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Titan Souls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Acid Nerve

플랫폼 : PC, PS4, PS Vita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인디게임 개발사 ‘Acid Nerve'가 만든 [Titan Souls]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액션 게임에 비해 게임 내에 담겨진 것이 많지 않다.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은 주인공과 거인들(Titans) 뿐이다. 게임 내 이야기가 전무하며, 조작법 이외에 게임 진행 방식을 알려주지 않고, 지도와 아이템 같은 보조도구조차 제공하지 않는다.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컷신도 없고, 눈을 즐겁게 해주는 화려한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니며,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할 구성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의 내용만으로 생각해볼 때 과연 이게 게임이 맞는지 의심이 들 수 있으며 과연 무슨 재미로 즐기는 게임인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요소들이 포함되지 않더라도, 게임을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아 [Titan Souls]가 충분히 매력적인 게임이며 독특한 게임성과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화살 하나로 거인을 쓰려뜨려라! - [Titan Souls]의 핵심이자 모든 것

[Titan Souls]는 주인공이 미지의 공간을 탐험하며 여러 거인들(Titans)을 만나고 그들을 쓰러뜨리면 되는 아주 단순한 구성을 지니고 있다. 플레이어는 한 자루의 활과 한 발의 화살을 들고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을 활보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대면하게 되는 거인들과 피할 수 없는 싸움을 하게 된다. 그런데 거인과 플레이어 모두 ‘단 한번'의 유효한 공격으로 죽게되는데 이 과정에서 본작이 가진 아주 독특한 게임방식을 보여 주게 된다.

싸움을 반복하고 패턴을 학습하여 회심의 일격으로 거인을 쓰러뜨려야 한다

거인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쓰러지지만 공격을 적중시키기까지의 과정은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 각 거인들마다 약점이 존재하는데 약점에 공격을 적중시켜야만 거인을 쓰러뜨릴 수 있으며 약점 외에는 모든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 또한 거인들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행동 패턴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며 플레이어를 공격한다. 그렇기 때문에 거인의 움직임을 잘 살피면서 약점을 파악한 뒤 패턴을 이해하고, 예측하여, 이용해야만 공격을 적중시킬 수 있게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수 많은 죽음을 경험할 것이며, 몇 번의 도전 끝에 패턴을 온전히 파악했다 하더라도 약점을 공격하기 위한 타이밍을 잡아낼 센스와 적절한 컨트롤을 요구하기에 더 많은 죽음과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거인을 쓰러뜨리기 위해 플레이어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게임에 몰입할 수 밖에 없으며, 수십번의 도전 끝에 거인을 쓰러뜨리게 되면 극도의 성취감과 함께 다음 거인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도전의식을 느낄 수 밖에 없게 된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미지의 공간들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형성한다

거인을 쓰러뜨리고 다음 거인을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미지의 공간을 지나게 된다. 게임 초반에는 아주 좁고 정형화된 신전에서 거인들을 만나게 되지만 게임을 조금만 진행하게 되면 매우 넓고 다양한 환경을 담은 공간에 도달하게 된다. 이때부터는 미지의 공간을 탐색하며 거인을 찾아나서야 하며, 얼음계곡, 바람절벽, 용암지대, 비밀숲 등 다양한 환경을 가진 공간을 만나 신비로운 분위기를 접하게 된다.

미지의 공간이 풍기는 신비로움은 작품 내 이야기를 완전히 배제하는 방법을 활용하여 그 분위기를 강화하고 있다. 게임의 진행을 위해 이야기가 필요한 작품이라면 스토리의 부재가 독이 될 수 있지만 [Titan Souls]는 ‘거인과의 싸움'만이 중요할 뿐이기에 스토리의 부재로 인해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다. 게다가 오히려 게임 내 스토리의 부재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작중 이야기를 상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게임 전반에 걸친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욱 강화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거인 이외의 모든 생물을 배제함으로써 거인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이야기의 부재와 함께 게임 내에 포함되지 않는 또 다른 요소는 게임 곳곳에 산재되어 있어야 할 크리쳐(또는 몬스터)다. 거인을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수 많은 공간을 지나치지만 그 어떤 크리쳐도 만날 수 없다. 간단한 조작 연습이나 게임 내 공간을 채우기 위한 보조요소로서 거인 이외의 크리쳐를 집어넣을 수 있었겠지만 [Titan Souls]에서는 거인을 제외한 요소는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이는 작품의 중심 소재인 거인(Titan)에 온전히 초점을 맞추고자 했음을 알 수 있으며, 플레이어가 거인과의 싸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스테이지를 구성 해놓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RPG같은 주인공의 성장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 그리고 거인과의 싸움이 고도의 집중력과 조작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거인 이외의 크리처가 포함되었다 하더라도 그 비중은 매우 적었을 것이다.

불필요한 요소는 온전히 배제하고 오로지 거인과 주인공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토리의 부재를 통한 신비로운 분위기의 강화, 거인 이외의 크리처를 배제하여 거인에 대한 집중도 향상, 그리고 ‘상호간 한 방 싸움’이라는 독특한 게임성. 이 모든 것은 ‘거인과의 싸움’에 집중하기 위해 불필요한 것들을 최소화하여 작품의 핵심 컨셉에 집중하고자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게임 내 어떤 이야기도 들려주지 않지만 작품 속에 담긴 요소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며, 거인을 만날수록 다음 거인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간다. 여기에 패턴의 학습과 정교한 조작이 요구되는 독특한 게임성으로 도전의식까지 자극하게 되면서 [Titan Souls]만의 고유한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게임은 정말 단순하다. 화살로 거인을 맞춰 쓰러뜨리면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당신의 감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을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

- 처음 엔딩을 보기까지 167번 죽었다. 게임을 진행하는 중에 워낙 많이 죽다보니 얼마나 죽었는지 감이 오지 않을 정도다. 일부 거인들은 운이 좋아서 공략을 하게 되었는데, 아마 운이 나빴다면 더 많이 죽었을지도 모른다.

- 엔딩을 보기까지 모든 거인과 싸우지는 않아도 되는데, '진엔딩'이 따로 포함되어 있어서 반복플레이를 가능하도록 구성해두었다. 물론 한번 싸워본 거인이라 할지라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2회차, 3회차 플레이를 해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본문에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도트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깔끔한 그래픽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게임 자체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연출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Rise of the Tomb Raider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Crystal Dynamics

플랫폼 : X-box ONE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Tomb Raider 시리즈의 두번째 리부트작이자 2013년 발매되었던 [Tomb Raider]는 성공적인 리부트와 함께 훌륭한 성과를 거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라라 크로프트’의 모습은 여전사가 아닌 고고학자이자 생존자로서의 라라의 이미지를 굳히기에 충분했으며, 다양한 시각에서 보여주는 환상적인 연출 및 효과, 디테일 묘사까지 빠짐없이 보여주었던 대단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라라와 탄탄한 연출력에도 불구하고 게임자체는 다소 단조로운 느낌을 줄 수 밖에 없었다. 이유인 즉, 오픈월드형 공간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으로 즐길만한 컨텐츠가 부족했으며, 유물/채집/사냥 등의 보조 컨텐츠의 활용성 부재와 이야기 흐름만을 따라가게 되는 일자형 진행 방식으로 인해 다소 작품의 내용물이 부실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성공적인 리부트임에도 차기작에서 해결해야할 ‘과제’가 매우 명백했으며, 후속작 [Rise of the Tomb Raider]가 이 같은 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해냈을지는 작품을 바라보는 데 매우 중요한 척도가 될 수 밖에 없다.

[Rise of the Tomb Raider]의 시스템은 전작의 것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Rise of the Tomb Raider]는 전작을 계승하고, 단점을 보완하여, 작품을 완성시키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을 통해 후속작을 만들어 냈다. [Tomb Raider](2013)의 오픈월드형 공간, 게임 진행에 따라 무기와 스킬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베이스 캠프의 존재, 그리고 스토리 진행에 따라 이루어지는 전투는 큰 변화없이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시스템을 계승하는 이유는 리부트된 시리즈의 후속작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으며, 어느 정도 검증된 시스템을 가져옴으로써 안정적으로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시스템이 동일할지라도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담고 있는데, 단순히 시스템을 이어받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를 더 개선하려고 한 의도로 보인다. 특히 ‘스킬’과 ‘무기’는 굉장히 큰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유의미함을 찾기가 힘들었던 [Tomb Raider](2013) 의 스킬 구성에 비해 각각의 스킬이 적지 않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그 수가 다양해져서 스킬의 활용과 선택의 범위가 매우 넓어졌다. 또한 무기의 업그레드만 가능했던 전작과 달리 다양한 종류의 무기를 제공하고(한 종류만 주어지던 권총을 3~4종류로 다양하게 제공한다) 각각 장단점을 지내게 함으로써 개인의 성향에 맞게 무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스킬과 무기의 선택폭 확대는 전투에도 영향을 미쳐 좀 더 다양한 전략을 활용해 전투에 임할 수 있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게임 내 연출력도 여전히 유효하며 강점을 잃지 않고 그대로 살려냈다

전작의 강점이었던 연출도 [Rise of the Tomb Raider]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시점의 변화를 통해 극적인 연출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더 넓어진 공간과 시야 범위, 그리고 여러 환경의 공간을 오고가는 게임 진행 방식을 통해 연출에 더욱 힘을 보태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Tomb Raider](2013)는 라라를 중심으로 컷신(Cut Scene)을 진행했던 반면 [Rise of the Tomb Raider]에서는 라라 뿐만 아니라 조연들 간의 대화나 심리도 컷신을 통해 상당 수 보여줌으로써 스토리의 이해를 도움과 동시에 좀 더 영화같은 느낌을 풍기도록 구성해두었다. 더불어 연출에 의한 몰입감을 저해하기도 했던 QTE(Quick Time Event)를 대폭 줄이고 플레이어가 연출 상황에 즉각 반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두어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몰입감을 유지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사냥과 채집이 게임 진행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중요성이 높아졌다

기본 시스템을 계승하면서 그 효과를 더 끌어올리고 있다면,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를 했을까? [Tomb Raider](2013)에서는 사냥과 채집이 단순히 경험치를 획득하는 요소로 활용되었는데, 굳이 사냥과 채집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경험치를 얻으며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는 것이 치명적인 문제점으로 작용했다. 이로 인해 사냥과 채집에 대해 튜토리얼까지 할애하면서 설명을 해주었으나 게임 극초반이 지나면 거의 활용하지 않는 무의미한 컨텐츠로 전락하게 되었다. 

그러나 [Rise of the Tomb Raider]에서는 사냥과 채집이 약간의 변화를 통해 게임진행에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변화란 재료의 수집과 도구의 제작이다. 사냥과 채집은 경험치가 아닌 여러가지 재료를 습득할 수 있게 해주는데, 수집한 재료들은 전투에 필요한 도구를 만들거나 무기를 업그레이드 하는 데 사용하게 된다. 재료의 습득과 도구의 제작은 전투에서의 전략 설정을 위한 가장 중요한 활동으로써 게임 진행시 체감 난이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물론 각 재료에 따라 제작/업그레이드 가능한 도구의 종류가 달라지므로 플레이어가 주로 사용하는 전투 방식에 맞게 재료 수집을 요구하게 되어 능동적인 사냥/채집이 이루어진다.(예를 들면 독화살이 주력이라면 독버섯 채집이 필수가 되지만, 광물 채집은 크게 필요로 하지 않게 된다.) 결국 재료수집과 도구제작의 선행조건으로서 사냥과 채집은 게임진행과정에서 반드시 수행해야 하며, 그와 동시에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조절해가며 수행할 수 있는 합리적인 요소로 자리잡게 되었다.

비밀무덤/유물/수집품 등의 보조컨텐츠 보상강화를 통해 게임을 알차게 만들었다

사냥/채집 외에 비밀무덤/유물/수집품 역시 [Tomb Raider](2013) 에서는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려운 컨텐츠였다. 퍼즐을 즐길 수 있고 무기강화를 위한 도구를 습득하는데 그쳤던 비밀무덤, 아무런 보상이 없었던 유물과 수집품들은 보조컨텐츠로 자리매김하기에는 상당히 부실했다. 게다가 라라의 직업이 ‘고고학자’임에도 비밀무덤/유물/수집품의 의미가 없다보니 게임 진행 방식과 인물 설정 사이에 묘한 괴리감을 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본작으로 넘어오면서 비밀무덤/유물/수집품들에 대한 보상을 크게 강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보조컨텐츠를 즐기기 위한 동기유발과 함께 비밀무덤/유물/수집품들이 매우 유의미한 컨텐츠로 자리잡게 되었다. 수집품(+금화)을 모으면 고급아이템으로 교환할 수 있고, 유물은 게임 내 핵심소재가 되는 고대문명에 대해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비밀무덤은 넓은 공간을 활용한 참신한 퍼즐을 제공하여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과는 다른 재미를 부여한다. 무엇보다 비밀무덤의 퍼즐을 풀이할 경우 아주 독특한 효과를 지닌 스킬을 보상으로 습득할 수 있기 때문에, 차후 다른 비밀무덤의 보상에 대한 기대와 새로운 퍼즐에 대한 궁금증을 동시에 유발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비밀무덤/유물/수집품의 보상을 강화한 것만으로 보조컨텐츠를 수행할 이유가 충분하며,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는 일직선 구조 외에 오픈월드 공간을 채울 내용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게 되었다.

기존에 지닌 약점을 빠짐없이 해결하고 나니 완성도가 더욱 높아졌다

전작의 장점을 계승하여 보완하고, 문제점을 명확하게 해결하고 나니 매우 탄탄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이 탄생하게 되었다. 단순히 계승, 발전, 보완만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아니다. 충실한 메인컨텐츠와 이를 뒷받침하는 보조컨텐츠들이 매우 훌륭한 짜임새를 갖추고 있으며, 일직선 구성과 오픈월드 구성을 모두 충족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메인스토리를 따라가는 일직선 구조의 내용물도 매우 충실하며,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오픈월드형 공간에서의 즐길거리를 충분히 담고 있다. 다시 말해, 메인 스토리만을 따라가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으며, 반대로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보조컨텐츠를 즐기고 도전과제를 완수해 보상을 받는 자유로운 진행도 게임의 재미를 보장한다. 부수적인 효과로 리부트(2013) 이후로 달라진 라라의 생존자적 모습과 고고학자로서의 모습을 더 충실히 표현하게 된 계기가 되었으며, 새로운 시리즈가 앞으로도 지속가능함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라라의 모험은 이제 시작이며, 후속작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 밖에 없다

[Rise of the Tomb Raider]는 어찌보면 새로운 시리즈의 진정한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리부트 이후 달라진 라라의 모습이 본작에 들어서야 확고히 자리 잡았고, 게임의 시스템과 구성 역시 이곳에서 완성되었다. 이제는 이 시리즈를 언제까지 이어나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물론 매너리즘에 빠질 가능성도 있고, 새로운 시도로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극도로 높아진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은 [Rise of the Tomb Raider]에 대한 만족감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앞으로 어떤 모습의 라라가 돌아올지 기대하며 다시 한번 [Rise of the Tomb Raider]를 즐겨보자!

못다한 이야기

- 스킬이나 무기의 종류가 매우 적은 게임 초반에는 [Tomb Raider](2013)과 배경만 다를 뿐 완전히 똑같은 게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점차 게임을 진행함에 따라 세부 내용이 달라졌음을 알았고, 결국 전작을 상당부분 계승하되 개선하고 발전시킨 형태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 본문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적들의 종류와 패턴도 매우 다양해졌다. 활 하나로 거의 모든 게 해결가능하던 전작과 달리 다양한 무기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이는 사냥/채집/도구제작과 시너지를 발휘했기에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 사냥/채집/유물/수집품/비밀무덤 외에도 NPC가 부여하는 서브퀘스트도 존재한다. 또한 서브퀘스트를 만나게 되는 시기도 메인스토리 진행이 잠깐 멈추거나 이동거리가 먼 구간일 경우인데, 게임 진행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지루함을 막기위해 아주 적절히 배치했다고 생각된다.

- 스토리를 보면 알겠지만 본작이 '진정한 시리즈의 시작'임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게임을 직접 즐겨보기를 바란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Ori and the Blind Forest

장르 : 퍼즐,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Moon Studios

플랫폼 : PC, X-box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게임 개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게임 그래픽의 진화 역시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그래픽 수준의 상향 평준화가 이루지고 있으며 최고의 게임이라는 찬사를 받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그래픽 기술은 거의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일부 플레이어들은 그래픽 하나로 게임의 완성도 여부를 판단하고 구매여부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허나 우리는 그래픽만으로 게임 전체를 판단할 수 없으며, 그래픽이 뛰어나지 않아도 최고의 게임이 되는 경우도 있음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런데 그래픽 기술의 발전을 통해 표현의 수준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가까운 그래픽 구현’은 많은 반면 ‘한 폭의 예술작품과 같은 표현’을 보여주는 게임은 많지 않다. 다시 말해 플레이어의 ‘시선을 압도하는 화려한’ 그래픽을 보여준 게임은 많았지만, 플레이어의 ‘마음을 흔드는 아름다운’ 그래픽을 보여준 게임은 만나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게임의 주된 배경인 신비하고 아름다운 숲을 한 폭의 그림처럼 표현하고 있다

[Ori and the Blind Forest]는 앞서 언급한 플레이어의 마음을 흔드는 아름다운 그래픽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밀하고 현실에 가까운 표현보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질감의 표현을 보여주고 있다. 게임의 배경인 숲(forest)은 일반적인 숲의 모습과는 달리 매우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에 걸맞게 매우 풍부한 색채로 숲을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 빛과 그림자를 이용한 명암효과는 색감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며, 숲을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숲을 표현하는 데 있어 플레이어가 활용하는 공간(platform, 플랫폼)과 게임의 배경이 되는 공간 (background, 백그라운드) 의 그래픽 표현에 차이를 두고 있다. 보편적인 횡방향 시점의 게임들이 배경을 표현하는 방법과는 달리 3D그래픽을 충분히 활용하여 ‘플랫폼’을 기준으로 더 멀리있는 배경과 더 가까이 있는 배경을 여러 층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횡방향의 시점에서도 충분한 원근감을 형성하고 더 나아가 공간감을 부여하면서 숲을 더욱 깊이 있게 표현하고 있다.

프롤로그 中 - 컷신(cutscene) 하나만으로 이미 분위기에 취하게 된다

게임 진행 중에 볼 수 있는 요소들 이외에도 컷신(cutscene)과 배경음(BGM, background music) 역시 플레이어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컷신의 경우 마치 한편의 움직이는 동화를 보는듯한 연출로 게임의 시작과 진행 상황에 맞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배경음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플레이어가 처한 상황에 맞는 음악을 통해 현재 상황을 더욱 극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눈을 감고 음악만 듣더라도 게임 속 배경이 눈 앞에 보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다. 물론 게임을 직접 플레이할 때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시각적 요소와 귀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청각적 요소들이 플레이어의 감각을 동시에 자극하기 때문에 게임이 풍기는 분위기에 더욱 취할 수 밖에 없다.

아름다운만큼 치명적인 난이도를 보여 주지만 퍼즐 구성이 매우 독창적이다

게임은 플레이어의 감성을 자극할만큼 매우 아름답지만 난이도는 치명적일 정도로 높다. 기본적인 퍼즐 액션의 구성 뿐만 아니라 [Ori and the Blind Forest]만의 독특한 구성들이 상당 수 포함되어 있다. 다만 일반적인 퍼즐 액션이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고민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면 본작은 즉각적인 반응과 정확한 컨트롤을 요구한다는 구간이 상당히 많다. 또한 게임의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주인공 ‘Ori’가 수행할 수 있는 행동이 많아지면서 조작법이 다양하고 복잡해지며 퍼즐 구성도 수행가능한 행동 수준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난이도는 더욱 증가한다.

독특한 점이 하나 있다면 [Ori and the Blind Forest]에서 플레이어가 활동하는 공간이 모두 하나의 공간으로 이어져있으며 그 범위가 매우 넓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숲의 구석구석 돌아다닐 수 있으며, 이는 마치 오픈월드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게다가 게임의 진행 정도에 따라 숲 전체의 배경이 달라지는데, 이전에 한번 지나친 공간이라 하더라도 완전히 새로운 공간처럼 느껴지며 숲이 생명력을 얻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Ori’의 수행가능한 행동이 증가함에 따라 기존에는 진입할 수 없었던 공간에 진입하면서 숨겨진 아이템을 찾고 숲을 탐험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조금씩 생명력을 얻어가는 숲과 함께 당신도 본작의 아름다움에 빠지게 된다

[Ori and the Blind Forest]처럼 예술성과 게임성을 둘다 잡은 작품은 많지 않다. 플레이어의 시각적/청각적 만족도를 충족해주기에 충분하며 게임을 진행하면서 만나는 공간, 들을 수 있는 소리 하나하나가 작품처럼 느껴진다. 더 나아가 어렵지만 독창적인 스테이지 구성까지 더해지면서 게임성까지 충족시켜주고 있으니 게임의 완성도는 말할 것도 없다. 누군가에게는 어려운 난이도로 게임 진행이 더딜 수 있지만 다시금 생명력을 얻어가는 아름다운 숲의 모습은 당신의 마음을 울리게 할 것이다. 이 작품은 게임으로 탄생한 예술이니까 말이다.

못다한 이야기

-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는데, 게임이 풍기는 분위기와는 달리 아름답기만한 스토리는 아니다. 오히려 너무나 가슴 아픈 이야기다.

- 맵 구성이 일방향 구성이 아니기 때문에 플레이어 스스로 길을 찾아갈 수 있게 만들어 둔것도 좋은 평가를 내리고 싶다. 자연스럽게 숲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닐 수 밖에 없고, 예전에 가지 못했던 장소에 가기 위해 자연스럽게 길을 돌아가기도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배경이 압권

- 게임 중에 에너지를 소비하여 원하는 장소에서 '세이브(save)'가 가능한데 자칫 엉뚱한 곳에서 저장할 경우 완전히 처음부터 게임을 다시 시작해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영상을 찾아보면 정말 웃지못할 사례가 굉장히 많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Shantae and the Pirate’s Curse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제작사 : WayForward

플랫폼 : PC, 3DS, Wii U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하프 지니(half genie, 반인 반정령) ‘샨테(Shantae)’는 의외로 시리즈가 오래된 작품이다. 초기작인 [Shantae]가 2002년, 두번째 작품인 [Shantae: Risky’s Revenge]가 2010년, 가장 최신작인 [Shantae and the Pirate’s Curse]가 2014년 에 발매되었는데, 각 시리즈별 발매시기를 볼 때 상당히 오랜시간 공백기를 두었음에도 시리즈를 지속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이유 때문에 공백기가 발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긴 공백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리즈가 지속된다는 것은 본 시리즈가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초기작 [Shantae](2002)는 ‘게임보이 컬러 최후의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후속작인 [Shantae: Risky’s Revenge]와 [Shantae and the Pirate’s Curse]가 메타스코어 80점대를 기록한 것 역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의 근거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주인공 '샨테(Shantae)' - 머리카락을 채찍처럼 활용해 적을 물리친다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Shantae and the Pirate’s Curse]의 경우는 게임이 전반적으로 매우 깔끔하고 짜임새가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스토리의 시작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튜토리얼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게임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요소들을 접하고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게 구성해두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스테이지 진행에 따른 점진적 난이도 향상인데, 난이도 향상을 위한 요소를 한 곳에 밀집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로 적절하게 분배해놓았다. 일반적으로 난이도 향상을 위한 요소를 생각해볼 때 스테이지를 진행함에 따라 새로운 적이 등장하고 그에 따른 적의 공격패턴 다양화를 통한 난이도 향상, 즉 ‘점차적으로 적의 공략방법을 까다롭게 만듦’으로써 난이도를 올려가는 방법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Shantae and the Pirate’s Curse]는 적의 공격패턴 뿐만 아니라 스테이지 구조, 아이템의 습득과 그에 따라 수행가능한 액션 요소의 확장 등 여러가지 방면에서 난이도 향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이템 'Risky’s Hat’ - 아이템 습득에 따라 액션과 난이도가 점진적으로 증가한다

우선 아이템의 습득에 따라 수행가능한 액션의 종류가 증가하면서 수행 가능한 액션에 맞게 난이도 향상을 꾀하고 있다. 게임 초반에는 보유한 아이템이 없기 때문에 좌우 이동과 점프/공격 밖에 수행할 수 없지만 아이템을 조금씩 얻어가면서 활공이나 전력질주, 3단 점프 등 다양한 액션이 가능하게 된다. 그리고 단순히 수행 가능한 액션이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수행가능한 액션에 걸맞는 스테이지 구성을 통해 점진적 난이도 향상을 이루고 있다. 가령 새로운 아이템을 얻을 경우 다음 스테이지는 반드시 해당 아이템을 활용해야 하는 구간을 포함하고 있으며, 퍼즐을 풀기 위한 과정에서도 습득한 아이템을 활용하여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 다시 말해 스테이지 진행 → 아이템 습득 → 수행가능한 액션 종류 증가 → 스테이지 구성 다양화 → 난이도 향상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물론 앞서 업급한 ‘ 점차적으로 적의 공략방법을 까다롭게 만듦’ 또한 포함되어 있으며, 이 또한 스테이지별로 습득한 아이템의 활용과 연결지어 구성해두었다.

짜임새는 좋지만 ‘대단하다’라고 할만한 점이 없는 것은 꽤나 아쉽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장점들에 비해 본작만이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각 스테이지 간 짜임새가 좋다보니 난이도 향상이 이루어지더라도 퍼즐의 경우에는 어렵지 않게 해결이 가능하다보니 맥이 빠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구성이 아무리 좋다하더라도 ‘가볍게 즐길만한 좋은 게임’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그 외에도 게임 플레이 외에 캐릭터 보이스나 제스처 등 시각적/청각적 요소들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이 나타난다. 특히 캐릭터 간의 대화는 게임을 진행하는 퍼즐을 풀이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인데, 텍스트만 보여줄 뿐 캐릭터의 목소리가 따로 녹음되어 있지 않다. 간혹 주인공 ‘샨테’의 대사에서 감탄사나 다른 캐릭터의 이름이 나올 경우 목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있으나 마나한 수준이며 가끔은 어색하게 들리기까지 한다. 게임 개발 당시, 일러스트의 경우 생동감을 주기 위해 100여장을 그렸다고 하는데 일러스트만큼 캐릭터 보이스에도 투자를 했다면 좀 더 흡입력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현재 개발 중인 [Shantae: Half Genie Hero]는 좀 더 방대한 분량을 보여줄 예정이라 한다.

대단한 강점이 없다는 것은 조금 아쉽지만 매우 깔끔하게 만들어진 게임인 것은 분명하다. 처음부터 어려운 난이도를 강제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게임에 익숙해지고 그에 따라 점진적으로 난이도를 증가시키며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두었다. 중소개발사에서 만든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공백기를 깨가면서 시리즈를 이어온 것은 분명 이유가 있는 것이다. 또한 현재 개발 중인 [Shantae: Half Genie Hero]가 킥스타터를 통해 기대 이상의 지원을 받아낸 것도 본작 [Shantae and the Pirate’s Curse]가 충분히 잘 만들어진 작품임을 보여주는 근거이기도 하다. 시리즈가 꾸준이 이어진만큼 차기작 또한 깔끔하게 만들어지기를 기대하며 본작의 아쉬움을 충분히 해소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못다한 이야기

- 원래 Shantae 시리즈의 주요 컨셉은 '변신'을 통한 스테이지 진행인데, [Shantae and the Pirate's Cures]에서는 스토리상 변신을 못하게 되어 해적아이템으로 대신하게 되었다. 변신은 못하지만 이를 아이템으로 대체한 것이기에 게임성은 그대로 유지가 되었다고 한다. 후속작 [Shantae: Half Genie Hero]에서는 다시 변신기능이 돌아온다고 한다.

- [Shantae and the Pirate's Cures] 개발시기부터 'Inti Creates'(인티크리에이츠)와 협력관계를 맺게되었다. Inti Creates 는 록맨의 정신적 계승작인 [Mighty No.9]의 개발사인데, 협력관계가 알려지면서 샨테 시리즈의 인지도가 급상승하게 되었다고 한다. [Shantae and the Pirate's Cures]의 일러스트도 Inti Creates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목 : Finding Teddy 2

장르 : 퍼즐, 어드벤처

제작사 : Stodybird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컴퓨터실의 구석진 자리에 이름 모를 게임이 하나 깔려 있었다. 인터넷과 컴퓨터 보급이 막 시작되던 시기라 아무런 정보와 공략도 없었으며, 영어로 되어 있는지라 게임의 이름을 읽을 줄 몰랐으며, 심지어 어떻게 게임을 진행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게임이 풍기는 분위기와 퍼즐의 신박함에 빠져들어 수십번의 반복을 통해 퍼즐을 풀고, 스테이지를 진행하고, 게임에 대한 요령을 익혀 결국에는 엔딩을 보게 되었다. 엔딩을 볼 때의 뿌듯함은 이름도 모르는 게임에 대한 묘한 감정을 자아냈고 그 감정은 십수년이 지나며 조금씩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우연히 접한 [Finding Teddy 2]가 십수년 전 그 때 그 감정을 오롯이 떠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어린 소녀의 모험. 그러나 그 무엇도 소녀에게 친절하지 않다.

어릴 때 즐겼던 그 게임에게서 느낀 감정은 언어의 장벽으로 인한 ‘불친절함’이었는데 [Finding Teddy 2]는 이 같은 불친점함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본작의 불친절함이 언어의 장벽 때문인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불친절함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불친절함은 게임의 조작에서도 나타난다.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튜토리얼’ 단계를 거치거나 옵셥의 환경설정 목록을 보면서 조작 방법에 대해 익히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하지만 본작은 조작 방법이나 조작키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초반에는 조작 키를 파악하기 위해 모든 버튼을 하나하나 눌러보면서 조작키를 파악해야한다. 이는 어린 시절 게임을 조작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키보드를 하나하나 누르던 그 때 그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아이템 ‘Musicom’ - 가장 핵심되는 요소지만 첫 사용까지 꽤나 애를 먹게 된다.

그 뿐만 아니라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새로이 얻게 되는 일부 아이템들도 사용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 중 핵심 아이템인 ‘Musicom’도 특별한 안내나 설명이 없다. 대체 이 아이템의 용도가 무엇인지, 빈 공간은 왜 있는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안내나 설명이 전혀 없다. 그리고 스테이지를 돌아다니다보면 룬 조각을 모으면서 ‘Musicom’이 하나씩 버튼을 얻어 가게 된다. 그런데 각 스테이지별로 어떤 버튼이 나오는지 알 수 없고, ‘Musicom’으로 무엇을 하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처음 사용하는 방법을 익히기까지 상당히 애를 먹게 된다. 게다가 혹시나 놓친 룬 조각이 없는지 불필요하게 맵을 돌아다니게 되거나 진입할 수 없는 구조물을 보면서 해당 스테이지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것을 해결하려고 고민하게 됨으로써 게임을 이해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소요하게 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Findgin Teddy 2] 전체를 아우르는 퍼즐을 풀어나가는 과정의 일환이며, 게임을 진행하면서 얻게 되는 다양한 문자표(Lexicom, 어휘=lexicon)를 참고하여 숨겨진 아이템을 찾고 잠겨있는 문을 열게 되면 비로소 게임 진행 방법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복잡한 스테이지 구성은 퍼즐의 난이도를 더욱 높이는 장치가 된다.

(출처 - '겜스타의 블로그' http://papito.tistory.com/)

게임 진행 방법에 대해 이해를 했다 하더라도 퍼즐의 난이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스테이지 진행을 위해서는 각 스테이지별로 숨겨진 힌트를 찾아내고 그 힌트를 해석해야만 한다. 하지만 힌트를 찾기 위한 과정이 녹록지 않다. 스테이지 구성이 매우 복잡하고 구석구석 돌아다녀야 하다보니 힌트를 놓치기도 하며, 힌트를 발견했더라도 막상 필요할 때 잊어버려서 다시 힌트를 찾으러 가야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리고 다른 스테이지를 해결하기 위해 이전 스테이지를 다시 탐색해야하는 경우도 있기에 모든 스테이지를 꼼곰히 살피고 기억해야 한다. 이 점 외에도 힌트를 제시하는 방법이 게임 내 언어인 룬언어이기에 ‘Lexicom’을 펼쳐서 하나한 해석을 해야하며, 다른 경우에는 ‘Musicom’의 음(音)으로 힌트를 알려주기 때문에 힌트를 해석하고 기억하기가 의외로 까다롭다.

게임이 풍기는 부드럽고 신비한 분위기는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게임의 불친절함과 퍼즐의 난이도는 게임 전반에 걸친 신비한 분위기를 통해 상당 부분 상쇄시키고 있다. 특히 신비한 배경과 은은한 음악은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며, 이를 통해 급하게 게임을 급하게 진행하려고 하기보다는 느긋하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또한 곰인형을 찾아 떠나는 소녀의 여정이라는 컨셉에 맞게 귀여운 디자인을 가진 괴물들, 장소의 이동에 따른 해상도 변화를 통한 독특한 시각효과도 분위기 연출에 한 몫하고 있다. 여기에 불친절한 게임 구성에 의한 까다로운 퍼즐은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고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에 대해 궁금증을 유발함으로써 게임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첫 퍼즐을 해결하는 순간이 이 게임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순간이다.

만약 불친절하고 난이도만 높았다면 이 게임을 즐기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게임이 풍기는 시각적/청각적 분위기를 통해 게임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두었으며, 스테이지 진행에 따라 조금씩 확장되는 ‘Musicom’의 음(音)과 ‘Lexicom’의 어휘를 통해 조금씩 난이도를 높혀 퍼즐을 풀어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구성해두었다. 물론 아무리 느긋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두었더라도 첫 퍼즐을 해결하기까지 상당히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첫 퍼즐을 해결하게 된다면 곰인형을 찾으러 떠나는 소녀의 모험을 끝까지 지켜보게 될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

- 조작 방법은 Stema '메뉴얼' 페이지에 존재하지만 게임 내에서 배워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두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특히 '방패막기' 방법을 모를 경우 클리어가 불가능한 구간이 있기 때문에 만약 메뉴얼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게임을 포기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 퍼즐의 힌트 제시, 해결방법이 'Musicom'과 'Lexicom'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매우 참신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약간의 기억력과 음감이 필요한데, 이게 부족한 사람이라면 상당히 어려운 게임이 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10시간 분량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14시간이 걸렸다.

의외로 고도의 컨트롤을 요하는 구간도 있다. 단순한 퍼즐 어드벤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의 컨트롤 역량도 어느 정도 필요한 게임이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고대궁전 Map은 제작자에게 사용허가를 받았습니다.



제목 : Never Alone (Kisima Ingitchuna)

장르 : 퍼즐, 어드벤처, 캐주얼

제작사 : Upper One Games

플랫폼 : PC

<본 리뷰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2014년 11월 20일에 작성되었으며, 2015년 4월 26일에 재작성되었습니다.>

횡방향 시점의 퍼즐 어드벤처은 그리 독특할 것이 없는 장르다. 대부분의 게임이 비슷한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퍼즐이라는 재료만을 부각시키려고 한다면 그저그런 작품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제작자들은 다양한 재료를 게임에 집어 넣어 가공을 함으로써 게임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극대화하려고 애를 쓰게 된다. 그 결과 퍼즐보다는 게임의 스토리나 분위기, 또는 연출 등이 더 많이 부각되는 게임들이 다수 나타나게 되었고, 현재 퍼즐 액션의 대부분이 이러한 형태를 따라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Limbo]나 [Ori and the Blind Forest]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이누이트족 소녀와 흰 여우의 모험을 그린 퍼즐 어드벤처

Never Alone은 전형적인 횡방향 시점 퍼즐 어드벤처에 이누이트족(흔히 에스키모라 불린다)의 설화를 결합한 게임이다. 게임이 전면에 내걸고 있는 주제가 이누이트족의 설화인데, 게임의 제작 과정에서 실제 이누이트족의 고증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개발에 참여를 시켰다고 한다. 이런 점에 있어서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이누이트족에 대한 여러 동영상들을 시청할 수 있는데, 동영상을 통해 그들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게임 내 등장하는 요소들도 고증을 바탕으로 구현한 것들이기 때문에 독특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작품 내에 등장하는 부엉인(부엉이인간), 살인마 등은 상당히 기괴하게 디자인 되어 있으며, 게임 중에 종종 볼 수 있는 그림들도 실제 고대 이누이트족이 그렸을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게임 내 영상자료 - 이누이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문화에 대해 직접 들을 수 있다.

 특이한 점은 게임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그 목적이란 게임을 통해 이누이트족의 설화를 플레이어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게임 제작 과정에서 실제 이누이트족을 만나 고증을 얻고 자문을 구한 것은 게임을 통해 그들의 설화를 조금이라도 더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게임의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이나 작중 인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으며 설화를 읽어주는 사람의 목소리만 들리는데, 이 사람 역시 이누이트어를 통해 설화를 들려줌으로써 실제 이누이트인 곁에서 이야기를 듣는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여기에 더해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열람할 수 있는 인터뷰/사진/그림 자료는 그들의 문화를 더 깊게 알 수 있다. 그 외에 동화를 보는 듯한 3D그래픽과 여우와 소녀의 협력을 통해 장애물을 헤쳐나가는 게임진행방식이 설화의 구성과 잘 맞아떨어지면서 시너지를 내 플레이어가 설화에 빠져들 수 있게 만들었다.

퍼즐의 참신함이나 인공지능 부분에서는 아쉽다.

그러나 설화를 들려주고자하는 목적에만 집중했던 탓인지 퍼즐을 즐기는 데 있어서는 상당히 아쉬운 점이 많다. 퍼즐의 난이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퍼즐을 기대하고 온 사람이라면 조금은 맥이 빠질 수 있다. 게임 자체가 고난이도 퍼즐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려운 난이도를 만들 필요는 없었겠지만 난이도의 쉽고 어려움을 떠나 전반적으로 퍼즐이 단조롭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후반부에는 퍼즐의 형태가 거의 비슷하다.) 그 뿐만 아니라 퍼즐을 풀기 위한 요소들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하는데 게임 내 연출 때문에 퍼즐을 해결하기 위한 요소들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조작 측면에서는 협력 플레이가 요구되는 게임의 특성상 뛰어난 인공지능이 도움이 되면서도 특정 상황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인공지능으로 유저의 의도와는 달리 게임이 잘 풀리지 않는 상황도 발생한다. 물론 가볍게 게임을 즐기면서 설화를 들을 수 있게 하려는 제작자의 의도가 보이기에 지나치지 않고 깔끔하게 만들었다는 생각도 들지만, 퍼즐을 조금 더 참신하게 만들었다면 게임 그 자체로도 충분하게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게임이 끝나면 우리에게는 생소했던 '이누이트'의 이야기를 알게 될 것이다.

게임성으로는 조금 아쉽지만 Never Alone은 게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소기의 목적은 분명하게 달성해낸 것은 분명하다. 퍼즐 어드벤처 속에 이누이트족 설화를 담아 그 느낌을 게임을 통해 잘 드러내고 있으며, 설화의 전달 역시 게임의 진행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철저한 고증을 통해 그들의 생각을 변형없이 담아냈고, 적절한 그래픽과 연출을 통해 게임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만들어냈다. 게임을 즐기면서 이누이트족의 문화를 알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게임이 또 다른 형태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못다한 이야기

- 흔히 '힐링게임'이라고 불리는 장르라고도 볼 수 있다. 소녀의 모험, 여우와의 우정, 위기의 순간 등 매우 전형적인 전개의 해피엔딩 스토리다.

- 게임의 제작 의도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니기에 이 정도 게임성이면 사실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다만 게임의 소비 대상이 성인이 아닌 아동에 맞춰져 있는 교육용 게임으로 본다면 퍼즐의 난이도가 납득이 될 것이다.

- 15개국 언어로 번역된 자막을 제공한다. 물론 한국어도 포함되어 있다.

오탈자 지적 / 의견교환 / 피드백 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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