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Titan Souls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Acid Nerve

플랫폼 : PC, PS4, PS Vita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인디게임 개발사 ‘Acid Nerve'가 만든 [Titan Souls]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액션 게임에 비해 게임 내에 담겨진 것이 많지 않다.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은 주인공과 거인들(Titans) 뿐이다. 게임 내 이야기가 전무하며, 조작법 이외에 게임 진행 방식을 알려주지 않고, 지도와 아이템 같은 보조도구조차 제공하지 않는다.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컷신도 없고, 눈을 즐겁게 해주는 화려한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니며,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할 구성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의 내용만으로 생각해볼 때 과연 이게 게임이 맞는지 의심이 들 수 있으며 과연 무슨 재미로 즐기는 게임인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요소들이 포함되지 않더라도, 게임을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아 [Titan Souls]가 충분히 매력적인 게임이며 독특한 게임성과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화살 하나로 거인을 쓰려뜨려라! - [Titan Souls]의 핵심이자 모든 것

[Titan Souls]는 주인공이 미지의 공간을 탐험하며 여러 거인들(Titans)을 만나고 그들을 쓰러뜨리면 되는 아주 단순한 구성을 지니고 있다. 플레이어는 한 자루의 활과 한 발의 화살을 들고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을 활보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대면하게 되는 거인들과 피할 수 없는 싸움을 하게 된다. 그런데 거인과 플레이어 모두 ‘단 한번'의 유효한 공격으로 죽게되는데 이 과정에서 본작이 가진 아주 독특한 게임방식을 보여 주게 된다.

싸움을 반복하고 패턴을 학습하여 회심의 일격으로 거인을 쓰러뜨려야 한다

거인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쓰러지지만 공격을 적중시키기까지의 과정은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 각 거인들마다 약점이 존재하는데 약점에 공격을 적중시켜야만 거인을 쓰러뜨릴 수 있으며 약점 외에는 모든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 또한 거인들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행동 패턴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며 플레이어를 공격한다. 그렇기 때문에 거인의 움직임을 잘 살피면서 약점을 파악한 뒤 패턴을 이해하고, 예측하여, 이용해야만 공격을 적중시킬 수 있게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수 많은 죽음을 경험할 것이며, 몇 번의 도전 끝에 패턴을 온전히 파악했다 하더라도 약점을 공격하기 위한 타이밍을 잡아낼 센스와 적절한 컨트롤을 요구하기에 더 많은 죽음과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거인을 쓰러뜨리기 위해 플레이어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게임에 몰입할 수 밖에 없으며, 수십번의 도전 끝에 거인을 쓰러뜨리게 되면 극도의 성취감과 함께 다음 거인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도전의식을 느낄 수 밖에 없게 된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미지의 공간들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형성한다

거인을 쓰러뜨리고 다음 거인을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미지의 공간을 지나게 된다. 게임 초반에는 아주 좁고 정형화된 신전에서 거인들을 만나게 되지만 게임을 조금만 진행하게 되면 매우 넓고 다양한 환경을 담은 공간에 도달하게 된다. 이때부터는 미지의 공간을 탐색하며 거인을 찾아나서야 하며, 얼음계곡, 바람절벽, 용암지대, 비밀숲 등 다양한 환경을 가진 공간을 만나 신비로운 분위기를 접하게 된다.

미지의 공간이 풍기는 신비로움은 작품 내 이야기를 완전히 배제하는 방법을 활용하여 그 분위기를 강화하고 있다. 게임의 진행을 위해 이야기가 필요한 작품이라면 스토리의 부재가 독이 될 수 있지만 [Titan Souls]는 ‘거인과의 싸움'만이 중요할 뿐이기에 스토리의 부재로 인해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다. 게다가 오히려 게임 내 스토리의 부재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작중 이야기를 상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게임 전반에 걸친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욱 강화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거인 이외의 모든 생물을 배제함으로써 거인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이야기의 부재와 함께 게임 내에 포함되지 않는 또 다른 요소는 게임 곳곳에 산재되어 있어야 할 크리쳐(또는 몬스터)다. 거인을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수 많은 공간을 지나치지만 그 어떤 크리쳐도 만날 수 없다. 간단한 조작 연습이나 게임 내 공간을 채우기 위한 보조요소로서 거인 이외의 크리쳐를 집어넣을 수 있었겠지만 [Titan Souls]에서는 거인을 제외한 요소는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이는 작품의 중심 소재인 거인(Titan)에 온전히 초점을 맞추고자 했음을 알 수 있으며, 플레이어가 거인과의 싸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스테이지를 구성 해놓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RPG같은 주인공의 성장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 그리고 거인과의 싸움이 고도의 집중력과 조작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거인 이외의 크리처가 포함되었다 하더라도 그 비중은 매우 적었을 것이다.

불필요한 요소는 온전히 배제하고 오로지 거인과 주인공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토리의 부재를 통한 신비로운 분위기의 강화, 거인 이외의 크리처를 배제하여 거인에 대한 집중도 향상, 그리고 ‘상호간 한 방 싸움’이라는 독특한 게임성. 이 모든 것은 ‘거인과의 싸움’에 집중하기 위해 불필요한 것들을 최소화하여 작품의 핵심 컨셉에 집중하고자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게임 내 어떤 이야기도 들려주지 않지만 작품 속에 담긴 요소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며, 거인을 만날수록 다음 거인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간다. 여기에 패턴의 학습과 정교한 조작이 요구되는 독특한 게임성으로 도전의식까지 자극하게 되면서 [Titan Souls]만의 고유한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게임은 정말 단순하다. 화살로 거인을 맞춰 쓰러뜨리면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당신의 감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을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

- 처음 엔딩을 보기까지 167번 죽었다. 게임을 진행하는 중에 워낙 많이 죽다보니 얼마나 죽었는지 감이 오지 않을 정도다. 일부 거인들은 운이 좋아서 공략을 하게 되었는데, 아마 운이 나빴다면 더 많이 죽었을지도 모른다.

- 엔딩을 보기까지 모든 거인과 싸우지는 않아도 되는데, '진엔딩'이 따로 포함되어 있어서 반복플레이를 가능하도록 구성해두었다. 물론 한번 싸워본 거인이라 할지라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2회차, 3회차 플레이를 해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본문에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도트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깔끔한 그래픽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게임 자체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연출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Dying Light

장르 : 액션

제작사 : Techland

플랫폼 : PC, PS4, X-box One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좀비가 등장하는 작품은 아주 오래 전부터 만들어졌으며, 영화, 소설, 만화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해왔다. 좀비의 등장은 게임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으며, (현재는 유행이 지나긴 했지만) 좀비가 등장하는 게임은 생각보다 많이 만들어졌다. 독특한 점이 있다면 영화, 소설, 만화에서는 인간에게 상당히 위협적인 괴물로 등장하던 좀비들이 유독 게임에서만큼은 인간에게 쉽게 쓰러지는 존재가 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RPG 장르에서 저레벨 구간의 사냥용 몬스터로 좀비가 등장해 온 것이 원인이라 추측이 되는데, 게임이 보편화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게이머들은 ‘좀비 = 위협적이지 않는 대상’이라는 인식을 가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좀비를 핵심소재로 한 게임들이 등장함과 동시에 적지 않은 수의 작품이 컨셉을 '많은 수의 좀비를 죽이고 탈출하기’, 즉, ‘좀비학살’로 잡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좀비 = 반드시 죽여야 하는 대상’으로 고착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좀비를 보면 싸워서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보편화되었다

그렇다면 좀비를 핵심소재로 만들어진 [Dying Light] 역시 ‘좀비 학살 게임’으로 보아야 할까? 만약 기존 좀비 게임들을 생각하고 본작을 시작한다면 꽤나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 생각만큼 잘 죽지 않는 좀비로부터의 당혹감, 식칼이나 몽키스패너 같은 변변찮은 무기로 싸워야하는 답답함, 그리고 좀비에게 죽게 되었을 때 느끼는 짜증은 게임 자체에 대해 불만과 의아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은 앞서 언급한 ‘좀비 = 반드시 죽여야 하는 대상’이라는 선입견에 의해 발생한 것이며, [Dying Light]라는 게임에 대해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게임을 시작한 결과이다.

좀비를 소재로 했지만 ‘좀비 학살’이 아닌 ‘파쿠르’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다

[Dying Light]는 좀비 학살 게임이 아닌 프리러닝(Freerunning)이라고 불리는 ‘주변 환경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극복하는 훈련이자 이동기술’인 파쿠르(Parkour)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내내 달음질을 하며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다니고, 좀비의 머리를 밟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등의 이동능력에 비중을 두고 있으며, 전투에 대해서는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또한 작중 임무의 극히 일부만이 좀비를 죽이라는 내용일 뿐, 그 이외의 임무는 특정 목적지까지 도달하거나 물건을 운반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이는 애초부터 게임의 설계 방향을 ‘좀비 학상’이 아닌 ‘파쿠르’로 정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다른 게임에 비해 [Dying Light]의 좀비를 죽이기 어렵다는 것도 파쿠르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장치이다. 기존 작품에서는 다수의 좀비들이 몰려오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이 소유하고 있는 무기로 좀비들을 죽이는 것이었다. 화염병 몇 개, 총이나 칼 한자루만 있으면 몇 마리의 좀비가 몰려와도 두려워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Dying Light]의 좀비들은 화염병을 던져도 잘 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총은 거의 주어지지 않고, 막대기나 판자, 낫, 망치 같은 전문무기가 아닌 일상도구들로 좀비와 싸워야 한다. 이러한 게임 내 조건들은 좀비들과의 교전을 피해 도망다닐 수 밖에 없게 만든다. 그리고 이를 위한 생존방법으로 파쿠르를 활용하고 있기에 본작이 좀비 학살이 아닌 파쿠르 게임임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줌과 동시에 게임 내에서 파쿠르의 활용이 더욱 빛을 발하도록 만들어준다.

‘파쿠르 + 1인칭 시점’은 마치 화면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하나 주목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게임의 ‘시점’이다. 작중 주인공이 파쿠르를 할 때 게임 내 시점이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플레이어가 받는 느낌은 크게 달라진다. 핵심소재가 파쿠르는 아니지만 파쿠르를 게임 내에 도입한 작품들은 적지 않으며, 기존 작품들을 비교해보면 어떤 차이가 발생하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3인칭 시점의 작품들은 주인공의 화려한 행동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3인칭 시점의 특성상 게임 밖에서 거리를 두고 작중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에 파쿠르 특유의 날렵하고 아슬아슬한 움직임을 플레이어가 체감하기 어렵다. 그에 반해 플레이어의 시점이 1인칭으로 설정되어 있는 작품들은 주인공과 플레이어의 시점이 동일하기에, 주인공의 행동을 볼 수 없지만 플레이어가 직접 건물 사이를 건너다니면서 파쿠르를 시도하는 듯한 느낌과 함께 강한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그 외에도 좀비에게 붙잡혔을 때 얼굴을 물어뜯길 것만 같은 공포감,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의 아찔함, 어둠 속에서 좀비들의 시선을 피해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긴장감 등 감정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Dying Light]의 시점에 1인칭으로 설정된 것은 매우 탁월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플레이어의 역량만 받쳐준다면 누구보다 더 빨리 어디든지 돌아다닐 수 있다

파쿠르의 의미가 ‘주변 환경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극복하는 훈련이자 이동기술’임을 생각해볼 때, 파쿠르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좀비’ 이외에도 파쿠르를 활용할만한 환경이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 단조롭고 반복적인 건물 및 사물의 배치, 또는 큰 위기감 없이 이동할 수 있는 환경구성이라면 파쿠르 게임으로서 의미를 찾기 힘들며,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매우 지루하고 단조롭게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Dying Light]는 사물과 건물 배치가 복잡하며 다양한 환경구성을 포함하고 있기에, ‘주변 환경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극복하는 훈련이자 이동기술’로서 파쿠르를 진가를 확인하기에 적합하다. 좀비와 싸우는 것이 아닌 목적지로 도달하기만 하면 되는 게임임에 불구하고 건물을 뛰어넘고, 난간을 오르고, 지붕 위로 떨어지며, 낮은 틈새 사이로 미끄려져 지나가는 등 지형지물을 이용한 다양한 액션이 가능하기에 지루할 틈이 없다.

재미있는 점은 1인칭 시점으로 인해 화려한 파쿠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의 역량을 상당 부분 요구하게 된다는 점이다. 1인칭 시점으로 인한 (3인칭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 시야는 주변 환경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데, 파쿠르를 능숙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플레어어가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알맞은 대처 방안을 순발력있게 생각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에 따라 플레이어의 역량(환경 파악 능력 + 대처능력 + 조작)만 받쳐준다면 매우 빠른 속도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복잡한 지형지물 사이를 재빠르게 이동하는 파쿠르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물론 천천히 걸어가면서 충분히 환경을 파악한뒤 하나씩 건물을 뛰어 넘어도 되지만 [Dying Light] 특유의 속도감이나 파쿠르의 재미를 느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의 발단은 신선하지만, 전개는 급작스럽고, 결말은 몰입감이 떨어진다

파쿠르 게임으로서 [Dying Light]는 완성도가 높다고 볼 수 있지만,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 측면에서는 매우 부실하다. 핵심 소재가 ‘좀비’인 작품들은 이전에도 많이 나타났고, 적지 않은 수의 작품들의 이야기가 좀비를 피해 탈출하거나 생존하려는 사람들의 사투가 대부분이다. [Dying Light]는 생존이나 탈출이라는 내용에서 벗어나 ‘격리 구역내 인물조사 및 치료제에 관한 기밀 탈취’라는 색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클리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다고 보면 된다) 이런 면에서 이야기의 발단은 매우 신선했고, 다른 좀비 게임들과는 차별화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발단이 신선함에도 불구하고 본작의 이야기는 충분한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인물조사 및 기밀 탈취’라는 주인공의 명확한 목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없는 동료의식의 형성, 주인공과 전혀 관련 없는 대상에 대한 가족애, 굉장히 애매한 수준의 러브라인 등 인과가 불투명하고 납득이 되지 않은 전개가 주를 이룬다. 게다가 여러 작품에서 보았을 법한 스토리들을 한 곳에 모아 억지로 짜집어 놓은듯한 느낌까지 주기 때문에 이야기가 진행될때마다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극비임무를 받은 주인공이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타인을 위해 너무 쉽게 목숨을 바친다는 점은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다.

애매한 러브라인의 희생자가 된 여성(좌), 그리고 신세한탄하는 파쿠르 선생(우)

전개 과정에서 힘이 떨어지다보니 결말에 대한 기대감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결말 역시 너무나 뻔하고 예상되는 내용이기에 결말에 대한 몰입감은 매우 떨어지게 된다. 이야기의 진행 과정도 문제지만 각 인물들이 가지는 의미가 점차 변질되어 가는 것도 이야기 전개의 힘을 떨어 뜨리는데 한 몫한다. 초반에는 가장 뛰어난 러너(runner)로 주인공에 버금가는 실력자로 묘사되는 제이드(사진 속 여성)는 주인공의 가장 가까운 동료로서 활약하나 싶었는데, 애매한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죽어버린다. 또한 좀비들로부터 생존을 위한 기술로서 사람들에게 파쿠르를 가르쳐준 파쿠르 선생 해리스(사진 속 남성)는 생존자 집단의 리더로 첫 등장을 하나 점차 신세한탄만 하다가 후반에 들어서는 등장조차하지 않는다. 이같은 인물의 의미와 비중의 변화는 이야기 전개를 위해 인물의 역할을 억지로 바꾼 듯한 느낌을 주며, 인물이 가지는 상징성조차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스토리는 아쉽지만 ‘파쿠르’와 ‘좀비’를 아주 완벽하게 결한한 작품임은 분명하다

스토리는 상당히 부실하지만 ‘좀비’를 소재로 한 게임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린 점과 ‘파쿠르’가 중심인 게임으로서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것은 분명하다. 잘죽지 않는 좀비로부터의 위협, 1인칭 시점이 선사하는 현실감있는 파쿠르 체험, 다양하고 복잡한 지형지물을 이용한 화려한 파쿠르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낮과 밤에 따른 좀비들의 활동변화는 플레이어에게 엄청난 공포감을 주기도 하며, 오픈월드의 자유로운 성격에 따라 좀비와 싸울 것인지 도망갈 것인지 선택하고 그에 따른 차별화된 성장이 가능하다. 물론 좀비가 창궐한 세상에서 생존을 위한 기술로 파쿠르를 사용한다는 것이 매우 설득력있게 다가온다는 점을 기억해야하며, [Dying Light]가 좀비와 파쿠르의 소재간 결합이 매우 적절하게 이루어진 작품임이 분명하다

못다한 이야기

- 레벨과 경험치는 생존/전투/민첩 세 가지 능력으로 나뉘어져 있다. 세 가지 능력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되지만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플레이어 성향에 맞게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 좀비와의 교전이 잦으면 전투 쪽으로 능력이 향상되고, 파쿠르를 중심으로한 이동을 위주로 한다면 민첩 쪽으로 능력이 향상된다.

- 게임을 상당 부분 진행한 뒤 레벨이 높아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좀비 학살' 게임으로 바뀌게 된다. 물론 좀비를 사냥하는 능력과 충분한 무기가 갖춰질 때의 이야기이며, 적어도 메인 스토리가 끝나기 전까지는 '좀비 학살'을 체험하기는 쉽지 않다.

- 본작의 무서운 점은 '밤' 시간대의 좀비들인데, 밤 시간에는 특수한 좀비들이 등장하여 플레이어를 위협한다. 이동속도도 빠르고 공격력도 강해서 게임 초반에는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다. 게임 후반부에도 상대하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이기에 극한의 상황 속에서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밤 시간에 활동해보기를 권한다.

- 기술적인 면에서 약간의 문제가 있어 보인다. 프레임이 떨어지거나, 싱크가 맞지 않는 현상이 종종 발견되었다. 게임하는 데 큰 지장은 없지만 예민한 게이머들에게는 상당한 감점요소가 될 수 있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The Evil Within

장르 : TPS, 액션, 호러

제작사 : Tango Gameworks

플랫폼 : PC , PS3, PS4, X-bos 360, X-box ONE,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The Evil Within]이 발매된지 대략 6개월이 지났다. 래터박스/시점의 불편함, 프레임 드랍, 이해하기 어려운 스토리, 어중간한 게임성 등 많은 혹평을 받아왔다. ‘바이오하자드의 아버지 미카미 신지의 신작’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온 게임치고는 저평가를 받으며 상당히 빠른 기간에 유저들의 관심 밖으로 벗어난 것은 매우 초라해보이기까지 한다. 물론 패치를 통해 래터박스나 시점 등 기술적 문제들은 어느 정도 해결하였고, 기술적 문제 뒤에 가려진 모습을 발견한 일부 유저들 사이에서는 재평가가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호평과 혹평의 그 중간선상을 유지해오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분명히 기억해야할 점이 있다면, 혹평을 받는 부분은 게임을 진행하는 데 발생하는 ‘기술적 문제’이며 그 외의 요소들은 많은 유저들의 호불호(好不好)에 의해 호평과 혹평이 나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호불호란 ‘액션’과 ‘공포’ 중 어느 한쪽을 기대했던 유저들 간에 발생하는 것이며, [The Evil Within]은 ‘액션’과 ‘공포’라는 상극인 장르가 뒤섞여 있는 어떤 것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광민감성 경고 - [The Evil Within]이 어떤 감각을 자극하는 게임인지 알 수 있는 문구

본작에 담겨져 있는 공포는 다분히 시각적인 요소에 의해 형성되고 있다. 유혈이 낭자한 정신병원, 곳곳에 널브러진 시체, 기괴한 괴물들과 장소 등 공포감을 형성하기 위한 시각적 요소들이 게임 전반에 걸쳐 산재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요소들만으로 공포감을 주기에는 충분하나 [The Evil Within]의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장치는 다름 아닌 빛(Light)이다. 게임이 진행되는 공간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로 인해 주인공 ‘세바스찬’은 항상 랜턴을 들고 다니는 데, 문제는 이 랜턴이 좁은 범위만을 비춰주기 때문에 보이지 않은 곳을 밝히기 위해서는 어두운 곳으로 직접 들어가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함과 동시에 빛을 밝혀 눈에 비치는 것이 바닥에 낭자한 피나 괴물이기에 공포감은 더욱 가중된다. 그 외에도 깨진 거울 뒤로 비치는 빛을 통해 오고가는 폐쇄병동이나, 빛이 켜지고 꺼지면서 나타나는 괴물/알지못할 장소의 등장, 원색의 조명을 이용한 연출 등은 빛을 통해 더 극적인 공포를 선사하고 있다.

게임 내 퍼즐들은 ‘관찰력’을 요하는 것이기에 시각적 집중도를 높이게 된다.

퍼즐도 시각과 관련이 있는데 게임 내 모든 퍼즐이 ‘관찰력’을 요구하는 퍼즐이다. 복잡한 사고를 요하는 것이 아니기에 플레이어는 퍼즐을 풀기 위해 세심하게 주위를 관찰하고 살펴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시각에 힘을 쏟게 되며, 불가피하게 공포감을 유발하는 요소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퍼즐 역시 시각적 요소를 이용해 공포감을 유발하고 있으며, 퍼즐 풀이에 실패/성공했을 때 나타나는 상황 또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적은 양의 탄약 공급은 공포를 유지하면서 액션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액션 측면에서는 다른 게임들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우선 다른 액션 게임에 비해 탄약 공급이 적은 편이다. 일반적인 액션 게임처럼 진행을 한다면 탄약이 떨어져 죽는 상황이 쉽게 발생하기에 무기의 사용은 신중해야 하며, 모든 상황을 정면돌파로 해결 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은신이동과 암살을 적절히 사용해야하며, 게임 내 독특한 아이템 중 하나인 ‘성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적은 양의 탄약으로 인한 소극적인 게임 진행의 강제는 액션 게임을 기대했던 게이머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는데, 만약 지나치게 많은 탄약이 나왔다면 위기 상황을 커녕 공포감 조성에 실패함과 동시에 단순한 액션 게임이 되어 버렸을 것이다. 그 외에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함정이나 게임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즉사 포인트 역시 일반적인 액션 게임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플레이를 막고 소극적인 플레이를 유도하고 있다. 결국 액션 게임의 요소를 담고 있지만 적은 탄약 공급과 함정, 즉사 포인트 등으로 플레이어를 취약하게 만듦으로서 소극적이고 신중한 플레이를 유도하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언제 위기 상황에 빠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줌으로써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The Evil Within] Artwork - 본 작품에게 기대했던 모습이지만 게임 초반부에만 그칠 뿐이다.

다만 공포를 유지하면서 최소한의 액션을 추구하던 게임 형태는 후반부로 갈 수록 희석되기 시작하며, 결국에는 완전한 액션 게임으로 변모해버린다. 공포 게임의 성향을 띠는 초반부와 달리 후반부로 진행되면서 점차 액션 게임의 성향을 강하게 띠는데, 게임이 진행될수록 무기의 종류가 많아지고 강력해진다는 점, 후반부에 나타나는 대부분의 장소가 어둡지 않고 밝은 편이라는 점 등이 공포 분위기를 희석시키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보스 몬스터들이 가지는 특징이 후반부에 가까워 질수록 일반적인 액션 게임과 비슷하게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게임 중반까지 나타나는 핵심 보스 몬스터들은 죽어도 되살아나거나 특별한 방법을 활용하지 않으면 죽일 수 없는 특징을 가지기에 무기를 쏟아 붓는 방법의 정면돌파가 불가능하다. 또한 보스 몬스터들의 외모와 행동, 그에 따른 연출이 굉장히 소름돋는다. 이러한 상황과 연출은 액션 요소를 가미하더라도 공포를 유발하기에 충분한 구성이며, 취약한 주인공과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감을 이용해 공포를 유발하는 방법이 유효한 상태다. 하지만 후반부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들은 그저 거대한 괴물처럼 보일 뿐만 아니라 중반부 보스들처럼 독특한 방법을 통해 죽이는 것이 아닌 플레이어가 가진 무기를 쏟아 부어야만 죽일 수 있다. 이쯤되면 보이지 않은 위험에 대한 불안감이나 기괴한 연출을 통한 공포보다는 눈 앞에 있는 괴물을 죽여야한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게 된다. 이는 일반적인 액션 게임으로 변해버린 상황이라 볼 수 있으며, 후반부로 거듭할수록 공포보다는 액션 게임으로 치우쳐지고 있음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아마 초중반은 공포에서 후반에 액션으로 변화하는 게임 구성이 ‘액션도 공포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주요 요인일 것이다.

중반부 보스 Laura(위) / Keeper(아래) - 액션과 공포 사이를 적절하게 구현해낸 요소

어찌보면 [The Evil Within]은 용두사미(龍頭蛇尾)격 작품이 되어버렸다. ‘미카미 신지의 신작’이라는 수식어에 비해 초라한 평가, 공포와 액션을 적절하게 잘 버무려낸 초중반에 비해 액션으로만 구성된 게임 후반, 굉장히 흥미로웠던 초반 분위기에 비해 찝찝하고 허망하게 끝나버린 이야기의 결말 등 여러 방면에서 ‘끗발’이 약했다. 훌륭한 컨셉을 이용해 그에 알맞는 연출과 분위기를 충분히 이끌어 냈지만, 그 분위기를 끝까지 끌고가지 못한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여기에 더해 래터박스/시점/프레임 드랍 등 기술적인 문제가 겹치면서 더 나쁜 평가를 받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에 따르면 ‘미카미 신지’가 [Biohazard]라는 아들을 너무나 사랑해서 만들어낸 또 다른 아들이 [The Evil Within]이라고 하나,  [The Evil Within]은 본 작품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다. 물론 그 특징을 끝까지 끌고가지 못하고 잃어버린 아들처럼 만들어버린 것이 문제로 작용해버린 것은 사실이다. 후속작 예정은 없지만 ‘미카미 신지’가 새로운 아들에 집중하여 공포와 액션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좀 더 오래오래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못다한 이야기

- 회차 연동으로 2회차 플레이를 하면 완전한 액션 게임이 되어버린다. 충분한 탄약과 더불어 업그레이드 된 무기를 가지고 있기에 겁날 부분이 전혀 없다. 무기의 타격감이 상당히 좋으며, 게임 내 무기인 석궁/볼트는 전략적인 게임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 게임 실행시 볼 수 있는 '광민감성 경고'처럼 발작이나 구토를 겪지는 않았지만 안구통증이 느꼈다. 필자만 느끼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원색의 빛을 이용한 연출이나 극단적인 명암차이는 눈에 피로를 주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그래서 게임을 하다가 쉬기를 반복했다고...

- [Dead Space]나 [Silent Hill] 같은 기존의 공포게임 소스를 차용한 부분이 보인다. 물론 [Bio Hazard]의 것도 상당 부분 차용해왔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Mercenary Kings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슈팅

제작사 : Tribute Games Inc.

플랫폼 : PC, PS4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5년 1월 28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4월 22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엔딩을 본 후에 기억에 남는 것이라고는 처음과는 많이 달라져버린 나의 무기뿐이다. 스토리가 대단했던 것도 아니며, 참신한 게임플레이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하품을 한적도 몇 번 있었고 허무할 정도로 쉬웠던 최종보스는 마치 예상이라도 했던 것 마냥 납득이 되었다. 동일한 배경음을 반복해 듣다보면 현기증이 나는듯 했고, 맵의 구조를 모조리 외울정도로 적군 사이를 오고 갔다. 하지만 과정을 돌이켜보면 수 많은 미션을 클리어하고, 아이템을 모으고, 무기를 개조하고, 또 다시 미션을 받고, 전장으로 향하는 것이 나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대체 이 게임에는 무엇이 들어있길래?

만약 이 때 살리지 못했다면 플레이어들은 고통받지 않았을까?

게임의 시작은 이러하다. 악당을 무찌르기 위해 맨드레이크 섬에 5명의 용병이 파견되는데 첫 임무에서 모조리 전사하게 되는데, 가까스로 Kings(남)와 Empress(여)를 구조해 되살린 뒤 다시 임무에 파견하게 된다. 아마 이것이 주인공과 유저들이 감당해야할 고통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게임의 진행 방식은 매우 단순롭다. 횡스크롤 액션 슈팅 게임이며 플레이어의 계급에 맞는 미션을 완수하며 스토리를 진행해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면 대략 100개에 가까운 미션들이 있지만 모든 미션들은 구하라 / 모아라 / 만나라 / 잡아라 / 파괴하라 중 하나에 해당된다. 게다가 하나의 스테이지에서 여러 미션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하나의 미션만 진행되기 때문에 동일한 스테이지를 반복해서 진행해야한다. 물론 새로운 스테이지에 가더라도 미션의 형태는 변함없이 동일하며, 결국 게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인질을 구하고(rescue), 재료를 모으고, 요원을 만나고, 적군로봇을 잡거나(capture) 파괴하는 것을 반복하게 된다. 

사원(Temple)의 전체 구조 - 숨이 넘어갈듯한 넓이다. 파란 박스는 유저들의 공략표기.

하나의 스테이지를 반복해서 돌며, 동일한 형태의 미션을 수행하다보면 지치고 힘들다. 그러나 더욱 유저를 힘들게 하는 것은 맵을 열었을 때 숨이 넘어갈듯한 스테이지의 구조와 크기다. 스테이지의 구조가 복잡하고 공간이 넓다보니 미션을 수행하는데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며, 짧게는 5분, 길게는 25분까지 걸리기도 한다. 특히 맵의 표기와 달리 장애물로 길이 막혀있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데, 길을 뚫기 위한 아이템을 구해야 하기 위해 길을 돌아서 가야하므로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스테이지 구성과 더불어 앞서 언급했던 부분처럼 각 미션을 따로 수행해야하기 때문에 반복적 스테이지 진행으로 인해 심신이 지칠 수 밖에 없다. 행여나 미션 수행에 필요한 요소를 파악하기 위해 처음부터 스테이지 구석구석 돌아다닌다 한들 현재 진행 중인 미션에 맞춰 미션목표가 배치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예를 들어 재료수집 미션에서 스테이지 전체를 쏘다닌다한들 인질을 볼 수가 없고, 인질을 찾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다시 스테이지 전체를 돌아다녀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미션에 따라 목표물을 맵에 표시해주기도 하며, 어느 정도 게임 경험이 쌓이면 인질이나 목표물이 어디에 있는지 감각으로 찾아낼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반복적인 스테이지 진행은 매우 힘들고 지치는 것이 사실이다.

무기 커스터마이징 - [Mercenary Kings]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지겨운 미션들을 반복적으로 수행한다고 해서 큰 보상을 받는 것은 아니며 몇 푼의 돈과 몇 가지 재료를 보상받을 뿐이다. 하지만 몇 푼의 돈과 몇 가지 재료로 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무기 커스터마이징'이다. 미션을 수행하면서 모은 재료와 돈으로 장비를 구입 할 수 있는데, 장비들이 하나 둘 갖춰가기 시작하면서 주인공의 무기는 조금씩 모습이 바뀌기 시작한다. 단순히 공격력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거리, 재장전시간, 명중률, 탄약갯수, 무게까지 변함으로써, 무기를 강화하거나 패널티를 받을 수도 있게 된다. 더 나아가 일부 무기에는 속성공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특정 적들에게 더 강하거나 약한 데미지를 줄 수 있으며, 일정 아이템들을 조합하여 조건을 만족시킬 경우 산탄, 관통탄, 유도탄 등 특수 효과를 가진 탄약을 구입하여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탄을 사용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무기 커스터마이징을 위해 미션 수행을 통한 반복적인 스테이지 클리어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점이다. 장비 구입을 위한 재료는 랜덤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특정 미션을 클리어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미션이 지겨워져 게임을 그만두고 싶더라도 무기 커스터마이징을 위해 반복적으로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무엇보다 무기 커스터마이징 과정에서 발생하는 혜택과 손해를 저울질하며 어떤 방향으로 무기를 만들어 나갈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미션을 수행하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결국에는 원하는 장비를 구입해 무기를 강화하게 되면 새로운 무기를 들고 새로운 스테이지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스테이지로 넘어갈 때마다 새로운 장비들이 열리면서 또 다시 (재료를 모으기 위해)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즉, 스테이지가 지겨워질 때쯤 새로운 무기를 얻게되고, 무기를 얻게되면 새로운 스테이지로 넘어가게 되면서 게임을 이어나갈 수 있게 만들어 두었다.

하운드블리츠 - 예상치 못한 요소들이 의외로 많다.

스테이지 구성요소도 게임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하나의 스테이지는 구조물과 적군 배치가 모두 동일하게 유지되지만 미션에 따라 발생하는 이벤트들은 조금씩 달라진다. 일부 보스들은 예상치 못한 모습이나 숨겨진 미션 등은 단조로울 수 있는 게임 진행에 조금이나마 다양함을 부여하는 요소가 된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을 보기까지는 여전히 반복적인 미션 수행이 필수이며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 사막의 오아시스, 마른 하늘에 단비 같다고 해야할까?

메인화면 - 단순명쾌한 여성캐릭터들과 복잡다양한 남성캐릭터들

[Mercenary Kings]의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무기 커스터마이징이라는 참신한 시스템이 있기는 하나 원하는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꽤 오랫동안 인내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물론 인내의 시간을 거칠 필요 없이 게임을 그만두거나 ‘이 게임은 재미없어!'라고 말하더라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진득하게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어느순간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기 위해 미션을 수행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긴 시간을 할애할 필요는 없다. 조금씩 시간을 내서 게임을 이어가다보면 강력해진 무기와 함께 최종보스와 마주친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

- 엔딩까지 평균 플레이 타임은 17시간이라고 한다. 자신이 원하는 무기를 완벽하게 만들고자 한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모든 미션을 수행하는 대신 무기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개조를 했음에도 엔딩까지 21시간이 걸렸다.

- 무기 커스터마이징이 참신한 것은 분명하다. 어떤 부붐을 장착하느냐에 따라 성능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며, 스테이지 별로 유리한/불리한 무기 특성이 존재하기에 하나의 무기를 끝까지 사용하기는 어렵다. 이는 난이도와도 직결되는 부분이며, 난이도 상승에 따라 자연스럽게 무기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게 해놓은 점은 훌륭한 점이다.

- 게임 진행이 빠른 편은 아니다. [메탈슬러그]라기보다는 [혼두라]에 더 가깝다. 물론 조작면에서 훨씬 친절하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Call of Juarez; Gunslinger (콜 오브 후아레즈; 건슬링어)

장르 : FPS,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Ubisoft

플랫폼 : PC, PSN, X-Box Live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5년 4월 14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4월 17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FPS = First Person Shooter. 즉, ‘1인칭 슈팅게임’을 말한다. FPS의 대표적인 특징을 말하자면 플레이어가 게임 내 캐릭터와 동일한 시점을 가지면서 현실에서는 쉽게 다룰 수 없는 총기류를 다룬다는 것이며 이는 플레이어가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 또한 플레이어와 캐릭터가 일체화됨으로써 가상의 게임 속 세계를 바라보게 되는데 이는 가상현실과 가장 가까운 형태를 띤다고 볼 수 있다. FPS는 한 때 게임계를 장악하다시피 했던 장르였고, 현재는 어느 정도 FPS의 붐이 사그라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게임에서 접할 수 있으며 여전히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장르 중 하나다. 수 많은 FPS 게임들이 나타나고 사라졌으며, 조금 더 발전적으로는 TPS(3인칭 슈팅게임)이 등장하면서 그에 따라 장르적/기술적으로 꾸준한 발전을 이루어 왔다.

하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지금은 FPS는 조작방법이나 형태가 큰 변화없이 고정되어 있는 상황이며, 대다수의 FPS들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게임이라 할지라도) 상당히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장르적 특성이나 게임의 조작보다는 그래픽이나 스토리, 연출 등에 초점을 맞추거나 게임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전략적인 요소가 게임을 즐기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본작 ‘콜 오브 후아레즈; 건슬링어’는 FPS게임으로서 어떤 것들을 담고 있을까?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전형적인 FPS 게임이다.

본작의 배경은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다. 적을 얼려버리는 냉각 석궁이라든가, 한방에 적을 쓸어버리는 바주카라든가, 은신상태에서 쏠 수 있는 활 등은 있을 수가 없다. 다시 말해 FPS를 즐기는 재미 중 하나인 ‘각 게임의 독자적인 무기’는 본작에서 찾아볼 수 없다. 주어지는 무기라고는 단지 권총, 라이플, 산탄총 뿐이다. (그것도 아주 구식의 무기들이다) 이 무기들은 FPS 게임의 기본무기에 불과한 것들이다. 하지만 게임 내에서 각 무기의 장점과 단점을 분명하게 만들어 놓음으로써 무기 고유의 특징을 잘 살려놓았다. 빠른 연사와 신속한 장전이 특징인 권총(+쌍권총). 장거리 사격이 가능한 라이플. 근거리에서의 무지막지한 파괴력을 가진 산탄총. 가장 기본적인 무기들에 불과하지만 보편적인 FPS에서보다 각 무기의 특징이 극명하다.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무기를 선택할 수 있으며, 게임 초반부의 스토리와 연결하여 세 종류의 무기를 모두 다뤄볼 수 있게 만들어 놓음으로써 각 무기를 충분히 사용해본 뒤에 선택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두었다. 그리고 각 무기에 알맞는 기술을 배치해 놓음으로써 기본적인 무기이면서도 고유한 특징을 가질 수 있게 하였고, 주무기에 맞는 기술을 연마하여 무기숙련도에 따른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죽음의 감각’ - 본작의 주요시스템 중 하나로 멋들어진 연출을 보여준다

하지만 무기가 아주 기본적인 형태임과 더불어 게임의 배경이 서부개척시대이다보니 소리없이 암살을 한다거나 적의 시선을 돌려 잠행을 하는 진행을 불가능하다. 그저 눈앞에 있는 적들을 남김없이 쏴 죽이는 수 밖에 없으며, 전략적인 요소는 다소 적은편이다.(기껏해야 폭발물을 터뜨리는 정도?) 단순히 적을 죽여야만하는 선택지로 인해 자칫 게임이 지루해질 수도 있었으며 게임의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본작에서는 이러한 약점을 게임 내 시스템과 그에 따른 연출, 그리고 스토리의 전개 방식으로 극복 해내고 있다. 주요 시스템인 ‘집중모드’와 ‘죽음의 감각’은 서부극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며 연출도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순간적인 기지로 총알을 피한뒤 빗나가는 총알 없이 주위의 적을 모조리 죽인다? 본작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여, 그 연출 또한 매우 훌륭하다. 그 뿐만 아니라 주요 인물들과의 1:1 결투는 FPS가 아닌 그에 걸맞는 형태로 만들어 둠으로써 결투의 긴장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구성해두었으며, 적을 사살할 시 표기되는 점수/사살방법(대표적인 예로 헤드샷), 충분한 타격감과 의외로 빠른 속도의 게임전개는 플레이어가 게임에 빠져들도록 만들기에 매우 적합한 연출로 작용한다.

독특한 스토리 전개방식은 본작품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스토리 전개방식은 본작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본작의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 아닌 주인공이 과거에 겪었던 무용담을 들려주는 형태로 진행된다.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주인공은 자신의 무용담을 풀어 놓으며, 그 이야기에 맞춰서 게임이 진행되기 때문에 주인공의 이야기를 게임 내내 들을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과거에 있었던 일이다 보니 주인공의 기억이 왜곡되거나 청자가 잘못이해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데 그것이 그대로 게임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카우보이들이 아파치 부족처럼 습격해왔다는 말을 아파치 부족이 습격했다고 청자들이 잘못 이해함으로써 이야기를 정정함에 따라 반복적인 전투를 벌인다거나, 플레이어가 죽을 때도 ‘만약 그때 내가 죽었다면 여기 있을 수 없겠지’라며 이야기를 다시금 이어가는 모습이 그 예다. 게다가 주인공의 무용담에서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독특한 화풍과 짧은 문구를 이용해 강렬하게 소개하고 있으며, 각 챕터의 연결성은 떨어지지만 주인공과 듣는이들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는 형태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결국 FPS를 즐기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주인공의 무용담을 플레이어가 재현하게 됨으로써 실감나는 한 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된다.

주인공(좌)과 그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우) - 맥주 몇 잔으로 듣기에는 아까운 이야기다

특별히 눈에 띄는 요소는 없지만 FPS의 기본에 충실하면서, 컨셉에 맞는 연출과 시스템, 실감나는 이야기 전개를 통해 매우 탄탄한 게임으로 만들어냈다. 최근 몇년간 나온 FPS와 비교하여 화려함은 없지만 참신한 발상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 놓는’ 형태의 스토리 전개는 본작의 핵심이라 볼 수 있다. 이정도의 구성으로도 플레이어는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며 서부개척시대의 멋을 충분히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플레이 시간이 짧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어르신의 무용담을 듣기에 3~4시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좀 더 듣고 싶다면 맥주를 좀 더 준비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못다한 이야기

- 서부개척시대의 실제 역사를 상당 부분 차용했다고 한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모을 수 있는 '진실의 조각들'을 통해 게임 내 인물들이 실제 역사에서 어떤 존재였는지 알 수 있다. 통칭 'Spaghetti Western'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복 플레이를 하면서 역사 공부를 하는 맛도 있을 것이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