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Call of Juarez; Gunslinger (콜 오브 후아레즈; 건슬링어)

장르 : FPS,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Ubisoft

플랫폼 : PC, PSN, X-Box Live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5년 4월 14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4월 17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FPS = First Person Shooter. 즉, ‘1인칭 슈팅게임’을 말한다. FPS의 대표적인 특징을 말하자면 플레이어가 게임 내 캐릭터와 동일한 시점을 가지면서 현실에서는 쉽게 다룰 수 없는 총기류를 다룬다는 것이며 이는 플레이어가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 또한 플레이어와 캐릭터가 일체화됨으로써 가상의 게임 속 세계를 바라보게 되는데 이는 가상현실과 가장 가까운 형태를 띤다고 볼 수 있다. FPS는 한 때 게임계를 장악하다시피 했던 장르였고, 현재는 어느 정도 FPS의 붐이 사그라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게임에서 접할 수 있으며 여전히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장르 중 하나다. 수 많은 FPS 게임들이 나타나고 사라졌으며, 조금 더 발전적으로는 TPS(3인칭 슈팅게임)이 등장하면서 그에 따라 장르적/기술적으로 꾸준한 발전을 이루어 왔다.

하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지금은 FPS는 조작방법이나 형태가 큰 변화없이 고정되어 있는 상황이며, 대다수의 FPS들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게임이라 할지라도) 상당히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장르적 특성이나 게임의 조작보다는 그래픽이나 스토리, 연출 등에 초점을 맞추거나 게임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전략적인 요소가 게임을 즐기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본작 ‘콜 오브 후아레즈; 건슬링어’는 FPS게임으로서 어떤 것들을 담고 있을까?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전형적인 FPS 게임이다.

본작의 배경은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다. 적을 얼려버리는 냉각 석궁이라든가, 한방에 적을 쓸어버리는 바주카라든가, 은신상태에서 쏠 수 있는 활 등은 있을 수가 없다. 다시 말해 FPS를 즐기는 재미 중 하나인 ‘각 게임의 독자적인 무기’는 본작에서 찾아볼 수 없다. 주어지는 무기라고는 단지 권총, 라이플, 산탄총 뿐이다. (그것도 아주 구식의 무기들이다) 이 무기들은 FPS 게임의 기본무기에 불과한 것들이다. 하지만 게임 내에서 각 무기의 장점과 단점을 분명하게 만들어 놓음으로써 무기 고유의 특징을 잘 살려놓았다. 빠른 연사와 신속한 장전이 특징인 권총(+쌍권총). 장거리 사격이 가능한 라이플. 근거리에서의 무지막지한 파괴력을 가진 산탄총. 가장 기본적인 무기들에 불과하지만 보편적인 FPS에서보다 각 무기의 특징이 극명하다.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무기를 선택할 수 있으며, 게임 초반부의 스토리와 연결하여 세 종류의 무기를 모두 다뤄볼 수 있게 만들어 놓음으로써 각 무기를 충분히 사용해본 뒤에 선택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두었다. 그리고 각 무기에 알맞는 기술을 배치해 놓음으로써 기본적인 무기이면서도 고유한 특징을 가질 수 있게 하였고, 주무기에 맞는 기술을 연마하여 무기숙련도에 따른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죽음의 감각’ - 본작의 주요시스템 중 하나로 멋들어진 연출을 보여준다

하지만 무기가 아주 기본적인 형태임과 더불어 게임의 배경이 서부개척시대이다보니 소리없이 암살을 한다거나 적의 시선을 돌려 잠행을 하는 진행을 불가능하다. 그저 눈앞에 있는 적들을 남김없이 쏴 죽이는 수 밖에 없으며, 전략적인 요소는 다소 적은편이다.(기껏해야 폭발물을 터뜨리는 정도?) 단순히 적을 죽여야만하는 선택지로 인해 자칫 게임이 지루해질 수도 있었으며 게임의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본작에서는 이러한 약점을 게임 내 시스템과 그에 따른 연출, 그리고 스토리의 전개 방식으로 극복 해내고 있다. 주요 시스템인 ‘집중모드’와 ‘죽음의 감각’은 서부극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며 연출도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순간적인 기지로 총알을 피한뒤 빗나가는 총알 없이 주위의 적을 모조리 죽인다? 본작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여, 그 연출 또한 매우 훌륭하다. 그 뿐만 아니라 주요 인물들과의 1:1 결투는 FPS가 아닌 그에 걸맞는 형태로 만들어 둠으로써 결투의 긴장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구성해두었으며, 적을 사살할 시 표기되는 점수/사살방법(대표적인 예로 헤드샷), 충분한 타격감과 의외로 빠른 속도의 게임전개는 플레이어가 게임에 빠져들도록 만들기에 매우 적합한 연출로 작용한다.

독특한 스토리 전개방식은 본작품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스토리 전개방식은 본작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본작의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 아닌 주인공이 과거에 겪었던 무용담을 들려주는 형태로 진행된다.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주인공은 자신의 무용담을 풀어 놓으며, 그 이야기에 맞춰서 게임이 진행되기 때문에 주인공의 이야기를 게임 내내 들을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과거에 있었던 일이다 보니 주인공의 기억이 왜곡되거나 청자가 잘못이해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데 그것이 그대로 게임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카우보이들이 아파치 부족처럼 습격해왔다는 말을 아파치 부족이 습격했다고 청자들이 잘못 이해함으로써 이야기를 정정함에 따라 반복적인 전투를 벌인다거나, 플레이어가 죽을 때도 ‘만약 그때 내가 죽었다면 여기 있을 수 없겠지’라며 이야기를 다시금 이어가는 모습이 그 예다. 게다가 주인공의 무용담에서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독특한 화풍과 짧은 문구를 이용해 강렬하게 소개하고 있으며, 각 챕터의 연결성은 떨어지지만 주인공과 듣는이들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는 형태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결국 FPS를 즐기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주인공의 무용담을 플레이어가 재현하게 됨으로써 실감나는 한 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된다.

주인공(좌)과 그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우) - 맥주 몇 잔으로 듣기에는 아까운 이야기다

특별히 눈에 띄는 요소는 없지만 FPS의 기본에 충실하면서, 컨셉에 맞는 연출과 시스템, 실감나는 이야기 전개를 통해 매우 탄탄한 게임으로 만들어냈다. 최근 몇년간 나온 FPS와 비교하여 화려함은 없지만 참신한 발상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 놓는’ 형태의 스토리 전개는 본작의 핵심이라 볼 수 있다. 이정도의 구성으로도 플레이어는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며 서부개척시대의 멋을 충분히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플레이 시간이 짧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어르신의 무용담을 듣기에 3~4시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좀 더 듣고 싶다면 맥주를 좀 더 준비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못다한 이야기

- 서부개척시대의 실제 역사를 상당 부분 차용했다고 한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모을 수 있는 '진실의 조각들'을 통해 게임 내 인물들이 실제 역사에서 어떤 존재였는지 알 수 있다. 통칭 'Spaghetti Western'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복 플레이를 하면서 역사 공부를 하는 맛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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