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Crysis

장르 : FPS, 액션

제작사 : Crytek

플랫폼 : PC, PS3, X-box 360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FPS(1인칭 슈팅게임)는 여러 장르 중 가장 개성있는 장르이면서 가상 현실에 가장 가까운 형태를 지닌 장르다. 1인칭 시점을 통해 느낄 수 있는 현실감과 게임 속에 직접 들어가 행동을 하는 듯한 간접체험 효과는 FPS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고유한 특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장르 고유의 특징은 ’시점’에서 오는 것이며, 이로 인해 FPS는 1인칭 시점이라는 틀 안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제한점을 가지게 된다. 이 때문인지 FPS는 등장한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없이 고착화된 장르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FPS가 가지는 장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적 요소들을 게임 내에 도입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독특한 무기의 등장, 작중 공간과의 복잡한 상호 작용 구성, 버튼 액션과 컷신을 이용한 연출 등이 FPS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다양한 요소가 새롭게 도입되었지만 ‘눈에 보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장르의 한계를 깨기 위해 도입한 요소들의 대부분은 플레이어가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되었기에 다소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시점이 매우 중요한 장르이기에 ‘눈에 보이는 것’으로 새로움을 부여하려고 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며 충분히 납득이 되는 시도이지만, 대개 독특한 무기를 부여하거나 버튼 액션이나 컷신을 이용한 연출에 그칠 뿐이었다. 물론 이 같은 시도는 과거에 비해 더 큰 즐거움을 부여하기에 충분하지만 ‘1인칭이기 때문에 보이는 것에서 변화를 시도해야한다’라는 닫힌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나노수트(Nanosuit) - 기존 FPS의 시도와 상반되는 ‘보이지 않는 요소’

이러한 관점에서 [Crysis]를 바라본다면 보이는 요소가 아닌 ‘보이지 않는 요소’를 통해 FPS의 한계를 극복하려 했음을 알 수 있는데, 그 ‘보이지 않는 요소’란 본작에 등장하는 나노수트(Nanosuit)를 말한다. 나노수트는 컷신(Cut Scene)이 아니라면 플레이어가 관찰할 수 없는 요소인데, 작중 주인공이 입고 있는 장비이기 때문에 1인칭 시점에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게임 진행 중에는 전방(또는 총기의 조준점)으로 고정된 시점으로 인해 해당 장비의 작동과정이나 연출을 플레이어가 파악할 수 없다. 이는 장르의 성격상 무기(보이는 요소)에 초점을 두고 있어 투사체의 효과와 게임 내 연출에 집중하는 기존의 FPS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하나 짚고 넘어 가야할 부분이 있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인 나노수트가 게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해서다. 기존 FPS가 집중하던 ‘눈에 보이는 요소’는 게임 진행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더라도, 분위기 전환을 위한 장치나 플레이어가 인지할 수 있는 연출들로 작용하기 때문에 해당 요소의 역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요소’는 연출이나 분위기에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기에, 게임 진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그저 하나의 소재에 불과한 이름뿐인 요소로 전락하게 된다.

게임 화면 - 나노수트는 보이지 않지만 게임 진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나노수트는 게임 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나노수트가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나노수트가 가진 ‘기능’에서 나온다. 나노수트의 기능이란 주인공의 신체 능력을 강화해주는 것으로 방어 / 은신 / 힘 / 속도 의 네 종류의 모드가 존재한다. 그리고 나노수트의 각 모드들은 단순히 신체능력 강화의 역할을 하는 것 이상의, 게임을 진행하는 데 있어 전략적인 측면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Crysis]의 스테이지 구성은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일자형 진행의 닫힌 공간이 아닌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열린 공간의 구성을 가진다. 열린 공간의 특성상 게임 진행 중 달성해야할 목표가 정해져 있더라도, 목표를 달성하기까지의 과정은 플레이어 스스로가 결정해야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활용해야 하는 것이 나노수트의 모드들이다. 어떤 모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이 많이 달라지는데, 보편적인 FPS의 전투처럼 적군과 전면전을 펼칠 수도 있고, 적군의 시야를 피해 잠입하거나, 빠른 기동성으로 전투를 피해 목적지에 도달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나노수트의 모드는 고정적이지 않고 실시간으로 변경이 가능하며, 각 모드들을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에 따라 임무의 성패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나노수트의 효과적인 활용을 위해 플레이어가 처한 상황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모드를 결정하는 판단 능력과 매순간 알맞은 모드로 변경하는 정확한 조작 능력을 요구하므로, 무기와 나노수트를 동시에 활용해야하는 독특한 게임성과 함께 긴장감 넘치고 속도감 있는 게임 전개가 가능하다.

주인공들의 비중은 다소 희미했지만 나노수트의 비중은 매우 확고하다

게임 내에서 활용하는 장비로서의 나노수트의 역할을 알았으니 이제 조금은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Crysis]라는 작품에서 나노수트는 ‘이야기의 소재’로서도 비중이 매우 크다. 이는 본작 [Crysis]와 확장팩 [Crysis Warhead]를 비교해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각 작품의 주인공은 서로 다른 인물이며, 두 작품에 모두 등장한다. 하지만 서로 다른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각 인물이 처한 사건은 매우 비슷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인물간의 사건과 갈등은 거의 다루지 않고 ‘나노수트를 입은 특수부대원들의 외계인을 물리친다’라는 인물 자체는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인물의 비중이 매우 떨어지게 된다.

반면 나노수트는 희미해진 주인공의 비중과 독특한 게임성에 힘입어 그 비중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나노수트의 비중이 올라간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야기의 깊이가 떨어지고, 비중이 약한 주인공과 단조로운 구성의 이야기로 인해 스토리를 즐기는 맛은 부족할지 언정, [Crysis]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 나노수트가 될 만큼 작품의 핵심소재이자 상징으로서 그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나노수트는 [Crysis]가 FPS의 한계를 넘어서게 해주면서 본작의 상징이 되었다.

결국 나노수트는 ‘보이는 요소’에 집중하던 기존의 사고에서 벗어난 요소로서 [Crysis]만의 독특한 게임 방식을 구축해냈을 뿐만 아니라, 하나의 작품을 상징하는 요소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는 기존 FPS가 가지고 있는 틀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한계를 극복해낸 것이며, ‘보이는 요소’가 아닌 ‘보이지 않은 요소’에 집중한 완전히 새로운 시도라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Crysis]의 나노수트는 FPS라는 장르의 고착화된 모습을 성공적으로 깨뜨린 장치라고 볼 수 있으며, 향후 개발된 FPS가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한 모범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

- 나노수트 모드 전환은 다소 익숙치 않은 조작법이라 게임 초반에는 매우 낮설다. 하지만 게임을 진행할수록 나노수트 조작법에 익숙해지는데, 플레이어의 역량만 요구된다면 오프닝 영상처럼 화려한 전투가 가능하다.

- 개인적인 문제겠지만 오류가 상당히 자주 걸렸다. 소리가 안들린다거나, 튕김 현상이 발생한다거나, 최종 보스에서 핵탄두 발사 지정이 안되서 엔딩을 못본다거나... [Crysis]만큼 오류가 잦은 게임은 처음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개인적인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 주인공의 비중이 적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Crysis]의 주인공 '노매드'의 얼굴이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Crysis Warhead]의 주인공 '사이코'와 특수부대의 대장인 '프로핏'이 더 자주 나오는 수준. 게다가 딱히 주인공이 누구든 상관없는 스토리였기에 비중이 더 줄어들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Middle Earth; Shadow of Mordor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Monolith Productions

플랫폼 : PC, PS3, PS4, X-box 360, X-box One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오픈월드 게임은 ‘즐길거리’가 많아야 한다. 오픈월드 게임은 장르의 특성상 플레이어에게 매우 높은 수준의 자유도를 제공하기 때문에 플레이어 스스로가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많은 선택지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리고 수 많은 선택들이 플레이어의 ‘즐길거리’가 되어야 하며, 게임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게임의 재미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플레이어의 자유와 수많은 선택사항 외에도 게임이 가진 고유의 이야기와 시각적/청각적 요소들도 ‘즐길거리’의 일부인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오픈월드 게임의 특성으로 [Middle Earth; Shadow of Mordor]를 바라본다면 어떨까?

어둠의 땅 ‘모르도르’는 그 이름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준다

[Middle Earth; Shadow of Mordor]는 ‘모르도르’라는 어둠의 땅을 게임의 핵심 소재로 삼고 있다. ‘모르도르’는 Uruk의 근거지인 만큼 게임 내에서도 Uruk 외에는 생물체를 발견하기 힘들다. 또한 어둠의 땅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어두운 분위기를 띠고 있으며, 매우 험준한 지형과 곳곳에 산재된 Uruk들의 거점이 존재한다. 그 외에도 흉폭한 괴물들이 나타나 주인공 뿐만 아니라 Uruk들에게도 위협을 가하며, 종종 발견할 수 있는 인간들은 주인공을 돕는 것이 아닌 Uruk들의 노예로서 무기력하게 살아간다. 이러한 게임 내의 배경은 기존 작품(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이 가지고 있는 ‘모르도르’라는 지역을 게임을 통해 잘 묘사해내고 있음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주인공이 언제든지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장치가 됨으로써 플레이어가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전투 상황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연출은 눈과 귀를 모두 즐겁게 한다

본작의 백미(白米)는 단연코 전투 중에 볼 수 있는 화려한 연출이다. 장르가 ‘액션’인만큼 주인공의 다양한 모션과 움직임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데, 특정 명령을 수행할 때도 같은 모션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명령을 수행하는 대상과 그 대상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모션을 취한다. 예를 들면, ‘암살’이나 ‘처형’을 할 때 검으로 목을 찌르는 것으로 획일화할 수도 있었지만, 상황에 따라 등이나 복부에 칼을 꽂기도 하고 검으로 목을 단번에 베어버리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전투 상황에서 같은 명령을 수행하더라도 다양한 모션과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액션 게임의 즐거움을 충분히 선사하고 있다.

주인공의 액션 뿐만 아니라 변칙적인 카메라 앵글과 사운드도 연출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주인공의 액션도 매우 다양하지만 상황에 맞게 카메라 앵글도 변화하기 때문에 액션을 더욱 역동적이게 보여준다. 결정타를 날리거나 적장이 죽는 순간에 슬로우 모션을 주는 것은 기본이거니와, 필요에 따라 줌인(Zoom In)과 줌아웃(Zoom Out)을 통해 액션을 더욱 화려하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카메라 앵글의 변화는 (다소 잔인할 수 있지만) 플레이어가 적과 싸우고 적을 쓰러뜨리는 것에 대한 감정을 더욱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일으키기도 한다.

대장급 Uruk들은 고유한 대사와 더불어 부하들의 함성까지 들려준다

사운드는 다양한 부분에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 Uruk들의 목소리가 가장 인상적이다. 게임 내에서 들을 수 있는 Uruk 들의 다양한 대화, Captain과 Warchief들의 등장과 특수한 상황에 따른 고유한 대사, 그리고 Captain과 Warchief가 나타났을 때 그들의 이름을 외쳐대는 부하들의 함성 등은 적군조차 생동감있는 존재로 만들고 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Uruk들 사이의 세력다툼이 실시간으로 발생한다

[Middle Earth; Shadow of Mordor]에서 독특한 점이 하나 있다면 수많은  Captain과 Warchief들 사이에서도 세력다툼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주인공과 Uruk들은 서로 적대관계지만, Uruk 간에는 적대관계와 우호관계가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Uruk들 사이에서도 싸움이 일어나며 이로 인해 Captain/Warchief 현황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대립에서 살아난 Uruk가 더욱 강해지기도 하며, 죽은 Uruk를 대신에 새로운 Uruk가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Uruk들 간의 관계를 이용하면 힘을 들이지 않고 Captain이나 Warchief를 제거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플레이어가 세뇌시킨 Uruk를 Captain이나 Warchief의 자리에 올려 강력한 군대를 양성할 수도 있다. 이는 Uruk들간의 싸움을 지켜보는 재미를 줄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가 Uruk를 모두 죽일 것인지, 아군으로 만들 것인지, 또는 서로 싸우게 하여 세력을 약화시킬 것인지 다양한 선택을 가능하게 해준다. 

Uruk들의 다양한 특성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전략적으로 접근하게 한다

수 많은 Uruk들이 등장하는만큼 Uruk들의 특성도 매우 다양한데, 이는 플레이어가 다양한 전투/전략을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본작의 전투는 크게 근접전투(장검)/암살(단검)/원거리공격(활)의 세 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일 대 다수의 구도(주인공 1인과 다수의 Uruk)가 주를 이루는 본작의 특성상 근접전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 같지만 Captain/Warchief들이 가진 다양한 특성들로 인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게임을 진행하기에는 쉽지 않다. 근접전투에 매우 강하지만 암살에 약한 Uruk가 있는가 하면, 암살과 원거리 공격이 모두 통하지 않고 근접전투에만 피해를 입는 Uruk도 있다. 또는 원거리 공격, 근접전투, 암살 모두 약함에도 불구하고 공격력이 너무 강해서 쉽게 다가가기 힘든 Uruk들도 등장한다. Captain/Warchief들의 특성 외에도 일반 Uruk들의 종류도 여러 가지가 존재하며, Uruk의 수가 매우 많아 무작정 근접전투로 상대하기는 버겁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목표로 하는 Captain/Warchief의 특성과 주위에 있는 일반Uruk들의 수/배치/시야 등을 고려하여 적합한 전투방법과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 외에도 야생동물을 이용해 전투에 크고 작은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불과 폭발물을 이용하여 전진을 초토화 시키는 등 좀 더 폭넓은 전략을 실행할 수 있다.

스토리 전개는 나쁘지 않지만 메인퀘스트는 구성이 다소 부실하다

거의 모든 점에서 완벽해보이는 [Middle Earth; Shadow of Mordor]지만 단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스토리에 해당되는 메인퀘스트가 다소 부실하다는 점이다. 본작이 [The Hobbit/호빗]과 [The Lord of The Rings/반지의 제왕] 사이의 사건을 풀어나가고 있으며, 기존의 두 작품(호빗+반지의 제왕)과 연결성을 두고 바라보기에 큰 무리가 없을 정도의 준수한 스토리인데 반해 그와 관련된 메인퀘스트는 아쉬운 점이 상당히 많다. 메인퀘스트가 아닐 경우에는 Uruk들을 암살하고, 짐승들을 풀어 적을 혼란에 빠뜨리고, 100명의 Uruk들에 둘러쌓여 싸워야 하는 등 액션 게임의 면모를 강하게 느낄 수 있지만, 메인퀘스트는 동료를 따라가다가 간단한 명령을 수행한다거나, 수레를 목표지점까지 옮기거나, 적은 수의 Uruk를 죽이는 등의 다소 심심한 임무가 주를 이룬다. 무엇보다 작중 보스에 해당되는 인물들과의 전투가 다소 허무하게 전개되는데, 게임을 하는 중에 나타나는 몰입과 감정의 고조를 단번에 무너뜨릴 정도로 부실하게 느껴진다. 어찌보면 상당히 많은 수의 기술들이 존재하는 만큼 메인퀘스트를 통해 하나씩 배워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단계별 튜토리얼’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스토리 전개에 따른 몰입과 감정적 고조를 그대로 이어나가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치명적인 문제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오픈월드 게임으로서는 부족함이 전혀 없는 최고의 작품이다

메인퀘스트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지만 ‘오픈월드 게임으로서’  [Middle Earth; Shadow of Mordor]는 부족함이 전혀 없다. 앞서 언급한 ‘자유도에 따른 선택지’와 ‘즐길거리’를 생각해볼 때 본작은 두 가지를 충실하게 갖췄다. 플레이어가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각적/청각적 연출을 통한 즐길거리, 자유도를 부여함에 따라 어떤 행동을 할지 정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 그리고 선택에 따라 크고 작은 영향을 받는 Uruk들까지 ‘다양한 선택과 그에 따른 즐길거리’가 모두 갖춰져 있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가족의 복수를 위해 달려갈 것인지, 모든 Uruk들을 죽이는 광전사가 될 것인지, 또는 모든 Uruk들 위에 군림하는 지배자가 될것인지는 당신의 몫이다.

못다한 이야기

- 스토리와 관련해서는 '사용한 소재에 비해 깊이가 부족하다'라는 비판이 있다. 이는 'J. R. R. 톨킨'(호빗/반지의 제왕 작가)의 작품을 충분히 즐긴 이들이 느끼는 점이라 한다. 분명 [The Hobbit/호빗]이나 [The Lord of The Rings/반지의 제왕]과 비교하면 이야기의 전개가 단조로운 것은 분명하나 부실한 스토리 전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깊이 있고 대단한 스토리 또한 아니다.

- [Assassin's Creed], [Batman; Arkham Knight], [Tomb Raider]의 게임성을 상당 부분 차용해왔다. 놀라운 점은 각 작품의 장점만을 뽑아와 게임에 녹여냈다는 것인데, '다른 게임의 특징을 가져오기만한 작품'이라는 비판을 내릴 수도 있으나 게임 자체의 완성도가 정말 좋아서 비판하기가 어렵다. 생각해보면 게임을 만들 때 다른 작품의 영향을 받거나 특징을 차용해오는 경우가 많으니 비판하기 애매한 부분이기도 하다.

- 필자 개인적으로는 본편보다 DLC 'Bright Lord'가 게임의 완성도가 더욱 높다고 생각한다. 본편의 아쉬운 부분인 '메인퀘스트의 부실함'을 해소해냈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Child of Light

장르 : RPG

제작사 : Ubisoft

플랫폼 : PC, X-box 360, X-box One, PS3, PS4, Wii U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게임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여기서 말하는 다양한 모습이란 단순히 장르로서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형태의 창작물로서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은 하나의 소설이 될 수 있으며, 한 편의 영화가 될 수 있고, 현실을 간접체험할 수 있는 가상공간이 될 수도 있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놀이도구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게임은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으며, 새로운 형태를 보여줄 가능성은 또한 무궁무진하다. 그렇다면 게임이 ‘동화’의 형태를 가진다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다양한 이미지가 그려지겠지만 ‘동화 같은 게임’을 말한다면 오늘 이야기할 [Child of Light]가 가장 적합한 작품이 될 것이다.

기존 RPG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전통적인 턴제 전투 방식이다

동화 이전에 게임의 장르로서 본작을 바라본다면, [Child of Light]는 매우 전통적인 RPG의 색깔을 띠고 있다. RPG가 주류 장르이던 시절에도 단순 턴제 전투 방식이 아닌 3차원 공간에서의 지형, 위치 등을 이용한 전략적 전투가 가능한, 조금 더 발전된 형태의 전투 방식이 존재했다. 그러나 본작에서는 그러한 부분들을 완전히 배제하고 가장 기본적인 턴제 전투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타임라인(time line)을 이용하는 부분인데 타임라인에 표기된 적과 아군의 아이콘을 통해 행동타이밍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하여 전략적인 전투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적군의 공격타이밍을 늦추거나 아군의 공격타이밍을 앞당길 수 있으며, 기술시전 중에 공격을 가해 시전을 취소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전통적인 턴제 전투 방식에 ‘시간’이라는 개념을 보태 기존 턴제 전투 방식의 단순함을 해소하고 전략적인 요소를 끌어올리려고 한 의도로 보인다. 만약 타임라인이 도입되지 않은 단순 턴제 전투였다면 전략적인 요소가 부족함과 동시에 게임이 지루하게 느껴졌을 수 있으며, 고전적인 턴제 전투라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을 수도 있다.

전투 방식 외에도 캐릭터들간 역할(Role)이 매우 분명하다는 점도 전통적인 RPG와 일맥상통하다. 가장 무난하고 어떤 상황에도 어울리는 오로라(표준), 물리공격과 체력은 약하지만 강력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핀(마법사), 적의 공격으로부터 아군을 보호해주는 오엔구스(탱커), 상태이상을 치료하고 아군을 회복하는 루벨라(힐러), 다양한 버프를 걸어주는 트리스티스(버퍼) 등 다양한 역할이 존재하며, 자신의 취향에 맞게 캐릭터를 활용하여 전략적인 전투가 가능하다. 

수채화풍의 그래픽을 통해 게임을 동화처럼 표현해냈다

본작의 가장 큰 특징은 게임 내내 볼 수 있는 수채화풍의 그래픽이다. 최신 게임들이 3D의 화려하고 정교한 그래픽이 주를 이룬 것을 생각해보면 [Child of Light]가 2D 형태의 수채화풍으로 표현한 것은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의도는 본작을 ‘한 편의 동화’처럼 만들기 위한 것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게임 전반에 걸친 수채화풍의 그래픽은 화려하지 않으나 은은한 느낌을 주고 있으며 동화책에 실린 삽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그와 동시에 필요에 따라 먹물로 그린듯한 거친 질감의 배경을 보여주기도 하고, 물감이 번지는 효과를 활용하고 있다. 그 외에도 게임 내 인물들은 배경과 결합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배경 층과 캐릭터 층을 따로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고정된 배경을 두고 종이인형들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종이인형극’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수채화풍의 그래픽과 종이인형극을 연상시키는 캐릭터들을 통해 게임을 동화처럼 표현하고 있다.

게임 전체 이야기의 흐름도 전형적인 동화적 구성을 띠고 있다

스토리 역시 동화적인 구성을 가지는데, 동화의 대표적인 교훈인 ‘권선징악’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또한 여정이 지속됨에 따라 각자의 사연을 가진 인물들을 만나 그들을 도와주고 동료가 되는, 다소 뻔한 구성 역시 포함되어 있다. (필자는 ‘오즈의 마법사’가 연상되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스토리 전개와 결말이 어느 정도 예상이 된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게임의 주된 컨셉이 ‘동화’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오히려 적절한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게임의 모든 곳에서 동화 같은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게임을 ‘동화’처럼 만들어 낸 것은 굉장히 신선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기존에 존재했던 전통적인 턴제 RPG, 트렌드(trend, 유행)에 맞지 않는 수채화풍의 2D 그래픽, 동화처럼 매우 뻔한 이야기 구성 등 게이머들의 관심이 떨어질 수 있는 요소들로 게임을 만드는 것은 어쩌면 큰 도전이었을지도 모른다. 특히 RPG 장르, 2D 그래픽, 동화적 구성의 이야기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부분임을 생각해보면 그 위험성을 더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hild of Light]가 대단한 작품인 이유는, ‘동화 같은 게임’이라는 컨셉에 맞는 요소들을 적절히 결합하는데 성공하였으며 결과적으로 ‘한 편의 동화’를 연상케하는 참신한 게임으로 탄생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본작이 가지고 있는 게임 특성상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다. 하지만 눈으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수채화와 귀로 들을 수 있는 동화가 있기에 호불호만으로 [Child of Light]를 평가하기에는 아까운 작품임이 분명하다.   

못다한 이야기

- 사운드에 대한 언급을 하지 못했는데 배경음악 역시 동화적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울리는데,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작품 내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 예측가능한 이야기 구성이긴 하나 여정이 끝날때까지 만나는 인물들과의 다양한 사건들이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동료들은 단순히 주인공을 돕기 위해 여정을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목적과 사연이 있으며, 그에 따라 서브퀘스트들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 게임의 엔딩을 보면 [Child of Light] 자체가 동화로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Remember Me

장르 : 액션

제작사 : DONTNOD Entertainment

플랫폼 : PC, PS3, X-box 360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창작물 중에는 현실과는 다른 가상의 세계가 담겨 있는 것들이 있다. 이러한 가상의 세계는 어느 누구나 떠올릴 수 있지만 그 세계를 짜임새있게 만들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짜임새 있게 만들어진 가상 세계는 언제나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그 속에서 풀어나갈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해진다. 판타지의 아버지이자 [Lord of the Rings]을 집필한 ‘John Ronald Reuel Tolkien’이 세계관을 먼저 구축한 뒤 이야기를 써내려갔다는 것을 보면, 세계관의 구축이 매우 중요한 부분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세계관이라도 그 안에서 풀어낼 사건들이 부실하다면 그 가상 세계는 겉만 번지르르한 포장지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이번에 이야기할 [Remember Me]는 그러한 작품들 중 하나다.

[Remember Me]는 기억을 상품화하여 사고 파는 근미래의 이야기다.

[Remember Me]의 세계관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본작의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는 ‘인간의 기억’이며, 기억을 추출/조작/운반 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기업과 기득권의 횡포, 이에 따른 극심한 빈부격차,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혁명단체 ‘에러리스트(Errorist)‘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인간의 기억을 다룬다’는 내용은 윤리/철학과 연결이 되면서 사뭇 진지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세계관으로 창조되었다. 또한 게임의 배경이 현실과는 완전히 다른 가상세계가 아닌 근미래 프랑스인 ‘NEO Paris’이기에 머지 않은 미래에 나타날 법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매력적인 세계관을 구축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가 즐길 수 있는 부분은 한정적이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둘러볼 수 있는 배경은 시선을 빼앗을 만큼 압권이며, 작품 내 사회가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만큼 표현을 잘 해두었지만 플레이어와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부분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러다보니 게임 내 세계를 충분히 즐길 여지가 없으며, 거기에 더해 진행 방향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좌표표기까지 한몫하면서 스토리만 따라가다 게임이 끝나버리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위협적인 적인줄 알았으나 한순간에 아군이 된 뒤 단역으로 떨어지는 Olga(좌)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있다면 스토리 역시 상당히 부실하다는 것이다. 등장인물 중 한명인 ‘Olga(올가)’는 게임 초반에 등장하여 굉장히 위협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암살자로서 주인공과의 대립이 예상되었지만, 별다른 활약 없이 등장하자마자 기억 조작을 당하고 아군이 된 후 거의 등장하지 않는 인물로 전락해버린다. 또한 주인공 ‘Nillin(닐린)’의 과거와 가족관계, 조력자 ‘Edge(에지)’의 정체 등 충격적인 반전요소를 담을 수 있는 이야기 구성을 다소 뻔한 내용을 담아냄으로써 어처구니 없는 결말을 맺고 있다. 무엇보다 기억을 잃어버린 주인공이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기억 때문에 불가피하게 혁명에 동참하게 되는 수동적 태도를 보여주기에 스토리의 맛을 떨어뜨리고 있다.

게임플레이는 시각적인 즐거움이 뛰어나지만 플레이어의 선택폭이 매우 좁다.

게임플레이의 경우에도 다소 부실한 부분이 많다. 게임 내 요소는 크게 1.전투 2.퍼즐 3.파쿠르 액션 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요소들은 시각적인 즐거움은 충분히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요소의 매력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첫번째, 전투는 ‘Combo Lab’을 바탕으로 다양한 효과를 가진 공격을 조합하여 전투를 진행하는 방식인데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한정적이다. ‘Combo Lab’은 이미 정해진 틀 내에서만 만들 수 있으며, 단순히 효과만 달리할 뿐 공격 방법이 모두 동일하다. 그러다보니 유저 스스로가 창의성을 발휘하여 콤보를 만들 수 없고, 정해진 틀에 맞춰서 전투를 진행해야 한다. 전투에서 볼 수 있는 공격 모션이나 특수 효과는 정말 화려하지만 정작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재미가 부족하다는 점은 단점이 될 수 밖에 없다.

기억 조작은 재생과 되감기를 반복하면서 주먹구구식으로 해결해야한다.

두번째, 퍼즐의 경우 ‘기억조작’과 ‘리멤브레인’이라는 두 가지 요소로 나타나는데 플레이어가 퍼즐을 풀기 위해 고민하고 추리할만한 여지가 적은 편이다. 기억조작의 경우 추리를 통해 맞춰나간다기 보다는 기억을 되감고 재생하고를 반복하면서 주먹구구식으로 풀어나갈 수 밖에 없는 구성이다. 또한 기억을 되감고 재생하는 방법이 불편해서 꽤나 시간이 걸린다는 특징 때문에 지루하기까지 하다. 그나마 ‘리멤브레인’의 경우 언어를 통한 퀴즈 형식의 퍼즐이기에 추리를 해볼 여지가 있지만 게임 내에서 몇 번 등장하지 않기에 아쉬움이 크다.

세번째, 파쿠르 액션도 우리가 기존에 기대하던 것과는 달리 매우 제한적이다. 파쿠르 액션이라 하면 보통 [Mirror’s Edge]나 [Assassin Creed]처럼 매우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을 떠올리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본작에서는 정해진 경로만 이동할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벽을 타거나, 파이프를 오르거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등의 액션을 보이지만 역시나 플레이어의 자유도가 없으므로 매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컨셉이 훌륭했기에 그 안에 담긴 부족한 내용물은 더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매력적인 컨셉과 세계관 그리고 이를 보여주는 배경과 시각 효과는 플레이어의 눈을 즐겁게 해주지만 정작 그외 플레이어가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요소는 부족한 편이다. 이는 ‘플레이어의 선택가능 폭이 좁다’, ‘플레이어와의 상호작용이 부족하다’ 등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매력적인 세계라 할지라도 그것을 소비하는 플레이어가 향유할 즐거움이 없다면 매력은 반감되고 재미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분명히 좋은 작품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었기에 그만큼 부실한 내용물을 큰 아쉬움으로 다가 온다. 현재 [Remember Me 2]의 스토리가 이미 완성이 되어 있다는 소식이 있는만큼 후속작이 나온다면 좀 더 풍부한 즐길거리를 담아내어 세상 밖으로 꺼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못다한 이야기

- 애초부터 주인공 '닐린'은 최고의 에러리스트 요원이라는 설정이 있으며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능력이 있었다. 스토리 진행에 따른 주인공의 성장과 고난 등은 거의 없고, 그저 시키는대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요원이라는것이 썩 좋은 이야기 흐름은 아니다. 물론 가족관계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면서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하지만 꽤나 뻔한 이야기라 그 감정이 오래가지 않는다.

- QTE(퀵타임이벤트, 버튼액션)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많았던 작품인데, 개인적으로는 QTE의 활용이 문제가 아닌 '가시성'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QTE는 [God of War]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순간순간 어떤 버튼을 눌러야하는지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 처음 게임을 구입할 때는 [Mirror's Edge]같은 작품이라 생각하고 구입했다. 물론 매우 거리가 먼 작품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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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Tomb Raider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Square Enix

플랫폼 : PC, PS3, PS4, X-box 360, X-box One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게임이 있고, 그 중에서 훌륭한 작품들도 많다. 스토리가 훌륭한 작품, 음악이 뛰어난 작품, 게임플레이가 참신한 작품, 장르의 기본 틀을 만든 작품 등 다양한 측면에서 평가를 받아 좋은 게임으로 인정받게 된다. 물론 훌륭한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어느 한 가지 측면만 좋은 것으로는 부족하며, 해당 게임이 장르로서 갖춰야할 기본적인 구성뿐만 아니라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을 만족시킬만한 다양한 요소들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이 게임은 훌륭한 게임이야’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며, 각각의 요소들이 얼마나 잘 맞물려 시너지를 내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주의해야할 점은 훌륭한 게임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큰 그림을 보았을 때는 아주 잘 만들어진 하나의 작품이 되지만, 그 안을 살펴보면 크고 작은 약점/단점이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 이야기할 [Tomb Raider]도 마찬가지다.

[Tomb Raider]는 오래 되고, 훌륭한, 그리고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작품임은 분명하다.

[Tomb Raider] 시리즈는 오랜 기간에 걸쳐 시리즈를 거듭해온 작품이다. 1996년을 시작으로 10편 이상의 작품이 나왔으며, 두 번의 리부트(reboot)를 거치기도 했다. 모든 시리즈가 좋은 평가를 받아왔던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시리즈를 이어오면서 꾸준한 판매량과 더불어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그 뿐만 아니라 초창기 작품부터 꾸준히 보여주었던 ‘라라 크로프트’의 액션은 ‘3D 액션 어드밴처’의 표본(標本)이라 볼 수 있으며 해당 장르의 여러 게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리고 2013년에 발매된 [Tomb Raider]가 각종 매체에서 좋은 평가와 더불어 GOTY(Game Of The Year)를 수상함으로써 본작의 시리즈가 여전히 영향력을 띠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게임 내내 볼 수 있는 다양하고 효과적인 연출은 게임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본작의 강점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눈을 땔 수 없는 연출’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연출은 주인공의 액션 뿐만 아니라 시점, 데드신에서 나타나며, 게임이 진행함에 따라 변화하는 주인공의 외관과 감정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나타난다. 동일 장르의 여러 게임에 영향을 미친 작품인만큼 매우 다양한 액션을 보여준다. 놀라운 점은 단순히 게임의 진행방법에 맞춰 액션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가 처한 상황, 심리 상태, 새로운 아이템의 습득 등과 결합하여 스토리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행동을 취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처음에는 벽을 오르내리고 나무를 타는 것만 가능하지만 구급약을 구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암벽등반을 하거나 동료를 구하기 위해 로프를 만들어 활강을 하게 됨으로써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다양한 액션을 수행하게 된다. 또한 스토리의 전개에 따라 수행가능한 행동이 확장되는 것은 어린 고고학자에 불과했던 ‘라라 크로프트’가 한 명의 여전사(또는 생존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시점은 시시각각 변하는데 이러한 시점의 변화 또한 연출의 한 부분으로써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일반적인 3D 액션 게임의 경우 주인공의 뒷모습이 보이는 시점이 대부분이지만 본작에서는 상황에 따라 시점의 변화가 다양하게 일어난다. 로프 활강을 할 때는 약간 대각선 방향의 시점을, 빙벽을 올라갈 때는 아래 쪽에서 위를 바라보는 시점을, 공간의 범위에 따라 시야가 넓어지거나 좁아지기도 한다. 이는 고정된 시점에서 바라보는 ‘게임 화면’의 느낌이 아닌 다양한 시점에서 연출이 이루어지는 ‘영화 스크린’의 느낌을 받게 해준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옷이 헤지거나 흉터가 남는 디테일한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큰 부분에서의 연출도 훌륭하지만 작은 부분에서의 연출도 놓치지 않았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게임의 진행 정도에 따른 ‘라라 크로프트’의 외관의 변화다. 기존의 게임들은 대게 주인공의 외관이 게임의 처음과 끝이 동일하거나, 복장 변화에 의한 외관 변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격렬한 전투 이후에도 상처 하나 남지 않거나 옷이 멀쩡하게 남아 있는 등 디테일한 부분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하지만 본작에서는 게임의 진행과 이벤트에 따라 주인공의 옷이 찢어지기도 하고, 땀과 먼지에 얼룩지기도 하며, 몸에 흉터가 남기도 한다. 이러한 연출은 매우 작은 부분이지만 주인공이 역경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더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치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디테일한 연출 또한 앞서 언급한 ‘생존자로 성장하는 라라 크로프트’를 보여주기에 매우 적절한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게임 중에 발견하는 다양한 유물이 있지만 게임 진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다양한 부분에서 나타나는 충실하고 효과적인 연출에도 불구하고 게임 플레이는 심심한 편이다. 다양한 연출을 통해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볼거리는 매우 많지만 정작 본작품의 이름인 ‘도굴꾼’(tomb=무덤, raider=침입자)과는 상당한 괴리가 발생하는 게임 구성이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숨겨진 무덤을 발견하고, 퍼즐을 풀고, 유물을 조사하는 도굴행위가 가능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는 데 있어 필수 요소는 아니다. 본작의 주요 무대인 섬의 비밀, 그리고 다양한 인물들의 심리/이야기를 알아볼 수는 있지만 게임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에 중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그저 스토리만 따라가는 단순한 게임 구성이 되어버렸고, 게임 내에 다양하게 산재된 유물과 무덤들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

생존 본능 - 힌트를 주는 시스템이라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알려준다.

게임 시스템 역시 게임을 심심하게 만들고 있는데, 주요 시스템은 ‘생존 본능’은 게임 진행을 편리하게 해주지만 게임의 난이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다양한 퍼즐과 복잡한 진행 경로를 만나게 되는데 ‘생존 본능’을 사용하면 퍼즐과 진행 경로에 대한 답이 쉽게 나타난다. 그러다보니 퍼즐을 고민하는 재미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게임의 진행 경로의 복잡함이 참신하다기보다는 불필요하게 꼬인 느낌을 받기도 한다. 오히려 ‘생존 본능’의 사용 횟수를 제한하여 플레이어 스스로가 퍼즐을 고민하고, 진행 경로를 탐색해볼 수 있게 만들어두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 외에도 야생동물사냥, 식물채집은 게임 초반에만 사용할 뿐 게임을 진행할 수록 거의 사용하지 않는 요소가 되어버리며, 무기 업그레이드도 스토리 진행에 따른 업그레이드 외에는 특이하다고 할만한 부분이 없다. 이처럼 생존과 전투와 관련된 요소들도 다소 부실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로 인해 스토리와 연출에 비해 게임 플레이가 더욱 심심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후속작 [Rise of Tomb Raider]는 본작의 문제점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한다.

[Tomb Raider]가 나쁜 작품이라는 것은 아니다. 3D 액션 어드밴처라는 장르에 걸맞게 다양한 액션과 더불어 큰 부분뿐만 아니라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은 충실한 연출은 이 게임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여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다만 게임에 들어있는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구성은 분명히 아쉽다. 플레이어 스스로가 퍼즐을 풀고, 살아 남기 위한 생존전략을 구상할 여지를 상당 부분 빼앗아 갔기에 게임 플레이 자체의 재미는 적은 편이다. 물론 스토리 위주의 작품이기 때문에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가볍게 게임을 즐길 수는 있지만 오랫동안 보여주었던 기존의 ‘툼레이더’에 비교하자면 고유의 색깔이 옅어진 것은 분명하다. 항간에는 리부트(reboot)된 작품이기에 ‘라라 크로프트’가 평범한 여자일 뿐이고 아직까지 도굴을 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한 고고학자일 뿐이라고 하지만 분명히 본작의 제목은 ‘Tomb Raider’다. 그렇기 때문에 ‘라라 크로프트’가 진정한 도굴꾼(Tomb Raider)가 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

- 본작의 여러 연출 중 '데드신' 부분은 직접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간단한 언급에서만 끝냈다. 실제로 게임을 진행하다가 보게된 데드신은 꽤나 충격적이었고, 데드신을 볼때마다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 '생존본능'의 경우 "라라는 아버지를 닮아 감이 좋으니까"라는 대사로 설득력있게 만들어두었지만 정도가 너무 심한 것은 사실이다. [Splinter Cell]의 '음파탐지고글'과 다를바 없다.

- 스토리 전개가 매우 흥미로워서 게임 플레이가 심심했던 것을 상쇄시킬 수 있었다. 다만 극후반부의 스토리 전개가 '필자 개인적으로는' 꽤나 급작스럽고 뜬금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기존의 [Tomb Raider]시리즈도 유물/유적과 관련된 비현실적인 내용이 주가 되지만 본작에서는 너무 급작스럽게 비현실적인 요소를 등장시켜서 황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The Evil Within

장르 : TPS, 액션, 호러

제작사 : Tango Gameworks

플랫폼 : PC , PS3, PS4, X-bos 360, X-box ONE,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The Evil Within]이 발매된지 대략 6개월이 지났다. 래터박스/시점의 불편함, 프레임 드랍, 이해하기 어려운 스토리, 어중간한 게임성 등 많은 혹평을 받아왔다. ‘바이오하자드의 아버지 미카미 신지의 신작’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온 게임치고는 저평가를 받으며 상당히 빠른 기간에 유저들의 관심 밖으로 벗어난 것은 매우 초라해보이기까지 한다. 물론 패치를 통해 래터박스나 시점 등 기술적 문제들은 어느 정도 해결하였고, 기술적 문제 뒤에 가려진 모습을 발견한 일부 유저들 사이에서는 재평가가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호평과 혹평의 그 중간선상을 유지해오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분명히 기억해야할 점이 있다면, 혹평을 받는 부분은 게임을 진행하는 데 발생하는 ‘기술적 문제’이며 그 외의 요소들은 많은 유저들의 호불호(好不好)에 의해 호평과 혹평이 나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호불호란 ‘액션’과 ‘공포’ 중 어느 한쪽을 기대했던 유저들 간에 발생하는 것이며, [The Evil Within]은 ‘액션’과 ‘공포’라는 상극인 장르가 뒤섞여 있는 어떤 것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광민감성 경고 - [The Evil Within]이 어떤 감각을 자극하는 게임인지 알 수 있는 문구

본작에 담겨져 있는 공포는 다분히 시각적인 요소에 의해 형성되고 있다. 유혈이 낭자한 정신병원, 곳곳에 널브러진 시체, 기괴한 괴물들과 장소 등 공포감을 형성하기 위한 시각적 요소들이 게임 전반에 걸쳐 산재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요소들만으로 공포감을 주기에는 충분하나 [The Evil Within]의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장치는 다름 아닌 빛(Light)이다. 게임이 진행되는 공간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로 인해 주인공 ‘세바스찬’은 항상 랜턴을 들고 다니는 데, 문제는 이 랜턴이 좁은 범위만을 비춰주기 때문에 보이지 않은 곳을 밝히기 위해서는 어두운 곳으로 직접 들어가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함과 동시에 빛을 밝혀 눈에 비치는 것이 바닥에 낭자한 피나 괴물이기에 공포감은 더욱 가중된다. 그 외에도 깨진 거울 뒤로 비치는 빛을 통해 오고가는 폐쇄병동이나, 빛이 켜지고 꺼지면서 나타나는 괴물/알지못할 장소의 등장, 원색의 조명을 이용한 연출 등은 빛을 통해 더 극적인 공포를 선사하고 있다.

게임 내 퍼즐들은 ‘관찰력’을 요하는 것이기에 시각적 집중도를 높이게 된다.

퍼즐도 시각과 관련이 있는데 게임 내 모든 퍼즐이 ‘관찰력’을 요구하는 퍼즐이다. 복잡한 사고를 요하는 것이 아니기에 플레이어는 퍼즐을 풀기 위해 세심하게 주위를 관찰하고 살펴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시각에 힘을 쏟게 되며, 불가피하게 공포감을 유발하는 요소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퍼즐 역시 시각적 요소를 이용해 공포감을 유발하고 있으며, 퍼즐 풀이에 실패/성공했을 때 나타나는 상황 또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적은 양의 탄약 공급은 공포를 유지하면서 액션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액션 측면에서는 다른 게임들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우선 다른 액션 게임에 비해 탄약 공급이 적은 편이다. 일반적인 액션 게임처럼 진행을 한다면 탄약이 떨어져 죽는 상황이 쉽게 발생하기에 무기의 사용은 신중해야 하며, 모든 상황을 정면돌파로 해결 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은신이동과 암살을 적절히 사용해야하며, 게임 내 독특한 아이템 중 하나인 ‘성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적은 양의 탄약으로 인한 소극적인 게임 진행의 강제는 액션 게임을 기대했던 게이머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는데, 만약 지나치게 많은 탄약이 나왔다면 위기 상황을 커녕 공포감 조성에 실패함과 동시에 단순한 액션 게임이 되어 버렸을 것이다. 그 외에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함정이나 게임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즉사 포인트 역시 일반적인 액션 게임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플레이를 막고 소극적인 플레이를 유도하고 있다. 결국 액션 게임의 요소를 담고 있지만 적은 탄약 공급과 함정, 즉사 포인트 등으로 플레이어를 취약하게 만듦으로서 소극적이고 신중한 플레이를 유도하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언제 위기 상황에 빠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줌으로써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The Evil Within] Artwork - 본 작품에게 기대했던 모습이지만 게임 초반부에만 그칠 뿐이다.

다만 공포를 유지하면서 최소한의 액션을 추구하던 게임 형태는 후반부로 갈 수록 희석되기 시작하며, 결국에는 완전한 액션 게임으로 변모해버린다. 공포 게임의 성향을 띠는 초반부와 달리 후반부로 진행되면서 점차 액션 게임의 성향을 강하게 띠는데, 게임이 진행될수록 무기의 종류가 많아지고 강력해진다는 점, 후반부에 나타나는 대부분의 장소가 어둡지 않고 밝은 편이라는 점 등이 공포 분위기를 희석시키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보스 몬스터들이 가지는 특징이 후반부에 가까워 질수록 일반적인 액션 게임과 비슷하게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게임 중반까지 나타나는 핵심 보스 몬스터들은 죽어도 되살아나거나 특별한 방법을 활용하지 않으면 죽일 수 없는 특징을 가지기에 무기를 쏟아 붓는 방법의 정면돌파가 불가능하다. 또한 보스 몬스터들의 외모와 행동, 그에 따른 연출이 굉장히 소름돋는다. 이러한 상황과 연출은 액션 요소를 가미하더라도 공포를 유발하기에 충분한 구성이며, 취약한 주인공과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감을 이용해 공포를 유발하는 방법이 유효한 상태다. 하지만 후반부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들은 그저 거대한 괴물처럼 보일 뿐만 아니라 중반부 보스들처럼 독특한 방법을 통해 죽이는 것이 아닌 플레이어가 가진 무기를 쏟아 부어야만 죽일 수 있다. 이쯤되면 보이지 않은 위험에 대한 불안감이나 기괴한 연출을 통한 공포보다는 눈 앞에 있는 괴물을 죽여야한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게 된다. 이는 일반적인 액션 게임으로 변해버린 상황이라 볼 수 있으며, 후반부로 거듭할수록 공포보다는 액션 게임으로 치우쳐지고 있음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아마 초중반은 공포에서 후반에 액션으로 변화하는 게임 구성이 ‘액션도 공포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주요 요인일 것이다.

중반부 보스 Laura(위) / Keeper(아래) - 액션과 공포 사이를 적절하게 구현해낸 요소

어찌보면 [The Evil Within]은 용두사미(龍頭蛇尾)격 작품이 되어버렸다. ‘미카미 신지의 신작’이라는 수식어에 비해 초라한 평가, 공포와 액션을 적절하게 잘 버무려낸 초중반에 비해 액션으로만 구성된 게임 후반, 굉장히 흥미로웠던 초반 분위기에 비해 찝찝하고 허망하게 끝나버린 이야기의 결말 등 여러 방면에서 ‘끗발’이 약했다. 훌륭한 컨셉을 이용해 그에 알맞는 연출과 분위기를 충분히 이끌어 냈지만, 그 분위기를 끝까지 끌고가지 못한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여기에 더해 래터박스/시점/프레임 드랍 등 기술적인 문제가 겹치면서 더 나쁜 평가를 받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에 따르면 ‘미카미 신지’가 [Biohazard]라는 아들을 너무나 사랑해서 만들어낸 또 다른 아들이 [The Evil Within]이라고 하나,  [The Evil Within]은 본 작품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다. 물론 그 특징을 끝까지 끌고가지 못하고 잃어버린 아들처럼 만들어버린 것이 문제로 작용해버린 것은 사실이다. 후속작 예정은 없지만 ‘미카미 신지’가 새로운 아들에 집중하여 공포와 액션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좀 더 오래오래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못다한 이야기

- 회차 연동으로 2회차 플레이를 하면 완전한 액션 게임이 되어버린다. 충분한 탄약과 더불어 업그레이드 된 무기를 가지고 있기에 겁날 부분이 전혀 없다. 무기의 타격감이 상당히 좋으며, 게임 내 무기인 석궁/볼트는 전략적인 게임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 게임 실행시 볼 수 있는 '광민감성 경고'처럼 발작이나 구토를 겪지는 않았지만 안구통증이 느꼈다. 필자만 느끼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원색의 빛을 이용한 연출이나 극단적인 명암차이는 눈에 피로를 주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그래서 게임을 하다가 쉬기를 반복했다고...

- [Dead Space]나 [Silent Hill] 같은 기존의 공포게임 소스를 차용한 부분이 보인다. 물론 [Bio Hazard]의 것도 상당 부분 차용해왔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戦国 Basara 4 (전국바사라)

장르 : 액션

제작사 : Capcom

플랫폼 : PS3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5년 3월 7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4월 20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전국바사라는 흔히 알려져 있는 무쌍류 게임이다. 무쌍류 게임은 말 그대로 플레이어가 단 한 명의 캐릭터를 컨트롤하여 게임 내 수많은 적들과 싸우며, 기본적으로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캐릭터는 매우 강하기에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일기당천(一騎當千)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게임 내 세부미션이 어떻든 간에 적장을 물리치는 것이 목표인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의 진행은 매우 단순명쾌하다. 또한 플레이어 혼자 수많은 적을 쓰러뜨리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일 대 다수의 싸움'을 이겨낸다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일기당천의 쾌감이라는 무쌍류 게임의 고유한 특징은 많은 수의 무쌍류 게임이 비슷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부작용으로 나타내며 정해진 틀 속에 갇힐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진삼국무쌍 - 무쌍류 게임이라면 적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나가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다.

무쌍류 게임은 특정 게임이 발매된 이후로 나타난 장르이다 보니 해당 장르의 고유의 특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무쌍류 게임'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쉽지 않다. 그리고 그 고유한 특성이란 게임의 진행 방식에서 나타나는 데, 1.한 명의 캐릭터로 2.한정된 범위(map, filed) 안에서 3.많은 수의 적을 물리치며 4.적장(또는 보스)과 싸워 이긴다 로 요약할 수 있다. 물론 세부 진행 방식에서는 퍼즐 요소를 포함하여 다양한 전투 과정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하지만 큰 틀에서는 달라지는 점이 없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무쌍류 게임은 앞의 네 가지 진행 방식을 통한 일기당천의 쾌감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게임 진행 방식에서 큰 변화를 주기는 매우 어려운 부분이 될 것이다. 

[전국바사라]도 무쌍류 게임이 가지는 한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시리즈 초기작이 발매될 당시 [전국무쌍]의 표절/아류작이라고 불릴 정도로 비슷한 점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두 작품은 분명한 차이점을 보이게 되었고, 현재는 표절/아류작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른 작품이 되었다. 일본 현지에서는 여전히 [전국바사라]가 [전국무쌍]의 표절작이라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곤 하나 각 작품은 팬층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으며 현재는 서로가 라이벌격인 작품으로 평가되며 상호간에 비교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전국바사라]는 다른 무쌍류 게임과는 차이를 두기 위한 전략이 있었다고 볼 수 있으며, 실제로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도 그러한 전략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다.

전국바사라의 '도요토미 히데요시' - 역사서의 서술과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전국바사라]의 주요한 전략은 게임을 제작하는 데 활용하는 소재의 적극적인 변형, 소재를 활용한 새로운 것의 창조다. 라이벌 작품인 [전국무쌍]은 소재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았지만 [전국바사라]는 판타지에 가까운 느낌을 풍기고 있다. 이는 시대적 배경보다는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인물의 외모을 만화캐릭터에 가깝게 표현함과 동시에 독특한 성격과 외형을 부여하고 있다. 적지 않은 수의 남성캐릭터가 미소년/미청년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여성캐릭터들도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을 법만 외모와 복장으로 등장한다. 또한 각 인물들의 특징에 분명한 차이를 두고 있으며, 실제 역사를 따라가기 보다는 게임 내의 고유한 인물로 만들어가고 있다. 오다 노부나가를 마왕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패왕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인간의 유대를 믿는 청년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이쯤되면 전국시대 무장들의 이름만 따온 새로운 소설/만화라고 봐도 무방하다.

각 캐릭터의 개성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이 전국바사라의 전투방법이다.

캐릭터별로 차별화를 둔 다양한 전투방식은 [전국바사라]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전략 중 하나다. 10년 간 시리즈가 지속되어 오면서 상당히 많은 수의 캐릭터가 나타나고 사라졌지만 디자인이나 외형이 겹치는 캐릭터가 없으며, 그에 걸맞게 각 캐릭터의 전투 스타일도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캐릭터별로 고유한 기술들이 존재하며, 과장된 연출과 임팩트 있는 시청각효과는 전투를 더욱 박진감있게 만들어 준다. 이는 일부 무쌍류 게임에서 지적된 비슷한 무기/스타일/패턴의 캐릭터가 존재해 약간은 지루하다는 한계를 극복해냈다고 볼 수 있다. 캐릭터의 개성과 다양한 전투방식은 무쌍류 게임 중 하나인 [원피스 해적무쌍]에서도 나타나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vs 이시다 미츠나리 - 일본 역사에서 실제로 대립구도를 형성했다.

스토리 전개는 소재의 특성상 실제 역사에 근거를 하고 있으나, 앞서 언급했듯이 사실상 완전히 새로운 소설/만화라고 볼 수 있다. 작품 전체의 스토리 진행은 각 캐릭터들의 고유 스토리로 진행되며, 실제 역사와는 다른 형태로 이야기가 흘러가게 된다. 그러다보니 역사 속에서는 전혀 만난적이 없는 인물들이 서로 얽히고 섥히면서 인물간의 관계가 복잡하게 구성된다. 또한 많은 수의 인물이 등장하면서도 각 인물들의 비중은 조금씩 다를지 언정 역할은 분명하게 나타난다. 각 인물별의 이야기는 지나치게 길지 않은 스토리와 다양한 결말들을 만들어 놓음으로써 다양한 스토리 전개를 가능하도록 만들어 두었다. 하지만 실제 역사를 그대로 반영한 부분이 존재하며,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이야기는 게임의 중심축으로 두고 있다.

오랫동안 시리즈가 이어져 왔지만 획기적인 발전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다만 분명히 인정해야할 점은 앞서 언급한 모든 내용들이 [전국바사라] 전체의 특징이지 [전국바사라4]의 특징은 아니다. 다시 말해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전국바사라4]만의 강점을 발견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물론 시리즈를 이어가면서 장점의 유지, 시스템 편의성의 개선, 난이도 향상 등의 변화가 있었지만 획기적인 발전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지금까지 총 7편의 작품이 나오면서 시행착오를 거쳤고 이제는 어느 정도 고정이 된 상태지만 좀 더 발전적인 모습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15년 여름에 발매될 '전국바사라4 스메라기' 또한 지금까지 시리즈의 특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겠지만, 좀 더 오랫동안 시리즈를 이어가려면 변화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전국무쌍]과 [진삼국무쌍]처럼 오래도록 우려먹는 사골게임이라는 오명을 얻게될지도 모른다.

못다한 이야기

- 북미에서는 무쌍류 게임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에 반해 일본은 무쌍류 게임의 팬층이 상당히 두터운 편인데, 이 때문에 시리즈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같은 무쌍류 게임이라 할지라도 [진삼국무쌍]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싫어한다. 다양한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정말 지루하다. 그에 반해 [전국바사라]는 볼 거리가 상당히 많아서 좋아하는 편이다. 다만 새로운 시리즈를 구입하겠냐라고 묻는다면 꽤나 고민이 될 것 같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Far Cry 4 (파크라이4)

장르 : FPS,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Ubisoft

플랫폼 : X-box one, X-box 360, PS4, PS3,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5년 3월 30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4월 18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게임에서 몰입의 가능 여부는 게임의 성패를 좌우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게임에 몰입이 되어야만 플레이어가 게임을 지속할 수 있으며, 게임에 대한 평가에도 긍정적인 여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몰입을 통한 게임의 지속은 게임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게 만들어주며 그에 따라 게임 내 담겨 있는 다양한 컨텐츠들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이는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개발자들이 게임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보여줄 수 있으며,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게임에 담긴 컨텐츠들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결국 해당 게임이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는지는 게임을 즐기고, 평가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몰입 가능의 여부는 매우 중요한 부분일 수 밖에 없다. 그에 따라 플레이어가 아닌 개발자는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몰입을 위한 요소들로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배치할지 결정해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게 된다.

Far Cry 4 의 그래픽 - 수려한 환경 묘사는 몰입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몰입의 여부를 두고 보았을 때 Far Cry 4 는 몰입을 위한 요소가 게임 전반에 걸쳐 골고루 분포가 되어 있다. 그 중에서 1인칭의 시점에서 바라보게 되는 게임의 배경들은 광할하면서도 매우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지역에 따른 다양한 환경묘사를 통해 시각적 지루함을 덜어낼 수 있게 만들어 두었으며, 게임의 주 무대한 히말라야 산맥을 매우 현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게임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 외에도 히말라야 산맥 내부의 설원이나 게임 내 영적 세계인 ‘샹그릴라’는 경이로운 분위기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초기작인 ‘Far Cry’가 발매 당시 매우 뛰어난 그래픽으로 평가받았으며, 지금까지 수준높은 그래픽을 유지해오고 있음을 생각해볼 때 Far Cry 시리즈는 몰입을 위한 장치로서 환경/배경 묘사를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몰입의 요소로는 동시다발로 발생하는 이벤트들이다. 여기서 말하는 이벤트는 메인퀘스트와 서브퀘스트 뿐만 아니라 게임을 진행하면서 무작위로 수행해야하는 미션과 더불어 급작스럽게 발생하는 게임 내 상황이 모두 해당된다. 게임의 중심 스토리는 혁명세력 '골든패스'를 도와 키라트의 독재자 '페이건 민'을 몰아내는 주인공의 고군분투다. 그 과정에서 골든패스의 두 지도자 ‘아미타’와 ‘세이벌’ 중 어떤 인물에게 힘을 실어줄 것인지 끊임없이 선택할 수 있게 하여 그에 따라 스토리의 전개와 결말이 달라지게 된다. 물론 진행 과정에서 두 지도자가 말하는 각자의 혁명방식은 어느 한쪽이 옳다고 볼 수 없는 또는 둘 다 옳다고 볼 수 있는 것들이며, 더 나아가 두 지도자의 감정적 호소는 플레이어에게 많은 고민과 내적갈등을 유발하며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세이벌(좌)과 아미타(우)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그 외에도 인질구출이나 적군사살 등의 무작위로 발생하는 서브퀘스트들은 게임을 어떻게 진행해나갈지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어준다. 그 뿐만 아니라 각각의 퀘스트들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동시에 진행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상호영향을 미칠 수 있고,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퀘스트 간에 영향이 미치게 된다. 가령 들키지 않고 전진기지를 탈환하기 위해 잠복을 하고 있었는데, 주위에 인질을 붙잡고 있는 적군에게 발각되 인질도 구출하지 못하고 전진기지도 정면돌파를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필드 곳곳에 퍼져있는 야생동물들로 인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많이 발생하게 되는데, 물자 호송 퀘스트 진행 중에 목적지 바로 앞에서 뱀에게 물려 사망한다거나 동물가죽을 얻기 위해 사냥을 하는 중에 보이지도 않던 코뿔소에게 치여 죽는 등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플레이어가 예상하지 못하는 다양한 상황들이 발생함으로써 긴장감을 가지고 게임에 임하게 되고, 상황에 따라 어떤 행동을 할지 선택의 기회를 줌으로써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코뿔소에 치여 죽을 것인지, 코뿔소를 이용해 싸울 것인지는 당신의 선택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스토리’면에서는 몰입이 쉽지 않다. 각 인물들은 충분히 매력적이며, 인물 간의 갈등 관계와 이야기의 흐름은 충분히 짜임새가 있지만 그 흐름 안에 정작 주인공은 들어가 있지 않다. 어머니의 유언을 따라 유골을 락쉬마나에 묻기 위해 키라트로 오게 되었지만 정작 게임의 진행은 어머니의 유언과 무관한 사건들만 일어난다. ‘페이건 민’의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들, 골든 패스의 미래를 두고 언쟁를 펼치는 ‘세이벌’과 ‘아미타’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은 ‘대체 왜 내가 이들을 위해 싸워야 하는가? 어머니 유골은 언제 묻으러가지?’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들게 한다. 작중 인물들은 주인공 ‘에이제이 가일’이 골든패스의 지도자였던 ‘모한 가일’의 아들이라는 것만을 이야기하며 골든 패스를 도와야 함을 강조할 뿐 실질적으로 주인공이 ‘페이건 민’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싸워야할 이유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게다가 주인공은 게임 내내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다보니 작중 인물들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주인공의 행동에 당위성이 떨어지게 되고 그에 따라 이야기의 몰입이 약해지게 된다. (이는 앞서 언급한 '세이벌'과 '아미타' 사이에서의 선택에 대한 몰입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다.) 물론 숨겨진 결말에서는 주인공이 키라트에 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페이건 민’에 대한 모든 의문이 풀리게 되지만, 오히려 이러한 결말이 기존 스토리 전개에 힘을 떨어뜨리면서 반감을 가지게 되는 역효과를 낳게 되었다.

키라트의 독재자 '페이건 민' - 그의 정체와 숨겨진 진실은 모든 것을 뒤엎는다.

스토리 측면에서는 몰입이 떨어지지만 그 외의 대부분은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1인칭 시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수려한 그래픽, 게임을 진행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이벤트들, 그리고 앞서 언급하지 못했지만 플레이어의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전투 방법들은 플레이어의 오감을 끊임없이 자극하여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뒤늦게 나마 드는 생각이지만 주인공 ‘에이제이 가일’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게임을 수행하는 플레이어의 감정을 주인공에게 대입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플레이어의 감정을 작중 인물에 대입하기 위한 방안으로써 제작자가 의도한 부분이라면 플레이어의 감정이 주인공의 감정이 되는 또 다른 몰입을 위한 장치를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것이 진짜라면 Far Cry 4는 몰입을 위한 요소가 완벽하게 갖추어진 게임으로 평가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못다한 이야기

- 전작 'Far Cry 3'의 확장팩이라는 느낌이며 발전적인 부분이 없다고는 하나 준수한 퀄티리로 만들어진 게임임은 분명하다. 그만큼 전작의 완성도가 뛰어났고, 플레이어들은 더 많은 기대를 품을 수 밖에 없으니 아쉬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Far Cry 5 가 나온다면 전작의 계승이 아닌 새로운 요소들을 가지고 와야할 것이다.

- 주인공의 감정표현 절제가 플레이어의 감정 대입을 위한 장치로 느껴졌던 결정적인 요인은 '요기와 레지'의 퀘스트였다. 필자는 진심으로 '요기와 레지'를 죽이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고 퀘스트를 진행할 수록 두 사람과 친해지는 주인공처럼 '요기와 레지'가 귀여워 보이더라. '아미타'와 '세이벌' 사이에서도 "어느 쪽이 최선인가?"라는 고민을 심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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