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마녀와 백기병 Revival

장르 : 액션, RPG

제작사 : Nippon Ichi Software

플랫폼 : Playstation 4

발매년도 : 2015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게임이 존재한다. 각 게임은 고유한 특색을 가지고 있고 특정 기준으로 분류하기 힘들 정도로 그 다양성은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게임의 다양성만큼 게임을 만든 제작사의 특징도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으며 회사마다 ‘방향성'이 어느 정도 존재해 그것이 게임 속에 녹아들어 있기 마련이다. 슈팅게임을 집중적으로 만들어 독자적인 특징을 구축했던 ‘Psykyo’, 불친절한 스토리와 높은 난이도를 주축으로 하는 ‘FromSoftware’, 환상적인 그래픽과 연출을 통해 영화 같은 게임을 지향하는 ‘Naughty Dog’ 등 제작사의 특징을 규정짓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마녀와 백기병 Revival]의 제작사 Nippon Ichi Software는 어떨까?

[마계전기 디스아이아] - Nippon Ichi Software를 대표하는 게임 시리즈로써 일명 ‘폐인 양성 게임’

Nippon Ichi Software는 게임을 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쉽게 말해 ‘중독성이 있을 만큼 헤어나오기 어려운 게임'을 만드는 것을 지향한다. (중독성 있는 게임이라고 순화해서 표현했으나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폐인 양성 게임'이라는 용어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우선 본사의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반복적인 수행과정을 요구하며, 게임 진행을 위해서는 일정수준 이상의 캐릭터 성장이 필요한 것은 물론 이를 위해 상당히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구성한다는 특징이 있다. 다시 말해 같은 패턴을, 반복적으로, 일정 시간 이상 수행해야하는 다소 지루함을 유발하기 쉬운 게임 구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게임 구성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들인 만큼 크게 돌아오는 다양한 형태의 보상과 수많은 해금요소, 매력적인 도전과제들은 게임의 지루함을 상쇄시키는 것을 넘어 플레이어가 게임을 쉽게 놓지 못하는 오묘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결국, 게임의 매력에 빠져드는 순간 동일한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기에 이르는, 이른바 ‘중독’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들은 본사의 대표작인 [마계전기 디스가이아]에서 가장 잘 드러났고, [마계전기 디스가이아]의 성공 이후 제작사의 정체성처럼 자리 잡히면서 해당 특징들은 다른 작품에도 꾸준히 반영되고 있다. [마녀와 백기병 Revival]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꾸준한 사냥을 통한 성장과정을 거치게 되는 전형적인 핵 앤 슬래쉬 방식의 RPG

[마녀와 백기병 Revival]은 핵 앤 슬래쉬(Hack and Slash; 자르고 베는 것이 주가 되는 게임 방식)의 형식을 가진 RPG(Role Playing Game)다. 다시 말해 게임 진행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캐릭터를 육성(RPG)해야 하며, 캐릭터 육성을 위해 자르고 베는 것(Hack and Slash)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게임 방식은 굉장히 고전적인데 과거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열풍이 불었던 RPG이며, 현행 게임개발 추세에서는 전혀 매력적이지 못하고 지루한 게임 방식에 해당한다. 게다가 과거 핵 앤 슬래쉬 형식의 RPG가 보여주던 미궁형태의 스테이지 구조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데, 이는 스테이지를 구석구석 탐색해야하는 수고로움까지 빠짐없이 담아내 게임 진행 시간이 더 길어지도록 만들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있다면 이러한 특징이 Nippon Ichi Software 게임들의 특징에 아주 잘 부합한다는 것이며, 이를 선택한 것은 다분히 회사의 의도임을 알 수 있다.

6가지 종류의 패싯 - 육성방향을 선택할 수 있고 반복적인 육성을 가능케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반복적이고 지루한 게임 방식에도 불구하고 묘한 매력을 가진 게임을 만드는 Nippon Ichi Software 의 방향성에 따라 [마녀와 백기병 Revival]도 지루함을 상쇄할 요소와 독특한 매력을 충분히 담아냈다. 특히 RPG의 반복적인 사냥의 지루함을 해소하기 위해 캐릭터 성장과 관련된 다양한 요소를 활용하고 있으며, 지루함 해소를 넘어 게임을 지속할수록 ‘캐릭터 육성'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해두었다.

우선 성장치(Level)를 캐릭터에 부여하지 않고 다른 요소에 부여하여 일반적인 RPG와는 다른 형태를 구축해놓았다.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캐릭터는 백기병(the Hundred Knight) 한 명뿐이지만 성장치를 백기병이 아닌 패싯(facet, 형상; 선택한 패싯에 따라 능력치와 핵심 특성에 변화가 일어난다)에 부여하고 있다. 패싯을 성장시키는 게임 형태는 캐릭터 육성이 일회성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며, 패싯의 사용/조합을 통해 플레이어가 지향하는 방향에 따라 육성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부여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패싯의 선택은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른 전략적인 활용은 물론 성장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패싯의 육성도 시도해볼 수 있는 여지까지 제공하고 있다.

강화/연성 시스템 - 단순하지만 캐릭터 육성의 욕구를 강하게 자극하는 요소

패싯 뿐만 아니라 무기/방어구의 강화 및 연성, 다양한 해금요소의 존재 또한 캐릭터 육성의 재미를 살려주고 있다. 강화와 연성은 캐릭터를 쉽고 간단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요소인데 역설적이게도 캐릭터 육성의 욕구를 더 강하게 자극한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성장 수준에 맞는 아이템 미보유, 아이템 상성(相性: あいしょう / 서로 맞지 아니함)에 의한 전투에서의 불리함, 이로 인한 사냥 및 성장 속도 저하 등의 문제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더 강하게 키울 필요성을 느끼게 하여 자연스레 아이템의 강화/연성을 시도하게 한다. 그러나 강화와 연성을 통해 사냥 및 성장 속도를 정상 궤도로 올려놓는다 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 성장이 지속되면 또다시 같은 문제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성장하는 만큼 더 강한 몬스터를 만나고 그에 따라 더 좋은 아이템이 있어야 하는 상황의 반복) 그러면 또다시 강화/연성을 시도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결국 [캐릭터 육성 - 문제 상황 - 강화/연성 - 캐릭터 육성 - 문제 상황 - 강화/연성 - …]의 끊임없는 순환이 발생하여 캐릭터 성장의 욕구가 커짐과 동시에 플레이어가 캐릭터 육성에 완전히 빠져드는 결과를 낳게 된다.

위장 - 좋은 아이템을 얻을 확률을 높이려면 위장을 확장시키는 위석이 필요하다

해금요소의 존재는 캐릭터 육성을 더욱 깊이 파고들게 한다. 다양한 해금요소가 존재하나 대표적으로 위석(아이템 임시 저장 공간인 ‘위'의 크기를 늘려주는 아이템)과 전술 토치카(다양한 면에서 활용 가능한 마법 소환물)가 캐릭터 육성과 가장 연관성이 크다. [마녀와 백기병 Revival]에서 아이템 획득은 사냥터에서 바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백기병의 위(stomach)에 임시로 저장한 뒤 거점으로 돌아갈 때 획득하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더 많은, 그리고 더 좋은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위의 공간을 반드시 확장해야 하며 위석의 습득은 필수불가결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위장이 가득 차 추가로 아이템을 보관하지 못하게 되면 사냥을 지속하기도 힘들어진다. (전설급 아이템이 나왔는데 위장에 공간이 없어 아이템을 얻지 못한 채 거점으로 돌아가야 하는 눈물겨운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나 위석은 상점에서 사거나 이벤트로 얻는 것이 아닌 비밀 상자에서만 습득할 수 있으므로 스테이지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비밀 상자를 찾아다녀야 한다. 비밀 상자를 찾는 과정에서 전투가 이루어지므로 캐릭터의 성장이 지속되고, 위석의 습득은 더 좋은 아이템을 얻는 것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또 한 번 캐릭터 육성에 도움을 주게 된다. 즉, 해금요소를 얻는 과정 자체가 캐릭터 육성과 연결이 되며, 해금요소 또한 캐릭터 육성에 큰 도움을 주게 된다는 의미다.

전술 토치카 - 사냥에 큰 도움을 주는 소환물이지만 해금요소로써 존재한다

전술 토치카도 마찬가지다. 전술 토치카는 핵 앤 슬래시 방식의 전투를 좀 더 전략적인 형태로 바꿔주기 때문에 색다른 재미를 부여한다. 그뿐만 아니라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며 이에 따라 캐릭터 육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종류의 전술 토치카를 보유하는 것이 좋다. 다만 전술 토치카는 게임 진행에 따라 자연스럽게 얻는 것들과 비밀 상자를 열거나 특수한 조건을 만족해 획득할 수 있는 것들이 나뉘어 있어 모든 전술 토치카를 모으기 위해서는 위석 못지않게 탐색이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진행 과정에서 자동으로 습득하는 전술 토치카의 유용함을 느끼게 되면 나머지 전술 토치카를 얻고자 하는 욕심은 자연스레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굉장히 길게 이야기했지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핵 앤 슬래시 방식의 RPG는 자칫 지루함을 유발할 수 있는 게임 구성이지만 다양한 방향으로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는 패싯(facet)의 존재, 캐릭터 육성 욕구를 은근하게 자극하는 강화/연성 시스템, 그리고 캐릭터 육성에 큰 도움을 주는 해금요소(위석, 전술 토치카 등)들을 통해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캐릭터 육성에 빠져들어 깊이 파고들어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캐릭터의 향연이지만 그와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캐릭터 육성의 재미를 충분히 끌어 올린 것은 사실이나 그것만으로 본작이 매력적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조금 부족하다. [마녀와 백기병 Revival]의 진정한 매력은 다름 아닌 작중 ‘이야기(story)’에 담겨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본작의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매력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요소 사이에서 발생하는 ‘괴리감'에서 나타난다. 앞서 언급하진 않았으나 Nippon Ichi Software의 제작방향 중 하나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을 주로 활용한다는 것인데 본작도 해당 특징이 그대로 적용되어 있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으며, 회사의 이름(Nippon=日本=일본)을 따라가듯 일본풍 그림체로 명랑한 분위기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플레이어의 기대와는 달리 충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며 눈에 보이는 캐릭터들의 외형과는 어울리지 않은 외설적이고 잔인한 내용이 많다.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이 내뱉는 충격적인 발언들은 불쾌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인물 간 대화에서 인격모독과 욕설, 비속어는 기본이며, 특정 상황에 대한 묘사는 매우 직설적이고 혐오스럽다. 비록 욕설은 묵음처리가 되어 있어 정확한 대사를 알아낼 방법은 없지만,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한 수준이기에 플레이어를 매우 당황스럽게 만든다. 게다가 상황 묘사의 경우 직설적이고 혐오스러운 표현으로 점철되어 있으면서도 우회적 표현을 적절히 활용하여 플레이어가 ‘기분 나쁜 상상'을 하게 만든다. 가령 다수의 몬스터가 마녀 한 명을 납치하는 상황에서 몬스터는 ‘달콤한 냄새가 난다’, ‘금단의 맛이다’라 말하고 마녀는 약간의 신음을 내며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지른다. 머릿속에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가? 답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누구든 굉장히 불쾌하고 기분 나쁜 상황이 떠오를 것이다. 이처럼 불쾌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표현, 입에 담기 힘든 욕설과 비속어들은 눈으로 보이는 것과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이미지 사이에 묘한 괴리감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이 괴리감은 게임에 대한 거부감보다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고 새로 등장하는 캐릭터의 진짜 모습이 무엇일지 호기심을 가지게 하여 게임을 지속하게 한다.

각각의 사건들이 따로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기승전결이 불분명하다

이야기의 전개 방식도 매우 독특하다. 대게 게임 속 이야기는 주인공의 목적성에 따라 전개되기 마련이다. 주인공에게는 목적이 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행동을 취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순차적으로 다루게 된다. 또한, 기승전결이 명확하여 하나의 큰 사건 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사건들은 ‘과정'으로써 존재하게 된다. 그러나 [마녀와 백기병]은 조금 다르다. 이야기 속에 여러 사건이 담겨 있지만 큰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과정'이라기 보다는 서로 관련성이 없는 별개의 사건처럼 느껴진다. 이전의 사건은 다음 사건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순서가 뒤바뀌더라도 위화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사건 사이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다. (단, 작중 전개 과정에서 특정 사건이 끝나고 새로운 사건이 일어남을 표현해 사건의 발생순서를 정리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목적은 분명하지만, 그 목적과 상관없는 사건들이 상당수 발생한다. 대부분 사건은 주인공이 목적 달성을 위해 행동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마주한 제삼자의 일이며 최소한의 관련성만을 가질 뿐이다. 이런 특징들은 각 사건이 파편화되어 있고 이야기가 다소 뜬금없이 전개된다는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완결성 있는 하나의 큰 사건보다는 주인공이 겪은 여러 가지 작은 사건들을 나열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좋게 말하면 다양한 내용의 단편극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관련성 없는 이야기의 산발적 배치라고 할 수 있다.

각각 동떨어진 사건들은 큰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배치된 장치로써 존재한다

그러나 따로 떨어지고 관련성이 없다고 생각했던 사건들은 [마녀와 백기병 Revival] 전체를 관통하는 거대한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 사전에 배치된 장치들이다. 작중 마지막 사건은 지금까지 겪어온 사건들을 바탕으로 풀어나가게 되며 주인공의 목적과 그 뒤에 숨겨져 있는 진실, 캐릭터 간의 관계 등 모든 것이 설명된다. 게다가 각 사건에는 수많은 복선이 담겨 있는데 마지막 이야기로 접어들면서 복선을 깔끔하게 회수하여 이야기의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사건들을 하나의 완결성 있는 이야기로 묶어주게 된다. (예를 들면 주인공 메타리카가 병에 걸려 치료제를 찾아다니는 사건이 있는데, 이 사건은 차후 [마녀와 백기병 Revival] 세계관의 구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시 말해 따로 떨어져 있어 알아볼 수 없는 퍼즐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하나의 큰 그림이 되는 전개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는 오랜 시간 동안 [마녀와 백기병]의 이야기를 지켜본 플레이어에게 강한 충격을 주며 지금까지 거쳐온 사건을 다시 곱씹어보게 된다. 이야기의 막바지에 들어서면서 지금까지 전개된 사건들을 돌아보는 과정은 각 사건에 담겨 있는 여러 가지 메시지(우정, 사랑, 책임감 등)를 읽어내고 사건 간 연결성을 이해해 결국 흩어진 퍼즐을 맞추어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하는듯한 강한 희열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긴 시간 동안 일어났던 많은 사건이 짜임새를 이루면서 하나의 큰 이야기로 완결되는 구조는 아주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기까지 한다.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요소가 없어 게임 지속을 위한 몰입 유도는 힘든 편이다

그러나 [마녀와 백기병 Revival]은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한다. 본작의 매력은 충분한 시간에 걸쳐 조금씩 드러나며 게임의 후반부에 가서 만개하게 된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게임의 지속을 위해 초반에 흥미를 끌고 몰입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하나 이러한 장치가 없다. 핵 앤 슬래쉬 방식의 RPG라는 고전적이고 반복적인 사냥을 강제하는 게임방식, 주인공의 목적과 관련 없는 사건에 휘말려 옆길로 새는듯한 느낌의 초반 이야기는 게임 지속을 위한 몰입을 유발하기에 다소 무리가 있으며,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연출이나 그래픽이 없기에 현세대 게임에 익숙한 플레이어들에게는 상대적으로 흥미를 느끼기 힘들다. 더욱이 3D 그래픽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모델링이 굉장히 투박하며 이야기 진행 중에 보이는 캐릭터의 움직임은 어색하기까지 하다. 물론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는 3D 모델링보다 캐릭터의 일러스트 및 표정변화를 주로 활용하지만 일러스트가 활용되지 않는 구간에서는 화면이 텅 비어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콘솔 게임을 만드는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래픽 활용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은 Nippon Ichi Software 가 받는 가장 큰 비판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충분히 흥미로운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중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엇보다 Nippon Ichi Software의 약점이라 불리는 부분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아쉬운 점이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즐겨야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마녀와 백기병 Revival]

[마녀와 백기병 Revival]은 Nippon Ichi Software 의 방향성에 잘 맞는 작품이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하는 수고로움이 존재하지만, 캐릭터 육성의 재미를 잘 살려놓았고 가면 갈수록 흥미로운 이야기는 긴 시간 동안 게임을 즐긴 플레이어를 충분히 만족하게 해준다. 게임 몰입을 유도하기 위한 시각적으로 인상적인 요소는 없다는 점은 분명히 아쉽지만 조금씩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는 [마녀와 백기병 Revival]이기에 게임을 끝낸 뒤의 여운이 매우 길다. 이 작품을 반드시 해보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분명 적지 않은 이들이 마녀 메타리카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보지 못한 채 게임을 끝마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긴 시간을 들인 만큼 오래가는 여운을 느끼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선택하기를 바란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못다한 이야기

- 주인공은 늪의 마녀 '메타리카'지만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것은 '백기병'이라는 점도 독특하다. 이는 단순히 주인공과 조작하는 캐릭터의 차이가 발생하는 게 아니라 마녀 메타리카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로 옆에서 바라보는 입장이 되는 것으로써 향후 전개될 스토리를 더 충격적이게 느끼게 한다. 또한 백기병의 선택에 따른 다중결말도 존재하는데, 플레이어가 메타리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결말이 정해진다고 볼 수 있다.

- 게임 내에서는 한없이 귀여운 백기병이지만 등장인물들의 설명에 따르면 살육을 즐기는 잔인하고 무자비한 사역마로 묘사된다. 작중 이야기를 따라가면 등장인물들의 설명이 맞기는 하나 플레이어의 눈에 보이는 백기병의 모습과는 다르므로 이 부분 또한 괴리감을 유발한다.

- BGM이 굉장히 좋다. 게임의 소재가 '마녀'인 만큼 작중 묘사되는 마녀의 성향에 알맞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은은하지만 장난스럽고, 가볍지만 신비한 느낌을 아주 잘 전달하고 있다. 물론 전투나 긴박한 상황에서의 긴장되는 분위기 형성도 빠짐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 Dual shock 4 의 스피커에서 백기병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러 상황에 따라 들을 수 있는 백기병의 다양한 목소리도 게임을 즐겁게 만들어 준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laystation 4 )

- 게임적 연출인지는 모르겠으나 스킬 이펙트가 동시에 많이 발생할 경우 프레임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의도한 것인지 프레임 드랍인지는 알 수 없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Sonic Heroes

장르 : 액션

제작사 : Sega

플랫폼 : PC, NGC, PS2, X-Box

발매년도 : 2004년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Sega의 마스코트 캐릭터이자 대표작인 ‘Sonic the Hedgehog'는 2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꾸준히 작품을 내놓으면서 다양한 변화를 일궈 왔다. 작품의 수가 워낙 많다보니 구분을 위해 세대를 나누게 되는데, 메가드라이브(MD, Megadrive) 시기를 1세대(또는 클래식), 드림캐스트(DC, Dreamcast)를 포함한 6세대 콘솔 시기를 2세대, 그리고 Playstation 3 와 X-Box 360, Wii 의 7세대 콘솔 시기를 3세대(또는 모던) 라 부르고 있다. 이는 그래픽 변화와 콘솔의 세대교체에 의한 분류이기도 하지만 세대별 게임성의 차이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소닉 시리즈'라고 불리는 작품이라도 세대간 게임성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며 같은 세대 안에서도 각 작품별 고유한 특징이 드러나고 있다.

25주년을 맞이한 [Sonic the Hedgehog] - 정말 많은 변화를 보여주었다

작품별로 게임성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매번 새로운 요소를 도입해 진행방식, 스테이지 구성, 핵심 시스템 등에 변화를 주어왔기 때문이다. 다만 ‘하이스피드 액션'을 핵심으로 삼은 소닉 시리즈의 특성상 속도감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새로운 요소를 도입해야 했는데 안타깝게도 항상 그래왔던 것은 아니다. 새로운 요소들은 흥미롭고 신선했으나 간혹 속도감을 해치게 되어 소닉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결과를 낳았으며 이는 플레이어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되곤 했다. 이로 인해 오랜 세월동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Sonic the Hedgehog]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작품별로 평가가 극명하게 나뉘었을 뿐만 아니라 신작 발표가 나올 때마다 팬들의 기대보다는 불안과 걱정이 커지는 묘한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그렇다면 2004년 발매된 [Sonic Heroes]는 어떨까?

‘3인 1팀’ 과 ‘포메이션’ - 시리즈 중 유일하게 3명의 캐릭터를 조작한다

[Sonic Heroes]에서 가장 큰 변화는 기존의 1인 진행 방식에서 ‘3인 1팀’ 진행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기존 작품들은 한 명의 캐릭터만을 조작하여 게임을 진행했지만 본작은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유일하게 세 명의 캐릭터로 이루어진 하나의 팀(team)을 조작하며 진행하게 된다. (세명의 캐릭터 중 하나를 조작하고 나머지 두 캐릭터는 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형태) 그리고 팀으로 움직인다는 게임 내 특성을 살리기 위해 포메이션(진영, formation) 시스템을 도입, 진영을 갖춰 움직이게 되는데 팀의 리더(=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캐릭터)에 따라 포메이션이 달라진다. 포메이션은 스피드/플라이/파워 포메이션의 세 종류가 존재하며 각자 다른 특성과 기술을 가지고 있어 플레이어의 취향에 따른 선택이 가능하다. 물론 게임 진행 중에 팀의 리더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포메이션 교체도 자유롭다.

[Sonic Heroes]에서는 다양한 장르적 특성이 반영돼 게임 진행 방식이 다채롭다

재미있는 점은 포메이션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장르적 특성이 게임 내에 녹아있다는 것이다. 2세대 소닉이 시작된 이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함에 따라 각 캐릭터별로 서로 다른 게임 진행 방식을 부여해 다양한 장르를 게임 내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Sonic Heroes]에 접어들면서 다른 특징을 가진 캐릭터를 동시에 조작해야하다보니 여러 장르의 특성을 포메이션 시스템을 통해 묶은 것으로 보인다. 각 포메이션은 서로 다른 장르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는데, 스피드 포메이션은 빠른 가속능력을 바탕으로 한 기존의 소닉 시리즈와 동일한 특징을, 플라이 포메이션은 높은 도약력과 비행 능력을 활용한 플랫포머(platformer)의 특징을, 그리고 파워 포메이션은 다양한 공격 모션과 공격력을 바탕으로 액션/배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각 포메이션 별로 장르적 특징이 다른만큼 게임 방식에도 차이가 나타나므로 다채로운 게임 진행이 가능해진다.

변함없는 속도감 - 속도감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요소를 배치/활용하고 있다

‘3인 1팀'과 ‘포메이션’ 시스템을 통해 다채로운 게임 방식을 구축했다 하더라도 ‘속도감'을 상실했다면 소닉 시리즈로써는 실패한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Sonic Heroes]는 새로운 요소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속도감을 해치지 않고 충분히 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포메이션 시스템은 독특한 시스템이긴 하지만 사실 속도감을 해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유인 즉 ‘플라이 포메이션'과 ‘파워 포메이션'이 가진 게임 진행 방식 때문인데, 플랫포머에 초점이 맞춰진 플라이 포메이션은 복잡한 구조의 발판을 밟아가며 이동하기 때문에 빠르게 움직이기 어렵고, 액션/배틀에 초점이 맞춰진 파워 포메이션은 눈 앞의 적들과 싸워야 하기 때문에 제자리에 멈춰야 한다. 이에 따라 플라이 포메이션과 파워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빈도가 높을수록 속도감은 떨어지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스피드 포메이션의 가속 능력을 통해 속도가 느려진(또는 제자리에 멈춘) 상황에서도 짧은 시간 안에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어 나머지 두 포메이션에 의한 속도감 상실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충분한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스테이지 구성도 속도감 유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포메이션을 번갈아가며 사용해야하는 게임 방식에 따라 플랫포머/액션 구간이 스테이지 곳곳에 존재하는데, 해당 구간이 끝나는 지점에 가속 패달을 배치하여 상실된 속도를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그 뿐만 아니라 포메이션에 상관없이 속도를 낼 수 있는 그라인딩 액션(레일 형태의 구조물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가는 액션) 구간의 비중을 높이고, 기존에 존재하는 360’ 트랙이나 나선형 구조물과 그에 따른 시점 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충분한 속도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 물론 속도감을 살림과 동시에 플랫포머 구간과 액션/배틀 구간도 적절히 배치가 되어 있기 때문에 포메이션 및 장르적 특성 간의 균형적 분배도 성공적으로 일궈냈다.

다른 시리즈에 비해 이상하리만큼 낙사의 비중이 높은 [Sonic Heroes]

다양한 장르적 특성을 균형있게 녹여내면서 속도감을 유지해 독특한 게임 방식을 만들어낸 [Sonic Heroes]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낙사(落死)‘다. 어떤 게임이든 간에 낙사를 하게 되면 게임의 흐름이 끊기게 되는데, 빠른 속도를 유지하여 속도감 있는 게임 전개가 핵심인 소닉 시리즈는 낙사가 발생하는 순간 속도감을 상실해 게임의 흐름을 끊음과 더불어 몰입감을 해치게 된다. 그런데 [Sonic Heroes]는 이상하리만큼 낙사의 빈도가 높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속도감을 살리는 데 효과적인 그라인딩 액션이지만 그만큼 반작용도 생기게 되었다

낙사가 발생하는 요인은 몇 가지가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속도감을 살리기 위해 배치한 '그라인딩 액션’ 구간에서 낙사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 공중에 떠 있는 구조물을 타고 내려가는 그라인딩 액션의 특성상 낙사의 발생은 필연적이다. 게다가 게임 후반부로 들어설수록 그라인딩 액션 구간의 비중이 증가해 낙사 확률이 점차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여기까지는 게임의 난이도 증가와 속도감을 함께 잡았다고 바라볼수도 있다.) 그러나 그라인딩 액션이 이루어지는 구조물 자체의 특성이 아닌 다른 요인으로 낙사의 빈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이는 결코 좋게 바라볼 수 없는 [Sonic Heroes]의 치명적인 문제인데 원인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그라인딩 액션 중 레일을 옮기는 조작과 물리엔진이 불안정하다. 2~3개의 레일을 두고 그라인딩 액션이 이루어지는 구간은 함정을 피하거나 링을 모으기 위해 레일을 옮겨야 한다. 이를 위해 조작을 할 경우 캐릭터가 튕겨나가듯 움직이게 되는데 이때 튕겨나가는 경로에 레일이 있으면 정상적으로 레일을 옮길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레일이 없는 방향으로도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바깥쪽 레일에서 조작을 실수할 경우 레일이 없는 곳으로 튕겨나가 그대로 낙사하게 된다. 그 뿐만 아니라 낙사할 이유가 전혀 없는 바닥 위의 레일에서도 상당히 먼 거리를 튕겨나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기도 하며, 좌우로 레일이 정상적으로 배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옮겨타지 못해 낙사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부적절한 시점과 판정 오류 - 낙사의 빈도를 높이는 치명적인 문제점들이다

둘째, 연출에 의한 시점이 부적절하며 레일 착지시 간혹 오류가 발생한다. 게임 후반부에 들어서면 레일이 끝남과 동시에 다른 레일 위로 떨어지게 되는 연출이 잦은데, 이때 레일 위에 정확하게 올라타는 것이 쉽지 않다. 이유인 즉, 낙하 중에는 레일이 캐릭터의 아래 쪽에 있어 시점이 매우 불편해 캐릭터와 레일의 위치를 정확히 맞추기가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레일의 폭 자체가 굉장히 좁기 때문에 위치를 맞추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물론 게임에 숙련도가 생긴다면 레일을 정확히 옮겨탈 수 있으나 숙련도를 갖추기까지 겪게 되는 수십번(심하면 수백번)의 낙사로 인해 게임에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게 된다. 게다가 위치를 맞춘다 하더라도 게임 내에서 발생하는 오류들(가속이 적용되지 않아 수직으로 떨어져 레일을 옮겨탈 수 없게 되거나 제대로 올라탔음에도 미끄러져 떨어지는 경우)로 레일에 올라타지 못하고 낙사하는 경우도 존재해 플레이어의 실력과 상관없이 게임의 흐름이 끊기게 된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그라인딩 액션과 관련된 낙사 문제는 조작을 통해 오류의 빈도를 줄임으로써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한 수준이지만 그 외에는 조작으로도 해결이 불가능한 낙사 사례도 다수 있다. 평지라고 생각했던 곳에 턱이 존재해 멈추는 것 대신 옆으로 미끄러져 낙사하게 되는 '스테이지 구조'의 문제도 있으며, 호밍어택(Homming Attack)을 연계하여 건너가야하는 구간에서는 불안정한 호밍어택의 판정으로 인해 연계를 이어나가지 못하고 낙사하는 조작/시스템 상의 문제도 존재한다. 여기에 스프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포메이션 체인지 시 캐릭터가 모이면서 튕겨나가버리는 황당한 상황도 자주 발생하여 낙사의 빈도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독특한 게임성은 매우 흥미롭지만 지나치게 잦은 낙사는 난감하다

다양한 캐릭터를 특성에 맞게 적절히 활용하고, 포메이션 시스템을 도입해 여러 장르의 특성을 하나로 뭉쳐 독특한 게임성을 구축한 [Sonic Heroes]이지만 스테이지 구조와 불안정한 조작, 시스템상 오류로 인해 '조금은 아쉬운’ 게임이 되었다. 조작을 통해 낙사의 빈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은 게임의 난이도를 높였다고 좋게 설명해볼 수도 있겠으나 근본적으로 조작에 실수가 없었음에도 낙사가 발생하는 것은 결코 변호할 수 없는 분명한 문제점이다. 더욱이 낙사와 관련된 모든 문제들은 [Sonic Heroes] 이후에 발매되는 작품들에서 조작법과 시스템 구축을 통해 말끔하게 해결했다는 점에서 본작의 불안정함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독특한 게임성은 신선하게 다가와 정말 좋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해 정말 난감할 따름이다.

못다한 이야기

- 앞서 언급한 '오류'는 발생하는 구간이 어느 정도 정해져있어 게임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낙사할 확률은 현저히 줄어든다. 물론 모든 게임이 숙련자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며, 애초에 높은 난이도를 내세우는 소닉 시리즈가 아니기 때문에 의도치 않은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 팀별로 진행하는 것이긴 하나 비슷한 형태의 스테이지를 반복한다는 점에서 조금 아쉽다. 난이도의 차이나 스테이지 구조의 미묘한 차이는 존재하지만 어느 정도 진행하면 다소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가장 낮은 난이도에 해당되는 '팀 로즈'를 나중에 진행할 경우 게임이 너무 쉬워져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PC / CD)

- 로딩이 엄청 길다. 또한 오래된 게임CD이다보니 간혹 실행이 안되는 경우가 있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Quantum Break

장르 : 액션, TPS

제작사 : Remedy Games

플랫폼 : X-Box One, PC (Windows 10)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8세대 콘솔 간의 경쟁 구도에서 X-Box One은 Playstation 4에 비해 여러 측면에서 성과가 뒤떨어진 상태였다. X-Box를 이끌어오던 [Halo] 시리즈의 최신작 [Halo 5]의 흥행 실패와 [Rise of Tomb Raider]의 기간독점이 생각보다 짧게 끝나버린 것으로 인해 X-Box One의 2015년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X-Box One 독점발매가 예정되어 있었던 [Quantum Break]는 X-Box의 분위기를 되살릴 기대작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Microsoft는 돌연 [Quantum Break]의 X-Box One 독점발매를 철회, Windows 10 공동발매를 선언하였고, 이는 ‘Microsoft가 콘솔 시장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라는 이야기가 돌 정도의 묘한 분위기가 형성됨과 동시에 게이머들의 불만을 사게 되었다. 그 뿐만 아니라 사전에 공개된 PC버전의 사양이 지나치게 높게 표기되어 한 차례 수정을 거쳐야 했고 역시나 게이머들의 질타를 받음으로써 발매 전부터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독점작 철회 논란은 일단 접어두고 게임의 완성도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X-Box One 과 Windows 10 공동발매는 Microsoft의 경영 전략의 일부이기 때문에 무작정 비판만 할 수는 없다. 게임의 멀티플랫폼 발매는 판매량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으며, 무엇보다 X-Box One과 Windows 10이 모두 Microsoft의 제품임을 생각해보면 결코 손해보는 장사를 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X-Box One을 구입한 게이머들의 불만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이같은 멀티플랫폼 전략이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으며 산발적으로 분산된 게임 플랫폼을 하나로 묶기 위한 방안일 수도 있다. 그리고 기억해야할 점은 Microsoft의 행보들로 인해 [Quantum Break]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게임의 완성도가 기대 이하여서 독점발매를 철회한 것이다 등)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게임의 재미와 완성도가 어느 정도 갖춰졌느냐?’가 게이머의 입장에서 가장 우선시해야하는 부분이며, 게임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기업들의 행보는 후순위에 두어야 한다. 자! Microsoft의 행보는 잠시 잊자. 우리가 생각해야할 것은 [Quantum Break]가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다.

홀드 프레임 - 시간의 뒤틀림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연출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Quantum Break]의 핵심소재는 ‘시간'이다. 트레일러(trailer, 예고편)에서 볼 수 있었던 주인공의 시간조작능력은 화려하고 신선했으며 훌륭한 연출을 통해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발매 이후 게임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연출들은 게이머의 시선을 완전히 사로잡았고 기대감을 채우기 충분하다. 작중 이야기는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시간이 붕괴되기 시작하여 세계 곳곳에서 시간이 뒤틀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시간의 뒤틀림을 표현하기 위해 슬로 모션(slow motion), 패스트 모션(fast motion), 홀드 프레임(hold frame, 프리즈 프레임) 등 시간과 관련된 영화적 연출을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서는 여러가지를 동시에 활용하여 독특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다양한 연출 기법은 플레이어의 눈을 즐겁게 만들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이든 간에 플레이어의 상상을 뛰어넘는 장면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하다. 건물이 무너져 내리다가 다시 복원이 되는 것이 반복되거나 차량이 충돌하여 폭발이 일어나는 순간 시간이 멈춰버리는 등이 그 예다. 물론 주인공도 시간을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날아오는 총알을 느리게 만들거나 짧은 거리를 매우 빠르게 이동하는 등 크고 작은 요소에서 시간 뒤틀림을 다양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급격한 분위기 전환과 감정변화를 일으켜 게임에 대한 몰입을 강하게 유발한다

재미있는 점이 있다면 이러한 연출들이 플레이어의 감정변화를 일으키고 분위기를 바꾸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건물이 무너지면서 위기에 처한 순간 시간이 역행하여 목숨을 구한 주인공을 보고 느끼는 안도감, 시간이 정지된 채로 적진 한 가운데를 지나치다가 갑자기 시간이 흘러 적에게 둘러쌓인 상황에 의한 놀라움과 긴장감을 등 순간적으로 큰 감정변화를 일으킨다. 게다가 위기상황이라고 생각했던 순간 모든 시간이 멈추어 극도의 고요함을 형성하거나 거꾸로 급작스러운 위기상황이 전개되어 긴박함을 만드는 등 예상치 못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분위기와 감정의 급격한 변화는 플레이어가 다채로운 기분을 느끼도록 해주며 몰입도를 향상시키기에 게임을 더욱 집중해서 즐길 수 있게 된다.

시간 조작 능력은 전투의 전략적인 요소로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시간을 조작하는 주인공의 능력이 전투의 전략적인 부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전투 역시 인상적이다. [Quantum Break]의 전투는 기본적으로 TPS의 형태를 지니고 있는데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간 조작 능력을 활용해야한다. 시간 조작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제외하면 주인공은 적에 비해 모든 면에서 불리하며 총알을 맞아도 잘 죽지않는 적과 달리 총알 두어발이면 쉽게 죽게된다. (애초에 가죽자켓을 입은 사람이 방탄복과 특수장비로 무장한 사람을 이길 수 있을리가 없다) 이처럼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시간 조작 능력을 반드시 사용해야하며, 이를 얼마나 전략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투의 판도가 달라진다. 다만 주인공의 능력은 재사용 대기시간(cooldown)이 존재해 마구잡이로 사용할 수 없으며, 시간 조작이 통하지 않는 적의 존재와 시간 조작 능력을 일시적으로 상실하게 되는 상황 등 여러 가지 제약도 함께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어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끊임없이 생각해야하며 각 기술들을 유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시간 조작 능력의 유기적인 활용은 연출 측면에서도 큰 효과를 내어 시각적인 즐거움도 충분히 부여하기에 전략과 연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가 있다.

사건의 순서와 이야기의 흐름이 서서히 정리되는 전개방식은 매우 매력적이다

다양한 연출/기법과 전투의 전략적 요소 등 인상적인 부분이 많은 [Quantum break]지만 본작에서 가장 주목해야하는 부분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이다. 대개 게임 내 이야기들은 기승전결(또는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단계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Quantum Break]는 작중 중심 사건의 결말을 미리 알려준 뒤 이야기를 시작한다. 작중 중심 사건은 ‘시간의 붕괴'이며 주인공에 의해 이미 사건이 해결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이는 작중 사건에 있어 결말보다 과정이 중요함을 은연 중에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그에 걸맞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여러 인물 간의 관계, 다양한 복선,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분기점 등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다. 무엇보다 초반에는 이해되지 않는 요소들이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실마리가 풀리고 그에 따라 앞뒤 순서가 맞아떨어지게 되는데, 마치 붕괴되고 뒤섞인 시간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듯 사건의 순서와 이야기의 흐름이 정리가 되어 개연성이 매우 훌륭하다. 더 나아가 사건에 대한 정리가 끝난 뒤 예상치 못하게 등장하는 열린 결말은 아직 [Quantum Break]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으며 후에 나올 이야기(후속작 또는 DLC)에 대한 기대감까지 형성한다.

에피소드 사이의 실사 영상은 분명히 훌륭하지만 칭찬만 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보아야 할 점이 있다면 ‘이야기 전개를 위해 실사 영상인 라이브 액션 쇼(Live Action Show)를 이만큼이나 쓸 필요가 있었나?’라는 것이다. [Quantum Break]의 이야기 전개 방법 중 하나인 ‘라이브 액션 쇼’는 각 에피소드가 종료된 뒤 20~25분 가량의 보여주는 실사 영상을 말한다. 이 영상은 게임 내 인물들의 실제 모델이 등장하여 촬영한 것으로 연기자들의 멋진 연기와 더불어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수준 높은 영상미를 보여주며, 주인공 외에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본작의 이야기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짧은 분량의 컷신을 활용하던 기존의 게임과는 달리 20분이 넘는 실사 영상을 전개 방식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스토리텔링(storytelling) 기법을 만들어냈다는 칭찬을 받을만 하다.

그러나 이 ‘라이브 액션 쇼’의 존재가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다. 훌륭한 영상임은 분명하지만 그 길이가 너무 길다는 점에서 ‘게임으로써’ [Quantum Break]에게는 독으로 작용한다. 우선 과도하게 긴 영상은 게임의 흐름을 방해한다. 게임을 하면서 몰입상태에 빠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며, 몰입에 빠진 뒤 몰입 상태를 얼마나 유지하느냐에 따라 게임을 지속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실사영상은 게임에 대한 몰입을 해칠만큼 그 길이가 너무 길어 게임의 지속성을 떨어뜨리며 흐름을 끊게 만든다. 더군다나 실사 영상의 내용은 주인공(잭 조이스)이 아닌 다른 인물의 이야기를 중심적으로 풀어나가고 있기에 이야기 흐름이 정리가 되지 않는 초반에는 다소 뜬금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져 몰입을 해치기도 한다. 게다가 과도하게 많거나 잦은 컷신으로 게임의 흐름이 끊긴다는 비판을 받은 기존 작품들이 많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20분이 넘는 실사 영상이 게임의 흐름과 몰입에 미치는 영향은 말할 것도 없다. 다음으로는 과도하게 많은 영상 분량으로 인해 오히려 게임 진행 분량이 작게 느껴지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실사 영상의 존재는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켜 주인공이 겪지 않는 주변인물들의 사건까지 풀어내기에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어주지만 이야기 전개에 있어 영상의 비중(시간적 비중이 아닌 내용적 비중)이 너무나 커져버려 상대적으로 게임 진행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의 비중은 작게 느껴진다. 이로 인해 플레이어가 직접 진행하는 게임에서의 이야기 전개가 매우 사소한 것으로 느껴짐과 동시에 게임 진행의 분량도 매우 적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영상을 포함한 게임 전체 분량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영상을 제외한 게임의 분량이 더욱 적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전체 분량은 10시간 내외 / 라이브 액션 쇼는 총 2~3시간)

호불호의 문제? 그러나 ‘게임’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본다면 답은 나와있다

실사 영상을 좋아하는 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라이브 액션 쇼에서 볼 수 있는 영상들은 게임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며 연기자들의 멋진 연기와 훌륭한 영상미를 통해 새로운 재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또한 플레이어가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라이브 액션 쇼의 영상은 더할 나위없이 멋지고 만족스러운 내용물이다. 그러나 모든 이들에게 ‘이것이 게임인가?’라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답은 나와있다. 적과 싸우며 퍼즐을 풀기 위해  컨트롤러를 잡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손을 움직이는 것이 게임을 하는 우리의 모습임을 생각해볼 때 20분 이상 컨트롤러를 손에서 놓고 있는 상황은 결코 게임이라고 할 수 없다. 

영상보다 게임 자체에 더 많은 투자를 했다면 어땟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인상적인 요소가 매우 많고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는 어떤 작품보다도 신선하다고 말할 수 있는 [Quantum Break]지만 공을 들여 높은 완성도를 갖춘 실사 영상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영상을 활용했다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다. 영상 자체의 수준은 매우 높고 영화나 드라마라고 생각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기에 이야기 전개를 위한 새로운 기법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과하다는 것이 문제다. 다소 짧은 게임의 분량을 더 짧게 느끼고, 주인공이 아닌 다른 인물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에 의아함이 들며, 게임을 잘 하다가 20분이 넘게 컨트롤러를 손에 놓아야 하는 상황이 심히 당혹스럽다. 우리는 게임을 하고 싶은 것이지 드라마를 보고 싶은 것이 아니다. 영상보다 게임 자체에 더 많은 투자를 했다면 정말 대단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몰려온다.

못다한 이야기

- 시간 조작 능력을 상황에 맞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판단력과 반응속도도 어느 정도 요구된다. 그러다보니 게임을 조작하는 재미도 준수한 편이다. 일반적인 TPS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

- 작중 시간 뒤틀림에 의한 시간의 구간 반복, 뒤틀림 등의 현상을 '스터터'라고 하는데, 일부 스터터 현상들은 게임의 맥을 빠지게하는 경우도 있다. 가령 다수의 적과 싸워야하는 상황에 처해 전투를 하려고 마음을 먹는 순간 시간이 정지해버려 전투는 고사하고 단순한 길 찾기가 진행되는 상황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구간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스터터에 의한 급격한 분위기 반전이 긍정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여 상당히 아쉽게 느껴진다.

- '라이브 액션 쇼'에 대한 또 다른 아쉬움은 영상에 집중을 하다보면 주인공(잭 조이스)이 곁다리가 되는 느낌이 든다. 실사 영상에서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극히 일부에서만 나타나며 나머지는 주인공 외 인물들이 채우기 때문에 주인공이 누구인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다만 게임의 주인공은 '잭 조이스', 영상의 주인공은 다른 인물로 설정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석해 볼 여지도 있어 무작정 별로라고 하기는 애매한 부분이다.

기술적 문제 ( 사용 플랫폼 : X-Box One)

- 약간의 프레임 드랍 현상이 일어났다. 초반에 일시적으로 일어났으나 이후에는 동일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 특정 구간에서 게임 진행이 막히는 상황이 발생했다. 적을 모두 제거했음에도 문이 열리지 않았고, 재실행하여 해당 구간을 다시 진행하니 정상적으로 진행이 되었다.

-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프리징에 의한 강제종료' 현상이 두 번 일어났다. 게임 진행 중 한번, 컷신 후반부에서 한번.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Momodora; Reverie under the Moonlight 

장르 : 액션, 플랫포머

제작자 : Bombservice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21세기에 들어 게임 산업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매년 더 나아진 기술력으로 무장한 게임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으며, 새로운 엔진 개발, 새로운 운영체제의 등장 등 게임 산업의 발전 속도는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다. 또한 거대 기업들이 게임 산업에 뛰어들거나 투자를 하고 있으며 체감할 수 없을만큼 많은 금액과 인원이 투입되면서 게임 제작의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재미있는 점이 있다면 게임 산업의 규모가 커지는 만큼 게임 제작 과정에 대한 정보 공개, 게임 엔진 제공, 제작툴의 무료 공개 및 상품화 등 게임 개발과 관련된 정보들이 대중들 사이로 상당 부분 스며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현상들은 게임 개발에 대한 대중들의 ‘접근성'을 높여주는 계기로 작용하게 되었다.

[Undertale]의 Toby Fox / [東方 Project]의 ZUN - 모두 1인 게임 제작자들이다

게임 개발에 대한 접근성 증가는 ‘1인 게임 제작'이 좀 더 수월해진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에야 1인 제작자들이 상당수 보이기 시작하지만 몇 년전만 하더라도 개인이 만든 게임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았다. 1인 제작 게임이 있다 하더라도 충분한 완성도를 갖춘 작품은 찾기 힘들었으며, 홍보나 유통 측면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상업적인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게임 개발에 대한 접근성 증가와 새로운 유통 플랫폼의 등장으로 이전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게임을 홍보하고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같은 게임 개발/유통 환경의 변화로 1인 제작자가 만든 게임이 대호평을 받으며 충분한 상업적 성과를 얻어가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1인 제작은 기업 단위의 게임 개발이 비해 재정/기술/인력 측면에서 부족할 수 밖에 없기에 좋은 작품을 만들기 쉽지 않다. 단 한번의 개발로 대단한 성과를 내기란 더욱 어려우며 충분한 기간 동안 준비를 해야함과 더불어 제작 과정에서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작품을 완성하기 위한 인내와 오랜 기간 동안 게임을 만들어 나가는 꾸준함이 필요하며 자신이 어떤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과 색깔이 필요할 것이다.

왼쪽부터 [Momodora] 1, 2, 3편 - 2010년부터 꾸준히 1인 제작을 해오고 있다

이런 점에서 [Momodora] 시리즈는 명확한 색깔과 방향성을 가지고 오랜 기간 동안의 시리즈 지속을 통해 점진적으로 완성도를 높여나가는 1인 제작 게임의 좋은 표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본 시리즈는 1인 게임 제작자 ‘rdein’이 만든 것으로 2010년 [Momodora 1]을 무료로 배포하며 시리즈의 시작을 알렸다. 그 후 2011년 [Momodora 2]를 다시 한번 무료로 공개, 그리고 2014년에 [Momodora 3]를 공식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하며 준수한 평가를 받아 성공적으로 데뷔했다.(2016년 4월 2일 기준 스팀에서 [Momodora 3]의 평가는 ‘매우 긍정적’) 무엇보다 모든 시리즈가 ‘귀여운 디자인의 액션 플랫포머’라는 컨셉을 유지하면서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게임이 개선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향후 새롭게 만들어질 후속작에 대해 기대를 걸기 충분했다.

[Momodora]의 네 번째 시리즈 - 그래픽/신체비율의 변화가 가장 눈에 띈다

그리고 2016년 [Momodora]의 네 번째 시리즈 [Momodora; Reverie under the Moonlight]가 발매되었다. 게임의 디자인과 일러스트 등 기존 컨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나 이전과 달리 많은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그래픽 측면에서 상당한 발전이 이루어졌는데 동일한 도트 그래픽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신체 비율이 완전히 달라졌으며 배경 묘사의 세세함이 더해졌다. 그러다보니 [Momodora]의 이전 시리즈를 즐겨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게 과연 동일한 작품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이며 뒤늦게 전작을 발견한 사람이라면 [Momodora; Reverie under the Moonlight]가 보여주는 장족의 발전에 놀라움을 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신체 비율의 변화에 따라 주인공의 모든 동작들이 구체적으로 표현되었으며 전투에서 볼 수 있는 동작(motion)들도 다양해져 액션 게임다운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더욱이 그래픽/표현의 개선은 자연스럽게 연출력의 강화로도 이어져 꽤나 완성도 높은 2D 도트 게임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까다로워진 전투 - 타이밍/패턴을 학습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조작을 요구한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전투가 까다로워졌다는 것이다. 전작들은 점프/공격/이동의 간단한 조작만으로 적의 공격을 회피하고 공격을 연타하는 형태의 단조로운 전투만이 진행됐으며 보스의 난이도가 높지 않아 쉽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반면 본작에 들어서면서 공격 동작이 다양해지고 공격 후 경직이 발생해 마구잡이로 공격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특히 플레이어가 연타를 빨리 할수록 더 많은 데미지를 줄 수 있었던 전작에 비해 각 공격 동작마다 약간의 시간지연이 발생하여 아무리 연타를 빨리한들 단위 시간 내에 줄 수 있는 데미지가 한정되어졌다. 게다가 공격 후 발생하는 경직으로 인해 적의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기에 새롭게 추가된 ‘회피/구르기’ 기능을 적절하게 섞어가며 공격과 방어에 모두 신경을 써가며 전투를 진행해야한다.

전투 방식이 달라진 만큼 보스들의 공격 패턴도 까다롭고 위력적으로 바뀌었다. 처음보는 공격 패턴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여 공략하기가 쉬웠던 전작의 보스들과는 달리 대부분의 공격 패턴이 예측하기 어려운 형태로 바뀌었고 피해량도 매우 높아졌다. 그러다보니 보스의 공격을 몇번 허용하다보면 라이프 포인트가 바닥을 드러내며 자칫 눈깜짝할 새에 죽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러한 이유로 보스의 공격 패턴과 공격할 타이밍을 충분히 학습해야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조작능력을 요구하게 되었다. 물론 ‘학습’하는 과정에서 보스의 공격을 허용하고 몇번씩 죽게 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훨씬 넓고 복잡해진 스테이지, 짜임새를 갖춘 퍼즐, 그리고 더 많아진 즉사 구간

액션/플랫포머라는 핵심은 변하지 않았지만 더 넓고 복잡해진 스테이지는 메트로배니아(metroidvania)의 색깔을 더욱 명확히 가지게 되었다. 전작도 메트로배니아 형식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스테이지의 구성이 그리 복잡하지 않고 퍼즐의 형태도 단순했기 때문에 일직선 구성을 가진 단순 플랫포머 게임에 가까웠다. 그러나 [Momodora; Reverie under the Moonlight]로 넘어오면서 스테이지가 훨씬 넓고 복잡해졌으며, 그 안에 담긴 퍼즐도 더 어렵게 바뀌었다. 게임 진행을 위해 스테이지 곳곳을 탐색하고 장치(또는 오브젝트)를 작동시켜 길을 만들고 다양한 퍼즐을 풀어야 한다. 또한 정교한 조작을 요구하는 발판(platform) 구성과 진행을 방해하는 몬스터의 교묘한 배치, 더 많아진 함정과 즉사 구간은 스테이지 구성을 더욱 짜임새 있게 만들어 게임의 난이도와 조작하는 재미를 한층 높이고 있다.

1인 제작이지만 점차 발전되어 가는 것이 보이기에 후속작도 충분히 기대가 된다

처음부터 대단한 성과를 낸 [Momodora] 시리즈는 아니지만 명확한 색깔과 방향성을 정해 꾸준히 게임 제작을 해왔고 [Momodora; Reverie under the Moonlight]에 이르러서는 급격히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며 충분한 완성도를 갖춘 게임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개발자 ‘rdein’이 얼마나 많은 상업적 성과를 내고자 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어떤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지 본작을 통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으며 앞으로도 [Momodora] 시리즈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꾸준함과 발전적인 모습이라면 언젠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무엇보다 이미 본작을 즐겨본 사람들의 대부분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기에 [Momodora]와 제작자 ‘rdein’의 전망은 더욱 밝다.

못다한 이야기

- [Momodora; Reverie under the Moonlight]부터는 사실 1인 제작이 아니라 팀 단위로 게임이 만들어졌다. 팀이름은 'Bomberservice'이며, 제작자 rdein 외에 3명이 포함되어 있다. 다만 디자인부터 프로그래밍까지 모든 부분을 rdein이 담당했으며 나머지 2명은 프로그래밍과 음악을 담당했기에 rdein의 비중이 큰 것은 분명하다. 게임의 색깔이 기존과 동일한 것도 그러한 이유때문이라 생각된다.

- 본작을 [Dark Soul] 시리즈에 비유하여 '2D 다크소울'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Dark Soul]의 느낌이 어느 정도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패턴을 학습해야하는 보스전이나 곳곳에 산재된 함정과 즉사 구간 등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특히 포션을 먹을 때 제스처가 [Dark Soul]의 그것과 거의 똑같다.

- 이번 작품을 낼 때의 목표가 '그래픽과 게임성의 개선'이라고 하는 데 이정도라면 목표는 충분히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Strider  Hiryu 

장르 : 액션, 플랫포머

제작사 : Double Helix Games, Capcom

플랫폼 : PS3, PS4, X-box 360, X-box One,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Strider Hiryu]는 1989년 Capcom의 아케이드 게임으로 처음 세상에 나타났다. 지금 보면 80년대 게임다운 그래픽과 단순하기 짝이 없는 구성을 가진 플랫포머(platform) 게임이지만 주인공 ‘히류(Hiryu)’의 움직임은 당대 게임들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게임 자체가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Devil May Cry]나 [Ninja Gaiden] 같은 후대 액션 게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1999년에 발매된 후속작 [Strider Hiryu 2]와 Capcom이 참여하는 여러 콜라보(Collaboration) 작품에 꾸준히 등장하며 존재감을 유지해왔다. 이는 히류의 흥행은 실패했을지라도 Capcom이라는 거대 게임개발사가 중요하게 여기는 캐릭터임을 알 수 있으며, 게이머들이 ‘언제든지 후속작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은근한 기대를 가지게 만들었다. 결국 이러한 기대가 희미해질 무렵인 2014년, 마지막 작품이 발매된지 15년 만에 리부트(Reboot)를 선언하며 [Strider Hiryu]가 다시금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989년 / 1999년 / 2014년 [Strider Hiryu] - 그래픽 발전과 함께 움직임도 개선되었다

[Strider Hiryu]는 시리즈 사이의 공백기간이 긴 만큼 시리즈별 차이가 분명히 드러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래픽의 변화'다. 그래픽의 변화는 단순히 세월이 지나 기술력의 발전에 의한 당연한 현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본작은 그래픽 변화/발전을 넘어 캐릭터 탄생 25년만에 히류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구현해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D로 만들어진 기존 시리즈는 당대 게임들에 비해서는 뛰어난 움직임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히류라는 캐릭터의 특성을 온전히 게임으로 구현하기는 부족했다. 또한 비슷한 시기 또는 후대의 콜라보 작품에 등장한 히류의 움직임과 비교가 되면서 더 큰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2014년 리부트를 통해 3D그래픽으로 탈바꿈했는데 기존 2D에서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히류의 움직임이 3D로 넘어오면서 완벽하게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이유로 기존작품보다 더 부드럽고 다양하게 움직이는 히류를 만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히류의 움직임이 다양해진 만큼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의 연출력이 강화, 부드러운 조작감을 구축해냈다.

메트로배니아 구성은 벽과 천장을 자유롭게 오고 가는 히류에게 매우 적합하다

리부트를 거치면서 변화한 점이 또 있다면 바로 ‘게임 구성'이다. 1989년과 1999년에 만들어진 [Strider Hiryu]는 아케이드용으로 개발된 게임이며 일직선 게임 구성을 취하고 있었다. 이는 아케이드 게임의 특성상 일정 시간 이상 게임을 연속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저장&불러오기(Save&Load)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리부트작은 가정용 게임으로 만들어진 만큼 더 많은 분량으로 게임을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리부트에서는 기존의 일직선 구성을 벗어나 미로 같은 공간을 탐색하고 퍼즐을 풀어가며 게임을 진행하는 메트로배니아(Metroidvania/던전탐색형 액션게임) 구성으로 바뀌었다.

일직선 구성에서 메트로배니아 구성으로의 변화는 1차적으로 단순한 스테이지 구성을 탈피하고 전반적인 게임 진행을 늘릴 뿐만 아니라 다양한 퍼즐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이러한 효과 외에도 히류가 가진 특성이 메트로배니아 구성과 시너지를 내어 더욱 복잡한 공간 구성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히류는 벽과 천장에서 붙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며 발판(platform)만이 아니라 히류를 중심으로 한 상하좌우의 모든 면(面)에서 활동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을 반영하여 스테이지 구성을 복잡하게 만들어내었고, 퍼즐과 적을 좀 더 자유롭고 다양하게 배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더욱이 적과 싸우고 퍼즐을 풀이하는 과정에서 바닥-벽-천장을 자유롭게 오가는 히류는 이번 리부트에서 구현된 움직임을 보여주기에도 매우 적절하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조작과 전략 측면에서 다양성을 살리고 연출도 강화한다

다양한 기술의 추가를 통해 전투와 조작의 다양성을 살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전작들은 점프/공격의 단순한 조작법과 일정시간 동안 효과가 지속되는 소모형 아이템을 활용하는 구성이었으나 이번 리부트에서는 기존의 아이템들을 모두 기술(Skills, 스킬)로 옮기고, 새로운 기술과 속성 무기를 추가했다. 이러한 이유로 달려가서/공격하는 것(Hit and Run)만 가능했던 전작에 비해 좀 더 다양한 형태로 공격이 가능해졌다. 또한 일부 스테이지 보스와 적들은 특정 기술을 활용해야 공략이 가능하게 만들어 기술 활용 정도를 일정 수준 이상 끌어올리고 전략적 요소도 부여하고 있다. 기술이 추가된 만큼 조작법이 늘어났으며 적군의 패턴도 어려워져 단순한 점프/공격이 아닌 적재적소에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정교한 조작까지 요구하게 되었다. 물론 다양한 기술의 추가를 통해 히류의 액션과 연출을 강화하고 있어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게임이 풍부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Hit and Run’의 비중이 큰 것은 변함이 없다

스테이지 구성의 변화, 개선된 그래픽을 통한 히류의 액션 및 연출 강화, 기술의 추가를 통한 전략적인 요소 등 게임이 전작에 비해 풍부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구간에서 기존의 ‘Hit and Run’ 전투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러다보니 게임내 다양한 변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전투방법에서 전작과의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적과 조우할 경우 무작정 달려가 제거하면 되고 보스들도 패턴이 까다로워졌기에 특정 기술을 활용하면 공략이 쉬워지지만 대부분 일반 공격만으로도 공략이 가능한 수준이다. 그 뿐만 아니라 게임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적들은 게임 초반부터 후반까지 비슷한 패턴을 가지기 때문에 동일한 전투방식은 더욱 반복될 수 밖에 없다.(중간보스 또는 상급병사 같은 특수한 적이 등장하더라도 특정 기술과 일반공격의 조합으로 간단하게 공략이 가능한 형태가 대부분이다) 
‘Hit and Run’ 전투방식이 보여주는 [적 발견 - 정면 접근 - 근접 공격] 패턴이 ‘암살자'로 설정된 히류와는 맞지 않는다는 점은 이전 시리즈부터 지적되어온 부분인데 개선은커녕 오히려 고착화되었다는 것도 문제다. 기존의 'Hit and Run’ 전투 방식은 유지하되, 적들의 특성을 다양화하여 뒤에서 공격을 해야하거나 시야에 발각되지 않고 암살을 해야하는 등 좀더 다양한 공격방식을 활용할 수 있게 구성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이러한 부분은 벽과 천정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히류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암살자'라는 컨셉을 살림과 더불어 진행 방식의 다양성을 부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더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존재하지만 본작이 아주 오래된 고전 게임이었다는 것과 아주 긴 공백기를 거친 뒤 만들어진 것, 그리고 기존 시리즈의 틀을 지나치게 해치지 않고 새롭게 구성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성공적인 리부트인 것은 분명하다. 기존에 구현이 불가능했던 히류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구현해냈고 다양한 기술의 추가, 완전히 달라진 게임 구성, 화려한 액션과 연출 등 보완된 점이 많다. 더욱이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충분한 개선을 통해 다시금 세상 밖에 나올 수 있게한 Capcom의 행보는 [Strider Hiryu] 시리즈가 언제든지 또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Capcom이 생각하는 히류의 모습이 이번 리부트에서도 모두 드러나지 않은 것일지 누가 알겠는가? 다음 시리즈가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더욱 화려한 모습으로 귀환할 것을 기대해 본다.

못다한 이야기

- 'Hit and Run' 전투가 고착화될 수 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체력공급에 있다. 체크포인트마다 체력을 모두 채워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스테이지 곳곳에 체력을 채워주는 아이템들이 많이 널려있다. 사실상 보스전을 제외하고는 체력이 부족할 일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나쁘지 않은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화려한 액션에 적당한 스피드, 그리고 충분한 조작감까지 플랫포머로써 이정도면 준수한 완성도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우리는 '완성도 높고 정말 재미있는' 게임을 바라기에 좋은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 그래픽은 나쁘지 않은 수준이나 일부 컷신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인물 텍스처는 '폴리곤'에 가까운 모양이라서 약간의 거부감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사실 스토리가 그리 중요한 게임은 아니라서 컷신이 아쉽더라도 별로 상관없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Undertale

장르 : RPG, 슈팅, 퍼즐

제작자 : Toby Fox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만약 당신이 [Undertale]을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리뷰 읽는 것을 그만두기를 바란다. 리뷰의 특성상 게임 속에 담긴 것을 언급할 수 밖에 없으며,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이 리뷰도 다르지 않다. 물론 스토리에 대한 언급 없이 이야기하는 것도 가능하기에 리뷰를 읽는 것 자체가 게임을 즐기는 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Undertale]은 다르다. 이 작품은 당신이 지금껏 보아왔던 게임과는 다른 것을 가지고 있다. 리뷰를 접하는 순간 당신은 이 작품을 온전히 즐길 수 없게 된다. 스토리를 언급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이 게임의 특징 하나하나가 당신의 감각을 자극하고 당신에게 충격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리뷰는 ‘어떤 특징’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당신이 ‘어떤 특징'에 대해 알게 되는 순간 [Undertale]이 전달하는 온전한 감동과 충격은 반감되어버릴 것이 분명하다. 물론 이 리뷰를 찾아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어떤 경로를 통해 본작에 대한 크고 작은 정보들을 얻었기 때문이리라. 그럼에도 나는 당신에게 권한다. 조금이라도 더 강렬한 감동과 전율을 느끼고 싶다면, 제작자 Toby Fox의 의도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싶다면 이 웹사이트를 종료하기 바란다.

선택의 가시성 - 선택의 갈림길에 다다르더라도 당신은 그것을 알 수 없다

당신은 본 리뷰를 계속 읽어 나가기를 ‘선택'했다. 그리고 본작에서 주목해야하는 것은 바로 당신의 ‘선택'에 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선택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지만 [Undertale]에서의 선택은 지금껏 게임에서 해왔던 선택과는 조금 다른 형태와 의미를 지닌다. 일반적으로 게임을 진행함에 있어서 당신에게 주어지는 ‘선택'이란 가시적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기존의 게임은 직접적으로 선택지를 제공하는 형태이며 당신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분명히 기억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향후 당신이 게임을 진행하는 전략이나 방법, 그리고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서 결정을 내리는 데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Undertale]에서 ‘선택'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게임은 당신에게 직접적으로 선택지를 보여주지 않는 대신 당신의 행동이 모두 선택으로 이어진다. 당신은 자신의 선택이 무엇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행동을 하게 되고 그것이 선택으로 직결된다. 그리고 그 선택이란 다음 두 가지 뿐이다.

싸우지 않고 친구가 될 것인가? 아니면 적으로 인식해 죽일 것인가?

선택의 과정 - 현재 상황에 대처하는 행동이 곧장 선택으로 이어진다

‘친구가 될 것이냐 죽일 것이냐'는 얼핏 단순해보일지 몰라도 그 선택의 과정은 당신을 매우 괴롭게 만든다. 여기서 말하는 과정이란 [Undertale]의 독특한 전투 방식을 말한다. 본작의 전투는 흔히 ‘탄막게임’이라고 불리는 슈팅게임과 ‘연애 시뮬레이션’이라고 불리는 시뮬레이션 게임의 형태가 결합되어 있다. 전투에 돌입하게 되면 괴물들은 당신에게 무수히 많은 탄을 쏘아대며 당신을 죽이려든다. 동시에 당신은 그 공격을 피하면서 괴물을 공격하거나 괴물에게 말을 걸고 특정 행동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탄막게임의 특성상 한번의 공격을 피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인간을 증오하는 괴물의 마음을 돌려 친구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당신이 괴물과 처음 마주쳤을 때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괴물의 공격을 여러 번에 걸쳐 받아내는 당신의 심리는 조금씩 변화하며 내면에 담긴 심정이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가장 솔직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나는 너와 친구가 되고 싶어! 너는 그저 한마리 괴물일 뿐이야!

선택의 책임 - 주인공의 행동과 선택은 온전히 당신의 것이다

결국 당신은 선택을 했다. 그러나 [Undertale]은 ‘게임'이기 때문에 그 선택은 당신의 것이 아니다. 선택을 한 것은 주인공이며, 그들과 친구가 된 것도 주인공, 그들을 죽인 것도 주인공이다. 그들과 친구가 된 행복은 주인공의 것이며, 그들을 죽인 죄책감 또한 주인공의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당신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행복해하거나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어째서일까?

본작의 등장인물들은 당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찰나에 당신에게 조금씩 말을 걸고 있었다. 이러한 증거는 게임 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어줍잖은 농담을 던질 때마다 주인공이 아닌 당신을 쳐다보거나 게임 시스템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등 말이다. 간혹 갑자기 게임을 꺼버리는 것까지… 무엇보다 주인공은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는다. 왜? 바로 작중 주인공이 당신이고 당신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당신과 작중 주인공은 서서히 하나가 되며, 당신이 느끼는 감정은 오롯이 주인공의 것이 된다. 더 나아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점차 당신의 감정이 이입되기 시작한다. 결국 주인공이 행하는 행동들은 당신의 행동이 된다.

그리고 주인공의 행동… 아니! 당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한다

선택의 결과 - 어떤 선택을 해왔느냐에 따라 앞으로 맞이할 이야기가 달라진다

당신의 선택에 따른 책임은 그에 걸맞는 결과로 나타난다. 당신은 모두와 친구가 될 수 있고, 모두를 죽일 수도 있다. 아니면 당신이 원하는 일부만 죽일 수도 있다. 그리고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Undertale]에서 맞이하게 될 당신의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지하세계의 괴물들도 당신을 바라보는 태도가 변한다. ‘자비'와 ‘친절'에 대해 노래하거나, '무자비'와 '잔혹함'에 대해 이야기 한다.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에 기뻐하거나 당신을 적으로 돌린 것에 대해 원망하고 후회할 수도 있다. 또는 당신을 지키고자 했던 마음을 포기하고 당신을 공격한다. 간혹 당신이 모르는 또 다른 당신을 언급하며 두려워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당신의 선택이 불러일으키는 결과이며 그에 따라 이야기도 조금씩 달라진다. 물론 끝맺음도 마찬가지다.

이 이야기는 당신의 선택이 모여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선택의 잔존 - 당신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지언정 그들은 당신을 기억하고 있다

이야기의 끝을 본 뒤 당신은 다시 게임을 진행하고자 게임을 리셋(reset)한다. 그런데 뭔가 다름을 발견한다. 원래 자리에 있어야할 괴물이 없다. 또 다른 괴물은 당신에게 '오랜 친구를 처음 본 듯한 느낌'이라고 말한다. 처음 게임을 진행했을 때와 달라진 점들이 게임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누군가는 당신이 이전에 선택했던 것들에 대해 기억을 한다는 듯 말을 한다. 그렇다. 당신의 선택은 사라지지 않고 [Undertale] 속에 남아 있다. 그들은 당신의 행동과 선택을 온전히 기억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당신에게 이를 표현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당신이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하길 바라기에…

[Undertale]은 선택에 따른 결과와 그 선택의 지속성이 게임성의 핵심이다

어렵게 이야기했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플레이어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 그리고 그 지속성이 게임의 핵심이라고 할 수있다. 선택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보니 선택지를 주어 고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또는 플레이어)이 처한 상황에 대처하는 행동 자체가 선택이 되도록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선택에 따른 다양한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다중결말(Multiple Ending)'을 제공하고 이전 결말에 따른 변화를 게임 곳곳에 배치해두어 단순히 다른 결말을 보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게임을 곱씹으며 진행하도록 만들고 있다. 여기에 플레이어에게 말을 거는 듯한 표현방식과 이를 통해 작중 주인공과 작외 플레이어의 일체화를 통해 강한 몰입을 유발한다는 것도 매우 인상적이다. (조금 어려운 말로 표현하자면 '제 4의 벽'을 허무는 과정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지면서 주인공의 선택은 플레이어의 것이, 플레이어의 감정은 주인공의 것이 되면서 더 깊은 감동과 충격을 받게 되어, 결국 [Undertale]에 담긴 더 많은 것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게임을 반복하게 된다.

게임을 끊임없이 파헤치게 만드는 수많은 '이스터에그'와 그 '의미’

선택에 따른 다양한 결말과 이전 결말에 따른 게임내 변화 외에도 수많은 이스터에그(Easter Egg)들이 존재한다. 이스터에그라 함은 프로그래머의 소소한 장난에 불과하지만, 게임내 요소들과 적절히 결합해 게임의 흥미를 돋우는 역할을 한다. 특히 [Undertale]은 다중결말로 인한 반복적 게임 진행이 필수인데 다양한 이스터에그의 존재는 다중결말 구성과 시너지를 일으켜 더욱 빛을 발한다. 회차를 반복할 때 마다 다른 선택을 해볼 수 있는 것과 그에 따라 달라지는 결말, 그리고 (이스터에그에 의해) 매번 새로운 요소를 발견하게 됨으로써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더라도 게임을 파헤치며 진행하는 재미를 부여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게임 내 요소들은 각자 어떤 '의미'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플레이어가 게임 내용을 스스로 해석해보게 만들어 게임 외적으로도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등장인물이나 테마곡의 이름이 가지는 의미와 유래, 각 등장인물들이 표현하고자 한 인물상 등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게임에 대해 생각해볼 요소가 많다. 이는 게임을 반복하여 곱씹고 파헤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이러한 의미를 담기 위해 제작자가 게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을 하여 세세한 설정을 구축해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게임이 제공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며 [Undertale]을 더욱 깊이 있게 즐기도록 만든다.

도트 그래픽 속에 담긴 정교한 짜임새는 우리에게 충격과 감동을 선사한다

[Undertale]이 겉보기에는 대단한 게임이 아닐지도 모른다. 시선을 끌만한 환상적인 그래픽이 있는 것도 아니며, 아주 방대한 이야기가 담긴 것도 아니다. 또한 많은 투자를 받아 제작되거나 거대한 유명 제작사에서 만든 것도 아니다. 그저 1인 제작자가 만든 '지하에 떨어진 아이가 바깥으로 나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나 왜 우리는 이 게임에 열광하는 것일까? 바로 게임 속에 일어난 일들이 모두 '당신이 야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친구가 된 것도 당신이 선택한 일이며, 모두를 죽인 것도 당신이 선택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단순한 이야기라 할지라도 우리는 울고 웃고 괴로워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감정들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되어 그들 역시 [Undertale]을 통해 또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고? 수많은 2차 창작물을 만들고 수십번에 걸쳐 반복적으로 게임을 즐겼다는 사례들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당신이 좋아하게 된 괴물이 하나라도 있지 않은가? 그 정도면 충분하다.

못다한 이야기

- [Undertale]의 파급효과는 멈추지 않고 쏟아지는 2차 창작물만 봐도 알 수 있다. 각 캐릭터별 팬아트 뿐만 아니라 게임OST Remix도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그 수준도 매우 높아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본작을 즐기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 다중결말을 제공하기는 하나 더 중요한 것은 엔딩에 따라 다른 엔딩에 대한 '힌트'를 준다는 것인데, 애초에 회차 반복이 필수인 게임임을 알 수 있다. 게임을 하면 할수록 더욱 빠져들게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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