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Titan Souls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Acid Nerve

플랫폼 : PC, PS4, PS Vita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인디게임 개발사 ‘Acid Nerve'가 만든 [Titan Souls]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액션 게임에 비해 게임 내에 담겨진 것이 많지 않다.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은 주인공과 거인들(Titans) 뿐이다. 게임 내 이야기가 전무하며, 조작법 이외에 게임 진행 방식을 알려주지 않고, 지도와 아이템 같은 보조도구조차 제공하지 않는다.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컷신도 없고, 눈을 즐겁게 해주는 화려한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니며,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할 구성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의 내용만으로 생각해볼 때 과연 이게 게임이 맞는지 의심이 들 수 있으며 과연 무슨 재미로 즐기는 게임인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요소들이 포함되지 않더라도, 게임을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아 [Titan Souls]가 충분히 매력적인 게임이며 독특한 게임성과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화살 하나로 거인을 쓰려뜨려라! - [Titan Souls]의 핵심이자 모든 것

[Titan Souls]는 주인공이 미지의 공간을 탐험하며 여러 거인들(Titans)을 만나고 그들을 쓰러뜨리면 되는 아주 단순한 구성을 지니고 있다. 플레이어는 한 자루의 활과 한 발의 화살을 들고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을 활보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대면하게 되는 거인들과 피할 수 없는 싸움을 하게 된다. 그런데 거인과 플레이어 모두 ‘단 한번'의 유효한 공격으로 죽게되는데 이 과정에서 본작이 가진 아주 독특한 게임방식을 보여 주게 된다.

싸움을 반복하고 패턴을 학습하여 회심의 일격으로 거인을 쓰러뜨려야 한다

거인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쓰러지지만 공격을 적중시키기까지의 과정은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 각 거인들마다 약점이 존재하는데 약점에 공격을 적중시켜야만 거인을 쓰러뜨릴 수 있으며 약점 외에는 모든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 또한 거인들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행동 패턴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며 플레이어를 공격한다. 그렇기 때문에 거인의 움직임을 잘 살피면서 약점을 파악한 뒤 패턴을 이해하고, 예측하여, 이용해야만 공격을 적중시킬 수 있게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수 많은 죽음을 경험할 것이며, 몇 번의 도전 끝에 패턴을 온전히 파악했다 하더라도 약점을 공격하기 위한 타이밍을 잡아낼 센스와 적절한 컨트롤을 요구하기에 더 많은 죽음과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거인을 쓰러뜨리기 위해 플레이어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게임에 몰입할 수 밖에 없으며, 수십번의 도전 끝에 거인을 쓰러뜨리게 되면 극도의 성취감과 함께 다음 거인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도전의식을 느낄 수 밖에 없게 된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미지의 공간들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형성한다

거인을 쓰러뜨리고 다음 거인을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미지의 공간을 지나게 된다. 게임 초반에는 아주 좁고 정형화된 신전에서 거인들을 만나게 되지만 게임을 조금만 진행하게 되면 매우 넓고 다양한 환경을 담은 공간에 도달하게 된다. 이때부터는 미지의 공간을 탐색하며 거인을 찾아나서야 하며, 얼음계곡, 바람절벽, 용암지대, 비밀숲 등 다양한 환경을 가진 공간을 만나 신비로운 분위기를 접하게 된다.

미지의 공간이 풍기는 신비로움은 작품 내 이야기를 완전히 배제하는 방법을 활용하여 그 분위기를 강화하고 있다. 게임의 진행을 위해 이야기가 필요한 작품이라면 스토리의 부재가 독이 될 수 있지만 [Titan Souls]는 ‘거인과의 싸움'만이 중요할 뿐이기에 스토리의 부재로 인해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다. 게다가 오히려 게임 내 스토리의 부재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작중 이야기를 상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게임 전반에 걸친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욱 강화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거인 이외의 모든 생물을 배제함으로써 거인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이야기의 부재와 함께 게임 내에 포함되지 않는 또 다른 요소는 게임 곳곳에 산재되어 있어야 할 크리쳐(또는 몬스터)다. 거인을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수 많은 공간을 지나치지만 그 어떤 크리쳐도 만날 수 없다. 간단한 조작 연습이나 게임 내 공간을 채우기 위한 보조요소로서 거인 이외의 크리쳐를 집어넣을 수 있었겠지만 [Titan Souls]에서는 거인을 제외한 요소는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이는 작품의 중심 소재인 거인(Titan)에 온전히 초점을 맞추고자 했음을 알 수 있으며, 플레이어가 거인과의 싸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스테이지를 구성 해놓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RPG같은 주인공의 성장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 그리고 거인과의 싸움이 고도의 집중력과 조작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거인 이외의 크리처가 포함되었다 하더라도 그 비중은 매우 적었을 것이다.

불필요한 요소는 온전히 배제하고 오로지 거인과 주인공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토리의 부재를 통한 신비로운 분위기의 강화, 거인 이외의 크리처를 배제하여 거인에 대한 집중도 향상, 그리고 ‘상호간 한 방 싸움’이라는 독특한 게임성. 이 모든 것은 ‘거인과의 싸움’에 집중하기 위해 불필요한 것들을 최소화하여 작품의 핵심 컨셉에 집중하고자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게임 내 어떤 이야기도 들려주지 않지만 작품 속에 담긴 요소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며, 거인을 만날수록 다음 거인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간다. 여기에 패턴의 학습과 정교한 조작이 요구되는 독특한 게임성으로 도전의식까지 자극하게 되면서 [Titan Souls]만의 고유한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게임은 정말 단순하다. 화살로 거인을 맞춰 쓰러뜨리면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당신의 감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을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

- 처음 엔딩을 보기까지 167번 죽었다. 게임을 진행하는 중에 워낙 많이 죽다보니 얼마나 죽었는지 감이 오지 않을 정도다. 일부 거인들은 운이 좋아서 공략을 하게 되었는데, 아마 운이 나빴다면 더 많이 죽었을지도 모른다.

- 엔딩을 보기까지 모든 거인과 싸우지는 않아도 되는데, '진엔딩'이 따로 포함되어 있어서 반복플레이를 가능하도록 구성해두었다. 물론 한번 싸워본 거인이라 할지라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2회차, 3회차 플레이를 해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본문에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도트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깔끔한 그래픽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게임 자체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연출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The Evil Within Assignment/Consequence 

장르 : 호러, 액션

제작사 :  Tango Gameworks

플랫폼 : PC , PS3, PS4, X-bos 360, X-box ONE,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The Evil Within’ 리뷰의 연장선으로 작성된 글이며, 다운로드 컨텐츠를 독립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The Evil Within]은 ‘호러+액션’이라는 혼합장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두 장르의 합일점을 이어가지 못한채 호러로 시작해 액션으로 끝을 내버리는 다소 아쉬운 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두 장르의 게임팬들의 마음을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The Evil Within]의 DLC(DownLoad Contents) 발매는 자연스럽게 번외편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렸고, 번외편 역시 본편과 비슷한 게임성을 가진 작품으로 예상할 수 밖에 없는 수순이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The Assignment]와 [The Consequence]는 본편과 완전히 다른 게임성을 보여주었고, ‘호러와 액션의 합일점’을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The Evil Within]의 소재에 부합하는 ‘호러’ 장르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여형사 ‘줄리 키드먼’을 주인공으로 한 [The Evil Within]의 뒷이야기다

[The Assignment]와 [The Consequence]는 [The Evil Within]의 조연이었던 ‘줄리 키드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던 본편의 이야기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야기 진행 과정 중 본편의 이야기 흐름과 교차되는 지점을 제공함으로써 [The Evil Within] 전체 이야기를 다시금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일한 사건을 다른 인물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급작스럽다고 생각했던 인물들의 행동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번외편이긴 하나 본편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동시에 다른 주인공이 풀어나가는 독립적인 이야기로도 볼 수 있다.

본편과는 달리 주인공은 위험요소에 매우 취약하며,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

[The Evil Within] 본편과 번외편의 차이는 주인공이 게임 내 문제상황을 해결해가는 방법에 있다. 본편의 주인공은 게임을 진행할 수록 점차 많은 수의 무기를 획득하며, 무기를 다루는 능력까지 강화해 나간다. 초반에는 적을 피하거나 은신 살해는 하는 등 다소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중-후반부터는 온갖 무기를 쏟아부으며 매우 공격적인 방법으로 모든 위험요소를 제거해버린다. 그러다 보니 작중 등장하는 괴물들은 공포의 대상이 되기보다 제거해야할 대상으로만 보이게 된다. 또한 무기를 동원해 문제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은 호러가 아닌 액션 게임에 가까우며, 공포감보다는 액션게임의 긴장감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기게 된다.

하지만 [The Assignment]와 [The Consequence]에서는 그 어떤 무기도 주어지지 않으며, 본편과 달리 주인공의 전투능력이 매우 약하다. 그래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적을 피하거나 숨겨진 길을 찾아 도망다니는 방어적인 태도로 취할 수 밖에 없다. 무기를 사용해야 하는 구간이 있기는 하나 특정 조건이 성립할 경우에만 무기 사용이 가능하며, 조건을 만족시키이 위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위험에 노출될 수 밖 없다. 결국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강한 위축감을 느끼게 되며, 동시에 극도의 공포감을 동반하게 된다. 이로 인해 액션 게임의 색깔을 완전히 배제한 채 공포 게임의 색깔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효과를 얻게 되었으며 장르의 정체성을 분명히 할 수 있게 되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공간. 손전등 하나로 길을 비춰 나아가야 한다

공포 게임으로서 정체성을 확고히하게 된 또 다른 요소는 ‘손전등’이다. 무기가 주어지지 않는 대신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것은 손전등(또는 야광봉) 뿐이다. 그리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공간을 손전등으로 비추며 길을 찾아 나아가야 한다. 이처럼 어두운 공간과 좁은 시야를 통한 공포감 유발은 공포게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구성이며, [The Assignment]와 [The Consequence]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 또한 앞서 언급했던 ‘취약한 주인공’과 ‘무기가 주어지지 않음’으로 공포감을 더욱 극도로 끌어올리고 있다.

장르의 색깔을 확실히 잡고나니 오히려 더 나은 게임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액션과 호러의 합일점을 찾지 못한 [The Evil Within]이었지만 DLC에서는 장르의 색깔을 매우 분명하게 잡아내었다. 액션과 호러의 합일점이라는 기존의 과제를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작품의 컨셉과 일치는 ‘호러’ 장르의 색깔을 분명히 보여주었기에 오히려 더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The Assignment]와 [The Consequence]은 과거 [Biohazard] 초기작의 모습을 닮았다고도 할 수 있으며, 새로움을 찾기보다는 기본으로 돌아간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The Evil Within] 본편에 대한 실망감을 어느 정도 희석시켰으며, 향후 등장할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금 높이기에 충분하다.

못다한 이야기

- 본편에서 보여줬던 '시각을 이용한 퍼즐'은 DLC에서도 유효하다. 특히 손전등의 빛과 그에 따른 그림자를 이용한 퍼즐은 아주 참신하게 느껴졌다. 다만 퍼즐 자체가 공포감을 조성하지는 않았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 '즉사'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Light Woman' 구간이 DLC의 즉사 구간 중 하나인데 작중 가장 공포감이 극대화되는 구간이다. 본편의 공포 요소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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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Crysis

장르 : FPS, 액션

제작사 : Crytek

플랫폼 : PC, PS3, X-box 360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FPS(1인칭 슈팅게임)는 여러 장르 중 가장 개성있는 장르이면서 가상 현실에 가장 가까운 형태를 지닌 장르다. 1인칭 시점을 통해 느낄 수 있는 현실감과 게임 속에 직접 들어가 행동을 하는 듯한 간접체험 효과는 FPS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고유한 특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장르 고유의 특징은 ’시점’에서 오는 것이며, 이로 인해 FPS는 1인칭 시점이라는 틀 안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제한점을 가지게 된다. 이 때문인지 FPS는 등장한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없이 고착화된 장르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FPS가 가지는 장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적 요소들을 게임 내에 도입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독특한 무기의 등장, 작중 공간과의 복잡한 상호 작용 구성, 버튼 액션과 컷신을 이용한 연출 등이 FPS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다양한 요소가 새롭게 도입되었지만 ‘눈에 보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장르의 한계를 깨기 위해 도입한 요소들의 대부분은 플레이어가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되었기에 다소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시점이 매우 중요한 장르이기에 ‘눈에 보이는 것’으로 새로움을 부여하려고 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며 충분히 납득이 되는 시도이지만, 대개 독특한 무기를 부여하거나 버튼 액션이나 컷신을 이용한 연출에 그칠 뿐이었다. 물론 이 같은 시도는 과거에 비해 더 큰 즐거움을 부여하기에 충분하지만 ‘1인칭이기 때문에 보이는 것에서 변화를 시도해야한다’라는 닫힌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나노수트(Nanosuit) - 기존 FPS의 시도와 상반되는 ‘보이지 않는 요소’

이러한 관점에서 [Crysis]를 바라본다면 보이는 요소가 아닌 ‘보이지 않는 요소’를 통해 FPS의 한계를 극복하려 했음을 알 수 있는데, 그 ‘보이지 않는 요소’란 본작에 등장하는 나노수트(Nanosuit)를 말한다. 나노수트는 컷신(Cut Scene)이 아니라면 플레이어가 관찰할 수 없는 요소인데, 작중 주인공이 입고 있는 장비이기 때문에 1인칭 시점에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게임 진행 중에는 전방(또는 총기의 조준점)으로 고정된 시점으로 인해 해당 장비의 작동과정이나 연출을 플레이어가 파악할 수 없다. 이는 장르의 성격상 무기(보이는 요소)에 초점을 두고 있어 투사체의 효과와 게임 내 연출에 집중하는 기존의 FPS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하나 짚고 넘어 가야할 부분이 있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인 나노수트가 게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해서다. 기존 FPS가 집중하던 ‘눈에 보이는 요소’는 게임 진행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더라도, 분위기 전환을 위한 장치나 플레이어가 인지할 수 있는 연출들로 작용하기 때문에 해당 요소의 역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요소’는 연출이나 분위기에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기에, 게임 진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그저 하나의 소재에 불과한 이름뿐인 요소로 전락하게 된다.

게임 화면 - 나노수트는 보이지 않지만 게임 진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나노수트는 게임 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나노수트가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나노수트가 가진 ‘기능’에서 나온다. 나노수트의 기능이란 주인공의 신체 능력을 강화해주는 것으로 방어 / 은신 / 힘 / 속도 의 네 종류의 모드가 존재한다. 그리고 나노수트의 각 모드들은 단순히 신체능력 강화의 역할을 하는 것 이상의, 게임을 진행하는 데 있어 전략적인 측면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Crysis]의 스테이지 구성은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일자형 진행의 닫힌 공간이 아닌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열린 공간의 구성을 가진다. 열린 공간의 특성상 게임 진행 중 달성해야할 목표가 정해져 있더라도, 목표를 달성하기까지의 과정은 플레이어 스스로가 결정해야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활용해야 하는 것이 나노수트의 모드들이다. 어떤 모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이 많이 달라지는데, 보편적인 FPS의 전투처럼 적군과 전면전을 펼칠 수도 있고, 적군의 시야를 피해 잠입하거나, 빠른 기동성으로 전투를 피해 목적지에 도달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나노수트의 모드는 고정적이지 않고 실시간으로 변경이 가능하며, 각 모드들을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에 따라 임무의 성패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나노수트의 효과적인 활용을 위해 플레이어가 처한 상황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모드를 결정하는 판단 능력과 매순간 알맞은 모드로 변경하는 정확한 조작 능력을 요구하므로, 무기와 나노수트를 동시에 활용해야하는 독특한 게임성과 함께 긴장감 넘치고 속도감 있는 게임 전개가 가능하다.

주인공들의 비중은 다소 희미했지만 나노수트의 비중은 매우 확고하다

게임 내에서 활용하는 장비로서의 나노수트의 역할을 알았으니 이제 조금은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Crysis]라는 작품에서 나노수트는 ‘이야기의 소재’로서도 비중이 매우 크다. 이는 본작 [Crysis]와 확장팩 [Crysis Warhead]를 비교해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각 작품의 주인공은 서로 다른 인물이며, 두 작품에 모두 등장한다. 하지만 서로 다른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각 인물이 처한 사건은 매우 비슷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인물간의 사건과 갈등은 거의 다루지 않고 ‘나노수트를 입은 특수부대원들의 외계인을 물리친다’라는 인물 자체는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인물의 비중이 매우 떨어지게 된다.

반면 나노수트는 희미해진 주인공의 비중과 독특한 게임성에 힘입어 그 비중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나노수트의 비중이 올라간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야기의 깊이가 떨어지고, 비중이 약한 주인공과 단조로운 구성의 이야기로 인해 스토리를 즐기는 맛은 부족할지 언정, [Crysis]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 나노수트가 될 만큼 작품의 핵심소재이자 상징으로서 그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나노수트는 [Crysis]가 FPS의 한계를 넘어서게 해주면서 본작의 상징이 되었다.

결국 나노수트는 ‘보이는 요소’에 집중하던 기존의 사고에서 벗어난 요소로서 [Crysis]만의 독특한 게임 방식을 구축해냈을 뿐만 아니라, 하나의 작품을 상징하는 요소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는 기존 FPS가 가지고 있는 틀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한계를 극복해낸 것이며, ‘보이는 요소’가 아닌 ‘보이지 않은 요소’에 집중한 완전히 새로운 시도라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Crysis]의 나노수트는 FPS라는 장르의 고착화된 모습을 성공적으로 깨뜨린 장치라고 볼 수 있으며, 향후 개발된 FPS가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한 모범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

- 나노수트 모드 전환은 다소 익숙치 않은 조작법이라 게임 초반에는 매우 낮설다. 하지만 게임을 진행할수록 나노수트 조작법에 익숙해지는데, 플레이어의 역량만 요구된다면 오프닝 영상처럼 화려한 전투가 가능하다.

- 개인적인 문제겠지만 오류가 상당히 자주 걸렸다. 소리가 안들린다거나, 튕김 현상이 발생한다거나, 최종 보스에서 핵탄두 발사 지정이 안되서 엔딩을 못본다거나... [Crysis]만큼 오류가 잦은 게임은 처음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개인적인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 주인공의 비중이 적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Crysis]의 주인공 '노매드'의 얼굴이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Crysis Warhead]의 주인공 '사이코'와 특수부대의 대장인 '프로핏'이 더 자주 나오는 수준. 게다가 딱히 주인공이 누구든 상관없는 스토리였기에 비중이 더 줄어들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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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Dying Light

장르 : 액션

제작사 : Techland

플랫폼 : PC, PS4, X-box One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좀비가 등장하는 작품은 아주 오래 전부터 만들어졌으며, 영화, 소설, 만화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해왔다. 좀비의 등장은 게임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으며, (현재는 유행이 지나긴 했지만) 좀비가 등장하는 게임은 생각보다 많이 만들어졌다. 독특한 점이 있다면 영화, 소설, 만화에서는 인간에게 상당히 위협적인 괴물로 등장하던 좀비들이 유독 게임에서만큼은 인간에게 쉽게 쓰러지는 존재가 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RPG 장르에서 저레벨 구간의 사냥용 몬스터로 좀비가 등장해 온 것이 원인이라 추측이 되는데, 게임이 보편화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게이머들은 ‘좀비 = 위협적이지 않는 대상’이라는 인식을 가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좀비를 핵심소재로 한 게임들이 등장함과 동시에 적지 않은 수의 작품이 컨셉을 '많은 수의 좀비를 죽이고 탈출하기’, 즉, ‘좀비학살’로 잡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좀비 = 반드시 죽여야 하는 대상’으로 고착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좀비를 보면 싸워서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보편화되었다

그렇다면 좀비를 핵심소재로 만들어진 [Dying Light] 역시 ‘좀비 학살 게임’으로 보아야 할까? 만약 기존 좀비 게임들을 생각하고 본작을 시작한다면 꽤나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 생각만큼 잘 죽지 않는 좀비로부터의 당혹감, 식칼이나 몽키스패너 같은 변변찮은 무기로 싸워야하는 답답함, 그리고 좀비에게 죽게 되었을 때 느끼는 짜증은 게임 자체에 대해 불만과 의아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은 앞서 언급한 ‘좀비 = 반드시 죽여야 하는 대상’이라는 선입견에 의해 발생한 것이며, [Dying Light]라는 게임에 대해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게임을 시작한 결과이다.

좀비를 소재로 했지만 ‘좀비 학살’이 아닌 ‘파쿠르’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다

[Dying Light]는 좀비 학살 게임이 아닌 프리러닝(Freerunning)이라고 불리는 ‘주변 환경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극복하는 훈련이자 이동기술’인 파쿠르(Parkour)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내내 달음질을 하며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다니고, 좀비의 머리를 밟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등의 이동능력에 비중을 두고 있으며, 전투에 대해서는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또한 작중 임무의 극히 일부만이 좀비를 죽이라는 내용일 뿐, 그 이외의 임무는 특정 목적지까지 도달하거나 물건을 운반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이는 애초부터 게임의 설계 방향을 ‘좀비 학상’이 아닌 ‘파쿠르’로 정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다른 게임에 비해 [Dying Light]의 좀비를 죽이기 어렵다는 것도 파쿠르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장치이다. 기존 작품에서는 다수의 좀비들이 몰려오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이 소유하고 있는 무기로 좀비들을 죽이는 것이었다. 화염병 몇 개, 총이나 칼 한자루만 있으면 몇 마리의 좀비가 몰려와도 두려워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Dying Light]의 좀비들은 화염병을 던져도 잘 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총은 거의 주어지지 않고, 막대기나 판자, 낫, 망치 같은 전문무기가 아닌 일상도구들로 좀비와 싸워야 한다. 이러한 게임 내 조건들은 좀비들과의 교전을 피해 도망다닐 수 밖에 없게 만든다. 그리고 이를 위한 생존방법으로 파쿠르를 활용하고 있기에 본작이 좀비 학살이 아닌 파쿠르 게임임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줌과 동시에 게임 내에서 파쿠르의 활용이 더욱 빛을 발하도록 만들어준다.

‘파쿠르 + 1인칭 시점’은 마치 화면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하나 주목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게임의 ‘시점’이다. 작중 주인공이 파쿠르를 할 때 게임 내 시점이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플레이어가 받는 느낌은 크게 달라진다. 핵심소재가 파쿠르는 아니지만 파쿠르를 게임 내에 도입한 작품들은 적지 않으며, 기존 작품들을 비교해보면 어떤 차이가 발생하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3인칭 시점의 작품들은 주인공의 화려한 행동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3인칭 시점의 특성상 게임 밖에서 거리를 두고 작중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에 파쿠르 특유의 날렵하고 아슬아슬한 움직임을 플레이어가 체감하기 어렵다. 그에 반해 플레이어의 시점이 1인칭으로 설정되어 있는 작품들은 주인공과 플레이어의 시점이 동일하기에, 주인공의 행동을 볼 수 없지만 플레이어가 직접 건물 사이를 건너다니면서 파쿠르를 시도하는 듯한 느낌과 함께 강한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그 외에도 좀비에게 붙잡혔을 때 얼굴을 물어뜯길 것만 같은 공포감,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의 아찔함, 어둠 속에서 좀비들의 시선을 피해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긴장감 등 감정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Dying Light]의 시점에 1인칭으로 설정된 것은 매우 탁월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플레이어의 역량만 받쳐준다면 누구보다 더 빨리 어디든지 돌아다닐 수 있다

파쿠르의 의미가 ‘주변 환경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극복하는 훈련이자 이동기술’임을 생각해볼 때, 파쿠르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좀비’ 이외에도 파쿠르를 활용할만한 환경이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 단조롭고 반복적인 건물 및 사물의 배치, 또는 큰 위기감 없이 이동할 수 있는 환경구성이라면 파쿠르 게임으로서 의미를 찾기 힘들며,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매우 지루하고 단조롭게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Dying Light]는 사물과 건물 배치가 복잡하며 다양한 환경구성을 포함하고 있기에, ‘주변 환경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극복하는 훈련이자 이동기술’로서 파쿠르를 진가를 확인하기에 적합하다. 좀비와 싸우는 것이 아닌 목적지로 도달하기만 하면 되는 게임임에 불구하고 건물을 뛰어넘고, 난간을 오르고, 지붕 위로 떨어지며, 낮은 틈새 사이로 미끄려져 지나가는 등 지형지물을 이용한 다양한 액션이 가능하기에 지루할 틈이 없다.

재미있는 점은 1인칭 시점으로 인해 화려한 파쿠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의 역량을 상당 부분 요구하게 된다는 점이다. 1인칭 시점으로 인한 (3인칭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 시야는 주변 환경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데, 파쿠르를 능숙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플레어어가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알맞은 대처 방안을 순발력있게 생각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에 따라 플레이어의 역량(환경 파악 능력 + 대처능력 + 조작)만 받쳐준다면 매우 빠른 속도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복잡한 지형지물 사이를 재빠르게 이동하는 파쿠르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물론 천천히 걸어가면서 충분히 환경을 파악한뒤 하나씩 건물을 뛰어 넘어도 되지만 [Dying Light] 특유의 속도감이나 파쿠르의 재미를 느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의 발단은 신선하지만, 전개는 급작스럽고, 결말은 몰입감이 떨어진다

파쿠르 게임으로서 [Dying Light]는 완성도가 높다고 볼 수 있지만,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 측면에서는 매우 부실하다. 핵심 소재가 ‘좀비’인 작품들은 이전에도 많이 나타났고, 적지 않은 수의 작품들의 이야기가 좀비를 피해 탈출하거나 생존하려는 사람들의 사투가 대부분이다. [Dying Light]는 생존이나 탈출이라는 내용에서 벗어나 ‘격리 구역내 인물조사 및 치료제에 관한 기밀 탈취’라는 색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클리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다고 보면 된다) 이런 면에서 이야기의 발단은 매우 신선했고, 다른 좀비 게임들과는 차별화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발단이 신선함에도 불구하고 본작의 이야기는 충분한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인물조사 및 기밀 탈취’라는 주인공의 명확한 목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없는 동료의식의 형성, 주인공과 전혀 관련 없는 대상에 대한 가족애, 굉장히 애매한 수준의 러브라인 등 인과가 불투명하고 납득이 되지 않은 전개가 주를 이룬다. 게다가 여러 작품에서 보았을 법한 스토리들을 한 곳에 모아 억지로 짜집어 놓은듯한 느낌까지 주기 때문에 이야기가 진행될때마다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극비임무를 받은 주인공이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타인을 위해 너무 쉽게 목숨을 바친다는 점은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다.

애매한 러브라인의 희생자가 된 여성(좌), 그리고 신세한탄하는 파쿠르 선생(우)

전개 과정에서 힘이 떨어지다보니 결말에 대한 기대감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결말 역시 너무나 뻔하고 예상되는 내용이기에 결말에 대한 몰입감은 매우 떨어지게 된다. 이야기의 진행 과정도 문제지만 각 인물들이 가지는 의미가 점차 변질되어 가는 것도 이야기 전개의 힘을 떨어 뜨리는데 한 몫한다. 초반에는 가장 뛰어난 러너(runner)로 주인공에 버금가는 실력자로 묘사되는 제이드(사진 속 여성)는 주인공의 가장 가까운 동료로서 활약하나 싶었는데, 애매한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죽어버린다. 또한 좀비들로부터 생존을 위한 기술로서 사람들에게 파쿠르를 가르쳐준 파쿠르 선생 해리스(사진 속 남성)는 생존자 집단의 리더로 첫 등장을 하나 점차 신세한탄만 하다가 후반에 들어서는 등장조차하지 않는다. 이같은 인물의 의미와 비중의 변화는 이야기 전개를 위해 인물의 역할을 억지로 바꾼 듯한 느낌을 주며, 인물이 가지는 상징성조차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스토리는 아쉽지만 ‘파쿠르’와 ‘좀비’를 아주 완벽하게 결한한 작품임은 분명하다

스토리는 상당히 부실하지만 ‘좀비’를 소재로 한 게임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린 점과 ‘파쿠르’가 중심인 게임으로서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것은 분명하다. 잘죽지 않는 좀비로부터의 위협, 1인칭 시점이 선사하는 현실감있는 파쿠르 체험, 다양하고 복잡한 지형지물을 이용한 화려한 파쿠르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낮과 밤에 따른 좀비들의 활동변화는 플레이어에게 엄청난 공포감을 주기도 하며, 오픈월드의 자유로운 성격에 따라 좀비와 싸울 것인지 도망갈 것인지 선택하고 그에 따른 차별화된 성장이 가능하다. 물론 좀비가 창궐한 세상에서 생존을 위한 기술로 파쿠르를 사용한다는 것이 매우 설득력있게 다가온다는 점을 기억해야하며, [Dying Light]가 좀비와 파쿠르의 소재간 결합이 매우 적절하게 이루어진 작품임이 분명하다

못다한 이야기

- 레벨과 경험치는 생존/전투/민첩 세 가지 능력으로 나뉘어져 있다. 세 가지 능력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되지만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플레이어 성향에 맞게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 좀비와의 교전이 잦으면 전투 쪽으로 능력이 향상되고, 파쿠르를 중심으로한 이동을 위주로 한다면 민첩 쪽으로 능력이 향상된다.

- 게임을 상당 부분 진행한 뒤 레벨이 높아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좀비 학살' 게임으로 바뀌게 된다. 물론 좀비를 사냥하는 능력과 충분한 무기가 갖춰질 때의 이야기이며, 적어도 메인 스토리가 끝나기 전까지는 '좀비 학살'을 체험하기는 쉽지 않다.

- 본작의 무서운 점은 '밤' 시간대의 좀비들인데, 밤 시간에는 특수한 좀비들이 등장하여 플레이어를 위협한다. 이동속도도 빠르고 공격력도 강해서 게임 초반에는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다. 게임 후반부에도 상대하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이기에 극한의 상황 속에서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밤 시간에 활동해보기를 권한다.

- 기술적인 면에서 약간의 문제가 있어 보인다. 프레임이 떨어지거나, 싱크가 맞지 않는 현상이 종종 발견되었다. 게임하는 데 큰 지장은 없지만 예민한 게이머들에게는 상당한 감점요소가 될 수 있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Armello

장르 : 보드, 카드, RPG

제작사 : League of Geeks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게임의 발달사를 따라가보면 다양한 형태의 게임을 만날 수 있다. PC를 이용한 게임부터 시작하여, 양손에 쥘 수 있는 크기의 휴대용 게임, TV에 연결해 즐기는 콘솔 게임, 오락실에서만 즐길 수 있었던 아케이드 게임 등 매우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것들은 우리가 ‘게임’이라고 하면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형태이며, 소위 전자오락(Electronic Game Video Game)이라 불리는 게임의 한 종류다. ‘게임=전자오락’이라고 인식하게 된 것은 ‘게임’이라는 용어가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자오락의 대중화 이후로 ‘게임’라는 단어가 전자오락을 통칭하는 다소 축소된 의미로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자오락의 형태가 아닌 ‘게임’이라 불릴 만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바로 전자오락의 등장 시기에서 좀 더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만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게임인 보드게임(Board Game)이다.

보드게임 - 전자오락이 나오기 이전에는 물리적인 도구를 이용해 게임을 즐겼다

보드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물리적인 도구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장기, 바둑도 보드게임의 일종이라 볼 수 있으며, 국내에서 오랫 동안 사랑 받아왔던 [부루마불], 그리고 사람들 간의 대화를 통해 진행되는 TRPG(Table-talk Role Playing Game) 역시 보드게임에 해당된다. 이처럼 보드게임은 전자오락이 등장하기 전부터 존재했으며, 전자오락보다 더 긴 시간을 게임으로서 역할을 해왔을 뿐만 아니라, 전자오락의 개발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놀이’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할리갈리, 젠가 등도 보드게임에 속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의외로 우리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게임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전자오락의 발달로 물리적인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전자오락의 대중화와 함께 보드게임은 게임의 한가지 ‘형태’임과 동시에 전자오락의 ‘장르’로 편입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물리적인 도구가 존재하는 기존의 보드게임들 외에도 전자오락의 한 장르로서 보드게임도 만들어지게 되었다.

[Armello]는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영웅들의 여정을 그린 보드게임이다

[Armello] 역시 전자오락의 형태로 만들어진 보드게임 중 하나다. 물리적인 도구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보드게임의 대표적인 도구인 카드, 주사위, 보드(또는 말판), 그리고 말(고유명사 - 고누나 윷놀이 따위를 할 때 말판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옮기는 패)을 게임 내에 포함하고 있으며, 게임 진행에 중요한 도구로 활용하게 만듦으로써 본작이 보드게임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차례를 돌아가며 진행하는 게임 진행 방식과 카드 뽑기, 주사위 굴리기 같은 확률 요소를 이용한 게임의 진행도 보드게임의 형태와 일치 한다.  

보드게임에 RPG 특성을 집어 넣음으로써 [Armello]만의 개성을 만들어낸다

독특한 점이 있다면 보드게임에 RPG 요소가 첨가되면서 플레이어가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즉, ‘영웅들의 여정’이 정해진 이야기에 따라가는 것이 아닐 플레이어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는 플레이어들 간의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보드게임인 TRPG(Table-talk Role Playing Game)의 특성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보드게임의 특성상 전자오락이 보여주는 그림이나 영상을 통한 스토리 전개는 불가능하며, 선택지가 제공하는 짧은 문장의 사건/사고들 뿐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단편적인 이야기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이야기를 플레이어가 머릿속에 그려나갈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주고 있으며, 플레이어 스스로가 머리 속으로 그려나가는 방법이야말로 보드게임의 스토리를 풀어나가는(또는 즐기는) 진정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RPG 요소가 만들어내는 또 다른 특징은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영웅의 능력치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Armello]는 영웅들의 능력치를 전투력/신체/정신/지혜로 나뉘며, 각 능력치는 주사위 개수(전투력), 생명력(신체), 마력회복량(정신), 최대 카드 보유량(지혜)에 대응한다. 네 가지 능력치 이 외에도 왕의 신임을 얻는 정도인 ‘명성’과 영웅의 타락한 정도를 보여주는 ‘부패’도 존재한다. 이러한 능력치들 카드의 사용과 그에 따른 전략수입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입맛에 따라 성장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다양한 카드의 종류는 전략의 풍부함 외에도 시각적 매력도 이끌어 내고 있다

본작에서 주목 해야할 또 다른 하나는 바로 보드게임의 도구로 활용되는 ‘카드’다. [Armello]의 카드는 단발성 효과에 그치는 보너스 개념이 아니라 게임을 진행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열쇠가 된다. 카드의 종류가 다양한만큼 카드별로 지불해야하는 대가(통칭 코스트)도 여러 종류로 설정되어 있는데, 카드 사용의 대가를 지불하기 위한 자원보유량은 영웅의 능력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영웅의 성장수준에 따라 카드의 활용 방향이 결정된다. 쉽게 말하면 영웅의 능력치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카드의 범위가 정해진다는 것이며, 이에 따라 [Armello]의 카드는 영웅의 성장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게임의 전략 수립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보드게임이지만 전자오락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활용하여 카드를 좀 더 매력적 도구로 만들어내고 있다. 각 카드들은 어느 정도 통일된 디자인을 가지고 있지만 각 카드별로 일러스트를 그린 디자이너들이 모두 다르며, 카드마다 디자이너들의 이름과  사인(signature, 서명)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카드의 그림에 움직이는 효과를 줌으로써 카드의 효과를 좀 더 실감나고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게 만들어두었다.(카드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드갤러리’도 존재하며 카드 일러스트에 많은 공을 들였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승리를 위해서 어느정도 ‘운’이 필요하지만 승리조건 간에 불균형이 존재한다

[Armello]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법은 총 네가지가 있는데, 첫째, 왕과 직접 전투를 벌여 왕을 살해하는 방법, 둘째, 영혼석을 모아 타락한 왕을 정화하는 방법, 셋째, 왕을 도와 명성을 높여 왕위를 물려받는 방법, 넷째, 왕보다 더 깊은 타락 상태에 빠져 왕을 굴복시키는 방법이 있다. 이 네가지 방법들은 전략과 게임의 진행 방향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각 승리 조건을 만족시키기까지 난이도의 차이가 존재하기에 승리 조건 사이의 유불리를 발생시키기도 된다. 특히 부패 승리의 경우 ‘왕보다 더 높은 부패 레벨’인 상태에서 ‘왕을 직접 살해’해야한다는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해야하므로 난이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초반에 부패 레벨을 어느 정도 높히지 못하면 사실상 부패 승리는 실패했다고 봐야한다. 또한 정해진 턴 횟수 안에 게임이 끝나기 때문에 게임 중반에 전략을 바꾸기가 어렵다는 문제점도 있는데, 부패 승리 전략이 초반에 실패하여 중간에 방향을 바꿀 경우 게임에서 승리할 확률이 매우 희박해진다. 반대로 명성 승리의 경우 전투를 최대한 피하고 퀘스트와 카드의 효과로 명성을 쌓아가며 소극적으로 게임을 진행하더라도 ‘왕이 자연사하거나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사망할 경우’ 승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길 확률이 높다.

타락한 왕을 쓰러뜨리고 [Armello]의 왕좌를 차지할 자는 누구인가

승리 조건 간의 유불리가 발생하는 부분은 조금 아쉽지만 다양한 전략, 매력적인 디자인, RPG요소의 가미 등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진 보드게임인 것은 분명하다. 전자오락의 하위 장르로 만들어진 보드게임이지만, 보드게임의 느낌을 잘 살려놓으면서 전자오락에서만 구현 가능한 것들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어느 정도 ‘확률’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플레이어의 전략에 따라 게임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균형을 잡고 있다. 물론 ‘타락한 왕을 쓰러뜨리고 왕좌를 차지하는 영웅들의 여정’이라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게임의 시작-과정-전략-승리까지 통일성을 부여하여 게임의 색깔을 뚜렷히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못다한 이야기

- 전략적 다양성을 위한 요소로 '캐릭터의 고유 능력'도 있다. 캐릭터의 능력에 따라 유리하고 불리한 전략이 어느 정도 정해져있어서 캐릭터에 특성에 맞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땜장이 바나비'의 경우 아이템과 관련된 고유 능력이 있어서 장착 아이템에 대한 활용도는 매우 높지만 낮은 정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법 카드 활용도는 매우 떨어진다.

- 전자오락이라는 점을 활용한 또 다른 부분은 NPC의 존재다. '왕의 경비병'과 '베인'이라는 몬스터는 무작위로 플레이어를 공격하며 이에 따른 변수가 상당히 자주 발생한다. 물론 '왕의 경비병'과 '베인'을 이용하여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가능하다.

- 스토리 전개 측면에서는 '영웅 일지'라는 것이 존재한다. 플레이어가 스스로 스토리를 정리하지 않더라도 게임 내에서 자동으로 영웅의 발자취를 기록해준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Evoland 2

장르 : RPG, 어드벤쳐

제작사 : Shiro Games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초기작 [Evoland]는 게임을 진행할 수록 2D에서 3D로 그래픽이 변하는 컨셉으로 만들어진 매우 독특한 게임이었다. 다만 짧은 제작기간 탓에 스토리, 인물 등 이야기 부분에서 매력이 부족했고, 게임성도 다소 아쉬운 상태로 발매되어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게임에서 다양한 그래픽을 보여준다는 점은 상당히 신선한 시도였으며, 후속작 [Evoland 2] 역시 ‘그래픽의 변화’라는 핵심 컨셉은 그대로 유지한채 발매가 되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많았던 전작이었기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했는데, [Evoland 2]는 ‘그래픽의 변화’를 좀 더 창의적으로 활용을 했고, 다양한 부분에서 적재적소에 사용함으로써 상당히 흥미로운 모습을 가진 작품으로 완성해냈다.

본작에서는 [그래픽 = 년도/시대]라는 독특한 표현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초기작 [Evoland]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2D에서 3D로 그래픽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2D → 3D’의 단방향 변화만을 보였기 때문에 다소 단조로운 느낌이 있었다. 물론 그래픽의 변화 자체가 매우 신선한 요소이며, 게임 후반부에 그래픽 변화를 활용한 퍼즐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그 비중이 매우 적어서 단조로움을 탈피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Evoland 2]에서는 ‘그래픽의 변화’에 ‘년도/시대’라는 요소를 더해 단조로움을 탈피하고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본작의 주요 스토리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역사를 바꾸는 모험담’으로 게임을 진행하면서 각기 다른 시대를 오고 가는 경우가 잦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다른 시대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그래픽의 변화’를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작이 보여준 ‘그래픽 변화를 통한 참신함’을 유지함과 동시에 ‘시간을 넘나든다’는 게임의 중심 소재를 아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또한 각기 다른 시대를 오고감에 따라 3D에서 2D로 넘어가기도 하고, 2D에서도 해상도의 크고 작은 변화를 줌으로써 변칙적인 그래픽 변화를 통해 단조로움을 탈피하고 있다. 게다가 [그래픽 변화 = 다른 시대/년도로의 이동]을 작중 인물들도 체감한다는 대사를 포함함으로써 그래픽의 변화가 단순히 플레이어에게 보여주는 것만이 아닌 스토리의 핵심소재로 작용하고 있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다양한 그래픽의 활용을 너머 다양한 장르를 게임 속에 담고 있다

그래픽 변화만큼 신기한 점이 또 하나가 있는데, 바로 ‘장르의 변화’다. [Evoland 2]의 기본 장르는 RPG/어드벤처이지만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다양한 장르로 게임 구성이 변화된다. 물론 전작에도 장르의 변화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몇 가지 게임을 흉내내는 정도에서 그쳤고 짜임새가 다소 부족해 아쉬움이 많았다. 반면 본작에서는 작품 내에 포함된 장르의 종류만 보더라도 전작에 비해 매우 다양하고, 단순히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컨셉에 맞게 각 장르의 색깔을 잘 녹여내고 있다.

다만 지나치게 많은 장르를 포함하고, 다소 중구난방한 장르 배치로 인해 게임의 짜임새가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예상이라도 한듯 장르의 변화는 스토리 진행, 환경 변화, 보스스테이지 진입 등에 맞춰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도록 시기를 잘 설정해두었다. 게다가 성격이 크게 다른 장르로 변화하는 경우가 잦음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진행 상황에 가장 알맞은 장르로 구성해두었기 때문에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 (가령 비행체를 이용하게되는 스토리가 전개되는 경우 슈팅게임으로 장르가 바뀐다) 이처럼 다양한 장르가 동시에 존재하면서도 짜임새를 제대로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에서 느낄 수 있는 여러가지 즐거움을 거부감 없이 만끽할 수 있다. 여기에 앞서 언급했던 [Evoland]의 핵심 컨셉인 ‘그래픽 변화’까지 곁들어지면서 특정 장르의 고전 게임의 재현하거나 유명 작품을 오마주하면서 다양한 장르 변화 그 이상의 신선한 경험을 선사해준다.

수 많은 까메오 - 어떤 작품에서 나오는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겠는가?

그래픽 변화와 다양한 장르만으로도 게이머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지만, [Evoland 2]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다른 작품의 캐릭터들을 출연(까메오)시키기까지 한다. 그리고 까메오들의 탄생년도는 1980년대부터 2014년까지 게임 역사를 훑어볼 정도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는데, 이는 올드게이머부터 비교적 어린 게이머들까지 모두 끌어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까메오들의 배치도 원작의 장르/그래픽을 고려하여 그에 맞게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몇 가지 예로, [Tomb Raider]의 ‘라라 크로프트’는 원작처럼 숨겨진 ‘유적지’에서 ‘3D’로 만날 수 있고, ‘마리오’, ‘류’, ‘봄버맨’ 등 어느정도 시대가 저문 게임의 주인공들은 ‘도트그래픽’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이같은 까메오의 배치는 기존 작품들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다소 많다고 느껴지는 까메오들의 등장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납득이 되며 까메오를 발견하는 매 순간은 소소한 즐거움으로 다가 온다.

시간을 초월해 만난 네 명의 주인공의 이야기는 충분히 풍성하다.

핵심 컨셉인 ‘그래픽 변화’를 충분히 활용하였고, 다양한 장르까지 더해지면서 볼거리와 즐길거리는 충분히 포함되었다. 그렇다면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는 어떨까? 초기작 [Evoland]의 문제점 중 하나는 ‘지나치게 짧고 어디서 본듯한 뻔한 이야기 흐름’인데, [Evoland 2]는 그것을 완전히 극복해냈다. 게임의 중심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역사를 바꾸는 모험담’이라는 주제에 맞게, 서로 다른 시간대의 인물들이 한 명씩 모이듯 차근차근 전개가 된다. 그리고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역사를 바꾼다는 메인 스토리 아래에 각 인물들과 관련된 서브 스토리를 충분히 풀어내고 있기에 이야기의 분량도 충분히 확보되어 있다. 무엇보다 시간을 거스르는 게임의 소재는 이야기 전개 과정 중에 도달하게 되는 다양한 시대/년도에 발생한 사건들을 플레이어가 직접 정리/이해/해석 할 수 있는 감상의 여지를 주기도 한다. 그 외에도 전작에 비해 개성있고 색깔이 뚜렷한 캐릭터의 등장으로 스토리의 재미를 더욱 살려주고 있기에 전작이 가진 한계를 분명하게 해결 해냈다고 볼 수 있다.

자! 당신은 이제 역사를 뒤바꿀 준비가 되었는가?

[Evoland 2]의 가장 큰 성취는 ‘전작이 가진 한계와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냈다는 점이다. 부실한 스토리, 개성없는 캐릭터, 부족한 게임성 등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그래픽 변화’라는 핵심 소재는 그대로 유지한 채 문제를 해결해냈기 때문에 완성도 높은 후속작을 만들어냈다는 성취와 더불어 ‘시리즈 고유의 색깔’을 확고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Evoland 2]는 그래픽 변화가 주는 신선한 경험, 다양한 장르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재미, 그리고 까메오들의 등장으로 인해 떠오르는 추억 등 여러 가지 즐길거리를 담은 게임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시간을 거스르는 것은 [Evoland]의 주인공들만이 아니다. 당신도 이 작품을 통해 시간을 거스를 수 있다. 과거와 현재의 그래픽/장르/인물을 모두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함께 시간을 거스르는 모험을 떠나보자!

못다한 이야기

-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는 것은 '여러 장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지만 불가피하게 '특정 장르에 대한 깊이가 부족한 게임'이 될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을 동반한다. 그래서 특정 장르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게이머들에게는 그리 만족스러운 작품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 다만 장르의 혼합, 다른 작품의 패러디와 오마주가 난무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가 혼재되어 있더라도 크게 어긋남이 없다. 다양한 장르의 '미니게임' 정도로 생각하면 무난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 이번 리뷰에서 사용된 사진 중 일부 파트는 필자가 직접 캡처한 사진이다. 특히 '까메오' 파트의 사진은 위의 6장 외에도 몇 장 더 있는데, 아마 게임에 대한 내공이 많은 사람이라면 필자보다 더 많은 까메오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Hatred

장르 : 슈팅, 액션

제작사 : Destructive Creations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대중문화는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인만큼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매우 많다. 표절, 샘플 클리어링, 아티스트의 인성, 모조품, 특정 사상의 과도한 지지, 성범죄 유발, 인종차별, 성차별 등 수많은 이유들이 있다. 게임 역시 대중문화의 범주에 속하다보니 크고 작은 이유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데 [GTA] 시리즈의 폭력성 문제, 게임제작사 ‘Illusion’의 성폭력 유발 문제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논란들은 제작사의 의도된 논란이 아닐뿐더러 게이머(또는 비게이머)들이 해석하는 부분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게임을 평가하는데 있어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애초부터 논란을 일으킬만한 소재를 가져와 게임을 만들고, 게임 발매 전부터 논란을 부추기는 행위를 하는 제작사가 있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할까?

무력한 민간인을 학살하는 미치광이 살인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Hatred]

[Hatred]는 미치광이 살인마가 인간의 존재 자체를 ‘증오’하게 되면서 민간인을 학살하러 다닌다는 아주 자극적인 소재의 게임이다. 게임 발매 전에 공개된 게임 트레일러(Trailer)는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었고, ‘잔혹성’ 이외에는 게임에 대한 정보를 얻어갈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다보니 이 때부터 [Hatred]는 본격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오르며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문제는 논란의 중심이 된 후 제작사의 발언과 행위가 매우 기이했다는 점이다. ‘본작의 제작 목적은 순수한 재미를 추구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함이다’와 ‘주인공이 학살을 저지르는 이유는 플레이어 스스로가 해석해야하는 부분이다’라는 발언, 그리고 파시즘 관련 단체를 지지하는 행위들이 그것이다. 이는 제작자들 스스로가 본작에 대한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며 매우 자극적인 내용을 통한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을 노린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색안경을 벗고 바라본다면 ‘기본적인 구색’은 갖춰져 있는 작품이다

노이즈 마케팅과 발매 전 논란으로 인해 우리는 [Hatred]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게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럴수록 색안경을 벗고 게임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하며, 도덕성과 논란은 우선 접어두고 게임 자체의 완성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물론 그 이후에는 도덕성과 논란을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Hatred]는 탑뷰(위에서 바라본 시점, Topview/Topdown) 3인칭 슈팅게임의 기본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다. 넓은 공간, 다양한 무기, 지형지물을 이용한 전략, 그리고 대량학살의 요소까지 필요한 것은 모두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매우 사실적인 3D그래픽과 물리엔진까지 더해져 굉장히 현실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Hatred]가 가진 특징은 이게 전부다. ‘기본적인 구색’만 갖춰져 있을뿐 게임으로써의 매력은 매우 떨어진다.

민중을 쫒을 때는 게임이 지루해지고, 지팡이를 만나면 게임이 답답해진다

기본적으로 탑뷰 슈팅 게임이 가져야할 ‘일 대 다수의 싸움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기존의 탑뷰 슈팅 게임을 생각해볼 때 우리가 해당 장르에서 느끼는 재미는 (인간이든 괴물이든) 수많은 적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 그들을 물리치고 살아남는 것임이 분명하다. 이를 위해서는 다수의 적을 물리칠 수 있는 주인공(또는 무기)의 강력함이 필요하고, 그에 대등한 적군의 수/체력/패턴이 필요하다. 그리고 힘의 균등함이 유발하는 긴장감 속에서 플레이어의 역량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탑뷰 슈팅 게임의 진짜 재미일 것이다.

그러나 [Hatred]는 지루함과 답답함을 오고 가는 상황의 연속이다. 민간인을 죽일 때는 그저 도망가는 사람들을 쫒아가 ‘아무런 의미도 없이’ 그들을 죽여야 하기 때문에 게임이 매우 지루해진다. 거꾸로 경찰/군인/특수부대는 주인공에게 매우 위협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만나게 되면 일단 도망가서 숨어야 한다. 주인공이 인간이기 때문에 총알 몇발이면 죽는다는 부분도 있지만, 플레이어의 조작능력으로 경찰/군인/특수부대의 총알을 피할 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조작을 통해 공격을 피하기보다는 그들에게서 멀리 떨어지거나 구조물 뒤로 숨어야 하며, 한명씩 처리를 해나가야 하는 답답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그 외에도 무기는 다양하지만 공격의 범위가 매우 좁아 한명씩 사람을 죽여야하기에 슈팅 게임이 가져야할 시원함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있다. (물론 단번에 대량 학살이 가능한 무기가 있었다 하더라도 게임의 소재로 인해 시원함을 느끼기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스릴이나 긴장감은 거의 느낄 수 없고 의미 없이 사람을 죽여야 하는 지루함, 자신보다 강한 힘에 대해서는 무력해지는 답답함, 그리고 게임 소재가 가지는 불편함만을 느끼게 된다

제작사가 말한 ‘대학살에 대한 의미’를 해석하기에는 스토리가 빈약? 없다!

부실한 게임성을 뒤로하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앞서 언급했지만 제작사에서 “’왜 이러한 대학살을 저지르는가?’에 대한 의문에 대한 해답은 플레이어의 몫”이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 발언을 다르게 생각해보면, ‘게임이 자극적이고 논란이 될지를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 속에 메시지를 담아둘 생각이다. 그 메시지를 찾아보는 것을 권한다’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메시지를 담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게임 속 스토리, 즉, 이야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Hatred]의 이야기는 이야기로서 기능을 할 수 없는 수준이며, 미치광이 살인마의 알 수 없는 독백과 어처구니 없는 결말로 끝을 맺고 있다. 스토리가 빈약하다는 수준을 너머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작사의 발언은 발매 전 불거지는 논란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자신들의 책임을 플레이어에게 떠넘김과 동시에 자신들의 게임이 무언가 대단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피력하려는 의도였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결국 남은 것이라곤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수많은 컷신들 뿐이다

순수한 재미를 위해 만들었다는 제작사의 말과는 달리 재미를 느끼기 힘들며, 대학살의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에는 스토리가 없다시피한 게임이다. 여기에 정말 잔인해서 눈뜨고 보기 힘든 컷씬(Cut Scene), 제작사의 발언과 기행들까지 겹쳐서 본다면 이들은 정말 제 정신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도덕성이 의심되는 것뿐만 아니라 대체 게이머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Hatred]를 즐길지 아니면 즐기지 않을지는 당신의 선택이다. 논란과 도덕성을 모두 떼어 놓고 본다면, ‘자극적이고 지루하고 답답한 슈팅 게임’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의 손에 목이 잘려나가고, 머리가 부서지며, 몸통이 관통당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 게임을 하는 당신의 마음이 편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못다한 이야기

- 필자의 경우에는 '게임 자체'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높았던 편이다. 도덕성/윤리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는 소재로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웬만한 자신감이 아니면 힘들다는 생각을 했고, 그만큼 게임에 거는 기대가 큰 편이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이도저도 아닌 게임이 들어있어서 매우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

- 지형지물을 이용한 전략이 있다고 잠깐 언급했지만 기껏 건물 안으로 숨거나 차를 타고 도망가는 등 전략이라고 하기도 부끄러면 수준이다. 게다가 조작도 매우 불편해서 게임하는 것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

- 같은 장르인 [Alien Shooter](2003)가 더 재미있다. 만약 [Alien Shooter] 같은 느낌을 기대하고 구입한다면 당장 그만두기를 바란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Invisible, Inc.

장르 :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

제작사 : Klei Entertainment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2인 이상의 플레이어(또는 1인 + NPC)가 번갈아가며 행동을 취할 수 있는 ‘턴제’ 게임은 독특한 매력이 있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게임과는 달리 서로 번갈아가며 행동을 취하기 때문에 속도감이나 박진감은 다소 부족하지만, 각자의 차례마다 상대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구상하며, 차례를 거듭할 수록 예측과 전략이 점차 복잡해짐으로써 높은 긴장감을 유발한다. 그리고 자신의 예측과 전략이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완벽하게 맞아 떨어질 때 그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반대로 모든 예측과 전략이 약속이라도 한듯 빗나갈 때는 겉잡을 수 없는 분노와 허탈함이 밀려온다. 이처럼 턴제 게임은 플레이어의 행동 하나하나가 게임과 플레이어의 감정에 많은 영향을 미치며, 이로 인해 플레이어는 한 번의 턴에 최선의 수(手)를 두기 위해 수 많은 고민과 갈등을 겪게 된다.

‘턴제 게임’의 긴장감과 ‘잠입 게임’의 긴장감을 더해 탄생한 [Invisible, Inc.]

그렇다면 ‘턴제’게임에 ‘잠입’이라는 요소를 집어 넣으면 어떨까? ‘잠입’도 [Metal Gear Solid]나 [Splinter Cell]처럼 필요에 따라 경비병을 죽이거나 적군과 전면전을 펼칠 수 있는 것이 아닌, 경비병을 기절시키거나 들키지 않고 도망다니기만 해야하는 그리고 적군에게 발각될 경우 총알 한반에 죽을 수 있는 위험까지 동반한 것 말이다. 아마 매턴 경비병의 행동을 주시하고 자신이 들키기 않을 위치를 고민해야하며, 어떤 행동을 취할 때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이로 인해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상당한 긴장감이 유발될 수 밖에 없으며,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했을 때의 만족감은 꽤나 기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Invisible, Inc.]가 바로 그런 게임이다.

쥐도새도 모르게 - 경비병의 눈과 귀를 피해 미션을 완수하라

[Invisible, Inc.]는 기본적으로 경비병들의 시야를 피해 미션을 완수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작정 위치를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경비병의 순찰방향/시야범위를 계산하여 발각되지 않게 이동해야한다. 행여나 경비병의 시야에 들어온다고 해서 미션을 실패하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경비병 호출, 보안 강화, 경찰 투입 등 여러 가지 문제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서 턴을 거듭할수록 난이도가 상승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비병의 시야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가장 우선으로 고려해야하는 부분이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심성을 띄게 되며, 동시에 긴장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긴장감은 ‘잠입’이라는 게임의 핵심 소재에 의해 발생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턴제’의 요소로 인해) 자신의 차례가 끝난 후의 상황에 대한 불명확한 예측과 위기 상황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더욱 고조될 수 밖에 없다.

고유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와 해킹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게임의 성격(잠입, 턴제)에서 오는 긴장감은 자연스럽게 플레이어가 ‘최선의 수(手)’를 두도록 유도하는데, 이를 위한 전략적인 요소도 충분히 갖춰져 있다. 그리고 그 요소란 고유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와 다양한 종류의 ‘해킹프로그램’이다. 게임을 시작할 때 두 명의 ‘캐릭터’와 두 개의 ‘해킹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데, 어떤 캐릭터/해킹프로그램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수립하게 될 전략이 확연히 달라진다. 단, 각 캐릭터와 해킹프로그램은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캐릭터의 능력과 도구, 해킹프로그램을 활용했을 때 발생하는 효과와 패널티를 충분히 고려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계산하여 가장 효과적인 전략을 실행한다면 호수(好手)로 작용하겠지만,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되돌릴 수 없는 악수(惡手)가 될 수 도 있다. 그러므로 플레이어는 매턴 효과적인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고민할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고민의 여지는 게임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게하는 장치가 된다.

최악의 상황에 처했을 때 최선의 전략으로 돌파하는 것이 본작의 진정한 맛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전략으로 호수(好手)만을 두어왔다고 해도 언젠가는 위기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다. 게임을 진행할 수록 난이도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데, 일정 수준의 난이도에 도달하면 필연적으로 경비병의 시야에 들어가는 상황이 오게 된다. 즉, 난이도 상승 이전에는 플레이어에게 좀더 유리하거나 동등한 수준에서 게임이 진행이 되었지만, 난이도가 상승하게 되면 플레이어에게 불리한 상황에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이때는 지금까지의 긴장감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긴장감을 유발하게 되며, 현재의 위기 상황을 벗어나고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내세워야 한다. 물론 높은 난이도의 게임에서 위기 상황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수많은 경우의 수를 고민하고, 경비병의 패턴을 예측하고, 오랜 시간 끝에 최선의 전략을 결정해야하며, 그 전략이 맞아떨어졌을 때의 짜릿함은 플레이어가 본작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게 한다.

요원들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고, 당신의 선택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Invisible, Inc.]는 마치 ‘바둑’ 같다. 바둑은 자신이 어떤 수(手)를 두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두는 수(手)가 달라지며, 자신의 수 하나하나가 판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Invisible, Inc.]도 플레이어가 제한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행동 범위 내에서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임무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결정이 최악의 상황을 야기할 수 있고, 불가피한 선택이라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최선의 전략이 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플레이어, 당신의 선택에 의해 일어난 일이다. 요원들은 당신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고, 당신의 명령이 임무의 성패를 결정한다. 예측하고, 고민하고, 수행하라. 이 과정에서 느끼는 위기상황에 대한 긴장감, 전략을 수립하는 재미, 전략이 맞아떨어졌을 때의 만족감은 당신이 이 게임의 매력을 충분히 즐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못다한 이야기

- 그래픽/디자인은 상당히 독특하다. 자사의 작품인 [Don't Starve]가 종이인형극 같은 디자인이었다면, [Invisible, Inc.]는 종이 모델 같은 디자인에 가깝다. Klei Entertainment의 센스가 유효한 작품!

- 게임의 특징도 [Don't Starve]와 유사한 점이 많은데, '로그라이크'의 특징(난이도 experienced 이상)을 가지고 있으며, 임무 성공시 획득한 포인트로 새로운 캐릭터를 얻을 수 있다. 히든캐릭터를 열기 위한 조건이 따로 있다는 점과 게임을 즐기는 데 스토리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점, 그리고 새로운 게임 시작시 무작위로 맵이 형성된다는 점도 동일한 특징에 포함된다.

참고로 게임 내 해킹프로그램 상점 BGM이 [Don't Starve] 트레일러의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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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Middle Earth; Shadow of Mordor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Monolith Productions

플랫폼 : PC, PS3, PS4, X-box 360, X-box One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오픈월드 게임은 ‘즐길거리’가 많아야 한다. 오픈월드 게임은 장르의 특성상 플레이어에게 매우 높은 수준의 자유도를 제공하기 때문에 플레이어 스스로가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많은 선택지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리고 수 많은 선택들이 플레이어의 ‘즐길거리’가 되어야 하며, 게임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게임의 재미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플레이어의 자유와 수많은 선택사항 외에도 게임이 가진 고유의 이야기와 시각적/청각적 요소들도 ‘즐길거리’의 일부인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오픈월드 게임의 특성으로 [Middle Earth; Shadow of Mordor]를 바라본다면 어떨까?

어둠의 땅 ‘모르도르’는 그 이름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준다

[Middle Earth; Shadow of Mordor]는 ‘모르도르’라는 어둠의 땅을 게임의 핵심 소재로 삼고 있다. ‘모르도르’는 Uruk의 근거지인 만큼 게임 내에서도 Uruk 외에는 생물체를 발견하기 힘들다. 또한 어둠의 땅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어두운 분위기를 띠고 있으며, 매우 험준한 지형과 곳곳에 산재된 Uruk들의 거점이 존재한다. 그 외에도 흉폭한 괴물들이 나타나 주인공 뿐만 아니라 Uruk들에게도 위협을 가하며, 종종 발견할 수 있는 인간들은 주인공을 돕는 것이 아닌 Uruk들의 노예로서 무기력하게 살아간다. 이러한 게임 내의 배경은 기존 작품(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이 가지고 있는 ‘모르도르’라는 지역을 게임을 통해 잘 묘사해내고 있음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주인공이 언제든지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장치가 됨으로써 플레이어가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전투 상황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연출은 눈과 귀를 모두 즐겁게 한다

본작의 백미(白米)는 단연코 전투 중에 볼 수 있는 화려한 연출이다. 장르가 ‘액션’인만큼 주인공의 다양한 모션과 움직임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데, 특정 명령을 수행할 때도 같은 모션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명령을 수행하는 대상과 그 대상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모션을 취한다. 예를 들면, ‘암살’이나 ‘처형’을 할 때 검으로 목을 찌르는 것으로 획일화할 수도 있었지만, 상황에 따라 등이나 복부에 칼을 꽂기도 하고 검으로 목을 단번에 베어버리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전투 상황에서 같은 명령을 수행하더라도 다양한 모션과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액션 게임의 즐거움을 충분히 선사하고 있다.

주인공의 액션 뿐만 아니라 변칙적인 카메라 앵글과 사운드도 연출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주인공의 액션도 매우 다양하지만 상황에 맞게 카메라 앵글도 변화하기 때문에 액션을 더욱 역동적이게 보여준다. 결정타를 날리거나 적장이 죽는 순간에 슬로우 모션을 주는 것은 기본이거니와, 필요에 따라 줌인(Zoom In)과 줌아웃(Zoom Out)을 통해 액션을 더욱 화려하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카메라 앵글의 변화는 (다소 잔인할 수 있지만) 플레이어가 적과 싸우고 적을 쓰러뜨리는 것에 대한 감정을 더욱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일으키기도 한다.

대장급 Uruk들은 고유한 대사와 더불어 부하들의 함성까지 들려준다

사운드는 다양한 부분에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 Uruk들의 목소리가 가장 인상적이다. 게임 내에서 들을 수 있는 Uruk 들의 다양한 대화, Captain과 Warchief들의 등장과 특수한 상황에 따른 고유한 대사, 그리고 Captain과 Warchief가 나타났을 때 그들의 이름을 외쳐대는 부하들의 함성 등은 적군조차 생동감있는 존재로 만들고 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Uruk들 사이의 세력다툼이 실시간으로 발생한다

[Middle Earth; Shadow of Mordor]에서 독특한 점이 하나 있다면 수많은  Captain과 Warchief들 사이에서도 세력다툼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주인공과 Uruk들은 서로 적대관계지만, Uruk 간에는 적대관계와 우호관계가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Uruk들 사이에서도 싸움이 일어나며 이로 인해 Captain/Warchief 현황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대립에서 살아난 Uruk가 더욱 강해지기도 하며, 죽은 Uruk를 대신에 새로운 Uruk가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Uruk들 간의 관계를 이용하면 힘을 들이지 않고 Captain이나 Warchief를 제거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플레이어가 세뇌시킨 Uruk를 Captain이나 Warchief의 자리에 올려 강력한 군대를 양성할 수도 있다. 이는 Uruk들간의 싸움을 지켜보는 재미를 줄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가 Uruk를 모두 죽일 것인지, 아군으로 만들 것인지, 또는 서로 싸우게 하여 세력을 약화시킬 것인지 다양한 선택을 가능하게 해준다. 

Uruk들의 다양한 특성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전략적으로 접근하게 한다

수 많은 Uruk들이 등장하는만큼 Uruk들의 특성도 매우 다양한데, 이는 플레이어가 다양한 전투/전략을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본작의 전투는 크게 근접전투(장검)/암살(단검)/원거리공격(활)의 세 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일 대 다수의 구도(주인공 1인과 다수의 Uruk)가 주를 이루는 본작의 특성상 근접전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 같지만 Captain/Warchief들이 가진 다양한 특성들로 인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게임을 진행하기에는 쉽지 않다. 근접전투에 매우 강하지만 암살에 약한 Uruk가 있는가 하면, 암살과 원거리 공격이 모두 통하지 않고 근접전투에만 피해를 입는 Uruk도 있다. 또는 원거리 공격, 근접전투, 암살 모두 약함에도 불구하고 공격력이 너무 강해서 쉽게 다가가기 힘든 Uruk들도 등장한다. Captain/Warchief들의 특성 외에도 일반 Uruk들의 종류도 여러 가지가 존재하며, Uruk의 수가 매우 많아 무작정 근접전투로 상대하기는 버겁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목표로 하는 Captain/Warchief의 특성과 주위에 있는 일반Uruk들의 수/배치/시야 등을 고려하여 적합한 전투방법과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 외에도 야생동물을 이용해 전투에 크고 작은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불과 폭발물을 이용하여 전진을 초토화 시키는 등 좀 더 폭넓은 전략을 실행할 수 있다.

스토리 전개는 나쁘지 않지만 메인퀘스트는 구성이 다소 부실하다

거의 모든 점에서 완벽해보이는 [Middle Earth; Shadow of Mordor]지만 단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스토리에 해당되는 메인퀘스트가 다소 부실하다는 점이다. 본작이 [The Hobbit/호빗]과 [The Lord of The Rings/반지의 제왕] 사이의 사건을 풀어나가고 있으며, 기존의 두 작품(호빗+반지의 제왕)과 연결성을 두고 바라보기에 큰 무리가 없을 정도의 준수한 스토리인데 반해 그와 관련된 메인퀘스트는 아쉬운 점이 상당히 많다. 메인퀘스트가 아닐 경우에는 Uruk들을 암살하고, 짐승들을 풀어 적을 혼란에 빠뜨리고, 100명의 Uruk들에 둘러쌓여 싸워야 하는 등 액션 게임의 면모를 강하게 느낄 수 있지만, 메인퀘스트는 동료를 따라가다가 간단한 명령을 수행한다거나, 수레를 목표지점까지 옮기거나, 적은 수의 Uruk를 죽이는 등의 다소 심심한 임무가 주를 이룬다. 무엇보다 작중 보스에 해당되는 인물들과의 전투가 다소 허무하게 전개되는데, 게임을 하는 중에 나타나는 몰입과 감정의 고조를 단번에 무너뜨릴 정도로 부실하게 느껴진다. 어찌보면 상당히 많은 수의 기술들이 존재하는 만큼 메인퀘스트를 통해 하나씩 배워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단계별 튜토리얼’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스토리 전개에 따른 몰입과 감정적 고조를 그대로 이어나가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치명적인 문제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오픈월드 게임으로서는 부족함이 전혀 없는 최고의 작품이다

메인퀘스트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지만 ‘오픈월드 게임으로서’  [Middle Earth; Shadow of Mordor]는 부족함이 전혀 없다. 앞서 언급한 ‘자유도에 따른 선택지’와 ‘즐길거리’를 생각해볼 때 본작은 두 가지를 충실하게 갖췄다. 플레이어가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각적/청각적 연출을 통한 즐길거리, 자유도를 부여함에 따라 어떤 행동을 할지 정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 그리고 선택에 따라 크고 작은 영향을 받는 Uruk들까지 ‘다양한 선택과 그에 따른 즐길거리’가 모두 갖춰져 있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가족의 복수를 위해 달려갈 것인지, 모든 Uruk들을 죽이는 광전사가 될 것인지, 또는 모든 Uruk들 위에 군림하는 지배자가 될것인지는 당신의 몫이다.

못다한 이야기

- 스토리와 관련해서는 '사용한 소재에 비해 깊이가 부족하다'라는 비판이 있다. 이는 'J. R. R. 톨킨'(호빗/반지의 제왕 작가)의 작품을 충분히 즐긴 이들이 느끼는 점이라 한다. 분명 [The Hobbit/호빗]이나 [The Lord of The Rings/반지의 제왕]과 비교하면 이야기의 전개가 단조로운 것은 분명하나 부실한 스토리 전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깊이 있고 대단한 스토리 또한 아니다.

- [Assassin's Creed], [Batman; Arkham Knight], [Tomb Raider]의 게임성을 상당 부분 차용해왔다. 놀라운 점은 각 작품의 장점만을 뽑아와 게임에 녹여냈다는 것인데, '다른 게임의 특징을 가져오기만한 작품'이라는 비판을 내릴 수도 있으나 게임 자체의 완성도가 정말 좋아서 비판하기가 어렵다. 생각해보면 게임을 만들 때 다른 작품의 영향을 받거나 특징을 차용해오는 경우가 많으니 비판하기 애매한 부분이기도 하다.

- 필자 개인적으로는 본편보다 DLC 'Bright Lord'가 게임의 완성도가 더욱 높다고 생각한다. 본편의 아쉬운 부분인 '메인퀘스트의 부실함'을 해소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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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Mighty Switch Force; hyper drive edition

장르 : 퍼즐, 액션

제작사 : WayForward 

플랫폼 : PC, Wii U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작은 구매하게 된 계기는 깔끔한 그래픽과 귀여운 디자인, 그리고 제작사가 ‘WayForward’라는 것 밖에 없다. 게임에 대한 사전정보나 평가가 전무한 상태에서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고 구입한 것이기에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퍼즐 장르를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닌지라 틈틈히 가볍게 즐겨볼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게임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스테이지를 진행할수록 생각보다 매력있는 게임이라 느끼게 되었고, 틈틈히 즐기겠다는 생각은 사라지고 결국 퍼즐을 풀기 위해 애쓰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스위치를 눌러 전환하라! - 버튼을 누르면 상자가 나타나고 사라진다

[Mighty Switch Force; Hyper Drive Editon]는 이름 그대로 ‘Switch’를 통해 퍼즐을 풀어나가는 게임이다. 여기서 말하는 Switch란 전원을 켜고 끄는 ‘스위치’를 의미하기도 하며, 상태를 바꾸는 ‘전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게임을 진행하는 방식 역시 ‘스위치’를 이용해 스테이지 곳곳에 배치된 상자를 나타나고 사라지게 만들어 지형을 ‘전환’하는 형태이다.(좀 더 쉽게 표현하자면 ‘스위치를 눌러 상자를 켜고 끈다’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상자를 켜고 끄는 것을 이용해 길을 만들어 숨어 있는 다섯 명의 탈옥수 체포하는 것이 게임의 주된 목표다. 

단순한 규칙을 가지고 있지만 머리를 잘 굴려야 퍼즐을 해결할 수 있다

게임 진행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자’는 총 세 종류가 등장한다. 노랑 상자는 단순히 구조물로서의 효과만 있는 가장 기본적인 상자다. 보라 상자는 노랑 상자의 기능과 더불어, 플레이어와 겹친 상태에서 켤 경우 정해진 방향으로 플레이어를 날려 보낸다. 빨강/파랑 상자는 기본적으로 노랑 상자와 동일하지만 플레이어가 상자를 밟고 있을 경우 같은 색의 상자는 잠금상태가되어 전환 스위치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예를 들어 빨강 상자를 밟고 있는 경우에는 맵 전체의 빨강 상자가 전환 스위치에 영향을 받지 않고 항상 켜져 있게 된다.(파란 상자를 밟고 있으면 파란상자가 전환 스위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각 스테이지별로 이 세 종류의 상자를 이용하여 다양한 퍼즐이 구성되어 있으며, 퍼즐을 풀기 위해서는 각 상자의 특징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스테이지를 진행할 수록 두뇌 뿐만 아니라 타이밍 감각을 동시에 요구한다

퍼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두뇌’능력을 요구하지만 본작에서는 타이밍을 맞추기 위한 ‘감각’을 함께 요구한다. 초반에는 두뇌만으로 퍼즐을 해결할 수 있지만 스테이지를 진행할 수록 타이밍 감각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대표적인 예로 연속적으로 보라 상자를 이용해야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보라 상자의 효과를 받기 위해서는 꺼진 상태의 보라 상자와 완전히 겹친 상태에서 상자를 켜야만 한다. 하지만 보라 상자를 이용해 이동하는 중에 다음 보라 상자를 켤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다면 상자를 키더라도 상자의 효과를 받지 못하고 막혀버리게 된다. 무엇보다 스테이지마다 상자 간 거리가 천차만별이기에 타이밍 맞추기가 생각보다 까다롭다. 게다가 특정 스테이지에서는 몬스터와 함께 보라 상자를 통해 이동해야하는데 몬스터의 경우 플레이어보다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워서 더 예민한 타이밍 감각을 요구하게 된다.

점진적 난이도 증가는 도전욕구를 강하게 자극한다

이처럼 두뇌와 감각을 모두 요구하는 퍼즐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난이도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의외로 아주 쉬운 난이도부터 매우 어려운 난이도까지 난이도 분배가 매우 적절하게 이루어져 있다. 초반에는 상자의 특성을 이해하거나 타이밍 연습을 위한 간단한 퍼즐이 주를 이루다가 점진적으로 어려운 퍼즐 구성이 등장한다. 또한 스테이지 진행에 따라 조금씩 새로운 요소를 내놓음으로서 흥미를 유발함과 동시에 난이도 향상을 통한 도전욕구도 충분히 자극하고 있다. 물론 어느 정도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게임이 익숙해진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오는데, 그 때부터는 세 가지 상자를 모두 이용한 복잡한 상자배치를 통해 이전보다 더욱 어려운 난이도의 퍼즐을 제공하게 된다.

다섯 명의 섹시한 탈옥수를 체포하면 임무 완료!!

퍼즐 장르를 좋아하는 편이 아님에도 [Mighty Switch Force; hyper drive edition]는 매우 만족스러운 게임이었다. 스위치를 눌러 상자를 켜고 끄는 간단한 게임 방식과 단 세종류의 상자를 이용하여 만들어내는 복잡한 퍼즐은 퍼즐이 가져야할 충분한 난이도를 구축하면서도 게임을 부담없이 즐길 수 있게 만들어두었다. 또한 앞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깔끔한 그래픽과 아기자기한 디자인 역시 게임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물론 가장 인상깊은 요소는 독특한 복장의 주인공 경찰과 섹시한 5인의 탈옥수들이지만 말이다.

못다한 이야기

- 게임 볼륨은 의외로 크다. 게임의 평균 플레이타임을 알려주는 'HowLongToBeat'에 따르면 메인 미션은 약 4시간, 추가 미션까지 수행하면 약 10시간 정도의 분량이다. 사실상 메인 미션은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추가 미션까지 끝내는 것이 본작을 제대로 즐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추가미션까지 모두 끝내는데 7~8시간 정도 걸렸다.

- 메인 미션인 'Incident'가 총 16개이며, 추가 미션은 5개의 Bonus 스테이지, 16개의 Hyper 스테이지, 5개의 Hyper Bonus Stage으로 총 42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 스테이지 별로 Best Time이 존재하는데, 정해진 시간 안에 클리어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Best Time을 무시하고 게임을 해도 상관없지만 Best Time 이내에 맞추려고 한다면 난이도는 기존보다 더 높아진다. 스테이지 전체를 거의 외워야 가능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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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Child of Light

장르 : RPG

제작사 : Ubisoft

플랫폼 : PC, X-box 360, X-box One, PS3, PS4, Wii U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게임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여기서 말하는 다양한 모습이란 단순히 장르로서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형태의 창작물로서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은 하나의 소설이 될 수 있으며, 한 편의 영화가 될 수 있고, 현실을 간접체험할 수 있는 가상공간이 될 수도 있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놀이도구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게임은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으며, 새로운 형태를 보여줄 가능성은 또한 무궁무진하다. 그렇다면 게임이 ‘동화’의 형태를 가진다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다양한 이미지가 그려지겠지만 ‘동화 같은 게임’을 말한다면 오늘 이야기할 [Child of Light]가 가장 적합한 작품이 될 것이다.

기존 RPG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전통적인 턴제 전투 방식이다

동화 이전에 게임의 장르로서 본작을 바라본다면, [Child of Light]는 매우 전통적인 RPG의 색깔을 띠고 있다. RPG가 주류 장르이던 시절에도 단순 턴제 전투 방식이 아닌 3차원 공간에서의 지형, 위치 등을 이용한 전략적 전투가 가능한, 조금 더 발전된 형태의 전투 방식이 존재했다. 그러나 본작에서는 그러한 부분들을 완전히 배제하고 가장 기본적인 턴제 전투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타임라인(time line)을 이용하는 부분인데 타임라인에 표기된 적과 아군의 아이콘을 통해 행동타이밍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하여 전략적인 전투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적군의 공격타이밍을 늦추거나 아군의 공격타이밍을 앞당길 수 있으며, 기술시전 중에 공격을 가해 시전을 취소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전통적인 턴제 전투 방식에 ‘시간’이라는 개념을 보태 기존 턴제 전투 방식의 단순함을 해소하고 전략적인 요소를 끌어올리려고 한 의도로 보인다. 만약 타임라인이 도입되지 않은 단순 턴제 전투였다면 전략적인 요소가 부족함과 동시에 게임이 지루하게 느껴졌을 수 있으며, 고전적인 턴제 전투라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을 수도 있다.

전투 방식 외에도 캐릭터들간 역할(Role)이 매우 분명하다는 점도 전통적인 RPG와 일맥상통하다. 가장 무난하고 어떤 상황에도 어울리는 오로라(표준), 물리공격과 체력은 약하지만 강력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핀(마법사), 적의 공격으로부터 아군을 보호해주는 오엔구스(탱커), 상태이상을 치료하고 아군을 회복하는 루벨라(힐러), 다양한 버프를 걸어주는 트리스티스(버퍼) 등 다양한 역할이 존재하며, 자신의 취향에 맞게 캐릭터를 활용하여 전략적인 전투가 가능하다. 

수채화풍의 그래픽을 통해 게임을 동화처럼 표현해냈다

본작의 가장 큰 특징은 게임 내내 볼 수 있는 수채화풍의 그래픽이다. 최신 게임들이 3D의 화려하고 정교한 그래픽이 주를 이룬 것을 생각해보면 [Child of Light]가 2D 형태의 수채화풍으로 표현한 것은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의도는 본작을 ‘한 편의 동화’처럼 만들기 위한 것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게임 전반에 걸친 수채화풍의 그래픽은 화려하지 않으나 은은한 느낌을 주고 있으며 동화책에 실린 삽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그와 동시에 필요에 따라 먹물로 그린듯한 거친 질감의 배경을 보여주기도 하고, 물감이 번지는 효과를 활용하고 있다. 그 외에도 게임 내 인물들은 배경과 결합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배경 층과 캐릭터 층을 따로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고정된 배경을 두고 종이인형들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종이인형극’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수채화풍의 그래픽과 종이인형극을 연상시키는 캐릭터들을 통해 게임을 동화처럼 표현하고 있다.

게임 전체 이야기의 흐름도 전형적인 동화적 구성을 띠고 있다

스토리 역시 동화적인 구성을 가지는데, 동화의 대표적인 교훈인 ‘권선징악’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또한 여정이 지속됨에 따라 각자의 사연을 가진 인물들을 만나 그들을 도와주고 동료가 되는, 다소 뻔한 구성 역시 포함되어 있다. (필자는 ‘오즈의 마법사’가 연상되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스토리 전개와 결말이 어느 정도 예상이 된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게임의 주된 컨셉이 ‘동화’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오히려 적절한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게임의 모든 곳에서 동화 같은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게임을 ‘동화’처럼 만들어 낸 것은 굉장히 신선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기존에 존재했던 전통적인 턴제 RPG, 트렌드(trend, 유행)에 맞지 않는 수채화풍의 2D 그래픽, 동화처럼 매우 뻔한 이야기 구성 등 게이머들의 관심이 떨어질 수 있는 요소들로 게임을 만드는 것은 어쩌면 큰 도전이었을지도 모른다. 특히 RPG 장르, 2D 그래픽, 동화적 구성의 이야기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부분임을 생각해보면 그 위험성을 더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hild of Light]가 대단한 작품인 이유는, ‘동화 같은 게임’이라는 컨셉에 맞는 요소들을 적절히 결합하는데 성공하였으며 결과적으로 ‘한 편의 동화’를 연상케하는 참신한 게임으로 탄생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본작이 가지고 있는 게임 특성상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다. 하지만 눈으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수채화와 귀로 들을 수 있는 동화가 있기에 호불호만으로 [Child of Light]를 평가하기에는 아까운 작품임이 분명하다.   

못다한 이야기

- 사운드에 대한 언급을 하지 못했는데 배경음악 역시 동화적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울리는데,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작품 내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 예측가능한 이야기 구성이긴 하나 여정이 끝날때까지 만나는 인물들과의 다양한 사건들이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동료들은 단순히 주인공을 돕기 위해 여정을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목적과 사연이 있으며, 그에 따라 서브퀘스트들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 게임의 엔딩을 보면 [Child of Light] 자체가 동화로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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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Ori and the Blind Forest

장르 : 퍼즐,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Moon Studios

플랫폼 : PC, X-box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게임 개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게임 그래픽의 진화 역시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그래픽 수준의 상향 평준화가 이루지고 있으며 최고의 게임이라는 찬사를 받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그래픽 기술은 거의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일부 플레이어들은 그래픽 하나로 게임의 완성도 여부를 판단하고 구매여부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허나 우리는 그래픽만으로 게임 전체를 판단할 수 없으며, 그래픽이 뛰어나지 않아도 최고의 게임이 되는 경우도 있음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런데 그래픽 기술의 발전을 통해 표현의 수준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가까운 그래픽 구현’은 많은 반면 ‘한 폭의 예술작품과 같은 표현’을 보여주는 게임은 많지 않다. 다시 말해 플레이어의 ‘시선을 압도하는 화려한’ 그래픽을 보여준 게임은 많았지만, 플레이어의 ‘마음을 흔드는 아름다운’ 그래픽을 보여준 게임은 만나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게임의 주된 배경인 신비하고 아름다운 숲을 한 폭의 그림처럼 표현하고 있다

[Ori and the Blind Forest]는 앞서 언급한 플레이어의 마음을 흔드는 아름다운 그래픽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밀하고 현실에 가까운 표현보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질감의 표현을 보여주고 있다. 게임의 배경인 숲(forest)은 일반적인 숲의 모습과는 달리 매우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에 걸맞게 매우 풍부한 색채로 숲을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 빛과 그림자를 이용한 명암효과는 색감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며, 숲을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숲을 표현하는 데 있어 플레이어가 활용하는 공간(platform, 플랫폼)과 게임의 배경이 되는 공간 (background, 백그라운드) 의 그래픽 표현에 차이를 두고 있다. 보편적인 횡방향 시점의 게임들이 배경을 표현하는 방법과는 달리 3D그래픽을 충분히 활용하여 ‘플랫폼’을 기준으로 더 멀리있는 배경과 더 가까이 있는 배경을 여러 층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횡방향의 시점에서도 충분한 원근감을 형성하고 더 나아가 공간감을 부여하면서 숲을 더욱 깊이 있게 표현하고 있다.

프롤로그 中 - 컷신(cutscene) 하나만으로 이미 분위기에 취하게 된다

게임 진행 중에 볼 수 있는 요소들 이외에도 컷신(cutscene)과 배경음(BGM, background music) 역시 플레이어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컷신의 경우 마치 한편의 움직이는 동화를 보는듯한 연출로 게임의 시작과 진행 상황에 맞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배경음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플레이어가 처한 상황에 맞는 음악을 통해 현재 상황을 더욱 극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눈을 감고 음악만 듣더라도 게임 속 배경이 눈 앞에 보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다. 물론 게임을 직접 플레이할 때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시각적 요소와 귀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청각적 요소들이 플레이어의 감각을 동시에 자극하기 때문에 게임이 풍기는 분위기에 더욱 취할 수 밖에 없다.

아름다운만큼 치명적인 난이도를 보여 주지만 퍼즐 구성이 매우 독창적이다

게임은 플레이어의 감성을 자극할만큼 매우 아름답지만 난이도는 치명적일 정도로 높다. 기본적인 퍼즐 액션의 구성 뿐만 아니라 [Ori and the Blind Forest]만의 독특한 구성들이 상당 수 포함되어 있다. 다만 일반적인 퍼즐 액션이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고민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면 본작은 즉각적인 반응과 정확한 컨트롤을 요구한다는 구간이 상당히 많다. 또한 게임의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주인공 ‘Ori’가 수행할 수 있는 행동이 많아지면서 조작법이 다양하고 복잡해지며 퍼즐 구성도 수행가능한 행동 수준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난이도는 더욱 증가한다.

독특한 점이 하나 있다면 [Ori and the Blind Forest]에서 플레이어가 활동하는 공간이 모두 하나의 공간으로 이어져있으며 그 범위가 매우 넓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숲의 구석구석 돌아다닐 수 있으며, 이는 마치 오픈월드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게다가 게임의 진행 정도에 따라 숲 전체의 배경이 달라지는데, 이전에 한번 지나친 공간이라 하더라도 완전히 새로운 공간처럼 느껴지며 숲이 생명력을 얻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Ori’의 수행가능한 행동이 증가함에 따라 기존에는 진입할 수 없었던 공간에 진입하면서 숨겨진 아이템을 찾고 숲을 탐험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조금씩 생명력을 얻어가는 숲과 함께 당신도 본작의 아름다움에 빠지게 된다

[Ori and the Blind Forest]처럼 예술성과 게임성을 둘다 잡은 작품은 많지 않다. 플레이어의 시각적/청각적 만족도를 충족해주기에 충분하며 게임을 진행하면서 만나는 공간, 들을 수 있는 소리 하나하나가 작품처럼 느껴진다. 더 나아가 어렵지만 독창적인 스테이지 구성까지 더해지면서 게임성까지 충족시켜주고 있으니 게임의 완성도는 말할 것도 없다. 누군가에게는 어려운 난이도로 게임 진행이 더딜 수 있지만 다시금 생명력을 얻어가는 아름다운 숲의 모습은 당신의 마음을 울리게 할 것이다. 이 작품은 게임으로 탄생한 예술이니까 말이다.

못다한 이야기

-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는데, 게임이 풍기는 분위기와는 달리 아름답기만한 스토리는 아니다. 오히려 너무나 가슴 아픈 이야기다.

- 맵 구성이 일방향 구성이 아니기 때문에 플레이어 스스로 길을 찾아갈 수 있게 만들어 둔것도 좋은 평가를 내리고 싶다. 자연스럽게 숲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닐 수 밖에 없고, 예전에 가지 못했던 장소에 가기 위해 자연스럽게 길을 돌아가기도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배경이 압권

- 게임 중에 에너지를 소비하여 원하는 장소에서 '세이브(save)'가 가능한데 자칫 엉뚱한 곳에서 저장할 경우 완전히 처음부터 게임을 다시 시작해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영상을 찾아보면 정말 웃지못할 사례가 굉장히 많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Shantae and the Pirate’s Curse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WayForward

플랫폼 : PC, 3DS, Wii U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하프 지니(half genie, 반인 반정령) ‘샨테(Shantae)’는 의외로 시리즈가 오래된 작품이다. 초기작인 [Shantae]가 2002년, 두번째 작품인 [Shantae: Risky’s Revenge]가 2010년, 가장 최신작인 [Shantae and the Pirate’s Curse]가 2014년 에 발매되었는데, 각 시리즈별 발매시기를 볼 때 상당히 오랜시간 공백기를 두었음에도 시리즈를 지속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이유 때문에 공백기가 발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긴 공백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리즈가 지속된다는 것은 본 시리즈가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초기작 [Shantae](2002)는 ‘게임보이 컬러 최후의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후속작인 [Shantae: Risky’s Revenge]와 [Shantae and the Pirate’s Curse]가 메타스코어 80점대를 기록한 것 역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의 근거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주인공 '샨테(Shantae)' - 머리카락을 채찍처럼 활용해 적을 물리친다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Shantae and the Pirate’s Curse]의 경우는 게임이 전반적으로 매우 깔끔하고 짜임새가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스토리의 시작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튜토리얼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게임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요소들을 접하고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게 구성해두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스테이지 진행에 따른 점진적 난이도 향상인데, 난이도 향상을 위한 요소를 한 곳에 밀집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로 적절하게 분배해놓았다. 일반적으로 난이도 향상을 위한 요소를 생각해볼 때 스테이지를 진행함에 따라 새로운 적이 등장하고 그에 따른 적의 공격패턴 다양화를 통한 난이도 향상, 즉 ‘점차적으로 적의 공략방법을 까다롭게 만듦’으로써 난이도를 올려가는 방법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Shantae and the Pirate’s Curse]는 적의 공격패턴 뿐만 아니라 스테이지 구조, 아이템의 습득과 그에 따라 수행가능한 액션 요소의 확장 등 여러가지 방면에서 난이도 향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이템 'Risky’s Hat’ - 아이템 습득에 따라 액션과 난이도가 점진적으로 증가한다

우선 아이템의 습득에 따라 수행가능한 액션의 종류가 증가하면서 수행 가능한 액션에 맞게 난이도 향상을 꾀하고 있다. 게임 초반에는 보유한 아이템이 없기 때문에 좌우 이동과 점프/공격 밖에 수행할 수 없지만 아이템을 조금씩 얻어가면서 활공이나 전력질주, 3단 점프 등 다양한 액션이 가능하게 된다. 그리고 단순히 수행 가능한 액션이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수행가능한 액션에 걸맞는 스테이지 구성을 통해 점진적 난이도 향상을 이루고 있다. 가령 새로운 아이템을 얻을 경우 다음 스테이지는 반드시 해당 아이템을 활용해야 하는 구간을 포함하고 있으며, 퍼즐을 풀기 위한 과정에서도 습득한 아이템을 활용하여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 다시 말해 스테이지 진행 → 아이템 습득 → 수행가능한 액션 종류 증가 → 스테이지 구성 다양화 → 난이도 향상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물론 앞서 업급한 ‘ 점차적으로 적의 공략방법을 까다롭게 만듦’ 또한 포함되어 있으며, 이 또한 스테이지별로 습득한 아이템의 활용과 연결지어 구성해두었다.

짜임새는 좋지만 ‘대단하다’라고 할만한 점이 없는 것은 꽤나 아쉽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장점들에 비해 본작만이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각 스테이지 간 짜임새가 좋다보니 난이도 향상이 이루어지더라도 퍼즐의 경우에는 어렵지 않게 해결이 가능하다보니 맥이 빠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구성이 아무리 좋다하더라도 ‘가볍게 즐길만한 좋은 게임’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그 외에도 게임 플레이 외에 캐릭터 보이스나 제스처 등 시각적/청각적 요소들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이 나타난다. 특히 캐릭터 간의 대화는 게임을 진행하는 퍼즐을 풀이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인데, 텍스트만 보여줄 뿐 캐릭터의 목소리가 따로 녹음되어 있지 않다. 간혹 주인공 ‘샨테’의 대사에서 감탄사나 다른 캐릭터의 이름이 나올 경우 목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있으나 마나한 수준이며 가끔은 어색하게 들리기까지 한다. 게임 개발 당시, 일러스트의 경우 생동감을 주기 위해 100여장을 그렸다고 하는데 일러스트만큼 캐릭터 보이스에도 투자를 했다면 좀 더 흡입력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현재 개발 중인 [Shantae: Half Genie Hero]는 좀 더 방대한 분량을 보여줄 예정이라 한다.

대단한 강점이 없다는 것은 조금 아쉽지만 매우 깔끔하게 만들어진 게임인 것은 분명하다. 처음부터 어려운 난이도를 강제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게임에 익숙해지고 그에 따라 점진적으로 난이도를 증가시키며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두었다. 중소개발사에서 만든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공백기를 깨가면서 시리즈를 이어온 것은 분명 이유가 있는 것이다. 또한 현재 개발 중인 [Shantae: Half Genie Hero]가 킥스타터를 통해 기대 이상의 지원을 받아낸 것도 본작 [Shantae and the Pirate’s Curse]가 충분히 잘 만들어진 작품임을 보여주는 근거이기도 하다. 시리즈가 꾸준이 이어진만큼 차기작 또한 깔끔하게 만들어지기를 기대하며 본작의 아쉬움을 충분히 해소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못다한 이야기

- 원래 Shantae 시리즈의 주요 컨셉은 '변신'을 통한 스테이지 진행인데, [Shantae and the Pirate's Cures]에서는 스토리상 변신을 못하게 되어 해적아이템으로 대신하게 되었다. 변신은 못하지만 이를 아이템으로 대체한 것이기에 게임성은 그대로 유지가 되었다고 한다. 후속작 [Shantae: Half Genie Hero]에서는 다시 변신기능이 돌아온다고 한다.

- [Shantae and the Pirate's Cures] 개발시기부터 'Inti Creates'(인티크리에이츠)와 협력관계를 맺게되었다. Inti Creates 는 록맨의 정신적 계승작인 [Mighty No.9]의 개발사인데, 협력관계가 알려지면서 샨테 시리즈의 인지도가 급상승하게 되었다고 한다. [Shantae and the Pirate's Cures]의 일러스트도 Inti Creates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Finding Teddy 2

장르 : 퍼즐, 어드벤처

제작사 : Stodybird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컴퓨터실의 구석진 자리에 이름 모를 게임이 하나 깔려 있었다. 인터넷과 컴퓨터 보급이 막 시작되던 시기라 아무런 정보와 공략도 없었으며, 영어로 되어 있는지라 게임의 이름을 읽을 줄 몰랐으며, 심지어 어떻게 게임을 진행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게임이 풍기는 분위기와 퍼즐의 신박함에 빠져들어 수십번의 반복을 통해 퍼즐을 풀고, 스테이지를 진행하고, 게임에 대한 요령을 익혀 결국에는 엔딩을 보게 되었다. 엔딩을 볼 때의 뿌듯함은 이름도 모르는 게임에 대한 묘한 감정을 자아냈고 그 감정은 십수년이 지나며 조금씩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우연히 접한 [Finding Teddy 2]가 십수년 전 그 때 그 감정을 오롯이 떠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어린 소녀의 모험. 그러나 그 무엇도 소녀에게 친절하지 않다.

어릴 때 즐겼던 그 게임에게서 느낀 감정은 언어의 장벽으로 인한 ‘불친절함’이었는데 [Finding Teddy 2]는 이 같은 불친점함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본작의 불친절함이 언어의 장벽 때문인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불친절함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불친절함은 게임의 조작에서도 나타난다.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튜토리얼’ 단계를 거치거나 옵셥의 환경설정 목록을 보면서 조작 방법에 대해 익히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하지만 본작은 조작 방법이나 조작키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초반에는 조작 키를 파악하기 위해 모든 버튼을 하나하나 눌러보면서 조작키를 파악해야한다. 이는 어린 시절 게임을 조작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키보드를 하나하나 누르던 그 때 그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아이템 ‘Musicom’ - 가장 핵심되는 요소지만 첫 사용까지 꽤나 애를 먹게 된다.

그 뿐만 아니라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새로이 얻게 되는 일부 아이템들도 사용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 중 핵심 아이템인 ‘Musicom’도 특별한 안내나 설명이 없다. 대체 이 아이템의 용도가 무엇인지, 빈 공간은 왜 있는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안내나 설명이 전혀 없다. 그리고 스테이지를 돌아다니다보면 룬 조각을 모으면서 ‘Musicom’이 하나씩 버튼을 얻어 가게 된다. 그런데 각 스테이지별로 어떤 버튼이 나오는지 알 수 없고, ‘Musicom’으로 무엇을 하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처음 사용하는 방법을 익히기까지 상당히 애를 먹게 된다. 게다가 혹시나 놓친 룬 조각이 없는지 불필요하게 맵을 돌아다니게 되거나 진입할 수 없는 구조물을 보면서 해당 스테이지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것을 해결하려고 고민하게 됨으로써 게임을 이해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소요하게 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Findgin Teddy 2] 전체를 아우르는 퍼즐을 풀어나가는 과정의 일환이며, 게임을 진행하면서 얻게 되는 다양한 문자표(Lexicom, 어휘=lexicon)를 참고하여 숨겨진 아이템을 찾고 잠겨있는 문을 열게 되면 비로소 게임 진행 방법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복잡한 스테이지 구성은 퍼즐의 난이도를 더욱 높이는 장치가 된다.

(출처 - '겜스타의 블로그' http://papito.tistory.com/)

게임 진행 방법에 대해 이해를 했다 하더라도 퍼즐의 난이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스테이지 진행을 위해서는 각 스테이지별로 숨겨진 힌트를 찾아내고 그 힌트를 해석해야만 한다. 하지만 힌트를 찾기 위한 과정이 녹록지 않다. 스테이지 구성이 매우 복잡하고 구석구석 돌아다녀야 하다보니 힌트를 놓치기도 하며, 힌트를 발견했더라도 막상 필요할 때 잊어버려서 다시 힌트를 찾으러 가야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리고 다른 스테이지를 해결하기 위해 이전 스테이지를 다시 탐색해야하는 경우도 있기에 모든 스테이지를 꼼곰히 살피고 기억해야 한다. 이 점 외에도 힌트를 제시하는 방법이 게임 내 언어인 룬언어이기에 ‘Lexicom’을 펼쳐서 하나한 해석을 해야하며, 다른 경우에는 ‘Musicom’의 음(音)으로 힌트를 알려주기 때문에 힌트를 해석하고 기억하기가 의외로 까다롭다.

게임이 풍기는 부드럽고 신비한 분위기는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게임의 불친절함과 퍼즐의 난이도는 게임 전반에 걸친 신비한 분위기를 통해 상당 부분 상쇄시키고 있다. 특히 신비한 배경과 은은한 음악은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며, 이를 통해 급하게 게임을 급하게 진행하려고 하기보다는 느긋하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또한 곰인형을 찾아 떠나는 소녀의 여정이라는 컨셉에 맞게 귀여운 디자인을 가진 괴물들, 장소의 이동에 따른 해상도 변화를 통한 독특한 시각효과도 분위기 연출에 한 몫하고 있다. 여기에 불친절한 게임 구성에 의한 까다로운 퍼즐은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고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에 대해 궁금증을 유발함으로써 게임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첫 퍼즐을 해결하는 순간이 이 게임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순간이다.

만약 불친절하고 난이도만 높았다면 이 게임을 즐기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게임이 풍기는 시각적/청각적 분위기를 통해 게임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두었으며, 스테이지 진행에 따라 조금씩 확장되는 ‘Musicom’의 음(音)과 ‘Lexicom’의 어휘를 통해 조금씩 난이도를 높혀 퍼즐을 풀어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구성해두었다. 물론 아무리 느긋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두었더라도 첫 퍼즐을 해결하기까지 상당히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첫 퍼즐을 해결하게 된다면 곰인형을 찾으러 떠나는 소녀의 모험을 끝까지 지켜보게 될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

- 조작 방법은 Stema '메뉴얼' 페이지에 존재하지만 게임 내에서 배워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두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특히 '방패막기' 방법을 모를 경우 클리어가 불가능한 구간이 있기 때문에 만약 메뉴얼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게임을 포기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 퍼즐의 힌트 제시, 해결방법이 'Musicom'과 'Lexicom'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매우 참신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약간의 기억력과 음감이 필요한데, 이게 부족한 사람이라면 상당히 어려운 게임이 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10시간 분량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14시간이 걸렸다.

의외로 고도의 컨트롤을 요하는 구간도 있다. 단순한 퍼즐 어드벤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의 컨트롤 역량도 어느 정도 필요한 게임이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고대궁전 Map은 제작자에게 사용허가를 받았습니다.




제목 : Remember Me

장르 : 액션

제작사 : DONTNOD Entertainment

플랫폼 : PC, PS3, X-box 360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창작물 중에는 현실과는 다른 가상의 세계가 담겨 있는 것들이 있다. 이러한 가상의 세계는 어느 누구나 떠올릴 수 있지만 그 세계를 짜임새있게 만들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짜임새 있게 만들어진 가상 세계는 언제나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그 속에서 풀어나갈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해진다. 판타지의 아버지이자 [Lord of the Rings]을 집필한 ‘John Ronald Reuel Tolkien’이 세계관을 먼저 구축한 뒤 이야기를 써내려갔다는 것을 보면, 세계관의 구축이 매우 중요한 부분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세계관이라도 그 안에서 풀어낼 사건들이 부실하다면 그 가상 세계는 겉만 번지르르한 포장지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이번에 이야기할 [Remember Me]는 그러한 작품들 중 하나다.

[Remember Me]는 기억을 상품화하여 사고 파는 근미래의 이야기다.

[Remember Me]의 세계관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본작의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는 ‘인간의 기억’이며, 기억을 추출/조작/운반 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기업과 기득권의 횡포, 이에 따른 극심한 빈부격차,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혁명단체 ‘에러리스트(Errorist)‘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인간의 기억을 다룬다’는 내용은 윤리/철학과 연결이 되면서 사뭇 진지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세계관으로 창조되었다. 또한 게임의 배경이 현실과는 완전히 다른 가상세계가 아닌 근미래 프랑스인 ‘NEO Paris’이기에 머지 않은 미래에 나타날 법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매력적인 세계관을 구축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가 즐길 수 있는 부분은 한정적이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둘러볼 수 있는 배경은 시선을 빼앗을 만큼 압권이며, 작품 내 사회가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만큼 표현을 잘 해두었지만 플레이어와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부분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러다보니 게임 내 세계를 충분히 즐길 여지가 없으며, 거기에 더해 진행 방향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좌표표기까지 한몫하면서 스토리만 따라가다 게임이 끝나버리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위협적인 적인줄 알았으나 한순간에 아군이 된 뒤 단역으로 떨어지는 Olga(좌)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있다면 스토리 역시 상당히 부실하다는 것이다. 등장인물 중 한명인 ‘Olga(올가)’는 게임 초반에 등장하여 굉장히 위협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암살자로서 주인공과의 대립이 예상되었지만, 별다른 활약 없이 등장하자마자 기억 조작을 당하고 아군이 된 후 거의 등장하지 않는 인물로 전락해버린다. 또한 주인공 ‘Nillin(닐린)’의 과거와 가족관계, 조력자 ‘Edge(에지)’의 정체 등 충격적인 반전요소를 담을 수 있는 이야기 구성을 다소 뻔한 내용을 담아냄으로써 어처구니 없는 결말을 맺고 있다. 무엇보다 기억을 잃어버린 주인공이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기억 때문에 불가피하게 혁명에 동참하게 되는 수동적 태도를 보여주기에 스토리의 맛을 떨어뜨리고 있다.

게임플레이는 시각적인 즐거움이 뛰어나지만 플레이어의 선택폭이 매우 좁다.

게임플레이의 경우에도 다소 부실한 부분이 많다. 게임 내 요소는 크게 1.전투 2.퍼즐 3.파쿠르 액션 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요소들은 시각적인 즐거움은 충분히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요소의 매력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첫번째, 전투는 ‘Combo Lab’을 바탕으로 다양한 효과를 가진 공격을 조합하여 전투를 진행하는 방식인데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한정적이다. ‘Combo Lab’은 이미 정해진 틀 내에서만 만들 수 있으며, 단순히 효과만 달리할 뿐 공격 방법이 모두 동일하다. 그러다보니 유저 스스로가 창의성을 발휘하여 콤보를 만들 수 없고, 정해진 틀에 맞춰서 전투를 진행해야 한다. 전투에서 볼 수 있는 공격 모션이나 특수 효과는 정말 화려하지만 정작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재미가 부족하다는 점은 단점이 될 수 밖에 없다.

기억 조작은 재생과 되감기를 반복하면서 주먹구구식으로 해결해야한다.

두번째, 퍼즐의 경우 ‘기억조작’과 ‘리멤브레인’이라는 두 가지 요소로 나타나는데 플레이어가 퍼즐을 풀기 위해 고민하고 추리할만한 여지가 적은 편이다. 기억조작의 경우 추리를 통해 맞춰나간다기 보다는 기억을 되감고 재생하고를 반복하면서 주먹구구식으로 풀어나갈 수 밖에 없는 구성이다. 또한 기억을 되감고 재생하는 방법이 불편해서 꽤나 시간이 걸린다는 특징 때문에 지루하기까지 하다. 그나마 ‘리멤브레인’의 경우 언어를 통한 퀴즈 형식의 퍼즐이기에 추리를 해볼 여지가 있지만 게임 내에서 몇 번 등장하지 않기에 아쉬움이 크다.

세번째, 파쿠르 액션도 우리가 기존에 기대하던 것과는 달리 매우 제한적이다. 파쿠르 액션이라 하면 보통 [Mirror’s Edge]나 [Assassin Creed]처럼 매우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을 떠올리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본작에서는 정해진 경로만 이동할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벽을 타거나, 파이프를 오르거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등의 액션을 보이지만 역시나 플레이어의 자유도가 없으므로 매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컨셉이 훌륭했기에 그 안에 담긴 부족한 내용물은 더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매력적인 컨셉과 세계관 그리고 이를 보여주는 배경과 시각 효과는 플레이어의 눈을 즐겁게 해주지만 정작 그외 플레이어가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요소는 부족한 편이다. 이는 ‘플레이어의 선택가능 폭이 좁다’, ‘플레이어와의 상호작용이 부족하다’ 등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매력적인 세계라 할지라도 그것을 소비하는 플레이어가 향유할 즐거움이 없다면 매력은 반감되고 재미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분명히 좋은 작품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었기에 그만큼 부실한 내용물을 큰 아쉬움으로 다가 온다. 현재 [Remember Me 2]의 스토리가 이미 완성이 되어 있다는 소식이 있는만큼 후속작이 나온다면 좀 더 풍부한 즐길거리를 담아내어 세상 밖으로 꺼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못다한 이야기

- 애초부터 주인공 '닐린'은 최고의 에러리스트 요원이라는 설정이 있으며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능력이 있었다. 스토리 진행에 따른 주인공의 성장과 고난 등은 거의 없고, 그저 시키는대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요원이라는것이 썩 좋은 이야기 흐름은 아니다. 물론 가족관계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면서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하지만 꽤나 뻔한 이야기라 그 감정이 오래가지 않는다.

- QTE(퀵타임이벤트, 버튼액션)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많았던 작품인데, 개인적으로는 QTE의 활용이 문제가 아닌 '가시성'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QTE는 [God of War]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순간순간 어떤 버튼을 눌러야하는지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 처음 게임을 구입할 때는 [Mirror's Edge]같은 작품이라 생각하고 구입했다. 물론 매우 거리가 먼 작품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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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Broforce

장르 : 액션, 슈팅

제작사 : Free Lives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게임은 Early Access 단계로 현재 개발 중인 게임입니다.>

‘익스펜더블(The Expendables)’이라는 영화를 본 적 있는가? 한 때 액션 영화의 한 획을 그었던 배우들이 총 출동하여, ‘용병 집단의 이야기’를 풀어낸 아주 전형적인 액션 영화다. ‘람보와 코만도가 만나면 어떨까?’하는 상상에 대한 답안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온갖 액션 배우들이 한 스크린에 등장한다는 것만으로 가슴이 두근거렸고 한 순간에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물론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흥행은 실패했지만 필자에게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Broforce] 역시 온갖 영웅들이 등장하며, 액션 영화에서 기대하는 모습을 게임에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다만 우리가 기대와는 달리 조금 독특한 모습으로 나타날 뿐이다.

[Broforce]의 Bro들 - 온갖 액션 영화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액션 영화의 주인공들이 다수 등장하는만큼 본작은 게임 곳곳에서 ‘남자다움’을 표현하려 하고 있다. 게임 전반에 걸쳐 ‘Bro’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데, 각 인물들의 이름의 경우 원작을 따라가지 않고 Bro와 적절히 섞어서 Brominator(터미네이터), Brocop(로보캅), Bronan(코난) 등으로 부르고 있다. 그 외에도 스테이지 클리어 실패시 격앙된 어조로 절규하거나 ‘rest in peace, bro’, ‘you can do it, bro’, ‘come on, bro’ 등의 표현을 하는 나레이션도 ‘남자다움’을 표현하는 부분에 해당된다. 하지만 게임이 도트 그래픽으로 표현되어 있기에 전반적으로 귀여운 느낌이 강하며, 이에 따라 귀여움과 남자다움이 조화를 이루면서 묘한 매력을 풍기고 있다.

[Broforce]는 도트를 활용하여 영화 같은 장면을 충분히 연출해내고 있다.

게임 내 그래픽은 저해상도 도트 그래픽에 그치고 있지만 게임 전반에 걸친 표현이 매우 훌륭하다. 우선 각 영화의 주인공들에 대한 표현이 매우 정확하다. 몇개의 점을 찍어서 표현했을 뿐인데 각 인물의 특징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게임 내에서 현재 조작하는 인물의 얼굴이 나타나기는 하나 이를 보지않더라도 어떤 인물을 조작하고 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람보의 붉은 머리끈, 터미네이터의 안광, 블레이드의 코트와 검 등이 그 예이다. 그 뿐만 아니라 폭발, 화염, 지반침식 등에 대한 표현도 잘 나타나있고, 적군이 죽을 때 피가 튀거나 머리만 잘리거나 시체가 조각나는 등 다양한 연출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피가 튀거나 시체가 잘리는 연출은 단순한 도트 그래픽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잔인하게 느껴진다.

단순한 목적을 가진 게임이지만 좀 더 다양한 구성과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게임의 목적은 매우 단순하다. 적을 모두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적진을 뚫고 목적지에 도달하여 탈출하거나 정해진 목표물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지형을 이용해 적을 피해갈 수도 있고, 구조물을 활용하여 적을 죽일 수도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총을 쏴서 적을 죽이고 모든 것을 때려부수는 단순한 게임으로 보이지만 게임을 즐기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전략적 요소가 산재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캐릭터별 성능이 모두 다르고, 스테이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구조물의 효과는 전략적인 플레이를 요구하는 개발자의 의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전략적인 게임을 요구하는 개발자의 의도와 달리 아무런 고민없이 총을 갈기면서 적진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모든 것을 파괴한 뒤 유유히 탈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캐릭터의 능력은 성능에 따른 전략보다는 난이도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대다수의 스테이지는 땅을 파거나 벽만 잘 타도 쉽게 클리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스테이지 구성과 전략 부분은 개선이 필요해보인다. 특히 최근에 추가된 ‘Alien Infestation’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트랩들과 적들이 등장하여 기존 스테이지와는 차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전략처럼 땅만 파고 가면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다는 것이 해당 문제점을 더욱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이래나 저래나 시원하게 때려부수면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인 것은 분명하다.

전략적인 부분은 아쉽지만 단순하고도 신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은 분명하다. 액션 영화의 주인공처럼 총알을 피하며 적진을 돌파할 수도 있고, 우연찮게 터진 폭발물이 모든 적을 쓸어버리는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게임을 진행할 수록 새로운 주인공들이 등장하기에 새로운 캐릭터를 얻는 재미도 쏠쏠하다. 스테이지 구성과 전략 요소에 대해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지만  아직까지 개발 단계의 게임이기에 발전될 여지는 충분히 있다. 게임이 완성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며. 그 동안 게임을 즐기는 것과 동시에 개발 과정에서 어떤 새로운 인물들이 [Broforce]에 합류할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

- 액션 영화 매니아라면 상당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포로를 구출하다보면 순차적으로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참고로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경우 3명이나 등장한다.(코만도/터미네이터/코난)  

- 앞서 언급한 캐릭터 능력에 따른 난이도는 매우 극명하다. 근접 캐릭터인 네오(매트릭스), 블레이드(블레이드), 코난(코난 더 바바리안)은 폭발물을 건드리면 죽기 때문에 소극적인 플레이를 요구한다. 반대로 터미네이터(터미네이터)의 경우 단위 시간당 데미지가 가장 강한 대신 공격의 선딜레이와 넉백이라는 패널티가 있지만 특수 능력을 사용할 경우 일정 시간 동안 무적상태임과 더불어 패널티가 사라지기 때문에 보스 전에서는 지나치게 좋은 성능을 보여준다.

- DLC로 [Expendabro]가 있다. 영화 '익스펜더블'을 차용한 무료 컨텐츠이므로 [Broforce]의 데모플레이를 해볼 수 있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Crypt of the NecroDancer

장르 : 리듬, 어드벤처, 로그라이크

제작사 : Brace Yourself Games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퓨전(Fusion); 융합, 결합.  녹아서 하나로 합침

어느 분야든 두 개 이상이 융합된 것들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처음에는 생소했으나 이제는 특이할 것도 없는 퓨전음식부터, 너무나도 자주 일어나는 음악에서 장르간의 융합(fusion), 그리고 학문에서도 융합과학 또는 복합학문이라는 명칭으로 각 분야내에서 퓨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융합은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융합을 위한 소재들의 특성을 잘 알고 있어야 하며, 각 소재의 어떤 특성을 유지/제거할 것인지 분명하게 해야한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모 요리 프로그램에서 셰프들이 예상치 못한 조합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운’이라는 것도 작용하기에 우려했던 것보다 결과물이 좋을 수도 있고, 기대했던 것보다 결과물이 나쁘게 나올 수도 있다. 이는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드밴처 게임과 리듬 게임을 융합했더니 이런 결과물이 나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Crypt of the NecroDancer]는 매우 성공적으로 융합이 이루어졌으며 그에 따른 결과물은 매우 훌륭하다. 먼저, 장르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무덤 안에 숨겨진 지하 던전을 탐험하는 어드밴처 게임에 배경음악의 박자에 맞춰 조작해야하는 리듬게임을 더한 것이다. 이 두 가지 장르의 결합은 ‘리듬 액션’이라는 형태를 떠올릴만도 하지만 사실상 리듬 액션은 캐릭터의 행동에서만 액션 요소가 있을뿐 조작 측면에서는 리듬 게임과 동일하기에 혼합 장르라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본작의 기본 형태는 상하좌우로 조작하는 어드밴처 게임이지만 박자에 맞춰서 이동해야할 뿐만 아니라 박자를 맞추고/틀리고에 따라 보너스/패널티를 줌으로써 어드밴처 게임과 리듬 게임의 균형을 적절하게 유지하고 있다.(아이템의 사용도 박자에 맞춰야한다.) 또한 박자에 맞춰 움직이는 것은 플레이어 뿐만 아니라 몬스터들도 마찬가지이며, 몬스터별로 1~4박자 기준으로 독특한 패턴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플레이어가 박자에 맞춰 움직일수도 있지만 박자를 넘겨 움직이지 않음(=턴을 넘김)으로서 몬스터를 공략할수도 있는데, 이는 턴제 전략 게임의 특징을 띠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음악의 박자에 따라 플레이어와 몬스터 모두 끊임없이 움직여야하기 때문에 실시간 전투의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결국 어드밴처와 리듬이라는 두 가지 장르를 혼합했지만 각 장르의 특징을 잘 살려 게임을 만들어 내었고, (의도했든 의도치않았든) 턴제 전략과 실시간 전투의 색깔까지 보여줌으로써 매우 독특한 장르가 탄생하게 되었다.

게임 내 보스들은 ‘악기’와 결합된 독특한 외관을 가지고 있다.

장르의 혼합은 게임 플레이 방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그대로 게임의 컨셉으로 연결시켜 놓았다. 몬스터들은 여러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을 띠고 있지만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음악의 맞춰 춤을 추고 있다.(어드밴처의 몬스터와 리듬의 춤이 결합된 형태) 어깨춤을 추는 버섯괴물, 손뼉치는 원숭이, 점프하는 슬라임 등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각 스테이지의 최종 보스들은 악기와 결합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장르의 혼합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컨셉까지 이어나감으로써 본작이 가진 색깔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다보니 게임을 즐기다보면 어드밴처라고 느끼다가도 리듬 게임이라고 느끼는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어느 장르의 느낌을 받더라도 전혀 어색함이 없으며 두 장르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게임이 단순해 보이지만 짧은 시간 동안 플레이어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

장르의 결합에 의한 결과는 게임의 난이도에서도 나타난다. 앞서 언급한 장르를 더하면 이러한 상황으로 설명할 수 있다. [어드밴처 + 리듬 + 전략 + 턴제 = 박자에 맞춰 이동을 하되 몬스터의 행동 특성에 맞춰서 공격과 방어를 해야하고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박자를 쉬어가며 전략적으로 게임을 진행한다.] 말은 쉬워보이지만 박자를 맞추는 것과 몬스터의 행동 예측, 그에 따른 진행방향 결정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처음하는 사람이라면 박자에 맞춰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하물며 몬스터의 행동을 예측하고 반응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앞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로그라이크(Roguelike)’의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게임을 진행해야 한다. 물론 계속 죽더라도 배경음이 매우 중독적이고 신나기 때문에 여러번 진행하더라도 부담감이 없으며, 반복적인 플레이로 학습과 훈련이 된다면 다음 스테이지로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박자감+패턴+판단력이 모두 학습/훈련되었을 때만 해당되는 일이다.

Dance Pad - 키보드의 방향 버튼처럼 활용하여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

몬스터별 패턴을 학습하고 대처 방법을 훈련할 수 있는 트레이닝존 뿐만 아니라 고난이도 퍼즐, 일일도전(Daily Challenge) 등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장치를 다양하게 마련해 놓았으며, 게임 진행 상황에 따른 해금요소, 캐릭터별로 다른 특성과 스토리를 만들어두었다. 이는 (로그라이크 특성에 의한) 반복적인 게임으로 지루하거나 지칠 수 있는 것을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랫 동안 게임을 지속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장치들 중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댄스 패드를 이용하는 ‘Dance Pad Mode(Easier)’가 인데, 댄스 패드를 활용한다는 특성상 기존 게임 난이도보다는 쉬운 편이다. 물론 일반 모드에서도 댄스 패드를 활용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좀 더 어려운(+몸과 마음이 모두 힘든) 난이도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지하 무덤의 괴물들과 함께 춤을 출 준비가 되었는가?

융합을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렇기에 [Crypt of the NecroDancer]를 단순한 퓨전 장르 게임이라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융합을 통해 좋은 결과물을 내는 것은 어렵다. 본작은 장르의 융합과정에서 각 장르의 특성을 고스란히 살리며 그것을 컨셉과 연결했을 뿐만 아니라, 본작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한 게임 방식으로 발전시켰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그 하나하나가 모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었으니 그야 말로 성공적인 융합인 샘이다. 물론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모호한 특징도 있으나 이 또한 융합의 재미가 아니겠는가? 춤도 추고 싶고, 몬스터와 싸우고도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NecroDancer의 지하묘지로 들어오라. 그들은 언제든 당신과 춤을 출 준비가 되어 있다.

못다한 이야기

- 1회차 클리어하는데 12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난이도가 어렵다고 느껴지지만 박자와 몬스터의 패턴을 학습하면 어렵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조작이 간단하기 때문에 시간을 들이면서 천천히 학습하면 클리어할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된다.

- 게임 패드 시연 영상을 보았는 데, 마지막 스테이지로 가면 힘들어서 쓰러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스테이지를 진행할수록 박자가 빨라지는데 과연 몸이 박자를 따라갈 수 있을지 의문...

- 본작의 진정한 장점은 중독성 있는 배경음이다. 듣다보면 어느 순간 어깨를 들썩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The Evil Within

장르 : TPS, 액션, 호러

제작사 : Tango Gameworks

플랫폼 : PC , PS3, PS4, X-bos 360, X-box ONE,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The Evil Within]이 발매된지 대략 6개월이 지났다. 래터박스/시점의 불편함, 프레임 드랍, 이해하기 어려운 스토리, 어중간한 게임성 등 많은 혹평을 받아왔다. ‘바이오하자드의 아버지 미카미 신지의 신작’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온 게임치고는 저평가를 받으며 상당히 빠른 기간에 유저들의 관심 밖으로 벗어난 것은 매우 초라해보이기까지 한다. 물론 패치를 통해 래터박스나 시점 등 기술적 문제들은 어느 정도 해결하였고, 기술적 문제 뒤에 가려진 모습을 발견한 일부 유저들 사이에서는 재평가가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호평과 혹평의 그 중간선상을 유지해오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분명히 기억해야할 점이 있다면, 혹평을 받는 부분은 게임을 진행하는 데 발생하는 ‘기술적 문제’이며 그 외의 요소들은 많은 유저들의 호불호(好不好)에 의해 호평과 혹평이 나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호불호란 ‘액션’과 ‘공포’ 중 어느 한쪽을 기대했던 유저들 간에 발생하는 것이며, [The Evil Within]은 ‘액션’과 ‘공포’라는 상극인 장르가 뒤섞여 있는 어떤 것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광민감성 경고 - [The Evil Within]이 어떤 감각을 자극하는 게임인지 알 수 있는 문구

본작에 담겨져 있는 공포는 다분히 시각적인 요소에 의해 형성되고 있다. 유혈이 낭자한 정신병원, 곳곳에 널브러진 시체, 기괴한 괴물들과 장소 등 공포감을 형성하기 위한 시각적 요소들이 게임 전반에 걸쳐 산재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요소들만으로 공포감을 주기에는 충분하나 [The Evil Within]의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장치는 다름 아닌 빛(Light)이다. 게임이 진행되는 공간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로 인해 주인공 ‘세바스찬’은 항상 랜턴을 들고 다니는 데, 문제는 이 랜턴이 좁은 범위만을 비춰주기 때문에 보이지 않은 곳을 밝히기 위해서는 어두운 곳으로 직접 들어가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함과 동시에 빛을 밝혀 눈에 비치는 것이 바닥에 낭자한 피나 괴물이기에 공포감은 더욱 가중된다. 그 외에도 깨진 거울 뒤로 비치는 빛을 통해 오고가는 폐쇄병동이나, 빛이 켜지고 꺼지면서 나타나는 괴물/알지못할 장소의 등장, 원색의 조명을 이용한 연출 등은 빛을 통해 더 극적인 공포를 선사하고 있다.

게임 내 퍼즐들은 ‘관찰력’을 요하는 것이기에 시각적 집중도를 높이게 된다.

퍼즐도 시각과 관련이 있는데 게임 내 모든 퍼즐이 ‘관찰력’을 요구하는 퍼즐이다. 복잡한 사고를 요하는 것이 아니기에 플레이어는 퍼즐을 풀기 위해 세심하게 주위를 관찰하고 살펴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시각에 힘을 쏟게 되며, 불가피하게 공포감을 유발하는 요소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퍼즐 역시 시각적 요소를 이용해 공포감을 유발하고 있으며, 퍼즐 풀이에 실패/성공했을 때 나타나는 상황 또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적은 양의 탄약 공급은 공포를 유지하면서 액션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액션 측면에서는 다른 게임들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우선 다른 액션 게임에 비해 탄약 공급이 적은 편이다. 일반적인 액션 게임처럼 진행을 한다면 탄약이 떨어져 죽는 상황이 쉽게 발생하기에 무기의 사용은 신중해야 하며, 모든 상황을 정면돌파로 해결 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은신이동과 암살을 적절히 사용해야하며, 게임 내 독특한 아이템 중 하나인 ‘성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적은 양의 탄약으로 인한 소극적인 게임 진행의 강제는 액션 게임을 기대했던 게이머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는데, 만약 지나치게 많은 탄약이 나왔다면 위기 상황을 커녕 공포감 조성에 실패함과 동시에 단순한 액션 게임이 되어 버렸을 것이다. 그 외에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함정이나 게임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즉사 포인트 역시 일반적인 액션 게임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플레이를 막고 소극적인 플레이를 유도하고 있다. 결국 액션 게임의 요소를 담고 있지만 적은 탄약 공급과 함정, 즉사 포인트 등으로 플레이어를 취약하게 만듦으로서 소극적이고 신중한 플레이를 유도하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언제 위기 상황에 빠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줌으로써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The Evil Within] Artwork - 본 작품에게 기대했던 모습이지만 게임 초반부에만 그칠 뿐이다.

다만 공포를 유지하면서 최소한의 액션을 추구하던 게임 형태는 후반부로 갈 수록 희석되기 시작하며, 결국에는 완전한 액션 게임으로 변모해버린다. 공포 게임의 성향을 띠는 초반부와 달리 후반부로 진행되면서 점차 액션 게임의 성향을 강하게 띠는데, 게임이 진행될수록 무기의 종류가 많아지고 강력해진다는 점, 후반부에 나타나는 대부분의 장소가 어둡지 않고 밝은 편이라는 점 등이 공포 분위기를 희석시키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보스 몬스터들이 가지는 특징이 후반부에 가까워 질수록 일반적인 액션 게임과 비슷하게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게임 중반까지 나타나는 핵심 보스 몬스터들은 죽어도 되살아나거나 특별한 방법을 활용하지 않으면 죽일 수 없는 특징을 가지기에 무기를 쏟아 붓는 방법의 정면돌파가 불가능하다. 또한 보스 몬스터들의 외모와 행동, 그에 따른 연출이 굉장히 소름돋는다. 이러한 상황과 연출은 액션 요소를 가미하더라도 공포를 유발하기에 충분한 구성이며, 취약한 주인공과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감을 이용해 공포를 유발하는 방법이 유효한 상태다. 하지만 후반부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들은 그저 거대한 괴물처럼 보일 뿐만 아니라 중반부 보스들처럼 독특한 방법을 통해 죽이는 것이 아닌 플레이어가 가진 무기를 쏟아 부어야만 죽일 수 있다. 이쯤되면 보이지 않은 위험에 대한 불안감이나 기괴한 연출을 통한 공포보다는 눈 앞에 있는 괴물을 죽여야한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게 된다. 이는 일반적인 액션 게임으로 변해버린 상황이라 볼 수 있으며, 후반부로 거듭할수록 공포보다는 액션 게임으로 치우쳐지고 있음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아마 초중반은 공포에서 후반에 액션으로 변화하는 게임 구성이 ‘액션도 공포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주요 요인일 것이다.

중반부 보스 Laura(위) / Keeper(아래) - 액션과 공포 사이를 적절하게 구현해낸 요소

어찌보면 [The Evil Within]은 용두사미(龍頭蛇尾)격 작품이 되어버렸다. ‘미카미 신지의 신작’이라는 수식어에 비해 초라한 평가, 공포와 액션을 적절하게 잘 버무려낸 초중반에 비해 액션으로만 구성된 게임 후반, 굉장히 흥미로웠던 초반 분위기에 비해 찝찝하고 허망하게 끝나버린 이야기의 결말 등 여러 방면에서 ‘끗발’이 약했다. 훌륭한 컨셉을 이용해 그에 알맞는 연출과 분위기를 충분히 이끌어 냈지만, 그 분위기를 끝까지 끌고가지 못한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여기에 더해 래터박스/시점/프레임 드랍 등 기술적인 문제가 겹치면서 더 나쁜 평가를 받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에 따르면 ‘미카미 신지’가 [Biohazard]라는 아들을 너무나 사랑해서 만들어낸 또 다른 아들이 [The Evil Within]이라고 하나,  [The Evil Within]은 본 작품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다. 물론 그 특징을 끝까지 끌고가지 못하고 잃어버린 아들처럼 만들어버린 것이 문제로 작용해버린 것은 사실이다. 후속작 예정은 없지만 ‘미카미 신지’가 새로운 아들에 집중하여 공포와 액션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좀 더 오래오래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못다한 이야기

- 회차 연동으로 2회차 플레이를 하면 완전한 액션 게임이 되어버린다. 충분한 탄약과 더불어 업그레이드 된 무기를 가지고 있기에 겁날 부분이 전혀 없다. 무기의 타격감이 상당히 좋으며, 게임 내 무기인 석궁/볼트는 전략적인 게임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 게임 실행시 볼 수 있는 '광민감성 경고'처럼 발작이나 구토를 겪지는 않았지만 안구통증이 느꼈다. 필자만 느끼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원색의 빛을 이용한 연출이나 극단적인 명암차이는 눈에 피로를 주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그래서 게임을 하다가 쉬기를 반복했다고...

- [Dead Space]나 [Silent Hill] 같은 기존의 공포게임 소스를 차용한 부분이 보인다. 물론 [Bio Hazard]의 것도 상당 부분 차용해왔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Never Alone (Kisima Ingitchuna)

장르 : 퍼즐, 어드벤처, 캐주얼

제작사 : Upper One Games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4년 11월 20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4월 26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횡방향 시점의 퍼즐 어드벤처은 그리 독특할 것이 없는 장르다. 대부분의 게임이 비슷한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퍼즐이라는 재료만을 부각시키려고 한다면 그저그런 작품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제작자들은 다양한 재료를 게임에 집어 넣어 가공을 함으로써 게임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극대화하려고 애를 쓰게 된다. 그 결과 퍼즐보다는 게임의 스토리나 분위기, 또는 연출 등이 더 많이 부각되는 게임들이 다수 나타나게 되었고, 현재 퍼즐 액션의 대부분이 이러한 형태를 따라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Limbo]나 [Ori and the Blind Forest]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이누이트족 소녀와 흰 여우의 모험을 그린 퍼즐 어드벤처

Never Alone은 전형적인 횡방향 시점 퍼즐 어드벤처에 이누이트족(흔히 에스키모라 불린다)의 설화를 결합한 게임이다. 게임이 전면에 내걸고 있는 주제가 이누이트족의 설화인데, 게임의 제작 과정에서 실제 이누이트족의 고증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개발에 참여를 시켰다고 한다. 이런 점에 있어서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이누이트족에 대한 여러 동영상들을 시청할 수 있는데, 동영상을 통해 그들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게임 내 등장하는 요소들도 고증을 바탕으로 구현한 것들이기 때문에 독특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작품 내에 등장하는 부엉인(부엉이인간), 살인마 등은 상당히 기괴하게 디자인 되어 있으며, 게임 중에 종종 볼 수 있는 그림들도 실제 고대 이누이트족이 그렸을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게임 내 영상자료 - 이누이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문화에 대해 직접 들을 수 있다.

 특이한 점은 게임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그 목적이란 게임을 통해 이누이트족의 설화를 플레이어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게임 제작 과정에서 실제 이누이트족을 만나 고증을 얻고 자문을 구한 것은 게임을 통해 그들의 설화를 조금이라도 더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게임의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이나 작중 인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으며 설화를 읽어주는 사람의 목소리만 들리는데, 이 사람 역시 이누이트어를 통해 설화를 들려줌으로써 실제 이누이트인 곁에서 이야기를 듣는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여기에 더해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열람할 수 있는 인터뷰/사진/그림 자료는 그들의 문화를 더 깊게 알 수 있다. 그 외에 동화를 보는 듯한 3D그래픽과 여우와 소녀의 협력을 통해 장애물을 헤쳐나가는 게임진행방식이 설화의 구성과 잘 맞아떨어지면서 시너지를 내 플레이어가 설화에 빠져들 수 있게 만들었다.

퍼즐의 참신함이나 인공지능 부분에서는 아쉽다.

그러나 설화를 들려주고자하는 목적에만 집중했던 탓인지 퍼즐을 즐기는 데 있어서는 상당히 아쉬운 점이 많다. 퍼즐의 난이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퍼즐을 기대하고 온 사람이라면 조금은 맥이 빠질 수 있다. 게임 자체가 고난이도 퍼즐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려운 난이도를 만들 필요는 없었겠지만 난이도의 쉽고 어려움을 떠나 전반적으로 퍼즐이 단조롭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후반부에는 퍼즐의 형태가 거의 비슷하다.) 그 뿐만 아니라 퍼즐을 풀기 위한 요소들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하는데 게임 내 연출 때문에 퍼즐을 해결하기 위한 요소들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조작 측면에서는 협력 플레이가 요구되는 게임의 특성상 뛰어난 인공지능이 도움이 되면서도 특정 상황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인공지능으로 유저의 의도와는 달리 게임이 잘 풀리지 않는 상황도 발생한다. 물론 가볍게 게임을 즐기면서 설화를 들을 수 있게 하려는 제작자의 의도가 보이기에 지나치지 않고 깔끔하게 만들었다는 생각도 들지만, 퍼즐을 조금 더 참신하게 만들었다면 게임 그 자체로도 충분하게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게임이 끝나면 우리에게는 생소했던 '이누이트'의 이야기를 알게 될 것이다.

게임성으로는 조금 아쉽지만 Never Alone은 게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소기의 목적은 분명하게 달성해낸 것은 분명하다. 퍼즐 어드벤처 속에 이누이트족 설화를 담아 그 느낌을 게임을 통해 잘 드러내고 있으며, 설화의 전달 역시 게임의 진행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철저한 고증을 통해 그들의 생각을 변형없이 담아냈고, 적절한 그래픽과 연출을 통해 게임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만들어냈다. 게임을 즐기면서 이누이트족의 문화를 알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게임이 또 다른 형태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못다한 이야기

- 흔히 '힐링게임'이라고 불리는 장르라고도 볼 수 있다. 소녀의 모험, 여우와의 우정, 위기의 순간 등 매우 전형적인 전개의 해피엔딩 스토리다.

- 게임의 제작 의도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니기에 이 정도 게임성이면 사실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다만 게임의 소비 대상이 성인이 아닌 아동에 맞춰져 있는 교육용 게임으로 본다면 퍼즐의 난이도가 납득이 될 것이다.

- 15개국 언어로 번역된 자막을 제공한다. 물론 한국어도 포함되어 있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Mercenary Kings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슈팅

제작사 : Tribute Games Inc.

플랫폼 : PC, PS4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5년 1월 28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4월 22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엔딩을 본 후에 기억에 남는 것이라고는 처음과는 많이 달라져버린 나의 무기뿐이다. 스토리가 대단했던 것도 아니며, 참신한 게임플레이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하품을 한적도 몇 번 있었고 허무할 정도로 쉬웠던 최종보스는 마치 예상이라도 했던 것 마냥 납득이 되었다. 동일한 배경음을 반복해 듣다보면 현기증이 나는듯 했고, 맵의 구조를 모조리 외울정도로 적군 사이를 오고 갔다. 하지만 과정을 돌이켜보면 수 많은 미션을 클리어하고, 아이템을 모으고, 무기를 개조하고, 또 다시 미션을 받고, 전장으로 향하는 것이 나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대체 이 게임에는 무엇이 들어있길래?

만약 이 때 살리지 못했다면 플레이어들은 고통받지 않았을까?

게임의 시작은 이러하다. 악당을 무찌르기 위해 맨드레이크 섬에 5명의 용병이 파견되는데 첫 임무에서 모조리 전사하게 되는데, 가까스로 Kings(남)와 Empress(여)를 구조해 되살린 뒤 다시 임무에 파견하게 된다. 아마 이것이 주인공과 유저들이 감당해야할 고통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게임의 진행 방식은 매우 단순롭다. 횡스크롤 액션 슈팅 게임이며 플레이어의 계급에 맞는 미션을 완수하며 스토리를 진행해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면 대략 100개에 가까운 미션들이 있지만 모든 미션들은 구하라 / 모아라 / 만나라 / 잡아라 / 파괴하라 중 하나에 해당된다. 게다가 하나의 스테이지에서 여러 미션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하나의 미션만 진행되기 때문에 동일한 스테이지를 반복해서 진행해야한다. 물론 새로운 스테이지에 가더라도 미션의 형태는 변함없이 동일하며, 결국 게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인질을 구하고(rescue), 재료를 모으고, 요원을 만나고, 적군로봇을 잡거나(capture) 파괴하는 것을 반복하게 된다. 

사원(Temple)의 전체 구조 - 숨이 넘어갈듯한 넓이다. 파란 박스는 유저들의 공략표기.

하나의 스테이지를 반복해서 돌며, 동일한 형태의 미션을 수행하다보면 지치고 힘들다. 그러나 더욱 유저를 힘들게 하는 것은 맵을 열었을 때 숨이 넘어갈듯한 스테이지의 구조와 크기다. 스테이지의 구조가 복잡하고 공간이 넓다보니 미션을 수행하는데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며, 짧게는 5분, 길게는 25분까지 걸리기도 한다. 특히 맵의 표기와 달리 장애물로 길이 막혀있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데, 길을 뚫기 위한 아이템을 구해야 하기 위해 길을 돌아서 가야하므로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스테이지 구성과 더불어 앞서 언급했던 부분처럼 각 미션을 따로 수행해야하기 때문에 반복적 스테이지 진행으로 인해 심신이 지칠 수 밖에 없다. 행여나 미션 수행에 필요한 요소를 파악하기 위해 처음부터 스테이지 구석구석 돌아다닌다 한들 현재 진행 중인 미션에 맞춰 미션목표가 배치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예를 들어 재료수집 미션에서 스테이지 전체를 쏘다닌다한들 인질을 볼 수가 없고, 인질을 찾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다시 스테이지 전체를 돌아다녀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미션에 따라 목표물을 맵에 표시해주기도 하며, 어느 정도 게임 경험이 쌓이면 인질이나 목표물이 어디에 있는지 감각으로 찾아낼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반복적인 스테이지 진행은 매우 힘들고 지치는 것이 사실이다.

무기 커스터마이징 - [Mercenary Kings]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지겨운 미션들을 반복적으로 수행한다고 해서 큰 보상을 받는 것은 아니며 몇 푼의 돈과 몇 가지 재료를 보상받을 뿐이다. 하지만 몇 푼의 돈과 몇 가지 재료로 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무기 커스터마이징'이다. 미션을 수행하면서 모은 재료와 돈으로 장비를 구입 할 수 있는데, 장비들이 하나 둘 갖춰가기 시작하면서 주인공의 무기는 조금씩 모습이 바뀌기 시작한다. 단순히 공격력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거리, 재장전시간, 명중률, 탄약갯수, 무게까지 변함으로써, 무기를 강화하거나 패널티를 받을 수도 있게 된다. 더 나아가 일부 무기에는 속성공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특정 적들에게 더 강하거나 약한 데미지를 줄 수 있으며, 일정 아이템들을 조합하여 조건을 만족시킬 경우 산탄, 관통탄, 유도탄 등 특수 효과를 가진 탄약을 구입하여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탄을 사용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무기 커스터마이징을 위해 미션 수행을 통한 반복적인 스테이지 클리어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점이다. 장비 구입을 위한 재료는 랜덤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특정 미션을 클리어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미션이 지겨워져 게임을 그만두고 싶더라도 무기 커스터마이징을 위해 반복적으로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무엇보다 무기 커스터마이징 과정에서 발생하는 혜택과 손해를 저울질하며 어떤 방향으로 무기를 만들어 나갈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미션을 수행하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결국에는 원하는 장비를 구입해 무기를 강화하게 되면 새로운 무기를 들고 새로운 스테이지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스테이지로 넘어갈 때마다 새로운 장비들이 열리면서 또 다시 (재료를 모으기 위해)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즉, 스테이지가 지겨워질 때쯤 새로운 무기를 얻게되고, 무기를 얻게되면 새로운 스테이지로 넘어가게 되면서 게임을 이어나갈 수 있게 만들어 두었다.

하운드블리츠 - 예상치 못한 요소들이 의외로 많다.

스테이지 구성요소도 게임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하나의 스테이지는 구조물과 적군 배치가 모두 동일하게 유지되지만 미션에 따라 발생하는 이벤트들은 조금씩 달라진다. 일부 보스들은 예상치 못한 모습이나 숨겨진 미션 등은 단조로울 수 있는 게임 진행에 조금이나마 다양함을 부여하는 요소가 된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을 보기까지는 여전히 반복적인 미션 수행이 필수이며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 사막의 오아시스, 마른 하늘에 단비 같다고 해야할까?

메인화면 - 단순명쾌한 여성캐릭터들과 복잡다양한 남성캐릭터들

[Mercenary Kings]의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무기 커스터마이징이라는 참신한 시스템이 있기는 하나 원하는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꽤 오랫동안 인내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물론 인내의 시간을 거칠 필요 없이 게임을 그만두거나 ‘이 게임은 재미없어!'라고 말하더라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진득하게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어느순간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기 위해 미션을 수행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긴 시간을 할애할 필요는 없다. 조금씩 시간을 내서 게임을 이어가다보면 강력해진 무기와 함께 최종보스와 마주친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

- 엔딩까지 평균 플레이 타임은 17시간이라고 한다. 자신이 원하는 무기를 완벽하게 만들고자 한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모든 미션을 수행하는 대신 무기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개조를 했음에도 엔딩까지 21시간이 걸렸다.

- 무기 커스터마이징이 참신한 것은 분명하다. 어떤 부붐을 장착하느냐에 따라 성능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며, 스테이지 별로 유리한/불리한 무기 특성이 존재하기에 하나의 무기를 끝까지 사용하기는 어렵다. 이는 난이도와도 직결되는 부분이며, 난이도 상승에 따라 자연스럽게 무기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게 해놓은 점은 훌륭한 점이다.

- 게임 진행이 빠른 편은 아니다. [메탈슬러그]라기보다는 [혼두라]에 더 가깝다. 물론 조작면에서 훨씬 친절하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Spelunky

장르 : 어드벤처, 액션, 로그라이크

제작사 : Mossmouth

플랫폼 : PC, PS3, X-box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5년 1월 6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4월 20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매운맛. 그냥 매운맛이 아니라 미칠것만 같은 매운맛. 매워서 죽을 것만 같지만 자꾸만 먹고 싶은 매운맛. 이 게임을 맛으로 표현하자면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Spelunky]는 1983년에 발매된 '스페랑카'를 모티브로 한 게임으로 원작과 동일하게 땅을 파고 보물을 모아가며 탐험하는 게임이다. 아기자기한 캐릭터, 깔끔한 2D 그래픽, 다양하게 산재된 해금요소 등 겉보기에는 전혀 특이할 것이 없는 이 게임은 놀랍게도 극악의 난이도로 정평이 나 있다. 조작이 어렵다거나 대처하기 까다로운 함정 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새 죽어버린 캐릭터를 보여 눈물을 짖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맵지 않을 것 같은, 또는 매콤달콤할 것만 같은 음식이 사실 위장을 쓰리게 하면서도 계속 먹고 싶게 만드는 음식이었던 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매운 음식은 매운맛을 내는 재료가 있기 마련! 그렇다면 과연 [Spelunky]의 매운맛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땅을 파고, 동굴을 탐험하고, 몬스터와 싸우며, 보물을 찾는 '매우 단순한' 게임이다.

[Spelunky]는 로그라이크 게임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로그라이크의 특징 중 하나인 '캐릭터가 사망할 경우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특징이 있다. 게임을 5분을 하든, 30분을 하든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 또한 단순히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 모은 아이템과 골드 모두 초기화된 상태로 말이다. 플레이어는 죽기 직전까지 수많은 함정과 몬스터들을 이겨왔고, 많은 골드와 아이템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죽음과 동시에 지금까지 들인 시간과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플레이어는 허망함이 밀려 올 것이다. 그래도  플레이어는 이렇게 말한다. '처음이니까 괜찮아. 할만한데?' 첫번째 매운 맛이다.

처음으로 느낀 매운맛을 견디고 다시금 게임을 시작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각 트랩과 몬스터들의 특징을 모두 파악한 상태다. 지금 체력이면 몬스터에게 한 방 맞더라도 죽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하고 강행돌파를 시도하다. 그런데 공격 받은 뒤 몸이 튕겨져 화살 함정에 공격 받고 더 멀리 튕겨져 결국 가시에 떨어져 죽는다. 예상하지도 못했고 예상할 수도 없는 패턴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로그라이크 게임의 또 다른 특징은 '새로 시작할 때 마다 맵이 바뀜과 동시에 몬스터와 트랩의 배치, 난이도 등이 새로 설정된다'이다. 즉, 어느 정도 숙련된 플레이어라 할지라도 예상치 못한 죽음을 맞이 알 수 있다. 이쯤되면 알 수 없는 이유로 여러 번 죽음을 맞이 했을 것이다. 그리고 플레이어의 가슴 속에는 분노와 짜증이 차오르며, 속쓰림과 더불어 온갖 욕설이 목구멍까지 차오르게 된다. 두번째 매운맛이다.

억지스러워 보이지만 게임 중에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수십, 아니 수백번의 죽음으로 함정/몬스터/패턴/지형/아이템 등 게임에서 습득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학습한 상태가 되었고, 이제는 죽었을 때 느끼게 되는 매운맛조차 익숙해진 상태다. 여전히 매운맛이 남아 있지만 견딜만했고 드디어 마지막 스테이지를 끝내고 엔딩을 보았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웹사이트 게시판에 엔딩 인증을 올린다. 그런데 댓글이 하나 보인다. '그거 진짜 보스 아니에요. 진엔딩 따로 있어요' 최종보스와 진엔딩이 따로 있다고? 앞서 언급했듯이 스펠렁키는 몇 가지 해금요소가 있으며 그 중에서 숨겨진 엔딩을 보기 위한 방법이 존재한다. 스테이지별로 필요한 아이템과 숨겨진 루트를 찾아서 진행하면 숨겨진 스테이지에 진입할 수 있다. 숨겨진 스테이지에 진입하기 위한 준비과정도 어렵지만 숨겨진 스테이지는 이전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만큼 어렵다. 이쯤되면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지금까지의 맛과 비교할 수 없는 매운맛을 느끼게 된다. 이제는 허무함, 분노, 짜증을 넘어 눈물을 흘리게 될지도 모른다. 세번째 매운맛이다.

황금머리상(Olmec)도 정말 어렵지만 슬프게도 진짜 최종보스가 아니다.

스펠렁키의 매운맛을 견디지 못해 게임을 포기한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매운맛을 견디면서 조금씩 스테이지를 진행해나가면 새로운 요소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자신의 실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끝낼 수 있겠지'라며 게임을 놓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매 스테이지 별로 독특한 몬스터, 함정과 숨겨진 스테이지/캐릭터/아이템 같은 해금요소를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둠으로써 게임을 지속할 수 있게 해두었다. 매운맛 중에 미묘하게 느껴지는 단맛이라고 해야할까? 하지만 단맛을 느끼기에는 매운맛이 너무 강한 게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수백번의 매운맛을 버티게 된다면 언젠가는 진짜 최종보스와 진엔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속쓰림을 경험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못다한 이야기

- 필자는 숨겨진 엔딩을 보기까지 29시간이 걸렸다. 물론 실력이 아니라 '운이 좋아서' 끝낼 수 있었고, 엔딩을 보고 난뒤 눈물을 흘리며 게임을 지워버렸다. 숨겨진 엔딩까지 평균 80시간 정도 걸린다는 의견이 있었고, 200시간이 걸렸지만 엔딩을 보지 못했다는 사람도 더러 있다.

- 게임의 특성상 죽어가면서 경험을 쌓아야만 끝낼 수 있는 게임이기에 죽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아무리 경험이 많이 쌓이더라도 신중함과 집중력이 없다면 끝내기 어려운 게임인 것은 분명하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Freedom Planet

장르 : 어드벤처, 액션

제작사 : Galaxy Trail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4년 11월 28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4월 19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Freedom Planet]은 [소닉 더 헤지호그]를 상당 부분 모방한 게임이다. 필자가 게임을 시작한지 3분 만에 한 말은 “이거 완전 소닉이잖아?"였고, 엔딩을 볼 때까지 소닉에 등장하는 요소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 꽤나 많이 있음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단순히 소닉의 요소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소닉 작품 중에서도 [소닉 더 헤지호그 3]를 작정하고 모방했음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이거 완전 소닉이잖아?"라는 첫느낌은 사라지고 "이건 Freedom Planet이네!!"라고 생각하게 된다.


각 게임의 주인공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라일락, 소닉, 너클즈, 캐롤

Freedom Planet을 시작했을 때 소닉을 모방했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결정적인 요인이 있는데 그것로 바로 캐릭터이 가진 고유의 능력들이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소닉에 대응되는 라일락(보라색 용), 벽을 오르내리고 것에 능숙한 너클즈에 대응되는 캐롤(초록색 고양이)은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각각 소닉과 너클즈를 차용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달리는 중에 커서를 아래로하면 구른다거나, 점프 중 점프를 한번 더 누를 때 활공하는 등 모션까지 동일하다. 그 외에도 각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구조물이나 루트도 [소닉 더 헤지호그]에서 나온 것들이 상당히 많이 나타난다. 물론 링을 모으던 소닉처럼 보석을 모으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고, 적을 물리치면 자그마한 크리처가 도망가는 것도 소닉과 유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소닉과 같은 스피드 액션 게임이지만 난이도는 높은 편이다.

하지만 소닉의 것들을 상당 부분 많이 모방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소닉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소닉 더 헤지호그]는 빠른 게임 전개로 속도감에 초점을 두면서 간단한 패턴의 어렵지 않은 보스들이 주를 이룬다면, [Freedom Planet]은 난잡한 공격패턴과 까다로운 타격포인트를 가진 적/보스에 걸맞게 액션요소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있다. 물론 소닉처럼 속도감이 없는 게임은 아니지만 게임 내 지형구조와 시스템으로 인해 짧은 거리 내에서 빠른 이동이 이루어질 뿐 소닉처럼 시도때도없이 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지형과 패턴, 타이밍을 외우면 소닉 못지 않은 스피드 게임이 가능하다.) 적을 공격하는 방법도 소닉의 경우는 점프를 통한 롤링 어택 뿐이지만 [Freedom Planet]에서는 기본공격과 더불어 간단한 커맨드 입력을 통한 캐릭터별로 고유한 공격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난잡한 공격패턴과 까다로운 타격포인트를 가진 적/보스에 맞춰 액션 요소에 힘을 실어주는 부분이다. 결국 소닉에 비해 조금 더 세밀한 컨트롤을 요하게 되고 전반적인 난이도가 상승하게 된다.

등장 인물 하나하나 꼼꼼하게 연출해두었다.

[Freedom Planet] 자체로도 훌륭한 점이 많은데 그 모든 것은 놀라울 정도의 꼼꼼하고 세밀한 표현에 있다. 도트그래픽임에도 불구하고 명암처리나 굴곡표현, 광표현 등이 훌륭하게 만들어져 있으며, 각 캐릭터의 미세한 움직임과 표정까지 디테일한 부분들도 빠짐없이 표현해두었다. 사운드의 경우 엑스트라 캐릭터를 포함하여 모든 캐릭터의 대사가 더빙되어 있고, 효과음도 빠짐없이 담아두었다. 특히 성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를 통해 캐릭터의 목소리에서 감정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장소에 따른 배경음도 모두 다르게 설정함으로써 다양한 BGM을 게임 내에 담아내고 있다. 그에 따라 스테이지 사이에 볼 수 있는 스토리는 상당히 긴 시간에 걸쳐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의 표정, 대사, 행동 등의 세밀함으로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다.


최종보스 Brevon - 소닉의 '닥터 에그만'과는 비교도 못할 포스를 보여준다.

잘 만든 게임이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다. 게임 자체의 볼륨은 크지 않은데 그에 비해 스토리를 풍부하게 만드려다보니 스토리의 전개는 탄탄하지 못하다. 무엇보다 인과관계가 부족한 부분이 종종 나타나며, 일부 인물들의 갑작스러운 태도의 변화는 간혹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오해, 배신, 세뇌, 음모, 이중첩자, 출생의 비밀 등 다루기 복잡한 요소들이 들어있는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으리라 본다.) 스테이지별 난이도도 조정도 필요해보이는데, 특정 구간이 과도하게 어려운 경우도 있을 뿐만 아니라 최종보스의 경우 이전 스테이지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어렵다. 최종보스가 어려운 것은 당연하지만 스테이지를 거치는 과정에서 점진적인 난이도 향상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닐 뿐더러 불균형한 난이도 상승수준과 최종보스에서의 급작스러운 난이도 상승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Freedom Planet 아트워크

소닉을 모방해 만들기 시작했지만 소닉에는 없었던 스토리 전개, 캐릭터의 독특한 능력, 높은 난이도 등을 더한 뒤 꼼꼼하게 세밀하게 표현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소닉의 속도감을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소닉과는 분명하게 다른 재미를 주고 있으며, 본 게임을 즐겨본 게이머라면 단순한 모방이 아닌 소닉에 대한 오마주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인상적인 부분이 많은만큼 아쉬운 부분도 존재하지만 후속작에 대한 기대가 생길만큼 잘만들어진 작품임은 분명하다. 소닉 시리즈를 즐겼던 분이라면 강력하게 추천한다.(난이도와 OST는 덤)

못다한 이야기

- 소닉을 모방한 게임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Lilac과 Carol을 그린 사람이 애초에 소닉을 보고 모방해서 만든 캐릭터라고 밝혔다. 결정적으로 초기의 Lilac은 용이 아닌 고슴도치였다는 사실! 그 외에도 Lilac the Dragon / Carol the Wildcat / Milla the Hound 라는 명칭만 봐도 소닉을 흉내냈다는 것을 다시금 알 수 있다.

- 처음부터 게임 제작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들은 아니었다고 한다. 소닉의 팬이었던 사람의 그림을 게임 제작자가 우연히 발견하여 게임 제작으로 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세부설정이 수정/보완되었으나 디자인은 초기의 것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 1회차 엔딩을 보기까지 78번을 죽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Steam에서 해당 게임에 걸린 태그 중 '어려운 게임'이 있다.

- 2015년 PAX에 부스를 열었으며, Wii U 용으로도 발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Far Cry 4 (파크라이4)

장르 : FPS,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Ubisoft

플랫폼 : X-box one, X-box 360, PS4, PS3,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5년 3월 30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4월 18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게임에서 몰입의 가능 여부는 게임의 성패를 좌우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게임에 몰입이 되어야만 플레이어가 게임을 지속할 수 있으며, 게임에 대한 평가에도 긍정적인 여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몰입을 통한 게임의 지속은 게임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게 만들어주며 그에 따라 게임 내 담겨 있는 다양한 컨텐츠들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이는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개발자들이 게임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보여줄 수 있으며,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게임에 담긴 컨텐츠들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결국 해당 게임이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는지는 게임을 즐기고, 평가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몰입 가능의 여부는 매우 중요한 부분일 수 밖에 없다. 그에 따라 플레이어가 아닌 개발자는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몰입을 위한 요소들로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배치할지 결정해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게 된다.

Far Cry 4 의 그래픽 - 수려한 환경 묘사는 몰입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몰입의 여부를 두고 보았을 때 Far Cry 4 는 몰입을 위한 요소가 게임 전반에 걸쳐 골고루 분포가 되어 있다. 그 중에서 1인칭의 시점에서 바라보게 되는 게임의 배경들은 광할하면서도 매우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지역에 따른 다양한 환경묘사를 통해 시각적 지루함을 덜어낼 수 있게 만들어 두었으며, 게임의 주 무대한 히말라야 산맥을 매우 현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게임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 외에도 히말라야 산맥 내부의 설원이나 게임 내 영적 세계인 ‘샹그릴라’는 경이로운 분위기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초기작인 ‘Far Cry’가 발매 당시 매우 뛰어난 그래픽으로 평가받았으며, 지금까지 수준높은 그래픽을 유지해오고 있음을 생각해볼 때 Far Cry 시리즈는 몰입을 위한 장치로서 환경/배경 묘사를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몰입의 요소로는 동시다발로 발생하는 이벤트들이다. 여기서 말하는 이벤트는 메인퀘스트와 서브퀘스트 뿐만 아니라 게임을 진행하면서 무작위로 수행해야하는 미션과 더불어 급작스럽게 발생하는 게임 내 상황이 모두 해당된다. 게임의 중심 스토리는 혁명세력 '골든패스'를 도와 키라트의 독재자 '페이건 민'을 몰아내는 주인공의 고군분투다. 그 과정에서 골든패스의 두 지도자 ‘아미타’와 ‘세이벌’ 중 어떤 인물에게 힘을 실어줄 것인지 끊임없이 선택할 수 있게 하여 그에 따라 스토리의 전개와 결말이 달라지게 된다. 물론 진행 과정에서 두 지도자가 말하는 각자의 혁명방식은 어느 한쪽이 옳다고 볼 수 없는 또는 둘 다 옳다고 볼 수 있는 것들이며, 더 나아가 두 지도자의 감정적 호소는 플레이어에게 많은 고민과 내적갈등을 유발하며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세이벌(좌)과 아미타(우)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그 외에도 인질구출이나 적군사살 등의 무작위로 발생하는 서브퀘스트들은 게임을 어떻게 진행해나갈지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어준다. 그 뿐만 아니라 각각의 퀘스트들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동시에 진행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상호영향을 미칠 수 있고,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퀘스트 간에 영향이 미치게 된다. 가령 들키지 않고 전진기지를 탈환하기 위해 잠복을 하고 있었는데, 주위에 인질을 붙잡고 있는 적군에게 발각되 인질도 구출하지 못하고 전진기지도 정면돌파를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필드 곳곳에 퍼져있는 야생동물들로 인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많이 발생하게 되는데, 물자 호송 퀘스트 진행 중에 목적지 바로 앞에서 뱀에게 물려 사망한다거나 동물가죽을 얻기 위해 사냥을 하는 중에 보이지도 않던 코뿔소에게 치여 죽는 등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플레이어가 예상하지 못하는 다양한 상황들이 발생함으로써 긴장감을 가지고 게임에 임하게 되고, 상황에 따라 어떤 행동을 할지 선택의 기회를 줌으로써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코뿔소에 치여 죽을 것인지, 코뿔소를 이용해 싸울 것인지는 당신의 선택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스토리’면에서는 몰입이 쉽지 않다. 각 인물들은 충분히 매력적이며, 인물 간의 갈등 관계와 이야기의 흐름은 충분히 짜임새가 있지만 그 흐름 안에 정작 주인공은 들어가 있지 않다. 어머니의 유언을 따라 유골을 락쉬마나에 묻기 위해 키라트로 오게 되었지만 정작 게임의 진행은 어머니의 유언과 무관한 사건들만 일어난다. ‘페이건 민’의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들, 골든 패스의 미래를 두고 언쟁를 펼치는 ‘세이벌’과 ‘아미타’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은 ‘대체 왜 내가 이들을 위해 싸워야 하는가? 어머니 유골은 언제 묻으러가지?’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들게 한다. 작중 인물들은 주인공 ‘에이제이 가일’이 골든패스의 지도자였던 ‘모한 가일’의 아들이라는 것만을 이야기하며 골든 패스를 도와야 함을 강조할 뿐 실질적으로 주인공이 ‘페이건 민’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싸워야할 이유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게다가 주인공은 게임 내내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다보니 작중 인물들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주인공의 행동에 당위성이 떨어지게 되고 그에 따라 이야기의 몰입이 약해지게 된다. (이는 앞서 언급한 '세이벌'과 '아미타' 사이에서의 선택에 대한 몰입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다.) 물론 숨겨진 결말에서는 주인공이 키라트에 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페이건 민’에 대한 모든 의문이 풀리게 되지만, 오히려 이러한 결말이 기존 스토리 전개에 힘을 떨어뜨리면서 반감을 가지게 되는 역효과를 낳게 되었다.

키라트의 독재자 '페이건 민' - 그의 정체와 숨겨진 진실은 모든 것을 뒤엎는다.

스토리 측면에서는 몰입이 떨어지지만 그 외의 대부분은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1인칭 시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수려한 그래픽, 게임을 진행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이벤트들, 그리고 앞서 언급하지 못했지만 플레이어의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전투 방법들은 플레이어의 오감을 끊임없이 자극하여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뒤늦게 나마 드는 생각이지만 주인공 ‘에이제이 가일’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게임을 수행하는 플레이어의 감정을 주인공에게 대입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플레이어의 감정을 작중 인물에 대입하기 위한 방안으로써 제작자가 의도한 부분이라면 플레이어의 감정이 주인공의 감정이 되는 또 다른 몰입을 위한 장치를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것이 진짜라면 Far Cry 4는 몰입을 위한 요소가 완벽하게 갖추어진 게임으로 평가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못다한 이야기

- 전작 'Far Cry 3'의 확장팩이라는 느낌이며 발전적인 부분이 없다고는 하나 준수한 퀄티리로 만들어진 게임임은 분명하다. 그만큼 전작의 완성도가 뛰어났고, 플레이어들은 더 많은 기대를 품을 수 밖에 없으니 아쉬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Far Cry 5 가 나온다면 전작의 계승이 아닌 새로운 요소들을 가지고 와야할 것이다.

- 주인공의 감정표현 절제가 플레이어의 감정 대입을 위한 장치로 느껴졌던 결정적인 요인은 '요기와 레지'의 퀘스트였다. 필자는 진심으로 '요기와 레지'를 죽이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고 퀘스트를 진행할 수록 두 사람과 친해지는 주인공처럼 '요기와 레지'가 귀여워 보이더라. '아미타'와 '세이벌' 사이에서도 "어느 쪽이 최선인가?"라는 고민을 심각하게 했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Shovel Knight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Yacht Club Games

플랫폼 : PC, Wii U, 3DS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5년 1월 16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4월 17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메타크리틱(metacritic) 90점. 2014 GOTY(Game of the Year) 등재. 이 두가지만 본다 하더라도 본 작품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점수가 게임을 평가하기 위한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며, 점수가 높다고 해서 다른 게임보다 더 훌륭한 게임은 아니다.(참고로 2014 GOTY 1~3위 작품 모두 메타스코어 90점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상당히 많은 이들이 본 작품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며, 훌륭한 게임이 쏟아져나오는 시기에 ‘고전'이라는 명찰을 달고 나와 당당히 자리매김한 것은 실로 대단한 것이 분명하다.

90년대 초에 발매된 게임이라고 해도 믿겨질 정도로 완벽히 구현한 그래픽이다.

고전게임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발매일을 기준으로 고전게임을 판단할 수 있겠지만 이는 상대적인 것이며, 현재 최신게임 또한 몇년이 지나면 고전게임으로 분류될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고전게임이 아닌 '고전풍 게임'으로 판단한다면 어느정도 명확한 기준으로 분류가 가능할 것이며, 그 기준은 그래픽이 아닌가 생각한다. 대표적인 예를 든다면 80~90년대에 발매된 슈퍼마리오, 록맨 등의 작품들이 있겠다. 그리고 이러한 기준으로 바라볼 때 [Shovel Knight]는 과거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고전게임들의 그래픽의 느낌을 제대로 살려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의외로 고전게임 명찰을 달고 출시되는 게임은 많지만, 적지 않은 수의 게임들이 보여주는 그래픽은 고전게임의 느낌을 살려내지는 못했다. 도트그래픽을 사용했지만 너무 조잡하거나 과도하게 디테일했던 것이 그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Shovel Knight]는 이러한 실수를 범하지 않고 게임 전반에 걸쳐 고전게임이 보여주는 그래픽을 완벽하게 구현해 내며 많은 게이머들의 향수를 자극하게 만들었다.(이는 사운드에서도 동일한 효과를 보인다.)

월드맵 - 슈퍼마리오를 차용했음을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그래픽과 사운드를 통해 고전게임의 느낌을 전면에 내세 향수를 강하게 자극하고 있으나 [Shovel Knight]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고전게임들 중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또는 추억이 있을만한) 게임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차용하여 게임 내에 배치하였다. 월드맵은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에서 가져왔고, 스테이지 보스가 총 8명이 있는 것과 이름이 'OOO Knight'인 것, 그리고 최종스테이지에서는 8명의 보스와 연속적으로 싸우는 것은 '록맨'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 외에도 다른 게임들의 요소들을 상당히 많이 차용했음을 발견할 수 있으며, 이는 (20대 중후반 이상) 플레이어들에게 익숙함과 동시에 어린 시절 즐겨왔던 게임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해주고 있다.


만약 그가 삽을 들고 있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그런데 얼핏보면 [Shovel Knight]는 기존에 잘나갔던 게임들을 죄다 한 곳에 모아만든 게임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 게임들의 특징적인 요소들을 다양하게 차용하다보니 새롭다 할만한 부분들은 적으며, 한번쯤은 본듯한 느낌의 요소들이 게임 전반에 걸쳐 상당히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억지스럽지만) 혹평을 내리자면 기존의 게임들을 한대모아 만든 특별할 것이 없는 짬뽕게임, 올드 게이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데 집중한 추억팔이게임이라고 평가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본 작품이 혹평을 받지 않은 (또는 호평을 받은) 이유는 게임이 가진 독특한 컨셉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만약 주인공이 삽이 아닌 검을 들고 있었으면 어땠을까? 사실 검을 들고 있었다 하더라도 게임 전체에 있어서 어색한 부분은 없으며, 주인공의 연인인 shield knight와는 '검과 방패'라는 컨셉으로 하나의 쌍으로 인식하게 하여 더 익숙한 모양새를 만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삽이 아닌 검을 들고 있었다면 땅을 파서 보물을 찾거나, 벽을 파내어 새로운 길을 만드는 등의 진행은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며, 게임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생각하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검이 아닌 삽을 들고 싸우는 기사를 통해 흔히 알고 있는 기사와는 다른 이질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다소 우울하고 진지한 게임스토리와는 상반되는 익살스러운 행동으로 게임을 하는 내내 유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있다. (삽으로 스카이콩콩을 한다는 것이 그 예이다.) 결국 '삽을 든 기사'라는 분명한 컨셉을 통해 기존게임의 것을 그대로 가져와 섞어 놓은 게임이 아닌 분명한 컨셉 위에 적절한 재료들을 배치한 게임으로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게임 내 문제는 모두 해결해주는 아이템. 효과가 그것을 설명해준다.

잘 만든 게임이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여러가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데,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특정 아이템의 사용빈도가 매우 높아진다는 것이다. 각 아이템들의 기능은 매우 개성있으나 게임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아이템들이 적지 않다. 또한 일부 아이템은 보너스 스테이지만을 위해서 사용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보너스 스테이지의 구성처럼 아이템을 사용하여야만 지나갈 수 있는 구간을 만들어 놓거나, 특정 아이템을 사용해야만 없앨 수 있는 적을 배치하는 등의 게임구성을 통해 다양한 아이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Shovel Knight는 대박의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Shovel Knight]는 분명히 잘 만든 게임이다. 과거 고전게임의 느낌을 그래픽과 사운드에서 완벽하게 재현했고, 고전게임의 요소를 차용해 향수를 불러일으키도록 게임 내 적절히 배치하였을 뿐만 아니라 [Shovel Knight]만의 컨셉으로 중심을 잡아 게임을 완성해냈다. 수많은 아이디어와 화려한 그래픽으로 무장한 게임들이 무수히 쏟아져나오는 상황에서 고전게임이라는 히든카드를 내세우는 것은 인디게임회사가 아니라면 쉽게 결정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고전게임의 향수를 자극한 것이 게임을 흥행하게 한 결정적인 전략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렇게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기까지 제작자들의 고전게임에 대한 끊임없는 분석과 고민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제작자들은 이 게임을 완성하기 위해 꽤나 삽질(digging, 디깅)을 했을 것이다. 이 같은 삽질이라면 게이머들은 언제든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다.

못다한 이야기

- 난이도 분배가 매우 적절했고, 각 스테이지별 컨셉과 특징이 분명해서 게임 내내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게임을 구입하고 난 즉시 게임을 시작했고, 중간에 끊지 않고 엔딩까지 볼 정도로 몰입해서 즐겼는데, 4~5시간 정도면 클리어할 수 있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Call of Juarez; Gunslinger (콜 오브 후아레즈; 건슬링어)

장르 : FPS,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Ubisoft

플랫폼 : PC, PSN, X-Box Live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5년 4월 14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4월 17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FPS = First Person Shooter. 즉, ‘1인칭 슈팅게임’을 말한다. FPS의 대표적인 특징을 말하자면 플레이어가 게임 내 캐릭터와 동일한 시점을 가지면서 현실에서는 쉽게 다룰 수 없는 총기류를 다룬다는 것이며 이는 플레이어가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 또한 플레이어와 캐릭터가 일체화됨으로써 가상의 게임 속 세계를 바라보게 되는데 이는 가상현실과 가장 가까운 형태를 띤다고 볼 수 있다. FPS는 한 때 게임계를 장악하다시피 했던 장르였고, 현재는 어느 정도 FPS의 붐이 사그라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게임에서 접할 수 있으며 여전히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장르 중 하나다. 수 많은 FPS 게임들이 나타나고 사라졌으며, 조금 더 발전적으로는 TPS(3인칭 슈팅게임)이 등장하면서 그에 따라 장르적/기술적으로 꾸준한 발전을 이루어 왔다.

하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지금은 FPS는 조작방법이나 형태가 큰 변화없이 고정되어 있는 상황이며, 대다수의 FPS들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게임이라 할지라도) 상당히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장르적 특성이나 게임의 조작보다는 그래픽이나 스토리, 연출 등에 초점을 맞추거나 게임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전략적인 요소가 게임을 즐기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본작 ‘콜 오브 후아레즈; 건슬링어’는 FPS게임으로서 어떤 것들을 담고 있을까?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전형적인 FPS 게임이다.

본작의 배경은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다. 적을 얼려버리는 냉각 석궁이라든가, 한방에 적을 쓸어버리는 바주카라든가, 은신상태에서 쏠 수 있는 활 등은 있을 수가 없다. 다시 말해 FPS를 즐기는 재미 중 하나인 ‘각 게임의 독자적인 무기’는 본작에서 찾아볼 수 없다. 주어지는 무기라고는 단지 권총, 라이플, 산탄총 뿐이다. (그것도 아주 구식의 무기들이다) 이 무기들은 FPS 게임의 기본무기에 불과한 것들이다. 하지만 게임 내에서 각 무기의 장점과 단점을 분명하게 만들어 놓음으로써 무기 고유의 특징을 잘 살려놓았다. 빠른 연사와 신속한 장전이 특징인 권총(+쌍권총). 장거리 사격이 가능한 라이플. 근거리에서의 무지막지한 파괴력을 가진 산탄총. 가장 기본적인 무기들에 불과하지만 보편적인 FPS에서보다 각 무기의 특징이 극명하다.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무기를 선택할 수 있으며, 게임 초반부의 스토리와 연결하여 세 종류의 무기를 모두 다뤄볼 수 있게 만들어 놓음으로써 각 무기를 충분히 사용해본 뒤에 선택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두었다. 그리고 각 무기에 알맞는 기술을 배치해 놓음으로써 기본적인 무기이면서도 고유한 특징을 가질 수 있게 하였고, 주무기에 맞는 기술을 연마하여 무기숙련도에 따른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죽음의 감각’ - 본작의 주요시스템 중 하나로 멋들어진 연출을 보여준다

하지만 무기가 아주 기본적인 형태임과 더불어 게임의 배경이 서부개척시대이다보니 소리없이 암살을 한다거나 적의 시선을 돌려 잠행을 하는 진행을 불가능하다. 그저 눈앞에 있는 적들을 남김없이 쏴 죽이는 수 밖에 없으며, 전략적인 요소는 다소 적은편이다.(기껏해야 폭발물을 터뜨리는 정도?) 단순히 적을 죽여야만하는 선택지로 인해 자칫 게임이 지루해질 수도 있었으며 게임의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본작에서는 이러한 약점을 게임 내 시스템과 그에 따른 연출, 그리고 스토리의 전개 방식으로 극복 해내고 있다. 주요 시스템인 ‘집중모드’와 ‘죽음의 감각’은 서부극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며 연출도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순간적인 기지로 총알을 피한뒤 빗나가는 총알 없이 주위의 적을 모조리 죽인다? 본작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여, 그 연출 또한 매우 훌륭하다. 그 뿐만 아니라 주요 인물들과의 1:1 결투는 FPS가 아닌 그에 걸맞는 형태로 만들어 둠으로써 결투의 긴장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구성해두었으며, 적을 사살할 시 표기되는 점수/사살방법(대표적인 예로 헤드샷), 충분한 타격감과 의외로 빠른 속도의 게임전개는 플레이어가 게임에 빠져들도록 만들기에 매우 적합한 연출로 작용한다.

독특한 스토리 전개방식은 본작품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스토리 전개방식은 본작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본작의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 아닌 주인공이 과거에 겪었던 무용담을 들려주는 형태로 진행된다.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주인공은 자신의 무용담을 풀어 놓으며, 그 이야기에 맞춰서 게임이 진행되기 때문에 주인공의 이야기를 게임 내내 들을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과거에 있었던 일이다 보니 주인공의 기억이 왜곡되거나 청자가 잘못이해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데 그것이 그대로 게임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카우보이들이 아파치 부족처럼 습격해왔다는 말을 아파치 부족이 습격했다고 청자들이 잘못 이해함으로써 이야기를 정정함에 따라 반복적인 전투를 벌인다거나, 플레이어가 죽을 때도 ‘만약 그때 내가 죽었다면 여기 있을 수 없겠지’라며 이야기를 다시금 이어가는 모습이 그 예다. 게다가 주인공의 무용담에서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독특한 화풍과 짧은 문구를 이용해 강렬하게 소개하고 있으며, 각 챕터의 연결성은 떨어지지만 주인공과 듣는이들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는 형태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결국 FPS를 즐기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주인공의 무용담을 플레이어가 재현하게 됨으로써 실감나는 한 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된다.

주인공(좌)과 그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우) - 맥주 몇 잔으로 듣기에는 아까운 이야기다

특별히 눈에 띄는 요소는 없지만 FPS의 기본에 충실하면서, 컨셉에 맞는 연출과 시스템, 실감나는 이야기 전개를 통해 매우 탄탄한 게임으로 만들어냈다. 최근 몇년간 나온 FPS와 비교하여 화려함은 없지만 참신한 발상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 놓는’ 형태의 스토리 전개는 본작의 핵심이라 볼 수 있다. 이정도의 구성으로도 플레이어는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며 서부개척시대의 멋을 충분히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플레이 시간이 짧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어르신의 무용담을 듣기에 3~4시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좀 더 듣고 싶다면 맥주를 좀 더 준비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못다한 이야기

- 서부개척시대의 실제 역사를 상당 부분 차용했다고 한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모을 수 있는 '진실의 조각들'을 통해 게임 내 인물들이 실제 역사에서 어떤 존재였는지 알 수 있다. 통칭 'Spaghetti Western'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복 플레이를 하면서 역사 공부를 하는 맛도 있을 것이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Transistor

장르 : RPG, 액션, 퍼즐

제작사 : Supergiant Games

플랫폼 : PC, PS4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4년 10월 11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4월 17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Transistor]는 발매 전부터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었다. Supergiant Games는 비록 인디게임제작사이긴 하나 초기작품인 [Bastian]이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과 더불어 사전에 공개된 독특한 게임시스템, 아름다운 BGM, 그리고 감각적인 그래픽과 일러스트들은 많은 사람들이 [Transistor]에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거대 게임 제작자가 아닌데다가 트랜지스터 이전의 작품이 하나 밖에 없는 제작사에서 게임성, 그래픽, 사운드 등 게임이 보여줄수 있는 모든 부분에서 주목을 받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필자 역시 게임을 구입하기 직전까지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고 게임이 발매된 후 곧장 게임의 뚜껑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트랜지스터 속에 담긴 아름다움에 취했지만 머지 않아 생각지도 못한 허무함을 느끼게 되었다.

자신의 공연 포스터를 바라보는 주인공 'Red'

트랜지스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다웠다. 게임이 기대를 받았던 이유는 그래픽 부분에서 매우 독특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인데 사전에 공개된 게임 진행화면 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에 있어 매력적인 연출의 연속이었다.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은은한 색감을 유지하면서 화면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세밀하게 만들어져 있었고, 각종 이벤트 상황에 등장하는 일러스트들은 버릴 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또한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부분의 연출 또한 역동적인 연출로 마치 인터루드(interlude)와 유사한 느낌을 받게 해준다. 다시 말하자면 게임화면, 일러스트, 챕터전환 모두 아름다움을 보여주지만 각자 다른 표현방식으로 서로 다른 느낌의 아름다움을 전달해주고 있다.

다음 챕터로... -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음악의 경우 게임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을 부각시키는 장치가 되는데, 인디게임제작사가 만든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음악을 통한 분위기의 연출효과가 정말 대단하다. 전반적으로 가라앉는 느낌의 음악이 대부분이지만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암울한 분위기, 신비로운 배경 등에 잘 맞아떨어지면서 '게임에 취하게 만드는’ 상황까지 만들어 낸다. (동일한 작곡가가 참여한 [Bastion]에서도 마찬가지이며, OST 작곡가의 감각이 얼마나 뛰어난지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단순히 시각효과를 보조하는 장치가 아니라, 음악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다. OST를 즐길 가치는 충분하며, 음악을 들을 때면 해당 OST를 들었던 게임 내 상황을 다시금 상기할 수 있게 된다. OST에서 가끔 등장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주인공 'Red'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목소리조차 게임 내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실시간+전략 전투 - 매우 참신한 게임 방식이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느끼면서도 게임의 엔딩을 보고나면 굉장한 허무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허무함을 느끼게 되는 요인은 전투 시스템과 스토리다. 전투 시스템은 실시간 전투방식과 더불어서 '함수'를 이용한 턴제/전략적 전투가 공존한다. '함수'란 제한된 조건 내에 자신의 행동패턴을 미리 설정하여 공격하는 시스템으로 본작의 가장 참신한 게임시스템이다. 게임 초반에는 '함수’가 굉장히 편리하지만 후반으로 흘러갈수록 함수를 사용하기가 매우 불편해진다. 함수를 사용한 뒤 쿨타임 동안은 공격을 할 수 없고, 적들의 공격력이 너무 강해서 함수를 다시 사용하기도 전에 죽어버리는 경우도 빈번하다. 결국 함수는 위기상황이나 전략적 공격을 수행할시에만 사용하라는 의도로 볼 수 있는데, 실시간 전투에서 컨트롤로 극복하기에는 적들의 공격이 강하고 특정 스킬의 사용을 강제하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다보니 게임 중반부터 후반까지 거의 동일한 전투패턴이 반복되는 상황이 나타나며, 함수의 사용은 특별히 필요로 하지 않게 된다.(최종보스의 경우에는 함수 사용이 필수이긴 하나 보스전에서 급작스럽게 함수 사용의 비중이 높아지는 부분이 상당히 아쉽다.)

스토리의 경우 'Red'와 'Transistor'의 관계, 프로세스의 존재 이유, 주인공 'Red'가 시티에서 가지는 의미 등 여러 방면에서 신비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긴 하나, 이야기의 전개 방식이 상당히 난해하고 적들의 목적의식 등이 불분명하다는 점이 큰 단점으로 다가온다. 또한 현재 상황과 맞지 않는 주인공의 행동, 편집이라도 된듯한 스토리의 진행도 한 몫 한다. 그나마 흥미를 돋우는 요소는 게임 내 기술 하나하나에 등장인물과 관련된 배경이야기가 수록되어 있고, 적들의 세부 설정들도 빼곡하게 담겨 있다. 하지만 게임의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게임의 결말이 굉장히 허무하며, 엔딩을 보고 난 뒤에도 게임 전반에 걸쳐 의문이 드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Red(우)와 그녀의 동반자 Transistor(좌)

게임을 접하게 되면 게임이 뿜어내는 시각적, 청각적 아름다움에 흠뻑 취할 수 있지만, 다소 부실한 게임시스템이나 불친절한 스토리는 게임을 끝낸 뒤 여운이 아닌 허무함을 남기게 된다. 연출부분에서는 다른 어떤 게임들과 비교하더라도 손색이 없지만, 게임이 가져야할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게임 자체의 재미'와 '게임이 가진 이야기'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그래도 트랜지스터 자체에서 느껴지는 참신한 시도는 제작사가 내놓을 다음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기에는 충분하며, 풍부한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게임의 특징은 높게 평가해주고 싶다. 물론 게임성과 스토리 전개에 대한 고민은 좀 더 고민을 해보아야 할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

- 1회차 스킬과 레벨이 2회차로 연동이 되는데, 이로 인해 2회차부터는 스킬조합의 경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므로 게임이 상당히 재미있어 진다. 물론 난이도도 향상되므로 여전히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 스토리 또한 2회차 플레이에서는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반드시 2회차, 3회차에 걸쳐 게임을 즐겨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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