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The Evil Within Assignment/Consequence 

장르 : 호러, 액션

제작사 :  Tango Gameworks

플랫폼 : PC , PS3, PS4, X-bos 360, X-box ONE,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The Evil Within’ 리뷰의 연장선으로 작성된 글이며, 다운로드 컨텐츠를 독립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The Evil Within]은 ‘호러+액션’이라는 혼합장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두 장르의 합일점을 이어가지 못한채 호러로 시작해 액션으로 끝을 내버리는 다소 아쉬운 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두 장르의 게임팬들의 마음을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The Evil Within]의 DLC(DownLoad Contents) 발매는 자연스럽게 번외편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렸고, 번외편 역시 본편과 비슷한 게임성을 가진 작품으로 예상할 수 밖에 없는 수순이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The Assignment]와 [The Consequence]는 본편과 완전히 다른 게임성을 보여주었고, ‘호러와 액션의 합일점’을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The Evil Within]의 소재에 부합하는 ‘호러’ 장르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여형사 ‘줄리 키드먼’을 주인공으로 한 [The Evil Within]의 뒷이야기다

[The Assignment]와 [The Consequence]는 [The Evil Within]의 조연이었던 ‘줄리 키드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던 본편의 이야기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야기 진행 과정 중 본편의 이야기 흐름과 교차되는 지점을 제공함으로써 [The Evil Within] 전체 이야기를 다시금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일한 사건을 다른 인물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급작스럽다고 생각했던 인물들의 행동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번외편이긴 하나 본편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동시에 다른 주인공이 풀어나가는 독립적인 이야기로도 볼 수 있다.

본편과는 달리 주인공은 위험요소에 매우 취약하며,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

[The Evil Within] 본편과 번외편의 차이는 주인공이 게임 내 문제상황을 해결해가는 방법에 있다. 본편의 주인공은 게임을 진행할 수록 점차 많은 수의 무기를 획득하며, 무기를 다루는 능력까지 강화해 나간다. 초반에는 적을 피하거나 은신 살해는 하는 등 다소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중-후반부터는 온갖 무기를 쏟아부으며 매우 공격적인 방법으로 모든 위험요소를 제거해버린다. 그러다 보니 작중 등장하는 괴물들은 공포의 대상이 되기보다 제거해야할 대상으로만 보이게 된다. 또한 무기를 동원해 문제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은 호러가 아닌 액션 게임에 가까우며, 공포감보다는 액션게임의 긴장감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기게 된다.

하지만 [The Assignment]와 [The Consequence]에서는 그 어떤 무기도 주어지지 않으며, 본편과 달리 주인공의 전투능력이 매우 약하다. 그래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적을 피하거나 숨겨진 길을 찾아 도망다니는 방어적인 태도로 취할 수 밖에 없다. 무기를 사용해야 하는 구간이 있기는 하나 특정 조건이 성립할 경우에만 무기 사용이 가능하며, 조건을 만족시키이 위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위험에 노출될 수 밖 없다. 결국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강한 위축감을 느끼게 되며, 동시에 극도의 공포감을 동반하게 된다. 이로 인해 액션 게임의 색깔을 완전히 배제한 채 공포 게임의 색깔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효과를 얻게 되었으며 장르의 정체성을 분명히 할 수 있게 되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공간. 손전등 하나로 길을 비춰 나아가야 한다

공포 게임으로서 정체성을 확고히하게 된 또 다른 요소는 ‘손전등’이다. 무기가 주어지지 않는 대신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것은 손전등(또는 야광봉) 뿐이다. 그리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공간을 손전등으로 비추며 길을 찾아 나아가야 한다. 이처럼 어두운 공간과 좁은 시야를 통한 공포감 유발은 공포게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구성이며, [The Assignment]와 [The Consequence]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 또한 앞서 언급했던 ‘취약한 주인공’과 ‘무기가 주어지지 않음’으로 공포감을 더욱 극도로 끌어올리고 있다.

장르의 색깔을 확실히 잡고나니 오히려 더 나은 게임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액션과 호러의 합일점을 찾지 못한 [The Evil Within]이었지만 DLC에서는 장르의 색깔을 매우 분명하게 잡아내었다. 액션과 호러의 합일점이라는 기존의 과제를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작품의 컨셉과 일치는 ‘호러’ 장르의 색깔을 분명히 보여주었기에 오히려 더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The Assignment]와 [The Consequence]은 과거 [Biohazard] 초기작의 모습을 닮았다고도 할 수 있으며, 새로움을 찾기보다는 기본으로 돌아간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The Evil Within] 본편에 대한 실망감을 어느 정도 희석시켰으며, 향후 등장할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금 높이기에 충분하다.

못다한 이야기

- 본편에서 보여줬던 '시각을 이용한 퍼즐'은 DLC에서도 유효하다. 특히 손전등의 빛과 그에 따른 그림자를 이용한 퍼즐은 아주 참신하게 느껴졌다. 다만 퍼즐 자체가 공포감을 조성하지는 않았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 '즉사'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Light Woman' 구간이 DLC의 즉사 구간 중 하나인데 작중 가장 공포감이 극대화되는 구간이다. 본편의 공포 요소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Crysis

장르 : FPS, 액션

제작사 : Crytek

플랫폼 : PC, PS3, X-box 360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FPS(1인칭 슈팅게임)는 여러 장르 중 가장 개성있는 장르이면서 가상 현실에 가장 가까운 형태를 지닌 장르다. 1인칭 시점을 통해 느낄 수 있는 현실감과 게임 속에 직접 들어가 행동을 하는 듯한 간접체험 효과는 FPS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고유한 특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장르 고유의 특징은 ’시점’에서 오는 것이며, 이로 인해 FPS는 1인칭 시점이라는 틀 안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제한점을 가지게 된다. 이 때문인지 FPS는 등장한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없이 고착화된 장르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FPS가 가지는 장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적 요소들을 게임 내에 도입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독특한 무기의 등장, 작중 공간과의 복잡한 상호 작용 구성, 버튼 액션과 컷신을 이용한 연출 등이 FPS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다양한 요소가 새롭게 도입되었지만 ‘눈에 보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장르의 한계를 깨기 위해 도입한 요소들의 대부분은 플레이어가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되었기에 다소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시점이 매우 중요한 장르이기에 ‘눈에 보이는 것’으로 새로움을 부여하려고 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며 충분히 납득이 되는 시도이지만, 대개 독특한 무기를 부여하거나 버튼 액션이나 컷신을 이용한 연출에 그칠 뿐이었다. 물론 이 같은 시도는 과거에 비해 더 큰 즐거움을 부여하기에 충분하지만 ‘1인칭이기 때문에 보이는 것에서 변화를 시도해야한다’라는 닫힌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나노수트(Nanosuit) - 기존 FPS의 시도와 상반되는 ‘보이지 않는 요소’

이러한 관점에서 [Crysis]를 바라본다면 보이는 요소가 아닌 ‘보이지 않는 요소’를 통해 FPS의 한계를 극복하려 했음을 알 수 있는데, 그 ‘보이지 않는 요소’란 본작에 등장하는 나노수트(Nanosuit)를 말한다. 나노수트는 컷신(Cut Scene)이 아니라면 플레이어가 관찰할 수 없는 요소인데, 작중 주인공이 입고 있는 장비이기 때문에 1인칭 시점에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게임 진행 중에는 전방(또는 총기의 조준점)으로 고정된 시점으로 인해 해당 장비의 작동과정이나 연출을 플레이어가 파악할 수 없다. 이는 장르의 성격상 무기(보이는 요소)에 초점을 두고 있어 투사체의 효과와 게임 내 연출에 집중하는 기존의 FPS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하나 짚고 넘어 가야할 부분이 있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인 나노수트가 게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해서다. 기존 FPS가 집중하던 ‘눈에 보이는 요소’는 게임 진행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더라도, 분위기 전환을 위한 장치나 플레이어가 인지할 수 있는 연출들로 작용하기 때문에 해당 요소의 역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요소’는 연출이나 분위기에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기에, 게임 진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그저 하나의 소재에 불과한 이름뿐인 요소로 전락하게 된다.

게임 화면 - 나노수트는 보이지 않지만 게임 진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나노수트는 게임 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나노수트가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나노수트가 가진 ‘기능’에서 나온다. 나노수트의 기능이란 주인공의 신체 능력을 강화해주는 것으로 방어 / 은신 / 힘 / 속도 의 네 종류의 모드가 존재한다. 그리고 나노수트의 각 모드들은 단순히 신체능력 강화의 역할을 하는 것 이상의, 게임을 진행하는 데 있어 전략적인 측면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Crysis]의 스테이지 구성은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일자형 진행의 닫힌 공간이 아닌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열린 공간의 구성을 가진다. 열린 공간의 특성상 게임 진행 중 달성해야할 목표가 정해져 있더라도, 목표를 달성하기까지의 과정은 플레이어 스스로가 결정해야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활용해야 하는 것이 나노수트의 모드들이다. 어떤 모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이 많이 달라지는데, 보편적인 FPS의 전투처럼 적군과 전면전을 펼칠 수도 있고, 적군의 시야를 피해 잠입하거나, 빠른 기동성으로 전투를 피해 목적지에 도달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나노수트의 모드는 고정적이지 않고 실시간으로 변경이 가능하며, 각 모드들을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에 따라 임무의 성패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나노수트의 효과적인 활용을 위해 플레이어가 처한 상황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모드를 결정하는 판단 능력과 매순간 알맞은 모드로 변경하는 정확한 조작 능력을 요구하므로, 무기와 나노수트를 동시에 활용해야하는 독특한 게임성과 함께 긴장감 넘치고 속도감 있는 게임 전개가 가능하다.

주인공들의 비중은 다소 희미했지만 나노수트의 비중은 매우 확고하다

게임 내에서 활용하는 장비로서의 나노수트의 역할을 알았으니 이제 조금은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Crysis]라는 작품에서 나노수트는 ‘이야기의 소재’로서도 비중이 매우 크다. 이는 본작 [Crysis]와 확장팩 [Crysis Warhead]를 비교해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각 작품의 주인공은 서로 다른 인물이며, 두 작품에 모두 등장한다. 하지만 서로 다른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각 인물이 처한 사건은 매우 비슷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인물간의 사건과 갈등은 거의 다루지 않고 ‘나노수트를 입은 특수부대원들의 외계인을 물리친다’라는 인물 자체는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인물의 비중이 매우 떨어지게 된다.

반면 나노수트는 희미해진 주인공의 비중과 독특한 게임성에 힘입어 그 비중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나노수트의 비중이 올라간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야기의 깊이가 떨어지고, 비중이 약한 주인공과 단조로운 구성의 이야기로 인해 스토리를 즐기는 맛은 부족할지 언정, [Crysis]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 나노수트가 될 만큼 작품의 핵심소재이자 상징으로서 그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나노수트는 [Crysis]가 FPS의 한계를 넘어서게 해주면서 본작의 상징이 되었다.

결국 나노수트는 ‘보이는 요소’에 집중하던 기존의 사고에서 벗어난 요소로서 [Crysis]만의 독특한 게임 방식을 구축해냈을 뿐만 아니라, 하나의 작품을 상징하는 요소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는 기존 FPS가 가지고 있는 틀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한계를 극복해낸 것이며, ‘보이는 요소’가 아닌 ‘보이지 않은 요소’에 집중한 완전히 새로운 시도라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Crysis]의 나노수트는 FPS라는 장르의 고착화된 모습을 성공적으로 깨뜨린 장치라고 볼 수 있으며, 향후 개발된 FPS가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한 모범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

- 나노수트 모드 전환은 다소 익숙치 않은 조작법이라 게임 초반에는 매우 낮설다. 하지만 게임을 진행할수록 나노수트 조작법에 익숙해지는데, 플레이어의 역량만 요구된다면 오프닝 영상처럼 화려한 전투가 가능하다.

- 개인적인 문제겠지만 오류가 상당히 자주 걸렸다. 소리가 안들린다거나, 튕김 현상이 발생한다거나, 최종 보스에서 핵탄두 발사 지정이 안되서 엔딩을 못본다거나... [Crysis]만큼 오류가 잦은 게임은 처음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개인적인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 주인공의 비중이 적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Crysis]의 주인공 '노매드'의 얼굴이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Crysis Warhead]의 주인공 '사이코'와 특수부대의 대장인 '프로핏'이 더 자주 나오는 수준. 게다가 딱히 주인공이 누구든 상관없는 스토리였기에 비중이 더 줄어들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The Evil Within

장르 : TPS, 액션, 호러

제작사 : Tango Gameworks

플랫폼 : PC , PS3, PS4, X-bos 360, X-box ONE,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The Evil Within]이 발매된지 대략 6개월이 지났다. 래터박스/시점의 불편함, 프레임 드랍, 이해하기 어려운 스토리, 어중간한 게임성 등 많은 혹평을 받아왔다. ‘바이오하자드의 아버지 미카미 신지의 신작’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온 게임치고는 저평가를 받으며 상당히 빠른 기간에 유저들의 관심 밖으로 벗어난 것은 매우 초라해보이기까지 한다. 물론 패치를 통해 래터박스나 시점 등 기술적 문제들은 어느 정도 해결하였고, 기술적 문제 뒤에 가려진 모습을 발견한 일부 유저들 사이에서는 재평가가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호평과 혹평의 그 중간선상을 유지해오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분명히 기억해야할 점이 있다면, 혹평을 받는 부분은 게임을 진행하는 데 발생하는 ‘기술적 문제’이며 그 외의 요소들은 많은 유저들의 호불호(好不好)에 의해 호평과 혹평이 나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호불호란 ‘액션’과 ‘공포’ 중 어느 한쪽을 기대했던 유저들 간에 발생하는 것이며, [The Evil Within]은 ‘액션’과 ‘공포’라는 상극인 장르가 뒤섞여 있는 어떤 것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광민감성 경고 - [The Evil Within]이 어떤 감각을 자극하는 게임인지 알 수 있는 문구

본작에 담겨져 있는 공포는 다분히 시각적인 요소에 의해 형성되고 있다. 유혈이 낭자한 정신병원, 곳곳에 널브러진 시체, 기괴한 괴물들과 장소 등 공포감을 형성하기 위한 시각적 요소들이 게임 전반에 걸쳐 산재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요소들만으로 공포감을 주기에는 충분하나 [The Evil Within]의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장치는 다름 아닌 빛(Light)이다. 게임이 진행되는 공간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로 인해 주인공 ‘세바스찬’은 항상 랜턴을 들고 다니는 데, 문제는 이 랜턴이 좁은 범위만을 비춰주기 때문에 보이지 않은 곳을 밝히기 위해서는 어두운 곳으로 직접 들어가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함과 동시에 빛을 밝혀 눈에 비치는 것이 바닥에 낭자한 피나 괴물이기에 공포감은 더욱 가중된다. 그 외에도 깨진 거울 뒤로 비치는 빛을 통해 오고가는 폐쇄병동이나, 빛이 켜지고 꺼지면서 나타나는 괴물/알지못할 장소의 등장, 원색의 조명을 이용한 연출 등은 빛을 통해 더 극적인 공포를 선사하고 있다.

게임 내 퍼즐들은 ‘관찰력’을 요하는 것이기에 시각적 집중도를 높이게 된다.

퍼즐도 시각과 관련이 있는데 게임 내 모든 퍼즐이 ‘관찰력’을 요구하는 퍼즐이다. 복잡한 사고를 요하는 것이 아니기에 플레이어는 퍼즐을 풀기 위해 세심하게 주위를 관찰하고 살펴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시각에 힘을 쏟게 되며, 불가피하게 공포감을 유발하는 요소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퍼즐 역시 시각적 요소를 이용해 공포감을 유발하고 있으며, 퍼즐 풀이에 실패/성공했을 때 나타나는 상황 또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적은 양의 탄약 공급은 공포를 유지하면서 액션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액션 측면에서는 다른 게임들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우선 다른 액션 게임에 비해 탄약 공급이 적은 편이다. 일반적인 액션 게임처럼 진행을 한다면 탄약이 떨어져 죽는 상황이 쉽게 발생하기에 무기의 사용은 신중해야 하며, 모든 상황을 정면돌파로 해결 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은신이동과 암살을 적절히 사용해야하며, 게임 내 독특한 아이템 중 하나인 ‘성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적은 양의 탄약으로 인한 소극적인 게임 진행의 강제는 액션 게임을 기대했던 게이머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는데, 만약 지나치게 많은 탄약이 나왔다면 위기 상황을 커녕 공포감 조성에 실패함과 동시에 단순한 액션 게임이 되어 버렸을 것이다. 그 외에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함정이나 게임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즉사 포인트 역시 일반적인 액션 게임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플레이를 막고 소극적인 플레이를 유도하고 있다. 결국 액션 게임의 요소를 담고 있지만 적은 탄약 공급과 함정, 즉사 포인트 등으로 플레이어를 취약하게 만듦으로서 소극적이고 신중한 플레이를 유도하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언제 위기 상황에 빠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줌으로써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The Evil Within] Artwork - 본 작품에게 기대했던 모습이지만 게임 초반부에만 그칠 뿐이다.

다만 공포를 유지하면서 최소한의 액션을 추구하던 게임 형태는 후반부로 갈 수록 희석되기 시작하며, 결국에는 완전한 액션 게임으로 변모해버린다. 공포 게임의 성향을 띠는 초반부와 달리 후반부로 진행되면서 점차 액션 게임의 성향을 강하게 띠는데, 게임이 진행될수록 무기의 종류가 많아지고 강력해진다는 점, 후반부에 나타나는 대부분의 장소가 어둡지 않고 밝은 편이라는 점 등이 공포 분위기를 희석시키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보스 몬스터들이 가지는 특징이 후반부에 가까워 질수록 일반적인 액션 게임과 비슷하게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게임 중반까지 나타나는 핵심 보스 몬스터들은 죽어도 되살아나거나 특별한 방법을 활용하지 않으면 죽일 수 없는 특징을 가지기에 무기를 쏟아 붓는 방법의 정면돌파가 불가능하다. 또한 보스 몬스터들의 외모와 행동, 그에 따른 연출이 굉장히 소름돋는다. 이러한 상황과 연출은 액션 요소를 가미하더라도 공포를 유발하기에 충분한 구성이며, 취약한 주인공과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감을 이용해 공포를 유발하는 방법이 유효한 상태다. 하지만 후반부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들은 그저 거대한 괴물처럼 보일 뿐만 아니라 중반부 보스들처럼 독특한 방법을 통해 죽이는 것이 아닌 플레이어가 가진 무기를 쏟아 부어야만 죽일 수 있다. 이쯤되면 보이지 않은 위험에 대한 불안감이나 기괴한 연출을 통한 공포보다는 눈 앞에 있는 괴물을 죽여야한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게 된다. 이는 일반적인 액션 게임으로 변해버린 상황이라 볼 수 있으며, 후반부로 거듭할수록 공포보다는 액션 게임으로 치우쳐지고 있음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아마 초중반은 공포에서 후반에 액션으로 변화하는 게임 구성이 ‘액션도 공포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주요 요인일 것이다.

중반부 보스 Laura(위) / Keeper(아래) - 액션과 공포 사이를 적절하게 구현해낸 요소

어찌보면 [The Evil Within]은 용두사미(龍頭蛇尾)격 작품이 되어버렸다. ‘미카미 신지의 신작’이라는 수식어에 비해 초라한 평가, 공포와 액션을 적절하게 잘 버무려낸 초중반에 비해 액션으로만 구성된 게임 후반, 굉장히 흥미로웠던 초반 분위기에 비해 찝찝하고 허망하게 끝나버린 이야기의 결말 등 여러 방면에서 ‘끗발’이 약했다. 훌륭한 컨셉을 이용해 그에 알맞는 연출과 분위기를 충분히 이끌어 냈지만, 그 분위기를 끝까지 끌고가지 못한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여기에 더해 래터박스/시점/프레임 드랍 등 기술적인 문제가 겹치면서 더 나쁜 평가를 받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에 따르면 ‘미카미 신지’가 [Biohazard]라는 아들을 너무나 사랑해서 만들어낸 또 다른 아들이 [The Evil Within]이라고 하나,  [The Evil Within]은 본 작품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다. 물론 그 특징을 끝까지 끌고가지 못하고 잃어버린 아들처럼 만들어버린 것이 문제로 작용해버린 것은 사실이다. 후속작 예정은 없지만 ‘미카미 신지’가 새로운 아들에 집중하여 공포와 액션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좀 더 오래오래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못다한 이야기

- 회차 연동으로 2회차 플레이를 하면 완전한 액션 게임이 되어버린다. 충분한 탄약과 더불어 업그레이드 된 무기를 가지고 있기에 겁날 부분이 전혀 없다. 무기의 타격감이 상당히 좋으며, 게임 내 무기인 석궁/볼트는 전략적인 게임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 게임 실행시 볼 수 있는 '광민감성 경고'처럼 발작이나 구토를 겪지는 않았지만 안구통증이 느꼈다. 필자만 느끼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원색의 빛을 이용한 연출이나 극단적인 명암차이는 눈에 피로를 주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그래서 게임을 하다가 쉬기를 반복했다고...

- [Dead Space]나 [Silent Hill] 같은 기존의 공포게임 소스를 차용한 부분이 보인다. 물론 [Bio Hazard]의 것도 상당 부분 차용해왔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Far Cry 4 (파크라이4)

장르 : FPS,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Ubisoft

플랫폼 : X-box one, X-box 360, PS4, PS3,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5년 3월 30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4월 18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게임에서 몰입의 가능 여부는 게임의 성패를 좌우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게임에 몰입이 되어야만 플레이어가 게임을 지속할 수 있으며, 게임에 대한 평가에도 긍정적인 여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몰입을 통한 게임의 지속은 게임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게 만들어주며 그에 따라 게임 내 담겨 있는 다양한 컨텐츠들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이는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개발자들이 게임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보여줄 수 있으며,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게임에 담긴 컨텐츠들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결국 해당 게임이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는지는 게임을 즐기고, 평가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몰입 가능의 여부는 매우 중요한 부분일 수 밖에 없다. 그에 따라 플레이어가 아닌 개발자는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몰입을 위한 요소들로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배치할지 결정해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게 된다.

Far Cry 4 의 그래픽 - 수려한 환경 묘사는 몰입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몰입의 여부를 두고 보았을 때 Far Cry 4 는 몰입을 위한 요소가 게임 전반에 걸쳐 골고루 분포가 되어 있다. 그 중에서 1인칭의 시점에서 바라보게 되는 게임의 배경들은 광할하면서도 매우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지역에 따른 다양한 환경묘사를 통해 시각적 지루함을 덜어낼 수 있게 만들어 두었으며, 게임의 주 무대한 히말라야 산맥을 매우 현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게임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 외에도 히말라야 산맥 내부의 설원이나 게임 내 영적 세계인 ‘샹그릴라’는 경이로운 분위기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초기작인 ‘Far Cry’가 발매 당시 매우 뛰어난 그래픽으로 평가받았으며, 지금까지 수준높은 그래픽을 유지해오고 있음을 생각해볼 때 Far Cry 시리즈는 몰입을 위한 장치로서 환경/배경 묘사를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몰입의 요소로는 동시다발로 발생하는 이벤트들이다. 여기서 말하는 이벤트는 메인퀘스트와 서브퀘스트 뿐만 아니라 게임을 진행하면서 무작위로 수행해야하는 미션과 더불어 급작스럽게 발생하는 게임 내 상황이 모두 해당된다. 게임의 중심 스토리는 혁명세력 '골든패스'를 도와 키라트의 독재자 '페이건 민'을 몰아내는 주인공의 고군분투다. 그 과정에서 골든패스의 두 지도자 ‘아미타’와 ‘세이벌’ 중 어떤 인물에게 힘을 실어줄 것인지 끊임없이 선택할 수 있게 하여 그에 따라 스토리의 전개와 결말이 달라지게 된다. 물론 진행 과정에서 두 지도자가 말하는 각자의 혁명방식은 어느 한쪽이 옳다고 볼 수 없는 또는 둘 다 옳다고 볼 수 있는 것들이며, 더 나아가 두 지도자의 감정적 호소는 플레이어에게 많은 고민과 내적갈등을 유발하며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세이벌(좌)과 아미타(우)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그 외에도 인질구출이나 적군사살 등의 무작위로 발생하는 서브퀘스트들은 게임을 어떻게 진행해나갈지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어준다. 그 뿐만 아니라 각각의 퀘스트들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동시에 진행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상호영향을 미칠 수 있고,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퀘스트 간에 영향이 미치게 된다. 가령 들키지 않고 전진기지를 탈환하기 위해 잠복을 하고 있었는데, 주위에 인질을 붙잡고 있는 적군에게 발각되 인질도 구출하지 못하고 전진기지도 정면돌파를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필드 곳곳에 퍼져있는 야생동물들로 인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많이 발생하게 되는데, 물자 호송 퀘스트 진행 중에 목적지 바로 앞에서 뱀에게 물려 사망한다거나 동물가죽을 얻기 위해 사냥을 하는 중에 보이지도 않던 코뿔소에게 치여 죽는 등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플레이어가 예상하지 못하는 다양한 상황들이 발생함으로써 긴장감을 가지고 게임에 임하게 되고, 상황에 따라 어떤 행동을 할지 선택의 기회를 줌으로써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코뿔소에 치여 죽을 것인지, 코뿔소를 이용해 싸울 것인지는 당신의 선택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스토리’면에서는 몰입이 쉽지 않다. 각 인물들은 충분히 매력적이며, 인물 간의 갈등 관계와 이야기의 흐름은 충분히 짜임새가 있지만 그 흐름 안에 정작 주인공은 들어가 있지 않다. 어머니의 유언을 따라 유골을 락쉬마나에 묻기 위해 키라트로 오게 되었지만 정작 게임의 진행은 어머니의 유언과 무관한 사건들만 일어난다. ‘페이건 민’의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들, 골든 패스의 미래를 두고 언쟁를 펼치는 ‘세이벌’과 ‘아미타’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은 ‘대체 왜 내가 이들을 위해 싸워야 하는가? 어머니 유골은 언제 묻으러가지?’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들게 한다. 작중 인물들은 주인공 ‘에이제이 가일’이 골든패스의 지도자였던 ‘모한 가일’의 아들이라는 것만을 이야기하며 골든 패스를 도와야 함을 강조할 뿐 실질적으로 주인공이 ‘페이건 민’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싸워야할 이유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게다가 주인공은 게임 내내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다보니 작중 인물들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주인공의 행동에 당위성이 떨어지게 되고 그에 따라 이야기의 몰입이 약해지게 된다. (이는 앞서 언급한 '세이벌'과 '아미타' 사이에서의 선택에 대한 몰입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다.) 물론 숨겨진 결말에서는 주인공이 키라트에 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페이건 민’에 대한 모든 의문이 풀리게 되지만, 오히려 이러한 결말이 기존 스토리 전개에 힘을 떨어뜨리면서 반감을 가지게 되는 역효과를 낳게 되었다.

키라트의 독재자 '페이건 민' - 그의 정체와 숨겨진 진실은 모든 것을 뒤엎는다.

스토리 측면에서는 몰입이 떨어지지만 그 외의 대부분은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1인칭 시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수려한 그래픽, 게임을 진행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이벤트들, 그리고 앞서 언급하지 못했지만 플레이어의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전투 방법들은 플레이어의 오감을 끊임없이 자극하여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뒤늦게 나마 드는 생각이지만 주인공 ‘에이제이 가일’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게임을 수행하는 플레이어의 감정을 주인공에게 대입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플레이어의 감정을 작중 인물에 대입하기 위한 방안으로써 제작자가 의도한 부분이라면 플레이어의 감정이 주인공의 감정이 되는 또 다른 몰입을 위한 장치를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것이 진짜라면 Far Cry 4는 몰입을 위한 요소가 완벽하게 갖추어진 게임으로 평가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못다한 이야기

- 전작 'Far Cry 3'의 확장팩이라는 느낌이며 발전적인 부분이 없다고는 하나 준수한 퀄티리로 만들어진 게임임은 분명하다. 그만큼 전작의 완성도가 뛰어났고, 플레이어들은 더 많은 기대를 품을 수 밖에 없으니 아쉬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Far Cry 5 가 나온다면 전작의 계승이 아닌 새로운 요소들을 가지고 와야할 것이다.

- 주인공의 감정표현 절제가 플레이어의 감정 대입을 위한 장치로 느껴졌던 결정적인 요인은 '요기와 레지'의 퀘스트였다. 필자는 진심으로 '요기와 레지'를 죽이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고 퀘스트를 진행할 수록 두 사람과 친해지는 주인공처럼 '요기와 레지'가 귀여워 보이더라. '아미타'와 '세이벌' 사이에서도 "어느 쪽이 최선인가?"라는 고민을 심각하게 했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Call of Juarez; Gunslinger (콜 오브 후아레즈; 건슬링어)

장르 : FPS,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Ubisoft

플랫폼 : PC, PSN, X-Box Live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5년 4월 14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4월 17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FPS = First Person Shooter. 즉, ‘1인칭 슈팅게임’을 말한다. FPS의 대표적인 특징을 말하자면 플레이어가 게임 내 캐릭터와 동일한 시점을 가지면서 현실에서는 쉽게 다룰 수 없는 총기류를 다룬다는 것이며 이는 플레이어가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 또한 플레이어와 캐릭터가 일체화됨으로써 가상의 게임 속 세계를 바라보게 되는데 이는 가상현실과 가장 가까운 형태를 띤다고 볼 수 있다. FPS는 한 때 게임계를 장악하다시피 했던 장르였고, 현재는 어느 정도 FPS의 붐이 사그라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게임에서 접할 수 있으며 여전히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장르 중 하나다. 수 많은 FPS 게임들이 나타나고 사라졌으며, 조금 더 발전적으로는 TPS(3인칭 슈팅게임)이 등장하면서 그에 따라 장르적/기술적으로 꾸준한 발전을 이루어 왔다.

하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지금은 FPS는 조작방법이나 형태가 큰 변화없이 고정되어 있는 상황이며, 대다수의 FPS들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게임이라 할지라도) 상당히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장르적 특성이나 게임의 조작보다는 그래픽이나 스토리, 연출 등에 초점을 맞추거나 게임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전략적인 요소가 게임을 즐기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본작 ‘콜 오브 후아레즈; 건슬링어’는 FPS게임으로서 어떤 것들을 담고 있을까?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전형적인 FPS 게임이다.

본작의 배경은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다. 적을 얼려버리는 냉각 석궁이라든가, 한방에 적을 쓸어버리는 바주카라든가, 은신상태에서 쏠 수 있는 활 등은 있을 수가 없다. 다시 말해 FPS를 즐기는 재미 중 하나인 ‘각 게임의 독자적인 무기’는 본작에서 찾아볼 수 없다. 주어지는 무기라고는 단지 권총, 라이플, 산탄총 뿐이다. (그것도 아주 구식의 무기들이다) 이 무기들은 FPS 게임의 기본무기에 불과한 것들이다. 하지만 게임 내에서 각 무기의 장점과 단점을 분명하게 만들어 놓음으로써 무기 고유의 특징을 잘 살려놓았다. 빠른 연사와 신속한 장전이 특징인 권총(+쌍권총). 장거리 사격이 가능한 라이플. 근거리에서의 무지막지한 파괴력을 가진 산탄총. 가장 기본적인 무기들에 불과하지만 보편적인 FPS에서보다 각 무기의 특징이 극명하다.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무기를 선택할 수 있으며, 게임 초반부의 스토리와 연결하여 세 종류의 무기를 모두 다뤄볼 수 있게 만들어 놓음으로써 각 무기를 충분히 사용해본 뒤에 선택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두었다. 그리고 각 무기에 알맞는 기술을 배치해 놓음으로써 기본적인 무기이면서도 고유한 특징을 가질 수 있게 하였고, 주무기에 맞는 기술을 연마하여 무기숙련도에 따른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죽음의 감각’ - 본작의 주요시스템 중 하나로 멋들어진 연출을 보여준다

하지만 무기가 아주 기본적인 형태임과 더불어 게임의 배경이 서부개척시대이다보니 소리없이 암살을 한다거나 적의 시선을 돌려 잠행을 하는 진행을 불가능하다. 그저 눈앞에 있는 적들을 남김없이 쏴 죽이는 수 밖에 없으며, 전략적인 요소는 다소 적은편이다.(기껏해야 폭발물을 터뜨리는 정도?) 단순히 적을 죽여야만하는 선택지로 인해 자칫 게임이 지루해질 수도 있었으며 게임의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본작에서는 이러한 약점을 게임 내 시스템과 그에 따른 연출, 그리고 스토리의 전개 방식으로 극복 해내고 있다. 주요 시스템인 ‘집중모드’와 ‘죽음의 감각’은 서부극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며 연출도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순간적인 기지로 총알을 피한뒤 빗나가는 총알 없이 주위의 적을 모조리 죽인다? 본작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여, 그 연출 또한 매우 훌륭하다. 그 뿐만 아니라 주요 인물들과의 1:1 결투는 FPS가 아닌 그에 걸맞는 형태로 만들어 둠으로써 결투의 긴장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구성해두었으며, 적을 사살할 시 표기되는 점수/사살방법(대표적인 예로 헤드샷), 충분한 타격감과 의외로 빠른 속도의 게임전개는 플레이어가 게임에 빠져들도록 만들기에 매우 적합한 연출로 작용한다.

독특한 스토리 전개방식은 본작품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스토리 전개방식은 본작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본작의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 아닌 주인공이 과거에 겪었던 무용담을 들려주는 형태로 진행된다.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주인공은 자신의 무용담을 풀어 놓으며, 그 이야기에 맞춰서 게임이 진행되기 때문에 주인공의 이야기를 게임 내내 들을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과거에 있었던 일이다 보니 주인공의 기억이 왜곡되거나 청자가 잘못이해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데 그것이 그대로 게임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카우보이들이 아파치 부족처럼 습격해왔다는 말을 아파치 부족이 습격했다고 청자들이 잘못 이해함으로써 이야기를 정정함에 따라 반복적인 전투를 벌인다거나, 플레이어가 죽을 때도 ‘만약 그때 내가 죽었다면 여기 있을 수 없겠지’라며 이야기를 다시금 이어가는 모습이 그 예다. 게다가 주인공의 무용담에서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독특한 화풍과 짧은 문구를 이용해 강렬하게 소개하고 있으며, 각 챕터의 연결성은 떨어지지만 주인공과 듣는이들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는 형태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결국 FPS를 즐기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주인공의 무용담을 플레이어가 재현하게 됨으로써 실감나는 한 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된다.

주인공(좌)과 그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우) - 맥주 몇 잔으로 듣기에는 아까운 이야기다

특별히 눈에 띄는 요소는 없지만 FPS의 기본에 충실하면서, 컨셉에 맞는 연출과 시스템, 실감나는 이야기 전개를 통해 매우 탄탄한 게임으로 만들어냈다. 최근 몇년간 나온 FPS와 비교하여 화려함은 없지만 참신한 발상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 놓는’ 형태의 스토리 전개는 본작의 핵심이라 볼 수 있다. 이정도의 구성으로도 플레이어는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며 서부개척시대의 멋을 충분히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플레이 시간이 짧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어르신의 무용담을 듣기에 3~4시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좀 더 듣고 싶다면 맥주를 좀 더 준비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못다한 이야기

- 서부개척시대의 실제 역사를 상당 부분 차용했다고 한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모을 수 있는 '진실의 조각들'을 통해 게임 내 인물들이 실제 역사에서 어떤 존재였는지 알 수 있다. 통칭 'Spaghetti Western'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복 플레이를 하면서 역사 공부를 하는 맛도 있을 것이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