격으로 죽게되는데 이 과정에서 본작이 가진 아주 독특한 게임방식을 보여 주게 된다.

싸움을 반복하고 패턴을 학습하여 회심의 일격으로 거인을 쓰러뜨려야 한다

거인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쓰러지지만 공격을 적중시키기까지의 과정은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 각 거인들마다 약점이 존재하는데 약점에 공격을 적중시켜야만 거인을 쓰러뜨릴 수 있으며 약점 외에는 모든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 또한 거인들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행동 패턴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며 플레이어를 공격한다. 그렇기 때문에 거인의 움직임을 잘 살피면서 약점을 파악한 뒤 패턴을 이해하고, 예측하여, 이용해야만 공격을 적중시킬 수 있게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수 많은 죽음을 경험할 것이며, 몇 번의 도전 끝에 패턴을 온전히 파악했다 하더라도 약점을 공격하기 위한 타이밍을 잡아낼 센스와 적절한 컨트롤을 요구하기에 더 많은 죽음과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거인을 쓰러뜨리기 위해 플레이어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게임에 몰입할 수 밖에 없으며, 수십번의 도전 끝에 거인을 쓰러뜨리게 되면 극도의 성취감과 함께 다음 거인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도전의식을 느낄 수 밖에 없게 된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미지의 공간들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형성한다

거인을 쓰러뜨리고 다음 거인을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미지의 공간을 지나게 된다. 게임 초반에는 아주 좁고 정형화된 신전에서 거인들을 만나게 되지만 게임을 조금만 진행하게 되면 매우 넓고 다양한 환경을 담은 공간에 도달하게 된다. 이때부터는 미지의 공간을 탐색하며 거인을 찾아나서야 하며, 얼음계곡, 바람절벽, 용암지대, 비밀숲 등 다양한 환경을 가진 공간을 만나 신비로운 분위기를 접하게 된다.

미지의 공간이 풍기는 신비로움은 작품 내 이야기를 완전히 배제하는 방법을 활용하여 그 분위기를 강화하고 있다. 게임의 진행을 위해 이야기가 필요한 작품이라면 스토리의 부재가 독이 될 수 있지만 [Titan Souls]는 ‘거인과의 싸움'만이 중요할 뿐이기에 스토리의 부재로 인해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다. 게다가 오히려 게임 내 스토리의 부재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작중 이야기를 상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게임 전반에 걸친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욱 강화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거인 이외의 모든 생물을 배제함으로써 거인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이야기의 부재와 함께 게임 내에 포함되지 않는 또 다른 요소는 게임 곳곳에 산재되어 있어야 할 크리쳐(또는 몬스터)다. 거인을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수 많은 공간을 지나치지만 그 어떤 크리쳐도 만날 수 없다. 간단한 조작 연습이나 게임 내 공간을 채우기 위한 보조요소로서 거인 이외의 크리쳐를 집어넣을 수 있었겠지만 [Titan Souls]에서는 거인을 제외한 요소는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이는 작품의 중심 소재인 거인(Titan)에 온전히 초점을 맞추고자 했음을 알 수 있으며, 플레이어가 거인과의 싸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스테이지를 구성 해놓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RPG같은 주인공의 성장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 그리고 거인과의 싸움이 고도의 집중력과 조작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거인 이외의 크리처가 포함되었다 하더라도 그 비중은 매우 적었을 것이다.

불필요한 요소는 온전히 배제하고 오로지 거인과 주인공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토리의 부재를 통한 신비로운 분위기의 강화, 거인 이외의 크리처를 배제하여 거인에 대한 집중도 향상, 그리고 ‘상호간 한 방 싸움’이라는 독특한 게임성. 이 모든 것은 ‘거인과의 싸움’에 집중하기 위해 불필요한 것들을 최소화하여 작품의 핵심 컨셉에 집중하고자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게임 내 어떤 이야기도 들려주지 않지만 작품 속에 담긴 요소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며, 거인을 만날수록 다음 거인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간다. 여기에 패턴의 학습과 정교한 조작이 요구되는 독특한 게임성으로 도전의식까지 자극하게 되면서 [Titan Souls]만의 고유한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게임은 정말 단순하다. 화살로 거인을 맞춰 쓰러뜨리면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당신의 감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을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

- 처음 엔딩을 보기까지 167번 죽었다. 게임을 진행하는 중에 워낙 많이 죽다보니 얼마나 죽었는지 감이 오지 않을 정도다. 일부 거인들은 운이 좋아서 공략을 하게 되었는데, 아마 운이 나빴다면 더 많이 죽었을지도 모른다.

- 엔딩을 보기까지 모든 거인과 싸우지는 않아도 되는데, '진엔딩'이 따로 포함되어 있어서 반복플레이를 가능하도록 구성해두었다. 물론 한번 싸워본 거인이라 할지라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2회차, 3회차 플레이를 해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본문에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도트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깔끔한 그래픽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게임 자체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연출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Rayman Legends

장르 : 액션, 플랫포머

제작사 :  Ubiart (Unisoft)

플랫폼 : PS3, PS4, PS Vita, X-box 360, X-box One, Wii U,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Rayman] 시리즈는 1995년에 발매된 초기작 [Rayman]을 시작으로 2013년 [Rayman Legends]까지 이어져온 Ubisoft의 플랫포머 게임 시리즈이다. 2015년을 기준으로 20주년을 맞이했고, 초기작 [Rayman]부터 최신작 [Rayman Legends]까지 총 다섯편의 시리즈로 모든 시리즈가 좋은 평가를 받으며 2D 플랫포머 장르의 변함없는 명작 시리즈로 인식되어 왔다.

1995년 발매된 [Rayman] - 깔끔하고 귀여운 디자인의 명작 플랫포머

시리즈의 역사를 잠깐 살펴보자면, 1995년에 발매된 [Rayman]은 깔끔한 그래픽, 훌륭한 조작감, 귀여운 디자인, 그리고 높은 난이도 구성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명작 플랫포머 시리즈의 초석을 다져놓았다. 후속작 [Rayman 2: The Great Escape](1999)와 [Rayman 3: Hoodlum Havoc](2003)는 2D에서 3D로 탈바꿈하면서 더 발전된 게임성을 통해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아 시리즈의 명성을 이어갔다.

8년이라는 긴 공백을 깨고 돌아와 플랫포머의 진수를 보여준 [Rayman Origins]

그 후 8년이 지난 2011년, 다시 2D로 회귀를 선언하며 게이머들에게 돌아온 [Rayman Origins]는 플랫포머 장르의 시대가 이미 저문 2000년대 후반의 고해상도/고프레임의 3D 또는 신규 장르의 게임들과의 경쟁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고, 메타크리틱 92점, IGN 9.5점, 2011 Game of the Year(이하 GOTY) 선정 등 평단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더욱이 [Rayman Origins]을 계승하면서 한단계 더 발전시킨 [Rayman Legends]는 2013년 GOTY를 3개나 수상하며 전체 성적 10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는 단순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 이상으로, 2D 플랫포머 장르임에도 다른 게임들과 비교/경쟁의 대상으로서 손색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참고로 2013년에는 [Last of Us], [Bioshock Infinite], [Tomb Raider], [GTA 5] 등 어마어마한 호평을 받은 작품들이 무수히 많이 발매되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2013년 GOTY 수상에 빛나는 [Rayman Legends]는 시리즈의 명성을 이어간다

그렇다면 [Rayman Legends]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플랫포머 장르에서 중요한 세가지를 꼽자면 작중 주인공이 활동하게 될 플랫폼(platform, 발판), 주인공의 액션, 그리고 다양한 스테이지 구성일 것이다. 그리고 [Rayman Legends]는 위 세가지에 매우 충실하며 그와 동시에 디자인에 상당한 공을 들이며 각 요소의 조화를 통해 성공적으로 작품의 완성을 이루어냈다.

레이맨은 언제나 밝고 명랑하며 괴짜같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다

게임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독특하게 생긴 귀여운 디자인의 캐릭터들이다. 주인공 레이맨(Rayman)은 팔다리가 없이 손과 발, 몸통과 머리만 존재하는 매우 기이한 형체를 지니고 있다. 레이맨의 동료들도 둥글넓적한 개구리(글로복스, Globox)이거나 특이하게 생긴 꼬마요정(틴시, Teensy), 말괄량이 여자 바바리안(바바라, Babara) 등 평범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괴상하다기보다 귀엽다는 느낌을 준다. 이들의 독특한 외형만으로도 게임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느긋하고 신나보이는 이들의 모습은 플레이어가 게임하는 내내 매우 즐거운 기분을 들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익살스럽게 생긴 적들의 생김새와 맞물리면서 그들을 물리치는 레이맨과 친구들의 모습이 더 즐겁고 유쾌하게 보이게 하는 시너지를 내기도 한다.

Origins(좌)와 Legends(우)의 그래픽 차이 - 같은 2D 이지만 느낌이 다르다

다만 캐릭터 디자인은 [Rayman Origins]에서 이미 완성된 상태였고, 초기작 [Rayman]으로부터 이어져온 것이기 때문에 [Rayman Legends]는 디자인의 대부분을 전작들로부터 물려받았다. 그러나 [Rayman Legends]는 단순히 이를 물려받기만 한 것이 아니라 좀 더 발전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동일한 2D 그래픽임에도 불구하고 전작과 다른 표현방식을 활용해 마치 3D 캐릭터를 보는 듯하게 만들어 캐릭터를 더욱 입체감있게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표현방식은 [Rayman Origins]의 플랫폼과 배경에 이미 적용되어 있었으며 [Rayman Legends]로 넘어오면서 캐릭터에게 까지 확장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배경/플랫폼의 표현방식과 캐릭터의 표현방식이 달라 3차원 공간에 2차원 캐릭터를 배치한 듯한 부조화를 통해 묘한 매력을 발산하던 전작과 반대로 [Rayman Legends]는 캐릭터가 게임 내 공간 속에 매우 잘 녹아들어가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다. 물론 부조화를 유발하는 표현방식이나 잘 녹아들어간 듯한 표현방식 모두 각자의 매력이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을 활용하더라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며, 표현방식의 변화를 통해 [Rayman Legneds]가 전작과의 차이를 가질 수 있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더 부드럽고 유연한 움직임이지만 간단한 조작으로 박진감있는 액션을 보여준다

또한 [Rayman Origins]에서 보여준 캐릭터의 다양한 액션들이 그대로 계승되면서 [Rayman Legends]의 발전된 그래픽과 만나 더 부드럽고 유연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조작버튼과 조작방식이 매우 간단하기 때문에 복잡한 조작법 없이도 캐릭터의 화려한 (또는 정신나간) 액션을 볼 수 있으며, 액션의 추가와 개선으로 더욱 역동적이고 멈춤이 없는 빠른 전개의 게임 진행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2D 플랫포머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딱딱하고 단조로운 움직임이 아닌 물흐르듯 유연하면서, 동시에 역동적인 모습으로 플레이어에게 높은 수준의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스테이지의 독특한 컨셉과 다양한 구성으로 즐길거리가 상당히 많다

주인공들이 활동하는 스테이지의 구성도 단순하지 않다. 고정된 플랫폼을 밟고 올라가는 가장 기본적인 구성이 주가 되는 초반 스테이지를 시작으로, 플랫폼의 모양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형태를 지나, 물 속에서 수영을 하거나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등 플랫포머의 기본 형태를 뛰어넘는 모습으로 점차 변화해간다. 게임 진행에 따른 플랫폼의 변화/다양화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점차 다양한 액션을 수행하도록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점진적인 난이도 향상과 함께 더 높은 수준의 조작을 요구하므로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또한 각 스테이지(또는 월드) 별로 독특한 컨셉에 따라 그에 가장 부합하는 형태로 플랫폼의 배치와 디자인이 설계되어 있고, 단순 진행 방식 뿐만 아니라 리듬액션, 타임어택, 보스전 등의 다양한 형태로 구성해두었기 때문에 즐길거리와 도전과제가 충분히 담겨 있다.

월드별로 형태는 다를지 언정 진행과정은 동일하기에 조금은 아쉬움이 든다

모든 부분에서 부족함이 없는 2D 플랫포머이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그것은 바로 ‘월드 진행 과정과 컷신의 반복'이다. 서로 다른 월드일지라도 월드 전체의 진행 과정은 [일반 스테이지 → 보너스 스테이지 → 일반 스테이지 → 추격전 → 일반 스테이지 → 보스전]으로 반복되고 있다. 또한 추격전/보스전 전후에 볼 수 있는 컷신은 월드별 컨셉에 따른 배경만 다를 뿐 [납치 → 추격전 → 구출 → 2차 추격전 → 마무리]의 완전히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굉장히 높은 수준의 캐릭터/스테이지 디자인과 비교되면서 게임의 진행 단계가 다소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이에 따라 컷신을 월드별로 다르게 만들고, 진행 과정을 다양하게 구성했다면 앞선 요소들과 시너지를 내면서 더욱 완성도가 높아지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이러한 반복적 구성은 [Rayman Origins]에 들어서면서 스토리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게 되어 각 월드의 '기승전결'에 통일성을 부여하기 위한 의도였을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며, 게임을 진행하는 데 지루함을 유발하지는 않기에 '조금 아쉬울 뿐 문제될 것 없는’ 부분이다.

괜히 ‘명작’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그에 합당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보기만해도 즐거워지는 캐릭터, 부드럽고 유연하면서도 역동적인 액션, 독특한 컨셉과 함께 그에 걸맞는 디자인을 가진 스테이지, 다양한 게임 형태, 점진적 난이도 향상 등 각각의 요소가 훌륭하면서도 조화를 이루고 있는 [Rayman Legends]는 전작의 명성을 이어가기에 충분하며 본 시리즈가 왜 '명작'이라고 불리는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8년 간의 공백을 깨뜨리고 2D 플랫포머로서 높은 평가를 받은 [Rayman Origins]도 훌륭하지만, 이를 이어받은 [Rayman Legends]가 여전히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시리즈의 명성을 이어가는 것 뿐만 아니라 2D 플랫포머라는 하나의 장르가 여전히 게이머들의 마음을 끌어당길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앞, 뒤, 점프만으로 게이머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이 얼마나 되겠는가? 레이맨의 명성은 당분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못다한 이야기

- 아주 어린 시절 게임에 대한 별다른 지식없이 [Rayman]을 즐긴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도 굉장히 재미있게 즐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15년이 훌쩍지난 후에 후속작으로 만난 [Rayman Legends]는 플랫포머가 여전히 매력적인 장르임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 [Origins] 월드를 제외하고 모든 월드의 틴시를 빠짐없이 구출했다. 틴시를 모두 모으기 위해서는 반복플레이가 어느 정도 필요한데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스테이지 구성이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게임을 즐겼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Rise of the Tomb Raider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Crystal Dynamics

플랫폼 : X-box ONE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Tomb Raider 시리즈의 두번째 리부트작이자 2013년 발매되었던 [Tomb Raider]는 성공적인 리부트와 함께 훌륭한 성과를 거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라라 크로프트’의 모습은 여전사가 아닌 고고학자이자 생존자로서의 라라의 이미지를 굳히기에 충분했으며, 다양한 시각에서 보여주는 환상적인 연출 및 효과, 디테일 묘사까지 빠짐없이 보여주었던 대단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라라와 탄탄한 연출력에도 불구하고 게임자체는 다소 단조로운 느낌을 줄 수 밖에 없었다. 이유인 즉, 오픈월드형 공간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으로 즐길만한 컨텐츠가 부족했으며, 유물/채집/사냥 등의 보조 컨텐츠의 활용성 부재와 이야기 흐름만을 따라가게 되는 일자형 진행 방식으로 인해 다소 작품의 내용물이 부실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성공적인 리부트임에도 차기작에서 해결해야할 ‘과제’가 매우 명백했으며, 후속작 [Rise of the Tomb Raider]가 이 같은 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해냈을지는 작품을 바라보는 데 매우 중요한 척도가 될 수 밖에 없다.

[Rise of the Tomb Raider]의 시스템은 전작의 것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Rise of the Tomb Raider]는 전작을 계승하고, 단점을 보완하여, 작품을 완성시키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을 통해 후속작을 만들어 냈다. [Tomb Raider](2013)의 오픈월드형 공간, 게임 진행에 따라 무기와 스킬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베이스 캠프의 존재, 그리고 스토리 진행에 따라 이루어지는 전투는 큰 변화없이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시스템을 계승하는 이유는 리부트된 시리즈의 후속작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으며, 어느 정도 검증된 시스템을 가져옴으로써 안정적으로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시스템이 동일할지라도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담고 있는데, 단순히 시스템을 이어받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를 더 개선하려고 한 의도로 보인다. 특히 ‘스킬’과 ‘무기’는 굉장히 큰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유의미함을 찾기가 힘들었던 [Tomb Raider](2013) 의 스킬 구성에 비해 각각의 스킬이 적지 않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그 수가 다양해져서 스킬의 활용과 선택의 범위가 매우 넓어졌다. 또한 무기의 업그레드만 가능했던 전작과 달리 다양한 종류의 무기를 제공하고(한 종류만 주어지던 권총을 3~4종류로 다양하게 제공한다) 각각 장단점을 지내게 함으로써 개인의 성향에 맞게 무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스킬과 무기의 선택폭 확대는 전투에도 영향을 미쳐 좀 더 다양한 전략을 활용해 전투에 임할 수 있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게임 내 연출력도 여전히 유효하며 강점을 잃지 않고 그대로 살려냈다

전작의 강점이었던 연출도 [Rise of the Tomb Raider]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시점의 변화를 통해 극적인 연출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더 넓어진 공간과 시야 범위, 그리고 여러 환경의 공간을 오고가는 게임 진행 방식을 통해 연출에 더욱 힘을 보태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Tomb Raider](2013)는 라라를 중심으로 컷신(Cut Scene)을 진행했던 반면 [Rise of the Tomb Raider]에서는 라라 뿐만 아니라 조연들 간의 대화나 심리도 컷신을 통해 상당 수 보여줌으로써 스토리의 이해를 도움과 동시에 좀 더 영화같은 느낌을 풍기도록 구성해두었다. 더불어 연출에 의한 몰입감을 저해하기도 했던 QTE(Quick Time Event)를 대폭 줄이고 플레이어가 연출 상황에 즉각 반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두어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몰입감을 유지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사냥과 채집이 게임 진행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중요성이 높아졌다

기본 시스템을 계승하면서 그 효과를 더 끌어올리고 있다면,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를 했을까? [Tomb Raider](2013)에서는 사냥과 채집이 단순히 경험치를 획득하는 요소로 활용되었는데, 굳이 사냥과 채집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경험치를 얻으며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는 것이 치명적인 문제점으로 작용했다. 이로 인해 사냥과 채집에 대해 튜토리얼까지 할애하면서 설명을 해주었으나 게임 극초반이 지나면 거의 활용하지 않는 무의미한 컨텐츠로 전락하게 되었다. 

그러나 [Rise of the Tomb Raider]에서는 사냥과 채집이 약간의 변화를 통해 게임진행에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변화란 재료의 수집과 도구의 제작이다. 사냥과 채집은 경험치가 아닌 여러가지 재료를 습득할 수 있게 해주는데, 수집한 재료들은 전투에 필요한 도구를 만들거나 무기를 업그레이드 하는 데 사용하게 된다. 재료의 습득과 도구의 제작은 전투에서의 전략 설정을 위한 가장 중요한 활동으로써 게임 진행시 체감 난이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물론 각 재료에 따라 제작/업그레이드 가능한 도구의 종류가 달라지므로 플레이어가 주로 사용하는 전투 방식에 맞게 재료 수집을 요구하게 되어 능동적인 사냥/채집이 이루어진다.(예를 들면 독화살이 주력이라면 독버섯 채집이 필수가 되지만, 광물 채집은 크게 필요로 하지 않게 된다.) 결국 재료수집과 도구제작의 선행조건으로서 사냥과 채집은 게임진행과정에서 반드시 수행해야 하며, 그와 동시에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조절해가며 수행할 수 있는 합리적인 요소로 자리잡게 되었다.

비밀무덤/유물/수집품 등의 보조컨텐츠 보상강화를 통해 게임을 알차게 만들었다

사냥/채집 외에 비밀무덤/유물/수집품 역시 [Tomb Raider](2013) 에서는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려운 컨텐츠였다. 퍼즐을 즐길 수 있고 무기강화를 위한 도구를 습득하는데 그쳤던 비밀무덤, 아무런 보상이 없었던 유물과 수집품들은 보조컨텐츠로 자리매김하기에는 상당히 부실했다. 게다가 라라의 직업이 ‘고고학자’임에도 비밀무덤/유물/수집품의 의미가 없다보니 게임 진행 방식과 인물 설정 사이에 묘한 괴리감을 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본작으로 넘어오면서 비밀무덤/유물/수집품들에 대한 보상을 크게 강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보조컨텐츠를 즐기기 위한 동기유발과 함께 비밀무덤/유물/수집품들이 매우 유의미한 컨텐츠로 자리잡게 되었다. 수집품(+금화)을 모으면 고급아이템으로 교환할 수 있고, 유물은 게임 내 핵심소재가 되는 고대문명에 대해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비밀무덤은 넓은 공간을 활용한 참신한 퍼즐을 제공하여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과는 다른 재미를 부여한다. 무엇보다 비밀무덤의 퍼즐을 풀이할 경우 아주 독특한 효과를 지닌 스킬을 보상으로 습득할 수 있기 때문에, 차후 다른 비밀무덤의 보상에 대한 기대와 새로운 퍼즐에 대한 궁금증을 동시에 유발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비밀무덤/유물/수집품의 보상을 강화한 것만으로 보조컨텐츠를 수행할 이유가 충분하며,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는 일직선 구조 외에 오픈월드 공간을 채울 내용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게 되었다.

기존에 지닌 약점을 빠짐없이 해결하고 나니 완성도가 더욱 높아졌다

전작의 장점을 계승하여 보완하고, 문제점을 명확하게 해결하고 나니 매우 탄탄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이 탄생하게 되었다. 단순히 계승, 발전, 보완만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아니다. 충실한 메인컨텐츠와 이를 뒷받침하는 보조컨텐츠들이 매우 훌륭한 짜임새를 갖추고 있으며, 일직선 구성과 오픈월드 구성을 모두 충족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메인스토리를 따라가는 일직선 구조의 내용물도 매우 충실하며,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오픈월드형 공간에서의 즐길거리를 충분히 담고 있다. 다시 말해, 메인 스토리만을 따라가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으며, 반대로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보조컨텐츠를 즐기고 도전과제를 완수해 보상을 받는 자유로운 진행도 게임의 재미를 보장한다. 부수적인 효과로 리부트(2013) 이후로 달라진 라라의 생존자적 모습과 고고학자로서의 모습을 더 충실히 표현하게 된 계기가 되었으며, 새로운 시리즈가 앞으로도 지속가능함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라라의 모험은 이제 시작이며, 후속작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 밖에 없다

[Rise of the Tomb Raider]는 어찌보면 새로운 시리즈의 진정한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리부트 이후 달라진 라라의 모습이 본작에 들어서야 확고히 자리 잡았고, 게임의 시스템과 구성 역시 이곳에서 완성되었다. 이제는 이 시리즈를 언제까지 이어나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물론 매너리즘에 빠질 가능성도 있고, 새로운 시도로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극도로 높아진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은 [Rise of the Tomb Raider]에 대한 만족감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앞으로 어떤 모습의 라라가 돌아올지 기대하며 다시 한번 [Rise of the Tomb Raider]를 즐겨보자!

못다한 이야기

- 스킬이나 무기의 종류가 매우 적은 게임 초반에는 [Tomb Raider](2013)과 배경만 다를 뿐 완전히 똑같은 게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점차 게임을 진행함에 따라 세부 내용이 달라졌음을 알았고, 결국 전작을 상당부분 계승하되 개선하고 발전시킨 형태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 본문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적들의 종류와 패턴도 매우 다양해졌다. 활 하나로 거의 모든 게 해결가능하던 전작과 달리 다양한 무기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이는 사냥/채집/도구제작과 시너지를 발휘했기에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 사냥/채집/유물/수집품/비밀무덤 외에도 NPC가 부여하는 서브퀘스트도 존재한다. 또한 서브퀘스트를 만나게 되는 시기도 메인스토리 진행이 잠깐 멈추거나 이동거리가 먼 구간일 경우인데, 게임 진행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지루함을 막기위해 아주 적절히 배치했다고 생각된다.

- 스토리를 보면 알겠지만 본작이 '진정한 시리즈의 시작'임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게임을 직접 즐겨보기를 바란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Dead Rising 3 

장르 : 액션

제작사 :  Capcom

플랫폼 : X-box ONE,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Dead Rising 3]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좀비 학살’이라 할 수 있다. 좀비가 창궐한 고립된 도시 안에서 주인공 혼자 힘으로, 온갖 방법을 동원해, 수많은 좀비들을 쓰러뜨리는 모습은 마치 ‘무쌍류’ 게임을 연상케 한다. 이 같은 특징은 일 대 다수의 상황을 극복하는 재미를 줄 수 있지만 다수의 좀비를 사냥하고 레벨업을 하는 단순한 패턴의 반복으로 인해 지루함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Dead Rising 3]의 공간 구성이 오픈월드(Open World)이기에 ‘좀비 학살’ 이외의 즐길거리가 부족할 경우 작품 내 공간이 텅 비어있는 느낌을 줄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좀비와의 반복적 싸움의 지루함을 해소시켜줄(또는 시기를 늦춰줄) 요소들이 반드시 필요하며, 오픈월드에서 플레이어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컨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요소들과 선택지를 얼마나 효과적이고 적절하게 배치하느냐가 작품을 완성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된다.

‘좀비 학살’이 처음에는 재미있을지 언정 시간이 흐를수록 지루해질 수 밖에 없다

‘좀비 학살’이라는 핵심컨텐츠가 시간이 지날수록 지루해지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일반적으로 잘 죽지 않는 좀비의 이미지와 달리 [Dead Rising]의 좀비들은 쉽게 죽는다.(전작의 경우 좀비가 세발자전거에 치여도 죽는다) 게다가 움직임이 매우 굼뜨고 공격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수의 좀비가 아니라면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 이처럼 좀비의 존재 자체가 큰 위협이 되지 않은 상황에 좀비와의 싸움은 마치 마네킹과 싸우는 듯한 느낌을 주며, 이 과정을 거듭하여 경험치를 얻고 레벨을 올려야 한다면 자연스럽게 게임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앞선 상황과 반대로 좀비가 과도하게 밀집된 공간에서는 조금 이야기가 달라진다. 밀집된 좀비를 상대하는 것은 바늘로 바위를 깨뜨리는 것 마냥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며 시원하게 좀비를 때려잡던 상황과 달리 매우 답답한 상황을 만들게된다. 즉, 좀비 사냥이라는 반복적 행동 수행은 ‘지루함’을 유발하며, 간혹 지나치게 많은 좀비들을 조우할 경우 좀비 사냥이 어려워지는 ‘답답함'까지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지루함과 답답함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창의적’인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

지루함과 답답함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Dead Rising 3]는 다양한 도구들을 조합해 만든 기발한 무기들을 제공하고 있다. 도구 조합 이전에는 소수의 좀비만을 상대할 수 있지만 도구를 조합할 경우 매우 강력한 무기로 재탄생하게 되어 다수의 좀비들도 너끈히 상대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단순히 도구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무기가 강력한 무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성이 넘치다 못해 말도 안되는 형태와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특한 외형과 기능을 보유한 무기들은 플레이어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며, 백여 가지에 가까운 조합무기의 존재는 새로운 조합 무기에 대한 기대감을 유발해 게임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매우 적절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오픈월드(Open World)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충분한 양의 컨텐츠를 담고 있다

좀비를 사냥하고 다양한 무기를 조합하는 컨텐츠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임무들과 도시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사고를 알 수 있는 보조 임무들도 존재한다. 게임을 구성하는 공간이 오픈월드이기 때문에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선택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가 필요하다. 본작에서는 이를 충분히 담아내고 있는데 무엇보다 추가적인 컨텐츠들이 좀비사냥이 아닌 다양한 임무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게임을 조금 더 다채롭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창의적인 무기와 마찬가지로 ‘좀비 학살’에 대한 지루함을 덜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좀비를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좀비 사냥에 대한 동기부여 기능도 하고 있다.

도시 내에 남겨진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무시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면 게임 내 다양한 보조임무들이 게임을 지속시켜주는 장치가 될지 언정 보조임무를 수행해야할 동기를 주는 요소는 없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보조 임무가 존재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소량의 경험치와 조합설계도에 그친다. 경험치와 조합설계도는 굳이 보조임무를 수행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으며, 게임 특성상 일정 레벨 이상을 요구하는 구간이 있지 않으며 조합무기의 습득 정도가 게임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보조임무를 수행함으로써 도시 내에 남겨진 인물들의 정신나간 이야기를 즐길 수 있겠지만, 보조임무에 담긴 이야기를 ‘궁금해하지 않는 이상’ 보조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동기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지나치게 여유로운 시간 - 매우 긴박한 내용의 메인스토리와는 다소 상반된다

전작보다 배로 늘어난 제한 시간 역시 문제가 된다. 작중 메인스토리는 도시가 폭격 당하기 전까지 도시를 탈출하기 위한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도시를 탈출하기 위한 준비 과정은 시간에 쫒기는 듯이 매우 긴박하게 전개가 된다. 하지만 스토리의 긴박한 전개와는 달리 게임 내 제한시간은 상당히 여유가 있다. 더욱이 메인스토리만을 따라 게임을 진행할 경우 제한시간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아 게임을 완료할 수 있기에 긴박한 내용의 메인스토리와는 상반된 전개가 이어진다. 이 같은 상황은 게임 플레이에 대한 긴장감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스토리 전개에 대한 몰입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메인스토리 이외의 서브스토리(보조임무)를 즐겨보라는 의도에서 시간을 넉넉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라 볼 수 있지만 앞서 언급한 보조임무의 수행의 동기불충분 문제와 더불어 게임을 더욱 긴장감 없이 진행하도록 만들게 된다. 메인스토리를 진행하는 중에 ‘OO가 OO할 때까지 주위를 탐색하시오’라는 임무가 몇 번에 걸쳐 나타나는 것을 볼때 보조임무들은 남는 시간 동안 재미삼아 진행해보는 컨텐츠로서 배치되어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차라리 보조임무를 수행할 경우 경험치나 조합설계도가 아닌 독특한 보상을 제공하거나, 임무 수행 여부에 따라 도시 내부에 변화가 발생, 또는 스토리 전개에 작은 분기점이 발생하도록 만들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다양한 보조임무들이 ‘비필수’가 아닌 ‘반필수’가 될 수 있게 하여 빡빡한 제한 시간 동안 긴박감을 느끼며 게임을 진행하게 만들었다면 다양한 컨텐츠의 소비유도, 늘어난 제한 시간과 오픈월드 공간의 효과적인 활용, 충분한 긴장감 제공 등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정신이 나간듯이 익살스러운 컨텐츠들일지라도 소비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Dead Rising 3]에 담긴 컨텐츠들은 분명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맞다. 좀비들이 둘러 쌓인 긴박한 상황에서 말도 안되는 무기를 이용해 좀비들과 싸워나가는 사람들의 모습, 좀비가 창궐한 세상에 제정신이 아닌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등 많은 즐길거리가 있다. 하지만 모든 컨텐츠를 소비하기에는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보상과 장치가 미비하다. 그러다보니 메인스토리만 따라가면 되는 상황이 발생하며, 보조임무는 거의 활용하지 않는 극단적인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오픈월드라는 공간 특성에 맞게 플레이어에게 자유도를 높여 준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단순히 선택사항을 나열만 해놓아서는 안된다. 다양한 컨텐츠/선택사항을 제공하되 그것을 충분히 소비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게임이 놀이공간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고, 놀이에 따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테니 말이다.

못다한 이야기

- 게임 내에 재미있는 요소들은 상당히 많은데, 그 중 '성인코미디'에서 나올법한 요소들도 다수 등장한다. '수퍼 안마기'나 '욕정의 화염방사기'가 대표적인 예. 물론 성인용 게임이기 때문에 문제되는 부분은 없다.

- 스토리에서 아쉬운 부분이 더 있다면 주인공이 지나치게 '순둥이'라는 점. 온갖 심부름을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하거나 위협을 가해도 크게 감정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가끔은 굉장히 바보같아 보이기도?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The Evil Within Assignment/Consequence 

장르 : 호러, 액션

제작사 :  Tango Gameworks

플랫폼 : PC , PS3, PS4, X-bos 360, X-box ONE,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The Evil Within’ 리뷰의 연장선으로 작성된 글이며, 다운로드 컨텐츠를 독립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The Evil Within]은 ‘호러+액션’이라는 혼합장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두 장르의 합일점을 이어가지 못한채 호러로 시작해 액션으로 끝을 내버리는 다소 아쉬운 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두 장르의 게임팬들의 마음을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The Evil Within]의 DLC(DownLoad Contents) 발매는 자연스럽게 번외편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렸고, 번외편 역시 본편과 비슷한 게임성을 가진 작품으로 예상할 수 밖에 없는 수순이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The Assignment]와 [The Consequence]는 본편과 완전히 다른 게임성을 보여주었고, ‘호러와 액션의 합일점’을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The Evil Within]의 소재에 부합하는 ‘호러’ 장르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여형사 ‘줄리 키드먼’을 주인공으로 한 [The Evil Within]의 뒷이야기다

[The Assignment]와 [The Consequence]는 [The Evil Within]의 조연이었던 ‘줄리 키드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던 본편의 이야기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야기 진행 과정 중 본편의 이야기 흐름과 교차되는 지점을 제공함으로써 [The Evil Within] 전체 이야기를 다시금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일한 사건을 다른 인물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급작스럽다고 생각했던 인물들의 행동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번외편이긴 하나 본편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동시에 다른 주인공이 풀어나가는 독립적인 이야기로도 볼 수 있다.

본편과는 달리 주인공은 위험요소에 매우 취약하며,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

[The Evil Within] 본편과 번외편의 차이는 주인공이 게임 내 문제상황을 해결해가는 방법에 있다. 본편의 주인공은 게임을 진행할 수록 점차 많은 수의 무기를 획득하며, 무기를 다루는 능력까지 강화해 나간다. 초반에는 적을 피하거나 은신 살해는 하는 등 다소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중-후반부터는 온갖 무기를 쏟아부으며 매우 공격적인 방법으로 모든 위험요소를 제거해버린다. 그러다 보니 작중 등장하는 괴물들은 공포의 대상이 되기보다 제거해야할 대상으로만 보이게 된다. 또한 무기를 동원해 문제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은 호러가 아닌 액션 게임에 가까우며, 공포감보다는 액션게임의 긴장감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기게 된다.

하지만 [The Assignment]와 [The Consequence]에서는 그 어떤 무기도 주어지지 않으며, 본편과 달리 주인공의 전투능력이 매우 약하다. 그래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적을 피하거나 숨겨진 길을 찾아 도망다니는 방어적인 태도로 취할 수 밖에 없다. 무기를 사용해야 하는 구간이 있기는 하나 특정 조건이 성립할 경우에만 무기 사용이 가능하며, 조건을 만족시키이 위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위험에 노출될 수 밖 없다. 결국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강한 위축감을 느끼게 되며, 동시에 극도의 공포감을 동반하게 된다. 이로 인해 액션 게임의 색깔을 완전히 배제한 채 공포 게임의 색깔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효과를 얻게 되었으며 장르의 정체성을 분명히 할 수 있게 되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공간. 손전등 하나로 길을 비춰 나아가야 한다

공포 게임으로서 정체성을 확고히하게 된 또 다른 요소는 ‘손전등’이다. 무기가 주어지지 않는 대신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것은 손전등(또는 야광봉) 뿐이다. 그리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공간을 손전등으로 비추며 길을 찾아 나아가야 한다. 이처럼 어두운 공간과 좁은 시야를 통한 공포감 유발은 공포게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구성이며, [The Assignment]와 [The Consequence]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 또한 앞서 언급했던 ‘취약한 주인공’과 ‘무기가 주어지지 않음’으로 공포감을 더욱 극도로 끌어올리고 있다.

장르의 색깔을 확실히 잡고나니 오히려 더 나은 게임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액션과 호러의 합일점을 찾지 못한 [The Evil Within]이었지만 DLC에서는 장르의 색깔을 매우 분명하게 잡아내었다. 액션과 호러의 합일점이라는 기존의 과제를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작품의 컨셉과 일치는 ‘호러’ 장르의 색깔을 분명히 보여주었기에 오히려 더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The Assignment]와 [The Consequence]은 과거 [Biohazard] 초기작의 모습을 닮았다고도 할 수 있으며, 새로움을 찾기보다는 기본으로 돌아간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The Evil Within] 본편에 대한 실망감을 어느 정도 희석시켰으며, 향후 등장할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금 높이기에 충분하다.

못다한 이야기

- 본편에서 보여줬던 '시각을 이용한 퍼즐'은 DLC에서도 유효하다. 특히 손전등의 빛과 그에 따른 그림자를 이용한 퍼즐은 아주 참신하게 느껴졌다. 다만 퍼즐 자체가 공포감을 조성하지는 않았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 '즉사'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Light Woman' 구간이 DLC의 즉사 구간 중 하나인데 작중 가장 공포감이 극대화되는 구간이다. 본편의 공포 요소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Crysis

장르 : FPS, 액션

제작사 : Crytek

플랫폼 : PC, PS3, X-box 360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FPS(1인칭 슈팅게임)는 여러 장르 중 가장 개성있는 장르이면서 가상 현실에 가장 가까운 형태를 지닌 장르다. 1인칭 시점을 통해 느낄 수 있는 현실감과 게임 속에 직접 들어가 행동을 하는 듯한 간접체험 효과는 FPS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고유한 특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장르 고유의 특징은 ’시점’에서 오는 것이며, 이로 인해 FPS는 1인칭 시점이라는 틀 안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제한점을 가지게 된다. 이 때문인지 FPS는 등장한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없이 고착화된 장르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FPS가 가지는 장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적 요소들을 게임 내에 도입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독특한 무기의 등장, 작중 공간과의 복잡한 상호 작용 구성, 버튼 액션과 컷신을 이용한 연출 등이 FPS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다양한 요소가 새롭게 도입되었지만 ‘눈에 보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장르의 한계를 깨기 위해 도입한 요소들의 대부분은 플레이어가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되었기에 다소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시점이 매우 중요한 장르이기에 ‘눈에 보이는 것’으로 새로움을 부여하려고 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며 충분히 납득이 되는 시도이지만, 대개 독특한 무기를 부여하거나 버튼 액션이나 컷신을 이용한 연출에 그칠 뿐이었다. 물론 이 같은 시도는 과거에 비해 더 큰 즐거움을 부여하기에 충분하지만 ‘1인칭이기 때문에 보이는 것에서 변화를 시도해야한다’라는 닫힌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나노수트(Nanosuit) - 기존 FPS의 시도와 상반되는 ‘보이지 않는 요소’

이러한 관점에서 [Crysis]를 바라본다면 보이는 요소가 아닌 ‘보이지 않는 요소’를 통해 FPS의 한계를 극복하려 했음을 알 수 있는데, 그 ‘보이지 않는 요소’란 본작에 등장하는 나노수트(Nanosuit)를 말한다. 나노수트는 컷신(Cut Scene)이 아니라면 플레이어가 관찰할 수 없는 요소인데, 작중 주인공이 입고 있는 장비이기 때문에 1인칭 시점에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게임 진행 중에는 전방(또는 총기의 조준점)으로 고정된 시점으로 인해 해당 장비의 작동과정이나 연출을 플레이어가 파악할 수 없다. 이는 장르의 성격상 무기(보이는 요소)에 초점을 두고 있어 투사체의 효과와 게임 내 연출에 집중하는 기존의 FPS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하나 짚고 넘어 가야할 부분이 있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인 나노수트가 게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해서다. 기존 FPS가 집중하던 ‘눈에 보이는 요소’는 게임 진행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더라도, 분위기 전환을 위한 장치나 플레이어가 인지할 수 있는 연출들로 작용하기 때문에 해당 요소의 역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요소’는 연출이나 분위기에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기에, 게임 진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그저 하나의 소재에 불과한 이름뿐인 요소로 전락하게 된다.

게임 화면 - 나노수트는 보이지 않지만 게임 진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나노수트는 게임 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나노수트가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나노수트가 가진 ‘기능’에서 나온다. 나노수트의 기능이란 주인공의 신체 능력을 강화해주는 것으로 방어 / 은신 / 힘 / 속도 의 네 종류의 모드가 존재한다. 그리고 나노수트의 각 모드들은 단순히 신체능력 강화의 역할을 하는 것 이상의, 게임을 진행하는 데 있어 전략적인 측면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Crysis]의 스테이지 구성은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일자형 진행의 닫힌 공간이 아닌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열린 공간의 구성을 가진다. 열린 공간의 특성상 게임 진행 중 달성해야할 목표가 정해져 있더라도, 목표를 달성하기까지의 과정은 플레이어 스스로가 결정해야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활용해야 하는 것이 나노수트의 모드들이다. 어떤 모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이 많이 달라지는데, 보편적인 FPS의 전투처럼 적군과 전면전을 펼칠 수도 있고, 적군의 시야를 피해 잠입하거나, 빠른 기동성으로 전투를 피해 목적지에 도달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나노수트의 모드는 고정적이지 않고 실시간으로 변경이 가능하며, 각 모드들을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에 따라 임무의 성패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나노수트의 효과적인 활용을 위해 플레이어가 처한 상황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모드를 결정하는 판단 능력과 매순간 알맞은 모드로 변경하는 정확한 조작 능력을 요구하므로, 무기와 나노수트를 동시에 활용해야하는 독특한 게임성과 함께 긴장감 넘치고 속도감 있는 게임 전개가 가능하다.

주인공들의 비중은 다소 희미했지만 나노수트의 비중은 매우 확고하다

게임 내에서 활용하는 장비로서의 나노수트의 역할을 알았으니 이제 조금은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Crysis]라는 작품에서 나노수트는 ‘이야기의 소재’로서도 비중이 매우 크다. 이는 본작 [Crysis]와 확장팩 [Crysis Warhead]를 비교해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각 작품의 주인공은 서로 다른 인물이며, 두 작품에 모두 등장한다. 하지만 서로 다른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각 인물이 처한 사건은 매우 비슷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인물간의 사건과 갈등은 거의 다루지 않고 ‘나노수트를 입은 특수부대원들의 외계인을 물리친다’라는 인물 자체는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인물의 비중이 매우 떨어지게 된다.

반면 나노수트는 희미해진 주인공의 비중과 독특한 게임성에 힘입어 그 비중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나노수트의 비중이 올라간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야기의 깊이가 떨어지고, 비중이 약한 주인공과 단조로운 구성의 이야기로 인해 스토리를 즐기는 맛은 부족할지 언정, [Crysis]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 나노수트가 될 만큼 작품의 핵심소재이자 상징으로서 그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나노수트는 [Crysis]가 FPS의 한계를 넘어서게 해주면서 본작의 상징이 되었다.

결국 나노수트는 ‘보이는 요소’에 집중하던 기존의 사고에서 벗어난 요소로서 [Crysis]만의 독특한 게임 방식을 구축해냈을 뿐만 아니라, 하나의 작품을 상징하는 요소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는 기존 FPS가 가지고 있는 틀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한계를 극복해낸 것이며, ‘보이는 요소’가 아닌 ‘보이지 않은 요소’에 집중한 완전히 새로운 시도라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Crysis]의 나노수트는 FPS라는 장르의 고착화된 모습을 성공적으로 깨뜨린 장치라고 볼 수 있으며, 향후 개발된 FPS가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한 모범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

- 나노수트 모드 전환은 다소 익숙치 않은 조작법이라 게임 초반에는 매우 낮설다. 하지만 게임을 진행할수록 나노수트 조작법에 익숙해지는데, 플레이어의 역량만 요구된다면 오프닝 영상처럼 화려한 전투가 가능하다.

- 개인적인 문제겠지만 오류가 상당히 자주 걸렸다. 소리가 안들린다거나, 튕김 현상이 발생한다거나, 최종 보스에서 핵탄두 발사 지정이 안되서 엔딩을 못본다거나... [Crysis]만큼 오류가 잦은 게임은 처음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개인적인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 주인공의 비중이 적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Crysis]의 주인공 '노매드'의 얼굴이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Crysis Warhead]의 주인공 '사이코'와 특수부대의 대장인 '프로핏'이 더 자주 나오는 수준. 게다가 딱히 주인공이 누구든 상관없는 스토리였기에 비중이 더 줄어들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Dying Light

장르 : 액션

제작사 : Techland

플랫폼 : PC, PS4, X-box One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좀비가 등장하는 작품은 아주 오래 전부터 만들어졌으며, 영화, 소설, 만화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해왔다. 좀비의 등장은 게임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으며, (현재는 유행이 지나긴 했지만) 좀비가 등장하는 게임은 생각보다 많이 만들어졌다. 독특한 점이 있다면 영화, 소설, 만화에서는 인간에게 상당히 위협적인 괴물로 등장하던 좀비들이 유독 게임에서만큼은 인간에게 쉽게 쓰러지는 존재가 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RPG 장르에서 저레벨 구간의 사냥용 몬스터로 좀비가 등장해 온 것이 원인이라 추측이 되는데, 게임이 보편화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게이머들은 ‘좀비 = 위협적이지 않는 대상’이라는 인식을 가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좀비를 핵심소재로 한 게임들이 등장함과 동시에 적지 않은 수의 작품이 컨셉을 '많은 수의 좀비를 죽이고 탈출하기’, 즉, ‘좀비학살’로 잡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좀비 = 반드시 죽여야 하는 대상’으로 고착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좀비를 보면 싸워서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보편화되었다

그렇다면 좀비를 핵심소재로 만들어진 [Dying Light] 역시 ‘좀비 학살 게임’으로 보아야 할까? 만약 기존 좀비 게임들을 생각하고 본작을 시작한다면 꽤나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 생각만큼 잘 죽지 않는 좀비로부터의 당혹감, 식칼이나 몽키스패너 같은 변변찮은 무기로 싸워야하는 답답함, 그리고 좀비에게 죽게 되었을 때 느끼는 짜증은 게임 자체에 대해 불만과 의아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은 앞서 언급한 ‘좀비 = 반드시 죽여야 하는 대상’이라는 선입견에 의해 발생한 것이며, [Dying Light]라는 게임에 대해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게임을 시작한 결과이다.

좀비를 소재로 했지만 ‘좀비 학살’이 아닌 ‘파쿠르’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다

[Dying Light]는 좀비 학살 게임이 아닌 프리러닝(Freerunning)이라고 불리는 ‘주변 환경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극복하는 훈련이자 이동기술’인 파쿠르(Parkour)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내내 달음질을 하며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다니고, 좀비의 머리를 밟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등의 이동능력에 비중을 두고 있으며, 전투에 대해서는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또한 작중 임무의 극히 일부만이 좀비를 죽이라는 내용일 뿐, 그 이외의 임무는 특정 목적지까지 도달하거나 물건을 운반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이는 애초부터 게임의 설계 방향을 ‘좀비 학상’이 아닌 ‘파쿠르’로 정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다른 게임에 비해 [Dying Light]의 좀비를 죽이기 어렵다는 것도 파쿠르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장치이다. 기존 작품에서는 다수의 좀비들이 몰려오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이 소유하고 있는 무기로 좀비들을 죽이는 것이었다. 화염병 몇 개, 총이나 칼 한자루만 있으면 몇 마리의 좀비가 몰려와도 두려워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Dying Light]의 좀비들은 화염병을 던져도 잘 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총은 거의 주어지지 않고, 막대기나 판자, 낫, 망치 같은 전문무기가 아닌 일상도구들로 좀비와 싸워야 한다. 이러한 게임 내 조건들은 좀비들과의 교전을 피해 도망다닐 수 밖에 없게 만든다. 그리고 이를 위한 생존방법으로 파쿠르를 활용하고 있기에 본작이 좀비 학살이 아닌 파쿠르 게임임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줌과 동시에 게임 내에서 파쿠르의 활용이 더욱 빛을 발하도록 만들어준다.

‘파쿠르 + 1인칭 시점’은 마치 화면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하나 주목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게임의 ‘시점’이다. 작중 주인공이 파쿠르를 할 때 게임 내 시점이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플레이어가 받는 느낌은 크게 달라진다. 핵심소재가 파쿠르는 아니지만 파쿠르를 게임 내에 도입한 작품들은 적지 않으며, 기존 작품들을 비교해보면 어떤 차이가 발생하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3인칭 시점의 작품들은 주인공의 화려한 행동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3인칭 시점의 특성상 게임 밖에서 거리를 두고 작중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에 파쿠르 특유의 날렵하고 아슬아슬한 움직임을 플레이어가 체감하기 어렵다. 그에 반해 플레이어의 시점이 1인칭으로 설정되어 있는 작품들은 주인공과 플레이어의 시점이 동일하기에, 주인공의 행동을 볼 수 없지만 플레이어가 직접 건물 사이를 건너다니면서 파쿠르를 시도하는 듯한 느낌과 함께 강한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그 외에도 좀비에게 붙잡혔을 때 얼굴을 물어뜯길 것만 같은 공포감,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의 아찔함, 어둠 속에서 좀비들의 시선을 피해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긴장감 등 감정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Dying Light]의 시점에 1인칭으로 설정된 것은 매우 탁월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플레이어의 역량만 받쳐준다면 누구보다 더 빨리 어디든지 돌아다닐 수 있다

파쿠르의 의미가 ‘주변 환경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극복하는 훈련이자 이동기술’임을 생각해볼 때, 파쿠르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좀비’ 이외에도 파쿠르를 활용할만한 환경이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 단조롭고 반복적인 건물 및 사물의 배치, 또는 큰 위기감 없이 이동할 수 있는 환경구성이라면 파쿠르 게임으로서 의미를 찾기 힘들며,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매우 지루하고 단조롭게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Dying Light]는 사물과 건물 배치가 복잡하며 다양한 환경구성을 포함하고 있기에, ‘주변 환경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극복하는 훈련이자 이동기술’로서 파쿠르를 진가를 확인하기에 적합하다. 좀비와 싸우는 것이 아닌 목적지로 도달하기만 하면 되는 게임임에 불구하고 건물을 뛰어넘고, 난간을 오르고, 지붕 위로 떨어지며, 낮은 틈새 사이로 미끄려져 지나가는 등 지형지물을 이용한 다양한 액션이 가능하기에 지루할 틈이 없다.

재미있는 점은 1인칭 시점으로 인해 화려한 파쿠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의 역량을 상당 부분 요구하게 된다는 점이다. 1인칭 시점으로 인한 (3인칭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 시야는 주변 환경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데, 파쿠르를 능숙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플레어어가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알맞은 대처 방안을 순발력있게 생각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에 따라 플레이어의 역량(환경 파악 능력 + 대처능력 + 조작)만 받쳐준다면 매우 빠른 속도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복잡한 지형지물 사이를 재빠르게 이동하는 파쿠르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물론 천천히 걸어가면서 충분히 환경을 파악한뒤 하나씩 건물을 뛰어 넘어도 되지만 [Dying Light] 특유의 속도감이나 파쿠르의 재미를 느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의 발단은 신선하지만, 전개는 급작스럽고, 결말은 몰입감이 떨어진다

파쿠르 게임으로서 [Dying Light]는 완성도가 높다고 볼 수 있지만,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 측면에서는 매우 부실하다. 핵심 소재가 ‘좀비’인 작품들은 이전에도 많이 나타났고, 적지 않은 수의 작품들의 이야기가 좀비를 피해 탈출하거나 생존하려는 사람들의 사투가 대부분이다. [Dying Light]는 생존이나 탈출이라는 내용에서 벗어나 ‘격리 구역내 인물조사 및 치료제에 관한 기밀 탈취’라는 색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클리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다고 보면 된다) 이런 면에서 이야기의 발단은 매우 신선했고, 다른 좀비 게임들과는 차별화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발단이 신선함에도 불구하고 본작의 이야기는 충분한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인물조사 및 기밀 탈취’라는 주인공의 명확한 목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없는 동료의식의 형성, 주인공과 전혀 관련 없는 대상에 대한 가족애, 굉장히 애매한 수준의 러브라인 등 인과가 불투명하고 납득이 되지 않은 전개가 주를 이룬다. 게다가 여러 작품에서 보았을 법한 스토리들을 한 곳에 모아 억지로 짜집어 놓은듯한 느낌까지 주기 때문에 이야기가 진행될때마다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극비임무를 받은 주인공이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타인을 위해 너무 쉽게 목숨을 바친다는 점은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다.

애매한 러브라인의 희생자가 된 여성(좌), 그리고 신세한탄하는 파쿠르 선생(우)

전개 과정에서 힘이 떨어지다보니 결말에 대한 기대감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결말 역시 너무나 뻔하고 예상되는 내용이기에 결말에 대한 몰입감은 매우 떨어지게 된다. 이야기의 진행 과정도 문제지만 각 인물들이 가지는 의미가 점차 변질되어 가는 것도 이야기 전개의 힘을 떨어 뜨리는데 한 몫한다. 초반에는 가장 뛰어난 러너(runner)로 주인공에 버금가는 실력자로 묘사되는 제이드(사진 속 여성)는 주인공의 가장 가까운 동료로서 활약하나 싶었는데, 애매한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죽어버린다. 또한 좀비들로부터 생존을 위한 기술로서 사람들에게 파쿠르를 가르쳐준 파쿠르 선생 해리스(사진 속 남성)는 생존자 집단의 리더로 첫 등장을 하나 점차 신세한탄만 하다가 후반에 들어서는 등장조차하지 않는다. 이같은 인물의 의미와 비중의 변화는 이야기 전개를 위해 인물의 역할을 억지로 바꾼 듯한 느낌을 주며, 인물이 가지는 상징성조차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스토리는 아쉽지만 ‘파쿠르’와 ‘좀비’를 아주 완벽하게 결한한 작품임은 분명하다

스토리는 상당히 부실하지만 ‘좀비’를 소재로 한 게임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린 점과 ‘파쿠르’가 중심인 게임으로서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것은 분명하다. 잘죽지 않는 좀비로부터의 위협, 1인칭 시점이 선사하는 현실감있는 파쿠르 체험, 다양하고 복잡한 지형지물을 이용한 화려한 파쿠르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낮과 밤에 따른 좀비들의 활동변화는 플레이어에게 엄청난 공포감을 주기도 하며, 오픈월드의 자유로운 성격에 따라 좀비와 싸울 것인지 도망갈 것인지 선택하고 그에 따른 차별화된 성장이 가능하다. 물론 좀비가 창궐한 세상에서 생존을 위한 기술로 파쿠르를 사용한다는 것이 매우 설득력있게 다가온다는 점을 기억해야하며, [Dying Light]가 좀비와 파쿠르의 소재간 결합이 매우 적절하게 이루어진 작품임이 분명하다

못다한 이야기

- 레벨과 경험치는 생존/전투/민첩 세 가지 능력으로 나뉘어져 있다. 세 가지 능력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되지만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플레이어 성향에 맞게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 좀비와의 교전이 잦으면 전투 쪽으로 능력이 향상되고, 파쿠르를 중심으로한 이동을 위주로 한다면 민첩 쪽으로 능력이 향상된다.

- 게임을 상당 부분 진행한 뒤 레벨이 높아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좀비 학살' 게임으로 바뀌게 된다. 물론 좀비를 사냥하는 능력과 충분한 무기가 갖춰질 때의 이야기이며, 적어도 메인 스토리가 끝나기 전까지는 '좀비 학살'을 체험하기는 쉽지 않다.

- 본작의 무서운 점은 '밤' 시간대의 좀비들인데, 밤 시간에는 특수한 좀비들이 등장하여 플레이어를 위협한다. 이동속도도 빠르고 공격력도 강해서 게임 초반에는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다. 게임 후반부에도 상대하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이기에 극한의 상황 속에서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밤 시간에 활동해보기를 권한다.

- 기술적인 면에서 약간의 문제가 있어 보인다. 프레임이 떨어지거나, 싱크가 맞지 않는 현상이 종종 발견되었다. 게임하는 데 큰 지장은 없지만 예민한 게이머들에게는 상당한 감점요소가 될 수 있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Armello

장르 : 보드, 카드, RPG

제작사 : League of Geeks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게임의 발달사를 따라가보면 다양한 형태의 게임을 만날 수 있다. PC를 이용한 게임부터 시작하여, 양손에 쥘 수 있는 크기의 휴대용 게임, TV에 연결해 즐기는 콘솔 게임, 오락실에서만 즐길 수 있었던 아케이드 게임 등 매우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것들은 우리가 ‘게임’이라고 하면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형태이며, 소위 전자오락(Electronic Game Video Game)이라 불리는 게임의 한 종류다. ‘게임=전자오락’이라고 인식하게 된 것은 ‘게임’이라는 용어가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자오락의 대중화 이후로 ‘게임’라는 단어가 전자오락을 통칭하는 다소 축소된 의미로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자오락의 형태가 아닌 ‘게임’이라 불릴 만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바로 전자오락의 등장 시기에서 좀 더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만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게임인 보드게임(Board Game)이다.

보드게임 - 전자오락이 나오기 이전에는 물리적인 도구를 이용해 게임을 즐겼다

보드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물리적인 도구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장기, 바둑도 보드게임의 일종이라 볼 수 있으며, 국내에서 오랫 동안 사랑 받아왔던 [부루마불], 그리고 사람들 간의 대화를 통해 진행되는 TRPG(Table-talk Role Playing Game) 역시 보드게임에 해당된다. 이처럼 보드게임은 전자오락이 등장하기 전부터 존재했으며, 전자오락보다 더 긴 시간을 게임으로서 역할을 해왔을 뿐만 아니라, 전자오락의 개발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놀이’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할리갈리, 젠가 등도 보드게임에 속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의외로 우리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게임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전자오락의 발달로 물리적인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전자오락의 대중화와 함께 보드게임은 게임의 한가지 ‘형태’임과 동시에 전자오락의 ‘장르’로 편입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물리적인 도구가 존재하는 기존의 보드게임들 외에도 전자오락의 한 장르로서 보드게임도 만들어지게 되었다.

[Armello]는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영웅들의 여정을 그린 보드게임이다

[Armello] 역시 전자오락의 형태로 만들어진 보드게임 중 하나다. 물리적인 도구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보드게임의 대표적인 도구인 카드, 주사위, 보드(또는 말판), 그리고 말(고유명사 - 고누나 윷놀이 따위를 할 때 말판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옮기는 패)을 게임 내에 포함하고 있으며, 게임 진행에 중요한 도구로 활용하게 만듦으로써 본작이 보드게임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차례를 돌아가며 진행하는 게임 진행 방식과 카드 뽑기, 주사위 굴리기 같은 확률 요소를 이용한 게임의 진행도 보드게임의 형태와 일치 한다.  

보드게임에 RPG 특성을 집어 넣음으로써 [Armello]만의 개성을 만들어낸다

독특한 점이 있다면 보드게임에 RPG 요소가 첨가되면서 플레이어가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즉, ‘영웅들의 여정’이 정해진 이야기에 따라가는 것이 아닐 플레이어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는 플레이어들 간의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보드게임인 TRPG(Table-talk Role Playing Game)의 특성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보드게임의 특성상 전자오락이 보여주는 그림이나 영상을 통한 스토리 전개는 불가능하며, 선택지가 제공하는 짧은 문장의 사건/사고들 뿐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단편적인 이야기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이야기를 플레이어가 머릿속에 그려나갈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주고 있으며, 플레이어 스스로가 머리 속으로 그려나가는 방법이야말로 보드게임의 스토리를 풀어나가는(또는 즐기는) 진정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RPG 요소가 만들어내는 또 다른 특징은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영웅의 능력치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Armello]는 영웅들의 능력치를 전투력/신체/정신/지혜로 나뉘며, 각 능력치는 주사위 개수(전투력), 생명력(신체), 마력회복량(정신), 최대 카드 보유량(지혜)에 대응한다. 네 가지 능력치 이 외에도 왕의 신임을 얻는 정도인 ‘명성’과 영웅의 타락한 정도를 보여주는 ‘부패’도 존재한다. 이러한 능력치들 카드의 사용과 그에 따른 전략수입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입맛에 따라 성장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다양한 카드의 종류는 전략의 풍부함 외에도 시각적 매력도 이끌어 내고 있다

본작에서 주목 해야할 또 다른 하나는 바로 보드게임의 도구로 활용되는 ‘카드’다. [Armello]의 카드는 단발성 효과에 그치는 보너스 개념이 아니라 게임을 진행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열쇠가 된다. 카드의 종류가 다양한만큼 카드별로 지불해야하는 대가(통칭 코스트)도 여러 종류로 설정되어 있는데, 카드 사용의 대가를 지불하기 위한 자원보유량은 영웅의 능력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영웅의 성장수준에 따라 카드의 활용 방향이 결정된다. 쉽게 말하면 영웅의 능력치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카드의 범위가 정해진다는 것이며, 이에 따라 [Armello]의 카드는 영웅의 성장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게임의 전략 수립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보드게임이지만 전자오락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활용하여 카드를 좀 더 매력적 도구로 만들어내고 있다. 각 카드들은 어느 정도 통일된 디자인을 가지고 있지만 각 카드별로 일러스트를 그린 디자이너들이 모두 다르며, 카드마다 디자이너들의 이름과  사인(signature, 서명)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카드의 그림에 움직이는 효과를 줌으로써 카드의 효과를 좀 더 실감나고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게 만들어두었다.(카드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드갤러리’도 존재하며 카드 일러스트에 많은 공을 들였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승리를 위해서 어느정도 ‘운’이 필요하지만 승리조건 간에 불균형이 존재한다

[Armello]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법은 총 네가지가 있는데, 첫째, 왕과 직접 전투를 벌여 왕을 살해하는 방법, 둘째, 영혼석을 모아 타락한 왕을 정화하는 방법, 셋째, 왕을 도와 명성을 높여 왕위를 물려받는 방법, 넷째, 왕보다 더 깊은 타락 상태에 빠져 왕을 굴복시키는 방법이 있다. 이 네가지 방법들은 전략과 게임의 진행 방향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각 승리 조건을 만족시키기까지 난이도의 차이가 존재하기에 승리 조건 사이의 유불리를 발생시키기도 된다. 특히 부패 승리의 경우 ‘왕보다 더 높은 부패 레벨’인 상태에서 ‘왕을 직접 살해’해야한다는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해야하므로 난이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초반에 부패 레벨을 어느 정도 높히지 못하면 사실상 부패 승리는 실패했다고 봐야한다. 또한 정해진 턴 횟수 안에 게임이 끝나기 때문에 게임 중반에 전략을 바꾸기가 어렵다는 문제점도 있는데, 부패 승리 전략이 초반에 실패하여 중간에 방향을 바꿀 경우 게임에서 승리할 확률이 매우 희박해진다. 반대로 명성 승리의 경우 전투를 최대한 피하고 퀘스트와 카드의 효과로 명성을 쌓아가며 소극적으로 게임을 진행하더라도 ‘왕이 자연사하거나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사망할 경우’ 승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길 확률이 높다.

타락한 왕을 쓰러뜨리고 [Armello]의 왕좌를 차지할 자는 누구인가

승리 조건 간의 유불리가 발생하는 부분은 조금 아쉽지만 다양한 전략, 매력적인 디자인, RPG요소의 가미 등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진 보드게임인 것은 분명하다. 전자오락의 하위 장르로 만들어진 보드게임이지만, 보드게임의 느낌을 잘 살려놓으면서 전자오락에서만 구현 가능한 것들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어느 정도 ‘확률’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플레이어의 전략에 따라 게임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균형을 잡고 있다. 물론 ‘타락한 왕을 쓰러뜨리고 왕좌를 차지하는 영웅들의 여정’이라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게임의 시작-과정-전략-승리까지 통일성을 부여하여 게임의 색깔을 뚜렷히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못다한 이야기

- 전략적 다양성을 위한 요소로 '캐릭터의 고유 능력'도 있다. 캐릭터의 능력에 따라 유리하고 불리한 전략이 어느 정도 정해져있어서 캐릭터에 특성에 맞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땜장이 바나비'의 경우 아이템과 관련된 고유 능력이 있어서 장착 아이템에 대한 활용도는 매우 높지만 낮은 정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법 카드 활용도는 매우 떨어진다.

- 전자오락이라는 점을 활용한 또 다른 부분은 NPC의 존재다. '왕의 경비병'과 '베인'이라는 몬스터는 무작위로 플레이어를 공격하며 이에 따른 변수가 상당히 자주 발생한다. 물론 '왕의 경비병'과 '베인'을 이용하여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가능하다.

- 스토리 전개 측면에서는 '영웅 일지'라는 것이 존재한다. 플레이어가 스스로 스토리를 정리하지 않더라도 게임 내에서 자동으로 영웅의 발자취를 기록해준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Evoland 2

장르 : RPG, 어드벤쳐

제작사 : Shiro Games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초기작 [Evoland]는 게임을 진행할 수록 2D에서 3D로 그래픽이 변하는 컨셉으로 만들어진 매우 독특한 게임이었다. 다만 짧은 제작기간 탓에 스토리, 인물 등 이야기 부분에서 매력이 부족했고, 게임성도 다소 아쉬운 상태로 발매되어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게임에서 다양한 그래픽을 보여준다는 점은 상당히 신선한 시도였으며, 후속작 [Evoland 2] 역시 ‘그래픽의 변화’라는 핵심 컨셉은 그대로 유지한채 발매가 되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많았던 전작이었기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했는데, [Evoland 2]는 ‘그래픽의 변화’를 좀 더 창의적으로 활용을 했고, 다양한 부분에서 적재적소에 사용함으로써 상당히 흥미로운 모습을 가진 작품으로 완성해냈다.

본작에서는 [그래픽 = 년도/시대]라는 독특한 표현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초기작 [Evoland]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2D에서 3D로 그래픽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2D → 3D’의 단방향 변화만을 보였기 때문에 다소 단조로운 느낌이 있었다. 물론 그래픽의 변화 자체가 매우 신선한 요소이며, 게임 후반부에 그래픽 변화를 활용한 퍼즐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그 비중이 매우 적어서 단조로움을 탈피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Evoland 2]에서는 ‘그래픽의 변화’에 ‘년도/시대’라는 요소를 더해 단조로움을 탈피하고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본작의 주요 스토리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역사를 바꾸는 모험담’으로 게임을 진행하면서 각기 다른 시대를 오고 가는 경우가 잦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다른 시대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그래픽의 변화’를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작이 보여준 ‘그래픽 변화를 통한 참신함’을 유지함과 동시에 ‘시간을 넘나든다’는 게임의 중심 소재를 아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또한 각기 다른 시대를 오고감에 따라 3D에서 2D로 넘어가기도 하고, 2D에서도 해상도의 크고 작은 변화를 줌으로써 변칙적인 그래픽 변화를 통해 단조로움을 탈피하고 있다. 게다가 [그래픽 변화 = 다른 시대/년도로의 이동]을 작중 인물들도 체감한다는 대사를 포함함으로써 그래픽의 변화가 단순히 플레이어에게 보여주는 것만이 아닌 스토리의 핵심소재로 작용하고 있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다양한 그래픽의 활용을 너머 다양한 장르를 게임 속에 담고 있다

그래픽 변화만큼 신기한 점이 또 하나가 있는데, 바로 ‘장르의 변화’다. [Evoland 2]의 기본 장르는 RPG/어드벤처이지만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다양한 장르로 게임 구성이 변화된다. 물론 전작에도 장르의 변화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몇 가지 게임을 흉내내는 정도에서 그쳤고 짜임새가 다소 부족해 아쉬움이 많았다. 반면 본작에서는 작품 내에 포함된 장르의 종류만 보더라도 전작에 비해 매우 다양하고, 단순히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컨셉에 맞게 각 장르의 색깔을 잘 녹여내고 있다.

다만 지나치게 많은 장르를 포함하고, 다소 중구난방한 장르 배치로 인해 게임의 짜임새가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예상이라도 한듯 장르의 변화는 스토리 진행, 환경 변화, 보스스테이지 진입 등에 맞춰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도록 시기를 잘 설정해두었다. 게다가 성격이 크게 다른 장르로 변화하는 경우가 잦음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진행 상황에 가장 알맞은 장르로 구성해두었기 때문에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 (가령 비행체를 이용하게되는 스토리가 전개되는 경우 슈팅게임으로 장르가 바뀐다) 이처럼 다양한 장르가 동시에 존재하면서도 짜임새를 제대로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에서 느낄 수 있는 여러가지 즐거움을 거부감 없이 만끽할 수 있다. 여기에 앞서 언급했던 [Evoland]의 핵심 컨셉인 ‘그래픽 변화’까지 곁들어지면서 특정 장르의 고전 게임의 재현하거나 유명 작품을 오마주하면서 다양한 장르 변화 그 이상의 신선한 경험을 선사해준다.

수 많은 까메오 - 어떤 작품에서 나오는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겠는가?

그래픽 변화와 다양한 장르만으로도 게이머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지만, [Evoland 2]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다른 작품의 캐릭터들을 출연(까메오)시키기까지 한다. 그리고 까메오들의 탄생년도는 1980년대부터 2014년까지 게임 역사를 훑어볼 정도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는데, 이는 올드게이머부터 비교적 어린 게이머들까지 모두 끌어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까메오들의 배치도 원작의 장르/그래픽을 고려하여 그에 맞게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몇 가지 예로, [Tomb Raider]의 ‘라라 크로프트’는 원작처럼 숨겨진 ‘유적지’에서 ‘3D’로 만날 수 있고, ‘마리오’, ‘류’, ‘봄버맨’ 등 어느정도 시대가 저문 게임의 주인공들은 ‘도트그래픽’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이같은 까메오의 배치는 기존 작품들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다소 많다고 느껴지는 까메오들의 등장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납득이 되며 까메오를 발견하는 매 순간은 소소한 즐거움으로 다가 온다.

시간을 초월해 만난 네 명의 주인공의 이야기는 충분히 풍성하다.

핵심 컨셉인 ‘그래픽 변화’를 충분히 활용하였고, 다양한 장르까지 더해지면서 볼거리와 즐길거리는 충분히 포함되었다. 그렇다면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는 어떨까? 초기작 [Evoland]의 문제점 중 하나는 ‘지나치게 짧고 어디서 본듯한 뻔한 이야기 흐름’인데, [Evoland 2]는 그것을 완전히 극복해냈다. 게임의 중심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역사를 바꾸는 모험담’이라는 주제에 맞게, 서로 다른 시간대의 인물들이 한 명씩 모이듯 차근차근 전개가 된다. 그리고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역사를 바꾼다는 메인 스토리 아래에 각 인물들과 관련된 서브 스토리를 충분히 풀어내고 있기에 이야기의 분량도 충분히 확보되어 있다. 무엇보다 시간을 거스르는 게임의 소재는 이야기 전개 과정 중에 도달하게 되는 다양한 시대/년도에 발생한 사건들을 플레이어가 직접 정리/이해/해석 할 수 있는 감상의 여지를 주기도 한다. 그 외에도 전작에 비해 개성있고 색깔이 뚜렷한 캐릭터의 등장으로 스토리의 재미를 더욱 살려주고 있기에 전작이 가진 한계를 분명하게 해결 해냈다고 볼 수 있다.

자! 당신은 이제 역사를 뒤바꿀 준비가 되었는가?

[Evoland 2]의 가장 큰 성취는 ‘전작이 가진 한계와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냈다는 점이다. 부실한 스토리, 개성없는 캐릭터, 부족한 게임성 등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그래픽 변화’라는 핵심 소재는 그대로 유지한 채 문제를 해결해냈기 때문에 완성도 높은 후속작을 만들어냈다는 성취와 더불어 ‘시리즈 고유의 색깔’을 확고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Evoland 2]는 그래픽 변화가 주는 신선한 경험, 다양한 장르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재미, 그리고 까메오들의 등장으로 인해 떠오르는 추억 등 여러 가지 즐길거리를 담은 게임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시간을 거스르는 것은 [Evoland]의 주인공들만이 아니다. 당신도 이 작품을 통해 시간을 거스를 수 있다. 과거와 현재의 그래픽/장르/인물을 모두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함께 시간을 거스르는 모험을 떠나보자!

못다한 이야기

-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는 것은 '여러 장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지만 불가피하게 '특정 장르에 대한 깊이가 부족한 게임'이 될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을 동반한다. 그래서 특정 장르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게이머들에게는 그리 만족스러운 작품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 다만 장르의 혼합, 다른 작품의 패러디와 오마주가 난무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가 혼재되어 있더라도 크게 어긋남이 없다. 다양한 장르의 '미니게임' 정도로 생각하면 무난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 이번 리뷰에서 사용된 사진 중 일부 파트는 필자가 직접 캡처한 사진이다. 특히 '까메오' 파트의 사진은 위의 6장 외에도 몇 장 더 있는데, 아마 게임에 대한 내공이 많은 사람이라면 필자보다 더 많은 까메오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Hatred

장르 : 슈팅, 액션

제작사 : Destructive Creations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대중문화는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인만큼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매우 많다. 표절, 샘플 클리어링, 아티스트의 인성, 모조품, 특정 사상의 과도한 지지, 성범죄 유발, 인종차별, 성차별 등 수많은 이유들이 있다. 게임 역시 대중문화의 범주에 속하다보니 크고 작은 이유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데 [GTA] 시리즈의 폭력성 문제, 게임제작사 ‘Illusion’의 성폭력 유발 문제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논란들은 제작사의 의도된 논란이 아닐뿐더러 게이머(또는 비게이머)들이 해석하는 부분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게임을 평가하는데 있어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애초부터 논란을 일으킬만한 소재를 가져와 게임을 만들고, 게임 발매 전부터 논란을 부추기는 행위를 하는 제작사가 있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할까?

무력한 민간인을 학살하는 미치광이 살인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Hatred]

[Hatred]는 미치광이 살인마가 인간의 존재 자체를 ‘증오’하게 되면서 민간인을 학살하러 다닌다는 아주 자극적인 소재의 게임이다. 게임 발매 전에 공개된 게임 트레일러(Trailer)는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었고, ‘잔혹성’ 이외에는 게임에 대한 정보를 얻어갈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다보니 이 때부터 [Hatred]는 본격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오르며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문제는 논란의 중심이 된 후 제작사의 발언과 행위가 매우 기이했다는 점이다. ‘본작의 제작 목적은 순수한 재미를 추구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함이다’와 ‘주인공이 학살을 저지르는 이유는 플레이어 스스로가 해석해야하는 부분이다’라는 발언, 그리고 파시즘 관련 단체를 지지하는 행위들이 그것이다. 이는 제작자들 스스로가 본작에 대한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며 매우 자극적인 내용을 통한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을 노린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색안경을 벗고 바라본다면 ‘기본적인 구색’은 갖춰져 있는 작품이다

노이즈 마케팅과 발매 전 논란으로 인해 우리는 [Hatred]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게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럴수록 색안경을 벗고 게임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하며, 도덕성과 논란은 우선 접어두고 게임 자체의 완성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물론 그 이후에는 도덕성과 논란을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Hatred]는 탑뷰(위에서 바라본 시점, Topview/Topdown) 3인칭 슈팅게임의 기본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다. 넓은 공간, 다양한 무기, 지형지물을 이용한 전략, 그리고 대량학살의 요소까지 필요한 것은 모두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매우 사실적인 3D그래픽과 물리엔진까지 더해져 굉장히 현실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Hatred]가 가진 특징은 이게 전부다. ‘기본적인 구색’만 갖춰져 있을뿐 게임으로써의 매력은 매우 떨어진다.

민중을 쫒을 때는 게임이 지루해지고, 지팡이를 만나면 게임이 답답해진다

기본적으로 탑뷰 슈팅 게임이 가져야할 ‘일 대 다수의 싸움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기존의 탑뷰 슈팅 게임을 생각해볼 때 우리가 해당 장르에서 느끼는 재미는 (인간이든 괴물이든) 수많은 적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 그들을 물리치고 살아남는 것임이 분명하다. 이를 위해서는 다수의 적을 물리칠 수 있는 주인공(또는 무기)의 강력함이 필요하고, 그에 대등한 적군의 수/체력/패턴이 필요하다. 그리고 힘의 균등함이 유발하는 긴장감 속에서 플레이어의 역량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탑뷰 슈팅 게임의 진짜 재미일 것이다.

그러나 [Hatred]는 지루함과 답답함을 오고 가는 상황의 연속이다. 민간인을 죽일 때는 그저 도망가는 사람들을 쫒아가 ‘아무런 의미도 없이’ 그들을 죽여야 하기 때문에 게임이 매우 지루해진다. 거꾸로 경찰/군인/특수부대는 주인공에게 매우 위협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만나게 되면 일단 도망가서 숨어야 한다. 주인공이 인간이기 때문에 총알 몇발이면 죽는다는 부분도 있지만, 플레이어의 조작능력으로 경찰/군인/특수부대의 총알을 피할 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조작을 통해 공격을 피하기보다는 그들에게서 멀리 떨어지거나 구조물 뒤로 숨어야 하며, 한명씩 처리를 해나가야 하는 답답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그 외에도 무기는 다양하지만 공격의 범위가 매우 좁아 한명씩 사람을 죽여야하기에 슈팅 게임이 가져야할 시원함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있다. (물론 단번에 대량 학살이 가능한 무기가 있었다 하더라도 게임의 소재로 인해 시원함을 느끼기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스릴이나 긴장감은 거의 느낄 수 없고 의미 없이 사람을 죽여야 하는 지루함, 자신보다 강한 힘에 대해서는 무력해지는 답답함, 그리고 게임 소재가 가지는 불편함만을 느끼게 된다

제작사가 말한 ‘대학살에 대한 의미’를 해석하기에는 스토리가 빈약? 없다!

부실한 게임성을 뒤로하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앞서 언급했지만 제작사에서 “’왜 이러한 대학살을 저지르는가?’에 대한 의문에 대한 해답은 플레이어의 몫”이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 발언을 다르게 생각해보면, ‘게임이 자극적이고 논란이 될지를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 속에 메시지를 담아둘 생각이다. 그 메시지를 찾아보는 것을 권한다’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메시지를 담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게임 속 스토리, 즉, 이야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Hatred]의 이야기는 이야기로서 기능을 할 수 없는 수준이며, 미치광이 살인마의 알 수 없는 독백과 어처구니 없는 결말로 끝을 맺고 있다. 스토리가 빈약하다는 수준을 너머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작사의 발언은 발매 전 불거지는 논란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자신들의 책임을 플레이어에게 떠넘김과 동시에 자신들의 게임이 무언가 대단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피력하려는 의도였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결국 남은 것이라곤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수많은 컷신들 뿐이다

순수한 재미를 위해 만들었다는 제작사의 말과는 달리 재미를 느끼기 힘들며, 대학살의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에는 스토리가 없다시피한 게임이다. 여기에 정말 잔인해서 눈뜨고 보기 힘든 컷씬(Cut Scene), 제작사의 발언과 기행들까지 겹쳐서 본다면 이들은 정말 제 정신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도덕성이 의심되는 것뿐만 아니라 대체 게이머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Hatred]를 즐길지 아니면 즐기지 않을지는 당신의 선택이다. 논란과 도덕성을 모두 떼어 놓고 본다면, ‘자극적이고 지루하고 답답한 슈팅 게임’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의 손에 목이 잘려나가고, 머리가 부서지며, 몸통이 관통당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 게임을 하는 당신의 마음이 편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못다한 이야기

- 필자의 경우에는 '게임 자체'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높았던 편이다. 도덕성/윤리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는 소재로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웬만한 자신감이 아니면 힘들다는 생각을 했고, 그만큼 게임에 거는 기대가 큰 편이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이도저도 아닌 게임이 들어있어서 매우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

- 지형지물을 이용한 전략이 있다고 잠깐 언급했지만 기껏 건물 안으로 숨거나 차를 타고 도망가는 등 전략이라고 하기도 부끄러면 수준이다. 게다가 조작도 매우 불편해서 게임하는 것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

- 같은 장르인 [Alien Shooter](2003)가 더 재미있다. 만약 [Alien Shooter] 같은 느낌을 기대하고 구입한다면 당장 그만두기를 바란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Invisible, Inc.

장르 :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

제작사 : Klei Entertainment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2인 이상의 플레이어(또는 1인 + NPC)가 번갈아가며 행동을 취할 수 있는 ‘턴제’ 게임은 독특한 매력이 있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게임과는 달리 서로 번갈아가며 행동을 취하기 때문에 속도감이나 박진감은 다소 부족하지만, 각자의 차례마다 상대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구상하며, 차례를 거듭할 수록 예측과 전략이 점차 복잡해짐으로써 높은 긴장감을 유발한다. 그리고 자신의 예측과 전략이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완벽하게 맞아 떨어질 때 그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반대로 모든 예측과 전략이 약속이라도 한듯 빗나갈 때는 겉잡을 수 없는 분노와 허탈함이 밀려온다. 이처럼 턴제 게임은 플레이어의 행동 하나하나가 게임과 플레이어의 감정에 많은 영향을 미치며, 이로 인해 플레이어는 한 번의 턴에 최선의 수(手)를 두기 위해 수 많은 고민과 갈등을 겪게 된다.

‘턴제 게임’의 긴장감과 ‘잠입 게임’의 긴장감을 더해 탄생한 [Invisible, Inc.]

그렇다면 ‘턴제’게임에 ‘잠입’이라는 요소를 집어 넣으면 어떨까? ‘잠입’도 [Metal Gear Solid]나 [Splinter Cell]처럼 필요에 따라 경비병을 죽이거나 적군과 전면전을 펼칠 수 있는 것이 아닌, 경비병을 기절시키거나 들키지 않고 도망다니기만 해야하는 그리고 적군에게 발각될 경우 총알 한반에 죽을 수 있는 위험까지 동반한 것 말이다. 아마 매턴 경비병의 행동을 주시하고 자신이 들키기 않을 위치를 고민해야하며, 어떤 행동을 취할 때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이로 인해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상당한 긴장감이 유발될 수 밖에 없으며,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했을 때의 만족감은 꽤나 기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Invisible, Inc.]가 바로 그런 게임이다.

쥐도새도 모르게 - 경비병의 눈과 귀를 피해 미션을 완수하라

[Invisible, Inc.]는 기본적으로 경비병들의 시야를 피해 미션을 완수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작정 위치를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경비병의 순찰방향/시야범위를 계산하여 발각되지 않게 이동해야한다. 행여나 경비병의 시야에 들어온다고 해서 미션을 실패하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경비병 호출, 보안 강화, 경찰 투입 등 여러 가지 문제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서 턴을 거듭할수록 난이도가 상승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비병의 시야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가장 우선으로 고려해야하는 부분이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심성을 띄게 되며, 동시에 긴장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긴장감은 ‘잠입’이라는 게임의 핵심 소재에 의해 발생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턴제’의 요소로 인해) 자신의 차례가 끝난 후의 상황에 대한 불명확한 예측과 위기 상황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더욱 고조될 수 밖에 없다.

고유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와 해킹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게임의 성격(잠입, 턴제)에서 오는 긴장감은 자연스럽게 플레이어가 ‘최선의 수(手)’를 두도록 유도하는데, 이를 위한 전략적인 요소도 충분히 갖춰져 있다. 그리고 그 요소란 고유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와 다양한 종류의 ‘해킹프로그램’이다. 게임을 시작할 때 두 명의 ‘캐릭터’와 두 개의 ‘해킹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데, 어떤 캐릭터/해킹프로그램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수립하게 될 전략이 확연히 달라진다. 단, 각 캐릭터와 해킹프로그램은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캐릭터의 능력과 도구, 해킹프로그램을 활용했을 때 발생하는 효과와 패널티를 충분히 고려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계산하여 가장 효과적인 전략을 실행한다면 호수(好手)로 작용하겠지만,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되돌릴 수 없는 악수(惡手)가 될 수 도 있다. 그러므로 플레이어는 매턴 효과적인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고민할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고민의 여지는 게임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게하는 장치가 된다.

최악의 상황에 처했을 때 최선의 전략으로 돌파하는 것이 본작의 진정한 맛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전략으로 호수(好手)만을 두어왔다고 해도 언젠가는 위기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다. 게임을 진행할 수록 난이도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데, 일정 수준의 난이도에 도달하면 필연적으로 경비병의 시야에 들어가는 상황이 오게 된다. 즉, 난이도 상승 이전에는 플레이어에게 좀더 유리하거나 동등한 수준에서 게임이 진행이 되었지만, 난이도가 상승하게 되면 플레이어에게 불리한 상황에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이때는 지금까지의 긴장감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긴장감을 유발하게 되며, 현재의 위기 상황을 벗어나고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내세워야 한다. 물론 높은 난이도의 게임에서 위기 상황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수많은 경우의 수를 고민하고, 경비병의 패턴을 예측하고, 오랜 시간 끝에 최선의 전략을 결정해야하며, 그 전략이 맞아떨어졌을 때의 짜릿함은 플레이어가 본작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게 한다.

요원들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고, 당신의 선택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Invisible, Inc.]는 마치 ‘바둑’ 같다. 바둑은 자신이 어떤 수(手)를 두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두는 수(手)가 달라지며, 자신의 수 하나하나가 판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Invisible, Inc.]도 플레이어가 제한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행동 범위 내에서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임무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결정이 최악의 상황을 야기할 수 있고, 불가피한 선택이라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최선의 전략이 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플레이어, 당신의 선택에 의해 일어난 일이다. 요원들은 당신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고, 당신의 명령이 임무의 성패를 결정한다. 예측하고, 고민하고, 수행하라. 이 과정에서 느끼는 위기상황에 대한 긴장감, 전략을 수립하는 재미, 전략이 맞아떨어졌을 때의 만족감은 당신이 이 게임의 매력을 충분히 즐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못다한 이야기

- 그래픽/디자인은 상당히 독특하다. 자사의 작품인 [Don't Starve]가 종이인형극 같은 디자인이었다면, [Invisible, Inc.]는 종이 모델 같은 디자인에 가깝다. Klei Entertainment의 센스가 유효한 작품!

- 게임의 특징도 [Don't Starve]와 유사한 점이 많은데, '로그라이크'의 특징(난이도 experienced 이상)을 가지고 있으며, 임무 성공시 획득한 포인트로 새로운 캐릭터를 얻을 수 있다. 히든캐릭터를 열기 위한 조건이 따로 있다는 점과 게임을 즐기는 데 스토리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점, 그리고 새로운 게임 시작시 무작위로 맵이 형성된다는 점도 동일한 특징에 포함된다.

참고로 게임 내 해킹프로그램 상점 BGM이 [Don't Starve] 트레일러의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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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Lost Planet 2 (로스트 플래닛 2)

장르 : TPS, 액션, 슈팅

제작사 : Capcom

플랫폼 : PC, PS3, X-box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4년 10월 25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8월 14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Lost Planet] 시리즈는 거대괴수를 무찌른다는 컨셉의 슈팅게임이다. 초기작 [Lost Planet]은 조금 특이한 이유로 국내에서 화제가 되었는데, 이유인 즉 주인공의 모델을 영화배우 '이병헌'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만든 게임의 주인공이 한국의 영화배우다? 이는 게임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조차 본 작품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으며, 주인공이 총 한자루를 들고 거대 괴수와 싸운다는 중심 컨셉은 게임성을 어필하기해도 충분했다. 그에 따라 [Lost Planet]은 상당한 성공을 거뒀고, (물론 '이병헌’ 때문이 아닌 게임자체가 워낙 잘만들어졌기 때문이리라) 그에 힘입어 후속작 [Lost Planet 2]가 나오게 된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Lost Planet 2]가 은 전작의 인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인기를 잃어버리게(Lost)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Akrid Category-G 'Gordiant’ - 거대 괴수들과 싸운다는 핵심컨셉은 여전히 유효하다

[Lost Planet 2]는 전작의 게임성은 그대로 물려받고 있다. 게임의 핵심 컨셉이 '거대 괴수와의 전투'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전작 못지 않은 임팩트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후속작이 해결해야할 과제는 '전작의 컨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얼마나 새롭고 충격적이게 보여줄 것인가'인데, 다행스럽게도 [Lost Planet 2]는 이 과제를 잘 해결해냈다. 괴수들은 다수가 뭉쳐다니는 소형괴수들부터 급작스럽게 등장하는 중형 괴수, 그리고 각 챕터별로 지역의 특색에 맞는 거대괴수들까지 다양한 형태가 등장하며 매번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게임 배경의 경우에는 전작을 계승하는 것이 아닌 좀 더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었는데, 1편의 경우 얼어붙은 행성이 주요 배경이었다면 2편은 정글/설원/사막/해양 등 다양한 배경을 보여주고 있다. 더 나아가 억지스럽게 다양한 배경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작의 스토리와 이어지면서 다양한 환경 변화가 나타났다는 것을 들어 충분한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

Akrid Category-G 'Red Eye’ - FPS지만 매우 다양한 형태의 게임진행 방식을 담고 있다

게임성도 상당히 훌륭한 편인데, 기존의 FPS보다 다양한 행동을 수행할 수 있다. 고유한 특색이 있는 다양한 메카닉, 지형을 이용한 로프액션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전작에서도 충분히 보여주던 것인데, [Lost Planet 2]에서는 열차포의 활용을 통한 AK 격파라든가 육상전함 간의 전투, 잠수정을 이용한 전투 등 여러 지역에 걸맞는 다양한 게임 진행방식을 보여준다. 새로운 게임진행 방식을 요구하는 구간(또는 새로운 메카닉)은 어떻게 진행해야하는지 설명을 해주지 않는 특징 때문에 처음 진행할 때는 꽤나 애를 먹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 자체도 해당 구간을 진행하는 동안 상당한 긴장감을 유발하고 게임에 몰입을 가능할 수 있게 하기에 클리어 했을 시 상당한 만족감을 준다. 어찌보면 새로운 것을 도입했지만 의도적으로 어렵게 만들어 좀 더 즐길 수 있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이름조차 없으며 정해진 주인공도 없다.

  특이한 점은 [Lost Planet 2]가 '멀티플레이'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게임이라는 것인데, 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부작용이 나타난 부분은 바로 '스토리'다. 전작의 스토리 축은 주인공 1인이 적을 물리치는 것이라면 본작의 스토리 축은 여러 세력들 간의 갈등과 화합이다. 스토리의 중심 소재는 나쁘지 않았고 충분히 풀어낼만한 여지가 있었지만 다양한 세력의 존재와 각 세력의 이야기를 모두 풀어내려다보니, 각 단체에 대한 색채만 강할 뿐 이야기 속에 있어야할 중심 인물들의 색채가 매우 희미하다.(게다가 모두 복면에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누가누군지 구분조차 안된다) 그 뿐만 아니라 멀티플레이로 게임을 진행하게 되면 주요 인물들이 플레이어들이 설정한 커스텀 캐릭터로 바뀌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인물의 색채를 강하게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인물 간의 갈등관계나 행동의 당위성이 거의 없다시피하고, 스토리가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게임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멀티플레이 중심의 게임이라지만 게임 내의 중심되는 이야기 흐름(마치 소설 작품 같은 이야기의 흐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게임을 즐기는 재미가 상당히 줄어들 수 밖에 없다.

Lost Planet 1편의 주인공(좌), Lost Planet 3편의 주인공(우)

 전작의 게임성을 이어나가면서 멀티플레이에 초점을 둔 게임제작은 썩 나쁘지 않은 시도였다. 다만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제대로 꾸며내지 못했기에 게임의 매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Lost Planet]의 대박을 [Lost Planet 2]가 이어나가지 못했고, 뒤이어 [Lost Planet 3]를 발매했으나 과거의 영광을 찾지 못하고 게임 자체가 망해버렸다. 스토리의 부재가 주된 문제였지 게임성은 상당히 괜찮았던 [Lost Planet 2]를 보완한 것이 아니라 [Lost Planet 3]는 스토리도 부실하고 게임성도 떨어지는 게임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캡콤이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 외주업체가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훌륭한 작품의 시리즈를 실망스럽게 종결시켜버렸다는 것은 많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작품은 제목을 따라간다는 말이 있었던 듯 한데, 로스트 플래닛은 말 그대로 '대작'이라는 행성을 통째로 잃어버린 꼴이 되었다.

못다한 이야기

- 멀티플레이 중심의 게임인데 서버가 닫혀버렸다는 것도 문제점 중 하나다. 더 큰 문제는 캡콤측에서 서버를 재가동하려는 생각이 없었다는 점...

- 앞서 언급했었지만 게임 자체는 정말 재미있다. 난이도도 상당한 편이고, 매 챕터별로 등장하는 거대 괴수들과의 전투는 반복적으로 진행해도 질리지 않을만큼 잘 짜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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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Middle Earth; Shadow of Mordor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Monolith Productions

플랫폼 : PC, PS3, PS4, X-box 360, X-box One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오픈월드 게임은 ‘즐길거리’가 많아야 한다. 오픈월드 게임은 장르의 특성상 플레이어에게 매우 높은 수준의 자유도를 제공하기 때문에 플레이어 스스로가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많은 선택지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리고 수 많은 선택들이 플레이어의 ‘즐길거리’가 되어야 하며, 게임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게임의 재미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플레이어의 자유와 수많은 선택사항 외에도 게임이 가진 고유의 이야기와 시각적/청각적 요소들도 ‘즐길거리’의 일부인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오픈월드 게임의 특성으로 [Middle Earth; Shadow of Mordor]를 바라본다면 어떨까?

어둠의 땅 ‘모르도르’는 그 이름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준다

[Middle Earth; Shadow of Mordor]는 ‘모르도르’라는 어둠의 땅을 게임의 핵심 소재로 삼고 있다. ‘모르도르’는 Uruk의 근거지인 만큼 게임 내에서도 Uruk 외에는 생물체를 발견하기 힘들다. 또한 어둠의 땅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어두운 분위기를 띠고 있으며, 매우 험준한 지형과 곳곳에 산재된 Uruk들의 거점이 존재한다. 그 외에도 흉폭한 괴물들이 나타나 주인공 뿐만 아니라 Uruk들에게도 위협을 가하며, 종종 발견할 수 있는 인간들은 주인공을 돕는 것이 아닌 Uruk들의 노예로서 무기력하게 살아간다. 이러한 게임 내의 배경은 기존 작품(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이 가지고 있는 ‘모르도르’라는 지역을 게임을 통해 잘 묘사해내고 있음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주인공이 언제든지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장치가 됨으로써 플레이어가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전투 상황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연출은 눈과 귀를 모두 즐겁게 한다

본작의 백미(白米)는 단연코 전투 중에 볼 수 있는 화려한 연출이다. 장르가 ‘액션’인만큼 주인공의 다양한 모션과 움직임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데, 특정 명령을 수행할 때도 같은 모션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명령을 수행하는 대상과 그 대상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모션을 취한다. 예를 들면, ‘암살’이나 ‘처형’을 할 때 검으로 목을 찌르는 것으로 획일화할 수도 있었지만, 상황에 따라 등이나 복부에 칼을 꽂기도 하고 검으로 목을 단번에 베어버리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전투 상황에서 같은 명령을 수행하더라도 다양한 모션과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액션 게임의 즐거움을 충분히 선사하고 있다.

주인공의 액션 뿐만 아니라 변칙적인 카메라 앵글과 사운드도 연출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주인공의 액션도 매우 다양하지만 상황에 맞게 카메라 앵글도 변화하기 때문에 액션을 더욱 역동적이게 보여준다. 결정타를 날리거나 적장이 죽는 순간에 슬로우 모션을 주는 것은 기본이거니와, 필요에 따라 줌인(Zoom In)과 줌아웃(Zoom Out)을 통해 액션을 더욱 화려하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카메라 앵글의 변화는 (다소 잔인할 수 있지만) 플레이어가 적과 싸우고 적을 쓰러뜨리는 것에 대한 감정을 더욱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일으키기도 한다.

대장급 Uruk들은 고유한 대사와 더불어 부하들의 함성까지 들려준다

사운드는 다양한 부분에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 Uruk들의 목소리가 가장 인상적이다. 게임 내에서 들을 수 있는 Uruk 들의 다양한 대화, Captain과 Warchief들의 등장과 특수한 상황에 따른 고유한 대사, 그리고 Captain과 Warchief가 나타났을 때 그들의 이름을 외쳐대는 부하들의 함성 등은 적군조차 생동감있는 존재로 만들고 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Uruk들 사이의 세력다툼이 실시간으로 발생한다

[Middle Earth; Shadow of Mordor]에서 독특한 점이 하나 있다면 수많은  Captain과 Warchief들 사이에서도 세력다툼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주인공과 Uruk들은 서로 적대관계지만, Uruk 간에는 적대관계와 우호관계가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Uruk들 사이에서도 싸움이 일어나며 이로 인해 Captain/Warchief 현황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대립에서 살아난 Uruk가 더욱 강해지기도 하며, 죽은 Uruk를 대신에 새로운 Uruk가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Uruk들 간의 관계를 이용하면 힘을 들이지 않고 Captain이나 Warchief를 제거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플레이어가 세뇌시킨 Uruk를 Captain이나 Warchief의 자리에 올려 강력한 군대를 양성할 수도 있다. 이는 Uruk들간의 싸움을 지켜보는 재미를 줄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가 Uruk를 모두 죽일 것인지, 아군으로 만들 것인지, 또는 서로 싸우게 하여 세력을 약화시킬 것인지 다양한 선택을 가능하게 해준다. 

Uruk들의 다양한 특성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전략적으로 접근하게 한다

수 많은 Uruk들이 등장하는만큼 Uruk들의 특성도 매우 다양한데, 이는 플레이어가 다양한 전투/전략을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본작의 전투는 크게 근접전투(장검)/암살(단검)/원거리공격(활)의 세 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일 대 다수의 구도(주인공 1인과 다수의 Uruk)가 주를 이루는 본작의 특성상 근접전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 같지만 Captain/Warchief들이 가진 다양한 특성들로 인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게임을 진행하기에는 쉽지 않다. 근접전투에 매우 강하지만 암살에 약한 Uruk가 있는가 하면, 암살과 원거리 공격이 모두 통하지 않고 근접전투에만 피해를 입는 Uruk도 있다. 또는 원거리 공격, 근접전투, 암살 모두 약함에도 불구하고 공격력이 너무 강해서 쉽게 다가가기 힘든 Uruk들도 등장한다. Captain/Warchief들의 특성 외에도 일반 Uruk들의 종류도 여러 가지가 존재하며, Uruk의 수가 매우 많아 무작정 근접전투로 상대하기는 버겁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목표로 하는 Captain/Warchief의 특성과 주위에 있는 일반Uruk들의 수/배치/시야 등을 고려하여 적합한 전투방법과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 외에도 야생동물을 이용해 전투에 크고 작은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불과 폭발물을 이용하여 전진을 초토화 시키는 등 좀 더 폭넓은 전략을 실행할 수 있다.

스토리 전개는 나쁘지 않지만 메인퀘스트는 구성이 다소 부실하다

거의 모든 점에서 완벽해보이는 [Middle Earth; Shadow of Mordor]지만 단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스토리에 해당되는 메인퀘스트가 다소 부실하다는 점이다. 본작이 [The Hobbit/호빗]과 [The Lord of The Rings/반지의 제왕] 사이의 사건을 풀어나가고 있으며, 기존의 두 작품(호빗+반지의 제왕)과 연결성을 두고 바라보기에 큰 무리가 없을 정도의 준수한 스토리인데 반해 그와 관련된 메인퀘스트는 아쉬운 점이 상당히 많다. 메인퀘스트가 아닐 경우에는 Uruk들을 암살하고, 짐승들을 풀어 적을 혼란에 빠뜨리고, 100명의 Uruk들에 둘러쌓여 싸워야 하는 등 액션 게임의 면모를 강하게 느낄 수 있지만, 메인퀘스트는 동료를 따라가다가 간단한 명령을 수행한다거나, 수레를 목표지점까지 옮기거나, 적은 수의 Uruk를 죽이는 등의 다소 심심한 임무가 주를 이룬다. 무엇보다 작중 보스에 해당되는 인물들과의 전투가 다소 허무하게 전개되는데, 게임을 하는 중에 나타나는 몰입과 감정의 고조를 단번에 무너뜨릴 정도로 부실하게 느껴진다. 어찌보면 상당히 많은 수의 기술들이 존재하는 만큼 메인퀘스트를 통해 하나씩 배워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단계별 튜토리얼’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스토리 전개에 따른 몰입과 감정적 고조를 그대로 이어나가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치명적인 문제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오픈월드 게임으로서는 부족함이 전혀 없는 최고의 작품이다

메인퀘스트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지만 ‘오픈월드 게임으로서’  [Middle Earth; Shadow of Mordor]는 부족함이 전혀 없다. 앞서 언급한 ‘자유도에 따른 선택지’와 ‘즐길거리’를 생각해볼 때 본작은 두 가지를 충실하게 갖췄다. 플레이어가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각적/청각적 연출을 통한 즐길거리, 자유도를 부여함에 따라 어떤 행동을 할지 정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 그리고 선택에 따라 크고 작은 영향을 받는 Uruk들까지 ‘다양한 선택과 그에 따른 즐길거리’가 모두 갖춰져 있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가족의 복수를 위해 달려갈 것인지, 모든 Uruk들을 죽이는 광전사가 될 것인지, 또는 모든 Uruk들 위에 군림하는 지배자가 될것인지는 당신의 몫이다.

못다한 이야기

- 스토리와 관련해서는 '사용한 소재에 비해 깊이가 부족하다'라는 비판이 있다. 이는 'J. R. R. 톨킨'(호빗/반지의 제왕 작가)의 작품을 충분히 즐긴 이들이 느끼는 점이라 한다. 분명 [The Hobbit/호빗]이나 [The Lord of The Rings/반지의 제왕]과 비교하면 이야기의 전개가 단조로운 것은 분명하나 부실한 스토리 전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깊이 있고 대단한 스토리 또한 아니다.

- [Assassin's Creed], [Batman; Arkham Knight], [Tomb Raider]의 게임성을 상당 부분 차용해왔다. 놀라운 점은 각 작품의 장점만을 뽑아와 게임에 녹여냈다는 것인데, '다른 게임의 특징을 가져오기만한 작품'이라는 비판을 내릴 수도 있으나 게임 자체의 완성도가 정말 좋아서 비판하기가 어렵다. 생각해보면 게임을 만들 때 다른 작품의 영향을 받거나 특징을 차용해오는 경우가 많으니 비판하기 애매한 부분이기도 하다.

- 필자 개인적으로는 본편보다 DLC 'Bright Lord'가 게임의 완성도가 더욱 높다고 생각한다. 본편의 아쉬운 부분인 '메인퀘스트의 부실함'을 해소해냈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Biohazard 6 (바이오하자드6, 레지던트이블6)

장르 : 액션, TPS, 호러, 서바이벌

제작사 : Capcom

플랫폼 : PS3, X-box 360,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4년 11월 7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7월 28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Biohazard]. 오랫동안 시리즈를 지속해온 캡콤의 호러 액션 서바이벌 게임이다. 관련 게임만 20여편 가까이 만들어졌고, 동명의 영화가 5편이 제작되었고, 게임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시리즈를 이어온 작품인만큼 발매 될 때마다 비판과 피드백을 많이 받는 작품이기도 한데, [Biohazard]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비난을 받는 이유는 기존에 바이오하자드가 내걸었던 ‘호러 서바이벌'이라는 요소가 점차 퇴색되어 간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Biohazard]의 역사적 가치는 '호러 서바이벌'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게임이기 때문인데, 호러 서바이벌의 색채가 흐려지는 것은 올드팬들의 원망을 받기에 충분한 요인이 된다. 다만 올드팬이 아닌 신규 게이머들은 '액션' 게임으로써 [Biohazard]도 좋게 평가를 내리기도 하는데, 이는 수많은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충분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홍콩이라는 대도시에서 7인의 주인공이 방대한 이야기를 그려간다

[Biohazard 6]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독특한 스토리 전개 방식이다. 대다수의 게임이 한명의 주인공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라면, 본작은 다수의 주인공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이며 그 이야기는 상호교차되어 진행된다. 물론 상호교차되는 구조의 이야기임에도 이야기 흐름의 중심이 분명하며, 서로 다른 목적의식을 가지고 각자의 방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 뿐만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를 끝내더라도 게임 내 모든 이야기가 플레이어의 머리 속에 완성된 것이 아니며, 다른 인물들을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차곡차곡 스토리가 쌓이게 된다. 그리고 모든 주인공의 이야기를 끝내게 되면 전체 스토리 흐름이 정리가 되고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인물별로 서로 다른 심리와 행동, 그리고 이야기 전개에 따른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교차되는 형태의 방대한 스토리만큼 눈에 띄는 것은 인물의 심리변화와 묘사다. 일곱명이나 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만큼 인물간의 관계가 복잡할 수 밖에 없고, 각자의 목적의식을 가진만큼 서로 다른 행동과 심리가 필요하다. 각 인물별로 국가를 지키겠다는 사명감, 동생에 대한 복수, 떠나간 부하들에 대한 전우애, 상관에 대한 변함없는 존경심, 아버지와 다른 인간임을 증명하려는 마음,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있으며, 그에 따른 행동과 심리변화를 게임 내 대사 뿐만 아니라 충분한 분량이 컷신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다만 컷신이 과하게 많다는 비판도 있는데, 게임 전체의 스토리 분량에 비하면 지나치게 많은 편은 아니다.)

비슷한 구성의 미션이나 액션 게임과 어울리지 않는 게임플레이는 의아함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풍부한 볼륨의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게임성은 다소 부실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는 '호러 서바이벌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대체 어떤 장르의 게임을 만드려고 한 것일까?'라는 본질적인 의문을 가지게 한다. 우선 액션 게임으로서 완성도가 높지 못하다는 점이 문제로 작용한다. 시리즈의 고질적인 문제인 시점처리와 불편한 조작감은 본작에서도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Biohazard 6]에서는 장애물을 넘거나, 문을 열거나, 사다리를 오르내릴 때 마다 정해진 버튼을 눌러줘야하는데, 분명 플레이어와 사물 간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버튼이 뜨지 않아 행동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그로 인해 자칫 미묘한 조작 실수가 죽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게임의 집중도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거기에 엉성한 시점처리까지 더해져서 게임진행에 상당한 걸림돌이 된다.(특히 시간제한이 있는 탈출미션에서 가장 크게 작용한다.) 이에 대해서는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고유의 특징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으며,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긴장감을 유발하기 위한 장치라고 평가하는 이도 있지만 플레이어의 역량과 무관하게 죽는다거나 게임 진행에 불편함이 발생한다면 게임의 매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또한 게임플레이의 대부분이 액션 게임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안에 포함된 미션이나 다른 장르의 게임은 액션 게임으로서의 색깔조차 흐리게 한다. 게임 내 스토리가 총 네 종류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챕터마다 세개의 열쇠나 암호 또는 도구를 찾는 미션이 포함되어 있다. 높은 벽을 오르내리거나 강철문을 부수며 임무를 수행하는 주인공들이 왜 굳이 열쇠와 암호를 찾아서 돌아다녀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게다가 각 챕터마다 동일한 형태의 미션을 제시하기 때문에 게임을 진행할수록 신선함이 떨어진다. 그리고 액션 게임과는 거리가 먼 고정형 건슈팅, 레이싱, 비행 시뮬레이터 게임이 포함되어 있는데, 스토리 측면에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연출'이지만 액션 게임으로서 완성도가 부족한 [Biohazard 6]에게는 오히려 정체성조차 흐리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게 되었다.

명작을 만들었던 주인공들이 과거의 위상을 찾을 수 있을까?

[Biohazard] 시리즈의 가장 큰 논란거리가 '장르'라는 측면인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Biohazard 4]부터 액션 게임으로 완전히 탈바꿈 했지만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은 사실이며, 이쯤되면 '호러 서바이벌을 원하는 올드팬과 액션을 원하는 신규유저 사이의 갈등' 정도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Biohazard 6]가 보여준 애매한 색채의 장르는 여지껏 잘 다듬어준 액션 게임으로서의 [Biohazard]의 이미지도 깎아버릴만큼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어찌보면 호러 게임을 기대한 올드유저도, 액션 게임을 기대한 신규유저도 모두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 애매한 장르적 완성도를 보여주는 증거가 될 것이다. 만약 앞으로 나올 [Biohazard] 후속작이 (호러든 액션이든) 장르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확립하지 못한다면 시리즈 존폐의 위기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못다한 이야기

- 후속작으로 나온 [Biohazard Revelations 2]가 매우 좋은 평가를 받으며 재기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호러 서바이벌'로서의 재기이기 때문에 향후 시리즈의 존폐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 [Biohazard 6]를 처음 플레이할 때는 꽤나 괜찮은 게임이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과도한 Quick Time Event는 플레이어가 반응할 시간도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도 있어서 필자는 게임을 하면서 짜증을 많이 낼 수 밖에 없었다.

- 스토리의 경우 최종보스가 사망한 [Biohazard 5]에서 억지로 스토리를 이어간다는 비판도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최종보스의 숨겨진 아들'과 '아군인줄 알았던 인물이 꾸며낸 사건'이라는 재미없는 소재가 가장 큰 문제라 생각이 된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Mighty Switch Force; hyper drive edition

장르 : 퍼즐, 액션

제작사 : WayForward 

플랫폼 : PC, Wii U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작은 구매하게 된 계기는 깔끔한 그래픽과 귀여운 디자인, 그리고 제작사가 ‘WayForward’라는 것 밖에 없다. 게임에 대한 사전정보나 평가가 전무한 상태에서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고 구입한 것이기에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퍼즐 장르를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닌지라 틈틈히 가볍게 즐겨볼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게임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스테이지를 진행할수록 생각보다 매력있는 게임이라 느끼게 되었고, 틈틈히 즐기겠다는 생각은 사라지고 결국 퍼즐을 풀기 위해 애쓰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스위치를 눌러 전환하라! - 버튼을 누르면 상자가 나타나고 사라진다

[Mighty Switch Force; Hyper Drive Editon]는 이름 그대로 ‘Switch’를 통해 퍼즐을 풀어나가는 게임이다. 여기서 말하는 Switch란 전원을 켜고 끄는 ‘스위치’를 의미하기도 하며, 상태를 바꾸는 ‘전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게임을 진행하는 방식 역시 ‘스위치’를 이용해 스테이지 곳곳에 배치된 상자를 나타나고 사라지게 만들어 지형을 ‘전환’하는 형태이다.(좀 더 쉽게 표현하자면 ‘스위치를 눌러 상자를 켜고 끈다’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상자를 켜고 끄는 것을 이용해 길을 만들어 숨어 있는 다섯 명의 탈옥수 체포하는 것이 게임의 주된 목표다. 

단순한 규칙을 가지고 있지만 머리를 잘 굴려야 퍼즐을 해결할 수 있다

게임 진행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자’는 총 세 종류가 등장한다. 노랑 상자는 단순히 구조물로서의 효과만 있는 가장 기본적인 상자다. 보라 상자는 노랑 상자의 기능과 더불어, 플레이어와 겹친 상태에서 켤 경우 정해진 방향으로 플레이어를 날려 보낸다. 빨강/파랑 상자는 기본적으로 노랑 상자와 동일하지만 플레이어가 상자를 밟고 있을 경우 같은 색의 상자는 잠금상태가되어 전환 스위치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예를 들어 빨강 상자를 밟고 있는 경우에는 맵 전체의 빨강 상자가 전환 스위치에 영향을 받지 않고 항상 켜져 있게 된다.(파란 상자를 밟고 있으면 파란상자가 전환 스위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각 스테이지별로 이 세 종류의 상자를 이용하여 다양한 퍼즐이 구성되어 있으며, 퍼즐을 풀기 위해서는 각 상자의 특징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스테이지를 진행할 수록 두뇌 뿐만 아니라 타이밍 감각을 동시에 요구한다

퍼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두뇌’능력을 요구하지만 본작에서는 타이밍을 맞추기 위한 ‘감각’을 함께 요구한다. 초반에는 두뇌만으로 퍼즐을 해결할 수 있지만 스테이지를 진행할 수록 타이밍 감각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대표적인 예로 연속적으로 보라 상자를 이용해야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보라 상자의 효과를 받기 위해서는 꺼진 상태의 보라 상자와 완전히 겹친 상태에서 상자를 켜야만 한다. 하지만 보라 상자를 이용해 이동하는 중에 다음 보라 상자를 켤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다면 상자를 키더라도 상자의 효과를 받지 못하고 막혀버리게 된다. 무엇보다 스테이지마다 상자 간 거리가 천차만별이기에 타이밍 맞추기가 생각보다 까다롭다. 게다가 특정 스테이지에서는 몬스터와 함께 보라 상자를 통해 이동해야하는데 몬스터의 경우 플레이어보다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워서 더 예민한 타이밍 감각을 요구하게 된다.

점진적 난이도 증가는 도전욕구를 강하게 자극한다

이처럼 두뇌와 감각을 모두 요구하는 퍼즐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난이도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의외로 아주 쉬운 난이도부터 매우 어려운 난이도까지 난이도 분배가 매우 적절하게 이루어져 있다. 초반에는 상자의 특성을 이해하거나 타이밍 연습을 위한 간단한 퍼즐이 주를 이루다가 점진적으로 어려운 퍼즐 구성이 등장한다. 또한 스테이지 진행에 따라 조금씩 새로운 요소를 내놓음으로서 흥미를 유발함과 동시에 난이도 향상을 통한 도전욕구도 충분히 자극하고 있다. 물론 어느 정도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게임이 익숙해진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오는데, 그 때부터는 세 가지 상자를 모두 이용한 복잡한 상자배치를 통해 이전보다 더욱 어려운 난이도의 퍼즐을 제공하게 된다.

다섯 명의 섹시한 탈옥수를 체포하면 임무 완료!!

퍼즐 장르를 좋아하는 편이 아님에도 [Mighty Switch Force; hyper drive edition]는 매우 만족스러운 게임이었다. 스위치를 눌러 상자를 켜고 끄는 간단한 게임 방식과 단 세종류의 상자를 이용하여 만들어내는 복잡한 퍼즐은 퍼즐이 가져야할 충분한 난이도를 구축하면서도 게임을 부담없이 즐길 수 있게 만들어두었다. 또한 앞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깔끔한 그래픽과 아기자기한 디자인 역시 게임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물론 가장 인상깊은 요소는 독특한 복장의 주인공 경찰과 섹시한 5인의 탈옥수들이지만 말이다.

못다한 이야기

- 게임 볼륨은 의외로 크다. 게임의 평균 플레이타임을 알려주는 'HowLongToBeat'에 따르면 메인 미션은 약 4시간, 추가 미션까지 수행하면 약 10시간 정도의 분량이다. 사실상 메인 미션은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추가 미션까지 끝내는 것이 본작을 제대로 즐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추가미션까지 모두 끝내는데 7~8시간 정도 걸렸다.

- 메인 미션인 'Incident'가 총 16개이며, 추가 미션은 5개의 Bonus 스테이지, 16개의 Hyper 스테이지, 5개의 Hyper Bonus Stage으로 총 42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 스테이지 별로 Best Time이 존재하는데, 정해진 시간 안에 클리어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Best Time을 무시하고 게임을 해도 상관없지만 Best Time 이내에 맞추려고 한다면 난이도는 기존보다 더 높아진다. 스테이지 전체를 거의 외워야 가능한 수준??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Child of Light

장르 : RPG

제작사 : Ubisoft

플랫폼 : PC, X-box 360, X-box One, PS3, PS4, Wii U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게임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여기서 말하는 다양한 모습이란 단순히 장르로서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형태의 창작물로서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은 하나의 소설이 될 수 있으며, 한 편의 영화가 될 수 있고, 현실을 간접체험할 수 있는 가상공간이 될 수도 있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놀이도구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게임은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으며, 새로운 형태를 보여줄 가능성은 또한 무궁무진하다. 그렇다면 게임이 ‘동화’의 형태를 가진다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다양한 이미지가 그려지겠지만 ‘동화 같은 게임’을 말한다면 오늘 이야기할 [Child of Light]가 가장 적합한 작품이 될 것이다.

기존 RPG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전통적인 턴제 전투 방식이다

동화 이전에 게임의 장르로서 본작을 바라본다면, [Child of Light]는 매우 전통적인 RPG의 색깔을 띠고 있다. RPG가 주류 장르이던 시절에도 단순 턴제 전투 방식이 아닌 3차원 공간에서의 지형, 위치 등을 이용한 전략적 전투가 가능한, 조금 더 발전된 형태의 전투 방식이 존재했다. 그러나 본작에서는 그러한 부분들을 완전히 배제하고 가장 기본적인 턴제 전투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타임라인(time line)을 이용하는 부분인데 타임라인에 표기된 적과 아군의 아이콘을 통해 행동타이밍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하여 전략적인 전투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적군의 공격타이밍을 늦추거나 아군의 공격타이밍을 앞당길 수 있으며, 기술시전 중에 공격을 가해 시전을 취소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전통적인 턴제 전투 방식에 ‘시간’이라는 개념을 보태 기존 턴제 전투 방식의 단순함을 해소하고 전략적인 요소를 끌어올리려고 한 의도로 보인다. 만약 타임라인이 도입되지 않은 단순 턴제 전투였다면 전략적인 요소가 부족함과 동시에 게임이 지루하게 느껴졌을 수 있으며, 고전적인 턴제 전투라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을 수도 있다.

전투 방식 외에도 캐릭터들간 역할(Role)이 매우 분명하다는 점도 전통적인 RPG와 일맥상통하다. 가장 무난하고 어떤 상황에도 어울리는 오로라(표준), 물리공격과 체력은 약하지만 강력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핀(마법사), 적의 공격으로부터 아군을 보호해주는 오엔구스(탱커), 상태이상을 치료하고 아군을 회복하는 루벨라(힐러), 다양한 버프를 걸어주는 트리스티스(버퍼) 등 다양한 역할이 존재하며, 자신의 취향에 맞게 캐릭터를 활용하여 전략적인 전투가 가능하다. 

수채화풍의 그래픽을 통해 게임을 동화처럼 표현해냈다

본작의 가장 큰 특징은 게임 내내 볼 수 있는 수채화풍의 그래픽이다. 최신 게임들이 3D의 화려하고 정교한 그래픽이 주를 이룬 것을 생각해보면 [Child of Light]가 2D 형태의 수채화풍으로 표현한 것은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의도는 본작을 ‘한 편의 동화’처럼 만들기 위한 것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게임 전반에 걸친 수채화풍의 그래픽은 화려하지 않으나 은은한 느낌을 주고 있으며 동화책에 실린 삽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그와 동시에 필요에 따라 먹물로 그린듯한 거친 질감의 배경을 보여주기도 하고, 물감이 번지는 효과를 활용하고 있다. 그 외에도 게임 내 인물들은 배경과 결합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배경 층과 캐릭터 층을 따로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고정된 배경을 두고 종이인형들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종이인형극’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수채화풍의 그래픽과 종이인형극을 연상시키는 캐릭터들을 통해 게임을 동화처럼 표현하고 있다.

게임 전체 이야기의 흐름도 전형적인 동화적 구성을 띠고 있다

스토리 역시 동화적인 구성을 가지는데, 동화의 대표적인 교훈인 ‘권선징악’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또한 여정이 지속됨에 따라 각자의 사연을 가진 인물들을 만나 그들을 도와주고 동료가 되는, 다소 뻔한 구성 역시 포함되어 있다. (필자는 ‘오즈의 마법사’가 연상되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스토리 전개와 결말이 어느 정도 예상이 된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게임의 주된 컨셉이 ‘동화’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오히려 적절한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게임의 모든 곳에서 동화 같은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게임을 ‘동화’처럼 만들어 낸 것은 굉장히 신선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기존에 존재했던 전통적인 턴제 RPG, 트렌드(trend, 유행)에 맞지 않는 수채화풍의 2D 그래픽, 동화처럼 매우 뻔한 이야기 구성 등 게이머들의 관심이 떨어질 수 있는 요소들로 게임을 만드는 것은 어쩌면 큰 도전이었을지도 모른다. 특히 RPG 장르, 2D 그래픽, 동화적 구성의 이야기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부분임을 생각해보면 그 위험성을 더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hild of Light]가 대단한 작품인 이유는, ‘동화 같은 게임’이라는 컨셉에 맞는 요소들을 적절히 결합하는데 성공하였으며 결과적으로 ‘한 편의 동화’를 연상케하는 참신한 게임으로 탄생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본작이 가지고 있는 게임 특성상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다. 하지만 눈으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수채화와 귀로 들을 수 있는 동화가 있기에 호불호만으로 [Child of Light]를 평가하기에는 아까운 작품임이 분명하다.   

못다한 이야기

- 사운드에 대한 언급을 하지 못했는데 배경음악 역시 동화적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울리는데,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작품 내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 예측가능한 이야기 구성이긴 하나 여정이 끝날때까지 만나는 인물들과의 다양한 사건들이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동료들은 단순히 주인공을 돕기 위해 여정을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목적과 사연이 있으며, 그에 따라 서브퀘스트들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 게임의 엔딩을 보면 [Child of Light] 자체가 동화로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Bioshock Infinite

장르 : FPS

제작사 : Irrational Games

플랫폼 : PC, X-box 360, PS3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Bioshock] 시리즈는 이미 ‘명작’의 반열에 오른지 오래되었다. 단순히 하나의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동명의 타이틀을 가진 작품들이 꾸준히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초기작인 [Bioshock]는 2007년 GOTY(game of the year)를 최다 수상하였고, 후속작인 [Bioshock 2]는 전작만큼의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충분히 잘만들어진 작품이라 인정받았다. 그리고 [Bioshock]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Bioshock Infinite]는 2013년 GOTY 수상 top3에 오르면서 본 시리즈가 ‘명작’임을 증명해냈다.

그런데 ‘명작’이 탄생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임의 가장 큰 부분인 게임플레이 자체,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스토리, 플레이어의 감각을 자극하는 그래픽과 사운드 등 여러 요소들이 결합하여 명작이 탄생한다. 게임성은 훌륭하지만 스토리가 약해서 명작이 되지 못하거나 스토리와 그래픽 등 모든 면에서 우수하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명작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점에서 [Bioshock] 시리즈는 다양한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명작’의 반열에 올랐는데, 가장 주목해야할 요소는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 즉 ‘스토리’이다.

환상의 공중도시 ‘콜럼비아’ 하지만 이곳은 비정상적인 사상으로 점철되어 있다

[Bioshock] 시리즈는 각 작품별로 특정 사상에 대한 비판의식이 담겨있다. 초기작 [Bioshock]는 ‘자유의지주의(Libertarianism)’를, 후속작 [Bioshock 2]는 ‘파시즘(Fascism)’을 비판하고 있는데, 이를 게임 속 이야기에 녹여내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게 만들어 두었다. 이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즐기면서 제작자들이 플레이어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찾고 해석하는 과정, 다시 말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두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은 [Bioshock Infinite]에서도 유효한데 본작에서는 ‘국수주의(Nationalism)’와 ‘백인우월주의(White supremacy)’를 비판하고 있다.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흑인과 백인이 교제를 했다는 이유로 오락거리를 빙자한 공개처형을 하려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유색인종을 비하하거나 백색인종을 신격화하는 대사, 그리고 작중 배경이 되는 공중도시 ‘콜럼비아’가 미국에서 독립한 가장 우수한 도시이자 하나의 국가이며 지상의 인간들은 미개한 존재임을 알리는 행진 등 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작중 상황들을 통해 특정 사상에 대한 비판을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스토리에 교묘하게 녹여내고 있으며, 이를 통해 특정 사상에 대한 비판을 플레이어 스스로가 읽어낼 수 있도록 ‘해석’과 ‘감상’의 여지를 주고 있다.

주인공 ‘부커(Booker)’와 ‘엘리자베스(Elizabeth)’의 이야기만으로도 훌륭하다

사상비판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Bioshock Infinite]의 이야기 자체로도 매우 훌륭하다. “한 명의 소녀를 데리고와라.”는 의뢰를 받은 ‘부커 드윗’과 부커가 찾아서 데리고 가야할 소녀인 ‘엘리자베스 컴탁스’ 사이의 이야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거대해진다. 처음에는 소녀를 찾으러 떠다는 단순한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점차 이야기의 범위가 확장되면서 공중도시 콜럼비아의 탄생비화, 엘리자베스가 가진 능력, 독제자 컴스탁의 비밀, 의뢰인의 정체 등 다양한 요소를 가진 이야기로 변화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요소들이 게임 초중반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게임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완성하지 못하던 퍼즐이 맞춰지듯 이야기의 흐름이 정리가 된다. 이는 앞서 언급한 사상비판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게임 속 중심 이야기로서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며, 이 조차도 플레이어가 시간의 흐름, 인물의 관계, 사건의 인과 등을 정리할 여지를 주고 있다.

머리 또는 꼬리 - 게임 곳곳에 스토리와 관련된 복선들이 산재되어 있다

스토리와 관련하여 또 다른 특이점이 있다면 게임 내에 복선이 굉장히 많다는 점이다. 복선들은 작중 등장인물의 대사뿐만 아니라 인물의 외모, 구조물, 상황 등 다양한 부분에서 나타난다. 그리고 이러한 복선들은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단서가 되며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접하거나 스스로 찾아볼 수 있게 구성해두었다. 물론 스토리에 대한 복선과 단서를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본작의 중심사건을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없지만 이야기의 시작과 끝 사이에 그려진 방대한 구성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복선과 단서를 찾는 것이 어느 정도 요구가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플레이어 스스로가 작중 이야기에 더욱 깊게 빠져들게 되고, 게임을 진행하면서 여러가지 복선과 단서를 찾아내려 시도하는 몰입상태에 빠지게 된다. 특히 2회차 진행을 할 경우 어느 정도 스토리에 대한 이해가 된 상태이기에 더 많은 복선과 단서가 보이기 시작하며 스토리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지게 된다.

[Burial at Sea] - 하나의 독립된 작품이면서 이전작들과의 연결성을 가진다

본작 [Bioshock Infinite]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가 되기도 하지만 이전 작품들과 연결성 가지기도 한다. [Bioshock]와 [Bioshock 2]는 같은 세계에서 비슷한 소재로 만들어진 이야기지만 [Bioshock Infinite]는 완전히 다른 세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이야기의 후반부와 더불어 DLC [Burial at Sea]에서는 본작이 이름만 같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아니라 완전히 연결된 이야기임을 보여주고 있다. [Bioshock Infinite]의 주요 소재의 특성상 완전히 다른 두 세계를 연결지을 수 있었겠지만, 서로 다른 세계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유사한 물체나 작중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여러가지 복선과 단서들을 생각해보면 단순히 소재를 이용한 억지스러운 연결이 아닌 철저한 세계관 구성을 통한 연결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Bioshock Infinite]는 그저 게임으로 치부하기에 작품성이 대단히 뛰어나다

[Bioshock Infinite]의 이야기는 한편의 소설과 같다. 그리고 이 소설은 굉장히 짜임새가 있으며 수많은 복선과 단서를 내포하여 독자가 스스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두고 있다. 그렇기에 매번 다시 읽어더라도 새롭게 느껴지며 읽으면 읽을 수록 이야기의 깊이는 더욱 깊어진다. 여기에 게임으로서 갖춰야할 그래픽/사운드에 준수한 게임성까지 더해지면서 몰입도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본작을 단순히 ‘잘 만들어진 FPS게임’ 정도로 인식해도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본작에 담겨진 깊이 있는 이야기는 한편의 문학작품 못지 않다. 이 작품을 향유할 것인지, 아니면 게임을 하면서 지나가는 이야기로 치부할 것인지는 플레어이의 선택에 달려있다. 단순한 FPS게임으로 생각하더라도 재미있는 게임이라 느낄 수 있곘지만, 당신이 [Bioshock Infinite]의 이야기를 진정 읽어나가고자 한다면 본작은 단순한 게임이 아닌, 처음과 다른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비춰질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

- 게임의 주요 소재가 '다중차원'이기 때문에 이야기의 전개가 더욱 복잡해진다. 게임을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시간적/공간적 흐름을 정리할 수 있지만 완벽하게 인지하기는 쉬운일이 아니다. [Bioshock Infinite]의 사건을 시간적 순서로 정리해놓은 글이 상당히 많으니 찾아보는 것도 작품 이해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 각 시리즈간의 연결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이 많은 편이다. 특히 설정오류 부분에서는 유저들이 발견한 것만해도 상당히 많다.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오류'들조차도 새로운 세계관 정립을 위한 자료로 활용되는 것을 보면 플레이어들의 마음을 확실히 사로잡은 스토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제작사 측에서는 설정오류와 관련하여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거의 없다.

- 앞선 리뷰에서 거의 언급하지 않았지만 게임자체는 스토리라인에 맞춰 진행하는 평범한 FPS 게임이다. FPS가 가져야할 타격감이나 조작 측면에서는 훌륭한 편이고, 공중도시라는 컨셉에 맞게 넓은 공간 이용과 '스카이라인'이라는 구조물을 이용해 상당히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전투가 가능하다. 만약 스토리가 평범했다면 그저그런 게임으로 전락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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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Ori and the Blind Forest

장르 : 퍼즐,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Moon Studios

플랫폼 : PC, X-box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게임 개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게임 그래픽의 진화 역시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그래픽 수준의 상향 평준화가 이루지고 있으며 최고의 게임이라는 찬사를 받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그래픽 기술은 거의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일부 플레이어들은 그래픽 하나로 게임의 완성도 여부를 판단하고 구매여부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허나 우리는 그래픽만으로 게임 전체를 판단할 수 없으며, 그래픽이 뛰어나지 않아도 최고의 게임이 되는 경우도 있음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런데 그래픽 기술의 발전을 통해 표현의 수준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가까운 그래픽 구현’은 많은 반면 ‘한 폭의 예술작품과 같은 표현’을 보여주는 게임은 많지 않다. 다시 말해 플레이어의 ‘시선을 압도하는 화려한’ 그래픽을 보여준 게임은 많았지만, 플레이어의 ‘마음을 흔드는 아름다운’ 그래픽을 보여준 게임은 만나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게임의 주된 배경인 신비하고 아름다운 숲을 한 폭의 그림처럼 표현하고 있다

[Ori and the Blind Forest]는 앞서 언급한 플레이어의 마음을 흔드는 아름다운 그래픽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밀하고 현실에 가까운 표현보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질감의 표현을 보여주고 있다. 게임의 배경인 숲(forest)은 일반적인 숲의 모습과는 달리 매우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에 걸맞게 매우 풍부한 색채로 숲을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 빛과 그림자를 이용한 명암효과는 색감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며, 숲을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숲을 표현하는 데 있어 플레이어가 활용하는 공간(platform, 플랫폼)과 게임의 배경이 되는 공간 (background, 백그라운드) 의 그래픽 표현에 차이를 두고 있다. 보편적인 횡방향 시점의 게임들이 배경을 표현하는 방법과는 달리 3D그래픽을 충분히 활용하여 ‘플랫폼’을 기준으로 더 멀리있는 배경과 더 가까이 있는 배경을 여러 층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횡방향의 시점에서도 충분한 원근감을 형성하고 더 나아가 공간감을 부여하면서 숲을 더욱 깊이 있게 표현하고 있다.

프롤로그 中 - 컷신(cutscene) 하나만으로 이미 분위기에 취하게 된다

게임 진행 중에 볼 수 있는 요소들 이외에도 컷신(cutscene)과 배경음(BGM, background music) 역시 플레이어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컷신의 경우 마치 한편의 움직이는 동화를 보는듯한 연출로 게임의 시작과 진행 상황에 맞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배경음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플레이어가 처한 상황에 맞는 음악을 통해 현재 상황을 더욱 극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눈을 감고 음악만 듣더라도 게임 속 배경이 눈 앞에 보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다. 물론 게임을 직접 플레이할 때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시각적 요소와 귀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청각적 요소들이 플레이어의 감각을 동시에 자극하기 때문에 게임이 풍기는 분위기에 더욱 취할 수 밖에 없다.

아름다운만큼 치명적인 난이도를 보여 주지만 퍼즐 구성이 매우 독창적이다

게임은 플레이어의 감성을 자극할만큼 매우 아름답지만 난이도는 치명적일 정도로 높다. 기본적인 퍼즐 액션의 구성 뿐만 아니라 [Ori and the Blind Forest]만의 독특한 구성들이 상당 수 포함되어 있다. 다만 일반적인 퍼즐 액션이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고민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면 본작은 즉각적인 반응과 정확한 컨트롤을 요구한다는 구간이 상당히 많다. 또한 게임의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주인공 ‘Ori’가 수행할 수 있는 행동이 많아지면서 조작법이 다양하고 복잡해지며 퍼즐 구성도 수행가능한 행동 수준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난이도는 더욱 증가한다.

독특한 점이 하나 있다면 [Ori and the Blind Forest]에서 플레이어가 활동하는 공간이 모두 하나의 공간으로 이어져있으며 그 범위가 매우 넓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숲의 구석구석 돌아다닐 수 있으며, 이는 마치 오픈월드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게다가 게임의 진행 정도에 따라 숲 전체의 배경이 달라지는데, 이전에 한번 지나친 공간이라 하더라도 완전히 새로운 공간처럼 느껴지며 숲이 생명력을 얻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Ori’의 수행가능한 행동이 증가함에 따라 기존에는 진입할 수 없었던 공간에 진입하면서 숨겨진 아이템을 찾고 숲을 탐험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조금씩 생명력을 얻어가는 숲과 함께 당신도 본작의 아름다움에 빠지게 된다

[Ori and the Blind Forest]처럼 예술성과 게임성을 둘다 잡은 작품은 많지 않다. 플레이어의 시각적/청각적 만족도를 충족해주기에 충분하며 게임을 진행하면서 만나는 공간, 들을 수 있는 소리 하나하나가 작품처럼 느껴진다. 더 나아가 어렵지만 독창적인 스테이지 구성까지 더해지면서 게임성까지 충족시켜주고 있으니 게임의 완성도는 말할 것도 없다. 누군가에게는 어려운 난이도로 게임 진행이 더딜 수 있지만 다시금 생명력을 얻어가는 아름다운 숲의 모습은 당신의 마음을 울리게 할 것이다. 이 작품은 게임으로 탄생한 예술이니까 말이다.

못다한 이야기

-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는데, 게임이 풍기는 분위기와는 달리 아름답기만한 스토리는 아니다. 오히려 너무나 가슴 아픈 이야기다.

- 맵 구성이 일방향 구성이 아니기 때문에 플레이어 스스로 길을 찾아갈 수 있게 만들어 둔것도 좋은 평가를 내리고 싶다. 자연스럽게 숲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닐 수 밖에 없고, 예전에 가지 못했던 장소에 가기 위해 자연스럽게 길을 돌아가기도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배경이 압권

- 게임 중에 에너지를 소비하여 원하는 장소에서 '세이브(save)'가 가능한데 자칫 엉뚱한 곳에서 저장할 경우 완전히 처음부터 게임을 다시 시작해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영상을 찾아보면 정말 웃지못할 사례가 굉장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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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Shantae and the Pirate’s Curse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WayForward

플랫폼 : PC, 3DS, Wii U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하프 지니(half genie, 반인 반정령) ‘샨테(Shantae)’는 의외로 시리즈가 오래된 작품이다. 초기작인 [Shantae]가 2002년, 두번째 작품인 [Shantae: Risky’s Revenge]가 2010년, 가장 최신작인 [Shantae and the Pirate’s Curse]가 2014년 에 발매되었는데, 각 시리즈별 발매시기를 볼 때 상당히 오랜시간 공백기를 두었음에도 시리즈를 지속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이유 때문에 공백기가 발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긴 공백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리즈가 지속된다는 것은 본 시리즈가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초기작 [Shantae](2002)는 ‘게임보이 컬러 최후의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후속작인 [Shantae: Risky’s Revenge]와 [Shantae and the Pirate’s Curse]가 메타스코어 80점대를 기록한 것 역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의 근거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주인공 '샨테(Shantae)' - 머리카락을 채찍처럼 활용해 적을 물리친다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Shantae and the Pirate’s Curse]의 경우는 게임이 전반적으로 매우 깔끔하고 짜임새가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스토리의 시작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튜토리얼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게임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요소들을 접하고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게 구성해두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스테이지 진행에 따른 점진적 난이도 향상인데, 난이도 향상을 위한 요소를 한 곳에 밀집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로 적절하게 분배해놓았다. 일반적으로 난이도 향상을 위한 요소를 생각해볼 때 스테이지를 진행함에 따라 새로운 적이 등장하고 그에 따른 적의 공격패턴 다양화를 통한 난이도 향상, 즉 ‘점차적으로 적의 공략방법을 까다롭게 만듦’으로써 난이도를 올려가는 방법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Shantae and the Pirate’s Curse]는 적의 공격패턴 뿐만 아니라 스테이지 구조, 아이템의 습득과 그에 따라 수행가능한 액션 요소의 확장 등 여러가지 방면에서 난이도 향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이템 'Risky’s Hat’ - 아이템 습득에 따라 액션과 난이도가 점진적으로 증가한다

우선 아이템의 습득에 따라 수행가능한 액션의 종류가 증가하면서 수행 가능한 액션에 맞게 난이도 향상을 꾀하고 있다. 게임 초반에는 보유한 아이템이 없기 때문에 좌우 이동과 점프/공격 밖에 수행할 수 없지만 아이템을 조금씩 얻어가면서 활공이나 전력질주, 3단 점프 등 다양한 액션이 가능하게 된다. 그리고 단순히 수행 가능한 액션이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수행가능한 액션에 걸맞는 스테이지 구성을 통해 점진적 난이도 향상을 이루고 있다. 가령 새로운 아이템을 얻을 경우 다음 스테이지는 반드시 해당 아이템을 활용해야 하는 구간을 포함하고 있으며, 퍼즐을 풀기 위한 과정에서도 습득한 아이템을 활용하여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 다시 말해 스테이지 진행 → 아이템 습득 → 수행가능한 액션 종류 증가 → 스테이지 구성 다양화 → 난이도 향상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물론 앞서 업급한 ‘ 점차적으로 적의 공략방법을 까다롭게 만듦’ 또한 포함되어 있으며, 이 또한 스테이지별로 습득한 아이템의 활용과 연결지어 구성해두었다.

짜임새는 좋지만 ‘대단하다’라고 할만한 점이 없는 것은 꽤나 아쉽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장점들에 비해 본작만이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각 스테이지 간 짜임새가 좋다보니 난이도 향상이 이루어지더라도 퍼즐의 경우에는 어렵지 않게 해결이 가능하다보니 맥이 빠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구성이 아무리 좋다하더라도 ‘가볍게 즐길만한 좋은 게임’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그 외에도 게임 플레이 외에 캐릭터 보이스나 제스처 등 시각적/청각적 요소들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이 나타난다. 특히 캐릭터 간의 대화는 게임을 진행하는 퍼즐을 풀이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인데, 텍스트만 보여줄 뿐 캐릭터의 목소리가 따로 녹음되어 있지 않다. 간혹 주인공 ‘샨테’의 대사에서 감탄사나 다른 캐릭터의 이름이 나올 경우 목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있으나 마나한 수준이며 가끔은 어색하게 들리기까지 한다. 게임 개발 당시, 일러스트의 경우 생동감을 주기 위해 100여장을 그렸다고 하는데 일러스트만큼 캐릭터 보이스에도 투자를 했다면 좀 더 흡입력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현재 개발 중인 [Shantae: Half Genie Hero]는 좀 더 방대한 분량을 보여줄 예정이라 한다.

대단한 강점이 없다는 것은 조금 아쉽지만 매우 깔끔하게 만들어진 게임인 것은 분명하다. 처음부터 어려운 난이도를 강제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게임에 익숙해지고 그에 따라 점진적으로 난이도를 증가시키며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두었다. 중소개발사에서 만든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공백기를 깨가면서 시리즈를 이어온 것은 분명 이유가 있는 것이다. 또한 현재 개발 중인 [Shantae: Half Genie Hero]가 킥스타터를 통해 기대 이상의 지원을 받아낸 것도 본작 [Shantae and the Pirate’s Curse]가 충분히 잘 만들어진 작품임을 보여주는 근거이기도 하다. 시리즈가 꾸준이 이어진만큼 차기작 또한 깔끔하게 만들어지기를 기대하며 본작의 아쉬움을 충분히 해소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못다한 이야기

- 원래 Shantae 시리즈의 주요 컨셉은 '변신'을 통한 스테이지 진행인데, [Shantae and the Pirate's Cures]에서는 스토리상 변신을 못하게 되어 해적아이템으로 대신하게 되었다. 변신은 못하지만 이를 아이템으로 대체한 것이기에 게임성은 그대로 유지가 되었다고 한다. 후속작 [Shantae: Half Genie Hero]에서는 다시 변신기능이 돌아온다고 한다.

- [Shantae and the Pirate's Cures] 개발시기부터 'Inti Creates'(인티크리에이츠)와 협력관계를 맺게되었다. Inti Creates 는 록맨의 정신적 계승작인 [Mighty No.9]의 개발사인데, 협력관계가 알려지면서 샨테 시리즈의 인지도가 급상승하게 되었다고 한다. [Shantae and the Pirate's Cures]의 일러스트도 Inti Creates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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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Finding Teddy 2

장르 : 퍼즐, 어드벤처

제작사 : Stodybird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컴퓨터실의 구석진 자리에 이름 모를 게임이 하나 깔려 있었다. 인터넷과 컴퓨터 보급이 막 시작되던 시기라 아무런 정보와 공략도 없었으며, 영어로 되어 있는지라 게임의 이름을 읽을 줄 몰랐으며, 심지어 어떻게 게임을 진행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게임이 풍기는 분위기와 퍼즐의 신박함에 빠져들어 수십번의 반복을 통해 퍼즐을 풀고, 스테이지를 진행하고, 게임에 대한 요령을 익혀 결국에는 엔딩을 보게 되었다. 엔딩을 볼 때의 뿌듯함은 이름도 모르는 게임에 대한 묘한 감정을 자아냈고 그 감정은 십수년이 지나며 조금씩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우연히 접한 [Finding Teddy 2]가 십수년 전 그 때 그 감정을 오롯이 떠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어린 소녀의 모험. 그러나 그 무엇도 소녀에게 친절하지 않다.

어릴 때 즐겼던 그 게임에게서 느낀 감정은 언어의 장벽으로 인한 ‘불친절함’이었는데 [Finding Teddy 2]는 이 같은 불친점함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본작의 불친절함이 언어의 장벽 때문인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불친절함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불친절함은 게임의 조작에서도 나타난다.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튜토리얼’ 단계를 거치거나 옵셥의 환경설정 목록을 보면서 조작 방법에 대해 익히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하지만 본작은 조작 방법이나 조작키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초반에는 조작 키를 파악하기 위해 모든 버튼을 하나하나 눌러보면서 조작키를 파악해야한다. 이는 어린 시절 게임을 조작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키보드를 하나하나 누르던 그 때 그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아이템 ‘Musicom’ - 가장 핵심되는 요소지만 첫 사용까지 꽤나 애를 먹게 된다.

그 뿐만 아니라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새로이 얻게 되는 일부 아이템들도 사용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 중 핵심 아이템인 ‘Musicom’도 특별한 안내나 설명이 없다. 대체 이 아이템의 용도가 무엇인지, 빈 공간은 왜 있는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안내나 설명이 전혀 없다. 그리고 스테이지를 돌아다니다보면 룬 조각을 모으면서 ‘Musicom’이 하나씩 버튼을 얻어 가게 된다. 그런데 각 스테이지별로 어떤 버튼이 나오는지 알 수 없고, ‘Musicom’으로 무엇을 하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처음 사용하는 방법을 익히기까지 상당히 애를 먹게 된다. 게다가 혹시나 놓친 룬 조각이 없는지 불필요하게 맵을 돌아다니게 되거나 진입할 수 없는 구조물을 보면서 해당 스테이지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것을 해결하려고 고민하게 됨으로써 게임을 이해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소요하게 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Findgin Teddy 2] 전체를 아우르는 퍼즐을 풀어나가는 과정의 일환이며, 게임을 진행하면서 얻게 되는 다양한 문자표(Lexicom, 어휘=lexicon)를 참고하여 숨겨진 아이템을 찾고 잠겨있는 문을 열게 되면 비로소 게임 진행 방법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복잡한 스테이지 구성은 퍼즐의 난이도를 더욱 높이는 장치가 된다.

(출처 - '겜스타의 블로그' http://papito.tistory.com/)

게임 진행 방법에 대해 이해를 했다 하더라도 퍼즐의 난이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스테이지 진행을 위해서는 각 스테이지별로 숨겨진 힌트를 찾아내고 그 힌트를 해석해야만 한다. 하지만 힌트를 찾기 위한 과정이 녹록지 않다. 스테이지 구성이 매우 복잡하고 구석구석 돌아다녀야 하다보니 힌트를 놓치기도 하며, 힌트를 발견했더라도 막상 필요할 때 잊어버려서 다시 힌트를 찾으러 가야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리고 다른 스테이지를 해결하기 위해 이전 스테이지를 다시 탐색해야하는 경우도 있기에 모든 스테이지를 꼼곰히 살피고 기억해야 한다. 이 점 외에도 힌트를 제시하는 방법이 게임 내 언어인 룬언어이기에 ‘Lexicom’을 펼쳐서 하나한 해석을 해야하며, 다른 경우에는 ‘Musicom’의 음(音)으로 힌트를 알려주기 때문에 힌트를 해석하고 기억하기가 의외로 까다롭다.

게임이 풍기는 부드럽고 신비한 분위기는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게임의 불친절함과 퍼즐의 난이도는 게임 전반에 걸친 신비한 분위기를 통해 상당 부분 상쇄시키고 있다. 특히 신비한 배경과 은은한 음악은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며, 이를 통해 급하게 게임을 급하게 진행하려고 하기보다는 느긋하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또한 곰인형을 찾아 떠나는 소녀의 여정이라는 컨셉에 맞게 귀여운 디자인을 가진 괴물들, 장소의 이동에 따른 해상도 변화를 통한 독특한 시각효과도 분위기 연출에 한 몫하고 있다. 여기에 불친절한 게임 구성에 의한 까다로운 퍼즐은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고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에 대해 궁금증을 유발함으로써 게임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첫 퍼즐을 해결하는 순간이 이 게임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순간이다.

만약 불친절하고 난이도만 높았다면 이 게임을 즐기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게임이 풍기는 시각적/청각적 분위기를 통해 게임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두었으며, 스테이지 진행에 따라 조금씩 확장되는 ‘Musicom’의 음(音)과 ‘Lexicom’의 어휘를 통해 조금씩 난이도를 높혀 퍼즐을 풀어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구성해두었다. 물론 아무리 느긋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두었더라도 첫 퍼즐을 해결하기까지 상당히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첫 퍼즐을 해결하게 된다면 곰인형을 찾으러 떠나는 소녀의 모험을 끝까지 지켜보게 될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

- 조작 방법은 Stema '메뉴얼' 페이지에 존재하지만 게임 내에서 배워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두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특히 '방패막기' 방법을 모를 경우 클리어가 불가능한 구간이 있기 때문에 만약 메뉴얼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게임을 포기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 퍼즐의 힌트 제시, 해결방법이 'Musicom'과 'Lexicom'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매우 참신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약간의 기억력과 음감이 필요한데, 이게 부족한 사람이라면 상당히 어려운 게임이 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10시간 분량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14시간이 걸렸다.

의외로 고도의 컨트롤을 요하는 구간도 있다. 단순한 퍼즐 어드벤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의 컨트롤 역량도 어느 정도 필요한 게임이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고대궁전 Map은 제작자에게 사용허가를 받았습니다.




제목 : Remember Me

장르 : 액션

제작사 : DONTNOD Entertainment

플랫폼 : PC, PS3, X-box 360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창작물 중에는 현실과는 다른 가상의 세계가 담겨 있는 것들이 있다. 이러한 가상의 세계는 어느 누구나 떠올릴 수 있지만 그 세계를 짜임새있게 만들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짜임새 있게 만들어진 가상 세계는 언제나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그 속에서 풀어나갈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해진다. 판타지의 아버지이자 [Lord of the Rings]을 집필한 ‘John Ronald Reuel Tolkien’이 세계관을 먼저 구축한 뒤 이야기를 써내려갔다는 것을 보면, 세계관의 구축이 매우 중요한 부분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세계관이라도 그 안에서 풀어낼 사건들이 부실하다면 그 가상 세계는 겉만 번지르르한 포장지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이번에 이야기할 [Remember Me]는 그러한 작품들 중 하나다.

[Remember Me]는 기억을 상품화하여 사고 파는 근미래의 이야기다.

[Remember Me]의 세계관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본작의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는 ‘인간의 기억’이며, 기억을 추출/조작/운반 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기업과 기득권의 횡포, 이에 따른 극심한 빈부격차,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혁명단체 ‘에러리스트(Errorist)‘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인간의 기억을 다룬다’는 내용은 윤리/철학과 연결이 되면서 사뭇 진지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세계관으로 창조되었다. 또한 게임의 배경이 현실과는 완전히 다른 가상세계가 아닌 근미래 프랑스인 ‘NEO Paris’이기에 머지 않은 미래에 나타날 법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매력적인 세계관을 구축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가 즐길 수 있는 부분은 한정적이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둘러볼 수 있는 배경은 시선을 빼앗을 만큼 압권이며, 작품 내 사회가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만큼 표현을 잘 해두었지만 플레이어와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부분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러다보니 게임 내 세계를 충분히 즐길 여지가 없으며, 거기에 더해 진행 방향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좌표표기까지 한몫하면서 스토리만 따라가다 게임이 끝나버리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위협적인 적인줄 알았으나 한순간에 아군이 된 뒤 단역으로 떨어지는 Olga(좌)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있다면 스토리 역시 상당히 부실하다는 것이다. 등장인물 중 한명인 ‘Olga(올가)’는 게임 초반에 등장하여 굉장히 위협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암살자로서 주인공과의 대립이 예상되었지만, 별다른 활약 없이 등장하자마자 기억 조작을 당하고 아군이 된 후 거의 등장하지 않는 인물로 전락해버린다. 또한 주인공 ‘Nillin(닐린)’의 과거와 가족관계, 조력자 ‘Edge(에지)’의 정체 등 충격적인 반전요소를 담을 수 있는 이야기 구성을 다소 뻔한 내용을 담아냄으로써 어처구니 없는 결말을 맺고 있다. 무엇보다 기억을 잃어버린 주인공이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기억 때문에 불가피하게 혁명에 동참하게 되는 수동적 태도를 보여주기에 스토리의 맛을 떨어뜨리고 있다.

게임플레이는 시각적인 즐거움이 뛰어나지만 플레이어의 선택폭이 매우 좁다.

게임플레이의 경우에도 다소 부실한 부분이 많다. 게임 내 요소는 크게 1.전투 2.퍼즐 3.파쿠르 액션 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요소들은 시각적인 즐거움은 충분히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요소의 매력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첫번째, 전투는 ‘Combo Lab’을 바탕으로 다양한 효과를 가진 공격을 조합하여 전투를 진행하는 방식인데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한정적이다. ‘Combo Lab’은 이미 정해진 틀 내에서만 만들 수 있으며, 단순히 효과만 달리할 뿐 공격 방법이 모두 동일하다. 그러다보니 유저 스스로가 창의성을 발휘하여 콤보를 만들 수 없고, 정해진 틀에 맞춰서 전투를 진행해야 한다. 전투에서 볼 수 있는 공격 모션이나 특수 효과는 정말 화려하지만 정작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재미가 부족하다는 점은 단점이 될 수 밖에 없다.

기억 조작은 재생과 되감기를 반복하면서 주먹구구식으로 해결해야한다.

두번째, 퍼즐의 경우 ‘기억조작’과 ‘리멤브레인’이라는 두 가지 요소로 나타나는데 플레이어가 퍼즐을 풀기 위해 고민하고 추리할만한 여지가 적은 편이다. 기억조작의 경우 추리를 통해 맞춰나간다기 보다는 기억을 되감고 재생하고를 반복하면서 주먹구구식으로 풀어나갈 수 밖에 없는 구성이다. 또한 기억을 되감고 재생하는 방법이 불편해서 꽤나 시간이 걸린다는 특징 때문에 지루하기까지 하다. 그나마 ‘리멤브레인’의 경우 언어를 통한 퀴즈 형식의 퍼즐이기에 추리를 해볼 여지가 있지만 게임 내에서 몇 번 등장하지 않기에 아쉬움이 크다.

세번째, 파쿠르 액션도 우리가 기존에 기대하던 것과는 달리 매우 제한적이다. 파쿠르 액션이라 하면 보통 [Mirror’s Edge]나 [Assassin Creed]처럼 매우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을 떠올리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본작에서는 정해진 경로만 이동할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벽을 타거나, 파이프를 오르거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등의 액션을 보이지만 역시나 플레이어의 자유도가 없으므로 매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컨셉이 훌륭했기에 그 안에 담긴 부족한 내용물은 더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매력적인 컨셉과 세계관 그리고 이를 보여주는 배경과 시각 효과는 플레이어의 눈을 즐겁게 해주지만 정작 그외 플레이어가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요소는 부족한 편이다. 이는 ‘플레이어의 선택가능 폭이 좁다’, ‘플레이어와의 상호작용이 부족하다’ 등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매력적인 세계라 할지라도 그것을 소비하는 플레이어가 향유할 즐거움이 없다면 매력은 반감되고 재미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분명히 좋은 작품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었기에 그만큼 부실한 내용물을 큰 아쉬움으로 다가 온다. 현재 [Remember Me 2]의 스토리가 이미 완성이 되어 있다는 소식이 있는만큼 후속작이 나온다면 좀 더 풍부한 즐길거리를 담아내어 세상 밖으로 꺼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못다한 이야기

- 애초부터 주인공 '닐린'은 최고의 에러리스트 요원이라는 설정이 있으며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능력이 있었다. 스토리 진행에 따른 주인공의 성장과 고난 등은 거의 없고, 그저 시키는대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요원이라는것이 썩 좋은 이야기 흐름은 아니다. 물론 가족관계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면서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하지만 꽤나 뻔한 이야기라 그 감정이 오래가지 않는다.

- QTE(퀵타임이벤트, 버튼액션)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많았던 작품인데, 개인적으로는 QTE의 활용이 문제가 아닌 '가시성'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QTE는 [God of War]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순간순간 어떤 버튼을 눌러야하는지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 처음 게임을 구입할 때는 [Mirror's Edge]같은 작품이라 생각하고 구입했다. 물론 매우 거리가 먼 작품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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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Broforce

장르 : 액션, 슈팅

제작사 : Free Lives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게임은 Early Access 단계로 현재 개발 중인 게임입니다.>

‘익스펜더블(The Expendables)’이라는 영화를 본 적 있는가? 한 때 액션 영화의 한 획을 그었던 배우들이 총 출동하여, ‘용병 집단의 이야기’를 풀어낸 아주 전형적인 액션 영화다. ‘람보와 코만도가 만나면 어떨까?’하는 상상에 대한 답안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온갖 액션 배우들이 한 스크린에 등장한다는 것만으로 가슴이 두근거렸고 한 순간에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물론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흥행은 실패했지만 필자에게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Broforce] 역시 온갖 영웅들이 등장하며, 액션 영화에서 기대하는 모습을 게임에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다만 우리가 기대와는 달리 조금 독특한 모습으로 나타날 뿐이다.

[Broforce]의 Bro들 - 온갖 액션 영화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액션 영화의 주인공들이 다수 등장하는만큼 본작은 게임 곳곳에서 ‘남자다움’을 표현하려 하고 있다. 게임 전반에 걸쳐 ‘Bro’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데, 각 인물들의 이름의 경우 원작을 따라가지 않고 Bro와 적절히 섞어서 Brominator(터미네이터), Brocop(로보캅), Bronan(코난) 등으로 부르고 있다. 그 외에도 스테이지 클리어 실패시 격앙된 어조로 절규하거나 ‘rest in peace, bro’, ‘you can do it, bro’, ‘come on, bro’ 등의 표현을 하는 나레이션도 ‘남자다움’을 표현하는 부분에 해당된다. 하지만 게임이 도트 그래픽으로 표현되어 있기에 전반적으로 귀여운 느낌이 강하며, 이에 따라 귀여움과 남자다움이 조화를 이루면서 묘한 매력을 풍기고 있다.

[Broforce]는 도트를 활용하여 영화 같은 장면을 충분히 연출해내고 있다.

게임 내 그래픽은 저해상도 도트 그래픽에 그치고 있지만 게임 전반에 걸친 표현이 매우 훌륭하다. 우선 각 영화의 주인공들에 대한 표현이 매우 정확하다. 몇개의 점을 찍어서 표현했을 뿐인데 각 인물의 특징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게임 내에서 현재 조작하는 인물의 얼굴이 나타나기는 하나 이를 보지않더라도 어떤 인물을 조작하고 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람보의 붉은 머리끈, 터미네이터의 안광, 블레이드의 코트와 검 등이 그 예이다. 그 뿐만 아니라 폭발, 화염, 지반침식 등에 대한 표현도 잘 나타나있고, 적군이 죽을 때 피가 튀거나 머리만 잘리거나 시체가 조각나는 등 다양한 연출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피가 튀거나 시체가 잘리는 연출은 단순한 도트 그래픽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잔인하게 느껴진다.

단순한 목적을 가진 게임이지만 좀 더 다양한 구성과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게임의 목적은 매우 단순하다. 적을 모두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적진을 뚫고 목적지에 도달하여 탈출하거나 정해진 목표물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지형을 이용해 적을 피해갈 수도 있고, 구조물을 활용하여 적을 죽일 수도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총을 쏴서 적을 죽이고 모든 것을 때려부수는 단순한 게임으로 보이지만 게임을 즐기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전략적 요소가 산재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캐릭터별 성능이 모두 다르고, 스테이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구조물의 효과는 전략적인 플레이를 요구하는 개발자의 의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전략적인 게임을 요구하는 개발자의 의도와 달리 아무런 고민없이 총을 갈기면서 적진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모든 것을 파괴한 뒤 유유히 탈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캐릭터의 능력은 성능에 따른 전략보다는 난이도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대다수의 스테이지는 땅을 파거나 벽만 잘 타도 쉽게 클리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스테이지 구성과 전략 부분은 개선이 필요해보인다. 특히 최근에 추가된 ‘Alien Infestation’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트랩들과 적들이 등장하여 기존 스테이지와는 차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전략처럼 땅만 파고 가면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다는 것이 해당 문제점을 더욱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이래나 저래나 시원하게 때려부수면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인 것은 분명하다.

전략적인 부분은 아쉽지만 단순하고도 신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은 분명하다. 액션 영화의 주인공처럼 총알을 피하며 적진을 돌파할 수도 있고, 우연찮게 터진 폭발물이 모든 적을 쓸어버리는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게임을 진행할 수록 새로운 주인공들이 등장하기에 새로운 캐릭터를 얻는 재미도 쏠쏠하다. 스테이지 구성과 전략 요소에 대해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지만  아직까지 개발 단계의 게임이기에 발전될 여지는 충분히 있다. 게임이 완성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며. 그 동안 게임을 즐기는 것과 동시에 개발 과정에서 어떤 새로운 인물들이 [Broforce]에 합류할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

- 액션 영화 매니아라면 상당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포로를 구출하다보면 순차적으로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참고로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경우 3명이나 등장한다.(코만도/터미네이터/코난)  

- 앞서 언급한 캐릭터 능력에 따른 난이도는 매우 극명하다. 근접 캐릭터인 네오(매트릭스), 블레이드(블레이드), 코난(코난 더 바바리안)은 폭발물을 건드리면 죽기 때문에 소극적인 플레이를 요구한다. 반대로 터미네이터(터미네이터)의 경우 단위 시간당 데미지가 가장 강한 대신 공격의 선딜레이와 넉백이라는 패널티가 있지만 특수 능력을 사용할 경우 일정 시간 동안 무적상태임과 더불어 패널티가 사라지기 때문에 보스 전에서는 지나치게 좋은 성능을 보여준다.

- DLC로 [Expendabro]가 있다. 영화 '익스펜더블'을 차용한 무료 컨텐츠이므로 [Broforce]의 데모플레이를 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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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Tomb Raider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Square Enix

플랫폼 : PC, PS3, PS4, X-box 360, X-box One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게임이 있고, 그 중에서 훌륭한 작품들도 많다. 스토리가 훌륭한 작품, 음악이 뛰어난 작품, 게임플레이가 참신한 작품, 장르의 기본 틀을 만든 작품 등 다양한 측면에서 평가를 받아 좋은 게임으로 인정받게 된다. 물론 훌륭한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어느 한 가지 측면만 좋은 것으로는 부족하며, 해당 게임이 장르로서 갖춰야할 기본적인 구성뿐만 아니라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을 만족시킬만한 다양한 요소들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이 게임은 훌륭한 게임이야’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며, 각각의 요소들이 얼마나 잘 맞물려 시너지를 내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주의해야할 점은 훌륭한 게임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큰 그림을 보았을 때는 아주 잘 만들어진 하나의 작품이 되지만, 그 안을 살펴보면 크고 작은 약점/단점이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 이야기할 [Tomb Raider]도 마찬가지다.

[Tomb Raider]는 오래 되고, 훌륭한, 그리고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작품임은 분명하다.

[Tomb Raider] 시리즈는 오랜 기간에 걸쳐 시리즈를 거듭해온 작품이다. 1996년을 시작으로 10편 이상의 작품이 나왔으며, 두 번의 리부트(reboot)를 거치기도 했다. 모든 시리즈가 좋은 평가를 받아왔던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시리즈를 이어오면서 꾸준한 판매량과 더불어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그 뿐만 아니라 초창기 작품부터 꾸준히 보여주었던 ‘라라 크로프트’의 액션은 ‘3D 액션 어드밴처’의 표본(標本)이라 볼 수 있으며 해당 장르의 여러 게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리고 2013년에 발매된 [Tomb Raider]가 각종 매체에서 좋은 평가와 더불어 GOTY(Game Of The Year)를 수상함으로써 본작의 시리즈가 여전히 영향력을 띠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게임 내내 볼 수 있는 다양하고 효과적인 연출은 게임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본작의 강점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눈을 땔 수 없는 연출’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연출은 주인공의 액션 뿐만 아니라 시점, 데드신에서 나타나며, 게임이 진행함에 따라 변화하는 주인공의 외관과 감정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나타난다. 동일 장르의 여러 게임에 영향을 미친 작품인만큼 매우 다양한 액션을 보여준다. 놀라운 점은 단순히 게임의 진행방법에 맞춰 액션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가 처한 상황, 심리 상태, 새로운 아이템의 습득 등과 결합하여 스토리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행동을 취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처음에는 벽을 오르내리고 나무를 타는 것만 가능하지만 구급약을 구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암벽등반을 하거나 동료를 구하기 위해 로프를 만들어 활강을 하게 됨으로써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다양한 액션을 수행하게 된다. 또한 스토리의 전개에 따라 수행가능한 행동이 확장되는 것은 어린 고고학자에 불과했던 ‘라라 크로프트’가 한 명의 여전사(또는 생존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시점은 시시각각 변하는데 이러한 시점의 변화 또한 연출의 한 부분으로써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일반적인 3D 액션 게임의 경우 주인공의 뒷모습이 보이는 시점이 대부분이지만 본작에서는 상황에 따라 시점의 변화가 다양하게 일어난다. 로프 활강을 할 때는 약간 대각선 방향의 시점을, 빙벽을 올라갈 때는 아래 쪽에서 위를 바라보는 시점을, 공간의 범위에 따라 시야가 넓어지거나 좁아지기도 한다. 이는 고정된 시점에서 바라보는 ‘게임 화면’의 느낌이 아닌 다양한 시점에서 연출이 이루어지는 ‘영화 스크린’의 느낌을 받게 해준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옷이 헤지거나 흉터가 남는 디테일한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큰 부분에서의 연출도 훌륭하지만 작은 부분에서의 연출도 놓치지 않았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게임의 진행 정도에 따른 ‘라라 크로프트’의 외관의 변화다. 기존의 게임들은 대게 주인공의 외관이 게임의 처음과 끝이 동일하거나, 복장 변화에 의한 외관 변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격렬한 전투 이후에도 상처 하나 남지 않거나 옷이 멀쩡하게 남아 있는 등 디테일한 부분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하지만 본작에서는 게임의 진행과 이벤트에 따라 주인공의 옷이 찢어지기도 하고, 땀과 먼지에 얼룩지기도 하며, 몸에 흉터가 남기도 한다. 이러한 연출은 매우 작은 부분이지만 주인공이 역경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더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치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디테일한 연출 또한 앞서 언급한 ‘생존자로 성장하는 라라 크로프트’를 보여주기에 매우 적절한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게임 중에 발견하는 다양한 유물이 있지만 게임 진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다양한 부분에서 나타나는 충실하고 효과적인 연출에도 불구하고 게임 플레이는 심심한 편이다. 다양한 연출을 통해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볼거리는 매우 많지만 정작 본작품의 이름인 ‘도굴꾼’(tomb=무덤, raider=침입자)과는 상당한 괴리가 발생하는 게임 구성이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숨겨진 무덤을 발견하고, 퍼즐을 풀고, 유물을 조사하는 도굴행위가 가능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는 데 있어 필수 요소는 아니다. 본작의 주요 무대인 섬의 비밀, 그리고 다양한 인물들의 심리/이야기를 알아볼 수는 있지만 게임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에 중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그저 스토리만 따라가는 단순한 게임 구성이 되어버렸고, 게임 내에 다양하게 산재된 유물과 무덤들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

생존 본능 - 힌트를 주는 시스템이라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알려준다.

게임 시스템 역시 게임을 심심하게 만들고 있는데, 주요 시스템은 ‘생존 본능’은 게임 진행을 편리하게 해주지만 게임의 난이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다양한 퍼즐과 복잡한 진행 경로를 만나게 되는데 ‘생존 본능’을 사용하면 퍼즐과 진행 경로에 대한 답이 쉽게 나타난다. 그러다보니 퍼즐을 고민하는 재미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게임의 진행 경로의 복잡함이 참신하다기보다는 불필요하게 꼬인 느낌을 받기도 한다. 오히려 ‘생존 본능’의 사용 횟수를 제한하여 플레이어 스스로가 퍼즐을 고민하고, 진행 경로를 탐색해볼 수 있게 만들어두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 외에도 야생동물사냥, 식물채집은 게임 초반에만 사용할 뿐 게임을 진행할 수록 거의 사용하지 않는 요소가 되어버리며, 무기 업그레이드도 스토리 진행에 따른 업그레이드 외에는 특이하다고 할만한 부분이 없다. 이처럼 생존과 전투와 관련된 요소들도 다소 부실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로 인해 스토리와 연출에 비해 게임 플레이가 더욱 심심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후속작 [Rise of Tomb Raider]는 본작의 문제점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한다.

[Tomb Raider]가 나쁜 작품이라는 것은 아니다. 3D 액션 어드밴처라는 장르에 걸맞게 다양한 액션과 더불어 큰 부분뿐만 아니라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은 충실한 연출은 이 게임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여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다만 게임에 들어있는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구성은 분명히 아쉽다. 플레이어 스스로가 퍼즐을 풀고, 살아 남기 위한 생존전략을 구상할 여지를 상당 부분 빼앗아 갔기에 게임 플레이 자체의 재미는 적은 편이다. 물론 스토리 위주의 작품이기 때문에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가볍게 게임을 즐길 수는 있지만 오랫동안 보여주었던 기존의 ‘툼레이더’에 비교하자면 고유의 색깔이 옅어진 것은 분명하다. 항간에는 리부트(reboot)된 작품이기에 ‘라라 크로프트’가 평범한 여자일 뿐이고 아직까지 도굴을 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한 고고학자일 뿐이라고 하지만 분명히 본작의 제목은 ‘Tomb Raider’다. 그렇기 때문에 ‘라라 크로프트’가 진정한 도굴꾼(Tomb Raider)가 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

- 본작의 여러 연출 중 '데드신' 부분은 직접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간단한 언급에서만 끝냈다. 실제로 게임을 진행하다가 보게된 데드신은 꽤나 충격적이었고, 데드신을 볼때마다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 '생존본능'의 경우 "라라는 아버지를 닮아 감이 좋으니까"라는 대사로 설득력있게 만들어두었지만 정도가 너무 심한 것은 사실이다. [Splinter Cell]의 '음파탐지고글'과 다를바 없다.

- 스토리 전개가 매우 흥미로워서 게임 플레이가 심심했던 것을 상쇄시킬 수 있었다. 다만 극후반부의 스토리 전개가 '필자 개인적으로는' 꽤나 급작스럽고 뜬금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기존의 [Tomb Raider]시리즈도 유물/유적과 관련된 비현실적인 내용이 주가 되지만 본작에서는 너무 급작스럽게 비현실적인 요소를 등장시켜서 황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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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Crypt of the NecroDancer

장르 : 리듬, 어드벤처, 로그라이크

제작사 : Brace Yourself Games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퓨전(Fusion); 융합, 결합.  녹아서 하나로 합침

어느 분야든 두 개 이상이 융합된 것들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처음에는 생소했으나 이제는 특이할 것도 없는 퓨전음식부터, 너무나도 자주 일어나는 음악에서 장르간의 융합(fusion), 그리고 학문에서도 융합과학 또는 복합학문이라는 명칭으로 각 분야내에서 퓨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융합은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융합을 위한 소재들의 특성을 잘 알고 있어야 하며, 각 소재의 어떤 특성을 유지/제거할 것인지 분명하게 해야한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모 요리 프로그램에서 셰프들이 예상치 못한 조합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운’이라는 것도 작용하기에 우려했던 것보다 결과물이 좋을 수도 있고, 기대했던 것보다 결과물이 나쁘게 나올 수도 있다. 이는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드밴처 게임과 리듬 게임을 융합했더니 이런 결과물이 나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Crypt of the NecroDancer]는 매우 성공적으로 융합이 이루어졌으며 그에 따른 결과물은 매우 훌륭하다. 먼저, 장르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무덤 안에 숨겨진 지하 던전을 탐험하는 어드밴처 게임에 배경음악의 박자에 맞춰 조작해야하는 리듬게임을 더한 것이다. 이 두 가지 장르의 결합은 ‘리듬 액션’이라는 형태를 떠올릴만도 하지만 사실상 리듬 액션은 캐릭터의 행동에서만 액션 요소가 있을뿐 조작 측면에서는 리듬 게임과 동일하기에 혼합 장르라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본작의 기본 형태는 상하좌우로 조작하는 어드밴처 게임이지만 박자에 맞춰서 이동해야할 뿐만 아니라 박자를 맞추고/틀리고에 따라 보너스/패널티를 줌으로써 어드밴처 게임과 리듬 게임의 균형을 적절하게 유지하고 있다.(아이템의 사용도 박자에 맞춰야한다.) 또한 박자에 맞춰 움직이는 것은 플레이어 뿐만 아니라 몬스터들도 마찬가지이며, 몬스터별로 1~4박자 기준으로 독특한 패턴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플레이어가 박자에 맞춰 움직일수도 있지만 박자를 넘겨 움직이지 않음(=턴을 넘김)으로서 몬스터를 공략할수도 있는데, 이는 턴제 전략 게임의 특징을 띠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음악의 박자에 따라 플레이어와 몬스터 모두 끊임없이 움직여야하기 때문에 실시간 전투의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결국 어드밴처와 리듬이라는 두 가지 장르를 혼합했지만 각 장르의 특징을 잘 살려 게임을 만들어 내었고, (의도했든 의도치않았든) 턴제 전략과 실시간 전투의 색깔까지 보여줌으로써 매우 독특한 장르가 탄생하게 되었다.

게임 내 보스들은 ‘악기’와 결합된 독특한 외관을 가지고 있다.

장르의 혼합은 게임 플레이 방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그대로 게임의 컨셉으로 연결시켜 놓았다. 몬스터들은 여러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을 띠고 있지만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음악의 맞춰 춤을 추고 있다.(어드밴처의 몬스터와 리듬의 춤이 결합된 형태) 어깨춤을 추는 버섯괴물, 손뼉치는 원숭이, 점프하는 슬라임 등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각 스테이지의 최종 보스들은 악기와 결합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장르의 혼합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컨셉까지 이어나감으로써 본작이 가진 색깔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다보니 게임을 즐기다보면 어드밴처라고 느끼다가도 리듬 게임이라고 느끼는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어느 장르의 느낌을 받더라도 전혀 어색함이 없으며 두 장르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게임이 단순해 보이지만 짧은 시간 동안 플레이어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

장르의 결합에 의한 결과는 게임의 난이도에서도 나타난다. 앞서 언급한 장르를 더하면 이러한 상황으로 설명할 수 있다. [어드밴처 + 리듬 + 전략 + 턴제 = 박자에 맞춰 이동을 하되 몬스터의 행동 특성에 맞춰서 공격과 방어를 해야하고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박자를 쉬어가며 전략적으로 게임을 진행한다.] 말은 쉬워보이지만 박자를 맞추는 것과 몬스터의 행동 예측, 그에 따른 진행방향 결정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처음하는 사람이라면 박자에 맞춰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하물며 몬스터의 행동을 예측하고 반응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앞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로그라이크(Roguelike)’의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게임을 진행해야 한다. 물론 계속 죽더라도 배경음이 매우 중독적이고 신나기 때문에 여러번 진행하더라도 부담감이 없으며, 반복적인 플레이로 학습과 훈련이 된다면 다음 스테이지로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박자감+패턴+판단력이 모두 학습/훈련되었을 때만 해당되는 일이다.

Dance Pad - 키보드의 방향 버튼처럼 활용하여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

몬스터별 패턴을 학습하고 대처 방법을 훈련할 수 있는 트레이닝존 뿐만 아니라 고난이도 퍼즐, 일일도전(Daily Challenge) 등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장치를 다양하게 마련해 놓았으며, 게임 진행 상황에 따른 해금요소, 캐릭터별로 다른 특성과 스토리를 만들어두었다. 이는 (로그라이크 특성에 의한) 반복적인 게임으로 지루하거나 지칠 수 있는 것을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랫 동안 게임을 지속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장치들 중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댄스 패드를 이용하는 ‘Dance Pad Mode(Easier)’가 인데, 댄스 패드를 활용한다는 특성상 기존 게임 난이도보다는 쉬운 편이다. 물론 일반 모드에서도 댄스 패드를 활용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좀 더 어려운(+몸과 마음이 모두 힘든) 난이도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지하 무덤의 괴물들과 함께 춤을 출 준비가 되었는가?

융합을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렇기에 [Crypt of the NecroDancer]를 단순한 퓨전 장르 게임이라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융합을 통해 좋은 결과물을 내는 것은 어렵다. 본작은 장르의 융합과정에서 각 장르의 특성을 고스란히 살리며 그것을 컨셉과 연결했을 뿐만 아니라, 본작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한 게임 방식으로 발전시켰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그 하나하나가 모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었으니 그야 말로 성공적인 융합인 샘이다. 물론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모호한 특징도 있으나 이 또한 융합의 재미가 아니겠는가? 춤도 추고 싶고, 몬스터와 싸우고도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NecroDancer의 지하묘지로 들어오라. 그들은 언제든 당신과 춤을 출 준비가 되어 있다.

못다한 이야기

- 1회차 클리어하는데 12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난이도가 어렵다고 느껴지지만 박자와 몬스터의 패턴을 학습하면 어렵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조작이 간단하기 때문에 시간을 들이면서 천천히 학습하면 클리어할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된다.

- 게임 패드 시연 영상을 보았는 데, 마지막 스테이지로 가면 힘들어서 쓰러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스테이지를 진행할수록 박자가 빨라지는데 과연 몸이 박자를 따라갈 수 있을지 의문...

- 본작의 진정한 장점은 중독성 있는 배경음이다. 듣다보면 어느 순간 어깨를 들썩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The Evil Within

장르 : TPS, 액션, 호러

제작사 : Tango Gameworks

플랫폼 : PC , PS3, PS4, X-bos 360, X-box ONE,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The Evil Within]이 발매된지 대략 6개월이 지났다. 래터박스/시점의 불편함, 프레임 드랍, 이해하기 어려운 스토리, 어중간한 게임성 등 많은 혹평을 받아왔다. ‘바이오하자드의 아버지 미카미 신지의 신작’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온 게임치고는 저평가를 받으며 상당히 빠른 기간에 유저들의 관심 밖으로 벗어난 것은 매우 초라해보이기까지 한다. 물론 패치를 통해 래터박스나 시점 등 기술적 문제들은 어느 정도 해결하였고, 기술적 문제 뒤에 가려진 모습을 발견한 일부 유저들 사이에서는 재평가가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호평과 혹평의 그 중간선상을 유지해오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분명히 기억해야할 점이 있다면, 혹평을 받는 부분은 게임을 진행하는 데 발생하는 ‘기술적 문제’이며 그 외의 요소들은 많은 유저들의 호불호(好不好)에 의해 호평과 혹평이 나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호불호란 ‘액션’과 ‘공포’ 중 어느 한쪽을 기대했던 유저들 간에 발생하는 것이며, [The Evil Within]은 ‘액션’과 ‘공포’라는 상극인 장르가 뒤섞여 있는 어떤 것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광민감성 경고 - [The Evil Within]이 어떤 감각을 자극하는 게임인지 알 수 있는 문구

본작에 담겨져 있는 공포는 다분히 시각적인 요소에 의해 형성되고 있다. 유혈이 낭자한 정신병원, 곳곳에 널브러진 시체, 기괴한 괴물들과 장소 등 공포감을 형성하기 위한 시각적 요소들이 게임 전반에 걸쳐 산재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요소들만으로 공포감을 주기에는 충분하나 [The Evil Within]의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장치는 다름 아닌 빛(Light)이다. 게임이 진행되는 공간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로 인해 주인공 ‘세바스찬’은 항상 랜턴을 들고 다니는 데, 문제는 이 랜턴이 좁은 범위만을 비춰주기 때문에 보이지 않은 곳을 밝히기 위해서는 어두운 곳으로 직접 들어가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함과 동시에 빛을 밝혀 눈에 비치는 것이 바닥에 낭자한 피나 괴물이기에 공포감은 더욱 가중된다. 그 외에도 깨진 거울 뒤로 비치는 빛을 통해 오고가는 폐쇄병동이나, 빛이 켜지고 꺼지면서 나타나는 괴물/알지못할 장소의 등장, 원색의 조명을 이용한 연출 등은 빛을 통해 더 극적인 공포를 선사하고 있다.

게임 내 퍼즐들은 ‘관찰력’을 요하는 것이기에 시각적 집중도를 높이게 된다.

퍼즐도 시각과 관련이 있는데 게임 내 모든 퍼즐이 ‘관찰력’을 요구하는 퍼즐이다. 복잡한 사고를 요하는 것이 아니기에 플레이어는 퍼즐을 풀기 위해 세심하게 주위를 관찰하고 살펴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시각에 힘을 쏟게 되며, 불가피하게 공포감을 유발하는 요소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퍼즐 역시 시각적 요소를 이용해 공포감을 유발하고 있으며, 퍼즐 풀이에 실패/성공했을 때 나타나는 상황 또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적은 양의 탄약 공급은 공포를 유지하면서 액션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액션 측면에서는 다른 게임들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우선 다른 액션 게임에 비해 탄약 공급이 적은 편이다. 일반적인 액션 게임처럼 진행을 한다면 탄약이 떨어져 죽는 상황이 쉽게 발생하기에 무기의 사용은 신중해야 하며, 모든 상황을 정면돌파로 해결 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은신이동과 암살을 적절히 사용해야하며, 게임 내 독특한 아이템 중 하나인 ‘성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적은 양의 탄약으로 인한 소극적인 게임 진행의 강제는 액션 게임을 기대했던 게이머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는데, 만약 지나치게 많은 탄약이 나왔다면 위기 상황을 커녕 공포감 조성에 실패함과 동시에 단순한 액션 게임이 되어 버렸을 것이다. 그 외에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함정이나 게임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즉사 포인트 역시 일반적인 액션 게임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플레이를 막고 소극적인 플레이를 유도하고 있다. 결국 액션 게임의 요소를 담고 있지만 적은 탄약 공급과 함정, 즉사 포인트 등으로 플레이어를 취약하게 만듦으로서 소극적이고 신중한 플레이를 유도하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언제 위기 상황에 빠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줌으로써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The Evil Within] Artwork - 본 작품에게 기대했던 모습이지만 게임 초반부에만 그칠 뿐이다.

다만 공포를 유지하면서 최소한의 액션을 추구하던 게임 형태는 후반부로 갈 수록 희석되기 시작하며, 결국에는 완전한 액션 게임으로 변모해버린다. 공포 게임의 성향을 띠는 초반부와 달리 후반부로 진행되면서 점차 액션 게임의 성향을 강하게 띠는데, 게임이 진행될수록 무기의 종류가 많아지고 강력해진다는 점, 후반부에 나타나는 대부분의 장소가 어둡지 않고 밝은 편이라는 점 등이 공포 분위기를 희석시키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보스 몬스터들이 가지는 특징이 후반부에 가까워 질수록 일반적인 액션 게임과 비슷하게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게임 중반까지 나타나는 핵심 보스 몬스터들은 죽어도 되살아나거나 특별한 방법을 활용하지 않으면 죽일 수 없는 특징을 가지기에 무기를 쏟아 붓는 방법의 정면돌파가 불가능하다. 또한 보스 몬스터들의 외모와 행동, 그에 따른 연출이 굉장히 소름돋는다. 이러한 상황과 연출은 액션 요소를 가미하더라도 공포를 유발하기에 충분한 구성이며, 취약한 주인공과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감을 이용해 공포를 유발하는 방법이 유효한 상태다. 하지만 후반부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들은 그저 거대한 괴물처럼 보일 뿐만 아니라 중반부 보스들처럼 독특한 방법을 통해 죽이는 것이 아닌 플레이어가 가진 무기를 쏟아 부어야만 죽일 수 있다. 이쯤되면 보이지 않은 위험에 대한 불안감이나 기괴한 연출을 통한 공포보다는 눈 앞에 있는 괴물을 죽여야한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게 된다. 이는 일반적인 액션 게임으로 변해버린 상황이라 볼 수 있으며, 후반부로 거듭할수록 공포보다는 액션 게임으로 치우쳐지고 있음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아마 초중반은 공포에서 후반에 액션으로 변화하는 게임 구성이 ‘액션도 공포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주요 요인일 것이다.

중반부 보스 Laura(위) / Keeper(아래) - 액션과 공포 사이를 적절하게 구현해낸 요소

어찌보면 [The Evil Within]은 용두사미(龍頭蛇尾)격 작품이 되어버렸다. ‘미카미 신지의 신작’이라는 수식어에 비해 초라한 평가, 공포와 액션을 적절하게 잘 버무려낸 초중반에 비해 액션으로만 구성된 게임 후반, 굉장히 흥미로웠던 초반 분위기에 비해 찝찝하고 허망하게 끝나버린 이야기의 결말 등 여러 방면에서 ‘끗발’이 약했다. 훌륭한 컨셉을 이용해 그에 알맞는 연출과 분위기를 충분히 이끌어 냈지만, 그 분위기를 끝까지 끌고가지 못한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여기에 더해 래터박스/시점/프레임 드랍 등 기술적인 문제가 겹치면서 더 나쁜 평가를 받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에 따르면 ‘미카미 신지’가 [Biohazard]라는 아들을 너무나 사랑해서 만들어낸 또 다른 아들이 [The Evil Within]이라고 하나,  [The Evil Within]은 본 작품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다. 물론 그 특징을 끝까지 끌고가지 못하고 잃어버린 아들처럼 만들어버린 것이 문제로 작용해버린 것은 사실이다. 후속작 예정은 없지만 ‘미카미 신지’가 새로운 아들에 집중하여 공포와 액션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좀 더 오래오래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못다한 이야기

- 회차 연동으로 2회차 플레이를 하면 완전한 액션 게임이 되어버린다. 충분한 탄약과 더불어 업그레이드 된 무기를 가지고 있기에 겁날 부분이 전혀 없다. 무기의 타격감이 상당히 좋으며, 게임 내 무기인 석궁/볼트는 전략적인 게임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 게임 실행시 볼 수 있는 '광민감성 경고'처럼 발작이나 구토를 겪지는 않았지만 안구통증이 느꼈다. 필자만 느끼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원색의 빛을 이용한 연출이나 극단적인 명암차이는 눈에 피로를 주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그래서 게임을 하다가 쉬기를 반복했다고...

- [Dead Space]나 [Silent Hill] 같은 기존의 공포게임 소스를 차용한 부분이 보인다. 물론 [Bio Hazard]의 것도 상당 부분 차용해왔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Never Alone (Kisima Ingitchuna)

장르 : 퍼즐, 어드벤처, 캐주얼

제작사 : Upper One Games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4년 11월 20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4월 26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횡방향 시점의 퍼즐 어드벤처은 그리 독특할 것이 없는 장르다. 대부분의 게임이 비슷한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퍼즐이라는 재료만을 부각시키려고 한다면 그저그런 작품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제작자들은 다양한 재료를 게임에 집어 넣어 가공을 함으로써 게임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극대화하려고 애를 쓰게 된다. 그 결과 퍼즐보다는 게임의 스토리나 분위기, 또는 연출 등이 더 많이 부각되는 게임들이 다수 나타나게 되었고, 현재 퍼즐 액션의 대부분이 이러한 형태를 따라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Limbo]나 [Ori and the Blind Forest]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이누이트족 소녀와 흰 여우의 모험을 그린 퍼즐 어드벤처

Never Alone은 전형적인 횡방향 시점 퍼즐 어드벤처에 이누이트족(흔히 에스키모라 불린다)의 설화를 결합한 게임이다. 게임이 전면에 내걸고 있는 주제가 이누이트족의 설화인데, 게임의 제작 과정에서 실제 이누이트족의 고증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개발에 참여를 시켰다고 한다. 이런 점에 있어서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이누이트족에 대한 여러 동영상들을 시청할 수 있는데, 동영상을 통해 그들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게임 내 등장하는 요소들도 고증을 바탕으로 구현한 것들이기 때문에 독특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작품 내에 등장하는 부엉인(부엉이인간), 살인마 등은 상당히 기괴하게 디자인 되어 있으며, 게임 중에 종종 볼 수 있는 그림들도 실제 고대 이누이트족이 그렸을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게임 내 영상자료 - 이누이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문화에 대해 직접 들을 수 있다.

 특이한 점은 게임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그 목적이란 게임을 통해 이누이트족의 설화를 플레이어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게임 제작 과정에서 실제 이누이트족을 만나 고증을 얻고 자문을 구한 것은 게임을 통해 그들의 설화를 조금이라도 더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게임의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이나 작중 인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으며 설화를 읽어주는 사람의 목소리만 들리는데, 이 사람 역시 이누이트어를 통해 설화를 들려줌으로써 실제 이누이트인 곁에서 이야기를 듣는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여기에 더해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열람할 수 있는 인터뷰/사진/그림 자료는 그들의 문화를 더 깊게 알 수 있다. 그 외에 동화를 보는 듯한 3D그래픽과 여우와 소녀의 협력을 통해 장애물을 헤쳐나가는 게임진행방식이 설화의 구성과 잘 맞아떨어지면서 시너지를 내 플레이어가 설화에 빠져들 수 있게 만들었다.

퍼즐의 참신함이나 인공지능 부분에서는 아쉽다.

그러나 설화를 들려주고자하는 목적에만 집중했던 탓인지 퍼즐을 즐기는 데 있어서는 상당히 아쉬운 점이 많다. 퍼즐의 난이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퍼즐을 기대하고 온 사람이라면 조금은 맥이 빠질 수 있다. 게임 자체가 고난이도 퍼즐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려운 난이도를 만들 필요는 없었겠지만 난이도의 쉽고 어려움을 떠나 전반적으로 퍼즐이 단조롭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후반부에는 퍼즐의 형태가 거의 비슷하다.) 그 뿐만 아니라 퍼즐을 풀기 위한 요소들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하는데 게임 내 연출 때문에 퍼즐을 해결하기 위한 요소들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조작 측면에서는 협력 플레이가 요구되는 게임의 특성상 뛰어난 인공지능이 도움이 되면서도 특정 상황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인공지능으로 유저의 의도와는 달리 게임이 잘 풀리지 않는 상황도 발생한다. 물론 가볍게 게임을 즐기면서 설화를 들을 수 있게 하려는 제작자의 의도가 보이기에 지나치지 않고 깔끔하게 만들었다는 생각도 들지만, 퍼즐을 조금 더 참신하게 만들었다면 게임 그 자체로도 충분하게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게임이 끝나면 우리에게는 생소했던 '이누이트'의 이야기를 알게 될 것이다.

게임성으로는 조금 아쉽지만 Never Alone은 게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소기의 목적은 분명하게 달성해낸 것은 분명하다. 퍼즐 어드벤처 속에 이누이트족 설화를 담아 그 느낌을 게임을 통해 잘 드러내고 있으며, 설화의 전달 역시 게임의 진행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철저한 고증을 통해 그들의 생각을 변형없이 담아냈고, 적절한 그래픽과 연출을 통해 게임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만들어냈다. 게임을 즐기면서 이누이트족의 문화를 알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게임이 또 다른 형태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못다한 이야기

- 흔히 '힐링게임'이라고 불리는 장르라고도 볼 수 있다. 소녀의 모험, 여우와의 우정, 위기의 순간 등 매우 전형적인 전개의 해피엔딩 스토리다.

- 게임의 제작 의도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니기에 이 정도 게임성이면 사실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다만 게임의 소비 대상이 성인이 아닌 아동에 맞춰져 있는 교육용 게임으로 본다면 퍼즐의 난이도가 납득이 될 것이다.

- 15개국 언어로 번역된 자막을 제공한다. 물론 한국어도 포함되어 있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Mercenary Kings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슈팅

제작사 : Tribute Games Inc.

플랫폼 : PC, PS4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5년 1월 28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4월 22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엔딩을 본 후에 기억에 남는 것이라고는 처음과는 많이 달라져버린 나의 무기뿐이다. 스토리가 대단했던 것도 아니며, 참신한 게임플레이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하품을 한적도 몇 번 있었고 허무할 정도로 쉬웠던 최종보스는 마치 예상이라도 했던 것 마냥 납득이 되었다. 동일한 배경음을 반복해 듣다보면 현기증이 나는듯 했고, 맵의 구조를 모조리 외울정도로 적군 사이를 오고 갔다. 하지만 과정을 돌이켜보면 수 많은 미션을 클리어하고, 아이템을 모으고, 무기를 개조하고, 또 다시 미션을 받고, 전장으로 향하는 것이 나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대체 이 게임에는 무엇이 들어있길래?

만약 이 때 살리지 못했다면 플레이어들은 고통받지 않았을까?

게임의 시작은 이러하다. 악당을 무찌르기 위해 맨드레이크 섬에 5명의 용병이 파견되는데 첫 임무에서 모조리 전사하게 되는데, 가까스로 Kings(남)와 Empress(여)를 구조해 되살린 뒤 다시 임무에 파견하게 된다. 아마 이것이 주인공과 유저들이 감당해야할 고통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게임의 진행 방식은 매우 단순롭다. 횡스크롤 액션 슈팅 게임이며 플레이어의 계급에 맞는 미션을 완수하며 스토리를 진행해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면 대략 100개에 가까운 미션들이 있지만 모든 미션들은 구하라 / 모아라 / 만나라 / 잡아라 / 파괴하라 중 하나에 해당된다. 게다가 하나의 스테이지에서 여러 미션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하나의 미션만 진행되기 때문에 동일한 스테이지를 반복해서 진행해야한다. 물론 새로운 스테이지에 가더라도 미션의 형태는 변함없이 동일하며, 결국 게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인질을 구하고(rescue), 재료를 모으고, 요원을 만나고, 적군로봇을 잡거나(capture) 파괴하는 것을 반복하게 된다. 

사원(Temple)의 전체 구조 - 숨이 넘어갈듯한 넓이다. 파란 박스는 유저들의 공략표기.

하나의 스테이지를 반복해서 돌며, 동일한 형태의 미션을 수행하다보면 지치고 힘들다. 그러나 더욱 유저를 힘들게 하는 것은 맵을 열었을 때 숨이 넘어갈듯한 스테이지의 구조와 크기다. 스테이지의 구조가 복잡하고 공간이 넓다보니 미션을 수행하는데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며, 짧게는 5분, 길게는 25분까지 걸리기도 한다. 특히 맵의 표기와 달리 장애물로 길이 막혀있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데, 길을 뚫기 위한 아이템을 구해야 하기 위해 길을 돌아서 가야하므로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스테이지 구성과 더불어 앞서 언급했던 부분처럼 각 미션을 따로 수행해야하기 때문에 반복적 스테이지 진행으로 인해 심신이 지칠 수 밖에 없다. 행여나 미션 수행에 필요한 요소를 파악하기 위해 처음부터 스테이지 구석구석 돌아다닌다 한들 현재 진행 중인 미션에 맞춰 미션목표가 배치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예를 들어 재료수집 미션에서 스테이지 전체를 쏘다닌다한들 인질을 볼 수가 없고, 인질을 찾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다시 스테이지 전체를 돌아다녀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미션에 따라 목표물을 맵에 표시해주기도 하며, 어느 정도 게임 경험이 쌓이면 인질이나 목표물이 어디에 있는지 감각으로 찾아낼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반복적인 스테이지 진행은 매우 힘들고 지치는 것이 사실이다.

무기 커스터마이징 - [Mercenary Kings]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지겨운 미션들을 반복적으로 수행한다고 해서 큰 보상을 받는 것은 아니며 몇 푼의 돈과 몇 가지 재료를 보상받을 뿐이다. 하지만 몇 푼의 돈과 몇 가지 재료로 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무기 커스터마이징'이다. 미션을 수행하면서 모은 재료와 돈으로 장비를 구입 할 수 있는데, 장비들이 하나 둘 갖춰가기 시작하면서 주인공의 무기는 조금씩 모습이 바뀌기 시작한다. 단순히 공격력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거리, 재장전시간, 명중률, 탄약갯수, 무게까지 변함으로써, 무기를 강화하거나 패널티를 받을 수도 있게 된다. 더 나아가 일부 무기에는 속성공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특정 적들에게 더 강하거나 약한 데미지를 줄 수 있으며, 일정 아이템들을 조합하여 조건을 만족시킬 경우 산탄, 관통탄, 유도탄 등 특수 효과를 가진 탄약을 구입하여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탄을 사용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무기 커스터마이징을 위해 미션 수행을 통한 반복적인 스테이지 클리어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점이다. 장비 구입을 위한 재료는 랜덤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특정 미션을 클리어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미션이 지겨워져 게임을 그만두고 싶더라도 무기 커스터마이징을 위해 반복적으로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무엇보다 무기 커스터마이징 과정에서 발생하는 혜택과 손해를 저울질하며 어떤 방향으로 무기를 만들어 나갈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미션을 수행하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결국에는 원하는 장비를 구입해 무기를 강화하게 되면 새로운 무기를 들고 새로운 스테이지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스테이지로 넘어갈 때마다 새로운 장비들이 열리면서 또 다시 (재료를 모으기 위해)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즉, 스테이지가 지겨워질 때쯤 새로운 무기를 얻게되고, 무기를 얻게되면 새로운 스테이지로 넘어가게 되면서 게임을 이어나갈 수 있게 만들어 두었다.

하운드블리츠 - 예상치 못한 요소들이 의외로 많다.

스테이지 구성요소도 게임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하나의 스테이지는 구조물과 적군 배치가 모두 동일하게 유지되지만 미션에 따라 발생하는 이벤트들은 조금씩 달라진다. 일부 보스들은 예상치 못한 모습이나 숨겨진 미션 등은 단조로울 수 있는 게임 진행에 조금이나마 다양함을 부여하는 요소가 된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을 보기까지는 여전히 반복적인 미션 수행이 필수이며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 사막의 오아시스, 마른 하늘에 단비 같다고 해야할까?

메인화면 - 단순명쾌한 여성캐릭터들과 복잡다양한 남성캐릭터들

[Mercenary Kings]의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무기 커스터마이징이라는 참신한 시스템이 있기는 하나 원하는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꽤 오랫동안 인내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물론 인내의 시간을 거칠 필요 없이 게임을 그만두거나 ‘이 게임은 재미없어!'라고 말하더라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진득하게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어느순간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기 위해 미션을 수행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긴 시간을 할애할 필요는 없다. 조금씩 시간을 내서 게임을 이어가다보면 강력해진 무기와 함께 최종보스와 마주친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

- 엔딩까지 평균 플레이 타임은 17시간이라고 한다. 자신이 원하는 무기를 완벽하게 만들고자 한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모든 미션을 수행하는 대신 무기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개조를 했음에도 엔딩까지 21시간이 걸렸다.

- 무기 커스터마이징이 참신한 것은 분명하다. 어떤 부붐을 장착하느냐에 따라 성능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며, 스테이지 별로 유리한/불리한 무기 특성이 존재하기에 하나의 무기를 끝까지 사용하기는 어렵다. 이는 난이도와도 직결되는 부분이며, 난이도 상승에 따라 자연스럽게 무기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게 해놓은 점은 훌륭한 점이다.

- 게임 진행이 빠른 편은 아니다. [메탈슬러그]라기보다는 [혼두라]에 더 가깝다. 물론 조작면에서 훨씬 친절하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戦国 Basara 4 (전국바사라)

장르 : 액션

제작사 : Capcom

플랫폼 : PS3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5년 3월 7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4월 20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전국바사라는 흔히 알려져 있는 무쌍류 게임이다. 무쌍류 게임은 말 그대로 플레이어가 단 한 명의 캐릭터를 컨트롤하여 게임 내 수많은 적들과 싸우며, 기본적으로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캐릭터는 매우 강하기에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일기당천(一騎當千)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게임 내 세부미션이 어떻든 간에 적장을 물리치는 것이 목표인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의 진행은 매우 단순명쾌하다. 또한 플레이어 혼자 수많은 적을 쓰러뜨리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일 대 다수의 싸움'을 이겨낸다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일기당천의 쾌감이라는 무쌍류 게임의 고유한 특징은 많은 수의 무쌍류 게임이 비슷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부작용으로 나타내며 정해진 틀 속에 갇힐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진삼국무쌍 - 무쌍류 게임이라면 적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나가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다.

무쌍류 게임은 특정 게임이 발매된 이후로 나타난 장르이다 보니 해당 장르의 고유의 특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무쌍류 게임'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쉽지 않다. 그리고 그 고유한 특성이란 게임의 진행 방식에서 나타나는 데, 1.한 명의 캐릭터로 2.한정된 범위(map, filed) 안에서 3.많은 수의 적을 물리치며 4.적장(또는 보스)과 싸워 이긴다 로 요약할 수 있다. 물론 세부 진행 방식에서는 퍼즐 요소를 포함하여 다양한 전투 과정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하지만 큰 틀에서는 달라지는 점이 없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무쌍류 게임은 앞의 네 가지 진행 방식을 통한 일기당천의 쾌감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게임 진행 방식에서 큰 변화를 주기는 매우 어려운 부분이 될 것이다. 

[전국바사라]도 무쌍류 게임이 가지는 한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시리즈 초기작이 발매될 당시 [전국무쌍]의 표절/아류작이라고 불릴 정도로 비슷한 점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두 작품은 분명한 차이점을 보이게 되었고, 현재는 표절/아류작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른 작품이 되었다. 일본 현지에서는 여전히 [전국바사라]가 [전국무쌍]의 표절작이라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곤 하나 각 작품은 팬층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으며 현재는 서로가 라이벌격인 작품으로 평가되며 상호간에 비교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전국바사라]는 다른 무쌍류 게임과는 차이를 두기 위한 전략이 있었다고 볼 수 있으며, 실제로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도 그러한 전략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다.

전국바사라의 '도요토미 히데요시' - 역사서의 서술과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전국바사라]의 주요한 전략은 게임을 제작하는 데 활용하는 소재의 적극적인 변형, 소재를 활용한 새로운 것의 창조다. 라이벌 작품인 [전국무쌍]은 소재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았지만 [전국바사라]는 판타지에 가까운 느낌을 풍기고 있다. 이는 시대적 배경보다는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인물의 외모을 만화캐릭터에 가깝게 표현함과 동시에 독특한 성격과 외형을 부여하고 있다. 적지 않은 수의 남성캐릭터가 미소년/미청년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여성캐릭터들도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을 법만 외모와 복장으로 등장한다. 또한 각 인물들의 특징에 분명한 차이를 두고 있으며, 실제 역사를 따라가기 보다는 게임 내의 고유한 인물로 만들어가고 있다. 오다 노부나가를 마왕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패왕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인간의 유대를 믿는 청년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이쯤되면 전국시대 무장들의 이름만 따온 새로운 소설/만화라고 봐도 무방하다.

각 캐릭터의 개성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이 전국바사라의 전투방법이다.

캐릭터별로 차별화를 둔 다양한 전투방식은 [전국바사라]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전략 중 하나다. 10년 간 시리즈가 지속되어 오면서 상당히 많은 수의 캐릭터가 나타나고 사라졌지만 디자인이나 외형이 겹치는 캐릭터가 없으며, 그에 걸맞게 각 캐릭터의 전투 스타일도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캐릭터별로 고유한 기술들이 존재하며, 과장된 연출과 임팩트 있는 시청각효과는 전투를 더욱 박진감있게 만들어 준다. 이는 일부 무쌍류 게임에서 지적된 비슷한 무기/스타일/패턴의 캐릭터가 존재해 약간은 지루하다는 한계를 극복해냈다고 볼 수 있다. 캐릭터의 개성과 다양한 전투방식은 무쌍류 게임 중 하나인 [원피스 해적무쌍]에서도 나타나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vs 이시다 미츠나리 - 일본 역사에서 실제로 대립구도를 형성했다.

스토리 전개는 소재의 특성상 실제 역사에 근거를 하고 있으나, 앞서 언급했듯이 사실상 완전히 새로운 소설/만화라고 볼 수 있다. 작품 전체의 스토리 진행은 각 캐릭터들의 고유 스토리로 진행되며, 실제 역사와는 다른 형태로 이야기가 흘러가게 된다. 그러다보니 역사 속에서는 전혀 만난적이 없는 인물들이 서로 얽히고 섥히면서 인물간의 관계가 복잡하게 구성된다. 또한 많은 수의 인물이 등장하면서도 각 인물들의 비중은 조금씩 다를지 언정 역할은 분명하게 나타난다. 각 인물별의 이야기는 지나치게 길지 않은 스토리와 다양한 결말들을 만들어 놓음으로써 다양한 스토리 전개를 가능하도록 만들어 두었다. 하지만 실제 역사를 그대로 반영한 부분이 존재하며,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이야기는 게임의 중심축으로 두고 있다.

오랫동안 시리즈가 이어져 왔지만 획기적인 발전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다만 분명히 인정해야할 점은 앞서 언급한 모든 내용들이 [전국바사라] 전체의 특징이지 [전국바사라4]의 특징은 아니다. 다시 말해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전국바사라4]만의 강점을 발견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물론 시리즈를 이어가면서 장점의 유지, 시스템 편의성의 개선, 난이도 향상 등의 변화가 있었지만 획기적인 발전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지금까지 총 7편의 작품이 나오면서 시행착오를 거쳤고 이제는 어느 정도 고정이 된 상태지만 좀 더 발전적인 모습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15년 여름에 발매될 '전국바사라4 스메라기' 또한 지금까지 시리즈의 특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겠지만, 좀 더 오랫동안 시리즈를 이어가려면 변화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전국무쌍]과 [진삼국무쌍]처럼 오래도록 우려먹는 사골게임이라는 오명을 얻게될지도 모른다.

못다한 이야기

- 북미에서는 무쌍류 게임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에 반해 일본은 무쌍류 게임의 팬층이 상당히 두터운 편인데, 이 때문에 시리즈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같은 무쌍류 게임이라 할지라도 [진삼국무쌍]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싫어한다. 다양한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정말 지루하다. 그에 반해 [전국바사라]는 볼 거리가 상당히 많아서 좋아하는 편이다. 다만 새로운 시리즈를 구입하겠냐라고 묻는다면 꽤나 고민이 될 것 같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Spelunky

장르 : 어드벤처, 액션, 로그라이크

제작사 : Mossmouth

플랫폼 : PC, PS3, X-box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5년 1월 6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4월 20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매운맛. 그냥 매운맛이 아니라 미칠것만 같은 매운맛. 매워서 죽을 것만 같지만 자꾸만 먹고 싶은 매운맛. 이 게임을 맛으로 표현하자면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Spelunky]는 1983년에 발매된 '스페랑카'를 모티브로 한 게임으로 원작과 동일하게 땅을 파고 보물을 모아가며 탐험하는 게임이다. 아기자기한 캐릭터, 깔끔한 2D 그래픽, 다양하게 산재된 해금요소 등 겉보기에는 전혀 특이할 것이 없는 이 게임은 놀랍게도 극악의 난이도로 정평이 나 있다. 조작이 어렵다거나 대처하기 까다로운 함정 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새 죽어버린 캐릭터를 보여 눈물을 짖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맵지 않을 것 같은, 또는 매콤달콤할 것만 같은 음식이 사실 위장을 쓰리게 하면서도 계속 먹고 싶게 만드는 음식이었던 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매운 음식은 매운맛을 내는 재료가 있기 마련! 그렇다면 과연 [Spelunky]의 매운맛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땅을 파고, 동굴을 탐험하고, 몬스터와 싸우며, 보물을 찾는 '매우 단순한' 게임이다.

[Spelunky]는 로그라이크 게임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로그라이크의 특징 중 하나인 '캐릭터가 사망할 경우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특징이 있다. 게임을 5분을 하든, 30분을 하든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 또한 단순히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 모은 아이템과 골드 모두 초기화된 상태로 말이다. 플레이어는 죽기 직전까지 수많은 함정과 몬스터들을 이겨왔고, 많은 골드와 아이템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죽음과 동시에 지금까지 들인 시간과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플레이어는 허망함이 밀려 올 것이다. 그래도  플레이어는 이렇게 말한다. '처음이니까 괜찮아. 할만한데?' 첫번째 매운 맛이다.

처음으로 느낀 매운맛을 견디고 다시금 게임을 시작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각 트랩과 몬스터들의 특징을 모두 파악한 상태다. 지금 체력이면 몬스터에게 한 방 맞더라도 죽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하고 강행돌파를 시도하다. 그런데 공격 받은 뒤 몸이 튕겨져 화살 함정에 공격 받고 더 멀리 튕겨져 결국 가시에 떨어져 죽는다. 예상하지도 못했고 예상할 수도 없는 패턴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로그라이크 게임의 또 다른 특징은 '새로 시작할 때 마다 맵이 바뀜과 동시에 몬스터와 트랩의 배치, 난이도 등이 새로 설정된다'이다. 즉, 어느 정도 숙련된 플레이어라 할지라도 예상치 못한 죽음을 맞이 알 수 있다. 이쯤되면 알 수 없는 이유로 여러 번 죽음을 맞이 했을 것이다. 그리고 플레이어의 가슴 속에는 분노와 짜증이 차오르며, 속쓰림과 더불어 온갖 욕설이 목구멍까지 차오르게 된다. 두번째 매운맛이다.

억지스러워 보이지만 게임 중에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수십, 아니 수백번의 죽음으로 함정/몬스터/패턴/지형/아이템 등 게임에서 습득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학습한 상태가 되었고, 이제는 죽었을 때 느끼게 되는 매운맛조차 익숙해진 상태다. 여전히 매운맛이 남아 있지만 견딜만했고 드디어 마지막 스테이지를 끝내고 엔딩을 보았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웹사이트 게시판에 엔딩 인증을 올린다. 그런데 댓글이 하나 보인다. '그거 진짜 보스 아니에요. 진엔딩 따로 있어요' 최종보스와 진엔딩이 따로 있다고? 앞서 언급했듯이 스펠렁키는 몇 가지 해금요소가 있으며 그 중에서 숨겨진 엔딩을 보기 위한 방법이 존재한다. 스테이지별로 필요한 아이템과 숨겨진 루트를 찾아서 진행하면 숨겨진 스테이지에 진입할 수 있다. 숨겨진 스테이지에 진입하기 위한 준비과정도 어렵지만 숨겨진 스테이지는 이전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만큼 어렵다. 이쯤되면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지금까지의 맛과 비교할 수 없는 매운맛을 느끼게 된다. 이제는 허무함, 분노, 짜증을 넘어 눈물을 흘리게 될지도 모른다. 세번째 매운맛이다.

황금머리상(Olmec)도 정말 어렵지만 슬프게도 진짜 최종보스가 아니다.

스펠렁키의 매운맛을 견디지 못해 게임을 포기한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매운맛을 견디면서 조금씩 스테이지를 진행해나가면 새로운 요소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자신의 실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끝낼 수 있겠지'라며 게임을 놓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매 스테이지 별로 독특한 몬스터, 함정과 숨겨진 스테이지/캐릭터/아이템 같은 해금요소를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둠으로써 게임을 지속할 수 있게 해두었다. 매운맛 중에 미묘하게 느껴지는 단맛이라고 해야할까? 하지만 단맛을 느끼기에는 매운맛이 너무 강한 게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수백번의 매운맛을 버티게 된다면 언젠가는 진짜 최종보스와 진엔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속쓰림을 경험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못다한 이야기

- 필자는 숨겨진 엔딩을 보기까지 29시간이 걸렸다. 물론 실력이 아니라 '운이 좋아서' 끝낼 수 있었고, 엔딩을 보고 난뒤 눈물을 흘리며 게임을 지워버렸다. 숨겨진 엔딩까지 평균 80시간 정도 걸린다는 의견이 있었고, 200시간이 걸렸지만 엔딩을 보지 못했다는 사람도 더러 있다.

- 게임의 특성상 죽어가면서 경험을 쌓아야만 끝낼 수 있는 게임이기에 죽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아무리 경험이 많이 쌓이더라도 신중함과 집중력이 없다면 끝내기 어려운 게임인 것은 분명하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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